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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서울 450㎞ 걸으며 나라사랑 배웠어요”

    “힘들었지만 올여름에는 관동대로를 걸을 거에요.” 패랭이를 쓰고 괴나리 봇짐을 맨,양볼이 빨갛게 얼어붙은 60명의 초등학생들이 12일 오후 1시 서울 경복궁 정문에 도착했다.이들은 지난12월 29일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에 도착, 동래읍성에서 출발하여 밀양∼대구∼충주∼용인으로 이어지는 조선시대 옛길인 영남대로450㎞를 14박 15일 동안 걸어왔다.영남대로는 조선의 9대 대로 가운데 하나로 군사도로이자 임금의 행차길이며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다니던 길이었다. 경복궁 앞에는 ‘장하다!내아들’등의 플래카드를 들고,마음을 졸이던 부모들이 보름만에 만난 자식의 언 볼을 부비며 기특해 했다.60명가운데 가장 어린 서형덕(徐炯德·10·선곡초등 3년)군은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호남대로를 걸어서 답사했었다.지난 9일 문경새재를 지날 때 폭설이 내려,30㎝나 쌓인 눈을 헤치고 갔던 것이 가장 힘든 경험이었다. 또한 경북 상주 변성천에서 윗통을 벗은 채 얼음이 군데군데 꽝꽝얼어 있는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남대로 탐사의 총대장을 맡은 강서구(姜瑞九·35)씨는 “강인한정신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옛길 탐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최하림론(1)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시의 자리-최하림론. 1.거친 육성(肉聲)과 혼돈을 넘어서 고야의 한 그림에는 황폐하고 공포스러운 표정의 크로노스가 자식을잡아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그림 속의 주인공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하는 신으로서 자식을 낳는 족족 잡아 삼키는데,자식 중에하나인 제우스를 삼켰다가 제우스의 아내 메티스〔‘숙려(熟慮)’라는 뜻의 여신〕가 준 약을 마시게 되어 그를 토해놓는다.아버지의 뱃속에서 놓여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한지옥인 타르타로스에가두어 버리고 은(銀)의 시대를 펼친다. 인간 상상력의 한 중요한 테마가 실현되어 있는 크로노스의 신화에서,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뿌리 깊은 욕망을확인할 수 있다. 크로노스의 자식들인 우리 인간은 그의 뱃속에서 삶을 영위하지만,그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을 열망한다.종교를 비롯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이 신화적 상상력을 실현하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 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인간의 삶이란 결국 시간과 벌이는 고투의 흔적이다.시간은 모든 고통의 원천이자 자기동일성의 근원적 조건인 것이다.우리는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생의 좌표와 의미를 가늠하고 수정한다. 시간이 거쳐가고 남은 자리에 부려져있는 소모와 쇠약, 또 한켠에서 벌어지는 생성의 현장은 인간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는 냉엄한 지표이다. 인간의 경험과 욕망을 담아내는 문학은 궁극적으로 시간과 투쟁하는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시의 경우,이 대결의 양상은 정서적 직접성과 대상의 중층성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여기서 대상의 중층성이란,현실과의 역동적 상호 작용 속에서 구축되는 한 시인의 작품 세계에는 현실의 시간적 궤적과 생리적 연치가 더해가면서 변모하는 한자연인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음을 말한다. 시에는 시대와 개인을 통과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시는 시대와 개인,역사와 인간이 삼투하며 길항하는 생생한 내면의 현장이다.한 시인의 시세계를 조감함으로써 우리 자신 속에도 깃들어 살고 있는 시간의 신이 한 인간의 몸을 빌어 건네는 전언을 들을 수 있으며,아울러 몸 속에 지핀 시간과의 길고도 험한 싸움을 수행하는 한 정신의 고언(苦言)도 듣게 되는것이다. 이미 다섯 권의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1976),『작은 마을에서』(1982),『겨울 깊은 물소리』(1987),『속이 깊은 심연으로』(1991),『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1998) ― 을 상재한 바 있는 최하림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압축된 풍경과 서정적 형식을 통해 형상화해 왔다.그의 시에서 우리는 지나온 역사의 의미와 그 현실을 통과한 한 개인의 정신의 풍경을,더불어 몸을 받은 존재로서 시간을 경험하는 한 인간의 고단한 삶의역정을 보게 된다. 최하림의 시가 현실참여적 성격을 보이는 1970,80년대는 전사회적으로 정치적 열기가 강렬한 시기였다. 소위〈시의 시대〉로 불렸던 이 연대(年代)에 시가 발휘한 힘은 분화(噴火)를 꿈꾸던 당대인의 욕망과 상상력에서 발원한 것이었다.극렬한 용출을 욕망하게 만든 억압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시에 힘을 실어주었던 배후(背後)였으며,현실의 후광 속에서 시는 단일하면서도강렬한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사와 현실의거대한 깃발 아래,개인의 실존에 대한 시적 사유의 깊이나 언어적 성취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도 하였다. 시 장르의 폭발력이 외부에 있었던 만큼,현실적 열기가 지나간 현장에는 작부들의 사이비 신세타령만이 웅성댈 뿐,역사와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들은 이제 실종되고 없다.80년대가 부려놓고 간 피폐하고 앙상한 언어의 잔해들 위로,묵시록적 상상력과 정신분열증적 언어들이 쇄말리즘의 안개 속에 밀려와 있고,‘시의 죽음’이 풍문처럼떠도는 상황에서 한 세기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미만하던 세기말의 암울한 전망과 우려가 새로운 세기의 도래와함께 말끔하게 제거되면서,그 자리에는 기술자본주의의 지칠 줄 모르는 광란의 질주에 도취되어,그것에 저항하고 개입할 의지를 포기한상혼(商魂)들이 혼몽 속을 헤매고 있다. 최하림 시의 독자적 가능성은,‘역사적 연대’의 흔적들이 썰물처럼빠져나간 이 흉흉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천착을 서정적긴장 속에서 일관되게 수행해 오고 있다는 점,아울러그러한 작업이 자기 존재,나아가 존재 일반에 대한 깊은 성찰에까지닿아있어 시적 사유의 폭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놓여 있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7,80년대의 날선 육성(肉聲)과 90년대의 세기말적 언어들을 넘어서는 치열한 시적 사유를 만나게 된다.깊은 고통과오랜 침잠의 시간들이 동행하는 그 세계에서,우리는 ‘역사의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개인의 실존적 고뇌들이 진지한 역사적 상상력과 조우하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역사와 개인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최하림의 시적 태도는 우리 시대 문학의 자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강인한 정신 속에 길이 있다.길을 만들고,그 길을 가는 것은 문학의 태생적인 운명이다.그것은 포기하지 않는 꿈이,문학의 배태(胚胎)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2.역사의 공범의식,그 도덕적 순결성〈아우슈비쯔〉는 시간의 진행을 진보의 역사로 인식했던 인류에게근본적인 반성의 계기였다.근대의 쌍생아인 자본주의와 역사주의 모두에 가능태로 잠복해 있던 폭력적 욕망이 그 포악성을 드러낸 자리에서 역사는 시간의 근본적인 의미와 방향을 인간으로 하여금 되묻도록 요구하였다.20세기의 인류에게 〈아우슈비쯔〉가 있었던 것처럼우리 현대사의 한 극점에는 〈광주〉가 놓여있다.역사적 상상력의 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결과적으로 역사적 현실로부터 선회하는 최초의 기점이 되었다.그것은 고통의 진원지를 응시하는 힘의부족에서 연유한 것이었는데,〈광주〉를 문제삼던 많은 사람들은,아예 〈광주〉가 서있던 ‘역사의 자리’를 떠나버리고 말았다.바로 이지점이, 최하림을 여타의 시인들과 갈라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한국사의 비극적 상징인 [광주]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권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혁을 지나면서 최하림은 역사와 존재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사유 속으로 침잠한다.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의 붕괴를 그는 외부적 현실을 통해서 해소하지 않고, 역사를 내면속에 소환하는 방식으로 끌어안는다.역사의 내면화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윤리학의 차원으로 환원한다.역사는 익명의 타자의 것이 아닌,주체의 윤리적 실천의 장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 대한공격적인 정서보다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적 사유가 시의 주를 이루게 된다.낭만적 격정과 들끓는 고뇌로부터 한걸음 비켜선 자리에서 최하림은 지나온 역사와 시간을,그리고 시와 인간을 응시한다. 어둠과 함께 온 기억들에 싸여 나는/나를 밝혀주지 못하는 불빛을본다/빛이 멀면 편안하다 죄가 많은/우리는 죄들이 두렵고 어둠이 내려서/아름다우니 어둠에 몸 섞는다/이런 밤 새들은 얼마나 조심스레/그들의 하늘을 날았던지/내 영혼은 어디를 방황했던지/검은 유리 같은 공기 속에서 길들은/보이지 않게 밤으로 이동하고/새로운 추억이짐짝처럼 마른 나무 밑에 쌓인다/시간이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흘러 간다/시간을 따라서 광목도로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곳이 있을것이다/잠시 유숙할 집이 있을 것이다/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다/한 사람에게만은 사랑이었고 배반이었던 여자도어디쯤 있을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결국너를 버리고 달려간다/세상은 고통스럽고 일어서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하다/내 가슴은 사직처럼 허물어져간다/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나는 밤으로 간다 잘있거라/한번도 힘껏 꽃잎 피지 못하고/한번도 힘껏 울어보지 못한/정다운 말들아 내 딸들아 ―「光木道路」 전문 한바탕의 회오리 같은 역사가 훑고 지나간 내면 세계에,짙은 허무와체념이 배음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쓸쓸한 어조 사이로 배어나오는고통과 절망 속에,내면으로 귀환한 역사의 흔적이 음각되어 있다. 이흔적이 구체화된 기억의 형상은 최하림의 역사 인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초로서,그의 시 곳곳에는 역사가 남기고 간 상처가 고통의 기억으로 잔존해 있다.그 기억의 공간은,‘절망의 부레 찢어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악마구리같이 아우성치며’(「말하기 전에,나는」) ‘피투성이 된 붉고붉은 입술들’(「우리들은 오늘도」) ‘갈가리찢긴 육신의 목소리’(「무등산」)들이 ‘합창을 이루는’, 아비규환의 절규가 가득한 곳이다.이러한 고통스러운 공포의 기억을 조성한과거는‘몇 대의 트럭이 난폭하게 거리를 질러가고’(「부식 동판화」) ‘탐욕스러운 개들이 안개 속으로 달려가’ (「고통의 문지방」)며 ‘사나이가 시간을 죄스레 칼질하고 생채기에서 뚝,뚝, 피가 흐르는’(「상처」),폭력과 살육으로 얼룩진 광란의 시간이다.주목할 점은 이러한 과거의 기억이 역사 자체의 이미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시적 화자를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만드는 ‘죄와 벌’의 이미지로 출현한다는 사실이다.이는 “기억의 아이들이 붉은 얼굴로 지나가고/어디서인지 흰 이를 드러내며 킬킬킬킬/웃는 아이”(「섬진강」)와 같이 과거의 기억에 대응하는 심리적 이미지가 대체로 자조적이고 자학적인 형상으로 각인되어 시인의 내면에 환기된다는 점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역사적 현장을 투과하면서 굴절,각인된 이러한이미지들은 시인이 과거의 역사를 자기반성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최하림에게서 과거는 부정적 실체라기보다,폭압적 상황을 결과적으로 방기했던 고통스런 부채의 시간인 것이다. 역사를 내면화하는 이러한 방식은 최하림의 많은 시편들을 의식의풍경으로 읽게 만든다.인용된 시의 배경인 ‘어둠’의 상황은 죄의식속에 고통스러워하는 화자의 내면을 상징한다.‘빛’과 대조되는 ‘어둠’은,공포와 방황의 시간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윤리적 자의식의내면 상태를 보여준다.이 어둠 속에는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경험과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이 각인시켜놓은 고통스러운 상흔,시간을 역사의 진보로 인식한 20세기적 사유의 참담한 좌절이 가로놓여져 있다. ‘빛’으로 생각했던 역사와 시간의 배반을 절망적인 체념으로 추억하면서도,자신을 ‘어둠과 함께 온’ 역사의 주체로 사유하는 시인에게 과거의 기억은 ‘짐짝’ 같이 둔중한 고통의 추억이 될 수밖에 없다.광포한 역사의 기억이 형벌과 같은 공포의 대상이라면,그 기억의공간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유형수(流刑囚)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적인 역사,패배의 역사를 주체가 되어 감내하려는 태도는 최하림시의 역사 의식과 도덕적 순결성의 원천이다. 역사의 폭력에 희생된영혼들이 ‘보이지 않는 내 맘속의맘까지도 감시한다’(「죽은 자들이여,너희는 어디 있는가」)는 토로나,‘말’에 대한 자학적인 공격,그리고 시의 언어를 형벌로 인식하는 태도 등은 최하림이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의식의 내면으로 소환하여 현재의 윤리적 검열의 내적장치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베드로] 연작시들과 [소록도] 시편들은,자신을 불행한 역사의 공범자로 인식하는 시인의 이러한 의식을 반영한다.가롯유다뿐만 아니라베드로 역시,예수를 로마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팔아넘긴 공범자라는죄의식이 죽음과 패배의 시대를 통과한 최하림의 내면 속에 자리잡고있는 것이다. 포악한 현실의 암묵적 공범이라는 이러한 윤리적 자의식은 “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대용서의 전제를 마련한다.이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예수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으로서,우리는 최하림의 시에서 개인의 윤리성의 문제로 화육(化肉)한 역사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그에게 있어서 역사는자신의 [시와 삶]을 향해 끊임없이 윤리적 질문을 투척하는 고통의실체인것이며,시는 역사에 바치는 고해성사인 셈이다.따라서 시 초반부의 ‘빛이 멀면 편안하다’는 진술은,회한과 고통이 배어있는 역설적 고백으로서,이러한 도덕적 순결성은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성격에까지 닿아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최하림의 시는 시간을 보는 시각에서 지상으로 복귀한다. ‘사랑’이자 ‘배반’이었던 역사와, 역사의 연인들은 시간의 무심한흐름 속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것이기 때문이다.시인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명멸하는 역사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세상은 결국 너를 버리고 달려갈’ 것이고 역사의 전망을 모색하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할’ 것이지만, 그래도 시인은 다시그 역사의 암담한 ‘밤으로 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는 당위적 진술과 ‘나는 밤으로 간다’는 고백 사이에는, ‘역사의 진보’라는 믿음의 종말이 몰고온 뼈아픈 각성과 현재의 암담함을 감내하겠다는 고뇌의 의지가 가로놓여 있다.시간의 냉혹함을 응시하는 유한한 역사적 존재의 허무와 절망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결코, 역사적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우리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한 정신의 비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역사를 자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의 계기로 수용하면서도,다시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최하림의 엄격한 현실주의에서 우리는 고결한 지상의 세계와 만난다.미래를 밝혀줄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자기 성찰의 자리로 삼는 그 강인한 정신의 고도(孤島)는 우리에게시의 자리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3.인간의 실존,그 처연한 고요 현재는 과거의 기억 위에서 진행되며 모든 삶은 시간 속에 묻힌다는명제는,최하림 시의 기본 전제이다. 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는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와 실존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이 시집에 수록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동일 제목의 두 편의 시는 최하림의 시적 작업이 그동안 집요하게 천착해온 두 테마를 압축해서 보여준다.두 편의 작품에서 추구하는 [집]이란,하나는 우리 모두가 다시 꿈꾸며 세워야 할 역사적 미래를 의미하고,나머지 하나는 실존적개인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적막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두 개의 테마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작품 속에 나타나는데, 인간실존의 주제가 보다 근원적이라는 점에서 후자의 것이 최하림 시의보다 깊은 심층을 이룬다고 하겠다.이는 역사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개인적 실존의 문제를놓지 않고 역사적 현실을 응시하는 그의 자세는, 한 평론가의 지적대로 그를 ‘고전적 정신의 표상’으로 이해하게 하는 요인이다.개인의존재성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문제에 육박해가는 이러한 특징은 최하림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그의 시의 미덕이다.[집으로 가는 길] 두 번째 작품에서 우리는 그가 도달한 개인적 실존의 한 극점을 보게 된다.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고요/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한 달도 나무들도 오늘내 고요를/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집으로 가는 길」(88쪽)전문 이 작품은 소리가 멎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깊은 고적(孤寂)의 세계를 보여준다.원초적 고요에 휩싸인 흑백필름 같은 이 침묵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실존의 풍경을 본다.모성의 자궁에서 나와 영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은,그가 출발한 고요의 세계와 도착할 침묵의 집 사이에 존재한다.그 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길을 가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 ‘많은 길을 걸어’ 귀환하는 ‘고향집’은 실존의 근원지로서,길의 출발이었던 ‘어머니’조차 존재하지않는 무(無)의 세계이다.‘공기는 썰렁하고’ ‘치운 바람이 도’는그 적막의 세계에서 ‘벌렁 드러눕는’,이 시의 가장 처연한 대목은존재의 고단한 무게와 허무함을,행위를 통해 서늘하게 표현하고 있다.존재의 무게를 부려놓는 행위는 주검이 되어 땅에 몸을 누이는 행위를 환기시킨다.여기에서 시인이 도달한 ‘처연한 고요’가 감도는 ‘마룻바닥’은 내가 떠나온 어머니,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도달했을 인간 보편의 공간이자 삶 속에 내재한 근원적인 침묵의 세계이다.죽음이란,결국 존재를 끌고 다니던 침묵이 보편적인 고요의 세계로 돌아가 합류하는 영역인 것이다.그 거대한 절대 침묵의 세계 속으로의 편입,그것이 바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 ‘처연한 고요’의 세계에 도달했다는 진술은, 시인이 이미 이 상태를 경험했음을 의미한다.그것은 사물로부터의 소외를 처절하게 체험했던 투병기간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시인이 도달한 이‘처연한 고요’의 세계는 그의 시에 등장하는 ‘무색계’(「구천동시론」)의 심연을 이루는 정서이다.색신(色身)과 물질의 속박을 벗어나 순정신적 세계를 의미하는 무색계는,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아이들이 온다』)에 다수를 차지하는 만물과 교감을 누리는 시들의정신적 바탕이라 할 수 있다.사물로 스며들고 사물에 개방되어 만물과 동화(同和)를 경험하는 투명하고 정결한 세계는,이미 무색계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서,사물과의 자유로운 정신적교감을 보여주는 이시들 속에 처연한 정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이 ‘무색계’가 육체적 실존의 끝을 기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의 시세계에 한 축을 이루는 개인적 실존의 문제는 그의 시에배어있는 허무와 쓸쓸함의 원천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막막함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는 실존의 처연함,그 서늘한 고요를 감지하게 된다.어떠한 과장이나 포오즈도 용납하지 않고 존재의 현실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그의 준엄한 태도는,현학적 사변과 요설,감상적 자기 연민과 소영웅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문학적 현실을 반성케 하는 시정신의 본질을 보여 준다.언어의 사원에서 울려나오는 서늘한 사유는,삶이 부과한 시의 자리이자 시가 돌아가야 할 시원(始原)이다. 김문주
  • 취업 기상도/ 취업한파 정보화로 맞서라

    한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각오로 모든 것이 희망차게 느껴진다.그러나 올해 고용시장만큼은 그리 녹녹지 못하다.금융업은 신축적 채용으로 여전히 좁을 것이고,제조업은 결원시 보충 외에 아직은 미정이며,유통서비스업계는 대형 할인점만이 숨통이 틔일 것으로 보인다.또 IT 분야는 경력자 외에는 소극적일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은 2월 구조조정이 마무리 된 이후에나 신규 채용을생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이처럼 올해도 역시 경력직 사원 선호,인터넷을 통한 수시 채용의 확대,필기시험보다는 서류전형 중심의 면접·적성 강화현상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한마디로 정보사회형 고용구조가 정착되고 평생 직장의 개념에서 평생 직업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취업의 어려움은 경기 침체,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 자체가없어진다는 것에 일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그러나 더욱 중요한것은 급속하게 변하는 기업문화에 정부,대학당국 그리고 취업 준비생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1세기사회는 정보테크놀로지의 발전에 힘입어 정서(emotion)와 유동성(mobility)이 합쳐진 에모틸(emotile)사회로 변해가고 있다.여기서 정서는 창의성을 말하며,유동성은 변화를 의미한다.이제 취업 준비생은 창조적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에모틸사회,즉 새로운 정신과 시스템들이 쉬지 않고 흐르면서 상호작용하는 유동상태의 사회에 대처할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서유기에 보면 옥황상제가 천궁과 지옥과 용궁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둔갑의 명수인 손오공을 잡아들이기 위해 천병에게 건네준 것이 ‘조요경(照妖鏡)’이라는 거울이다.이 거울에 비쳐보면 아무리 변신을 거듭해도 손오공의 꼬리는 감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이제 취업 준비생은 사회와 기업이 제아무리 발빠르게 변화해도 거기에 대처할 수있는 자기만의 ‘조요경’을 가져야 할 때이다.향후 5년간 기업의 정보화로 인해 삭감되는 인원은 163만명이며,그로 인한 고용 창출은 249만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의미하는 숨은 뜻을 되새겨 봐야 한다. 吳 世 仁 리쿠르트 편집장
  • 다시 샘솟는 벤처 희망/ 벤처 시행착오 접고 실적 고속성장

    ‘그래도 벤처는 희망이다’ 2001년 새롭게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는 벤처인들의 감회는 남다르다.지난 한해동안 ‘벤처위기론’이란 길고도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뒤 맞이한 새해여서 기대와 설렘은 누구보다도 크다.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벤처정신과 피땀어린 재기의 노력으로 일어서겠다는 각오다. ◆벤처,어제와 오늘=IMF위기 이후 가장 큰 성과로 꼽혔던 벤처기업의 붐은 지난해초 벤처거품론이 대두되면서 코스닥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졌고,결국 업체들의 도산과 구조조정 등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초래했다.게다가 정현준·진승현씨 등 부도덕한 벤처졸부들의 등장은 벤처업계의 ‘이미지 실추’라는 혹독한 시련을 안겨줬다. 그러나 벤처만이 우리 경제의 희망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탄생하고 있으며,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밤낮없이 땀을 흘리고 있다.또 고용창출과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 등은 벤처기업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전문가들은 기술집약적산업이 발전할 수록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벤처기업의 활동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벤처업계의 가능성은 지난해 벤처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업체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지난 98년 2,000여개에 불과했던 벤처기업 수는 99년 4,900여개로 늘었고,지난해 11월까지 9,300여개로 급증했다.특히 지난해에는 매월 300∼600여 업체가 벤처로 확인받는 등 벤처 열기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수출도 98년 이후 높은 증가세에 있다.무역협회가 최근 조사한 벤처기업 수출동향에 따르면 지난 98년 24억달러에서 99년 32억달러,지난해 10월까지 37억달러로 30∼40% 이상씩 늘었다.불황 속에서도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전세계를 무대로 틈새시장을 개척,수백억원이 넘는수출실적을 올린 결과다. 닷컴위기 극복을 위한 외자유치 활동 역시 활발히 이뤄졌다.인터넷기업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0여개가 넘는 IT벤처들이총 6억1,600만달러를 해외로부터 유치했다.99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협회 관계자는 “경쟁력있는 국내 닷컴기업에 대한 해외 IT기업들의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세기,새롭게 도전한다”=벤처인들은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한 세계화’라는 벤처산업의 본질을 되찾아 21세기를 새롭게 이끌겠다는 포부다.장흥순(張興淳) 벤처기업협회장(터보테크 대표)은 “지난해 벤처업계는 급속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많은 것을 지불했다”면서 “올해는 인수·합병(M&A),외자유치 등을 통해 경쟁력있는 기술과 마케팅으로 세계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정선(徐廷宣) 마크로젠 대표는 “지난해가 ‘바이오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가치를 창출하는 성숙기”라면서 “수적인 성장뿐 아니라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우량 바이오벤처가 많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서갑수(徐甲洙) 한국기술투자 대표는 “은행합병·구조조정이 끝나면 증시에 자금이 모여 경쟁력있는 벤처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것”이라면서 “특히 부품소재·엔터테인먼트 등 시장 친화력있는 업체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젊은 벤처경영인(CEO)들의 각오도 대단하다.20대 여성CEO 모임 ‘크리스탈’ 소속인 권은정(權恩貞·27) 월드포스팅 대표는 “지난 몇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이제는 실질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라고 말했다.김상우(金相佑·25) 인터넷컨설팅그룹(ICG) 대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벤처는 살아남기 어렵다”면서“경쟁력있는 수익모델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卞大圭 (주)휴맥스 사장. “철저한 시장조사없이 기술만 믿고 세계시장에 뛰어들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셋톱박스’를 개발해온 벤처기업 ㈜휴맥스의 변대규(卞大圭·40) 사장은 요즘 업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있다.해외시장을 공략한 지 4년만에 유럽의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또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단일품목인 셋톱박스 수출 1억달러를 돌파,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성공요인을 묻는 질문에 변 사장의 대답은 의외다.그동안 겪은 ‘산전수전’을 털어놓으며 “무모할 정도로 사업을 추진해 시행착오를 너무 많이 겪었다”고 고백했다.지난 89년 동료 6명과 함께산업용 정밀장비 개발업체인 ‘건인시스템’을 설립,사업을 시작한변 사장은 그동안 CD가요 반주기와 디지털영상가요 반주기 등을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쌓았다.96년 25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초로 개발한 셋톱박스는 유럽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유럽의 위성방송 시장이 M&A 등으로 위축되면서 주문이 뚝 끊겼다.변 사장은 “당시 시장 전체를 보는 안목이 부족했기 때문에 좌절을 맛봐야 했다”면서 “그때부터 시장에 대한 연구와 마케팅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마케팅을 통해 성공률을 높여 나갔다.그 결과 수출길이 뚫리고 유럽의 필립스·노키아 등을 제치고점유율 1위에 오르게 됐다. 변 사장은 “국내 벤처들은 기술력에 비해 해외 진출을 위한 마케팅과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내수용 경영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려면 3박자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휴맥스는내년부터 미국시장에도 셋톱박스를 공급해 2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김미경기자. *“구조조정 끝…수익창출 총력”. ‘이제 절반의 구조개혁만 남았다’ 서울 테헤란밸리에 위치한 이메일 카드업체 레떼컴(www.lettee.com)은 지난해 ‘닷컴기업’의 시련을 톡톡히 겪었다.뚜렷한 수익모델이없어 매출은 오르지 않고,하반기 들어 투자유치까지 힘들어지자 9월중순부터 자체적인 상황 진단에 들어갔다. 1개월간의 진단끝에 내린 결론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결국 10월말직원 40명을 20명으로 줄였다. 구조조정에 따라 조직도 쇄신했다.4개 팀에 소속된 소팀들을 통합하고,고객관리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등꼭 필요한 업무만 남겼다.사내에서 오프라인 카페로 운영해온 ‘프리존’을 폐쇄하고,홍보는 김경익(金京益·34) 대표가 직접 맡아 발로뛰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인간적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벤처기업에서 직원을 내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구조조정 이후 직원 모두가 ‘수익창출자’라는 마인드로 회사의 생존을 위해 다함께 고민하게됐다”고 말했다. 올해 레떼컴의 최대 목표는 매출액을 넘어서 순익을 창출하는 것.이를 위해 최근 150만명의 회원을 활용,온라인 경매업체와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등 수익구조 찾기에 여념이 없다.소비자 중심의 컨텐츠 개발을 통해 사이트를 개편하고,오프라인 업체와의 공동 마케팅과 서비스 유료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해안에 확실한 수익구조를 창출,국내 10위권의 닷컴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미경기자
  • 대한매일 신년특집/ 건전생활 지혜 가꾸자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의 구조조정과 도산·폐업 등으로 실직자가 다시 쏟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그 결과 경제한파의 취약계층인 직장인,주부,청소년 등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각종사회병리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일·알코올·인터넷 중독 등 건전한가정생활과 사회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병리학적인 ‘신드롬’을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편집자주] A씨(40·회사원)는 요즘 아침에 잠이 깰 때면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술 한방울도 마시지 않았음에도 숙면을 취했다는 기쁨 때문이다. A씨가 처음 술을 입에 댄 것은 고교 졸업 직후.그는 한마디로 타고난 ‘주당’이었다.주변 사람들보다 2∼3배나 많은 술을 마시고도 다음날이면 거뜬했다.거의 매일 마셔댔다.그러다 30대 초반부터 알코올 중독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취하도록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어쩌다 맨정신으로 귀가한 날이면 밤새 잠을 뒤척여야 했다.뜬 눈으로 지새우다 동이 트기가 무섭게 집 앞 해장국집으로 달려가 미친 사람처럼 술을 마셨다.A씨는 요양원과 병원을 전전하다 최근에야 술을 끊었지만 아직도 술을마시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일본에서는 매년 연말연시를 앞두고 ‘아루하라’ 주의보가 내려진다.‘아루하라’란 알코올(alcohol)과 괴롭힘(harassment)의 합성어로 ‘직장 내 주당(酒黨)들에 의한 음주 강요’를 의미한다.급성 알코올 중독에 의한 사망을 막자는 취지에서 오사카에서는 ‘폭음방지연락협의회’라는 시민단체가 조직됐으며,도쿄(東京)에서는 ‘아루하라 신고전화’까지 개설됐다.피해자들은 ‘안 마시면 불이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원치 않는 술잔을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예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술을 마신다.술자리를 함께 하면 금방 친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는 논리를 갖다댄다.따라서 한번 마셨다하면 2차,3차로 이어진다.취중에실수해도 매우 관대한 편이다. 이같은 음주문화 덕분에 우리 사회에서도 알코올 중독 징후군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우리나라 국민들이 99년 한해 마신 알코올량은 순도 100% 기준으로 1인당 10ℓ에 달한다. 최근 ‘음주문화 바로세우기 시민모임(대표 박양동)’과 경남 창원보건소가 창원시내 중·고생 2,497명을 대상으로 음주 실태를 조사한 결과,‘한달 이내에 술을 마셨다’는 비율이 고교생은 48.2%,중학생은 11.7%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교생의 1회 음주량은 2홉들이 소주반병 20.3%,1병 28.1%,2병 이상 27.3% 등 반병 이상이 75.7%나 됐다. 여고생도 반병 이상을 마시는 비율이 55.3%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99년 20∼59세 성인 남녀 1만7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술을 마시는 여성이 89년의 23.2%에서 32.7%로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사장 성희웅)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가운데 음주자 비율은 지난 97년 74.5%에서 지난해에는 87.6%로 증가했으며,음주자중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시는 폭음자의 비율은 40.5%나 됐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조성기 예방치료본부장은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출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숙취가 남아 있으면 알코올 중독자로규정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있을 수 있는 실수’ 정도로 가볍게 여긴다”면서 “우리나라 음주자의 35.6%가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대기업 H사 과장 류모씨(37)는 요즘 언제 퇴근할지 종잡을 수 없을정도로 근무시간이 늘었다.귀가를 닥달하던 아내(35)와 아들(10)도무덤덤해졌을 만큼 자정을 넘긴 귀가시간이 일상화됐다. 그는 “딱히 일이 있어서 시간외 근무를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남는 것”이라면서 “간부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짙고,부하직원들은 덩달아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퇴근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류씨는 최근 대기업의 감원과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경영진으로부터 “다른 회사들처럼 대량 해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라”는 극단적인 말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직 공포’ 때문에 휴가조차 다녀오지 못한 직장인들도 많다. 지리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업체 N사는 지난해 여름휴가가 3박4일이었지만 올해는 2박3일로 줄였다.그럼에도직원들 대부분은 이마저도 찾아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회사 직원 박모씨(27)는 “연차휴가를 가지 않으면 금전보상을하지 않음에도 사용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면서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한가하게 휴가 타령이냐고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김모씨(29)도 “직원들이 너나 할것없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불이익이 돌아올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구조조정의 칼날에 희생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직장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말하자면 ‘살아남으려면없는 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금융권이나 연봉제가 시행되고 있는 회사들에서는 더욱 심하다. N사의 경북 영천지점 대리 박모씨(30)는 “지난달부터 부실채권 해결 등을 이유로 하루 3∼4시간씩 무급으로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그는 “부실채권 회수 실적은 회사의 장래는 물론 직원들의 운명도 좌우하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고덧붙였다. 근무시간은 늘어났지만 업무효율은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나 근로자들의 과로사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과로사 인원은 지난 98년 239명에서 지난 99년에는 325명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의 경우지난 6월말 현재 204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려대 사회학과 정헌주(鄭憲柱) 교수는 “IMF 이후 땜질식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근로조건의 하향평준화와 사회 병리현상 심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기업도 구조조정의 초점을 인원정리에 둘 게 아니라 근로자들의 심리안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양(17)과 남동생(16)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느라 숙제하는 시간마저 아깝게 생각했다.그 결과 두 사람 모두 고2년,중3년에서 학업을 포기했다. A기업 직원 이모씨(36)는 회사업무를 제쳐두고 ‘사이버 증권방’을 하루에도 100차례 이상이나 클릭하다가 상사로부터 엄중한 경고를받았다. 인천에 사는 주부 이모씨(31)는 ‘사이버 섹스방’을 통해 만난 남자와 밀회를 즐기다 남편에게 들켜 이혼당했다. 전기와 더불어 인류가 만든 최대의 이기(利器)로 꼽히는 컴퓨터가아이러니컬하게도 가정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인터넷 중독 때문이다.요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터넷 게임·거래·섹스로 일컬어지는 사이버 세계에 중독되고 있다. 인터넷은 올바르게만 활용한다면 인생을 기름지게 하는 약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독(毒)이 될 수 있다. 인터넷에 중독되면 현실세계에 눈이 어두워져 고립을 자초하고,심하면 현실의 낙오병이 되기도 한다.이 때문에 어떤 미래학자는 인터넷중독이 미래사회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와 한국성문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의 80%가 포르노를 접한 경험이 있고,이중 절반 이상이인터넷을 매개로 했다.초등학생과 대학생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중독은 때로 실직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A방송사에 근무하던 이모씨(34)는 최근 회사에 사표를 냈다.6개월째 온라인 게임에빠져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가상공간에서는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지위가 계속 올라갔으나 현실세계에서는 추락만거듭했다.회사 일과 가정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주변사람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주식투자자 가운에도 상당수가 인터넷중독증에 시달리고 있다.이들은 모든 증권사이트를 뒤지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인터넷 중독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징후가 나타난다.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려고 애쓰지만 계속 실패하는가 하면,인터넷때문에 중요한 인간관계나 직업,교육기회 등에서 상실의 위협받기도한다.절망감,죄책감,우울감,불안감 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에 매달린다. 미국 온라인접속중독연구소(COLA)는 “컴퓨터에 익숙한 전문가들보다는 컴맹 수준이라도 생활에 지친 주부들이나 과거 마약·알코올 중독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인터넷 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영동세브란스 정신과 구민성 교수는 “중독증세가 발견되면 환자가현실세계에서도 가상세계에 못지 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어야 한다”면서 “가족 등 친한 사람들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라고 말했다.그는 “인터넷이 새로운 공동체문화를 만들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순기능도 있는만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제력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 ‘휴대폰 사용 뇌암‘ 세계무선통신 업계 긴장

    모토롤라,보다폰 등 세계의 이동통신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새해들어 휴대폰 사용으로 뇌암에 걸렸다는 피해보상 소송이 줄을 이을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미 볼티모어의 피터 안젤로스 법률회사가 ‘핸드폰 소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안젤로스는 담배회사 및 석면 제조회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피해자들에 승리를 안긴 유명한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안제로스의 법률회사는 지난 8월 볼티모어의 신경정신과 의사 크리스토퍼 뉴먼이 휴대폰 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검토한 결과 승산이 크다고 보고 내년 중 손해배상금만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8∼9건의 소송을 제기할 준비에 들어갔다.머지 않아 집단소송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업체들은 휴대폰이 뇌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패소한 담배업계와 달리 이동통신업계가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태연을 가장하면서도 사태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 식품의약국(FDA)이 휴대폰이 뇌암 발생에 유해하다는 증거도 없지만 안전하다는 증거 역시 없다는 판정을 내려놓고 있는 점이이동통신업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유세진기자 yujin@
  • [기고] 남북화해시대의 보훈정책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남북간의 화해 협력 분위기는 분명 지난 50년 간의 냉전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겨레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산가족 상봉자의 일부 체제 옹호적 발언,국방백서의 주적 개념에 따른 논란,최근 대두되고 있는 대북 전력 지원문제 등에서 보듯이 일련의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다.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이질적인 두 체제에서 살아 왔고 양쪽 다 아직 냉전적 사고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데 큰 원인이 있다. 이러한 정신적 괴리현상은 상호간의 교류 협력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남북한 마음 속의 장벽을 허물고 참된 민족 통합을 이루는 데큰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이 지금 조성되고 있는 교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하고 평화적 통일을 앞당겨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차원의 통합이 절실하다.오랜 분단에 따른 정신적 이질감을 해소하여 민족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이를 위해서는 우리 민족사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선열들의 국난 극복정신과 같은 정신적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특히 지난날 국권 상실기에 조국광복을 위해 투쟁한 선열들의 얼과 혼이 담긴 독립운동사는 우리 역사 발전의 동인으로 면면히 계승되어야 할 겨레의 유산이며 남북이함께 공유해야 할 정신적 자산이기도 하다. 그동안 남북한은 이념 대립의 장벽 속에서 이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제각기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왜곡시켜 온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화해 협력의 물결 속에서 상호간의 정신적 통합이 절실한 이때,남북이 이 문제를 함께 풀어갈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남북의 정신적 통합에 주안점을 두고 보훈시책을 펴 나가고자 한다.우선 남북한 학자들이 독립운동사를 공동 연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중국,러시아 등 해외지역 사료를 발굴·재조명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아울러 그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회의 개최,독립운동사료집 발간,독립유공자 포상 등에 반영해 나갈 것이다. 다음으로 남북 공동으로 중국 등 해외 소재 독립운동 사적지의 실태를 파악하여 보수·복원 등 성역화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해외 안장선열 유해 봉환,독립기념사업 등의 민족 의식 고취행사를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 이러한 민족 정기 선양사업은 정부의 힘만으로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민간 차원의 사업 추진이 충분히 이루어질 때 남북 교류 협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 관련 단체,민간 연구소,학계 등에서 북한의 민간 단체,학자들과 긴밀히 협조하여 독립운동사의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독립운동사는 이념 대립에 따른 불신과 갈등을 해소하고 21세기 통일 조국을 건설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남북 공동의 독립운동사 연구를 통한 참된 민족 정체성의 확립은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서둘러 추진해야 할 핵심 사업이다. 국경 없는 지구촌시대를 맞아 우리 민족의 번영과 발전에 정신적 기반을 제공하는 노력은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함께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金 有 培 국가보훈처장
  • 미당 서정주선생의 작품세계

    한국 현대 시사(詩史)에서 미당 서정주의 위치는 확고하다.만 스무살때인 1935년부터 60여년의 시작생활로 1,000편에 가까운 시를 쏟아낸 미당을, 후학인 고은은 “서정주는 하나의 정부(政府)”라고 말한바 있다.수많은 후배 시인들은 ‘한국시의 학교’와 같은 그의 시편을 열렬히 탐구했으며 생존시에 그를 ‘살아 있는 시신(詩神)’으로떠받드는 시 독자들도 부지기수였다. 그의 시는 대다수 현대시처럼 구조분석이나 기호해석을 시도할 필요없이 그대로 주욱 읽힌다.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하기 이전의 직관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며 그 직관은 한국인의 심성에 직통한다. 시어(詩語)도 우리 주변의 흔한 말들이며 후반에 갈수록 고향의 질펀한 남도 사투리가 아름답게 녹아 있다. “신라의 국선도와 불교의 윤회 전생,그리고 민간에 떠도는 온갖 설화를 에두르는 그의 시적 방황 또는 정신사적 편력은 한국인 심상의우주에 떠올라 있는 역사의 총체,생사관,이승과 저승을 한데 아우른다”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장석주는 말한다.평론가 천이두는 미당을‘구도의 시인’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한다.미당의 시는 억눌린 정신의 아픔을 노래하는 관능적인 초기시에서부터 신화 정신과 불교적 달관에 이르는 다양한 편력을 거쳤다.이같은 다양한 시세계는 15권의시집 가운데 특히 ‘화사집(花蛇集)’‘귀촉도(歸蜀途)’‘서정주시선’‘신라초(新羅抄)’‘동천(冬天)’및 ‘질마재 신화’ 등 6권에순차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화사집’(1941년)을 통해 우리는 관능과 자의식 사이에서 방황하며갈등에 몸부림치고 고뇌하는 젊음의 모습을 본다고 평론가 천이두는설명한다. 이러한 방황과 갈등을 거쳐 그는 차츰 자아를 각성하게 되며,그것은 ‘고향의 사투리’즉 전통적 가락의 확인에로 나아가는 것이다.이러한 전통적 가락에의 확인은 시집 ‘귀촉도’(1948년)를 통해서 볼 수 있는데 조선(朝鮮)적인 한의 가락에로 이어지면서,고뇌를전통적인 가락으로 다스리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이어 ‘서정주시선’(1956년)의 시편들은 이러한 한을 극복하고 체념과 달관 속에 범속한 일상성을 포용하려는 노력의 산물들로 흔히 설명된다.그래서 현세긍정의 건강한 낙천적 가락이 빚어지는데 미당은여기에 머물지 않고 ‘신라초’(1960년)에서는 생명에의 근원적인 탐구 노력을 시작한다.이 노력은 신라의 불교적 세계 천착으로 이어지며 특히 불교적 윤회에 모든 것을 위치 지으려는 의지가 뚜렷하다.다음 시집 ‘동천’(1968년)에 이르면 이러한 불교적 윤회사상이 신라천착에서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인 신앙의 체계를 이뤄,구도자로서의일정한 자세를 정립하기에 이르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머무는 대신 미당은 한걸음 더나가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신화적 원형을 천착하고자 한다.그의 고향 ‘질마재’의 설화적 공간에서 아름답게 개화한 50대 미당의 상상력은 파격적 산문시집 ‘질마재 신화’(1975년)를 낳았다.이 땅의 여느 농촌과 다를 바없는 한 마을을,한국인의 신화가 살아 숨쉬는 마을로 불멸화한 이 시집은 마을에 떠도는 간통 소문,오줌발 소리,죽어 해일이 되어 돌아온이야기 등 온갖 설화와 풍문을 신화이기도 하고 실재 뉴스이기도 한것처럼 뒤섞여 펼쳐보인다. 가끔 방언과토속어의 빈번한 사용 등 미당의 시어가 시적으로 일탈해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시적계산의 결과일 수 있다고 평론가 황현산은 주의를 환기시킨다. 미당의 여러 시(詩)외적인 행적은 분명 비판의 여지가 있다.미당의시가 고뇌나 갈등없이 쉽게 절대 영원이나 초월의 세계로 나아가며그래서 진실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들린다.일부 평론가는,미당의 시는김소월과 만해 한용운, 그리고 조지훈과 김수영에 필적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미당이 없는 한국 현대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평론가 이남호의 말에 한국시 독자 대부분은 공감할 것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自畵像.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크다란 눈이 나를 닮었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우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트린 병든 수캐만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1935년). *上歌手의 노래. 질마재 상가수의 노랫소리는 답답하면 열두 발 상무를 젓고, 따분하면 어깨에 고깔 쓴 중을 세우고, 또 상여면 상여머리에 뙤약볕 같은놋쇠 요령을 흔들며, 이승과 저승에 뻗쳤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를 안하는 어느 아침에 보니까 상가수는 뒷간 똥오줌 항아리에서 똥오줌 거름을 옮겨 내고 있었는데요.왜, 거, 있지않아, 하늘의 별과 달도 언제나 잘 비치는 우리네 똥오줌 항아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붕도 앗세 작파해버린 우리네 그 참 재미있는똥오줌 항아리, 거길 明鏡으로 해 망건 밑에 염발질을 열심히 하고서 있었습니다.망건 밑으로 흘러내린 머리털을 망건 속으로 보기좋게밀어넣어 올리는 쇠뿔 염발질을 점잔하게 하고 있어요. 明鏡도 이만큼은 특별나고 기름져서 이승 저승에 두루 무성하던 그노랫소리는 나온 것 아닐까요? (1972년). * 미당 선생 연보. ■1915년 전북 고창 출생□29년 중앙고보 입학■35년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입학□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김동리·오장환·이용희 등과 시전문지 ‘시인부락’동인 결성■41년 첫 시집 ‘화사집’출간□48년 제2시집 ‘귀촉도’출간■정부수립과 동시에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54년 예술원 초대·종신회원,서라벌예대 교수■61년 시집 ‘신라초’로 5·16문예상 본상 수상□72년 ‘서정주문학전집’(전5권) 출간■75년 시집 ‘질마재 신화’ 출간□77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82년 시집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 출간□83년 ‘미당 서정주 시전집’(전2권·91년 개정판)■97년 마지막 시집 ‘80 소년 떠돌이의 시’ 출간
  • 자살사이트 ‘죽음의 인큐베이터’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한 촉탁 살인의 충격으로 자살 사이트와 자살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성균관 의대 오강섭 교수(정신과)는 “누구라도 어려운 시기가 되면자살의 충동을 느낄 수 있으나 자살 사이트는 자살에 대한 두려움을희석시키고 용기를 불어넣거나 심지어 미화하기까지 한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의 경우 자살예방사이트마저도오히려 자살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잘못 이용될 수 있는 위험이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살을 부추기는 사이트는 당장 폐쇄하고 자살예방사이트라고 할 지라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반성과 논의를 해야 한다고 그는주장했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고방식이 부정적이고 주관적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자살사이트에 계속 접근하다보면 자살을 감행할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세의대 민승길 교수(정신과)는 “익명성이 높은 컴퓨터 통신은 공상적인 내용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등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자살방지 목적의 사이트라 할지라도 이용자들이 취지를 변질시켜 자살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면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자살이 크게 문제가 된 것은 10여년전 ‘자살하는 법’이라는 책이 출간됐을 때였다. ‘인생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쓰여진 이 책은 출간되자 큰 인기를 끌었다. ‘죽으려면 적어도 8층이상에서 뛰어내려라.그 이하에서는 다치기만 하고 안 죽을 수 있다’,‘독약을 먹고 죽으려면 얼마 이상을 먹어야 한다’는 등 자극적인 내용이 일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교수의 설명이다. 정상인이라면 ‘자살해서는 안되겠구나’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만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이를 멋대로 해석하고 실제로 자살을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일 공무원 교류 프로그램에 따라 지난 9월부터 한국에 머물고있는 일본 경찰청 사이버 범죄 수사팀장 야마모토 유이치(36) 경시정(우리나라의 총경)은 “지난 98년 자살사이트를 매개로 한 자살사건이 일본에서 발생했을 때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 홋카이도의 한 의사가 자살사이트 게시판에서 ‘죽고 싶다’는 글을 보고 청산가리를 우송해줘 여러명이 이를 먹고 집단 자살했다.일본에서는 올해에도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남녀가 동반자살하는 등 사이버 공간을 통한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율은 해마다 달라 인구 10만명당 7∼20명이다. 국가별로는 일본,독일,헝가리,핀란드,오스트리아,체코 등은 10만명당 20명 이상이고 아일랜드,칠레,뉴질랜드는 10만명당 6명 이하이다. 자살시도는 여자가 남자보다 7∼8배나 많지만 성공율은 남자가 월등히 높아 실제 자살은 남자가 여자보다 2∼4배 쯤 많다. 연령별로는 남자는 30대와 60대 이상에서,여자는 55∼65세에서 자살이 많으며 가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개신교나 불교 신자보다 자살율이낮다. 또 이혼자,홀아비·과부,미혼자, 기혼자의 순으로 자살율이 낮아지며 의사,음악가,법조인,수사관 등 전문직에서 자살이 상대적으로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남자는 독극물로,여자는 수면제 등 향정신성 약물로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미국에서는 소년 자살자 가운데 남자는 총기가 3분의2를 차지하고 독극물은 10%미만이다.여자는 총기가 절반이고 독극물이 4분의1가량이다. 우울증,정신분열증,알콜 및 약물남용자들에서도 자살이 흔하다.성격장애자들은 자살시도가 잦다.전시에는 공격성이 남에게 향할 수있어자살율이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교수는 “아직 세계적으로 자살에 관해 정확한 통계 등이 없고 우리는 더욱 미흡하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살을 공중보건의 문제로 차원을 높여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게 됐다”고말했다. 유상덕기자 youni@
  • 기억의 끝에 매달린 ‘옛사랑’노래

    일상속 단상(斷想)이란 한낱 잡념으로 잦아져버리곤 하는 거다. 하지만 그룹 ‘동물원’에게는 아니다.새 노래를 목빼고 기다려온 팬들에게 4년만에 내민 새 앨범.어느덧 8집.‘추억’이란 이름의 단상에 까탈스레 매달려보기로 했다.그리고 그속에 묻힌 그리운 사랑이야기를 13곡의 노래로 건져냈다. 손수 피아노곡을 만들고 연주해 앨범 첫곡으로 올린, ‘변해가네’의박기영씨 얘기. “추억속의 사랑을 테마로 잡았어요. 그런데 따져보면 그만큼 무궁무진한 이야기감도 또 없다 싶어서요.” 그룹의 이력과 함께 노래에도 세월의 켜가 쌓여가는 건지.이번 앨범의 주제(현실의 가정과 다시 만난 옛사랑)는 좀더 내밀해졌다. 2년여의 준비작업끝에 내놓은 앨범에는 유준열 박기영 배영길 등 세멤버가 참여했다.동물원다운 색채를 갖되,조금은 색다른 음악적 시도로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만화가 박광수씨의 그림을 실은 앨범재킷부터 뭔가 다르다. 속지에도 기승전결이 있는 광수만화 한편이 들었다. “이제는 서로 다른 가정을 꾸려가는 남녀가 우연히 재회해 추억을더듬다, 다시 생활속으로 돌아갑니다. 누구나 가슴속 한자락에 품고있을,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모르긴 해도 저희 음악폭이 넓어졌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실 겁니다.” 5집 앨범때부터 멤버가 된 배영길씨가 자신있게 웃어보인다. 박기영씨의 피아노 연주곡 한곡을 포함해 모두 13곡을 실었다.예의그 소박한 정통포크를 주요장르로 잡은 건 물론.하지만 록과 재즈의느낌도 곳곳에서 물씬물씬 난다.‘다시 널 부르지 않도록’(배영길)은 다양한 세션의 록발라드를,‘내가 아프게 한 사람들에게’(배영길)는 다시 화려하고 웅장한 록발라드를 구사한다. 가장 ‘동물원적인’노래 하나만 꼽아달랬더니 주저없이 추천해주는곡이 ‘새옷’이다.맏형 유준열씨가 ‘유준열 장르’(멤버들이 그렇게 부른다)로 부른 힘있는 포크록이다. 그룹이 데뷔한 지 올해로 12년.88년 ‘산울림’ 김창완의 독려로 “얼떨결에” 결성됐었다.‘변해가네’ ‘거리에서’ ‘혜화동’ ‘널사랑하겠어’ 등 줄기차게 인기곡들을 띄워올린 사람들.세월이 가긴갔다.창단멤버였던 고 김광석은 어느새 헌정앨범을 받는 추억의 이름이 된지 오래고,김창기는 녹음시간을 못낼 만큼 바쁜 신경정신과 원장이 됐고. 요즘 대학로에는 모처럼 이들의 무대가 한창이다.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콘서트(대학로 컬트홀)는 새해 1월1일까지 이어진다.지난해 연말이후 1년만의 공연이다.“10대에서 40대까지 팬층의 스펙트럼이 그새또 넓어져 고맙고 힘이 난다”는 이들이다. 황수정기자 sjh@
  • 국내 첫 ‘인권병원’세운다

    고문 등 공권력에 의한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전문적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권병원’이 설립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4·19부상자회,5·18민주항쟁부상자회 등 15개 국내외 민간단체와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원순 변호사,변주나 전북대 교수,더글러스 센슨 뉴욕인권병원장 등 60여명은 뜻을 모아 최근 ‘한국인권의료복지센터(가칭)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 고문피해자모임에 등록된 사람은 600여명,민주화보상법에 의해신고된 사람이 9,000여명에 이르지만, 전체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는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이에 따라 내년에 전국적으로 피해자실태조사를 마친 뒤 2002년에 공사를 시작해 2003년 후반기쯤 문을열 계획이다. 추진위 김녹호(金祿皓·43·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공동대표는 “최소 50여개 침상에 정신과,내과,재활의학과 등을 두는 안에서부터최대 300여개 침상에 진료 과목도 확대한다는 복안”이라면서 “정확한 규모와 예산 등은 피해자 실태조사가 나온 뒤 결정할 것”이라고밝혔다. 추진위는 재원 마련을위해 내년부터 민간 모금과 회원 확보를 동시에 진행해 50억∼300억원의 건립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권의료복지센터는 ‘인권병원’,‘인권복지관’,‘건강과 인권연구소’로 구성된다.인권병원은 정치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치료및 재활을 도모하는 종합병원이다. 인권복지관은 인권침해 피해자의 피난처이자 종합적인 재활 및 복지서비스 기관이다.건강과 인권연구소는 정치폭력에 의한 인권침해상황을 심도있게 조사해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과 방글라데시 팔레스타인 우간다 등제3세계 국가들을 포함해 71개국에 165개의 정치고문피해자 재활센터가 설립돼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인터넷 자살사이트 접속 대학생 2명 동반자살 충격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자 2명이 여관에서 숨진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14일 강원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5분쯤 “나와 함께 있던 일행 2명이 약을 마시고 신음하고 있다”는 제보전화가 걸려와 강릉시 송정동 모 리조텔 현장을 확인해 보니 20대 남자 2명이 객실에서 극약을 마신 채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전화 발신지 추적에 나선 경찰은 이날 오후 제보자 김모씨(26)의 신원을 파악,확인한 결과 숨진 사람은 서울 모 공전과 모 대학에 다니는 차모(21),김모씨(28)이며 제보자를 포함한 3명이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해 만난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13일 밤 제보자 김씨의 쏘나타 승용차 편으로 강릉에 도착,여관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이날 오후 11시쯤 이 여관 401호에 투숙한 뒤 숨진 2명이 극약을 음료수에 타 마시고 신음하는 것을 본 제보자 김씨가 여관을 나와 서울로 되돌아 가는 길에 경찰에 전화를 한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제보자로부터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일행을 만났으며 이 사이트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은 말로만 자살이야기를 했는데 이들은 정말로 자살을 감행해 무서워 도망했다”는 진술을 확보,이들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다른 이유로 자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더욱 정확한 자살 원인을 밝히기 위해 김씨에게 자진출석을 권유하고 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 * 자살 사이트 실태. 그동안 국내 사이버 공간에서 ‘위험지대’로 알려졌던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실제 자살을 감행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자살사이트에 대한 실태 파악은 물론 단속 법규조차 없는 실정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국내 자살사이트는 네티즌들에게 알려진 것만 10여개 정도다.특히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자살’이라는 말을 입력해도쉽게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으며,일부 자살사이트는 동반 자살을 원하는 회원을 공공연하게 모집하는 등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자살사이트에는 ‘사이버 유언장’을 비롯해 100여 가지가 넘는 자살 방법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 “죽고 싶은 분은 제게 메일을 보내세요”“함께 결심합시다”“고통없이 죽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저주하는 상대방에 대한 살인 계획을 알려드립니다” 등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이들 자살사이트는 상당히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해 자살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월에는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일본인 남녀 한쌍이 서로 메일을 주고받은 지 3주일 만에 동반 자살,일본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은행 구조조정 勞政대치

    2차 은행합병이 임박한 가운데 금융산업노조가 인력감축에 반발,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서 은행 구조조정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노조간의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조측은 구조조정 원칙과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오는 2002년말까지 고용유지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번주 중으로 각 은행별로통합 및 지주회사 편입 등 구조조정 방향을 밝힐 것”이라며 대규모인력감축이 불가피한 은행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노조와 금융당국의 입장을 들어본다. ■금융감독위원회 입장. 금융당국은 금융산업 노조의 고용유지 요구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건용(鄭健溶) 금감위 부위원장은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 통합방식이 사실상 P&A방식을 의미한다고 하나 그 문제는 최고경영자가독자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노조의 요구사항은은행 경영진과 협의할 문제라는 주장이다.그는 “노조 요구는 관치를하지 말아야 한다고 해놓고는 관치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시너지 효과가 없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추진하는것은 은행 구조조정 방향이 잘못 설정된 것”이라는 노조측 지적에대해 정 부위원장은 “신한은행을 빼고 나머지 은행은 물밑 협상을진행 중에 있다”며 “다만 정부로서는 은행간의 자율합병을 촉진하는 발언을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위원장은 노조가 러시아 경협차관 등에 대해 조속한 시일내에명확한 처리방침을 결정하고 한아름 차입금 등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내에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 때문에 공적자금을 빨리 조성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1인당 영업이익 2억2,000만원에 대한 평가기준이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안은 오히려 경영평가위원회 안보다 봐준 것”이라고 일축했다. 노사정 위원회 소집요구에 대해서도 “노사정 위원회가 회의 개최를결정하면 우리로서는 정부방침을 재차 설명할 것”이라고 말해 양측의 입장차이가 좁혀지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산업노조 입장. 이용득(李龍得)금융산업노조위원장은 12일 “정부가 강제 은행 통합과 인력감축을 강행하면 빠르면 다음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밝혔다. 산별노조인 금융산업노조의 한빛·평화 등 10개 은행 지부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상황실을 가동하며 비상대기나 철야농성에 돌입한 상태다.노조는 오는 14일 전체 은행노조 대표자 회의에서 총파업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지난 7월 11일 노정합의문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당시 합의문의 요지는 ‘정부 주도의강제합병은 추진하지 않는다.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은행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정부는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은행들을 곧바로 기능개편해 흡수합병하겠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2002년 말까지 현재의 은행 간판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2002년말까지는 현재의 조직과 인원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그때까지 경영정상화가 안되면 자산부채이전(P&A)이든,퇴출이든,강제합병이든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은행 구조조정은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점진적인 은행통합의 정신과 배치되는 만큼 노사정 위원회를 가동,은행 구조조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특히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대상은행의 1인당 영업이익 2억2,000만원은 평가기준이왜곡됐고 강제 인력감축을 요구하는 것으로,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신체미술가 키키 스미스의 세계

    1990년대초 세계미술계에 문제작가로 등장한 독일태생의 신체미술가 키키 스미스(46)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전시는 하나의 충격이다.기괴한 신체작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가 다분히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소재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의 키키 스미스 전시(16일까지)에는 신화와종교를 주제로 한 시적인 작품들이 가득하다.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스미스의 작업은 육체와 물질의 극복,정신과 영혼의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명제로 요약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여겨 볼 작품은 카르타고의 전설적인 여왕 디도(Dido)를 소재로 한 ‘번제’.트로이의 용사 아에네아스로부터 버림받아 자살한 디도가 장작 위에서 화장되는 장면을 담았다.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 사이렌을 재현한 반인반조(半人半鳥)의조각상 ‘사이렌’, 아폴론에게 쫓겨 월계수로 변한 ‘다프네' 도 시선을 끈다. 키키 스미스는 1960년대의 대표적인 미니멀 조각가 토니 스미스의 딸이다.(02)735-8449
  • 쉼터 노숙자 3,000명 건강진단

    서울시는 7일 노숙자쉼터인 영등포구 문래동 ‘자유의집’에 정신과전문의를 배치, 정신질환자 및 알코올 중독증상이 있는 노숙자를 직접 진단,치료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양평쉼터에서는 알코올중독을 치료할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서울역과 영등포역 노숙자상담소에는 공중보건의를 상시 배치,노숙자를 상대로 한 건강상담과 진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서울지역 106곳의 쉼터에 머무르고 있는 3,000여명의 노숙자를 대상으로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일제 건강검진을 실시하기로 했다. 심재억기자
  • 구멍뚫린 복지행정 질타

    서울시의 느슨한 복지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5일 열린 서울시의회의 시정질문에서 의원들은 잇따라 서울시의 구멍난 복지행정을 꼬집으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동일(鄭東一·민주) 의원은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가 지난해11월부터 노숙자 수용시설인 영등포구 자유의집 입소자 3,1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10.4%인 326명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으며 전국 4,374명의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2%가 알콜중독자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정의원은 “이같은 실태에도 불구,자유의집에 내과전문의 1명만 배치됐을 뿐 정신과 전문의는 아예 없다”며 “서울시의 허술한 노숙자대책에 항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내년부터는 노숙자를 돌보지않기로 했다”고 주장하며 대책을 따졌다. 이송죽(李松竹·한나라) 의원은 “구조조정과 퇴출 등으로 55∼60세 전후의 ‘노인 아닌 노인’이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 200만명을 넘고 있다”면서 직업훈련은 물론 창업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에서 제외돼 있을 뿐 아니라 노령연금 등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상도 아닌 이들‘젊은 노인들’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일부 고아원의 아동학대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최명옥(崔明玉·민주) 의원은 “서대문구 홍제동 송죽원에 수용중인 고아들이 ‘제발보육사 임모씨가 저희를 때리지 않게 해달라’는 진정서를 보내와 확인한 결과 폭행은 물론 쫓겨나 한데서 잠을 자는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협박으로 정신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의원은 “이런 문제로 송죽원이 최근까지 무려 7차례나 고발됐으나 서울시는 오히려 사태를 숨기려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며 관계 공무원과 송죽원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문책을 촉구했다. 답변에 나선 고건(高建) 시장은 “정신질환자로 판명된 노숙자는 전문병원에 입원시켜왔으며 앞으로는 자유의집에 전문의를 배치하겠다”고 밝히고 사회복지에서 제외된 55∼60세 전후의 노령층에 대해서도 취업알선 강화 등 적절한 복지서비스 시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답했다. 심재억기자
  • [여성 선언] 가족이란 무엇일까

    지난달 30일 두번째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추락하는 각종경제지표 때문에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신문지상에서 그리 큰지면을 차지하지 못했다.그들의 눈물이 우리를 감동시키기에는 주변상황도 마음도 얼어붙은 탓일까. 그럼에도 눈물을 쏟게 만드는 사연이 있었다.두 동생을 남겨두고 부모와 함께 월남한 맏형이 50년 만에 따온‘알밤’때문이다.사연인즉슨 맏형은 월남할 때 외가에 맡긴 동생들이 따라나서겠다고 조르자“뒷산으로 알밤 따러 간다”고 속여 떼어놓아야 했던 것이다. 동생들을 속이고 부모와 월남한 맏이,뒷산에 간 부모와 형을 기다리며 50년 세월을 보내야 한,이제는 늙어버린 동생들.그 동생들을 생각하며 평생‘알밤’을 가지고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형.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가만히 지켜보면‘가족’이란 무엇일까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반세기 동안 타의에 의해 가족을 만나보지 못한 이산가족들,그 켜켜이 쌓인 한으로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지내야 했던 사람들.그들에게 가족은 가장 돌아가고 싶은,가장따뜻하고 근본적인 어떤 곳이다. 그러나 한 집안에 같이 살아도 늘 헤어지기만을 꿈꾸는 가족도 사실은 얼마나 많은가. 지난 1일에는 부모를 토막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은석씨가 사형을 선고받았다.얼마 전엔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시어머니를 때려죽인 며느리의 이야기가 보도됐고, 딸을 매매춘에 나서게 한 어머니의 이야기도 있었다.어린 아이를 폭행한 부모의 이야기는 너무 많이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다. 지난 80년대 한창 뜨겁게 달아오른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감격적으로상봉한 가족들이 서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재산상의 문제 때문에 또한번의 상처를 입고 헤어져야 했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유비통신을타고 있다. ‘혈육의 본능적인 정’‘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논리가무력해지는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영혼에 상처줄 수 있는 것도 가족이다.가정은 사회의온갖 스트레스를 떠안은 구성원들이 정신과 몸을 무장해제하고 속내를 드러낼 수있는 곳이기에 가장 편안한 곳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곳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양면성을 외면한 채 가정의 행복한 측면만 자꾸 부각하다 보면그 울타리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의 체감온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이젠‘가족은 모름지기 이러이러하다’고 단순화시킬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가족들이 생겨난다.그리고 무엇보다 그들도 우리 사회 구성원이다. 우선 이산가족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라졌으면 좋겠다.그들의 아픔을 단지‘본능적인 혈육의 정’을 끊어놓은 것으로만 설명하려는 감정적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맞서는 분단 국가에서 이산가족으로 살면서 겪어야 한 고통,사회가 만들어준 다른 체제에 대한 미움과 적의,국가 복지시스템으로 메워주지 못한 고난에찬 삶 등도 그들의 설움에 큰 몫을 했다는 사실을 이 기회에 재조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앞으로 대량 해고사태가 또 살벌하게 벌어질 판이다.그렇게되면 거리로 쏟아져 나올 노숙자와 그를 기다리는 가족이 적지 않을것이다.그들에게 보내는시선이‘깨진 가족’에 대한 동정심만으로일관할 때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난다.‘경제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사회 구성원’이라는 상처 위에‘동정이나 받아야 할 불행한 가족’이라는 상처를 덧입게 되는 것이다.게다가 개인의 고통과 생계 부양자인 부모의 책임만 남고 사회구조적인 책임,국가의 극빈자에 대한노력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들이 가족 때문에 느낄 결핍감을 최소화하는 것은 언론과 국가 복지정책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 박미라 페미니즘잡지 IF 편집위원
  • 우리자연 안내서 2권

    어깨에 내리꽂히는 일상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라면? 보리밭길을 걸어가본다.땀 한말을 흘려야 한다는 보리타작 마당앞에서 생활의 짐쯤이야 초개처럼 가뿐해질지도 모른다. 안팎으로 스트레스받아 폭발 일보직전일때 솔숲사이로 숨어드는 것은 어떤가.송정(松亭;솔밭속 정자)에 기대앉아 송도(松濤;솔숲에 이는바람소리)에 몸을 맡기면 머리끝까지 치솟던 불기운이 송홧가루에 분분히 날아가버릴 터. 콘크리트 빌딩숲에 갇혀 하루하루 연명하는 당신에겐 꿈같은 얘기일지 모르겠다.하지만 책은 때로 꿈을 안방으로 끌어들이는 마법사.‘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농작물 백가지’(이철수 지음·이원규사진·현암사 펴냄)와 ‘소나무’(정동주 지음·거름 펴냄)는 아랫목에 배깔고 누워 우리 자연속을 한껏 거닐게끔 도와주는 안내자들이다. 제목만 보고 ‘…농작물 백가지’를 원예이론서 정도로 여기면 오산. 벼,보리에서 참깨,파,우엉,땅콩,아주까리까지 스물다섯종 농작물을꼭지삼아 풀어놓는 이야기는 고스란히 우리 민족의 논밭둑·부뚜막문화,삶의 자취에 대한기록으로 연결된다.아스라해져가는 농경민족풍속사의 복원인 셈. 첫장인 ‘벼’를 들춰보자.골수 미식(米食)권 민족은 쌀뜨물조차 버리는 법이 없다.초벌은 돼지몫,두번째는 시레기 국물용.어쩌다 밥에서 돌을 씹어도 할머니가 “장군감”이라고 추켜세우니 우물우물 씹어야 했다. 못살던 시절 먹거리 얘기엔 늘 궁기가 따라붙기 마련.‘보릿고개’그늘은 여기도 짙다.그렇지만 바라보는 눈길만은 비참하지 않다.보리숭늉도 못드신 어머니가 칭얼대는 아이에게 누룽지 한쪽 얼른 긁어주는 온기가 있고 이농사 저농사 죄다 잡쳤으되 씨뿌린지 일주일만에쏙 고개내미는 메밀밭의 해학도 있다. 지은이는 덕유산 자락에 터잡고 우리 작물을 재배중.보리엿 고는 정경,사카린에 삶은 감자,찬우물속에 풍덩 넣어둔 김장김치,사내들 오줌만 퇴비로 쓰는 고추밭 얘기 등엔 체험이 그대로 녹아있다. ‘소나무’는 우리민족 심성 밑바닥에 솔과의 유대감이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주장한 예찬서이자 소나무 백과사전.솔과 같이한 한국인의생사가 그대로 책한권을 관통한다.소나무 집에서 솔갈비를 태워빚은송기떡을 먹고,솔껍질로 춘궁기를 이겨내온 한국인.밤엔 관솔불을 켜고 죽을때도 소나무관에 든다.시조를 읊조리고 세한도같은 그림을 칠때,정신과 예술세계까지 솔에 내줬다. 책은 솔에 얽힌 아름다운 말의 보물창고기도 하다.송단(松檀)은 솔이 서 있는 낮은 언덕,송영(松影)은 솔그림자,송창(松窓)은 소나무 비치는 창…. 사진작가 윤병삼이 국토 곳곳에서 담아낸 솔들은 우람하고,아름답고때로 신령스럽다.그 시원한 눈맛만으로도 피로감이 싹 가실듯. 손정숙기자 jssohn@
  • 의약분업시대의 환자권리장전

    의약분업으로 치료비가 엄청 오른데다가 의료대란으로 병원이 문닫기 일쑤여서 이중으로 고통받는 서민들.그나마 어렵사리 의사 앞에 서면 왜 그렇게 작아지는지,하고싶은 질문 한마디 제대로 못하기 마련이다.의사가 내린 결정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거나 환자로서 권리를주장하는 일은 과연 사치일까.환자들은 묻거나 알 필요도 없고 그냥의사만 믿고 따라야 하는 존재인가. 김철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등 14명이 함께 쓴 ‘아픈 것도서러운데’(몸과마음 펴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환자가 한 인격으로 존중받고,질병이나 의료행위에 관련된 모든 사실을 환자와 그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하며,사적인 비밀을 보장하고,진료비의 내역을알리는 것이 당연히 지켜야 할 의료윤리이자 환자의 권리라는 거다. 의약분업시대의 환자권리장전인 이 책은 내과에 가면 증상을 정확하게 말한 뒤 내 병은 어떤 병인지,이 검사는 왜·어떻게 하는지,이 약을 계속 써도 되는지,왜 잘 낫지 않는지 등 필요한 질문을 망설이지말라고 조언한다.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치과 한의원 정신과 보건소등을 이용할 때의 권리도 자세히 설명한다.의료과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의료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의료 관련 건강 소비자 가이드도실려 있다. 좋은 의사는 좋은 환자가 만드는 법.환자들의 권리찾기 운동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의사들에게도 환자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되라고 촉구한다. 김주혁기자
  • 최용수 MVP 등극

    “내 축구인생에서 최고의 한해가 된 것 같습니다.함께 고생한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독수리’ 최용수(27·안양 LG)가 갖은 시련을 이겨내고 새천년 첫해 프로축구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최용수는 1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81표 가운데 66표를 얻어 14표에 그친 2위 김도훈(전북 현대)을 제치고올시즌 최고 스타가 됐다.김도훈은 00삼성디지털 K-리그에서 12골을기록,득점왕에 올랐으나 골과 도움 등 전반적인 활약도에서 최용수에 뒤져 많은 표를 얻지 못했다.신인왕은 전북 현대 모터스의 양현정(23)에 돌아갔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 최용수.그가 올시즌 그라운드 왕위에 등극하기까지 명성만큼 순탄치는 않았다.오히려 시련과좌절의 연속이었다.그래서 그의 영예가 더욱 빛난다. 99년 2월 상무에서 제대할때만 해도 꿈에 젖었다.해외진출의 길이보였기 때문.그러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무산되면서 그에게 첫 시련이 찾아왔다.그리고 부상이라는 뜻하지않은 불청객이 그를 괴롭혔다.여기에 국가대표 탈락으로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무너지면서 정신과 육체 어느것 하나 성한곳이 없을 만큼 온통 상처투성이였다.특히 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 9월말 구성된 국가대표팀 명단에서 누락된 것은 그로서는 참을수 없는 치욕이였다.이로 인해 프로축구 정규리그 막판 한때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더구나 같은 팀 막내 이영표가 대표팀에 발탁돼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서 저린 가슴을 쓸어내는 일이 잦았다. 자칫 나락의 늪으로 빠질뻔했던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시련과좌절을 떨처리고 다시 명성을 되찾았다.최용수는 삼성 디지털 K-리그 25경기에 출장,10골 8도움을 올리며 안양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또컵대회 등을 포함,올시즌 총 34경기에 출장해 14골,10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최용수의 화려한 성적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데서 비롯됐다.단순히 골만 넣은 ‘특급 골게터’에서 동료들의 골을 돕는 ‘특급 도우미’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은 결과였다.올시즌 대변신은 지난 시즌 성적 14골 4도움과 비교하면 극명히 드러난다. 최용수는 “일급 선수라면 골만 넣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조광래감독의 말을 잊지않는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 축구를 시작한 뒤 동래중-동래고-연세대 등을 거쳤다.184㎝ 77㎏의 당당한 체격에 100m를 12초대에 주파하는 준족을 가졌다.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틈만 나면 음악을 듣고영화를 즐긴다. 박해옥기자 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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