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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나 납치당했어”…유학간 딸 목소리, 알고보니 ‘AI’

    “엄마! 나 납치당했어”…유학간 딸 목소리, 알고보니 ‘AI’

    “엄마! 나 납치당했어” 서귀포시에 사는 A씨는 최근 미국에 유학 중인 딸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흐느끼는 딸의 목소리 뒤 한 남성이 전화를 건네받더니 “현금 10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딸을 해코지하겠다”고 협박했다. 18일 안덕파출소에 따르면 15일 오후 9시쯤 ‘해외에서 유학 중인 딸이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제주에 한 달 살기를 하러 온 A씨 부부로, 약 5분 전인 오후 9시 5분쯤 모바일 앱을 통해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국 시카고에 유학 중인 딸 B씨의 목소리였는데, 피싱 일당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만든 허위 목소리였다. 일당은 B씨 목소리를 이용해 A씨 부부에게 ‘납치를 당해 감금돼 있다’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B씨의 부친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최상위 출동 경보인 ‘코드0’를 발령하고 현장에 출동하는 한편, 신고 직후 부친 휴대전화가 꺼져 있는 정황을 토대로 신종 피싱 수법임을 직감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동시에 통신 수사를 진행했다. 휴대전화 발신 지역 주변에 도착한 경찰은 사이렌을 듣고 온 A씨 부부와 만나 이들을 진정시켰다.경찰은 A씨 부부로부터 딸이 이날 오후 시카고에서 대만행 항공기에 탑승한다는 말을 듣고 시카고 한국 총영사관에 연락을 취했다. 동시에 국제 공조가 이뤄졌다. 제주국제공항 경찰대는 시카고 현지 경찰에 A씨 부부 상황을 설명하고 B씨 신변 확인에 나섰다. 이후 시카고 경찰로부터 B씨가 안전하게 비행기에 오른 사실을 확인했다. 피싱 범죄임을 직감한 경찰은 B씨가 납치되지 않았다고 A씨 부부를 안심시켰다. 이후 A씨 부부는 B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안덕파출소 양진모 경위는 “최근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연락이 쉽게 닿지 않는 해외거주 가족을 사칭한 피싱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A씨 부부는 제주경찰청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위급한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며 “즉시 출동한 안덕파출소 경찰관, 서귀포 형사들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라는 신념이 우리 가족을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지켜줬다”고 적었다.
  • “당원 10만명 돌파” 조국, 한동훈 향해 “느그들 쫄았제”

    “당원 10만명 돌파” 조국, 한동훈 향해 “느그들 쫄았제”

    조국혁신당은 공식 창당 11일 만에 가입 당원 1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자녀의 ‘스펙 쌓기’ 의혹이 무혐의로 결론 난 것을 두고 “제 딸에게 했던 만큼만 하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은 15일 “오전 8시 기준 조국혁신당에 가입한 신규당원이 10만 2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창당대회를 연 지 11일 만이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으로 등록한 이후 7일 만이다. 조국혁신당은 “빠르게 정비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국민들이 보시기에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차후에는 IT(정보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를 위해 종이 입당을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시각장애인용 홈페이지 등을 준비해 좀 더 많은 사람이 조국혁신당과 함께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에 출연해 “이 정도로 빠른 속도로 뜨겁게 지지가 높아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며 “지난 윤석열 정권 2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정권의 무책임함, 무도함, 무능함에 대해서 울분과 분노가 가슴 속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는 한 위원장 딸의 ‘스펙 쌓기’ 의혹이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난 것에 대해 “소환 조사, (딸이) 다닌 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이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했으니 무혐의가 된 것”이라며 “일기장, 체크카드, 다녔던 고등학교까지 압수수색 한 제 딸에게 했던 만큼만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한 위원장이 자신을 겨냥해 비례대표 유죄 확정시 의원직 승계 금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높아지니 위축된 한동훈 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예민하고 불안해진 모양”이라며 “부산 사투리로 한마디 하겠다 느그들 쫄았제”(‘너희들 겁먹었지’의 부산 사투리)라고 말했다.
  • [지방시대] 춘래불사춘… ‘광주의 봄’은 오려나

    [지방시대] 춘래불사춘… ‘광주의 봄’은 오려나

    결국 봄은 우리 곁에 왔다. 여기저기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의 입김이 와닿는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는 ‘소군원’이란 시에서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이라고 그렸다.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왔다 한들 봄 같지 않구나.” 전한시대에 흉노족 왕의 아내로 선발돼 끌려간 왕소군의 슬픈 사연을 노래한 것이다. 그는 봄 날씨를 말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현실을 담아낸 것이다. 광주의 건설경기도 마찬가지다.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이 아니다. 기업하는 이들에게는 아직 엄동설한이다.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금리가 올라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광주 건설시장에는 지금도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광주연구원이 최근에 펴낸 ‘광주 정책 포커스’는 현실을 냉혹하게 진단했다. 광주에서 건설 투자가 현 상태에서 1% 이상 감소할 경우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0.54% 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광주 건설투자가 495억∼1187억원 감소할 경우를 가정하면 생산액은 606억∼1455억원, 부가가치액은 242억∼581억원, 취업 인원은 558∼1339명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22년 기준 광주 건설업 종사자 수는 모든 산업의 10.9%(광역시 평균 7.3%), 생산액은 GRDP의 4.7%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다. 건설업과 부동산업 사업체는 각각 1만 6000개(9.4%)·9000개(5.4%), 종사자는 7만 3000명(10.9%)·2만 5000명(3.7%), GRDP는 2조 1000억원(4.7%)·3조 9000억원(8.7%)이었다. 문제는 공사비가 오르고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된 데다 건설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상황을 만든 저성장과 고금리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설이 살아야 지역 경기가 산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맞다. 건설경기 침체의 후폭풍은 심각하다. 우선 실업자가 늘어난다. 가구, 전자제품 등 다른 소비산업이 위축된다. 그래서 건설경기가 침체되면 내수경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민들의 고통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을 비롯한 건설경기를 살리는 것만큼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없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올해 예산을 상반기에 60% 이상 집행한다고 했다. 지역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도 나서야 한다. 건설기업의 자금난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역경기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불황은 가장 먼저 서민들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지금이 그렇다. 봄이 왔어도 온 것 같지 않은 암담한 현실이지만 희망을 가져 보자. 그 힘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이겨 내지 않았던가. 광주에 진정한 봄이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서미애 전국부 기자
  • “고3 진학 학생 고민 해결을” 경남교육청 맞춤형 진학 상담

    “고3 진학 학생 고민 해결을” 경남교육청 맞춤형 진학 상담

    경상남도교육청은 2025학년도 대입 전형 궁금증을 해소하고 수험생의 새 학기 준비에 도움을 주고자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맞춤형 진학 상담’을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맞춤형 진학 상담’은 25일~29일 경남대입정보센터(창원), 27일~29일 서부대입정보센터(진주)에서 각 오후 4시 40분~오후 9시(회차당 40분·총 5회)까지 진행한다. 상담 대상은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학생과 학부모 170명(경남대입정보센터125명·서부대입정보센터45명)이다.상담은 무전공 선발 확대, 의대 정원 증원 논의, 수능을 여러 번 보는 엔(N)수생 증가 등으로 불안정한 입시 환경에 놓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 불안감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했다. 맞춤형 상담 내용은 ▲학생 지원대학별 맞춤형 지원 전략 안내 ▲3학년 1학기 대입 준비를 위한 세부적인 내용 ▲효율적인 학교생활 방법 ▲수시·정시모집 지원 때 대학수학능력시험 활용 방법 등이다. 특히 자기소개서 폐지, 학교생활기록부 대입 미반영 영역 확대로 학생부종합전형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남은 기간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도 심도 있게 안내한다. 상담은 개인당 40분씩 진행한다. ‘대입 전형 특징, 맞춤형 대입 준비 방법’을 주제로 도내 진학전문가 교사들로 구성된 대학진학전문위원단과 경남·서부 대입정보센터 상담교사가 맡는다. 경남교육청은 진학 지도 경험이 풍부한 현장 교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새 학기 준비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상담 신청은 18일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경남대입정보센터 누리집(jinhak.gne.go.kr)에서 할 수 있다. 회원 계정이 없으면 회원가입 후 행사 신청 메뉴에서 신청하기를 누른 후 학생·학부모 개인별로 신청하면 된다. 김경규 경남교육청 진로교육과장은 “이번 상담이 3학년 학기 초 대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 진학 고민 해소로 이어졌으면 한다”며 “학기 초 개인 맞춤형 대입 준비 전략으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계기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일하지 말고 도망 다녀라” 군의관·공보의 태업 지침 글 올라와

    “일하지 말고 도망 다녀라” 군의관·공보의 태업 지침 글 올라와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 대책으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가 현장에 파견된 가운데 이들에게 업무 거부 방법을 안내하는 지침이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군의관 공보의 지침 다시 올린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인드는 ‘병원에서 나에게 일을 강제로 시킬 권한이 없는 사람이 없다’이다”라며 “이걸 늘 마음속에 새겨야 쓸데없이 겁을 먹어서 일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사의) 전화를 받지 말고 ‘전화하셨네요? 몰랐네요’라고 하면 그만”이라든지 “담배를 피우러 간다며 도망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또 “심심하면 환자랑 같이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환자를) 조금 긁어주면 민원도 유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도 했다. 병원 업무 대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전공 책이나 읽으라는 ‘조언’도 했다. 이어 “공보의와 군의관 의무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전부이고 병원 내에서 일을 조금이라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어떻게 도망 다닐지를 고민하라”고 적었다. ‘메디스태프’는 의사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다. 다만 해당 게시물을 누가 어떤 의도로 작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차출 군의관 공보의 행동 지침’이라는 제목의 글도 게시됐다. 이 글의 글쓴이는 “인턴과 주치의 업무, 동의서 작성 등은 법적 문제 책임 소지가 있으니 당연히 거부하라”면서 “인턴 업무는 한 건당 10만~20만원 이상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또 “환자에게 설명하는 일도 당연히 거부하라”고 했다. 수술 참여와 상처 치료, 소독 후 붕대 처치 등도 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또 “주중 당직은 100만원 이상, 주말 당직은 250만원 이상, 응급의학과는 24시간 근무는 하루 급여 300만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메디스태프’에는 사직을 예고한 전공의들에게 ‘병원을 나오기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고 종용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글이 병원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작성자를 특정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최근에는 전공의 집단사직에 동참하지 않고 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이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도 올라와 논란이 됐다.
  • [지방시대] 춘래불사춘 ‘광주의 봄’은 오려나?

    [지방시대] 춘래불사춘 ‘광주의 봄’은 오려나?

    결국 봄은 우리 곁에 왔다. 여기저기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의 입김이 와 닿는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는 ‘소군원’이란 시에서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이라고 그렸다.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왔다 한들 봄 같지가 않구나” 전한시대에 흉노족 왕의 아내로 선발돼 끌려간 왕소군의 슬픈 사연을 노래한 것이다. 그는 봄 날씨를 말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현실을 담아낸 것이다. 광주의 건설경기도 마찬가지다.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이 아니다. 기업하는 이들에게는 아직 엄동설한이다.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금리가 올라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광주 건설시장에는 지금도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광주연구원이 최근에 펴낸 ‘광주 정책 포커스’는 현실을 냉혹하게 진단했다. 광주에서 건설 투자가 현 상태에서 1% 이상 감소할 경우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0.54%P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광주 건설투자가 495억∼1187억원 감소할 경우를 가정하면 생산액은 606억∼1455억원, 부가가치액은 242억∼581억원, 취업 인원은 558∼1339명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22년 기준 광주 건설업 종사자 수는 모든 산업의 10.9%(광역시 평균 7.3%), 생산액은 GRDP의 4.7%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다. 건설업과 부동산업 사업체는 각각 1만6000개(9.4%)·9000개(5.4%), 종사자 는 7만3000명(10.9%)·2만5000명(3.7%), GRDP는 2조1000억원(4.7%)·3조9000억원(8.7%)이다. 문제는 공사비가 오르고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된 점, 건설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상황을 만든 저성장과 고금리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설이 살아야 지역 경기가 산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맞다. 건설경기 침체가 가져오는 후폭풍은 심각하다. 우선 실업자가 늘어난다. 가구, 전자제품 등 다른 소비산업이 위축된다. 뿐 아니라 도배, 인테리어 등 소상공인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건설경기가 침체되면 내수경기에 치명적이다. 서민들의 고통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을 비롯한 건설경기를 살리는 것만큼 서민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없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공급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는 올해 예산을 상반기에 60% 이상 집행한다고 했다. 지역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도 나서야 한다. 건설기업의 자금난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업의 자구 노력을 지원하고 주택경기 회복을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 건설기업이 일거리를 가질 수 있게 공공공사를 서둘러 발주해야 한다. 공공부문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수요를 확대하고 대·중소 건설업체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역경기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불황은 가장 먼저 서민들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지금도 그렇다. 봄이 왔어도 온 것 같지 않은 암담한 현실이지만 희망을 가져보자. 그 힘든 IMF도 이겨내지 않았던가. 광주에 진정한 봄이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 ‘어머님, 당신의 눈물어린 눈동자에’ 서정시인 박목월 미발표 시 공개 [포토多이슈]

    ‘어머님, 당신의 눈물어린 눈동자에’ 서정시인 박목월 미발표 시 공개 [포토多이슈]

    [포토多이슈] 사진으로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연재물어머님, 당신의 눈물어린 눈동자에 빛나는 바다, 어머님, 당신의 근심스러운 마음 안에 기름진 땅, 박목월 시인의 미발표 시 ‘어머님, 당신의 눈물어린 눈동자에’ 중 일부이다. 서정시인 박목월의 미발표 시 166편이 45년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박목월 시인의 장남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육필 시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는 박덕규 명예교수(단국대), 우정권 교수(단국대), 방민호 교수(서울대), 유성호 교수(한양대), 전소영 초빙교수(홍익대)가 배석해 미공개 육필 노트의 내용을 분류하고 분석한 결과를 설명했다. 박동규 명예교수는 인사말에서 “아버님 육필 노트에 수록된 460여 편 중 미발표작 290여 편에서 작품 형태를 갖췄다고 판단되는 166편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동규 명예교수는 “시집을 내실 때 굉장히 어려워하셨는데 (노트에 적힌 시들이) 발표하기가 싫어서 안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한 시인의 생애를 보는 데는 필요한 자료로 보였다”며 “누가 될까 걱정했지만 (시를 쓰는) 과정도 시이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시들은 박목월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간 ‘청록파’ 시인으로서 향토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자연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지만, 이번 시에서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일상적인 삶, 신앙 등에 대해 쓴 내용이 담겼다. 대표작으로는 일상적 삶을 담은 ‘어머님, 당신의 눈물 어린 눈동자에’, 슬픔과 상실의 정서를 가진 ‘눈물’등이 있다. 이 외에도 6.25 전쟁 당시 고아가 된 구두닦이를 그린 ‘슈산보보이’, ‘동시적 운율과 리듬을 갖고 있는 초기 시 ‘산골호수’등이 모두 공개됐다. 박목월 시인은 1915년에 태어나 1978년에 사망했다. 20대에는 주로 동시를 짓다가 1939년에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1946년 조지훈·박두진 등과 3인 시집 ‘청록집’을 발행하여 해방 시단에 큰 역할을 했다. 박목월은 향토적 서정성을 심화시키면서 애국적인 사상을 기저에 깔고 민요조를 개성 있게 수용하여 재창조한 대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원회는 시집을 전자책으로 발행하고, 전집과 평전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 낭송회 페스티벌, 강연회 등을 통해 시문학 활성화에 기여하고, 시가 뮤지컬 영화 등 제2의 창작으로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4년 시범 운용 거친 ABS는 성공적…불쑥 도입 시도 피치 클록은 ‘덜커덩’

    4년 시범 운용 거친 ABS는 성공적…불쑥 도입 시도 피치 클록은 ‘덜커덩’

    KBO리그에 2024시즌부터 정식 도입되는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은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시범경기 4일째인 12일까지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도입 예정인 ‘피치 클록’은 혹평을 받고 있다. 각 구단 감독들이 공개적으로 시행 반대 의사를 밝힐 정도다. 투수의 투구 간격을 엄밀하게 측정하는 피치 클록은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도입해 경기 시간 단축에 큰 효과를 봤다. KBO 사무국도 올해 KBO리그에 도입하기로 하고 시범경기에서 운영 중이다.투수는 피치 클록 규정에 따라 주자가 있을 때 23초, 없을 때는 18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된다. KBO 사무국은 2024시즌 전반기엔 피치 클록을 시범 운용한 뒤에 후반기 정식 시행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ABS는 2020년부터 퓨처스(2군)리그에서 4년 동안 시범 운용을 거치면서 노하우가 쌓였고, 선수나 지도자들의 심리적 저항도 많이 줄었다. 반면 피치 클록은 퓨처스리그에서도 시험하지 않은 제도다. 실제 선수 대부분이 시범경기에서 피치 클록을 ‘체험’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치 클록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투수와 포수, 그리고 야수가 사인 교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착용하는 밴드 형태의 필수 전자 장비인 ‘피치컴’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는 도입조차 안 됐다. 국내에는 개발 업체가 없고, MLB에서 쓰는 수입품을 쓰려면 정부의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 KBO 사무국은 지난해 7월 피치 클록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10개 구단 사장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이른바 ‘입김 센’ 4개 구단 사장이 올 시즌 시행을 강력하게 주장해 현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작 선수들의 대표 단체인 프로야구선수협회에는 피치 클록 관련 논의 없이 통보만 했다. 선수협은 시범경기 기간 10개 구단 선수를 대상으로 피치 클록 관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현장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이강철 kt wiz 감독은 “전반기까지 성적이 좋았던 팀이 (후반기 변수가 될 수 있는 피치 클록을) 뭐 하러 찬성하겠나”라고 말했다. kt를 비롯해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등의 지도자들도 피치 클록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KBO 사무국의 관계자는 “현재 벌어지는 논란을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박목월 미발표 시 대거 발굴…“격랑의 시기, 시와 삶 환기 계기 되길”

    박목월 미발표 시 대거 발굴…“격랑의 시기, 시와 삶 환기 계기 되길”

    “‘뭐하러 했노.’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45년이 됐는데 이제 와서 시를 공개한 걸 보면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아 겁도 납니다. 하지만 박목월이 해방 전후 암흑기부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평생 시를 껴안고 살아간 1세대 시인임을 꼭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시인 정지용이 “북에 소월이 있다면 남에는 목월이 있다”고 상찬했던 박목월(1915~1978) 시인의 미발표 육필 시가 대거 발굴돼 공개됐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인의 장남인 박동규(85)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택에 소장한 노트 62권과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 보관된 18권의 노트에서 미발표 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쓰여진 시는 모두 460여편으로, 완전한 시 형태를 갖춘 것이 318편이었다. 유작품발간위는 이 가운데 290편을 새로운 창작물로 확인하고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한 166편을 추려 이날 공개했다.이번 시 발굴은 30년 전 대학원 시절 박 교수의 제자로 노트의 존재를 처음 듣고 오랜 궁금증을 품고 있던 우정권 단국대 교수의 제안이 출발점이 됐다. 우 교수는 “선생님 댁 방 한구석 보자기에 싸인 노트에 대한 의문이 영원한 숙제처럼 남아 있다가 지난해 4월 선생님께 보여달라고 청했다”며 “미발표작임을 알고 그해 8월 동료 학자들과 발간위원회를 꾸려 8개월간 기존 출간작과의 대조 및 주제별 분류·분석 작업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193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미발표 시편들에 대해 우 교수는 “그간 많은 독자들이 그에 대해 자연과 풍경에 대한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써온 시인으로 알고 있지만 새로 발굴된 작품 속에는 그간 찾아보기 어려웠던 한국전쟁의 참혹함이나 해방의 기쁨 등 시대적 상황이나 도시민의 삶과 예리한 현실감각 등을 드러내고 있어 재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한국전쟁의 참혹한 경험을 뒤로 하고 새 삶을 일궈가는 구두닦이 소년의 모습을 그린 ‘슈샨 보오이’가 대표적이다. ‘6.25때/엄마 아빠가 다 돌아가신/슈샨보이./길모퉁이의 구두를 닦는 슈샨·보이.//(중략) 이밤에 어디서 자나 슈샨·보이/비가 오는데, 잠자리나 마련 했을가. 슈샨·보이/누구가 학교를 보내주는 분이 없을가. 슈샨·보이/아아 눈이 동그랗게 아름다운 그애 슈샨 보이/학교 길에 내일도 만날가 그애 슈샨보이.’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어눌하게 살아가는 시인 자신과 용설란을 동일시하며 타향에 와 있는 고적함을 제시한 작품 ‘용설란’을 걸작으로 꼽기도 했다. ‘파도소리에 뜰이 흔들리는/그 뜰에 용설란//반쯤 달빛에 풀리고/반쯤 달빛에 빛나는 육중한 잎새//(중략) 어늘한 사투리로 가까스로 몸매를/빚어,//안개에 반쯤 풀리고/안개에 반쯤 살아나는 용설란.’ 주제별로는 생활과 일상, 기독교 신앙, 가족과 어머니, 사랑, 제주와 경주, 동심, 시인으로서의 삶과 내면을 다룬 시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동시도 60~70여편 포함돼 있다. ‘하얀 구름/동동/여름도 안 갔는데//그 콩꼬투리/맺었을까 하고/아기 산비둘기/엿보고 가고//상기/콩밭에는/파란 콩꽃/피었는데//그 콩꼬투리/맺었을까 하고/달밤에는 아기 꿩이/엿보고 가고’(콩꼬투리) 노트에는 시어 하나 바꾸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던 시인의 창작 노력과 여기서 추려 원고지에 옮긴 뒤 이를 시집으로 냈던 창작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살아 있는 창작의 교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격랑 속에 놓여 있는 가운데 목월의 시가 서정시의 정수를 이어왔음을 다시 확인하고 주변 존재를 바라보는 삶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작품발간위는 조만간 육필 노트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전집과 평전 발간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위원회 측은 “박목월 시를 현대 미디어와 접목해 시문학의 대중화를 이루고 육필 시의 원본성이 훼손되지 않고 문화유산으로 후대에 널리 보존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 혐오시설 인식 옛말… 경기 지자체들 장사시설 건립 붐

    혐오시설 인식 옛말… 경기 지자체들 장사시설 건립 붐

    화장시설 부족으로 3일 만에 장례를 치르기 어렵게 되자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1405만명이 사는 경기지역에는 11일 현재 종합장사시설이 4곳에 불과하다. 특히 수원연화장, 성남장례문화사업소, 용인평온의숲, 화성함백산추모공원 등 4곳 모두 경기남부에 있다. 인구가 363만명인 경기북부에는 고양시에 서울시립승화원이 있으나, 서울시 시설이라 고양, 파주 이외 주민들은 이용료가 비싼데다 특정시간에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기동북부 지자체들은 오래전부터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가평, 이천, 하남시 등에서는 시장 퇴진 및 주민소환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선 8기 경기동북부 시장·군수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가장 먼저 양평군이 과천시와 더불어 30만㎡ 규모의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9월까지 부지를 선정하고 2030년까지 개장할 계획이다. 양주시는 백석읍 방성리에 83만㎡ 규모의 광역종합장사시설을 의정부·동두천·남양주·구리·포천 등 인근 5개 지자체와 공동 건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제3국립현충원을 유치한 연천군도 25만∼30만㎡ 규모의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후보지를 공모한 결과 미산면 광동리 등 3개 마을이 유치를 신청했다. 경기남부인 이천시와 평택시도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이천시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후보지를 공모한 결과 3개 마을이 유치를 희망했다. 이달에 부지를 선정, 내년 4월 착공할 계획이다. ‘혐오시설’이라며 무조건 반대하던 주민들 인식도 달라졌다. 양주시, 연천군 등에서는 “지역경제에 도움 될 수도 있다”며 경쟁적으로 유치를 희망한다. 화장률이 90% 전후에 이르면서 장사시설을 필요한 시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덕현 연천군수는 “현지인보다 10배 이상 비싼 값을 주고 강원 속초까지 원정 화장을 가거나 4일장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장사시설이 기피시설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고 밝혔다.
  • 한국형 ‘ADHD 교육 매뉴얼’ 발간… 교실 내 갈등 해소 출발선 그었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한국형 ‘ADHD 교육 매뉴얼’ 발간… 교실 내 갈등 해소 출발선 그었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교육청 2년간 현장실험 성과ADHD 학생 지도 위한 안내서“아이 행복하면 갈등 없을까?”임상전문가, 부모 육아법 교육교사는 교실 내 지도방법 공유정신과전문의 가족·교사 상담검토위 27명이 직접 실행·보완 학교는 지루한 일상과 작은 이벤트가 교차하는 장소이다. 정서·행동 문제를 지닌 학생이라면 그 편차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이들에게 학교는 불편한 곳이지만 스스로의 문제를 극복할 힘을 낼 기회의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도 학교에선 ‘좋은 어른들’을 매개로 정서·행동 문제를 극복해 내는 작은 기적들이 일어난다. 부모, 교사,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과 전문의, 친구 그리고 스스로의 힘을 통해 아이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문제는 제도화. 전문가 각자의 힘으로 정서 위기를 해결할 뿐 이들이 힘을 합쳐 아이를 빠르게 지원하는 ‘육각형 치유법’(그림 참조)은 구현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학교 안팎 전문가들이 교육청을 중심으로 모여서 이뤄 낸 성과를 전한다.“맨날 학교 가서 사과하고, 동네에선 눈치 보이고…. 콩나물시루에 부은 물이 다 빠져도 콩나물이 자라듯 제가 하는 게 다 소용없어 보여도 결국 아이에게 도움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견딥니다.” “너무 힘들어 안방에서 문 닫고 엉엉 우니까 둘째가 들어와서 제가 예전에 했듯이 등을 쓰다듬으며 ‘엄마, 호흡해. 호흡해. 엄마가 나 지켜 줬으니까 이제 내가 지켜 줄게’라고 하는데 ‘다행이다. 이 아이는 결국 따뜻한 아이로 잘 자라겠구나’ 안도했습니다.” 지난해 가을 저녁 서울시교육청에서 마련된 학부모 교육 현장에서는 정서·행동 문제를 지닌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말이 끝날 때마다 눈물이 터졌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이를 키우느라 학교와 사회에서 언제나 죄인이었던 부모들은 쉽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최근 이렇게 울어 본 적이 없다’고 쓴 소감문을 보며 교육을 이끌던 도례미 서울대병원 임상심리 연구교수는 남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하지만 2주 뒤 다시 모인 회의실에선 누구도 울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작은 효과라도 봤던 육아법을 앞다퉈 얘기했다. 한 사람이 “아직 단점이 많은 아이지만, 작은 일도 포스트잇에 적어 두었다가 모아서 칭찬해 준다”고 하면 다른 이는 “가족 넷이 명상 영상을 보고 다 같이 일찍 잤더니 아이의 아침 짜증이 줄었다”며 말을 보탰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부모들의 노하우를 교육청은 기록했다. 학생들의 정서·행동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제도 개발의 출발점이었다. 비슷한 시기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에는 ADHD 아동을 교육하는 교사들이 모였다. 교실에서 ADHD 아이 자리를 맨 앞에 둘지, 의자 뒤의 여유 공간이 넓은 뒷자리가 좋을지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다. 에어컨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으면 소음 때문인지 아이 집중력이 더 흐트러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실로 돌아가서는 에어컨에서 떨어진 쪽으로 아이 자리를 바꿔 앉혔다.ADHD 아이를 배려해 교실 뒤에 설치한 인디언 텐트가 특혜나 차별 구역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두고도 교사들은 씨름했다. 다른 아이들도 피곤할 때 쓸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쉬는 시간 교사가 피곤하다며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가 개운한 표정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여 주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교사들의 대화를 듣던 임상심리 전문가가 “교실에 텐트나 돗자리를 설치해 ‘마음돌봄 공간’으로 활용하는 건 충동적인 화를 스스로 진정시킬 수 있게 돕는 좋은 방법”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히자 여러 교실에 인디언 텐트가 설치됐다. 이들의 교실 경험 역시 기록됐다. 임상심리 전문가와 교사, 부모들이 만난 경험은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발간한 ‘ADHD 학생 지도를 위한 교사용 안내서’에 녹아들었다. 외국 책을 번역하거나 이론을 정리한 매뉴얼이 아니라 임상심리 전문가가 ADHD 아동의 학교생활을 개선할 방법을 제안하면 27명의 검토위원 교사가 직접 교실에서 실행해 본 뒤 보완하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한 끝에 한국형 교실에 맞는 ADHD 지도 매뉴얼이 나왔다.안내서를 공동 기획한 박중재 서울 동부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장은 6일 “교육 현장에 ADHD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교사 대상 컨설팅, 연수, 지도자료 등과 정서위기학생 보조인력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많았다”면서 “지난해 학부모의 교권 침해가 사회적 문제가 됐는데, 애초에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행복하다면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이 생길 일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ADHD 아동 교육을 위한 매뉴얼 마련에 시급하게 나선 이유다. 교육부에서도 낸 적 없던 ADHD 교육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정신과 전문의를 초빙해 ADHD에 대한 학부모·교사 대상 강의를 열며 ADHD 가족과 지도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탐색했다. 이후 110여명의 교사들로 구성된 위기학생 지원 전문학습공동체를 꾸려 ADHD 아동 및 교사에게 필요한 지식과 지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학교 밖 보건 전문가들과 함께 ADHD 교사 매뉴얼을 만든 데 이어 지난겨울에는 학교로 찾아가는 ADHD 전문 컨설팅을 실시했다. ADHD 의심 아동과 부모, 교사 상담을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는 컨설팅이다. 많은 교사들이 이미 ADHD 아이 교육법을 경험적으로 익히고 있었다. 올해로 32년차 초등교사인 이세경씨는 그중에서도 발군으로 인정받았다. 2000년대 초반쯤 유독 집중을 못 하는 ADHD 아이를 처음 접했던 이씨는 미술 시간 안절부절못하던 아이에게 “동그라미 3개부터 그려 볼까”라고 과제를 쪼개서 내준 일을 시작으로 ADHD 대응 교육법을 익혔다. 아이가 뛰쳐 나가려는 조짐이 보이면 “모두 책상에 엎드려 동굴 탐험을 하자”며 진정시켰다. 이씨와 같은 교육 베테랑 교사들도 자신의 방법이 임상적으로 옳은 방법인지 의구심이 있었는데,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 교사와 의견을 나누며 확신을 얻었다. 국내에서 정신과를 다니며 질병코드 F를 부여받는 학생이 늘고 있지만 정서·행동 문제 해결은 여전히 교육 정책의 후순위다. 세수 부족을 이유로 지난 2년 동안 진행돼 온 ADHD 대응 관련 시교육청의 많은 사업 또한 중단됐다. 그래도 현장 전문가들은 학교, 병원, 가정에서 노력을 이어 갈 생각이다. 2년 전에 비하면 많은 지식이 축적됐고 매뉴얼을 펴 볼 수 있게 된 데다 예산이 끊겼다고 정서 위기 아동을 향한 지원을 멈추기엔 학교 현장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에 지금 당장 아이를 구할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 [황수정 칼럼] 청년 의사들의 사다리 독점 분투기

    [황수정 칼럼] 청년 의사들의 사다리 독점 분투기

    소아과 의사 800여명이 지난해 ‘소아과 탈출 학술대회’를 열어 보톡스 시술을 공개적으로 배웠다. 그래도 사람들은 따지지 않았다. 의사들이 업계 최하위 소득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1억원 넘는 연봉이 울 일인가”라거나 “자유시장 경제에서 수요 예측을 못 한 탓”이란 타박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업무복귀 명령서를 전달하려고 공무원들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갔다. 엄정 대응하는 척했지만 진짜 속뜻은 그게 아니었다. 제발 병원으로 복귀해 달라는 호소였다. 대한민국 어떤 직역의 집단행동에 공권력이 이런 배려와 공력을 들인 적 있나. 이 낯선 상황들의 근거는 하나. 의료를 공공재로 특별 대접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생각이 달랐다. 총궐기대회에서 ‘나는 공공재가 아니다’란 시위 팻말을 들었다. “노예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주 80시간의 노예 같은 노동환경을 개선하려고 의사수를 늘리자는데 극렬 반대한다. 2000명 증원에 의대생들이 제대로 교육을 못 받는다는 게 전공의들의 불만이었다. 정부가 의대 교수진을 두 배 늘리겠다고 했다. 그래도 의대 증원만은 반대다. 의사수를 건드리지 말고 필수의료 수가를 5배쯤 올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쉽게 말하자면 의료 수입을 하향 평준화 아닌 상향 평준화해 달라는 얘기다. 한국의 개업 전문의 연봉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6.8배, 2억 6200만원(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다. 의료대란을 주도하는 전공의들은 20~30대 청년들이다. 청년 의사들이 의사 윤리를 저버리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내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 이런 말은 속으로 백번 외쳐도 발화할 수는 없어야 한다. 뭔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 내 주변에도 공부 잘하는 고3들은 하나같이 의대가 목표다. 정부는 지방 의대의 지역 인재 선발 비중을 두 배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니 N수생들만 들썩이는 게 아니다. 공부 좀 하는 지방의 수험생들도 역대급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어느 전공의가 기자회견에서 “말단 5급 사무관” 운운해 논란이다. 젊은 의사들이 증원 반대에 왜 사생결단하듯 매달리는지 해답이 그 말에 들어 있다. 극단적 능력주의 시대의 총아가 의사다.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걸어 평생 특권을 보장받는다. 그런 직업은 지금 대한민국에 의사 말고는 없다. 사법시험 폐지 10년에 영혼을 갈아 로스쿨을 나온들 예전의 법률시장이 아니다. 행정고시에 붙어 봤자 청년 의사의 눈에도 겨우 “말단 5급”이다. 최고 두뇌들의 출구이자 시험 한 번에 신분 이동이 보장된 계층 사다리는 의대뿐이다. 집단 휴학에 들어간 의대생들도 “증원 수를 왜 우리와 논의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학생들마저 집단 엘리트주의 선민의식에 젖어 있다. 2000명을 더 뽑고 말고의 문제만 중요한 게 아니다. 2000등까지 수능 성적대로 기회를 줄 일이 아니다. 진짜 의사가 되고 싶은 소명의식의 무게를 다는 작업이 중요해졌다. 의대 입시에서 성적만으로 줄세워 뽑는 정시 비중은 전체 수능의 정시 비중보다 20% 포인트 가까이 더 높다. 당장 내년 입시에서 이걸 바꿀 필요가 있다. 의대의 수시전형만큼은 하다못해 독서 100권쯤 학생기록부에 의무적으로 담게 하면 어떤가. 새로 출범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이런 문제도 논의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 근 20일 가까이 전공의들이 병원 밖에 나와 있다. 나는 왜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의 말이 생각날까. 집단운동을 연구한 호퍼는 “불만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조금이라도 원할 때보다 많은 것을 가졌고 더 많은 것을 원할 때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직업 윤리를 말하는 것도 이 시점에는 사치가 됐다. 이렇게 오래 생업 현장을 포기할 수 있는 힘센 청년 집단은 전공의들 말고는 없다.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 “친구가 없어요” 나 홀로 입학식…선생님과 일대일 수업[포착]

    “친구가 없어요” 나 홀로 입학식…선생님과 일대일 수업[포착]

    올해도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신입생이 단 한 명뿐인 ‘나홀로 입학식’이 열렸다.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어 입학식 자체를 열지 못한 초등학교도 전국적으로 150여 곳이나 됐다. 대구 군위군 부계초등학교에서는 유일한 1학년 신입생 김려원(7)양은 “너무 설레지만 친구가 없어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담임선생님은 김양과 둘이 수업을 했다. 전교생이 27명인 강원 태백초등학교에서도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도착한 이원준(7)군이 홀로 입학식에 등장했다. 올해는 1·3학년 학급을 통합해 복식수업을 진행한다. 이성우 교장은 “폐교는 마을 공동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어떻게든 학교를 지켜내는 것이 숙제”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돌며 학교의 장점을 알려 신입생을 모셔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40여곳이 올해 신입생을 받지 못했거나 1명만 받았다. 도내 학생 수 감소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부산 금정구 두구동 공덕초등학교는 비교적 많은 7명이 입학식을 가졌다. 한 학년당 10명이 안 되는 부산의 초등학교가 무려 8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 속 시골 같은 공덕초 주변은 고령화가 심하고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유치원도 사라진 곳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되레 이런 환경을 이용해 아이들이 가꿀 수 있는 텃밭을 조성하고,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등 아이들에게 환경과 친환경적 생활을 가르치며 노력하고 있다.저출산 시대 학교 소멸 위기감 저출산 시대, 학교 소멸의 위기감은 해가 바뀔수록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24~2029년 학생 수 추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 수는 올해 513만 1218명에서 2026년 483만 326명으로 감소해 500만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교 1학년 취학아동 수는 올해 30만 명대로 떨어진 뒤 내년 31만9935명, 2026년 29만686명 등 20만명 대로 감소하고 2029년에는 24만 4965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전국 초·중·고등학교 중 폐교하는 학교는 지난해(18곳)보다 약 2배 늘어난 33곳에 달한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3곳) 경기도(5곳) 내 학교도 포함됐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교도 급증하고 있다. 종로학원이 발표한 ‘2024학년도 정시모집 현황’을 보면 조사 대상 190개 대학(4889개 학과) 중 35개 대학, 163개 학과에서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은 미달이 발생했다. 대부분 지방 소재 대학으로 경기권 소재 대학 중 미달은 1곳에 불과했다.
  • “25년 간신히 지켜온 ‘생명줄’… 의사 처방 못 받고 자식 잃을까 매일 공포”

    “25년 간신히 지켜온 ‘생명줄’… 의사 처방 못 받고 자식 잃을까 매일 공포”

    전공의 집단 사직을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달 19일.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김호진(26·가명)씨의 어머니 이모(56)씨는 담당 교수에게 갑작스러운 퇴원 통보를 받았다. 희귀 난치성 중증 중복 뇌병변 장애인인 김씨는 저산소증으로 뇌가 손상된 두 살 때부터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숨을 쉬는 것도, 음식을 삼키는 것도 버겁다. 잠들었다가 토사물이 올라와 깨는 일도 부지기수다. 지난달 1일에는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면서 폐렴으로 번졌고 이내 대학병원에 입원했지만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더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씨는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5년 동안 아이를 간호해 왔는데 고작 의사 파업 때문에 병원 문턱조차 넘지도 못하고 자식을 잃을까 공포스럽다”며 “의사들이 환자 부모 마음을 알면 환자를 이렇게 내보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2주일간 이씨 부부는 줄곧 집에서 호진씨를 돌보고 있다. 호진씨는 평소 아침마다 활동지원사와 지역돌봄센터에 갔었는데 지금은 상태가 악화돼 움직이는 게 힘들어 종일 누워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씨 부부는 24시간 교대 근무하듯이 호진씨를 돌본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시간 간격으로 자세를 바꿔 주고 4시간 단위로 콧줄 식사와 항경련제, 철분제 등 각종 약을 챙긴다. 호진씨가 갑작스러운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대형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의료 공백 상황에서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골든타임을 놓쳐 아예 눈을 뜨지 못할까 봐 이들 부부는 노심초사다. 중증 중복 뇌 병변 장애가 있는 딸을 돌보고 있는 이정욱(57)씨도 하루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보낸다. 이씨는 “발작이 일어나 산소가 뇌에 공급되지 않는 상태가 30분 이상 지속되면 뇌 손상이 온다”며 “발작을 진정시킬 주사를 놔 주는 게 의사인데, 이들이 병원을 떠나면 우리 같은 부모들은 어떡하나”라고 반문했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지급받을 수 있는 보조기기도 문제다. 이현숙(58)씨는 뇌전증으로 인한 외상 장애가 있는 딸 박민정(37·가명)씨의 휴대용 산소 발생기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장애인 보조기기를 받으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이달 진료 예약이 5월로 미뤄져서다. 이씨는 “보조기기는 위급 상황에서 아이의 생명줄인데도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가 미뤄졌다”며 “병원에 하소연해서 겨우 진료를 다시 잡았지만 또 밀리거나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진료 공백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주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증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최소한 처방이라도 차질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뇌 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최은경(62)씨는 “지금 상황에선 중증 환자에 한해 연계된 2차병원이나 대형병원 간호사가 처방·치료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25년 간신히 지켜온 ‘생명줄’ 놓칠까 겁나”… 병원 응급실 상시대기 환자 가족의 고통

    “25년 간신히 지켜온 ‘생명줄’ 놓칠까 겁나”… 병원 응급실 상시대기 환자 가족의 고통

    중증 뇌병변 호진씨 가족의 고통전공의 사직에 일방적 퇴원 통보가정서 24시간 돌봄…발작 걱정진정주사·산소발생기 처방 필요 전공의 집단 사직을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달 19일.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김호진(26·가명)씨의 어머니 이모(56)씨는 담당 교수에게 갑작스러운 퇴원 통보를 받았다. 희귀 난치성 중증 중복 뇌병변장애인인 김씨는 저산소증으로 뇌가 손상된 두 살 때부터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숨을 쉬는 것도, 음식을 삼키는 것도 버겁다. 약을 먹고 잠들었다가 토사물이 올라와 깨는 일도 부지기수다. 지난달 1일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면서 폐렴으로 번졌고 이내 대학병원에 입원했지만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더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씨는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5년 동안 아이를 간호해 왔는데 고작 의사 파업 때문에 병원 문턱조차 넘지도 못하고 자식을 잃을까 공포스럽다”며 “의사들이 환자 부모 마음을 알면 환자를 이렇게 내보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2주일간 이씨 부부는 줄곧 집에서 호진씨를 돌보고 있다. 호진씨는 평소 아침마다 활동지원사와 지역돌봄센터에 갔었는데 지금은 상태가 악화돼 움직이는 게 힘들어 종일 누워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씨 부부는 24시간 교대 근무하듯이 호진씨를 돌본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시간 간격으로 자세를 바꿔 주고 4시간 단위로 콧줄 식사와 항경련제, 철분제 등 각종 약을 챙긴다. 호진씨가 갑작스러운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대형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의료 공백 상황에서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골든타임을 놓쳐 아예 눈을 뜨지 못할까 봐 이들 부부는 노심초사다.중증 중복 뇌 병변 장애가 있는 딸을 돌보고 있는 이정욱(57)씨도 하루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보낸다. 이씨는 “발작이 일어나 산소가 뇌에 공급되지 않는 상태가 30분 이상 지속되면 뇌 손상이 온다”며 “발작을 진정시킬 주사를 놔 주는 게 의사인데, 이들이 병원을 떠나면 우리 같은 부모들은 어떡하나”라고 반문했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지급받을 수 있는 보조기기도 문제다. 이현숙(58)씨는 뇌전증으로 인한 외상 장애가 있는 딸 박민정(37·가명)씨의 휴대용 산소 발생기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장애인 보조기기를 받으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이달 진료 예약이 5월로 미뤄져서다. 이씨는 “보조기기는 위급 상황에서 아이의 생명줄인데도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가 미뤄졌다”며 “병원에 하소연해서 겨우 진료를 다시 잡았지만 또 밀리거나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진료 공백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주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증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최소한 처방이라도 차질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뇌 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최은경(62)씨는 “최소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중증 환자에 한해 연계된 2차병원이나 대형병원 간호사가 처방·치료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총리가 지원군 요청하러 출장떠나자 죄수 5400명 탈옥…무법천지 아이티

    총리가 지원군 요청하러 출장떠나자 죄수 5400명 탈옥…무법천지 아이티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가장 큰 규모의 2개 교도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와 야간 통행금지령이 선포됐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미주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 지난 주말 갱단들이 교도소에서 일으킨 폭력 사태로 약 5400명의 죄수가 탈옥하고 4명의 경찰을 포함해 최소 7명이 살해당했다고 전했다. 72시간의 국가 비상사태는 교도소에서 일어난 살인, 납치, 폭력 범죄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발효됐다. 이번 폭력 사태는 퇴진 압박을 받는 아리엘 앙리 총리가 유엔이 지원하는 케냐 보안군을 도입해 국내 치안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해외 출장을 떠난 사이에 일어났다. 지난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아이티에서는 극심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 심각한 연료 부족, 치솟는 물가, 콜레라 창궐 속에 행정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치안 부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요구를 앙리 총리가 거부하면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1월 한 달에만 1100명 이상의 납치 및 사상자가 발생했다.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최대 규모의 국립교도소에서는 4000명의 죄수가 대부분 탈옥했는데, 남아있는 죄수는 모이즈 대통령을 암살한 콜롬비아 군인뿐이다. 1400명의 죄수가 탈옥한 또 다른 교도소 근처에서는 갱단이 축구장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아이티 폭력 사태를 우려하며 재정 지원을 하고 있지만 병력 투입은 거부하고 있다. 이번 폭력 사태는 ‘바비큐’란 별명으로 알려진 전직 고위 경찰관 지미 셰리지에가 앙리 총리를 축출하기 위해 지난 29일부터 일으킨 것으로 경찰서, 중앙은행, 국제공항, 교도소 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아이티 국제공항에서도 갱단들의 총격이 벌어졌으며, 미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아이티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받는 셰리지에는 기자회견에서 “아이티 국민은 우리의 적이 아니며 무장 갱단도 당신의 적이 아니다”라며 “앙리를 체포해 나라를 해방하고, 무기로 아이티를 바꾸겠다”라고 주장했다.
  • 최진혁 서울시의원 “임차세대 아파트 운영관리 참여 증대 필요”

    최진혁 서울시의원 “임차세대 아파트 운영관리 참여 증대 필요”

    서울특별시의회 최진혁 의원(국민의힘, 강서3)은 지난 26일 열린 서울특별시의회 제322회 임시회 주택공간위원회 SH공사 업무보고에서 임차세대 아파트 운영 관리 참여에 대한 질의를 통해 SH공사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최진혁 의원은 먼저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한 SH혼합단지 하자보수 과정에서 관리사무소의 비협조적 업무 태도를 언급하며 임대전용단지와 혼합단지의 주택관리업자 선정에 대해 질의했다. 또한 임차인 대표회의 의무구성단지에도 임차인 대표회의가 구성되어있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임차인 대표회의 추가 구성을 위한 지원내역도 확인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임대전용단지는 국토부 주택관리업자 사업자 선정 지침에 의거 경쟁 입찰 방식으로 하고 있으며, 혼합단지의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와 공사가 협의해서 공동 결정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임차인 대표회의가 부재한 단지를 대상으로 임차인 대표회의 구성을 위해 법률지원단을 운영하면서 2022년에 10개, 2023년에 12개 단지를 지원했으며 올해는 그 이상의 수준으로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 의원은 임대단지 유지보수와 관련해 최초 장기수선계획 수립 이후 계획 조정 및 관리, 임차인 의견 수렴 등에 대해 질의했다. 최 의원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혼합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인 SH가 계획 검토 및 조정 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라며 임대주택 수선계획에 대한 SH공사 주택관리규정시행내규에 관해 추가 질의를 이어 나갔다. 시행내규 제17조에 따르면 임대주택 장기수선계획 및 일반수선계획에 대해서는 주거안심종합센터장 및 관리사무소장이 계획을 작성 관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혼합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와 비교해 임대주택 임차인의 계획 조정 관련 참여 가능 여부 및 의견 수렴 방법을 확인했다. 이에 SH공사 담당자는 사업 시행 전 주민들에 설명하면서 사업 내용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타일, 도장공사 등 규모가 큰 사업은 주민 대상 설명회를 다수 실시해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혁 의원은 질의를 마무리하며 “임차인이 공동주택 운영관리에 대한 의결권이 부재한 점, 임차인 참여 보장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SH공사에 현실 개선을 위해 상위 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건의를 주문했다.
  • 정시아, ‘키 180㎝’ 중3 아들…훈남 농구선수 됐네

    정시아, ‘키 180㎝’ 중3 아들…훈남 농구선수 됐네

    배우 정시아가 아들 백준우 군의 근황을 전했다. 3일 정시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농구부에서 활약 중인 준우 군의 프로필 사진을 공개했다. 준우 군은 훤칠한 비주얼로 늠름한 자태를 뽐내 눈길을 끌었다. 정시아는 “77번 준우”라며 폭풍성장한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정시아에게서 아들 바보 면모가 느껴진다. 준우 군은 현재 중학교 3학년으로, 벌써부터 선수 피지컬을 뽐내고 있어 농구선수로 성장할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한편 정시아는 백윤식의 아들 배우 백도빈과 2009년 결혼,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정시아의 최근 작품은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으로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 ‘할머니에 차인 50대’ 세입자…살해 후 육절기로 시신 없앴다[전국부 사건창고]

    ‘할머니에 차인 50대’ 세입자…살해 후 육절기로 시신 없앴다[전국부 사건창고]

    외출 흔적도 없이 할머니 실종닷새 후 세입자 거주 별채 화재 2015년 2월 4일 경기 화성시의 한 외딴 마을. 저녁 예배를 마치고 귀가했던 박모(당시 66세)씨가 실종됐다. 5개월 전 남편이 숨진 뒤 혼자 살던 할머니였다. 이튿날 아침 같은 마을의 교인이 박씨 집을 찾았으나 씻어둔 쌀 등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매일 오전 5시면 교회에 오던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찾아온 교인과는 병원에 같이 가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박씨의 아들은 이날 저녁 경찰에 실종신고했다. 닷새가 지난 같은달 9일 오후 갑자기 박씨 집 별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집 주변 논밭을 수색하던 경찰이 달려갔고, 1시간쯤 지나 김모(당시 59세)씨가 들이닥쳤다. 그는 15년째 박씨 별채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김씨는 “젖은 옷을 말리려고 히터를 켜놓고 갔었는데…”라고 했다. 천연덕스러운 말투였다. 경찰은 김씨가 박씨 실종과 연관이 있다고 확신했다. 실종신고 받은 경찰이 본채에 이어 그가 사는 마당 한켠의 별채를 수색하려고 하자 핑계를 대 막았고, ‘더는 미룰 수 없으니 별채를 수색하겠다’고 통보한 날에 불이 난 것이다. 경찰은 사건을 여성청소년팀에서 강력팀으로 넘기고, 김씨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세입자, 상자 여러 개 싣고가 하천에 유기 우선 마을에 있는 폐쇄회로(CC)TV를 수차례 돌렸다. 영상에서 박씨는 4일 오후 8시 20분쯤 교회 버스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걸어갔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후 박씨가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한 흔적은 없었다. 집에서 사라졌다는 얘기다. 반면 김씨는 박씨보다 1시간 앞서 트럭을 몰아 귀가하는 게 찍혔다. 김씨가 다시 찍힌 것은 다음날 오전 9시쯤이었다. 그는 집을 나와 30분쯤 걸리는 한 공장으로 향했다. 지인의 공장이었다. 그는 트럭 짐칸에서 기계를 하나 내린 뒤 공장 안으로 옮겼다. 정육점에서 쓰는 높이 60㎝, 무게 40㎏의 육절기였다. 공장에 머물던 그는 이날 낮 12시 50분쯤 하천 둑길로 트럭을 몰았다. 5㎞밖에 안 되는 거리를 3시간 가까이 있다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집에서 나올 때와 공장 도착 때 영상에 보이던 트럭 뒷좌석의 상자들이 사라졌다. 경찰은 박씨 시신 조각을 담은 상자라고 보았다. 별채 화재감식 결과도 나왔다. 인화물질이 검출됐다. CCTV에는 9일 오후 2시 45분 집에서 나오는 김씨 모습이 담겨 있었다. 불이 나기 2분 전이다. 김씨의 방화임이 분명해졌다. 경찰은 같은달 12일 그를 방화 혐의로 체포해 구속하고 살인 혐의 규명에 집중했다. 정체불명의 상자를 실었던 트럭 뒷좌석과 육절기를 놓았던 공장에서 박씨의 혈흔이 검출됐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다.고물상에 버린 육절기 해체 순간 발견범인 측 “직접 증거 없다” 박씨의 시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또다른 핵심 증거, 육절기가 자취를 감춘 것도 김씨가 버티는 이유였다. 공장 운영자는 “김씨가 맡긴지 하루 만에 밤에 찾아와 다시 가져갔다”고 말했다. CCTV에는 공장에서 육절기를 찾아 트럭에 싣고 서울 방면으로 올라간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그가 청계IC에서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고 의왕·수원 일대를 뒤져 청계산 인근에서 길이 1m 65㎝의 띠톱을 발견했다. 중요한 기계는 찾지 못했다. 다행히도 단서가 잡혔다. 현장을 수색하던 형사가 수원의 한 고물상에서 CCTV로 본 육절기를 해체하려는 걸 발견했다. “사장님, 잠깐. 그거 그대로 두세요.” 형사의 제지에 고물상 주인은 “누가 문 앞에 버리고 열흘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아 해체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육절기 감식 결과는 끔찍했다. 혈흔뿐 아니라 뼈, 피부 등 인체를 훼손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증거 90여점이 무더기로 검출됐다. 실종된 박씨의 DNA와 일치했다. 경찰은 4개월 간 보강수사를 거쳐 방화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던 김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7세 연상 할머니에 거부 당해보상금 받은 거 알고 살해계획 김씨는 검찰에서도 입을 닫았다. 그는 육절기에 대해 “나무공예를 하려고 구입했는데, 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갔다 할 때 짐칸에서 자꾸 덜컹거려 고물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살인의 이유와 동기 등은 일체 털어놓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결과와 정황으로 볼 때 김씨는 평소 박씨에 호감을 갖다 과부가 되자 더 집착하던 터에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박씨가 남편과 사별하자 “예쁘다. 친구하자” 등 노골적으로 애정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박씨는 “집을 비워 달라”고 김씨에게 요구했다. 마침 박씨는 도로편입 토지보상금으로 2억 6000만원을 받았다. 파산선고를 받아 돈도 절실했던 김씨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박씨 살해 계획을 급추진한 것으로 검찰은 보았다. 증거인멸 도구인 육절기는 범행 5일 전 인터넷 중고거래를 통해 13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경은 김씨가 박씨를 본채에서 살해하고 별채로 옮겨 육절기로 시신을 훼손한 뒤 하천에 유기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불에 타 주저앉은 별채에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파낸 화장실 배수관에서 박씨 DNA와 혈흔이 나왔기 때문이다.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직시하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무기징역…“최소한의 인간존중 없는 범죄”과학수사 “완전범죄 꿈도 꾸지마라” 증명범인 편지 ‘삼인성호’, 지금도 ‘무죄’ 주장 김씨는 1심 결심공판 최후의 진술에서 “왜 불이 났을까 생각만 했지, 아주머니가 행방불명된 것은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 오시리라 생각했다”면서 “나는 불을 지르지도, 살해를 하지도 않았다. 경찰에 체포된 뒤 살인, 사체유기, 방화 혐의가 씌워져 짜맞춰진대로 조사를 받았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그의 변호인도 “검찰이 제시한 건 육절기에서 나온 혈흔과 같은 간접 증거가 전부다. 직접 증거는 없다”며 “특히 살인의 방법과 장소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제3자의 범행일 가능성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든 유죄의 근거는 ▲박씨 사망 추정시간에 김씨가 별채에 있었고 이튿날 상자 여러 개를 트럭에 싣고 나간 점 ▲트럭의 박씨 혈흔 ▲김씨가 산 육절기 본체와 톱날에서 박씨 혈흔과 인체 조직이 다수 발견된 점 ▲별채 수색 몇시간 전 불이 나고, 김씨가 화재 직전 떠난 점 ▲김씨가 몇분 거리 하천에서 3시간 동안 머물고, 트럭에 싣고 간 상자들이 없어진 점 등이다.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시신을 없애 ‘완전 범죄’를 노렸을 그의 끔찍한 범행이 첨단 과학수사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박씨를 살해,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는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의 기색도 없다”고 판시했다. 훗날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씨에 대해 “역대급 최악의 피의자”라면서 “조사하려고 갔는데 김씨가 나를 아예 쳐다보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다. 사이코패스도 보통 15분 정도 걸리는데, 그는 20분이 넘도록 말을 안 하더라”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씨는 또 이 프로 제작진에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이 짜면 호랑이가 나왔다는 거짓말도 꾸밀 수 있다는 뜻으로 근거가 없어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진실처럼 된다는 말)’라는 사자성어 한 단어만 적은, 편지 한 통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범행한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억울하다’고 주장하며 끔찍한 ‘자기기만’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한 대목이다.
  • [세종로의 아침] 의대 정원과 피크 코리아

    [세종로의 아침] 의대 정원과 피크 코리아

    10년 전쯤 미국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친구가 한국에 왔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같이 저녁을 먹었다.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그 친구가 물었다. “요즘 한국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은 어디로 가냐?”고 말이다. 나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의대 가지.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다 의대에 가지”라고 답했다. 그리고 되물었다. “미국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은 어디로 가는데?”라고 말이다. 그 친구는 “예전에는 금융을 많이 갔는데, 요즘에는 정보기술(IT)이랑 바이오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아”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 대화가 있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과 미국은 전혀 다른 경제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를 기록하며 2022년 1.9%를 넘어섰다. 심지어 지난해 4분기엔 3.2%를, 3분기엔 4.9%를 기록했다. 어지간한 중진국보다 성장률이 더 높다. 반면 한국 GDP 성장률은 1.4%로 일본의 1.9%보다도 0.5% 포인트 낮았다. ‘피크 코리아’(한국 경제가 정점에 도달해 더이상 성장이 어렵다)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 왜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이 어지간한 중진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었을까. 기술 혁신을 통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많아서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는 물론 신약 개발 등에서도 미국 기업들은 차원이 다른 경쟁력을 선보이고 있다. 10년 전 ‘미국의 똑식이’들이 선택한 분야가 미국의 새 먹거리가 되고,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거의 모든 인재가 의대로 쏠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인재들은 서울대 의대를 시작으로 지방 의대까지 길게 줄을 선 뒤 이후 다른 분야를 살펴본다. 아니 다른 대학에 들어간 뒤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다시 의대로 간다. 2024년도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모집에서 합격생 769명 중 16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전체의 21.3%로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정시모집에서 컴퓨터공학부는 합격자의 33%가, 첨단융합학부는 16.4%가 1차 정규 입학에 등록하지 않았다. 반면 서울대 의과대학 진학을 포기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의대가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것이다. 우리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94학년도 이과 전국 수석은 서울대 전기전자제어공학부를 갔다. 당시는 로봇을 만드는 제어계측학과와 반도체학과,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에 사람이 몰렸다. 그리고 이 분야에 진출한 인재들은 반도체, 자동차, 로봇 등 지금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의 핵심이 됐다. 한국이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 초입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인재가 의대로 간다. 의대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의사가 안정적이면서도 ‘좋은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직업이라서다. 그리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의사가 높은 소득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의사의 절대 수가 부족한 것도 한 이유다.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의료계 내의 적절한 인적 자원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것임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미래 한국의 먹거리가 될 산업에 인재가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모든 인재가 의대로 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이상 한국은 반도체와 IT 등 우리를 먹여 살리는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김동현 전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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