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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언톨로지 포기 톰 크루즈 “2005년 3600억원 기부” 대박

    톰 크루즈, 사이언톨로지 사이언톨로지 포기 톰 크루즈 “2005년 3600억원 기부” 대박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자신의 종교 ‘사이언톨로지’를 포기한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1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라이프는 배우 톰 크루즈가 자신의 딸 수리 크루즈를 위해 사이언톨로지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톰 크루즈는 최근 수리 크루즈와 전화 통화를 하며 사이언톨로지 포기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톰 크루즈의 한 측근은 “최근 전화 통화에서 수리 크루즈는 현재 배우고 있는 발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아빠한테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 톰 크루즈는 자신이 수리 크루즈의 발레 공연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매우 힘들어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사이언톨로지는 톰 크루즈가 수리 크루즈와 전 부인 케이티 홈즈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딸을 직접 보고 키울 수 있는 아빠로서의 삶을 위해, 그리고 딸을 위해 사이언톨로지 포기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톰 크루즈는 수리 크루즈의 생일, 학교 행사 등 수리 크루즈가 자라면서 겪는 모든 일들에 관심이 매우 많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점점 멀어져 가는 사이를 느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톰 크루즈는 이 종교의 열혈 신도로 알려져 있다. 2005년에 약 3600억원을 기부했고, 매년 10억원 이상씩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트래볼타는 가족이 모두 사이언톨로지를 믿는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할리우드 유명 신도의 명단만 현재 60명이 넘는다. 한편, 톰 크루즈가 믿었던 사이언톨로지는 미국의 공상과학소설가 로널드 허바드가 1954년 창시한 신흥 종교다.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과학기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종파로 전 세계 약 800만 명의 신도가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클래식·재즈 선율에 녹여낸 우리 동요

    클래식·재즈 선율에 녹여낸 우리 동요

    30년 가까이 외국에서 살아온 피아니스트 박종화(40)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특별한 여정에 나섰다.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동요를 끄집어내 피아노 선율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는 ‘엄마야 누나야’ ‘꽃밭에서’ 등 친숙한 동요 11곡을 추려 피아노 솔로 연주곡으로 재탄생시킨 앨범 ‘누나야’(NUNAYA)를 최근 발표했다. 2007년 서울대 음대 교수로 부임하기 전까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세계 각국을 누볐다. 부산에서 태어나 5세 때 도쿄 음악대학 영재학교에 입학했고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 음악원, 뮌헨 음대를 거쳤다. 2005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5위 및 최우수 연주자상을 거머쥐는 등 유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했으며 보스턴 심포니, 드레스덴 심포니 등과 협연했다. “2007년부터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고민이 많아졌어요. 이 시대 한국에서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죠.” 그러던 그는 2년 전 두 살 배기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다 우연히 동요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버튼을 누르면 동요가 나오는 책에서 들려온 ‘고향의 봄’이 귓가를 스친 것이다. “어릴 때 아버지가 집에 있는 피아노로 종종 쳐 주시던 곡이었어요. 그때부터 마치 지푸라기를 잡듯 제 뿌리를 찾으려 동요를 탐구하게 됐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고향의 봄’ ‘산토끼’ ‘섬집 아기’ 등 1900년대 동요와 ‘아리랑’ ‘새야 새야 파랑새야’ 등 민요가 실렸다. “이 시기의 동요는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당시의 시대정신과 감성을 담고 있어요. 노래를 통해 우리의 근현대 역사를 돌아볼 수 있죠.” 그중 ‘엄마야 누나야’를 타이틀곡으로 낙점했다. 평화를 꿈꾸는 김소월의 시가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섬집 아기’를 작곡한 이흥렬 선생의 아들인 작곡가 이영조를 비롯해 나실인, 김준성이 편곡한 동요들은 누구나 익히 아는 단순한 멜로디를 다채롭게 변주하며 풍성한 선율로 탈바꿈했다. 바흐의 대위법과 재즈의 화성 등 다양한 요소를 녹여 넣었다. “극적인 효과를 주려고 하기보다 동요에 담긴 역사적 상징과 개개인의 추억을 표현해 내려 했어요. 소리 자체와 소리의 사이사이, 그 소리가 합쳐져서 울림이 됐을 때 청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에 신경썼습니다.” 그는 ‘누나야’를 시작으로 클래식 음악 프로젝트 ‘사운드트랙 오브 유어 라이프’를 시작한다. 유명한 클래식 고전들을 해석하는 연주자를 넘어 스스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로서의 발걸음이다. “서구 연주자들이 자국의 곡을 연주하듯 한국의 연주자들도 우리의 정체성이 담긴 레퍼토리가 필요해요. 이런 작업들이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물음을 던져 주고 후배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9월부터 음반발매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에 나선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삶은 나와 안어울려”...‘병’ 없는 20대 안락사 허용 논란

    “삶은 나와 안어울려”...‘병’ 없는 20대 안락사 허용 논란

    벨기에 의료진이 건강상태에 문제가 전혀 없는 20대 젊은 여성의 죽음을 ‘돕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라라는 이름의 24세 벨기에 여성은 특별한 정신질환이나 말기 질병을 가지지 않았지만 오래 전부터 자살 충동에 시달려왔다. 그녀는 “삶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삶에 대한 거부 의지를 밝혀왔고, 벨기에 의료진은 안락사의 방식으로 그녀가 생을 마감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로라는 벨기에의 네덜란드어 일간지 ‘데 모르헨’(De Morgen)과 한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삶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아버지 등 부모님과의 갈등을 빚어왔고, 이후 조부모집에서 자랐지만 ‘자살’에 대한 생각은 약해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로라는 결국 21살 때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단란하고 안정적인 가족과 함께 자랐어도 ‘삶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분명 했을 것”이라며 죽음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결국 로라는 의료진의 ‘동의’를 얻어 안락사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안락사가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신체에 특별한 질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락사 허가가 내려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2001년, 벨기에는 홀란드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가 됐다. 예상대로 안락사 비율이 폭등했다. 2012년, 안락사 비율은 1133명이었던 2011년에 비해 25%나 증가해 1432명이 안락사를 선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벨기에 전역에서 사망한 사람 중 2%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 2월에는 말기 질병을 앓거나 오랫동안 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까지도 안락사가 가능한 법안까지 통과됐다. 세계 첫 어린이 안락사 허용 국가가 된 것이다. 한편 현지 언론은 로라의 안락사는 올 여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월드피플+] 벨기에 年1400여명 안락사...’건강’한 20대도 허용 논란

    [월드피플+] 벨기에 年1400여명 안락사...’건강’한 20대도 허용 논란

    벨기에 의료진이 건강상태에 문제가 전혀 없는 20대 젊은 여성의 죽음을 ‘돕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라라는 이름의 24세 벨기에 여성은 특별한 정신질환이나 말기 질병을 가지지 않았지만 오래 전부터 자살 충동에 시달려왔다. 그녀는 “삶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삶에 대한 거부 의지를 밝혀왔고, 벨기에 의료진은 안락사의 방식으로 그녀가 생을 마감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로라는 벨기에의 네덜란드어 일간지 ‘데 모르헨’(De Morgen)과 한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삶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아버지 등 부모님과의 갈등을 빚어왔고, 이후 조부모집에서 자랐지만 ‘자살’에 대한 생각은 약해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로라는 결국 21살 때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단란하고 안정적인 가족과 함께 자랐어도 ‘삶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분명 했을 것”이라며 죽음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결국 로라는 의료진의 ‘동의’를 얻어 안락사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안락사가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신체에 특별한 질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락사 허가가 내려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2001년, 벨기에는 홀란드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가 됐다. 예상대로 안락사 비율이 폭등했다. 2012년, 안락사 비율은 1133명이었던 2011년에 비해 25%나 증가해 1432명이 안락사를 선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벨기에 전역에서 사망한 사람 중 2%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 2월에는 말기 질병을 앓거나 오랫동안 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까지도 안락사가 가능한 법안까지 통과됐다. 세계 첫 어린이 안락사 허용 국가가 된 것이다. 한편 현지 언론은 로라의 안락사는 올 여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벨기에, ‘신체건강’한 20대 女에 안락사 허용

    벨기에, ‘신체건강’한 20대 女에 안락사 허용

    벨기에 의료진이 건강상태에 문제가 전혀 없는 20대 젊은 여성의 죽음을 ‘돕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라라는 이름의 24세 벨기에 여성은 특별한 정신질환이나 말기 질병을 가지지 않았지만 오래 전부터 자살 충동에 시달려왔다. 그녀는 “삶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삶에 대한 거부 의지를 밝혀왔고, 벨기에 의료진은 안락사의 방식으로 그녀가 생을 마감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로라는 벨기에의 네덜란드어 일간지 ‘데 모르헨’(De Morgen)과 한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삶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아버지 등 부모님과의 갈등을 빚어왔고, 이후 조부모집에서 자랐지만 ‘자살’에 대한 생각은 약해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로라는 결국 21살 때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단란하고 안정적인 가족과 함께 자랐어도 ‘삶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분명 했을 것”이라며 죽음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결국 로라는 의료진의 ‘동의’를 얻어 안락사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안락사가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신체에 특별한 질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락사 허가가 내려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2001년, 벨기에는 홀란드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가 됐다. 예상대로 안락사 비율이 폭등했다. 2012년, 안락사 비율은 1133명이었던 2011년에 비해 25%나 증가해 1432명이 안락사를 선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벨기에 전역에서 사망한 사람 중 2%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 2월에는 말기 질병을 앓거나 오랫동안 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까지도 안락사가 가능한 법안까지 통과됐다. 세계 첫 어린이 안락사 허용 국가가 된 것이다. 한편 현지 언론은 로라의 안락사는 올 여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파탄관계 유지는 고통” “가정 깨놓고 해방 요구”

    “파탄관계 유지는 고통” “가정 깨놓고 해방 요구”

    “파탄 난 결혼 생활을 억지로 유지하게 하는 것은 당사자 모두에게 고통을 줄 뿐입니다.”(김수진 변호사) “부정 행위로 혼인을 깨놓고 해방시켜 달라는 권리 남용을 법으로 보호해서는 안 됩니다.”(양소영 변호사)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가 15년간 별거하며 혼외자를 둔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개최한 공개변론은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방청권 180장은 일찌감치 동났다. 입장을 기다리는 방청객들이 길게 줄을 서며 인기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이혼·가사 소송에서 ‘스타 변호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두 여성이 각각 창과 방패로 나서 공개변론을 달궜다. 20년간 이혼 소송을 통해 경륜을 쌓은 김수진(48·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가 남편 측 입장에서, 방송인 김주하씨 등 유명인 이혼 사건을 맡으며 이름을 알린 양소영(44·30기) 변호사가 아내 측 입장에서 격론을 펼쳤다. 우리 사법부는 1965년 이후 50년간 결혼 파탄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허용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누구 책임인지 관계 없이 사실상 결혼 관계를 지속할 수 없으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파탄주의’에 대한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파탄주의로 판례 변경을 요구하는 김 변호사가 포문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유책주의가 바람 피운 남편이 일방적으로 아내를 내쫓는 ‘축출 이혼’을 억제해 약자인 여성과 가정보호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더이상 축출 이혼이 문제가 되는 시대가 아니다”며 달라진 사회상을 소개했다. 그는 2012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를 인용해 “국민의 55.4%, 전문가의 78.7%가 배우자 보호를 조건으로 파탄주의를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데 찬성했다”며 “세계 각국도 파탄주의가 대세”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이혼이 상대방에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경우 이를 제한하는 조항을 도입하고, 위자료나 재산분할과 관련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양 변호사는 “시대정신과 가치관이 바뀐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원칙과 권리가 있다”며 맞섰다. 그는 “얼마 전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온 뒤 결혼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면책 신호탄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 문제는 사회 기초를 이루는 가족에 관한 것으로 달리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책 배우자의 인권 보호보다는 피해를 입은 배우자와 자녀의 행복 추구권과 생존권이 더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법관들은 현재의 위자료나 재산분할 실태에 비춰볼 때 파탄주의를 받아들일 만한 환경인지, 유책주의 고수가 오히려 가정을 더 깨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선고는 이르면 8월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당신의 의식과 영혼, 세포의 화학 작용일 뿐

    당신의 의식과 영혼, 세포의 화학 작용일 뿐

    놀라운 가설/프랜시스 크릭 지음/김동광 옮김/궁리/500쪽/2만 3000원 “당신의 즐거움, 슬픔, 소중한 기억, 야망, 자존감, 자유의지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는 신경세포의 거대한 집합 또는 그와 연관된 분자들의 작용에 불과하다.” 인간의 정신 활동과 뇌의 작동 원리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인 프랜시스 크릭의 환상을 깨는 대담한 주장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철학이나 종교의 영역에 머물렀던 의식과 정신, 영혼의 문제가 실험을 통한 과학적 접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놀라운 가설’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공로로 제임스 왓슨과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이 1994년 출간한 책으로 철저한 과학적 입장에서 정신과 의식의 문제를 다룬다. 노벨상 수상 이후 생명에 대한 탐구를 이어 가며 분자생물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크릭은 생명에 대한 마지막 주제로 당시로선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던 의식을 선택한다. 인간의 정신활동 중에서도 가장 고등한 정신 활동인 의식이 결국은 신경 집합체인 뉴런들의 물리화학적 활동과 다름없다는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책은 뇌에 관한 크릭의 접근 방식을 담고 있는 ‘놀라운 가설’에 대한 대담한 주장으로 시작된다. 의식의 일반적 성격을 개괄적으로 살핀 뒤 ‘시각을 통한 인식’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중심으로 의식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그 주제가 실험적인 공략이라는 접근 방법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크릭은 설명한다. 그는 우선 ‘본다’는 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박한 통념이 대부분 잘못돼 있음을 지적한 뒤 시각 지각과 연관된 뉴런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밝히는 실험들을 소개한다. 크릭의 가설이 유효한지,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도 논쟁의 여지가 크지만 생명에 대한 물리적 접근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김연희 할머니 별세… ‘49’, 50분도 안 남은 위안부 생존자

    김연희 할머니 별세… ‘49’, 50분도 안 남은 위안부 생존자

    김연희(83) 할머니는 12세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7개월간 고초를 겪었고, 이후 한평생을 ‘성폭력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결혼조차 하지 않은 채 무너진 인생을 홀로 추스러 온 김 할머니는 지난 24일 경기 용인의 한 요양병원에서 한 많은 세상과 작별했다. 올 1월 황선순(89)·박위남(93) 할머니, 4월 이효순(90) 할머니, 이달 11일 김달선(90)·김외한(81) 할머니에 이어 올 들어 6번째의 위안부 피해자 별세다. ●수요집회서 “당시 놀러가는 줄 알았지” 25일 김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영등포구 신화병원 장례식장은 평생 혼자였던 고인의 삶처럼 어둡고 쓸쓸했다. 김 할머니의 유일한 피붙이로, 평생 의지했던 여동생만 휑한 빈소를 지키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상경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일본인 교장의 농간으로 일본에 보내졌다. 일본 도야마 현에 있는 항공기 부속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9개월을 일하다 아오모리 현의 군 위안소에 끌려갔다. 김 할머니는 과거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나와 “당시 우리는 놀러가는 줄로만 알았다”며 어린이까지 닥치는 대로 유린했던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다. 김 할머니는 해방을 맞아 귀국했지만 어린 나이에 위안소에서 겪은 성폭력 후유증으로 평생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대외 활동을 꺼렸던 김 할머니는 서울에서 여동생 가족과 함께 생활하다 6~7년 전부터 요양병원을 전전했다. ●평생 정신과 치료… 결혼 않고 독신 생활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할머니들께서 임종을 앞두고 그런 말씀들을 하세요. ‘난 죽더라도 죽은 게 아니다. 일본은 더 독해질 테지만 나는 죽어서도 맞서 싸우겠다’는 말에 안타깝고 울분이 치솟습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9명으로 줄었다. 김 할머니의 장례식은 26일 오전 6시 30분에 치러진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20년 전 내 딸을 죽인 남자…용서, 또 다른 이름의 복수

    20년 전 내 딸을 죽인 남자…용서, 또 다른 이름의 복수

    딸을 죽인 연쇄살인범을 엄마는 용서할 수 있을까. 증오가 증오를 낳는 지금의 사회에서 답은 당연히 ‘아니요’일 것 같지만, ‘용서’는 생각보다 복잡한 맥락 위에 놓여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남을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때로는 용서가 복수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연극 ‘프로즌’은 넌지시 일러준다. 영국 극작가 브리오니 래버리의 대표작으로 국내 초연되는 ‘프로즌’은 마니아 관객들의 지지를 받는 극단 맨씨어터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김광보 연출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개막 전 모든 회차의 티켓이 매진될 정도였다. 뚜껑을 연 ‘프로즌’은 단출하고 간명했다. 죄책감과 용서 사이에서 갈등하는 극한의 심리전(戰) 속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데에 세 배우의 연기 외에 다른 어떤 장치도 필요하지 않았다. 딸을 잃은 채 20년 동안 고통 속에 스스로를 밀어넣은 엄마 낸시, 어릴 적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기억이 소아성애로 발현된 연쇄살인범 랄프, 그와 같은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며 스스로도 불륜으로 인한 죄책감을 짊어지고 있는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는 저마다 얼어붙은 가슴을 부여잡고 살아간다. 극 초반 30분간 각각의 독백이 펼쳐지는데, 무대 한가운데에 놓인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배우들은 퇴장하지 않고 다른 배우의 이야기를 듣는다. 포효하는 절규에 머리를 감싸 쥐거나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의 고통을 더해 간다. 20년이 지나 낸시는 랄프를 용서하지만, 난생 처음 용서를 받은 랄프는 오히려 더 큰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이끈다. 용서를 하는 것보다 용서를 받는 게 더 고통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지점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김광보 연출과 우현주, 이석준, 정수영 등 극단 맨씨어터 배우들의 열연이 맞물려 절제되면서도 뜨거운 연극이 탄생했다.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5000원. (02)744-7661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풍납1동 아파트 옥상엔 사랑이 자란다

    풍납1동 아파트 옥상엔 사랑이 자란다

    “아파트 옥상에서 기른 채소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드려요.” 송파구는 풍납1동 동아한가람아파트 봉사단이 직접 수확한 쌈 채소를 동네 홀몸어르신들과 나누는 ‘사랑의 야채 기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송파구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받아 도시농업에 나눔정신과 자원봉사를 접목한 것이다. 아파트 봉사단은 2013년 아파트 상가 옥상에 상자텃밭 80여개를 일구며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봄·여름에는 쌈 채소를, 가을에는 배추를 심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란 채소들은 한 달에 두세 차례 저소득 독거노인 30~40가구에 찾아가 직접 전달했다.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기른 싱싱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직접 찾아가 안부도 묻는 1석2조의 아이디어인 셈이다. 또 단지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즐겁게 봉사하고, 값진 땀방울로 지역 나눔도 실천하는 새로운 자원봉사였다. 덕분에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의 ‘2014 도시농업 최고 텃밭상’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사업’으로 지원받아, 지난 4월부터 상추와 치커리, 오크, 로메인 등의 모종을 심고, 수시로 물을 주며 정성으로 재배하고 있다. 수확물 배달은 아파트 청소년 봉사자들과 함께한다. 싱싱한 채소를 이웃 어르신들과 나누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인성교육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용주 봉사단장은 “시중에 파는 채소와 달리 크진 않지만, 친환경으로 재배돼 속이 알차다며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또 청소년 봉사자들도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고 손주 노릇을 톡톡히 하는 등 정이 넘치는 마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5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동아한가람아파트 봉사단은 아파트 봄맞이 대청소와 나눔 바자회뿐 아니라 지하 1층에 대형 세탁기와 빨래 건조기를 구비, ‘사랑의 빨래터’ 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그들은 왜 ‘어린 전사’를 키울까?

    [송혜민의 월드why] 그들은 왜 ‘어린 전사’를 키울까?

    이슬람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최근 새로운 선전용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얼굴에 복면을 쓴 채 복싱 경기장과 비슷한 커다란 링 안에서 훈련을 받는 모습을 담고 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링 안에는 키가 작은 아이들이 지휘관으로 보이는 성인 남성으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유격훈련이 실시되는 외부로 이동되기도 한다.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성인 남성은 바닥에 누운 아이들의 배 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니고, 아이들은 겁도 없이 머리로 벽돌을 부수는 등 아찔한 훈련을 이어간다. IS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현혹하고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이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이들을 납치해 자살폭탄테러에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왜 IS는 힘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교육과 훈련을 강행하는 것일까. ▲극단적인 종교집단‧사상주의 국가‧군대가 필요한 이들이 선택한 아이들 IS의 ‘차일드 웨폰’(Child Weapon)과 비슷한 사례는 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종교‧국가를 막론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뇌교육을 통해 원하는 사상과 관념을 각인시키려 애쓴다. 강력한 공산주의 사상을 강조하는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교과서를 통해 북한 학생들에게 “김정은은 3살 때 자동차 운전을 했다”라는 내용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세뇌교육을 통한 김정은 우상화의 한 단계다. 2012년 홍콩에서는 친중국 ‘홍색 세뇌 교육’에 반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됐다. 홍콩 정부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 정체성을 고취하기 위한 ‘도덕‧국민교육’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당시 친중국계의 렁춘잉 행정장관은 국민교육이 중국의 현재와 역사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학부모와 교사 단체들은 아이들에게 중국 공산당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세뇌교육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소말리아 아이들은 굶주림 속에서 강한 세뇌를 받고 총대를 멨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소말리아 정부는 수백 명의 아이들을 전선에 배치시켰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장총을 어깨에 짊어지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총알을 장전하며 어른들 사이에 섰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살길이 막막한 아이들에게 전쟁터는 집과 다름없었다. 정부군‧반군 할 것 없이 아이들을 세뇌해 전쟁의 정당함을 강조했다. 위의 사례들은 수많은 아이들이 누구보다도 쉽게 세뇌될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을 이용한 일부 단체와 국가, 어른들이 각기 다른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이들을 동원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문제는 어떤 아이들에게 있어서 세뇌는 그저 ‘비폭력적인 교육’에 불과하지만, 일부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타인의 목숨까지 좌우하는 강력한 ‘무기’로 변모한다는 사실이다. ▲“어린아이들일수록 피암시성 높아 쉽게 세뇌당해” IS같은 극단적인 무장단체가 작고 힘없는 아이들을 동원하고, 선전용 영상까지 만들어가며 더 많은 아이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이들의 관념과 사상을 조종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피암시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피암시성이란 타인의 암시에 빠지는 성질을 뜻한다. 타인의 암시를 받아들여 자신의 의견이나 태도에 반영하는 성질이다. 예컨대 점을 보러 무당을 찾았을 때 무당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쉽게 동조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피암시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배지수 정신과 전문의는 “피암시성은 문화적 또는 개인의 차이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권위의 차이가 클수록 피암시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어른이 아이에게, 혹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특정 관념을 주입하려할 때 피암시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비판적인 사고(思考) 시스템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분석할 능력이 없다. 특히 폭력적이고 상하관계가 명확한 상황이라면 아이들이 현혹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사람을 죽이는 잔혹한 행위에 대한 정당성 역시 쉽게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리고 작은 손과 날카로운 총‧칼은 어울리지 않는다. 종교와 사상, 문화적 차이를 떠나, 모든 아이들이 아이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길 희망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고]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을 맞아/김영혜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포럼 고문방지대사

    [기고]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을 맞아/김영혜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포럼 고문방지대사

    6월 26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이다. 일제강점기와 권위주의 정부 시기를 거치며 고문으로 인해 고통받고 희생당한 역사가 있는 만큼 이날은 우리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물론 1990년대 이후 ‘공무원 등이 정보와 자백을 얻거나 처벌을 위해서, 또는 협박·강요할 목적이나 차별적인 이유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전통적 의미의 고문이 꾸준히 감소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이상 고문에 대한 논의는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소위 선진국가들에서 주로 제기되는 의문이기도 하다. 유엔은 세계적으로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인 고문을 방지하고, 이를 위한 각 국가의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1984년에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와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이하 고문방지협약)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에 이 협약에 가입했다(158개국 가입). 고문방지협약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잔혹한 물리적 고문뿐만 아니라 고문에 미치지 아니하는 ‘그 밖의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방지하는 것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에서도 고문의 문제는 비인도적인 부당한 처우의 문제까지 그 폭을 넓혀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고문이나 부당한 처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따라서 관련 사건의 발생 빈도나 강도가 낮아졌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되는 진정 사건을 보면 여전히 체포 및 구금 과정에서의 과도한 조치나 군대에서의 비인격적인 부당한 처우에 대한 호소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윤 일병 사건 등과 같이 군대에서의 폭행, 괴롭힘과 그로 인한 총기 난사, 자살 등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비인도적인 부당한 처우가 사람의 정신과 신체뿐 아니라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도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이는 국제적으로 고문방지협약의 이행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유엔은 2002년에 고문이나 부당한 처우 방지를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구금 장소에 대한 정기적 방문이라는 예방제도’를 고안해 각 국가에서 이러한 제도를 수립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를 채택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78개국 가입).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국내법에 따라 고문이나 부당한 처우에 관해 진정사건 조사와 같이 사후적 구제 기능을 담당하는 것 외에도 교도소, 유치장, 군 영창, 정신병원 등 구금시설에 대한 사전예방적 방문 조사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위의 선택의정서가 요구하는 기능을 사실상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을 맞아 우리의 고문 방지 노력을 세계에 알리고,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유엔 고문방지협약의 이행과 선택의정서 가입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 [새로운 50년을 열자]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은 100년 전 고래들 속 새우 아니다…돌고래 정도로 성장”

    [새로운 50년을 열자]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은 100년 전 고래들 속 새우 아니다…돌고래 정도로 성장”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는 “한·일 국교정상화는 양국 모두 경축해야 할 역사의 마디”라며 “국교정상화 이후 50년간 양국은 서로 윈윈한 사이였으며 최근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양국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바뀐 것에 대한 상호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 지난 21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은 더이상 100년 전 강대국이라는 고래 틈바구니에서 허우적대던 새우가 아닌 돌고래 정도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일 관계를 진단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1965년 이뤄진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은 두 나라가 함께 경축해야 할 역사의 마디다. 그런데 정작 두 나라는 경축해야 할 시기에 정상회담도 열지 않고 국민 간 호감도도 오히려 나빠졌다. 일본 내 혐한론도 돌이키기 힘들 정도다. 직접적인 원인은 분명히 역사 인식과 과거사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그 배경에는 한·일 관계의 구조가 바뀐 내력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1910년 한국은 주변의 열강인 고래의 싸움에 휘말려 자기 몸도 지키지 못한 새우 신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이상 새우가 아닌 돌고래 정도로 성장했다. 한·일 관계 역시 오랫동안 지속됐던 수직적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바뀌었다. 양국 모두 이런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의 의의와 기여한 사람을 굳이 꼽는다면. -세계사에서 식민지와 지배국이 과거사를 사죄하고 배상하며 대등한 조건에서 국교를 맺은 사례가 없다. 없는 모델을 만들다 보니 한국과 일본은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나 배상을 애매하게 처리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으로서는 민생과 안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경제 협력 방식의 국교정상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냉전이 격화되자 일본에도 한국은 안보와 경제 면에서 중요했다.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최고 권력자였던 박정희를 기여자로 꼽을 수 있다. 또 기본 틀을 만든 김종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에서는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를 들 수 있다. 전 총리 기시 노부스케는 사토의 친형이자 현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로서 막후에서 도왔다.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는 만주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한 사람들은 국익이 뭔지를 알고 있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국교정상화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한국에 이득이 됐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은 더 큰 이익을 얻었다는 점도 얘기해야 한다. 일본인들은 한국이 어려울 때 많이 도와줬는데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한국이 받은 자금은 현금이 아닌 노무와 물자 및 서비스 등이었다. 그것을 통해 떼돈을 번 것은 일본 기업이었다. 박정희 시대에 일본에서 들어온 공적 자금은 13억 달러 정도인데 일본은 무역에서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남겼다. 그런 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부단히 자본과 기술을 축적해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국이 모두 득을 봤다. 1965년 당시 1년에 1만명이 두 나라를 왕래했는데 지금은 550만명이 넘는다. 무역액도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런 수치를 보면 한·일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게 진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 →식민 지배 가해자로서 일본의 책임은 이제 끝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한국병합조약(1910년)의 불법·무효, 합법·유효 여부를 놓고 논쟁을 계속했다. 평행선을 달리다 보니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조약에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일본이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주어와 ‘한국’이라는 상대를 지칭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문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공동선언이었다. 2010년 당시 간 나오토 총리가 한국병합조약 100주년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인의 의사에 반한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사용해 한국병합조약이 강제로 이뤄졌다는 점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그때가 과거사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역사 인식이 절정에 달한 시기라고 본다. 지금도 일본은 국교정상화조약으로 과거사 문제는 영원히 그리고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할린에 버려둔 한국인이나 원자폭탄 피폭자 등에 대해서는 인도적 견지에서 나름대로 보완 조치를 취해 왔다. 한국으로서는 성에 차지 않지만 일본이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닌 만큼 한 것은 한 것대로 평가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고 지적하는 것이 좋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해법은 무엇일까. -한·일 양국 정부가 국장급 회담을 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어떤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가의 책임과 배상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양국의 주요 운동단체가 논의해 제시한 의견도 참고가 될 것이다. 일본군이 위안소를 만들고 통제했으며 ‘위안부’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모집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선이다. 그런 후에 적절한 사죄와 보상 및 기념 등의 후속 조치를 하면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사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양국이 미래를 위해 협력할 사안은 무엇인지. -한국은 자유, 민주, 지력, 기술, 평화, 인권, 환경 등에서 일본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성취다. 한국의 강인한 개척정신과 일본의 뛰어난 노하우 등을 합치면 서로 도움이 되는 분야가 많다. 환경이나 에너지 및 사회안전망 등은 더욱 배울 만하다. 중국의 부상 속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 적당히 손잡고 가는 것은 플러스가 된다. 남북 통일을 전망하면 더욱 그렇다. →21세기 동북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양국이 노력해야 할 일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이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20~30년이 지나더라도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3국 간 국력 차이가 너무 크다. 중국의 국토는 한국의 100배, 인구는 30배에 달한다. 다행히 한·일 간 국력 차이는 줄어들었다. 20년 전만 해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2배였으나 지금은 5분의1로 줄었다. 따라서 3국이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되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남북 통일의 분위기를 형성해 가야 한다. →동북아 지역 협력을 위한 화해의 실마리를 무엇으로 풀어야 할까. -우선 경제적으로 한·일 간 상호 이익을 심화시키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빨리 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역사 문제는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수 있다. 과거사와 관련된 주요 행위자, 곧 한·일 양국의 정부와 기업 등 4자가 공동으로 출연하는 재단(가칭 한일미래재단 또는 한일우호신뢰재단)을 만들어 식민지 지배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다. 이의 출범과 함께 양국의 수뇌가 역사 문제를 더이상 정치외교의 현안으로 삼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그런 후에 역사 인식의 개선은 연구자, 교육자, 시민의 역할에 맡겨야 한다. →양국 시민사회 간 연대 강화가 두 나라 관계 발전과 협력의 대안이 될 수 없을까. -양국 시민사회 간 교류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본격화됐다. 그 전만 해도 양국은 경제나 안보 면에서 가까웠지만 일본인들은 한국을 군사독재국가라는 시각에서 바라봤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민주사회를 이룩함에 따라 일본 시민사회와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역사 분야만 해도 한·일 간 공동 연구가 진척돼 공통 교재 개발에까지 이르게 됐다. 양국에서 동시 출판한 것이 5종류나 된다. 시민사회의 교류는 두 나라의 관계 발전에 기여했고 앞으로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유럽연합(EU)처럼 될 수 없나. -우리와 중국은 이미 FTA를 맺었다. 일본이 그 장점을 이용하기 위해 한국을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일 양국은 이미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젊은 정보기술(IT) 인력이 일본에 많이 진출해 있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도 더러 있다. 앞으로 한·일은 경제 통합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고 보는데, 중국은 여러 문제 때문에 힘들 것이다. 한·중·일이 EU처럼 되는 것은 멀고 먼 이야기다. →미·일 동맹 강화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역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남북 통일이 되기까지 미국과의 동맹을 버릴 수 없다. 따라서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맞는다고 본다. 중국도 한국의 처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스스로 줏대 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좋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일본에 설명을 요구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에도 쓴소리를 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흔들리다가는 또 새우 신세가 된다. →양국 지도자에 대한 바람이나 제언이 있다면. -양국의 지도자가 한·일 관계를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양국은 2000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전쟁 등의 불행한 일도 겪었지만 교류를 통해 자신의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서로 강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겪고 있는 갈등은 극복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일본이 고대문명을 형성하는 과정에 한반도에서 건너간 이른바 도래인이 큰 역할을 했고 한국이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이 소화한 서양문명을 받아들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웃 간에 사이가 좋지 않으면 이사를 가면 그만이지만 국경을 맞댄 나라 사이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교류 협력해 상호 발전에 이바지하는 관계를 맺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정재정 교수 정재정 교수는 1951년 9월생으로 충남 당진 출신이다. 1974년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한국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에서 한·일 관계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부터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제1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09년에는 제2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과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 채택 및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6년 9월에 설립된 교육부 산하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다.
  • [현장 블로그] 모든 게 좀 나아졌다는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메르스 관련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국의 확진환자, 사망자, 격리대상자 수 발표는 어느덧 매일 아침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좀처럼 두려움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메르스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나 정부당국에 대한 질타가 반영된 댓글이 빠르게 붙습니다. 지난 18일 기자가 쓴 ‘2차 감염 전무…독일과 미국에서 배운다’ 기사에도 ‘(보건당국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처하라’, ‘정부야말로 슈퍼전파자’ 등 날선 의견과 반응이 줄줄이 댓글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그 중 눈에 띈 댓글이 있었습니다. ‘모든 게 좀 나아졌다는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짧지만 인상 깊은 댓글이었습니다. 메르스 사태의 장기화로 힘든 건 환자와 격리대상자, 의료진뿐만은 아닙니다. 국민 모두가 메르스 소식에 지쳐가고,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가들은 ‘예기불안’(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불안) 증상은 비단 격리대상자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 재채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거나 외출을 삼가는 것은 따지고 보면 예기불안의 반영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금은 정부와 의료진, 국민들이 마음을 합하고 힘을 모을 때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총력을 다해 메르스 방역을 잘 마무리해야 하고 국민들은 위생수칙을 지키며 자중자애를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메르스 사태를 키운 책임자를 처벌한다는 식의 엄포를 놓거나, 엄연히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상황에서 그저 ‘중동식 독감’ 정도라고 축소해 말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효율성만을 좇다가 부실해진 공공 의료체계의 난맥상을 바로잡는 일도 메르스 극복 이후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창비 대표, 비난 여론에 사과… “표절 혐의 제기할 법하다”

    창비 대표, 비난 여론에 사과… “표절 혐의 제기할 법하다”

    일본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의 작품 일부를 표절했다는 논란과 관련, 소설가 신경숙(52)씨와 문제의 작품을 발행한 출판사 창비의 해명이 더 큰 반발을 낳고 있다. 문단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와 거대 출판사의 의기투합이 역풍을 초래한 것. 문단 안팎에선 출판계 내에 표절 여부를 규명하는 전문 집단이 없는 데다 표절을 판명하는 공식적인 기준조차 없는 게 진위 공방의 진흙탕 싸움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절 여부에 대한 수사권을 지닌 문화체육관광부도 당사자의 고소가 있으면 조사할 수 있지만 표절 여부를 가리는 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지난 17일 표절 논란이 불거진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라는 작품을 알지 못한다며 표절 의혹을 일축했다. 창비는 한발 더 나아가 “문장 자체나 앞뒤 맥락을 고려해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하기까지 했다. 이에 18일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들 입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20년 넘게 창비를 구독해 왔다. 나에게 창비는 의리였다. 신경숙 이전에 창비가 흔들린다. 창비도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는가”라고 비꼬았다. 고종석 작가는 “이게 다 신경숙씨가 창비에 벌어준 돈 탓이다. 창비는 한때 거룩했던 제 이름을 돈 몇 푼과 맞바꿨다. 이제 간판 내릴 때 됐다”고 힐난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는 “문장 표절은 분명하게 인정하고 고개 숙인 다음 시간이 지난 뒤 다른 부분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 첫 단추를 잘못 채워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창비 내에서도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창비직원A’(@unknownmembera)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부끄럽고 실망스럽다. 회사의 기괴한 입장 표명이 바로 한국문학에 대한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했고 ‘창비직원Z’(unknownmemberz)는 “한 동료가 ‘창비가 아니라 창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회사가 하루빨리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바란다”고 성토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창비는 이날 오후 강일우 대표이사 명의의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난 17일 본사 문학출판부에서 내부 조율 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낸 점 사과드린다.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며 표절 부인을 사실상 철회했다. 문단 안팎에선 “표절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표절 여부를 가릴 기준이나 기관이 없어 이번 논란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씨의 작품 ‘딸기밭’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작별인사’ 등도 그간 수차례 표절 의혹이 제기됐지만 매번 유야무야됐다. 문학평론가 정문순(46)씨도 지난 16일 신씨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45)씨보다 15년 앞선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실은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 기고문에서 신씨의 단편 ‘전설’은 명백히 ‘우국’의 표절작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대로 묻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사자가 고소하면 저작권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감정하겠지만 표절로 고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출판계 내부의 자정 작용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계 자율심의기구인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사재기나 도서정가제만 심의할 뿐 표절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스페인 가톨릭 영성 성지를 가다] ‘영적 심장’ 2000년 고도 톨레도

    [스페인 가톨릭 영성 성지를 가다] ‘영적 심장’ 2000년 고도 톨레도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은 독특한 천주교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종교개혁의 구호와 운동이 거세게 번지는 격동과 혼란의 순간에도 천주교를 이탈하지 않는 신학과 영성이 유난히 강했고, 그 올곧은 믿음의 정신과 신앙의 질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관으로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스페인의 가톨릭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영성 성지를 돌아보는 순례 행사가 열려 본지 김성호 선임기자가 동행했다. 4회에 걸쳐 현지 순례 인상을 연재한다. 지난 7일 오전 10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약 72㎞ 지점에 오뚝하게 선 2000년 고도 톨레도의 복판인 톨레도 대성당. 고딕의 웅장한 ‘하느님 집’ 외관에 압도당해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경당(소성당) 속 신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성체성혈대축일을 기리기 위해 톨레도의 주교좌성당에 일찍부터 모인 예수님 제자들의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성체성혈대축일은 예수님이 성체성사를 세워 몸과 피를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내어줌을 기념하고 되새기는 천주교 일곱 성사 중 하나다. 전체 인구의 85%가 가톨릭 신자인 만큼 가톨릭 국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스페인 대표 영성 성지에서 만난 부활 끝자락의 각별한 인상이 불청객을 사로잡는다. 다소 어두운 듯한 공간에 자리잡은 22개의 경당을 지나쳐 중앙 제대에 이르니 5600개의 조각과 1만 2000개의 황금 나사로 만들었다는 거대한 성광(성체 현시대)이 일행의 눈길을 끈다. 평소 이곳 감실에 모셔진 성체를 성체성혈대축일 때마다 거리로 모시고 나와 행렬을 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란다. 맞은편 소성당인 코로에 우뚝 서 있는 백성모마리아. 미사 때 129명의 보좌주교와 참사 신부들이 앉는다는 공간 한가운데 들어선 성모마리아의 턱을 만지는 아기 예수와 그 모습에 웃고 있는 성모마리아의 현신을 본 방문객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걸출한 영성가들과 아직까지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신학, 신비주의로 압축된다는 스페인 가톨릭의 첫 영성 성지에서 만난 성모마리아의 웃음, 그 웃음에 톨레도를 잠깐 얹어 본다. 로마제국의 지배 후 서고트족이 들어오면서 서고트 왕국의 수도로 번영했던 곳이다. 711년부터 1492년까지 무려 780년간 이슬람 지배하의 수도였으며 1085년 알폰소 6세의 탈환 이후 1561년 펠리페 2세의 마드리드 수도 천도 때까지 스페인 수도로서 정치, 문화, 산업의 중심지였다는 가이드의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박힌다. 그 톨레도는 과연 무엇일까. 로마 지배의 영향으로 세워진 난공불락의 요새인 톨레툼(방어지대)일까, 유대교와 이슬람, 가톨릭이 혼재했던 관용과 융합의 톨레랑스 지대일까. 안내자의 한마디가 콕 박힌다. “적지 않은 부를 형성하고 있었던 30만명의 유대인들이 가톨릭의 중심 도시로 바뀐 뒤 떠날 것인지 머물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통치자의 말을 따라 이동했고, 이는 스페인 몰락의 적지 않은 원인이 됐다.” 그 한편에선 성당이며 건축물들을 세우고 복원할 때 이슬람 신자들을 참여시켰다니 톨레도는 관용과 조화의 종교 공간임이 틀림없다 제의실로 들어서니 예사롭지 않은 성화들이 눈에 박힌다. 성당의 주보인 성 일데폰소 대주교가 성모마리아로부터 제의를 하사받는 천장 벽화며 입고 있는 빨간 성의가 벗겨지는 순간에도 평온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성화인 중앙의 ‘모욕당하는 예수’, 그리고 ‘베드로의 눈물’…. 중앙 제대 뒤편으로 옮기자니 천장 아래로부터 중앙 제대로 쏟아지는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리석의 바로크식 조각들이 빛을 받으니 무수한 천사가 힘차게 약동한다. 미소 짓는 성모마리아를 뒤로한 채 성당을 나오니 좁은 거리에 기다랗게 이어진 천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오후에 있을 성체성혈대축일 성체 현시대 거동 행사 때 길을 인도하고 햇빛을 가리는 천들이다. 집집마다 벽에 내건 추기경 문장이며 알록달록한 태피스트리들이 강렬한 빛과 색의 조화를 이뤄 눈부시다. 태피스트리와 천들의 향연에 취해 잠시 걷다가 골목 한편에서 맞닥뜨린 산토 토메 성당. 호기심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서자 스페인에선 빼놓을 수 없다는 화가 엘 그레코(1541~1614)의 최고 걸작이라는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 교회의 후원자였던 돈 곤살로 루이스를 매장할 때 스테파노와 아우구스티노 두 성인이 나타나 친히 백작의 시신을 입관했다는 기적의 장면을 묘사한 명화다. 이 명화를 보려는 전 세계의 신자며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안내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톨레도의 가톨릭 영성을 가늠하기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톨레도를 휘감아 흐르는 타호강을 건너기 전 뒤돌아본 적갈색의 성채 도시 맨 아래에 자리잡은 산 후안 데 로스 레예스 성당. 이슬람 지배 시절 이슬람 교도들로부터 받은 치욕을 잊지 말자며 성당 외벽에 걸어 놓은 옛 지하감옥의 쇠사슬이 둔중하게 걸려 있다. 스페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심장 격의 역사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톨레도의 가톨릭을 한눈에 압축해 보이는 흔적이 아닐까. 글 사진 톨레도(스페인)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뮤지션·작가 등 창작 직업, 정신병 비율 더 높다”

    뮤지션·작가 등 창작 직업, 정신병 비율 더 높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정신병을 앓았던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아이슬란드 디코드 제네틱스 연구팀은 창작자와 정신병과의 인과 관계를 밝혀낸 논문을 뇌과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아이슬란드인 총 8만 6000명의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한 이번 연구는 창작자들이 유전적으로 더 조울증과 정신분열증같은 정신병을 겪는다는 결과여서 충격을 준다. 연구팀은 창작자 분류를 직업군으로 분석했다. 예를들어 화가, 작가, 뮤지션(이하 창작 집단)등으로 이들의 비교대상은 창작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농부와 단순 노동자군(이하 비창작 집단)이었다. 그 비교 결과는 흥미롭다.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유전적 변이주(genetic variant)의 경우 창작자 집단이 비창작 집단에 비해 2배나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또한 조울증의 위험 역시 창작 집단이 비창작 집단에 비해 30% 이상 높았다. 아이슬란드의 국립예술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예술가 회원이 비회원보다 17%나 유전적 변이주가 많음이 확인돼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는 더 있다. 연구팀이 네덜란드와 스웨덴의 총 3만 5000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창작자 집단이 비창작 집단 보다 정신질환 환자가 25% 더 많았기 때문이다. 디코드 제네틱스 CEO 카리 스테판손 박사는 "창작은 곧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이라면서 "어떤 사람이 새로운 것을 창작할 때 그 사람은 온전한 정신과 미친 정신 사이에 다리를 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결과는 소위 '미친 천재'라는 오래된 개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발효식품이 사회불안증 위험 낮춘다 (연구)

    발효식품이 사회불안증 위험 낮춘다 (연구)

    피클이나 요거트 등 발효 식품이 신체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과 윌리엄앤매리대학 합동 연구진은 요거트 등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사회불안장애, 일명 사회공포증(소셜포비아)을 앓을 확률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사회불안장애, 혹은 소셜포비아는 타인 앞에서 당황하거나 우스꽝스러워 보일 것 같은 사회불안을 경험한 뒤 다양한 사화적 상황을 회피하고 이로인해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사회불안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 형성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끼기 쉽다. 이러한 사회불안장애는 최근 현대인에게서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는 정신적 불안장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낯선 사람과 대화하거나 어느 그룹에 속하는 것 또는 가까운 곳으로 쇼핑을 가거나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받는 등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연구진은 71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30일 동안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평소 생활습관과 사회적 성격 등을 알 수 있는 설문지를 배포하고 조사 기간 동안 발효식품 섭취량과 운동량, 과일과 채소 섭취량 등을 알아봤다. 실험 참가자들이 먹은 발효식품에는 요거트와 발효된 두유, 발효된 독일식 김치인 자우어크라우트, 일부 다크초콜릿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후 소셜포비아 여부를 알 수 있는 ‘성격 평가’를 실시한 결과 위의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사회불안장애 지표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매튜 히리마이어 박사는 과거 동물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실험에서, 프로바이오틱(생균제)을 섭취한 동물의 ‘가바’(GABA·뇌세포 대사기능 촉진 신경안정물질)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는 항불안증 완화에 주로 쓰이는 디아제팜(Diazepam)등 약물을 주입했을 때와 같은 효과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발효 유산균을 포함하며, 최근 출시된 발효식품 상당수에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돼 있다. 연구진은 “우리 몸 내부에 신경안정물질이 늘어날수록 불안증은 감소한다. 발효식품은 다량의 신경안정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사회공포증 같은 증상이 완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정신의학 연구 저널’(journal Psychiatry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이 와중에 판치는 무질서와 비양심

    메르스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더라도 퇴치를 앞당기는 몫은 국민에게 있다. 메르스의 덜미를 잡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덕목은 성숙한 시민 의식이다. 날마다 수백 명씩 늘어나는 자가 격리자의 경우 하루 한두 차례의 확인 전화만 피하면 얼마든 눈속임을 할 수도 있는 형편이다. 책임 있는 시민정신과 확고한 공동체 의식만이 메르스 진압의 해답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일부 ‘민폐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태는 메르스 퇴치에 온힘을 모으고 있는 국민들을 맥빠지게 한다. 며칠 전에는 울릉도 여행을 떠난 격리 대상 여성이 급히 이송하러 현장을 찾아온 방역 담당자의 지시를 거부한 채 버티고 앉은 모습이 인터넷을 달궜다. 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된 병원을 간 적 있느냐는 의료진의 계속된 질문에도 끝까지 거짓말을 하다 결국 확진자로 판정돼 주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불똥을 튀긴 사람도 있다. 자발적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셀프 격리’ 대상자들의 이런 몰지각한 행태는 단순 비난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도전이다. 2003년 사스 발생 시 싱가포르는 자가 격리 지시를 어긴 사람은 전자팔찌를 채우고 구속하겠다는 초강력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혼란을 악용한 비양심 행태들은 또 어떤가. 호흡기 감염을 우려해 음주 단속을 하지 않는 틈을 노려 취중 운전을 하는 얌체족들이 늘었다고 한다. 자신을 메르스 감염자라고 속여 경찰 출석을 거부한 사기 피의자도 있고, 품귀 현상을 빚는 마스크를 몇 배나 바가지 씌워 팔아먹는 악덕 약국까지 설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적인 자세는 메르스 차단에 독이다. 누구든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협력해야 한다. 자가 격리자들에 대한 격려와 응원도 필수다. 메르스 증상이 발현될 때까지의 잠복기 동안 감금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야 하는 그들을 공포의 대상으로만 몰아가서야 음성적 확산만 부추기게 된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 내는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방역 무능 국가로 만방에 들통 난 판에 “그 정부에 그 국민”이란 소리까지 들어서야 하겠는가.
  • 창작의 싹도 싹둑 잘릴라…전규환 감독 ‘성난 화가’로 본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의 수난

    창작의 싹도 싹둑 잘릴라…전규환 감독 ‘성난 화가’로 본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의 수난

    영화감독이라면 자신이 만든 작품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그에 앞서 기존에 만들어진 여타 작품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예술가로서 더욱 간절한 꿈일 것이다. 문제는 두 가지 소망이 양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왕왕 빚어진다는 점이다. 전규환 감독의 신작 ‘성난 화가’(18일 개봉)는 죄와 벌의 주체와 대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꾀한다. 화가(유준상)와 드라이버(문종원)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마약 거래, 인신매매 등을 저지르는 세상의 범죄자들을 응징하고, 그들의 장기를 꺼내 새로운 생명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 두 사람이 죄를 대하는 방식, 삶을 풀어 가는 방식은 다르다. 화가는 몸에 ‘무릇 율법 없이 범죄한 자는 또한 율법 없이 망하고 무릇 율법이 있고 범죄한 자는 율법으로 말미암아 심판을 받으리라’(롬 2장 12절)라는 성경의 한 구절을 문신으로 새기고 산다. 그리고 ‘신의 사도’를 자임하며 죄를 벌하는 권한을 스스로 갖는다. 드라이버는 화가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지만 등판에 해골이 된 예수를 그려 넣고서 죽임과 섹스의 쾌락 자체를 즐긴다. 에스토니아 합작 영화다. 철학적 물음과 함께 세피아톤의 음울하면서도 풍성한 색채의 화면, 기존의 관행을 거부한 채 온기를 빼고 서늘하게 만든 스타일리시한 액션, 그리고 솔풍의 팝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등 정치한 미장센을 앞세워 새로운 영화 문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문제는 드라이버가 에스토니아 출신 이주노동자 애인과 보여주는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다.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성난 화가’는 이후 영등위가 문제 삼았던 장면을 잘라 내는 대신 화면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으로 다시 심의를 받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전 감독은 그동안 그라나다국제영화제 대상,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댈러스영화제 대상 등 13차례에 걸쳐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껏 전 감독이 연출한 작품 중 ‘바라나시’ ‘불륜의 시대’ ‘무게’ 등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다. 이제 여기에 ‘제한상영가 등급 최다 판정 감독’이라는 경력까지 보태지게 됐다. 2010년 이후 한 차례라도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모두 17편이다. 이 중에는 IPTV를 노리고 선정성을 강조해 제작한 영화들도 있지만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등은 물론 작가주의 영화관을 고집하며 해외에서 더욱 호평받고 있는 이상우 감독의 ‘지옥화’ ‘아버지는 개다’ 등도 포함돼 있다. 전용 상영관을 따로 갖고 있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는다는 것은 상영 불가로 대중과 소통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함을 뜻한다. 감독으로서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 감독은 “어떤 장면, 어떤 영화를 찍건 똑같은 문법을 반복하고 똑같은 내용을 찍는다면 감독으로서 의미가 없다”면서 “섹스 장면 역시 기존의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파격적이면서도 미학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영등위의 일방적인 등급 판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17편 가운데 마지막까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으로 낮추지 않고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남은 영화는 ‘미조’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등 단 3편이다. 이 중 ‘자가당착’은 포돌이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용산 참사, 4대강 사업, 촛불 집회 등을 정치적으로 풍자한 독립영화다. 영등위는 ‘박근혜 대통령 마네킹에서 피가 솟는 장면’ 등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하고 국민의 정서를 손상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지만 1심부터 대법원에서까지 등급 결정이 부당하다며 등급 결정 취소 판결을 받았다. 안치완 영등위 홍보부장은 “2008년 7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의 불명확한 기준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지만 이듬해 선정성, 폭력성 등의 규정을 구체화한 내용으로 영화 및 비디오물진흥법을 개정해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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