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국면 세종시·미디어법 주도권잡기… 요동치는 정치권
■절정으로 치닫는 세종시
정운찬 국무총리가 30일 세종시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등 세종시 문제에 드라이브를 걸자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권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정작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엇갈린 기류가 흐른다. 일단 수도권 지역 의원과 친이 주류 진영에서는 10·28 재·보선도 끝난 만큼 세종시 수정론을 본격 제기,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세종시 문제를 미룰 수 없고, 대안 제시가 늦어질수록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만 가열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도권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당장 세종시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 올해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 쪽의 한 핵심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전 정권의 잘못된 정책판단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방치를 막기 위해 정부 안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당에서도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인 임동규 의원은 세종시의 성격을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녹색첨단 복합도시로 바꾸고 행정도시로 중앙부처를 이전하는 계획의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개정안을 전날 발의해 논의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당내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원안 고수’ 입장을 천명한 상황이다. 충청 출신의 비례대표 정진석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종시를 수정한다면 모법인 행정도시특별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원안 고수’ 의견을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은 “야당이 바라는 것은 여권의 분열이다. 당에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남경필 의원 등 일부 수도권 의원도 ‘원안 고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자칫 야당의 ‘꽃놀이패’가 될 수 있는 만큼 마냥 속도를 높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신중론을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원안 고수’를 위해 총력 투쟁할 태세다. 변재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정 총리가 걱정하는 일부 행정의 비효율성 문제는 처음부터 제기된 것으로, 법 제정 당시 한나라당과 합의하에 정부가 그 대책을 마련하도록 법에 명시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변 부의장은 이어 “더 이상 충청권 주민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수도권 주민도 더 이상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충남 천안갑 출신인 양승조 의원은 “세종시 건설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500만 충청인에게 약속한 것이며,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해 온 국민에게 공약한 내용”이라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충청인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국민의 정권퇴진 운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은 이날 ‘세종시 백지화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한나라당 임 의원 등 10명을 ‘세종 10적’으로 규정했다.
김지훈 허백윤기자 kjh@seoul.co.kr
■‘붉은넥타이’ 맨 미디어법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30일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5월 이후 5개월 남짓 만이다. 10·28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탄력을 받은 정 대표가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 ‘야성(野性)’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조문 기간을 마치고 ‘상복’을 벗은 셈이다.
특히 전날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무효청구 기각 결정에 따라 정 대표의 야성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헌재 결정에 반발하며 ‘미디어법 재개정’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또 한차례 원내 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헌재가 미디어법 처리 과정의 심의·의결권 침해,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 등 절차상 위법을 인정한 만큼 국회에서 정치적인 재협상을 통해 미디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화가 가능하면 대화를 통해, 여당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국민과 함께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언론악법 재개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결기를 보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과 율사 출신인 이춘석·조배숙 의원 등을 중심으로 ‘무효 언론악법 폐지 투쟁위원회’를 꾸렸다. 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최고위원은 “1996년 당시 신한국당이 날치기 처리한 노동법과 안기부법에 대해서도 헌재의 판시 요지에 따라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협상해서 1997년 3월20일 재의결했다.”면서 “선례가 있고, 미디어법도 위법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폐지 작업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쟁위는 늦어도 다음주 중반까지 미디어법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미디어법 재개정 논의를 위한 원내대표 협상을 한나라당에 제안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단호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헌재의 미디어법 결정에 승복하지만, 미디어 산업발전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어떤 요구를 해도 재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정치적 판단’이라고 규정하면서 헌법기관을 부정하고 법 제도에 불복종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