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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리 람 행정장관, 사석에서 “그만두고 싶다”…녹취 공개

    캐리 람 행정장관, 사석에서 “그만두고 싶다”…녹취 공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의 완전 철회를 촉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집회·시위가 계속 이어지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사석에서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람 행정장관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람 장관이 지난주 홍콩에서 사업가들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24분 분량의 녹취를 입수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람 장관은 비공개 회동에서 “내가 홍콩의 지도자로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행정장관직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영어로 말했다. 람 장관은 또 회동에서 “경찰관들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받는 압박을 줄이지 못하고 정부에, 특히 제게 화가 난 다수의 평화로운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했다. 아울러 “중국 본토에 대한 홍콩인의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이 이렇게 큰지 알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송환법안을 추진한 것은 결론적으로 매우 어리석었다”고 덧붙였다.홍콩 정부가 추진해 온 송환법안은 중국과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사안에 따라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홍콩 남성 범죄인을 대만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자칫 홍콩에 있는 반중국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중국으로 연행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여론의 반대에 직면한 람 장관은 지난 7월 9일 주례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송환법안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요구하는 송환법안의 완전한 철회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송환법안 반대 집회·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회동에서 람 장관은 시위가 격화하면서 쇼핑몰이나 미용실에도 가지 못하는 등 일상 생활에도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면서 “요즘은 외출하기조차 극히 어렵다. 밖에 나가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소재가 바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람 장관은 또 “불행히도 이런 상황에서 홍콩 행정 수반으로서 (혼란 수습을 위해)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인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이어 “중국은 홍콩 거리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중국은 국제적인 체면을 중시한다.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는 점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의 녹취가 공개되자 람 장관은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람 장관은 “홍콩을 돕기 위해 나와 홍콩 행정부가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지난 3개월 동안 끊임없이 되새겨 왔다”면서 “중국 정부와 사퇴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사퇴를 중국 정부가 만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퇴하고 싶지만 사퇴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점심 식사를 겸한 지극히 사적인 자리에서 한 말이 외부로 새어 나간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공항 봉쇄 시도한 홍콩시위대…중국 오성홍기도 불태워

    공항 봉쇄 시도한 홍콩시위대…중국 오성홍기도 불태워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와 정부 간 갈등이 점점 치닫고 있다. 시위대는 1일 오후 홍콩 국제공항을 마비시키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에 공항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대는 이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다음날인 2일에도 홍콩 국제공항 교통 방해 시위가 이어지고 총파업과 학생들의 동맹 휴업까지 예고된 상태다.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부터 시위대는 검은 옷과 마스크를 하고 홍콩 국제공항에 몰려들었다. 이후 홍콩 국제공항 주변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해 교통 운행을 방해했다. 이로 인해 홍콩 시내에서 홍콩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서 극심한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홍콩 국제공항의 항공편은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일부 시위대는 퉁칭 지역의 정부 건물에 걸린 중국 국기를 끌어 내린 뒤 불태웠다. 또 거리에 있는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선전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이들은 퉁청역에서 쇠파이프로 개찰기와 매표기, 안내용 대형 모니터 등을 파손했으며 안내소와 중앙제어실의 유리창을 부순 뒤 곳곳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기도 했다. 이날 홍콩 도심인 애드미럴티의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서도 홍콩 시민 약 500여명이 모여 시위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영국 국기를 휘날리고, 영국 여권을 꺼내 보이며 “우리는 영국인이다. 우리를 버리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는 이달 2일부터 2주간의 동맹 휴학을 예고했다. 중·고교생들 역시 수업을 거부하거나 시사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송환법 반대 의사를 전할 예정이다. 2∼3일에는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 또한 예고됐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단독] “악몽 꾸는 내게…그들은 참수리호 펄을 치우라 했다”

    [단독] “악몽 꾸는 내게…그들은 참수리호 펄을 치우라 했다”

    제2연평해전 생존자들, 17년 만의 증언“너희들이 펄 안 치우면 누가 치우냐”‘특별관리’ 한다더니 진급 혜택조차 없어“지금이라도 명예 회복받고 싶다” 울분“상부에서 군 생활하는 동안 우리를 ‘특별관리’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대로 복귀하니 침몰한 참수리호를 뒤덮은 ‘펄’(해저 진흙)을 직접 치우라고 했습니다. 제가 맨발로, 그 엄청나게 썩은 펄을 치우다 무서운 독(毒)이 올라 병원까지 여러 번 다녔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2002년 제2연평해전에 ‘갑판장’으로 참전했던 이해영(56) 예비역 원사가 17년 만에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제2연평해전 전우회장으로, 지난해 9월 35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군복을 벗었습니다. 이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군인 신분이 아니니 속시원하게 우리 전우들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털어놨습니다. 우리는 그날의 아픔만 기억합니다. 그 뒤에 숨겨진 생존자들의 아픔을 모릅니다. 그래서 그는 꼭 ‘진실’을 이야기해야겠다고 합니다. ●“내부에선 우리를 ‘패잔병’ 취급했다” 터키와의 한일월드컵 3·4위전을 9시간여 앞둔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내려온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으로 ‘참수리 고속정 357호’ 정장 윤영하 소령을 포함한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습니다. 생존대원들은 포탄이 터지고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전투를 벌여 적 경비정을 NLL 북쪽으로 쫓아냈습니다. 적 함정은 갑판이 대부분 부서졌고 3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적을 패퇴시킨 참수리호도 끝내 버티지 못하고 해저로 가라앉았습니다. 우리가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승전 대원들의 아픔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씨의 설명입니다. “머리 부위 피부가 탄에 맞아 찢어졌고 꿰맸는데 8일 만에 국군수도병원에서 내쫓기듯 나왔습니다. 실밥 겨우 뽑고 마음 안정도 안 된 나를 바로 2함대 의무대로 보내더라고요. 일반 수술 환자도 그런 대접을 하진 않습니다. 당시 군 내부에서는 암묵적으로 우리를 ‘패잔병’으로 취급했습니다.”전투 직후 정부는 이 사건을 ‘서해교전’으로 명명했습니다. ‘승전’이 아닌 ‘남북 충돌’ 의미가 강했습니다. 2008년이 돼서야 기존 승전인 연평해전은 ‘제1연평해전’으로, 서해교전도 승전 의미로 ‘제2연평해전’으로 격상했습니다. 그 때 전사자 추모행사도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정부행사로 승격됐습니다. 이씨는 전투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습니다. 그는 “지금도 배에 물이 들어오는 꿈을 꾸고 총탄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악몽을 꾼다”며 “피가 나오는 전쟁영화를 못 본다. 동물 다치는 것만 봐도 손이 덜덜 떨릴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내려온 상부의 지시는 인양한 참수리호에 가득 차 있는 펄을 치우라는 것이었습니다. “트라우마가 있는데 부대에서 생존대원들에게 펄을 치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용역을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죠. 그런데 상부에서는 ‘다른 대원들이 그걸 하겠냐. 너희들이 거기서 생활했는데 너희들이 안 치우면 누가 치우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빨리 퇴원한 10여명이 그걸 물청소를 하면서 다 치웠습니다. 그 때 군인 신분이어서 말을 못해서 그렇지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제2연평해전 ‘승전’했지만…전사자만 특진 1999년 7월 4일 제1연평해전에 참가했던 해군 유공장병 7명은 1계급씩 특진을 했습니다. 군장병이 교전으로 특진한 것은 6·25와 월남전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됐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제2연평해전 생존대원은 외면했습니다. 윤 소령 등 전사한 6용사가 특진한 것이 전부였습니다.정부는 또 당시 전사한 6명과 심한 부상을 당했던 생존장병 3명을 각각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대상자로 정했습니다. 나머지 부사관 7명과 병사 6명은 무공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국방부 장관·참모총장 표창으로 격이 낮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생존대원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씨는 “5년 뒤인 2007년 심사까지 받고 다음해 상사에서 원사로 진급했습니다. 2함대에서 인사 고과에서 특별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우대해준 게 없어요. 작심하고 함대 사령부에 따졌지만 변화가 없었습니다. 트라우마 치료라고는 충남 계룡대에서 군의관에게 진료 1번 받은 것 뿐이에요. 트라우마 치료 기록이 있으면 오히려 보직을 제대로 맡지 못할까봐 걱정부터 했습니다.” 그는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습니다. 군 생활을 계속해야 할 상황에서 불만을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씨는 이 대목에서 숨을 참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군은 ‘사기’로 먹고 사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참전용사에게 특진이나 훈장은 커녕 국민 성금이 포함된 보상금 1000만원과 대통령 표창이 전부였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훈격 격상 같은 명예 회복을 받고 싶다”고 토로했습니다. ●“12년 만에 트라우마 치료…그것도 서울에서” 또 다른 생존자 곽진성(38) 예비역 하사는 제2연평해전 당시 ‘전기장’으로 참전했습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오른팔 관통상과 포탄 폭발로 인한 엉덩이 파편상을 입은 상태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실려왔습니다. 8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2003년 3월 전역했습니다. 곽씨의 설명입니다. “당시 국군기무사령부 등 군 관계자들이 사복을 입고 병원 주변에서 상주하고 모든 대화나 상황을 모니터링했기 때문에 불만을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참전 부사관들은 심한 부상을 당해도 훈장 대상자에서 모두 빠졌고, 상부나 부대에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는 “나도 8개월간 입원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지만 ‘부사관은 뺀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훈장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했습니다. 또 “환자 후송이나 사후 지원을 하던 부대에서 승진자가 나오고 상을 받았지만 정작 참전대원은 승진에서 제외되고 외면받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곽씨는 트라우마 치료를 받은 경험도 없다고 합니다. 그는 “생존대원 중에 정부 지원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대부분 사비로 치료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다 12년쯤 지나 정부에서 갑자기 “트라우마 치료를 받으러 서울로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곽씨는 “우리 일정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지방에 있는 나에게 서울에 올라와서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며 “실태조사를 해보고 문제가 되니까 실적 쌓으려고 부른 것 밖에 더 되겠나. 왜 오라고 하는 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해전 이후 보상금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씨보다 부상 정도가 심해 더 많은 보상금을 받은 겁니다. 그런데 10%인 300만원만 정부 지원금이었고 나머지 90%는 ‘국민 성금’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참전용사에게 보상금을 줄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성난 국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전달한 것입니다.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전투행위 자체는 보훈대상으로 예우하지 않고 있습니다. 적의 침략을 막으려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더라도 사망하거나, 7급 이상 상이 등급을 받거나, 훈장을 받지 못하면 국가유공자로 예우받지 못 합니다. 그래서 17년이 지난 지금도 제2연평해전 참전 예비역 중 2명이 국가유공자 지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3번 이상 보훈대상자 신청을 했지만, 부상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연이어 탈락했습니다. 이는 현재 복무 중이거나 보훈심사 중인 대원을 제외한 인원입니다. ●“지원부대 상받는데…난 땡볕에서 박수쳤다” 따라서 제2연평해전이나 천안함 사건처럼 특수상황에서 국가를 위해 특별히 희생하거나 헌신한 참전용사에 대해 예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제2연평해전 참전자들은 서울신문에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수술하고 몸도 안 좋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배청소를 했고, 깨끗한 군복 챙겨입고 땡볕에 나가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상받을 때 박수치고 있자니 너무 울적했습니다.” “참전 병사와 부사관만 차별해 국무총리상, 국방부 장관상을 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겁니다.” “‘(유가족들이 있으니) 일단 알았으니까 너희들은 조용히 해봐’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참전용사는 그냥 ‘쩌리’(보잘 것 없는 사람)로 취급받는다는 느낌입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우리가 과연 어떤 대우를 하고 있는지, 또 어떤 대우를 해왔는지 곱씹어봐야 할 때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홍콩 반정부 시위대 요구, 中중앙정부 거절 ‘보고서’

    홍콩 반정부 시위대 요구, 中중앙정부 거절 ‘보고서’

    송환법 반대가 촉발한 홍콩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송환법 폐기 등 시위대의 5가지 요구사항을 중국 중앙정부가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등 3명이 경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중국의 강경 대응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보도여서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이 이 문제를 잘 아는 관리 3명의 말을 인용해 30일 이같이 보도했다. 이날 데모시스토당은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 비서장이 오늘 아침 7시 30분 무렵 체포됐다”며 “그는 밝은 시간대에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밀어 넣어졌으며, 우리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요구에 관한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램 행정장관의 보고서는 그가 선전에서 중국 고위 관리를 면담한 8월 7일 이전에 작성됐다. 보고서에는 ▲송환법 폐기를 비롯해 ▲시위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완전히 민주적 선거 ▲시위대에 ‘폭동’이란 용어 붙이지 말 것 ▲체포자들에 대한 기소 제외 등의 요구사항과 자세한 분석이 담겨 있었다. 이 고위 관리는 중도적인 시위대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송환법 철회와 독립적인 조사는 실행 가능성이 높았다고 봤다. 그러나 그는 램 장관에게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고, 램 장관은 송환법에 대해 “사망(dead)”라고 말했지만 폐기됐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은 거부했다. 베이징은 램 장관에게 법안을 폐기하지 마라며 경찰의 지나친 공권력 행사를 비롯한 혼란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고 이 관계자는 익명으로 로이터에 이야기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콩 정부가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이 관계자는 5개 요구 사항에 대해 “그들은 모두 노(no)라고 말했다”며 “상황은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신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보고서는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이 이끄는 고위 집단인 ‘중앙 홍콩·마카오협주소조’에 제출됐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시위대의 요구에 어떤 것도 답해주지 않았으며, 램 행정부가 더 주도권을 쥐고 나갈 것을 원했다고 확인했다. 보고서와 관련해 로이터는 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2명의 홍콩 소식통은 램 장관이 송환법 추진 중단을 밝힌 7월 16일과 8월 7일 사이에 제출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은 홍콩 반정부 시위에 “내정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영국 등 외부 세력이 개입돼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 존재가 드러남으로서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문제를 다루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로이터가 분석했다. 한편 홍콩 재야단체들은 물리적 충돌 우려로 31일 시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우산 혁명’ 주역 조슈아 웡 등 잇따라 체포, 홍콩정부 강공 시작?

    ‘우산 혁명’ 주역 조슈아 웡 등 잇따라 체포, 홍콩정부 강공 시작?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 당 비서장 등이 경찰에 전격 체포돼 홍콩 정부의 강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데모시스토 당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 비서장이 오늘 아침 7시 30분 무렵 체포됐다”며 “그는 밝은 시간대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밀어 넣어졌으며, 우리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데모시스토 당은 조슈아 웡이 완차이에 있는 경찰본부로 끌려갔으며, 세 갈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조슈아 웡은 지난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당시 고작 열일곱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는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송환법 완전 철폐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퇴진 등을 요구해 왔다. 또 이날 조슈아 웡과 함께 체포된 인물 가운데는 아그레스 초우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6월 21일 경찰 본부를 15시간 에워싼 시위 지도 책임을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전날 밤에는 ‘홍콩 독립’ 등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강제 해산된 홍콩민족당의 창립자 앤디 찬이 출국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앤디 찬이 폭동과 경찰관 공격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은 조슈아 웡과 앤디 찬 등이 전격 체포된 것은 홍콩 정부가 이제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대한 ‘강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한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위에 강경 대응할 것을 주문해 왔으며, 홍콩 행정장관에 계엄령에 가까운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적용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31일 상징성이 큰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가 예고된 상황이어서 전날부터 이어진 홍콩 정부의 강경책이 주목받는다. 전날 홍콩 경찰은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31일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시위를 모두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경찰이 모두 거부하기는 처음이다. 특히 31일은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란 상징성까지 겹쳐 이날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岑子杰) 대표는 전날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들고 복면을 쓴 괴한 2명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곁의 동료가 재빨리 막아선 덕분에 부상은 면했으나,이 동료는 왼쪽 팔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샴 대표를 습격한 괴한 2명은 중국인이 아니었으나,이번 사건이 친중파 진영의 사주를 받은 ‘백색테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전날에는 신화통신이 중국군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홍콩으로 진입하는 사진을 보도하면서 중국군의 무력개입이 준비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아 홍콩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다. 중국 군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의 연례 교체라고 해명했지만, 홍콩 내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의 강공책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홍콩 ‘반송환법‘ 시위 주도 조슈아 웡 경찰에 전격 체포돼

    홍콩 ‘반송환법‘ 시위 주도 조슈아 웡 경찰에 전격 체포돼

    “아침 길거리에서 강제로 미니밴에 밀어넣어”12주 연속 주말마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된 홍콩에서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반송환법’ 시위를 주도하는 조슈아 웡(黃之鋒·22)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AFP 등이 30일 보도했다. 이번 홍콩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850명 이상이 체포됐다. 그의 체포에다 이번 주말 시위가 금지되면서 이번 주말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일지 과격양상을 띠게 될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데모시스토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 비서장이 오늘 아침 7시 30분 무렵 체포됐다”며 “그는 밝은 시간대에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밀어 넣어졌으며,우리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1996년생인 그는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당시 그는 겨우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송환법 완전 철폐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퇴진 등을 요구해 왔다.한편 대규모 시말 시위를 앞두고 중국 군 당국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부대를 교체했다. 29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이날 새벽부터 홍콩 주둔군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중국 군 당국은 이번 교체가 매년 이뤄지는 절차로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 군 주둔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새벽에 인민해방군이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유포되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무력 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중국 군사전문가 저우천밍은 “홍콩 주둔군이 관련 보도도 없이 어둠을 틈타 은밀하게 이동했다면 홍콩인들에게 큰 두려움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홍콩경찰, 주말 시위 첫 금지… 주둔 中인민해방군 부대 새벽 기습 교체

    홍콩경찰, 주말 시위 첫 금지… 주둔 中인민해방군 부대 새벽 기습 교체

    中, 군 투입 관측 속 “연례적 교체” 해명홍콩에서 31일 대규모로 예정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경찰이 불허할 것으로 전해졌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홍콩 경찰이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이번 주말 집회와 행진 등 모든 시위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29일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방침이 이날 민간인권전선 측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SCMP에 밝혔다. 31일은 2014년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초 민간인권전선은 송환법 반대와 더불어 행정장관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시위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당국이 일정 자체를 허락하지 않아 이에 불복해 시위가 열릴 경우 대규모 유혈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이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모두 금지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8일 시위에서도 경찰은 도심 행진은 불허했지만 집회는 허용했다. 경찰은 “지난 주말 시위에서 던져진 화염병 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번 집회는)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경찰이 경고용 실탄을 쏘기도 했던 지난 주말 시위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간 격렬한 충돌로 86명이 체포됐다. 이 같은 결정은 직선제 요구 등이 겹치며 6월 9일부터 시작된 시위의 반(反)정부·반중국적 성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홍콩 행정당국이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최근 일종의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홍콩 정부는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공권력을 이번 시위 진압에 투입하려는 모습이다. 한편 중국 군 당국이 이날 새벽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부대를 교체해 시위 진압에 군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중국 군 당국은 연례적 교체라고 선을 그었지만, 새로 교체된 부대는 홍콩의 법률을 교육받고 중국 주권을 수호할 것을 맹세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 CCTV에서는 군 고위 인사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등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부대 교체 때는 이 같은 언급이 없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모자 벗고 얼굴 든 양현석, 성접대 의혹 질문에 “…”

    모자 벗고 얼굴 든 양현석, 성접대 의혹 질문에 “…”

    해외 원정 도박을 하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의혹을 받는 양현석(50)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양현석 전 대표는 29일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출석했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모자를 쓰지 않고 취재진 앞에 서서 혐의와 관련된 모든 질문에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만 말했다.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부터 양 전 대표의 환치기 및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조사하면서 상습 도박 혐의로 입건했다. 그룹 빅뱅 출신 승리 역시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양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서울의 한 고급 식당에서 외국인 재력가를 접대하면서 유흥업소 여성들을 동원해 성 접대를 한 혐의(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편의·심미·기능성 갖춘 고급 클래식 수제화

    편의·심미·기능성 갖춘 고급 클래식 수제화

    금강제화는 직장 생활을 하는 중장년층 남성들을 위한 선물로 최고급 클래식 슈즈 ‘헤리티지’를 추천한다. 이 제품은 금강제화의 최고급 수제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편안함은 물론 선물 받는 이들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지난 1999년 금강제화의 대표 남성화 브랜드인 ‘리갈(Regal)’의 고급화 라인 한정판을 시작으로 선보인 헤리티지는 편의성과 심미성, 기능성의 삼박자를 갖춘 수제화로 출시 당시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현재까지 하나의 정식 브랜드로 운영돼 오고 있다. 펀칭 장식과 윙팁으로 화려한 디테일의 슈즈와 일자 스트레이트 팁의 옥스퍼드 정장화 등 클래식한 멋을 풍기는 7가지 디자인이 있다. 활동하기 편리하고 신었을 때 가벼운 느낌을 원하는 중장년층 여성에게는 스타일까지 챙길 수 있는 컴포트 슈즈를 추천한다. 금강제화의 대표 컴포트 슈즈 라인인 ‘바이오 소프(biosof)’는 부드러운 양가죽과 쿠션감이 느껴지는 내피를 사용해 편안한 착화감을 준다. 캐주얼이나 정장 차림 모두 잘 어울리는 세미 캐주얼 슈즈로 가벼운 발포 창을 사용하고, 논슬립 기능의 바닥 창을 더해 미끄러운 길에서도 안전하게 신을 수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앉아서 사용하는 요실금 치료기… 전기 자극 강화

    앉아서 사용하는 요실금 치료기… 전기 자극 강화

    제너럴네트의 건강용품 브랜드 지엔메디(GN MEDI)가 선보인 ‘바디닥터’는 좌훈족욕기와 저주파 자극 허리벨트가 함께 구성된 요실금 치료기다. 기존 삽입형과는 다른 앉아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바디닥터는 골반저근 전기자극이라는 전기자극 장치를 통해 근육에 전류를 흘려줌으로써 괄약근 운동을 유도해 요실금 기능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항문과 엉덩이가 닿는 전기자극 부분을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전기 자극을 강화했다. 이 제품은 시중에 판매되는 요실금 치료기 중 3등급 의료기기로 등록돼 있다. 제너럴네트는 요실금 치료기와 함께 저주파 자극 허리벨트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피부 면에 전극을 장착하고 전기신호를 몸에 흐르게 해 근육의 수축·이완을 일으킨다. 이를 통해 근육통 완화에 도움을 준다. 제너럴네트는 22년간 GMP 인증을 받은 공장 시스템에서 S-Trainer, 저주파치료기, 척추교정장치 등의 다양한 의료기기를 개발해왔다. 생산, 조립, 품질 검사, 공정 등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해 품질 경쟁력을 높였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홍콩시위는 中·英 정체성 충돌 때문… 中 무력개입 희박”

    “홍콩시위는 中·英 정체성 충돌 때문… 中 무력개입 희박”

    중국식 교육 막아낸 젊은 세대들 주도 2014년 오합지졸 ‘우산혁명’과는 달라 中, 선전 주민 24만명 경찰로 투입 추진“중국은 150여년간 만들어진 홍콩의 영국적 정체성을 10~20년 안에 없애려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이러한 모습이 계속되면 이번과 같은 시위 사태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홍콩 역사 전문가로 꼽히는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불거진 홍콩 시위 사태를 홍콩에 내재된 ‘중국적 정체성’과 ‘영국적 정체성’의 충돌로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콩 정부가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사실상 비상대권을 부여해 시위를 진압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데 이어 중국 선전시가 주민 24만명을 자원봉사 경찰로 투입하기로 하는 등 시위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 홍콩 시위는 실패로 끝났던 2014년 우산혁명과 다르다”며 홍콩인들의 달라진 시민의식에 주목했다. 류 교수는 “우산혁명 때는 시위대의 요구 사항이 수시로 바뀌었고, 야권도 분열됐었다. 오합지졸 같은 모습으로 홍콩 역사상 가장 ‘슬픈 시위’로 기억돼 홍콩인들을 자괴감에 빠뜨렸다”면서 “하지만 이번 시위 사태를 보면 초반에 조금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있었지만 지금은 5대 요구 사항을 정리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과거 진압의 표적이 됐던 시위 지도부도 표면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등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홍콩에서 중국현대문학을 전공하며 홍콩의 정체성 등을 연구해 온 학자로 꼽힌다. 그는 홍콩 시민들의 의식이 일종의 ‘사춘기’와 같이 성장하는 과정인 반면, 홍콩을 지배해 온 관료집단은 오히려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20대들은 고교 시절 정부청사를 포위하며 중국식 국가주의 교육인 ‘윤리국가교육’(MNE) 의무화 정책을 막아 낸 경험이 있는 세대”라면서 “당시 ‘승리의 기억’을 간직한 젊은 세대가 다시 시위에 나섰다. 과거 홍콩인들이 (주인의식보다는) ‘과객 심리’가 컸던 것과 달리 지금 홍콩인들은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 공무원 문화에 대한 류 교수의 진단은 이번 시위 사태에서 중국 뒤에 숨는 모습을 보였던 람 장관 등 홍콩 정부의 행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홍콩 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행정을 맡아 국정을 이끄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의 시대’였던 영국 식민 시절과 달리 지금 홍콩 공무원들은 중국 정부가 만든 평가 시스템에 좌우되며 수동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류 교수는 “과거 홍콩의 번영을 가져온 주체인 공무원 집단이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중국 정부만 바라보는 복지부동의 집단으로 바뀌었고,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일각에서 전망하는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은 낮게 봤다. 홍콩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해 자체 수습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중국 중앙정부의 구상이라는 현지 매체들의 이날 보도와 비슷한 맥락의 전망이다. 그는 “홍콩이 중국의 새로운 식민지로 인식되면서 영국과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중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홍콩은 중국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정책의 상징이다. 일국양제에서 ‘양제’의 의미를 어느 정도까지 보장해 줄 것인지가 앞으로를 전망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승리,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출석…“심려 끼쳐 죄송”

    승리,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출석…“심려 끼쳐 죄송”

    버닝썬 사태 이후 65일만 경찰 조사양현석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외 원정 도박 의혹이 불거진 그룹 빅뱅의 전 멤버인 승리(본명 이승현·29)가 28일 경찰에 출석했다. ‘버닝썬’ 사태로 경찰 조사를 거쳐 검찰에 넘겨진 지 65일 만이다. 승리는 이날 오전 9시55분쯤 정장 차림으로 변호사와 함께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승리는 “불법도박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한 자세로 경찰 조사에 임하겠다”며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승리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느냐”, “도박 자금은 얼마나 썼느냐” 등 이어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승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하고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조달한 혐의(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승리의 전 소속사 대표인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앞서 승리는 지난 6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심려 끼쳐 죄송” 승리 경찰 출석, 깔끔한 수트+당당 발걸음

    “심려 끼쳐 죄송” 승리 경찰 출석, 깔끔한 수트+당당 발걸음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받는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29·이승현)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28일 오전 9시55분께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승리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취재진 앞에 서서 “성실한 자세로 경찰 조사에 임하도록 하겠다. 심리 끼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도박 자금 얼마나 썼나”, “도박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등 쏟아지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승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하고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조달한 혐의(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승리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은 올해 초 클럽 버닝썬 사태에서 제기됐다. 당시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승리는 자신의 사업 파트너에게 “2억 땄다”, “겜블 혜택이 좋다. 자주 오기 때문에 세이브 뱅크에 묻어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도 올해 3월 관련 첩보를 입수했지만 끝내 승리를 도박 혐의로 입건하지 않았다. 이는 해외 원정도박의 경우 범죄 관계자들이 해외에 있고 증거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경찰이 약 5개월 만에 승리를 도박 혐의로 입건한 것은 그만큼 수사에 공을 들였고,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입건했다는 것은 그만큼 증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승리는 지난 6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외국인 투자자 일행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하고 본인이 직접 성 매수를 한 혐의다. 또 동업자 유인석(34) 전 유리홀딩스 대표와 공모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자금 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상습도박ㆍ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양현석(50)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29일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계좌 등 자료와 그동안 확보한 관계자 진술을 분석해 온 경찰은 승리와 양 전 대표에게 자금 출처와 도박 액수 및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지난여름 바닷가에서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지난여름 바닷가에서

    부유층이 해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 산업화로 도시가 오염되면서 자연경관이라든가 맑은 공기가 가치를 지니게 됐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건강에 유익하다고 역설했다. 영국 귀족과 부유한 중산층은 18세기부터 스카버러, 브라이튼 같은 해변을 찾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1822년 디에프 해수욕장이 처음 문을 열었고 노르망디 해안을 따라 벨빌, 트루빌 등 해수욕장이 생겨났다. 19세기 후반 유럽 전체에 거미줄처럼 퍼진 철도망은 해변행을 부추겼다. 1848년 개통된 파리~디에프 노선은 마차로 열두 시간 걸리던 거리를 네 시간으로 단축했다. 철도와 함께 호텔이 생겨나면서 별장이나 영지가 없는 사람들도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 피서지도 유행을 탔다. 디에프가 너무 알려지자 프랑스 왕실은 프랑스 남서쪽 해안의 비아리츠로 피서지를 옮겼다. 20세기 초 선남선녀들은 프렌치 리비에라 또는 코트 다쥐르라 불리는 프랑스 남동쪽 해안을 선호했다. 외젠 부댕은 1860년대 노르망디 해변을 자주 묘사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피서객들은 해수욕을 하지 않는다. 정장 차림의 신사들, 크리놀린 드레스를 입고 베일, 모자, 양산으로 몸을 가린 숙녀들은 바닷가를 거닐거나 의자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눌 뿐이다. 물에 뛰어들려면 거추장스러움을 감수해야 했다. 젊은 여성들은 여성 전용 해변을 이용하거나 한적한 해변에서 남의 눈을 피해 해수욕을 했다. 몸매가 드러나지 않도록 양모로 두껍게 짠 조끼와 긴 바지를 입고, 방수천으로 만든 모자를 썼다. 19세기 말 바지 길이가 다소 짧아져 장딴지가 드러나자 보수적인 기성세대는 큰일이나 난 듯 난리를 쳤다. 이즈음 젊은이들은 남녀가 한데 어울려 해수욕을 즐기기 시작했다. 해수욕은 점점 건강을 위한 활동이라기보다 남녀가 한데 어울려 젊음과 경쾌한 분위기를 즐기는 일이 돼 갔다. 1960년대 반문화의 물결은 나체 해방 운동을 촉발시켰다. 오늘날 유럽과 북미에는 누드 비치가 여러 군데 있다. 아시아에선 누드 비치가 희귀하고, 한국에선 남녀가 분리된 목욕탕 외에는 공공장소에서 누드가 허용되지 않는다. 미술평론가
  • 이란 핵·홍콩 갈등 물꼬만 튼 G7… 트럼프는 ‘리조트 세일즈’

    이란 핵·홍콩 갈등 물꼬만 튼 G7… 트럼프는 ‘리조트 세일즈’

    트럼프 “여건 조성 땐 로하니 만날 것” 로하니 “제재 해제해야 대화” 거부 속 새달 유엔총회서 극적 만남 가능성도 “내년 G7은 내 리조트서… 푸틴도 초청” 트럼프 발언에 “부당 이득” 논란 가열 中 “G7, 홍콩 문제 간섭 권리없어” 반발26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란 핵과 홍콩 시위 등에 대한 ‘긴장 완화’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G7 정상회의의 미국 개최지를 두고도 논란이 가열되는 등 후폭풍도 거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공동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이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여건이 조성됐다”면서 “수주 안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올바른 여건이 조성된다면 이란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7일 테헤란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고 지난해 복원한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미·이란 중재 노력이 완전한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G7 정상회의로 미·이란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로하니 대통령이 선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했지만 미·이란 물밑 접촉은 재개되는 분위기”라면서 “다음달 유엔총회에 로하니 대통령이 참석하는만큼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이란의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정상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유대계 지원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과 이란의 실질적 1인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대미 강경 입장 등이 정상회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G7 정상들은 또 홍콩 시위를 지지하며 중국의 개입을 반대하는 내용을 성명에 담았다. 이들은 “홍콩의 번영을 위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폭력적인 사태로 진전하지 않도록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시위대 요구인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완전 철폐에 대해선 “어렵다”고,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홍콩 경찰이 시위대의 무력 사용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며 거부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G7 정상들이 홍콩 문제에 간섭하고 참견하는 데 강력한 불만을 표하고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이미 여러 차례 홍콩 사무가 중국 내정에 속하고 어떤 외국 정부나 조직, 개인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미국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하고, 회의를 자신의 리조트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텐트 바깥에 두기보다는 텐트 안으로 들이는 것이 낫다고 믿는다”면서 “나는 분명히 그(푸틴 대통령)를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G7 정상회의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 골프 리조트’에서 개최할 수 있다면서 “이는 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알맞은 장소를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를 부유하게 하기 위해 직무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신세계백화점, 여성복 라인 통합… 年매출 1000억 승부수

    신세계백화점, 여성복 라인 통합… 年매출 1000억 승부수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여성복 브랜드 델라라나를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메가 브랜드’로 키운다. 2016년 자체 브랜드 사업을 시작한 신세계백화점은 ‘델라라나’, ‘S’ 2개로 운영 중인 여성복 브랜드를 ‘델라라나’ 하나로 통합하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보브, 스튜디오 톰보이와 같은 메가 브랜드의 명맥을 잇는다는 계획이다. 캐시미어와 오피스룩 전문 브랜드로서 각각의 시장성과 상품력이 검증된 만큼 패션업계에 충분히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고 판단해 통합 브랜드로 출범하게 된 것이라고 신세계백화점은 밝혔다. 침체된 여성복 시장 상황에서도 수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메가 브랜드들을 쏟아낸 신세계그룹의 제조 역량, 유통 노하우를 비춰 볼 때 델라라나의 메가 브랜드 타이틀도 수년 내 가시권에 들어올 전망이다. 새 델라라나는 최고급 캐시미어, 여성 정장, 무스탕, 퍼(Fur) 등 300여종의 상품을 선보이는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로 재탄생한다. 상품의 원사부터 디자인·제작 과정을 국내 여성복 수준이 아닌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으로 차별화했다. 상품의 디자인도 더욱 강화한다. 국내외 프리미엄 여성복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디자인 팀을 별도로 만들고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패턴과 디자인을 개발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홍콩 反中시위 장기화… 람 장관 ‘사면초가’ 차이 총통 ‘어부지리’

    홍콩 反中시위 장기화… 람 장관 ‘사면초가’ 차이 총통 ‘어부지리’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지난 주말을 기해 12주차에 접어들었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와 더불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을 옹호하며 중국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았던 람 장관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탈(脫)중국화’로 총통 자리에 올랐다가 이로 인해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홍콩 시위를 계기로 지지율이 반등하는 등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 오전 정부청사에서 19명의 지역 유력 인사 및 정치인 등과 만난 람 장관이 “송환법을 완전히 철회하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이들의 주장에 “나는 그 발언을 내뱉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송환법 철회 선언이 람 장관의 통제 밖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법안의 배후에 중국 중앙정부가 있음을 짐작게 했다. ●‘철의 여인’ 캐리 람, 민주화 억압 아이콘 되나 람 장관을 옥죄고 있는 송환법은 람 장관의 머릿속에서 나왔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정부가 중국을 포함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에 범죄 용의자를 넘겨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지난 4월 발표와 동시에 반발에 부딪혔다. 홍콩 내 반중국 인사를 합법적으로 본토로 잡아가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취임한 람 장관은 대표적인 ‘친(親)중국’ 인사다. 홍콩의 행정장관은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입후보자는 1200명으로 구성된 지명위원회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은 2~3명으로 제한돼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입후보자가 ‘애국애항’(중국과 홍콩을 사랑한다는 뜻) 인사여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반중(反中) 인사의 출마는 원천 봉쇄돼 있다. 람 장관은 이러한 선거제도를 적극 두둔한 이력 덕분에 당선됐다. 2014년 홍콩 도심에서 79일 동안 벌어진 ‘우산혁명’은 소수의 선거위원회가 행정장관을 뽑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에서 벗어나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 실시를 촉구하는 민주화 시위였다. 당시 정무사장(정무장관)이던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열망을 무시한 채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고, 1000명에 달하는 시위 참여자를 체포했다. 이때 ‘홍콩의 철의 여인’, ‘홍콩의 마거릿 대처’ 등의 별명과 함께 중국 정부의 마음을 얻어 2017년 7월 행정장관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중국 공산당에 저항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발전하며 ‘톈안먼 시위’에 비견되는 상황에서 임기를 절반 이상 앞둔 람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지난 7월 파이낸셜타임스는 람 장관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당신이 벌여 놓은 일이니 당신이 수습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 장관은 “송환법은 죽었다”는 식의 비법률적 언어를 사용하며 더욱 격렬한 사퇴 요구에 직면하기도 했다. 람 장관은 이후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을 이어 가는가 하면 사퇴 불가 선언을 내놓는 등 강경한 행보를 보이며 중국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CNA는 “람 장관의 임기는 중국이 람 장관을 대체할 차기 행정장관 물색을 끝내자마자 종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시위 기회 삼아 재선 노리는 차이 총통 2016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총통직을 거머쥔 차이 총통은 올 초까지만 해도 내년 대선을 위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당내 경선 승리조차 장담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당시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한 22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제1야당 국민당이 15석을 얻은 반면 민진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치며 대참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만 민주주의의 성지’로 불리는 등 민진당의 철옹성이었던 남부도시 가오슝에서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선출되자 차이 총통은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후 재선에 실패하는 첫 총통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차이 총통에게 홍콩의 시위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양안(중국·대만)관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하며 대만 경제가 둔화되자 시민들은 탈중국화를 외치던 차이 총통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홍콩 사태를 통해 중국이 대만에 요구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 중국의 막강한 자본은 곧 지금까지 대만이 누리던 자유의 종말을 뜻했다. 차이 총통도 이런 흐름을 십분 활용했다. 홍콩 시위가 확산하자 “대만은 송환법 입법에 반대한다”며 홍콩 정부와 곧장 선을 그었다. 앞서 람 장관은 지난 2월 대만에서 일어난 홍콩인 살인 사건이 송환법 발의의 계기라고 말해 왔다. 당시 20대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 같이 갔던 홍콩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에 돌아왔으나 속지주의(영외 발생 범죄 불처벌)를 따르는 홍콩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고 있어 이를 처벌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당사국인 대만이 이를 반대하자 송환법 추진 동력은 더욱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차이 총통은 홍콩 시위를 지지함으로써 중국에 반기를 들며 반중 정서 결집에 힘을 쏟았다. 차이 총통은 “일국양제하에서 22년 만에 홍콩인의 자유는 더는 당연한 것이 아닌 게 됐고, 과거에 자랑하던 현대적 법치제도도 점차 무너지고 있다”며 “대만이 이에 깊은 경각심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6월 차이 총통은 민진당의 2020년 1월 11일 차기 총통 선거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재선 도전에 나서게 됐다. 국민당 총통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한 가오슝 시장으로 차이 총통과 비교하면 친중 노선에 가까워 이번 선거도 친중 대 반중의 대결 구도로 점쳐진다. 홍콩 시위가 지속되면서 한 시장의 지지율은 떨어지는 반면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이 이렇게 반중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1979년 단교 이후 대만의 안보를 지원하는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을 근거로 대만이 필수적인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무기를 수출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당선인 시절부터 차이 총통과 통화하며 대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 왔다. ●中과 무역전쟁 중인 美, 대만에 무기 수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전차의 대만형인 M1A2T 전차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약 2조 6000억원) 이상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록히드마틴의 F16 전투기 66대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대만과 중국과의 무역갈등에서 무기 판매를 협상용 카드로 쓰려는 트럼프 정부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의 홍콩 시위 지지와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단호하다. 대만은 물론 미국 또한 홍콩 시위에 ‘간섭 말라’는 입장이며, ‘무기 판매를 자제하지 않으면 중국도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위협에도 홍콩 입법회를 점거했다가 수배령이 내려진 시위자 30여명의 정치적 망명 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부산대 의전원 “조국 딸 장학금 특혜 같지만 절차상 문제없다”

    부산대 의전원 “조국 딸 장학금 특혜 같지만 절차상 문제없다”

    의전원장 “曺씨 말고 연속 받은 사례 있어 고려대 입학 취소되면 의전원도 입학 취소” 외부장학금 지급에 성적 예외 규정 놓고 누리꾼 “재산가 딸이 경제적으로 어렵냐” 교육부, 단국대 특별감사서도 적발 못해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에 대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신상욱 부산대 의전원장은 26일 양산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신 원장은 조씨가 6번 연속 외부장학금을 받은 데 대해 “학생 입장을 고려하면 특혜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절차상 문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조 후보자 딸이 유급에도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해선 “장학금 수령자가 지정돼 학교로 전달되는 외부장학금이라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 “조 후보자 딸 외에도 내부, 외부장학금을 연속해서 받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학금 특혜와 관련 2018년 노환중 전 양산부산대병원 원장(현 부산의료원장)이 조씨에게 수차례 지정장학금을 줘 지도교수가 경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씨에게만 지정장학금이 지급된 것에 대해선 “대체로 학교에서 추천하지만, 외부 장학회에서 대상자를 지정하면 대부분 그대로 지급된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주기 위해 유급 직전 장학금 규정을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선 “조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2013년 4월 신설된 장학금 지급 기준(11조 제3호)을 토대로 시행된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조씨 입학 이전인 2013년 2학기와 2014년 2학기에도 학점 평균이 2.5 이하인 다른 학생에게도 외부 장학금을 준 사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장학금 지급 성적 예외 규정을 2015년 신설했다고 국회의원실에 보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2013년 자료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급하게 보고하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다만, 신 원장은 “외부장학금 지급에 성적 예외 규정을 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도우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수십억원대 재산가의 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냐”고 비판했다. 조씨의 고려대 입학이 취소되면 의전원 입학도 취소되느냐는 질문에 신 원장은 “입학 자격이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이기 때문에 의전원 입학도 취소될 듯하다”고 밝혔다. 한편, 조씨가 고교 재학 중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작성된 단국대를 최근 교육부가 특별감사했지만, 조씨 사례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 5월 단국대와 서울대, 부산대 등 15개 대학에 대한 특별감사를 결정하고 8월까지 현장 검증 등을 실시했다. 그러나 조씨와 관련된 사안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감사는 전북대 A교수가 ‘대입 스펙’을 위해 자신의 미성년 자녀 2명을 논문 5건에 공저자로 올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결정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자기소개서에 논문기재를 금지한 2018년 이전에 대입에 활용된 미성년 공저자 논문을 전수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추가로 특별감사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북한과 문화교류 10년 지속 비결요?… 정직함이죠”

    “북한과 문화교류 10년 지속 비결요?… 정직함이죠”

    “주체사상 추종 않고 공산주의 반대 안 해” 솔직히 접근 라이바흐 밴드 北 공연 성사 文대통령은 北 사고방식 잘 이해하는 듯 핵 포기 강요는 실수… 北 응하지 않을 것“북한과의 관계를 ‘정직’이라는 단어로 요약하겠습니다. 주체사상을 추종하지도 않지만 공산주의에 반대하지도 않는다는 걸 강조하면서 솔직하게 다가갔습니다. 노벨평화상을 타려고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는 서양인이 아니라고요.” ●여성 보컬 미나, 노래로 北주장 순수성에 질문 노르웨이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모르텐 트라비크(48)는 완고한 북한의 문을 연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25일 막을 내린 제16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2019)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만났다. 이날 그는 북한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듯, 김일성 북한 국방위원장 스타일의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그가 EIDF에 선보인 영화 ‘어느 록밴드의 평양 방문’은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에 논쟁적인 밴드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슬로베니아 밴드 라이바흐의 공연을 성사시킨 과정을 그렸다. 라이바흐는 1980년 유고슬라비아 시절에 네오나치즘을 도발적으로 패러디하면서 등장했다.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전체주의, 군국주의 등을 교묘하게 풍자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평양 봉화예술극장 공연에서도 여성 보컬 미나가 “무엇도 내 세상을 바꿀 수 없어”(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라고 외치는 비틀스의 ‘어크로스 디 유니버스’를 부르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순수성’에 질문을 던졌다. ●北유화전략 개미 땅굴 파듯 조금씩 침투해야 트라비크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와 뿔이 달린” 이 밴드의 공연이 어떻게 북한에서 열릴 수 있었을까. “세계 미디어의 관심이 쏠리고, 공연이 성공하면 북한과의 문화 교류가 늘어날 거라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듯 처음엔 알레르기 반응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로울 것이라고 설득했죠.” 북한 공연의 의미를 묻자 “새로운 것을 보여 줬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공연을 본 사람,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된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이 공연을 잊지 못할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10여년간 진행한 북한 문화교류 사업은,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쐈던 2017년 위기를 맞았다. 당시 그의 북한 방문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그는 다만 “유엔과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강요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트라비크 감독은 다음달 20일 개막하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신작 ‘평양, 예술의 기술’을 처음 공개한다. 북한에 간 외국의 현대예술가들이 문화교류를 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북유럽에서 온 이 ‘북한 공인 문화사절’은 북한 유화전략을 이렇게 귀띔했다. “저는 북한 정부나 체제를 공격하지 않습니다.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노래를 부른다면 북한 관객들은 박수를 치지도 않고 못 들은 척할 거예요. 마치 흰개미가 땅굴을 파나가는 것처럼 조금씩 침투해야 합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핸드폰 없던 시절의 사랑…아날로그 청년을 만나다

    핸드폰 없던 시절의 사랑…아날로그 청년을 만나다

    “‘서른 즈음에’랑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요.” 현재 나의 상태를 표현하는 노래에 대한 답변, 가히 ‘애늙은이’다운 대답이었다. 지난 22일 아직은 더운 늦여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배우 정해인(31)은 직접 고른 네이비색 정장 차림이었다. 재킷도 벗지 않고 넥타이를 핀까지 꼽아 반듯이 맸다. 인터뷰 때 정장을 고수하는 건 어느덧 그의 스타일이 됐다. “(정장을) 좋아하기도 하고 편해요. 또 옷을 이렇게 입으면 일에 대한 제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걸 경험해서….” 옛날 사람, 좋게 말하면 ‘레트로’ 나쁘게 말하면 ‘고루’한 느낌이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철저히 레트로 감성이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여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인연의 끈을 이어 온 두 남녀, 현우(정해인 분)와 미수(김고은 분)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철저히 우연에 의존해야 하는 만남 속 10대부터 방황을 거듭한 현우의 삶은 위태위태한 구석이 있다. 현우는 이미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청년 정해인’과 닮은 부분이 있다. “제가 했던 모든 작품에 제 모습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 환경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비슷하고요. 현우나 저나 둘 다 유머러스한 남자는 아니기도 하고요.” 극중 현우는 악조건 속 사랑과 자존감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하는, 진지한 청년이다. 그에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손예진 상대역 ‘국민 연하남’ 이미지가 강력하다. 이번 영화에서는 1975년생 동갑내기의 이야기다. 연하남과 동갑 사이, 연기하는 데 차이가 있을까. “극이 주는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순간순간 캐릭터에 집중할 뿐 일부러 차이를 두진 않죠. 같은 멜로 장르라고 해서 서사와 환경이 똑같지는 않으니까요.”촬영 시점 순으로 ‘밥 누나’ 이후 ‘유열의 음악앨범’, 싱글 대디로 열연한 드라마 ‘봄밤’까지, 쉴 틈 없었던 그가 작품과 배역을 넘나들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과거에 머물면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엔 용량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전 시나리오도 온전히 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읽어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 읽으면 그 캐릭터로 시나리오를 읽게 되더라고요.” 김고은과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그가 첫사랑으로 잠깐 등장하면서 만났고, 이번이 두 번째.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나올 때마다 얼마나 반짝이는지 보고 싶었다”던 정지우 감독의 캐스팅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 있다. 엎드려 만화책을 보는 장면에서 미수가 내미는 손에 만화책 대신 손을 건네는 장면. “촬영할 때는 뻘쭘했는데, 영화로 보니까 ‘코드가 잘 맞는구나’ 싶었다”는 그는 재밌는 촬영이었다고 돌이켰다. 현우의 소년원 동기, 태성의 대사 한 토막. “다 같이 잘못했는데 너만 용서받는 거 같애. 얼굴이 반반해서 그런가?” ‘대사가 다분히 표적적’이라는 질문에 그는 “정말 중요한 대사”라며 “작가님 뵈면 왜 쓰셨는지 여쭤 보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외모 덕을 봤느냐고 묻자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언급하며 “웃지 않을 때와 웃을 때랑 이미지가 다르다”는 그는 “잘생긴 얼굴 덕은 아니고 제 외모가 주는 이미지가 연기에 도움을 주는 거 같다”면서 겸손하게 에둘렀다. 내처 거듭 띄워 보기로 했다. ‘멜로 장인’, ‘대세’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거듭 황감해하던 그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장인이 붙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대세는 끊임없이 새로운 대세가 생기니까 참 슬픈 말”이라며 꽤나 세련되게 정리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던 정 감독의 의도에 맞는 아날로그적 인물, ‘애늙은이’다운 답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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