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정신과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하원의원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세탁기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김태호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034
  • ‘강남역 살인’ 피의자 檢 송치… 풀리지 않는 의문들

    2차 범행? 강서구 화장실서 3시간 동안 뭘하다 강남갔나 충동 범죄? 이틀 전 계획… 충동적 조현병 성향과 대치 조현병 탓? “병보다는 반사회적 성격 때문에 분노 표출” 서울 서초경찰서는 26일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34)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 브리핑에서 김씨가 2일 전 범행을 계획했으며 범행 전에 흉기를 소지한 채 강서구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3시간가량 머물렀다는 등 범행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문점은 여전히 남게 됐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2일 전인 지난 15일 범행을 결심하고 범행 장소로 과거 일한 적이 있어 익숙한 강남역 인근 주점 남녀공용 화장실을 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현병에 의한 범죄는 통상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망상으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목적에 충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김씨의 범행은 이와 대치된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김씨의 범행은 피해망상이 깊어져 저지르는 일반적 조현병 범죄와는 거리가 있다”며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라기보다는 평소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반사회적 성격이 이번 범죄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검찰 수사 때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그간 김씨의 범행이 조현병에 의한 것이며 여성혐오 범죄는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수사 책임자인 한증섭 서초서 형사과장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장을 표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김씨는 지난 17일 강남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하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 6명의 남성이 화장실을 찾았지만 여성만을 노렸다. 또 학교 시절부터 ‘여자가 자신을 미워해 천천히 걸어 지각했다’고 말하고 2008년에는 주변에 ‘여성을 죽이고 싶다’고 말하는 등 여성에 대한 혐오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가 자신이 일하던 강남의 한 식당에서 흉기를 소지한 뒤 강서구 화곡동의 한 건물 남자 화장실에서 3시간가량 머물다가 범행장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화곡동에서 머물렀던 이유에 대해 “집에서 가출한 이후 자주 지내던 건물이었고 김씨가 범행 전 바람을 쐬려고 다녀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차 범행시도가 실패로 끝났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의문도 나온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무고한 피해자 없게 하길

    경찰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등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그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행정입원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입원은 경찰이 의사에게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요청하면 해당 의사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하는 제도다. 다만 범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전제에서다. 긴급 상황 발생 때 72시간 이내에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기존의 응급입원제 역시 활용하기로 했다.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닌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는 결론의 틀에서 정신질환자가 대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강 청장의 발언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침해 소지를 포함해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 또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의심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판단 잣대도 문제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위험도를 측정하는 체크 리스트를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한 가지 기준으로 판정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의견이다. 따라서 점검표에 의존해 입원을 결정하려는 경찰의 조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 오판하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통념과는 달리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의 10분의1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강제 입원을 규정한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된 상태다. 악용 사례가 잦은 탓이다. 부양 의무자나 후견인 등 보호 의무자 2명의 동의가 있고 정신과 전문의가 진단하면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입원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법적 절차를 밟아도 인권침해를 낳는 판에 길거리에서 범죄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만을 콕 찍어 낼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 피의자도 조사 과정에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범죄 우려의 구분이 쉽지 않다. 물론 실질적인 위험성을 가진 정신질환자의 격리는 마땅하다. 그렇다고 정신질환자에게 범죄자라는 편견의 굴레에 덧씌워서는 안 된다. 오히려 치료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정신질환자도 도외시할 수 없겠지만 안전 위협 요인들을 더 철저히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빈틈없는 치안은 중요한 복지 정책이다.
  • [新전원일기] 함께, 백만 송이 장미… 소망, 1억 달러 수출

    [新전원일기] 함께, 백만 송이 장미… 소망, 1억 달러 수출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한 존재로 만든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보낸 시간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장미에 관해서는 권위자라고 할 만하다. 어린왕자가 장미에 관해 한 말들은 전적으로 사랑에 관한 말들인데, 좀처럼 반박할 수가 없다. 장미를 키우고, 장미와 함께 성장해 본 적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어린왕자의 말을 통해 우리는 장미가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것들,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대표한다는 것을 안다. 마침 장미의 계절에, 어린왕자만큼이나 장미를 사랑하는 사람을 전북 전주시에서 만났다. 그 역시 권위자라 할 만한데, 그것은 ‘로즈피아’를 키워 낸 대표로서의 얘기다. 장미 앞에서 그는 어린왕자처럼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랑에 빠진 한 남자였다. 정화영(58) 로즈피아 대표가 장미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그 전에는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살았다.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았지만 남들처럼 사람과 일에 치이기도 했다. 귀농을 결행한 그가 처음 심은 것은 고랭지배추, 오이 등 채소류였다. 몇 해 지나 작물을 장미로 바꿨는데 그것은 장미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죠. 다소 낭만적인 이유였으니까요. 채소류는 사람의 몸을 살찌우는 거잖아요. 반면에 꽃은 정신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할 것 같았거든요. 훨씬 멋있어 보였어요. 그런데 꽃농사라고 다른가요 어디. 힘들고 속 타는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첫 번째 시련, 함께 풀었다 꽃을 가꾸는 일은 꽃을 보는 일과는 전혀 달랐다. 땅을 고르고, 비료를 주고, 농약을 치느라 드는 수고는 먹거리 농사 저리 가라였다. 그래도 장미가 커가는 것을 보는 기쁨은 컸다. 농사가 안정될수록 스스로도 성숙해지는 것 같았다. 수익성도 높았다. 장미는 그에게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누가 꽃을 사겠어요. 파탄이 났죠. 화훼는 항공기의 뒷바퀴와 같다는 말이 있어요. 비행기가 이륙할 때 가장 나중까지 땅에 붙어 있고 착륙할 때는 제일 먼저 땅에 닿는 게 뒷바퀴잖아요. 화훼가 그래요. 경제가 안 좋을 땐 가장 먼저 피해를 보고 경제가 살아날 때도 그 영향을 제일 나중에 받거든요.” 정 대표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품목을 전환할 것인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인가. 지금까지 장미에 기울인 노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만만하지도 않았다. 그는 국가 경제가 파탄 나고, 자신이 망할 판국에도 고운 자태 뽐내며 피어난 꽃잎들을 하나하나,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고 답을 얻었다. 뭉쳐서, 살아남기로. “전북 전주, 김제, 장수 등의 화훼농가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어요. 뭉쳐야 살지 않겠느냐고요.”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나았다. 장미를 키우고 절화를 해서 저장고에 넣는 것까지 각 농가에서 담당하고 이후 꽃을 취합하고 선별하여 보관과 유통, 판매까지를 한 곳에서 담당하면 생산 단가와 물류비, 유통비를 대폭 절약할 수 있으리라는 말로 농가들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점차 정 대표의 말에 수긍하기 시작했다. 몇몇 농가가 나섰다. 이들과 공동으로 2000년 7월 로즈피아를 설립했다. 뭉쳐서만 될 일이 아니었다. 그가 생각한 타개책은 수출이었다. 곧바로 8개 소속 농가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의 화훼 시장은 국내 시장의 8배에 달했다. 일본 시장을 뚫으면 살길도 뚫리는 셈이었다. 그러나 길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통이 발목을 잡았다. 국내 시장과 달리 일본으로 상품을 보내는 데 통상 4~5일이 걸렸다. 공산품하고는 다르게 생물을 유통하는 데는 신선도가 최우선인데, 일본에 도착한 로즈피아의 장미는 대부분이 상해서 거래가 되지 않았다. 정 대표는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문의하고 관련 서적을 통해 공부를 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그 과정에서 보관뿐 아니라 생산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정 대표는 꽃이 보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재배 방법을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품질 좋은 장미를 생산하기 위해 ‘저온 유통 시스템’을 적용했다. 로즈피아는 2002년 이 분야에서 화훼업계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ISO9001 품질경영 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여기에 대부분의 농가에서 꽃을 건식으로 유통하는 것과 달리 로즈피아는 습식 유통 방식을 도입했다. 포장할 때를 제외하고는 유통의 전 과정에서 꽃대가 물에 잠겨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 끝에 설립 초기 60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2004년 500만 달러, 2010년에는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참여 농가도 8곳에서 130여곳으로 크게 늘었다. 더불어 정부의 지원도 수출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2007년 당시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의 원예 전문생산단지로 지정된 로즈피아는 매년 실시하는 운영실태 조사 평가 결과에서 2007년부터 7년 연속 최우수 단지로 선정되며, aT로부터 수출 물류비의 10%를 지원받았다. 연구와 혁신 못지않게 정 대표가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브랜드’다. “지금 로즈피아를 이끄는 것은 브랜드입니다. 저는 세월이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그동안의 노력과 신뢰들이 브랜드로 평가받은 것이라고요. 일본이 매우 보수적인데 로즈피아를 보면서 일본인들도 놀라워해요. 매장에 로즈피아 코너를 따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곳이 생겼을 정도예요.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즈피아가 우수한 품질의 장미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들은 깐깐한 일본 시장에서도 통했다. 2004년 1월 도쿄 다카시마야 백화점이 고객 선물용으로 장미 30만 송이를 납품할 회사를 선정할 때 일본과 한국, 대만에서 몰려온 10여개 업체를 물리치고 로즈피아가 납품권을 따낸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정 대표가 성공 요인으로 꼽는 한 가지는 ‘신뢰’다. “로즈피아의 장미 수출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수출에 필요한 포장 선별비와 수출물류비 외의 모든 수익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농가에 전액 되돌려 주고 있죠.” #두 번째 시련, 협상으로 풀었다 사람이 모여 일을 하다 보니 박 깨지는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개체 단위로 보면 농가는 각자가 독립된 경영체다. 구성원 모두가 ‘사장님’인 것이다. 이들이 자기 농가의 경영 이윤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데, 농사의 특성상 언제나 같은 이윤을 얻을 수는 없다. “로즈피아는 품질을 구분할 때 기준이 엄격해요. 기준을 안정화하는 데만도 여러 해가 걸렸어요. 농가마다 늘 같은 품질의 꽃을 키워 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내가 기른 꽃이 상급에서 제외되면 불만이 생기죠. 끝내 갈등을 풀지 못하고 로즈피아에서 이탈한 농가도 있었어요. 그래도 대부분은 소주 한 잔 하면서, 서로 등을 두드려 주면서 풀죠. 속은 상해도 다들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서로에 대해 믿음이 있으니 밀고 나갈 수 있는 겁니다.” 지금도 로즈피아가 ‘꽃길’만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시장 자체가 초토화된 가운데 2012년 엔화 가치가 폭락해 로즈피아는 큰 시련에 직면했다. 수출 단가를 협상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화훼시장은 총 100여곳, 그중 로즈피아가 거래하는 시장은 60곳 정도. 정 대표는 1년에 20여 차례 일본 현지를 오가며 가격 협상을 한 끝에 장미 단가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 수출단가는 송이당 70~100엔(약 750~1080원)으로 일본산 장미 가격의 70%에 이른다. 처음 일본산 가격의 40%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할 때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아직 매출이 안정세를 되찾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600만 달러로 떨어진 매출이 올 들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일본산 장미 가격의 80% 정도까지 가격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국내시장 확보와 수출시장의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초기에는 로즈피아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이 차지했지만, 현재는 수출과 내수의 비율이 5대5 정도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에 더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러시아에 판로를 개척한 상태이고 중국 역시 차세대 주력 시장으로 판로를 탐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15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어요. 이들에게 꽃을 한 송이씩만 팔아도 장미 1억 달러 수출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묵묵히 기다리며… 다시 시련은 없다 이를 위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품종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장미도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에 신품종 출하 후 3~4년이 지나면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그러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무엇보다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가 자체에서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국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농가에서 네덜란드와 독일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100억원 정도인데, 이를 감안할 때 자체 품종 개발은 생산 원가를 줄이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정 대표가 로즈피아에 기대하는 바는 크다. 농사와는 무관한 두 아들을 설득해 장미 농사를 짓게 만들었을 정도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을 그려 보여 준 것은 아니다. 마음을 준 만큼, 손길을 준 만큼 정직하게 돌려주는 것이 농사지만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묵묵히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농사란 게 쉽지가 않아요. 묵묵히, 오래 기다려야 하죠. 한 해 농사에 실패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실패의 원인을 금세 찾았다고 해도 동일한 조건 속에서 다시 시도를 하려면 1년이 걸려요. 기다림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죠. 더구나 식물은 어디가 아파도 말을 하지 못하잖아요. 식물과 대화할 정도의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은 걸린다고 봐요.” 농사도, 로즈피아도,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런 시간을 버텨 내지 못했다면 거듭되는 위기를 넘겨 가며 한 우물을 파지는 못했으리라. ‘연대를 구하여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낱낱의 존재는 미약하지만 서로 연대했을 때에는 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일 테다. 그것의 한 예가 ‘로즈피아’일 것이다. ■ 글쓴이 소설가 진연주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방(房)’으로 등단. 2015년 ㈜문학동네에서 장편소설 ‘코케인’ 출간.
  • [사이언스 톡톡] 독버섯으로 우울증 치료?

    [사이언스 톡톡] 독버섯으로 우울증 치료?

    난 아즈텍 제국의 위대한 황제 ‘아우이초틀’(1486~1502)이다. 난 태평양 연안 도시국가들과 남쪽에 위치한 소(小)왕국들을 속국으로 삼아 태평양에서 대서양 연안에 이르는 땅들을 우리 것으로 만든, 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끈 위대한 전사이자 전략가라는 후대의 평가를 받고 있지.우리 제국에서는 다른 도시국가들과 전쟁을 치르거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생기면 신이나 사물의 정령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곤 했어. 그때마다 제사장들은 ‘테오나나카톨’이라는 ‘마법의 버섯’을 먹었지. 버섯이 일으키는 환각 속에서 신의 모습을 보고 신의 메시지를 들었던 거야. 그런데 이 마법의 버섯의 정체는 우리 부족들만의 비밀로 부쳐져 있다가 1957년 ‘라이프’지의 르포 기사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어. 기사를 본 과학자들이 마법의 버섯을 실험실로 가져가 분석을 한 덕분에 우리도 몰랐던 버섯의 비밀이 풀렸더군. ●환각 버섯 속 성분 ‘사일로사이빈’ 임상시험 과학자들은 테오나나카톨이 여러 종류의 환각 버섯들을 섞어 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인 사일로사이빈과 사일로신을 추출해 내는 데도 성공했다더군. 환각 성분들의 화학구조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비슷하다고 해. 아직도 환각을 일으키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일로사이빈이 몸속에 들어오면 세로토닌 수용체와 결합해 세로토닌의 대사를 방해하면서 환각 증상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 때문에 많은 나라가 이 버섯을 마약원료식물로 지정해 무허가로 채집하거나 재배하는 것을 금지하게 됐다더군. 그런데 최근에 이 마법의 버섯을 이용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봤어.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랜싯 정신의학’ 17일자 논문이었지.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 의대, 런던대(UCL) 정신의학과, 왕립런던병원, 킹스칼리지 약대 연구진이 평균 17.8년 동안 우울증을 앓아 온 12명의 환자에게 사일로사이빈을 알약으로 만들어 먹이는 실험을 했대. ●20여년 앓던 환자들 3개월 만에 거의 완치 놀랍게도 사일로사이빈을 일주일간 먹은 모든 환자의 우울증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그중 5명은 이후 3개월 동안 거의 완치된 것처럼 우울증세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야. 더군다나 이번에 실험에 참여한 대상자들은 기존에 나온 우울증 치료제로는 전혀 증세가 완화되지 않았던 중증 환자들이었다더군. 이번 임상시험을 위한 연구자들의 노력도 눈물겹더군. 영국에서도 마법의 버섯과 그 추출액인 사일로사이빈은 헤로인과 코카인 등과 함께 ‘A급 불법 약물’로 구분돼 있지. 이 때문에 왕립학회 윤리위원회에서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뒤늦은 정신과적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만큼 임상시험이 끝난 뒤 3개월간 추적 검사를 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임상시험을 승인해 줬다더군. 연구팀들도 만약에 있을 위험성에 충분히 대비하느라 임상시험 승인 후 환자에게 사일로사이빈을 투입할 때까지 32개월이 걸렸대.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뒤 나온 결과는 기존의 우울증 치료제와는 달리 약의 내성도 약하고 안전하다는 것이라니까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 물론 실제 치료제로 사람들에게 선보이기까지는 한참이 걸리겠지만 말야. 요즘 과학 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기술의 최종산물이 미칠 수 있는 사회적·윤리적 영향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 같던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분야의 연구에서는 이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멍때리기 대회, “졸거나 웃어도 안 돼” 15분마다 심박수 체크 ‘엄격 기준’

    멍때리기 대회, “졸거나 웃어도 안 돼” 15분마다 심박수 체크 ‘엄격 기준’

    22일 서울 이촌한강공원 청보리밭에서 열린 ‘멍때리기 대회’에는 남녀노소 70명이 참석해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노신사까지 개성 넘치는 복장과 소품으로 참석한 ‘멍때리기 대회’ 선수들은 3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대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28세 여성 회사원이라는 한 참석자는 ‘결재서류’라고 적힌 검은색 결재판을 들고 나와 “결재를 받는 순간과 상사가 뭐라고 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회사에서 멍 때리고 있으면 혼나는데, 여기선 상을 준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김지혜(8)양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돌며 공부하는데 계속 쓰는 머리를 비울 수 있어 좋다“면서 ”재미있을 것 같다“고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인 캐이시 카들릭(26)씨는 대전에서 KTX를 타고 상경해 대회에 참석했다. 미키마우스 잠옷을 입고 온 그는 ”평소에도 몽상을 즐긴다“며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즐기고, 오늘 하루 릴렉스하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수련자가 진행한 ’멍때리기(氣)‘ 체조를 시작으로 1시간 30분 동안 경쟁을 벌였다. 멍때리기를 하면서는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졸거나 자면 안 되고 웃거나 노래 부르기, 잡담하기도 실격 처리된다. 대회에는 간호사와 의사 의상을 입은 남녀가 스태프로 나와 규정을 위반한 선수가 있는지 감시했고, 15분마다 선수들의 심박수를 체크해 얼마나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지 기록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더위가 심해지자 행사장에 얼음물 등을 준비하고, 참가자들의 건강에 주의를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하는 동안 마사지 서비스, 음료 서비스, 부채질 서비스 등을 받으며 멍때리기를 이어갔다. 이날 대회는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R&B 가수 크러쉬(본명 신효섭·24)가 가장 안정적인 심박수 그래프 곡선을 그려 우승을 차지했다. 크러쉬는 ”대회 내내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었는데, 1등 할 줄 몰랐다“면서 ”정신과 육체를 휴식하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를 주최한 ’웁쓰양'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인은 잠자는 시간을 빼면 뇌를 혹사하며 살고 있다“면서 ”뇌를 쉬게 하고, 멍 때리기로 상징되는 행위가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대회 형식을 빌려 시민참여형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1년 만에 더 세지는 술병 ‘경고문구’

    술병의 경고문구가 1995년 이후 21년 만에 바뀐다. 간경화와 간암 외에 과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질병이 경고문구에 추가되고, 임신 중 음주와 청소년 음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더 선명한 메시지가 담긴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주류의 판매용기(술병)에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 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복지부는 법 개정 후속 조치로 ‘흡연 및 과음 경고문구 표시내용’ 고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술이 간암이나 간경화를 일으킨다는 문구는 너무 식상해 사람들이 주의 깊게 보지 않고, 임신 중 음주와 청소년 음주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뚜렷하지 않다”며 “전문가 검토를 거쳐 질병명에 다른 질병을 추가하고 더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경고문구는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특히 청소년의 정신과 몸을 해칩니다’,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특히 임신 중의 음주는 기형아 출생률을 높입니다’,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 등 3가지다. 주류 회사는 이들 3개 중 하나를 골라 술병의 라벨에 표시하고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한숨 쉬는 ‘한국인 위령비’

    [World 특파원 블로그] 한숨 쉬는 ‘한국인 위령비’

    “2만명이 넘는 한국 사람은 왜 이곳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으로 목숨을 잃게 됐을까요.” “이 위령비는 한국 등 이웃 나라들에 일본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 일이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한다.” 요즘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비’ 주위에서는 이런 설명들이 하루 종일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 위령비는 수학여행철을 맞아 평화공원을 찾는 초·중·고생들이 꼭 들르는 곳이다. 1999년 공원 안으로 옮겨진 위령비는 이제 평화공원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섭씨 27~28도로 무덥던 지난 18일에도 거북이 모양의 받침대 위에 석주를 세운 높이 5m, 무게 10t 남짓한 전형적인 한국식 비석을 둘러싸고 학생들은 안내인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피폭단체협의회 회원 등 자원봉사자들은 학생들에게 학교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역사를 생생하게 전해줬다. “나라도 빼앗기고, 이름도 강제로 고쳐야 했던 식민지 백성이 일자리가 없거나, 강제로 와서 일하다가 2만여명이 목숨을 잃고 5만여명이 피폭됐다”는 설명이 끝나자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위령비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렸다. 도야마현 가미이치 중학교에서 왔다는 한 학생은 “너무 불쌍하다”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훔치며 기도를 드렸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평화공원 방문에 대해 아베 신조 정부가 “전쟁도발 등 일본의 가해 역사는 지우고 피해만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경계도 있지만, 이곳에는 과거사 미화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로 아베 정권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오바마에 대한 사과 요구도, 핵무기 사용 포기 요구 등 반핵, 반전의 연장선에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학생들에게 한국인 위령비 앞에서 “나라의 잘못된 정책이 주변 나라 사람들까지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 80대 자원봉사자는 학생들에게 “한국인 위령비의 거북이 머리가 서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돌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영문도 모른 채 폭사했던 한국인 희생자들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원폭 피해자로서의 공감대와 연민으로 히로시마 시민과는 국적을 넘어선 연대를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일본 우익의 반대를 넘어 ‘한국인 위령비’란 이름으로 평화공원 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가 있어 가능했다. 한국인 위령비 앞에서 눈물 흘리고, 기도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국적을 넘어선 인간 연민이자, 평화와 연대를 가능케 하는 자산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8월 6일 평화공원에서 있었던 원폭희생자 70주년 추도식에서 연설하던 아베 신조 총리에게 “당신은 평화를 말할 자격이 없어”, “(안보법 개정과 관련) 전쟁 그만둬” 등의 강한 야유와 조소를 보내 연설을 여러 차례 중단시켰던 히로시마 시민의 비판정신과 역사에 대한 기억과 아픔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히로시마는 급속히 우경화하는 일본 사회에서 평화와 연대를 향한 거점이자 보루다. 글 사진 히로시마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 보러와요’ 속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까다로워진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 보러와요’ 속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까다로워진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하는 제도를 개선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 의료법일 일부개정법률안 등 12개 소관 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는 자신의 병을 알지 못해 입원치료가 필요한데도 환자 스스로 입원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가족이나 후견인 등이 입원치료를 대신 결정했다. 이같은 ‘강제입원’이 지금은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가 병원 입원이나 시설입소를 신청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이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면 계속 입원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멀쩡한 사람도 정신질환자로 몰아 입원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최근 영화 ‘날 보러와요’도 이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4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7만 932명 가운데 자의로 입원한 환자는 2만 2974명(32.4%)에 불과했고, 강제로 입원당한 비자발적 입원이 4만 6773명(69%)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된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정신병원 안팎에서 입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국공립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 1명 이상 포함)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3~6개월까지 강제입원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지금은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 있거나 ▲환자의 건강·안전,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면 강제입원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환자 본인과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입원을 신청하고 정신과 전문의 진단 결과 환자 치료와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72시간의 범위에서 퇴원을 거부할 수 있는 동의입원 제도도 도입된다. 전문의가 환자의 강제입원을 결정해도 외부 기관인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입원의 적합성을 한 차례 더 심사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심사위원회는 정신과 전문의뿐 아니라 법조인, 인권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심사 대상이 입원한 기관에 소속된 사람은 심사에서 배제된다. 복지부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신을 구속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확인 과정을 까다롭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또 ‘정신질환자’의 개념을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우울증 치료만 받아도 ’정신질환자‘가 되는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정신병을 가진 자‘에 해당돼 ’정신질환자'로 분류됐다. 문제는 이런 정신질환자는 미용사, 영양사, 요양보호사, 조리사, 안경사, 화장품 제조판매업자 및 제조업자, 장례지도사 등의 직종 취업에 제한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울증 치료 기록이 있어도 이런 직종 취업에 제한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엄마 목소리는 아이 두뇌 발달 영양제

    최근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보이는 아동 연령이 3~4세까지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실제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빼앗고 엄마와 대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행동과학 및 정신과 대니얼 에이브럼스 교수와 신경과학과 비노드 메논 교수는 엄마 목소리가 아이들 뇌의 다양한 부위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미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기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6일자에 발표했다. ●타인 소리보다 다양한 뇌 부위 자극 엄마 목소리가 영유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는 많았지만 신경을 자극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측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지능지수(IQ) 80 이상의 정신장애가 없는 건강한 7~12세 어린이 24명을 대상으로 엄마 목소리와 다른 사람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일반적으로 같은 또래의 지능지수 분포와 비교했을 때 IQ 80~120 범위에 들면 ‘보통’으로 본다. 연구팀은 어린이에게 3가지 단어 조합을 녹음해 1분 동안 들려준 결과 97% 이상의 아이들이 엄마 목소리와 타인 목소리를 구분했으며 뇌 활성화 부위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타인 목소리를 들으면 뇌의 청각 영역만 자극받는 데 반해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청각 영역뿐만 아니라 사고 영역, 정서 영역 등 다양한 부위의 뇌 영역이 자극된다는 것을 연구팀은 발견했다. ●성적·사회적 관계에도 긍정적 연구팀은 아이들이 엄마와 대화하는 시간과 학교 성적, 사회적 관계 등도 조사했는데 엄마와 대화 시간이 긴 아이일수록 학교 성적이 좋고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브럼스 교수는 18일 “목소리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최근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대화가 줄었다”며 “특히 엄마와 상호작용이 중요한 영유아의 경우 대화가 줄면 아이들 두뇌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서울시의회 오경환의원 “5.18민주화운동 계승은 민주주의-민생 실천”

    서울시의회 오경환의원 “5.18민주화운동 계승은 민주주의-민생 실천”

    5.18민주화운동 제36주년기념 서울행사위원회(위원장 : 박석무)가 주관하고 5.18서울기념사업회(회장 : 최병진)가 주최한 5.18민주화운동 제36주년기념 서울행사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박원순 서울시장, 박래학 서울시의회의장,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처장을 비롯하여 유가족, 각 시민단체 및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1부 기념식행사에서는 헌화, 분향, 기념사와 추모사를 거쳐 기념공연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였으며, 이어진 2부에서는 5.18골든벨(5.18기념 제12회 서울청소년대회)과 시민 추모분향이 진행되었고, 서울시민청 갤러리에서는 부대행사로 5월 23일까지 오월치유사진전이 열릴 예정이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오경환 서울시의원(마포구 제4선거구, 기획경제위원회, 더불어 민주당)은 “광주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성지이며,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이정표가 바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경환 의원은 “광주는 언제나 우리에게 전환의 시점마다 흔들리지 않는 역사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하지 못하게 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5.18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경환 의원은 “5.18민주화운동이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 정신과 의의를 되살리고, 경제민주화 실현을 이룩해 민생을 살려내는 것이 5.18민주화운동의 계승”이며 “앞으로 이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성숙한 민주주의 구현을 하는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7 대선 文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나도 준비되면 나설 것”

    “2017 대선 文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나도 준비되면 나설 것”

    안희정 충남지사는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 등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해법과 관련,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매트리스 위에 노동시장 유연화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진영에서 금기시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언급한 안 지사는 보수와 진보 모두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2017년 대선에 대해 “축구에 비유하면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유리한 포지션(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에게 패스해야 한다”면서도 “내가 생각한 준비와 조건이 된다면 ‘여기, 나도 있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인터뷰는 이도운 서울신문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도지사실에서 90분간 진행됐다. 대담:이도운 부국장 겸 정치부장 →‘임을 위한 행진곡’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보수 세력이 너무 경직됐다. 선을 그어 놓고 밖에 있다고 생각하면 적대한다. 인식과 생각의 틀을 넓혔으면 좋겠다. 역사교과서 문제나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모두 20세기의 과잉 이념, 낡은 선악, 피아(彼我)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4·13 총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니다. 전에는 지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이기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얼마나 협소한 관점인가. 부모 처지에서 둘째가 어려우면 첫째 집에서 잠시 머무를 수도 있다. 그걸 두고 ‘정의가 나한테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현실정치는 좀 다른 것 아닌가. -자꾸 승패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패자는 브레이크를 걸고 재를 뿌려야 자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집안(국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사람에게 사랑을 준다. 패자가 자꾸 ‘안티’를 할 게 아니라 상대방이 못 보는 영역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온다. →호남 참패에 대한 ‘문재인 책임론’이 끊이지 않는데. -문 (전) 대표를 포함, 모든 정치인이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 부모에게 혼났다고 가출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부모는 잘되라고 혼낸다. 더 노력하면 된다. →우상호 원내대표 당선으로 86그룹이 당의 리더 위치에 올랐다. -86세대는 이미 50대다.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됐다. 당연한 결과다. 과거 운동권에 대해 비판은 수용하고, 민주화를 이끌었던 자부심은 놓지 말아야 한다. →86그룹이 과거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모든 정치 세력은 역사로부터 배워야 하지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정치인이 자꾸 족보와 과거를 가지고 현실의 지지를 구하다보니 역사적 과거로 서술해야 될 영역이 현실의 정치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 국론이 분열된다. 후손들이 못난 짓을 하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 지도자를 평가할 때 종합평가가 있고, 포지션 평가가 있다. (야구의) 내야수 포지션에서 실책, 수비만 평가하느냐, 타자로서 타율까지 보느냐의 문제다. 그분의 정당 리더십과 대표 역할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분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 경제민주화 화두를 갖고 일관된 행보를 했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가 경제민주화라는 주장에 국민이 동의하는 것 아니겠나. →김 대표가 내년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야 하는가. -그건 좀 다른 문제다. 얼큰한 찌개를 먹고 싶다고 해도 맵기만 하면 못 먹는다. 정당, 정치라는 화두는 완성된 레시피여야 한다. 그 시대와 공간에 적합해야 한다. 완성된 식재료로 종합성을 가져야 한다.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의 구분이 필요한가. -언론에 부탁하고 싶다. 친노, 친문, 친박(친박근혜) 같은 표현은 안 썼으면 좋겠다. ‘두목 정치’ 분류로 국회의원들을 설명할 수도 없고, 그 상황으로 몰아가면 결국 보스를 따르는 구성원이 돼버린다. 차라리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복지, 증세에 대한 찬반 등 의제를 던져 그룹핑(분류)을 해보시라. 참여정부 막판 뭇매를 맞고 있을 때 그것을 지켰던 사람들을 지칭해 친노라는 단어가 나왔지만, 이후 정치 세력으로서 친노 개념은 적합하지 않다. →자칭 ‘친노’들이 참여정부의 역점 정책인 FTA나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반대하기도 했는데. -민주정부 10년에 대해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식의 문제제기는 20세기의 낡은 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진보, 보수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세계주의, 신자유주의 속에서 보통사람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어떤 해법을 염두에 두고 있나. -국가의 책임, 즉 사회안전망이란 매트리스가 먼저 깔려야 한다. 그 위에 노동시장 유연화와 개방이 같이 가야 한다. 더불어 적극적 M&A 시장이 열려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다가 도저히 자신 없다면 팔아넘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조건이 안 되기 때문에 (조선·해운산업처럼) 폭탄이 될 때까지 껴안고 간다. 적극적 M&A, 기업거래가 가능하려면 주주 자본주의가 선행되고 노동의 경직성이 해결돼야 한다. 노동 경직성은 사회안전망이 뒷받침돼야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세트’로 이뤄져야만 (경제가) 돌아가는데 박근혜 정부처럼 노동시장 개혁만 밀어붙이면 깨지게 된다. →시야를 넓혀 보자. 북핵 문제가 미궁에 빠졌는데. -북한 문제를 최종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우리뿐이다. 대화 채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북한 도발이 있더라도 우리 정부가 마지막 해결자이고 대화 상대여야 한다. 중국이나 미국에 가서 해결하려고 들면 안 된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길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는데. -냉전 시대 전략과 G2(미국·중국) 시대는 전혀 다르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종족이 바뀌면 전략이 바뀌는데 낡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시아의 다자 평화구도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한·미 관계를 전략적으로 풀어야 한다. 일본과 북한이 만들어 내는 역내 긴장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소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북한을 혼내 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다니기에 바쁘다. →2017년 대선 얘기 좀 하자. 문 전 대표가 후보가 돼야 하나. -축구로 비유하면 가장 유리한 포지션(위치)을 차지하고 있다. 그분에게 패스해야 한다. →문 전 대표가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혼자 드리블하고, 슛까지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럴 분도 아니고 단독 드리블을 국민이 허용하지도 않는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말하는 건 아니다. 정권교체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시대정신과 가치를 국민과 공감할 수 있다면 누가 됐든 응원한다. 내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준비와 조건이 돼 있다면 나도 얘기할 것이다. 여기, 나도 있다고. →안 지사는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의사가 질병 없는 사회를 만들려는 것처럼 국민이 평화와 정의, 번영,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게 내 목표다. 정치인인 나의 직업윤리에 부합한다. →너무 막연한 얘기다. -난 도지사다(웃음). 구체적인 도전을 할 때 국민께 드릴 말씀이다. 지도자는 일종의 ‘턴키’와 비슷하다. 수많은 의제를 얘기할 게 아니라 리더십에 대한 신뢰에 따라 국민은 선택한다. 정치인은 수많은 언행과 행동 속에서 평가받는다. 동굴에서 석순이 자라듯 오랜 세월 지켜보는 것이다. →안희정에게 문재인은 어떤 존재인가. -굉장히 신뢰하고 존경하는 선배다. →동지와 라이벌 중 어디에 더 가까운가. -라이벌로 생각해 본 적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매개로 한 정계 개편론이 나오는데.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시작했다. 보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다만 누구든 안티테제를 가지고는 완결되지 않는다. 정치를 바꾸겠다면서 정치를 혐오하는 마음에 기반을 둬서는 안 된다. →도지사 3선 생각도 있나. -임기가 2년이나 남았다. 하고 싶다고 시켜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웃음). 대선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내 존경심을 표현한 문제지 대선에서 어떻게 할지 가봐야 안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할 적자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일관되게 정당정치 복원을 주장해 왔다. 정당인으로 의무를 다해 왔다. 공천을 주든 안 주든, 책임을 져야 할 때면 객관적으로 부당한 상황에서도 가출한 적 없다. 적자라기보다 장자(長子)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5·18은 국민행사인데… 정통성 논란 노래로 국론 분열 안된다”

    “5·18은 국민행사인데… 정통성 논란 노래로 국론 분열 안된다”

    보수단체 ‘임’ ‘새날’ 가사 北과 연결… 野·시민단체 “종북 논란은 어불성설” 보훈처 “기념일·노래명 다르면 합창 관례”… 일각 “유가족 배려 부족한 소극 대응” 16일 국가보훈처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합창 방식을 고수한 근거로 이 노래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논란이 남아 있고 모두가 부르도록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5·18이 광주 시민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의 기념행사이기 때문에 국민적 갈등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뜻이다. 5·18 기념식이 1997년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 임기 첫해인 2008년까지 모든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방식이 유지됐다. 하지만 2008년 기념식 직후 보수적인 보훈·안보단체에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라며 문제를 제기해 2009년부터 합창단이 부르는 합창으로 대체됐다. 광복회, 6·25 참전자회, 재향군인회 등 12개 단체들은 현재까지도 제창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북한이 1991년 5·18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사용했고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에 나오는 ‘임’과 ‘새날’이 각각 김일성과 사회주의 혁명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찬성 측 시민 단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시를 원작으로 하며, 1980년 5·18 당시 광주시민군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1982년부터 불려진 노래이기 때문에 종북 논란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과 역사를 담은 상징적 노래이기 때문에 ‘국민 통합 저해’라는 논리는 5·18 정신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합창단이 부르는 합창(合唱)과 참석자 모두가 노래하는 제창(齊唱)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합창단이 부를 때 참석자들이 따라 부르지 않는다 해도 어색할 것은 없다. 반면 제창을 하게 되면 따라부르지 않는 게 이상하게 된다. 2004년 5·18 기념식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족들과 제창한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정식 보훈처 홍보팀장은 “정부 기념행사는 국민 통합을 위해 각계각층이 참석해 원만하게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보훈처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국론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을 논의해보라고 하셨고 이에 따라 지난 3일 동안 수많은 논의를 거친 것”이라고 이번 결정에 청와대의 지침이 있었다는 일각의 의혹을 부인했다. 또한 보훈처는 정부 기념식에서는 기념일과 동일한 제목의 노래는 제창하고 동일한 제목이 아닌 노래는 합창한다는 것이 관례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가장 큰 희생자인 유가족들의 입장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소극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정치권에서 제시하면 적극 지원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완벽한 몸에 대한 강박… 10대까지 위협한다

    [메디컬 인사이드] 완벽한 몸에 대한 강박… 10대까지 위협한다

    섭식장애 위험성 알려져도 환자 늘어 국내 80%가 여성…2030이 45% 육박 미(美)의 기준이라고 하면 ‘날씬함’을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 예쁜 몸매를 가꾸기 위해 땀을 흘리는 분들이 많아집니다. 적당한 운동과 다이어트는 분명 건강에도 이롭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30대 초반의 직장 여성 A씨도 처음부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진 않았습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고 맛있는 음식 먹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서서히 강박적인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집안 곳곳에 음식을 숨겨 놓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을 보면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와 먹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계속 충돌했습니다. 그는 “내 주변에는 날씬한 여자만 보이는데 난 왜 이럴까”라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외출할 때는 핸드백에 늘 과자를 넣고 다녔습니다. 과자를 입에 넣었다가 화장지에 뱉고 버리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어느덧 체중이 30㎏대로 줄었지만, 체중계만 눈에 띄면 “무섭다”고 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참지 못하고 곧바로 설사약을 먹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됐습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났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고 의사에게 토로했습니다. ●국내 여성 100명 중 1명 거식증… 남성도 0.3% 2010년 12월 거식증이 심해져 28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 프랑스 모델 이사벨 카로의 사례는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사망 직전 몸무게는 28㎏에 불과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과도하게 마른 모델을 퇴출하자는 운동으로 확산됐고, 많은 이들이 거식증과 폭식증 등 섭식장애의 위험성에 주목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환자 수는 적지 않습니다. 학계는 오히려 환자 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거식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0.6%, 여성의 0.9%와 남성의 0.3% 수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성 100명 중 1명이 거식증 환자라는 것입니다. 폭식증은 전체 인구의 4%, 여성의 5%와 남성의 2.5%가 해당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환자는 빙산의 아랫부분처럼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일부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8~2012년 섭식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를 집계한 결과 2008년 1만 940명에서 2012년 1만 3002명으로 다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성 환자가 약 80%를 차지했습니다. 여성 환자 중에서는 20대(26.9%), 30대(18.1%), 40대(13.0%), 10대(9.4%) 순으로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거식증은 어떤 사람에게 나타날 위험이 높을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완벽주의’를 거론했습니다. 지난달 아시아 최초 국제섭식장애학회 종신·석학회원이 된 김율리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5일 “자신감 부족과 완벽주의적 성향,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민경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거식증 환자는 일반적으로 경직되거나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보인다”며 “모든 면에서 성취도가 높은 사람이 병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업 중에서도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 모델과 연예인의 위험이 큽니다. ●가족의 체형 지적·지나친 간섭, 10대에 영향 커 거식증은 이르면 10대 중반부터 발병 조짐을 보입니다. 자녀에게 지속적으로 바람직한 가치관을 심어 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 과목에서 최고 등급의 성적을 거둬도 부모가 성취를 인정해 주지 않을 경우 자녀는 강한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이것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가족 불화나 가정 내 고립, 부모가 체중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는 행위, 체중이나 체형에 대해 놀림받았던 경험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김율리 교수는 “대중매체에서 끊임없이 날씬함과 다이어트를 부추기고, 사람들에게 만성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게 만든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가치관이 취약한 사람, 특히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3명 중 1명이 섭식장애를 경험하고, 이들 중에서 20~25%는 실제 환자가 됩니다. 거식증과 폭식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합니다. 두 질환 모두 다이어트에서 시작하지만 거식증은 극단적인 체중감량, 즉 굶기로 진행됩니다. 반면 폭식증은 배고픔을 느낄 때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을 먹었다가 체중이 느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러 구토하거나 이뇨제, 설사약을 먹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김민경 교수는 “폭식증 환자의 절반은 거식증을 미리 경험하기 때문에 두 질병의 관련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폭식증 환자는 행동을 보기 전에는 확인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체중이 정상인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폭식과 구토 행위를 매우 부끄럽게 여기고 이런 것들을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행동합니다. 체형과 체중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고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사고 방식이 나타납니다. 전문가들은 폭식증보다 거식증이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니다. 가족이 “살 뺀다는데 내가 간섭할 일은 아니지”라고 방치하거나 체중 감량을 독려하는 사례가 많아 증세가 악화됩니다. 김율리 교수는 “거식증 치사율은 10~20% 정도로 다른 질병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민경 교수는 “거식증, 폭식증 환자의 60~70%는 우울증, 20~30%는 불안장애나 강박증, 충동장애에 시달린다”며 “정신과적 증세가 심해지면 상황을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체중에 대한 집착·정서적 어려움 함께 고쳐야 거식증과 폭식증에서 벗어나려면 체중 회복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상담도 함께 받아야 합니다. 환자의 핵심 문제는 성장과정·감정조절·대인관계의 어려움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 상담이 필수적입니다. 김율리 교수는 “환자 나이에 맞게 대처 방안을 익히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환자의 식사 행동을 조절해 배고픔과 배부름의 사이클을 제대로 회복하고, 생리주기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 1차적 목표”라고 했습니다. 체중에 무신경해지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지만 집착을 어느 정도 줄여 생활에 방해가 되거나 행동 자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성화가 되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해 환자는 물론 가족의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치료에 수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반면 만성화되기 전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입원하지 않고도 짧게는 6개월의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로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족의 역할도 있습니다. 김민경 교수는 “가족들은 일반적인 다이어트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뚱뚱하다거나 너무 말랐다고 닦달해 환자를 위축되게 만드는 경향이 많다”며 “치료받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병이라는 사실을 전문가에게 교육받고 함께 치료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사춘기에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가 생기면 성인보다 신체적인 타격이 큽니다. 김율리 교수는 “섭식장애가 생긴 동안 손상된 키, 골밀도, 2차 성징은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사춘기는 지적·정신사회적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독일 치하 덴마크 어른들 오명 씻은 소년들의 투쟁사

    독일 치하 덴마크 어른들 오명 씻은 소년들의 투쟁사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필립 후즈 지음/박여영 옮김/돌베개/248쪽/1만 3000원 1940년 4월. 히틀러의 독일이 북유럽 침공을 개시한다. 타깃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이웃사촌이었지만 침입자에 대한 두 나라의 대응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덴마크 정부는 ‘늑대 같은 영국, 프랑스로부터 보호해 주겠다’는 독일의 우회적인 항복 메시지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였다. 노르웨이는 달랐다. ‘전쟁기계’ 독일군에 맞서 치열한 항전을 벌였다. 뭍에서 밀리면 바다에서 저항을 이어갔다. 덴마크인들 끓는 피가 없을까. 소심한 어른들의 나약한 결정에 반발한 젊은이 몇몇이 반기를 들었다. 새 책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덴마크 점령에 맞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저항운동을 벌인 십대 소년들의 투쟁기를 담고 있다. 덴마크 여행 중 우연히 레지스탕스 박물관을 찾은 저자는 ‘처칠 클럽’ 특별전을 통해 덴마크 저항운동의 불꽃을 피운 용감한 소년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당시 생존했던 ‘처칠 클럽’의 리더 크누드 페데르센의 입을 통해 잊혀진 역사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재구성해 냈다. 덴마크는 작은 나라다. 자연자원도 적다. 그런데도 비싼 비용 들여 침공을 강행한 이유는 뭘까. 독일이 노린 건 세 가지였다. 먼저 덴마크 철도다. 이를 통해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막대한 양의 철광석을 실어올 수 있었다. 철광석은 무기제조에 필수적인 재료다. “철광석 없이 전쟁을 치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한 독일군 장성의 말에서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병참이다. 덴마크의 비옥한 땅에서 나는 농축산물은 독일군을 먹여살리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은 히틀러의 친덴마크 성향이다. 히틀러는 덴마크 사람들을 완벽한 인간, ‘지배 인종’의 전형이라 생각했다. 금발에 파란 눈은 엘리트 종족의 표상처럼 보였다. 그러니 이런 나라는 당연히 자신의 휘하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터다. 청소년들이 처음 벌인 저항운동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독일어로 된 표지판을 망가뜨리고 독일군의 전화선을 끊는 것이었다. 전략 요충지 올보르로 이사한 후에는 ‘처칠 클럽’이라는 덴마크 최초의 레지스탕스 단체를 결성해 본격적인 저항운동에 나섰다. 비록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활동”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투쟁은 덴마크인 모두의 저항정신과 결속을 이끌어냈다. 2차 대전을 통틀어 가장 극적인 일화 중 하나인 ‘덴마크 유대인 구출 작전’도 바로 이때 전개됐다. 덴마크 사람들 스스로 ‘히틀러의 애완 카나리아’라는 오명을 씻어 낸 셈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책은 스승이다… 명사 5인이 꼽은 ‘내 인생의 책’ 인생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찾기 힘들 때 나도 모르게 읽는 그런 책이 있다. 우리는 ‘책의 힘’을 쉽게 잊곤 한다. 그래도 책은 지루한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준다. 영화감독 이준익, 연극연출가 김광보, 소설가 정유정과 편혜영, 출판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등 5명은 ‘세상의 모든 책’을 가리켜 스승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둔 ‘내 인생의 책 스승’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영화감독 이준익 / 박석무 ‘다산 정약용 평전’ ‘내 인생의 스승이 된 책’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 타이틀이라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 주변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을 꼽아 달라면 ‘다산 정약용 평전’이 있다. 외국의 화폐 인물들은 근현대 인물이 많은데 우리는 맨날 조선 시대 인물들이다. 근대 인물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식민사관의 피동적 근대성보다는 능동적 근대성을 남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런 인물 중 정약용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다산 정약용 평전’은 조선의 주체적인 근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근대를 주체적으로 이룩하지 못한 공동체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갈팡질팡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대는 근대로부터 이어진 건데 피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 능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래에 대한 방향성은 과거 근대성에 대한 관점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수천년 누적된 문화의 잠재력을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 재구성, 재생산해 내는 근간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약용의 삶을 영화로 만들고 싶기는 한데 장담할 수 없다. 영화로 만들 만한 사건이 부족하다. 정약용의 형제들이 시대와 불화를 겪었던 것들이 있기는 한데 픽션을 함부로 가미하면 본질이 호도되고, 지나치게 사실에 근거하면 영화적으로는 불리해 고민이 많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영화로 만든 까닭도 능동적 근대성의 연장선에서다. 연극연출가 김광보 / 파드마 삼바바 ‘티벳 사자의 서’ 1998년 소설가 박상륭의 작품 ‘뙤약볕’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할 때였다. 소설을 정독하는 과정에서 작품 저변에 깔려 있는 정신이 티베트 불교라는 걸 알게 됐다.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경전인 ‘티벳 사자의 서’를 읽게 됐다. 사람이 죽기 직전이나 죽은 후 49일 동안 읽어 주는 경전으로, 생의 근본 진리를 설파하며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돌아보게 하고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해 준다. 처음엔 무척 어려웠다. 난해함이 가실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삶의 본질과 맞닿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동안의 삶도 성찰하고 앞으로 가야 할 올바른 길도 모색했다. 여러모로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엔 삶도 팍팍했고 앞만 보고 가기에 급급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엔 한 작품이 끝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됐는지 돌아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계획을 세우게 됐다. 무대에 올린 작품들을 검증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게 됐다. 성찰을 토대로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 것이다. ‘티벳 사자의 서’에 담긴 정신은 소설 ‘뙤약볕’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뙤약볕’은 말(言)을 숭배하는 한 섬에서 말을 잃어버린 배경과 말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온갖 유형의 인간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 ‘뙤약볕’ 이후 무대에 올린 작품들에도 ‘티벳 사자의 서’의 정신이 요소요소에 깔려 있다. 한 작품에 통째로 담겨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지속적으로 작품에 반영돼 왔다. 소설가 정유정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 인생에 스승이 된 책은 유대인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예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의 태도를 결정해 주는 책이죠.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던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다 그곳에서 잃었어요. 자신은 살아남았는데 느낀 게 하나 있었죠. 프랭클 박사는 누가 수용소에서 죽고 누가 살아남았는지 관찰해 봤어요. 그랬더니 이런 사람들이었죠. 나치들이 아침에 멀건 커피 한 잔을 줘요. 물도 제대로 없는 상태라 보통 사람들은 그걸 홀라당 마셔 버리겠죠.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수를 했던 거예요. 그 더러운 데서 인간의 얼굴을 깨끗이 유지한다는 것, 그게 바로 인간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고 밑바닥까지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죠. 배가 너무 고파도 더 죽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조그만 빵 한 조각을 양보하는 이들도 살아남았어요. 저자가 얻은 결론은 인간으로서 품위와 위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의지대로 이끌더라는 거예요. 현대사회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힐링’(치유)이란 건 누군가에 의해서나 여행으로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인간으로서 존엄을 되찾을 때 가능하다는 걸 일러줘요. 2014년 2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일간 걸으며 밤에 힘겨울 때마다 이 책을 읽었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를 완전히 던질 수 있고,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제 인생이 이런 자유의지가 필요했던 인생이었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소설가 편혜영 / 칼 세이건 ‘코스모스’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게다가 스승으로 삼을 만한 책이라니, 근사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재밌거나 진중하기만 해서도 안 될 것 같아 좀 더 망설였다. 엄히 꾸짖는 책이 아니라 격려해 주는 책, 철없는 질문과 한탄을 어리석게 여기지 않는 책, 패턴을 벗어나라고 말해 주는 책, 질서에서 자유로운 책, 세상을 의심하고 인간에 대해 상상해 보라고 부추기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어떤 부분은 밑줄을 치며 읽고,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잘 모른다. 과학은 매번 스스로를 교정한다거나 과학적 사고에는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잊지 않지만 행성이나 은하,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물리학의 설명은 늘 막연하다. 삶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때,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여느 날보다 울적할 때 무척이나 커다란 백지에 아주 작은 점으로 놓인 나를 상상할 때가 있다. ‘나’는 더 작아지고 세계와 우주는 끝없이 팽창한다. 그런 상상을 반복하면 인간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헤아리게 되고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싶어진다. 물론 그 방법을 ‘코스모스’라는 책이 가르쳐 주었을 리 없다. 오래전의 친구가 말해 준 방법이다. 그러나 우주와 세계의 질서를 헤아리다 보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변덕스럽고 미약한 존재여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출판인 장은수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스승의 책’이 따로 어찌 있으랴. 모든 책은 스승이다. 다만 무릎의 책이 있고, 가슴의 책이 있고, 어깨의 책이 있고, 머리의 책이 있을 뿐이다. ‘무릎의 책’은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서 다리에 일어서는 근육을 만들어 준다. ‘가슴의 책’은 비루한 현실로부터 심장에 뜨겁고 두근대는 소리를 되돌려준다. ‘어깨의 책’은 어둡고 답답한 사방으로부터 눈에 밝고 맑은 전망을 트여준다. ‘머리의 책’은 어지럽고 흐트러진 세상으로부터 마음에 똑똑하고 분명한 갈피를 잡아 준다. 피렌체로부터 버림받은 단테는 무엇을 했을까. 베르길리우스를 읽었다. 그리고 ‘신곡’을 썼다.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 삼아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올라서는 길을 열었다. 재미없고 무료하게 살아가던 이달고는 무엇을 했을까. 이야기책을 읽었다. 그리고 돈키호테가 됐다. 기사 소설을 모범 삼아 타락한 세상을 정의가 널뛰는 모험의 무한 공간으로 발명했다. 세속보다 오히려 타락한 종교에 분노한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 성서를 읽었다. 거룩한 서기들의 어깨에 올라서서 모든 이가 사제 없이 직접 신을 만나는 혁명을 이룩했다. 쫓겨 간 혁명가 마르크스는 무엇을 했을까. 대영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자본’을 발표했다. 결국은 인간 자신마저 괴멸할 돈의 무차별한 전진을 폭로해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꿈꾸도록 했다. 아아, 나는 이 모든 책을 읽었다. 말씀으로써 스승이 무명을 깨쳐 제자의 지혜를 꽃피우듯, 책은 삶의 갈래마다 선바위로 서서 내 안의 길을 일으켰다. 모든 책은 수업이다.‘읽기 중독’이 내 정체성이다. 나는 책에서만 길을 찾는다. 나는 문자로 이뤄졌다.
  • 지역인재 7급 학과성적, 상위 10% → 5% 상향

    인사혁신처는 12일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시험에서 대학별 추천 대상자의 학과성적 기준을 상위 10%에서 5%로 높이는 내용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안에 관련 규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 봉사정신과 자질 등 인성평가도 강화된다. 또 앞으로는 졸업 5년 이후 추천을 제한하고 동일인이 2회 이상 추천을 받을 수 없다. 인사처가 주관하는 필기시험에 헌법 과목을 추가하고, 면접시험 응시 인원을 현행 최대 1.5배수에서 최대 2배수로 늘린다. 지역인재 수습직원 선발시험은 공직 내 지역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대학교육을 성실히 이수한 인재에게 공직 진입의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다. 학과성적과 영어능력검정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일정 성적을 갖춘 사람 중 대학 총장의 추천을 받아 응시할 수 있다. 서류전형, 공직적격성평가(PSAT), 면접으로 이뤄진다. 토익과 함께 토플, 텝스(TEPS), 지텔프(G-TELP), 플렉스(FLEX) 등 다른 영어능력검정시험도 인정한다. 인사처는 또 각 대학에 PSAT 모의시험으로 응시생을 가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생활의 충실성, 봉사정신과 성실성,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달 말 12개 대학과 가지는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한다. 이번 방안은 올해 허위 약시 진단서로 토익과 한국사능력시험 시간을 20% 더 연장받아 지역인재 수습직원 선발시험 응시자격을 얻은 청사 침입 공시생 송모(26)씨 등의 사례가 적발되면서 나왔다. 따라서 인사처는 한국토익위원회와 협의해 다음달 26일 치르는 시험부터 장애인 등록증 소지자에게만 시간을 늘려 주도록 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감금·학대에 맨발로 도망쳤던 어린이, 섭식장애 등 후유증 “정신과 치료 중”

    감금·학대에 맨발로 도망쳤던 어린이, 섭식장애 등 후유증 “정신과 치료 중”

    감금·학대를 당한 끝에 맨발로 도망쳐 충격을 줬던 인천 연수구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어린이가 섭식장애 등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정선재) 심리로 열린 A(33)씨 등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 어린이 B(12)양 측 변호사는 “B양이 학습능력이 많이 떨어지고 또래 아이들과 관계를 힘들어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B양이 현재 주 1회 정도 소아정신과 전문의에게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음식을 제어하지 못하는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B양의 상태는 발견됐을 때보다 다소 호전됐다. B양은 당시 키 120㎝에 몸무게 16㎏에 불과했지만 5개월 만에 몸무게가 12.5㎏ 늘고 키는 5.8㎝ 자랐다. B양은 앞서 지난해 12월 12일 인천 연수구에서 맨발로 집을 탈출해 근처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먹다가 주인에게 발견됐다. 조사 결과 아버지인 A씨는 동거녀 C(37)씨와 함께 지난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 4개월 동안 모텔과 자신의 빌라 등에서 딸을 감금한 채 굶기고 상습 폭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C씨는 상습특수폭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변호사를 통해 B양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한 뒤 다음달 15일 변론을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교수가 조교 얼굴에 맥주 뿌리고 대학원생 뺨 때리고

    여교수가 조교 얼굴에 맥주 뿌리고 대학원생 뺨 때리고

    여교수가 회식 중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해당학과 조교에게 욕설과 함께 술을 얼굴에 세 차례나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이 여교수는 또다른 대학원생을 폭행한 일도 있어 직위를 이용한 상습적 행동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11일 순천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고분자공학과 장모(48) 교수가 학과장, 조교와 주점에서 대화하다 갑자기 화를 내면서 맥주잔을 조교인 A(30)씨의 얼굴에 뿌렸다. 장 교수가 다른 사람들한테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얘기를 하고 다닌 것에 대해 A씨가 “잘못한 점이 있으면 직접 지적해주라”고 하자 나온 행동이었다. 이후 장 교수는 “나하고 동급으로 생각하느냐. 나한테 개기냐. 셋 셀 때까지 여기서 나가라”고 한 뒤 이후 두 차례나 더 빈 잔에 맥주를 따른 후 얼굴에 뿌렸다. 이 자리에는 학과장도 있었지만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고, 연구실에서 같이 공부하는 학생 2명이 이런 광경을 모두 지켜봤다. 지난 9월부터 조교를 하면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는 A씨는 심한 수치감과 충격으로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4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폭행혐의로 장 교수를 고소했다. 장 교수는 2014년 8월에도 술을 마시고 연구실에 와서 취직 면접을 못 봤다는 이유로 학생 10여명이 보고 있는데도 책상을 뒤엎고, 대학원생 B씨의 뺨을 세 차례 때려 안경이 벗겨지는 행패를 부린 일도 있었다. A씨는 “아직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도 인격적 모욕감이 사그라지지 않아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조교가 눈을 부릅뜨고 항의하고, 그럴만한 내부 속 상황이 있어서 그렇게 된 일이다”며 “대학원생이었던 B씨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해명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폭행 시달리다 전역 당일 투신한 병사 “순직”

    폭행·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전역 당일 투신해 다음날 사망선고를 받은 병사가 1년 9개월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가 이모(사망 당시 22세)씨를 순직자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육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전역 당일인 2014년 7월 10일 오후 10시 50분쯤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서 구조대는 오후 11시쯤 현장에 도착해 이씨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씨는 결국 사망했다. 병원 측은 이씨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을 기준으로 시체검안서에 사망 일시를 11일 0시 4분으로 적었다. 군은 이씨의 사망 일시가 전역일을 기준으로 4분이 지났기 때문에 이씨가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라며 전공사망심사를 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이씨가 욕설·가혹행위에 지속적으로 시달린 것이 투신의 중요한 원인이고, 병원 도착 시간을 사망 일시로 판단한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공사망심사를 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국방부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재조사를 벌여 지난달 19일 이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씨는 부대 전입 후 18회 이상 선임병으로부터 암기 강요를 당했고 폭행·모욕 행위를 당한 정황이 발견됐다. 국군병원과 민간병원에서 5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도 확인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호주, 성형수술 숙려기간 의무화

    호주, 성형수술 숙려기간 의무화

     호주에서 성형수술을 받으려면 미성년자는 3개월, 성인은 7일의 숙려기간을 의무적으로 가져야 한다.  호주의료위원회(MBA)는 9일 성형시장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환자들의 불만이 늘자 이 같은 내용의 지침을 내놓았다고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새 지침에 따르면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성인들에게는 사전에 7일 동안 곰곰이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했다.  특히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3개월의 숙려기간과 함께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일반의(GP) 등의 상담을 거치도록 했다.  보톡스처럼 주사를 통한 물질 주입을 처방하게 될 경우 의사들에게는 미리 대면 혹은 최소한 화상을 통한 상담을 의무화했다.  또 의사들의 경우 마취 수술을 하려면 응급의료시설을 이용해야 하고 수술 뒤 보살핌과 관련해서도 확실하게 책임을 떠맡도록 했다. 이 밖에 의사들은 상세한 수술 비용 정보를 서면으로 발행해야 했다. 의사들이 이 지침을 어기면 징계에 회부되며 최악에는 면허 취소도 감수해야 한다.  위원회의 조안나 플린 위원장은 “이번 지침을 통해 모든 수술은 심각한 것이고 환자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전달되길 바란다”며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사람 일부는 숙려기간에 생각을 재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호주 성형시장은 현재 연간 10억 호주달러(8700억원) 규모로 평가되고 있으며 호주인 1인당 성형비는 미국인보다 많다고 방송은 전했다.  호주에서는 지난 10년 간 성형수술을 받은 후 20대 여성 2명이 숨졌으며 여러 명이 심각한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