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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식품 사재기 ‘혼란’… 최소 15개국 디폴트 우려

    시중 은행의 영업 중단 및 예금 인출 제한을 골자로 한 자본규제를 발표한 그리스에서는 29일 주유소마다 기름을 가득 채우려는 차량이 100m 이상 늘어서는가 하면 카드 대신 현금만 받는 음식점이 생겼다. 식료품 사재기도 발생했다. 혼란이 길어지면 그리스 경제가 마비를 넘어 파탄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할 16억 유로의 디폴트(채무불이행) 1차 고비를 하루 앞둔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채권국 대표 격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합의를 호소했다. ●치프라스, 유로존 정상들에게 시한 연장 요청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에게 구제금융 연장안 거부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요청 서한을 보냈다. 메르켈 총리는 소속 정당인 기독민주당(CDU) 창당 70주년 기념 연설에서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도 실패한다. 어렵더라도 우리는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며 그리스와 채권단 간 대타협을 호소했다. 파국을 막으려는 두 정상의 노력은 막판 반전을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리스 디폴트가 실현될 경우 최소 15개국에서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는 ‘비관적인 나비효과’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회자됐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골고루 위기 징후가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이미 그리스 자본규제 발표 후 개장한 한국 등 세계의 증시는 일제히 휘청거렸다. 29일 한국 코스피지수는 1.4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34%, 일본 닛케이지수는 올해 최대 하락 폭인 2.88%, 대만 자취안지수는 무려 6.73%가 떨어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국제 유가도 하락했다. 그리스발 충격이 증시, 환율, 유가 등 거시경제 지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잠재적인 경제위기국, 즉 ‘포스트 그리스’ 취급을 받으며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디폴트 우려가 높은 Caa1 이하 등급으로 분류된 국가는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벨라루스 등 9개국이다. 그리스와 함께 자메이카, 쿠바,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은 한 등급 더 낮은 Caa2 등급으로 묶였다. Ca 등급인 우크라이나는 무디스로부터 가장 디폴트 우려가 높은 국가라는 낙인을 받았다. 저유가 여파로 생활필수품 부족 사태에 처한 베네수엘라 역시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채무 변제 측면에서 삐걱거리고 있는 소국 그레나다와 푸에르토리코 등도 디폴트 선언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국제 자금 이동 예측성 줄어 신흥국 더 부담 그리스 디폴트로 인해 국제 자금 이동의 예측성이 줄어들며 신흥국은 한층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질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최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러시아 등지에서 자본 유출 및 통화가치 급락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삼풍 참사 20년… 끊이지 않는 人災 이젠 없어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오늘로 딱 20년이 됐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던 대형 백화점이 거짓말처럼 20초 만에 무너져 내리면서 고객과 백화점 직원 등 무려 502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단일 사고로는 최대의 인명 피해를 낸 건국 이후 최악의 참사였다. 삼풍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민관(民官)의 불법과 비리, 안전불감증이 합쳐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당시 삼풍백화점은 대들보가 따로 없이 기둥만으로 지붕판을 받치는 ‘무량판 공법’으로 지었다. 설계를 불법으로 바꾸면서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의 굵기까지 줄였다. 에스컬레이터 주변 기둥은 기존에 비해 굵기를 25%나 줄였다. 또 애초에 4층으로 허가 난 건물에 별도의 보강공사 없이 3500t의 시멘트를 쏟아부어 5층으로 증축했다. 이런 불법 증축은 관할 공무원들이 눈감아 줬고 결국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졌다. 삼풍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후진국형 인재는 반복되고 있다. 화성 씨랜드 참사(1999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2003년)에 이어 지난해 세월호 참사까지 대형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 규모가 크고 작다는 차이만 있을 뿐 삼풍 참사가 일어난 원인과 놀랍게 닮아 있다. 삼풍 참사는 사고 당일 백화점 경영진이 기둥 균열과 누수 등 붕괴의 조짐을 감지했지만 돈에 눈이 어두워 백화점 영업을 중지하고 고객들을 대피시키는 대신 보안을 유지하고 정상영업을 하는 쪽을 택했다. 정작 경영진은 붕괴가 시작되자마자 제일 먼저 건물에서 도망쳤다. 배가 전복되자 “가만 있으라”는 방송을 틀어 놓고는 승객을 버리고 도망간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의 파렴치한 행동과 어쩌면 그리 똑같은가. 과거의 비극에서 조금도 교훈을 얻지 못한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매번 새로운 대책을 발표해 왔지만 그때뿐이다. 나아진 게 없다.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막지도 못하고 막상 사고가 일어난 뒤에는 허둥지둥대다가 피해 규모만 키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를 새로 만들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사고는 아니지만 한 달여를 끌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역시 정부가 초기에 오판을 하고 이후에도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화를 키운 전형적인 인재다. 이젠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삼풍 사고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인사]

    ■기획재정부 ◇부이사관 승진△국무조정실 녹색성장지원단 파견 김형수 ■인사혁신처 ◇국장급 승진△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 이인호 ■에너지관리공단 ◇실장△수요관리정책 고재영△에너지진단 차재호△신재생에너지육성 하경용 ■한국지역난방공사 △비서실장 성기준◇처장△기획 이경실△경영관리 박은숙△정보보안 노형두△플랜트안전 탁현수◇지사장△서울남부 박래용△양산 임종원△화성서부 김진홍△광교 이창준△파주 강창구△청주 서태원△화성동부 양광식△광주전남 박완호◇사업소장△김해 조형제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중근 강진구 안호기△편집국 사회에디터 이기수△스포츠경향 기획에디터 오광수△산업부 선임기자 류형열△전략기획실장 양권모△경영지원국장 조인철△윤전국장 서정진△독자서비스국장 이익승△출판국장 최병준△문화사업국장 김준△출판국 주간경향 편집장 조찬제 ■뉴스1 △사회부장(부국장) 김철훈△전국취재본부장 정재용△전국취재본부 부장 서봉대 ■브레이크뉴스 △LA특파원 지익주△특집기획팀장 최혜정△문화부 객원기자 강순예 ■동국제강 ◇이사 승진△후판관리담당 권종진△후판영업담당 이대식△칼라영업담당 이현식◇보직변경 <상무>△후판사업본부장(당진공장장 겸임) 제국환△형강사업본부장(포항제강소장 겸임) 이태신△냉연사업본부장(부산공장장 겸임) 임동규△봉강사업본부장(인천제강소장 겸임) 김연극△재무담당 이성호△봉강영업담당 최원찬<이사>△봉강생산담당 곽철△형강생산담당 도경록△형강관리담당 주철오△브라질제철기획팀장 정상호△냉연관리담당 김광석△기술담당 임병문△봉강관리담당 박치안△후판생산담당 최삼영△형강영업담당 김선회
  • 청약 폭주에 국민銀 전산망 한때 마비

    아파트 청약 열풍으로 KB국민은행 전체 전산망이 2시간가량 마비됐다. 청약 신청으로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한 건 금융권에서 드문 일이다. 이로 인해 은행 고객뿐 아니라 아파트 청약자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 오전 10시 무렵부터 정오까지 약 2시간 가까이 전자금융거래와 창구 업무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영업점 창구 업무와 인터넷뱅킹·스마트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 이용에 차질을 빚어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국민은행은 사고가 나자 긴급 조치를 통해 정오 무렵부터 시스템을 정상 가동했다. 국민은행은 “아파트 청약계좌 신청이 폭주하면서 전산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의 아파트는 KTX 신평택역(가칭)이 들어설 경기 평택 지제역 인근 아파트다. 5000가구 규모로 이날 조합원을 상대로 1차 청약 신청을 받았다. 입금 선착순으로 동과 호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접속하면서 전산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반면 이날 청약금 접수를 위한 국민은행 계좌는 6개에 불과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국가별 각양각색 라마단맞이

    라마단 기간 무슬림들은 낮에 단식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지만 지역과 상황에 따라 라마단 생활은 다르다. 저마다 처한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이 다른 탓이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인 22일이 올해 라마단 기간에 포함되면서 무슬림들에게 한층 더 혹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무슬림이 사용하는 음력 체계의 이슬람력에서 아홉째 달을 라마단으로 정했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양력 기준으로 라마단은 매년 11일씩 빨라진다. 여름엔 겨울보다 낮이 길기 때문에 여름에 라마단을 맞이하면 겨울 라마단에 비해 금식 시간이 길어진다. 특히 하지 즈음에 백야 현상이 생기는 북유럽에서는 하루 동안 해가 지는 시간이 2~4시간에 불과하다. 하지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낮은 22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낮은 20시간씩 이어진다.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서 중동의 낮 시간에 맞춰 단식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코란 규율대로 자연적인 낮의 길이에 맞춰 단식을 감행하기도 한다. 자연이 아닌 인간이 벌인 일 때문에 ‘고통의 라마단’을 보내는 곳도 있다. 이슬람국가(IS)는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17일 예멘의 수도 사나의 관료 자택과 모스크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50여명에게 사상 피해를 입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라마단 기간 동안 예멘 정부군과 반군 간 휴전을 제안했지만 라마단이 시작된 이후인 20일 예멘에서는 차량 폭탄 테러가 재현됐다. 이슬람교의 대표 행사라는 이유로 라마단이 종교 갈등의 표적이 되는 일도 많다. 중국은 올해에도 신장 지역 무슬림의 단식과 종교의식 이행을 금지시키고 이슬람 식당들에 정상 영업을 종용했다. 중국 당국은 중국 내 이슬람 신자가 2000만명이고 이 가운데 1340만여명이 신장자치구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매년 라마단 기간 중국이 단속에 나서자 지난 19일 아랍 국가인 이집트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집트의 이슬람 최고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는 성명에서 “중국 당국이 신장 지역 무슬림의 단식과 종교의식 이행을 막는 것을 비판한다”면서 “종교의 권리와 개인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내 모든 형태의 탄압을 거부해야 하고, 국제사회와 인권단체가 중국의 행위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슬람 국가에서도 국가별, 도시별로 라마단 풍경이 다양해졌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떠나는 성지순례자들에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지만 성지순례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터키의 시리아·이라크 난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로힝야족 난민들도 라마단 단식을 엄수했다. 그러나 두바이와 같은 관광 도시에서는 낮에도 쇼핑몰이 영업을 계속했다. 두바이 쇼핑센터와 입점한 음식점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전 9~10시쯤 문을 열며 관광객의 편의를 봐줬다. 대신 쇼핑센터들은 폐점 시간을 새벽 2~3시로 늦춰 라마단 단식을 끝낸 무슬림들을 맞이했다. 중동 지역 경제지는 호화로운 텐트를 갖추고 가족들의 만찬을 제공하는 호텔의 라마단 상품을 소개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산의 정기 듬뿍… 질주 본능을 깨우다

    [명인·명물을 찾아서] 산의 정기 듬뿍… 질주 본능을 깨우다

    첩첩 산골 강원 인제에 들어선 국내 첫 자동차 테마파크 인제스피디움이 새롭게 출발하면서 전국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인제스피디움은 설악을 지척에 둔 맑은 내린천과 광활한 자작나무숲을 끼고 만들어진 자연친화적인 산속 자동차 복합 문화공간이다. 21일 인제군에 따르면 인제스피디움은 154만 7000㎡의 넓은 면적에 자동차 경주주장과 모터스포츠 체험시설, 호텔, 콘도미니엄 등 숙박시설까지 갖춘 곳이다. 마음껏 자동차 스피드를 즐기고 고급 호텔에서 쉴 수 있는 국내 첫 원스톱 자동차 테마파크다. 더구나 주변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힐링 명소로까지 기대된다. 인제스피디움은 각종 모험레포츠의 메카를 꿈꾸는 인제군이 제안하며 시작됐다. 인제군과 태영건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 인제스피디움을 만들었다. 군은 기린면 일대 산속의 넓은 부지를 제공했고, 컨소시엄은 자본을 투자했다. 사업에는 민간 사업비에 국비와 지방비 등 250억원의 건설보조금이 더해져 모두 1977억원이 들었다. 진입로와 교량 등 주변 인프라 구축과 행정편의는 인제군이 맡았다. 물론 국비 지원 등을 이끌어 내는 데는 강원도의 역할이 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제스피디움은 2013년 5월 임시 개장한 뒤 올해 초까지 2년간 위탁운영업체에 맡겨 운영해 왔다. 임시 개장 동안 위탁운영업체와 운영권을 놓고 법적 분쟁까지 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달 시행사가 새로운 경영진을 꾸려 직접 운영에 나서며 정상화 길로 들어섰다. 인제스피디움은 국내 첫 자동차 레저문화공간으로 경주용 트랙은 세계자동차연맹(FIA)이 인증한 그레이드 2의 3.908㎞ 길이로 국제 규모다. 미국의 유명한 서킷 디자이너 앨런 윌슨이 디자인했다. 이곳 트랙은 국내 다른 서킷과 달리 주변 산악지형을 그대로 살린 급격한 높낮이와 좌우 휘어감기 등 19개의 다이나믹한 코스가 돋보인다. 특히 오르막과 내리막의 다양한 코너에 몸을 싣고 달리는 역동적인 주행은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체험한 세계 유명 드라이버들은 “높낮이가 심한 독특한 구조를 갖춘 스릴 넘치는 트랙”이라고 격찬했다. 또 주변의 산들이 서킷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초반 코스를 익히기 위해 천천히 서킷을 돌면서 주변 경치를 즐기는 것도 인제 스피디움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경기 도중 타이어를 교체하고 연료를 주입하며 수리 등을 담당하는 피트빌딩도 들어섰다. 어느 곳보다 넓은 공간으로 설계됐고 레이싱카가 출발하는 직선 구간과 나란히 세워졌다. 관중이 머무는 스탠드는 트랙의 출발점에 위치해 피트빌딩과 마주하고 있다. 스탠드는 3층 규모로 2만여명이 들어간다. 3층에는 중계방송실과 VIP실이 있다. 트랙 스타트 라인에 있는 컨트롤타워는 높은 곳에서 서킷 전체를 내려다보며 레이싱 전체를 관장할 수 있도록 했다. 컨트롤타워 안에는 실시간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해주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시설의 종합방제실을 갖춰 인제스피디움 전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인제스피디움은 올해를 ‘자동차 레저문화 메카로 발돋움하는 원년’으로 선포하고 서킷을 활용해 체험자가 전문 드라이버와 동승해 고속 주행을 체험해 보는 택시드라이빙과 짧은 직선구간을 속도 제한 없이 직접 운전해 보는 드래그 레이스, 경기장 주행에 앞서 각종 기술과 요령을 익힐 수 있는 드라이빙 스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여름부터 이들 프로그램 외에 남녀노소 누구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카트트랙도 운영, 피서객들을 끌어들일 작정이다. 특히 캠핑장과 바비큐 비어가든, 자동차 전시 및 체험공간 운영, 슈퍼카를 동승해 볼 수 있는 슈퍼카 페스티벌 데이 등 피서와 휴가철을 겨냥한 다양한 축제도 펼쳐진다. 정지현 홍보과장은 “각종 국내 대회와 자체 스포츠 페스티벌, 방송촬영 등으로 1년 내내 시설 운영이 계획돼 있다”면서 “올 한 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모터스포츠 인구를 늘리고 자동차 레저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랠리 붐 조성과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국내 첫 랠리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인 ‘더 랠리스트’도 진행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해 국내 최고 드라이버들을 뽑아 베스트 드라이버 1명에게는 독일 유학의 기회를 주고 2, 3 등은 인제스피디움 직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21일 마감됐으며 예비 랠리 드라이버 4300여명이 신청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신청자들은 오는 8월부터 9월까지 경쟁하며 최종 우승을 다투게 된다. 조한호 관리부장은 “평범한 회사원, 자영업자, 학생 등 각계각층과 다양한 연령대뿐 아니라 과거 폭주족과 스노보드 등 다른 스포츠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카이스트 박사, 음악가 등 특색 있는 경력의 지원자들도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최초의 랠리 드라이버 선발 오디션으로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되면서 벌써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인제스피디움은 경기 체험과 관람에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체험시설도 마련했다. 모험스포츠 체험관은 자동차 관련 전시물과 함께 주행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자동차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호텔과 콘도미니엄 등 고급 숙박시설도 갖춰 놨다. 그동안 펜션 등 개인이 운영하던 숙박시설 외에 이렇다 할 고급 숙박시설이 부족했던 인제군 내설악지역에 고급 호텔과 콘도미니엄이 들어서 휴양지의 면모를 새롭게 하고 있다. 더구나 인제스피디움 인근에는 래프팅 명소로 유명한 내린천이 있고 번지점프장과 산악자전거, 휴양림 산책 등 각종 레포츠까지 즐길 수 있어 시너지효과까지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악산까지 15분, 속초와 양양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인제스피디움 탁윤태 대표는 “서울에서 인제까지 1시간 40분 거리이고 조만간 동서고속도로까지 뚫리면 1시간 20분대로 단축되는 등 자동차 경기장 가운데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면서 “청정 자연 속에서 자동차 스피드를 즐기고 고급 숙소에 머물며 힐링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동부그룹] ‘승부사’ 김준기 회장의 뚝심 경영 46년… 위기 딛고 다시 선다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동부그룹] ‘승부사’ 김준기 회장의 뚝심 경영 46년… 위기 딛고 다시 선다

    동부그룹은 2015년 현재 국내 재계에서 창업주가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대기업이다. 1969년 건축업으로 시작했던 업종이 철강과 금융, 전자 등으로 꾸준히 확대된 배경에는 매번 중요한 순간마다 승부수를 던졌던 김준기 회장의 결단력과 뚝심이 자리잡고 있다. 김 회장이 만 24세였던 1969년 직원 2명과 함께 자본금 2500만원으로 시작한 미륭건설이 지금의 동부그룹의 모태가 됐다. 당시 이미 600여개 건설사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던 ‘레드오션’(치열한 경쟁시장)에서 김 회장은 틈새시장을 노렸다. 연세대 이공대 건물 등 민간 발주 공사와 영국대사관, 독일문화원, 용산미군기지 등 외국인 발주 공사를 집중 공략했다. 미륭건설은 신생사였기 때문에 도급순위가 낮아 정부 발주의 대형 공사는 발주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착실히 사업을 키워 나간 미륭건설이 지금의 동부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해군기지 공사 입찰이었다. 1974년 당시 국내 수주 사상 최대 규모였던 48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은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금과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미륭건설은 당시 이 공사에서만 1600만 달러의 이익을 남겼다. 주베일 해군기지 공사 이후 미륭건설은 2억~4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공사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1980년 중동에서 철수하기까지 5년 동안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후 중동에서 성공한 자금을 바탕으로 김 회장은 차근차근 사업의 영역을 확대했다. 직원 2명으로 시작했던 건설사가 그룹사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부’(東部)라는 이름은 1971년 동부고속이 설립되면서 처음 쓰였다. ‘도전과 개척’(東) ‘안정과 풍요로움’(部)을 상징하는 뜻의 ‘동부’는 계열사 사명으로 하나둘씩 쓰이기 시작하다 1989년 미륭건설을 동부건설로 개명하면서 그룹명으로 정해졌다. 김 회장은 1983년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해 금융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당시 총적자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자동차보험은 집중적인 노력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뤘다. 이어 정부가 30년 만에 금융시장을 개방하면서 동부그룹은 동부투자금융(현 동부증권)과 동부생명 등으로 금융업을 확대했다. 금융업은 현재 제조업과 함께 동부그룹의 양대 축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이어 1985년 ‘장영자·이철희 어음 사기 사건’과 함께 부도를 맞았던 일신제강을 인수하면서 제조 분야의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김 회장은 인수와 함께 그해에 사명도 동부제강(현 동부제철)으로 변경했다. 이어 합금철(동부메탈), 특수강(동부특수강) 등으로 철강 분야의 폭도 점차 키워 나갔다. 아울러 여객운송업을 주로 하던 동부고속 역시 물류와 하역, 창고 업종을 추가시켜 육상운송전문 종합운수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로 탈바꿈시켰다. 이와 함께 반도체 사업에도 손을 댔다. 1983년 미국 몬산토사와 국내 최초로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 제조회사인 실트론을 합작 설립하면서 전자 분야에 발을 들여 놓았다. 김 회장은 이후 1997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전자를 세운 뒤 현재의 동부하이텍으로 사명을 바꿨다. 당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선택한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비메모리 반도체를 선택한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영업이익 455억원)에 성공하며 사업의 본궤도에 올랐다. 김 회장이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뚝심 있게 사업을 지켜온 결과였다. 동부그룹은 그러나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위기와 철강 등 업황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2015년 현재 동부그룹의 중심 축은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사와 대우전자가 전신인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운영 중인 동부대우전자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계열사 두 축만 남았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여전히 동부그룹의 재기 가능성을 남겨 두고 있다. 매 순간 승부수를 던지고 그 결정을 성공으로 이끌어 왔던 김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5] 메르스 사태를 보는 또다른 시선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5] 메르스 사태를 보는 또다른 시선

      최근의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옛날에도 바이러스 질환이 있었을까’라는 황당한 의문을 가져봅니다. 이런 생각이 왜 황당하다고 여기느냐 하면, 바이러스라는 생명체는 지구와 생존의 역사를 같이 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옛날을 떠올리는 건 지금의 사태가 주는 많은 시사점과 교훈 때문입니다. 좀 나이가 드신 분들은 예전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웠던 ‘비루스(Virus)’를 생각하시기도 하겠지요. 바이러스의 독일어식 발음인 그 비루스가 바로 바이러스입니다.  바이러스는 괴물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지구 탄생의 순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왔을 것입니다. 물론, 사람이 오랜 세월을 거쳐 진화해 왔듯이 바이러스도 꾸준히 진화했지요. 진화라는 게 ‘환경에 적응하려는 변화’를 말하는데, 인간의 환경이 계속 바뀌었고, 거기에 우리가 적응해 지금의 문명을 이룩했듯이 바이러스의 세계에서도 지금을 황금기라고 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우선, 종류가 다양합니다. 숙주의 종류에 따라 식물 바이러스, 동물 바이러스, 세균 바이러스 등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생명체의 증식에 있어 결정적인 핵산의 종류에 따라 크게 DNA바이러스 계열과 RNA바이러스 계열로 나누고,여기에서 다시 유형별로 세분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바이러스는 증식에 필요한 효소를 못 가져 외부의 조력이 없으면 증식을 하지 못합니다.그래서 반드시 숙주 생물을 이용하는데,최근 국내에서 문제가 된 메르스 역시 사막지역의 낙타를 숙주로 한다고 알려져 있더군요.바로 이 놈이 RNA바이러스 계열의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거창한 이름이 사람들에게 더 큰 공포감을 주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이 명칭은 현미경으로 볼 때 모양이 태양의 겉면인 코로나와 비슷해서 붙여졌을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사람 등 포유류와 조류에서 코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문제가 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리가 사스(SARS)라고 불렀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입니다.    알고 보면 특성도 재밌습니다.이 놈들은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만 기생하고,증식도 잘 하는 생물적 특성을 가졌지만,이걸 생물이라고 딱 부러지게 단정하기에는 다른 특성도 있습니다.그런 탓에 20세기 초에 처음 발견됐을 때는 학자들 사이에서 “생명체다” “아니다”를 두고 열띤 논쟁도 있었습니다.     먼저,생물적 특성을 보면 숙주의 효소를 이용하지만 그래도 물질 대사를 한다는 점,증식·유전·적응 등 생명체의 특성을 보인다는 점,자기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흔히 말하는 바이러스의 변신 역시 자기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무생물적인 특성도 또렷합니다.먼저,세포의 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또 세포막 등 일반적인 세포의 구성 요건도 못 갖추고 있으며,효소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다는 점도 그렇습니다.다시 말해,숙주 세포 안에서는 확실한 생명체로 존재하지만,숙주를 벗어나서는 미세한 결정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무생물적인 특성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놀라운 환경 적응력  이처럼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죽도,밥도 아닌 바이러스이지만 의료 영역으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일단 바이러스가 만드는 질병이 간단치 않습니다.바이러스가 원인인 질병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독감과 감기일텐데,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고,감기는 리노 바이러스나 아데노 바이러스가 가장 흔한 유형이며,이번의 메르스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원인이고,소아마비와 마마라고 불렸던 천연두,아프리카를 공포에 빠뜨린 에볼라와 국내에서 숱하게 가축의 생명을 앗아간 구제역 등이 모두 바이러스 질환에 속합니다.    질병의 이름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하지만,더 두려운 것은 바이러스의 변신 능력입니다.요즘 세상에 단순한 세균 질환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쉬워 일단 원인균만 알아내면 치료나 예방이 어렵지 않지요.가장 대표적인 결핵의 경우 정상적인 치료 과정만 거치면 거의 대부분 완치에 이를 수 있듯이 말이지요.    그러나 바이러스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독감을 한번 볼까요.국내에서도 해마다 독감이 한,두 차례씩 유행하지만 아직도 맞춤형 백신은 만들지 못합니다.같은 독감이지만 바이러스가 자주 변신해 매년 유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만들어낸 백신이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형 백신’이지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B·C형 3종으로 구분하는데,이 중 주로 A형과 B형이 주로 유행을 일으킵니다.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해마다 거의 반복적으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서 이 A형과 B형의 항원성과 유사한 바이러스주를 사용해 백신을 만들지요.즉,이 유형의 바이러스가 올해도 독감을 유발할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미리 백신을 만들어 놨다가 접종하는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같은 독감이지만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신을 하기 때문에 특정 유형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백신을 만들기 어렵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한 예방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이지요.    메르스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가  앞에서도 말했지만,메르스에 대한 필자의 사견은 ‘그렇게 호들갑을 떨 병이 아니다’는 것입니다.물론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메르스 때문에 고통을 겪은 분들에게는 이렇게 얘기하는 게 좀 저어하지만,그렇다고 저의 생각을 바꾸고 싶지는 않습니다.    메르스에 대한 저의 사견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메르스는 생소한 병명에도 불구하고, 흔한 감기와 견줘 특별히 가공스러운 파괴력을 가진 질병은 아니다.단,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만성질환자나 노약자,임신부 등이 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다.’    물론 견해가 다른 사람도 있겠지만,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는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상당 부분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거나 잘못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 이렇게 판단한 첫째 이유입니다.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의 경우 대부분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의 기저질환자였으며,따라서 이들에 대한 보도는 ‘메르스에 의한 사망’이라기보다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사망했다’는 식으로 전하는 게 옳습니다. 사인이 메르스인지, 아니면 다른 기저질환인지 가려서 보도하는 것은 질병 보도의 기본입니다.메르스 감염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항상 사인이 ‘메르스’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감기의 사망률을 따지지 않습니다.그것은 감기가 사소해서가 아니라 감기라는 감염질환이 평균적인 수준에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런 감기지만 중증 폐렴 환자가 걸렸다면 얘기는 좀 달라집니다.마치 메르스가 그런 것처럼.    그런데도 메르스 감염이 국내에서 처음 문제가 됐을 때 치사율이 40%라는 엉뚱한 통계가 제시돼 사람들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습니다.만약 치사율 40%인 감염질환이 지금처럼 퍼지고 있다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전쟁에 준하는 상황이겠지요.학교는 물론 극장,시장,경기장은 모두 폐쇄되고,폭동과 약탈에 대비해 전국 곳곳에 군인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펴야 할지도 모릅니다.당연히 대중교통도 멈춰야 하고,동물원의 낙타는 살처분될 겁니다.그 와중에 또 누가 마음 편히 직장에 출근을 하며,또 누가 손님 맞아야 하는 영업을 하겠습니까.    상황이 이런 데도 치사율이 40%라는 이 희대의 ‘구라’에 대한 진위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습니다.그 바람에 사람들은 잔뜩 주눅이 들고, 급기야 국내 5대 종합병원 중 한 곳이 사실상 진료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습니다.    외국의 전문가들이 본 한국의 메르스 사태  그렇다면 시선을 좀 바꿔볼까요.지난 8일부터 6일간 서울 코엑스에서는 메르스 파동 속에서 세계과학기자대회가 열렸습니다.조직위원장을 맡은 필자로서는 걱정이 태산같았지요.‘이걸 계속 강행해야 할까’ ‘그럴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과연 예상처럼 국내외 과학기자들이 찾아올까’ 등등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대회는 저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40여개 국에서 450여명의 해외 과학기자와 과학자들이 서울을 찾았고,국내에서도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 아침부터 등록대에는 장사진을 이뤘습니다.더 놀라운 사실은 야마나까 신야 박사와 팀 헌트경 등 2명의 노벨상 수상자,그리고 데보라 블럼 박사와 덴 페이긴 등 3명의 퓰리처상 수상자 등을 포함해 당초 방한을 약속한 인사들이 예외없이 서울을 찾았다는 점입니다. 메르스 때문에 계획을 바꿔 방한을 취소한 외국인은 5명에 그쳤습니다.내국인은 100명이 넘게 취소했는데도 말이지요.취소자는 모두 중국 쪽 인사들이었는데,이 중 홍콩대 의대 교수는 “메르스가 두려운 게 아니라 병원쪽에서 한국 방문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이 지침을 어기고 서울에 갈 경우 돌아와 다시 2주간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곁들이기도 하더군요.    메르스 사태를 보는 이들의 시각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일부를 소개할까 합니다.저명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의 국제뉴스 편집장인 리처드 스톤은 “메르스를 이겨내려는 한국 측 노력은 이해하지만,통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행사를 미루거나 학생들에게 휴교조치를 내린 것은 난센스”라고 하더군요.그는 “일반적으로 메르스는 두려움을 느껴야 할 질병이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역시 사이언스지에서 활동하며,이번 대회에서 에볼라 세션을 주도한 마틴 엔서링크 기자는 서울에 오기를 망설였지 않느냐는 물음에 “만약 망설일 정도로 걱정했다면 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겠느냐”면서 “나는 에볼라가 창궐할 때 아프리카 취재 현장에 있었던만큼 이런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 지를 충분히 알고 있고,그래서 이번 서울방문을 두고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영국 BBC에서 활동하는 런던 시티대 코니 세인트루이스 교수도 “오기 전에 한국의 상황을 알았지만,그것이 나의 방한을 포기할 이유가 될 수 없었다”면서 “WHO에서도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잘 통제되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묻더군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의학 담당 부국장인 론 윈슬로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만 합니다.그는 “한국 보건당국이 메르스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고 시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면서 “보건 당국은 병원내 상황이라고 발표하면서 학교 휴교나,단체 행사를 미루도록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꼬집더군요.“메르스가 그렇게 두렵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감염질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요.    이들 말마따나 일주일간 이어진 행사 기간 중에 기침이나 발열 등 유사 증세로 현장 응급의료단을 찾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이런 메르스 탓에 시민활동이 극도로 위축돼 급기야 내수경기마저 바닥을 치고 있다니,초장에 너무 호들갑을 떨다가 수습도 못하는 상황에 이른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물론 적극적,선제적으로 감염 차단에 나선 것까지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말이지요.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심정으로  일부에서는 메르스 공포의 상당 부분이 언론 탓이라고도 말합니다.첫 발병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보도 패턴이 마치 봇물 쏟아지듯 해 시민들의 두려움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부분적으로는 그런 측면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더러는 사안에 말초적으로 접근해 본질을 밀쳐두고 지엽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하거나,근거없는 보도로 공포감을 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는 단순한 양이 아니라 질과 영향력으로 평가하는 게 옳습니다.그런 점에서 언론보도가 있어 대규모 감염질환의 감시체계 부실이나,환자 및 병·의원 허술한 관리시스템과 보건행정의 대책없는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보는 게 옳겠지요.물론 언론의 지대한 관심이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속성이 이번에도 반복되겠지만,그렇더라도 언론의 역할은 이번에도 중요했습니다.그런 신문이나 방송이 없다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요.바로 그 느낌이 언론의 존재 이유일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행정은 한 마디로 ‘이게 국민 보건을 책임진 정부 부처가 맞나’ 싶은 수준입니다.‘저 사람들은 국록을 먹으면서, 저 자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했나’하는 게 메르스 사태를 보는 시민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무슨 일만 터지면 우왕좌왕,갈팡질팡 정신을 못 차려 심지어는 지방자치단체의 힐난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 말입니다.보건 행정을 실질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그 사람들 행태를 보면,병·의원과 의료인들 윽박지르는 수준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그러니 시민들 사이에서 “브리핑 말고는 잘 하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기관”이 되고 만 것이지요.이 사태를 겪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어떻게 혁신의 방향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시민들의 행태도 변해야 합니다.‘이 나라에 국민은 있어도 시민은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인터넷에서 떠도는 한 지식인의 한탄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도처에 국민정신은 끓어 넘치는데,시민정신은 바닥 수준이라는 뜻이지요.여기에서 국민이니,시민이니를 두고 논쟁할 생각은 없습니다.그러나,감염 의심자가 통제에 반발해 난동을 부리는 무책임하고,이기적인 사회, 대책없이 격리하면서 그 사람의 생계에는 관심조차 없는 사회라면 누가 시민 자격을 말하며,또 누가 정책에 순응하겠느냐는 말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외국의 사례를 들먹일 것도 없는 일인데,우리나라의 병원에는 무슨 문병객이 그렇게나 많은지 한숨이 나옵니다.‘환자가 하나면 문병객은 열’이라는 병원 관계자들의 말은 애당초 방향을 잘못 잡은 우리나라 문병문화의 한 단면입니다.병원은 환자가 병을 치료하는 곳인데, 환자가 병상에 누워 문병객들을 세고, 어떻게든 환자의 눈도장이라도 찍으려는 듯 전국에서 몰려와 장사진을 치고 병실의 문을 여는 문화는 반드시 고쳐야 할 병폐이지요.이럴 바에야 차라리 우체국에 값 싼 ‘문병 엽서’ 같은 것 비치해 거기에다 마음을 담아 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병원발 감염이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게 분명합니다.병원의 선물가게가 호황을 누리는 우리의 문병의식에 대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병원과 의료인들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외형에만 집착해 멀쩡한 건물부터 짓고, 곳곳에 광고 도배를 하면서 정작 안을 들여다 보면 감염 관리는 가관입니다.적어도 감염 대책에 관해서라면,어디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왜냐 하면,처음 등록 때부터 병실,수술방,회복실까지 모두가 엉성하고,허술하기 때문입니다.이번 메르스 감염사태가 ‘병원 내 상황’이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병원이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팩트인데,상황이 이렇다면 병원 폐쇄 등의 조치와는 다른 축에서 정부 차원의 감염관리 대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이런 일에는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합니다.이제는 ‘병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서’ 등등의 기만적인 언사를 제발 거둬들이기 바랍니다.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jeshim@seoul.co.kr
  • [사설] 공공기관 개혁 아직 갈 길 멀다

    정부가 어제 2014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방만 경영에 대한 질타를 받아온 공공기관들이 자산매각, 사업계획 조정, 경영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부채를 목표인 510조원보다 13조원 초과해 감축하고 과도한 복리후생도 정비해 실질적인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S등급은 없었지만 A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이 15곳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등급이 올라갔다. 반면에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세 곳은 낙제점을 받아 기관장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대로 공공기관 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통계상으로 부채 감축 목표를 달성했고 민간기업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복지 혜택도 정리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 정상화 1단계이긴 하지만 정부의 발표가 미덥지 않다. 우선 가장 중요한 공기업의 부채는 도리어 증가했다는 다른 통계가 나온 적이 있다. 최근 기업 경영성과 평가업체인 CEO스코어는 30대 공기업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94.3%로 2012년보다 5% 포인트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또한 엊그제에는 한국도로공사가 도공 퇴직자와 2000억원대의 불법 수의계약을 맺어 혈세를 낭비했다고 야당이 폭로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도 이 계약의 불법성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 계약으로 톨게이트 수납원 600여명이 해고당했고 영업소 운영자들이 공통경비, 복리후생비 등을 허위영수증으로 가로채는 등 연간 1000억원대의 부당수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관피아’의 폐단이 공기업에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그런데도 도공은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고 하니 제대로 평가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하나의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없는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가 줄기는 했지만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을 뜻하는 ‘정피아’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문제인 이유는 그들이 개혁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임기만 채우면 될 사람들이니 굳이 개혁에 자리를 걸고 소매를 걷어붙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올 하반기에 임기가 만료되어 교체되는 공공기관장은 한국전력 사장 등 모두 7명에 이른다.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현재 공석이다. 지금부터라도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고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으로 삼아야만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연금개혁과 더불어 공공기관 개혁은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이번 정부에서 밀어붙이다 흐지부지되는 일이 결코 있어선 안 된다. 공공기관 개혁은 이제 시작이며 갈 길이 멀다. 2단계 정상화 과정에서도 민간기업 평균보다 높은 과도한 임금구조를 개편하고 부채도 계속해서 줄여나가야 한다. 공공기관에도 경쟁의 원리가 철저히 적용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잘한 결정이다. 공공기관의 부실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공공요금을 올려서 부채를 줄이려 하지 말고 뼈를 깎는 자구책을 중단 없이 추진하기 바란다.
  •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지난 9일 옆 동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2명 발생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병한 날부터 줄곧 이기적인 마음을 가졌다. “설마 우리 동네까지는 오지 않겠지” 그런데 바로 코 앞까지 번졌다. 그래도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만은 제발 휴원하지 말아달라고 기도를 했다. 확진 환자가 발생했으니 결국 이 지역 어린이집들도 대부분 휴원을 결정했다. 그나마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맞벌이 부모를 위해 당직 교사가 보육을 한다고 했다. 17개월 아기에게 마스크를 쥐어준 채 어린이집에 떠밀고 출근을 했다. 혹시나 혼자만 가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같은 반 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휴원 첫 날이라 눈치가 보여 아이 등하원을 해주시는 이모님께 일찍 하원시켜달라고 부탁했다.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휴가를 쓸 수도 있지만 도무지 기한이 없는 이 상황에 발을 들이밀 용기가 부족했다. 일단 최대한 버텨보려고, 눈치 없는 엄마를 자처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부딪히기 싫은 상황들이 바로 아이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는 것이다. 기침을 하고 콧물을 줄줄 흘리거나 온 몸에 벌겋게 두드러기가 올라와도 엄마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옷을 얇게 입혀서 감기에 걸렸나, 뭘 잘못 먹여서 알레르기가 생겼나. 다 내 탓 같다. 코가 막혀 숨을 쉴 때마다 그렁그렁 소리를 내는 것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 아파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더 괴롭다. 막상 병원에 가도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을 알 수 없을 때는 더 애가 탄다. ●메르스로 인한 공포…과연 유난스러운 걸까 ’치사율 40%’라고 알려진 새로운 병(현재 국내 치사율은 10% 수준)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 공포였다. 공포는 3차 감염 환자들과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극에 달했다. 11일 오전 기준 확진 환자는 122명. 잘 옮겨지지 않는 병이라더니 확진 환자는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록이다. 이 가운데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도 있고 10대 고등학생도 있다. 사망자는 총 10명이 됐다. 불안감을 갖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도대체 이렇게 되기까지 뭘 했던 건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정부의 발표내용은 ‘3차 감염은 없다, 지역사회 내 전파가능성은 없다, 병원내 감염 환자가 감소세다’는 등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병원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반면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무척 기민하게 움직였다. 육아 카페 등을 통해 엄마들의 여론을 계속 접했던 터라 우리 동네 어린이집들이 휴원한 것이 오히려 오래 버텼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달 이미 2주 가까이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상당수다. 6월부터 시작되는 문화센터 여름학기 수업은 줄줄이 취소했다. 학교가 휴업하면서 학원은 물론이고 방문 학습지 수업도 중단했다. 생후 1년 미만 아기들의 필수 예방접종 일정까지 미뤘다. 그 뿐인가. 일부 엄마들은 아기의 일생에 딱 한 번 뿐인, 첫 생일을 축하하는 돌잔치도 취소했다. 모든 게 이미 지난주에 벌어졌던 일이다. 이들이 유난스러워서, 호들갑을 떠느라 그런 걸까. ●지역은 이미 마비 상태… ‘자체 격리’는 통계보다 많아 엄마들 뿐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무너졌다. 메르스 자가 격리자가 벌써 3800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는 메르스 의심 환자 또는 환자와의 접촉자들에 한한 통계일 뿐이다. 숫자에 포함되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격리’ 중이다. 아이들이 유치원·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지역 일대는 마비가 됐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됐다. 1~2주일치 장을 미리 봐놓고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은 피난 생활을 하고있다. 지인들은 인터넷이나 소셜커머스 등을 이용해 생필품을 구입한다는데 주문이 밀려 배달이 늦단다. 당장 급한 것을 사러 시장에 나가는 것도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 돼버렸다. 아이가 아파도 정작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임신부들은 다니던 병원이 폐쇄되면서 출산을 앞두고 급히 산부인과를 옮겨야 할 판이다. 자영업자들도 손님이 뚝 끊겨 울상이다. 이럴 때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경기가 나빠졌다는 등의 천박한 경제논리가 반드시 등장하지만 이런 일을 자초한 것이 누구인지 반대로 되묻고 싶다.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도 나가지 못하니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그나마 지난주까지는 집 앞 놀이터에 아이들 소리가 들렸는데 동네에 확진 환자가 나오고 나서부턴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발길이 그쳤다. 몇 날 며칠 집에서만 아이와 부딪히다 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맞벌이 엄마에게는 아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는 것조차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평소에도 미안한 마음 가득인데 죄책감을 더 얹었다. 다른 아이들은 전염병을 피해 엄마와 함께 집에 있는데, 우리 아이만 기관에 보내야 하는 심정, 이기적이고 무정한 엄마가 된 마음은 너무 무겁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자녀가 있고 그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을 텐데, 내 아이를 위해 선생님들을 출근하게 만들었으니 눈치도 없는, 짐짝 같은 엄마일 수도 있다. 여기저기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남겨놓고 나왔다. 연차 하루 이틀 못 써서 아이의 등을 떠민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아하니 정말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서다. 두려움과 불편함이 이토록 커진 것은 처음부터 정보가 완전히 막혔기 때문이다. 초반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만 제 때 공개를 했더라면 이렇게 다들 집에 숨어 지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정부는 지난 5일에서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했고(이미 찌라시를 통해 다 알던 내용) 이틀 뒤에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환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환자가 그 병원 응급실에 머문 건 지난달 27일 일이다. 그것만 미리 추적하고 대응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까 뒤늦은 상상만 해본다. 엄마들 사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특정 지역과 병원이 명시된 찌라시가 SNS를 통해 전달된 것은 지난달 28일이었다. 우리 지역 확진 환자도 병원 응급실에서 감염이 됐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와 함께 머물렀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이 메르스에 걸렸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감기 증상이 심하다 여겨 동네 병원을 다녔다. 차도가 없자 3~4곳의 병원을 더 옮겨다녔다. 한참 뒤 대학병원에 가서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가 다닌 병원은 모두 이 동네 아이들이 감기 걸렸을 때 자주 다니던 곳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가 있는 병원도 잠정 폐쇄됐다. 접촉한 사람만 200여명이 넘는다는데 동네 병원을 오가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스쳤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동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메르스 공포’는 어느 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엄마들이 이렇게 불안에 떨고 있는 게 아니다. ●나와 아이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 절망 이 느낌,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 가졌던 것과 너무 비슷하다. 또 한번 절망을 느꼈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말이다. 교과서 대로라면 재난 수준의 일이 터졌을 때 우리가 의지하고 정보를 얻을 곳은 정부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다. 어떤 정보나 해결책도 속시원히 전달하지 못했다. 엄마들이 왜 병원명이 담긴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그리고 그걸 왜 사실로 믿었을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설사 사실이 아닐지라도 함께 조심하자는 취지였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내 아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다. 일부 유언비어가 포함돼 있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내용이 보건당국 발표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불신의 대상이 됐다. 부디 이런 사고를 겪었을 때, 국민들에게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의 자녀에게 생길 일이라고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내 아이,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고만 생각해도 지금 같은 대응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내 아이가 병에 걸려 불안정한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도저히 외칠 수 없을 것이다. 가족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감히 누구에게 극성을 부리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가장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이 어긋날 때마다 여기서 자라날 아이에게까지 미안해지는 게 엄마들의 심정이다. 당장 진정될 기미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 폭풍이 제발 비껴가기를, 너무 오래 가지 않기를 또 다시 이기적인 마음을 새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지난 9일 옆 동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병한 날부터 줄곧 이기적인 마음을 가졌다. “설마 우리 동네까지는 오지 않겠지” 그런데 바로 코 앞까지 번졌다. 그래도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만은 제발 휴원하지 말아달라고 기도를 했다. 확진 환자가 발생했으니 결국 이 지역 어린이집들도 대부분 휴원을 결정했다. 그나마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맞벌이 부모를 위해 당직 교사가 보육을 한다고 했다. 17개월 아기에게 마스크를 쥐어준 채 어린이집에 떠밀고 출근을 했다. 혹시나 혼자만 가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같은 반 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휴원 첫 날이라 눈치가 보여 아이 등하원을 해주시는 이모님께 일찍 하원시켜달라고 부탁했다.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휴가를 쓸 수도 있지만 도무지 기한이 없는 이 상황에 발을 들이밀 용기가 부족했다. 일단 최대한 버텨보려고, 눈치 없는 엄마를 자처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부딪히기 싫은 상황들이 바로 아이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는 것이다. 기침을 하고 콧물을 줄줄 흘리거나 온 몸에 벌겋게 두드러기가 올라와도 엄마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옷을 얇게 입혀서 감기에 걸렸나, 뭘 잘못 먹여서 알레르기가 생겼나. 다 내 탓 같다. 코가 막혀 숨을 쉴 때마다 그렁그렁 소리를 내는 것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 아파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더 괴롭다. 막상 병원에 가도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을 알 수 없을 때는 더 애가 탄다. ●메르스로 인한 공포…과연 유난스러운 걸까 ’치사율 40%’라고 알려진 새로운 병(현재 국내 치사율은 10% 수준)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 공포였다. 공포는 3차 감염 환자들과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극에 달했다. 11일 오전 기준 확진 환자는 122명. 잘 옮겨지지 않는 병이라더니 확진 환자는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록이다. 이 가운데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도 있고 10대 고등학생도 있다. 사망자는 총 10명이 됐다. 불안감을 갖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도대체 이렇게 되기까지 뭘 했던 건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정부의 발표내용은 ‘3차 감염은 없다, 지역사회 내 전파가능성은 없다, 병원내 감염 환자가 감소세다’는 등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병원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반면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무척 기민하게 움직였다. 육아 카페 등을 통해 엄마들의 여론을 계속 접했던 터라 우리 동네 어린이집들이 휴원한 것이 오히려 오래 버텼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달 이미 2주 가까이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상당수다. 6월부터 시작되는 문화센터 여름학기 수업은 줄줄이 취소했다. 학교가 휴업하면서 학원은 물론이고 방문 학습지 수업도 중단했다. 생후 1년 미만 아기들의 필수 예방접종 일정까지 미뤘다. 그 뿐인가. 일부 엄마들은 아기의 일생에 딱 한 번 뿐인, 첫 생일을 축하하는 돌잔치도 취소했다. 모든 게 이미 지난주에 벌어졌던 일이다. 이들이 유난스러워서, 호들갑을 떠느라 그런 걸까. ●지역은 이미 마비 상태… ‘자체 격리’는 통계보다 많아 엄마들 뿐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무너졌다. 메르스 자가 격리자가 벌써 3800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는 메르스 의심 환자 또는 환자와의 접촉자들에 한한 통계일 뿐이다. 숫자에 포함되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격리’ 중이다. 아이들이 유치원·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지역 일대는 마비가 됐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됐다. 1~2주일치 장을 미리 봐놓고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은 피난 생활을 하고있다. 지인들은 인터넷이나 소셜커머스 등을 이용해 생필품을 구입한다는데 주문이 밀려 배달이 늦단다. 당장 급한 것을 사러 시장에 나가는 것도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 돼버렸다. 아이가 아파도 정작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임신부들은 다니던 병원이 폐쇄되면서 출산을 앞두고 급히 산부인과를 옮겨야 할 판이다. 자영업자들도 손님이 뚝 끊겨 울상이다. 이럴 때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경기가 나빠졌다는 등의 천박한 경제논리가 반드시 등장하지만 이런 일을 자초한 것이 누구인지 반대로 되묻고 싶다.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도 나가지 못하니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그나마 지난주까지는 집 앞 놀이터에 아이들 소리가 들렸는데 동네에 확진 환자가 나오고 나서부턴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발길이 그쳤다. 몇 날 며칠 집에서만 아이와 부딪히다 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맞벌이 엄마에게는 아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는 것조차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평소에도 미안한 마음 가득인데 죄책감을 더 얹었다. 다른 아이들은 전염병을 피해 엄마와 함께 집에 있는데, 우리 아이만 기관에 보내야 하는 심정, 이기적이고 무정한 엄마가 된 마음은 너무 무겁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자녀가 있고 그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을 텐데, 내 아이를 위해 선생님들을 출근하게 만들었으니 눈치도 없는, 짐짝 같은 엄마일 수도 있다. 여기저기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남겨놓고 나왔다. 연차 하루 이틀 못 써서 아이의 등을 떠민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아하니 정말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서다. 두려움과 불편함이 이토록 커진 것은 처음부터 정보가 완전히 막혔기 때문이다. 초반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만 제 때 공개를 했더라면 이렇게 다들 집에 숨어 지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정부는 지난 5일에서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했고(이미 찌라시를 통해 다 알던 내용) 이틀 뒤에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환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환자가 그 병원 응급실에 머문 건 지난달 27일 일이다. 그것만 미리 추적하고 대응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까 뒤늦은 상상만 해본다. 엄마들 사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특정 지역과 병원이 명시된 찌라시가 SNS를 통해 전달된 것은 지난달 28일이었다. 우리 지역 확진 환자도 병원 응급실에서 감염이 됐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와 함께 머물렀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이 메르스에 걸렸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감기 증상이 심하다 여겨 동네 병원을 다녔다. 차도가 없자 3~4곳의 병원을 더 옮겨다녔다. 한참 뒤 대학병원에 가서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가 다닌 병원은 모두 이 동네 아이들이 감기 걸렸을 때 자주 다니던 곳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가 있는 병원도 잠정 폐쇄됐다. 접촉한 사람만 200여명이 넘는다는데 동네 병원을 오가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스쳤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동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메르스 공포’는 어느 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엄마들이 이렇게 불안에 떨고 있는 게 아니다. ●나와 아이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 절망 이 느낌,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 가졌던 것과 너무 비슷하다. 또 한번 절망을 느꼈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말이다. 교과서 대로라면 재난 수준의 일이 터졌을 때 우리가 의지하고 정보를 얻을 곳은 정부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다. 어떤 정보나 해결책도 속시원히 전달하지 못했다. 엄마들이 왜 병원명이 담긴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그리고 그걸 왜 사실로 믿었을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설사 사실이 아닐지라도 함께 조심하자는 취지였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내 아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다. 일부 유언비어가 포함돼 있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내용이 보건당국 발표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불신의 대상이 됐다. 부디 이런 사고를 겪었을 때, 국민들에게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의 자녀에게 생길 일이라고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내 아이,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고만 생각해도 지금 같은 대응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내 아이가 병에 걸려 불안정한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도저히 외칠 수 없을 것이다. 가족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감히 누구에게 극성을 부리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가장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이 어긋날 때마다 여기서 자라날 아이에게까지 미안해지는 게 엄마들의 심정이다. 당장 진정될 기미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 폭풍이 제발 비껴가기를, 너무 오래 가지 않기를 또 다시 이기적인 마음을 새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 [열린세상] 중국·러시아 농업투자기금 설치를 보며/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러시아 농업투자기금 설치를 보며/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는 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정상 대부분은 행사에 초대받고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불참했다. 그래서 세계 언론은 겉으로 성대해 보인 이 행사를 반쪽 잔치라고 평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크게 띄우며 나머지 반쪽을 메우려는 듯했다. 글로벌 전략에서 서방 견제라는 공통 이해관계를 가진 두 지도자는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관계임을 연출했다. 기념식 전날 크렘린 정상회담에서는 통 큰 주고받기를 했다. 중국은 고속도로 건설자금 차관 제공, 러시아는 대규모 가스 공급 등 총 32건의 주고받기 계약에 두 정상은 서명했다. 그런데 정상회담 직전에 이루어져 크게 드러나지 않은 두 나라의 농업협력 하나가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의 모스크바 도착 직전 중국은 특수 목적 기금 하나를 러시아에 선물했다. 중국 헤이룽장성(省) 정부,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 러시아·중국투자기금(RCIF) 3자는 농업 부문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20억 달러 규모의 농업투자기금을 만든 것이다. RDIF는 러시아 국부펀드이고 RCIF는 2012년 RDIF와 중국투자공사가 합작해 만든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기금이다. 이번에 새로 설치한 기금재원 대부분은 중국이 제공하며, 기금의 주목적 사업은 러시아 극동 지역 농업개발로 알려졌다. 극동 지역에서 중국 헤이룽장성과 러시아 아무르주는 국경을 접하는데 두 나라의 대표적 농업지대다. 이 지역에서 농업 개발과 함께 농업자유무역지대 설치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따라서 수출입 물류 기반 구축과 통관절차 개선은 당연한 부속 사업이다. 기금 설치가 마치 중국의 선심 쓰기처럼 보이지만 곡물 수요 증가에 대비한 해외 식량공급 기반 확보라는 중국의 해외 농업 진출 전략이다. 아울러 중국의 이번 기금 설치와 지난해 대규모 국제 곡물 기업 인수를 연결해 생각해 보면 러시아 내의 곡물확보 종합 체제 구축으로 보인다. 중국 국영 농식품 기업 중량그룹은 지난해에 러시아 곡창지대에 이미 확고한 영업 기반을 거느린 두 개의 거대 국제 곡물기업 니데라와 노블을 인수했다. 곡물기업 인수와 투자기금 설치라는 두 해에 걸친 연이은 조치는 해외 농업 개발의 교과서적 접근인 유통형과 농장형 기반의 동반 구축이다. 게다가 아무르주·헤이룽장성 농업자유무역지대 검토는 더욱 주목을 끈다. 해외 농업 개발 진출국에 필요 시 최종 생산물의 안전한 국내 반입 여건 확보는 중요하다. 그런데 유통형과 농장형 어느 것에나 최종 생산물의 진출국 국내 반입에 불확실성이 따른다. 투자 유치국의 예상치 못한 수출 장벽 도입이 대표적 불확실성이다. 물론 자유무역지대 설치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정도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는 극동 지역 농업기반 투자와 개발, 중국은 식량기지 확보라는 실리를 챙기게 됐는데, 모범적 상생 농업협력 모델로 보인다. 식량 취약국 한국도 2012년 해외 농업개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1년까지 국내 곡물 소비량의 35%를 해외 농업 개발로 확보한다고 했다. 정부는 융자와 정보 제공 사업으로 해외 농업 개발을 장려하며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기본법’과 ‘해외농업개발협력법’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사례 하나 만들지 못한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특히 러시아 극동 지역은 그동안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진출한 지역이다. 노력 끝에 몇몇 기업이 곡물 생산까지 했고 일부 곡물은 국내 반입도 됐다. 그러나 수익성과 불확실성 측면에서 겪는 어려움은 변함없다. 기업의 모험과 정부의 단순 장려가 결합해 외국에서 농장을 개발하고 생산만 하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고도의 경제·외교적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한 국가 전략 의존 사업임을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 주었다. 국가의 전략적 접근으로 단숨에 방향을 휘어잡는 중국을 한국 기업은 한숨 쉬며 볼 것 같다. 성공적 해외 농업 개발을 위해서는 구호만 요란할 것이 아니라 유망한 대상 국가 선정, 경제·외교적 협력관계 구축과 같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 거기에 기업의 모험이 따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되새겨야 할 것 같다.
  • [메르스 공포-병원 공개 이후] 입원환자 “병원 옮기고 싶어도 못 가” 격앙… 시민들 “국민 생명 우선… 늦었지만 잘한 일”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및 경유 병원 24곳의 실명을 공개한 7일 해당 병원 환자와 가족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1번째, 14번째, 60번째, 62번째 환자에게 노출돼 격리 조치된 의료진만 703명(전체 의료진의 18%)에 달해 병원 분위기가 극도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남편의 식도암 수술이 예정돼 있는 이모(53·여)씨는 “남편이 메르스 의심환자라서 관찰실로 보내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면서 “식도암을 신경 쓰고 치료하기도 벅찬데 메르스까지 걸리면 대체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남편이 격리돼 있는 곳은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주지 않아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전했다. 입원 중인 아들을 간호하고 있는 천모(60·여)씨는 “다른 병원으로 함부로 옮기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아들도 지난 5일부터 고열로 메르스 검사를 해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딴 병원으로 옮기지도 못해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삼성서울병원 본관 접수창구 10곳이 대부분 텅 비어 있는 가운데 업무를 보는 환자 가족은 단 1명뿐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내원객이 8500명가량인데 이달 1∼3일 통계를 내 보니 30%가 줄었다”며 “건강검진센터의 경우 검진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업무가 줄어 아예 직원 일부를 휴가 보냈다”고 말했다. 1주일째 삼성서울병원에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라는 김모(59)씨는 “정부 공식 발표로 앞으로는 외래환자들도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스의 진원지로 파악된 응급실은 정상 운영 중이었지만 출입구 두 곳은 폐쇄됐다.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응급환자가 메르스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 몰라 본관과 통하는 쪽문만 개방했다. 처음 내원하는 환자나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온 환자는 받지 않았다. 메르스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탓이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해 간 병원들도 사람들이 꺼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과 지난달 26일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다녀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도 내원객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정부가 병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손모(46)씨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어디인지 알고 그 병원을 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했어야 했다”면서 “민간병원의 피해를 우려할 게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우선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김모(31)씨는 “애초부터 국공립 병원과 같이 국가에서 통제할 수 있는 병원들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영업이익에 영향받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많았으면 공개를 두고 논란이 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新국토기행] 인천시

    [新국토기행] 인천시

    인천시는 지난달 송도국제도시에서 교육 분야 세계 최대 회의인 ‘세계교육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도시브랜드 가치를 확실히 높였다. 이 포럼에는 각국 정상급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대거 참석해 국제도시로서의 인천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국제사회가 실행해야 할 교육방향을 담은 선언문에 ‘인천’이란 도시 이름이 명기됨으로써 인천을 홍보하는 효과도 얻었다. 환송 만찬에서는 호박고구마 등 인천 향토음식이 등장했고, 건배주로는 강화섬쌀로 빚은 전통술이 제공됐다. 수도권의 변방으로 취급됐던 인천이 ‘동북아 허브’, ‘대한민국의 미래’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말이 과장된 수사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인천은 도시와 농어촌 기능이 복합됐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레저 요소를 갖춘 신도시들이 들어서 도시 자체가 볼거리다. ■볼거리 ●비즈니스 관광 거점 송도국제도시 바다를 매립해 만든 간척지 특징상 모두 평지다. 블록 위주 개발로 골목길이 없으며 공원, 도로 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쾌적하고 넓게 조성돼 있다. 녹지율이 무려 40%에 달한다. 곳곳에 공원이 있어 ‘공원 천국’으로 불리지만 압권은 센트럴파크다. 이 공원은 국제업무단지와 주거단지 가운데 도시의 열섬현상을 막고 빗물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최신 공법으로 조성됐다. 국내 최초로 해수를 끌어와 만든 길이 1.8㎞, 최대 폭 110m에 이르는 인공수로에는 공원을 순환하는 수상택시가 운행된다. ‘산책공원’, ‘테라스정원’, ‘초지원’ 등 5개의 테마로 구성돼 회색빌딩이 밀집된 도시 분위기를 녹색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쇼핑·먹거리타운인 커넬워크는 이국적 분위기를 맛보려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아 평일에도 북적인다. 송도국제도시는 숙박이 문제로 대두됐으나 쉐라톤, 홀리데이인, 오크우드프리미어 등 6개의 호텔이 들어서면서 해결됐다. 송도는 마이스(MiCE)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s), 전시(Exhibition) 등 비즈니스관광을 통틀어 일컫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마이스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송도컨벤시아 2단계 확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까지 찾는 쉼터, 인천대공원 인천시에서 가장 큰 공원인 인천대공원(293만㎡)은 규모의 방대함과 입지 때문에 경기 부천, 시흥 주민들도 즐겨 찾는다. 관모산(162m) 자락에 걸쳐 있으며 주위가 개발제한구역이라 도심 속에서 농촌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92과 332종 6550포기의 식물을 보유한 식물원, 1만 300그루의 다양한 장미가 심어진 장미원, 58종 231마리가 있는 어린이동물원, 23만㎡의 수목원, 환경미래관, 궁도장, 조각원, 야외음악당, 산림욕장, 사계절썰매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군부대로 통하는 도로 건너편에 소래산이 있어 등산을 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적한 도로의 갓길은 조깅,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포장돼 있다. 인천대공원과 소래산 사이에는 농사체험장도 곳곳에 있어 일대는 종합 휴식공간이라 할 수 있다. ●때묻지 않은 섬마을 삼형제 신도·시도·모도 섬이 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도·시도·모도는 이런 인식을 허문다. 육지화된 영종도 삼목항에서 배를 타면 10분 거리다. 따라서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는 배 시간만 맞추면 서울에서 차량으로 1시간∼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영종도에 개발 붐이 거세게 일 때에도 무풍지대였던 곳으로, 여전히 갯벌 위로 기러기가 날아다니는 한가한 섬마을이다. 일단 신도로 가면 시도, 모도는 연도교로 이어지기에 하나의 섬으로 봐도 무방하다. 유명한 관광지는 없지만 그게 오히려 매력이다. 섬과 섬을 편하게 오가며 때묻지 않은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가족과 함께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30㎞가량 굽이돌며 해변과 야산을 넘나드는 쪽길을 따라 3개 섬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롭게 단장한 원조 볼거리 월미도 ‘문화의 거리’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사람들이 경인전철을 타고 인천에 오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월미도였다. 하지만 수도권에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나면서 월미도는 한물간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다. 이러한 평가를 견인하는 것은 월미도에 만들어진 문화의 거리다. 인천시는 횟집과 포장마차만 즐비하던 이곳의 가게들을 정비하고 길이 770m, 폭 20m, 면적 1만 5400㎡의 문화의 거리를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음악, 무용, 마당극, 행위예술, 풍물놀이, 작은영화제, 전통무예,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가 정기·부정기적으로 펼쳐짐으로써 명실상부한 문화의 거리로 정착됐다. 공연 참가자 가운데 전문 예술인 외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아마추어 동호인들도 많다. 공연과 관련 없이 시민들이 이곳에 와 트럼펫을 불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문화의 거리 옆에 늘어선 횟집과 카페들은 ‘식후경’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100년 넘은 화교역사의 근원지 인천차이나타운 인천역 건너편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최초의 차이나타운으로 화교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청나라는 한국을 돕는다는 핑계로 3000여명의 군대를 파견했다. 이때 군인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40여명의 중국 상인이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이 한국 화교의 시초다. 화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세 자루의 칼이었다고 한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육도(肉刀), 양복점에서 쓰는 전도(剪刀), 이발소 면도칼인 체도(剃刀)를 가리킨다. 화교들이 주로 이들 업종에 종사하면서 부를 축적했음을 상징한다. 인천차이나타운에는 중국 음식과 토산품, 의상, 제과 등을 파는 상점들이 혼재해 있다. ‘외식의 왕’ 짜장면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중국 요릿집인 ‘공화춘’은 1912년쯤 인천항에서 막일을 하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출신 노동자인 쿠리(苦力)들이 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볶은 춘장에 국수를 비빈 짜장면을 개발했다. 수타 짜장면은 종업원들이 손수레로 바닷가로 가져갔는데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공화춘의 성공에 힘입어 화교들이 중화루·동홍루 등을 줄줄이 열면서 인천은 청요리의 본산이 됐다. 지금도 26곳의 중국음식점이 저마다 특색을 자랑하며 영업 중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먹거리 ●연락골 ‘추어마을’… 취향에 맞게 주문할 수 있어요 인천 남동구 운연동 연락골은 주로 논농사를 짓는 평범한 농촌이었다. 그런데 논에 미꾸라지가 많이 잡히면서 마을 주민들이 추어탕을 즐겨 만들어 먹었다. 인근 주민들에게도 이곳 추어탕 맛이 알려졌다. 어느새 마을에 추어탕 전문 음식점이 하나둘 생기더니 지금은 아예 추어마을로 불릴 정도가 됐다. 이곳은 손님 취향에 맞게 추어탕을 주문할 수 있다. 대체로 남자들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은 추어탕을, 여성과 노인은 추어를 갈아서 끓인 추어탕을 선호한다. 추어탕에는 미꾸라지 특유의 비린내와 흙내를 없애기 위해 산초, 들깨가루, 부추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며 따끈따끈한 돌솥밥이 함께 나온다. 반찬은 도라지무침, 열무무침, 고추장아찌 등 다른 곳에 비해 특이하고 다양하다. 추어탕을 먹고 나면 솥째 담긴 누룽지가 나온다. 미꾸라지 튀김도 먹을 만하다.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 어마어마한 양 사리도 무한 리필 요즘 냉면 한 그릇 먹고 ‘배부르게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거의 없다. 냉면으로 배가 부르고 입맛을 챙기고 주머니 걱정도 덜어주는 곳이 ‘세숫대야 냉면’으로 불리는 동구 화평동 냉면골목이다. 이곳은 1980년대 초반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세숫대야처럼 큰 그릇은 아니었지만 가격이 쌌다. 냉면이 고급 음식처럼 여겨지던 시절에 가격으로 승부한 것이다. 라면 한 그릇이 300원 안팎이었는데 화평동 냉면은 500원이었다. 싼 냉면을 찾는 사람들 덕에 냉면집은 계속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크기의 세숫대야 냉면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다. 한 끼 식사로는 왠지 부족한 듯 느껴지는 냉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숫대야’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의 냉면이 선을 보였다.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정말 크다. 그래도 모자라 추가로 냉면사리를 원하면 무한정 공짜로 제공된다. ●동인천 ‘삼치거리’… 50년된 맛 막걸리와 세트판매 인기 이곳의 뿌리는 ‘인하의 집’이다. 생긴 지 50년이 됐다. 지금의 삼치거리 뒷골목에서 문을 열어 가정집 방에서 손님을 받았다. 손님이 많을 때는 마당에 식탁이 될 만한 것으로 상을 만들었다. 이름처럼 인하대 학생들이 단골이었다. 처음부터 삼치구이가 대세를 이룬 건 아니었다. 각종 생선구이를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삼치구이가 유독 인기를 끌었다. 삼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음식점이 잇따라 생겨났고, 덩달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손님들은 원조만 고집하지 않고 각자 기호에 맞는 집을 찾아가 단골이 됐다. 삼치구이에는 막걸리가 제격이어서 이 거리의 세트 메뉴처럼 인식된다. 삼치는 굽는 방식에 따라, 삼치를 찍어 먹는 소스에 따라 맛이 다르다. 가게마다 서로 최고라고 자부한다. ●연안부두 ‘밴댕이회무침’… 제맛 느끼려면 7월 초까지는 맛봐야 연안부두 입구에 있는 3층짜리 해양센터에는 식당이 빼곡히 들어 서 있다. 다양한 해산물을 팔지만 밴댕이회무침이 주력이어서 ‘밴댕이건물’로 불린다. 온갖 양념에 버무린 밴댕이회무침은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밴댕이는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가 제철이다. 산란기에 접어들기 전 살이 바짝 올라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최고조에 오를 때다. 밴댕이는 가을 생선인 전어와 유사하게 어부들이 바다에 발을 설치하여 잡는다. 밴댕이는 성질이 몹시 급해 그물에 걸리면 제 분을 못 이겨 금방 죽어버린다. 그래서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는 말이 나왔지만, 먹어볼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된다. 등에 은빛이 나고 윤기가 흐르는 밴댕이를 최상품으로 치는데 살이 연해 회무침으로 먹기 좋다. 회무침을 밥에 비벼 회덮밥으로 먹기도 한다. ●용현동 ‘물텀벙이거리’… 아구의 또 다른 이름 인천에서는 아구를 ‘물텀벙이’라고 부른다. 예전에 인천의 어부들은 큰 머리에 배만 불룩하고 살이 없는 아구가 그물에 걸리면 재수가 없다고 해서 다시 물에 ‘텀벙’ 소리 나게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도 하역 노동자들이 모이는 남구 용현동 포장마차에서는 인기가 있었다. 싼 데다 시원한 국물 맛이 소주 한 잔 마시기에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값싼 술국에 불과했던 물텀벙이는 1970년대부터 인천의 별미로 떠올랐다. 용현동에 아구탕·아구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음식점이 늘어나면서 물텀벙이거리로 불리게 됐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뉴스 분석] “부실기업 세금붓기 중단” vs “기간산업 기업회생이 우선”

    [뉴스 분석] “부실기업 세금붓기 중단” vs “기간산업 기업회생이 우선”

    성동조선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무역보험공사(무보)가 결국 성동조선 채권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무보가 2013년 12월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통지하며 채권단과 이견을 노출한 지 1년 반 만이다. 앞서 국민은행이 2011년 12월 채권단에서 빠졌지만 당시보다 파문이 훨씬 크다. 무보가 채권단 2대 주주(20.39%)이고 국책 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경남기업 사태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 범위와 역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간산업만큼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동조선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31일 “국책 금융기관인 무보가 경제에 미칠 파문은 고려하지 않고 손익 계산에 따라 발을 뺐다”고 책망했다. 이에 대해 무보 측은 “세금으로 자금이 운영되는 만큼 더이상 ‘밑 빠진 독’(성동조선)에 물 붓기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무보는 “보증기관인 공사가 은행과 동일하게 손실분담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 채권단과 충분한 협의 끝에 (채권단) 이탈을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주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수은)은 단독으로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 만기가 돌아온 어음상환 및 7월까지 필요한 운영자금 용도이다. 무보가 채권단에서 빠지면서 손익정상금 5000억원을 내놓을 예정이라 당장은 수은이 채권단에 자금 지원 요청을 할 처지는 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채권단 내부에선 성동조선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성동조선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395억원이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던 2010년(1122억원 손실)보다 손실 규모가 3배로 불었다. 조선업 침체로 저가 수주가 이어져 ‘영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처지인 SPP조선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신규 수주를 당장 중단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구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노조가 ‘임금인상 및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니 기가 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수은이 주도하는 정상화작업에 대한 불신도 깊다. 수은은 2011년 성동조선에 7300억원 유동성 지원과 대주주 지분 100대1 감자를 골자로 하는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삼정KPMG에 실사를 맡겼다. 당시 삼정은 “일부 시나리오의 경우 회사 존속가치가 의문시된다(청산가치가 더 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수은이 부랴부랴 딜로이트안진에 재실사를 맡겼다. 안진은 ‘존속가치가 더 크다’고 보고하면서 2015년까지 채권단이 더 투입해야 할 자금을 9000억원가량으로 봤다. 똑같은 기업에 대해 두 회계법인이 정반대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국민은행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손을 뗐다. 2013년 12월 1조 6288억원의 출자전환을 앞두고 실시한 안진의 실사 결과에 대해 무보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산정하지 못했다”며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했다. 이에 수은은 이듬해 1월 삼일회계법인에 재실사를 맡겼다. 당시 채권단 사이에선 “수은이 자구계획도 위험노출액 관리계획도 없는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무리하게 출자전환을 강행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수은이 부실채권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성동조선 지원을 강요한다는 얘기였다. 무보에 이어 성동조선 정상화 작업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채권단도 적지 않다. 채권단 관계자는 “정치권 눈치를 살피느라 채권단이 각자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지만 부실기업을 언제까지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무보의 채권단 이탈’을 부처간 ‘엇박자’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무보와 수은이 각각 산업자원통상부와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이라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하는 모피아(금융 당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폐지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파산법(통합도산법)에 예외 조항을 두고 기간산업과 연관된 기업은 산업은행과 법원이 구조조정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재테크 위한 수익률 증대와 절세 필요하다면, 스마트웰스 재무설계 추천

    재테크 위한 수익률 증대와 절세 필요하다면, 스마트웰스 재무설계 추천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와 납부의 달이었다. 직장인들은 지난해 연말정산을 받았지만 자영업자들은 5월 소득신고를 통해 추가로 환급 받는 기회가 있다. 근로소득자라도 사업소득이나 기타 소득이 있다면 이 기간에 추가로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장기적인 저금리 시대로 인해 재테크 방법이 모호해진 요즘은 세테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자산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비단 종합소득세뿐만 아니라 각종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도 절세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노후를 대비해 인기를 끌고 있는 연금저축은 연간 1800만원 한도 내에서 가입할 수 있는데, 이들 상품은 연간 한도 400만원 내에서 12%(지방 소득세 포함 13.2%)에 해당하는 금액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재테크와 세테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다만 본인에게 맞는 보장과 수익을 충분히 따져본 후 가입해야 장기적으로 상품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주택청약저축은 일반 저축보다 금리가 높은데다 연말정산에서 연간 납입금액 240만원한도에서 40%까지 소득공제가 된다. 아울러 연봉 5천만 원 이하의 근로자가 5년 이상 소장펀드를 납입하면 연 600만원 한도 내에서 40%에 대해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료도 납입금에 대해 100만원까지 12%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금융상품가입에도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되면서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재무설계 정보를 공유하는 곳들이 주목 받고 있다. 스마트웰스와 한국FP그룹, 코리아재무설계 등 재무설계 관련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스마트웰스 관계자는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다 세금과 각종 규제까지 꼼꼼히 따져야 성공적이 재무관리가 가능하다”며 “전문가와 함께 투자성향을 분석하고 재무분석, 수익률관리, 금융상품 분석을 한다면 원하는 목표에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스마트웰스는 맞춤형 재정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서민 재테크를 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자기법 공유과 다양한 금융상품을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재무상담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전반에 대한 현실적인 상담이 가능한 전문가가 담당하며 사회초년생, 직장인, 전문직, 주부 등을 대상으로 개인 환경에 따라 맞춤형 재무설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내집마련, 교육비, 노후자금 등 목돈마련 플랜과 목돈운용 플랜 등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상담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금융상품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해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제시하며 장단기 투자 플랜에 대한 정보도 선보이고 있어 투자의 목표가 모호하거나 재테크 초보자라면 스마트웰스 재무설계를 추천한다. 스마트웰스 무료 재정상담은 홈페이지(www.smartwealth.c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8)] ㅜ.ㅜ 친구 옆에 두고 ‘톡’ 습관처럼 터치… ^.^ 은퇴 후 스마트기기 강의 인생2막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8)] ㅜ.ㅜ 친구 옆에 두고 ‘톡’ 습관처럼 터치… ^.^ 은퇴 후 스마트기기 강의 인생2막

    직장인 이경진(36·경기 군포시·가명)씨는 매일 10시간쯤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깨어 있는 시간 중 약 3분의2를 할애하는 셈이다. 업무 목적보다 사적인 이유로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길다. 중소기업 영업 사원인 그가 오전 9시 사무실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건 스마트폰으로 밤사이 환율 변동을 확인하는 일이다. 주식에 관심이 많은 ‘개미 투자자’여서 환율에 민감하다. 이후 대형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경제·사회·정치 등 각종 뉴스를 20~30분 동안 제목 위주로 훑어본다. 하지만 업무에 집중할 만하면 책상 위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떨린다. 주요 뉴스가 뜰 때마다 알림이 오도록 경제신문 앱을 설정해 놔 40분에 한 번씩 진동이 울린다. 이씨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김에 온라인 자산운용 커뮤니티 5곳에 접속해 회원들이 올린 투자 정보를 읽는다. 업무와 온라인 유람을 병행하다 보면 어느새 오전이 지나간다. 오후에는 현장에 나가 고객을 만난 뒤 4시쯤 사무실에 복귀해 남은 일을 처리하고 7시쯤 집으로 향한다. 퇴근 뒤에도 이씨의 디지털 여행은 계속된다. 오후 9시 거실에 놓인 PC로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고 나서 최근 열중하는 PC 게임 ‘리니지2’와 ‘이카루스’에 접속한다. PC로 게임을 하다가 ‘자동 전투 모드’에 돌입하면 주식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거나 ‘판타지러너스’ 등 스마트폰 게임을 함께 진행한다. 주말에도 생활 패턴이 이어진다. 아내가 “화창한 봄날에 집에만 있지 말고 4~5시간 꽃구경이라도 가자”고 하면 마음속으로는 ‘그 시간이면 게임 진도를 얼마나 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이씨 스스로도 디지털에 갇혀 있는 시간이 길다고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그는 “업무상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아 어떻게든 풀어야 하는데 게임만 한 게 없다”면서 “축구는 11명이 모여야 하고 자전거는 값비싼 장비를 사야 하는데 온라인 게임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어디서든 큰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 중독’ 증상이 농후한 그는 기자에게 “그래도 나는 진짜 ‘폐인’들과 달리 직장에 정상적으로 다니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20대 중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대학생 김성열(26)씨는 하루 7~8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독 고위험군’이다. 이 가운데 카카오톡(카톡)·인스타그램 등 SNS를 쓰는 데 4~5시간을 들인다. 서울 강남의 집에서 경기 안산의 학교까지 1시간 30분 이동하는 통학 버스 안에서 정신없이 SNS를 확인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지인들의 게시물을 읽다가 업데이트된 내용이 없으면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뉴스 등을 확인한다. 10분쯤 흐른 뒤 다시 SNS에 접속해 그 사이 지인들이 올린 글을 확인한다. 학교에 와서도 수업이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손길과 눈길은 금세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바로 옆에 앉은 친구와 ‘점심 뭐 먹을래?’ 따위의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는다. 귀가해 침대에 누워서도 스마트폰으로 SNS를 뒤적이다 새벽 1시가 돼서야 잠든다. 김씨는 “놓치면 안 되는 일이 있어 SNS를 손에서 놓치 못하는 게 아니라 습관처럼 들여다보는 일이 많다”면서 “친구들도 다 나만큼은 쓴다”고 했다. 대학생 김준호(24)씨도 스마트폰을 사진 촬영과 SNS를 하는 데 많이 쓴다. 김씨는 먹는 매 순간을 찍는다. 유명 맛집을 방문했을 때는 물론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을 때, 친구들과 학교 구내식당에서 밥을 때, 심지어 평범한 집밥을 먹을 때도 찍는다. 김씨는 “또래 친구들이 음식 사진을 워낙 많이 찍어 올리니 나도 버릇처럼 찍는다. ‘나 이런 것 먹는다’라는 과시욕이 반영된 자기표현인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이은정(22·여·가명)씨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스마트폰 중독 자가 진단’을 해본 결과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으로 판명됐다. SNS를 많이 쓴 탓이다. 그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하루 평균 8~10개의 글을 올린다. 카톡 이용은 3시간. 하루에 1000개 가까운 메시지가 이곳에서 오간다. 이씨는 “내게 있는 신경이 100이라면 99가 스마트폰에 늘 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수업이나 친구와의 대화 등 일상생활에 온전히 집중하기 쉽지 않다. 특히 학업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씨는 “도서관에 종일 있는 시험 기간에는 스마트폰을 더 쓴다. 30분 공부하다가 지루하면 SNS를 들여다본다”면서 “스마트폰이 없던 고등학생 때와 비교하면 집중력이 유지되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공부할 때 스마트폰을 꺼 보려고도 했지만 시계를 본다는 핑계삼아 한번 켜면 한참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돼 소용이 없었다. 반면 디지털을 현명하게 활용해 업무·학습 능력 등을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디지털에 끌려다니지 않고 필요한 분야에만 자기주도형으로 활용하는 특징을 보인다. 배예찬(20·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1)씨는 어려서부터 게임광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달랐던 것은 그의 아버지가 게임을 하지 말라고 꾸지람하는 대신 조언을 건넨 것이다. “게임하는 것도 그렇게 재미있는데 네가 만든 게임에 다른 사람들이 푹 빠진다면 얼마나 짜릿하겠니?”라고 했다는 것. 배씨는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 책을 사 독학하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게임을 만들었다. 이후 게임 제작 실적 등을 토대로 중학교 때 영재원에 들어갈 수 있었고 과학고를 거쳐 올해 초 포스텍(포항공대)에 입학했다. 배씨는 “과학고에 다닐 때도 책 대신 아이패드에 참고서를 PDF 파일로 넣어 다니며 IT 기기를 적극 활용했다”고 했다. 정은상(61)씨도 스마트폰을 만나 제2의 인생을 찾은 케이스다. 외국계 은행 등에서 생활하다가 1999년 퇴직한 그는 부동산 사업 등을 벌이다 2009년 처음 스마트폰을 만났다. ‘저 안에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와 아이폰3를 샀고 큰아들에게 사용법을 물었더니 “아버지, 그것 가지고 뭐하시려고요?”라는 시큰둥한 답이 돌아왔다. 정씨는 “오기가 생겨 이후 6개월 동안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유·무료 강의를 듣고 나니 전문성이 생겼다”면서 “너무 유용한데 내 나이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2013년부터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인생 2모작을 돕고 있다. 그렇게 키워낸 제자가 벌써 165명. 그림에 소질 있는 은퇴한 은행 지점장 출신 장년 남성에게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려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권해 ‘아이패드 화가’로 데뷔시켰고 또 다른 남성 제자는 금융기관 임원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기기 활용법 강의를 다니기도 한다. 정씨는 “스마트폰에 빠져 지내는 손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던 노년층이 3개월 정도 스마트폰 교육을 받으면 다들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말한다”면서 “스마트폰 사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기기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약발 다한 서방 제재 러시아 경제 부활하나

    약발 다한 서방 제재 러시아 경제 부활하나

    러시아연방 통계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GDP가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지만 시장 예상치보다는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러시아 경제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서 완만한 경기 침체의 길’에 들어섰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4일 경제 위기로 급감한 보유 외환을 보충하기 위해 하루 1억~2억 달러(약 1088억~2177억원)의 외환을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보유 외환을 다시 늘리기로 한 것은 서방의 제재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사실상 끝났다’고 러시아 정부가 판단한 것을 의미한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루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최소 900억 달러를 시장에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초 바닥을 확인한 주가가 반등세로 돌아서고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었던 루블화 가치도 반등하는 등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와 국제 유가 폭락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경제제재와 유가 폭락에 따른 충격의 골이 워낙 깊다 보니 올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의 경제 위기는 지난해 국제 유가 하락에서 촉발됐다. 원유와 천연가스 산업은 GDP의 25%, 수출의 67%를 각각 차지하는 러시아의 돈줄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6월 배럴당 115달러로 정점을 찍었다가 올 3월 43달러까지 자유 낙하하는 바람에 러시아 경제는 치명상을 입었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7월까지 달러당 35루블을 밑돌던 루블화 가치는 올 1월 72루블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달러 채무가 많은 러시아 국유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됐다. 러시아 정부는 달러를 풀고 금리를 인상(연 10.5→17%)하는 등 루블화 가치 방어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처럼 벼랑에 몰렸던 러시아 경제는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우크라이나와 휴전협정을 체결하며 안정 국면에 접어든 데 힘입어 감소 폭이 둔화되고 있다. 국제 유가도 꾸준한 상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세계 기준 유가인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0달러를 오르내린다. 지난 3월 43달러까지 밀렸던 유가가 두 달도 안 돼 40% 가까이 폭등했다. 조지프 다이언 모스크바 소재 BCS 파이낸셜 마켓 책임자는 “유가 상승에 힘입어 루블화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났다”면서 “러시아 재정 수입의 60%가 석유나 석유 관련 산업에서 나오는 만큼 이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루블화 가치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1월 72루블까지 곤두박질쳤던 루블화 환율은 18일 49달러를 기록하며 루블화 가치가 올 들어 30% 이상 올랐다. 러시아 증시도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RTS지수는 지난해 말 790.71에서 18일 1075.47까지 35% 이상 수직 상승했다. 덕분에 경기침체 속에서도 루블화 가치 폭락세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연 17%까지 올려야 했던 러시아 중앙은행은 오히려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4%에서 12.5%로 인하했다. 프레드리크 위데 소시에테제네럴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내 영업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루블화가 오르면서 정상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러시아 경제의 전망이 순탄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13%에 가까운 높은 금리와 17%에 이르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내수침체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루블화 가치 상승이 석유수출 대금을 루블화로 환전할 때 환차손으로 발생해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을 -3.8%로 내다봤다. 2016년에도 마이너스 성장(-1.1%)을 전망했다. 폴 맥나마라 미 GAM 인베스트먼트 이사는 “러시아 경제가 위기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지만 당분간 경기 후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경기도청 주차장서 푸드트럭 시범운영

    경기도가 취약계층 및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해 ‘푸드트럭’ 활성화에 나선다. 푸드트럭은 트럭을 개조해 간단한 음식을 조리,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트럭이다. 경기도는 18일부터 29일 청사 3별관 앞 주차장에서 아침과 점심시간에 푸드트럭 2대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도청 푸드트럭에서는 치즈 토르티야, 떡갈비 지로스, 스웨덴 핫도그 등을 판매한다. 도 관계자는 “도청은 규정상 푸드트럭 운영이 허용된 지역은 아니지만 푸드트럭 영업 허용 장소를 공공기관 등 집단급식시설로 넓혀 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범 운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도시공원, 체육시설, 하천, 유원지, 관광지 등 5곳에서만 푸드트럭의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도내 시·군에 영업신고를 하고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푸드트럭은 3대뿐이다. 영업 장소는 광주 곤지암리조트, 안양 공설운동장, 고양 국가대표야구훈련장 등이다. 도시공원, 체육시설 등 공공장소의 푸드트럭 운영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최고가 입찰 원칙이라 자금력이 부족한 취약계층 참여에 장벽이 되고 있다고 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중국 거울로 본 삼성/주현진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중국 거울로 본 삼성/주현진 산업부 차장

    “한국 삼성 스마트폰 정말 최고야.” 지난 2월까지 3년간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극찬하는 중국인들을 많이 만났다. 베이징시 왕후이(王惠) 대변인은 자신이 쓰는 삼성 갤럭시노트2를 보여 주며 한국 스마트폰을 극찬했고, 핑크색 갤럭시노트2를 자랑하던 중국 국영방송의 한 아나운서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삼성폰을 쓴다고 말했다. 미국 애플의 아이폰 마니아가 있듯 삼성도 중국에서 탄탄한 지지층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이후 삼성 스마트폰을 칭찬하는 중국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 최근 서울로 돌아온 뒤 연락한 중국 지인들의 반응도 1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여름 갤럭시S5로 바꿨다는 그 아나운서는 핸드폰이 안 터지는 일이 잦아 다시 애플의 아이폰5로 교체했는데 사진 기능에서 압도적인 성능 차이를 경험했다며 애플을 옹호했다. 20대 중국 친구들도 중국에선 이젠 애플이나 중국산 제품이 대세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2011년 이후 중국에서 줄곧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삼성은 4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은 지난해 3분기 중국 저가폰 업체인 샤오미(小米)에 정상을 내준 데 이어 4분기에는 애플에 2위를 빼앗겼다. 이번 1분기에는 화웨이(華爲)에 3위 자리마저 내주고 4위권 밖으로 밀려나 정확한 등수도 알 수 없다. 6조원대를 자랑하던 삼성의 스마트폰 분야(IT·모바일 사업부)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1조 7500억원으로 떨어진 뒤 올 들어 1분기 현재 여전히 1조원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 삼성이 스마트폰에서 밀리면서 삼성을 조명하는 중국 언론의 태도도 달라진 것 같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준공할 때만 하더라도 중국 언론은 삼성 관련 기사를 많이 써 댔다.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화웨이는 D램 반도체 분야에서 1위인 삼성전자를 모델로 삼을 정도로 중국에선 ‘삼성 따라하기’ 열풍이 뜨거웠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보아오(博鰲)포럼 참석에 앞서 중국 메이저 국영기업인 중신(中信)그룹 1인자를 만난 이벤트가 국내에서와 달리 중국 언론에서 쓴 기사로는 한 건도 검색되지 않는다.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 중앙위원이기도 한 창전밍(常振明) 중신그룹 회장의 동정은 중국 언론의 주요 보도 사항이기에 더욱 의외다.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해진 것만큼 삼성에 대한 중국의 관심도 냉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선 최근 이건희 회장 와병 1년을 기해 이 부회장을 띄우는 목소리가 높다. 젊고 실용주의적인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계열사 매각을 단행하며 변화를 준 데 이어 직원들의 창의력이 살아날 수 있는 조직 문화도 심고 있다며 삼성호가 안정적으로 순항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주요 시장인 중국에선 삼성을 두고 ‘안정’이란 단어보다는 ‘위기’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있다. ‘한국 대표’ 삼성이 겉으로는 안정이라고 말하지만 스스로도 위기라는 평가를 알고 대처하고 있기를 바란다. 내년 이맘때쯤 중국 친구들로부터 “역시 삼성”이라는 말을 듣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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