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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녀의 이사람] “정신건강, 선입견·편견부터 깨야… 사법입원제 진지한 논의 필요”/논설위원

    [이순녀의 이사람] “정신건강, 선입견·편견부터 깨야… 사법입원제 진지한 논의 필요”/논설위원

    호주선 초등생부터 정신건강 교육관계 맺기·학폭 대처법 등 가르쳐인식 개선에 대중매체 역할 중요극단적 사례 다루면 선입견 강화중증정신질환 조기 치료 땐 호전사전에 위험한 상황 발생 막아야 우울증에 섣부른 충고는 ‘역효과’곁에 있어 주고 이야기 들어 줘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꼴찌, 우울증 환자 100만명….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이 짙은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 정부가 정신건강정책 혁신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국정 어젠다로 삼아 예방, 치료, 회복 등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신건강을 개인의 문제로 놔두지 않고 국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하는 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정책이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곽영숙(69)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정부의 이런 노력들이 우선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40여년간 정신건강의학 분야에 매진해 오다 지난 1월부터 보건복지부 소속 공공 정신건강 중추 기관을 이끌고 있는 곽 센터장을 만나 정신건강의 중요성과 예방책 등에 대해 들었다.-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정신질환자와 정신병원을 대하는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강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선입견과 편견을 깨려면 ‘멘털 헬스 리터러시’(mental health literacy), 즉 정신건강 문해력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하다. 정신건강을 이해하고 자신의 정신건강을 인식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선진국은 대부분 하고 있다. 호주에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정규교육 과정에 정신건강 항목을 포함시킨다. 의사 소통, 관계 맺기, 학교폭력 대처법 등을 가르친다. 조현병 같은 중증정신질환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이해시키는 교육도 필요하다. 지식이 없으면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고 혐오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질환자를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그린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호평을 받고 있다. 대중매체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미디어에서 정신질환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사회적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신질환자의 범죄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우리들의 블루스’는 각각 조현병과 우울증을 앓는 전문직 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내 가족, 친구 누구든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이런 기회가 많을 수록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중증정신질환자의 이상동기 범죄가 사회불안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사법입원제 등이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중증정신질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안 받으면 자해·타해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다.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치료를 제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코로나19 시기에 집단 감염 문제로 정신병동이 문을 닫으면서 허점이 있었다.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려면 2명 이상의 보호 의무자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 등 절차가 까다롭다. 입원 치료를 빨리 받으면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 환자에 대해선 법의 개입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우울증 유병률과 자살률은 왜 이렇게 높은가. “원인을 한 가지로 얘기할 순 없다.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끊임없는 경쟁과 차별, 상대적 박탈감,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에 신경을 쓰는 부정 편향성 등으로 인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취업 좌절을 경험한 청년들이 겪는 우울증도 심각하다. 우울증으로 깊은 실의에 빠져 더이상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될 때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조기에 치료해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은 심리적으로 고립되거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항상 타인과의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회복력이다. 바닥까지 추락했다가 다시 튀어오르는 번지점프처럼 감정이 바닥을 쳐도 다시 기운을 낼 수 있는 마음근육을 키워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위기나 고난, 스트레스를 경험하면 얼마든지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 심리방역을 가르치는 정신건강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주변에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곁에 같이 있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심해야 할 것은 섣부른 충고다. ‘마음을 굳게 먹어라’ 같은 조언은 말하는 사람 입장에선 격려와 응원이지만 듣는 사람에겐 의지가 약하다는 뜻으로 잘못 전달될 수 있다. 힘들다는 사실에 공감해 주는 것이 먼저다. 상태가 오래 지속되거나 악화하면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역할은. “1962년 정신의학 진료와 연구, 교육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으로 처음 문을 연 국립정신병원이 모태다. 1982년 국립서울정신병원, 2002년 국립서울병원으로 명칭을 바꿨다가 2016년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거듭났다. 의료부에서 24시간 정신응급진료실과 재활 클리닉 운영 등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고 정신건강사업부에서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정신건강연구소는 정신건강 실태조사와 정책 연구 개발을 한다. 사회적 재난과 사고 경험자를 위한 국가트라우마센터도 운영한다. 정신건강과 연관된 모든 사업을 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선 어떤 일을 하나. “집단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기구다. 2013년 재난 현장을 방문해 위기 대응 활동을 펼쳤던 심리위기지원단 역할을 확대해 2018년 4월 개소했다. 찾아가는 재난심리지원 서비스인 ‘마음 안심버스’ 등으로 초기에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고 재난 이후 일상생활 복귀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치료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유가족과 관계자 약 7000명이 상담을 받았다. 응급구조대원과 의료진 등 재난대응인력이 경험하는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매년 4월 트라우마 치유주간을 열어 일반인 대상 트라우마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국민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센터장 재임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마음이나 정신이 아프면 망설이지 않고 방문할 수 있는 친근한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센터에서 치료와 재활을 받고 완치된 환자와 가족 5명이 우리 상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치료에 그치지 않고 일상 회복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지도록 힘쓰겠다. ” ■곽영숙 센터장은 서울대 의대 전공의, 소아정신과 전임의를 거쳐 국립정신건강센터 전신인 국립서울병원에서 13년간 소아정신과장으로 일했다. 재직 당시 소아자폐증진료소를 열어 자폐증과 발달장애 아동 등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치료의 길을 열었다. 제주대 의대 개교 직후 교수로 임용돼 20년간 근무하면서 제주지역 정신건강센터, 학교정신건강 사업 등에 참여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아동정신치료의학회 회장,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회장을 지냈다.
  • 가난과 불안에 마음 챙기는 건 사치… 다 부서져도 알아채지 못한다[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가난과 불안에 마음 챙기는 건 사치… 다 부서져도 알아채지 못한다[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서울 양천구 목4동에 사는 이희정(32·이하 가명)씨는 살면서 행복이나 안정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눈치 보고 불안에 떨며 살아남기 위해 애쓴 시간뿐이었다.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다. 엄마 얼굴도 보지 못했다. 외조부모 손에 맡겨진 희정씨는 폭언과 폭행 등 정서적 학대를 당하며 자랐다. 한동네에 살던 이모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희정씨와 여동생을 성추행했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희정씨는 고3 때까지 여러 번 자해를 반복했고, 두 번은 목숨을 끊으려 했다. 스물한 살 때 만난 남편은 그를 더 깊은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가정을 돌보지 않고 언어폭력과 도박을 일삼던 남편과 헤어진 희정씨는 어린 딸을 홀로 키웠다.미혼모가 된 우울증 환자 희정씨는 일도 가정도, 무엇보다 마음도 제대로 돌보기 어려웠다. 사무보조로 취직했지만 공황장애로 발작 증세가 나타나자 권고 사직을 당했다. 집 안은 강아지 배설물과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로 뒤덮였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아토피가 심한 초등학교 3학년 딸은 피가 나도록 온몸을 긁어 상처투성이 상태였고, 잦은 결석과 지각으로 유급될 위기였다. 먹고사는 것만도 벅찬 취약계층에 정신건강 관리는 사치에 가까웠다. 서울신문이 서울 25개 자치구 복지정책과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다. 경제적 여건이 열악하고 가족 관계가 불분명한 취약계층 중에서는 정신적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이 유독 많았다. 인지하더라도 치료할 의지가 없거나 치료 방법을 몰라서 또는 비용이 부담돼 병을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강서구에 사는 다문화가정 자녀 김영식(17)군은 지난 6월 자살을 시도했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생계 때문에 지방에 내려간 부모는 영식군을 그룹홈에 맡겼다. 아들의 자살 시도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마음이 약해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며 영식군을 탓했다. 부모는 치료비가 없다며 보호 의무를 포기했고, 영식군은 행정입원으로 2주간 치료받은 뒤 정신과 상담을 시작했다. 3개월간 항우울·항불안제를 처방받아 복용하자 영식군의 상태는 급격히 호전됐다. 지금은 약을 끊고 주 1회 상담만 받고 있다. 진작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면 삶을 등지려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정신과 의사의 진단이었다. 배성윤 강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은 “다문화가정이나 새터민 가정의 경우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치료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병에 돈을 쓰기가 부담스러운 차상위계층과 저소득층이 정신건강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의 촘촘한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통해 취약계층의 정신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리지원뿐만 아니라 재정자립, 가족돌봄, 주거 환경 개선 등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는 통합 관리 방식으로 접근해야 건강 회복과 사회 적응에 효과적이어서다. 희정씨는 지난 7월 양천구 희망돌봄팀의 통합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돼 지역사회의 돌봄을 받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사는 무료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쓰레기 가득한 집을 치운 뒤 도배장판을 교체했다. 희정씨의 딸은 아토피 치료와 놀이 치료를 병행하며 학교에 열심히 다닌다. 희정씨도 학력 인정 학교와 간호학원을 다니며 간호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송파구 거여동에 사는 50대 후반 박민철씨는 사업 실패 후 20년 가까이 은둔생활을 해 왔다. 다세대주택 반지하 단칸방에 홀로 살았는데 공과금 낼 돈이 없어 가스와 전기가 끊긴 지 오래였다. 대인기피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민철씨는 동주민센터에 발굴돼 식사와 정신과 치료 등을 지원받고 있다. 같은 동네 주민인 70대 초반 강기수씨는 하루 5병의 소주를 마시는 중증 알코올중독자다. ‘우리동네돌봄단’ 관리 대상인 기수씨는 정신과 진료와 투약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통장이 수시로 찾아가 금주와 상담을 권하고 있다. 이민선 중랑구보건소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무료 정신건강 관리 대상의 80% 이상은 근로소득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며 중증 정신질환자 상당수는 방치된 취약계층”이라며 “지역사회의 보살핌과 관심은 심리적 위축감을 극복하고 경제 활동에 대한 의지를 자극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치료 접근성을 개선해 취약계층의 정신질환이 중증으로 악화하기 전에 사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진희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장(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하나씩 지어 놓고 우울, 중독, 자살 등 정신건강 관리의 모든 것을 떠맡기는 것은 효과가 떨어진다”며 “국가 자격인 정신건강전문요원의 활동 영역을 넓혀 정신 상담 인프라를 확대하고, 선진국처럼 지역사회 정신건강 상담 비용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게임 그만해” “잔소리”, 고교생 손자는 할머니를 살해했다[전국부 사건창고]

    “게임 그만해” “잔소리”, 고교생 손자는 할머니를 살해했다[전국부 사건창고]

    손자 형제 9년 보살핀 조손가정의 비극형은 할머니 살해, 동생은 창문 닫았다 지난해 1월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 김정일 재판장은 존속살해, 존속살해방조 혐의로 구속된 고등학교 3년생 A(범행 당시 18세)군과 동생 B군(범행시 16세·고교 1년 자퇴) 형제의 1심을 선고한 뒤 손수 쓴 편지와 함께 작가 고 박완서의 동화책 ‘자전거 도둑’을 선물했다. 김 재판장은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는 이들 형제에게 “이 책을 꼭 읽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자전거 도둑은 박 작가가 6개 단편을 모은 동화책으로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어른들 속에서 양심을 지키려고 애쓰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A군과 B군은 이혼한 부모를 대신해 9년 동안 보살핀 할머니를 ‘잔소리한다’고 흉기로 살해하고, 할아버지를 살해하려다 중단한 범죄를 저질러 세상을 놀라게 했다. 2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1심 판결문과 취재에 따르면 A군은 2021년 8월 30일 오전 0시 40분쯤 대구시 서구 비산동 주거지에서 샤워를 끝낸 할머니 성모(당시 77세)씨가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흉기를 들이댔다. 성씨는 “칼 들고 뭐하냐. 찔러봐라”며 휴대전화가 놓인 쪽으로 다가가자 흉기를 휘둘렀다. A군은 동생 B군에게 “할머니가 소리를 치니 창문을 닫으라”고 했다. 성씨는 머리, 옆구리, 다리 등에 61차례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이 모습을 할아버지 이모(당시 93세)씨가 지켜봤지만 거동이 불편해 대응을 못했다. A군은 이어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이씨가 “할머니, 병원에 보내자”고 말했으나 A군은 거부했다. 이씨는 두 손을 빌며 “내가 잘못했다”고 했다. 이때 B군이 “할아버지는 죽이지 말자”고 만류하면서 A군의 살인 행각은 멈췄다. 손자의 흉기에 찔린 할머니 성씨는 이씨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날 오전 1시 25분쯤 숨졌다.A군의 부모가 이혼한 것은 A군이 초등학교 2학년인 2011년 7월이었다. A군의 아버지는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친모가 A군 형제와 살았으나 이듬해 “(A군이) 게임에 빠져 밥도 제대로 안 먹는다”고 야구방망이로 때려 조부모가 A군 형제를 돌봤다. 이들 형제는 도중에 친모와 거주한 1년을 제외하고 내내 조부모와 함께 생활했다. 조부모 모두 건강하지 않은 이 조손가정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했다. 해당 과정에서 할머니 성씨와 A군 형제는 자주 부딪혔다. A군이 밤늦게까지 휴대전화 게임을 하자 할머니 성씨는 “게임 만큼 공부도 열심히 해라”고 꾸짖었다. 또 급식카드를 건넸는데도 A군 형제가 말을 듣지 않자 “너희들 먹을 거 아니냐. 밤중에 왜 커피를 마시느냐”라며 욕설 섞인 꾸지람도 했다. 특히 A군 형제는 “20살이 되면 집에서 나가라”는 할머니의 말에 불안감이 컸다고 한다. A군은 범행 하루 전날 밤 동생 B군에게 “할머니 죽일래?”라고 카카오톡을 보냈다. 동생은 “맘대로”라고 답했다. A군은 “어차피 우리처럼 머리 나쁘고 배운 거 없는 사람들은 20살이 돼도 굶어 죽어. 알바도 안 뽑아주고. 가망이 없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람 한 번에 죽이는 법’도 검색했다. “게임 그만해라”, 손자는 ‘잔소리’문자로 맘 전하고, 고모 통해 용돈할머니의 무뚝뚝한 ‘내리사랑’ A군은 검경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감옥에서 살기로 작정했다”며 “만약 할머니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았을 텐데, 웹툰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진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할머니 성씨는 잔소리를 많이 하고 성격이 무뚝뚝해도 손자 사랑이 극진했던 것으로 나온다. 비가 오면 아픈 몸을 이끌면서 우산을 들고 손자들을 데리러 가고, 손자들 먹이려고 밤늦게 편의점에 가고, 고모를 통해 용돈을 건넸다. 성씨는 또 손자에게 직접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지만 카톡으로 그 마음을 전달했다. 범행 후에도 A군 집 옥상에는 할머니가 빤 흰 교복이 빨랫줄에 널려 있었다.편지와 동화책을 전달한 1심 재판부는 A군에게 징역 장기 12년~단기 7년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10년 부착·폭력치료 및 정신치료 프로그램 80시간씩 이수를 명령했다. B군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와 함께 폭력치료 및 정신치료 각각 40시간을 명령하고 석방했다. A군만 항소했으나 2심을 진행한 대구고법 형사1부는 지난해 5월 기각했다. 검찰이 A군에게 무기징역, B군에게 징역 장기 12년~단기 6년을 구형한 것과 비교해 한참 낮은 형량이 선고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1심 재판부는 “A군은 범죄를 저지른 뒤 동생과 함께 거실의 할머니 피를 닦고 (피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뿌린 뒤 샤워를 했다”고 잔혹성을 비판한 뒤 “(두 형제는) 불투명한 미래, 낮은 포부가 연합된 심리 상태에서 할머니의 언행을 일순간 공격으로 받아들인 우발적 범행의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부모의 이혼, 잦은 양육권자 교체, 어머니의 폭행, 경제적 어려움 등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어 균형 잡힌 인격이 형성되지 않았을 뿐 A군의 타고난 반사회적이고 악성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원만하게 학교 생활을 한 점으로 미뤄 교화·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급식카드로 음식 사 창피했다”재판부 형 징역 12~6년, 동생 석방‘교화·개선의 여지 있다’ A군은 재판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급식카드로 음식 등을 사는 게 창피했고 할머니가 ‘성인이 되면 독립해라’고 줄곧 말하는 게 큰 스트레스였다”며 “할머니를 정말 죽이려고 마음먹은 건 아니지만 할머니가 ‘찔러보라’고 고함을 질러 놀라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울먹였다. 동생 B군은 “범행 때 형의 눈빛이 무서워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나도 할머니 잔소리가 너무 싫어 죽이는 상상을 한 적은 있었다. 형도 말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A군은 지난해 4월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동생은 아무 죄가 없으니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B군도 “형의 형량을 높이지 말아달라”고 했다. 친모는 증인신문에서 “몇 년간 아이들과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현재 둘째(B군)와 같이 살고 있다. 큰 아들과도 서신과 전화, 면회 등을 통해 연락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시부모에게도 죄송스러운 마음이다”고 말했다.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직시하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조손가정 전국 11만 가구 넘어“학교는 물론 다중적 관리 필요”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의 이혼 등 가정해체로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사는 전국의 조손가정은 2015년 11만 3111가구, 2019년 11만 4211가구, 지난해 11만 7912가구 등으로 전혀 줄지 않고 있는 상태다. 남미애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부모는 ‘부모 없는 불쌍한 손주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잔소리를 하지만 본인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조손가정이 많다. 더욱이 손주와의 세대차는 부모보다 더 커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쌍방에 답답함은 커진다”며 “조손가정은 정부, 지자체, 사회단체 등 다중적 관리가 필요한데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 내 문제를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는 학교부터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런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를 배치하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슬램덩크’와 두 개의 시간/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슬램덩크’와 두 개의 시간/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공개됐다. 나는 ‘슬램덩크’의 찐팬이라 극장에서의 영접은 가슴 뛰는 시간이었다. 2000년 나온 완전판 24권은 서재 좋은 자리에 꽂혀 있다. 어느 매체에 ‘내 인생의 책’으로 소개한 책도 ‘슬램덩크’였다. 강백호의 무대책 낙관주의와 긍정의 힘이 조심스럽고 신중하기만 하던 내게 영향을 줬다. 나는 ‘왼손은 거들 뿐’이라며 애써 힘주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믿는다. 원작자 다케이코 이노우에가 연출한 극장판은 선수들이 한 명씩 펜화로 그려지다 달려 나오는 첫 장면부터 멋졌다. 이번 극장판의 특징은 송태섭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농구를 잘하는 형을 존경하고 따르지만 형은 사고로 사망했다. 실의에 빠진 엄마를 위해 형을 대신하려 하면서 그를 넘어서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그 장벽은 커 보였고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면 좌절의 언저리에 서기도 한다. 여기에 병렬해서 원작 후반부 산왕공고와의 경기가 박진감 넘치게 이어진다. 하지만 보는 내내 두 이야기가 어딘지 잘 섞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갖게 됐다. 뭐지? 그 이유는 두 개의 상반된 시간축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극장판에 새로 들어온 송태섭의 서사는 과거 일들로 오늘을 설명하는 방식을 따른다. 지금 마음 상태를 과거의 연장선에서 보면서 넘어서야 할 과제를 설정한다. 그다음에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을 붙잡고 있던 갈등이나 트라우마가 풀린다. 이건 정신치료가 마음을 이해하는 고전적 방식이기도 하다. 반면 강백호의 시간에는 현재만 존재한다. ‘슬램덩크’ 전권에서 그의 과거는 설명되지 않는다. 중학교 때 유명한 싸움꾼이었고 연애 실패 전문가라는 것뿐 가족이 누군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농구를 시작해 바스켓맨이 돼 가는 1년여의 과정을 현재 시점으로 보여 줄 뿐이다. 과거 설명 없이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오늘과 다가올 내일이 흥미 있게 펼쳐진다. 이렇게 과거를 통해 오늘을 보는 눈과 오늘에 집중하는 눈은 쉽사리 어울리기 어려운 이질적 방향성을 띠기에 어색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슬램덩크’가 인생작인 이유는 오늘에만 집중하는 강백호 덕분이었다. 시합 중에 등 부상을 당한 그는 후유증을 걱정하는 안 감독에게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라고 말하며 코트로 돌아간다. 농구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여기의 순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며 과거도 내일도 보지 않는 마인드를 보여 준 것이다. 비록 나중에 후회할지 모르더라도. 지금 내 마음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또 깊이 숨겨진 무의식을 이해하면서 설명하는 것이 맞다. 어떨 때는 뒤를 돌아보느라 혹은 보지 않으려 애쓰느라 힘을 다 써 버리기도 한다. 과거가 정강이의 무거운 모래주머니가 돼 나를 주저앉히기도 한다. 만일 이런 고단함이 느껴진다면 먼저 오늘 하루에 집중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어떻게 내가 흘러왔건 일단 오늘 내 눈앞의 경기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게 맞다고 강백호는 내게 고함을 친다. 뒤돌아보지 말고 공을 쫓아!
  • 6살 학생에 총 맞은 美교사, 학생들부터 대피시키고 끝까지 남았다

    6살 학생에 총 맞은 美교사, 학생들부터 대피시키고 끝까지 남았다

    6살 학생이 수업 중에 교사를 총으로 쏜 사건이 벌어져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해당 교사가 총상을 입고도 다른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시의 리치넥 초등학교 교실이었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여교사를 향해 총을 쐈고, 여교사는 중상을 입었다. 다른 학생들은 다치지 않았다. 사건 당시 경찰은 이 학생이 교사를 겨냥해 총을 한 발 쐈다고 설명했다. 오발 사고는 아니라는 것이었다.경찰은 9일 사건 브리핑을 통해 더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총격 전 교사와 학생 간 물리적 다툼은 없었다. 당시 교실에 있던 다른 학생의 부모는 “교사가 총을 압수하려고 하자 학생이 총을 발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뉴포트뉴스시의 스티브 드루 경찰서장은 학생이 사용한 총은 학생의 어머니가 합법적으로 구매한 총이며, 학생은 집에 있던 총을 책가방에 넣어 학교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과 교육당국은 총격에 연루된 교사와 학생 모두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피해 교사는 모교인 제임스 매디슨 대학교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애비게일 주어너(25)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학 측은 “우리 학교 졸업생인 애비게일 주어너의 비극적인 총격 사건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경찰은 사건 당일 주어너가 중태에 빠졌다고 전했는데, 이날은 주어너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학생이 총을 쏠 때 주어너는 방어 자세를 취한 덕분에 총알은 교사의 손을 관통해 위쪽 흉부에 맞았다. 드루 서장은 주어너가 총에 맞고도 학생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해 여러 생명을 구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어너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교실을 빠져나온 사람이며, 아이들 모두가 교실에서 나왔는지 확실히 확인했다”면서 “총상에 고통을 겪으면서도 학생 모두 안전한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총격이 발생한 뒤 학교의 다른 직원이 교실로 달려와 학생을 제지했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이 직원을 때리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때서야 주어너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비틀거리며 복도를 지나 사무실로 향했다. 경찰은 그때 역시 주어너가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면서 “학생들이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돌아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바닥에서 총을 발견했다고 한다. 사건 당시 5살과 7살 손주들을 데리러 학교를 찾았다는 한 주민(55)은 “학교 관계자들은 1학년 교실 중 한 곳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봉쇄를 지시하느라 바빴다”면서 “봉쇄가 미처 이뤄지기 전에 주어너 선생님이 문 앞에 나타나 ‘911에 전화해주세요. 총에 맞았어요’라고 말하곤 쓰러졌다”고 전했다. 뉴포트뉴스시의 한 시의원은 “주어너 선생님은 교육자의 의무 이상을 해냈다”면서 그가 교육자 집안 출신이라고 말했다.총을 쏜 학생은 경찰차에 호송됐으며, 연락을 받은 학부모가 경찰서에 도착해 학생과 함께 조사를 받았다. 사법당국은 아직 학생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으며, 학생은 현재 법원 명령에 따라 시설에서 정신치료를 받고 있다. 버지니아주 법은 6세를 성인처럼 재판받도록 하지 않으며,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소년원에 보내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뉴포트뉴스 교육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조지 파커 3세 교육감은 “중·고등학교에선 금속탐지기나 무작위 검색 등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6살짜리 아이가 총기를 학교에 가져와서 교사를 쏠 가능성에 대해 누가 대비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에서는 성인 총기난사범이 교실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제는 금속탐지기 등 중·고등학교에서 총기사고를 막는 수단을 초등학교에 도입해야 할지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커 교육감은 “학교를 감옥처럼 만드는 조치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2019~2020년 미국 내 고등학교 15%는 금속탐지기를 통한 무작위 검색을 실시하고 있으며, 7~9%의 중·고교에서는 투명 책가방을 사용하거나 책가방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초등학교는 2% 미만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안전 강화 조치가 총격 사건을 막아주진 못한다고 본다. 몇몇 전문가들은 상담과 정신건강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드루 서장은 ‘6살 소년이 어떻게 총기 사용법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 질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사고 한 달째, 아직도 악몽 꾸나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입니다

    사고 한 달째, 아직도 악몽 꾸나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입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우리 사회 전체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체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7일 “이번 참사로 많은 국민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의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불안·불면·공포… 급성 스트레스 반응 심리적 트라우마란 한 개인이 신체적·정신적으로 해롭거나 위협적인 사건, 상황을 겪은 후 신체적·사회적·정서적·영적 건강과 기능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을 뜻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 직후 수일간 재난 경험자들은 심리적 트라우마와 슬픔, 상실, 분노, 죄책감, 사회·생활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 경험자들은 압도적인 재난 상황에서 불안, 불면, 공포 등 급성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급성스트레스장애나 공황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람은 재난을 계기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급성 정신병적 질환과 증상의 재발을 보일 수 있다. 치매환자, 만성질환자, 소아청소년은 재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이처럼 재난 경험은 여러 가지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하면 구조 및 복구와 함께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재난정신건강 지원이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재난정신건강지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재난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충격이나 손상을 받은 경우 1차 피해자, 재난 피해자의 친구·가족·동료를 2차 피해자, 재난 상황에 참여한 재난 지원 인력은 3차 피해자, 재난이 일어난 지역 사회에 거주하는 자는 4차 피해자, 매스컴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은 사람은 5차 피해자에 해당된다. ●고통스러운 기억 반복된다면 주의 트라우마 사건으로 인한 불편감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주관적인 고통이 심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때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고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자연재해보다 대형화재, 가정폭력, 지역사회 폭력, 강간, 폭행, 테러, 전쟁 등 사회적 재난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며 더 지속적인 증상과 고통을 경험한다. 재경험(침습), 회피, 기분이나 인지의 변화, 과각성 등 네 가지 주요 임상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진단된다. 재경험(침습)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반복적으로 불수의적이고 침습적인 고통스러운 기억을 호소하며, 사건과 관련된 반복적인 악몽을 꾸기도 한다. 흔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으면 사람, 장소, 대화, 행동, 사물, 상황 등 외상성 사건과 관련이 있는 자극을 피하고, 외상성 사건에 대한 기억을 회피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게 된다. 하지만 회피가 반복되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므로 힘들지만 작은 것부터 점차 직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활동 시도하며 긍정적 사고해야 공포, 화, 죄책감,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빠져 있거나 일상적인 활동조차 꺼리게 될 수 있지만 작은 활동이라도 시도해 보며 긍정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몸(신경, 근육)이 항상 경계 상태에 있는 과각성을 보여 작은 것에도 깜짝 놀라거나 지나치게 주위를 살피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증상이 위중하고 만성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 초기 발견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사고 직후 증상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심각한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에 1주가 경과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되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증상 개선을 위한 약물치료와 마음 안정화 기법, 노출요법,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과 같은 정신치료로 나눠진다. 대개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는 교감신경 차단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해 재경험이나 과각성 증상을 조절하고 사고 기억을 다룰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정신치료 쪽으로 집중한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안전하다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정화가 가장 중요하다. 보통 불안이나 두려움, 긴장이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긴장된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러한 자세는 다시 불안한 생각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안정화기법은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를 취함으로써 몸의 긴장을 줄이고 이로 인해 유발되는 불안한 생각을 줄일 수 있다. 심호흡, 복식호흡, 착지법, 나비 포옹법 등 네 가지 방법이 있으며 초기 불안증상 감소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분량으로 노출을 시켜 주는 노출요법은 두려움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는 데 도움이 된다.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은 눈으로 좌우로 움직이는 불빛을 쫓아가면서 사고에 대한 기억을 회상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사고에 대한 생각의 재현으로 인한 고통, 긴장을 눈의 움직임과 심호흡, 몸의 느낌 등을 통해 안정화하면서 더 깊이 있게 들어가는 방법으로 이 치료법은 별도의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치료자가 시술하는 전문적인 치료법이다. ●감당할 정도의 노출, 내성 갖는 데 도움 사고를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오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개 1주가 지나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일반적으로 한 달 안에 많이 호전된다. 초기 수일간은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하고 조금 지나면 좋아질 것이다’라고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막상 당사자는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에 체계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으니 주위에서 지원이나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스트레스성 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무료 상담이 가능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사고에 대한 생각이 자꾸 떠오를 때에는 몸을 움직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생각에 빠져드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어려운 문제는 미루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수면, 식사 등 기본적인 일상에 집중하는 것이 좋고,술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술에서 깨면 불안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음주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방송 상담소의 뒷면/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방송 상담소의 뒷면/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상담 프로그램은 인기가 있는데 유명인의 이야기는 특히 화제가 된다. 김윤아씨가 어릴 때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는데 목공소에 가서 매를 사이즈별로 맞춰 왔다고 말했다. 배우 한가인씨는 어릴 때부터 언니에게 당한 학대를 밝히며 왜 일찍 결혼하게 됐는지를 고백했다. 그 중심에 오은영 정신과 의사가 있다. 행동 조절이 안 되는 아이들을 분석하고, 부모에게 해결책을 줘 변화시켜 온 분으로 성인 대상의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나온 이야기들이었다. 방송에서 유명인들은 아픈 과거를 말하고, 오 박사의 명쾌한 분석과 따뜻한 위로에 힐링을 경험했다. 주로 성인을 위주로 상담과 치료를 해 온 사람 입장에서 “그런데 말입니다” 하고 조심스러운 염려를 말하고 싶어졌다. 일단 아이들의 행동 문제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살아온 시간이 적고, 아이들은 순수하며 부모는 절박하다. 숨길 것도 없고 문제가 있다 해도 실마리만 잘 찾아내면 의외로 잘 풀린다. 반면 어른은 다르다. 살아온 시간이 길다 보니 어릴 때 기억은 조금씩 변하고 달라진다. 과거를 지금 관점에서 바라보기에 이해 당사자마다 기억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마음 아픈 사건이 견딜 만하게 줄어들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색채가 강해져 2차 보정이 된 사진으로 저장된다. 이렇게 형성된 결과물은 지금의 나를 설명하고 구성하는 하나의 기둥이 된다. 더욱이 앞으로도 조금씩 변해 나갈 것이 과거의 나에 대한 기억이다. 한편 힘든 얘기지만 진짜 무의식에 억제된 내용은 아니다. 그건 의식에서 감당하기 힘들기에 깊숙이 처박힌 채 자아에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 공개한 이야기는 자기 마음 안에서는 이미 오래전 정리한 개인 서사였다. 다만 한 번에 튀어나와 버리면 감당이 안 될 수 있는데 방송과 같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말하는 순간은 후련하고 지지받는 기분이지만, 이후의 시간 동안 복잡한 후폭풍이 생기곤 한다. 한 번 말한다고 인생은 바뀌지 않고 관계도 달라지지 않는다. 정신치료 중 깊은 속내를 드러낸 다음 감당하기 힘들어하며 예고 없이 결석을 하는 분이 많다. 그래서 정신치료는 양파 껍질을 위에서부터 한 겹씩 벗기듯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수술로 병소는 다 제거했는데 환자는 위중해지는 일이 벌어지면 안 되기에. 이에 반해 방송 상담소는 마치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수술 같아 보여 걱정이다. 공개 상담은 당사자뿐 아니라 연관된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셀럽의 부모. 가족으로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가 하루아침에 가해자로 알려지게 됐다. 고백한 사람은 분했던 과거사를 인정받게 됐지만 가족들은 이걸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이 부분도 염려가 된다. 이렇게 방송에서 일회성으로 이루어지는 상담소는 호기심의 장이 돼 소모되고, 남는 건 본인과 가족이다. 과거의 힘든 기억은 이런 식으로 한 번에 공개적으로 해결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동안 힘든 기억을 안고 가는 게 버거웠다면 오래 걸리지만 은밀한 개인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
  • 백신접종 이상반응 청소년, 최대 500만원 지원받는다

    백신접종 이상반응 청소년, 최대 500만원 지원받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중증 이상반응을 보이는 청소년에게는 인과성이 없더라도 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코로나19로 극심한 불안, 우울에 시달리는 학생에겐 심리회복 치료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학생 건강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접종 당시 기준 만 18세 이하 청소년으로, 접종 이후 90일 이내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로 한정했다. 국가에 30만원 이상 보상을 신청했지만, 인과성이 떨어져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에서 기각된 사례가 해당한다. 본인이나 보호자가 교육부 지정 위탁기관인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 의료비 영수증을 포함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사한다. 500만원은 질병청이 중증 이상반응에 대한 치료비 사례들의 평균으로 산정했다. 중위소득 50% 이하 교육급여 대상자는 500만원을 초과하면 10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다음달부터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특별교육교부금으로 준다. 성인이라면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유 부총리는 “청소년은 성장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성장에도, 학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만약 5∼11세 백신 접종이 결정된다면 지원 범위가 더 넓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18일 0시 기준 13∼18세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406만 3188건, 의심사례는 1만 1082건이다. 이 중 사망이나 아나필락시스 의심을 비롯해 중환자실 입원, 영구장애 등 중증 이상반응은 289건이었다. 자살·자해 시도 등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을 대상으로 신체·정신치료비(실비)도 최대 3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학생이나 보호자가 치료비 영수증과 전문의 소견서 등을 첨부해 학교장에게 신청하면 충족 여부를 검토해 지급한다. 한도액인 300만원 기준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산출했다. 지난해 초 1·4, 중1, 고1 등 173만명을 대상으로 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신건강 지속 관리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은 8만명(4.6%)이었다. 그중에서도 학교 내 집중관리가 필요한 ‘우선관리군’은 5만 3000명 수준이었다. 최근 3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수는 2019년 2.5명(10만명당)에서 2020년 2.7명, 2021년 3.6명으로 증가 추세다.
  • ‘인과성 적어도’ 백신접종 후 중증 이상 청소년 최대 500만원 지원

    ‘인과성 적어도’ 백신접종 후 중증 이상 청소년 최대 500만원 지원

    코로나19 백신접종 후 인과성이 없더라도 중증 이상반응을 겪는 학생에게는 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백신접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걱정을 줄여 백신접종률을 높이자는 의도다. 코로나19로 극심한 불안, 우울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심리 회복 치료에 최대 600만원의 치료비를 준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학생 건강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접종 당시 만 18세 이하 학생 가운데 접종 이후 90일 내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했지만, 인과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국가 보상을 받지 못할 때 보완적 의료비를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질병청이 중증 이상반응에 대해 치료비를 지원한 사례 평균이 500만원 수준이었다. 다만 중위소득 50% 이하 교육급여 대상자는 500만원을 초과하면 최대 10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증상 유형과 관계없이 국가보상 신청 액수가 본인부담금 기준 30만원 이상일 경우에 한하며, 국가 보상제도에 따른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에서 기각된 사례가 해당한다. 성인이라면 이 경우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지만, 교육부는 청소년에 한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유 부총리는 “청소년은 성장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신체적으로도, 학습에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백신접종 이상반응 의심사례가 접종 후 72일까지 신고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접종 후 90일 내로 기간을 정했다. 본인이나 보호자가 교육부가 지정한 위탁기관인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 의료비 영수증을 포함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국가보상제도 신청부터 통보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장 120일임을 고려해 다음 달부터 지원하며 내년 5월까지 특별교육교부금으로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코로나19 확산과 의료비 지원 상황 등을 고려해 이후 정책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18일 0시 기준 13∼18세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406만 3188건이며, 의심사례는 1만 1082건, 이 가운데 사망이나 아나필락시스 의심을 비롯해 중환자실 입원, 영구장애 등 주요 이상반응은 289건이었다. 자살·자해 시도 등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을 대상으로 신체·정신치료비(실비)도 최대 각 3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학생이나 보호자가 치료비 영수증과 전문의 소견서 등을 첨부해 학교장에게 신청하면 지원기준 충족 여부를 검토해 지급한다. 한도액인 300만원 기준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산출했다. 지난해 초 1·4, 중1, 고1 등 173만명을 대상으로 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신건강 지속 관리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은 8만명(4.6%)이었다. 그중에서도 학교 내 집중관리가 필요한 ‘우선관리군’은 5만 3000명 수준이었다. 특히 2019∼2020년 10만명당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 수는 2.5명에서 2.7명, 그리고 3.6명으로 증가 추세다. 교육부는 현재 자살·자해 등 학생 정신건강 위기에 개입하기 위해 24시간 문자 상담 서비스(1661-5004)와 전용 앱 ‘다들어줄 개’를 운영한다. 또 코로나19 확진·완치 학생에게 심리지원 정보를 제공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20명의 자원봉사로 꾸려진 심리지원단을 통해 의료서비스도 제공한다.병의원 등 전문기관이 연계되지 않았거나 의료가 취약한 지역에서도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 진단, 교직원 컨설팅, 학부모 상담 등 맞춤형 통합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 “너는 내 운명”...8년 전 이별 후 정신병원서 재회한 中 커플

    “너는 내 운명”...8년 전 이별 후 정신병원서 재회한 中 커플

    8년 간의 열애 끝에 이별을 선택했던 한 커플이 우울증 치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재회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지난달 27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 소재한 한 정신치료병동에서 우울증과 항우울제 의약품 치료를 받던 커플이 재회한 사실이 온라인에 공개돼 누리꾼들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유력매체 왕이신원에 따르면 2019년 당시 8년간의 열애 끝에 사소한 오해로 이별을 선택했던 20대 남녀는 이별 후 2년이 지난 이후에도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최근 우울증 치료를 위해 한 병원 방문했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해당 병원의 폐쇄 병동에 차례로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 치료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이 병원은 남녀 환자를 각각 다른 장소의 병동에서 격리해 치료해오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최근 일주일에 2~3차례씩 진행되는 남녀 공공 구역 내에서의 봉사 활동을 위해 남녀 환자가 참여하는 자리에서 재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병동의 한 의료진은 “두 사람은 이별을 결정하기 직전에 서로가 다른 이성을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잦은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두 사람은 헤어진 이후 줄곧 서로를 그리워하던 중 깊은 상실감으로 우울 상태에 빠지게 됐다. 이후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해 재회까지 하게 되는 기막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료진은 “이 커플의 경우 두 사람 모두 매우 내성적인 성향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두 사람은 마음속에 있는 진심을 꺼내놓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상호 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밖으로 꺼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별까지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셈이다”고 했다. 상대방의 이별 후 생활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뜻 연락을 취하지 못한 채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는 것이 해당 병원 의료진의 진단이다. 이 의료진은 이어 “두 사람이 이전에 장기간 깊은 관계를 이어오던 연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병원 관계자들 모두 두 사람의 재회에 환호성을 질렀다”면서 “8년 간의 긴 시간 동안 사랑을 이어왔지만, 작은 실수가 이별로 이어진 것에 대해 두 사람 모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기막힌 인연이 중국 웨이보 등 SNS에 공개되자 현지 누리꾼들은 정신 병동에서 재회한 커플의 인연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기묘하다”면서 “지금 이 순간 비록 몸은 떨어져 있더라도 나중에 만나게 될 인연은 반드시 연결이 된다. 인연이라는 것은 숨거나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작은 오해 때문에 소중한 인연을 인생에서 완전히 분리해 홀로 서야 하는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면서 “우울증을 앓을 정도로 깊은 인연이었던 만큼 병원에서 하루 빨리 두 사람 모두 완쾌돼 병원 밖에서 다른 평범한 커플들처럼 아름다운 여생을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었다. 
  • [달콤한 사이언스] 약한 전기자극으로 중증 우울증 치료한다

    [달콤한 사이언스] 약한 전기자극으로 중증 우울증 치료한다

    우울증으로 불리는 우울장애는 의욕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면서 다양한 인지,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을 어렵게 만드는 신경정신질환이다.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다른 우울증은 매우 흔한 정신질환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우울증을 한 번이라도 겪는 사람이 10.1~16.6%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나 정신치료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우울증이 심한 경우는 약물치료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도 간혹 있다. 과학자들이 미세전기 자극을 이용해 중증 우울증 환자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신경과학연구소, 의대 정신과학과, 신경외과, 영상진단학과, 신경학과 공동연구팀은 뇌에 약한 전기자극으로 다른 정신과적 치료로도 개선이 어려운 중증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10월 5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아동 시절 우울증이 발생해 다양한 치료에도 효과를 얻지 못한 36세 여성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심부뇌자극(DBS) 실험을 했다. 실험에 참여한 여성은 우울증을 측정하는 여러 측정법 중 ‘몽고메리 우울증척도’(MADRS)가 36점으로 중증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이다. MADRS가 0~6점은 정상, 7~19점은 경도, 20~34점은 중등도, 34점 이상은 고도 우울증 환자로 구분된다.이번 연구에 활용된 DBS는 파킨슨병이나 무도병 같이 이상운동을 유발시키는 뇌신경질환 환자의 뇌 특정부위에 전극을 이식한 뒤 적절한 전기자극을 전달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법이다. DBS는 우울증 환자에게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치료방법이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하루에 2~3번씩 10일 동안 저강도 전기자극을 제공한 뒤 뇌파와 행동관찰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약물을 이용해 치료할 때처럼 치료 저항성이 보이지 않았고 뇌파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고 우울증 점수도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기술은 우울증 수준에 맞춰 전기자극의 강도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전기자극을 끄거나 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치료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를 이끈 에드워드 장 UCSF 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좀 더 많은 환자들에 대한 임상연구 사례가 더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우울증을 비롯한 다른 신경정신질환에 대해서도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오늘마음읽기]자려고 누워 걱정만 키우고 있는 당신에게

    [오늘마음읽기]자려고 누워 걱정만 키우고 있는 당신에게

    <4> 진료실 밖 진료실 이야기 병원 상담 보다 약을 먼저 찾는 환자들마음 속 응어리 털어내는게 진료의 기본심적 응어리,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효과타인에 말하다 보면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네번째 회에서는 믿을 만한 타인에게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이 마음 건강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봅니다. 걱정과 고민을 마음 속에 담아두면 어떻게 될까요? 이광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설명해드립니다.“속에 있는 걸 털어놓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보다 상담 중심으로 진료를 하다 보면 간혹 이런 질문을 듣게 됩니다.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요.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주변을 살피고, 몸은 긴장돼 있고,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대화하려고 시도하면 ‘이 의사는 약이나 빨리 주고 보내주지, 왜 자꾸 나에게 말을 하라고 하나’라는 눈빛을 보내기도 합니다. 진료에 대한 거부감일 수도 있고, 개인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꺼려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 깊이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비밀스러운 내용이라 부끄럽기도 하고, 웃음거리는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까지 와서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곤란하다고 하니 난감하지만 언뜻 그 마음이 이해도 됩니다. ●부끄러워서, 웃음꺼리될까봐…말 못해 병키우기도 정신과 약물이 없던 시절에는 의사의 치료 방법은 대화뿐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서양의학에서 이 대화라는 치료 방법이 생긴 것도 1800년대 후반 무렵입니다. 이전에는 정신과 질환에 대해 더 원시적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종교적 문제로 보고 마녀사냥을 하기도 하고, 마을에서 몰아내며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격리시켰습니다. 그러다 산업혁명과 르네상스를 거치며 정신적 질환을 과학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장 마르탱 샤르코의 최면요법이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한 정신의학적 치료의 초기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면 상태에서 말하든 혹은 맑은 정신에서 말하든 방법상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무의식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말로 표현합니다. 지금은 정신분석 뿐 아니라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스키마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 상태를 바라보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런 치료기법들은 학술적으로는 복잡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정신과 진료에서 기본은 내 마음 안에 답답한 응어리를 말로 털어 놓는 과정입니다. 마음 안에 여러 복잡한 감정과 생각은 그냥 두면 줄어들기보다는 쉽게 불어납니다. 고민이나 걱정을 안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한번 떠오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 극단적 상황까지 떠올리게 됩니다. 잠을 설치는 일도 흔하죠. 이런 생각들은 털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 안에 모아뒀던 응어리를 말로 털어내면서 그런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바라보게 됩니다. 말로 풀어내도 되지만 글로 풀어내도 좋습니다. 그저 어딘가 쏟아낸다는 것만으로도 꼬리를 무는 생각의 흐름은 조금이나마 줄어듭니다. 믿고 의지할만한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면 더욱 좋습니다. 때론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털어 놓으면서 내 마음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내 안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치료에서 관계가 주는 긍정적인 힘입니다. 대화라는 치료기법이 요즘과 같이 뇌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는 뒤쳐진 치료법이라고 느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최근 뇌과학에서는 대화에 바탕을 둔 정신치료가 우울증에서 약물치료만큼 효과적임을 입증했습니다. 대화 기반의 치료의 효과는 더디긴 하지만 지속기간도 길고 재발 위험도 낮춘다고 하죠. 흥미로운 건 대화치료 만으로도 우리 뇌의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우리 뇌는 환경의 다양한 자극에 따라 그 상황에 적응하며 뇌 신경망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부르는데 대화 기반 치료는 우리 뇌에서 트라우마 등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편도체와 생각 및 이해를 담당하는 전두엽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 밖에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응을 위한 우뇌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사회적 공감을 나타내는 거울뉴런의 기능을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니 우리 삶에서 내 마음을 말로 털어 놓은 걸 고리타분한 상담이라 치부할 수 없는 셈입니다. ●친구이든, 가족이든, 스승이든… 나만의 ‘대나무숲’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털어 놓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얘기입니다. 커다란 귀 탓에 고민하던 임금님이 모자 장수를 불러 귀를 감춰줄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시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귀에 대해 절대 말해서는 안 되며 소문을 내면 가족까지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하죠. 임금님이 만족할만한 모자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후에 생깁니다. 커다란 고민을 안은 채 살아가던 모자장수는 결국 큰 병을 얻습니다. 마음의 부담이 몸의 병으로 옮겨간 셈입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모자장수는 고민 끝에 마을 뒷산에 대나무 숲으로 가서 큰소리로 외치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요. 다들 알고 계신 이 이야기를 다시 하는 이유는 이후에 이 모자장수의 병이 씻은 듯 낫기 때문입니다. 마음 안에 담긴 응어리는 결국 마음과 몸에 병을 만들지만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만 전래된 건 아니라고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중앙아시아에도 있다고 해요. 아마 신라시대 때 실크로드를 통해 중동과 직접 교역을 하던 중 흘러 들어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역만리를 건너 비슷한 이야기에서는 우리의 대나무 숲이 우물로 바뀌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내 마음 속 무거운 이야기를 털어 놓을 대상이 필요합니다. 이런 대상은 가족일 수도 있고 스승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라면 됩니다. 때로는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에는 전래동화 속 대나무 숲이나 우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으신가요? 이광민 전문의는 마인드랩공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삶의 실체적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됐다. 오랫동안 임상에서 청소년과 청년, 암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챙겨왔다.
  • “영유아 예방접종·건강검진할 때마다 산모 정신건강도 살펴야”

    “영유아 예방접종·건강검진할 때마다 산모 정신건강도 살펴야”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요.” 세 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윤승희(35)씨는 출산 후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 둘째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 윤씨는 전 직장에서 최연소 팀장이 될 만큼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하지만 출산과 함께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졌다. 그는 “혼자 놀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지만 또 아이를 낳으면 공든 커리어가 무너지고 내 몸이 아플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산후 정신건강 관리는 산모 개인과 가정의 문제를 넘어 출산율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출산 전 임신부 지원에 집중돼 있는 출산·육아 정책에 산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특히 산후우울증이 자살, 영아살해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는 만큼 산후 정신건강을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별검사 참여 유도… 돌봄서비스 강화 무엇보다 현재 산모가 보건소를 직접 방문하거나 신청해서 받는 산후우울증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위해 선별검사를 받으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임신·출산금을 지원하는 국민행복카드에 산후우울증 검사 시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이다. 산모가 자주 찾는 산후조리원이나 산부인과, 소아과에서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소영 연구위원은 ‘산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산부인과 검진을 위해 방문하는 시기와 영유아 예방접종 또는 건강검진 시기에 산모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관련 문제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 모니터링군과 고위험군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영유아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면 산후우울증의 주요 원인이자, 많은 초보 엄마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육아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산후도우미가 출산 가정에 방문해 신생아와 산모를 돌보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기간을 연장하거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현재 산후도우미 서비스 기간은 10일(표준 기준)이다. 출산일로부터 60일 이내 신청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산모가 우울감을 많이 느끼는 출산 후 100일까지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엄마돌보미 서비스로 아이를 돌보거나 가사노동을 돕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아버지 교육 실시하고 상담·진료비 지원 산후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남편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아버지 교육’을 열고 있다. 임산부뿐 아니라 배우자도 산후 정신건강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고 육아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준희 정신건강복지센터 협회장은 “남편들도 출산 전후 아내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후우울증 산모들이 상담이나 진료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을 일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 협회장은 “스스로 돌파하지 못하는 산모들이 상담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도록 공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소득 수준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정신건강재단이 2015년 보건복지부 용역사업 보고서로 제출한 ‘산후우울증 관리체계 구축 방안 연구’에 따르면 산후우울증 산모가 9개월 동안 15회 정신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본인 부담금은 20만원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임신 및 출산 관련 바우처에 산후우울증 치료비 지원 기능을 추가해 1인당 20만원까지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것은 치료율 향상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산후우울증의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에 보다 직접적인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 차원 힐링 프로그램 운영 필요 육아에 지친 산모들이 잠시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방책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생후 24개월 이하 아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생명숲 베이비앤맘 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산모요가, 경락 등 신체회복과 음악 듣기, 그리기 등 정서안정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기획한 이지영 사업추진본부장은 “청년들이 결혼할 생각을 안 하는 사회에서 첫째를 낳은 가정이 둘째, 셋째를 낳는 게 저출산 극복을 위한 방법이라고 인식해 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은 산후우울증 관리 및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멜라니 블로커 스톡스 마더스 액트’라는 법을 마련했다. 산후우울증으로 치료받았지만 출산 후 3개월이 지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의 이름을 땄다. 미국 텍사스주는 건강 전문가가 부모에게 의무적으로 산후우울증을 교육하고, 일리노이주는 임신기부터 산후 1년까지 우울증 치료 비용을 상환해 준다. 영국 정부는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피해를 낮추기 위해 산모마다 지정 조산사를 배치하고 있다.
  • [여기는 호주] 생후 9개월 딸 안고 투신한 비정한 아빠 충격

    [여기는 호주] 생후 9개월 딸 안고 투신한 비정한 아빠 충격

    남호주 유명 관광지중 하나인 '위스퍼링 월' 위에서 한 아버지가 자신의 생후 9개월 된 딸을 안고 뛰어 내려 두명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호주 ABC뉴스, 9뉴스등 현지 언론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속보성 뉴스로 이 사고를 보도했다. 해당 사건은 처음에 사고인지 혹은 자살인지 정확한 사고 경위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 가정폭력 관련사건으로 그 실체가 들어나면서 호주 전체가 충격을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4시 30분경 남호주 바로사 밸리에 위치한 위스퍼링 월에서 발생했다. '위스퍼링 월'(속삭이는 벽)은 36m 높이의 포물선 모양의 댐으로 댐 한쪽에서 속삭이듯 하는 목소리가 140m 떨어진 다른 쪽에서도 들리는 포물선 효과 현상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 포물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자녀들을 데려온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은 한 남성이 댐위의 난간에 아이를 안고 서있다가 댐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이들이 포함된 이 관광객들은 전문 정신치료를 요할 정도의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고를 받은 응급구조대는 신속한 환자 이동을 위해 헬리콥터까지 출동시켰지만 응급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당 남성은 사망했고 아기에게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안타깝게도 역시 현장에서 사망했다. 하루가 지난 22일 남호주 경찰은 해당 남성이 헨리 쉐퍼드슨(38)으로 아이의 아버지이며 사망한 아기의 이름은 코비임을 발표하며 가족의 허락하에 희생된 아기의 사진을 공개했다.쉐퍼드슨은 이미 여러차례 그의 아내에게 가정폭력과 가해 위협을 해 그의 아내로부터 200m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그는 애들레이드 법정에서 접근 금지명령 관련 법정 다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법정에서 나온 쉐퍼드슨은 코비를 데리고 사라졌고 아기의 엄마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기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매우 슬프면서도 끔찍한 사고로 희생당한 아기의 엄마와 가족, 친구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 하기도 했다. 이언 패럿 남호주 경찰국장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비극적 사건"이라며 "현장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어린이들을 포함한 시민들에게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지원할 것"임을 알렸다. 한편 아기의 사진이 남겨진 쉐퍼드슨의 SNS계정에는 성난 시민들의 비난글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울·강박증 저주파 치료 시대 열리나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울·강박증 저주파 치료 시대 열리나

    1998년 영화 ‘이보다 좋을 순 없다’와 2013년 한국영화 ‘플랜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주인공들이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특정 생각이나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그로 인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증상입니다. 외출할 때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수십 차례 확인하거나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손을 자주 씻는 행위도 강박장애의 일종입니다. 강박증은 인지 및 행동치료, 약물치료 방법으로 개선을 꾀하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 보스턴대 심리학 및 뇌과학과, 시스템 신경과학연구센터, 인지신경영상센터, 감각커뮤니케이션 및 신경기술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의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1월 19일자에 강박증 환자 각자의 뇌파 특성에 따라 맞춤형 저주파 전기자극을 하면 기존 행동 및 약물치료보다 치료 효과가 더 낫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형태의 강박증에 시달리는 성인 남녀 128명을 선정했습니다. 이들의 뇌파를 측정한 뒤 개인 맞춤형 저주파 전류로 매일 90분씩 5일 동안 안와전두피질을 자극했습니다. 안와전두피질은 눈 바로 뒤쪽에 위치한 대뇌피질 부위로 의사결정 및 기타 인지과정에 관여하는 부위입니다. 그 결과 강박증상을 최대 3개월 동안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증상이 심각한 사람일수록 치료 효과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기술은 두개골을 절개하거나 주삿바늘을 꽂지 않고 단순한 외부 자극만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 의대 연구팀도 맞춤형 저주파 전기자극으로 중증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메디슨’ 1월 19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우울증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흔한 정신 장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6400만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연간 수천명이 우울증으로 목숨을 잃는 등 간단히 넘길 수만은 없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울증 환자의 약 30%가 표준 정신치료나 약물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한 중증 우울증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두개골 10곳에 작은 전기침을 꽂은 뒤 매일 3~10분씩, 10일 동안 맞춤형 저주파 전기자극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우울 증상이 점차 개선됐고 최대 6주 동안 정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물론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시험 단계입니다. 강박증, 우울증 등은 20세기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흔히 ‘현대사회병’이라고 불립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우울증이나 강박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은 시급한 실정입니다. 그와 함께 우울증, 강박증 환자가 늘고 있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개선하려는 사회적, 정책적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입니다. 타인을 적으로 여기는 무한 경쟁과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노예 상태로 만드는 자기 개발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현대사회가 이런 정신 장애를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edmondy@seoul.co.kr
  • 佛·터키 설전 넘어… 유럽 vs 이슬람 갈등으로 확전

    佛·터키 설전 넘어… 유럽 vs 이슬람 갈등으로 확전

    프랑스와 터키 정상 간 ‘설전’이 유럽과 중동 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이 프랑스와의 연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자 터키는 프랑스와의 갈등을 ‘유럽 대 이슬람’ 구도로 만들며 전선을 서구 유럽 전체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AFP통신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부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프랑스어로 올렸다고 보도했다. 콘테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개인적 독설은 유럽연합(EU)이 터키와 함께 추구하기를 바라는 긍정적인 어젠다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해결책을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썼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과 완전히 연대한다”고도 했다. 독일 정부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와 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슬람 공포증과 인종차별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슬람 풍자 만평을 소재로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다 이슬람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참수 테러로 숨진 프랑스 교사 사건 이후 이슬람교를 향해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한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신치료가 필요하다”는 독설을 날린 에르도안 대통령은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는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 행사에서 유럽 지도자들을 겨냥해 “당신들은 진정한 의미의 파시스트”라며 “당신들은 나치와 연결돼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무슬림들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에 비유하며 “무슬림이 학대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은 마크롱 주도의 무슬림에 대한 증오 캠페인을 멈춰야 한다”고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랍권 국가 사이에서 번지는 프랑스산 제품 불매 운동을 더욱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터키 제품을 사지 말자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프랑스 제품을 믿지 말고 사지도 말자”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정부는 자신들이 터키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인 바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산 불매 운동은 사회·문화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AP통신은 카타르대학이 프랑스 문화 주간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고, 요르단과 파키스탄은 자국 내 프랑스 대사를 초치해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전통의약 세계 석학들, K-방역과 ‘동의보감’ 토론

    전통의약 세계 석학들, K-방역과 ‘동의보감’ 토론

    세계 전통의약 학자·전문가 등이 동의보감 세계화를 논의하고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한의약적 대처방안을 찾는 발표·토론회가 한의학의 고장 경남 산청에서 개최됐다.경남 산청군은 25~26일 이틀간 동의보감촌에서 ‘동의보감 프리콘퍼런스 포럼 및 국제 콘퍼런스’가 비대면 행사로 열린다고 26일 밝혔다. 첫날인 25일에는 ‘코로나 팬데믹과 전통의약의 역할’을 주제로 동의보감 프리콘퍼런스 포럼이 열려 고성규 전 대한예방한의학회장이 ‘코로나 팬데믹과 전통의약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초청위원들이 주제발표를 했다. ●코로나19와 중의진료(홍원숙 중국 상해중의약대학 국제교육대학 교수) ●미국의 코로나 현황과 전통의학적 대처(김일화 미국 자생한방병원 어바인분원 원장) 등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호주의 코로나19 현황과 대처(조정훈 호주 월드시티클리닉 원장) ●K-방역과 한의학(고호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정책과 과장) 주제발표가 끝난 뒤 유준상 전 사상체질의학회 회장, 안상영 전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기술관이 주제토론을 진행했다. 26일에는 ‘대한민국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기념해 ‘동의보감,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를 주제로 ‘제3회 동의보감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둘째날 기조강연에는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 부장이 ‘전통지식의 과학화와 세계화’에 대해 강연을 했다. 이어 ●본초경집주의 전산화 및 활용 연구(마이클 스탠리 베이커 싱가포르 국제아시아전통의학회·IASTAM 부회장) ●잉글랜드 주요 도서관 소장 한의고문헌 현황 조사(김현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원) 등의 주제발표가 열렸다. 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재외교민 한국역사 문화 교육(최미영 전 재미한국학교협의회 회장) ●코로나19와 체질의 상관성 및 중서의결합 진료대책 연구(최정식 중국 중화중의약학회 체질의약분회 상무이사)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코로나블루와 동의보감 정신치료법(강형원 한국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미국의 코로나19 공공의료 구조적 실패의 자화상(빅터 쿠마르 미국 얼햄대학교 교수) 등의 주제발표가 끝난 뒤 ‘동의보감 세계를 품다’와 ‘세계 전통의약과 감염병’을 주제로 종합토론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산청군이 올해 문화재청과 경남도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동의보감 홍보 및 활용사업의 하나다. 당초 동의보감촌에서 대면 행사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비대면 행사로 변경해 열렸다. 이에 따라 해외 학자들은 해외 현지에서 영상으로 주제발표와 토론회에 참여했다.산청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한국의 방역 성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사가 감염병 예방에 한의약과 동의보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청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친형 강제입원 논란’ 이재명 지사직 운명 16일 결판…대법 최종 선고(종합)

    ‘친형 강제입원 논란’ 이재명 지사직 운명 16일 결판…대법 최종 선고(종합)

    ‘친형 강제 입원’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사직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오는 16일로 정해졌다. 이 지사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2심 재판부의 원심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월부터 두 달여 간 소부에서 이 사건을 논의해온 대법원은 13일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선고기일이 16일 오후 2시로 정해졌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관들은 긴 시간 논의에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지난달 18일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심리를 마무리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사건의 직권남용과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 ‘검사 사칭’, ‘친형 강제입원’ 사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총 4개 혐의를 받는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이재명 “친형 강제 입원 시킨 적 없다”1심은 무죄…2심 “사실 왜곡 허위 발언”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 등에서 당선을 위해 강제 입원을 지시하고도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는다. 그해 5월 29일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가 ‘형님을 보건소장 통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죠’라고 묻자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어머니를 때리고 차마 할 수 없는 폭언과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해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해 어머니, 저희 큰형님 (등이) 진단을 의뢰했던 것”이라면서 “저는 직접적으로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 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강제입원을) 못 하게 했다”고 발언했다. 같은 해 6월 5일 MBC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정신병원에 (친형을) 입원시킨 건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해보자’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다”면서 “제가 어머니를 설득해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고 못하게 막아 결국은 안 됐다”고 말했다.1심 재판부는 “구체적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지사가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 시도한 적은 있다고 봤지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아니라고 판단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지사가 공무원들을 움직여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하도록 시도한 것은 적법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반면 2심은 재판부는 “소극적 부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유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1·2심 재판부가 모두 무죄로 본만큼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허위사실 공표 발언 구체성·고의성 변수로 따라서 이 지사의 당선무효 여부를 가를 변수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 판단에서는 이 지사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만큼 구체적인지, 고의성이 있는지 등이 쟁점이다. 판례에 따르면 공표 사실 중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면 세부적으로 일부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 또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성은 다양한 증거와 상황 등을 근거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 공직선거법 250조 1항(허위사실공표죄)과 형사소송법 383조(상고이유) 4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대법원에 공개변론신청서도 제출했다. 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자살이 아니다 사회적 타살이다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자살이 아니다 사회적 타살이다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 23세 젊은 꿈이 수년간 가해진 폭력에 시들어 버렸는데, 우리는 이를 막지도 구조하지도 못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는 다양한 폭력 피해자가 찾아온다. 폭력은 몸과 마음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고 해결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주변의 대처는 때로 또 다른 폭력이 된다. 확실한 물증이 있느냐고 묻거나 학교나 직장생활이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며 넌지시 이쯤에서 멈추자고 한다. 어느덧 피해자는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로 몰리기 십상이다. 지위가 높은 가해자일수록 오히려 의기양양하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니 증거가 애매할 때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느냐’고 피해자의 마음을 물을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폭력에 대한 인식과 대처가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만난 한 직장 여성은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 직접 폐쇄회로(CC)TV를 찾아내 증거로 제출했다. 회사는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곧바로 가해자를 해고했다. 그녀는 3개월간 정신치료를 받은 후 복직했다. 한 학생은 집단폭력 피해자였다. 담임교사는 ‘학교폭력대책위에 꼭 올려야겠느냐’고 물었다. 더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다른 학생들의 피해는 없다고 했다. 부모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교감을 만났다. 교감은 가해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여러 아이가 줄줄이 피해 사실을 알리고 나섰다. 최숙현 선수가 절망한 상황은 근래 보기 힘들게 최악이었다. 얼마나 심각했으면 폭행당하는 상황을 녹음까지 했을까. 녹취록을 제출했는데도 몇 달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경찰은 가해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이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출근했다. 이건 자살 문제가 아니다. 되풀이되는 폭력 그리고 폭력을 용인하는 구조가 만든 사회적 타살이다. 현실에 절망한 피해자들은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죽음을 생각한다. 이들을 살리려면 ‘정의’가 먼저다. 정말 심한 트라우마를 겪은 피해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세세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표정이 없어 보이고 트라우마 이야기를 피한다. 그러다가 신뢰가 쌓여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면 그 반응은 폭발적이다. 어쭙잖게 ‘죽을 용기로 다른 일에 도전하라’는 식으로 대하는 건 이들을 더 절망스럽게 할 뿐이다. 폭력 피해자가 주변에 있다면 주의 깊게 배려하고 들어 주는 게 먼저다. 자살을 생각하는지도 꼭 물어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를 통해 조언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오늘만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가족도 주변도 모두 피해자다.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그들을 위로할 것인가. 정의가 없는데 어떻게 치료를 한단 말인가.
  • 코로나 시대…마스크 안 쓰면 생기는 일 [이보희의 TMI]

    코로나 시대…마스크 안 쓰면 생기는 일 [이보희의 TMI]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창궐한 지 6개월째 접어들었다. 비말로 인한 바이러스 접촉을 최전선에서 차단해주는 마스크는 외출복을 입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맨얼굴로 나가는 것이 옷을 입지 않고 나가는 것만큼 벌거벗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이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 또한 지켜주는 에티켓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도 늘고 있다. 외출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가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것은 물론 쓴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폭행을 당하는 경우까지 생긴 것. 지난 5월에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과 택배기사가 몸싸움을 벌였다. 주민이 택배기사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폭행으로 번졌다. 택배기사는 당시 “짐을 옮기느라 숨이 가빠 마스크를 잠시 벗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택배기사는 갈비뼈에 금이 가는 상해를 입었으나 그 또한 주민의 몸을 밀친 사실이 확인돼 두 사람 모두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6월 초에는 마스크를 써 달라는 간호사의 요구에 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린 대학생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학생 A씨(19)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간호사의 권유에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간호사를 폭행하려 하는 등 10여분 동안 난동을 피웠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려는 병원 보안요원에게도 욕설을 하고 벽으로 밀친 뒤 목을 조르고 옷을 잡아 흔들어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술에 취해 응급실에 이송됐던 A씨는 마스크를 쓰라는 간호사의 요구에 “나를 코로나19 환자 취급한다”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또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병원 응급구조사를 향해 종이컵에 담긴 물을 끼얹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사는 “죄질 및 범행 내용이 좋지 않다”면서도 그가 나이가 어리고 정신치료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애들이 마스크를 안 썼다”는 이유를 들며 놀이터로 차량을 돌진한 사고도 있었다. 경기 광주시의 한 50대 남성은 지난 7일 자신의 승용차를 탄 채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로 2차례에 걸쳐 돌진해 어린이 2명과 성인 1명 등 3명을 다치게 했다. 그는 체포 이후 경찰 조사에서 “애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광주시를 오염시키려 하길래 그랬다”는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교통 수단에서의 폭행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청주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시내버스 탑승을 거부 당하자 운전기사를 폭행한 60대가 입건됐다. 폭행을 행사한 승객은 경찰에서 “운전기사가 마스크를 끼지 않고는 버스에 탈 수 없다고 해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어 29일 부산에서도 30대 승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부산도시철도를 타려다 이를 제지하던 역무원을 폭행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앞서 방역 당국은 지난달 26일부터 전국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버스, 택시 등 운송 사업자와 운수 종사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탑승 거부 시 사업 정지 또는 과태료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도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해당 조치 이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 탑승을 거부하는 기사와 승객 사이의 마찰이 잦아지자,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8일 “마스크 미착용으로 인한 시비 발생 시 폭행, 운행방해 등 관련법을 적용해 엄중히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이 체포된 첫 사례가 나왔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약수동 주민센터 인근 정류장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버스에 탑승했고 버스기사는 차를 세우고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30분 동안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며 하차하지 않고 버텼고 버스에 있던 승객 10여 명은 모두 하차했다. 버스기사는 결국 해당 승객을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8일에는 서울 광진구에서 50대 남성이 마스크 없이 마을버스에 탔다가 버스 기사가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주먹을 휘두르고 이를 말리는 다른 승객까지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광진경찰서는 20일 이 남성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마스크 착용 여부에 예민한 건 국내 사정만이 아니다. 지난달 4일 멕시코에서는 30대 남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이튿날 숨졌다. 부검 결과 머리에 둔기를 맞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그가 저항했다”며 정당한 폭행이었다고 주장했으나, 멕시코 시민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이라고 분노하며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앞서 일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이 기침을 하자 다른 승객이 비상신고 버튼을 눌러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일도 일어났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공포의 대상이 돼버렸다. 무더워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얼굴을 마스크로 덮어야 한다. 마스크는 자신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도구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시민 정신의 표상이 됐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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