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잠수함사건 96년·98년 대응의 차이
◎남북한 “화해무드 깨지말자” 일치
지난 22일 속초 앞바다를 침범한 북한 잠수정을 둘러싼 남북 당국의 대응방안이 96년 9월 북한 잠수함의 강릉 침투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金大中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례적일 정도로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나 朴智元 대변인은 “金대통령의 햇볕 정책은 이번 사건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公言)할 정도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면서 더 많은 교류와 접촉·대화를 통해 북한을 변화 시키겠다는 ‘햇볕 정책’은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23일 “명백한 도발행위”라는 내용으로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을 준비했지만 발표는 뒤로 미뤘다. 96년에는 사건 하루 뒤 성명을 내고 한 달 뒤 權五琦 통일원장관이 “대북(對北)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반응도 종전과 달리 빠르다. 사건 보도 이후 하루가 되기도 전인 23일 하오 3시,북한 평양방송은 “동해 고성 앞바다에서 훈련하던 소형 잠수정이 항해 감시기계와 유압계통 등이 정상적인 동작을 하지 않는다는 전문을 보내왔다”면서 “잠수정은 기동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해류와 바람에 밀려 항로를 잃고 조난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비난성명도 미루면서 사태를 관망하는 것과 맞물린 발빠른 조치로 풀이된다. 침투나 정찰 목적이 아닌 단순히 훈련중 표류했다는 얘기다.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남북관계도 냉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희망섞인 첫 공식 메시지다. 북한은 96년에는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나서야 조난방송을 하면서 잠수함과 선원을 송환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사건이 터지기 전의 남북 상황이 달랐던 점도 남북 당국이 이번 사건에 접근하는 모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96년에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고 냉기류가 형성됐을 때지만,지금은 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 관광에 합의하는 등 ‘화해’분위기다.
남북 당국 모두 잠수정 사건으로 모처럼 일고있는 화해와 협력분위기가 깨뜨려지는 것은 원하지 않아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하지만,정부의 대응에 비판적인 보수층도 적지 않다.
□잠수함(잠수정) 사건 상황 비교
▲96년 9월18일 강릉 잠수함침투
·한국측 대응:9월19일국방부대변인 “잠수함 침투사건은 명백한 대남도발 행위이며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
10월18일權五琦 통일장관“대남정책 변화전 대북지원 불가”
10월21일金永三 대통령 “무장공비 시인사과 및 재발방지 촉구”
·북한측 대응:9월23일인민무력부 담화 “정상훈련중 기관고장으로 표류”
12월27일중앙통신 “백배천배 보복”
12월29일외교부대변인 사과성명 발표
·유엔 및 미국측 반응:9월20일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9월20일미국 국무부 ‘중대한 도발 행위’로 규정
9월24일클린턴 미국대통령 “잠수함사건은 북한의 도발행위”
9월24일국무부대변인 “팀스피리트 재개 용의”
·남북관계 상황:95년 6∼10월 북한에 쌀 15만t 지원한뒤 냉각
·대통령의 입장:金永三 대통령 무력도발로 복 즉각 대응
▲98년 6월22일 속초 잠수정 영해침범
·한국측 대응:6월23일국방부 대북 비난성명 발표하려다 유보
6월23일林東源 외교안보수석 “북한을 개방시키려는 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과는 무관”
6월23일朴智元 청와대대변인 “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흔들릴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비판
·북한측 반응:6월23일평양방송 “기관고장으로 조난”
·유엔 및 미국측 반응:6월23일미국 국무부 “남북한이 여전히 존재하는 심각한 긴장상태를 상기시켜줬지만 단순실수로 영해를 넘었을수도 있으니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야”
·남북관계 상황: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 방북, 금강산관광합의, 유엔사와 북한군 장성급 7년만에 회담
·대통령의 입장:金大中 대통령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