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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靑비서실 전면 쇄신하라” 파상공세

    추미애 “최씨 ‘8선녀’ 모임 엽기”… 하야·내각 총사퇴 언급은 자제 박지원 “감동 어린 자백이 우선”… 국민의당 오늘 의총서 대책 논의 야권은 26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특별검사 도입과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 개편을 촉구하며 거세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통령 하야나 탄핵, 내각 총사퇴 등의 언급은 자제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특검 추진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문고리 3인방’의 해임을 포함한 청와대 전면 쇄신을 당론으로 정했다. 다만 특검 추진 시기와 관련해서는 이날 특검을 수용한 여당과의 협의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예정된 예결위와 상임위 등의 일정을 충실히 진행해 관련 내용에 더 가까이 간 뒤 특검과 국정조사 등 전방위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며 “향후 드러나는 사태 전개에 따른 점검 대응을 기민하게 하면서 당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은 이번 특검 수용을 당장의 어려움을 피해 가려는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특검 추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진실을 아는 두 사람인 박근혜 대통령은 법에 의해 형사소추가 불가능하고 최순실은 해외 도피로 인터폴에 수배하더라도 통상 1년 이상 소요돼 사실은 밝혀지지 않고 시일은 흘러간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감동 어린 자백과 비서실장,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 해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인터넷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통령 하야나 탄핵 등은 너무 앞서 나갔다는 게 야권의 중론이다. 하야와 탄핵 등을 주장해 정쟁에 휘말릴 수 있고 만약 국정 공백이 발생해 이에 따른 혼란이 커지게 되면 야당에 책임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약 1시간 반 동안 이뤄진 민주당 의총에서는 최근 복당한 7선의 이해찬 의원과 설훈, 민병두, 송영길 의원 등 중진과 초선 의원들이 치열하게 의견을 쏟아 냈다. 추미애 대표는 “(최씨가) 비밀 모임인 ‘8선녀’를 이용해 막후에서 국정 개입은 물론이거니와 재계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엽기적인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8선녀로 여성 기업인과 재력가, 교수, 대기업 오너의 아내 등 구체적인 인사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거국 중립 내각’ 구성 요구까지 나왔다. 문재인 전 대표는 긴급 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총리로 임명해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라”고 제안했다. 한편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비선 실세 보고 의혹이 사실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4년 7월 7일에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박영선 의원이 국정을 걱정하는 고위 관계자로부터 얘기를 들었다며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밤에 번갈아 최순실씨 소유로 보이는 강남의 건물로 서류 보따리를 싸 가지고 간다는 사실에 대해 이 총무비서관에게 질의하는 영상이 이날 공개됐다. 당시 이 총무비서관은 이를 부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이율배반적인 기억의 정치학/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이율배반적인 기억의 정치학/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우리는 국회의 국정감사에 불려나온 증인들이나, 재판정에 선 당사자들, 정쟁에 휘말린 정치인들이 특정 사안을 추궁받을 때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정경을 흔히 본다. 실제로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불리함을 줄 기억을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일수록 더 오래 기억되는 경향이 있음은 어쩌랴. 기억은 우리의 영혼에 새겨지는 감각이나 경험이다. 기억과 기억해 냄의 현상을 최초로 학술적으로 궁구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였다. 그는 ‘자연학 소론집’에서 동물의 속성과 여러 특질을 규명하면서 인간의 기억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기억은 과거에 감각하거나 경험한 어떤 것을 현재에 떠올리는 능력이다. “기억력은 간접적으로는 이성 능력에 속하지만, 그 자체로는 중추 감각 능력에 속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혼 안에, 그리고 혼을 가진 몸의 부분 안에 감각을 통해 일어나는 경험을 일종의 그림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것을 갖고 있는 상태가 기억이고 이를 기억해 냄이 기억력이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린이나 노인들은 성장이나 노쇠로 인해 감각 인상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기억력이 나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은 진실일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신체와 정상적인 정신 능력을 가진 성인들의 기억력은 감각 인상이 어느 정도 강렬하게 각인됐느냐에 달려 있다. 또한 “기억해 냄은 한 움직임이 다른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일어난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일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 일이 일어난 때의 지나간 길이를 정확히 알지 못할 땐, 그것이 언제 일어났는지는 모른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정확한 시점의 제시가 없더라도 기억은 성립한다. 따라서 설사 곧바로 기억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감각이나 경험의 출처가 되는 단서를 포착하게 되면 “기억을 더듬으면서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 기억의 단서가 기억해 냄을 이끈다.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기 위해 유명인이나 역사상의 인물 이름과 연관 지어 연상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치열하게 토론한 내용이나 강력하게 주장한 일들, 혹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비밀스런 일들은 더 오래 기억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능력이 유한하니 잊어야 할 것들은 잊고 소중한 것들만 기억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게 뜻대로 안 된다. 기억은 “숙고 능력이 있는 동물에게만 자연적으로 일어난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숙고 능력을 의심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위기 회피를 위한 고도의 숙고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를 이율배반적인 기억의 정치학이라 불러야 하나.
  • [사설] 고용과 성장 강조한 박 대통령 시정연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2018년 2월 끝나는 대통령의 임기를 생각한다면 이번 예산안은 사실상 박 대통령이 예산을 통해 자신의 정책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20대 국회의 첫 예산안 처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최순실씨와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등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그렇다 보니 여야가 싸우느라 정작 중요한 예산안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까 걱정이 크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14조 3000억원 늘어난 400조 7000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이다. 그만큼 당면한 경제의 어려움이 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성장의 초석을 다지지 않으면 ‘한국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을 일자리 예산”이라고 한 것도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10.7%나 늘어난 17조 5000억원 규모다.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 여성과 비정규직, 노인 일자리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다.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창조경제·문화융성 정책,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성장동력 확충과 성장기반 마련 예산도 편성돼 있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 처리의 길은 험난해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목소리가 커진 야당은 벌써 법인세 인상 등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예산안과 연계 처리할 뜻을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씨와 그 딸의 이상야릇한 행보가 연일 국민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에서 최씨와 그의 측근들이 주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1278억원)과 미르재단이 주도한 K밀 사업(154억) 등의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야당이라면 처음으로 400조원을 지출하겠다는 정부 살림살이의 적정성 등을 세세하게 따져 봐야지 뭐는 안 된다는 식의 엄포로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은 구태 정치다. ‘최순실 예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밝혀 따지면 될 일이지 정치적 공세 차원에서 접근해 여당과 예산안 ‘빅딜’을 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정파 이익에서 벗어나 국민의 편에서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고, 중요한 사업에는 예산이 더 가도록 편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 간 정쟁으로 최악의 국감도 모자라 최악의 졸속·부실 예산안 심사가 돼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법정 시한을 지켜 경제 살리기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어야 한다.
  • [사설] 국민 뜻 담은 백년대계의 새 헌법을 기다리며

    박 대통령 어제 임기 내 개헌 선언 “87년 체제는 몸에 맞지 않는 옷” 당략 버리고 국가장래 생각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완수를 공식화했다. 어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다. 박 대통령은 ‘1987년 체제’의 낡은 틀을 바꾸자는 국민과 국회의 여망을 통치권자로서 여과 없이 수용했다고 개헌 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2017년 체제’라는 분명한 목표와 함께 국회에 조속한 개헌특위 구성을 촉구하면서 정부에 개헌 조직을 설치하는 등 강력하고도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도 제시했다. 개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87년 체제가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5년 단임제 헌법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비유하면서 “대통령 선거를 치른 다음날부터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 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 구도가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단임제가 정책의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지속 가능한 국정 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다”고 지적한 대목도 수긍이 간다. “경제 주체들도 5년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논리 역시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한 것이다. 임기 3년 8개월을 돌이켜 보면서 일부 정책 변화 또는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고 토로한 대목 역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고민이라 이해할 수 있다. 87년 체제 종식과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는 개헌의 당위성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도 현실과 부합한다. 1987년 헌법 체제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갈등과 대립의 정치를 종식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20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결성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 65명, 민주당 84명, 국민의당 33명 등 여야를 합쳐 185명 의원이 참여할 정도로 국회에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헌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여러 가지 난관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개헌 추진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이후 국회를 중심으로 불거진 개헌 논의에 대해 번번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반대했고 불과 2주 전에도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게 분명한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측이 어제 “개헌 제의는 추석 이전부터 추진됐던 사안”이라고 항변했지만 당혹스런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정국 전환과 임기 말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우병우·최순실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인 25%로 추락한 시점에서 개헌 카드가 나온 점도 그렇다. 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개헌이라면 최우선적으로 “권력형 비리를 덮기 위한 정치적 술책”이라는 야당의 논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개헌의 진정성이 국민에게 수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헌법 개정의 길은 지난하다.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고 국회 의결은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헌법 개정안이 의결된다.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되는 수순을 밟는다. 87년 체제가 그 명운을 다했다는 큰 틀의 공감대는 있지만 각 정파가 구상하는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과 범위에 대해서는 참으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당장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세부적으로 가면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한 이원집정부제 등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고, 대통령 임기 역시 4년 중임제와 6년 단임제 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아홉 차례의 개헌은 1960년 4·19혁명이나 1987년 6월항쟁 등 국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거나 국민의 반대를 누를 수 있는 독재 정권에서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미 성숙했고 다양한 목소리를 민주적 질서 속에서 합의할 수준이 됐다. 청와대는 어제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더 많은 의사를 표현하고 개헌 일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벌써 논란이 많다. 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헌법”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 주도로 ‘국민을 위한 국민의 헌법’이 도출돼야 한다. 역대 정권들도 취임 초 개헌에 부정적이다가 임기 후반에는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경우가 많았다. 김대중 정권 당시 내각제 개헌 추진을 포함해 노무현·이명박 정권 모두 개헌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개헌 시도 자체가 집권 연장을 위한 책략이란 비판도 많았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아무리 진정성을 토로한다 해도 곧이곧대로 믿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 주도로 개헌을 추진하면 역대 정권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헌의 방향 역시 단순한 권력구조 개편을 넘어 87년 체제를 대변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친 가치 체계 역시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도록 수정해야 하는 난제도 남아 있다.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견 수렴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임기 말 개헌 논의가 자칫 새로운 블랙홀로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특정 정파의 이해득실에 따라 개헌이 진행되면 그 폐해는 국가 전반에 재앙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朴대통령 시정연설] “30년 된 단임제, 변화하는 지금의 사회구조와 안 맞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눈부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하며 선진국의 문 앞에 서 있지만,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 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 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큽니다. 이런 고민은 비단 현 정부뿐만 아니라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으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 모두가 되풀이해 왔습니다. 역시 지난 3년 8개월여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절감해 왔지만,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 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루어 왔습니다. 또한, 국민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 왔습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으로 한국 사회의 인구지형과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고, 87년 헌법 당시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가치가 주를 이루었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혼재하는 복잡다기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1987년 때와 같이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헌안을 의결해야 할 국회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야의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국회 밖에서도 각계각층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없는 20대 국회의 여야 구도도 개헌을 논의하기에 좋은 토양이 될 것입니다. 1987년 개정되어 30년간 시행되어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습니다.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국회도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 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합니다.”
  •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文, 남북정상회담 후 안보 관련 주요 후속회의 관장”(종합)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文, 남북정상회담 후 안보 관련 주요 후속회의 관장”(종합)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4일 회고록 논란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남북정상회담 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주요 후속 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다”고 밝혔다. 또 송 전 장관은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주재한 북한인권 결의안 관련 회의를 문재인 전 대표가 주재한 것처럼 자신이 회고록에 기술해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나섰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총장으로 재직 중인 북한대학원대를 통해 이런 내용의 글을 배포했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에 담긴 북한인권 결의안 기권 경위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전날 반박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10월 2∼4일)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문 전 대표가 정상회담 이후에도 안보 관련 주요 후속조치에 깊숙이 관여했고, 이런 맥락 속에서 그해 11월 북한인권 결의안 관련 논의에도 개입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백종천 안보실장은 회의 진행을 맡았고 의견조정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요 발언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송 전 장관은 아울러 “문 전 대표가 (기권) 결정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취한 조치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기록을 재차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밝힌 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당시 관계자들로 하여금 11월 20일(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기권 결정 시점) 오후부터 밤까지 서울과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논의 경과와 발언들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다시 검토하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그 결과에 기초하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정쟁의 종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 1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북한인권 결의안 찬반에 결론을 내지 못한 뒤 북한 입장을 확인하고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싱가포르 ‘아세안+3’ 회의에 참석 중이던 11월 20일에 기권 방침을 결정했다고 썼다. 송 전 장관은 11월 16일에 정부가 이미 결의 기권을 결정했다는 문 전 대표 측 주장에 대해서도 “사안의 주무장관이었던 저자(본인)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고, 대통령이 저자의 11월 16일 자 (찬성) 호소 서한을 읽고 다시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고록을 쓰기 위해 “개인적 기록, 국내외 인사들의 기록과 회고, 개별 인터뷰, 그 외 공개된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고도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개헌 블랙홀] 노무현 전 대통령 VS 박근혜 대통령 개헌 전문 비교

    [개헌 블랙홀] 노무현 전 대통령 VS 박근혜 대통령 개헌 전문 비교

    임기 말 최순실·우병우 의혹 등 대형 악재의 중심에 놓인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개헌’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치권이 또 다시 ‘개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야권에서는 과거 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비판했던 점을 지적하며 박 대통령이 개헌을 정략적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2007년 1월 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 전문과 이날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전문을 함께 소개한다.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 개헌 제안 전문 국민 여러분,새해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올해는 ’87년 6월 민주항쟁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한 6월항쟁의 결실로 개정된 현행 헌법이 시행된 지 2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헌법은 국가와 공동체의 기본 규범이자 시대정신과 가치가 제도화된 틀입니다. 현행 헌법 아래 우리는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고, 국민의 선택에 따라 정권을 교체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했습니다. 또한 권위주의와 특권구조를 청산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민주사회의 기틀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 헌법은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규범을 담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 때는 ‘내각제 개헌’이 공약으로 제시되었고,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양당의 후보 모두가 ‘임기 안에 국민의 뜻을 모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헌법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최고 규범이므로 그 개정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각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개헌을 주장하다 보면,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합의를 이루기도, 실현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개헌 주장과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지만 진전되지 못했던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합니다. ’87년 개헌과정에서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막고자 마련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비약적으로 제고되고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 성숙한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단임제가 추구했던 장기집권의 우려는 사라졌고, 오히려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임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훼손합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하고, 또한 국가적 전략과제나 미래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임기 후반기에는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임기 4년에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개정한다면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국가적 전략과제에 대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조정하면서, 현행 4년의 국회의원과 임기를 맞출 것을 제안합니다. 현행 5년의 대통령제 아래서는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수시로 치러지면서, 정치적 대결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여 국정의 안정성을 약화시킵니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 문제는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공론화되어왔고 합의 수준도 높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공약해왔고, 지금 여야의 정치 지도자들도 필요성을 말한 바 있고,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도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하고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의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차기 국회의원은 2012년 5월에 임기가 만료되고, 차기 대통령은 2013년 2월에 임기가 만료되므로 단임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깝게 줄이지 않으면 개헌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임기를 줄인다는 것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어느 쪽도 수용하기 어려우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 헌법상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특별히 줄이지 않고 개헌을 할 수 있는 기회는 20년 만에 한번 밖에 없습니다. 이번을 넘기면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개헌을 제안하는 것은 어떤 정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코 어떤 정략적인 의도도 없습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의제가 아닙니다. 누가 집권을 하든, 보다 책임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지 당선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있게 국정을 운영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정치권의 논의를 기다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후보로서 그리고 당선자로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 개헌 발의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 당장 정치권 전체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를 처리하지 않고 미루다가, 20년 만에 한번 오는 기회를 떠내려 보낸다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에게 이 제안을 드립니다. 저는 지금부터 국민 여러분과 여야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할 것입니다. 찬반 의견뿐만 아니라, 4년 연임제의 범위 안에서 바람직한 개헌의 내용에 관해서도 의견을 들을 것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지 않아야 할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고자 합니다.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의제에 집중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완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21세기 새로운 한국을 위하여 권력구조 문제를 비롯하여 우리 헌법의 많은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사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을 해놓지 않으면, 앞으로 20년 동안은 논의만 무성할 뿐, 개헌은 이룰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번 개헌이 이루어지고 나면, 이제 시기의 제한이 없이 우리 헌법을 손질하는 개헌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변화의 속도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하지 않으면 세계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혁이 필요할 때 개혁을 이루는 것이 성공하는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셈할 일이 아닙니다. 셈을 하더라도 셈을 정확하게 하면 모두에게 이익만 있을 뿐, 누구에게도 손해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제도는 고쳐서 합리적인 제도 위에서 다음 정부가 출범하여 보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책임있게 국정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정치권과 국민 여러분의 결단을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1월 9일 대 통 령 노 무 현 ●2016년 10월 박근혜 대통령 개헌 제안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은 반세기만에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눈부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하며 선진국의 문 앞에 서 있지만,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저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대 구조개혁으로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그 마지막 문턱을 넘기 위해 매진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앞서 말씀드린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지만 임기가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되었습니다.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큽니다. 북한은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있고, 경제주체들은 5년 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들은 비단 현 정부 뿐만 아니라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으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 모두가 되풀이해 왔습니다. 저 역시 지난 3년 8개월여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절감해 왔지만,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루어 왔습니다. 또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 왔습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국가운영의 큰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당면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더욱 중요하고, 제 임기 동안에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바로 서게 할 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뜻을 국민의 대표이자 그동안 지속적으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 오셨고, 향후 개헌 추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실 국회의원 여러분 앞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판단 하에 오늘 국회 연설을 계기로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으로 한국 사회의 인구지형과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고, 87년 헌법 당시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가치가 주를 이루었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혼재하는 복잡다기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1987년 때와 같이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헌안을 의결해야 할 국회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역대 국회의장님들은 개헌 추진 자문기구를 만들어 개헌안을 발표하기도 했고, 20대 국회에서는 200명에 육박하는 의원님들이 모임까지 만들어서 개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야의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국회 밖에서도 각계각층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없는 20대 국회의 여야 구도도 개헌을 논의하기에 좋은 토양이 될 것입니다. 1987년 개정되어 30년간 시행되어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되었습니다.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습니다.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국회도 빠른 시간 안에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합니다. 2016년 10월 24일 대 통 령 박 근 혜 정리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朴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5년 단임 대통령제, 몸에 맞지 않는 옷”

    朴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5년 단임 대통령제, 몸에 맞지 않는 옷”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추진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자리에서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나아가 “국회도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논의에 대해 “국정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거리를 둬 왔으나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내 개헌 구상’을 공식화함에 따라 정치권은 개헌 정국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되어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며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개헌 작업의 구체적 이행방안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임기가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토로한 뒤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 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 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됐다”면서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년 8개월여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절감해 왔지만, 엄중한 안보ㆍ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루어 왔다”면서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운영의 큰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당면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더욱 중요하고, 제 임기 동안에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바로 서게 할 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면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 진입, 우리 사회의 복잡화·다양화 등을 사례로 든 뒤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의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국회 밖에서도 각계각층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며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없는 20대 국회의 여야 구도도 개헌을 논의하기에 좋은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朴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국민 여망 담은 개헌안 마련” (전문)

    朴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국민 여망 담은 개헌안 마련” (전문)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개헌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개헌 관련 내용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눈부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하며 선진국의 문 앞에 서 있지만,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저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대 구조개혁으로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그 마지막 문턱을 넘기 위해 매진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앞서 말씀드린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지만, 임기가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되었습니다.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큽니다. 북한은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있고, 경제주체들은 5년 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은 비단 현 정부뿐만 아니라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으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 모두가 되풀이해 왔습니다. 역시 지난 3년 8개월여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절감해 왔지만,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루어 왔습니다. 또한, 국민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 왔습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국가운영의 큰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당면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더욱 중요하고, 제 임기 동안에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바로 서게 할 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뜻을 국민의 대표이자 그동안 지속적으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 오셨고, 향후 개헌추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실 국회의원 여러분 앞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판단 하에 오늘 국회 연설을 계기로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으로 한국 사회의 인구지형과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고, 87년 헌법 당시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가치가 주를 이루었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혼재하는 복잡다기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1987년 때와 같이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헌안을 의결해야 할 국회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역대 국회의장님들은 개헌 추진 자문기구를 만들어 개헌안을 발표하기도 했고, 20대 국회에서는 200명에 육박하는 의원님들이 모임까지 만들어서 개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야의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국회 밖에서도 각계각층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없는 20대 국회의 여야 구도도 개헌을 논의하기에 좋은 토양이 될 것입니다. 1987년 개정되어 30년간 시행되어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되었습니다.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습니다.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국회도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朴대통령 오늘 국회 시정연설…최순실 언급없이 법안·예산 당부할 듯

    朴대통령 오늘 국회 시정연설…최순실 언급없이 법안·예산 당부할 듯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에서 정부의 2017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한다. 박 대통령의 여섯 번째 국회 연설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년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올해 2월에는 북한 문제를 주제로 한 ‘국정에 관한 연설’을, 6월에는 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각각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예산안 편성 방향과 내용을 설명하고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법 등 국회에 계류된 주요 법안들의 처리를 함께 요청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또 현 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대내외 악재로 인한 안보와 경제 위기 상황임을 설명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론 결집과 국민 단합, 국회의 국정 협조를 중점적으로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의 주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경제 위기로 인한 실업 문제와 지역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순실 씨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논란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와 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선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직접 해명하고 처리 방향을 밝힌 만큼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고,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문제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과 관여된 만큼 정쟁을 키울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어서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런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면서 정치권에 정쟁을 멈추고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달라는 식의 원론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의혹 공방에 예산심의 얼렁뚱땅해선 안 돼

    국회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돌입한다. 오늘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고, 26~28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상대로 새해 예산안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질의를 벌인다. 이어 다음주에는 부처별 심사를 진행하고 다음달 7일부터는 예산결산특위 소위원회 활동에 들어간다. 첫 국정감사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미르·K스포츠재단, 송민순 회고록 등 이른바 ‘우·순·순’ 정쟁으로 스스로 망친 20대 국회가 예산심의까지 국감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결코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우 수석, 최순실씨, 회고록 등 여야 공방의 쟁점들이 여전히 ‘활화산’처럼 뜨겁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국감에 불출석한 우 수석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우 수석 의혹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언제든 정치적 공방이 재개될 수밖에 없다. 야권은 또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을 ‘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한 상태여서 예결특위는 물론 관련 상임위의 파행도 우려된다. 민주당 측이 당장 “비선 실세 국정농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벼르는 등 예산심의 과정부터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내에 ‘문재인 대북 결재 요청사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한 새누리당 또한 상임위별 자료제출 요구 목록을 정하는 등 회고록 압박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혹여라도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당시 북한 의견이 담긴 ‘쪽지’가 국가정보원 등에서 새나와 공개된다면 상임위 공방을 뛰어넘어 예산심의를 비롯한 국회 일정이 모두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여야의 정략 등을 고려하면 이번 예산심의 또한 정쟁으로 시간만 보내다 막바지에 얼렁뚱땅 벼락치기했던 과거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여야는 20대 국회 출범 이후 민생을 챙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진정 민생을 위한다면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정밀심사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제출한 나라의 한 해 살림살이 계획이 제대로 짜였는지 눈을 부릅뜨고 심사해 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새지 않고 필요한 곳, 필요한 국민에게 골고루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다. 소모적인 정쟁과 의혹 공방으로 예산심의를 소홀히 한다면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여야는 이런 중대한 각오로 예산심의에 임하길 바란다.
  • [막 오르는 국회 예산전쟁] 朴대통령 시정연설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에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시정연설을 한다. 정연국 대변인은 23일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정부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국정 운영의 방향을 밝혀 왔다”며 “국회를 직접 찾아 국회의원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는 실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취임 이후 여섯 번째이며, 올 들어서는 세 번째다. ●규제프리존특별법 처리도 요청 예상 박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안보 위기와 대내외 악재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중위기 극복을 위한 국론 결집과 국민 단합, 국회 차원의 국정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도 예산안의 차질 없는 처리와 더불어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법 등 국회에 계류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대내외적으로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 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걱정이 크다”며 “우리 모두 냉철한 현실 인식과 단합된 노력을 바탕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르 의혹·宋회의록’은 언급 안 할 듯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최순실씨 의혹,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연관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논란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연설의 주요 목적이 예산안에 대한 국회(특히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인 만큼 정쟁을 격화시킬 수 있는 언급은 자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 등 국회의장단,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김병기 “朴대통령-김정일 단독 면담 내용 공개하라” 국정원에 공식 요구

    김병기 “朴대통령-김정일 단독 면담 내용 공개하라” 국정원에 공식 요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단독 면담 내용을 공개할 것을 국가정보원에 공식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2002년 5월 13일 오후 7시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1시간 동안 김 위원장과 배석자 없는 단독 면담을 했다”며 “남북회담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일로 왜 일행을 제쳐놓고 단독 면담했는지, 무슨 내용의 대화가 이뤄졌는지 밝히고 박 대통령이 방북 전후 제출한 방북신고서와 결과보고서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6월 11일 북한 조평통은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에 대해 방북 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으며…필요하다면 평양에 와서 한 모든 일과 행적·발언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고 공갈친 바 있다”며 “도대체 북한에서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길래 북한이 공갈 협박을 하는지 나라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이병호 국정원장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은 또다시 정쟁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제 의심과 의혹이 난무하고 거짓이 준동할 텐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료 공개라는 극약 처방 밖에 안 남았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김 의원은 “공문서 변조 전과가 있는 국정원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과 관련한 모함에 대한 관련 기록 원본을 조작·훼손·변조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며 “기록 공개 요구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뜻) 할 상황은 어제 국정원장의 발언으로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6일동안 “…” 말문 닫은 文

    6일동안 “…” 말문 닫은 文

    “대표님, 기자들 질문이 많은데 한 말씀하시겠습니까?”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불거진 지 엿새째인 19일 충북 충주의 한 중소기업. 보좌진으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5초간 정적이 흐른 뒤 문 전 대표는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 앞에 선 문 전 대표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로 최종 결정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사실관계는 이미 충분히 다 밝혀졌다고 본다”고만 답했다. 파문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문 전 대표가 팩트를 언급해 불필요하게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여당의 종북 공세에 대해서는 ‘철 지난 색깔론’으로 맞대응했다. 문 전 대표는 “문제는 남북관계를 정쟁으로 끌어들이는 수준 낮은 정치”라면서 “선거만 다가오면 고질병처럼 색깔론을 펼치는데 아주 못된 버릇을 이번에 꼭 고쳐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망국적인 종북 타령을 이번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분열의 정치, 적대의 정치, 혐오의 정치를 바로잡는 것을 저의 정치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전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충북을 방문한 문 전 대표는 당초 예정에 없던 재래시장을 들르는 등 ‘민생·경제 행보’를 이어 갔다. 전날 밤 천태종 총 본산 단양 구인사에서 하룻밤을 묵은 문 전 대표는 이날 제천 의병광장에서 열린 농민 한마당에 참석해 “남아도는 쌀은 북한의 광물자원과 교환한다면 우리 경제에도, 농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천·충주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박지원 이어 안철수도 “문재인, 진실 밝혀서 회고록 논란 정리돼야”

    박지원 이어 안철수도 “문재인, 진실 밝혀서 회고록 논란 정리돼야”

    국민의당 전현직 지도부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진실을 밝혀 논란을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당시 관계자들과 협의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라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전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3일간 말씀이 바뀌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결국 ‘일구삼언’”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울디지텍고에서 특강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진실을 밝혀서 빨리 논란이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정치권에 현안들이 많은데 정쟁에만 휩싸이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 2012년 3월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에 항의하는 탈북자들의 단식 현장을 방문했었는데, 그때 ‘인권과 사회적 약자보호는 이념 체제를 뛰어넘는 숭고한 가치’라고 말씀드렸다”면서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는 결의안에 찬성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공무원과 그들의 나라/김상연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공무원과 그들의 나라/김상연 정치부 차장

    10여년 전 한 중진 국회의원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했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기자들을 모아 놓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미약한 국력으로 이리저리 애쓰는 모습이 무척 고달파 보이더라.” 그때 처음으로 북한 공무원들의 ‘실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북한 공무원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아슬아슬할까. 생활 형편은 일반 주민보다 낫겠지만, 단 한번의 실수로 총살형까지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공무원은 ‘단두대 위를 걷는 금수저’가 아닐까. 우리는 그런 사례를 김정은 정권 들어 부쩍 많이 접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 공무원의 이런 실존적 절박성은 역설적으로 적지 않은 ‘성공’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한·미 군의 첨단 경계를 뚫고 귀신같이 침투해 어뢰로 천안함을 격침시킨 뒤 가뭇없이 달아난 일, 국제사회의 감시와 압박을 무릅쓰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를 성공시킨 일 등은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북한 공무원들의 절실함이 가져온 결과가 아닐까. 그렇다면 휴전선 너머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은 어떨까. 한국 국방 당국은 당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최적지가 경북 성주의 성산포대라고 발표했다. ‘최적지’의 사전적 의미는 더이상 적합한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랬던 국방 당국이 불과 79일 만에 최적지는 성주골프장이라고 정정했다. 북한 같았으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을 이렇게 희화화시킨 책임자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코미디 아닌 코미디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았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사실상 전 국민이 영향권 안에 있어 관심이 많았고, 시행 유예 기간이 1년 6개월로 준비할 시간도 넉넉했다. 그런데 막상 시행됐을 때 유권해석을 해 줘야 할 국민권익위원회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문의 전화도 제대로 안 받고 ‘잠수’를 탔다. 이 역시 북한 같았으면 책임자는 물고(物故)를 당할 수도 있는 중대한 과오다. 그런데도 역시 정부에서 누가 책임을 졌다거나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물론 정책 실패를 이유로 사람을 처형하는 비인간적 행태가 정상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비무장지대(DMZ) 남쪽과 북쪽의 공무원들이 가진 정신 자세가 너무 차이 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이 땅의 공무원들은 다른 직군과의 상대성 면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팔자 좋은’ 시절을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테크놀로지의 세례로 일자리가 위협받는 이 침울한 시대에 공무원들은 여전히 철밥통을 껴안고 있다. 막강한 권력으로 민간 위에 군림하면서 갈수록 낯은 두꺼워져서 정책 실패에 책임도 지지 않는다. 임기 말로 접어들자 일손을 놓고 시간 가기만을 기다리는 공무원이 태반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그러면서 이런 행태들을 감시할 언론에 대해서는 보안을 핑계로 취재 장벽을 갈수록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이 부조리를 대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나라가 썩어 간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공조직, 즉 공무원들이 썩어 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무원의 ‘천적’이어야 할 정치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온통 진영 논리와 정쟁에만 혈안이 돼 물고 뜯는 사이 반만년 역사의 이 땅은 공무원의,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나라가 돼 가고 있다. carlos@seoul.co.kr
  • 문재인 “기권 주장했을 것 같은데 찬성했다니” 솔직히 기억 안 나…새누리, 北덕분에 존속”

    문재인 “기권 주장했을 것 같은데 찬성했다니” 솔직히 기억 안 나…새누리, 北덕분에 존속”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송민순 회고록’에 기술된 2007년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놓고 당시 관계자들 간 진술이 엇갈리는 데 대해 “솔직히 그 사실조차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밝혔다. 여권이 자신의 대북·안보관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북한 덕분에 존속하는 정당”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인천에 위치한 이익공유 기업 ‘디와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저는 (결의안에)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 다 그렇게(애초에는 찬성) 했다고 한다. 모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는 “2007년 11월 15일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다수의 의견대로 기권으로 합의해서 (대통령에게) 건의하자’고 했다”고 적혀 있다. 반면 당시 회의 참석자였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등은 “문 전 대표는 애초 기권이 아닌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며 반박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기 때문에 인권결의안도 함께 (채택)하는 게 균형에 맞는다고 생각했든지, 제가 인권변호사 출신이라 인권을 중시했든지, (찬성 입장인) 외교부의 논리에 넘어갔든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제가 초기에는 오히려 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외교부 쪽 주장에 동조했다가 나중에 다수 의견에 따라 입장을 바꿨다고 하는데 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북한 내통’ 발언에 대해 “대단한 모욕”이라며 반발한 문 전 대표는 여권을 향한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은 허구한 날 종북 타령과 색깔론을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고 있으니 우리 경제와 민생이 이렇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과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백남기 농민의 부검 문제 등을 덮기 위해 남북 관계를 정쟁 속으로 또다시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정권 교체가 꼭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송민순, 김만복 ‘기밀누설로 고발’ 주장에 “다 감안하고 쓴 것”

    송민순, 김만복 ‘기밀누설로 고발’ 주장에 “다 감안하고 쓴 것”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17일 노무현 정부가 2007년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한 뒤 기권했다는 자신의 최근 회고록 논란 대해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진실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자신을 ‘기밀누설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그런 정도는 다 감안하고 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는 정치적인 의도로 쓴 게 아니다. 책 전체 흐름을 봐야지 일부만 보면 안 된다. 전체를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록에 의해 책을 정리했고, 제 입장은 거기(책)에 다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사전의견 타진 제안자로 지목된 김 전 국정원장은 물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자신의 회고록 관련 내용을 잇따라 부인하고 나선 데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대통령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날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것이 아니라 기권 결정을 자체적으로 내린 뒤 북측에 통보한 것이라면서 북측에 사전 의견을 구했다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송 전 장관은 “이 책은 북한 핵과 통일에 관한 것이다. 그 시각에서 봐달라”면서 “그것(북한인권결의안)을 하나 뽑아서 정쟁으로 삼는 것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북한 핵과 통일 문제를 넘지 않고서는 우리가 정치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책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에 경계했다. 송 전 장관은 “이런 식으로 정쟁을 삼으면 어느 누구에게도, 어떤 정부가 들어오더라도, 어떤 정당이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당의 정치적 성격을 보지 말고 책에 있는 내용 그대로를 보고 판단해 달라”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냐. 북핵에 모든 문제가 걸려있다”면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이니 뭐니 하는 것도 다 국론분열로 생긴 것인데 핵과 통일이라는 시각에서 문제를 봐달라”고 거듭 밝혔다. 북한과 내통 등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의 문제 제기가 그런 기조(북핵 및 통일)에서 맞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단 하나도 틀린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대로다”고 거듭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달아오르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제2의 NLL 되나

    달아오르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제2의 NLL 되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기화로 안보와 북한 이슈를 둘러싼 대선정국이 조기 가열되는 양상이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가운데 지난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 결정이 북한 의사를 묻고 이뤄졌다고 쓴 한 대목이 도화선이 되고 있다. 특히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안보관 검증이 정국의 핵(核)으로 떠오른 양상이다. 5년 전인 2012년 대선에서도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은 대선정국을 크게 뒤흔들었다. 당시 이 논란은 보수진영에 결집효과를 가져다주면서 문 전 대표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안겨줬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에도 사안은 다르지만 비슷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제2의 NLL’ 논란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장기전 태세에 접어든 느낌이다. 회고록 내용이 알려지자 즉각 구성했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 요청사건 태스크포스(TF)’를 위원회로 격상하고 내년 12월 대선까지 외교·안보관과 대북정책 검증의 주요재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주권 포기이자 심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면서 “국정조사, 국회 청문회, 특검, 검찰수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색깔론’ 프레임은 경계했다. 자칫 ‘종북몰이’로 비치면 젊은 유권자는 물론 부동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고, 실제 2010년 천안함 사태 직후 열린 전국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뼈아픈 경험도 있다. 이정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사안은 정치적으로 접근할 문제도, 정쟁을 벌일 사안도 아니다”라면서 “외교, 남북관계 정책의 결정 과정을 검증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일”이라고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여권으로서는 이번 파문이 정치적으로는 분명히 이득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회고록’ 국면이 계속될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대규모 정권 차원의 모금 의혹 등 야당의 공세를 꺾어놓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민주로서는 ‘색깔론’으로 이번 사태를 규정하면서 국면을 서둘러 미르·K스포츠재단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의혹 규명 쪽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집권당, 검찰권력은 한참 낡은 환멸스러운 종북몰이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다”면서 “측근 실세의 비리를 덮으려 종북의 종자라도 붙일 여지가 생기면 앞뒤 안가리고 마녀사냥 하는 행태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도 이에 가세하며 외형상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여당과 청와대가 시도 때도 없이 색깔론으로 계속 매도하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종착역에 다가서면 결국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문 전 대표와 경쟁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응에 있어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송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 의도를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목적에 두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4년 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여권에서 흘러나왔을 때에는 ‘정치 공작’이라는 반발이 가능했지만 송 전 장관은 참여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키 플레이어였고 제18대 국회에서는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비례대표 의원까지 지냈다는 점에서 야권으로서는 크게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송 전 장관이 장외 가장 유력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외교관 후배다. 일각에서는 송 전 장관이 회고록을 2015년에 출간하려 했으나 일부러 대선국면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늦춤으로써 문 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중순 이전 귀국할 예정인 반 총장으로서는 자신의 전공인 외교·안보분야의 지식과 경륜을 토대로 이번 사안을 공략한다면 야권의 유력 주자인 문 전 대표를 상대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송 전 장관이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가깝다는 점에 주목, 손 전 고문이 야권 후보 자리를 놓고 문 전 대표와 경쟁을 벌이기 전에 회고록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두 농민에게 바치는 ‘묵념’/이현정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두 농민에게 바치는 ‘묵념’/이현정 정책뉴스부 기자

    10년이 흘렀습니다. 형님이 경찰에게 맞아 서울 여의도 아스팔트 바닥에 피 흘리며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고서 계절이 마흔세 번 속절없이 바뀌었습니다. 세상은 형님을 ‘전용철 농민’으로 불렀고 혹자는 ‘열사’라 칭했지만, 제게 형님은 그저 사람 좋고 술 좋아하고 허허 잘 웃던 큰오빠 같던 아재였습니다. 농활 온 대학생들이 형님 버섯농장 일을 돕겠다며 우르르 몰려가 되레 버섯 갓을 다 분질러도 “괜찮아”를 연발하셨지요. 미안해하는 학생들에게 저녁 반찬 하라며 봉지가 넘치도록 버섯을 담고 막걸리까지 챙겨 주셨어요. 형님을 다시 본 건 2005년 11월 여의도에서 열린 ‘쌀 협상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였습니다. “이게 몇 년 만이냐”며 부둥켜안고 나눈 덕담이 형님과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형님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누군지 못 알아볼 정도로 퉁퉁 부은 사진 속 형님의 얼굴이 믿기지 않아 이름을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사진 속 그분이 형님이 아니길 빌고 또 빌며. 형님, 또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형님처럼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317일간의 투병 끝에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는데 백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놓고 진실공방이 한창입니다. 사망진단서를 쓴 서울대병원 뒤로 물대포를 쏜 공권력도, 총체적 책임이 있는 정부도 숨어버렸습니다. 경찰의 진압으로 시민이 사망했는데 책임진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형님이 돌아가시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건 발생 42일 만에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입니다. 비정상과 비상식이 꼬리를 무는 지금 과연 ‘상식’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합니다.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다시 형님을 떠올렸습니다. “국감 시작 전 백남기 농민을 위해 묵념하자”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의 제안에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사망한 의경도 많은데 왜 그런 분에 대한 묵념은 안 하고 이 분(백남기)한테만 하느냐”고 거부했습니다. “백 농민에 대한 묵념은 지역구 민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언성을 높이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묵념이 시작되자 김상훈 간사를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퇴장했습니다. 30초 묵념하자는데 15분간 항의가 이어졌고, 국감이 20분간 정회됐습니다. 돌아가신 분에게 최소한의 예의와 도리를 갖추는 묵념조차 이들에겐 ‘정쟁’의 대상이었습니다. 형님과 백 농민이 여당 의원이 떠난 빈자리에 황량한 표정으로 서 있는 듯하여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대신해서 올립니다. 유가족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쏟아내고 내 이웃, 내 가족, 혹은 내가 될 수 있었던 죽음 앞에 조의조차 바치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묵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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