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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다시보기] (4)2002년 6월 한국

    ■‘대~한민국' 환희의 ‘붉은 축제' 활짝 2002년 6월 한국 사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월드컵으로 인해 분출된 역동성과 새로운 사회현상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매김될 것인가.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길거리응원의 중심에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마력 앞에 해외동포들은 가슴 찡한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전 세계는 부러움과 놀라움의 감탄사를 연발했다.특히 길거리 응원은 21세기 초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코드를 이끌어 냈으며,기성세대의 고정관념까지 보기좋게 허물었다.지난 한달 동안 4700만 국민 모두가 공유한 흥분과 감격,환희와 눈물의 체험을 되짚어 본다. ◇208세대의 힘= 온 몸을 태극기로 휘감고 ‘대∼한민국’을 목터져라 외친 20대 초반의 여성들,‘386세대’들이 비장하게 부른 ‘아리랑’,‘애국가’를 테크노 리듬에 맞춰 머리 흔들며 부른 젊은이들,승리의 환호 속에서도 쓰레기를 줍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앳된 학생들…. 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 응원의 배경에는 그동안 늘 ‘말썽꾸러기’로 어른들의‘꾸중’을 듣던 ‘208세대’가 있었다.20대,2000년대 학번,80년대 출생자들이다. 젊음을 원동력 삼아 자발적으로 모인 ‘208세대’는 딱딱하고 비장하게만 느껴졌던 ‘태극기’와 레드 콤플렉스 탓에 금기시했던 ‘붉은색’을 아무거리낌없이 길거리에 내놓았다.이들은 ‘태극기 패션’,‘페이스페인팅’등 파격과 일탈의 문화코드를 유행시켰다.국가가 개입하지 않은 21세기형 ‘잔치 문화’의 흥겨움도 선사했다. 이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물꼬를 튼 ‘축구 해방구’는 가정화목과 세대화합,이웃사랑의 한마당을 통한 국가 통합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한림대 사회학과 한준 교수는 “‘208세대’가 보여준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세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게 할 원동력”이라면서“외국인들도 이 엄청난 열정의 분출 광경을 경이의 눈으로 주시했다.”고평가했다. ‘우리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208세대’는 앞으로 문화변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등장할 전망이다.원하는 문화현상을 만들고 스스로 창출한 문화를 즐길 줄 아는 문화창조자와 문화수요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자신감’으로 충만돼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선 여성·아줌마 부대= 여성들이 보여준 뜨거운 응원열기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여성과 아줌마 부대를 뺀 길거리 응원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길거리 응원에 나선 인파의 절반 이상은 여성들이었다. 동덕여대 사회학과 정준영 교수는 “스포츠,특히 축구라면 남편이나 남의 일로만 치부해 왔던 아줌마부대가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거리로 나오면서 ‘월드컵 문화’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월드컵 이전만 해도 여성들에게 축구경기는 군대 얘기와 함께 ‘선수와 공이 힘차게 부딪치는,남성들의 운동’에 불과했다.그러나 월드컵과 길거리응원의 열풍은 마침내 여성을 집 밖으로 끌어내 축구잔치의 황홀한 체험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길거리 응원에 세 차례나 나왔던 주부 양미경(37·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 포지션과 장·단점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랑했다. 젊은 여성들은 외국의 꽃미남 스타들을 보며 가슴 설레는 환성을 내지르기도 했다.일부는 ‘보는’ 축구가 아닌 직접 ‘하는’축구를 찾아 나서기도한다.전문가들은 가부장제의 남성우월주의로 인해 욕구를 분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여성들이 길거리응원을 통해 집단행동의 카타르시스를 체험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한반도 전체가 경련하듯 비명을 지른 잔치에 우리도 거리낌 없이 참여한 것일 뿐”이라며 “여성의 관심을 특별히 바라보는것 자체가 성차별적인 인식”이라고 반박한다. ◇잔치 한마당,뒤풀이= 폴란드와의 경기 때만 해도 전국적으로 50만여명에 불과했던 길거리 응원단은 경기가 거듭되면서 400만여명까지 늘어났고 급기야 지난달 25일 독일전에서는 전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700만여명으로 불어났다.놀이터,학교 운동장,술집,식당 등에 모인 소규모 응원단의 숫자까지 합치면 온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집 밖 응원전’에 동참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팀의 경기가 열린 날 도심 거리는 잔치 마당으로 변했고,아파트단지 베란다에서도 ‘오 필승 코리아’가 메아리쳤다.흥에 겨운 젊은이들이 차량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고,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깨를 걸고 ‘기차놀이’를 벌이기도 했다. ‘열린 가슴’이 빚어낸 ‘난장’은 일상으로까지 이어졌다.‘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는 자연스러운 인사말이 됐고,오가는 차량들도 ‘빵빵 빵빵빵’을 울려 대며 ‘우리’라는 동질감을 만끽했다. 잔치에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한국팀이 패배한 날에도 뒤풀이 응원의 모습과 열기에는 변함이 없었다. ‘광장’의 개념도 이념의 탈을 벗었다.‘4·19’,‘5·16’등 질곡의 현대사에서 ‘광장’은 언제나 ‘싸움터’였다.당시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은 억압의 대상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월드컵 기간 국민들은 신명을 내고 잔치를 즐기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다. 중앙대 사회체육학과 안민석 교수는 “수백만명이 광장에 모여 일희일비했는데도 기성세대들이 우려했던 과격행동이나 폭력사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외국의 언론들이 한국의 응원문화를 전하면서 ‘훌리건’대신 ‘콜리건’이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이번 월드컵은 이역만리 해외동포들에게도 ‘조국애’의 진수를 체험케 했다.동포들은 “태극전사의 승전보를 접할 때마다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동포의 현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라는 내용의 글이 속속 올랐다.영국 유학생협회 게시판에서 ‘박종성’이란 ID의 네티즌은 “외로운 유학생활 4년 동안 이번처럼 한국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적은 없었다.”고 감격해했다. 300여명의 일본인들과 함께 ‘코리아-재팬(Korea-Japan)응원단’을 만들어 열띤 응원을 펼친 700여명의 재일동포들의 감동은 각별했다.대한해협을 넘어온 이들은 한국팀이 경기할 때마다 ‘화해와 감동’의 응원전을 펼쳤다.오사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권동품(52)씨는 “이번 월드컵이 두 나라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데 좋은 약이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도움’으로 16강에 진출한 미국은 연일 신문 머리기사 1면과 상보를 통해 ‘한국의 기적’,‘현대축구의 신데렐라’라며 한국팀의 신화를 빠뜨리지 않고 전했다.미국 현지동포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전 교민이 한마음이 돼 내년 ‘미주이민 100주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들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5년째 살고 있는 김수경(33·여·회사원)씨는 “대통령 아들의 비리사건 등 우울한 소식이 많아 교민 모임도 뜸했는데 이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 축하인사를 나눈다.”고 좋아했다. ◇월드컵의 환호에 가린 그늘= 월드컵의 열기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아픈 모습 또한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난 5월 시작된 노동계의 임·단협 총파업은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나홀로 투쟁’의 양상을 띠게 됐다.미군캠프기지의 고압선에 감전돼 두 다리와 팔을 잃은 전동록씨가 세상을 등졌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월드컵에 묻혀 있었다.수많은노점상과 철거민들은 ‘국제적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속과 철거를 당하며 힘겨운 생존권 투쟁을 벌였다.지난달 13일에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꽃다운 소녀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월드컵의 뒤안길에 묻혀 있는 소외계층의 아픔을 우리 국민 모두가 보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상지대 교양학부 정대화(43) 교수는 “월드컵은 변화의 구심점이 없는 우리사회에 커다란 기둥으로 작용했다.”면서 “국민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모여 이뤄진 ‘연대’의 기운을 소외된 이웃에게도 나눠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혜영 이영표기자 koohy@ ■쏟아진 월드컵 유머·유행어 월드컵 기간에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만큼이나 각종 유행어와 유머도 많이 쏟아졌다. PC통신의 축구동호회에서 붉은악마가 탄생했듯 네티즌들은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축구를 주제로 많은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다.스타 선수와 각종 사건·사고,극적 반전이 만발했던 월드컵은 항상 ‘재미’를 추구하는 네티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주제였다. ◇히딩크=희동구(?)/ 네티즌은 히딩크 감독의 귀화를 위해 상암 희씨의 시조로 희동구(喜東丘)란 한국 이름을 붙인 모의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한국팀이 승승장구하자 히딩크의 얼굴 사진을 확대 복사한 대형 주민등록증이 응원단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히딩크 감독 귀화운동’과 ‘이적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인 네티즌들은 히딩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은 갖가지 이야기를 퍼뜨렸다.‘전능하사 세계를 하나되게 하신 축구신과 그 외아들 거스 히딩크 감독님을 내가 믿사오니…킥 오프’라는 ‘히딩크 주기도문’이 등장했다.‘송종국(國) 설기현(縣)에 살며 김남일을 한다….’로 시작되는 ‘히딩크 설화’까지 나왔다. 히딩크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긴 명언을 묶은 ‘히딩크 어록’을 응용한 ‘히딩크식 수능대처법’도 등장했다.길거리 응원만 열심히 다닌 수험생이 “모의고사 성적이 이게 뭐냐?”고 닦달하는 부모님께 “모든 것은 11월에 맞춰져 있습니다.그때까지는 과정일 뿐입니다.11월이 되면 전국을 깜짝 놀라게 하겠습니다.”라고 대꾸한다는 것이다. 축구 열기 때문에 ‘월드컵 세대’로 불리는 현재 고교생들이 ‘단군이래 최저학력’을 기록하리라는 우려에는 “현재 200점,하루에 1점씩 올린다면 130일 후에는 330점이 될 것입니다.”라고 답한다는 유머도 나왔다.“골드컵을 원한다면 골드컵에 맞춰주고,월드컵을 원한다면 월드컵에 맞춰주겠다.”란 히딩크의 말을 응용해 “모의고사를 원한다면 모의고사에 맞춰주고,수능을 원한다면 수능에 맞춰주겠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꽃미남 열풍/ 잉글랜드의 베컴,한국의 안정환 등 축구실력뿐 아니라 외모까지 뛰어난 선수들은 ‘꽃미남’으로 불리며 여성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두 선수가 각각 ‘인디언 머리’,‘아줌마 파마’라는 독특한 머리 모양을 선보이자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유행으로 퍼지기도 했다. 네티즌에게 가장 인기높은 국가대표 선수는 기죽지 않는 거친 수비로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은 김남일 선수.일부 네티즌들은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했던 김 선수의 이력과 외국 선수들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는 일화를 엮은 ‘김남일 어록’을 만들어 그의 인기를 확대 재생산했다. 김남일의 팬들은 월드컵 주제가 ‘발로 차’를 개사(改詞)한 ‘걷어 차’를 김 선수의 주제가로 선사했다. ‘압박축구’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일로 부각되면서 한국 영화 ‘해적,디스코왕 되다’의 제목과 포스터를 패러디한 ‘한국,압박왕되다’라는 합성사진도 단연 인기를 끌었다. 각국 선수 이름이나 팀의 별명을 이용한 말장난도 많았다. 네티즌들은 팔꿈치를 이용한 교묘한 반칙으로 ‘아주리 군단’이 아닌 ‘아주 까리 군단’으로 불린 이탈리아가 한국에 패한 뒤 ‘(집으로)아주 가 버리게’ 됐다고 비꼬았다. 윤창수기자 geo@
  • [월드컵 뷰] ‘월드컵 세대’의 등장

    마침내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다.세대라는 말의 원래 의미 그대로 ‘공통경험에 근거해 공통의식을 갖춘 사람들의 무리’말이다.이 세대를 ‘월드컵 세대’라고 부르자는 데 아마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세대가 명멸했다.하지만 그것들 모두는 이윤에만 관심이 있는 상업주의가 만들어 낸 이름만의 세대였을 뿐이다.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뒷받침할 만큼 우리 사회가 변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한데 엮어줄 공통의 경험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새세대는 지금껏 출현을 미뤄왔다고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세대의 주축을 이룰 젊은이들은 때로는 ‘신세대’로,때로는 ‘I세대’나 ‘N세대’로 불리며 장사꾼들의 요구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우리 사회를 풍미한 온갖 유행의 열풍은 공통 경험을 갈망했던 이 젊은이들의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표출된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내 그들이 스스로 공통 경험의 장을 일구어냈다.전국의 거리를 온통 붉은 물결로 뒤덮은 거리응원이 바로 그 장이다.하나되어 외치는 ‘대∼한민국’의 함성 속에서 젊은이들은 그들이 과연 무엇을 공유하는지를 서로 확인하며 동질성을 함께 형성해 가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함께 박수치고 부둥켜안으면서 그들은 서로가 같은 세대임을 몸으로 느껴가는 것이다. 그러면 이 새로운 세대가 갖는 특징은 무엇일까? 나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등장을 첫 손에 꼽고 싶다.엄청난 규모의 집단을 앞에 두고 개인의 등장을 얘기한다는 점이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집단은 집단의 압력에 굴복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유행에 휩쓸리는 무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면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개인들의 모임이다. 여성이나 남성이라는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나이에 구애받지 않으며 마음껏 소리 지르고 격정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모습,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형형색색의 문양으로 몸을 꾸미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오랜 집단의 압력에서 아직 충분히 해방되지 못한 그들의 태도에는 다소의 머뭇거림이 엿보이기도 한다.질서를 유지하려고 과도하게 조심한다거나,축제 뒤 현장에서 휴지를 줍는 모습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과거의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행위는 분명 바람직한 행위이지만 자기를 표현하기에 앞서 먼저 사회적 비난에 신경 쓰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게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금 우리는 ‘자발적인 개인’들이 함께 모였을 때 얼마나 큰 힘이 발휘될 수 있는지를 실감하고 있다.이 힘을 통제할 자신이 없던 과거 체제는 안전한 장소에서 감시와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위로부터의 행사를 꾸려 밑으로부터의 요구를 무마해 보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이 ‘자발적인 개인들’이 두려움없이 결집된 힘을 표출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의 개방성이 증진된 것이다.이 힘이 다시 모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고,그 속에서 또 한번의 큰 기쁨을 누리게끔 해주는 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정준영 동덕여대 교수
  • [담론 2002월드컵] (2)무너진 금기·성역의 틀

    ***붉은응원 물결 ‘레드 터부' 옛말 월드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역’과 ‘금기’가 무너지고 있다.400여만명의 함성으로 가득찬 전국 곳곳의 ‘축구 해방구’에는 온통 붉은 물결이 넘쳐나고 있고엄숙의 상징이던 태극기는 응원도구가 됐다.순수 혈통주의를 중시하는 한민족이 벽안의 외국인 감독을 귀화시키자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자발적 참여’로 뭉쳐진 대중의 힘은 단단한 벽속에 갇혀 있던 터부를 밝은 세상으로 끌어내고 있다. ◇붉은 악마에 무너진 레드 콤플렉스= ‘Be the Reds’.붉은 색은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금기’의 색깔로 통했다.그러나 붉은악마의 등장으로 붉은 색에 대한 관념은 완전히 바뀌었다.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일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은 ‘빨갱이가 돼라.’는 구호를 서슴없이 외치고 있다.냉전 시대와 군사독재 시대를 지배하던 ‘레드 콤플렉스’는 이제 점차 사라지고 있다.사람들은 거리마다 넘쳐나는 붉은물결을 보며 붉은 색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을 떨쳐냈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최원기 박사는 “붉은 색은더 이상 ‘공산당’이나 레드 콤플렉스와 연결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색깔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붉은 악마가 몰고 온 현상에 대한 과대 평가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단지 축구에 대한 열정을 조직적이고 자발적으로 표현했을 뿐이지 사회의식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붉은 악마가 추구하는 ‘비정치·비사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붉은악마가 붉은 색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상당히 기여했지만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이데올로기가 사라졌다고 볼 수는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사회적인 의미에서 레드 콤플렉스가 조금씩 극복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6·13지방선거에 진보정당이 정치적 터전을 잡았고 정치권에서도 색깔론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성은 스포츠의 마이너리티가 아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크게 부각된 것 중의하나가 여성들의 참여다. 그동안 그라운드 밖의 객체로 머물러 있던 여성들은 한국팀의 선전이 이어지는 동안 거리로 쏟아져 나와 광장을 점령했다.붉은악마 회원 11만명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는다.‘코리아팀 파이팅’ 응원단 2300여명 가운데 40%가 여성이다.여성들은 한국대표팀 8강 신화에 일조하면서 더 이상 스포츠의 ‘마이너리티’가 아님을 선언했다. 동덕여대 정준영(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축구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고있다.”면서 “억압된 구조를 뚫는 분출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여성들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으며 다만 제한된 영역에서 넓은 광장으로 나온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한신대 김종엽(사회학과)교수는 “농구장이나 콘서트에서도 환호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유독 축구장에서의 모습만 색다르게 본다는 것은 스포츠와 여성은맞지 않는다는 또 다른 남성 우월주의의 산물”이라고 했다. ◇‘무너진 엄숙' 태극기의 반란= 장롱 속에 파묻어 놓았다가 국경일에나 내걸었던태극기가경기장과 거리를 뒤덮고 있다.심지어 우리 응원단의 몸을 치장하거나 가리는 데도 쓰이는 응원도구 1호다.태극기를 이용한 치마와 티셔츠,스카프까지 등장했다.한 국기관련 단체 관계자는 “양말로만 쓰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극기는 이제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느껴지는 엄숙하고 신성한 존재가 아니다.태극기의 ‘엄숙’과 ‘권위’는 ‘친근’과 ‘사랑’으로 변화했다.길거리에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태극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동체’로 결속된다. 상지대 홍성태(사회학과)교수는 “예전에는 국기가 국가에 복종을 강요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시민들의 애정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국기에서 존엄성을 찾는다는 것은 파시즘적인 구태의연한 사고라는 것을 태극기의 물결이 보여주고있다.”고 설명했다. ◇히딩크를 명예시민으로= 한국대표팀의 감독 거스 히딩크는 한국인의 ‘영웅’이요 ‘은인’이 됐다.국민들은 히딩크를 한국인으로 만들어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한다.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귀화시키자거나 명예국적을 주자는 다소 황당한 주장은 그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을 대변한다. 히딩크 감독의 귀화 논의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던 ‘민족주의적 순혈성’과 외국인에 대한 ‘배타주의’를 무너뜨렸다. 그의 서구적 합리성과 직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우리 사회가 관료주의와 권위주의,기업 경영의 잘못된 틀까지 깨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씨는 “히딩크 감독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는 민족이라는 배타적인 틀을 넘어 우리 시민을 세계 시민으로 한 단계 성숙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제3세계 국민들과 조선족 동포들에게 가해지는 귀화 관련 법률의 편협한 배타성도 월드컵을 계기로 극복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제 진정한 축제는 시작됐다= 사회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축제문화’를 정립하는 것은 월드컵 이후 정부와 국민들의 몫이다. 우리는 모두 구경꾼이 아닌 축제 속의 주인공이다.월드컵이 누구나 한마음이 되는 잔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축제 같은 축제'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앞으로 온 국민이 동참하는 새로운 축제의 날을 정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림대 한준(사회학과)교수는 월드컵 응원에 대해 “관제의 ‘억눌림’에 대한 저항으로 표출된 ‘집단 움직임’”이라면서 “모든 금기나 터부,이익과 손해를 뛰어넘어 공동체 의식과 해방감,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축제 문화로 승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혜영 이영표 유영규기자 koohy@
  • 월드컵/경기장 공사 이명호씨 ‘8강 감회’

    “제 손때와 땀이 묻은 상암 경기장에서 한국팀의 4강전을 꼭 보고 싶습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 이명호(李明鎬·40·경기 안산시 와동)씨는 19일 오전 서둘러 집을 나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전날 밤늦도록 TV 앞에서 동료들과 한국팀을 응원하느라 피곤한 몸이었지만,남다른 감회가 밀려 왔다. 한국팀이 이번 주말 스페인팀을 이기면 오는 25일 손길이 배어 있는 서울 상암동월드컵 주경기장에서 ‘꿈의 4강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목수 경력 14년째인 이씨는 지난 99년 6월부터 6개월 남짓 12명의 동료들과 함께 주경기장 건설현장에서 굵은 땀을 쏟았다.경기장 구조물의 지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각종 토목공사가 주된 임무였다. “1000평짜리 집도 지어보고 인천공항 건설에도 참여했지만 상암동 주경기장만큼 사연이 많은 곳도 없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꼬박 12시간 동안 숨 돌릴 새 없이 망치질과 톱질을 하고 나면 온몸이 땀 범벅이 됐다.하루 일과를 마친 뒤 현장의 임시숙소였던 컨테이너 박스에서 동료들끼리 소주 한 잔으로 피로를 달래면서도 역사적인 월드컵의 숨은 일꾼이 된다는 생각에 뭉클함도 느꼈다.톱밥 묻은 작업복에 검게 그을린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지곤 했다. 그러나 가슴 벅찬 감동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씨는 일당으로 생활하는 ‘하루살이 인생’이지만 ‘혹시나’ 하며 개막식이나 주요 경기의 ‘초청장’을 기다렸다고 털어놨다.적어도 공사에 참여했던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막걸리 잔치라도 벌일 수 있길 기대했다고 한다. 당시 주경기장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한 사람이 지난 4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도 어렵게 꺼냈다.서울시가 ‘환경 월드컵’이라는 명분으로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의 공사를 중단시키면서 일용직 노동자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라며 이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이곳에서 한국팀의 4강전이 열리면 아내와 두 자녀의 손을 잡고 경기장옆 대형 전광판에서 신명나는 응원을 벌이겠습니다.” 동갑인 아내 박용숙(朴龍淑)씨와 아들 정준(14·중학 1년)·딸 정민(10·초등 3년)이도 ‘남편과 아빠의 땀과 눈물이 서린 경기장’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이씨는 “월드컵 잔치가 소외된 이웃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월드컵 뷰] 축구협회에 박수를

    한국팀의 선전이 거듭되자 요즘 곳곳에서 ‘히딩크 배우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학연·지연 등 연줄을 모두 배제한 공정한 선수선발이라든지,남이야 뭐라고 하든 원래의 계획을 밀고 나가는 뚝심 등이 흔히 지적되는 요소들이다.어딘가에서는 선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밑바탕에 두고 있는 히딩크의 감성을 배우자는 얘기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히딩크에 앞서 먼저 우리 축구협회에 박수를 보내 주자.어쨌든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칭찬해 주자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다.축구협회야말로 진정으로 박수를 받을 자격을 갖추고 있다.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감독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여 마침내 한국축구를 세계 16강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지고 보면 히딩크 감독은 한 사람의 피고용인에 지나지 않는다.‘오대영’이라는 비아냥 섞인 별명과 함께 그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생각해 보라.당장의 성과에만 집착해 그때 그를 해고해 버렸다면 지금의 히딩크도,월드컵 16강의 위업도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히딩크의 뚝심에 앞서칭찬해 주어야 할 것은 그를 고용한 축구협회의 뚝심이어야 할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얘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지금 내가 히딩크에 대한 비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말이다.사실 과정에 대한 점검은 바람직하며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더구나 우리가 많은 돈을 들여가며 히딩크감독에게 한국축구를 맡겼다면 그의 장담과 관계없이 중간 과정을 점검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는 점검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서도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평가전 결과에 호들갑 떨며 히딩크 감독의 훈련방법은 물론 사생활에까지 시비를 건 언론이 첫손에 꼽힐 것이다.정확한 정보 없이 이에 부화뇌동한 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과정이야 어떻든 그 시점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린 것은 축구협회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축구협회의 전문적인 판단이 옳은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교훈은 전문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무자격자들의 판단을 세심하게 걸러낼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그것이 뒷받침됨으로써 히딩크 감독도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연봉제를 비롯하여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시스템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이런 추세에 맞춰 앞으로 외국인 전문가의 채용도 점점 늘어날 것이며 그럴수록 적절한 능력검증 시스템이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서 결과적으로 16강 진출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능한 많은 인재들이 당장의 평가전 성적 때문에 계속 퇴출당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정준영/ 동덕여대 교수
  • [월드컵 뷰] 월드컵 女風

    여자 대학에 근무하고 있으니 월드컵 기간을 차분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폴란드전이 열리면서 금방 오산이었음이 드러났다. 수강생들 중 3분의1이 넘는 학생들이 거리 응원에 참여했고,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의 대화에서도 축구 얘기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미국전 응원을 할 수 있도록 휴강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폴란드전 관람을 위해 이틀 동안 수업에 빠졌다는 여대생의 인터뷰가 TV뉴스에 등장하더니 급기야는 TV 시청률에서도 여성 시청자의 비율이 더 높았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여성들은 스포츠에 무관심하다는 지금까지의 일반적 인식이 사실은 편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축구를 비롯하여 중요한 현대 스포츠가 생겨났던 19세기 중반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 정점에 달한 시기이기도 했다. 운동은 여성에게 해롭다거나 운동을 하면 여성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이비 의학이론이 과학의 이름으로 버젓이 행세했는가 하면,코르셋과 같은 불편한 의복들이 여성 신체를 학대했다. 여성의 수동성을 강요하는 온갖 이데올로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스포츠는 대부분 남성의 것이며 남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올림픽 운동을 선도했던 쿠베르탱 남작조차 이런 일반적 분위기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었다.그는 격렬한 운동이 여성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일 뿐 아니라 음란한 것이라고까지 보았다. 1896년의 1회 올림픽에 여성의 참여가 봉쇄당했으며, 1900년 올림픽에서도 여성 종목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라는 육상에 여성 종목이 도입된 것도 1928년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후 여성의 스포츠 진출은 점진적이면서도 강력하게 진행되었다. 마라톤에 참여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한편 오랫동안 남성 스포츠로 여겨지던 권투와 럭비,축구 등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수도 증가했다.지난 1999년 미국에서 열린 제 2회 여자 월드컵 대회는 축구 불모지인 미국을 열광시켜 여성 프로축구 리그의 출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우리 체육사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한 발 앞서 세계정상 수준에 다가가곤 한 전례가 있으나 일부 엘리트 체육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여성의 스포츠 참여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그런데 근자에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지금 우리 축구의 선전에 열광하는 여성 세대는 1990년대 우리 농구의 붐을 주도했던 ‘오빠부대’의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열기를 잘 승화시켜 지나친 다이어트로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여성들 대신 스포츠 활동을 통해 강인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키워 나가는 적극적인 여성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준영/ 동덕여대 교수
  • 정보문화의날 공로자 포상

    제15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이 정보통신부 주최로 1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1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기념식에는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와 양승택(梁承澤) 정통부장관을 비롯한 정보통신 관련인사 3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총리는 치사에서 “정부는 ‘e코리아 비전 2006계획’에 따라 2006년까지 국가정보화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어 “국민들이 정보화의 기본적인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올 상반기에 1000만명의 정보화 교육을 차질없이 매듭짓고 하반기부터 실생활에서 활용가능한 2단계 정보화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가정보화 촉진에 기여한 공로자에 대한 포상과 함께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정보문화상 수상자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송관호(宋官浩·50) 한국인터넷 정보센터 원장이 동탑산업훈장,김규수(金圭洙·59) 포스코경영연구소 e비즈니스 센터장과 이상훈(李尙勳·47) KT연구개발본부장이 산업포장을 각각 받았다. ●대통령 표창= 이재규(51·한국과학기술원 교수),육군교육사령부(사령관육군중장류해근),신광우(45·한국정보문화센터 정보격차해소사업단 단장),정상조(43·서울대 교수),송명원(42·한국전산원 국가정보화센터 부장) ●국무총리 표창= 이문호(57·전북대 교수),이재일(39·한국정보보호진흥원 평가인증사업단 팀장),정준현(44·선문대 교수),한세억(40·탐라대 교수),성환일(45·정보통신부 공무원),이건(44·LG전자 부장),이낙연(60·현대정보기술 상무) 강충식기자 chungsik@
  • [월드컵 뷰] 축구는 단지 축구가 아니다

    축구는 축구다.그러나 때로 축구는 축구 이상의 무엇이 되기도 한다. 스포츠는 흔히 사회갈등의 상징적 표현으로 얘기된다.먼저 스포츠는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 ‘우리 편’을 만들어 준다.고교야구의 팬들처럼 원래 연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 편이 될 때도 있지만,‘붉은 악마’처럼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 엮이기도 한다. 같은 팀을 함께 성원하는 동안 이들은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하며 그 속에서 정신적인 위안을 얻는다.나아가 스포츠는 지역이나 학교,계층,국가 간의 다양한 라이벌 의식을 표출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한·일전이 갖는 비장함은 양국의 지난 역사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사이에 벌어진 축구전쟁에서처럼 때로 스포츠가 기존의 갈등을 악화시킨 사례도 있지만,대부분의 경우 스포츠는 갈등을 평화적으로 표출하고 건설적으로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 경기에서 승리한 측은 엄청난 자긍심을 느끼며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은 더욱 강화된다.1998년의월드컵 우승이 프랑스의 자신감을 고양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도 스포츠의 이런 기능 때문이다.일견 쓸모없어 보이는 스포츠에 우리가 그토록 집착하는 데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는 어떻게 이런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을까.스포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19세기 중엽 현대 스포츠가 태동할 때 그 기반이 된 사상중 하나는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 개념이었다.이 개념에 따르자면 스포츠는 강인한 육체를 기르고 불굴의 정신을 함양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그 결과 스포츠는 외국과의 경쟁에서 조국에 승리를 안겨 줄 인재를 길러 내는 데 공헌한다.‘워털루 전투의 승리는 이튼의 운동장에서 마련됐다.’는 웰링턴의 유명한 언급이 이런 정신을 대변하고 있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을 기른 영국의 엘리트들은 19세기 식민지 개척과정에서 주역이 될 수 있었다. 또 식민지 경영과정에서 이들의 우월한 스포츠 능력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기도한다.순수한 스포츠의 상징인 올림픽조차 영국의 스포츠교육에 감명받아 프랑스 엘리트 자제들의 정신을 개혁하고자 했던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선도된 것이었다.이런 예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대 스포츠가 단순한 여가활동의 수단으로만 머무른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한때 우리 사회에서도 ‘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가 유행한 적이 있듯이 스포츠는 오랫동안 한 사회의 총체적인 잠재력을 보여 주는 바로미터로 인식됐다. 월드컵에서 우리 한국팀이 마침내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가 독립후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한 이래 스포츠 분야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벽을 넘어선 것이다.전반 한때 긴장감을 떨치지 못해 잠시 주춤거렸지만 곧 자신감을 회복해 경기장을 누빈 선수들의 힘찬 모습은,고난을 넘어 전진하는 우리 사회의 힘을 보여 주는 듯했다.내친 김에 16강 진출마저 성사시켜 뻗어가는 우리 민족의 기세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준영/ 동덕여대교수 사회학
  • [월드컵 뷰] 지는 프랑스, 뜨는 독일?

    지는 프랑스,뜨는 독일? 월드컵이 개막된 지 불과 이틀만에 두 축구 강호는 그 운명이 묘하게도 어긋나고 말았다.개막전 프랑스가 세네갈에 침몰하고,독일이 사우디아라비아를 8대0으로 대파하리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아무리 우승국의 개막전 징크스가 공포스럽다 해도,중원의 마술사 지단이 결장했다 해도,프랑스는 98년 월드컵 우승에,‘유로2000 대회’와,‘2001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를 연거푸 우승한 FIFA 랭킹 1위,축구 대삼관의 나라 아닌가.프랑스 국민에게 치욕적인 패배는 비극적 몰락의 징조라기보다는 차라리 식민지 지배의 역사적 사죄에 값하는 ‘액땜’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전통의 강호 독일은 개막 전까지 우승후보 대열에 논의조차 되지 않았지만,지난 토요일에 명가 재건을 위한 부활의 신호탄을 화려하게 쏘아 올렸다.‘유로2000’조별 예선에서 충격적인 포르투갈전 3대0 완패,월드컵 예선에서 잉글랜드전 5대1 대패로 전차군단 독일은 과거의 명예를 뒤로 하고 축구 강호의 일선에서 물러나는 듯했다.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오른 독일은 아시아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1986년 이후 최다 골 차이로 대승을 거두었다. 앞으로 예선 경기가 더 남아 있지만,예상컨대 프랑스의 고전과 독일의 부활은 계속될 전망이다.프랑스와 독일의 엇갈린 명암은 바로 세대교체에서 비롯된다.프랑스는 98년 우승 멤버를 주축으로 4년 동안 막강 전력을 유지했지만,수비라인과 미드필더진의 노쇠화로 과거의 활화산 같던 에너지가 부족해 보인다.반면 독일은 3∼4년 동안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감행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겪은 끝에 지금에야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현대축구는 미드필더 싸움이다.아쉽게도 프랑스 미드필더는 너무 노쇠한 반면,독일의 미드필더는 힘이 넘친다.프랑스의 바르테즈,조르카예프,뒤가리,드사이,리자라쥐,비에라가 운동의 정점에서 내려오는 선수들이라면,독일의 발라크,클로제,슈나이더,치게,노이빌레는 정점으로 올라가는 선수들이다. 6월4일 폴란드 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선수단이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바로 ‘세대교체’의 바람이다.한때 주변에서는 젊은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실험을 우려한 적이 있지만,지금은 모두 기우가 되었다.지난 스코틀랜드·잉글랜드·프랑스 전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젊은 피의 신선한 수혈 때문이다. 물론 노련한 선수들의 노루목 구실도 필요하다.그러나 중요한 건 경기장에 ‘쎈’바람을 일으킬 젊은 ‘기(氣)’다.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는 “나쁘지만,새로운 것으로 하라.”는 말을 했다.지는 프랑스와 뜨는 독일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이 명언을 되씹어 보았으면 한다. 이동연/ 문화평론가 ***알림 2002 한·일 월드컵대회에 대해 경기적인 요소를 포함하여 문화적,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할 칼럼 ‘월드컵 뷰’를 신설합니다.필자로는 ▲이동연(문화평론가)▲정준영(동덕여대교수·스포츠사회학)▲오봉옥(시인)씨 등 3명이 선정돼 각각 주 1회씩 집필하게 됩니다.
  • 국립현대미술관 새달 5일부터 ‘바벨2002’전

    국립현대미술관이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의 그라운드열기를 미술관으로 고스란히 옮겨다 놓는다.다음달 5일부터 8월4일까지 이 미술관 제1,7전시실과 중앙홀에서 열리는 ‘바벨 2002’전. 이 전시는 월드컵의 기본 이념을 예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는 자리로,1년6개월간 준비기간을 거쳐 32개국에서 51명의 120여작품을 모아 선보인다.폴란드,포르투갈,터키,슬로베니아,세네갈 등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제3세계의 미술작품을 만나는 기회로 특히 기대를 모은다. 바벨은 대홍수로부터 살아남은 노아의 후손들이 바빌론지역에 세웠다는 거대한 탑.신에게 닿고자 했던 인간에 대한 오만을 상징한다.이때 신은 인간을 벌해 다양한 인종과 언어·민족이 생겨났다는 성서적 해석이 있다. 전시는 하부 주제로 ‘인종-얼굴’과 ‘언어-대화’로 나뉜다.척 클로스,제이슨 부룩스,정원철 등 타인의 얼굴을극사실적으로 꼼꼼히 재현한 얼굴로부터,얀 페이밍,마를렌 뒤마,브라이언 맥과이어 등의 드로잉을 통한 정서적인 교감을 전제한 작품,나라 요시토모,줄리언오피,오를랑 등만화적으로 처리된 얼굴들이 나온다.토마스 루프,마르코스 로페스 등 사진작업과 귈쉰 구스타파 등의 설치 비디오작업도 이색적이다. 정준모 학예연구실장은 “축구를 통해 세계인이 하나가되는 월드컵의 기본이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다는 취지로 마련한 기획”이라며 “인류 분열과 투쟁의 역사를 예술의 다양성을 통해 극복해보자.”는 의도를 담았다고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입장료 2000원.(02)2188-6018. 문소영기자
  • 영화 단신/ 유동근 ‘가문의 영광’ 캐스팅 등

    ● KBS 2TV ‘명성황후’에 출연중인 탤런트 유동근이 영화‘가문의 영광’(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됐다.‘가문의 영광’은 학력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준재벌 쓰리제이(3J)가(家) 세형제가 여동생을 엘리트 집안 아들과 결혼시키려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유동근은 잔인하지만 코믹한 성격의 장손 인태역으로 연기변신에 도전한다.‘두사부일체’의 정준호가 명문대 출신 벤처기업 CEO로,‘재밌는영화’의 김정은이 쓰리제이가의 금지옥엽 외동딸 진경으로 나와 커플을 이룬다.8월 개봉 예정으로,‘현상수배’의 정흥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영화 ‘후아유’가 한일 월드컵 기간에 한국을 방문할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일어·중국어 자막을 삽입한 영화를31일부터 서울 주요 극장에서 상영한다.24일 개봉할 이나영·조승우 주연의 ‘후아유’(감독 최호)는 네트워크 세대 젊은이들의 정체성과 사랑을 그린 청춘 멜로물.
  • ‘월드컵과 한국사회’심포지엄/ “월드컵은 보편적 세계주의 창출”

    ‘보편적 세계주의로의 전환’‘다양성과 상대성 체험’‘탈 근대적 신 유목사회의 시간으로 이동’….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월드컵과 한국사회의 재도약’을 주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논의된 키워드들이다.일견 월드컵의 스포츠외적 의미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이날 키워드를 풀어나가는 다양한 논의는 이러한 우려를 대체로 불식시켰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 최장집)가 주최한 이 심포지엄엔 28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발표·토론에 나섰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월드컵을 ‘보편적 세계주의로 전환하는 계기’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최 교수는 오늘날의 세계를 시장 효율성만이 존재하는 신자유주의주도의 세계화 시대로 규정하고,이를 국가간 상호 공존과 균등 발전을 위한 보편적 세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여기서 월드컵은 보편적 세계주의가 주도하는 세계화를 꿈꾸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월드컵은 문화적 다양성이 갖는 역동성과 에너지,열정과 집단적 카타르시스의 분출을 가능케 함으로써 현실 정치가 실현하지 못하는 세계적 보편주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오 계명대 교수는 ‘한국사회는 월드컵을 통해 한국·미국·일본·서구로 한정된 시각을 벗어나 세계의 다양함과상대성을 체험할 기회,즉 제1세계 일변도가 아닌 세계와의만남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시민적 관심과 참여 속에서 치르는 월드컵은 시민사회의활성화를 촉진하고,이는 다시 정치적 패배주의와 수구적 복고주의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있다고 주장했다. 월드컵이 ‘신 유목적 민주주의’란 개방적 정치질서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한국 정치를 연고와 폐쇄적 네트워크를 뿌리로 한 농경시대형‘정착정치’라고 규정하고,지금의 정치 패러다임을 경량화·유연화·개방화·포용화하려면 ‘신유목사회’로 전환이필요하다고 역설했다.여기서 월드컵은 ‘한국 정치의 시간’이 전근대적 농경사회에서 탈근대적 신유목사회로 이동하고있음을 알려주는 구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이 민주화운동을 통해 폐쇄형 사회를 개방형 사회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면,월드컵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지금은 우리가 세계 시민공동체라는 세계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월드컵을 경제적 담론보다는 문화적 담론으로 접근함으로써 타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성 전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원은 한국은 지금 마케팅이나 생활문화 ‘단속’으로 월드컵을 치르려고 한다며 이러한 방식으로는 진정한 축제로서의 월드컵을 치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축구는 자유·평등·박애정신의 실현이자 생활신조로서 ‘사는 기쁨’(Joie de Vivre)인 축제”라며 “우리도 기초질서를 지키자는 각종 표어나 내걸 것이아니라 일정한 심사를 거쳐 경기장 주변에서 포장마차,역술인,사물놀이패 등 한국 특유의 놀이문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 제1부 (5)공익제보로 환경을 지키자

    21세기 인류의 중요한 화두중 하나는 생명과의 공존,즉환경 문제다.환경과 ‘공익 제보’(내부고발)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환경 문제는 국민 개개인 모두 가해자이자피해자이며 또한 공익 제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어떤 분야보다 우리 삶에 가깝게 밀착돼 있다.또한 핵 문제,댐 건설 문제 등은 잘못 추진될 경우 되돌리기가 어렵고,경제적·환경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낳기 때문에 공익제보가 더욱 절실하다. 환경 분야 공익제보에는 그동안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자신의 양심을 지켜왔던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을 던져 환경을 지켰던 사람들=지난 98년 방위산업체인 H기업 환경안전팀에서 근무하던 정준희(38)씨는 회사가 폐수를 불법으로 방류해온데 대해 갈등을 겪어오다 이를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그는 유서에“관행화된 불법 환경 관리 내용을 허위로 보고하는 등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회사에 해가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 환경·안전의 밑바탕이 깡그리 무너지는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고 썼다. 원자력발전소 감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한 연구원은 핵발전소의 임의 설계변경인 이른바 ‘도둑 용접’을발견하고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그러나 그는 정신병자로 몰려 온갖 불이익을 받았을 뿐 문제의 시설물은 개선되지 않았다.원자력발전소의 임의 설계변경은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중차대한문제였음에도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환경공익제보는 사회 발전의 동력=지난 2000년 6월 녹색연합은 “주한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몰래 방류했음이 주한미군 군무원의 내부고발에 의해 밝혀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당시 전국민적 반미감정을 들끓게 한 ‘테러에 가까운 행위’에 대한 공익제보로 주범 맥펄랜드가붙잡혔다.하지만 그를 법정에 세우지도 못했고 주한미군측으로부터 재발방지 약속도 받아내지 못했다. ▲시민단체의 활동=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의 환경단체들은 오·폐수 무단 방류 등 우리 주변의 환경을 파괴하는 각종 행위에 관한 내부고발을 받고 있다.주민들이 환경피해 신고 및 문의를 하면 현장을방문해 실태조사를 한다.녹색연합의 경우 환경소송센터를 두고 상담 및 소송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환경공익제보 포상제도 강화해야=현재 정부는 환경오염신고에 대한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포상금액이 2만∼100만원 정도로 적어 주민의 참여도가 낮다.공중전화카드,재생비누 등을 주기도 한다.이에 대해 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 정책실장은 “벌과금 등이 부과되었을 경우 이 금액의 일정부문을 포상하는 ‘시민고발포상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폐수의 무단 방류,폐기물의 불법 투기,매연 및 대기오염물질의 과다 배출,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불이행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환경파괴 행위가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우리 모두가 적극적인 내부고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환경파괴를 방조하는 결과가 된다.환경운동연합 명호(明湖) 부장은 “환경파괴 행위에 관한 정보는 해당 기관들이 철저하게 대외비로 관리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알아내기 어렵다.”면서 “용기있고 양심적인 내부고발만이 온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發電노조 “파업지속”… 복귀거부

    발전노조는 오는 25일까지 직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미복귀자 전원을 해임하겠다는 정부와 회사의 명령을 거부하고파업을 지속하라는 지침을 노조원들에게 전달했다고 21일밝혔다. 이에 따라 무더기 해고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동발전은 이날 삼천포화력 3호기의 터빈 유압장치에서 고장이 발생해 22일 오전 1시부터 가동을 중단한다고밝혔다. 남동발전은 “3호기는 시설용량이 56만㎾이며 유연탄을연료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8시간 가량의 정비를 거쳐 22일 오전 9시부터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법 민사53단독 정준영 판사는 5개 발전회사가“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채권을 보전해달라.”며 발전노조조합원 4917명을 상대로 낸 149억원의 임금채권 가압류 신청을 기각했다.그러나 노조간부 116명을 상대로 낸 12억4000만원의 가압류 신청은 받아들여,이들은 본안소송확정때까지 봉급의 절반이 가압류된다. 전광삼 이동미기자 hisam@
  • 사회과학 이론의 기본개념

    [‘자유’외 4권 ‘비투비21’시리즈-이후 펴냄]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일부 인문 교양서적들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정통 사회과학서적 출판의 침체는 변화 기미가 없다. 도서출판 이후의 ‘비투비21’시리즈는 오랜만에 나온 사회과학 관련 기획물이란 점에서 반갑다.‘비투비’란‘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란 뜻.출판사측은 “이론의 기본 개념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의미있는 논쟁과 함께지식사회의 단절을 넘어서는 통합학문식 접근도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비판적 인문사회과학 부흥의 소망을 담아 이시리즈를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책들은 영국의 오픈유니버시티 출판부와 폴리티 출판사 등에서 나온 기본 개념 시리즈를 지식인과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양과 지식의 기본들을 선별했다.1차분으로 나온 5권은 ▲자유(지그문트 바우만 지음,문성원 옮김)▲이데올로기(데이비드 백렐런 지음,구승회 옮김) ▲혁명(피터 칼버트 지음,김동택 옮김)▲페미니즘(제인 프리드먼 지음,이박혜경 옮김) ▲파시즘(마크 네오클레우스 지음,정준영 옮김) 등이다.저자들은 저명한 석학과 신진학자들로 이뤄져 주제를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번역진도 해당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다. 권마다 말미에 ‘더 읽어볼 책’목록을 붙여 국내외에서 간행된 관련서적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유용하다.오는6월 2차분 ‘민주주의’‘자유주의’‘보수주의’‘민족주의’민중주의’ 등이 나오며 내년까지 총 50여종을 출간한다는 계획이다.각권 7500원. 신연숙기자
  • 신용카드사 광고 전략/ 미남모델 앞세워 젊은 감성에 호소

    신용카드사들이 모델료가 수억원대인 유명 남자 연예인들을 새 광고모델로 대거 기용,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지난해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린 LG카드 등 ‘빅6 카드사’들은 올해 광고 예산으로 2000억원 규모를 책정해 놓고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광고 물량에서 이동통신업계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27일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상장 등을 앞두고이미지 제고를 위해 새로운 모델을 기용해 광고물량을 쏟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첫 주자는 오는 4월 상장을 계획 중인 LG카드.‘겨울연가’로 뜬 배우 배용준을 모델로 쓴 방송광고를 이달초부터내보내고 있다.탤런트 이영애가 출연한 기존 광고도 병행하고 있다.LG카드는 그동안 여성 고객에게 너무 편중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CM송도 록커 윤도현을 써 ‘남성적 분위기’를 강화했다. 탤런트 고소영과 축구 국가대표팀 히딩크 감독을 모델로써온 삼성카드는 지난 11일부터 영화배우 정우성을 추가로 투입해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비공식적으로 10억원의 모델료가 지불된 것으로 알려진 히딩크 감독 출연 광고에 대해서는 축구팀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한다.때문에 최근 젊은층의동경 대상인 정우성을 투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M]카드 등 자동차카드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카드시장에 뛰어든 현대카드는 지난 1일부터 영화 ‘두사부일체’로 스타가 된 영화배우 정준호와 ‘반칙왕’ ‘소름’에 출연한 영화배우 장진영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연말부터 최고의 광고카피로 뜨고있는 탤런트 김정은의 ‘부자되세요! 꼭요.”로 주목받고 있는 비씨카드는향후 광고전략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 고민 중이다.비씨카드 관계자는 “주 카피가 ‘비씨로 사세요.’인데 ‘부자∼’가 뜨는 바람에 부담스럽다.”고 털어놓는다.1억원에 단발(6개월)로 계약을 맺은 이문세·장미희씨와의 계약기간이 끝나가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정재를 모델로 쓰던 외환카드는 탤런트 송윤아를추가로 기용했다.국민카드는 모델료 8억원의 거물 박찬호를 내세운 CF로 승부를 걸고 있다.그러나 광고가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여서 새로운 전략을 고려 중이다. 문소영기자
  • ‘예수의 마지막‘ 상영금지 기각 영화계 반응

    “성숙한 사회에 걸맞은 결정이다.”“우리 영화의 다양성 추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4일 법원에서 예수의 인간적 면모를 그린 ‘예수의 마지막 유혹’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자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영화 제작사인 코리아준 정준일 사장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그는 “등급심의기구인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영등위)가 정상적으로 통과시킨 것을 법정까지 끌고 간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되풀이된다면 영등위가 존재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지난 99년 영화 ‘노랑머리’에서 파격적인 섹스 묘사로등급보류 조치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유시네마의유희숙 대표는 “표현의 자유,창조성,허구성은 영화를 비롯한 모든 예술창작의 필수 요소”라며 “이번 결정은 영화의 표현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말했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이동연 사무처장은 “이번영화엔 감독의 비판적 철학이 담겨 있다.”며 “영화가꼭 역사적 사실과 부합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말했다.이 사무처장은 또 “이번 문제는 관객의 볼 권리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각결정은성숙한 사회에 걸맞는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특히 사회적 파장이 큰 종교 소재의 영화와관련,법원이 영화인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주목을끌고 있다.지난 98년 월드시네텍에서는 불교 성철스님을소재로 한 영화(감독 박철수)를 제작하려고 했으나 이를안 유가족 등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항의하는 통에 제작이 무산된 바 있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은 그리스의 니코스 카잔차키스원작소설을 1988년 미국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영화화한작품.파격적 상상력이 곳곳에 깔려 있다.이번 재판에 앞서 98년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로 첫 국내상영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는 보통사람으로,욕망에 집착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유대인 처형에 쓰이는 십자가를 로마인에게 바치기도한 예수는 로마에 대항해 혁명을 노리는 역인 유다가 겁쟁이라고비난하자 “솔직히 두렵다.”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몇몇 대목들에 촉각을 곧두세우지만 않는다면 고통과 두려움에 갈등하는 인간 예수의 내면을 들어다본 감독의 ‘용기’을 높이 살 만하다.영화는 예수의 참회로 결론이 나는데,십자가에 못박힐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수호천사가 악마였음을 깨닫고 예수는 인류구원을 위해 다시 십자가에 매달리는 것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
  • ‘두사부일체’ 14일 개봉

    신드롬을 낳고 있는 조폭영화가 또 한편 선보인다.오는 14일 개봉되는 윤제균 감독의 데뷔작 ‘두사부일체’(제작제니스엔터테인먼트)에 쏠리는 관심이 비상하다.조폭영화붐을 타고 또 흥행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지,같은 날 간판을 거는 세계적 화제작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위력을 얼마만큼 버텨낼지 등 이래저래 궁금증을 자아낸다. ‘두사부일체’(頭師父一體)는 ‘두목과 선생님과 아버지는 하나’란 뜻의 조어.조직폭력배의 두목을 엄청나게 ‘지위 격상’시킨 제목만으로도 코미디의 강도가 어렴풋하게 짐작될 것이다.물론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하나같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조폭이다. 이들이 보통때 나누는 대사는 이런 수준이다.“(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다음카페에 방 하나 만들어야겠어” “하지마.요즘 카페 돈 안된다 그랬잖아∼” 그 다음 장면은 한술 더 뜬다.“형님,다음카페가 뭔지 아세요?” “그거 우리 구역이냐?” 전과 5범인 조폭 두목 계두식(정준호)이 팔자에도 없는학교에 들어간다.“주먹세계도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조직 수뇌부의 강권에 못이겨 1년안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내야 하는 것.영화는 두식이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편입한 고등학교를 무대로 ‘웃기는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별난 캐릭터 자체가 코미디의 강도를높이는 건 최근의 다른 조폭영화들과 엇비슷하다. 두식의 곁을 그림자처럼 맴돌며 그를 돕는 ‘똘마니’는상두(정웅인)와 대가리(정운택).둘은 만났다 하면 옥신각신한다.그럴 수 밖에.상두는 ‘대학물 먹은 조폭’이라 사기치며 사사건건 점잔을 빼고 대가리는 말끝마다 상소리를 달고 다니는 다혈질이다. 배낭을 멘 교복차림에 막내동생같은 친구들에게 몰매를맞으면서도 조폭신분을 숨기느라 진땀빼는 정준호의 코미디 연기변신은 그 자체가 큰 재미를 준다.여기에 TV시트콤에서 코믹연기를 검증받은 정웅인과 ‘친구’에서 얼굴을알린 정운택이 가세한 ‘3박자 호흡’이 기대치 이상이다. 영화는 단순한 조폭물에 머물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많이쳤다.시나리오를 직접 쓴 감독도 “사립학교의 비리를 깊이있게 파고 싶었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영화속 학교이름은 재단비리로 얼룩진 서울 강남의 상문고를 패러디한 ‘상춘고’.학원 폭력,실추된 교권,사립학원 재단의 전횡 등을 두루 꼬집으려 했다. 하지만 감독의 기대처럼 “고급 코미디”가 되지는 못했다.지나치게 거친 욕설은 귀에 거슬리고 두식 일당과 학생들이 함께 재단비리에 맞서 육탄전을 벌이는 후반부에 난데없이 ‘스승의 은혜’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대목 등은 납득이 안될 만큼 촌스럽다. 얼마나 흥행할까? 예측불허다.흠집이 많았던 ‘달마야 놀자’도 전국관객 300만명을 가뿐히 넘긴 판이다. 황수정기자 sjh@
  • 현대미술 꿰뚫은 ‘9인의 눈’

    주목받는 현대작가 기획전이 잇따르고 있다. 하나는 지난 23일 호암갤러리에서 개막된 ‘Artspectrum2001’.내년 1월27일까지 열린다. 또 하나 기획전은 28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2001 한국미술의 눈’. 두 전시회는 국내외 미술 현장에서 괄목할만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으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펴보고 그미래를 가늠해보기 위해 각각 9인전으로 기획됐다. 또한 출품작가들이 30,40대의 비슷한 연령이고 장르도 설치,영상,사진,회화 등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전시기간도 대부분 겹친다.게다가 9명의 큐레이터가 각기한 명의 작가를 선정했다는 점도 같다.차이점이라면 삼성미술관이 자체 선정한 데 반해 성곡미술관은 외부의 평론가들에게 선정을 의뢰했다는 정도이다. △ ‘Artspectrum 2001’. 삼성미술관이 올해부터 격년제로 여는 기획전으로 현대미술의 복잡,다양한 양상들을 이 미술관 큐레이터들의 프리즘을 통해 살펴보려는 것이다.특정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작가 개개인의 특징을 부각시키고자 했다.출품작가는 홍수자·오인환ㆍ김범ㆍ김종구ㆍ유현미(설치),김아타(사진),이동기(회화),박화영ㆍ조승호(영상).이 가운데 김아타ㆍ김종구ㆍ이동기 3인을 빼고는 모두 뉴욕 유학파이다. 홍수자는 실타래에서 풀려나오는 실이 전시기간 동안 천천히 도는 인물상의 몸을 감싸 실로 된 옷을 짠다.실로 감싸이는 인물상은 작가가 생각하는 존재의 근원이자,어머니의 상이다. 김종구는 쇳가루를 바닥에 쌓아 글씨를 쓴 뒤 이를 폐쇄회로 카메라로 찍음으로써 한 폭의 산수화를 수직화면에반영하는 작품을 내놓는다.촉망받는 비디오 아티스트 조승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6개의 천장모니터와 바닥 스크린 이미지로 이뤄지는 설치작업으로 제기한다.부대행사로 12월 6일 오후 4시30분에 홍수자,김아타,김종구가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02)771-2381∼2 △ ‘2001년 한국미술의 눈’. 성곡미술관은 올해 이 전시를 시작,미술사적 관점과 학술적 무게를 실은 전시로 연례화 할 계획이다. 출품작가는 김병직(설치),김성희ㆍ배준성ㆍ장명규ㆍ정현숙(회화),유대균(조각),이정진·민병헌(사진),장지희(영상). 성곡미술관은 지난 98년 서울미술관이 기획한 ‘1980년대문제의 작가’전에서 이번 기획의 원형 모델을 찾았다고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정준모 학예실장은 “리얼리즘에 대한 이해와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작가로 유대균을선정했다”고 밝혔다.이주헌 아트스페이스 관장은 “창문을 통해 걸러진 풍경이 미묘한 울림과 뉘앙스를 준다”며이정진을 선정한 사유를 밝혔다.(02)737-7650. 유상덕기자 youni@
  • 새영화/ ‘흑수선’

    배창호 감독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중적 흥행을거두고야 말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아온 ‘흑수선’(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이 16일 개봉된다.최근 몇년동안 ‘러브 스토리’‘정’ 등 흥행을 의식하지 않고 독립영화를 찍어오던 배 감독이 40억원이 넘는 본격 상업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될만했다. 영화는 반세기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한국전쟁의 비극에서 찾아내는 미스터리 액션물.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오형사(이정재)는 피살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한다.죽은 두사람 모두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탈출포로 체포작전을 맡았었다는 점이다.피살자의유품속에서 낡은 일기장 한권과 흑백사진 두장을 발견한오형사는 이를 토대로 세사람에게로 살인혐의를 좁혀간다. 50년전 남로당 당원이었던 손지혜(이미연)와 그녀의 연인이자 사건 발생 전날 출감한 비전향 장기수 황석(안성기),빨치산의 우두머리였던 한동주(정준호). 미스터리 구도로 일관되는 영화는 50년전의 과거와 현재,한동주가 과거를감춘 채 정치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미야자키현을 수시로 넘나든다.영화의 스케일을 생생하게전해주는 장치로 성공했다.거기에,300여명의 엑스트라를동원해 재현해낸 거제포로수용소 등 웅장한 화면은 시선을 붙드는 볼거리다. ‘흑수선’은 극중 여주인공이 남로당 당원이었을 당시의 암호명.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해가는 한켠으로 두드러지는 주제어는 ‘비극적 사랑’이다.끔찍하게 사랑했으면서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50년의 세월을 어긋나게 살수밖에 없었던 손지혜와 황석의 슬픈 운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영화에는 큰 허점이 있다.긴장감을 잃지 않고 퍼즐을 맞춰가듯 해야 하는 미스터리극의 ‘본분’을 다하진 못했다.오형사가 발휘하는 추리력이 무색하게….중반을넘어서면서 살인범의 정체가 빤히 짚힌다.감독의 ‘흥행선언’을 맞장구쳐주기엔 걸림돌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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