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私大재단 법정전입금 ‘0’
법으로 정해진 재단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립대가 지난해만 4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여개 대학은 최근 5∼6년 동안 법정부담전입금이 전무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교육부가 20일 국회 교육위 소속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에게 제출한 ‘2003년 법정부담전입금 현황’에 따르면 중앙대 33억 8300만여원, 서강대 13억 4749만여원 등 40개대가 법정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대, 경원대,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명지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숭실대, 울산대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중앙대와 경기대, 경원대, 숙명여대, 용인대 등 13개대는 최근 6년간 한번도 법정부담전입금을 내지 않았다. 상명대, 배재대 등 5개대는 5년간, 홍익대, 성신여대, 한성대 등 8개대는 4년간 전입금을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학은 법정부담금의 공백을 대부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체 175개 사립대 중 59%에 이르는 104개대의 경우 법정부담전입금을 완납하지 않았다.
연세대는 69억 2873만여원의 법정부담전입금 중 48억 3939만원을 내 69.8%에 그쳤으며, 한국외국어대는 21억 94만여원에 달하는 법정부담금의 14.3%에 불과한 3억원만 재단측이 내놓았다.
그러나 고려대와 이화여대, 세종대, 경희대, 한양대 등은 재단측이 법정부담전입금 기준을 맞추거나 오히려 초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좋은 대조를 이뤘다.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과 국민건강보호법상 법정부담전입금은 학교 재단법인이 정부, 개인과 함께 학교 임·직원의 연금, 건강보험 등의 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데 쓰인다.
특히 법정부담전입금은 ‘경상비 전입금’이나 ‘자산 전입금’과 달리 반드시 학교 재단법인이 부담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사립대는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 47조1항의 ‘학교경영자가 그 부담금의 전액을 부담할 수 없을 때에는 그 부족액을 학교가 부담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법정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이 조항의 취지는 사학 재단법인이 법정부담금을 전액 부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예외 조항도 ‘학교경영자가 그 부담금의 전액을 부담할 수 없을 때’로 한정하고 있다.”며 사학재단측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교직원의 연금보험료와 건강보험료 등은 대학 회계처리상 인건비로 편성하기 때문에 아예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원 조달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난감해했다.
정봉주 의원은 “매년 회계에서 적립금이나 이월금을 남길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지 않은 학교들조차 법정부담전입금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한 탈법·편법 사례”라면서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