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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8위 정현, 세계 16위 제치고 4강 진출 노린다

    78위 정현, 세계 16위 제치고 4강 진출 노린다

    “내 생애 최고의 승리를 따내 기쁘다.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 테니스 간판선수인 정현(21·세계 78위)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10위권 선수를 이긴 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그의 소감이다.정현은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ATP 투어 BMW오픈 대회 나흘째 단식 2회전에서 톱 시드의 몽피스(31·세계 16위)를 2-0(6-2 6-4)으로 물리치고 8강전에 진출했다. 정현이 세계랭킹 10위권 선수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몽피스는 2008년 프랑스오픈, 지난해 US오픈 등 두 차례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경력이 있는 강호다. 앞서 정현은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ATP 투어 바르셀로나오픈에서도 8강에 올랐었다.지금까지 정현이 물리친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는 세계 랭킹21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였다. 정현은 지난주 바르셀로나오픈 단식 3회전에서 즈베레프를 꺾었다. 이날 몽피스와 경기에는 비가 변수였다. 1세트 스코어 6-2로 의외의 완승을 거둔 정현은 2세트 게임스코어 3-3에서 비가 내리는 바람에 1시간 이상 경기가 중단되는 변수를 만났다. 의외의 일격을 당한 몽피스로서는 한숨을 돌리고 전열을 가다듬을 여유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현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경기가 재개된 뒤 이어진 몽피스의 첫 서브 게임을 바로 브레이크하며 게임스코어 4-3으로 앞서 나갔고 이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잘 지켜내며 마침내 세계 10위권 선수를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정현의 3회전 상대는 마르틴 클리잔(53위·슬로바키아)이다. 191㎝ 장신에 왼손잡이인 클리잔은 2015년 세계 랭킹 24위까지 올랐던 선수로 2014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클리잔과 4강 진출을 다툴 정현은 “내일 경기도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현과 클리잔의 준준결승은 한국시간으로 6일 0시에 시작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인권위원 조현욱 변호사 지명

    새 인권위원 조현욱 변호사 지명

    양승태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로 자리를 옮긴 이선애(50·사법연수원 21기)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조현욱(51·19기) 법무법인 도움 변호사를 지명했다고 1일 밝혔다.전북 순창 출신으로 부산 동래여고를 나온 조 변호사는 1986년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1990년부터 1999년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 변론 활동을 했다. 이후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인천지법 등에서 판사로 근무하고, 2008년 개업한 이후에도 아동·청소년, 장애인, 외국인 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 인천시 법률고문과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현실 속 삼국지는] 청소년 신분 속이고 협박… 술집 주인 기소유예

    지난해 8월 밤 10시쯤 한 치킨집에 건장한 청년 세 명이 들어왔다. 세 명 모두 몸에 문신을 하고 있었고, 담배까지 피웠다. 사실 그중 한 명은 미성년자였지만, 주인은 성인이라고 생각해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다. 청년들이 술을 마시고 나간 지 2시간이 지나 갑자기 한 명이 찾아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주인은 차라리 처벌을 받겠다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주인이 스스로 신고한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관할 구에서는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주인은 행정심판을 청구해 결국 영업정지 처분 취소 재결을 받아 냈다. 신고자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는 청소년의 행위가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본 것이다.
  • [프로농구] 이정현-이관희 충돌 챔피언전 최대 변수?

    KGC인삼공사와 삼성이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1승1패로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은 가운데 ‘이정현(인삼공사·30)-이관희(삼성·29)’의 충돌이 남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3차전이 열리기까지 이틀 동안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어떻게 추슬르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2차전 1쿼터에서 이관희가 이정현을 팔꿈치로 강하게 밀어 넘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비 과정에서 이정현에게 밀려 쓰러진 이관희가 고의성을 의심하며 발끈해 맞대응한 것이다. 이를 놓고 평소에 플라핑 논란을 빚어 온 이정현이 먼저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견과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24일 이정현에게 제재금 150만원, 이관희에게는 1경기 출전 정지 및 제재금 200만원을 부과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결과 팬들에게 지탄을 받게 된 팀은 평정심이 중요한 단기전에서 와르르 무너지며 승리를 헌납했다. 2015~16시즌 1차전에서 KCC 김민구가 자신보다 16살 많은 오리온 문태종에게 욕설을 했고 이후 오리온 팬들은 김민구가 공을 잡을 때마다 엄청난 야유를 쏟아냈다. 결국 KCC는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2006~07시즌 PO 6강 1차전에서는 단테 존스(KT&G)가 필립 리치(KTF)와 신경전을 벌이고 경기 중 공을 관중석으로 차버리는 기행을 벌였는데 KTF가 2경기를 내리 이겨 4강에 진출했다. 2013~14시즌 PO 4강전에서는 KT 전창진 감독이 심판을 밀쳤다가 퇴장당한 뒤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다음 시즌 PO 4강전에서는 LG 데이본 제퍼슨이 애국가 도중 몸을 풀어 퇴출되는 논란 끝에 모비스에 패했다. ‘이정현-이관희 사태’가 일어난 이후 첫 경기인 3차전은 삼성의 홈에서 열린다. 인삼공사로서는 관중들의 야유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삼성은 또다시 선수 간의 과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승리를 위한 과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세월호 순직 교사 예우수준 더 높은 ‘순직군경’ 인정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다 선실에서 제자들과 함께 숨진 교사를 ‘순직공무원’보다 예우수준이 높은 ‘순직군경’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소병진 판사는 세월호 희생자인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이모(당시 32세)씨 아내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이씨의 아내도 순직공무원보다 더 높은 예우를 받는 순직군경 유족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탈출 가능했으나 학생 돕다 숨져 앞서 이씨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4층 선실에서 밀려오는 바닷물에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갑판 난간에 매달린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는 등 구조활동을 했다. 당시 이씨는 탈출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선실 내 학생들을 구조하다 세월호 학생용 선실에서 제자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 아내는 2015년 7월 인천보훈지청이 숨진 남편에게 순직군경이 아닌 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고 처분하자 이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후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순직군경은 현충원에 안장되며, 그 유족은 별도 보상금을 받는 등 순직공무원 유족보다 더 높은 예우와 지원을 받는다. ●기간제 교사는 순직 인정 못 받아 한편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계약직 기간제 교사들은 3년째 순직공무원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참사 당시 세월호에는 이씨와 같은 정규직 교사 11명 외에도 기간제 교사 3명이 타고 있었다. 기간제 교사 3인 가운데 1인은 생존했으며, 나머지 2인은 참사 당시 가장 빠져나오기 쉬웠던 5층 객실에 있었지만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숨졌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나스타제 지나친 항의로 아예 대회 축출 ‘이런 레전드가 다 있네’

    나스타제 지나친 항의로 아예 대회 축출 ‘이런 레전드가 다 있네’

    이런 레전드가 있을까 싶다. 일리 나스타제(70)는 1970년대 남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데다 윔블던 준우승을 하는 등 한때 세계테니스를 풍미했던 레전드다. 그런데 22일(이하 현지시간) 루마니아 콘스탄차에서 열린 영국과의 페더레이션스컵 월드그룹 2그룹 플레이오프 첫날 루마나아 대표팀 단장으로서 보여준 태도는 추태에 가까웠다. 여자단식 두 번째 경기에 나선 소라나 서르스티가 2세트 2-1로 앞선 상황에 조한나 콘타(세계랭킹 7위)가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놓치자 여러 차례 상스러운 말을 입에 올렸다. 자신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자 콘타는 눈물을 흘렸고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자 나스타제는 이번에는 심판을 공격했다. 또 콘타와 앤 케타봉 영국 단장에게 여러 차례 “나쁜 계집”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끝내 심판진은 경기를 중단시켰고 그는 심판진과 여러 차례 언쟁을 벌여 국제테니스연맹(ITF)은 급기야 나스타제의 퇴장을 명령했다. 그는 퇴장당해 보안요원들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끌려나가면서도 전날 자신의 언행을 보도한 PA통신 여기자를 향해 “멍청하다” “추하다”고 공격하는 추태를 부렸다. 25분 동안 중단된 뒤 평정심을 되찾은 콘타는 1-3으로 뒤진 상태에서 경기를 재개해 다섯 게임을 내리 따내 2-0(6-2 6-3)으로 이겨 이날 앞서 헤더 왓슨이 시모나 할렙에게 0-2(1-6 4-6)으로 진 빚을 갚고 1-1 균형을 맞췄다. ITF는 성명을 내 그가 이번 플레이오프에 다시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콘타는 “페드컵은 많이 흥분할 수 있는 대회이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지만 이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케타봉은 “애국적인 관중을 예상하긴 했지만 욕설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서르스티는 콘타의 행동이 과장됐다고 비난했다. “선수가 운다고 경기를 중단시키면 되겠느냐”며 “내가 다음에 울면 퇴장당할 것”이라고 판정의 형평성을 항변했다. 나스타제는 전날 팀 환영 만찬에서 최근 임신 사실이 확인된 세레나 윌리엄스(36·미국)가 알렉시스 오하니언 레딧 닷컴 공동창업자와 약혼한 사실을 들어 루마니아어로 “(아기) 피부색을 봐야겠지. 우윳빛이 도는 초콜릿색?”이라고 농을 지껄이는 상식밖의 행동을 했다. 또 케타봉 단장의 어깨에 자신의 몸을 착 달라 붙인 채 그녀의 방번호를 물어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덴마크법원 정유라 송환 판결…“어린 아들 돌봐 줄 사람 없는데” 눈물

    덴마크법원 정유라 송환 판결…“어린 아들 돌봐 줄 사람 없는데” 눈물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이 19일(현지시간)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를 한국으로 송환하라고 판결했다. 정씨는 이날 송환 불복 소송 재판에 나와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정씨는 “죄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씨는 이날 재판부가 정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변호인에게 “어린 아들을 돌봐 줄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올보르구치소에 109일째 구금 중인 정씨는 이날 오전 8시 46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꽃샘추위를 의식해서인지 정씨는 지난 1월 1일 체포됐을 때 입었던 회색 패딩 점퍼를 입은 모습으로 경찰 호송 승용차에서 내렸으나 법정에는 검은색 노스페이스 운동복 바지와 살구색 스웨터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들어섰다. 정씨는 연합뉴스를 통해 구치소에서 잘 지내고 있으며 아픈 곳 없이 건강하며 아이도 자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승마 지원이 결정타가 돼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는 발끈하며 “박 전 대통령 관련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면서 입을 닫았다. 정 씨는 모친인 최순실 씨가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주장을 의식한 듯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부하 직원이었지 그렇게 이용하고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면서 “두 분이 어떤 얘기를 나눴고, 어떤 상황이 전달됐는지 나는 외국에 있어서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화여대 학사 특혜 의혹에 대해선 “학교에 간 적이 한 번밖에 없다. 시험이 어떻게 되고, 수강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면서 “학교에 대해 한 개도 모른다.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리시험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머니가 그런 것을 했다고 쳐도 이를 저한테 얘기하고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삼성의 승마 지원 통로가 됐던 코어(K)스포츠 지분을 갖게 된 데 대해서도 “어머니가 그냥 사인하라고 해서 사인했다”면서 “2016년에 삼성이 승마를 서포트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게 코어스포츠를 통해서 들어오는 것은 몰랐다”고 답변했다.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어머니가 가난하지도 않았고 충분한 돈이 있었다”면서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20살 된 어린 애에게 엄마가 이런 돈이 어디서 생겼다고 말하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정씨는 한국 측으로부터 어린 아들을 이용해 송환하려는 압박을 받았다면서 “(당국자가) 전 남친이 (아이를 맡을 것을) 요청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고, 1월보다 더 (구치소에) 있게 되면 아이가 덴마크의 다른 가정으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최악의 상황이 아니냐고 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몇 차례 휴정을 거친 뒤 재판 시작 후 5시간 30분 지난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재판부가 송환을 결정하자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당황해하는 모습을 감추지는 못했다. 정씨 변호인은 즉각 고등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정씨의 도주 가능성을 제기하며 재구금을 요청하자 전자발찌를 차고, 매일 매일 행적에 대해 경찰에 보고하겠다며 재구금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실망한 듯 정씨는 변호인에게 영어로 “전 남친도 한국으로 가버렸고, 어린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 언제까지 보모에게 맡길 수도 없는데…”라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변호인을 통해 “한국 정부 당국이 아이를 보게 해 준다고 보장해준다면 한국에 갈 의사도 있다”며 조건부 귀국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정씨는 법정을 나서 구치소로 다시 향하면서 전임 변호인이 밝힌 대로 덴마크 법원이 최종적으로 한국 송환을 결정하면 덴마크에 정치적 망명을 추진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덴마크 정부에 망명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부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관태기, 인간 소외의 쓸쓸함/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열린세상] 관태기, 인간 소외의 쓸쓸함/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우리나라는 불과 수년 사이 뭔가를 혼자 하는 게 트렌드인 듯 보이는데, 이 추세가 4차 산업혁명과 딱 맞물려 있는 게 영 마음에 걸린다. 바로 인간 소외의 쓸쓸함 때문이다. 가장 흔한 가구 형태조차 1인 가구고, 매년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도 착잡하기 그지없다. 사실 1인 가구의 증가는 소위 ‘포’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이 시대 청년들의 진한 아픔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최근 청년 세대의 일, 가정 양립 세미나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더 늘려 줄 순 없겠느냐’는 질문에 ‘이 추세로는 지금 어린이집도 남아돌 판인데 어떻게 늘리겠느냐’는 답변을 듣곤 움찔했던 기억이 난다.하여튼 이 나라를 온통 걱정으로 몰아넣고 있는 인구절벽 문제는 ‘이건 진짜 놀라운데’라고 할 정도로 뭔가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거둬들이는 게 없다 해도 청년 대책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투자함이 마땅하리라. 그런데 문제는 줄어드는 사람 숫자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같이 사는 게 만만치 않게 힘들어지는 현상이 눈에 두드러진다. 관계의 어려움이 커지는 게 소외의 극단까지 치닫는 건 아닌지 조바심까지 밀려온다. 흔히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도 이젠 30만명을 육박했고, 음성 통화 자체를 두려워한다는 ‘콜포비아’족도 생겼다. 심지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육성 통화는 사리질 거란 말조차 들린다. 소위 ‘혼족’이 늘어가는 게 복잡한 관계 설정을 피하고 혼자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회현상 때문이란 분석도 있지 않은가. 바야흐로 대한민국에 관계의 권태기가 도래했다고들 한다. 누구든 배신의 추억이 있다. 관계의 실패를 겪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고 관계를 통째로 버릴 순 없지 않은가. 인간 관계의 염증이 불통과 단절이란 세태로 넘어가는 건 결코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관계의 형성에 관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관태기’란 신조어를 그냥 체념 어린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홀로’ 현상을 아예 기정사실화하려는 정서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젠 싱글 라이프를 종전 가족 형태로 돌이키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들리니 말이다. 물론 결혼을 하는 게 옳고 안 하는 건 틀렸다는 식의 접근은 절대 반대다. 그러나 혼자 살든 같이 살든 간에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삶은 끊임없이 권장하는 게 마땅하다. 인간은 홀로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마주 보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제안한다. 관계를 구성하는 ‘나’와 ‘상대방’의 가치를 바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줄이자는 게 첫째고, ‘갑을’이란 수직적 권력 구조를 ‘도움’이란 수평적 매개체로 바꿔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게 둘째다. 무엇보다 관계의 기본은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다. 이를 위해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나’를 포함한 각 개인에 대한 판단 기준을 생각해 보라. 의외로 수치적, 계량적, 객관적이다. 나이, 키, 몸무게, 출생지, 학력과 경력, 각종 자격증과 연수 횟수 심지어 통장 잔고나 아파트 평수까지 말이다. 그러니 피곤하고 삭막한 삶의 반복인 게다. 수치화할 수 있는 스펙들은 더 높은 ‘나’를 위해 끊임없는 발버둥질을 요구하니 말이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답안지로 절대 평가할 수 없는 존재인데도 말이다. ‘나’와 ‘상대방’을 바라보는 기준을 보다 진정한 가치로 바꿔야 한다. 선량함이나 정직성, 동정심과 정의감 등은 측량과 비교가 어렵고, 만점도 매길 수 없지 않은가. 다음,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돕는 자’와 ‘도움이 필요한 자’가 ‘갑을 관계’를 대체하라는 거다. ‘갑을 관계’는 수직적 사고에 근거한다. 관계에 대한 수평적 사고를 도입하는 게 바로 ‘돕는 자’와 ‘도움이 필요한 자’로 관계를 재정의하는 거다. 모든 관계는 도움을 매개로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타인의 도움이 필요 없고, 타인을 도울 수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향해 도움을 주고,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존재이기에 가치가 있다. 만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갑을 관계’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산다면, 개인의 삶도 피폐해지고, 공동체도 파국을 맞지 않겠는가.
  • [김태의 뇌과학] 호흡과 뇌의 긴밀한 관계

    [김태의 뇌과학] 호흡과 뇌의 긴밀한 관계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겪으며 산다. 면접시험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 처하면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한다. 정신의학에서는 공황장애와 같은 불안장애 환자에게 복식호흡을 치료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심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호흡과 뇌기능, 특히 정서 상태는 깊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뇌 속에 호흡을 조절하는 부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잭 펠드먼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교수는 뇌간에서 호흡을 조절하는 3000여개의 신경세포를 발견해 ‘뵈트징어 복합체’라고 명명했다. 이렇게 호흡중추를 발견했지만 당시만 해도 여전히 한숨, 하품, 킁킁거림, 웃음, 울음 등 다양한 호흡패턴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밝히진 못했다. 또 호흡중추의 신경세포체인 ‘뉴런’들이 뇌의 다른 부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규명하지 못해 호흡과 신체, 정신과의 연관성은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지난해 초 펠드먼 교수는 마크 크라스노 미국 스탠퍼드의대 교수와 호흡중추 내에서 ‘한숨’을 유발하는 뉴런들을 찾아냈다. 최근 크라스노 교수팀은 호흡중추의 뉴런을 유전학적 방법으로 조사해 각성 유도 효과가 있는 뉴런을 밝혀냈다. 이 뉴런들은 호흡중추 내 다른 뉴런들의 신호를 모니터링하면서 빠른 호흡이 감지되면 각성 센터인 ‘청반’이라는 뇌 부위로 신호를 보내 정신이 번쩍 들도록 만든다. 이어서 청반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입이 바짝 마르며, 호흡이 빨라짐과 동시에 심리적 불안감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몸과 마음 모두 높은 긴장 상태가 된다. 이 뉴런들의 기능을 좀더 정확히 알기 위해 해당 뉴런을 제거한 생쥐 모델을 만들어 낯선 환경에 노출시키자 생쥐는 ‘쿨하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천천히 함으로써 이 뉴런들의 활성화를 차단하면 청반의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고 긴장과 스트레스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쥐의 두뇌 속 깊은 곳에 모여 있는 신경세포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호흡과 정서 상태의 관계를 설명하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제이 고트프리드 노스웨스턴대 교수팀은 피험자를 모집해 호흡센서를 부착한 상태로 컴퓨터 화면에 0.1초 동안 나타나는 얼굴 사진의 정서 상태를 판단하거나 기억력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공포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로 숨을 들이마실 때였다. 긴박한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코로 숨을 들이마심으로써 반응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긴장을 늦추고 싶을 때는 날숨을 천천히 내뱉음으로써 공포를 담당하는 부위의 활성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숨을 쉬는 것은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행동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적인 지혜로 숨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기도 한다. 숨의 속도와 숨 쉬는 방법을 조절해 긴장을 줄이고 평정심을 유지한다. 심장이 일정한 리듬으로 뛰고 있듯 호흡도 일정한 리듬으로 나타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심장의 리듬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지만, 호흡은 상당 부분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부쩍 평정심을 찾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 [SBS여론조사] 문재인 35.8%, 안철수 30.2%…당선 가능성 文 58%

    [SBS여론조사] 문재인 35.8%, 안철수 30.2%…당선 가능성 文 58%

    제19대 공식 선거운동기간 돌입을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SBS가 첫 대선 후보 TV토론 후인 14~15일 조사, 16일 발표한 주요정당 후보의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35.8%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30.2%를 5.6% 포인트 높았다. 이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8.4%,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각각 2.8%를 기록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83%) 중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지지율 39.3%로 안철수 후보(31.5%)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인 58%가 “문재인 후보”라고 답했다. 다만 ‘가장 호감이 가는 후보’ 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 28.7%, 문재인 후보 27.1% 심상정 후보 8.1%, 유승민 후보 8.0%, 홍준표 후보 7.2% 순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SBS가 칸타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39명을 대상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물컵 엎고도 침착했던 劉, 명확한 근거 댄 沈이 1차 승자”

    “물컵 엎고도 침착했던 劉, 명확한 근거 댄 沈이 1차 승자”

    토론·연설 전문가와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들은 지난 13일 밤 방송된 첫 번째 19대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어떻게 봤을까. 14일 서울신문이 일부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구한 결과 비교적 많은 호평을 받은 후보는 5명의 후보 중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저조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다.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은 “토론의 매뉴얼과 연설의 기본을 가장 잘 지킨 후보가 유 후보였다”면서 “특히 열띤 토론 도중 물컵을 쓰러뜨렸지만 침착하게 토론을 이어 갔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시간을 많이 못 드려 죄송하다’고 한 점 등 실수를 만회하는 모습과 태도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김재화 말글커뮤니케이션 대표도 “유 후보가 차분하게 정책 청사진을 잘 펼쳤다”면서 “지지율 꼴찌라는 압박감이 전혀 안 느껴질 정도로 당당한 모습이었으며, 안정적이고 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만 “유 후보는 지나치게 고급스럽고 귀티가 난다”면서 “신생 정당에서 지지자를 모아야 하는 만큼 전투적인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민영 휴스피치 대표는 “주장에 명확한 근거가 뒤따르는 것이 토론의 기본인데 심 후보가 그랬다”면서 “다른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공격적인 질문에도 평정심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반면 허은아 소장은 “자신의 전문분야(노동)와 그 외 분야에서 토론 능력 차이가 많이 난다”고 낮은 점수를 줬다. 김해민 나다움스피치 원장은 “심 후보는 모든 질문에 정확한 자신의 답이 있고 메시지가 명료하다”고 호평하면서도 “질문을 할 때 원하는 답을 유도하려는 느낌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다. 권수미 스마일스피치 대표는 “공감과 경청을 잘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며 “시종일관 온화한 표정으로 이야기해서 호감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정연하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은 문 후보가 토론 중 너무 많은 웃음을 지었다고 지적하며 “여유로움을 드러내기 위해 웃을 수는 있지만 상대에게 곤란한 질문을 하면서 웃으면 비웃음이 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서도 보완해야 할 점들이 지적됐다. 김재화 대표는 “‘좌파냐 우파냐’고 묻는 질문에 바로 ‘상식파’라고 답하는 순발력 등 말 기술이 상당히 늘었다”면서도 “완전한 성인 발성법이 아니고, 고쳤다고는 하나 아직도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민영 대표는 “정책 프레젠테이션 코너에서 발표자를 세워 놓고 자신의 정책에 관한 질문을 했다”면서 “너무 자기 쪽으로 끌고 가려는 티가 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 적극적인 개선을 주문했다. 권수미 대표는 “외적으로 봤을 때 표정이 우울해 보였고 전체적으로 고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표정을 좀더 밝게 하고 어투를 리듬감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연아 회장은 “너무 ‘핫’(hot)한 빨강 넥타이가 지나치게 튀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했다”면서 “하지만 의도적인 색상 선택이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들이 첫 토론회에서 드러난 단점을 다음 토론회에서 얼마나 보완해 나올지 관심”이라고 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서체·조판 등 인쇄활자로 보기 어렵고 출처 불분명”

    “서체·조판 등 인쇄활자로 보기 어렵고 출처 불분명”

    글자 각도·굵기, 인쇄본과 편차 커 고려시대 활자 가능성은 열어둬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가 되느냐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일명 ‘증도가자’가 문화재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결론 지으며 7년을 끌어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13일 증도가자 101점에 대한 보물 지정 여부를 심의한 문화재청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는 부결 결정을 내렸다. 위작이라고 볼 증거는 찾지 못했으나 이것이 곧 진품이라는 뜻도 아니라는 게 요점이다. 하지만 2010~2014년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에서 활자에 묻은 먹의 연대가 11세기 초~13세기 초로 모두 고려시대 것으로 결론났다. 때문에 문화재청은 국가문화재로 지정 신청된 활자가 “증도가자는 아니지만 고려시대 활자일 가능성은 열어뒀다”고 밝혔다.증도가자의 보물 가치가 인정되지 않은 것은 서체 비교, 주조, 조판 등에 대한 과학조사 결과 목판 복각본인 고려시대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이하 증도가·보물 758-1호)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증도가자 활자와 증도가의 서체를 비교한 결과 글자 모양, 각도, 획의 굵기 등이 대조집단인 조선시대 금속활자 임진자(1772)와 그 복각본에 비해 평균 유사도가 낮고, 유사도의 편차 범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황권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은 “특히 조판 실험 결과가 부결의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증도가에는 한 페이지에 8행 15자로 조판이 되어 있다. 하지만 증도가자의 모형을 만들어 조판을 해 본 결과 증도가보다 활자 크기가 더 컸다. 때문에 증도가자로 증도가를 찍었다고 볼 근거가 크게 약해진 것이다. 증도가자가 처음 공개된 직후부터 논란거리였던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은 이번 부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장자이자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자인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가 금속활자 200여점 구입 당시 같이 사들였다고 주장한 청동초두, 수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신청 활자가 고려금속활자라고 결론낼 수 없는 이유였다. 증도가자는 문화계의 해묵은 숙제였다. 2010년 9월 김종춘 대표와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활자를 일부 공개하며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된 증도가자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내며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오랜 논쟁이 시작됐다. 증도가자는 목판 복각본인 증도가만 남아 있을 뿐 금속활자로 찍은 책이 없어 태생적으로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확한 제작 시기를 측정할 수 있는 (활자에 묻은) 먹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점, 출토지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탄소연대측정 결과를 근거로 증도가자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활자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밝힌 만큼 이후에도 조사와 심의는 이뤄질 수 있다. 현재까지 고려금속활자로 확정된 유물은 없다. 황권순 유형문화재과장은 “신청자와 협의를 거쳐 청동초두, 수반을 제출받아 분석할 수 있거나, 지금까지 확인된 증거나 자료 외에 고려금속활자임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되면 (고려시대 활자인지를) 계속 조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심의가 가능하려면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심의 결과에 대해 김종춘 대표는 “문화재 신청을 ‘고려활자’로 할지 검토하거나 행정심판 등의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과학적 검증을 통해 진본이라는 증거를 이미 충분히 보여 줬다. 이는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평양 르포③/북한 축구의 심장부 들여다보니

    북한은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를 개최했다. 지난 1월 열린 조추첨에서 북한과 함께 B조에 배정된 여자대표팀은 평양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고 자연스럽게 국내 취재진들에게도 김일성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양에는 서산축구장, 양각도축구장 등이 있지만 대표적인 경기장은 김일성경기장과 5월1일경기장(능라도경기장)이다. 윤덕여호가 이번 아시안컵 예선에서 승리를 거둔 김일성경기장은 북한남자대표팀이 지난 2011년11월 열린 일본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경기서 승리를 거둔 경기장으로도 국내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북한은 일본을 상대로 예상외의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1-0 승리를 거뒀다. 당시 소수의 일본원정응원단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북한팬들의 기세에 눌려 별다른 함성조차 내지르지 못했고 일본 대표팀 역시 무기력한 경기 끝에 패배를 당했었다. 위성생중계를 통해 전달된 김일성경기장의 모습은 북한의 통제된 사회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 선수단 역시 지난 7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전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야 했다. 4만2500명이 관중석을 가득 메운 북한팬들은 경기시작 2시간 이전부터 경기장 옆에 위치한 개선문 광장 주위로 몰려 들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한국에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북한응원단은 금색 종이나팔과 은색 짝짝이를 쉼없이 두들기며 커다란 소음을 만들어 냈다. ‘우리조국 이겨라’ 같은 구호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의 공격 전개시에는 일방적인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 초반부터 양팀 선수들의 기싸움이 펼쳐졌다. 전반 5분에는 골키퍼 김정미(인천현대제철)가 북한 위정심의 페널티킥을 걷어낸 후 재차 볼을 잡는 과정에서 북한 선수에게 얼굴을 가격당했고 양팀 선수들은 한동안 필드위에서 몸싸움을 펼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김일성경기장은 개선문 옆에 위치하고 있다. 개선문은 8.15 광복을 맞아 김일성이 북한에서 처음 연설을 했던 장소를 기념한 건축물이다. 지난 1982년 60m 남짓한 높이로 완공됐다. 개선문 완공에 맞춰 경기장 이름도 평양공설운동장 대신 김일성경기장으로 개명됐다. 다른 평양 시내의 상징적인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대형 초상화가 경기장 외부 중앙 상단에 걸려있다. 김일성경기장은 정치적으로도 북한이 의미를 두는 경기장이다. 태극 낭자들은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된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전에서 혈투를 펼치며 값진 1-1 무승부를 기록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여자대표팀이 지난 6일 훈련을 소화한 5월1일경기장은 북한이 자랑하는 건축물 중 하나다.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 만으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대동강 능라도에 위치한 5월1일경기장은 건축에 들어가면서 노동자의 날을 강조하라는 김일성의 지시로 5월1일경기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5월1일 경기장은 지난 1989년 5월1일 세계청년학생축전 행사를 치르면서 개장됐다. 5월1일 경기장은 독특한 외형을 드러내는 가운데 불시착한 낙하산 모양으로 설계됐다. 여러 설계안 중 건축양식이 독특해 결정됐다. 경기장 관중석을 16개의 아치 모형이 덮고 있고 필드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의 높이는 61m에 달한다. 한국 취재진을 맞이한 경기장 안내원은 “진도 8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되어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측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경기장 내부에 수영장, 레슬링장, 배드민턴장 등 각종 체육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규모가 큰 경기장 답게 스탠드 아래쪽 경기장 내부에는 큰 통로와 함께 도핑실, 토론회실, 워밍업실 등 여러 회의 공간이 있었고 통로 벽면에는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열렸던 동아시안컵 당시의 북한여자대표팀 우승 장면 등 북한의 기념적인 스포츠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5월1일 경기장은 지난 1990년 남북통일축구가 열렸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여자대표팀의 윤덕여 감독은 남북통일축구 당시 선수로 참가한 이후 여자대표팀의 훈련을 위해 27년 만에 5월1일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5월1일 경기장은 곳곳에 국제축구연맹(FIFA) 로고가 표시되어 있기도 했지만 경기장 내부 본부석 스탠드 위쪽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또한 10만명 내외를 수용할 수 있는 이란의 아자디스타디움과 마찬가지로 경기장 외부에서 필드로 곧바로 진입하기 위해선 어둡고 음산한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김일성경기장과 함께 5월1일 경기장 역시 북한 사회에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인근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이 위치하고 있다. 또한 아리랑 행사 등 각종 정치적·사회적 행사도 진행된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카드섹션 등 시각적으로 화려한 행사가 진행되며 대형 행사가 있을 때는 평양 시민들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꼭 찾아보고 싶어하는 장소다. 아리랑 행사 등이 있을 때는 관중석에서 15만명, 필드 위에서 10만명이 함께 행사에 참여한다. 북한은 상징적인 축구경기를 대부분 김일성경기장과 5월1일 경기장에서 치른다. 북한프로축구 1부리그는 15개팀이 참여하는 가운데 강팀으로는 4.25체육단, 기관차, 홰불체육단 등이 있다. 1부리그 팀들은 만경대상, 백두산상, 보천보홰불상 등 1년에 4개 정도의 대회에 출전하고 매대회 결승전은 김일성경기장과 5월1일 경기장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김일성경기장과 5월1일 경기장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운영 비용과 경기장 관리 등의 문제로 인해 인조잔디로 교체됐다. 김일성경기장은 지난해 10월 보수하며 시설을 교체했고 5월1일경기장은 지난 2013년 새로운 인조잔디를 설치했다. 대표팀 경기와 훈련을 위해 두 경기장을 모두 뛰어 본 여자대표팀의 주장 조소현(인천현대제철)은 “5월1일 경기장은 생각보다 더 웅장한 것 같다. 느낌이 다르다”며 “김일성경기장은 인조잔디의 길이가 길다. 인조잔디 수준은 한국과 다르지 않고 캐나다에서 열렸던 여자월드컵 당시의 인조잔디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평양 공동취재단
  • [단독]특허청, 변리사회 임원에 첫 과태료 부과

    특허청이 협회비 관련 회계 등에 대한 ‘실지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대한변리사회 임원들에게 처음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변리사 실무수습 및 변리사법 개정을 놓고 불거진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서울신문 2016년 6월 23일자 12면> 특허청은 지난해 변리사시험 합격자에 대한 실무수습 교육기관에서 변리사회를 배제한 데 이어 위탁 중인 변리사 등록업무 회수까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특허청과 변리사회에 따르면 특허청은 지난 5일 회계 등 회무 전반에 대한 실지검사를 거부하기로 한 변리사회 임원 20명에게 1인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특허청이 법정단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변리사회가 법으로 보장된 감독 권한인 실지검사를 1회 보류하고 2차례 거부했다”면서 “변리사회가 특허청의 자료 제출 요구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심판이 지난달 28일 ‘각하’되면서 통보한 검사마저 거부해 더이상 자율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의 강경 대응에 변리사회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변리사법 개정 반대에 대한 ‘보복’이라고 항변하지만 민법과 변리사법에 명시된 관리·감독 권한을 회피할 수는 없다. 더욱이 공결 논란으로 수험생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데다 행정심판마저 각하되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협회가 아닌 임원 개인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기에 내부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김영란법 유명무실…위반 신고 2311건, 과태료 등 2.5%뿐

    김영란법 유명무실…위반 신고 2311건, 과태료 등 2.5%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6개월 동안 공공기관에 접수된 법 위반 신고는 231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사 의뢰 또는 과태료 부과 요청이 이뤄진 신고는 전체의 2.5%인 57건에 그쳤다.●수사의뢰 19건… 과태료 확정은 8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9월 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뒤 지난달 10일까지 2만 3852개 공공기관의 법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유형별로는 2311건 가운데 외부강의 사실을 지연 신고했거나 아예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1764건(76.3%)으로 가장 많았다. 상한액을 초과한 외부강의 사례금을 받은 14건도 포함됐다. 이어 금품 등 수수가 412건, 부정청탁이 135건으로 뒤를 이었다. ●금품수수, 자진 신고 > 제3자 신고 신고 형태를 보면 금품 등 수수는 공직자 등의 자진 신고가 255건(61.9%)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제3자 신고는 157건으로 38.1%에 그쳤다. 반면 부정청탁은 제3자 신고가 97건(71.9%)으로 자진 신고(38건·28.1%)를 앞섰다.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기관은 학교 및 학교법인(1147건)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수사 의뢰 또는 과태료 부과 요청으로 이어진 신고 사례는 5건뿐이었다. 검찰·경찰에 수사 의뢰하거나 법원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통보한 57건 중에는 대학교수가 외국에 거주 중인 박사과정 학생이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인정해 준 경우와 공공의료기관에서 정상적으로 예약하지 않은 환자에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경우 등이 포함됐다. 또 학교 운동부 감독이 코치의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800만원을 요구한 사건과 대학병원 의사가 후배 교수로부터 700만원 상당의 퇴임 기념 선물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법원이 과태료 부과를 결정한 사건은 8건이다. 공연기획사 대표로부터 5만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받은 공연 관련 업무 담당 공직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행정심판 담당자에게 1만원 상당의 음료수를 제공한 피청구인은 2만 2000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수사관 앞에 의도적으로 1만원을 흘린 피의자에겐 2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꼰대’소리 듣기 싫죠… ‘마음의 소리’ 듣는 사람이 되세요”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꼰대’소리 듣기 싫죠… ‘마음의 소리’ 듣는 사람이 되세요”

    ‘당신의 ‘마음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한성열(66)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긍정 심리학’의 대가로 꼽힌다. 인간의 심리, 자아, 감정 속에 인간이 속한 문화의 특이성이 표출된다는 ‘문화 심리학’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학자이기도 하다. 고려대 심리학과 70학번으로 입학해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니 올해로 만 30년이다. 지난 2월 28일 정년퇴임과 함께 ‘명예교수’로 자리를 바꿔 앉은 그가 후학 양성을 위해 장학금 1억원을 쾌척했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다. 인터뷰를 청했고,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CJ법학관 로비에서 90여분간 ‘행복과 소통’을 주제로 진행됐다.→ 2014년에 쓴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 드립니다’에서 교수님은 ‘마음 건강’을 위해 무얼 했느냐고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마음 건강은 무엇이고, 교수님은 마음 건강을 위해 무얼 하시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외로 마음 건강을 등한시합니다.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답하죠.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체육 과목도 있고요. 그런데 막상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마음의 건강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거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생활만족도가 떨어지는 등 자살률이 높고 이혼율이 급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음 건강에 관심이 없는 게 밑바탕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마음 건강의 핵심은 ‘화병’에 있습니다. 화병은 1994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 오른 한국 특유의 마음의 병인데, 유독 화병이 많은 건 그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거죠. 저는 간단하게 말하면 속에 담아 두질 않습니다. 기분 나쁜 게 있으면 바로 풉니다. →말로 풀면 상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상대와 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방법을 모르면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고,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죠. 우리가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게 대인 관계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라’, ‘어른을 공경해라’만 알려 주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이좋게,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어떻게’(how to)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규범만 알려 주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가는 구체적으로 알려 주지 않는 거죠. 화가 나는 이유는 수십, 수백개이고 인생에서 화 자체를 없애는 방법은 없어요. 우리는 화를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화를 내지 말라, 억눌러라라고 가르쳤지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고민하지 않았어요. 가장 좋은 건 말로 표현하는 겁니다. 여성은 이걸 수다로 풀죠. 남성은 말로 감정을 표현하면 남성적이지 못하다고 배우다 보니 맑은 정신에는 못 하고 술기운을 빌려 자기감정을 표현합니다. 40~50대 남성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죠. 성별을 불문하고 자기가 가진 감정을 상대방과 풀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해요. →수다를 떨었어야 했나요. -수다는 부정적인 게 아녜요. 마음 건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수다는 자기의 화를 풀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합니다. 평균적인 대한민국의 남자는 이를 회피하고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가끔 모았다가 술 한잔하고 푸는 거죠. 갑자기 쌓인 화를 풀려니 남자들끼리 하는 술자리에서 유독 다툼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죠. 밖으로 향하는 화병은 남을 향한 폭력이 되고, 안으로 향하면 나를 때리는 우울함이 됩니다. 타인을 향한 폭력이 심해지면 살인이 일어나고, 나를 때리는 폭력이 계속되면 자살로 이어지는 거죠. 화병은 남을 죽이거나 나를 죽이거나, 누구 하나는 죽여야 끝나거든요. 마음의 불이랄까. →보통 우울과 행복은 맞은편에 있는 개념으로 봅니다만 교수님은 우울이나 불안은 행복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우울한 사람이 행복할 수도 있단 얘긴가요. -지난 100여년간 불안한 사람들은 불안을 낮춰 주고 우울한 사람들을 우울을 낮춰 주면 행복해진다는 식으로 연구가 이뤄졌지요. 하지만 우울한 사람의 우울을 낮춰 주면 덜 우울한 사람이 되는 거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우울과 행복은 상관이 없어요.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따로 있다는 겁니다.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행복감을 높여 주는 게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지요.→1930년대 하버드대학생 268명의 70년 인생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제1조건은 돈, 명예가 아닌 ‘관계’라고 합니다(한 교수는 2005년 이 같은 연구 내용이 담긴 조지 베일런트의 ‘성공적 삶의 심리학’을 번역해 소개했다). 그런데 요즘 혼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인맥을 관리하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20대’를 칭하는 ‘관태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죠. 관계 맺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일까요. -관계를 맺는 게 이익인지, 혼자 있는 게 이익인지 따져 봤을 때 혼자 있는 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사회가 부추기는 경쟁이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사회가 내가 너와 친구로, 파트너로 함께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를 꺾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관계에 공을 들이기보다 혼자 하는 걸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지는 거죠. →얼마 전 서울신문 기획 시리즈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요즘 젊은 세대는 정당한 노력보다 관계, 일명 ‘빽’을 성공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더군요. ‘금수저 계급론’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성공하려면 혼자 있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니 굉장히 모순적이네요. -맞아요. 지금 젊은이들은 한 시대가 변화하는 끝자락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시험 잘 보는 친구들이 수능을 보고, 고시를 보고 소위 말하는 성공을 했죠. 그런데 앞으로는 단순히 머리가 좋다, 기억을 잘한다 이런 것들은 인공지능(AI)에 견디지 못할 겁니다. 선생님한테 배우기보다 네이버 지식인이 더 친숙하듯 의사나 변호사, 판·검사도 조만간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법률 지식을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변호사 자체가 많아졌고, 다양한 곳에서 법률 지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사무실을 개업해도 예전만큼 손님들이 오지 않습니다. 인간 관계가 넓어 손님을 더 많이 유치하는 사무장이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시대는 끝이 났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어떻습니까? 부모와 학교 시스템은 아이들이 그저 공부를 잘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끊임없는 환상을 심어 주고, 정작 인간 관계 등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아 왔습니다. 환경은 바뀌고 있는데 교육은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거죠. 시험 볼 때면 스마트폰을 뺏는 것만 봐도 얼마나 우리가 퇴행적인 교육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진짜 교육이라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그런 문제를 내야지요. →경제, 사회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바뀌었는데 아직 교육은 19세기,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개인이 출세해 별장을 사는 것이 성공이었다면 지금은 별장을 가진 친구를 많이 사귀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 개미형 인간이 아니라, 대인 관계를 잘 맺어 별장 있는 친구들을 사귀는 거미형 인간이 성공하는 시대인 겁니다. 혼자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보다 지식과 정보가 오가는 유통망 한가운데 네트워크를 쳐 놓고 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인 거죠. 그런데 아직도 우리 교육은 시험 성적이 개인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단순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이 하는 4차산업 사회에서 살아남는 인간은 마음으로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건 대인 관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거거든요. 부모가 자녀에게 성공이라고 알려 주는 가치관이 혹시 19세기, 20세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고요. →‘다름을 인정하라.’ 말은 쉬운데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사회는 점점 분극화, 파편화, 분절화돼 가고 있는데, 개인의 노력만 가지고는 어려운 일 아닌가요. 중요한 것을 알면서 왜 인정은 없고 갈등은 심화하는 것일까요. -우리 전통문화 자체가 부모 자녀 동일체 의식이 강합니다. 가화만사성이라고 부르잖아요. 이 중 가화의 ‘화’(和)는 화목 화, 즉 가족 구성원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화목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한목소리는 그럼 누구의 목소리인가요. 이것이 아버지이자 남편의 목소리였던 겁니다. 아내는 부창부수로 따라가고, 자녀는 부모 말에 순종해야 하는 게 ‘가화’(家和)의 의미였던 것이죠. 왜 우리나라가 유독 그러느냐고요. 지정학적인 위치에서 외침을 많이 겪다 보니 한 사람이 빨리 결정을 내리고 그 사람이 책임을 가져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의견을 물어 통합하는 건 불가능했지요. 그렇다 보니 계속해서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조직을 해치는 사람인 걸로 교육받게 되고 대통령부터 시작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게 된 것이지요. 딜레마는 지금까지는 이 문화가 발전에 도움이 됐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장애물이 될 거란 겁니다. 쉽지 않지요. 거대한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수직적인 문화가 수평적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 민요는 10명이 나와도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서양의 합창은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알토 등 다 각자 다른 소리를 내면서 화음을 이루잖아요. →5060 중년 콤플렉스를 말합니다. ‘꼰대.’ 이것만은 면해 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년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어떻게 하면 중년의 아저씨들이 꼰대 소리 좀 덜 듣고 살 수 있을까요. -중년은 젊은이라는 축과 늙은이의 축이 만나 갈등을 겪는 시기입니다.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상태죠. 그래서 중년은 힘이 듭니다. 더 힘든 건 힘들다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청소년은 밖으로 고함을 지르지만 중년은 속으로 우는 세대입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실패한 인생 같으니까.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살아야 하는 심리적 압박이 큰 시기이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5060세대가 막 입사했을 때보다 지식도 많고 기술도 많습니다.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건 오로지 경험밖에 없는데, 문제는 늘 이 경험으로 밀어붙이다가 꼰대가 되는 겁니다. 지혜라는 히브리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듣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지혜가 있는 척하는 사람은 상대가 묻기도 전에 자기 경험부터 들이밉니다. 하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상대방이 와서 물어볼 때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멘토가 되는 방법은 후배와 멘티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내 이야기를 원할 때 한다는 겁니다. 듣고 싶지도 않은데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아주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죠. 먼저 묻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 주는 일이 선행돼야 하는 거죠. 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jade@seoul.co.kr 정리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행복을 좇지 마세요…그저 오늘을 즐기세요” 한성열 교수가 말하는 행복이란 “행복요? 전 행복하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던진 ‘뻔한’ 질문은 이렇게 뻔하지 않은 답변에 속절없이 허를 찔렸다. 당신이 ‘긍정심리학’의 대가라고 하니, 그런 긍정적 마인드로 무장했을 사람이면 마땅히 행복도 인위적으로, 작위적으로 만들어(?) 지녔을 법하다는, ‘행복하다’는 답변을 내심 조롱할 요량으로 한껏 날을 벼리고 날린 물음이었다. 정말 고맙게도 한 교수는 기자의 ‘기대’를 완벽히 저버렸다. 솔직했고 담백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빨간 도트 넥타이에 코발트블루 셔츠와 먹색 재킷, 그리고 이를 감싼 블랙 트렌치코트로 한껏 멋을 낸 그의 옷차림이 결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그 한마디로 입증해 보였다. “누가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사는 게 즐겁냐고 물어본다면 ‘즐겁다’고 답할 겁니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설파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과도 맥이 닿는 듯했고, 장자의 안빈낙도(安貧道)가 떠오르기도 했다. 기자의 마음을 읽은 걸까. 한 교수가 말을 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잘못된 명제’를 갖고 있습니다. 행복은 추구해야 할 인생의 목적이 절대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 오늘을 즐기는 것, 그것이 행복하게 되는 겁니다. 행복이란 걸 얻으려고 무엇을 하면 할수록 행복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에게 행복이란 열심히 살아야 할 목표가 아니라 열심히 살면 얻어지는 결과인 것이다. 적어도 내일 행복하자고 오늘 참거나 미룰 목표는 아닌 셈이다. “행복이라는 걸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게 사실 이게 우리말이 아니거든요. 불과 100여년 전 서구에서 들어온 개념입니다. 사랑이란 말도 마찬가지예요. 이전 우린 ‘만족’이라고 했고, ‘정’이라고 했죠.” 정년을 맞은 한 교수는 그럼 앞으로 무슨 일로 열심히, 즐겁게 오늘에 충실할까.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세요? “교역자들에게 심리학과 상담 기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인 ‘상담 목회 아카데미 예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110여명의 교역자가 전국 각지에서 모여 전액 무료 수업을 받고 있죠. 일반인들을 상대로 ‘만남과 풀림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왜 이제야 묻느냐는 듯 한 교수의 말이 빨라졌다.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고, 기자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 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jade@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LNG 기지 증설 안전성 최우선”… 연수구민 배려한 ‘뚝심 행정

    [자치단체장 25시] “LNG 기지 증설 안전성 최우선”… 연수구민 배려한 ‘뚝심 행정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은 묵직한 돌직구형 자치단체장이다. 이를 증빙하는 단적인 예가 송도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증설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한국가스공사가 수도권에서 증가하는 가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LNG 탱크 20기(288만㎘) 외에 추가로 기당 20만㎘ 용량의 3기(21∼23호) 건설을 추진하자 인근에 사는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증설 승인권을 가진 연수구는 당연히 주민 편에 섰다.연수구는 가스공사가 제출한 부대시설 건축과 공작물 축조 허가 신청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며 9차례나 보류했다. 이 구청장은 “주민 입장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 안전성에 대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완강한 태도를 취했다.이에 가스공사는 인천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행정심판위원회는 “구가 주민 의견 수렴을 보완하라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면서 두 차례나 연수구에 건축허가 신청을 받아들이라고 주문했지만 구는 행심위 결정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초단체가 광역단체 행정심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 구청장은 소신대로 밀어붙였다.이 구청장의 뚝심에 결국 가스공사가 손을 들었다. 공사는 증설할 LNG 탱크의 안전 기준을 ‘내진설계 1등급’에서 ‘특등급’으로 상향 조정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112억원의 특별지원금과 매년 20억원의 기본지원금을 연수구에 지급하기로 했다. 2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증설 공사에 지역 업체 공동도급을 20%에서 25%로 올리고, 연수구민 62명을 채용하는 부대 효과도 거뒀다. 이 구청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전격 해체된 해경의 부활과 세종시로 이전한 해양경비안전본부 본청의 연수구 환원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송도국제도시 중심에 본부가 있었던 해경은 지역의 자부심이었지만, 2014년 11월 해체되고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격하됐다. 본청도 국민안전처 세종시 이전에 맞춰 지난해 8월 세종시로 옮겨 갔다. 이 구청장은 “해경 해체는 연수구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고, 해경 격하에 따른 효율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해경 부활과 송도 환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지난해 이 구청장은 ‘승기천 살리기 원년’을 선포했다. 승기천은 2009년 인천시가 조성한 6.2㎞의 도심 하천으로 연수구와 남동구의 경계에 있지만 남동구 쪽은 공단이 형성돼 있고, 연수구 쪽은 아파트 단지와 붙어 있다. 이곳은 남동공단에서 발생하는 오폐수가 흐르다 보니 수질이 좋지 않고, 하천 옆에 형성된 산책로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고 있음에도 하상 퇴적물과 각종 유해 식물로 뒤덮여 주민들이 큰 불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행정구역으로 볼 때 승기천의 93%가 남동구에 속해 있지만 산책로 이용자의 88%는 연수구민이다. 이 구청장은 “승기천은 후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임에도 행정구역 경계에 있어 관리 공백으로 수년간 방치돼 왔다”면서 “승기천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기 위해 우리 구가 책임감을 가지고 선제적 행정을 펼쳐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남동구가 수질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승기천을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는 연수구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 구청장은 “승기천을 깨끗한 하천으로 복원하는 데는 행정 관리 주체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남동구와의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60억원을 투입해 승기천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상 정비는 이미 지난달 착수한 상태다.남동유수지로의 이전이 추진됐던 승기하수처리장(연수구 동춘동)은 2024년까지 현 부지에 지하화하기로 결정됐다. 이전 움직임에 대해 남동구가 반발하고 환경단체들도 저어새 번식지인 남동유수지가 하수처리장 부지로 부적합하다며 반대 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승기하수처리장은 남구·연수구·남동구에서 발생하는 하루 27만 5000t의 생활하수와 오폐수를 처리하고 있지만 시설이 낡은 데다 공단에서 유입되는 폐수 등으로 악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구청장은 맞춤형 복지와 보편적 복지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부터 둘째아 출산용품비 지원 사업이 시행된다. 지역에 거주하는 둘째아 출생아의 양육자에게 50만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장애인 맞춤주택 리모델링, 경로식당 무료급식 확대, 한부모가정·다문화가정 지원 강화, 보훈대상자 건강생활지원수당 신설, 중학교 무상급식, 청소년진로지원센터 건립 등이 추진된다. ‘향기 나는 문화도시’ 조성도 이 구청장이 주력하는 분야다. 생활터 가까이에서 언제 어디서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바쁜 일상 속 작은 여유를 찾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장기간 방치됐던 청학지하보도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동춘동에는 다목적 실내 체육시설을 건립했다. 지난해 송도에서 개최된 도시해변축제는 도심에서 여름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축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능허대 문화축제와 더불어 연수구민뿐만 아니라 인천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표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이 구청장의 구상이다. 이 구청장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를 보유한 연수구가 인천 인구 300만명 돌파의 견인차가 됐다”면서 “인구 증가에 걸맞은 문화·교육·교통 인프라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연수구는 원도심과 신도심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여서 이들 간의 불균형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 구청장은 “우리 구에는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첨단 도시가 있는 반면 낙후된 원도심도 적지 않다”면서 “올해는 원도심의 가치를 회복하고 신도심과의 균형 발전을 도모해 구민 모두가 행복한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도심 지역인 농원마을과 청능마을의 저층 주거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함박마을 재정비를 통해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구립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청학복합문화센터와 외국어체험센터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구청장은 최근 관내 아파트에서 발생한 8살 초등생 유괴, 살해 사건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피력하면서 “우리 구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잡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연수구 곳곳에 설치된 고화질 폐쇄회로(CC)TV가 큰 도움이 됐다. 연수구청 7층에 있는 U도시통합운영센터에서는 초등학교 163대, 공원 112대 등 모두 942대의 CCTV를 365일 24시간 모니터링한다. 경찰은 피해 아동 실종신고를 접수한 직후 통합운영센터에 사건이 발생한 공원 주변의 CCTV 영상을 요청했다. 통합운영센터는 피해 아동이 공원에서 용의자를 따라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을 현장 CCTV 3대를 통해 확인한 뒤 경찰에 제공함으로써 용의자를 조속히 검거할 수 있었다. 이 구청장은 “보다 완벽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 올해 CCTV 158대를 새로 설치하고 이상 상황 자동알림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면서 “청소년 인성교육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커버스토리] 하이힐 ‘얼굴킥’ 구둣발 ‘낭심킥’… 민원인 폭력의 최전선 112

    [커버스토리] 하이힐 ‘얼굴킥’ 구둣발 ‘낭심킥’… 민원인 폭력의 최전선 112

    지난 4일 오후 8시 15분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에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술에 취한 시민이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안에서 소변을 본다는 신고였다. 출동한 경찰관이 소변을 보던 A(76)씨를 역사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자 그는 “안 나가. 개XX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강제로 데리고 나가려는 경찰관의 낭심을 발로 가격했다. 낭심을 가격당한 경찰관은 움직이지도 못할 고통을 애써 참고 거듭 연행을 시도했다. 이에 A씨는 경찰관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해댔다. 결국 30여분의 실랑이 끝에 그는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됐다.매일 각양각색의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는 이른바 ‘민원인 폭력’의 최전선에 있다. 홍대입구, 이태원 등과 함께 서울 시내의 손꼽히는 유흥가인 건대입구역 일대를 담당하는 화양지구대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지난해 112 신고 건수는 마포구 홍익지구대(3만 3293건), 강남구 도곡지구대(2만 7525건), 화양지구대(2만 5633건), 관악구 당곡지구대(2만 3741건), 영등포구 중앙지구대(2만 3562건) 순이었다. #폭력으로 인한 공무 방해 입건 일주일 2~3건 밤 10시가 지나자 민원인들이 하나둘씩 화양지구대를 찾아왔다. 10시 20분쯤 지구대 안으로 들어선 B씨는 문을 열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들이 다들 한패 아니냐! 경찰이 차 안에서 자는 거 말고 하는 게 뭐가 있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팔을 휘젓는 모습이 바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었다. 경찰관 서넛이 붙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10분 이상 진정시켰다. 그는 이날 오후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길이라고 했다. 11시가 가까워 오자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다. 만취한 대학생이 자기 집이라 우기며 들어오려고 한다는 신고였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만취한 상태여서 출동한 경찰의 통제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일반 가정에 행패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어서 경찰들은 극도로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경찰에게도 계속 자신의 집이라고 주장하던 학생은 수십분의 설득 후 물러났고, 진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출동 경찰은 “취객만 상대하면 어느 정도 물리적 통제도 할 수 있지만 민간인이 주변에 함께 있는 경우 돌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없이 마음을 다스리며 인내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며 “현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정(31) 순경은 “욕설이나 고성 등은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라며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입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도 일주일에 2~3건은 발생한다”고 말했다.#이유 없이 경찰차 파손… 차에 매단 채 도주도 지역 특성상 취객을 많이 상대하는 화양지구대 경찰관들은 늘 물리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흉기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방검복, 방검장갑 등을 착용하는 건 필수다. 욕설이나 항의는 다반사다. 만취한 상태에서 단지 기분이 나쁘다고 경찰차를 걷어차거나 교통단속을 하는 경찰에게 침을 뱉는 경우도 있다. 음주운전 등을 단속하던 교통경찰을 차에 매단 채 질주하거나, 경찰을 차로 치고 달아나는 경우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다. 지난달 19일 전북 고창군에서 경찰 3명이 기물 파손 후 차를 몰고 도망가려는 범인을 잡다가 급정거와 후진을 반복하던 차에 부딪혀 다쳤다. 또 지난달 중순 익산에서는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찰이 타고 있던 순찰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경우도 있었다. 올해 1월에는 행인을 때려 연행되던 범인이 순찰차 안에서 경찰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기도 했다. 유원재(38) 경사는 “취객은 말로 통제하기가 불가능해 힘든 때가 많다”면서 “특히 깨진 술병 등은 얼마든지 흉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순찰할 때 잠시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 취객이 뒷좌석에서 발로 차 얼굴이 찢어진 경찰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성 취객이 급격히 늘면서 이날도 여성 경찰관은 현장 이곳저곳에 불려다니기 바빴다. #공무집행방해 입건 10년 만에 20.5% 증가 화양지구대 5팀장인 장정기(50) 경감은 “경찰뿐 아니라 일반 관공서에서도 경범죄처벌법(3조 3항)에 따라 술에 취한 채 관공서에서 주정을 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에 대해서는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하지만 경찰도 힘든데 일반 공무원들이 민원인의 폭력 등을 현장에서 바로 제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입건 수는 2011년 1만 3052건에서 2015년 1만 4556건으로 4년 만에 11.6%가 늘었다. 2006년(1만 284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0.5%가 증가한 셈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안철수, 5자 대결·양자 대결 모두 문재인 앞질렀다

    안철수, 5자 대결·양자 대결 모두 문재인 앞질렀다

    KBS와 연합뉴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5자 대결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오차범위내에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 대결에서는 큰 차이로 앞섰다. 9일 연합뉴스와 KBS에 따르면, 8~9일 이틀간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2011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5자 대결에서 안 후보는 36.8%로 1위를 기록, 32.7%를 얻은 문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4.1%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6.5%), 정의당 심상정 후보(2.8%),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1.5%) 순이었다. 지지후보가 ‘없다’거나 ‘모른다’ 또는 ‘무응답’이 모두 합쳐 19.8%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는 19~29세(문재인 41.1%, 안철수 22.5% ), 30대(문재인 47.2%, 안철수 26.2%), 40대(문재인 45.3%, 안철수 31.6%)에서는 문 후보가 앞섰고, 50대(문재인 25.2%, 안철수 43.8%), 60대 이상(문재인 11.3%, 안철수 53.3%)에서는 안 후보가 앞섰다. 지역별로 안 후보는 서울(문재인 32.0%, 안철수 38.4%), 인천·경기(문재인 36.2%, 안철수 38.7%), 대전·충청·세종(문재인 27.1%, 안철수 39.3%), 광주·전라(문재인 38.0%, 안철수 41.7%), 대구·경북(문재인 22.8%, 안철수 38.0%)에서 문 후보에 앞섰다. 문 후보는 부산·울산·경남(문재인 32.8%, 안철수 28.5%), 강원·제주(문재인 35.4%, 안철수 25.2%)에서만 앞섰다. 양자구도에서 문 후보는 36.2%, 안 후보는 49.4%를 각각 기록했다. ‘없다’·‘모름’·‘무응답’은 모두 합쳐 14.4%였다. 연령대별로는 문 후보가 20대(49.1%)와 30대(52.9%), 40대(47.5%)에서 앞섰지만, 안 후보는 50대(58.2%)와 60세 이상(74.2%)에서 우위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안 후보가 강원·제주(문 후보 40.5%, 안 후보 40.4%)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문 후보를 앞섰다. 안 후보는 서울(49.3%)과 인천·경기(47.2%), 대전·충청·세종(54.4%), 대구·경북(59.0%), 부산·울산·경남(48.0%)에서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었고, 특히 야권의 기반인 광주·전라(46.8%)에서도 문 후보(40.7%)를 앞섰다. 이념별로는 보수(70.3%)와 중도(50.5%) 성향 유권자는 안 후보를 주로 선택했고 진보(57.5%) 성향 유권자에서는 문 후보가 앞섰다. 안 후보는 적극적 투표층에서도 50.0%의 지지를 얻으며 문 후보(39.7%)보다 앞섰다. 5자 구도와 비교해보면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 중 68.6%가 양자구도에서는 안 후보를 선택했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 여부에 대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81.8%에 달해 적극적 투표층이 80%를 넘었고, 가급적 투표하겠다는 답변은 12.0%였다.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7%, ‘결정 못 했다 또는 모른다·무응답’은 1.5%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유선(40%)무선(60%) 병행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응답률은 15.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버지와 이토씨’, 톡톡 튀는 캐릭터 담은 ‘미운 우리 XX’ 영상 공개

    ‘아버지와 이토씨’, 톡톡 튀는 캐릭터 담은 ‘미운 우리 XX’ 영상 공개

    가족 시트콤 ‘아버지와 이토씨’의 ‘미운 우리 XX’ 특별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는 34세 ‘아야’(우에노 주리)와 그녀의 남친 54세 ‘이토씨’(릴리 프랭키)가 74세 ‘아야의 아버지’(후지 타츠야)와 펼치는 가족 시트콤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패러디한 이번 영상에는 영화 속 에피소드를 통해 톡톡 튀는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야’, 그녀의 남친 ‘이토씨’와 갑작스럽게 등장한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일에 지친 ‘아야’는 취직도 출산도 안할 거라고 폭탄선언을 한다. 가장 불편하고 어색해야 할 남친 ‘이토씨’는 시종 평정심을 잃지 않는 느긋함을 보인다.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는 특별해 보이는 ‘아야’네 가족을 통해 모두가 겪고 있거나, 겪게 될 가족의 고민과 갈등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또 아버지의 숨겨진 비밀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가 뭉클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노다메 칸타빌레’, ‘뷰티 인사이드’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우에노 주리가 단순하게 살고 싶은 평범한 34세 ‘아야’로 변신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여기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의 작품으로 사랑받은 릴리 프랭키가 생각대로 자유롭게 사는 평온 그 자체 54세 ‘이토씨’로 분해 우에노 주리와의 자연스러운 커플 연기를 선보인다. 딸의 한가로운 일상을 뒤흔든 선입주 후통보 74세 ‘아버지’는 일본의 대표 연기파 배우 후지 타츠야가 연기했다. 타나다 유키 감독은 “영화관을 나서면서 오랜만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볼까? 집에 조금 더 자주 내려가 볼까? 라는 생각을 해준다면 기쁠 것 같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영화는 오는 4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12세 관람가. 11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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