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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쇠고기협상 국민과 不通은 큰 잘못”

    “쇠고기협상 국민과 不通은 큰 잘못”

    아직 두 달이 더 남아 있긴 하지만 2008년 국내 10대 뉴스의 첫머리는 단연 한·미 쇠고기 협상 반대 촛불집회의 차지가 될 듯하다.4월18일 타결된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민동석(57)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이 3일 ‘고향’인 외교통상부로 복귀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부문 협상을 위해 2006년 초 농식품부에 온 지 2년6개월여 만이다. 올해가 30년 외교관 인생에서 가장 길고 험난한 시간이었다는 그의 소회를 2일 들어봤다. ●“가족과 함께 죽어라” 협박전화 시달려 ▶떠나는 심경이 좀 복잡할 것 같다. -지난 공직생활 동안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앞으로 할 이야기의 전제로 우선 말씀드린다. 올해 나는 광화문에서, 시청앞에서 ‘매국노’가 됐고 ‘광우병 오적’이 됐다. 거리를 붉게 물들인 촛불시위 속에 군중들은 나를 향해 욕설을 하고 돌팔매질을 했다.“뇌에 송송 구멍이 뚫려 가족과 함께 죽어 버려라.”는 저주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들어왔다. 누구보다도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나는 국민과 역사 앞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협상을 했다. ▶농업협상 대표는 다들 기피하는 자리인데 왜 농림부로 오게 됐나. -그동안 농업협상 관련 일을 많이 했다.21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농업분야 협상의 훈령을 처음 작성한 게 나였다.2006년 2월 미국 휴스턴 총영사로 있는데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전화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박홍수(작고) 농림부 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는데 “한·미 FTA 협상에서 농업이 가장 민감한 분야로 전체 협상의 성패를 좌우하니 민 영사가 협상을 맡아달라.“고 했다. 거절했다. 농업협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예외없이 성난 농심의 희생양이 됐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였다. 그러나 결국 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미국에 덜 주고 더 받아낼 수 있는 데 기여해 보기로 했다. ●“장관 한 대 맞으면 내가 열 대 맞겠다” ▶그러다 쇠고기 협상까지 맡게 됐는데. -한·미 FTA가 타결되면서 내 임무도 사실상 끝이 났다. 농업부문 협상이 잘된 것으로 평가돼 마음도 홀가분했다. 연초부터 외통부 복귀를 추진했다. 그러던 중 쇠고기 협상 문제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새 정부 들어서 한·미 관계의 재정립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쇠고기 문제 해결은 원활한 관계회복의 선결조건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의 거취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됐다. 결국 어느날 아침 정운천 장관을 찾아가 “내가 다시 맡겠다. 장관이 한 대 맞으면 내가 열 대 맞겠다. 장관보다 내가 먼저 죽겠다.”라고 세 마디만 했다.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에서 ‘미국 선물론’ 발언을 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정상회담 선물로 몽땅 바쳤다는 국회의원들의 공세에 대해 “선물을 주었다고 하면 우리가 미국에 준 것이 아니라 미국이 우리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 당시 급했던 것은 우리보다 미국이었다. 미국은 6개월간 중단됐던 쇠고기 교역을 속히 정상화하고 싶어했다. 한·미 FTA 비준을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마치고 싶은 바람도 컸다. 내가 일방적으로 협상중단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온 게 그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강화된 사료금지조치’ 이행, 위생조건 발효후 90일간 미국내 작업장에 대한 우리측의 승인권 보유, 티본스테이크 연령표시, 삼계탕과 한우 수출 약속 등을 얻어냈다. 국가간 관계나 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이루어진 우리와 미국의 300억달러 통화스와프도 따지고 보면 이렇게 주고받는 관계에서 얻어진 결과인 것이다. ●“협상 기본원칙 1년전에 수립된 것” ▶지금 협상을 다시 해도 결정은 같을까. -외국과의 협상에서는 기본적인 원칙과 입장이 중요하다. 기본원칙은 올 4월이 아니라 이미 1년 전에 수립된 것이었다. 미국이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 통제국’ 지위를 받은 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이 조치에 따른 처리를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이라는 특정시점까지 언급하면서 우리측의 협상 타결 의지를 미국측에 전달했다. ▶국민들과의 소통부재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는데. -협상의 과정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등에 대해 충분히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못한 것은 큰 잘못이었다. 그 이면에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아날로그적 사고방식과 대응방식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농식품부의 어쩔 수 없는 딜레마도 있었다. 국내 축산업계에 미칠 파급효과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내부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는데 설계도면 찾다가 석주가 타는지도 몰랐던 남대문 화재와 비슷한 실기(失機)를 했다. 김태균 이영표기자 windsea@seoul.co.kr
  • [기로에 선 금융위기] 日금리 0.2%P 인하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은행이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경기 진작 대책으로 정책금리인 무담보 콜금리를 현행 0.5%에서 0.3%로 0.2%포인트 인하했다. 또 은행권의 초과 지급준비금에 연 0.1%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금리 인하 조치는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정책의 도입에 따라 금리를 제로(0)로 유도했던 2001년 3월 이래 7년7개월만이다. 일본은 이로써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과 함께 금리인하를 통한 금융위기의 극복에 보조를 맞춘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본은행 총재를 포함한 정책위원 8명의 찬반 의견이 4대4로 맞서는 바람에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 직권으로 결정했다. 시라카와 총재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충격을 줘 일본 경제가 향후 수분기 동안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경기 침체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금리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소비의 활성화와 함께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 주식시장의 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은행은 성명서에서 “전세계 중앙은행의 공조 아래 정책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단행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스트레스는 여전하다.”면서 “일본은행은 현재 시점에서 금융불안을 진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은행의 금리인하 폭이 예상했던 0.25%포인트보다 낮게 결정되자, 실망감으로 국제 외환시장에서의 엔화가치는 강세로 돌아섰다. 이날 엔화는 1달러에 97.5엔으로 상승했다. 때문에 엔고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식 역시 9000선이 다시 깨졌다. 일본의 금리인하는 금리차이를 이용한 ‘엔 캐리 트레이트’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 금융관계자는 “예컨대 엔의 금리가 낮고 달러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엔 캐리’가 발생하는데 미국의 금리가 1%로 떨어져 엔과 달러의 금리차가 그다지 크지 않은 탓에 ‘엔 캐리’는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kpark@seoul.co.kr
  • [기로에 선 금융위기] 월가 “한국 부도위험 크게 낮아져”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국가부도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이 신흥시장 국가들에 대한 단기유동성 지원 창구를 개설키로 한 것도 고려됐다. 씨티그룹은 30일(현지시간) 한국경제 브리핑 보고서에서 “이런 달러 유동성 지원 조치는 한국의 부도 위험성을 현격하게 낮추고 한국 금융시장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한국이 이용할 수 있는 유동성 규모가 최소 690억달러인 만큼 외화 유동성이나 부도 위험에 관한 일부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시키기에 충분하다.”면서 “이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모두 활용한다면 외환보유고가 3000억달러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그러나 아직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세계 경기침체, 국내 신용경색, 외채 부도 위험 등 3가지 주요 리스크 중 부도 위험은 크게 줄었지만 나머지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달러 유동성 지원 조치만으로 금융시장이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도 씨티그룹과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메릴린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은행과 FRB의 통화 스와프는 놀라운 진전”이라면서 “한국은 FRB와 4개국 통화 스와프 계약의 명백한 수혜자”라고 평가했다. 메릴린치는 “미국과 한국의 통화 스와프는 아주 예외적인 첫 사례일 것”이라면서 “FRB가 성명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를 기본적으로 건전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 경제권이라고 밝힌 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한국과 미국의 통화 스와프 체결에 한국의 외환보유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정시키고 원화 환율에도 지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MF가 신흥시장 국가를 상대로 한 단기 유동성 창구를 개설키로 한 것과 관련,“한국은 10년 전 IMF의 지원을 받았던 것을 국가적 수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외면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굿모닝 닥터]조루증을 술로 다스린다고?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고, 겨울이 문턱에 이른 지난해 11월 어느 날 30대 초반의 부부가 진료실을 찾았다.3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5년간 같이 산 부부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겉보기에는 유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당시 부부는 부쩍 갈등이 많아지고 사랑도 식어가고 있다고 했다. 원인은 부인이 결혼한 이후 한번도 성행위 중 오르가즘, 즉 절정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편의 조루증이었다. 결혼 초에는 부부 모두가 미숙해 그러려니하고 지나갔지만 세월이 지날 수록 부인의 성적인 욕구는 증가되고 남편은 이에 따르지 못했던 것이다. 남편은 자존심이 상해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잘 치유되지 않았고, 급기야 부인을 멀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이후 부부는 남에게 말 못하는 갈등으로 고민하다가 진료실을 찾은 것이다. 조루증은 의학적으로 정상적인 발기 후 여성의 질 내로 삽입 직전이나 삽입 직후에 사정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조루증 환자들은 질 내에 삽입하고 있는 동안에 흥분을 자제해 보려고 무진 노력을 한다. 음경 감각을 무디게 하기 위해서 두 개의 콘돔을 사용하거나 마취제 연고를 바르기도 한다. 음주도 조루증 환자가 자주 애용하는 방법이다. 음주는 적당히 하면 불안감을 감소시켜 조루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음하면 발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음주 후의 성관계가 습관화되면 성욕과 성 반응이 감퇴될 위험이 크다. 때로는 음주량을 점차적으로 늘려야만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보통 두 번째 사정은 늦어지므로 어떤 사람은 성관계를 시도하기 전에 자위행위를 하고 성기의 자극 감퇴기를 일부러 만든 다음 본격적인 성관계 때 사정을 늦추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첫 번째 성관계에서 너무 빨리 사정했을 때 다시 한번 관계를 시도해 조루증을 보상하려고도 한다. 그러나 두번의 사정은 연령에 따라 한계가 있다. 나이가 들면 한번 사정 후 일정시간이 경과하기 전에는 아무리 자극을 해도 발기가 안 되므로 고령층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립선, 정낭(精囊) 등의 부위에 질환이 생겨 조루증이 계속된다면 원인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원인질환이 없을 때는 수술적 치료와 약물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약물요법으로는 경구 투여제, 해면체 내 발기 유발제 주사, 요도 내 발기 유발제 주입법, 경피적 연고 도포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또 수술적 치료법은 음경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음경배부 신경 절단술 등이 있다. 이 중 연고 도포법은 음경의 귀두 감각을 둔화시켜 성적 충동을 감소시키고 대뇌에서 사정을 담당하는 부위의 흥분 상태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필자를 찾은 부부도 이 연고 도포제를 통해 행복을 되찾았다.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민간요법을 추구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환자가 많다. 의사에게 자문부터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이형래 동서신의학병원 교수
  • “내 먹이 내놔!” 사냥개와 다투는 펠리컨

    내 먹이 내 놔!” 독일에서 대형 개와 대형 새가 먹이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동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로날드 애덤(Ronald Adam·38)은 키우고 있던 펠리컨(Pelican·몸집이 큰 대형 새로 부리가 크고 아랫부리에 신축성이 있는 큰 주머니가 달려있다)을 위해 먹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애덤이 준비한 먹이를 조금 떨어진 곳에 두고 펠리컨에게 “찾아보라”고 한 사이, 그가 키우던 로디지아 리지백(Rhodesian Ridgeback)종의 대형 사냥개가 펠리컨의 먹이를 먹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먹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챈 펠리컨은 이에 분노를 느끼며 사냥개의 몸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화가 난 펠리컨은 자신의 커다란 부리에 사냥개의 얼굴을 집어넣는가 하면 사냥개의 귀와 입 안 곳곳을 샅샅이 뒤지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주인 애덤은 “우리 농장에는 많은 동물들이 있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광경은 처음 본다.”며 “이 펠리컨 새는 평소 매우 순하고 다른 동물들과 잘 어울려 왔지만 이번만큼은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며 웃었다. 이어 “재미있는 장면이라 생각해서 사진을 찍게 됐다.”며 “그렇지만 사진을 찍은 뒤에는 곧바로 펠리컨을 진정시키고 다시 먹이를 준비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기로에 선 금융위기] 각국 금리인하 공조 ‘손발 척척’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3주 만에 0.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맞춰 중국과 노르웨이도 이날 금리인하를 발표했고 일본은 31일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어 글로벌 금리인하 공조체제가 다시 한번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FRB는 이날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1.5%에서 1%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4년 이후 가장 낮아지게 됐다. 미 금리가 1%선으로 내려간 것은 2004년 6월 이후 처음이다.FRB는 5.25%이던 금리를 지난 13개월 동안 9차례에 걸쳐 1%까지 내렸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재할인율도 0.5%포인트 내린 1.25%로 조정했다. FRB는 FOMC 성명에서 “소비 지출 감소에 따라 경제활동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됐다.”면서 “금융위기는 소비를 추가로 둔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FRB는 이어 “금리인하가 앞으로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면서도 “경제 하강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기준금리인 일년만기 대출금리를 6.93%에서 6.66%로 0.27%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중국은 지난달 15일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6년만에 처음으로 대출금리를 0.27%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도 0.27%포인트 내렸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4.75%로 0.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노르웨이는 지난 15일에도 0.5%포인트 내렸다. 일본은행은 31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8일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 중국 등 7개 주요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FRB의 금리인하가 금융 및 실물경제 상황을 당장 개선시킬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당국의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시킴으로써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는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금리인하가 신용경색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kmkim@seoul.co.kr
  • [열린세상] 헛다리 짚는 지방행정구역 개편 논의/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열린세상] 헛다리 짚는 지방행정구역 개편 논의/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지방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지금 주로 논의되는 방안은 기존의 시·군·자치구를 몇 개씩 묶어서 60~70개 정도의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고, 시·도라는 광역지방자치단체는 폐지하거나 그 기능을 아주 약화시키자는 것이다. 이 논의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언급하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거론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는 우리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완전히 잘못 짚고 있다. 우리 지방자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주민들의 참여는 저조한 반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은 너무 강하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지방의회가 견제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존재하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지방자치를 더욱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다. 더구나 중앙정당들이 기초지방의원까지 공천권을 행사함으로써 지역정치가 제 자리를 못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 지방자치제도 개선의 기본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중앙정치권이나 중앙정부는 지방행정구역 개편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의 방향 자체도 잘못된 것이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2계층 또는 3계층의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다. 단층제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지금 논의되는 것처럼 지역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인위적인 줄긋기 방식으로 지방행정구역을 재편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 간에 통합을 하더라도 자율적인 방식으로 해야 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해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금 논의되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이 어떤 문제점을 낳을 것인지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도 내의 4개 시·군이 폐지되고 단일 광역지방자치단체 체제가 시작되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지방행정구역 개편과 유사한 변화가 먼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제주도 내의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작년 9월 제주 MBC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종전의 4개 시·군 체제가 나았다는 응답이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4개 시·군을 폐지한 이후에 도지사의 권한은 더욱 강해졌지만, 제대로 된 견제장치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행정의 효율성도 나아지지 않았다.4개 시·군은 폐지되었지만,2개 행정시가 새로 생기는 바람에 행정계층도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금 논의되는 식으로 개편을 하면 농·어촌 지역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시·군을 통합하면 통합된 지방자치단체의 중심지역으로 인구가 몰리고 사회·경제적 집중 현상이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반면 주민들의 참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세계적으로 인구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지방자치의 모범국가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의 기초지방자치단체(코뮌) 평균인구는 3000명이 안 되는데, 우리나라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평균인구는 20만명이 넘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를 더욱 키워서 인구 50만~100만명 단위로 구획한다면, 주민들의 참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지금의 지방자치에 실망하고 있다. 따라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제도와 지방선거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답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민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들과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역정치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지금 해야 하는 일이다.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진실 통찰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진실 통찰

    ‘한라산’의 작가 현길언(68)씨가 오랜만에 장편 소설 ‘열정시대’(랜덤하우스코리아)를 펴냈다.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발표했던 단편들을 모아 하나의 장편소설로 재구성한 이번 작품은 군부 독재의 폭압정치를 종식시킨 주역들이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해 기득권세력으로 편입돼 가는 과정을 가감없이 그려냈다. “우리가 민주화를 부르짖던 그 시절의 상황 논리로 오늘을 진단하고 재단한다면 우리는 정말 모순덩어리뿐이다. 그 예를 YS와 DJ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았어. 그들만큼 비민주적 인물들이 없고, 비민주적인 정치를 한 사람들이 없겠지. 그래도 우리가 그들을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아마 역사도 그 점을 고려할 거야.” 현대사에서 은폐된 비극적인 사건을 파헤친 전작에서처럼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진실을 포착해낸다. ●10년간 발표한 단편 장편으로 재구성 소설의 주인공은 이른바 ‘8·3구락부’ 소속원 11명. 이 클럽은 군사 독재정권의 폭압정치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84년 겨울, 민주화를 쟁취해내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83학번 대학생들이 만든 조직이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찬 이들이 각자 나름대로 사회 중추세력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1993년부터 2006년까지의 이야기가 화자를 바꿔가며 10편의 작품 속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군부독재 시대에 대학에 들어간 83학번들은 공부보다 데모로 대학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사람들이죠. 그러나 졸업할 당시 경제상황이 좋아져 취업이 잘 됐지요. 그런 사람들이 사회 각 부분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대부분 현실에 타협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순수함을 지켜가는 모습을 보고 이를 소설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순수한 열정을 지켜가는 이들에 대한 ‘헌사(獻辭)’인 셈이다. ●순수 열정 지켜가는 이들에 대한 헌사 작가가 첫 단편 ‘레스토랑:8·3 구락부’를 발표한 1993년 당시 구상했던 소설의 제목은 ‘퇴화론’이었다. 주인공들의 열정이 식어가는 과정을 ‘퇴화’라고 본 그의 시각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 장편소설로 묶일 때에는 좀 더 중립적인 톤으로 바뀌었다.“처음에는 민주주의의 주역이었던 이들의 열정이 퇴화하는 과정을 부정적으로 봤는데 나이가 들고 역사를 통찰하게 되면서 제 관점도 바뀌었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런 변화들이 역사 발전에 또다른 토대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런 맥락에서 작가는 여전히 사회와 역사,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기초·기반이 취약한 편입니다. 그런 만큼 조그마한 외풍이 있어도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게 마련이죠. 이런 때 일수록 모두 한 마음이 돼 사회의 토대를 탄탄히 다져 나가는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도 세계 역사의 흐름에 동참할 기회를 얻을 수 있죠.” 한양대에서 정년 퇴임한 뒤 학술 계간지 ‘본질과 현상’을 창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작가는 10여년간 발표한 단·중편을 묶은 소설집을 내년 초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기담(김경주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자 극작가의 두 번째 시집.‘무릎의 문양’‘풍선의 장례’‘구멍’ 등 42편이 실렸다. 시(詩)이면서도 시가 아니고 극(劇)이면서도 극이 아닌, 미완의 예술적 경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7000원.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울라브 H 하우게 지음, 황정아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 1946년 첫시집 ‘재 안의 불씨’ 이후 7권의 시집을 통해 노르웨이 대표 시인으로 자리매김한 저자의 시선집.2003년 출간된 영어판 시선집 중 68편을 추리고, 여기에는 포함되지 않은 시 ‘한국’을 추가해 묶었다.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쓴 시 ‘한국’은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동양의 작은 나라가 겪는 아픔을 대륙 저편에서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핍진하게 그렸다.9000원. ●사랑, 바닥까지 울어야(유안진 지음, 서정시학 펴냄)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작가이자 시인이 5년만에 내놓은 수필집. 표제작을 비롯해 ‘남성 과일’‘지옥이 더 좋을까’‘나는 마흔한 살 왼손이다’ 등 50편의 에세이가 실렸다. 문단생활 40년을 훌쩍 넘긴 작가가 짧지 않은 인생의 여정 속에서 길어올린 내면의 이야기.9900원 ●폭풍의 밤(세사르 비달 지음, 정창 옮김, 다산책방 펴냄) 400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셰익스피어의 실제 유언장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추적한 팩션. 인문·역사·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 저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가 비밀의 열쇠가 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인용하고 그와 관련된 미술작품도 함께 실었다.1만원. ●손광성의 수필 쓰기(손광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달팽이’‘한 송이 수련 위에 부는 바람처럼’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가 쓴 문학 글쓰기 이야기. 올바른 단어 선택 문제부터 효과적인 내용 전개법, 퇴고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실례를 통해 오류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1만 5000원.
  • [기로에 선 금융위기] 한국 신용위험도 빠르게 개선

    한국과 미국간 원·달러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로 우리 경제의 신용위험도가 빠르게 개선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기업 등의 외화 조달에 숨통을 틔우고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 진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가부도 위험도를 가늠케 해 주는 우리나라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오후 4%안팎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날의 5.6%에 견줘 1.5%포인트 이상 급락한 수치로 외국 투자자들의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대목이다. CDS 프리미엄이란 채권이 부도날 경우를 대비해 채권 매입자에게 손실을 보상해 주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이다. 수수료 격인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커진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중앙 은행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달러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란 시장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외평채 CDS 프리미엄이 급락했다.”면서 “10월 경상수지 흑자 발표 등 호재가 가세하면 9월 수준인 1%대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한·미간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로 국가부도 위험 및 신용도에 대한 부정적 우려가 상당부분 완화될 전망”이라면서 “최근 외국인들의 달러 회수 규모와 속도를 다소 진정시켜 줄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외평채 CDS 프리미엄은 올들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해 왔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신용경색 심화로 신흥국가들의 잇따른 국가도산이 이어지고 한국에 대한 악성 루머까지 나돌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별난 스님·괴짜 목사… 그들의 삶 이야기

    별난 스님·괴짜 목사… 그들의 삶 이야기

    세상에서 스님과 목사로 살아가는 이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한 거지는 뭇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특히 평범한 종교적 생활에서 조금 벗어난 스님, 목사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 종교계에서 속된 말로 ‘튀는 스님’‘괴짜 목사’로 소문 난 스님, 목사들이 일상의 범사와 수행, 목회의 도정에서 건져낸 일화들을 묶은 에세이집을 나란히 출간, 화제가 되고있다. 조계종 기획실장을 지낸 여연 스님, 요트를 타고 미국에서 한국까지 태평양을 횡단해 주목받았던 지명 스님, 감리교신학대학을 나왔으면서 마치 스님처럼 살아가는 종교 다원주의자 이현주 목사. 각각 낸 ‘참으로 홀가분한 삶’(풀 그림),‘그것만 내려놓으라’(조계종 출판사’,‘오늘 하루’(삼인)는 돌출적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만큼이나 제목도 모두 범상치 않다. 연세대 철학과 출신의 여연 스님은 ‘불교신문’ 주간을 비롯, 종단의 언론·출판 일을 도맡다 1991년 걸망 하나만 멘 채 초의 선사의 자취가 서린 해남 일지암을 찾아 들었던 인물.‘한국 차문화를 바로 세운다.’는 원력을 세워 차(茶) 관련 저술활동과 다도 강의에 빠져 살고 있다. 마음의 자세가 흐트러질 때마다 산문을 닫아 걸고 출가자 본연의 수행에 깊숙이 빠져들곤 했던 스님은 조계종 기획실장을 지낸 뒤 다시 일지암에 내려갔다가 얼마전 강진 백련사로 거처를 옮겨 살고 있다. ‘참으로 홀가분한 삶’은 불교계의 ‘숨은 글쟁이’이자 ‘클래식 음악하는 선승’으로도 유명한 여연 스님이 일지암에서 18년간 홀로 다도 수행을 하면서 겪은 단상들을 엮은 ‘산정일기’. 일기 형식의 글 53편에선 사람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살이에의 속마음이 서정시처럼 풀어진다.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 달은 없다. 달빛을 등에 지고 한낮의 노동의 고단함을 떨쳐 버리려는 시원함도, 직장에서 쌓인 하루의 피로를 털어 내려 빈 속에 털어 넣은 쏴한 소주의 기운을 받아 내는 달빛도 우리 곁엔 없다. 우리는 모두 하늘을 보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하루가 끝나면 우리는 모두 영혼이 거세된 수평과 수직의 삶을 산다.’(달빛은 사라지고 중에서) 지명 스님은 갓난아기 때 포대기에 싸여 동진 출가한 수행자. 부산 범어사에서 강원을 마치고 동국대 불교학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미국 템플대에서 비교종교학 석·박사 학위를 딴 스님이다. 의왕시 청계사와 속리산 법주사 주지를 거쳐 중앙종회 의원을 지낸 뒤 홀연히 안면도로 들어가 천수만이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에 안면암이라는 암자를 직접 지어 살고 있다. 2004년 미국 샌디에이고 항에서 하와이 호놀룰루와 일본 오이타 무사시 항을 거쳐 120여일 만에 부산 항에 도착하는 장정에서 탔던 요트의 이름은 ‘고통의 세계에서 피안에 닿는다.’는 뜻의 ‘바라밀다’. 안면암에서 노을과 철새를 벗삼아 써내려간 에세이집 역시 바라밀다가 역력하다. ‘가지고 싶으면 맘껏 챙겨라. 그러나 벽에 부딪치면 삶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주변 삶의 모든 움직임을 배우들의 연기처럼 유심히 관찰하고 감상하면서, 묘한 삶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설사 고단하더라도 평화로울 수 있다.’(소유, 생존, 감상 중에서) 결국 책에서 스님이 내리는 결론은 “경쟁하지 않는 삶이 불가능해도, 패배하지 않는 삶이 불가능해도, 그리고 무조건 져주고 양보하는 삶이 불가능해도 우리는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무(無)이다. 이현주 목사의 ‘오늘 하루’는 예수와 장자, 노자, 공자, 부처를 다 같이 스승으로 모신다는 한 종교다원주의자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글모음.‘저는 스승이신 교주를 본받아 감리교인에서 감리가 떨어진 기독교인으로, 기독교인에서 기독이 떨어진 교인으로, 교인에서 교마저 떨어진 그냥 사람으로 되기를 소원하는, 그래서 아직은 사람이 못 되었지만 언제고 사람이 되기를 소원하는, 그런 사람입니다.’(사람의 길 중에서)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1999년부터 스테로이드 복용했다”

    약물 사용과 거짓 증언으로 몰락한 여자 육상 스프린터 매리언 존스(33·미국)가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위증 혐의로 6개월 복역 뒤 지난달 6일 만기 출소한 존스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존스는 30일 오전(한국시간) 방영되는 이 쇼에서 약물 복용과 관련해 연방 검찰에 위증을 결심하게 된 이유 등을 털어 놓았다고 외신들이 29일 전했다. 존스는 미국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발코 스캔들’의 중심 인물로 ‘클리어’라는 스테로이드계 물질을 바르고 경기에 나선 것은 물론, 한때 사귀었던 남자 100m 세계기록 보유자 팀 몽고메리(33)의 약물복용 혐의를 수사하던 사정 당국에도 위증해 수사를 방해했다.그는 조사를 받던 중 검사가 증거로 클리어를 제시하자 복용 사실을 은폐하고자 위증을 결심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난 그 물질을 복용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해야겠다고, 그래요, 당신도 알다시피 (진실을) 덮으려고 했던 거지요.”라고 말했다. 아울러 존스는 1999년부터 스테로이드를 사용했고 2001년에도 복용한 적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 100m, 200m 등에서 금메달 3개 등 5개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던 존스는 약물 추문으로 모든 메달을 박탈당했는데 이와 관련,“메달들을 반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진짜 퇴색되는 것은 올림픽에서 빛났던 기억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존스는 텍사스주 포트워스 교정시설에 수감됐을 때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그는 끝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내가 놀라운 실수와 그 뒤로도 몇 번의 실수를 저질렀던 것은 진실을 털어 놓을 만큼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푸아그라/ 노주석 논설위원

    미국의 한 외교전문지에서 ‘멸종위기의 음식’ 5가지를 선정, 발표했다. 송로버섯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와 캐비어가 명단에 올랐다. 나머지는 감자튀김과 송아지고기, 농어였다. 푸아그라는 프랑스어로 ‘살찐 간’을 뜻한다.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지방의 스트라스부르에서 생산되는 것을 최고급으로 친다.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에서 푸아그라를 제공하는 거위의 사육과정을 본 적이 있다. 송로버섯과 캐비어가 ‘자연이 준 선물’이라면 푸아그라가 왜 ‘인간이 스스로에게 준 선물’이라고 불리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간을 억지로 키우기 위한 사육법은 차마 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했다. 거위를 4∼5개월 동안 철창에 옴짝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튜브를 이용해 사료를 강제로 들이붓는다. 먹이를 토하거나 도리질 못하게 집게로 목을 고정시켰다. 자연상태의 10배 크기인 1.5∼2㎏까지 키운다고 했다. 푸아그라는 멸종위기의 음식에 뽑히는 게 마땅하다. 아니다. 인간 스스로 도태시켜야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덩치는 ‘줄고’ 기능은 ‘늘고’

    덩치는 ‘줄고’ 기능은 ‘늘고’

    성북구가 전국 자치단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동 통폐합을 성공으로 이끈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30개 동을 20개로 줄임으로써 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서울시로부터 12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돈은 전액 지역주민을 위해 쓰인다. 28일 성북구에 따르면 월곡4동은 월곡1동과 합치면서 남은 청사를 ‘영유아 플라자’로 바꾸고 있다. 연면적 1398㎡의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에 젊은 부부들이 육아정보를 교환하고 친선을 다지는 육아카페, 유아의 신체발달을 꾀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 등이 들어선다. 또 보육실, 책 놀이방, 장난감 대여실, 다목적 공연장, 수유실 등 아이와 부모를 위한 ‘꿈의 공간’으로 바뀐다. ●빈 청사 복지·문화공간으로 활용 건물에는 내년 3월까지 10억원을 들여 목재 러버, 알루미늄 패널 등 고급외장재를 사용한다. 또 프로그램 개발과 리모델링 공사에는 서울시 도시디자인팀과 대학교수, 보육전문가 등 ‘드림팀’이 참가했다. 서울시는 전체 518개 동사무소 중 100개를 줄이고, 이름도 주민센터로 바꾸었다. 동 통폐합은 사회단체 활동가 등의 수요에 영향을 미쳐 반대에 부딪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래서 시는 1개 동을 줄이는데 무려 10억원의 지원금을 내걸었다. 월곡4동을 포함해 7개 청사에서 문화·복지·웰빙으로 변신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삼선1동은 청소년자활센터, 성북2동은 인터내셔널센터, 동선2동은 청소년문화의 집으로 바뀐다. 동소문동을 어린이도서관, 월곡1동을 주민 취미생활의 장, 석관2동을 노인복지관으로 꾸민다. 나머지 종암1동은 당분가 주민센터 임시청사로 쓰이다 청소년공부방 등으로 바뀐다. 월곡2동은 임차해지, 길음1동은 매각한다. ●통합 과정서 주민갈등 등 난관도 동이 줄면서 남은 인력은 행정수요가 늘고 있는 도시디자인, 여권발급, 교육지원 등 분야로 돌린다. 그러나 통폐합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에는 반대 의견은 물론 욕설마저 올라왔다. 구청장 집무실은 이에 반대하는 내방객과 항의집회 주민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사라지는 월곡1동 88 집창촌 주변의 주민들은 “길음동에 편입시켜 달라.”“월곡1동도 전통의 마을이다.”라며 갈라섰다. 뉴타운으로 각광을 받던 길음동 주민들은 “꺼림칙하니 오지 말라.”며 대립했다. 서찬교 구청장은 주민설명회 12회를 포함해 수십회의 크고 작은 설득 모임을 가졌다. 반대하던 주민들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비효율적이고 낡은 틀을 버리고 변화된 도시환경에 맞도록 성북은 복지·문화·웰빙 행정시스템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면서 “주민의 바람과 뜻을 늘 마음에 담아 성공적 구정을 펼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95) 三學士의 최후

    [병자호란 다시 읽기] (95) 三學士의 최후

    인조의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로 상징되는 치욕적인 항복과 함께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귀천을 막론하고 조선 사람들의 참혹한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인조를 대신해 볼모로 끌려가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화친을 방해하여 전쟁을 불러왔다는 ‘죄목’으로 연행되는 삼학사, 경향 각지에서 청군에 붙잡힌 수십만의 포로. 그들은 청군의 엄중한 감시 속에 심양(瀋陽)을 향해 걷고 또 걸어야 했다. 그들 앞에는 과연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고통 속에 끌려가는 사람이나, 슬픔을 삼키며 그들을 보내는 사람이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통곡했다. 그리고 곧바로 삼학사의 죽음 소식이 날아들었다. ●홍익한, 윤집, 오달제 삼학사 가운데 가장 연장이었던 홍익한(洪翼漢·1586~1637)은 당시 52세였다. 그의 본관은 남양(南陽)으로 진사 홍이성(洪以成)과 안동 김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습( )이었는데 뒤에 익한으로 개명했다. 이정구(李廷龜)의 제자였던 그는 1615년 소과(小科)를 거쳐,1624년 이괄의 난이 일어났을 때 공주에서 정시(庭試)에 급제했다. 이후 언관직을 두루 역임하고 병자호란 직전 사헌부 장령(掌令)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윤집(尹集·1606~1637)은 당시 32세였다. 본관이 남원이었던 그는 현감 윤형갑(尹衡甲)과 황씨의 소생으로 일찍이 백형 윤계(尹棨)에게 수학했다.1627년 소과에 급제하고 1631년 별시(別試) 문과에 급제했던 그는 1636년 당시 홍문관 교리(校理)였다. 윤집은 김상헌의 조카딸과 결혼하여 3남을 두었는데, 후일 증손녀가 홍익한의 손자에게 출가하여 사후에 홍익한과 사돈 관계로 인연이 이어졌다. 오달제(吳達濟·1609~1637)는 당시 29세였다. 그는 해주가 본관으로 오윤해(吳允諧)의 셋째 아들이자 영의정을 지낸 오윤겸(吳允謙)의 조카였다.1627년 소과를 거쳐 1634년 별시 문과에 급제했고, 병자호란 당시 홍문관 수찬(修撰)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병자호란 당시 조정에는 삼학사 말고도 많은 척화신들이 있었다. 윤황(尹煌), 유철(兪 ), 이일상(李一相), 유계(兪棨), 정온(鄭蘊), 조경(趙絅) 등이 그들이었다. 그럼에도 이 세 사람이 청군에 넘겨지는 ‘희생양’으로 낙점된 까닭은 무엇일까?그것은 홍타이지의 칭제건원(稱帝建元)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들이 누구보다 격렬하게 홍타이지의 ‘참월(僭越)’을 비난하고 주화신(主和臣)들을 성토했기 때문이다. 홍익한은 1636년 2월 ‘홍타지이가 보낸 사신의 머리를 베어 명나라에 보내든가, 그것이 싫으면 나의 머리를 베라.’는 극렬한 내용의 상소를 올렸다. 오달제는 1636년 10월 ‘공론을 두려워하지 않고 방자하고 거리낌없이 화친을 시도하는 죄를 다스려야 한다.’고 최명길을 겨냥하여 직격탄을 날렸다. 윤집은 더 나아가 ‘명나라의 은혜를 배신하고 오랑캐와 화친을 주도하는 최명길은 진회(秦檜)보다 나쁜 자’라고 극언을 퍼부은 바 있었다. ●홍익한의 절개 청군이 철수할 때, 홍익한은 평양서윤(平壤庶尹)으로 있었다. 조정은 2월12일 증산현령(甑山縣令) 변대중(邊大中)을 시켜 홍익한을 적진으로 압송토록 했다. 변대중은 홍익한을 결박하여 심한 모욕을 주었고, 음식물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홍익한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결박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조정은 청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그를 신속하게 압송했는데, 2월20일에 벌써 만주의 통원보(通遠堡)에 도착했다. 통원보의 청인들은 그가 끌려온 사연을 듣고 음식물을 내어 후히 대접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나만갑은 ‘병자록’에서 ‘개돼지 같은 청인들이 변대중 같은 조선 사람보다 훨씬 나았다.’고 통탄했다. 심양에 이르러서도 홍익한은 의연했다. 용골대가 그에게 ‘너의 나라 신료들 가운데 척화를 주장한 자가 퍽 많은데, 어찌 유독 너만 끌려왔는가?’라고 묻자 홍익한은 ‘작년 봄에 네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소를 올려 너의 머리를 베자고 청한 것은 나 한 사람뿐’이라고 응수했고, 용골대는 웃으며 가버렸다고 한다. 홍타이지는 홍익한을 회유하기 위해 그를 별관에 가두고 연회도 베풀어 주려고 시도했다. 과거 수많은 명나라 이신(貳臣)들을 받아들인 경험이 있는 홍타이지의 입장에서 홍익한은 ‘전향’시켜야 할 중요한 대상이었다.‘조선의 골수 척화파까지도 결국 홍타이지의 은덕에 감화되었다.’는 소문은 향후 조선을 제어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익한은 단호했다. 그는 글을 써서 자신을 회유하려는 홍타이지의 기도를 정면에서 반박했다.‘대명조선국(大明朝鮮國)의 잡혀온 신하 홍익한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므로 감히 글로써 밝힌다. 지난해 봄 금나라가 맹약을 어기고 황제라 칭한다는 말을 들었다. 맹약을 어겼다면 이는 패역한 형제이고, 황제라 칭했다면 이는 두 천자(天子)가 있는 것이다. 한집안에 어찌 패역한 형제가 있을 수 있으며, 천지간에 어찌 두 천자가 있을 수 있는가. 그리하여 본래 예의를 숭상하고 직절(直截)을 기풍으로 삼는 언관으로서 맨 먼저 이 논의를 주장하여 예의를 지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상소 한 장을 올림으로써 가정과 나라에 패망을 초래하였으니 만 번 도륙당한다 할지라도 진실로 달게 받을 뿐, 달리 할 말은 없다. 속히 죽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대명조선국의 신하.’이 말 속에 이미 홍익한의 의지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나는 조선의 신하이자 명의 신하이니 그대들 오랑캐와는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이 홍익한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였다. 홍익한의 의지를 확인한 홍타이지는 곧바로 그를 처형했다. ●윤집과 오달제의 최후 윤집과 오달제는 청군 후발대에 이끌려 1637년 4월15일 심양에 도착했다. 홍타이지는 두 사람도 회유하려고 시도했다.4월19일 용골대가 두 사람을 앉혀 놓고 홍타이지의 말을 전했다.‘너희들이 척화를 외쳐 두 나라의 틈이 생기게 했으니 그 죄가 매우 중하다. 죽여야겠지만 특별히 살려주고자 하니 처자를 데려와 이곳에서 살겠는가?’ 윤집은 ‘난리 이후 처자의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했고, 오달제는 ‘고통을 참고 이곳까지 온 것은 만에 하나라도 살아서 돌아가면 우리 임금과 노모를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 고국에 돌아갈 수 없다면 죽는 것만 못하다. 속히 죽여 달라.’고 응수했다. 격분한 용골대는 그들을 묶어다 심양 서문 밖에서 죽였다. 청인들은 시신을 수습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뒷날에도 뼈들이 쌓여 있는 형장에서 두 사람의 시신을 찾을 길이 없어 집안의 종들을 시켜 초혼(招魂)하여 온 것이 전부였다. 오달제에게는 노모와 임신한 아내가 있었다. 심양으로 끌려갈 때 그가 남긴 시구(詩句)들은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그는 인조와 노모를 생각하면서 “외로운 신하 의리 바르니 부끄럽지 않고/임금님 깊으신 은혜에 죽음 또한 가벼워라/이생에서 가장 슬픈 일이 있다면/홀로 계신 어머님 날 기다리는 거라오”라고 읊었다. 아내에게 부치는 시도 절절하다.“부부의 은정 중한데/만난 지 두 해도 못 되었구려/이제 만리에 이별하여/백년 언약 헛되이 저버렸구료/땅 멀어 편지 부치기 어렵고/산이 첩첩하여 꿈조차 더디오/나의 살길 점칠 수 없으니/뱃속의 아이나 보호 잘하오” 윤집 집안의 사연도 처절하다. 병자호란 당시 남양부사(南陽府使)로 있던 윤집의 형 윤계 또한 전란 중에 순절했다. 그는 의병을 일으켰는데 기습을 받아 붙잡히는 몸이 되고 말았다. 윤계 또한 청군 앞에서 무릎 꿇기를 거부하다 혀가 잘리는 등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후손들은 왜란 당시 순절한 할아버지 윤섬(尹暹)과 윤계, 윤집의 글을 묶어 ‘삼절유고(三節遺稿)’를 펴낸 바 있다. 어쩔 수 없이 죽이기는 했지만 청조는 이후 삼학사의 절의를 인정했다. 그들은 삼학사를 기리는 사당을 짓고 비석을 세웠다. 강희제(康熙帝)는 훗날 ‘조선이 명나라 말년에도 끝까지 배신하지 않은 것은 본받을 만한 일’이라고 찬양한 바 있다. 삼학사로 대표되는 조선의 ‘절의’는 청인들이 보기에도 분명 이채로웠던 것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기로에 선 금융위기] 숨통 트게 된 중기·시중銀

    한국은행은 27일 기준금리 대폭 인하 외에도 외화대출 용도제한 완화와 은행채 매입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키코 거래 손실에 따른 파산과 유동성 고갈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키코 가입 중소기업과 시중은행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이날 한은이 밝힌 ‘외화대출 용도제한 완화 방안’에 따르면 키코 등 통화옵션 거래 결제자금에 대해 외화대출이 허용됨으로써 중소기업들은 원화가 아닌 외화로 키코 계약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급격한 환율 인상으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거래·평가손실이 급증하고 도산 가능성도 높아지는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키코 계약잔액은 101억달러. 이번 조치의 허용대상은 수출면허를 취득하고 관세청에 수출품목을 신고한 업체 중 키코 등 통화옵션 계약일 당시 수출실적이 있는 곳이다. 허용대상 거래도 키코 등 환헤지 목적 통화옵션거래로 제한된다. 또한 운전자금용도로 나간 외화대출의 상환기간도 추가로 연장된다. 대상은 지난해 8월10일 이전에 취급된 운전자금 외화대출이고, 연장 기간은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중소기업 관계자는 “키코 관련 손실 자체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수출 등을 통해 충당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은행채 매입은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와 같이 유동성 완화의 효과를 갖는다. 거래가 끊긴 은행채를 한은이 사주게 되면 일종의 자금 수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금리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은행채 수요 증가→은행채 금리 하락→CD금리 하락→대출금리 하락의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국민은행 자금 담당자는 “은행채가 국고채 등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투자자나 자산운용사들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채권 시장에서 은행채가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특별한 반응은 없고, 한은에서 실제로 은행채를 매입하는 시점에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재정부 제 덫에 걸렸다

    기획재정부가 과거 재정경제부 시절 스스로 만들었던 종합부동산세법에 자기 손으로 ‘위헌’의 멍에를 씌웠다. 정부의 철학이 바뀌고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지만 지나친 자기부정으로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 특히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관련 발언을 한 이후 ‘위헌’으로 선회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 입장에 개인의 소신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헌법재판소에서 논의되고 있는 종부세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저보고 (정부 의견을) 내라고 하면 종부세는 위헌으로 내겠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그로부터 보름여 뒤인 24일 헌재에 종부세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수정 의견서를 냈다. 강 장관의 국감 답변이 재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변경됐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할 당시 재정부는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반대 주장들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제도 도입을 강행했다. 종부세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아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2003년 10·29,2005년 8·31,2006년 3·30 등 잇따라 내놓았던 강력한 부동산시장 억제 대책들의 효과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고 여기에 새 정부는 자연스럽게 감세 철학을 접목시켰다. 결국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 들어 ‘살생부’ 첫 페이지에 오르는 정책이 됐다. 정부는 현 정권 출범 초부터 종부세 개편 방안을 논의해 오면서도 종부세에 대해 직접적인 ‘위헌’의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자제해 왔다. 지난 8월 국세청과 함께 헌재에 낸 의견서에도 “종부세법은 불필요한 부동산 보유를 억제함으로써 국민 다수에게 쾌적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법이며 세율도 과도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 주장은 9월 공개변론 때에도 일관되게 이어졌다. 정부 스스로 만든 정책적 기틀을 존중한다는 차원도 있었고 위헌인지 합헌인지 법률 전문가들조차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위헌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사정도 있었다. 이런 정부의 입장은 지난 9월23일 종부세 개편 방안를 계기로 직접적인 공격으로 선회한다. 당시 재정부는 종부세를 놓고 ‘조세원칙과 일반적인 보유세제 원칙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규정했다. 세율이 과도하지 않다는 8월 헌재 의견서와 달리 “매년 조사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므로 세부담이 과중하다.”고 명시했다.김태균 홍지민기자 windsea@seoul.co.kr
  • [기로에 선 금융위기] “블랙먼데이 피해라” 정부 정책카드 총동원

    [기로에 선 금융위기] “블랙먼데이 피해라” 정부 정책카드 총동원

    정부와 한은의 이번 추가 대책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수단을 다 동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24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다우지수가 300포인트 이상 하락하고, 연이어 유럽증시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특별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월요일(27일) 한국 금융시장의 붕괴는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지난 19일 내놓은 ‘10·19금융안정대책’은 은행의 외채를 지급보증하고, 은행에 직접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은 외화유동성 공급 대책이었다. 그러나 지난 23일부터 시작한 총액한도대출 2조 5000억원 추가확대나 24일 증권사·자산운용사에 2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과 같은 대책들은 원화 유동성 공급 확대 대책의 시작이었다. 여기에 27일 긴급하게 열리는 한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의는 원화유동성 확대를 위한 결정판으로 이해된다. 정부와 금융위, 한은이 이처럼 강도 높은 정책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은 최근 금융시장이 철저히 무너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달 9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오히려 회사채 금리와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와 기업어음(CP) 금리 등은 7년내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자금이 돌지 않고, 이에 따라 증권·자산운용사들이 펀드런(펀드대량환매사태)의 가능성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은행채, 회사채 등을 채권시장에 던졌기 때문이다. 은행채 투매가 일어나면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고, 더불어 CD금리가 은행채 금리를 따라 올라가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으로 전이된다. 이 전이는 가계·중소기업 연체율증가로 이어지고,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 등으로 금융기관 부실화 등의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정부가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 추진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날 미국시간으로 토요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별관회의에 이어 일요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금융회의에서 모든 대책들이 논의됐을 것이고, 그 결론들이 27일 임시 금통위를 통해 발표된다고 이해된다. 이같은 조치로 시장이 안정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시장에서 발생한 외화·원화유동성 경색의 주범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몰고온 전세계적 금융경색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의 4·4분기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향후 수출감소 가능성이 대두돼 한국기업들의 기초체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일단 무역수지 흑자가 10월에 나타나고, 경상수지 흑자로 전환되는 지표가 나타나면 환율상승이 멈추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기로에 선 금융위기] “외환자금시장 안정… 내수 진작 주력”

    [기로에 선 금융위기] “외환자금시장 안정… 내수 진작 주력”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26일 “실물경기 침체가 금융시장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라며 “내수 진작 방안을 비롯한 다각도의 종합대책을 다음 주 안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주가폭락 등 금융불안에도 불구하고 (외화 유동성에 대한)외화자금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됐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박 수석과의 문답. ▶외환시장이 안정됐다는 근거는 뭔가. -외화자금시장이 안정됐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외환시장은 하루 거래량이 25억~30억달러 규모로 크게 떨어진 채 환율이 급등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현재 충분히 외환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만큼 외화자금시장은 안정돼 있다. ▶회의에서 금리 인하도 논의됐나. -금리문제는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에 맡겨놓는 게 좋다. 한국은행도 실물경제와 금융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책에 대해 다른 기관과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에 맞춰 판단해 줄 것으로 안다.(브리핑에서는 ‘시장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각 기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 ▶정부의 새해 예산안은 수정되나. -예산안 제출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불가피하다고 본다.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국회 차원에서 수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나. -경기가 침체되면 당연히 세입도 줄어드는데, 지금은 세입이 줄더라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는 재정사업을 늘려야 한다. 교과서에도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 경기부양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고 돼 있다. ▶주식시장 부양책은 검토하지 않나. -금융회사 부도와 기업실적 악화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는 선진국들과 달리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처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우리 시장이 너무 국제동향에 민감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져 있다고 본다. ▶원화 유동성 확대에 대한 한국은행의 방침은. -흑자 도산이 없도록 유동성 공급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점과 시장경제를 안정시켜야겠다는 데 대해서는 각 기관의 의견이 모아졌다. 구체적인 행동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 ▶24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통화 스와프에 대해 논의했나. -두 정상이 금융위기에 대한 양국의 공조를 보다 강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으나 구체적으로 통화 스와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양국간 실무선에서 얘기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외환 유동성 문제는 그다지 (큰)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추세와 향후 상황을 전망할 때 우리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상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한·일간에 통화스와프의 규모를 얼마나 확대할지 하는 논의가 어느 선까지 진전되었느냐는 아직까지 보고를 받지 못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MB ‘내우외환’

    이명박 대통령이 세계 금융질서 개편을 둘러싼 열강의 거센 각축과 패닉 상태에 빠진 국내 금융시장의 동요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든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세계 금융질서의 주도세력에 한국을 편입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국내외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근거없는 보도에 약소국 설움” 이 대통령은 지난 24~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신흥경제국의 세계 금융체제 참여 필요성을 강도 높게 주장했다. 중국과 일본에는 이른바 ‘아시아펀드’, 즉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 조성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한국은 이미 10년전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라는 ‘코리아 마케팅’도 적극 펼쳤다. 중국 1조 8000억달러, 일본 1조달러, 한국 2400억달러 등 쌓아둔 외화가 비교적 넉넉한 아시아가 지금의 세계 금융혼란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금융질서 재편에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세계 금융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과, 이번 기회에 새로이 주도권을 쥐어보겠다는 유럽의 힘겨루기 속에서 이런 노력은 일정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ASEM 정상회의에서도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정상들이 이 대통령의 주장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이 1차 본회의 선도발언을 하고, 이튿날 업무오찬에서도 의장국인 중국 다음으로 발언 기회를 얻은 것도 일정부분 그의 리더십을 회원국들이 인정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새로운 외환위기 가능성을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에 흘리는 등 견제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이 대통령을 수행했던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서방 언론의 근거없는 보도에 적극 대응하고 있으나 쉽지가 않다. 지금처럼 약소국의 설움을 톡톡히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CMI 조성 비율을 놓고 중국이 외환 보유고를, 일본이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하자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도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경제팀 경질 목소리 높아 국내 상황은 이 대통령을 더욱 한숨짓게 한다. 주가 폭락 속에 ‘검은 금요일’로 불린 지난 24일 이 대통령은 ASEM정상회의 테이블에 앉아서도 시시각각 널뛰는 국내 금융동향을 보고받으며 적지 않게 근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을 수행했던 한 장관은 저녁식사 도중 이 대통령의 호출에 숟가락을 놓고 불려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각도의 금융안정 대책을 내놓았으나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데 고민이 크다. 이 대통령이 ASEM 정상회의에서 돌아오자마자 26일 아침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소집, 실물경기 침체를 억제할 대체적 방안을 내놓으며 ‘선제 대응’에 나선 것도 이런 시장의 불신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행보다. 하지만 시장이 얼마나 신뢰 회복의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강만수 경제팀’을 경질하라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간다. 반면 전쟁 중에 말을 갈아탈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뜻도 완고하다.‘강만수 정책’에 대한 이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와 시장의 전면적 불신이 빚어내는 부조화가 금융혼란과 실물경기 침체의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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