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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승 안에 인간 있더라

    짐승 안에 인간 있더라

    유학자의 동물원/최지원 지음/알렙/360쪽/1만 7000원 괴롭기도 하면서 기쁘기도 한 동물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동물이 모순된 여러 가지 감정에 따라 스스로 헷갈리는 행동을 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그런 감정을 인위적으로 촉발시킬 수 있다며 학을 춤추게 하는 법을 소개했다. “깨끗이 사용한 평평하고 미끄러운 방에 구르는 나무토막 한 개를 둔다. 그리고 학을 방 안에 가두고 방이 뜨겁도록 불을 넣는다. 학은 발이 뜨거운 것을 견디지 못하고 나무에 올라서는데 나무토막은 구르면서 섰다 미끄러졌다 한다. 그때 창밖에서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뜯어 학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맞춰 소리를 낸다.… 오랫동안 그렇게 한 뒤 학을 놓아 준다. 며칠 뒤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타면 학은 기쁜 듯이 날개를 치고 고개를 세우고 마디에 맞춰 춤을 춘다.”(‘청장관서’ 중 ‘이목구심서’) ‘유학자의 동물원’은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남긴 동물 관찰기를 토대로 그들의 인간관과 도덕관, 세계관과 자연관을 들여다본다. 이덕무와 이익, 정약용 등 조선 후기의 유학자들은 소박하고 다소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동물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본성과 습성에 대해 사고했다. 그들이 동물을 바라보며 특히 고민한 문제는 살아온 관성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생명의 기계성’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관성적인 사고를 유발하는 습관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했다. 육체는 먹을 것을 에너지로 움직이고, 마음은 좋고 싫은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는 동물의 습성을 관찰하며 감정의 노예로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이 인간과 별다를 바 없음을 발견했다. 저자는 “유학의 세계에서는 모든 동물을 다스린다는 엘리트주의와 스스로도 벌레에 불과하다는 만물 평등주의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며 “그렇기에 조선 유학자들의 동물관은 동물과 자연에 대한 특별난 생각이 아니라 바로 인간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학자들은 동물의 마음을 추스르고 달래거나 동물의 눈치를 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조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동물의 행태뿐 아니라 마음에 대해 특히 관심을 두고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려 시도했던 이익은 ‘성호사설’ 제5권에서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통해 영혼의 빈익빈 부익부에 대해 얘기한다. 음식 도둑질을 해서 사람들의 미움을 받던 고양이가 다른 집으로 가서 배불리 먹게 되자 어진 본성을 드러냈다. 사람이 세상을 잘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는 것처럼 고양이도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품성이 달라짐을 강조했다. 이익은 말똥구리와 새의 행위를 통해 동물의 눈치보기를 관찰한다. 군중은 서로 눈치를 보며 자신의 의견을 조정하고 결국 군중 전체가 비슷한 의견, 비슷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과정이 새 무리와 비슷하다. 유학자들은 동물, 심지어 해충의 억하심정까지도 헤아린다. 김성일은 ‘학봉집’에서 모기를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심정을 토로하고, 정약용은 오징어에게 비웃음을 당하는 고고한 백로의 이야기로 자신의 위선을 고백한다. 책은 인간보다 지능적이거나 헌신적인 동물 이야기도 소개한다. 이덕무는 쥐들이 음식물을 나르는 것을 관찰하고는 그 재주와 지능에 감탄한다. 이익은 어미 대신 동생을 돌보는 암평아리들에게서 형제간의 우애를 발견하고 성인이라고 치하하고 장사까지 지냈다. 동물의 행동에서도 오륜과 같은 유교적 윤리의식을 찾아내곤 했던 유학자들은 인간성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특권이 아니며 어떤 동물이라도 자유롭게 고유의 동물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잘 놀기’의 기술/황수정 논설위원

    이 노래, 어떤가.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시절이 바뀌어 폐기처분돼야 하는 노랫말이 있다면 이 노래가 그렇다. 이어지는 노랫말,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열흘 붉은 꽃 없고 달이 차면 기우는 자연 이치는 끄떡없는데, 젊어 노는 게 미덕이라는 장담은 유효기한이 끝났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차라리 당당히 놀기로 체념한다는 실업 청춘, 니트족들에게는 심장을 헤집는 노래다. 시대 상황에 안 맞는 오류는 더 있다. 늙어 못 놀 일은 또 뭔가.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그러고 보면 ‘잘 놀기’에 대한 해석이 요즘처럼 어렵고 민감했던 때가 없었다. 일자리만큼이나 모자라서 아우성치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다. 타임푸어(Time Poor) 시대. 먹고 자고 씻는, 생활에 필수적인 시간조차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시간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중 시간빈곤층은 무려 42%. 우리는 세계에서도 일 많이 하기로 소문난 나라다. 한 사람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53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이쯤 되면 휴식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언제,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 쉴 것인지로 초점을 옮기는 편이 효율적인 휴식을 위한 지름길이다. 잘 휴식하기(Well Rest)의 방법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분초를 쪼개는 일상에 길들어 여가가 생겨도 무기력증에 빠진다는 호소가 사회병증이 됐다. 오죽했으면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기’의 광고 카피가 온갖 패러디물로 인기를 얻고 있을까.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 이른바 무위(無爲) 휴가. 여름 휴가철을 앞둔 어느 조사에서는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이 절반을 넘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제대로 놀 줄 몰라 곳곳에서 허둥대는 모습들이다. 터닝 메카드라는 장난감을 사겠다고 젊은 부모들이 새벽부터 잠 안 자고 대형마트 앞에 줄을 선다고 한다. 고작 스마트폰 게임이나 상술로 기획된 놀잇감을 쥐여 주는 것 말고는 아이들에게 딱히 해줄 게 없는 세태의 단적인 반영이다. 놀 줄 모르는 어른들, 잘 노는 법을 애초에 배워 본 적 없는 아이들. 잘 휴식하지 못하는 사회가 건강할 수 없으니 씁쓸하다. 다산 정약용은 18년을 유배지에 묶였으면서도 저술 활동이 누구보다 왕성했다. 다산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교유하는 것으로 삶의 숨통을 텄던 모양이다. ‘웰 레스트’의 내공이 압권이어서 언젠가 밑줄을 쳐둔 대목이다. ‘살구꽃이 피면,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초가을 서쪽 연못에서 연꽃이 피면, 국화가 피면, 겨울철 큰 눈이 내리면, 세모에 화분의 매화가 피면….’ 여가를 즐긴 명분이 너무 소소해서 시시하다. 삶에 쉼표를 찍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텃밭정원으로 떠나는 힐링 여행’ 순천만으로 오세요

    ’제4회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가 ‘텃밭정원으로 떠나는 치유(힐링)여행’이란 주제로 오는 9월 5일부터 8일까지 순천만정원에서 열린다. 이번 도시농업박람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순천시가 주관한다. 순천시는 텃밭과 정원이 어우러진 총 9개의 주제로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순천형 도시농업 모델을 연출한다. 도시농업 정보관에는 사회 원예, 생활농업, 환경개선, 도시녹화의 4가지 주제로 도시농업에 관한 정보와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 독일의 ‘클라이가르텐’을 순천지역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 순천형 텃밭정원을 비롯해 다산 정약용 채마밭, 3천㎡ 규모 치유 텃밭정원 등을 조성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선비의 피서법/손성진 논설실장

    폭염이 인내심을 시험하는 요즘이다. 선조들은 더위를 어떻게 견뎌 냈을까.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여름용품은 합죽선이나 죽부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시나 삼베로 지은 적삼 안에 입어 땀이 차지 않게 하는 등거리라는 물건은 참 기발하다. 등나무로 엮은 조끼로 옷이 몸에 달라붙지 않게 해 준다. 여름철의 우물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등목을 한 번 하고 나면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불볕더위도 당산나무의 넓은 그늘에서는 기세가 꺾였다. 그래도 더우면 계곡물에 발을 담그거나 멱을 감으면 더위는 저만치 달아난다. “송단호시(松壇弧矢·소나무둑에서 활쏘기), 괴음추천(槐陰?韆·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허각투호(虛閣投壺·빈 정자에서 투호놀이하기), 청점혁기(淸?奕棋·깨끗한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서지상하(西池賞荷·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동림청선(東林聽蟬·동쪽 숲에서 매미소리 듣기), 우일사운(雨日射韻·비 오는 날 시 짓기), 월야탁족(月夜濯足·달밤에 물가에서 발 씻기)”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다. 몸가짐을 아무렇게나 할 수 없던 옛 선비들의 피서법을 그렸다. 피서도 풍류의 하나였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씨줄날줄] 풍석 서유구의 요리책/최광숙 논설위원

    조선시대의 오이소박이(장황과)는 고춧가루로 버무려진 지금의 여름철 별미 김치와 완전히 다르다. 오이 가운데를 둥글게 홈을 파서 후추로 양념한 으깬 두부를 그 속에 박아 넣고 끓인 간장을 부어서 하룻밤 삭힌 것이다. 맛이 깨끗하고 고소하며 짭조름해 반찬으로 손색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고급 한정식 상에 올라도 될 만한 이 ‘명품’ 오이소박이를 만드는 법은 놀랍게도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1764~1845)가 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정조지’(鼎俎志)에 깨알같이 적혀 있다. 풍석은 18세기 말 다산 정약용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당대 최고의 실학자다. 벼슬에서 물러난 뒤 고향에서 농사짓고 어부로 지내면서 30여년간 쓴 책이 바로 임원경제지다. 이 책은 농사, 의류, 건축, 의료 등 16개 분야에 걸쳐 113권 52책 2만 8000여개 항목으로 구성된 방대한 생활백과서다. 그중 정조지는 음식 백과로 각종 음식과 술 만드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정은 솥을, 조는 도마를 뜻한다. 출세의 길이 막혀 있던 몰락한 양반이나 중·서인 출신들이 실학을 연구하던 당시에 잘나가던 권세 가문의 후손인 풍석이 생활백과사전, 더구나 요리서를 냈다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하던 그의 가문의 학풍과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풍석의 7대조인 서성은 약산춘이라는 술을 빚었을 정도로 그의 조상은 글 읽기에만 몰두한 책상물림 선비가 아니었다. 특히 그의 조부 서명응은 신혼 초 어머니한테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그의 부엌 출입을 아내가 걱정할 정도였단다. 조부는 규장각 설립을 주도해 정조로부터 ‘규장각의 실제 주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대제학까지 지냈다. 풍석의 어머니 한산 이씨 또한 “재료는 적게 쓰면서 많이 들어간 요리와 맞먹었고, 사람을 적게 부리면서도 많이 부린 요리와 맞먹었다”고 할 정도로 음식 솜씨가 뛰어났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식은 개인의 입신양명이나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생을 위해 써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풍석이었기에 민초들의 삶에 필요한 실용서인 요리책까지 쓰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그는 노모를 위해 요리까지 직접 해 아침저녁 상을 차려 올렸다. 그러면 어머니는 “이 가득 차린 음식이 모두 자네 열 손가락에서 나왔구먼” 하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최근 출판업계에서 ‘집밥’ 요리책이 인기라고 한다. 진짜 집에서 먹는 듯한 건강한 상차림을 위해 스타 요리사들과 요리책을 내려고 출판가에서는 경쟁이 붙을 정도라고 한다. 정조지에서 “교묘함을 뽐내고 재물을 낭비하여 산가(山家)에서 품위 있게 먹는 데 적합하지 않은 음식은 모두 수록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그의 요리는 소박하면서도 건강해지는 ‘생명 밥상’이다. 그러니 ‘집밥’ 요리책의 원조는 풍석이 아닐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동대문 ‘청렴 제일’ 區

    동대문 ‘청렴 제일’ 區

    동대문구가 청렴도 최우수 자치구로 변신했다. 2010년 7월 민선 5기 유덕열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친절과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 덕목이다. 친절하고 청렴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며 청렴도를 강조하면서 일궈낸 값진 성과다. 그동안 구는 민선 3기와 4기 구청장이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이어졌다. 동대문구는 청렴교육 이수 의무화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뿐 아니라 지난 7월 서울에서 유일하게 감사담당관 내 청렴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각종 청렴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0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단 1건의 불미스러운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유 구청장은 “청렴은 공직자의 최고 덕목”이라면서 “구청장인 나부터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동대문구는 2013년 11월에 공공기관 최초로 다산연구소와 청렴 실천 협약을 체결하고 청렴 특강과 다산 정약용 유적지 탐방 등 활발한 교육을 했다. 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 100만원 이상 뇌물을 수수할 때 공직에서 퇴출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했다. 친절·청렴 직원을 특별 승진시켰을 뿐 아니라 승진 가점도 줬다. 자연히 직원들도 검은돈에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5급 이상 간부들의 청렴 서약식도 해마다 열고 있다. 청렴 의지를 직원들에게 드러내기 위한 선언적인 행동이다. 또 국장급 간부들이 ‘청렴 이야기’ 방송도 한다. 자신이 검은 거래에 유혹을 받을 때나 거절하는 방법 등 청렴 노하우를 모든 직원이 공유하는 자리이다. 이런 5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직원들 간 청렴 분위기가 정착되고 이는 곧 불미스러운 사건 ‘0’으로 나타났다. 유 구청장은 “5년 동안 모든 직원의 노력으로 최근 동대문구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평가에서 청렴도 최우수구로 선정됐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을 섬기고 공직자로서의 참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각종 교육과 교차 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동대문구, ‘2015 전국 지자체장 매니페스토’ 청렴공약 분야 최우수구로 선정

    동대문구, ‘2015 전국 지자체장 매니페스토’ 청렴공약 분야 최우수구로 선정

    유덕열(사진 오른쪽)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2015 전국기초지방자치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청렴공약 분야 최우수구로 선정, 상을 받았다. 이는 민선2기 유덕열 구청장이 재직하던 1999년 12월 청렴 최우수구 달성 이후 16년 만에 이룬 쾌거다. 청렴 분야에서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수상함으로써 청렴 으뜸 자치구로서의 명예를 회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에서 동대문구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청렴 전담팀을 새롭게 꾸리고 (7월 1일)하고 청렴 최우수기관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점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2013년 11월에 공공기관 최초로 다산연구소와 청렴실천 협약을 체결하고 청렴특강, 다산 정약용 유적지 탐방 등 활발한 교류를 펼쳤다. 이외에도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행정시스템 구축 운영 ▲계약업무의 투명성 확보 ▲구청장과 함께하는 소감(소통과 감성) 여행 등 10여개의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을 해가는 우수사례를 발표로 참석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오늘 이렇게 매니페스토 경진대회에서 청렴분야 최우수상을 받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 있고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청렴 동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준 구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 지역 주민을 최고로 섬기는 공직자로서의 모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기고] 애민과 절용, 지방재정개혁의 이유/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기고] 애민과 절용, 지방재정개혁의 이유/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애민(愛民)과 절용(節用). 다산 정약용이 지방 관리인 목민관(牧民官)이 지녀야 할 치세의 근본을 기술한 목민심서(牧民心書) 애민·율기(律己)편에 언급한 덕목들이다. 애민은 백성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으로, 노인을 섬기고 어린이를 잘 기르며 힘겹게 살아가는 어려운 백성을 돕는 것이다. 절용은 관아의 살림을 내 집 살림같이 여겨 재정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주민을 주인 자리에 놓는 국민 중심시대에 이 두 가지 덕목이 가슴 깊이 다가오는 이유는 현대판 목민관인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자체는 주민 가까이에서 주민과 호흡하며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주민 목소리에 귀를 더 열고 주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전달하며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주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벌인 일들이 주민의 행복을 높이기보다 부담을 초래하기도 했다. 공약이라는 이유로 국제대회를 무리하게 유치하거나, 타당성이 적은 선심성 사업을 추진해서 결국에는 부채만 떠안긴 경우가 대표적이다. 축제나 행사에 과도하게 지출하거나 민간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소홀히 관리한 사례도 있다. 국민의 돈을 아껴 쓰는 절용의 미덕이 아쉬운 대목이다. 주민의 행복을 최우선에 두는 지방자치를 위해 지방재정이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애민을 위한 절용이며 절용에 뿌리를 두는 애민이다. 주민들의 관점에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혁파하고 반드시 써야 할 곳에 예산을 써야 한다. 이렇게 재정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지원해 나가는 것, 이것이 주민 중심의 지방재정 개혁 방향이다. 첫째는 주민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에 재정을 지원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핵심은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변화를 반영해 복지수요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데에 있다. 34조원에 이르는 지방교부세 배분 기준에 노령인구와 아동인구 등을 더 많이 반영하고, 특별시와 광역시가 자치구에 내려주는 조정교부금도 개선해야 한다. 이는 곧 취약 계층의 기본적 생존을 보장하고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꿈을 키우도록 하는 애민의 길을 넓히는 것이다. 둘째는 지자체의 절용 노력을 확산하는 것이다. 예산을 알뜰하게 쓰면 재정지원을 더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대만큼의 재정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가령 고액·상습 지방세 체납을 줄이면 지방교부세 인센티브를 받게 되고, 공무원 규모만 잔뜩 늘려 인건비 기준을 위반하면 제재를 받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주인인 주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주민은 자신이 낸 세금을 지자체가 어떻게 쓰는지 상세히 알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방자치를 도입한 이유는 지방자치를 통해 주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서비스가 행복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애민의 마음으로 되돌아보고, 더 큰 행복을 주는 서비스를 찾아내 절용으로 뒷받침해야 할 때다. 그 시작이 바로 지방재정 개혁이라고 본다.
  • 수묵으로 보듬은 우리 사회의 상처

    수묵으로 보듬은 우리 사회의 상처

    수묵 인물화와 역사화로 잘 알려진 화가 김호석(58)은 한국 전통회화의 현대적 해석을 이끌어 내는 작가로 꼽힌다. 수묵화의 핵심인 필(筆)·묵(墨)을 체득해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종이, 붓, 먹, 물감 등 그림 재료를 최대한 원래의 제작방식에 근접하게 직접 만들어 쓴다. 그리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대상을 포착하고, 그 대상이 지니는 의미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담아낸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6일 개막한 김호석 초대전에서는 1999년 이후 최근까지 그가 관찰하고, 고도의 은유적 감성으로 담아낸 우리 사회의 모습이 펼쳐진다. 8월 16일까지 계속되는 초대전의 제목은 ‘틈,’이다. 전시를 앞두고 만난 작가는 “세월호 참사, 윤 일병 사건을 큰 주제로 삼은 작품을 선보인다”면서 “두 가지 큰 사건으로 받은 충격과 상처를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보편적 인간애로 승화시켜 위로하고 보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은유적인 화법으로 주제를 담고자 했지만 일상의 구조적 한계에서 오는 회한과 긴장감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군에 입대한 아들이 보낸 사물상자를 받아보고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와 누이의 모습을 담은 ‘내음으로 기억되다’, 군화와 어머니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는 ‘낯설고도 친밀한’,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장병의 모습을 그린 ‘못다 쓴 편지’처럼 군에 입대한 아들에 대한 애틋한 모정을 표현했다. 배경이 생략된 화면에 정밀한 공필(工筆)과 가장자리만 담묵으로 칠하는 홍운탁월(紅雲托月) 기법을 뒤섞어 그린 작품 ‘자식인 줄 알았는데 허공이었다’와 ‘흰 그림자로만 존재하는 것’은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는 “처절한 슬픔이 긍정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슬프지만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찾고 싶었다”며 “관람객에 따라선 극복해야 할 그 대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징, 비유,은유를 통해 작가로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싶었다”는 그는 “한때 그림이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그림이 사회 속에 녹아 들어가 작은 틈을 메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대와 역사의 다양한 주제를 자신의 예술세계에 녹여낸 김호석은 그동안 역사인물과 농민, 서민 대중의 다양한 모습을 특유의 화법으로 표현했다. 특히 성철 스님의 초상화는 60여점에 이른다. 또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 역사 속 인물인 정약용 등의 영정을 그렸고 동학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주제로 한 역사화도 작업했다. 작가는 “사회 현상을 보면서 나는 똑바로 살았는가, 이해관계에 빠진 적은 없는가, 돈을 위해 초상화를 그리진 않았는가 자문했다”며 “그랬다는 답에 스스로 반성했다”고 말했다. 또다시 초상화를 그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한 익명의 존재를 그리려 한다”고 답했다. 전시 제목 ‘틈,’은 작가가 틈을 두고 바라본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이태동 鐘樓에서]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정치

    [이태동 鐘樓에서]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정치

    다산(茶山) 정약용은 일곱살 때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으니 멀고 가까움이 다르기 때문이네(小山蔽大山 遠近地不同)”라는 유명한 시를 썼다. 몇 해 전 작고한 시인 이성부는 이 시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은/살아갈수록 내가 작아져서/내 눈에 작은 것으로만 꽉 차기 때문이다/먼데서 보면 크고 높은 산줄기 일렁임이/나를 부르는 은근한 손짓을 보이더니/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봉우리 제 모습을 감춘다” 다산의 ‘산’이라는 이 시편이 오늘날에도 세속적인 우리 삶의 현실에서뿐만 아니라 혼란스러운 작금의 정치 풍경을 비쳐 주는 거울이 될 수 있으니 그의 시적 재능이 실로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반세기 동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관습과 오랜 훈련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며, 많은 시간과 고통을 겪어야만 된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기억해야 할 정도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아직 지극히 미성숙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냉전시대에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던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이 1978년 하버드대에서 말한 ‘분열된 세계’라는 연설에서 서구 민주주의의 부정적인 요소로 비판한 ‘군거본능’(herd instinct)과 ‘집단 이기주의’, ‘만족을 모르는 물질적 욕망’ 그리고 ‘정신적 고갈’로 인한 지적 수준의 하향평준화 같은 퇴행적인 현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음이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가장 무서운 적은 전제정치가 아니라 광포한 자유다. 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유익하게 작용하게 하기 위해서 적절한 자제가 요구된다는 것은 새삼 밝힐 필요가 없다. 민주사회에서 광포한 자유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법은 물론 관습적인 질서의식과 인간 상호 간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혼란으로 말미암아 민주주의가 가져다주는 아무런 자유도 생산적으로 누릴 수 없다. 불행히도 일부 우리 정치인들은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관습적인 규칙은 물론 법률보다 위대하다는 예의마저 저버리며 격심한 갈등과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이번 메르스 사태를 맞아 서울시민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움직임이 정치적인 것으로 비쳐 논란의 대상이 된 것도 엄격한 의미에서 그가 정치적으로는 물론 행정적으로도 정치적 질서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4일 광역단체의 장인 박 시장이 중앙정부를 제치고 메르스 사태에 대해 심야 인터뷰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엘리트 의사 한 사람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아 위험한 건강 상태로 몰아넣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박 시장은 당시의 상황이 너무나 급박했다고 변명하지만, 그는 보통 시민이 아니라 1000만명의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지도자이자 행정관이기 때문에 일반사람들과는 다른 침착성과 치밀함을 보였어야만 했다. 박 시장이 정부를 비판하고 “내가 메르스 퇴치를 위한 총지휘자가 되겠다”고 월권적 발언을 했지만, 그 후 서울시는 실질적으로 메르스 치료와 퇴치를 위해 결정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6월 4일 정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의 무능함을 비판했던 것만큼 신연희 강남구청장으로부터 ‘메르스’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한다며 시장으로서의 부실함에 대해 격심한 비판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정치가는 기회를 만든다. 그러나 기회는 정치꾼을 만든다”라는 말이 실감 나는 부분이다. 결국 정치인 박원순 시장은 신뢰 문제로 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처럼 민주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지만 그것을 성숙하게 만드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고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왜소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이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랠프 에머슨은 ”인생은 짧다. 그러나 예의를 지킬 수 없을 만큼 짧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타인의 시선 벗어나 유쾌하게 나이 들어가려면

    타인의 시선 벗어나 유쾌하게 나이 들어가려면

    늙어갈 용기/기시미 이치로 지음/노만수 옮김/에쎄/388쪽/1만 6000원 죽음을 피하지 못할 바에야 살아 있는 동안 더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늙어갈 용기’는 행복하게 늙는 법을 심리학자 아들러의 지론을 통해 일러 준다. 병, 늙음, 사멸 문제에 초점을 맞춰 한정된 시간속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용기’에 주목했다. 반려견 이름을 ‘아들러’라 지을 만큼 아들러에 각별한 애정을 갖는 저자의 체험을 녹인 게 특징이다. 인간은 누구나 유아기부터 싹튼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아들러는 그 열등감 자체보다 열등감에 대한 왜곡된 심리적 태도가 잘못이라고 본다. 그래서 질병이나 노화, 죽음 등 모든 인생의 과제도 ‘나’의 용기에 따라 주체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한다. 저자 역시 불안감이나 절망감,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있기에 인생 과제에 도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자유롭지 않고 행복하지 못한 큰 이유는 ‘만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마흔을 넘기면서도 늘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바란다면 공허감 탓에 무엇을 하든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아들러는 이때야말로 ‘참 나’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인 용기를 내라고 부르짖는다. 내 안의 타자인 병(病)도 다른 인생의 과제처럼 용기 있게 맞이해 응답하라고 호소한다. 그런 차원이라면 병은 자신과 신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이고 쾌유는 바로 그 ‘몸의 말’에 책임을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늙음에 대해서도 융통성 없는 노옹(翁)이 되지 말자고 당부한다. 다산 정약용의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人一快事)이란 시에서 보듯 늙음을 오히려 긍정하며 나이 듦의 옹색함, 추레함을 유쾌하게 인정하고 늙음 자체를 순리대로 수긍하는 여유로움과 넉넉함이야말로 ‘늙어갈 용기’라고 잘라 말한다. 늙은 조개가 진주를 낳듯이.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푸른 청렴나무 울창한 숲 되도록”

    “푸른 청렴나무 울창한 숲 되도록”

    11일 성북구청에서 구청 직원들이 목민관 다짐 게시판 한쪽에 그려진 청렴나무에 다짐을 쓰고 있다. 이 게시판은 오는 16일 다산 정약용 탄생 253주년을 기념해 만들었으며 다산의 청렴 정신을 본받겠다는 의미에서 직원 전원의 가족 이름이 적혀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인문학 고전에서 삶의 해답 찾고 싶은 당신께

    인문학 고전에서 삶의 해답 찾고 싶은 당신께

    지금 실천하는 인문학/최효찬 지음/와이즈베리/388쪽/1만 6000원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이 부쩍 각광받고 있다. 인문학 열풍은 답답한 현실 속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맞닿아 있다. 인문학은 오래된 것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통찰과 지혜를 얻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윈스턴 처칠이 “멀리 되돌아볼수록 더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인문학에는 삶의 해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제대로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 길잡이를 제시한다. 책에는 문학, 사회학, 철학을 넘나드는 명저들이 소개되어 있다. 동서양의 고금을 뛰어넘는 100권 가까운 책으로 인문학 고전과 저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48가지로 정리했다. 저자는 인문학 공부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토대로 새로움에 대한 상상법,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법,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법, 깊이 있는 공부법, 인생의 지향점 등 다섯 가지로 나누어 강조한다. 우주과학 교양서의 세계적 고전으로 꼽히는 ‘코스모스’에는 인문학적인 향기가 가득하다. 저자 칼 세이건이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천재 물리학자로서의 성공은 인문학적 상상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문학은 이처럼 자신의 한계를 넘어 새로움을 상상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인문학 책의 독서 뿐만 아니라 사색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한다. 책 읽기를 마쳤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명상에 잠길 것을 권한다. 또 한 가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초서’다. 초서란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내용을 기록하는 것으로, 다산 정약용과 퇴계 이황이 즐겨 쓰던 독서법이다. 아울러 저자는 “내공을 쌓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인문 고전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스스로 붙인 이름, 선비의 혼 담다

    스스로 붙인 이름, 선비의 혼 담다

    호(號), 조선 선비의 자존심/한정주 지음/다산초당/704쪽/2만 9700원 조선시대 선비들은 세 개의 이름을 썼다고 한다. 태어날 때 부모가 붙여주는 ‘명(名)’과 성인이 된 뒤 윗사람이 붙여주는 ‘자(字)’, 그리고 자신이 지어 부르는 ‘호(號)’가 그것이다. 명과 자와는 달리 호는 본인이 직접 지은 이름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삶과 생각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호, 조선 선비의 자존심’은 조선시대 선비 이름 ‘호’에 담긴 의미를 통해 조선시대의 사람들과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어 흥미롭다. 선비의 호는 연고 있는 지명이나 좋아하는 사물에서 딴 게 대종을 이룬다. 이이의 ‘율곡(栗谷)’과 박지원의 ‘연암(燕巖)’, 정철의 ‘송강(松江)’이 그것들이다. 조선시대 기호사림의 태두인 이이의 호 ‘율곡’에 얽힌 이야기는 아주 새삼스럽다. 이이의 연고지라면 많은 사람들이 강릉 오죽헌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작 이이의 삶과 철학의 주 무대는 경기도 파주 파평면의 ‘율곡(밤골마을)’이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 밤골마을은 19세가 되는 해 성혼을 만나 도의지교(道義之交)를 맺은 곳이다. 임금이나 조정에서 자신의 뜻을 수용하지 않을 때 물러나 거처했던 땅이기도 하다. 삶의 고비 때마다 몸을 의탁했던 힐링의 장소였다고 할까. 사랑하는 어머니이자 유일한 스승이었던 신사임당이 묻힌 곳이자 자신과 후손들이 사후 몸을 눕힐 영면의 땅이었으니 이이가 첫 번째 호로 택한 게 당연해 보인다. 이황의 ‘퇴계(退溪)’에 얽힌 사연도 비장하다. 이황은 성균관, 호조, 홍문관, 춘추관, 사헌부 등 60여개의 중앙관직을 두루 역임했지만 마음을 벼슬에 두지 않아 병을 이유로 사직했다가 임금이 부르면 어쩔 수 없이 나아가기를 거듭했던 인물이다. 46세 때 부인이 사망하자 작정하고 고향인 경북 예안현(지금의 안동) 온계리로 귀향해 양진암을 짓고 거처했다. 고향 온계리에 흐르는 ‘토계’라는 시내 이름을 ‘퇴계’로 바꿔 자신의 호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평생 품고 살았던 물러날 ‘퇴(退)’자를 행동으로 옮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이황은 ‘퇴계’라는 제목의 시문까지 짓고 호에 ‘물러날 퇴’자를 쓴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김시습의 ‘매월당(梅月堂)’이나 김홍도의 ‘단원(檀園)’, 돌 깎는 것을 좋아해 ‘돌에 미친 바보’라는 정철조의 ‘석치(石痴)’처럼 취향을 호로 삼거나 강세황의 ‘표암(豹菴)’처럼 생김새를 담은 경우도 적지 않다. ‘어우야담’으로 유명한 유몽인은 ‘쓸데없는 소리로 사람들을 현혹한다’면서 희화화한 ‘어우당(於于堂)’ 호를 썼다. 책이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건 역시 조선시대를 지탱한 선비의 꼿꼿한 삶과 정신이다. 정조 이산의 호 ‘홍재(弘齋)’와 정약용의 ‘여유당(與猶堂)’은 대표적이다. 정조는 왕위에 오른 뒤 왕세손 시절 호에 새긴 ‘홍(弘)’자의 뜻처럼 넓은 도량으로 정적들을 상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임금이 되자 가장 먼저 자신을 ‘노론 세력이 역적으로 몰아 죽인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밝히고도 어머니를 죽였다고 왕실과 조정의 대신들을 몰살하다시피 한 연산군처럼 피의 복수를 하지 않은 것이다. “내 병은 내가 스스로 잘 안다. 결단력이 있으나 꾀가 없고 선(善)을 좋아하지만 가릴 줄을 모른다. 마음 내키는 대로 즉시 행동하며 의심할 줄도 두려워할 줄도 모른다”고 스스로 말했던 정약용은 어떤가. 흔히 ‘다산(茶山)’의 호로 더 유명한 정약용은 ‘다산시문집’ 여유당기에서 여유당 호를 쓴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노자의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신중하라 겨울에 시냇물을 건너듯. 경계하라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이 두 마디는 참으로 내 병을 고치는 약이 아닌가 싶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평면에 담은 70년 인생조각

    평면에 담은 70년 인생조각

    국내 유일의 여성 미술상을 운영하는 석주문화재단 윤영자(91) 이사장의 회고전과 올해 석주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송인헌 작가의 초대전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다음달 3일부터 열린다. 1924년생인 윤 이사장은 홍익대 미술학부 1회 입학생으로 조각에 입문, 대한민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70여년간 활동해 온 미술계의 원로다.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초대 학장으로 20년 가까이 후학 양성에도 힘썼던 그는 1992년 정년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과 사재를 털어 석주문화재단을 만들고 석주미술상을 제정해 회화, 입체, 공예, 평론 분야를 돌아가며 상을 수여하고 있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윤 이사장은 “과거에는 여성들이 고생도 많이 하고 무시당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불리한 조건에서도 꾸준히 열의를 갖고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여성 작가들을 독려하고자 상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져서인지 조각작품을 찾는 사람도 적고, 재단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대형 작업을 할 수는 없지만 2년 전부터 재단 운영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작업에 열중했다”고 덧붙였다. 남산도서관 앞에 있는 다산 정약용선생 동상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과 상징 조형물을 남긴 그는 이번 회고전에선 자신이 구현한 작품들의 이미지를 가죽에 오일로 그린 평면 작품으로 선보인다. 윤 이사장은 전시를 알리는 팸플릿에 “첫 개인전 개막 때의 떨리던 마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그 설레던 마음으로 그동안 내게 창작의 고통과 기쁨,환희를 준 결과물들을 보여주고자 노구를 이끌고 작업대로 향한다”고 적었다. 윤 이사장의 회고전과 함께 올해로 제22회를 맞는 석주미술상 수상자인 서양화가 송인헌(60·목원대 겸임교수)의 전시도 같은 공간에서 열린다. 미술상 심사위원단은 송 작가의 선정에 대해 “뛰어난 색채감각으로 보기 드물게 색면추상의 세계를 훌륭히 보여준다. 안정된 화면구성과 스케일 있는 대작들에서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3일 선화랑에서 열리고 전시는 13일까지 이어진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도봉 ‘청렴도’ 향상…정약용 유적지서 청렴체험교육

    도봉 ‘청렴도’ 향상…정약용 유적지서 청렴체험교육

    도봉구 공무원들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적지에서 목민관으로서의 자세를 다잡았다. 도봉구는 공직자의 올바른 윤리관 확립과 청렴의식 제고를 위해 다산 유적지 및 실학박물관 현장 체험 청렴교육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다산 유적지는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곳이자 귀양에서 돌아온 후 여생을 보낸 곳이다. 지난 7일 진행된 행사에는 민원 처리 담당자 7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교육은 정약용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해 다산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생가와 유적지 일대를 돌아보는 것으로 구성됐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낡은 관념 벗어나 참된 ‘나’를 찾으려면

    낡은 관념 벗어나 참된 ‘나’를 찾으려면

    KBS 1TV는 5일 밤 11시 30분 ‘창의인재 프로젝트 생각의 집’을 방송한다. ‘당신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건명원 제5강이다. 최 교수는 묻는다. “당신은 참된 너 자신으로 존재하는가?”라고.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세월호 침몰까지 그동안의 재난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훈련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나타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신아구방’(新我舊邦)의 사상으로 ‘나의 낡은 나라를 새롭게 하라’고 외쳤듯이 이제 우리는 기존의 관념에서 나와 부지런한 지적 활동을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다. 최 교수가 말하는 혁신은 눈에 보이는 것만 대충 해결하는 대증요법이나 이미 주어진 가치관에 대한 선택과는 다르다. 온전한 덕을 갖고 주체적으로 나 자신을 기울여 이질적인 것들에서 동질성을 찾을 수 있는 참된 ‘나’를 찾아야 한다. ‘창의인재 프로젝트 생각의 집’은 건축학, 철학, 기호학, 물리학, 뇌과학, 서양사 등 각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중진 학자 8명이 주축이 돼 기획한 건명원의 강의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인문-과학-예술 혁신 프로그램’을 내걸고 시작한 건명원 강의는 올 초 만 19~29세의 학생과 일반인 30명을 모집하는 데 무려 900명이 몰려들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개강 이후 매달 첫째·셋째 수요일에는 인문학, 과학, 예술 분야의 강의와 토의 수업이, 둘째·넷째 수요일에는 최 교수의 노자 강의,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키케로 ‘국가론’의 강독과 암송 수업이 준비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윤리 과목군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윤리 과목군

    사회탐구영역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우선 선택 두 과목을 조기에 결정하고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수능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최대한 없앤다고는 했지만 과목 간 난이도 차이는 여전하다. 사회탐구영역 과목군은 크게 ▲윤리(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역사(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지리(한국지리, 세계지리) ▲일반사회(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로 나눌 수 있다. 각 과목군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선 과목군의 응시자 수와 출제 경향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윤리 과목군에서 ‘생활과 윤리’는 지난해 수능에서 사탐 전체 응시자 33만 2880명 중에서 16만 7524명이 응시해 50%의 선택을 받았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사회문화에 밀려 2위였지만 지난해 수능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응시자 수가 많으면 난이도에 따른 백분위와 등급의 변화가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윤리와 사상’은 2014 수능에서 선택 비율이 21%였으나 2015 수능에서는 17%로 떨어졌다.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두 과목을 사회탐구로 동시에 선택하면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공부하기가 다소 수월하다. 다만 윤리와 사상 수능 문제는 사상이 형성되는 시대 배경과 흐름, 동서양을 넘나드는 사상사의 계보와 사상가들의 논쟁을 꼼꼼히 이해하고 있어야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6월 모의평가 결과에 따라 윤리와 사상을 포기하고 사회문화와 한국지리 등 다른 선택과목으로 변경하는 수험생도 적지 않다. 윤리 과목군 두 과목 선택이 최선이겠지만 사상(철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부족한 경우라면 윤리와 사상을 선택하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생활과 윤리 과목의 경우 최근 수능에서 실천적 윤리학, 불교의 자연관, 과학 기술 연구의 가치 중립성, 노직과 롤스의 분배적 정의, 낙태에 관한 찬반론 등이 출제됐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도덕적 문제에 대한 가치판단을 묻는 문항들이다. 또 실천 윤리학과 메타 윤리학, 불교와 유교의 인간관, 민본주의와 민주주의 등 서로 관련된 입장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문항도 나왔다. 윤리와 사상 과목은 최근 수능에서 인간의 특성, 사회주의(과학적 사회주의와 민주 사회주의)를 비롯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 고대 사상가들에 대해 많이 출제됐다. 또 공자·맹자 등의 동양 사상가, 이황·이이·정약용 등의 한국 사상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다양한 사상이 골고루 출제됐다. 생활과 윤리는 일상생활과 연결 지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지문 독해 형태의 문제들에 대비해 공부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 교과 내용을 접목해 훈련하도록 하자. 최근 기출문제는 시사 이슈를 주제로 하며 난이도는 대체로 평이하다. 다만 고난도 변별력 문항은 대부분 사상사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철저히 학습해야 한다. 윤리와 사상은 딱딱하고 무거운 과목이지만 유형과 난이도가 일정하므로 문제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개념을 묻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는 만큼 정확한 개념을 학습하는 것이 고득점 비결이다. 사상이 주가 되는 과목이기 때문에 사상사와 사상가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중요하다. 사상가별 공통점과 차이점을 묻는 문제가 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사상가들의 논쟁을 꼼꼼히 학습하도록 하자.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
  • [씨줄날줄] 손편지/황수정 논설위원

    종이 만드는 기술은 조선 전기에 절정을 맞았다. 그래도 종이는 늘 귀했고 비쌌다. 여염집에서 부담 없이 쓰기가 쉽지 않았다. 국립한글박물관에 가면 그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의 특별기획전 ‘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에서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건 430년 전 경북 안동의 ‘원이 엄마’가 부쳐온 사부곡(思夫曲)이다. “어째서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은 내게 어떤 마음을 가졌었고 나는 당신을 향해 어떤 마음을 가졌나요. 이런 마음으로 내가 어떻게 자식을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 세상에서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원이 엄마는 이름 없는 필부다. 1998년 안동시내 택지 공사를 하느라 고성 이씨 집안의 묘를 이장하던 중 관 속에서 그의 편지가 발견됐다. 무덤의 주인은 이응태(1556~1586년). 유복자를 남긴 채 서른 살을 갓 넘기고 떠나는 남편의 마지막 길에 애끓는 마음을 전했던 것이다. 머리칼을 베어 신을 삼는다는 옛말은 그저 언표인 줄 알았다. 원이 엄마는 제 머리카락을 섞어 삼은 미투리 한 켤레도 편지 옆에 나란히 두었다. 종이가 귀했던 옛날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편지지 한 장에 모든 사연을 담아야 했다 한다. 한정된 지면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으니 편지쓰기 요령이 따로 있었다. 우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려가면서 글자를 앉히되 내용이 혼동되지 않도록 글을 써내려가는 방향도 제각각 달리 잡아야 했다. 종이 한 장 위에 입추의 여지 없도록 한 글자라도 더 적으려 애태운 원이 엄마도 그렇게 썼다. 430년 전에 발신된 편지 앞에 오래 붙들려 있었다. 세상에 그 어떤 연서가 저렇게 간곡할 수 있을까. 무한 리필 되는 이메일, 카톡 같은 소통공간 하고는 애당초 댈 게 못 되는 얘기다. 지울 수 없는 먹글씨였으니 한 글자 한 글자에 온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심력은 또 얼마나 크고 높았겠나. 18년을 귀양살이로 보낸 다산 정약용에게 편지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강진 귀양살이 10년째 되던 해 다산은 멀리 부인에게서 낡은 치마 다섯 폭을 전해 받았다. 누렇게 빛바랜 천을 종이 삼아 아들에게 훈계의 편지를 적어 보냈다. 시집간 딸에게는 화목을 기원하는 시화 편지를 보냈다. 그 아들딸은 차마 삶을 비뚜로 살지 못했을 터다. 일상에서 글을 읽어 이해하는 능력이 문해력(文解力)이다. 문맹과는 다른 개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01년 조사에서 우리나라 비문해 인구가 이미 전체 성인의 24.8%였다. 이후 공식 조사가 없었다. 액정 속에서 비문(非文)의 파편들로 소통하는 지금 우리의 문해력은 어디까지 떨어졌을지 알고 싶지도 않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근원적인 능력의 싹이 손편지에도 있다면, 과장일까.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데스크 시각] ‘쪽파 할머니’조차 못 보듬는 사회라니…/박홍환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쪽파 할머니’조차 못 보듬는 사회라니…/박홍환 사회부장

    늦은 퇴근길 아파트 단지 상가 앞 벤치에는 늘 쪽파를 파는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쪽파 사세요, 맛있는 쪽파 사세요.” 남루한 차림도 그렇지만 시력까지 안 좋은 듯 쪽파를 바싹 눈앞까지 당겨 다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고단한 삶이 담긴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 갈라졌고, 고개 숙인 작은 얼굴에 매달린 두꺼운 뿔테 안경은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떨어질 듯 위태롭게 보였다. 길고양이조차 사라진 새벽 1~2시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던 할머니다. 대야 속 쪽파는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겨울에도 할머니는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한자리에서 쪽파만 매만졌다. 그대로 시간이 정지해 버린 듯 꼼짝 않고 그렇게 앉아 일년여 쪽파만 다듬었다. 쪽파 한 단에 1000원. 대야 속 쪽파를 다 팔아도 겨우 2만~3만원 될까 싶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저녁 준비할 시간도 아니니 쪽파 살 생각을 아예 갖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실성한 할머니를 만난 양 비켜가기 바빴다. 할머니도 꼭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닌 듯 누구 하나 붙잡지 않았다. 그 ‘쪽파 할머니’가 사라졌다. 벌써 한 달 넘게 나타나지 않는다. 몹쓸 생각이 스친다.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절망감 속에 혹시? 손 내밀지 못했던 무신경을 이제야 자책한다. 할머니는 분명 차상위계층, 아니면 기초생활수급자였을 게다. 5000가구에 이르는 아파트 단지 속 사람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았을 게다. 어찌어찌 서울의 대형 아파트단지 벤치에 자리를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할머니가 그 외로운 벤치에서 쪽파를 팔면서 느꼈을 박탈감, 소외감을 이제야 짐작할 수 있다. 들릴 듯 말 듯 갈라진 목소리는 절망감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 ‘쪽파 할머니’뿐일까. 막노동 김씨 할아버지며, 상추 파는 박씨 아줌마며 우리 주변에는 숱한 가난이 널려 있다. 세상 사람들은 오늘도 무신경하게 그들의 곁을 스쳐 지나칠 뿐이다. 그 지독한 가난을 오로지 그들의 수완부족 탓으로만 돌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의 손길도 받아 보지 못한 각박한 현실 앞에서 그들은 절망에 빠져 모진 세상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간접고용 노동자 153만명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 850만명, 차상위계층 400만명, 기초생활수급자 130여만명, 장애인 250만명, 독거노인 125만명, 이주노동자 100만명, 탈북민 3만명…. 가난하거나 소외된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이렇게 넘쳐나는데도 정부는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가 열렸다고 자화자찬한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학교는 밥 먹는 곳이 아니다”라며 급식예산을 끊었다. 한 달 5만원 남짓 받으며 염전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장애인들은 구출된 뒤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그 지긋지긋한 염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매주 받아 보는 다산 정약용 전문가 박석무 선생의 최근 글이 유난히 눈에 쏙 들어온다. 주역의 손상익하(損上益下), 다산의 손부익빈(損富益貧)을 소개한 글이다. 부자들의 재산을 덜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태 줘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말로 ‘부자증세’쯤으로 해석된다. 다산은 또 ‘하일대주’(夏日對酒)라는 시를 통해 경제정책 실패로 빈부 격차가 커지는 불공정, 불평등한 세상에 대해 무서운 비판을 가했다고 한다. ‘쪽파 할머니’조차 보듬지 못해서야 어찌 제대로 된 사회, 온전한 정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방식으로 계산한 우리의 불평등지수는 7.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화가 일부 소수에게 집중되는 사이 수많은 빈곤층은 더욱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성장의 과실을 나눠야만 한다.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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