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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영·호주 틈새회담… 기시다의 8시간 정상외교

    미·영·호주 틈새회담… 기시다의 8시간 정상외교

    COP26서 베트남 총리도 만남 강행군바이든과 도보 대화… 연내 방미 의지존슨·모리슨과도 군사·쿼드 강화 합의기시다 후미오(얼굴) 일본 총리가 2일(현지시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잇따라 만나는 등 ‘정상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달 31일 중의원 총선거에서 선방한 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엔 주특기인 외교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외무성은 2일 COP26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기시다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단시간 간담을 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두 정상은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 기후변화 문제 대처에 미일이 계속 긴밀히 연계할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이 걸어가면서 대화한 모습이 보도된 것을 보면 정식 회담이 아니었기 때문에 외무성이 ‘단시간 간담’했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미일 두 정상은 이르면 연내에 정식으로 회담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는 동행한 일본 취재진에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연내 미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존슨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 자위대와 영국군의 공동 훈련을 원활히 하는 내용의 협정을 조기에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존슨 총리는 외무부 장관,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이었던 시절 여러 차례 회담을 하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모리슨 총리와의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일본·호주·인도와 만든 안보협의체인 쿼드의 연계 강화에도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COP26 참석을 계기로 정상외교에 본격 데뷔했다. 실제 영국에 머문 시간은 8시간에 불과했지만 3국 정상과 함께 베트남 총리까지 만나는 강행군을 펼친 데는 아베 신조 정권 시절 4년 8개월의 외무상 경험을 토대로 외교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 ‘7박9일 강행군’ 文대통령, DJ 이후 처음 헝가리 찾은 까닭은?

    ‘7박9일 강행군’ 文대통령, DJ 이후 처음 헝가리 찾은 까닭은?

    3개국, 4개 다자회의 연속 참석 취임후 처음 첫 일정으로 헝가리유람선 참사 희생자 추모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현지시간) 마지막 기착지인 헝가리에 도착, 2박 3일간의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한국 대통령이 헝가리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전임자들이 좀처럼 방문하지 않았던 헝가리로 문 대통령이 발걸음을 돌린 것은 순회의장국인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4개국으로 구성된 지역협의체 비세그라드 그룹(V4)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창설 30주년을 맞은 V4는 유럽연합(EU) 내 최대 수출시장(약 168억달러)이자 2대 교역대상(총 135억달러)인 동시에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EU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65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그만큼 경제적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3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슬로바키아에 국산 경공격기 FA50 수출도 추진된다. 문 대통령의 순방기간 FA50 개발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슬로바키아 국영 방산업체인 레테츠케 오프라보브네 트렌친(LOTN) 간 ‘FA50 도입에 관한 업무협약’이 체결되는데, 사업 규모는 5억달러(약 5900억 원)에 이른다. 미·중·일·러 등 4강 외교 외에는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 하지만,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동력 등 경제적 측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문인 셈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3개국에서 열리는 3개의 다자회의(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공급망회복력 글로벌 정상회의,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한·V4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하는 강행군에 나선 까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뒤 5일 동안 6번의 정상외교(교황 단독 면담 포함)를 비롯해 20여건의 일정을 소화했다. 전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페이스북에 “이제 일정의 절반이 지났을 뿐인데… 발에서 피가 났다”고 고단함을 전할 정도다.문 대통령은 이번에 V4 국가들과의 양자회담은 물론, 한·V4 정상회의에 이어 한국 기업과 V4 기업들이 함께 하는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측의 교류·협력을 격려할 예정이다. 2차전지와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산업 핵심분야에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부다페스트 도착 후 첫 일정으로 2019년 5월 한국인 관광객 등 20여명이 희생된 유람선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을 찾아 고인들을 애도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머르기트교 인근에 마련된 추모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버르거 미하이 헝가리 부총리 겸 재무장관에게 추모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문 대통령은 “사고 당시 헝가리 정부가 실종자 수색·구조에 최선을 다해줘 감사하다”며 “헝가리 국민도 함께 걱정해주고, 애도해 주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영원한 애도를 위한 추모 공간을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 떠나는 메르켈, 기립박수로 보내준 유럽

    떠나는 메르켈, 기립박수로 보내준 유럽

    107차례 회의 참석해 코로나 등 논의 “메르켈 없는 EU는 에펠탑 없는 파리”오바마, 독일어로 “감사합니다” 인사곧 물러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년간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던 유럽연합(EU) 정상외교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퇴장했다. EU 정상들은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1~22일(현지시간) 자신의 재임 중 107번째이자 마지막으로 기록될 EU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다른 26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환송행사를 열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AFP통신은 “메르켈 총리는 107차례의 회의를 통해 유로존 재정 위기, 시리아 난민 유입,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코로나19 회복기금 설치 등 유럽 역사에 남을 대형 이슈들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메르켈 총리를 위한 비공개 헌사에서 “당신은 기념비적 인물”이라면서 “메르켈 총리 없는 EU 정상회의는 ‘바티칸 없는 로마’ 또는 ‘에펠탑 없는 파리’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메르켈 총리는 지난 16년간 어려운 시기에 우리 27개국 모두가 인류애를 갖고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우면서 유럽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고 찬사를 보냈다.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총리는 “위대한 유럽인이자 EU 내 평화의 안식처였다”고 했다. 재임 때 메르켈 총리와 각별한 관계였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작별 인사를 전했다. 그는 “당신 덕분에 많은 소년·소녀, 남성·여성이 어려운 시기에 존경할 수 있는 롤모델을 가질 수 있었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면서 독일어로 “당케 쇤”(감사합니다)이라고 인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7년 물러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회담한 외국 정상이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EU의 조약·결정보다 헌법이 더 앞선다”고 한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일부 정상들이 폴란드에 대한 금융 제재 가능성을 열어 놓자고 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타협의 달인’이라는 별명답게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 [뉴스분석]바티칸서 평화프로세스 ‘숨’ 불어넣으려는 文대통령

    [뉴스분석]바티칸서 평화프로세스 ‘숨’ 불어넣으려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9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달 유엔총회 종전선언 제안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심폐소생’에 극적으로 성공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다시 ‘숨’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교황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하실 것이며 그간 교황이 방북 의사를 수차례 말씀하신 바 있기 때문에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있어서 교황의 역할에 주목했다. 2017년 5월 미중일러와 EU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한 지 이틀만에 교황청 특사 파견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만 해도 북한의 고강도 무력시위가 잇따르던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에는 교황을 직접 만나 “북한의 공식초청장이 오면 갈수 있다”는 확답을 받았고,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같은해 9월 “교황이 오시면 열렬이 환영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끌어낸 바 있다.  물론, 2018년 상황과 달리 남북 관계에 온기가 사라졌고 코로나19 유입을 극도로 우려하는 북측이 교황의 방북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남반구 아르헨티나 출신인데다 고령인 교황은 겨울에 바티칸 밖 일정을 잡지 않는 만큼 방북이 추진되더라도 어차피 내년 봄 이후다. 종전선언과 맞물린 남북, 북미대화가 본격 재개된다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이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빅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남측 대선이 끝난 뒤라면 국내 정치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활용하려 한다는 야권 공세에서도 자유롭다.  무엇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파장에서 보듯 돌발변수에 지극히 취약한 현재 한반도 상황을 감안하면 중요한 것은 방북 의지를 재확인하는 교황의 메시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제외한 정상외교에 문 대통령을 수행하는 점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교황 면담이 오롯이 방북 문제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같은 날 교황을 만날 예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교황청 방문을 계기로 회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30~31일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정상 중 교황을 면담하는 기회를 준 것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뿐이고, 공교롭게도 같은 날이다. 정식 정상회담이 아니라고 해도 두 정상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5개월여 만에 재회한다면 자연스럽게 북에 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정상간의 만남 시점과 형식 등을 계속 조율중이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찾는 등 2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7박9일 일정으로 유럽 3개국을 방문한다.
  • 트럼프 노려보고, 바이든 전화 거절… 美 대통령 4명과 밀당 ‘무티 리더십’

    트럼프 노려보고, 바이든 전화 거절… 美 대통령 4명과 밀당 ‘무티 리더십’

    바이든 취임 후 통화 요구에 “휴가 중”오바마와 달리 트럼프와 끝까지 마찰푸틴과 조지아·크림반도 등 계속 충돌러와 천연가스 라인 추진 협력은 성과獨·佛 긴축정책 동맹… ‘메르코지’ 별명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독일 총선이 치러진 26일(현지시간) 16년간 이어져 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 체제가 막을 내렸다. 2005년 독일 역사상 첫 여성이자 동독 출신 총리로 선출된 메르켈은 ‘무티(Mutti·엄마)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포용의 정치를 보인 모범적인 지도자로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또한 2018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 자의로 물러나는 첫 총리로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역사’를 남겼다. 목사의 딸로, 평범한 물리학자였던 메르켈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1989년 훗날 기독민주당(CDU)에 합류한 옛 동독의 정치단체 민주궐기(DA)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헬무트 콜 전 총리에게 발탁돼 ‘콜의 양녀’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린 ‘정치적 아버지’ 콜 전 총리를 퇴임시키는 결기를 보여 줬고 이때 얻은 대중적 인기와 신뢰로 2000년 첫 여성 기민당 대표에 이어 2005년 총리 자리도 꿰찼다. 2017년까지 세 차례 선거에서 승리하며 네 차례 연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위기 대응 능력이다. 재임 기간 조지아와 크림반도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지정학적 도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유로존 위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유럽 난민사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각종 위기를 안정적으로 봉합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물론 위기에 맞서 메르켈은 주요국 정상들과 협업해야 했다. 메르켈 집권 16년을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메르켈과 협력하거나 갈등을 겪은 다른 정상들과의 관계를 살피는 일이 필수적이다.●美 ‘아들 부시’ 때부터 재임한 메르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던 지난 1월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바이든은 수요일 취임 뒤 그 주중 메르켈과 통화를 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반면 주말을 낀 휴가 일정을 잡았던 메르켈은 ‘지금 통화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 정상들보다 통화 순위가 밀릴 수 있다’는 백악관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통화 일정을 자신의 휴가 뒤로 미뤘다. 동맹 복원을 내세운 바이든의 입장에서 독일과의 우호적 관계를 내보내는 게 중요했지만, 메르켈이 재임 16년 동안 경험한 미국은 틈만 나면 유럽과 소원한 관계를 내비치며 ‘고립주의’로 회귀하려던 국가였기에 일정 조율 중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4명의 미국 대통령을 상대할 때마다 번번이 메르켈은 처음엔 불협했고, 이후엔 친밀해졌다. 대표적으로 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첫 임기 4년 동안 베를린 방문 일정을 잡지 않으며 두 정상 간 서먹한 관계를 시사했다. 그러나 정치권 아웃사이더란 공통점을 지닌 둘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갔고, 오바마는 2011년 메르켈에게 미국 최고 영예의 시민상인 자유메달훈장을 수여했다. 다만 첫 임기 4년을 마친 뒤 퇴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메르켈과의 관계 개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는 4년 내내 독일 주둔 미군의 비용 문제를 타박했고, 메르켈은 공식 석상에서 트럼프를 노려보는 사진 여러 장을 남겼다. ●나발니·크림반도 등 푸틴과 갈등 지속 유럽의 정치지형도 메르켈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메르켈보다 두 살 많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시로 도발하고, 메르켈이 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두 정상 간 결투가 재임 내내 이뤄졌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전쟁에 개입했고, 2014년엔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했다. 메르켈은 러시아의 무력시위를 경계해야 했다. 최근엔 알렉세이 나발니 같은 푸틴의 정적들에 대한 암살 시도를 규탄하는 등 러시아의 인권 문제도 다뤄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은 최근 완공된 러시아와 독일 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2를 추진하는 등 협력하기도 했다. ●브렉시트·난민 문제 해결 등 이끌어 유로존 위기, 난민사태 동안 메르켈은 유럽연합(EU) 내 정상들과 끝없는 협상을 벌여야 했다. 유로존 위기 동안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긴축정책을 수립하며 둘의 이름을 합친 ‘메르코지’란 조어가 생길 정도로 협업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긴축안을 거부하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그리스 총리와의 협상 과정에서 경직된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EU 국가별 난민 유입을 총지휘하는 과정에서도 메르켈은 고집스러움을 발휘했다. 마치 위기가 없었던 것처럼 사태를 봉합, 원상태로의 회복을 위기관리라고 생각한 메르켈의 고집은 그의 지지자와 반대파를 동시에 양산시킨 요인으로 평가된다.
  • “文대통령 거부하더니”...日스가, 올림픽 정상회담 참담한 성적표

    “文대통령 거부하더니”...日스가, 올림픽 정상회담 참담한 성적표

    도쿄올림픽을 겨냥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이 일본 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불발된 가운데 스가 총리가 이번 올림픽 정상외교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20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스가 총리와 회담을 갖게 되는 각국 정상급 인사가 20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스가 총리와 회담을 갖지 않고 개회식에만 참석하는 정상급 요인도 다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방문 자체를 보류하는 사례가 속출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대통령, 총리, 왕족 등 정상급 인사들의 규모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이 80명, 2016년 리우 올림픽이 40명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올림픽은 최근 열린 것들 가운데 정상급 인사의 방문이 가장 적은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마이니치는 예상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에는 이번 개회식에 최소 80명, 최대 120명의 해외 정상급 인사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올림픽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참석을 고사하는 정상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달 초에는 예상치를 30명 정도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만큼에도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 됐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대신 보낼 예정인 가운데 문 대통령의 방일도 무산됐다. 한국 측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를 원했으나 일본 정부가 ‘징용피해자 배상판결 문제 우선 해결’ 등을 내세워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지난 19일 개회식 불참 결정을 내렸다. 일본으로서는 그나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참석 의사를 밝힌 데 만족해야 할 판이다. 마이니치는 “스가 총리는 22~24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각국 정상급과 릴레이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면서 마라톤 회담을 예상하고는 있지만 정부 내에서 회담 일정이 모두 채워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열린세상] 차기 대통령의 과학기술 리더십/이은우 건양대 교수

    [열린세상] 차기 대통령의 과학기술 리더십/이은우 건양대 교수

    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4년 10월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 과학기술정책실장이었던 바니바 부시에게 ▲전쟁 중 연구되고 개발된 과학지식이 전쟁 후 어떻게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가 ▲계속적인 질병 퇴치를 위해 의학연구 프로그램이 어떻게 설계될 수 있는가 ▲공공과 민간 연구기관을 연방정부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가 ▲미래 우수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 과학적 재능이 있는 젊은이들의 효율적 지원 프로그램은 어떻게 제안될 수 있는가 등 4개의 질문을 던졌다. 바니바 부시는 1945년 ‘과학-끝없는 프런티어’(Science-The Endless Frontier)라는 보고서로 이에 답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설립의 기반이 됐었으며, 현재까지도 미국 과학기술 정책의 기조 역할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도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극복한 루스벨트 대통령을 본받겠다고 했으며, 바이든 인수위는 “과학이야말로 새 행정부의 모든 업무에서 최전선에 위치할 것”이라고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명한 유전학자인 에릭 랜더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장관급으로 격상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 임명하며 다섯 가지 질문을 던졌다. ▲팬데믹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과학기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은 어떻게 미래 산업의 세계 리더가 될까 ▲과학기술의 열매를 어떻게 전체 미국인들과 공유할 것인가 ▲미국 과학기술의 장기적 건강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등이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 전 세계적 비확산과 원자력 안전, 핵 안보, 안전 조치가 보장된 원자력 기술 사용 등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키고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기로 했다. 또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포괄적 협력을 위해 기후, 코로나 백신 협력과 반도체, 배터리, 수소차 등을 포함한 신흥 기술, 인적 교류에서 새로운 유대를 형성할 것을 약속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보여 준 것처럼 세계 최강국과의 정상외교에서도 과학기술 관련 이슈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접하면서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에릭 랜드에게 한 질문을 우리나라에 맞게 고쳐 보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살릴 수 있을까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중 경쟁 구도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과학기술의 열매를 어떻게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게 할 것인가 ▲한국 과학기술의 장기적인 건강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 연구개발비 100조원 시대가 열렸다. 과학기술은 더욱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국가 경영에서 차지하는 과학기술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내년이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차기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철학과 리더십이 기대되며 몇 가지 바람을 적어 본다. 첫째, 과학기술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제 과학기술은 경제발전 수단으로만 봐선 안 되며 교육, 노동, 윤리, 문화 등 모든 분야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둘째, 과학기술의 정치화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 전문가의 의견이 존중돼야 하며 일부 집단의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적어도 과학기술 분야만에서라도 이념과 진영을 배척해야 한다. 셋째, 과학기술행정의 관료화를 타파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넷째, 정권을 넘어 나라를 생각하는 장기적인 정책 추진 시스템을 마련해야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 각광받는 로봇,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드론, 3D 프린팅, 바이오 기술 등은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의 기초연구와 선행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이제야 빛을 보는 것이다. 과학자들 또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함은 물론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국정의 중심에서 생동하는 과학기술 리더십을 보고 싶다.
  • 한미, 대북·백신·기술 ‘전방위 동맹’ … 北 호응 미지수

    한미, 대북·백신·기술 ‘전방위 동맹’ … 北 호응 미지수

    판문점선언 등 비핵화 ‘연속성’ 명문화文 “대화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 보낸 것”삼성 등 4대 그룹, 44조원 美 투자 결정“최고의 순방이었고, 회담이었다.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기대 이상이다.” 3박 5일의 방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이렇게 자평했다. 문 대통령의 평가에 대한 판단은 다소 엇갈리겠지만, 70년 전 군사동맹으로 출발한 한미관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질적 변화를 이룬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국 정상은 회담과 공동성명에서 안보 현안에만 머물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과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반도체·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기술·경제 분야로 동맹의 지평을 확장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과 바이든 행정부의 이해가 맞물린 44조원의 대미 투자는 한국의 기술 역량과 경제적 위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한국은 평화를 얻었고 미국은 경제를 얻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한미동맹의 확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게 된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드라이브를 건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망 재편과 5G·6G 네트워크 기술 협력, 중국의 ‘역린’에 해당하는 대만해협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처음 언급된 점은 미중 갈등 속 한중 관계의 위험요인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도 중국에는 불편한 얘기다. 다만 대중 견제전략의 핵심인 ‘쿼드’(미·일·호주·인도)가 공동성명에 언급됐지만, 정상회담에선 논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선을 그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대북정책에서는 한국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미국이 ‘최대 유연성’을 발휘한 모양새다. 특히 한미 정상이 “2018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남북·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힌 점이 두드러진다. 비핵화 대화의 ‘연속성’을 명문화한 것이다.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내건 적대시 정책 철회는 물론 남북교류를 위한 제재 유예·면제를 미국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문 대통령은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판문점선언에는 문 대통령이 비핵화 대화의 ‘입구’로 제안했던 종전선언이 담겼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핵심은 ‘북미의 새로운 관계 수립’이란 점에서 남북·북미 대화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협력 지지를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촉진해 북미 대화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대화 진도가 더디더라도 남북관계가 독자적으로 숨 쉴 틈을 만들고, 상황에 따라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협상 원칙은 ‘아주 실용적이고 점진적이며 단계적이고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비핵화 시간표에 양국 간 생각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측이 질색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로, 비핵화 대상은 ‘북한’이 아닌 ‘한반도’로 표현했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깜짝 발표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워싱턴에서 북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전 알려준 깜짝 선물”이라면서 “대화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대화를 위한 ‘선(先) 보상’은 없으며 정상회담도 ‘톱다운 방식’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의 노력으로 미국이 유연한 접근을 취했지만, 그렇다고 북측이 반색할 결정적 유인책도 없었다. 북측의 호응은 미지수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북이 요구하는 ‘본질적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 게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양 교수는 “바이든이 조건 없는 대화를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 “북중 조율이 필요할 테고 남측의 설명을 듣고 싶을 수 있다”며 대화 재개를 밝게 전망했다. 임일영·신융아 기자 argus@seoul.co.kr
  • 화기애애한 오찬 모습…바이든 “문 대통령 만나 영광”

    화기애애한 오찬 모습…바이든 “문 대통령 만나 영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사진을 공식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문재인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다.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며 동북아, 인도-태평양, 세계에 평화와 안보, 번영의 고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속에서 두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가깝게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백악관 정상외교의 첫 상대가 문 대통령이 된 셈이다. 미측은 오찬을 겸해 37분간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메인으로 하는 메뉴를 준비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이후 첫 외국 방문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을 갖게 된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과 소인수회담, 확대정상회담까지 예정시간을 넘기면서 다양한 의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공동취재단·서울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文대통령 손만 나온 北 ‘김정은 화보집’ 논란

    文대통령 손만 나온 北 ‘김정은 화보집’ 논란

    판문점 회동서 문 대통령 ‘의도적 삭제’ ‘노딜’ 하노이 회담 “지혜와 인내 발휘” ‘김정은 전기’에도 문 대통령 언급 없어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2019 정상외교 화보집에서 의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만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지난 12일 공개된 김 위원장의 화보집 ‘대외관계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에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김 위원장이 각국 정상과 만나거나 회담을 진행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실렸다. 특히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과 ‘노딜’로 끝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그해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 간의 만남도 모두 실려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화보집에서 문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8년 4월, 5월, 9월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소식은 커녕 남북미 정상이 만난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사진에서는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이 등장한 부분을 삭제하고 실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7월 1일자 노동신문에는 판문점 회동에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이 실렸는데, 이번에 나온 화보집에는 같은 사진을 실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에 있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자른 채 사용했다. 사진에는 문 대통령의 손만 나왔다.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조미(북미)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싱가포르 회담), ‘역사적인 상봉’(판문점 회동)으로 평가하고, 결렬로 끝난 하노이 회담에 대해서도 “북미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가는 과정에서 피치 못할 난관과 곡절들이 있지만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함께 헤쳐 나간다면 능히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염원에 막제 북미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기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은 지난 2월 발간한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의 성과를 담은 전기 ‘위인과 강국시대’에서도 북미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 등을 자화자찬 식으로 소개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쏙 빼놓고 기술했다.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13일 “북한 나름대로 최고지도자의 대외 활동을 기념하고 정리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며 “범위와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자체적 판단 기준에 따르는 것이기에 정부가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거나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북한에서) 남북 관계는 대외 관계가 아니다”라며 “남북 관계가 빠졌다고 해서 문 대통령이 패싱당했다고 하는 것은 북한의 대외 관계 논리를 하나도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반면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이 남한의 역할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것을 우리 정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과 관련해 남한의 역할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우리 정부이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정의용 외교장관 日 오염수 방출 ‘조건부 용인론’ 파문

    정의용 외교장관 日 오염수 방출 ‘조건부 용인론’ 파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9일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건을 달긴 했지만 일본의 결정 직후 나온 “용납할 수 없는 조치”, “국제사법절차 검토” 등 강경 일변도의 대응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미국이 일본의 결정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만 ‘무조건 반대’식으로 대응했다가는 외교적으로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를 한다기보다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3가지 정도를 일본에 줄기차고 일관되게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 제시 및 충분한 정보 공유 ▲더 충분한 사전 협의 ▲IAEA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연구소 대표 참여 보장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이 정부 판단과 다른 것은 인정하면서도 “미국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는 IAEA 적합성 판정을 받아야 된다’는 기본 원칙은 우리와 같이한다”고 말했다. 앞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전날 “일본이 IAEA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미국은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IAEA 조사단에 한국 측 전문가가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IAEA와 협의할 사안이라면서도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 정부가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오염수 문제를 너무 앞장서 부각시키는 것은 또 다른 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다음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 대중국 견제, 한미일 안보협력 등과 관련해 미국과의 이견을 좁혀야 하는 상황에서 한미 관계의 악재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멈춰 있는 한반도 평화 시계를 다시 돌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경제 협력과 코로나19 대응, 백신 협력 등 현안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이 백신 협력을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안전성 논란과 미국의 ‘부스터샷’(3차 접종) 계획 등으로 백신 수급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면서 ‘백신 정상외교’ 요구가 증폭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서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방미 성과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터라 청와대의 부담은 적지 않아 보인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미일 정상회담과 비교 불가피...문대통령 “백신 협력” 강조

    미일 정상회담과 비교 불가피...문대통령 “백신 협력” 강조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 등 악재 쌓여전문가 “中 문제 진일보된 입장 내야”“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외교다.”(전직 고위 외교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다음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미일·한미 정상회담 대차대조표를 둘러싼 비교가 불가피해졌다. 미중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한중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일본처럼 미측의 대중국 견제에 적극 동조할 수 없는 터라 한국으로서는 더욱 난해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미일 밀착 강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등 악재만 쌓이고 있어 제대로 준비를 못 한다면 자칫 외교적 고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멈춰 있는 한반도 평화 시계를 다시 돌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경제 협력과 코로나 19 대응, 백신 협력 등 현안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서는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숙고의 시간이라 생각하며 대화 복원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금의 잠정적 평화를 항구적 평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백신 협력을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안전성 논란과 미국의 ‘부스터샷(3차 접종)’ 계획 등으로 백신 수급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면서 ‘백신 정상외교’ 요구가 증폭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정서상 스가 총리의 방미 성과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터라 청와대의 부담은 적지 않아 보인다.5월 말이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는 시점이다. 북미 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지 않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양측이 대화의 장으로 나서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남북 관계가 꽉 막힌 터라 ‘중재의 묘수’를 찾기 쉽지 않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앞으로 한 달은 한미가 긴밀히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서 “미국을 움직이려면 중국 문제도 무조건 발을 뺄 게 아니라 진일보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쿼드(미·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쿼드의 백신 분과인 ‘쿼드 백신 파트너십’에 협력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일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재적 한국외대 교수는 “임기 말 지지율이 떨어져도 ‘일본 카드’(강경 대응)를 써서는 안 된다”며 “투트랙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북핵 대화로 해결’ 불씨 지폈지만 북미 협상 테이블까지 첩첩산중

    ‘북핵 대화로 해결’ 불씨 지폈지만 북미 협상 테이블까지 첩첩산중

    미국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과 함께 시작된 주변국과의 ‘외교 1라운드’가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협의·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끝으로 보름여 만에 막을 내렸다. 같은 날 미국과 중국에서 강대국들을 상대해야 하는 ‘줄타기 외교’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지만 북한 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는 메시지를 끌어낸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외교 2라운드인 ‘정상외교’ 시기를 앞당기려는 것도 대화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 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첫 대면 협의를 한 뒤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를 향한 3국 공동의 협력을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북미 협상 재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한미일 3국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같은 날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국과 함께 대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협력 의사를 재확인한 것은 미중 간 ‘협력 공간’을 확보하려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성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민주적 가치’, 중국은 ‘(미국이 아닌)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조했지만 한국을 사이에 두고 우려했던 치고받기는 없었다. 대신 중국은 최근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를 마친 한국과 상반기 안에 같은 형식의 외교안보(2+2) 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도 재차 표명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큰 틀에서 한 고비는 넘겼다”면서도 “(중국이) 2+2 대화에 적극 나선다는 건 한국이 미국에 경도되는 걸 막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변수는 이르면 이달 안에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조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오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전후로 한 북한의 도발 여부다. 한미일 안보실장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완전한 이행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내용은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와 함께 추가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가 동시에 담겼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오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하는 것도 한반도 정세의 중대 고비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미 안보실장 간 양자 협의에서도 대면 정상회담 필요성에 대해 교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4월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보도와 관련, “확인해 줄 사항이 없으며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계속 긴밀히 협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미국에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달래는 유화적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걸 계속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이 공동발표문 형태로 들어가게 된다면 큰 의미가 있겠지만, 미국은 포괄적이고 일반적 차원에서 얘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北, 김정은·시진핑 구두친서 공개… 북중 손잡고 美에 맞서나

    北, 김정은·시진핑 구두친서 공개… 북중 손잡고 美에 맞서나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친서 내용을 공개하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포위 전략으로 가치외교를 내세우며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압박하자 중국 쪽으로 더 바짝 다가갈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구두친서에서 국방력 강화와 남북 관계, 북미 관계와 관련한 정책적 입장을 설명하고 “적대 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적대 세력들의 광란적인 비방 중상과 압박 속에서도 (중국이) 사회주의를 굳건히 수호하면서 초보적으로 부유한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서 괄목할 성과들을 이룩하고 있는 데 대해 자기 일처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중 간 친서 교환은 당대회 등을 계기로 종종 이뤄져 왔으나, 이번엔 시기적으로 미 외교안보팀의 아시아 순방과 미중 간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미중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자 북중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손을 잡고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 줄 용의가 있다”고 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 간 직간접적인 정상외교와 무역 재개, 신압록강대교 개통 등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은 최근 말레이시아와의 단교 등으로 국제사회 고립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당대회 결정 내용을 바탕으로 국방력 강화 입장을 전달한 데 비해 시 주석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국제 및 지역 정세는 심각히 변화하고 있다”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고만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중국과의 정책 공조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극복하려고 하지만 중국은 북한과는 달리 한중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북중 관계를 긴밀하게 발전시킬 의도는 없어 보인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자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중재자 역할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23일 중국을 거쳐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향후 협력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25일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정은-시진핑 친서 교환하며 밀착 과시…美 대항 전략적 제휴?

    김정은-시진핑 친서 교환하며 밀착 과시…美 대항 전략적 제휴?

    美-中 고위급 회담 갈등 표출 후 친서 공개 김정은 “中 투쟁성과 자기일 처럼 기쁘다” 시진핑 “양국 인민에게 훌륭한 생활 마련”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구두친서 내용을 공개해 친밀함을 과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포위 전략으로써 가치 외교를 내세우며 중국과 북한을 동시 압박하자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2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구두친서에서 국방력 강화와 남북관계, 북미관계와 관련한 정책적 입장을 설명하고 “적대 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적대세력들의 광란적인 비방 중상과 압박 속에서도 사회주의를 굳건히 수호하면서 초보적으로 부유한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서 괄목할 성과들을 이룩하고 있는데 대해 자기 일처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中, 경제적 지원 약속...北 외교적 고립 면하나 북중 간 친서 교환은 당대회 등을 계기로 종종 이뤄져 왔으나, 이번엔 시기적으로 미 외교안보팀의 아시아 순방과 미중 간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미중 패권 다툼이 가시화되자 북중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손을 잡고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중국과 북한이 대미 외교전선에서 힘을 합쳐 보조를 맞춰 나간다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친서 교환”이라며 “북한에게는 향후 북중교역 확대와 협력을 통한 고립 탈출, 중국에게는 대미 패권경쟁에서 역내 우군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시 주석은 친서에서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 줄 용의가 있다”고 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 간 직간접적인 정상외교와 무역 재개, 신압록강대교 개통 등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은 최근 말레이시아와의 단교 등으로 국제사회 고립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북한의 국방력 언급 회피...외교적 수위 조절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당대회 결정 내용을 바탕으로 국방력 강화 입장을 전달한 데 비해, 시 주석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국제 및 지역 정세는 심각히 변화하고 있다”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고만 강조했다.친서를 통해 양국의 협력 가능성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외교적 수위는 조절했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중국과 정책 공조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극복하려고 하지만 중국은 북한과는 달리 한중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북중 관계를 긴밀하게 발전시킬 의도는 없어 보인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자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중재자 역할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중국을 거쳐 8년만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향후 협력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오는 25일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G7, 백신 공동구매에 8조 3천억원 지원…빈곤국가도 포함

    G7, 백신 공동구매에 8조 3천억원 지원…빈곤국가도 포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7개국이 빈곤국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 중국의 비시장적 정책에는 공동 대응을 결의했다. G7 정상들은 19일(현지시간) 화상회의 후 배포한 성명에서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는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코백스) 지원금을 75억 달러(8조 3000억원)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빈곤 국가까지도 커버할 수 있도록 40억 달러를 추가로 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40억 달러, 독일 추가 15억 유로를 약속했으며 유럽연합(EU)은 지원금을 10억 유로까지 배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백신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G7 국가들 역시 자국 내 백신 공급이 여유롭지 않은 탓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회의 앞머리에서 “세계적 전염병이기 때문에 세계가 모두 백신을 맞도록 해야 한다”며 남는 물량은 빈곤 국가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엔 중국 견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아프리카에 백신을 보내지 않으면 중국과 러시아가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들은 또 앞으로 보건 위험에 대비해 조기 경보와 자료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세계보건협약 체결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역시 최근 중국이 WHO 조사팀에 코로나19 초기 발병 사례와 관련한 자료 제공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G7 화상 정상회의는 의장국인 영국 주최로 개최됐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다자 정상외교 무대 데뷔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정상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떨쳐내고 올해를 다자주의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마크롱 “유럽과 美 코로나 백신 4~5% 개도국에 보내는 데 동참하라”

    마크롱 “유럽과 美 코로나 백신 4~5% 개도국에 보내는 데 동참하라”

    “코로나19 백신 물량의 4∼5%를 개발도상국들에 긴급히 보내도록 합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9일(이하 현지시간)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종전 자신의 제안에 다른 선진국들이 함께 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신의 구상을 지지한다면서 아프리카 나라들과 백신 물량을 나누는 것이 국내 백신 보급 캠페인을 지체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수십억 도즈의 물량이나 수십억 유로의 돈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가진 물량의 4~5%를 조금 더 긴급하게 할당하자는 것이다. 각국이 조금씩 미뤄둔 물량을 모아 빨리 수천만 도즈를 그들에게 보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런 국제 공조가 재빨리 이뤄지지 않는 틈을 비집고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을 둘러싼 영향력 전쟁의 길을 닦고 있다”고 개탄했다. 마크롱 정부도 우리 정부처럼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뒤늦게 착수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거센 비판을 듣고 있는 상황에 다시 한번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들을 돕는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물론 전 세계 백신 공급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여러 나라가 국내 보급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얼마나 이런 국제적 공조가 가능할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런 국제 공조가 본격화하는 것은 옳은 진전이라고 보인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에 최대 40억 달러(약 4조 4280억 원)를 기증할 예정이라고 당국자들을 인용해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G7 화상 정상회의에서 코백스 프로그램에 20억 달러를 즉각 기증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머지 20억 달러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기증 약속에 동참하고 이행하는 추세에 맞춰 ‘조건부’로 추가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G7 화상 정상회의는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회복과 동맹 복원을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의 다자 정상외교 데뷔 무대다. 해당 재원은 이미 의회의 승인을 거친 상태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우리는 20억 달러가 수십억 달러를 거쳐 최소 150억 달러까지 불어나게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에 솔선수범을 보여 다른 나라들의 동참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코백스는 최빈국 및 중진국의 취약층 20%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연말까지 20억 회분 이상의 백신을 공급하는 목표를 세웠으나 기금 부족 등으로 목표 달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수요가 먼저 충족되기 전에는 백신 물량을 다른 나라에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코로나19 백신을 구하기 어려운 국가들을 위해 남는 물량 대부분을 코백스와 공유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이번 G7 화상 정상회의에서 공평한 백신 접종권을 위해 코백스 지원을 늘려달라고 정상들에게 요구할 예정이다. 이번 G7 화상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19 공동대응 방안과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도 다뤄질 것으로 알려져 바이든 시대 들어 반중(反中) 연합 구축에 대한 모색이 국제무대에서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린치핀’ 한국 vs ‘코너스톤’ 일본…바이든 첫만남 물밑 외교전

    ‘린치핀’ 한국 vs ‘코너스톤’ 일본…바이든 첫만남 물밑 외교전

    靑 “규모 최소화 방미 추진하되 6월 G20前 비대면도 고려”日 스가, 2월 방미 불투명… 쿼드정상회의로 첫 대면 가능성DJ 제외하면 역대 미일 정상회담이 한미보다 먼저 이뤄져백악관의 새 주인이 누구와 먼저 통화하고, 만나는지는 향후 미국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점칠 수 있는 판단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정상외교를 재개하는 시점에서 한·일은 물론, 각국의 물밑 외교전이 불붙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28일 오전 0시 45분이라는 이례적인 시간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첫 통화를 관철시킨 것도 북미(캐나다·멕시코)와 유럽(영국·프랑스·독일), 러시아에 이어 아시아 최초라는 상징성에 집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역량이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온데다 코로나 확산으로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해져 궁지에 몰린 일본으로선 바이든 대통령과의 신뢰 구축과 함께 확고한 미일 동맹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란 얘기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역대급 ‘브로맨스’를 연출했다는 평가를 스가 총리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통화에서 두 정상은 서로를 ‘요시’, ‘조’라고 부르게 됐다”는 NHK 보도를 통해 일본 정부가 친분을 부각시키려 애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일 정상 통화가 먼저 성사되자 불똥은 청와대로 튀었다.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를 백악관이 불편해했다는 식의 분석과 함께 정부의 외교력을 폄훼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통화 순서에 의미를 담을 필요는 없으며, 한중 통화와 한미 정상통화는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예산안과 폭설 등 미국 측 사정에 의해 미뤄졌던 한미 정상통화는 지난 4일 오전 8시부터 ‘32분간’ 이어졌다. 청와대는 두 정상 모두 두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란 공감대를 바탕으로 교황과의 통화 경험 등을 공유하는 등 “코드가 맞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꼭 직접 만나서 (현안을) 협의하길 기대한다”면서 ‘서로 눈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도 했다. 취임 축하를 위한 첫 통화임에도 ‘밀도’가 높았다고 강조한 셈이다.그렇다면 한미, 한일정상회담이 언제 열릴까.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1월)하면, 통상 상반기 중 회담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50여일 후인 2009년 4월 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출범 47일 만인 2001년 3월 7일 김대중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첫 회담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에는 취임 약 5개월 만인 2017년 6월 30일 백악관에서 열렸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기준으로는 53일만이었다. 물론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때의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겠다고 했다. 미국 외교안보라인 주요인사들의 청문 과정이 매듭지어지고, 앞서 한미 정상통화에서 언급됐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협의가 일단락되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 6월 영국에서의 만남은 ‘상수’로 보인다. 남서부 콘월의 휴양지에서 예정된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에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문 대통령을 초대했다. ‘지구의 날’인 4월 22일쯤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기후 정상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대면 개최는 미지수다. 청와대 관계자도 “정상통화 때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청와대로선 6월까지 시간을 흘려보낼 여유가 없다. 임기 1년여를 남기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복원에 외교역량을 올인한 문 대통령으로선 어느 때보다 한미 정상회담이 절박하다. 앞서 통화에서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6월 G20 정상회의도 100%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전에 수행원을 포함해 30~40여명 정도로 최소화한 형태로 워싱턴을 가는 방안과 함께 화상으로라도 두 정상이 소통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놓고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정상이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는 해도 여러 차례 화상회담을 해본 결과, 충분히 심도깊은 소통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스가 총리는 지난 해 말부터 2월 중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양국 모두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지 않고 있어 연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사상 첫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담이 비대면 방식으로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일본발(發)로 나온 것도 흥미롭다. 인도 정부가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할 것을 우려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또한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2000년 이후 정상회담 순서를 보면 미국은 아·태 지역의 번영과 발전의 ‘초석’(cornerstone)으로 표현해온 일본을 ‘핵심축’(linchipin)이라 부르는 한국보다 먼저 만났다. 2017년은 탄핵 상황과 맞물려 있지만, 미일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월 10일에 먼저 열렸다. 5월 10일 취임한 문 대통령은 일본보다 넉 달 늦은 6월 30일 워싱턴을 찾았다. 2013년에도 비슷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2월 22일 만났지만, 박근혜 대통령과는 5월 7일에 회담을 했다. 2009년에도 아소 다로 총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2월 24일에 만났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6일에 만났다. 한국이 일본을 앞선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유일하다. 김 대통령은 3월 7일 부시 대통령과 만나 3월 19일에야 회담에 성공한 모리 요시로 총리를 12일 앞섰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이웃국가 일본’…외교백서는 격상,국방백서엔 격하

    ‘이웃국가 일본’…외교백서는 격상,국방백서엔 격하

    단순 ‘이웃국가’→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동반자’→‘이웃국가’ 국방백서와 대비 외교부는 5일 2019년 한 해 동안의 외교활동을 기록한 ‘2020 외교백서’를 발간했다. 일본에 대해 전년도엔 ‘이웃 국가’라고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라고 명명한 부분이 눈에 띈다.이번 백서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지속 추진, 주변 4국과 균형 있는 협력외교 강화,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내실화, 국민외교 강화 등의 외교 성과가 담겼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백서는 한미관계에 대해 2019년 3차례 정상회담 등 정상 차원의 활발한 소통과 공조가 이뤄졌으며, 정상외교를 통해 민주주의·인권·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기술했다. 일본에 대해선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라고 표현했다. 2018년 상황을 기술한 ‘2019 백서’에서는 일본을 단순히 “이웃 국가”라고만 했다. 앞서 나온 ‘2020 국방백서’에서 전년도에 사용했던 ‘동반자’라고 표현을 지우고, 일본을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라고만 표현해 거리감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2019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반발해 수출규제를 단행하는 등 2018년보다 양국관계가 나빠졌지만, 외교백서에서 관계가 격상된 것으로 나타난 것은 관계 회복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관계에 대해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형성된 양국관계 회복에 대한 공감대에 기반해 고위급의 활발한 교류와 더불어 안정적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강경화 장관은 발간사에서 “2019년 한반도 정세는 2018년부터 이어온 평화의 흐름 속에서 진전과 소강 국면을 반복하며 빠르게 변화됐다”면서 “우리는 긴밀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남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한반도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설] 원천 실현 불능 ‘北 원전’, 소모적 색깔 정쟁 멈춰라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제공을 추진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아이디어는 원천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에 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금세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정략적인 소모적 색깔론을 확대재생산하는 국민의힘을 보고 있자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산업부가 그제 공개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3가지 방안은 핵개발을 가속화하는 북한에서는 결코 추진할 수 없다. 비핵화를 약속한 1994년 제네바 합의의 대가로 경수로 건설을 추진했다가 2차 북핵 위기로 좌절한 함경남도 금호지구나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짓거나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 북한에 송전한다는 정책은 북의 비핵화라는 전제가 없는 한 이상론에 불과하다. 북한에 대한 원전 제공은 한반도의 봄이 열린 2018년 정세나 남북한 정상의 합의만으로는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이다.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미국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더라도 해결할 문제가 많다. 핵 물질이나 개발을 촘촘히 감시하는 한미원자력협정도 그렇지만 북한이 핵폐기를 달성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통과해야 한다. 또한 북한에 제공하는 한국형 경수로에 포함된 미국의 원천 기술 이전에 관한 새로운 북미 간 협약도 필요하다. 산업부 문건에는 “비핵화 내용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첨부돼 있다. 산업부의 원전 실무자가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를 몰랐을 리 없다. 문건은 비핵화 진행을 상정해 전력난을 겪는 북한이 우리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원전 건설에 대비한 산업부 단독의 내부 검토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배치되는 신한울 3·4호기 부활이나 DMZ 원전 건설이란 탁상공론이 포함됐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극비리에 원전을 제공하려 했다는 ‘이적행위’ 프레임으로 정쟁을 시작했다. 산업부가 문건을 공개하자 김이 빠졌는지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 구상 USB’에 원전 계획이 있다며 USB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국회 연설에서 “회담이나 USB에 원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USB에 국민에게 밝히지 못할 내용이 들어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USB 공개는 정상외교의 관례를 벗어나는 일이다. 국민의힘이 선거 호재로 판단하겠으나, 국민이 볼 때는 시대착오적 색깔 정쟁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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