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1)-조직·경영의 허점
방만한 운영과 농민 위에 군림하는 자세로 일관,농심(農心)을 멍들게 한 ‘거대 공룡’ 농협이 마침내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감사원 감사결과 발표와 元喆喜농협회장의 전격 사임,검찰의 수사 착수로 농협은 격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농협의 부실 실체와 문제점,개혁 방향 등을 연재한다.
농협은 농민의 기관인가,농민 위의 기관인가.
농민들은 서슴없이 후자를 택한다.농민들이 스스로를 돕기 위해 만든 기관이건만 어느새 농민들이 도와야 하는 기관이 돼버렸다.역대 정권들이 출범초반 농협의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그 누구도 이 거대 공룡을 건드리지 못했다.
전국 조직을 갖춘 거대 기구라는 위상에 눌려 정치권에서조차 농협의 비위를 거스르기가 쉽지 않았다.그런 속에서 농협은 개혁의 무풍지대에 안주해왔고,총체적 부실을 쌓아 왔던 것이다.
농협의 부실은 크게 신용 부문의 왜곡과 방만한 경영,지역조합들의 토착 비리 등으로 압축된다.신용 부문에 있어서 농협은 대(對)농민 지원보다 대기업들에 대한 여신에 주력,고유기능이 상당 부분 퇴색했다.더구나 대기업 여신도 관리감독 소홀로 상당수가 부실여신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현재 농협의 부실여신은 총 72개 기업의 6,530억원에 이른다.지난 96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부도가 났거나 아예 문을 닫은 회사들에 빌려줬거나 지급보증을 섰던 돈 들이다.이 가운데는 회사정리 절차에 따라 일부회수가 가능한 여신도 있지만 아예 떼이게 된 돈도 있다.
대도시에 있는 농협의 점포 수가 195개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점포가 많은 국민은행(217개)과 엇비슷한 점은 농협이 농민 상조기관이 아닌 거대 금융기관임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반면 농민들이 빌려쓰는 상호금융은 시중은행보다 2∼3%포인트나 금리가 높아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극단적으로 말하면 농민들로부터 받은 고금리자금을 대기업에 빌려주고 떼이는 형국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농협은 내부적으로 방만한 경영을 일삼았다.특별상여금도모자라 인센티브상여금이라는 명목으로 지난 5년간 전 직원에게 300%를 지급했다.291억원의 빚을 져가며 이렇게 지출한 자금만도 2,345억원에 이른다.임금 역시 기본급은 27.6%에 불과하고,20여종의 수당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퇴직금도 과다 지급해 민간기업의 2∼3배에 이른다.
인력 조정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이뤄졌다.94년부터 97년까지 976명을 명예퇴직시켰지만 3,177명이 새로 채용되고 3,743명이 승진했다.명퇴가 인사적체 해소로 활용된 셈이다.유통 부문 역시 방만하게 이끌어 서울 양재 등 3개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데 5개 자회사가 설립됐다.
지역조합의 부실한 운영과 토착 비리는 농민들로부터 직접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전국적으로 지역조합이 1,300개를 넘으면서 상당수가 부실하고 영세한 조직으로 전락했다.97년 말 현재 회원이 1,000명도 안되는 조합만 306개에 이르고,전액 자본잠식 상태에 이른 조합만도 647개로 파악됐다.상호금융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일정액의 커미션을 수수하는 관행도 고질화돼 농민들의 허리를 더욱 휘게 하는 실정이다.
陳璟鎬 kyoung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