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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사무처 직원도 정쟁 도구로…“한국당, 과도한 대응”

    국회 사무처 직원도 정쟁 도구로…“한국당, 과도한 대응”

    입법차장 “팩스 파손한 사람 알아” 반박 일각 “한국당 또 하나의 국회 갑질” 비판지난 25일 ‘동물국회’라는 지탄을 받은 여야 간 육탄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회의장이 아닌 국회 의안과를 점거했던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커녕 오히려 사무처에 대해 ‘좌파독재 부역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여야 간 정쟁에 정치인이 아닌 국회 공무원들까지 끌어들이는 건 과도한 대응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나온다. 앞서 전날 국회 사무처는 24~26일 사이 이뤄진 ▲바른미래당 소속 사법개혁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 사보임 ▲국회의장의 경호권 행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온라인 접수 등이 적법한지를 놓고 여야 간 논란이 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3가지 사안 모두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고 ‘유권해석’을 밝혔다. 그러자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이날 “행정사무 처리가 주 업무인 국회 사무처가 멀쩡한 국회법을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해석하면서 국회의장의 불법 사보임을 두둔하고 나선 것은 월권과 직권남용을 넘어 좌파독재 정권의 부역자를 자처한 것”이라며 “국회 사무처는 차라리 민주당 사무처의 길을 택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고 했다. 신보라 청년최고위원도 “빠루(노루발못뽑이)같이 무서운 무기를 동원한 과잉폭력이 행사됐는데 국회 사무처는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개입은 가리고 거짓 주장으로 빠루 폭력을 정당화해 보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며 “국회 사무처가 민주당의 부역처가 됐다”고 했다. 이에 국회 사무처도 적극 반박에 나섰다. 한공식 국회 사무처 입법차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팩트와 다른 부분은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알려야 되겠다는 필요성에 무거운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나왔다”며 “(국회 사무처의) 사무실을 점거당한다는 건 여태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부분이라 직원들이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이 회의장 앞을 막아서고 진입을 방해한 부분은 국회법 166조의 ‘국회 회의 방해’와 관련된다고 했다. 또 의안과 팩스를 누가 파손했는지에 대해 “안에 있던 사람 중 누구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의안 접수를 막으려고 했던 (한국당) 의원 측에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입법차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1990년 10회 입법고시 합격과 함께 국회 사무처에 들어온 이후 입법심의관, 의사국장,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한 전형적인 국회 공무원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말 그대로 공무원인데 한국당이 이들을 정쟁에 끌어들이는 건 또 하나의 국회 갑질”이라며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이 단체로 고발을 당했기 때문에 곧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텐데 아무래도 국회 사무처가 여당과 한통속이라는 프레임을 걸어야 여당의 주장에 조금이라도 더 흠집이 갈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미국 1분기 3.2% ‘고도 성장‘…시장 전망치 크게 웃돌아 신난 트럼프

    미국 1분기 3.2% ‘고도 성장‘…시장 전망치 크게 웃돌아 신난 트럼프

    미국 경제가 지난 1분기 ‘고도 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론 4년만의 최고 성장률이며 시장의 전망치(2.5%)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성장인 셈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1분기(1∼3월) 미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전분기보다 3.2% 증가(연율 기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당초 다우존스·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2.5%였다. 이날 발표된 수치는 속보치로 이후 잠정치, 확정치를 통해 수정될 수 있다. 멕시코 장벽 건설예산을 둘러싼 정쟁으로 지난해 12월말부터 올 1월 25일까지 35일간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됐음에 감안할 때 1분기 성장률은 고무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주력해온 무역수지 개선이 1분기 깜짝 성장의 일등공신이었다. 1분기 수입이 3.7% 줄어든 반면 수출은 3.7% 증가했다. 덕분에 순수출(수출-수입)이 1분기 GDP를 1.03% 포인트 끌어올렸다. 반면 지난해 4분기엔 오히려 순수출이 GDP를 0.08% 포인트 갉아아먹었다. 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투자 증가율도 8.6%를 기록했다. 1분기 가처분소득은 3% 늘어난 반면 물가는 0.8% 오르는 데 그치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1.3%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분기 성장률이 이날 발표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선 슬로건을 빌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압도적인 수치“라면서 “현재 경제는 모멘텀을 잃는 것이 아니라 모멘텀을 얻어가는 호경기 사이클에 있다”고 주장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인플레이션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을 비롯해 연준 내부 인사들에 따르더라도 그것(낮은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를 위한 문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정책금리 인하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미 경제에 낙관론이 솔솔 흘러나온다. 그동안 미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워왔던 요소들이 서서히 걷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합의를 위한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데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시사하며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반등 분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여성단체들, 한국당 규탄 “해프닝을 성추행으로…‘미투’ 훼손”

    여성단체들, 한국당 규탄 “해프닝을 성추행으로…‘미투’ 훼손”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26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신의 볼을 만졌다며 강제추행 및 모욕 등의 혐의로 문 의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의전화 등 30여 개 여성단체는 연대성명을 내고 “미투 운동의 정신을 훼손하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한국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해프닝을 성추행 프레임으로 만들고, 미투 운동의 상징인 하얀 장미를 사용해 집단행동에 나선 한국당 여성위원회는 여성들의 용기로 주도된 미투 운동의 정신과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실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문 의장과 임이자 의원의 신체 접촉은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나, 임 의원이 문 의장 앞으로 이동한 것은 ‘여성의원들이 막아야 해’라며 부추긴 한국당 동료 의원들의 계략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문 의장의 행동은 모욕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처였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는 문 의장이 공식 행사 발언에서 지속해서 드러낸 낮은 수준의 성 평등 인식의 결과라는 점에서 본인 언행에 대한 심각한 자기반성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자유한국당은 지난 24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안건) 지정에 반발해 문희상 의장실에 항의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임이자 의원이 팔을 벌려 나가려는 문 의장을 막았다. 임 의원은 “의장님 이거 손대면 성희롱이에요”라고 말했고 문 의장은 임 의원의 볼을 감쌌다.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임 의원을 옹호한다며 “키 작은 사람은 좀 열등감이 있다. 결혼도 포기하면서 이곳까지 온 어떻게 보면 올드미스인데, ‘못난’ 임이자 의원 같은 사람은 모멸감을 주고 조롱하고 수치심을 극대화하고 성추행해도 되느냐”는 표현을 해 또 한번 논란이 됐다. 임이자 의원은 “이채익 의원님께서 저를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너무나 마음이 저려서 저를 위로하려는 선한 의도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1차적인) 부적절한 신체 접촉에 대해 제가 경고를 했음에도 제 얼굴로 향하던 의장님의 손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었다. 문 의장에게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의장은 쇼크 증세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의장이 입원 중인 병원 쪽으로부터 수술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장 입원을 ‘할리우드 쇼’라고 한 의심을 섭섭해 할 마음도 없다. 의장께서 ‘수술을 잘 이겨내고 거뜬히 일어나시라’는 응원의 촛불을 마음에 켜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역사상 최악의 참사..IS는 왜 스리랑카를 선택했나

    역사상 최악의 참사..IS는 왜 스리랑카를 선택했나

    기독교의 최대 축일인 부활절인 지난 21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를 비롯한 3개 도시의 교회와 5성급 호텔 등에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나 모두 253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당국은 140여명 이상을 테러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했으며 9명의 자살폭탄테러범의 신원을 확인, 발표했다.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이번 테러에 대해 ‘이슬람국가’(IS)는 스스로 배후를 자처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린폴리시(FP)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그간 IS의 만행과 세계적인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번 테러가 IS의 소행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종교와 관련한 스리랑카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하면 의문이 남는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계 싱할라인들은 무슬림에 대해 폭력 행위를 일삼아왔다. 기독교는 오히려 이들의 중재자 역할을 도맡아 해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스리랑카는 무장반군단체인 ‘타밀 일람 해방호랑이’(LTTE)와 지난 2009년 내전이 끝나기까지 30년간 전쟁을 치렀다. 당시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르곤 하던 LTTE가 이번 부활절 테러를 자행한 용의자로 처음 거론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LTTE가 분리주의 운동을 지속할 당시 많은 기독교인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교회를 공격하는 일을 했을 가능성은 적다. 극단적인 불교도들도 정기적으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공격해왔지만 자살폭탄테러를 사용한 일은 드물다. 결국 극단주의 이슬람교도들의 소행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이들 또한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른 적이 없었다. 그들의 온건한 지도자들은 반이슬람 공격에 대한 복수를 막기위해 지난한 싸움을 벌여왔다. 스리랑카 정부는 두 개의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가 이번 테러와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잠이야툴 밀라투 이브라힘’(JMI)으로 별로 알려진 바가 없으며 다른 하나는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NTJ)로 2014년 이후 반이슬람 기조가 확산됨에 따라 급부상한 단체다. 지난해 12월 불상을 폭파하며 악명을 높였다. 와하비즘(쿠란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교 수니파 안의 운동)을 추종하는 NTJ는 많은 이슬람교도가 반발했지만 그 중 어느 누구도 이 단체가 부활절 테러와 같은 참사를 일으키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스리랑카 전체 인구의 10%에 못 미치는 이슬람교도 내에서도 약 2% 정도가 이 두 그룹에 속한 것으로 추정될 만큼 규모가 작아 철저한 사전 계획이 필요한 연쇄 폭탄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스스로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IS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테러는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50명을 사망케 한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기 테러 사건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스리랑카 정부도 이번 사건이 뉴질랜드 총기 테러 사건으로 고취된 이들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IS는 이 세계를 국경과 민족으로 나누기보단 ‘(IS 방식대로) 알라를 믿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둘로 나누어 바라보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FP는 “스리랑카의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IS의 세계관에서 ‘그렇지 않은 자’에 딱 맞아 떨어졌을 것”이라면서 “내전 종식 후 관광 산업 확대 등에 집중하며 외부 공격에 느슨하게 대응한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개월 전부터 인도와 미국 정보 당국이 사전 경고를 보내왔음에도 스리랑카 정부는 정쟁에 골몰한 탓에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책 마련이 더욱 중요할 전망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스리랑카 내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되면 또다시 테러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 이미 일부 이슬람 상점들이 공격을 받았고 몇몇 이슬람교도들은 보복을 두려워하며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이번 공격을 계기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집권하며 LTTE를 격퇴하는 과정에서 4만명 이상을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도 크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현재 야당 수장으로 있으며 올해 선거에서 권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국회의원·장차관은 빠진 ‘3분의2 기소권’… 20년 논쟁 종지부

    국회의원·장차관은 빠진 ‘3분의2 기소권’… 20년 논쟁 종지부

    수사권·영장청구권·재정신청권 갖고 기소권은 판검사·경무관급 경찰 절충 수사 대상 7000명 중 5100명만 해당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여야 2명씩 배정 5분의4 동의 얻어 최종후보 2인 추천 대통령 1명 지명… 인사청문회 뒤 임명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3일 의원총회에서 각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추인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관련 법안 첫 발의 후 20년간 지속된 논쟁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여야 4당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되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갖도록 했다. 현재 공수처의 수사 대상 7000여명 중 5100명이 해당된다. 나머지 수사 대상에 대한 기소권은 현행대로 검찰이 갖는다. 다만 공수처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법원이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재정신청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는 공수처를 공약한 정부·여당과 기소권 부여 자체에 반대해온 바른미래당이 각각 한발씩 물러난 결과다. 애초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으나 일단 공수처를 띄우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의총에서 “배가 뭍에 있을 때는 움직이지 못한다. 배가 일단 바다에 들어가야 방향을 잡고 움직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협상을 담당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결론적으로는 공수처가 일할 수 있는 권한은 충분히 확보했다고 본다”며 “고위공직자 3분의2에 대해선 공수처가 직접 기소권을 갖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4당 협상에 따라 정부·여당이 마련한 원안에 담겨 있던 대통령을 포함한 각 부처 장·차관, 군 장성,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국회의원은 기소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 이에 대해선 조국 민정수석과 강기정 정무수석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야당 탄압 기구’라는 정쟁의 원인이 됐던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 방법도 4당이 절충점을 도출했다. 여야 동수로 2명씩 추천하되 공수처장은 5분의4 동의를 얻어 최종후보자 2명을 추천한다. 이후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로 했다. 사실상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했다. 또 공수처의 수사 조사관은 5년 이상 조사·수사·재판의 실무경력이 있는 자로 제한하기로 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독립된 위치에서 엄정하게 수사하는 기관이 탄생하게 된다. 공수처 설치는 지난해 2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기준(당시 20만)을 넘은 것은 물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찬성 70~80%대를 유지할 만큼 국민의 관심이 뜨거웠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민생 팽개친 4월 국회…與는 협치 불능, 野는 강경 장외투쟁

    민생 팽개친 4월 국회…與는 협치 불능, 野는 강경 장외투쟁

    “文, 경제 외교 안하고 北제재 해제 구걸” 민주당 “제1야당 책임감 내동댕이쳤다” 여야4당 패스트트랙도 정국 경색의 뇌관 오늘 여야·국회의장 의사일정 합의 시도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 대립 속에 출발한 4월 임시국회가 청와대의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강행으로 결국 멈춰 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능력 제로(0)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협치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에 나서며 처리가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를 외면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22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회동을 통해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지만 타결 전망은 어둡다. 주말 동안 한국당이 고강도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여야 갈등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규탄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가는 데마다 ‘북한 제재 해제해 달라’ 이렇게 구걸하고 있다”며 “경제 살릴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김정은 위원장 수석 대변인’으로 표현한 데 이어 황 대표까지 비슷한 발언을 하자 청와대와 여당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구시대적 색깔론이며 공당 대표의 발언인지 의심된다”며 “과거에 사로잡힌 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황 대표야말로 어째서 제1야당의 책임감은 내동댕이치고 태극기·극렬극우세력과 토착 왜구 옹호세력의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도 경색된 정국을 더욱 얼어붙게 할 또 하나의 뇌관이다. 여야 4당은 이번 주 중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에 대한 최종 조율을 마치고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한국당은 제2, 제3의 장외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집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 패스트트랙을 한다면 우리는 이제 국회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거대 양당이 정쟁에만 힘을 쏟는 사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법 개정안, 유치원 3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먼지만 쌓였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이 번갈아 가며 ‘혹세무민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 갈등으로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앞서 제시했던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가동도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 재판관 임명으로 정국을 완전히 꼬이게 만들고 나서 한마디 하는 게 여야정 협의체인가”라며 “뺨 때리고 나서 바로 화해하자는 것과 똑같아 진정성이 0%”라고 말했다. 그동안 여야정 협의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바른미래당도 입장을 선회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이 후보자를 임명한 건 정부·여당이 여야정 협의체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며 “정부가 야당을 들러리 정도로 생각한다면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문 대통령 이미선 임명 강행에 극한 대치하는 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주식 보유 논란에 휩싸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전자결재 방식으로 강행하면서 야권은 장외 투쟁까지 동원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여야의 대립 국면이 계속되면서 4월 국회도 빈손 국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전자 결재를 통해 이 재판관과 문형배 재판관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두 사람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는 이 재판관의 주식 과다 보유 논란으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일제히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성토하고 나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제1야당과 다른 야당의 반대에도 무모한 인선을 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했다. 김현아 한국당 대변인도 “문 대통령의 이미선 후보자 헌법 재판관 임명은 국회 포기 선언인 동시에 국민과 야당을 거리로 내모는 폭거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20일 오후 1시30분 서울 광화문에서 1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장외투쟁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연다. 청와대 인근인 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도 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은 “여야정 상설 협의체는 물 건너갔다”고 유감을 표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야당을 무시하면서 ‘협치‘를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표리부동일 뿐”이라고 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역시 “절반의 국민이 부적격이라고 판단한 후보에 대한 임명 강행은 앞으로 개혁 추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임명에는 문제가 없다며 야권의 주장은 정치공세라는 입장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내부 정보를 주식 투자에 이용해 사익을 취한 것도 아니고 작전 세력 마냥 불법적으로 주가 조작을 한 것도 아닌데 주식 투자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한 정치공세”라며 “문 대통령이 하는 것은 뭐든지 반대하는 어깃장 정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해 “다섯 달째 일은 안 하고 정쟁만 하더니 이제 장외투쟁까지 한다고 한다”며 “자신들 마음대로 일해야 할 국회를 멈추는 게 오만이고,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정쟁만 일삼는 게 불통”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 법안 등 현안이 산적한 4월 국회에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여야는 아직 4월 국회 의사일정에도 합의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출국 전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될지도 미지수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사설]靑 이미선 임명 강행·야당은 장외투쟁, 민생은 안중에 없나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전자결재로 ‘35억 주식’ 논란을 빚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지만 야당 반대로 이뤄지지 않자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이로써 현 정부 들어 국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청문 대상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안 그래도 냉랭한 정국은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여야의 합의 실패로 이 후보자 뿐만 아니라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까지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문 대통령이 모두 임명을 강행하면서 자유한국당은 주말 광화문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청와대와 여당에 전면전을 선포한 야당의 강경 대응 후폭풍은 예견됐던 일이다. 한치 양보와 협의도 없이 극단으로 치닫는 싸움판에서 어느 쪽 눈에도 민생은 뒷전으로 보인다. 청와대 독선을 비판하는 것도, 국회의 존재 이유를 따지는 것도 이제는 입이 아프다. 민생을 눈곱만치라도 생각했다면 극단적 대치상황만은 피하려 서로 노력했어야 했다. 4월 국회는 개회 열흘이 지나도록 의사일정도 잡지 못하고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올 들어서만 해도 정쟁으로 치고받느라 본회의 한번 열지 않았고 3월 임시국회도 쟁점법안은 손도 안 대고 허송세월했다. 이제나 저제나 국회만 쳐다보는 민생 법안들이 한둘인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화급을 다투는 사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남은 이달 국회 일정도 힘겨루기를 하다 막내릴 가능성이 높다. 구속됐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보석 허가로 풀려나자 야당은 드루킹 재특검을 논의하겠다고 벼르는 마당이다. 청와대는 조만간 여야정협의체를 가동해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뜻대로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당은 한국당을 향해 “사사건건 발목잡는 ‘오기 정치‘를 한다”고 공박한다. 한국당 정치 행보의 상당 부분이 민생보다는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셈법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국민도 모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국민 눈높이를 철저히 무시하는 청와대와 여당의 독선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그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인사와 일자리 정책에 실망했다”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경제에는 무관심하고, 불로소득의 달인만 골라 장관에 임명했다”는 원색적 비판도 나왔다. 예사로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여야 협치 없이 독단적 국정운영을 고수한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초라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다. 총선까지 남은 1년은 국정 실책을 만회하기에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 한국당 ‘이미선 임명’에 내일 대규모 장외집회…민주 “오기정치”

    한국당 ‘이미선 임명’에 내일 대규모 장외집회…민주 “오기정치”

    광화문서 황교안 취임 후 첫 장외투쟁민주당 “국정 발목 잡는 오기정치, 정치공세”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전자결재로 주식 투자 논란에 휩싸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자유한국당은 오는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을 규탄하기로 결정했다.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첫 장외투쟁이다. 한국당은 1만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을 동원해 세를 과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4월 국회 파행은 물론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기 정치”라며 비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미선과 문형배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문재인 정권 성향의 재판관으로 채워져 이제 더이상 의회 내에서 법 개정 투쟁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면서 “우리법연구회와 민변 등 철저한 코드 사슬로 엮여있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은 좌파 독재의 마지막 키”라고 맹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마음에 안드는 법, 스스로 적폐라 규정한 법을 헌재로 넘겨서 무더기 위헌 결정을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최소한의 염치가 있고, 의회 파행을 우려한다면 법관의 행태라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해충돌 행위를 한 이미선 후보를 임명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문 대통령의 오만한 전자결재 클릭 한 번이 마지막 둑을 넘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이 후보자 임명 강행시 원내외 투쟁을 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한국당은 이 후보자가 자신이 관여한 재판 관련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해왔다. 한국당은 20일 오후 1~2시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시작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 등의 규탄 발언 뒤 가두 행진도 검토하고 있다. 장외투쟁은 ‘문재인 정권의 인사 실패 규탄’을 주제로 이 후보자 임명뿐 아니라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강행한 인사 실정을 지적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인사검증 책임자인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의 경질을 요구하고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 외에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정책, 4대강 보 해체 등 현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 전반에 걸친 성토를 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이번 대규모 장외집회를 위해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현역 국회의원은 당협당 400명, 원외위원장은 당협당 300명 이상 당원·지지자를 동원해 1만여명 집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국당이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이미선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최후통첩’이라고 하는 등 정치적 공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이 다섯 달째 일을 안 하고 정쟁만 하더니 이제 (이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며) 장외투쟁까지 하겠다고 한다”면서 “한국당은 이 후보자를 부적격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가짜뉴스와 인신공격으로 여론몰이만 했을 뿐이며 오만과 불통은 한국당 자신에게 해야 할 말”이라고 반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생은 생각도 안 하면서 국정 발목만 잡겠다는 것은 오기의 정치”라며 “(한국당은) 국회로 복귀해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응해달라”고 촉구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외신기자 논란의 불편한 진실/김상연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외신기자 논란의 불편한 진실/김상연 정치부장

    글을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점, 그리고 외신이든 내신이든 동등하게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일부러 명예를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닌 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으로 지칭했다고 해서 그 외신기자를 불손하다고 비난하는 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그런데 블룸버그 외신기자 논란의 본질은 언론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 외신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이 나라 특유의 정치문화가 논란의 본질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칭한 뒤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민주당 의원님들, 이거 외신 보도 내용입니다”라고 말한 순간 그 외신은 이미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 왔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에서 ‘외신’이란 단어는 단순히 ‘외국언론’을 뜻하는 게 아니다. 알량한 정치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좁은 땅덩어리에서 동서남북으로 갈려 목숨 걸고 싸우는 이 나라에서 외신이란 단어는 심판자의 권능을 갖고 있다. 우리끼리 멱살을 잡고 싸우다가도 “외신에서도 당신이 잘못했다잖아”라고 들이대면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한 축구선수처럼 고개를 떨군다. 심판은 가급적 선수와 연관성이 적어야 한다. 거리상으로도 멀고 국적상으로도 멀어야 더욱 공정하게 보일 것이다. 블룸버그 기사라고 하면 태평양 건너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미국인 기자가 쓴 것이라는 편견을 대부분의 한국인이 갖고 있다. 그런데 서울에 사는 한국인 특파원이 문제의 기사를 쓴 사실을 민주당이 알게 됐고, 그 당의 대변인은 “검은 머리 외신이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거칠게 논평했다. 그 대변인은 아마도 ‘알고 보니 그 외신은 우리랑 똑같은 선수인데 심판행세를 한 거라고요’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기존의 편견을 기준으로 보면 그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외신=심판’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판을 샀다.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외신’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냥 ‘블룸버그’라고 하면 된다. 미국에서는 굳이 공식적으로 내신, 외신을 구분하며 차별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라고 하지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이라는 이상한 말을 쓰지 않는다. 심지어 외국언론사 기자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백악관 풀취재 기자단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에서 외신기자가 청와대 풀취재 기자단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이 외신 보도를 무분별하게 인용하는 행태도 무덤으로 보내야 한다. 한국의 언론들은 내신 보도 인용엔 인색하면서 외신 보도는 심판 대접을 하며 애용한다. 물론 대부분 그 언론사의 이념(또는 이익)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해 보도한다. 따라서 외신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의심을 사기싫으면 팩트(예컨대 ‘북미 정상회담 다음달 개최’) 인용은 몰라도 주장이나 관점(예컨대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인용은 삼가야 한다. 사실 이번 외신기자 논란은 우리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자꾸만 남의 시선과 평가에 연연하는 자화상을 드러냈다. 오랜 세월 중국이라는 큰 나라 옆에 살면서 얻은 지정학적 열등감이 우리의 DNA에 녹아 있는 것일까.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와 음식에 감탄하는 프로그램이 TV 채널 여기저기에 범람하는 것을 보면 왜 ‘외신’이 아직도 정치판에서 대접을 받는지 알 수 있다. carlos@seoul.co.kr
  • 나경원 “김경수 2심 판사 바꾼 건 독재정권의 완성”

    나경원 “김경수 2심 판사 바꾼 건 독재정권의 완성”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8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보석 결정과 관련해 “사법부 장악”이라며 맹비난했다. 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에서 김 지사의 보석 결정을 언급하며 “1심 판사를 무자비하게 규탄하고 법정에 세우더니 2심 주심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바꿨다”면서 “베네수엘라 차베스 독재정권 완성의 마지막 퍼즐은 사법부 장악이었다. 대한민국 현실과 오버랩된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법정구속된 지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이날 출근했다. 김 지사를 1심에서 법정구속했던 성창호 부장판사는 김 지사에 대해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성 판사는 사법농단 관여 혐의로 기소됐다. 성 부장판사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다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황교안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증거인멸 능력도 도주 우려도 없는 지난 정권 사람들은 고령에 질병이 있어도 감옥에 가둬 놓고 김경수 경남지사는 보석으로 석방했다”면서 “친문(친문재인) 무죄, 반문(반문재인) 유죄의 사법 방정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요청에 대해서도 맹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17개 시도를 돌면서 예산 배정 태스크포스를 한다고 하면서 총선용 예산을 편성한다”면서 “국민 호주머니를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생각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해 추경(추가경정예산)과 총선용 추경을 분리해 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정쟁이라고 폄훼하는데 민생 재해 추경을 제대로 편성해 줄 것을 다시 요구한다”고 덧붙였다.나 원내대표는 정부의 원전 해체 산업 육성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그는 “탈원전은 말 그대로 국가 경제를 방해하는 바이러스로, 백신은 탈원전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어제 갑자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원전 해체 산업의 육성론을 얘기했는데 이는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서 공중전화를 찾으러 다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제와 관련,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세월호 참사 5주기 ‘막말’ 정진석 사과글…품격언어상 받으며 ‘미소’

    세월호 참사 5주기 ‘막말’ 정진석 사과글…품격언어상 받으며 ‘미소’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파문을 일으킨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과글을 올렸다. 정진석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제가 올린 짧은 글로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진석 의원은 “아침에 친구가 제게 보내 준 짧은 글을 무심코 올렸다. 제가 생각이 짧았다”면서 “세월호가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우리 정치권에 던지고 싶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문제의 글은 바로 내렸다”면서 “당 윤리위에서 이 일의 전말을 제게 묻겠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소상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인 전날 오전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면서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정진석 의원의 글은 같은 당 차명진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글과 함께 큰 후폭풍을 불러 일으켰다. 정진석 의원은 문제의 글을 올린 날 공교롭게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회 국회를 빛낸 바른정치언어상 시상식에서 품격언어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는 자리에서 그는 여러 차례 웃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한국당은 두 사람의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19일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방침이다. 두 사람의 글이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윤리위원회에서 응분의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고, 다시 한번 당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황교안 대표는 “설령 일부 국민들께서 이런 생각을 하신다고 해도 당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행동”이라며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고 있는데 한마디 잘못된 말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불참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러 스캔들 보고서 내일 공개…트럼프 겨눌 새 뇌관 나올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보고서가 오는 18일(현지시간) 공개된다. 비록 일부 민감한 내용을 가린 ‘편집본’이지만 400페이지에 달하는 전체가 공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정쟁이 또다시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케리 쿠펙 미 법무부 대변인은 15일 “월리엄 바 법무장관은 특검 보고서 편집본을 목요일(18일) 오전 의회에 보낼 예정”이라면서 “보고서는 의회와 대중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 장관은 지난 9일 하원 청문회에서 “대배심 정보와 정보수집 출처를 노출할 수 있는 정보, 기소를 방해하는 내용 등 일부 정보가 수정·삭제된 특검 보고서의 편집본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롯한 반(反)트럼프 진영 간 갈등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이번 보고서는 비록 일부 내용이 삭제된 것이라고 해도 특검이 수집한 각종 증거와 법적 판단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검 보고서 공개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가장 중대한 순간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2020년 대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중대한 발표”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물러 특검과 법무장관은 이미 특검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공모도, 어떤 (사법) 방해도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5시간 뒤 “공모가 없었는데 왜 처음에 수사가 있었을까. 정답-더러운 경찰들, 민주당원들 그리고 사기꾼 힐러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P통신은 “특검 보고서 발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결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징하게 해 처먹네” 한국당 세월호 막말 후폭풍… 황교안 “사죄”

    “징하게 해 처먹네” 한국당 세월호 막말 후폭풍… 황교안 “사죄”

    차명진, 원색적 비난 글… 비판 일자 삭제 정진석 “그만 좀 우려먹어라, 징글징글” 안상수도 “아이들 욕보이는 짓” 동조 나경원 즉각 “유감”… 징계 논의 착수 여야 4당 “인간이길 포기” 제명 촉구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은 가운데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국회의원 등이 세월호 유가족을 원색적으로 힐난하는 글을 올려 국민적 공분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당 경기 부천시소사구 당협위원장인 차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며 “그들이 개인당 10억원의 보상금을 받아 학생들 안전사고 대비용으로 기부했다는 얘기는 못들었다”고 했다. 이어 “자식 시체 팔아 내 생계 챙기는 것까진 그냥 눈감아 줄 수 있는데 이 자들의 욕망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며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비판이 일자 이날 차 전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 나머지 감정적인 언어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며 “머리 숙여 용서를 빈다”고 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고 적었다. 같은 당 안상수 의원은 정 의원 글에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들이죠”라는 댓글을 달며 동조했다. 정 의원 역시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글을 삭제했다. 다만 정 의원은 “유가족을 비판한 게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한국당 지도부는 즉각 사과했다.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 “세월호와 관련된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의 부적절하며 국민 정서에 어긋난 의견 표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께 당 대표로서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세월호 유가족과 피해자분들께 아픔을 드린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한국당 중앙윤리위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의 징계 논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다른 당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한국당은 정 의원에 대한 국회 제명, 차 전 의원에 대한 당 제명에 즉각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노영관 상근부대변인은 “인간이길 포기한 차 전 의원은 사죄와 참회를 하며 남은 인생을 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를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한 차 전 의원은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라고 했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차 전 의원은 대한민국이 그 따위 참혹한 막말을 내뱉고도 대명천지를 무사히 거닐 수 있는 문명국가임에 감사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외교안보부처 아닌 여가부는 왜 서울에

    외교안보부처 아닌 여가부는 왜 서울에

    행복도시법엔 ‘여가부 세종 이전 제외’ 왜 서울 잔류가 결정됐는지는 불분명 법 개정하면 세종청사로 이사할 수도행정안전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로 이사를 간 지도 어느새 두 달이 다 돼 갑니다. 현재 과천청사에 머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오는 8월 세종시로 이사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18개 정부부처 가운데 세종시로 옮기지 않은 부처는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등 5곳뿐입니다. 이 중 서울청사 본관에 남아 있는 부처는 여가부와 통일부 2곳입니다. 잔류 부처의 세종행 재편이 마무리되면서 홀로 남은 여가부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가부가 왜 서울에 남아 있는지 말입니다. 사실 여가부가 서울청사에 머무는 것은 ‘자의’가 아닙니다. 세종청사의 법적 구성원을 담은 ‘행복도시법’에 세종 이전 대상 제외 부처로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엔 행안부도 이전 대상 제외 부처였지만 2017년 법령에서 빠져 이번에 세종행 막차를 탔습니다. ●“인원 적어 법 제정 때 깜빡” 농담하기도 그럼 여기서 여가부가 왜 행복도시법에 서울 잔류 부처로 분류됐나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됩니다.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등은 외교·안보·법률 부처로서 서울에서 업무를 해야 한다는 잔류 목적이 분명하게 있지만 여가부는 딱히 서울에 남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문에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는 공무원은 거의 없습니다. 여가부 공무원도 다른 부처 공무원도 그저 이유를 추측해볼 뿐입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세종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청사 고위 공무원은 “여가부의 인원이 너무 적어 법령을 정비할 때 깜박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이전 반대 거세 정치타협 산물로 잔류설도 물론 여가부가 영원히 서울에 머무는 것은 아닐 겁니다. 법만 개정하면 세종청사로 바로 이삿짐을 쌀 수 있어서입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여가부가 언젠가는 내려오지 않겠느냐고 추측합니다. 법률에 명시된 다른 부처에 비해 서울청사에 남아 있을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종시도 여러 차례 여가부의 세종 이전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선 여가부의 서울 상주가 정치 타협의 산물로 서울에 남게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행복도시법이 제정될 당시 (세종 이전에 대한) 반대가 거세서 장관급 부처를 몇 군데 서울에 남겨 둬야 했다. 인원수가 적으면서 장관급 부처인 여가부가 제격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정쟁의 산물’이든, ‘잊혀진 작은 부처의 설움’이든 여가부의 나 홀로 서울살이가 얼마나 이어질지 이목이 쏠립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차명진 ‘세월호 유가족’ 비난 이어 정진석도 “징글징글” 막말

    차명진 ‘세월호 유가족’ 비난 이어 정진석도 “징글징글” 막말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쳐먹는다”고 막말을 쏟아낸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하루 만에 해명글을 냈지만, 같은 당 정진석 의원 역시 “징글징글하다”는 글을 올리면서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차명진 전 의원은 문제의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인 16일 오전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차명진 전 의원은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과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 나머지 감정적인 언어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면서 “세월호 희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서 순간적인 격분을 못 참았다. 저의 부족한 수양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가족들의 아픈 상처가 저로 인해 도졌다는 생각에 괴롭고 송구스럽다”면서 “깊이 반성하며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페북과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자유한국당 부천소사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21대 총선에 출마할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진 “세월호 유가족들, 징하게 해쳐 먹는다” 차명진 전 의원은 전날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고 막막을 쏟아냈다. 이어 “그들이 개인당 10억의 보상금 받아 이걸로 이 나라 학생들 안전사고 대비용 기부를 했다는 얘기 못 들었다”면서 “귀하디귀한 사회적 눈물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 싸먹었다. 나 같으면 죽은 자식 아파할까 겁나서라도 그 돈 못 쪼개겠다”고 썼다. 이어 “문제는 이 자들의 욕망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면서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보통 상식인이라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할 텐데 이 자들은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좌빨들한테 세뇌당해서 그런지 전혀 상관없는 남 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털어버리려는 마녀사냥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자식 팔아 내 생계 챙긴 거까진 동시대를 사는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 나도 마음이 아프니 그냥 눈 감아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애먼 사람한테 죄 뒤집어 씌우는 마녀사냥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해당자를 죽이는 ‘인격살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의심스러운 거 있으면 당신들이 기레기들 꽉 잡고 있으니 만천하에 폭로하라. 대신에 그거 조사해서 사실무근이면 지구를 떠나라. 지겹다“고 맹비난했다. ●정진석 의원도 “징글징글하다” 막말 차명진 전 의원의 해명에도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이 거의 비슷한 표현으로 유사한 취지의 글을 올려 논란을 부채질했다. 정진석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고 적으면서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안상수 의원도 이날 정 의원 글에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들이죠“라는 댓글을 달며 그를 거들었다. 논란이 일자 정진석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그를 향해 비판이 쏟아졌다. 정진석 의원은 최근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선정하는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중 품격언어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세월호처럼 침몰했다”고 답변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201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자 “노무현의 자살이 이명박 때문이란 말인가.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뒤 부부 싸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는 글을 올리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해당 글이 문제가 되자 “유가족한테 한 발언이 아니다. 정치권에 세월호를 정쟁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파문이 커지자 자유한국당은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정치권 정쟁에 발목… ‘안전권’ 도입 가물가물

    정치권 정쟁에 발목… ‘안전권’ 도입 가물가물

    文정부 개헌안 야당 반대로 무산된 뒤 정부·여야 안전권 보장 논의도 손 놓아 “안전권 도입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 위험 생산자가 책임지는 방향도 논의를”사회 안전 전반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안전권’ 도입이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이를 개헌안에 담았다가 야당의 반대로 흐지부지된 뒤 청와대나 정부부처 모두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현행법상 1300개가 넘는 안전 관련 법령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 각종 재난에 총괄 대응하려면 안전권을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는 지금까지도 정치권의 무능과 나태에 발목이 잡혀 있다. 14일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안전 관련 개념을 규정하고 있는 각 정부부처의 법령은 1300여개에 이른다. 여기에 담긴 안전 개념이 제각각이다보니 재난 대응 조직 기능이 중복되고 촌각을 다투는 현장에서 지휘 체계 혼란도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그나마 행정안전부 소관 재난안전기본법이 모법(母法) 역할을 하지만 모든 재난을 총괄하고 조정하기엔 한계가 있다. 헌법이나 법률에 안전권 개념을 도입한 뒤 이를 중심으로 현행 재난관리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 기본권으로 안전권이 도입되면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 된다. 안전이 국방이나 치안처럼 국가가 사활을 걸고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가 되는 것이다. 안전권을 지키지 못할 땐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서 정부 조직과 안전 예방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 제37조에는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안전권 개념이 신설됐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국가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취지였지만 여야 정쟁으로 개헌이 무산되자 안전권 논의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나채준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관련 법률 조문을 추가하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안전권을 도입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안전권이 모든 재난 관련 문제를 해결할 ‘만능 열쇠’로 여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안전권 도입은 국민 안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법적 근거가 되기에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그렇지만 모든 재난 책임을 정부가 질 수는 없다. 위험을 생산하는 사람이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방향으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북미, 연내 회담·스몰딜 여지… 美가 北의지 오독 않게 文 조율 필요”

    “북미, 연내 회담·스몰딜 여지… 美가 北의지 오독 않게 文 조율 필요”

    중대기점 맞은 한반도 평화…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최완규 前북한대학원대 총장 긴급 대담 지난 11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하는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돼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으나 시한은 연말’이라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밝힌 북미 정상회담 의지에 대해 김 위원장이 호응한 형식은 갖췄으나 시정연설은 지극히 엄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이 ‘일괄타결’이란 계산법을 접어야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조건절을 분명히 한 데다 ‘제재 해제 때문에 미국과의 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제재 해제를 넘어선 군사분야의 요구도 시사했다. 서울신문 평화연구소는 14일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 총장의 긴급 대담을 마련해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전망을 짚어 봤다. 두 전문가는 북한이 강조하는 연말 시한과 자력갱생의 의미를 미국이 오독(誤讀)하지 않도록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은 황성기 평화연구소장이 진행했다.-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최완규 긍정적 평가도 있고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부정적 평가를 하는 기류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몇 가지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우선 북미 회담의 불씨를 되살리는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측면도 있고 또 빅딜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이 스몰딜의 여지를 남겨 놨다는 것을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빠른 시일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해 수용하는 듯했고, 스몰딜 차원에서 인도적 측면의 지원 사업은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척시킬 여지와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측면이 긍정적이다. 정세현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촉박하게 문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한 것으로 봤을 때 손에 큰 걸 쥐여줄 줄 알았다. 원포인트 정상회담도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던 시점인 데다 상하이 임시정부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할 시점이라 뭔가 큰 선물을 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레버리지를 쥐여줄 줄 알았는데, 공개되지 않는 대화 과정에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공식 발표에선 그런 것은 없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노’(No)라고 했는지 아니면 그 정도 얘기를 시작해 보라고 북한과 얘기해서 오케이 하면 우리도 응할 용의가 있다는 언질을 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돌아와서 남북 정상회담을 곧 할 것처럼 얘기하고, 그러기 전에 대북특사 파견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선 워싱턴에서 발표는 안 됐는데 뭔가 있는 것 같다.-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은 어떻게 보는지. 정세현 미국이 하노이에서와 같은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계산법으로 나온다면 한 번쯤 더 해 볼 용의가 있다고 했다. 또 연말까지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자력갱생을 27번이나 강조하는 것 보고, 제재를 추가로 불러들이는 도발적 행위는 안 한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고슴도치처럼 버티려고 하면 우리가 빨리 3차 회담을 열어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해야만 당신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외부 경제 지원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얘기해 끌어내야 하는데 버티겠다고 하니 조금 답답하다. 5월 말 일왕 즉위식이나 6월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할 때 남·북·미 정상회담이든지 회동 같은 것을 할 수 있어 저렇게 움직이는 것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다. 최완규 북한은 6·12 싱가포르 1차 회담 이전에 점증 상호주의를 채택해 상대의 획기적 보상을 기대하고 먼저 양보하면 더 보상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행동했다. 싱가포르 회담 때 합의한 4개항을 구체화하는 회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하노이에서 패전국한테 요구하는 일방적 양보, 항복하란 얘기로 들릴 수 있는 요구를 해 와 북한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의 얘기가 김정은 시정연설에 그대로 반복된다. ‘우리가 원래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은 체제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었는데 미국이 그 문제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니 차선책으로 민수 민생분야의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란 얘기다. 차원이 같은 것끼리, 안보의 문제는 안보의 문제끼리 딜을 해야 한다. 외교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차원이 다른 가치를 등가로 교환하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렇게 본다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알 수 있는 하나는 미국이 그런 사고의 전환이 돼 있으면 한 번 더 회담을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안 하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한 것으로 보여 하노이 회담 때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스몰딜 차원보다 더 꼬이고 어려워졌다. -우리가 중재자 혹은 촉진자로서 창의적 해법을 가질 수 있는지. 정세현 하노이에서 빅딜만 필요하지, 이걸 단계적으로 쪼개고 하는 거 관심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스몰딜을 여러 개 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연말까지가 아니라 조금 더 이른 시간 안에 협상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위임을 해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그걸 잘 활용하면 된다. 미국도 우리가 자세를 바꿨으니까 북한도 나와, 그렇게 하긴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 역할만 하지 말고 당사자 역할을 하라는 건 남북 경협 등 교류 협력을 속도 있게 하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어쨌든 표현은 고약하다. 최완규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얘긴 북의 언술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잘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중재자, 촉진자가 될 수 없다. 그거보다는 안내자 역할, 내비게이터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획기적이든 크게 주목할 만한 내용이 아니든 발표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포괄적 합의 문제를 북한이 어느 정도 양보를 하면서 결국 실행 과정은 단계적으로 동시 병행하는 일종의 타협안 정도는 한 번 제시해 볼 수 있지 않는가. 큰 틀의 그림을 미국에 보여 주는 정도를 우리가 정교하게 다듬어서 특사가 가서 설명하고 어느 정도 조정이 되면 그 뒤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면서, 그러나 실제 이행과정은 북이 강조하는 단계적 동시병행하는 과정에 서로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노이 회담의 가장 큰 결렬 요인은 신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하는 협상이란 점이었다. 북한은 누가 봐도 약자인데 사람들은 강자인 것처럼 얘기한다. 또 북한은 합의한 내용을 되돌리는 비용과 시간이 미국보다 엄청나게 드는데 북한 보고 먼저 양보하라고 하면 어불성설이다. 정세현 북핵 문제가 올해로 26년째다. 늘 북한이 먼저 움직이면 미국은 상응해 보상하는 식으로 움직였다. 북미 협상이 잘되면 미국 행정부 안에서 그걸 어그러뜨리는 움직임이 늘 있어 왔다. 미국인들은 나이브하거나 비현실적인 구석도 적지 않았다. 미국은 늘 밀어붙이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쓰거나 더 큰 사고를 치면 달래며 협상장으로 불러내곤 했다. 리비아 핵합의 이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외관에 있어서 허술한 점, 치밀하지 못하고, 도덕적 우위를 전제로 일방적 압박부터 하고 본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해 그나마 협상 국면으로 끌고온 것이 문 대통령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최완규 4·27 1주년에 맞춰 하는 건 어렵다. 지금 시점에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올바르게 추진하기 위해서도 대북 정책, 대미 정책, 남북 관계 어떤 측면이든 국내 정치적으로 운신의 기반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책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는 데 청와대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사안의 본질과 관계없이 정쟁의 소재로 전락하는 상황이 굉장히 우려된다. 남북 정상이 신뢰가 두터워도 국내 정치가 이를 받쳐 주지 못하면 개인적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북 정책에 쏟는 힘의 절반 정도는 국내 정치적 기반을 넓히는 데 써야 한다. 영광을 공유하지 않고 독점하는 식으로 가면 정책 추진이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정세현 대통령 참모들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이런 건 도와주십시오’라면서 이른바 ‘퍼블릭 디플로머시’를 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북한이 절대로 싫다고 하면 쓸 수 없고, 북한이 좋다고 해도 우리 국민이 반대하면 못 쓴다. 국민 중에 잘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해해 주는 쪽이 51%는 돼야 한다. 국제사회 지원을 끌어내든지 미국을 설득할 때도 대통령 논리만 갖고 되는 것 아니다. 밖에서 비판 들어가면 더 움츠려든다고 할까, 국회에 일체 설명도 안 하고 하는데, 지금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닌가. 북한이 버틴다고 하지만 시한을 넘기면 새로운 길을 걸으려는 모양새인데 그러면 이 정부 임기가 얼마 안 남아 힘 빠진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하면서 해 보니 실제로 정부 정책을 이해하고 조금은 편들게 하는 효과가 나더라. 열린통일포럼을 만들어 지방까지 돌았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몰고 오는 거다. 야당에선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 대통령 참모든 통일, 외교, 국방부든 장관부터 아랫사람까지 올코트프레싱으로 뛰어야 한다. 너무 수줍어하는 것 같다. -지금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해야 할 시점 아닌가. 정세현 남북 정상회담을 북에서 먼저 제안할 가능성은 북한 외교 행태로 봐서 없다. 속으로 아쉬워도 상대에게 칼자루 내줄 것 같은 행동은 안 한다. 못 이기는 척 나올 수는 있다. 특사에게 들어 볼 만한 얘기가 있다는 암시가 있어야 받는 북한이다. 과거에도 사전에 친서 보자고 하고 특사 보고 밥만 먹고 가라고 한 적도 있었다. 다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대북 특사를 보낸다느니, 남북 정상회담을 조만간 할 거라고 얘기하는 거 보면 물밑에서 얘기가 있었던 거 아닌가 하고 추측할 수 있다. 최완규 하노이회담 결렬 직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김 위원장이 미국의 계산법을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시정연설에서도 미국이 계산법을 고수하는 한 대화를 안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빛 샐 틈 없는 한미 공조와 제재 공조 고수를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김 위원장이 먼저 남북 정상끼리 만나자고 하긴 어렵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외치고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연말로 설정한 것은 적어도 핵·미사일 발사는 없다는 뜻인가. 정세현 그렇다. 추가 제재를 자초할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유엔 제재의 틀 안에서 어떻게든 견딜 것으로 본다. 자강도 도당위원장 김재룡을 총리로 불러들인 것이 상징적이다. 자강도 강계는 어려운 시기를 버틴 자력갱생의 모범지역이자 대명사이다. 자력갱생으로 북한 경제를 끌고 갈 인물로 김재룡을 앉힌 것이다. -북한이 제재를 견딜 만한 체력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완규 특히 보수 쪽, 미국 주류에선 철벽 같은 제재를 유지하면 북한의 비핵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북 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데 강력한 제재가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제재 자체가 비핵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강계 정신’ 얘기가 나왔는데 북한의 메시지는 자력갱생으로 현 상황과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는 것보다 절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보여 주는 측면이 강하다. 아무리 어려워도 북한이 굴복하고 비핵화로 가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정세현 외교정책에서 상대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책이 완전히 달라진다.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강계정신을 상징하는 자강도 출신을 총리로 앉히는 의미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이 제재만능론을 지속하느냐, 그걸로는 안 되겠다고 방향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우리 정부가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보이는 결연한 의지는 허장성세가 아니다. 미국은 최근 며칠 북한의 흐름, 시정연설에 등장한 단어의 숨은 뜻, 행간을 잘 읽어야 하고 우리가 북한의 의도를 읽도록 미국을 도와야 한다. -남북 교류협력이 올 들어 정체됐다. 최완규 모든 민간 교류협력이 다 중단되고, 북한의 반응도 없다. 지금 북한이 민간교류를 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남북의학자대회를 평양에서 개최하려고 명단을 보낸 지 꽤 됐는데 반응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더 많은 사업 계획을 만들고 추진하는데 전혀 진전이 없다. 북측을 파트너로 배려하지 않고 정책의 대상으로만 간주해선 안 된다. 정세현 현실적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정부가 알아서 승인하지 않은 것도 많다. - 정부에 당부를 한다면. 정세현 북한을 설득해서 미국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우리 대통령 임무이고 역할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임받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처지에서 대북 설득도 조심스러운 대목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대통령 참모들이 올코트프레싱으로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대북 정책의 지지를 높여야 한다. 최완규 남북 문제는 체제와 이념을 놓고 갈등하고 대결하는 관계가 본질이다. 군사 대결로 보이지만 사실 착시이고 본질은 정치 투쟁이다. 비핵화, 평화체제, 한미동맹 셋 모두 최선의 것을 얻을 수 없다. 서로 조금씩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이 셋을 어떻게 얻어낼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여야와 진보, 보수를 아우르는 거버넌스 체제를 갖춰야 한다.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정세현 전 장관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세 정부에 걸쳐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통일부 차관·장관을 역임했다. 남북 접촉이 활발하고 2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던 2002~2004년에 통일부 장관으로 활동하면서 남북 대화와 북미 협상에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4·27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에 참여했으며, 현재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 최완규 전 총장은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40여년 북한을 연구해 온 원로다. 2004년부터 2년 동안 북한연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신한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경실련 통일협회 대표도 역임하는 등 시민사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 전 총장도 4·27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에 참여했으며, 회담 직전 ‘비핵화·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토론회’를 주도했다.
  • [사설] 임정 100주년, 청와대와 국회는 주권재민 되새겨야

    독립운동가들이 중국 상하이에서 현 국회의 모태인 임시의정원을 조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지 오늘로 꼭 100년이 됐다. 당시 선포한 임시헌장 제1장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규정함으로써 해방과 독립을 넘어 주권재민과 평등 같은 민주적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나라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라를 빼앗긴 황망하고 엄혹한 시절에 당면한 과제 해결에 머물지 않고, 민주주의 국가의 토대를 놓은 선구적인 뜻을 기리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지금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위정자들이 본분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면 마음이 무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임정 100주년과 관련해 “특권층끼리 결탁·담합·공생해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며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새로운 100년의 굳건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개입 논란, 인사보고서 채택 없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강행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대통령과 청와대 또한 특권과 반칙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착잡하다. 임시정부 수립 전날인 어제는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이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국회가 임시의정원이 표방했던 민주적 공화주의와 의회주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쟁을 앞세워 민생을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행태를 되풀이하고, 사소한 특권 하나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게 지금 국회의 참담한 민낯이다. 여야 5당 원내 대표부가 어제 상하이에서 열린 임시의정원 기념행사에 대거 참석했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이제라도 민생 협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데스크 시각] 변하지 않은 것, 변해야 하는 것/홍지민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변하지 않은 것, 변해야 하는 것/홍지민 사회부 차장

    온 국민이 가슴 졸이던 주말이 지나갔다. 대형 산불이 초속 20m를 넘는 강풍을 타고 강원도 일대를 집어삼켰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덮쳐 오는 불을 피해 한밤에 긴급 대피했다. 소방관과 경찰, 군인 등 수만 명이 불길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불은 축구장 742개,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해당하는 임야 530㏊를 태우고 사흘 만에 사그라졌다. 8일 기준으로 500채에 가까운 주택이 불탔다. 창고와 비닐하우스 등 농업시설이 300동 가까이, 관광·관람시설은 200곳 넘게 소실됐다. 가축도 4만여 마리가 희생됐다. 800여명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인명 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명이었다. 최근 대형 참사나 재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재(人災)라는 뼈아픈 평가가 뒤따랐던 것을 떠올리면 이번엔 천재(天災)에 맞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현장에서의 발빠른 판단과 대처, 그리고 헌신 등이 빚어낸 결과다. 고성에 체험학습을 간 평택 현화중 학생 199명과 속초에서 체험학습을 하던 춘천 봄내중 학생 179명이 화마를 피해 무사 귀가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5주년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일어난 대형 산불과 그 진화 과정은 우리 사회가 그래도 조금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듯하다. 자칫 이번 산불이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등 지난 5년간 우리 사회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왔더라면 아마도 국민들은 깊은 좌절을 맛보았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 5년간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오히려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바로 정치권이다. 화재 발생 첫날부터 산불을 정쟁에 활용하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불길이 거세지던 4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대표적이다. 한 야당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자신들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며 자리를 늦게 떠나게 만들었다. 안보실장은 국가적인 위기 대응의 총괄 책임자다. 비난이 거세지자 이 당의 원내대표는 ‘화재의 심각성을 보고하고 이석이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이 없어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는 취지로 책임을 돌렸다. 그런데 같은 당 대변인은 여당 소속 속초시장이 가족여행을 갔다가 뒤늦게 복귀한 것을 놓고 “산불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정부는) 촛불 정부가 아니라 산불 정부”라고 비꼰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이 “산불이 북으로 번질 경우 북과 협의해 진화 작업을 하라”고 지시한 것을 놓고 색깔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지역 정치인은 소속 당 대표가 ‘아침 일찍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 산불 현장 점검도 하고, 이재민 위로도 하고, 산불 지도를 한 덕분에 주불이 진화됐다’는 용비어천가를 불러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불은 꺼졌다. 그러나 복구는 이제부터다. 그간 재난을 당한 국민들이 실제 지원을 받기까지 늑장행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일을 자주 보아 왔다. 복구와 지원이 늦어질수록 천재를 막아낸 결과가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벌써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대책으로 현장에서 원성이 들려오고 있다. 시름하고 있는 강원도민들이 한시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실질적인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소방인력과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도 재차 확인됐다. 정치권이 이번에는 발목을 잡지 말고 제발 좀 힘을 보태길 바란다. 심상치 않은 여론을 의식했는지 칭찬에 인색하던 야당이 정부의 초기 대응을 긍정 평가하며 달라진 자세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치권도 변해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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