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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볍씨?」로 연명하며(송정숙 칼럼)

    『공비의 소지품에서 산나무 열매와 볍씨가 나온 것으로 미루어 식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같다. 시시각각 보도되는 국군의 공비 수색작업에 온 신경을 기울이다가 이런 대목을 듣고는 『웬 볍씨?』하는 생각에 긴장까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심각한 국면에서도 이런 하찮은 일이 신경을 건드려 마음을 흩뜨렸다. 어떻든 도망다니다 사살된 무장침략병에게서 「볍씨」가 나왔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볍씨란 종자용으로 간수한 벼를 말한다.농사짓는 사람은 아무리 절량이 되어 어린 자식까지 굶기는 한이 있어도 종자곡식은 헐지 않는다.내년농사를 위해 그것은 지켜야한다.그중에서도 이듬해농사의 생명줄인 「볍씨」에만은 손을 못댄다. 그렇기는 하지만 「볍씨」가 여느 「벼」와 다르게 생긴것은 아니다.그러므로 공비가 호주머니에 담고 있던 벼낟알을 「볍씨」라고 단정한 것에는 의문이 들지 않을수 없었다.그게 「볍씨」라는 걸 어떻게 알아보았단 말인가. ○사실확인후 보도를 그러나 보도기자가 요란스런 목소리로 「볍씨」 운운한 것은 그냥 근거도없이 한 말인 모양이다.공비들이 들녘에서 아직 덜익은 올벼를 꺾어 구워먹어 보다가 남은 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 것인데,풋벼를 그렇게 그을려 먹는 것을 본적이 없는 우리 기자가 생각없이 「볍씨」타령을 한 것 같다. 껍질을 벗길수만 있다면 생쌀을 먹는 편이 나을 터인데 덜 여문 벼를 불에 그을려 먹으려 했으니 얼마나 껄끄럽고 힘들었을까.이 차가워진 계절에 들녘을 헤매며 굶주린 도망병의 처지는 너무 비참하다.멀쩡한 젊은이들을 지옥속에 내던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북의 행위가 용서 안되는 심경이다. 그뿐인가.그 즐비하게 누워있던 북에서 온 병사들의 알수없는 주검은 참으로 분노를 느끼게 한다.서로 죽인 것이든 집단자살이든 그것은 전투에 의한 것도 사고에 의한 것도 아니다.제편끼리 그런 처단을 왜 한 것일까.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부상한 동료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것이 전우애다.그런데 동료를 이렇게 잔인하게 처형한 것은 무엇때문일까.돌아가서 당하는 형벌이 이런 죽음만 못하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는지도 모른다.훈령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명색이 나라라면서 병사들을 이렇게 만드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하물며 「주사왕국」의 맹목적 존속을 위해 인민을 이렇게 만드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이념의 사슬로 묶어 붙잡히면 『독침으로 죽으라』는 것이 최종훈령인 간첩을 양산하는 일은 혁명의 이름으로든 이념의 이름으로든 미화할 수 없다.신이라도 그것은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다.황차 그들을 대량 남파하는 것은 악행이다. 그러니까 옥수수 더미속에 숨어있다가 들킨 무장병이 총부터 쏘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이런 경우 손들고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등떠밀려 잠수함에 타고 넘어와 자군병사끼리 처형하고 나머지는 굶주린 도망병이 되어 산속을 헤매는 그들은 참으로 불행하게 태어난 사람들이다.그중 하나만이라도 살아서 손들고 나와줬으면 좋겠다.그래서 그들이 알고 있는 사회가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원색적 협박하다니 우리에게는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를 하지 않는다』는 오기있는 속담이 있다.겉보리란겉겨를 벗기지 않은 상태의 보리양식을 말한다.그토록 자유를 염원하는 백성을 이념의 사슬에 엮어 우상숭배를 강요하는 사회가,시도때도 없이 우리를 위협하는 일은 정말 불쾌하다.궁지에 몰리면 더 막무가내가 되어 『백배 천배로 보복하겠다』고 원색협박을 하는 그들이 어이없고 불쾌하다.게다가 팩시미리로 보내는 그들의 또다른 음모가 엿보여서 더욱 섬뜩하다.언젠가 「잠수함 침범」에 대한 기억력이 흐려질 때쯤 우리는 유난히 건망증이 심한 사회니까 그들의 충실한 동조자들이 팩시미리 유인물을 증거삼아 『잠수함 침공은 남한의 날조였다』고 말하게 하는데 이용될 것이다.학원가의 철부지동네에서는 이미 그런 「음모」의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한 것 같다.암담하고 우울하다.
  • 애도,최 영사(외언내언)

    그동안 가슴아픈 죽음을 숱하게도 보아왔지만 고 최덕근 영사의 죽음만큼 참담하고 분노스러운 죽음은 처음이다.그러고도 아직 내막을 캐지 못한채 오늘 우리는 그를 떠나보낸다.추위와 을씨년스러움이 찾아와 벌써부터 싸늘한 냉기가 스민 콘크리트바닥에서 피를 쏟으며 가물가물 멀어져가는 정신을 겪으며 죽음을 맞은 그가 맛보았을 처절한 고통과 외로움이 너무 절절해서 가슴을 엔다. 개인의 허물과 아무런 관계 없을 그 고통은 미망인의 말처럼 국가안보와 조국통일의 제단이 요구한 희생일 수 밖에 없다.그러므로 그것은 우리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함께 나눠야 할 아픔이다.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되는 민족의 슬픔이다. 노부모의 효성스런 아들로 우애좋은 집안의 믿음직한 동기간으로 사랑하는 아들딸의 자애로운 어버이로 살았던 그를 「가족장」으로 보내기를 희망한 유족의 마음이 이해된다.맑고 단정한 공직자로서 남에게 폐스럽지 않게 하고싶은 고인의 마음과 뜻을 살렸음일 것이다. 미망인은 『남편의 희생이 국민의 안보의식을 높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말한다.절해의 고도같은 이역땅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피부를 파고들던 어떤 것을 미망인은 아직도 기억하는 듯하다.『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의 억울함을 말하기도 했다.이렇게 위험함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전선을 지키는 모든 공직 일꾼들의 안위가 걱정스럽다.한밤 깊이 잠든 동족에게 흉기를 들이대는 악행을 저지르고도 되레 『백배 천배로 보복』할 것을 벼르는 대책 없는 집단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나를 최영사의 죽음은 알리고 있다. 멀고 험한 통일의 길이 어떤 희생을 또 요구할지 알 수 없지만 최영사의 죽음이 그길에 새겨진 새로운 이정표임은 분명하다.통일의 제단에 바쳐진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다짐하며 혼백이나마 저승에서 평화를 누리기를 빈다.〈송정숙 본사고문〉
  • 가정주부에 윤락 알선/결혼상담원 2명 집유

    서울지법 박동영 판사는 3일 가정주부들의 윤락을 알선해 물의를 빚었던 결혼상담소 파트너이벤트사 대표 김정숙 피고인(27·여) 등 2명에 대해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죄를 적용,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판사는 판결문에서 『주부들에게 윤락을 알선한 것은 가정파괴 행위로 엄벌해야 마땅하다』며 『다만 이들이 주부들을 고용한 것이 아니고 화대를 가로채지 않은 점 등을 참작,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 남해안 적조 피해 비상/통영/양식어 폐사… 2억 손실

    【통영=이정규 기자】 남해안에 발생한 유독성 적조로 인한 피해가 경남 통영시 산양면과 고성군 하일면 자란만 해역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경남도는 지난 19일 하오 9시쯤 고성군 하일면 동화리 동암어촌계(계장 배광부·52)의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서 양식중인 방어 2만5천여마리(몸길이 30∼35㎝)가 폐사했다고 20일 밝혔다.피해금액은 1억2천여만원에 이른다. 또 같은날 통영시 산양면 풍화리 김정숙씨(37·여)의 가두리양식장에서도 방어 1천5백여마리,명지지선 박주세씨(39)의 광어·우럭 1만여마리가 폐사,7천여만원의 피해를 냈다.
  • 박제되는 한국인(송정숙 칼럼)

    올 여름에 겪은 일이다.여행도중 일행이 심장에 작은 문제를 일으켜 귀국하기까지 참기에는 다소 불안했으므로 시카고 근교의 일본상가엘 들러 응급약을 사기로 했다.생약성분인 그 응급약을 처방전없이 살수 있는 곳이 거기였기 때문이다.그런데 그곳 약국코너에 들어서니까 약사인듯한 중년여인이 한국말로 호들갑스레 맞는다.그러면서 속사포처럼 공격해왔다. 방금 기적의 신약으로 일본을 휩쓸고 있고,한국도 휩쓸 태세에 있는 심장관계 약이 나왔으니 『그런 구식 구급약은 관두고』 「새약」을 사라는 것이었다.엉겁결에 만난 총탄같은 입담에 압도되어 한동안 질려있으려니 『우선 천이백불어치만 잡숴봐.아주 깜짝 놀라게 효과를 보실거야.요새 서울사람들 이 약 사가느라고 야단났어요.또 오고 또 올수도 없다고 몇천불어치씩 사가는데 우선 조금만 사가보셔』 경어도 반말도 아닌 말투로 떠안기려는 「조금만」이 「천이백달러」어치였다. 무엇보다 돈이 없었으므로 연구해보고 사겠다며 「기적의 새약」을 물리치고 사려던 약을 한갑 받아드는데 30분은걸린 것 같았다.마침내는 전략을 바꿔 『게OOO영양제도 모르는 한국인도 다있네…』를 연발하며 즐비하게 약상자를 늘어놓는 그에게서 흡사 껍질을 벗기려 들이대는 생선회칼을 피해나오듯 동망쳐 나왔다.일본상가가 황금알 낳는 약국자리를 한국인에게 내준 이유를 알것 같았다. 한 코미디언이 TV프로에 나와 배낭여행 다녀온 경험담을 우스개 섞어가며 하는 것을 들었다.파리의 뒷골목에서 호객꾼이 다가와 『김사장님,이거 싸다,사라!』고 끌어당기더라는 것.코미디언의 말이므로 과장도 섞였겠지만 어쨌든 한국인임을 알아보면 「김사장님!」하고 부르는 풍속이 파리 뒷골목에 생겼다는 것은 알려진 일이다. 유럽의 어느 공항에서 아주 값비싼 술을 한쪽에 많이 쌓아놓은 것을 보고는 자신이 국적은 밝히지 않은채 말 연습삼아 저런 고급술을 왜그리 많이 쌓아놓았느냐고 물어본 한국 인사가 있었다.그랬더니 판매원이 은근히 귓가에 대고 하는 말이 『한국여행객들이 많이 사간다』고 하더라는 것이다.그 술은 최근 국회의원들이 서로 안 사왔노라고 발뺌중인「루이몇세」라는 술은 아니다.그 중의 한 국회의원이 『선물용으로 몇병 사왔을 뿐』이라고 가볍게 말한 「OO타인 30년」이란 술이다. 세계의 관광지가 한국인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 혈안이라는 사실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원래 상인은 고객의 껍질을 벗기는 것이 직업이다.어느나라 상인이나 그렇다.그 벗기울 대상에서 오늘의 한국인은 아주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 외국에 나간 한국인만이 아니라 이제는 한국땅에 아예 들어와서 벗기는 일에 승리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기사가 최근 외국의 신문에 실렸다.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화장품,의류,냉장고등 미국의 소비재가 한국시장의 잠식에 성공을 거뒀음을 알리는 기사를 실은 것이다.이 기사는 앞으로 훨씬 더많은 판매신장을 한국시장에서 거둘 것임을 의기양양하게 장담도 하고있다. 생선회칼처럼 예리한 날을 들고 한국인 껍질 벗기기에 이렇게 신명이 난 성공담을 세계사람들이 즐기게 만든 우리는 누구일까. 「반도체」는 이미 끝났고 「조선」도 승산이 없고 「철강」은 재고가 쌓이고 「자동차」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고 기업인들은 심각해있다.올망졸망하지만 다양한 품종으로 잔디풀처럼 경제를 받쳐주는 중소기업은 일찌감치 주저앉았고 그나마 중화학공업의 큰나무 그늘에 의지하며 버티던 우리경제의 둥치가 이렇게 불안한 판국이라는데 여전히 「박제의 칼날」앞을 휘젓고 다니는 사람들.그것이 과연 우리일까. 자원도 기술력도 없이 맨주먹과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만으로 기적을 일으킨 신화가 깡그리 무의미해지고 개인소득이 우리의 몇배에 이르는 나라보다 훨씬 비싼 비용이 들어 기업이 두손들게 생겼어도 속수무책이게 된 사람들,그들이 과연 우리일까. 허영되고 사려없고 불타는 의지도 잃어버려 실속없는 웃음거리가 된채 산채로 박제가 되어가는 것같은 지금의 우리는 『그때의 그 한국인』이 아무래도 아닌 것같다.그렇지 않으면 잠깐 괴이쩍은 열병에 걸려 혼미해진 것일까.필시 그런 모양이다.그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그 병에서 떨쳐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병이 더 깊어 회생불능해지기 전에 털고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중구난방으로 『야단났다! 야단났다!』 떠들지만 말고 마음을 모아 거듭나야 하지 않겠는가.안 그러면 우리는 그 몹쓸 병에 의해 아주 쓰러지고 말지 모른다.우리는 그렇게 쓰러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들이다.자중자애하며 이 헛개비 병부터 떨쳐내보자.
  • “고부 갈등” 며느리 방화/시어머니와 함께 숨져

    ◎“치매심해 부양 불만” 【전주=조승진 기자】 고부간의 갈등을 빚어 오던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싸움을 벌이다 방안에 불을 질러 시어머니와 함께 불에 타 숨졌다. 17일 하오 6시쯤 전북 익산시 함라면 금성리 금곡마을 허모씨(44·농업)집 안방에서 허씨의 어머니 최모씨(84)와 아내 이정숙씨(38)가 싸움을 벌이던 중 이씨가 휘발유를 방안에 뿌린 뒤 불을 질러 이씨와 최씨 등 2명이 불에 타 숨지고 싸움을 말리던 이웃집 김갑덕씨(24)가 3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이씨는 10년전부터 3형제중 막내아들인 남편이 치매증세가 심한 어머니를 모시는데 불만을 품고 평소에 시어머니와 자주 말다툼을 벌여 온 것으로 밝혀졌다.
  • 부부싸움중 폭행/남편 흉기로 살해

    【안산=조덕현 기자】 경기도 안산경찰서는 2일 남편을 망치로 때려 살해 한 심정숙씨(29·여·안산시 와동)를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심씨는 지난 달 31일 하오 7시 쯤 자신의 집에서 남편 조모씨(36)와 부부싸움을 하다 흉기를 들이대며 『죽인다』며 폭행하는 조씨를 쇠망치로 머리를 10여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심씨는 범행직후 달아났다 이날 상오 9시 쯤 경찰에 자수했다.
  • 한자간판 필요론(송정숙 칼럼)

    언론사의 간부도 지낸 일이 있는 ㄹ씨가 경험한 일이라고 했다.옛날 부하였던 젊은이가 찾아와 주례를 부탁했다.쾌히 승낙한 ㄹ씨는 신랑신부이름을 적으라고 했다.그랬더니 신랑감은 둘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 내밀었다.그래서 ㄹ씨는 신랑감에게 『어른에게 주례를 부탁했으면 신랑신부이름은 한자로 정중하게 써주는 것이 예의지.한자이름을 알아야 주례에 도움도 된다네…』 하고 말해줬다.그러자 신랑감은 무안해하며 자기이름만을 그리듯 한자로 쓰고는 신부의 한자이름은 모른다고 했다.그냥 모르는게 아니고 『오래 사귀었지만 한자로 쓴 그 여자이름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듣기에 애매하고 당황스런 이야기였다.우리의 한글전용정책이 이만큼에 이른 것이니 그것도 성과라고 할 것인가.젊은 사람들은 이미 한자에 대한 혼미없이 얼마든지 편안히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증거이므로 잘된 일인가.한자이름을 써야 어른에 대한 정중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ㄹ씨의 생각이 너무 완고하고 고식적이지 젊은이들 잘못은 아닌게 아닌가. 우리에게는 어느 쪽에 개입해도 승산은 없으므로 중간의 회색지대에 있으면 본전은 유지할 것같은 일들이 몇가지 있다.그중 대표격이 한전용논쟁이다.어느 틈에 그런 어정쩡한 중간치기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한 느낌이다.사귀는 동안 여자친구의 한자이름을 한번 못보고도 결혼에 이르는 젊은이가,그 어려운 입사시험을 치르고 들어온 엘리트청년들이게 된 오늘의 우리가 제대로 된 일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된 판단불능증이 어이없다. 이런 무책임한 회색주의에 ㅊ씨가 채찍을 가하듯 말했다.그는 우리의 관광현실에 대해서 무던히 우려를 표명하는 공직출신 인사다.그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중국에는 1인당 연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 층이 8천만명에 이르게 되었다.어느나라든 개인소득이 만달러가 넘는 사람은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계층에 진입한다.그런 층의 8천만 중국인들이 한국을 별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 첫째 이유가 서울에 오면 말이 안통한다는 것때문이다.간판에 한자가 많이 들어있고 사람들과 한자로 필담을 하면 어느정도 통할 수 있는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그게 전혀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만여행이 한창이던 시절 우리도 들어본 경험담이 있다.어느 인사가 그곳 이발소에 들어갔다.어떻게 깎을까를 묻는 이발사에게 그는 종이와 펜을 가져오게 하여 커다란 글씨로 「구태의연」이라고 썼더니 대만이발사는 반가이 웃으며 수긍하고는 전과 똑같은 머리를 만들어놓더라는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목욕탕도 찾고 싶고 식당도 찾고 길도 찾아다니고 물론 지하철과 버스도 타며 탐험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도 급한 일을 당했을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한자문화를 공유하는 한·중·일 세나라는 그런 뜻에서 서로가 아주 유리하고 풍부한 관광자원을 가진 셈인데 우리의 「한글전용」은 이런 자원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것이 ㅊ씨의 말이었다.물론 그것은 일본여행객들에게도 해당되어 일본관광객을 더 유치하기 위해서도 그 점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ㅊ씨의 말을 받아 ㅇ씨는 훨씬 근원적인 이론을 폈다.우리는 흔히 한·중·일이 함께 하는 경제블록에 관해서는 말한다.실제로도 여러가지 경제체제가 구상과 잉태의 과정에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아마 앞으로 그 주도국의 역할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 ㅇ씨의 우려였다.경제블록에 앞서 한자문화를 공유하는 세나라의 문화블록이 그것을 선도해야 하는데 그 공유문자인 한자교육을 진작부터 포기한 상태니 세나라가 문화적 공조를 형성하는 시점에 주도권을 못쥘 것이 자명하며 그 연장선에서 경제도 설명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세계화」가 영어만으로 된다는 생각인듯한데 그것만으로는 우선 중국에 대응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12억의 중국인구가 영어를 배워서 여행과 교류가 자유롭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승산이 없는 일이라는 것.중국 스스로 중국인구 10%가 영어를 배워서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10년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도 독일도 영어는 필수지만 다음으로 필히 이수해야 할 제2외국어는 인접국 언어라고 한다.우리처럼 멋있어보이는 유럽언어가 제②외국어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이다.그 인접국어인 중국어와 일본어가 한자를 알아야 해득된다.게다가 한자만 가지면 아쉬운대로 관광객도 유인할 수 있다. 그런데 매우 설득력있는 ㅊ씨와 ㅇ씨의 말을 접하면서도 앞서는 것은 이런 주제가 한글전용론자와 한문혼용론자의 갈등에 본의아니게 끼어드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그러고보면 첨예하고 극렬한 갈등의 부작용이 본원에 대한 접근을 차단시켜온 것이 오늘의 모순을 태동시켜왔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상존하는 갈등따위를 뛰어넘어 ㅊ씨와 ㅇ씨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충분히 그리고 하루빨리 활발한 공론에 부쳐져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 레저용 자동차/“경제성보다 안락한게 좋다”/휘발유차 개발 러시

    RV(레저용 자동차)카에도 휘발유 엔진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RV카인 지프형 승용차나 이를 다소 왜건스타일로 변형시킨 자동차들 대부분이 디젤엔진이었으나 이제는 휘발유 엔진차량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RV카 시장은 커지고 있으나 대부분이 디젤엔진이어서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고객층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정숙성과 편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어 디젤엔진 차량이 경제성이 월등한 데도 불구하고 휘발유 엔진 RV카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RV카의 경우 엔진과 기화기계통만 손을 보면 개발비 부담이 거의 없이 쉽게 휘발유 엔진차량으로 바꿀수 있는 이점이 있어 업체들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휘발유엔진 RV카의 선두주자는 현대정공.지난 1월 다목적 자동차의 컨셉으로 싼타모를 시판한 데 이어 지난 5일부터는 산타모보다 레저용에 가까운 싼타모 플러스를 개발,시판에 나섰다.싼타모가 출시 첫달에는 9백대 밖에 팔리지 않았으나 점차 판매량이 급증,월평균 2천대 이상 판매실적을 올리면서 휘발유엔진 RV카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정공은 싼타모 플러스로 휘발유엔진 RV카 시장을 석권한다는 구상이다.기존의 싼타모의 스타일에 레저사양을 대폭 도입,휘발유엔진을 선호하는 RV카 고객의 취향에 맞췄다. 최저 지상고를 10㎝ 높여 비포장길에도 주행이 쉽도록 했으며 그릴가드 광폭타이어 안개등을 부착,RV카의 멋을 한껏 살렸다. 국내 최초의 휘발유엔진 RV카를 개발했던 기아자동차도 새로운 휘발유엔진 RV카를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기아는 93년 10월 스포티지를 출시하면서 2천㏄ DOCH엔진을 장착한 스포티지 MRi로 휘발유엔진 RV카 시대를 열었다. 당시에는 디젤엔진이 주도하던 시대로 인기를 얻지못했으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자 조만간 시판할 스포티지 쇼바디를 2천㏄ 휘발유엔진으로 개발했다.가격이 1천2백만원대로 디젤엔진 보다 비싸지 않고 2도어 형으로 기존 스포티지보다 차체길이가 28.5%㎝ 짧다. 쌍용자동차도 지난 3월부터 본격판매에 나선 3천2백㏄급 휘발유엔진을 장착한 무쏘3.2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휘발유엔진 차량을 내놓는다. 올해말부터 2천∼2천3백㏄ 휘발유엔진을 장착한 무쏘 시판에 나설 예정.가격은 1천8백만∼2천만원대로 기존의 디젤차종과 비슷하게 책정해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또 지난달 첫선을 보인 신형 코란도도 2천과 2천3백㏄ 휘발유엔진 차종을 개발해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쌍용관계자는 『3.2를 국내 RV중 가장 비싼 3천2백만원대에 시판하고 있으나 반응이 좋아 2천∼2천3백㏄의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본격 RV카는 아니지만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내놓은 아반테 투어링과 기아의 프라이드 왜건도 가세하고 있다.
  • 작가 김주영씨 역사소설 「야정」 5권 펴내

    ◎19세기말 만주 이민 풍속사 재현/텃세·이민족간의 갈등 등 애절한 정착 과정/8차례 현지답사… 민중의 삶 현장 꼼꼼히 묘사 중견작가 김주영씨의 또다른 역사소설 「야정」 전5권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발간됐다.「객주」「화척」 등 이전의 대하소설을 통해 각각 조선조말 보부상의 발흥과 고려 무신정권시대 민중의 삶을 고증했던 작가가 이번엔 구한말 만주로 무대를 옮겼다. 강계땅 부농 홍씨의 노비 성률은 자신의 아내를 임신시킨뒤 후환을 없애려는 주인에게 쫓겨 만주로 월강한다.세도가의 늑탈에 맞서다 발붙일 곳 없게 된 창만,우덕,맹보 등도 식솔들을 이끌고 동행한다.이들이 남의 땅 만주에서 원주민 텃세와 이민족들간 힘겨루기,비적떼의 발호 등 갖은 고초를 겪어가며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유장한 호흡으로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1872년 평안북도 한 군수의 명에 의해 작성된 월강 범죄자 동태보고서인 「강북일기」에서 작품의 발상을 얻었다.신문에 작품을 연재하던 4년여 동안 그는 정확한 현장고증을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 상·하류를 각각두번씩 답사하는 등 8차례나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다.상상력만으론 메울수 없는 역사소설 특유의 사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재해서 받는 고료를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자료조사와 현지답사에 매달렸다고 한다. 일주일에 5일간 집필하고 나머지 이틀을 생생한 현장언어 수집을 위해 지방 장터로 떠돌았다는 서울신문 연재소설 「객주」때처럼,개성을 그리면서 현지에 가보지도 않는 것은 거짓이라며 절필을 선언했던 「화척」때처럼 이번에도 그는 구두 뒤축에 바람실린 떠돌이 기질을 한껏 발휘,작품의 무대를 파고들었다.때문에 작품은 19세기 말 만주이민 1세대의 풍속사로 손색이 없을 만큼 당시 민중살이의 세목들을 시시콜콜하고도 풍요롭게 되살려내고 있다. 이 작품도 그렇지만 김씨는 무수한 인간들이 얽히고 설키는 삶의 현장에서 한 시대의 새롭고도 거대한 징후를 드러내는 보기드문 능력을 지니고 있다.이는 개인의 운명을 집중 파고드는 실존적 관심과는 물론 다르며 군웅이 할거하는 거대서사시 같은 것도 아니다.「들판의 장정(야정)」이라는 제목 그대로 당시 아무데서고 찾아볼 수 있었을 별 볼일없는 인물들의 원한과 설움,생존 본능 등이 아무 미화도 없이 날것으로 펼쳐진다.하지만 이처럼 거칠고도 검질긴 성정의 필부필부들은 황폐한 이국땅에 살아남아 근대사의 또다른 줄기를 발원시켰다.이 작품은 걸쭉하고 해학적인 토속어로 활기넘치는 민중들의 삶을 꼼꼼하게 재현,역사의 원동력이었으되 묻혀졌던 민중들을 무대 전면으로 끄집어냈다.〈손정숙 기자〉
  • 일제 차가 밀려온다/도요타 아발론 이어 스즈키 국내 상륙

    ◎가격 국내산과 비슷… 시장잠식 불보듯 일본차들이 무섭게 달려온다. 승용차의 경우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현지법인에서 만든 일본차에 한해서만 수입이 허용되고 있기는 하나 그 기세는 위협적이다.지난 6월 도요타가 미국산 아발론을 앞세워 본격 상륙한데 이어 이번에는 스즈키가 캐나다산으로 국내에 진출한다. 조만간 일본본토에서 생산되는 차의 수입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 닛산 미쓰비시 혼다등의 진출도 시간문제다.국내 10여개 그레이 임포터(비공식 수입업체)가 수입해다 파는 미국산 일본차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올 상반기동안 지난해 총 판매량 2백13대의 2배가 넘는 5백여대가 팔렸다.차종은 도요타 아발론과 랜드크루저를 비롯 혼다 어코드,닛산 이클립스 등 국내 대형차와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자동차들이다. 이번에 들어오는 스즈키의 차종은 지프형 승용차 사이드킥.다국적 자동차 유통업체 인치케이프의 한국법인 인치케이프 코리아사를 통해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를 수입해 국내에 시판할 계획이다. 사이드킥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판매하고 있는 지프형 승용차 트래커와 외관이 거의 같고 주요부품을 함께 쓰는 차다.미국과 캐나다에서는 2도어,4도어,스포츠형 등 3가지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 도입되는 모델은 2도어에 지붕을 벗겨낼 수 있는 소프트톱 형식이다.엔진 배기량은 1천5백90㏄로 판매가격은 국산과 비슷한 1천8백만∼1천9백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치케이프 코리아 관계자는 『트래커는 GM이 미국 내수판매에 주력해 물량을 배정받기도 어려웠고 도입가격도 불리했으나 스즈키측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왔다』며 『내년중에 4백∼5백대 판매를 예상하며 스즈키의 다른 모델도입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도요타는 올해 아발론 3백50대를 판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수가 많지않아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다른 외제차에 비해 내구성이 긴데다 중고차 가격도 높고 국내 고객들이 최우선으로 치는 정숙성과 쾌적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있어,빠르게 국내시장을 잠식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김병헌 기자〉
  • 시인 이성복(작가를 찾아:9·끝)

    ◎“시는 남의 고통을 대속않으면 쓸모없어”/잠들기전 머리맡에 노트 펴 뒀다/깨어나면 달아 날세라 꿈을 옮겨 적던 시절/빈 종이를 보면 채우지 않고는 견딜수 없었다/요즘엔 문학이 우리집 골목에 죽은 대나무 같아 그의 내면에는 오래된 고통이 웅크리고 있다.잠시만 그에게 말을 붙여보면 느낄 수 있다.시인 이성복씨(44)와의 대화는 꼭 그의 시를 읽을 때처럼 가슴 밑바닥에 우련한 아픔을 일으킨다.물론 그는 한번도 소리내어 호들갑떨지 않는다.오히려 성냥을 확 긋듯 시와 삶에 대한 생각의 불길을 폭발적으로 퍼올릴 때는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소문과 달리 쾌활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그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노라면 묘한 통증이 목젖에 차오른다.왜소한 몸집,가무잡잡한 피부에 따뜻함과 예리함이 묘하게 뒤섞인 눈빛만이 반짝이는 인상 때문일까.아니면 단순히 이씨의 시에서 얻은 선입견일지도 모른다.초현실주의 그림처럼 소름끼치는 세계를 그린 초기 시와 아름다움·사랑 등을 모두 설움으로 몰아간 이후의 시세계.그나마 93년네번째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을 낸 뒤론 거의 절필상태다. 『저는 2∼3년 주기로 애인을 바꾸는 유목민 체질이에요.대학졸업 무렵인 지난 77년부터 3년간은 밥먹듯 시를 써댔어요.그 뒤 차례로 논어며 주역 같은 동양고전·불교경전·테니스 등으로 옮아왔지요.최근 1년간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책을 목록까지 짜서 자나깨나 읽었어요』 하나에 미치면 뿌리가 뽑히기까지 다른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성미는 문단에서도 유명하다.그렇더라도 이미지와 관념의 시인인 그의 테니스 탐닉은 의외다. 『흔히들 학문이나 정신이 한결 높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더 확실하고 근원적인 길은 육체가 알고 있는지도 몰라요.테니스 치는 데도 주역이나 시에서 배운 이법이 그대로 들어맞지요.흔히 공을 때린다고 여기기 쉽지만 그보다는 공이 가는 길을 끝까지 따라가 밀어줘야 흐름을 잃지 않게 돼요.또한 때려치는 것이 공격적인 것 같지만 이는 예를 갖춰 절하는 자세거든요』 빈 종이를 보면 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는 70년대 막바지의 시를 모아 이씨가 80년 첫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를 냈을 때 평단의 반응은 당혹감 자체였다.악몽에서 본 듯 암울한 이미지로 생의 참경을 그리면서도 그토록 세련된 그의 시세계는 한국 현대시가 거의 처음 만나는 풍경이었다.시인은 당시를 『잠들기 전 머리맡에 노트를 펴뒀다 깨면 달아날세라 꿈을 옮겨적던 시절』로 술회한다.이처럼 태풍을 몰고 나타난 시인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우리 현대시 최고의 자산중 하나로 거의 굳어진 80년말 무렵 슬슬 시를 떠나기 시작,지금의 불모상태를 자초했다. 『문학은 타인의 고통을 대신 앓아 남이 벗어나게 돕는 존재지요.이런 대속이 아니면 특히 시는 아무 의미도,쓸모도 없어요.그런데 요즘엔 문학이 꼭 우리집 골목의 죽은 대나무 처지예요.대나무는 원래 무당집을 알리는 표시지요.또 무당이야말로 남의 아픔을 자기 몸으로 앓아내 해원해주는 존재잖아요.그런데 그 대나무는 죽었고 무당은 어디 갔는지 간판을 내린 겁니다.그렇다고 사람이 아쉬워하나요.오히려 타인은 아픈 적도,대속을 바란 적도 없다는 눈치예요』이 얘기는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그의 시 「그날」의 한구절을 떠오르게 한다.그는 지난 94년 어느 계간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시를 좋아하는데 시가 나를 떠났다』고 푸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외도에 대해 이런저런 변명을 둘러대도 시가 이씨를 완전히 떠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그는 동양고전 읽은 것을 토대로 네르발과 보들레르 시를 역학적으로 해석한 논문을 써냈다.불교를 공부한 뒤엔 이것과 프루스트 소설을 비교하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아주 어렸을 때의 체험은 의식의 심연에 남아 성인의 심리나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해요.바둑둘 때 첫 포석이 끝까지 판을 좌우하듯 나도 무엇을 하건 최초의 문제틀인 문학의 흔적에서 못 벗어나겠지요.문학에서의 도피가 벌써 달아나야 할 대상으로 문학을 의식하고 있다는 말이니까요.시인이 되면 쓰고 안 쓰고를 떠나 시인이에요.비로 내리건,용솟음치건,숨어 흐르건 물이 물인 것처럼』 지난 82년 교정의 히말라야시다를 보고 계명대에 취직했다는 이씨는 그 뒤 15년간 대구에서 두문불출하다시피 했다.처음 예리하고 복잡한 비관의 이미지를 쏟아낸 그의 시세계를 한결 부드러운 울림으로 바꾸면서.첫 시집 이후는 그저 도피행각이었다는 시인의 말과는 달리 물·돌·산 등의 단순한 시어에 삶의 설움을 수락하는 두터운 의미를 담은 이때의 시는 이씨 시세계의 또 다른 매혹이다. 이제 여러가지 문제틀 사이를 떠돌던 이씨도 「근원」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고 느끼는 것 같다. 『쓰고 싶은 시는 이런 것들이에요.도살장에서 더이상 어쩔 수 없이 몰린 짐승이나 좁은 트럭에서 서로 올라타려는 돼지의 붉은 엉덩이 같은 것.첫시집에 가깝지만 꿈이 아니라 삶속에서 찾아낸 이미지란 점이 차이지요.내 삶과 일상 속에 입을 벌리고 있는 비극적 틈새,맹목과 불모로 몰아가는 그 고통에 눈을 감고는 삶이란 기만에 지나지 않을 거예요』 시인이 남의 아픔을 대신 제사지내는 사제라는 이씨의 생각대로라면 그는 영락없는 시인이다.거의 모든 이가 일상에 닳아지며 피해가는 존재론적 치욕과 고통을 이씨는 불혹을 넘어서까지 붙들고 응시하려 한다.이씨에게 있어 고통은 삶의 본체를 껴안으려는 이가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와도 같다.달아나지 않고 서러운 삶을 있는 그대로 수락한 이만이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다.〈오래 고통받은 사람은 알 것이다/그토록 피해 다녔던 치욕이 뻑뻑한,/뻑뻑한 사랑이었음을〉(「오래 고통받은 사람은」중에서)〈대구=손정숙 기자〉 ◆연보 ▲52년 경북 상주 태생 ▲59년 상주 남부초등학교 입학,서울 효창초등학교(65) 서울중(68) 경기고(71)졸업 ▲71년 서울대 불문과 입학,문학회,「형성」지 등에서 활동하며 황지우·김석희·진형준·정과리·이인성·권오룡 등과 교류 ▲77년 계간 「문학과 지성」 겨울호에 「정든 유곽에서」 등 2편으로 등단 ▲80년 대학원 동기 김혜란과 결혼,아들 효원·지원,딸 수유를 둠 ▲82년 대구 계명대 강의조교로 부임,현재까지 같은 학교 교수 ▲84년·91년 프랑스 유학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80)「남해 금산」(86)「그 여름의 끝」(90)「호랑가시나무의 기억」(93·이상 문학과 지성사),산문집 「그대에게 가는 먼 길」「꽃 핀 나무들의 괴로움」(이상 90·살림) ▲김수영문학상(82) 소월시문학상(89) 수상
  • 송기원씨 자전적 장편 「여자에 관한 명상」

    ◎파행·자기학대의 젊은날 광기/작가와 친구들의 대학시절 실제체험/아웃사이더의 위악적내면 끝까지 해부 작가 송기원씨의 자전적 장편 「여자에 관한 명상」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지은이가 지난 10월부터 계룡산 갑사에 삭발 은거해 썼다해서 더욱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대학 문예창작과 재학시절 작가와 친구들의 실제체험을 토대로 하고있다.이들의 젊은 날은 막 벌어질 꽃봉오리의 눈부신 수줍음이 아니라 파행과 자기학대로 얼룩진 광기의 나날이다. 주인공 윤호는 장돌뱅이 사생아의 자식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얽은 곰보얼굴처럼 빠져 달아날 수 없는 치부로 여긴다.성장환경 탓에 그는 누구보다 일찍 여자에 눈떴고 자신보다 더한 쓰레기들인 주인공들에 안도하며 문학책에 빠져 들어간다.하지만 그에게 문학과 여자는 구원이 아니라 더욱 늪으로 빨아들이는 매개체로 나타난다.그가 여자를 만나는 방식은 강간과 매춘,불장난의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문학적 재능은 삶의 전모를 혼돈이라 제시하는 초현실주의로만 이끌리는 것이다. 우리 문학에 성장소설이나 예술가소설은 많지만 아웃사이더의 위악적 내면을 이처럼 끝까지 밀어붙인 예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독특하다.지옥까지 추락하기를 자처하는 한 젊은이의 삶이 희귀한 탐미적 울림으로 빛난다는 것은 과연 문학의 역설적인 힘같이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탓이 아닌 상처와 치부라 해도 하나의 통과의례를 거쳐 성인이 된 이라면 이를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각성에 이르게 되는 것 아닐까.치부에 대한 광태의 통과의례였던 이 작품 이후 위악적 세계관을 넘어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손정숙 기자〉
  • 순수문학 메카 문학과 지성사 체질 바꾼다

    ◎문고발간 등 대중독자 “끌어안기”/신세대 겨냥 「문지 스펙트럼」 11월초 첫선/7개분야 특성별 출판·총서 재정비 나서 고급문학의 메카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가 대중독자를 끌어안기 위한 문고발간을 추진하는 등 체질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문지는 대학생을 주 독자층으로 교양문고 「문지 스펙트럼」을 기획,1차분 7∼8권을 11월 초까지 선보인다.창작과비평의 「창비교양신서」,고려원의 「고려원교양선」 등 많은 문학관련 출판사들이 교양문고를 아울려왔지만 문지의 문고발간은 전통 깊은 순수문학 출판사의 출판 폭 넓히기를 통한 새세대 독자층 확보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지는 이와 함께 인문·사회 총서를 통폐합하거나 신설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인문·사회과학까지 포괄하는 출판사로 자리잡기 위한 내부 수술을 단행할 계획이다. 「문지 스펙트럼」은 최근 프랑스 최대출판사 갈리마르의 데쿠베르 총서,미국 최고수준인 펭귄문고를 각각 옮겨 호평받은 시공사의 「디스커버리 총서」와 이두의 「아이콘 총서」 못지않게 산뜻한 지적재미를 안겨주는 「한국판」문고를 지향한다.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세부분야별 칸막이 출판과 참신한 기획. 칸막이라는 얘기는 분야별 특성을 살리기 위해 7개 세부영역을 설정했다는 것.세부 분야는 ①한국문학 ②외국문학 ③세계의 산문 ④문화·예술비평 ⑤우리 시대의 지성 ⑥지식의 초점 ⑦세계 고전 사상 등이다.④는 그간 문지가 별로 손댄 적이 없는 대중문화 관련 현장비평 등을 포괄하며 ⑤는 현대 지성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⑥은 현대사회의 학문적·사회적 초점들을 부각시킨다는 기획. 1차분으로 출간을 대기중인 책은 영역 ①의 정현종 시선집,이성복 시선집,영역 ④에서 작고한 평론가 김현의 「한국문학의 위상」,영화평론가 김정룡의 「한국영화의 미학­한국영화감독론」,시인겸 팝칼럼니스트 성기완의 「재즈를 찾아서」,영역 ⑤에서 한국사학자 이기백씨의 한국사 에세이모음,들뢰즈의 「베르그송주의」(김재인 옮김),평론가 김병익씨의 한국지성에 대한 글모음,정과리 등의 「라캉 읽기」 등이다. 이와 함께 문지는 보유중인 총서의 재정비 작업에도 돌입한다.하반기 「니체」「랭보」「마르께스」 등을 잇따라 발간,그간 주춤하던 작가론 총서에 박차를 가할 예정.유명무실하던 「문제와 시각」 총서를 부활시키는 한편 「현대의 지성」 시리즈 중 20세기 고전이라 할 원전들만 따로 떼어 「우리시대의 고전」총서도 신설한다.이밖에 사회사 연구회의 출판물도 논문집에서 총서체제로 바꿔 반년간 잡지 발간을 병행하는 등 보다 탄력있는 현실대응에 주안할 계획.전반적으로 총서 수를 늘리고 출판 분야 확대를 꾀한다. 「문지 스펙트럼」기획의 총책격인 계간 「문학과사회」동인 작가 이인성씨는 『어지럽게 혼재돼 일반인들이 잘 알수 없는 현대 지성의 동향을 투명하고도 정확하게 짚어보여줄 것』이라고 문고의 방향을 밝히면서 문지의 출판을 지성의 전분야로 넓혀갈 것을 예고했다.〈손정숙 기자〉
  • 「신문」은 무섭다(송정숙 칼럼)

    신문을 생각할때면 그것이 단지 종이에 먹물이 칠해진 무생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가슴에 순결한 영혼을 묻어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그래서 거의 신앙적인 외경감이 들기도 한다.신문을 등에 지고 철없이 「까불면」 거기 합당한 벌을 내리고 그를 이용하여 사술을 부리면 언젠가 반드시 그빚을 갚게 만드는,매우 가혹하기도 한 「전능의 존재」가 신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요즈음 신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요새 신문들 왜그러는 겁니까? 서로 물어뜯고 난리니!』 서로 물어뜯다니? 이번 사태는 신문판매를 둘러싸고 살인사태까지 빚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지탄이고 그것을 계기로,『돈의 위력으로 신문까지 장악』하려는 「재벌언론」에 대한 필연적인 탄핵이 아닌가.일반사람들은 그렇게 공감해야 할일인데 의외로 양쪽을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신문이 독자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길래 이러는 것일까.필경 독자의 눈에는 신문인들이 신문을 상품으로만 생각하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이권다툼을 해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에게 신문들의 행태가 그렇게 보인 것은 신문 내부의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일일까.재벌이 언론에까지 문어발을 뻗어 재벌왕국의 보호막 역할을 시키려 꾀한다면 그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그런데 냉정한 독자의 이성적인 눈에는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 것같다.그런 일에 대해서 언론이 반성할 일은 없는 것일까. ○「반성할 일 없나」 돌아보자 좀더 직설적으로 『「재벌언론」의 방자한 횡포도 안되지만 「언론재벌」의 발호도 곤란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살인적인 구독확장 전쟁」을 언론상업주의의 패권쟁탈전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이렇게 「언론재벌」에 대해 비판론을 펴는 사람들은 어느 재벌보다도 더 상업적으로 치열하며 어느 민도 어느 관도 어쩔수 없을만큼 「막강」한 「언론재벌」이 이미 생겨났으며 그런 언론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어졌다고 말한다.장래가 촉망되는 유능하고 덞지않은 공직자도 하루아침에 독직에 연루시켜 나락으로 밀어던질수 있다는 것이다.만약에 신문의 공정거래에 문제를 거는 따위 「겁없는 짓」을 한다면 어떤 화를 당할지 모르는 일이므로 그런 일은 삼가야 한다는 것을 노회한 공직자들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언론재벌」이 법정비도 안된 「신매체」를 선점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여 특정시장을 석권해버리는 일이 생겨도 그 막강한 힘에 눈치를 보느라고 관계된 민관이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한다.이미 이렇게 무소불위의 거인이 되어버린 언론재벌의 위하적인 힘에 대해 그는 더많은 예를 들었다. 무엇보다도 재벌이 막대한 적자부담을 안고서라도 언론사를 거느리려는 것이 그 증거라는 논리에는 설득력이 있다.이런 인식의 확산때문에 독자들의 양비론도 나오는 것이다.그렇더라도 이렇게 「싸잡아」 나무라는 방식이 옳은 것은 아니다.그러나 그렇게 만든 것에 신문이 아무 책임도 없다고는 할수 없다. 일선 기자시절에는 편집국에 앉아 신문의 맥박이 박동하는 소리를 환청할 수 있었다.쿵덕쿵덕 살아있으면서,읽혀야 할 기사는 헌종이로 멸치봉지가 되어서라도 독자를 찾아가고,여행자의 여벌신발을 싼 포장지가 되어 가방속에 숨어들었다가 이국땅에서 애타게 찾는 혈육을 만나게도 해주는 숭고한 능력의 인격체.부수의 「영향력」에 자만하다가는 그 역기능의 타격으로 뒤통수를 맞게 하기도 하고 작지만 성실하고 공들여 만든 신문에 대해서는 무거운 추를 달아주는 사려깊음도 있다.진실에 대해 진실하고 정당한 것에 정당하여 가치를 혼돈하지않는,교활하도록 총명한 무서운 종이. ○정당한 가치 정확히 판단 공들이는 일과 대강하는 일을 생선회칼처럼 예리하게 구분하고 「좋은 신문」과 「덜좋은 신문」의 구별에 혼미하지 않는다.그러므로 「재벌신문」이나 「신문재벌」의 영악한 상업주의에도 속지않는 유연하고도 강직하며 선량하고도 냉혹한 본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그 생명체로서의 신문이 무섭다.〈논설고문〉
  • “「관람예절」 바로잡자”/청소년 방학숙제 음악회 감상 이렇게

    ◎뭔지도 모르고 감상·아무때나 치는 박수·공연 시작뒤도 잡담/입장시간 지키고 늦으면 잠시 대기/교향악이 무난… 내용 미리알면 도움 『공연이 시작되고도 시끄럽게 떠들고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것은 물론,휘파람을 불어대고 괴성을 지릅니다.마치 TV 쇼프로그램 녹화현장 같은 풍경이죠.어떤 학생은 팸플릿만 챙겨들고 공연 중간에 무슨 「권리」행사하듯 당당하게 퇴장하기도 합니다』 이달 중순 여름특집 성악공연을 주최했다가 청소년 관객들의 무절제한 태도때문에 큰 낭패를 보았다는 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최근 몇년 사이 「7∼8월은 공연계의 하한기」라는 통설이 깨어지고 이 기간동안 음악회장은 늘 만원사례를 이룬다.음악관람 방학숙제를 하려는 학생들이 연주회에 몰리는 것이다.이른바 「방학특수」현상이다.공연계는 이를 반기면서도 청소년들의 관람태도에서 비롯된 「공연실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청소년들이 많이 드는 공연에는 일반 청중의 거센 항의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주성혜 교수는 『청소년들이 예절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은 과중한 학과공부로 클래식 공연장을 찾을 기회가 없는데다 평소 대중음악쪽으로 관심이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면서 교사나 학부모들이 공연문화에는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사전에 관람 예절을 잘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방학숙제」를 클래식 음악을 가깝게 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부모가 조금만 신경을 써 자녀에게 적합한 연주회를 골라주고 연주곡목도 함께 공부한 뒤 연주회에 보낸다면 금상첨화라는 것.연주회는 독주회나 실내악보다는 교향악을,곡목은 낭만주의 음악이나 표제음악을 선정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클래식에 초보인 청소년들이 지루하지 않게 재미 붙일 수 있는 방법이다. 학과공부 때문에 미리 연주내용을 익히는 것이 힘들다면 공연장에 여유있게 도착,연주될 곡의 성격 등을 알아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클래식음악과 국악 등 모든 연주회에서 지켜야 하는 관람 예절은 시간엄수다.늦을 경우 휴게실이나 연주회장 뒤편에서 휴식시간 또는 그 악곡이 끝날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예의.일단 연주가 시작되면 정숙해야 하고 얘기를 나누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특히 클래식음악의 경우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않는 것이 원칙.자칫 연주자의 흐름을 끊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김수정 기자〉
  • 169명중 51명 재산늘어/15대 진출못한 14대의원 변동현황

    ◎김옥천 전 의원 등 7명 1억이상 줄어/이기택 전 의원 등 68명은 “무변동” 신고 15대에 진출하지 못한 14대의원 1백69명중 총선을 전후해 재산이 늘어난 사람은 51명,줄어든 사람은 44명이다.변화가 없다고 밝힌 사람은 신한국당 이상두·최영한 국민회의 이종찬·정대철 자민련 박규식 민주당 이기택·박계동 전 의원 등 68명이며 6명은 신고하지 않았다. ○김옥천 전 의원은 28억 줄어 재산이 1억원 이상 줄어든 사람은 모두 7명으로 김옥천 전 의원이 가장 많은 28억7천7백만원 감소했다.김찬두 전 의원도 7억8백만원이 줄었고 김동권 4억6천7백만원,이학원 2억3천7백만원,정호용 3억2천2백만원,오장섭 6억1천1백만원,안찬희 1억5천3백만원씩 줄었다. 무등산관광호텔 사장인 김옥천 전 의원은 무등산 온천레저타운 주식 22만1천주를 양도한데다 전남 곡성군과 광주시 일대의 임야(18억원 상당)를 경매해 재산이 줄었다고 설명했다.정호용 전 의원은 자신과 배우자 명의의 예금에서 5천3백만원과 2억8천여만원을 인출해 재산이 줄었다고 해명했으나 사용처는밝히지 않았다. ○주식값 하락 4억여원 손실 김찬두 전 의원은 자신과 배우자의 명의로 사뒀던 삼성전자 3천4백여주와 기아자동차 3백6주의 주식값이 떨어져 4억9천6백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고 이학원 전 의원은 자신과 배우자 예금에서 2억4천2백만원을 인출,선거비용과 보험료 해외출장비등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황인성 전 의원 3억대 증가 반면 황인성 전 의원은 서울 이촌동 맨션주택을 매각한 대금으로 사들인 채권가격이 올라 3억8천2백만원이 증가했으며 김정숙 전 의원은 병원운영 수익금의 증가로 재산이 1억4천2백만원 늘었다고 신고했다.이밖에 예금이자 증가등으로 김종완 1억1천만원,신상식 1억2백만원,원혜영전의원이 1억4백만원 재산이 불었다.〈백문일 기자〉
  • 첫 창작집 「염소를 모는 여자」/전경린씨

    ◎“현실에 갇힌 30대여성의 내면 들춰내”/“다음엔 뜨거웠던 80년대의 20대들 얘기 다룰터” 『어릴 때부터 삶이란 억압적인 것,한 여자아이가 어째볼 수 없는 불가항력이란 걸 어렴풋이 느꼈어요.이런 부대끼는 느낌이 글을 쓰겠다는 열망을 낳았나봐요』 첫 창작집 「염소를 모는 여자」(문학동네)를 펴낸 작가 전경린씨(34)는 문학과의 인연맺기가 바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90년대 들어 30대 여성작가 소설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전씨는 그중에서도 독특한 작품세계로 벌써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현실에 갇힌 30대 여성의 들끓는 내면을 들춰내는 그의 작품들은 보기드문 감성적 깊이의 언어와 정연한 이미지의 연결로 탄탄한 구성미를 자랑한다. 『결혼초 계획도시 창원의 아파트에 살 때 많은 주부들이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다는게 너무도 기괴하게 느껴졌어요.이때의 느낌과 체험으로 중편 「염소를 모는 여자」를 썼지요』 표제작에서 주인공인 30대 주부는 「엄마의 영혼이 깃든」 염소를 맡아달라는 낯모르는 남자의 부탁을 받지만 염소는 남편에 의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쫓겨난다.어느 비바람치는 날 집을 뛰쳐나온 주인공은 검은 박쥐우산을 펴들고 쫓겨난 염소를 몰며 아파트촌을 빠져나온다.이 그로테스크한 장면에는 흐르는 열망과 묶인 현실사이의 심연에 갇힌 30대 여성의 들끓는 광기가 섬뜩하게 드러나있다. 전씨는 『첫 작품집으로는 갇혀있던 내면에 문을 달아줘 내 삶의 문제부터 풀어야 했다』면서 『다음엔 뜨거웠던 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20대들 얘기로 또 다른 세계를 펼쳐보이겠다』고 말했다.〈손정숙 기자〉
  • “배고파 죽느니 차라리 남으로…”/박철호씨

    ◎DMZ 통해 민간인으로 5번째 귀순/“대북방송 통해 남쪽사정 잘알아/2∼3일에 한번꼴 아사자 목격”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남짓 떨어진 강원도 김화군 근북면 건천리에서 농부로 일하는 북한 주민 박철호씨(41)가 24일 상오 철책선을 넘어 귀순했다.박씨는 배가 고파서 잘사는 남한으로 탈출하게 됐다고 귀순동기를 밝혔다. 국방부 윤창로 대변인은 『이날 상오 7시 42분쯤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험동석리 전방 아군 경계초소(GP)로 북한 주민 박철호씨가 귀순해 왔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날 상오 7시 35분쯤 강원도 철원군 철책선 부근에서 3사단(사단장 안충준 소장·육사 25기) 소속 이장혁상병 등 2명의 초병에게 발견돼 남쪽으로 인도됐다. 박씨는 지난 22일 밤 건천리를 출발,한탄강 상류를 건넌 뒤 북측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다. 박씨는 농사도 지으면서 김화군 식료수매조합 수매원으로 일하는 노동자로 올해 재혼한 부인 김정숙씨(39)와 자식으로는 아들 2명,딸 2명을 두고 있다.이 지역으로는 지난 86년 북한군 홍명진 중사가귀순했으며 비무장지대를 통해 민간인이 귀순한 것은 이번이 5번째이다. 박씨는 귀순 직후 3사단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소 대북방송을 듣고 남한이 잘 사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배고파 죽는 것보다 차라리 남쪽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귀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3일에 한번씩 사람이 굶어 죽는 것을 봤으며 지난 19일에도 여자 1명이 굶어 죽었다』면서 『나도 15일동안 나물밥만 먹고 살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살던 건천리는 우리측 대북방송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여서 평소 북한군의 경계가 삼엄한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최초 신문 직후 탈진,GP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에 실려 3사단 사령부 의무실로 옮겨졌다. 국방부는 박씨가 귀순하던 당시 안개가 많이 끼어 이상병 등이 철책선 30m 전방까지 접근해 박씨를 인도하는 작전을 펼쳤으며 북한 경계병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황성기 기자〉
  • 창작문학의 산실 「현대문학」 새달 5백호

    ◎「한국문학 꽃피우기」 41년 8개월/황동규·문병란·김후란 등 537명 등단시켜/「순수」 고수로 새 감각의 계간지에 밀리기도 국내 창작문학의 유서 깊은 산실 월간 「현대문학」이 8월호로 통권 5백호를 맞는다.지난 55년 1월호로 창간된 뒤 41년 8개월동안 한호의 결호없이 한국문학사상 유례없으며 깨지기 어려울 대기록을 세운 것. 당시의 대표적 순수문학지 「문예」가 폐간돼 전후 문예지 맥이 끊긴 54년 「한국현대문학의 건설」을 내걸고 출범한 「현대문학」은 60∼70년대초 한국문학의 가장 권위있는 지면으로 대접받았다.70년대 「창작과비평」「문학과지성」 등 인문사회과학을 망라하는 문학종합 계간지들의 출현에도 「현대문학」은 창작문학위주의 편집을 고수했다. 지금까지 「현대문학」이 등단시킨 문인수만 5백37명.지난 69년까지만 해도 어림잡아 5백명 미만의 중앙문인중 절반에 육박하는 2백23명이 「현대문학」출신이었다 시에서는 토속서정의 박재삼,지성적 시세계를 자랑하는 황동규,참여시인 고은,민중서정의 전범 이성부,80년 광주의시인 문병란,언어의 풍경을 말끔하게 그려온 오규원,현대시 실험에 몰두해온 이승훈,대표적 여류시인 김후란·김초혜·천양희 등이 배출됐다.소설쪽으로는 「오발탄」의 이범선,시민사회의 허위를 사회성 높게 고발해온 최일남,「토지」의 박경리,최근 역사소설의 진경을 보여온 서기원,토착 민중언어의 대가 이문구,이밖에 김원일·이동하·조정래·마광수·김홍신·유홍종·김채원 등이 「현대문학」에 의해 발굴됐다.또 박철희·김윤식·박동규·홍기삼·임헌영·이선영·김인환·최동호·이동하 등은 「현대문학」의 촘촘한 그물에 건져진 평론가들이다.한국문단의 허리를 이룬 「현대문학」출신은 이밖에도 무수하다. 5백호 특집으로 꾸며질 8월호에는 문학평론가 김용직·김윤식·전영태·이동하씨의 현대문학 역사를 되돌아보는 특별좌담,박완서·이수익씨 등 문인들이 현대문학에 얽힌 추억을 말하는 「현대문학과 나」 등이 실린다.서정주씨를 필두로 한 「현대문학」출신 시인 50명의 신작시 특집도 볼거리다. 동리의 문학론을 이어받아 이념보다 작품을우선한 「현대문학」은 한 시대 우리 문단의 명실상부한 저류를 이뤘다.특정유파에 치우치지 않고 문학성을 중시한 「현대문학」의 잣대에 검증받은 문인들은 역설적으로 참여·민중·시민문학의 모든 부면에서 한국문학을 화려하게 꽃피웠다.하지만 산업화의 모순으로 사회가 극심하게 앓던 70∼80년대 순수주의를 앞세운 「현대문학」은 보수적이라는 비난을 들으며 문학과 사회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려 했던 다른 세력들에 밀리기 시작했다.90년 2만부까지 이르렀던 발행부수도 최근 1만2천부로 떨어졌다.「문학동네」「상상」 등 새감각의 계간지 세력이 밀려오는 90년대 「현대문학」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좋은 시와 좋은 소설을 평면적으로 싣는 것」이상의 체질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손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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