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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3중대문(외언내언)

    며칠전 서울의 한 대학 정문앞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본 적이 있다.새정치국민회의가 임진각에서 열 「DMZ사건과 4·11총선」을 선전하는 것이었다.대학생들의 참석을 부추기는 그 현수막은 어쩐지 그 언젠가의 「컴퓨터 부정개표설」사건을 연상시켰다. 『컴퓨터의 이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할수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 그 「설」의 진상이었지만 그 설을 아직도 믿고있는 세대가 당시의 대학생인 젊은들이다.이미 컴퓨터의 도사가 된 세대지만 아직도 그것만은 의심하려들지 않는다.대학가에서 펄럭이며 젊은이를 손짓한 「임진각 세미나」에도 그런 것이 내장돼 보였다. 과연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했다는 세미나 인사말은 그 심증을 한층 굳혀준다.『정부의 DMZ사건 조작 진상을 국민에게 알리고……앞으로 북한이 국내정치에 개입하려할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국민과 함께 고민하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도발한 「DMZ」사건이 『정부의 조작』이라고 말할수 있고『북한이 국내정치에 개입한 것』이라고 말할수 있는 것이라면 『김정일을 사주해서 북풍을 일으키게 했다』는 말도 성립될수 있고 『신한국당이 김정일에게 선거자금 살포했나?』라는 농담도 진담이 될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막무가내로 대화를 거부하며 딴전을 피우는 북한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조종할수 있는 능력이 여당에게 있다니 이런 논리도 가당한 것일까.웃을수도 정색을 할수도 없는 심경이다. 게다가 이날 토론에서는 『정부는 안보문제를 선거에 악용한 과오를 국민앞에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는 요구가 소리높이 외쳐졌는데 때맞춰 「극적」인 미그기 귀순사건이 벌어졌고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실연」도 벌여졌다. 이쯤되면 세미나를 주최한 야당 관계자가 했다는 한탄의 말만 우리에게 남는다.『앞으로 북한을 신한국당 3중대라고 불러야 할판』이라는 말이다.이런 웃지못할 우스개는 더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송정숙 본사고문〉
  • 마음의 평정 추구한 2권의 에세이집

    ◎법정스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한승원씨 「키작은 인간의 마을에서」/무속·인연의 소중함 등 불교적 지혜 가득 다투고 불화했던 주변의 사람들에게 한번쯤 너그러운 자비심을 품어볼법한 석가탄신일(24일)에 맞춰 욕심없는 조촐한 마음과 명상을 통해 불교적 지혜를 가다듬어 보여주는 두권의 수필집이 나왔다. 법정스님의 명상에세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샘터)와 작가 한승원씨의 전작산문집 「키작은 인간의 마을에서」(고려원)가 그것.숨막히는 경쟁사회에서 강바람같은 청량제로 나란히 다가온다. 「새들이…」는 그간 「버리고 떠나기」「텅 빈 충만」「무소유」 등 여러 수필집에서 속세의 티끌이 묻지않은 청정한 말씀으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던 법정스님의 신작.지난 92년 송광사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산중의 오두막에 은거한 뒤의 기록들을 묶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산중에서 스님의 시선은 대자연을 향해 활짝 열린다.출입을 못할만큼 쌓이는 눈이 있는가 하면 얼음장 밑으로 봄을 몰고오는 시냇물이 흐르고 돌배나무와 산자두가 눈뜨면 금새 태풍의 영향으로 개울물이 붇는 한여름이다.천태만상으로 변화하는 대자연속에 난과 차향기를 벗한채 스님은 아무의 방해도 없고 집착도 지닌것도 없는 행복을 말한다. 이에 견줘 「키작은…」은 「불의 딸」「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곰삭은 토속정서와 불교정신 사이를 오가는 작품을 써온 작가 한씨의 「삶의 고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글속에 하나씩의 삽화로 등장하는 어머니,한씨의 스승인 동리선생,마을의 칠장이 등은 한결같이 작가에게 좋은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준다.작가가족을 이룬 딸 한강씨와 아들 한동림씨에겐 작가수업의 고단함을 「자기몸에 옹이박기」로 비유하며 등단에 다급한 젊은 마음을 다독인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마음비우기.그것은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텅 빔(공)과 없음(무)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그것은) 원형질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고,해탈이며 마음의 가난」이라면서 자신의 삶은 이를 지향해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손정숙 기자〉
  • 문학위기론 대두속/작가지망생은 급증

    ◎문예지 여름호 신인작가들 대거 추천/늘어난 문학상·발표지면 확대 영향/“장인정신 실종·글쓰기 하향 평준화” 우려도 영화를 보면 될걸 누가 문학작품을 읽겠느냐는 「문학위기론」이 문학의 해를 맞아 더욱 소리를 높이고 있는 요즘이다.하지만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작가지망생」들은 늘어만 간다. 최근 여름호를 펴낸 문학계간지들엔 어느때보다 많은 신인작가·시인들이 일제히 추천됐다.소설로는 「문학과사회」의 김연경(「〈우리는 헤어졌지만,너의 초상은〉,그 시를 찾아서」)「문학동네」의 김형수(「들국화 진 다음」)「상상」의 방경희(「유명무실」)「문예중앙」의 김준태(「시인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시로는 「작가세계」의 정재학·정남희,「창작과 비평」의 문경화,「문학동네」의 김철식 등이 각각 제도권 문단에 나왔다. 지난 5월초 수상작을 발표한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의 경우 상을 놓고 소설 83명,시 1백1명 등 무려 2백여명 가까운 「문학청년」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지난해 소설 응모자는 60여명이었는데최근 몇년간 응모자수가 계속 늘고있다고 출판사측은 전한다. 계간지 편집자들에 따르면 요 근래 신인투고작수의 증가는 뚜렷한 현상이다.계간지 여름호의 김연경·방경희씨처럼 스물을 갓 넘긴 대학생부터 김형수씨처럼 한때 학생운동권의 이론가로 활동하다 「전향」한 이들까지 이력도 다채롭다.한번 등단한 이들도 신인·기성을 묻지 않는 여러 문학상들에 재응모하는 경향.작년 「문학동네」문학상의 은희경,「오늘의 작가상」의 이혜경,올 「오늘의 작가상」수상자 김이소 등은 모두 신춘문예,계간지 혹은 전작장편 등으로 등단한뒤 상을 거머쥔 신인들이다. 문학의 약세가 일견 명백해뵈는데도 이처럼 「문학지망생」들이 늘어나는 기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무엇보다 많아진 문학상,출판시장의 확대등을 꼽지 않을 수 없다.최근의 예만 봐도 김운비·박청호·최재경·이응준·박경철·백민석 등 단편 한두편을 발표한뒤 바로 단행본을 내거나 아예 등단절차마저 건너뛰고 전작장편으로 데뷔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이들을 충분히 소화할만큼 출판계가 커진것이다.이밖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문학창작학교,PC통신이 제공하는 무궁무진한 지면도 한몫 거들고 있다. 하지만 요즘 지망생들이 과거처럼 「일구월심 문학도」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시·소설·평론을 넘나드는 것은 기본이고 팝칼럼·영화평론 등 이들이 공략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문화적 글쓰기다. 「글쓰기의 민주화」라는 점에서 이런 현상의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그러나 많은 이들은 문인의 장인정신 실종을 우려한다. 문학평론가 남진우씨는 『과거 문단은 폐쇄적이리만큼 작품 수가 적었을 망정 엄정한 수준이 보장돼 오히려 존경받았다.이에 비해 최근의 현상은 데뷔작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하는 아마추어리즘의 확산』이라며 『이때문에 등단한 작가의 극소수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게 될것』이라고 내다봤다.〈손정숙 기자〉
  • 독신·결혼·이혼/여성의 소리 담은 책 화제

    ◎손주희·윤오복·홍미영씨 나란히 출간/자신의 체험 바탕… “행복한 권리” 주장 결혼해서 애낳고 살림살고….얼마전만해도 여성의 삶의 공식이란 뻔했다.「결혼은 선택」이란 생각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요즘들어.아직도 「공식」에서 벗어나면 「하자있는 여자」로 의심하는 눈이 더 많다. 최근 책세상의 「아름다운 삶」기획으로 나란히 나온 세권의 책은 이같은 통념에 적극 반기를 든 것.「혼자 살면 뭐가 좋은데」(손주희 지음)「우리 결혼하니 참 좋다」(윤오복 지음)「여보,우리 이혼하면 행복할까?」(홍미영 지음)는 차례로 독신·기혼·이혼여성의 소리를 담고 있다.각기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책을 쓴 이들은 『여자들도 살면서 여러 형태의 가정을 꾸릴 수 있고 이들은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외친다. 지은이들은 평범한 한국여성이지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려 한다는게 공통점.손씨는 대학원을 나와 「미혼 박대」와 「노처녀」고충에 시달리는 번역프리랜서 독신녀이고 윤씨는 「그저 재미나게 혼자 살겠다」했다가 덜컥 결혼해 딸까지 둬버린 30대 아줌마.또한 홍씨는 이혼을 딛고 「홀로서기」한 환경전문 스크립터·기자다. 이처럼 실제 현실과 맞닥뜨린 이들의 기록이라 결코 추상적이지 않은 것이 이 책의 장점.지은이 자신의 솔직담백한 체험담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변사람들의 인터뷰로 문제의 원인과 헤쳐나갈 요령을 차근차근 진단하고 있다.실제 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마음가짐도 구체적으로 실려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나며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물음에 실질적 길잡이가 되어줄 정도로 세밀하다. 「혼자…」는 독신자 증가의 이유,독신 매력진단 등 일반론부터 독신의 조건·함정,독신에 꼭 필요한 돈·공간·건강 문제까지 두루 살폈다.독신녀 뿐 아니라 독신남을 위한 별도의 페이지가 배려된 것이 특징. 「결혼…」에는 식 준비,살림살이,부부싸움,성,육아,맞벌이,시집문제 등 결혼의 세목에 대한 정보와 조언이 자세히 담겨있다. 한편 「여보…」는 터부시돼온 「이혼」도 하나의 「선택」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이혼자들을 돕기 위한 책.이혼증가 원인과 이혼하기까지의 준비·절차,이혼후 마음가짐,직업찾기,애인만들기,아이키우기 더 나아가 재혼까지 치밀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았다.〈손정숙 기자〉
  • 시인 황동규(작가를 찾아:7)

    ◎“바람탈 일 없는 일상이 예술가엔 악조건”/고교때 「두시언해」통해 알게된 두보에 흡뻑빠져/부친인 작가 황순원과 달라지려고 무진 애/극서정시란 시적 자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인생은 그렇지 않던데… 어떤 시들은 선·악 너무 분명 황동규는 가볍다.누구보다 그는 기체에 가깝다.그의 말들은 간지러운 바람처럼 사물 사이를 떠다닌다.울기 잘하는 한국 시세계에서 그 세계는 독특하다.더 나아가 한국문학판에서 특이하다.엄숙한 포즈,목청높은 열망,금방 까라질듯한 탄식….우리 문학에 잔뜩 방울진 얼룩들을 톡톡 건드리며 그는 날아다닌다. 그의 시속에선 계속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극서정시(극서정시)」라 했던가? 잔뜩 움츠린 두꺼비의 뜀박질.바로 그처럼 정신이 팔짝 내닫는 눈깜짝할 순간을 그는 찍어낸다.그 카메라 렌즈는 가볍게 풀려있다.하지만 단단한 조임과 묶임을 오랫동안 통과한 뒤의 풀림이라 퍼진 칼국수같은 것은 아니다.차라리 부서지는 오미자술에 가깝다. ○기체처럼 가벼운 시어 〈오미자 한줌에 보해소주 30도를 빈 델몬트 병에 붓고/익기를 기다린다./아,차츰차츰 더 바알간 색./예쁘다./…/내가 술 분자 하나가 되어/그냥 남을까 말까 주저하다가/부서지기로 마음 먹는다./가볍게 떫고 맑은 맛!〉(「오미자술」에서) 『서정시라면 보통 정경을 그리며 감상을 털어놓는게 일이지만 나는 시적 자아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내 마음이 연극처럼 흔들리는 짧은 순간을 담는 것이 「극서정시」지요.그 움직임의 궤적을 따라 읽다보면 독자의 마음에도 변화의 파문이 일지 않겠어요』 ○중학교때 시에 눈떠 58년 등단,황씨는 38년째 시를 쓰고 있다.초기엔 그의 시에도 애상과 황량의 감성이 짙었다.「시월」「겨울 노래」「어떤 개인 날」「비가」연작 등.하지만 일찍부터 강단에 서온 그는 조금만 반복되면 단조로움으로 추락하는 일상의 리듬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지루한 추상적 감상이 숨통을 죄어든 어느순간 스스로 「극서정시」라 부르는 역동의 세계로 훌쩍 날아가 버린것을 보면. 아는 이는 다 알지만 그는 작가 황순원의 아들이다.또 68년 전임강사가 된뒤 줄곧 최고지성의 산실인 서울대에서 문학을 가르쳐왔다.아무 바람탈일없이 마음껏 시를 쓸 좋은 운을 타고난 셈이다.하지만 그는 그게 『예술가에겐 얼마나 악조건인줄 아느냐』고 되묻는다.예술혼을 꺼버릴지도 모를 단조로운 일상이 그는 늘 조심스러웠다. 『작가인 아버지와 달라지려고 나는 늘 애썼지요.문학이란 모름지기 뭔가 다른 새로운 세계여야 할텐데 부자지간이 얼마나 체험이 닮는 관계입니까.내 시가 좋은 문학이라면 그것은 아버지와 닮은점이 아니라 다른점 때문일거예요』 아버지에 얽힌 일화 한토막.『해방전 아버지는 내게 가갸거겨를 가르쳤어요.한데 동네에선 다들 일본말을 하더군요.나도 히라가나를 배워달라 했지요.그랬더니 아버지가 막 우시는 거예요.그렇게 제대로 우시는 것을 처음 뵈었요』이 그늘 큰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니 그는 그야말로 고투해야 했다. 『시에 눈뜬 것은 중학교때지요.하지만 고등학교 들어와 교과서의 두시언해로 알게된 두보를 본격적으로 좋아했어요.「만리의 봄에서 꽃잎하나 덜어진다」는 표현이 기억나는데 얼마나섬세한 눈입니까.그의 아류로 그치지 않으려 바짝 긴장한 적도 있었지요』 이처럼 가깝고 먼 대가들과 밀고 당기면서 그는 독자적이며 탄탄히 긴장된 시세계를 얻게 된 것이다. 황씨는 여행을 좋아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순탄한 일상이 거저 주어졌던 그에게 여행은 예술가임을 확인하는 작은 일탈이었을까.그 여행담은 많은 시편들에 흩어져 있다.대학때 남해안을 떠돌다 본 풍장에서 받은 인상은 「풍장」연작시집을 낳기도 했다.시집은 얼마전 번역이 끝나 독일 서점에 내다걸릴 날을 손꼽고 있다.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섭섭하지 않게/…/바람을 이불처럼 덮고/화장도 해탈도 없이/…/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바람과 놀게 해다오〉(「풍장1」에서) 대학 4학년때 4·19를 겪고 유신시절 「계엄령 속의 눈」을 썼던 그의 비판적인 정신은 80년대를 통과하며 생채기투성이가 됐다.이 시절을 「견뎌내기」위해 「풍장」을 쓰며 그는 『아무리 그래봐야 삶이란 이리 허탈하다』고 곱씹었는지 모른다.노동시인 백무산에게 고급문학의 메카문학과지성사에서 주는 이산문학상이 돌아가도록 「산파」도 했던 황씨.하지만 그는 노동시 읽기를 좋아했을뿐 쓰지는 않았다. 『인간의 본성중 기본은 사랑이에요.증오는 쉽지만 사랑은 힘드니까요.하지만 어떤 시들은 너무 선·악이 분명하더군요.이해는 하지만 나는 인생을 들여다볼수록 그렇지 않던데….거짓말할 수는 없잖아요』 육순을 눈앞에 둔 그는 자신이 보아버린 인생을 움켜쥐고 대가연하려는 것일까.그런 말은 아닌것 같다. ○노동시도 즐겨 읽어 『요즘 나이든 문인들은 젊은 작가들이 문학을 말살시킬 것처럼 걱정하더군요.하지만 유토피아를 지향할 수는 있어도 가닿을 수 없음을 안다는 점에서 이들은 훨씬 영리한 세대 같아요.아무튼 누가 생을 더 정확하게 봤느냐는 지나가봐야 아는 일이니까요』 만사를 다 이해한다는듯 지그시 미소짓다가 불쑥 송곳처럼 현상의 이면을 파고드는 시인의 시선.그 눈으로 들여다본 인생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 한갈피를 같이 엿보고 싶어졌다.그는 자신이 쓰지 않는 또 다른 시로 「행사시」가 있다면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행사시 썼던 일화를 들려준다. 『오래전 성탄절 기념으로 어느 신문사에서 부탁이 왔어요.하도 권유를 하기에 별 수 없이 쓰긴 썼는데 그쪽에서 시를 보곤 곤혹스러운 표정이더니 결국 싣지 않더군요.내가 이렇게 썼거든요.예수님은 뭇 여자들의 애정을 독차지하더니 그도 모자라 남자들한테까지 사랑받는다,얼마나 좋겠느냐고.그 원고가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혼자만이라도 가끔씩 들춰볼텐데…』〈손정숙 기자〉 □연보 ▲38년 평남 숙천생 ▲46년 서울 덕수국민학교 입학.51년 서울중 입학.당시 미당편 「작고시인선」을 통해 윤동주와 소월에 빠져듦 ▲서울고 재학중 「학원」지 등에 글 발표,음악에 심취해 작곡가를 꿈꿈 ▲서울대 영문과 2학년때(58) 미당이 「현대문학」에 시「시월」을 추천해줘 등단 ▲영국 에든버러대학원 수료(67) ▲68년 서울대 전임강사가 된뒤 현재까지 교수로 재직 ▲「국제창작계획」으로 아이오와대학(70)교환교수로 뉴욕대학(87)등 장기미국체험 ▲시집 및 시선집 「어떤 개인 날」(61)「비가」(65)「태평가」(68)「열하일기」(72)「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78)「악어를 조심하라고?」(86)「몰운대행」(91)「미시령 큰바람」(93)「풍장」(95)과 많은 시론집 및 변역서 ▲현대문학상(68)한국문학상(80)연암문학상(88)김종삼문학상·이산문학상(91)대산문학상(95)수상
  • 신세대 작가 배수아에 상극의 평가

    ◎양진오·김동식씨 문예지에 부정·긍정 평문 기고/양씨­“기본적 한국어 구사능력 조차 부실”/김씨­“90년대후 두드러진 이미지 보편화” 문법에 벗어날듯 어눌한 문장에 현대사회의 이미지들을 가득 담아내면서 대표적 「신세대작가」로 꼽혀온 배수아씨(31).최근 두명의 젊은 평론가가 배씨의 작품세계에 대해 각각 긍정적·부정적 시각의 평문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이 글들은 배씨를 통해 결국 신세대작가 전체의 작품세계를 문제삼고 있는 셈이어서 신세대소설을 둘러싼 젊은 평론가들의 입장차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우선 양진오씨(32)가 「문예중앙」 여름호에 실린 「보이지 않는 전망,전망없는 소설」을 통해 비판적 입장을 내세웠다.양씨는 「트러블,서빙,레모네이드의 투명한 옐로의 컵」등 배씨가 구사하는 단어들을 들며 배씨가 기본적 「한국어 구사능력」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맹공한다.『(배씨의)문장은 의미를 생성하는 문장이 아니라 이미지를 연출하는 문장』이라는 것. 『(배씨 작품의 신세대들은) 현실을 혐오하기 때문에 현실을 지워버리고 이미지의 세계를 만들어』내지만 이는 『무력한 유리벽의 세계』일 뿐이라고 양씨는 잘라 말한다.결국 「전망없는 세대」의 전형인 배씨의 문제는 『전망없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와 싸우기보다 이를 수락하고 만다』는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 양씨의 진단. 이에 비해 김동식씨(29)는 「문학과 사회」 여름호의 「우리 시대의 공주를 위하여」라는 글에서 배씨의 글을 꼼꼼히 분석,신세대 세계인식의 「가능성 엿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김씨는 배씨소설에 깔린 근원적인 『공주­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라는 꿈은 유복했던 가정의 어린 소녀에게 있을 수 있는 이미지이지만 이것이 상징에 그치지 않고 성년의 세계인식에까지 이어지는 것은 『텔레비전이 현실의 기율로서 작용』하는 이미지 시대가 닥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공주이미지에 철없이 집착한다고 배씨를 비난하지 않는다.그보다는 모든 것이 이미지가 되어버린 세계에서 신세대 나름의 대응방식이 있음을 살펴본다.그 대응이란 『이미지와 실재의 분리를 인정하는 것,그 경계를 서성대며 살아가는 것,실재를 버리고 이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것』 등 세가지이며 배씨의 장편 「랩소디 인 블루」의 정이·유리·미호가 차례로 이에 대응한다는 것.결국 배수아의 프린세스 감수성은 『90년대 이후 두드러진 이미지의 시민화』 즉 달라진 시대상황을 읽어내고 있다는 진단이다.〈손정숙 기자〉
  • 부담없는 분량·동화같은 내용/우화소설 잇달아 출간

    ◎원재길 「별똥별」·곽재구 「해바라기꽃 피는 언덕」·안도현 「연어」/독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인기에 영향/짧은 문장에 인생에 대한 가벼운 통찰 담아 최근 국내작가들 사이에 우화소설 바람이 불고있다.서점가에서 우화소설이 은근한 인기를 누리면서 국내 작가들이 잇따라 우화소설을 선보이고 나선 것. 작가 원재길씨의 「별똥별」이 도서출판 예문에서 다음주초 나오는데 이어 시인 곽재구씨의 「해바라기꽃 피는 언덕」(가제)이 문학동네에서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이미 나온 안도현씨의 「연어」(문학동네)는 지난주 교보문고 국내소설부문 3위를 기록하며 선전중이다. 「별똥별」은 7할의 국민이 관절염을 타고나는 가상공간 추스코공화국을 배경으로 관절염 퇴치법을 개발,유명해진 무라비라는 사내의 얘기를 엮고있다.뭔가 남과 다른 「특별한 삶」을 꿈꾸던 그는 젊을 때부터 물구나무 서서 햄버거를 먹는가 하면 스키로 출퇴근하는 등 기행을 일삼는다.두살때부터 자신만을 기다려온 옆집처녀 볼라리아도 뿌리치고 관절염 도장을 차려 국민적 영웅이 되지만 말년엔 자신이 너무 사랑을 모르고 이기적이었던 것 아닌가 하는 한줄기 회의도 느낀다.작가가 직접 그림까지 그린 이 작품은 딱 부러지는 결론대신 독자가 읽으면서 어떤 의미라도 길러낼 넓은 해석공간을 열어놓은게 특징. 한편 곽씨의 「해바라기꽃…」은 하늘에서 장난치다 쫓겨난 한 천사의 얘기.천일 유배형에 처해져 지상에 내려온 이 천사가 방랑길에 올라 보고 들은 지상의 삶을 들려주는 형식이다.어찌보면 진부한 스토리지만 개개의 에피소드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서정시인 특유의 감성이 작품을 살린다. 올해 창작 우화소설 바람의 효시격인 안씨의 「연어」는 은빛연어와 눈맑은 연어의 사랑을 통해 삶이란 존재 그 자체로 숭고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지난달 2월 나온 이 책은 발매 석달만에 3만부를 돌파하는 뜻밖의 인기로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이같은 국내 우화소설 바람의 모태는 서점가에 부동의 1위인 「좀머씨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것이 출판계의 관측.원래 2차대전 패전으로 피폐해진 독일인의의식을 담은 이 작품은 국내에 소개되면서 엉뚱하게도 정신적으로 방랑하는 한 도인의 이야기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어쨌든 「작품보다 더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이 짧은 이야기는 우화를 선호하는 국내독자의 숨은 취향을 드러냈다는 것. 우화가 인기있는 것은 무엇보다 부담없는 분량과 동화같은 내용으로 잘 읽히기 때문이다.짧은 문장에 지식이나 정보가 아닌 인생에 대한 가벼운 통찰을 담고있기 때문에 초등학생부터 노년까지 누구나 나름대로 해석할 여지를 준다는 것.얼굴을 찌푸리며 진지한 책읽을 시간과 필요가 점차 줄어드는 정보화시대에 우화는 적합한 문학형태의 하나가 아닌가하는 의견이 많다.문학동네의 강태형 사장은 『쓰기 쉬운 것 같지만 쉬운 언어로 인생의 지혜를 보여줘야 하는 우화는 결코 만만치 않은 글』이라면서 『간결하면서도 밀도있게 평범한 삶의 지혜를 보여주는 것이 우화의 본령』이라고 말했다.〈손정숙 기자〉
  • 좋은 스승(외언내언)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TV프로그램이 있다.어느날인가 국회의원도 지낸 노련한 연기의 여자 탤런트가 노스승을 만난 장면을 끝부분만 잠깐 볼 기회가 있었다.여학교때 교장선생님이셨다는 분이신데 자막에 밝혀져 있기를 「100세」라고 되어 있었다. 「정말일까」하는 생각에 빨려들듯 바라본 화면 안에서 그분은 말씀투나 총기가 손색이 없으셨다.특히 탤런트 제자에 대한 옛기억 대목에서 『강○○씨는 능력이 있고 믿음직해서…친구들 사이에 리더…십이 있었지…』하던 말이 인상적이다.그 제자를 말하는데 그것은 아주 꼭 맞는 서술이었다.『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 자손과 사신다는 대목도 또박또박 말했다.백살에도 이만큼 품위있는 노인일 수 있다면 오래 사는 것도 욕은 아니라는 위안을 실감시키시는 스승.연기도 아닌데 펑펑 울며 스승의 손을 부여잡고 있는 탤런트의 스승사랑이 아름다웠다. 국립대학 정교수도 지낸 학문도 높고 관직에도 높이 올랐던 지도층 인사가 있다.그는 인천지방에서 자랐는데 그의 어머니는 무학이셨고 살림은 어려운 편이었다고 한다.그 어머니께서는 아들들이 버거우면 으레 『교장선생님께 가자.교장선생님께 여쭤보자』는 것이 입버릇이셨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교장선생님이고 그 스승의 가르침으로 아들들을 길러야 한다는 것은 어머니의 신념이었다.가난 속에서도 아들 3형제를 빛나게 기를수 있었던 것은 그런 어머니의 지혜때문이었다고 중년의 아들은 지금도 감탄한다. 훌륭한 스승을 이렇게 극진히 존경하던 옛날분들 때문에 옛날에는 훌륭한 스승이 더 많았었는지도 모르겠다.자기아이 나무랐다고 툭하면 스승을 고소하는 똑똑한 엄마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훌륭한 스승도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촌지니 봉투 주고받기 따위로 치사해진 선생님들은 훌륭한 스승이 될수 없을 것이다. 스승의 날.그래도 「훌륭한 스승」들에 대한 기대를 우리는 버릴 수가 없다.그분들에 의해서 많은 인생이 훌륭해질 수 있으니까.〈송정숙 본사고문〉
  • 정보교환의 새 길트기 「문학 장르파괴」(건널목)

    ○…「소설과 시,시와 평론의 결합」.「장르파괴」가 두드러진 흐름으로 자리잡은 요즘 문단에 흔히 볼수 없었던 혼합장르가 나와 절로 눈길을 끌고 있다.계간 「작가세계」여름호에 실릴 작가 조성기씨의 「소설시」와 시인겸 평론가 이승훈씨의 「시비평」이 그것.말 그대로 시형식에 소설적 줄거리나 비평적 내용을 결합한 「혼혈종」들이다. ○…계간지 작가특집에 여러 평자들의 작품·작가론과 함께 실릴 조씨의 「소설시」는 「내 영혼의 백야」라는 제목을 달고있다.지난해 육신의 과로를 의식하지 못한채 1주일간 단식하다 죽을 뻔한 체험을 담은 것.〈저 모습이 내가 딸아이를 보는 마지막 모습인지도 몰라/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전혀 눈물 같은 것은 흐르지 않았습니다/…그것은 공포였으나 뭉크의/「절규」같은 공포가 아니라/멀거니 바라보는 공포였습니다〉조씨는 『죽을줄 알면서도 잠도 밥도 취할수 없었던 메마름,영성을 입어 되살아난 신비체험 등을 도저히 허구의 형태에 담을수 없었기에』 소설아닌 「소설시」를 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씨의 「시비평」들은 시속에 자기 시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다는 점이 특징.더 나아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놓고 다른 평론가와 대담한 것을 시로 재구성하기까지 한다.〈이승훈은 그가/사용하는 바로 그 언어를 부재시키기 위하여/…글을 쓴다 취소와 부재의/기술!그러므로 비평가가 그의 시에서 논해야 하는 것은/그 부재를 가리키는 반복되는 주요 개념들인 구멍,간극,/…그리고 특히 미지수 등이다〉(「크리티포에추리?」중)〈하하하 우린 함께 웃는다/…아아 웃음은/변증법도 죽이는구나 난 웃으면서 부탁한다 윤 교수/나에 대해 잘 써주세요…〉(「윤호병 교수와의 대담」중) ○…시인겸 「작가세계」를 발간하는 세계사 주간 최승호씨는 이런 글들에 대해 『정보화 물결을 타고 시와 산문도 상호 정보교환을 통해 새로운 길트기를 꾀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풀이를 내놨다.〈손정숙 기자〉
  • 이남희씨 작품집「사십세」출간/중년여인 눈에 비친 전망없는 삶담아

    86년 여성동아 장편공모로 등단한 이남희씨(38)가 세번째 작품집 「사십세」를 창작과 비평사에서 냈다.작품을 통해 환경·노동·교육 문제등을 폭넓게 제기해온 작가가 이번 책엔 「중년여성」의 꺽꺽대는 소리를 고스란히 담았다. 「중년여성」은 이 책에서 단순히 등장인물에 그치지 않는다.책의 문체와 스타일까지 「중년여인」의 그늘에 푹 젖어있다.가정이라는 허울아래 묻어둬야 한다고 치부돼온 「푹퍼진 아줌마」들의 마모된 속내가 섬뜩하게 드러난다.마흔을 목전에 둔 중년여성작가가 아니면 누구도 그릴수 없었을 사실적 세밀화다. 책속의 중년여성은 위험하다.교수남편은 공부벌레인데다 아이들은 유학떠난뒤 남편의 제자와 마지막 열정을 꿈꾸던 그녀는 욕망에 눈먼 딸같은 10대에게 납치된다.(「슈퍼마켓에서 길을 잃다」)비인간적 경쟁사회에 몸서리치던 남편은 그녀를 남겨둔채 훌쩍 인도로 도피하고(「찬성과 반대 사이」)외아들밖에 모르던 노모와 그 부담감에 자살하는 남동생 틈에 선 그녀는 남편과 살닿는것 조차 귀찮다.(「어머니가 되는 절차」) 중년여인의 눈에 비친 삶은 이처럼 전망없지만 이를 솔직히 까발려 보이는 것만으로도 책속의 여덟 단편은 나름의 전망모색으로 읽힌다.〈손정숙 기자〉
  • 평론가 한기씨,양귀자씨 소설 「천년의 사랑」 통렬히 비판

    ◎“우연의 남발로 그려낸 통속 연애소설”/전생 연인인 남자 서술주체 등장도 불합리 90년대 가장 잘나가는 베스트셀러의 하나인 소설 「천년의 사랑」.이 책은 출간 1년도 안돼 1백만부 이상 팔려나갈 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렸지만 정반대로 본격문학평단에서는 거론도 안될만큼 외면당했다.원했건 원치않았건 90년대 평론가와 대중 취향의 극명한 갈림을 보여주는 표지 노릇을 한 것. 이 소설에 대해 최근 한 문학평론가가 본격평론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문학평론가 한기씨(안성산업대 교수)가 곧 나올 계간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쓴 「지옥의 소설읽기­허구의 환상소설」이 그것.「천년…」에 대한 비판의 글은 평론가 도정일씨가 「녹색평론」3·4월 합권호에서 대중문학을 「소 닭보듯 하는」 평론가의 무관심을 털어놓으며 간접적으로 행한 「흰 나방이 날개를 펄럭일 때」 등 없지 않다.하지만 한씨는 꼼꼼한 독서를 통해 작가 양귀자의 전체작품 및 90년대 다른 문화현상과의 관련하에 「천년…」을 비판,상당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씨는이 작품이 「환상소설」이라는 것은 『전혀 허명(허명)이며 (「천년…」은)완벽한 통속소설』이라고 단언한다.『고아인 여자의 우여곡절의 인생유전,비극적인 사랑과 일상』을 우연의 남발로 그려내는 줄거리가 그대로 통속 연애소설의 구조라는 것.또한 주인공 오인희의 내면세계에 깔린 『공주처럼 받으려고만 하면서,그 기대가 무너졌을때 일방적으로 피해와 상처만을 주장하는』『도착된 페미니즘의 편집증적』 사랑을 꼬집는다. 동일한 주제를 변주한 영화 「은행나무 침대」가 천년전 사랑을 그려내는 박진에 견주면 「천년…」은 환상의 개진에 대해서마저 자신을 잃고 있다는 것.「극히 소략」하고 「극히 자신없는」투로 전생인연 이야기는 겨우 몇쪽 그려질 뿐이면서도 그 인연의 남자 성하상이 서술주체로 나선 점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덧붙인다.따라서 「잃어버린 동아시아 소설의 길을 모색한다」는 「천년…」은 「동아시아주의」를 빌미로 무작위적으로 끌어들인 「전근대적인 신비주의와 초월주의와 주술의 사상」을 합리화하고 있을 뿐이라는것이 한씨의 결론. 「귀머거리 새」「원미동 사람들」 등의 작품집을 통해 평단에서 남달리 주목받던 작가 양씨에 대한 문학적 신뢰가 언제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일까.양씨의 문학적 연대기를 훑어가던 한씨는 양씨의 장편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놀라운 판매고를 올림과 동시에 그의 또다른 단편이 전통있는 단편문학상을 수상한 때를 꼽는다.그 무렵부터 「대중 소비 문화의 거대한 급류 속으로 정신차릴 수 없이 빠져들어가는」 한국문학 전반의 퇴조가 있었다는게 양씨 작품을 통해 본 현단계 문학상황의 반추. 결국 한씨는 『무력한 비평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대중문학과 본격 문학의 편을 갈라 그 한편에 침묵으로 응대하는 길일 뿐』이라며 선배 평론가 도씨 평문의 결론에 동의를 표했다.〈손정숙 기자〉
  • 어버이 날에(송정숙 칼럼)

    차에 치일 뻔한 외손자를 구하고 당신은 크게 다쳐 위중한 지경에 계신 할머니이야기가 신문에 났다.일생동안 김밥장수나 떡장수를 하면서 정하고 성실하게 번 돈을 몽땅 장학기금으로 쾌척하는 할머니들의 미담은 신문에 자주 실린다. 동창생이 모인 자리에 가면 손자자랑에 시끄러워 다른 이야기를 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한가지 제안을 한 모임이 있다고 한다.손자자랑을 하고 싶은 사람은 한번에 2천원씩 돈을 내기로 하는 제안이었다.그런데 돈을 내고도 한참동안 차례를 기다려야만 이야기할 기회가 온다고 불평이 많아 그것을 조정하는 일이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는 모임이다. 우리의 어머니인 할머니들.그분들은 거의가 고달픈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다.가난해서 자식을 굶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뒷덜미를 밀리며 살아온 분들이다.걸핏하면 등록금이 밀려 학교에서 쫓겨오던 아이를 한숨쉬며 바라보던 분들.그래서 그분들이 간곡하게 원한 소망은 아이를 굶기지 않을 만한 여유와 학교에서 쫓겨오지 않을 만한 능력이 당신에게 보장되기를 빌었다.그것만을 위해서 손톱밑에 피가 맺히도록 일하며 살아온 분들이다.그렇게 모은 돈이므로 그것을 함부로 써버리는 일은 죄악으로 여겨지던 분들.젊은이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숭고한 일에나 바쳐야 그 돈에 맺힌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던 분들이다. 그래서 여전히 위험한 길로 들어서는 어린 손자를 보면 본능적으로 뛰어들어 손자부터 구하는 어버이들.그 희생과 사랑을 토대로 우리는 이만큼 살게 되었다.한국의 어버이는 그런 부모들이다.아마도 한국의 이런 어버이상은 세계에서도 독특한 것일 것이다.그토록 유난히 헌신적이고 시련을 겪은 분들이지만 세상은 많이 변해서 그분들이 생각하던 「부모노릇」이 지금에 와서는 별로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 것같아 쓸쓸하고 서글프기도 한 분들이다. 아들네가 처가나들이를 간 동안 혼자 집을 지키던 몸이 부실한 할머니가 원인모를 화제로 질식해 돌아가신 기사도 신문에 났다.자식의 짐이 되는 것이 서러워서 양주분이 손잡고 산속에 들어가 자진한 기사가 실린 적도 있고 정신이 혼미한 노부모를 버리고 달아난 자식이야기도 곧잘 신문에 실린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믈게 희생적인 노력으로 시련을 견디며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에 헌신해온 부모들이지만 노후가 외롭고 적막하여 간데없어져가는 것이 세상.우리 어버이들이 그렇게는 안되었으면 좋겠다.그것은 어버이인 그분들만을 위해서 바라는 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가족의 붕괴가 너무도 심각한 것이 오늘날이다.남보다 유난히 자식에게 헌신적인 우리 어버이들의 특성은 우리네 자식의 혈관에도 흐르고 있을 것이다.그런 가족관계를 되살려 우리의 정신적인 자원으로 삼으면 우리는 가족붕괴의 불행을 지체시키고 그것으로 현명한 가족주의를 이룩해갈 수도 있을지 모른다. 손자를 보고서야 철이 들었다는 할아버지가 있다.그분은 무릎에 손자를 앉혀보니까 『이 무릎에서 백년이 이어지는구나』하는 생각이 실감되더라고 했다.그러자니까 공해로 오염되는 국토의 문제,황폐한 인성의 문제 같은 것이 구체적으로 걱정스러워지더라는 것이다. 요즈음 와서 자주 말해지는 「삶의 질」에 대한 많은 해답도 이런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잘 살되 사람답게 잘 살 수 있는 것이 「삶의 질」이다.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질이 풍요로운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사랑이 충만하고 건강한 가족.그것으로부터 출발되는 삶이 질높은 삶이다.그 근원이 되는 가족간의 사랑과 가족구성원이 함께 하는 사려깊음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할아버지 무릎에서 이어지는 백년」이 역사를 만들고 나라를 이룬다.그러므로 어버이는 역사의 근원이고 나라의 근본이다.모시기를 성가셔하며 마지못해 용돈이나 드리면 되는 그런 정도의 어른이 어버이는 아니다. 그분들을 불화와 갈등으로 외면하다가 비명에 돌아가시게 한다면 나의 근본을 짓밟는 것이고 나라도 사회도 짓밟는 짓이다.물론 자식도 짓밟히는 결과가 온다.그것은 성공한 삶일 수 없다.
  • “어린이 그림책도 작품”/예술성·참신한 아이디어 “반짝”

    ◎재미마주,「내가 처음 가본 박물관」·「꿈의 동물원」 시리즈 펴내/미술전공자들이 구상·작가선정까지 총괄 가정의 달 5월.온가족이 둘러앉아 볼만한 재미나는 그림책이 없을까? 어린이그림책 기획사 「재미마주」의 그림책들은 격조와 예술성에서 국내 그림책 수준을 한껏 높인 것으로 꼽힌다.구상,작가선정,진행을 총감독하고 때로는 직접 그림까지 그리는 「재미마주」는 「어린이 책도 작품」이라는 모토하에 통념을 뒤엎는 많은 작품을 내놨다. 「재미마주(J’aimimage)」란 「나는 그림을 사랑한다」는 불어에서 따온 이름.우리말로는 「재미있는 그림을 마주한다」고도 풀이한다. 이들은 그동안 어린이책 전문출판사인 길벗어린이와 손잡고 「내가 처음 가본 그림박물관」「우리문화 발견」「꿈의 동물원」시리즈 등을 기획했다.「꿈의 동물원」시리즈의 하나인 「어,내 표범팬티 어디갔지?」는 한 꼬마의 표범팬티가 여러 동물들을 거쳐가는 줄거리로 동물이름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끔 구성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책.최근엔 1백여년전 연변에 이주한 한민족의 삶을 한 소녀의 천연스런 시선으로 그려낸 연변작가 이혜선작 「폭죽놀이」를 펴내 유화터치의 메시지가 강한 그림을 선보였다. 어린이 책이라면 알록달록한 컬러인쇄가 대종이었던 아동물 출판계에 어두운 유화,묘사에 충실한 세밀화 등 이들이 시도한 실험적인 기법은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잇따라 많은 미술전공자들이 그림책「작품」에 뛰어들게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재미마주 대표 이호백씨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프랑스로 유학가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으며 94년 미술전공자들을 규합,기획사를 열었다.그는 『어린이 그림책도 작가정신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으로 「어린이책은 순진무구한 세계를 담아야한다」는 「동심천사주의」에 도전했다고 한다. 『외국 그림책은 날카로운 펜으로 삶과 죽음을 그리는 등 너무나도 포괄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21세기는 이미지 시대라는데 아무렇게나 그린 콩쥐팥쥐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외국아이들과 경쟁이 되겠습니까』 재미마주가 기획중인 다음 작품은 생쥐가족의 한 꼬마를 통해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쥐돌이는 예술가」시리즈.수채화 그림이 돋보이는0이 책은 비000서 연내 출간된다.〈손정숙 기자〉
  • 인터넷 관련서/특정층 겨냥 전문·다양화

    ◎「건강의료정보와 인터넷」·「사회과학 인터넷」·「우리 목사님은 신세대 네티즌」 등 출간/초기 작동법 알리는 입문서 수준 탈피/의학·학술·종교 등 분야별 활용도 높여 인터넷 관련서적이 전문화·다변화돼고 있다.「정보의 보고」인터넷을 소개하는 안내서는 그동안 무수히 쏟아져 나왔지만 주로 초보적 작동법을 알리는 입문서 수준에 그쳐온게 사실. 최근 인터넷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인터넷에 대해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소개서가 눈에 띄게 늘었다.이들은 단순히 「시대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인터넷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넘어 「어떻게 하면 인터넷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층에게 입맛대로 정보를 취하게끔 도와준다. 도서출판 고려의학에서 나온 「건강의료정보와 인터넷」(신용준 지음)은 인터넷상의 건강·의학관련 사이트(정보를 얻는 방)를 집중소개한다.지은이는 서울대 의대본과 2학년생으로 의사들의 실제 임상활용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기초과학·임상의학·치과학·약학·간호학·영양학·동양의학 등 의학사이트를 분야별로 체계화해 소개하고 있다.덧붙여 암·당뇨·장애·장기이식 등 여러가지 질병관련 사이트도 알려줘 일반인들도 자기건강을 점검해 볼 수 있게 했다.세계보건기구 등 전세계 의료기관,의료관련 온라인 서비스,의료윤리·의료역사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다음주 출간예정인 민음사의 「사회과학 인터넷」은 정보에 어두운 사회과학자들을 도와주는 책.젊은 과학연구자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청년회가 지은 이 책은 국내외 학술·사회단체의 최신정보나 자료를 인터넷 상에서 검색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소개되고 있는 사이트는 「그린피스」「국제노동위원회」「엠네스티 인터네셔널」 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프리카민족회의」까지 각양각색.「한국과학기술청년회」의 자체 사이트도 소개돼 있다.인터넷을 모르는 「넷맹」들을 위해 PC통신상에서 사회과학 정보를 검색하는 법도 곁들였다. 종교인들을 위한 사이트를 따로 모은 책도 나왔다.「우리 목사님은 신세대 네티즌」(정길호 지음·호산문화)은 성경·설교자료,창조론과 진화론간 논쟁,교단관련 자료 등 기독교에 관련된 3백여개 사이트를 알려주는 크리스천용. 전문화와는 좀 다르지만 인터넷을 통해 영어배우기를 시도하는 책들도 인기다.시중에 나온 단행본만도 「쉽다쉬워 인터넷 영어」(박광희 지음·조선일보사)「인터넷으로 배우는 영어」(편집부 지음·다락원)「인터넷 영어가 문제라구요」(엠제이 지음·성안당)등.다락원에선 4월 「인터넷 영어」라는 월간 학습지도 창간했다. 인터넷 국제통용어가 영어라는 점에 착안한 이 책들은 인터넷 사용시 가장 먼저 뚫어야 할 헤드라인 해독부터 채팅이나 E­메일을 위한 회화,영작 등을 가르쳐 주고 영어학습용 사이트를 소개한다.인터넷 유머 사이트에 올라있는 영어유머만을 따로 모은 「인터넷 유머영어」(이남규 지음·다락원)같은 책도 출간됐다.〈손정숙 기자〉
  • 「어린이 날」 교통사고 잇따라/포항·고창 2곳서

    ◎야유회길 승용차끼리 충돌 17명 사상 【포항·고창=이동구·조승진 기자】 5일 하오 5시 45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학전동 국도에서 경북2나 7619호 프라이드승용차(운전자 정원영·37)가 중앙선을 침범,마주오던 경북2보 8581호 소나타승용차(운전자 안병우·38)와 정면충돌했다. 사고로 프라이드 승용차 운전자 정씨와 뒷자리에 타고있던 이웃주민 김정숙씨(46·여),이창호군(14)등 3명이 숨지고 이종순씨(40·여)등 5명이 중경상을 입고 포항시내 동국대병원에 입원,치료중이다. 또 이날 하오 7시쯤 전북 고창군 고창읍 도산리 미곡처리장 앞 길에서 전북 1가 8694호 소나타승용차(운전자 이철수·37)와 전북 3라 3701호 세피아승용차(운전자 정용기·34)가 정면 충돌,세피아승용차 운전자 정씨 아들 한영군(6)이 숨지고 한삼례씨(37·여)등 두 차량에 타고 있던 일가족 8명이 크게 다쳤다. 두 차량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야유회를 왔던 일가족들이 타고 있었다.
  • 구치소 마약(외언내언)

    아주 오래된 우스개가 있다.「신대리인」으로 경건히 살다가 하늘의 부름을 받아 선종한 신부가 천당엘 갔다.그랬더니 하늘의 천사들은 『으응 자네 왔는가』하며 아주 심상한 얼굴로 맞아 주었다.그런데 조금 있다가 누군가가 하나 새로 오니까 천사들이 반색하며 환영하는 정도가 신부때와는 댈 것이 아니었다. 그걸 본 신부는 『교황쯤 되는 사람인가? 그러길래 천사들이 그렇게 반기겠지』하고 생각하며 알아보았다.그랬더니 새로온 사람은 별것도 아닌 변호사였다.심정이 상한 신부는 볼멘소리로 불평을 할 수밖에.그러자 천사들은 대답했다.『그런소리 말라구.당신같은 신부는 수없이 왔고 또 올 것이지만 변호사는 그 직업 생긴지 3백년만에 처음 왔다네.앞으로 또 얼마나 기다려야 올지모르는데 안 반갑겠는가』했다나. 구치소에서 수감중인 미결수들이 히로뽕 파티를 했다고 한다.감히 구치소를 우습게 보아도 분수가 있지 이게 무슨 짓인가.이 기막힌 짓이 가능했던 것은,연고제속에 히로뽕을 숨겨 들여온 때문이고 그것을 전해준 것은 변호인이었다고 한다.변호인은 그저 『습진약인 줄 알고』 전해준 것이므로 사법처리 대상은 안된다는 판단인 모양이다. 사법적 해석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는 이해하기 힘들다.그렇게 면책되는 것이라면 앞으로 무엇을 전해주고든 『몰랐다』면 그만일 것 아닌가.전할 물건을 확인해보는 노력도 안해도 되는 것이 변호인인가.더구나 그들은 향정신성의약 위반범죄 피의자들인데 그렇게 무책임해도 되는 것인가. 그들로 하여금 감히 구치소에서까지 마약놀이를 하게 만든 것은 이런 무책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그것은 아무래도 변호인 접견시 「교도관 입회금지」와 관계가 있는 것같고 그래서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같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교도소 의무실의 쓰레기장에서 구했다는 「주사기」의 입수과정도 아리송하다.죄짓고 감옥에 간 사람들에게는 어차피 기대할게 없다.그러나 변호사같은,준법에 의한 사회정의 수호를 당부하고 기대해야 할 지도계층까지 의심해야 하는 일은 환멸스럽다.〈송정숙 본사고문〉
  • 필업 35년 중간정리/「김윤식 선집」 6권 발간

    ◎회갑 기념… 평론·예술기행·산문 등 갈래별 체계화/염상섭·이상서 신세대까지 섭렵/척박한 한국근대문학사의 토대 마련 「발바닥으로 글쓰는」 평론가 김윤식씨(60·서울대국문과 교수)는 자신의 작업을 그렇게 자평한다.『나는 명민하지도 천재를 타고나지도 않았다.남들이 한시간 일할때 나는 두세시간 씨름했다.나는 발바닥으로 살아왔다』 우리시대의 성실한 대학자이자 탁월한 평론가인 김씨의 이 말은 뜻밖이다.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사람의 유한한 조건을 뚫고 전무후무한 글무더기의 산을 쌓아올린 이의 자부심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평론쟁이」 35년간 70여권의 저서를 펴낸 김씨가 회갑을 맞아 그간의 필업을 중간정리한 「김윤식 선집」6권을 솔출판사에서 펴냈다.쓰기와 읽기로 이어져온 삶에 모처럼의 막간을 맞아 그는 남보기엔 조용히 살아온듯한 자신도 알고보면 「풍운아」였노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평론가 김씨는 넓고 깊고 고르다.우리 평단에서 그보다 더 반짝이거나 엄정하고 격조높은 글,더 폭발적인 한때의 작업은 있었을지모르지만 아무도 그처럼 지속적으로 모든 것을 시도하지 못했다.김윤식이라는 이름은 우리 문학의 거의 모든 부면에 그늘을 드리웠다.인문학의 전분야를 뒤져도 그처럼 왕성한 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학자로서의 그는 척박한 한국 근대문학사를 개간,거의 얼개를 짰다.염상섭,이상,김동리,이광수,임화,조연현,박영희 등 거대한 근대작가들이 계파를 넘어 그의 손을 탔다.또한 현장비평가로서는 말그대로 블랙홀에 가까운 흡수력과 소화력을 보였다.4.19세대에서 더 나아가 30년 터울을 둔 신세대작가까지 스스로를 6.25세대로 규정하는 그의 촉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근대작가의 내면풍경을 들여다보려는 욕망으로 그는 사실과 주관을 오갈 수 있는 「전기」라는 양식을 연구에 도입했다.어느누구보다 실증적 자료광이었지만 객관적 글쓰기를 조롱하듯 불투명한 「것」「아닌가」체를 평문에 끌어들이기도 했다.자신말고는 아무도 자기 질문에 답할자가 없다는듯 주·객의 문답체 평론을 시도한 것도 그였다. 이번 선집은 「문학사상사」「소설사」「비평사」「작가론」「시인­작가론」「예술기행­에세이­연보」로 구성돼있다.앞의 세권은 학자,다음 두권은 평론가,마지막권은 독특한 산문가로서의 김씨를 각각 보여준다.방대한 글더미가 갈래별로 체계화돼 김씨의 세계에 접근하기가 어느때보다 쉬워졌다.편집위원은 문학평론가 이동하(서울시립대) 정호웅(홍익대) 한기(안성산업대) 서경석(대구대) 권성우교수(동덕여대).모두 김씨가 키워낸 제자들이다. 지난 4월 29일 하오 신촌의 한 음식점에선 이 편집위원들과 출판사관계자,김씨의 제자들이 꾸린 전집출간기념잔치가 열렸다.김씨는 『나는 아무 좌우명없이 「갈팡질팡」 살아왔다.하지만 삶에 누가 똑바른 답을 알겠는가』라며 소감을 대신했다.김씨의 옆자리를 차지한 작가 박완서씨는 『그는 누구보다 넓은 그물망으로 모든 작가들을 걸러낸다.곁에 앉기도 두려운 분』이라 해 웃음을 자아냈고 이문구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열쇠처럼 사람들이 앓고 있는 모든 문제에 그는 답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솔출판사 대표 임우기씨는 『선생은 가장 논리적이면서도 회의를 그치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녔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자연인』이라고 김씨의 글 세계를 기렸다.〈손정숙 기자〉
  • 첫 창작집 「쥐와 그의 부하들」간 안광씨(인터뷰)

    ◎“각박한 현싱을 동화나 설화 빌어 풍자” 『현대사회는 날로 고도화되는데 샐러리맨들의 어깨는 처져만 갑니다.비루하고 의기소침한 일상에 도끼를 찍어내리는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소설가 안광씨(36)가 등단 10년만에 첫 창작집 「쥐와 그의 부하들」(세계사)을 펴냈다.특이한 제목의 표제작을 포함,흔히 볼 수 없는 우화적 상상력과 힘있는 문장이 돋보이는 10편의 단편이 실렸다. 안씨의 작품은 대번 쉽게 씌어진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과작이나 공들여 다듬은듯 탄탄한 문장 때문만은 아니다.부패한 구조에 치이고 첨단문명의 물결에 받히면서도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평균」 생활인의 모습이 너무도 가깝게 그려지기 때문이다.이는 현대사회의 타락에 대한 지은이의 숙고가 얼마나 진정하고 깊은지를 반증한다. 안씨의 주인공 중 사악한 인물은 드물다.아니 오히려 그들은 너무 여리기 때문에 경쟁사회의 생리를 견뎌내지 못한다.「구지가에 대한 명상」의 나는 거래선 접대때문에 불가항력의 오입을 했다가 성병에 걸리고 아내마저 떠나보낸다.미루나무가 하늘에 닿도록 뻗어나는 환상을 꿈꿨던 「자크와 콩나무」의 주인공은 회사에서 잘리고 도박판에 퇴직금을 날린다.「난생설화」의 길수도라는 인물도 세상 모든 불화를 없애기 위해 마술사가 되려는 무구하고 식물적인 영혼의 소유자.그러나 그는 80년 광주의 충격과 무자비한 공권력에 정신이 미쳐 자살한다. 이같은 이야기를 작가는 여러가지 설화를 끌어들여 풀어나간다.구지가,박혁거세 신화,자크와 콩나무 동화 등이 작품의 모티브로 등장,비소한 일상인의 이야기에 무궁한 상징을 부여한다. 『각박한 현실을 풍요한 설화의 공간과 한데 놓아 비교,더욱 신랄하게 풍자하고 싶었다』는 안씨는 『앞으로도 이런 설화의 현대적 패러디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손정숙 기자〉
  • 5월을 열며…(외언내언)

    거렁뱅이가 구걸을 하면서 『적선 한푼 합쇼!』하는 것이 우리였다.부잣집 소슬대문 앞에서 읊어대는 각설이들의 품바타령에도 「적선할 기회」를 주는 자신들의 「역할(!)」을 생색내는 대목이 많다. 탁발승이 여염을 돌며 시주를 빌 때 부르는 회심곡은 구성지고 아름다워서 산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구천을 떠도는 죽은 이의 넋도 위로하는 듯하다.그 소리를 듣기위해 시주줄 곡식종그래기를 행주치마에 우정 숨겨들고 문설주 뒤에 숨어 가락이 다 끝나기를 기다리는 며느리들도 많았다.그 회심곡에는 사람사는 도리로 선행을 권하는 대목이 가득하다. 집을 남향판에 앉히는 일에도 「3대가 적선을 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 온 것이 우리네 조상들의 세계관이었다.거렁뱅이에서 탁발승에 이르기까지 『당신에게 선행할 기회를 주기위해 내가 구걸을 한다』는 식으로,적선을 빌려 주는 일을 큰 덕담으로 생각했던 우리.그러나 그런 철학은 다 무너지고 만 것같다. 다른 곳도 아닌 교회에서 만난 남녀가 마침내 살인극으로 인생을 끝내고 말았다.죽은 사람은 말이없고 죽인 자가 하는 말은 믿을 수도 없으니 진상을 알 수 없지만 둘이가 다 잘못된 인생이었음은 분명하다.제가 든 보험을 타먹겠다고 다른 사람을 죽여서 불에 태우고 「시체의 용도」를 살리려 했던 일도 있다.그렇게 하고서 「다른 사람」으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은 그 끔찍한 어리석음.자고 새면 죽이고 뺏고 사기치고 폭력한 이야기가 그득그득 신문 사회면을 메운다. 우리가 사는 땅을 몸서리칠 황량함으로 온통 뒤덮는 이런 일을,나와 무관한 것이라고 무심할 수가 없게 되어간다.이런 정신적 황무지에서 자라는 어린 세대들에게서 윤택한 삶의 질은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고 가정의 달인 5월.이 달에는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다』고 믿었던 옛사람들의 덕성이라도 되살려보는 것이 좋겠다.장미향 그윽한 계절의 여왕 5월을 위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송정숙 본사고문〉
  • 신부전증 박재삼씨 15번째 시집 「다시 그리움으로」

    ◎노년의 허망함 아름다운 시로 노래/「노망」·「아득한 청산…」등 와병전 쓴 작품 모음/후배문인들 병원비 모금·시집 구매 줄이어 〈죽도록 부지런히 쓴다면/시를 쓰는 것은/돈과는 거리가 멀고/그러면서 그 짧은 행간에/짜릿한 공감을 심는 일은/늘 아득하기만 하네//그러나 청산은 아무 일도 안하고/늘 그 자리에 놓여 있건만/햇빛 하나는 잘 받아/그 이마가 빛나는/이 사실이 부럽네〉(「아득한 청산을 보며」전문) 신작시집 「다시 그리움으로」(실천문학사간)에 실린 이 시엔 박재삼시인(63)의 초상이 여러겹으로 어른거린다.커다란 설움의 못에서 올올이 아름다운 서정시를 길어낸 시인은 안정된 생활보다는 사람과 술을 더 좋아한 영락없는 나그네였다.시만 써서는 도저히 생활이 안되는 현실에서 그는 시를 평생의 주업으로 택했다.「현대문학」과 「대한일보」등을 떠돌며 잠깐씩 밥벌이도 했지만 돈과는 늘 거리가 먼 삶이었다.지난해 가을 신부전증이 덮쳤을때도 가난은 그를 꼼짝없이 쓰러뜨릴 판이었다. 박시인이 자리보전에 들어간지 어느덧 반년.몇차례의 위독한 혼수를 겪으며 금방이라도 훨훨 세상을 등질것 같았던 시인은 그러나 지금 빠른 회복세로 돌아서 있다.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정시인 한명을 잃을 수 없다는 동료·후배 문인들이 병원비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에 발벗고 나선것.서벌·노향림시인이 주도,초반 아는 이들끼리의 성의표시로 시작한 모금은 뜻밖에 범문단차원으로 번졌다.두달여간 문인 3백여명이 참여,3천여만원이 모였다.주도한 측에서도 『박시인의 인덕이 이정도인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때맞춰 열다섯번째 시집이 되는 「다시 그리움으로」도 나왔다.박시인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자 하는 문인들의 예약구매로 박시인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썼던 시편들을 묶은 이 시집은 발간도 되기전 2천여권이 팔려나갔다. 이번 시집엔 늙어가고 잊혀지는 허망한 심사를 토로한 짧고 간결한 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그러나 주제야 어찌 변했건 「서정주이래 가장 아름다운 토종 서정시인」의 정감어린 감성은 작품곳곳에 묻어난다. 〈가만 있거라 보자./자네가 누구시더라./말은 그렇게 해놓고도/한동네에 살면서 그 노인은/언뜻 떠오르지 않아서 답답하던/그때의 내 젊은 혈기였는데./이제는 그것이 어느새/세월이 흘러흘러/내게로 왔다네.//가령/방에서 마루로 나올 때는/무얼 하러 나왔건만/뜰에 환히 라일락꽃이 핀 것에/그만 정신이 팔려/잊고 마는 이 로망을 어쩌지.〉(「로망」전문) 지난 24일 박시인의 묵동집에선 3차 모금기금 전달식이 조촐히 열렸다.최근엔 하루에 한 차례씩 마당산보도 할 정도로 호전됐다는 박시인은 좀 기운없어 보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맑은 눈빛으로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았다.그들은 『별것아닌 일로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며 씩 웃는 박시인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손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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