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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적한 관련자들… 열쇠는 누가/사건전후 개입자들의 행적

    ◎고위층과 친분 위장… 토지전문 브로커/정건중/청와대 관계자 행세,뛰어난 설술갖춰/박영기/「거래」이후에 호화생활 사기실무 맡은듯/정영진 정보사부지매각 사기사건은 지난달 11일 홍콩으로 도주했다 검거돼 6일 검찰로 넘겨진 전합참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씨(52)를 중심으로 정명우(54)·건중(51·성무건설회장)형제와 정덕현(37·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대리)·영진(성무건설사장)형제등이 치밀한 각본에 따라 저지른 조직사기극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군무원,전문토지브로커,은행간부등 다양한 경력의 인물들이 팀을 이뤄 부동산거래에는 일가견을 갖춘 증권회사를 상대로 완벽한 사기극을 연출한 셈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김영호씨는 육사18기로 88년2월 대령예편과 함께 2급군무원으로 특채돼 군사시설정책실장으로 근무해오다 사생활 문란과 비리등의 이유로 지난해 8월 군사연구실 자료과장으로 좌천됐다.머리회전과 일처리가 빠른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정보사부지매매사기사건이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민원인들의 진정이 잇따르자 사표를 내고 지난달 11일 홍콩으로 달아났다.김씨는 지난 3월27일 부인 김모씨(49)와 이혼한 뒤 서울서초구 반포동 한신3차아파트에서 혼자 살아왔다. 정건중씨는 재미교포출신의 토지전문브로커로 평소 교육가로 행세하며 85년부터 『충남 예산군 대술면일대 10만여평에 중원공과대학을 설립하겠다』면서 유력인사행세를 해왔다.또 부인 원모씨(48)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정·재계인사들과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이들과 교분을 과시하며 주위사람들에게 자신이 거물급임을 믿게 했다는 것이다.지난 4월부터는 서울 서초동 1303 관선빌딩 일부를 임대해 직원 30여명을 고용한 뒤 부동산소개업체인 성무건설을 설립,회장직을 맡아왔다. 정씨는 지난달 24일까지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살다 사건이 노출되자 자취를 감췄다. 제일생명측에 「합참의 김과장으로부터 정보사부지를 사들인 실력자」로 소개됐던 정명우씨는 성무건설 정회장의 친형으로 사건이 드러나기 직전인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우성연립에서 가족과 함께종적을 감추었으나 가족들은 마포구 서교동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15년전부터 강서구 염창동에서 인쇄소를 경영하고 있는 정씨는 지난 80년이래 장위동·정릉동등지로 무려 8차례나 이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정덕현대리의 동생으로 이번 사건의 행동대원역을 수행한 정영진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는 부동산브로커로 주민등록지와 실제거주지가 다른데다 1년전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는등 철저히 행적을 숨겨온 것으로 밝혀졌다.정씨는 사글세를 사는등 어렵게 살아오다 지난해 7월 32평 아파트로 옮긴뒤 지난 3월 서울 서초동에 있는 건평60평의 시가 3억8천만원짜리 두원빌라를 부인명의로 구입하고 최고급승용차인 그랜저V6을 몰고다니는등 졸부행세를 해왔다.부인 김모씨(30)는 『남편의 성격이 매우 무뚝뚝해 성격차이로 자주 다퉈왔다』고 말했다.제일생명보험의 윤성식상무는 『정씨가 교육사업에 관심이 큰 젊은 재력가인 것으로 소개받았으며 복장이나 씀씀이로 보아 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들과 함께 공범으로 고소된 박영기씨는 성무건설의 직원이지만 외부에는 청와대관계자로 행세하는등 능숙한 화술로 주위사람을 속이는등 사기사건의 조연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박씨는 이번사건에서 제일생명관계자들을 사기단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정보사땅 사기」 관련기관 움직임

    ◎금융당국,「어음피해」 최소화에 부심/「돈세탁」 거쳤다면 피해자 늘듯/은행 보험사 신용추락 걱정 ◎…이용만재무장관은 6일 상오 한은 금통위장실에서 황창기은행감독원장과 안공혁보험감독원장으로부터 그동안의 검사결과를 보고받고 조속한 사건해결을 지시. 지난 3일 정오 사건개요를 보고받았다는 이장관은 『우선적으로 급한 것은 제일생명 발행어음 2백42억원을 매입한 제3자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라며 감독원의 검사중점이 인출금액 및 발행어음에 대한 수표추적 등을 통해 유통경로파악 및 압류조치에 있음을 강조. ◎…지난달 25일 하영기제일생명사장의 통보를 받고 검사에 착수한 은행감독원은 지난 3일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에 대한 심야기습으로 관계서류 등을 확보,인출현금과 발행어음의 소재파악에 주력. 한 관계자는 『사기단의 전문적인 수법으로 보아 발행어음이 이미 여러차례 세탁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주내에는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금융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제일생명 발행어음을 제3자가 신용을 믿고 선의로 취득했을때 제일생명측의 변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일생명측의 자금난을 우려.한편 보험감독원도 이번 사건으로 다른 보험사에도 피해가 있는지를 조사해 보고하도록 지시. 특히 보험감독원은 제일생명의 토지매입대금 2백30억원중 일부가 현행규정상 금지돼 있는 단자사의 대출금이며 5억원이상의 부동산매매계약시 10일내 신고토록 돼 있는 의무를 제일생명측이 어긴 점을 중시,이에 대한 사실확인과 함께 감독소홀로 문책받을 것을 우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국민은행과 제일생명은 사건보도이후 전임직원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으나 고객들이 등을 돌릴까봐 걱정. 이상철국민은행장은 지난 3일 한은총재를 지낸 하영기제일생명사장을 사무실로 찾아가 은행측 입장을 정중하게 전달했으며 이번 사건으로 금융계 생활에서 큰 오점을 남긴 하사장은 5일 사위인 박재복 조양상선그룹 진주햄사장이 준 수면제를 먹고 잠들 정도로 몹시 지친 상태라고.
  • 제일생명 발행어음 150억 어치/신용금고 등서 이미 할인

    제일생명보험이 정보사 부지매입을 위해 발행한 어음중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1백50억원어치의 어음이 이미 할인돼 몇개의 상호신용금고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급기일이 8·9·10월초로 돼있는 제일생명보험의 견질어음은 종적을 감춘 토지사기단의 3정씨이외의 인물들이 배서한후 상호신용금고들로부터 할인해 현금화했으며 상호신용금고들은 지급기일이 도래하면 관련은행에 지급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사기단의 3정씨중의 한사람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을 내세워 어음을 상호신용금고에서 할인해간 것으로 추정된다. 제일생명보험은 만기도래한 50억원어치의 어음을 사취계를 제출하고 부도처리했으며 앞으로 지급제시되는 어음도 부도처리할 방침이다.
  • 472억 행방 최대 의문점으로/거액 사기자금

    ◎수표·어음 거래경로 집중추적/범인끼리 분배·개별은닉 추정/은행 가명예치·부동산 매입 가능성/「세탁」거친뒤 유통… 해외유출은 희박 국군 정보사령부 부지를 미끼로 한 대규모 사기사건에서 거래된 거액의 자금은 어디로 갔을까. 이번 사건에서 거래된 돈은 땅을 사려던 제일생명의 윤성식상무가 지난해 12월 토지사기단의 일원인 성무건설측 정명우씨와 부지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에 입금시킨 2백50억원과 성무건설사장 정영진에게 건네준 어음 4백30억원 등 모두 6백60억원이다. 이 대금 가운데 은행에 들었던 2백50억원의 수표는 제일생명측이 찾아간 20억원을 뺀 2백30억원이 오리무중이다. 이 2백30억원은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 정덕현대리가 성무건설사장인 동생 영진씨에게 넘겨준 것이다.어음으로 발행된 4백30억원은 ▲50억원이 부도처리되고 ▲20억원짜리 1장과 80억원짜리 1장 등 1백억원은 제일생명측이 회수해 폐기처분했고 ▲70억원은 사기단의 한사람인 박영기씨 등이 직접 결제했으며 17억3천만원은 정영진씨가변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행방을 전혀 알 수 없는 돈은 모두 4백72억7천만원에 이르고 있다.이 돈은 워낙 거금인데다 수표로 발행되거나 어음으로 유통돼 모두 깜쪽같이 숨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검찰과 은행감독원 등에서 추적하고 있는 이 돈은 수표거래와 어음거래 경로를 정밀조사할 경우 1주일정도면 그 향방이 드러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토지사기단이 여러명인데다 그동안 6개월이 흘렀으므로 수표와 어음을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빼돌렸을 것으로 보면서도 대체로 3가지 방향의 가능성을 꼽고 있다. 첫째는 해외로 유출시켰을 가능성이고 둘째는 국내에서 범인들끼리 나눠 은닉했을 가능성,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제의 돈이 이미 「세탁」과정을 거쳐 시중의 어디론가 흩어졌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외환전문가들은 문제의 돈이 해외로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며 설사 유출됐다 하더라도 극히 소액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관리법에 따라 돈을 외국에 보내려면 외국환은행의「인증」을 받아야 하고 또 외국환은행도 한국은행에 외국송금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절차상의 어려움을 그 이유로 들고있다. 사기사건 발생뒤 6개월이상의 「충분한」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점을 들어 「세탁」을 끝내고 이미 사기단이나 배후관계자들의 용처로 흩어졌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사기단」의 구성원들이 돈의 일부를 해외나 사업·생활자금등으로 빼돌린뒤 나머지 대부분은 나누어 은닉하고 있으면서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있다. 이 경우 재미교포인 정건중씨(성무건설회장)가 중원공대설립추진자금 등으로 활용하는등 범인들이 현찰을 보관하고 있거나 은행에 가명계좌로 예치해 놓았을 가능성,또 부동산투기자금 등으로 썼을 가능성을 들고있다.
  • “부지계약 윤상무가 독단처리”/하영기 제일생명사장 일문일답

    ◎첫 구입건의때 부적당해 거부/어음만기로 6월에 처음알아 제일생명의 하영기사장은 6일 하오 기자회견을 자청,이번 사건이 윤성식상무 단독으로 벌인 일이며 자신은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에 예치된 예금이 빠져나간 시점은 1월이다.정보사땅 매입계약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던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시기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으나 올해 초 부동산담당인 윤성식상무가 상업지구 아파트지구 등이 표시된 도시계획도면을 가져와 정보사부지를 구입하자고 얘기했으나 본사 사옥 부지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했다.그 뒤 지난6월초 윤상무가 계약금조로 발행한 어음이 만기가 돼 돌아오자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윤상무는 사장에게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보고해 처리한 것이라고 진술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윤상무 단독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말이냐. ▲그렇다.윤상무가 과거에 믿을 만한 사람이었으나 자신도 모르게 토지사기꾼에게 말려들어간 것같다. ­왜 정보사 땅을 매입하려했는가. ▲우리회사 부근에 대한교보가 토지를 구입,사옥신축허가를 받으면서 우리회사도 새사옥 마련계획을 세우게 됐다.지난해 11월부터 담당 윤상무가 서초동 지역의 적합한 대지를 물색하던중 서초동 법원 네거리 남쪽 전철역 코너의 부지가 나와 이를 매입하려 했다.윤상무는 이 땅이 임자가 여러명이어서 확보하는데 시일이 걸리니 우선 정보사 부지를 먼저 계약하고 그뒤 다시 이 땅과 교환하는 방법으로 일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나는 정보사 부지가 외진 곳이어서 보험사 사옥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자금이 빠져나간 시점이 지난 2월인데 그동안 예금잔고를 왜 확인하지 않았는가. ▲그동안 수차 법원전철역 주변 부지계약이 안되면 돈을 찾아오라고 지시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회수가 안됐다.지난 5월말 주총에서 윤상무의 담당업무가 바뀌어 후임자와 인계하는 과정에서 이 자금의 행방이 문제가 돼 국민은행에 예금인출을 요구했으나 담당 정덕현대리가 『이 돈은 고위층 지시가 있어야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요구불예금의 인출을 거부하는 것이 이상해 타은행 컴퓨터로 잔고를 확인해보니 돈이 들어있지 않았다.
  • 제일생명이 진실을 밝히라(사설)

    「정보사부지 관련 거액사취 사건」은 이른바 사취액이 거액이고 사취를 당한 회사가 개인기업이 아닌 김융기관이라는 점에서 많은 의문을 제기케 한다.단순한 「토지사기사건」으로 보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아 사취를 당한 제일생명이 의혹해소 차원에서 최대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물론 당국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제일생명이 지금까지 밝힌 내용의 진위가 곧 드러날 것이지만 제일생명은 그에 앞서 몇가지 의문점에 대해 빠른 시일안에 충분한 해명이 있기를 촉구한다.먼저 보험회사는 부동산 관리운용을 위해 전문부서내지는 전문인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국내 굴지의 보험회사가 사기단이 제시한 가짜 계약서를 별다른 의문없이 사실로 믿고 사기단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점이 몹시 의문스럽다.제일생명 관계자는 『국방부와 군고위관계자의 이름이 적힌 계약서와 합의각서 등을 믿고 매입했다』고 밝히면서 『다른 경로로 수의계약에 의한 부지 불하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제일생명이 다른 경로를 통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면 문제의 땅이 정명우씨 등에게 수의계약방식으로 매도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그런데 제일생명은 확인해 보지 않고 사기단과 계약 한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 또 제일생명은 국민은행에 예입된 2백30억원의 돈이 인출된 사실을 안 시점이 군무원 김영호씨의 해외도피가 알려진 지난6월25일 경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 돈이 인출된 시기는 지난 1월 중순이다.반면에 제일생명과 정명우간의 매매계약은 4월에 체결되었다.이 매매계약서를 보면 2백30억원은 계약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계약서가 작성되기도 전인 지난1월에 돈이 인출되었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매입 대금의 지불시기가 매매설약서 작성전이라는 기상천외의 부동산거래가 이루어진 셈이다. 한편 제일생명의 주장대로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의 정덕현대리가 부정인출해준 것으로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다.그러나 여기에도 의문이 있다.컴퓨터에 의해 찍힌 예금잔고증명서가 아닌 손으로 쓴(수기)예금잔고증명서는지난 84년 명성사건이후 금융계에서는 문제의 예금잔고증명서로 알려져 있다.제일생명이 그 잔고증명서에 의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이상하다. 이번 사건은 공신력을 생명으로 해야할 금융기관이 부동산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하려는 데서 발생한 것이다.그점에서 제일생명은 진실을 그대로 밝히는 동시에 물의를 일으킨데 대한 뼈아픈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제일생명은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관련 금융기관인 국민은행 또한 책임전가에 급급하지 말고 수기통장 발행등 몇가지 의문점에 대해 진솔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아울러 수사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갖가지 의혹을 해소해주기 바란다.
  • 계약자 김인수씨 6월초 행방감춰

    【인천=김동준기자】 정보사부지관련 거액사기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인수씨(40·인천직할시 북구 십정동 309의99)는 지난달 초순 행방을 감춘 것으로 밝혀졌다.
  • 제일생명­국민은,비상식적 돈관리/예금인출 책임공방… 양사의 문제점

    ◎거액을 보통예금에 입금… 통례 어긋나/정대리 대금유치 깜깜… 은행관리 허점/명성 수기통장 전례에 비춰 배상여부 주목 4백72억원의 사옥매입대금을 사기당한 제일생명과 이중 2백30억원을 맡았던 국민은행간에 서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공방이 치열하다. 금융기관간에 빚어지고 있는 이러한 공방은 금융기관의 공신력에 먹칠을 하고 있으며 액수도 워낙 커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84년 상업은행 김동겸대리의 수기통장에 의한 거액예금사기사건때 고객의 손해를 은행측이 물어준 전례가 있긴하나 이번 사건은 두 금융기관의 관계자들이 사기사건에 얼마나 개입돼 있느냐에 따라 책임소재가 달라질수 밖에 없다. 현재 제일생명과 국민은행은 2백30억원의 입출금 경위에 대해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은행 및 보험감독원과 사직당국이 조사를 진행중이나 양측의 주장에 금융관행상 맞지않은 의문점들이 많다. 먼저 예금유치과정에 있어 평소 장삿속에 유달리 밝은 보험사가 거액을 보통예금에 넣은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자금운용을 주업무로 하고 있는 제일생명이 연1%밖에 이자가 안붙는 보통예금에 2백5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6개월동안 입금시킨 점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토지매입대금으로 단기간내에 지불할것이라 해도 은행의 자유저축예금이나 단자·신탁회사 등에 예치하면 이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수 있는데도 굳이 보통예금에 넣은데는 말못할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측이 당시 정덕현대리가 동생덕분으로 거액을 유치한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도 금융관행상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평소 일일자금동향을 파악하는 지점장과 본점의 관련부서 임원들이 2백70억원에 달한 입금사실을 모를리 없다는게 금융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비록 정대리가 「말못할 사정」이 있어 예금주와 돈의 출처를 혼자만 알고 입·출금을 자유롭게 했다 하더라도 이는 은행의 자금관리체계에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의 경우 예금고가 평소 5백억원규모인 점을 감안,절반이 넘는 돈이 입출금되는데도 이를 몰랐다는 은행측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다음은 정대리가 예금을 인출한 예금청구서의 인감도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하는 부분이다. 은행측은 지난 1월7일부터 25일까지 3개의 제일은행 개설계좌에서 정대리가 2백30억원을 인출할때 찍은 인감도장이 예금청구서와 예금원장 및 제일은행이 보관중인 통장의 인감과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즉 윤성식상무가 정대리에게 인감이 찍힌 예금청구서 30장을 미리 맡기면서 정대리의 동생인 정영진씨의 요청이 있으면 내어주라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은행측은 지난 4월 제일생명과 정보사 부지의 매도자인 정명우씨간에 작성된 매매계약서에서 『계약금·중도금및 잔대금조로 예약시 기지급한 2백30억원을 총매매대금 6백60억원중 일부로 대체한다』는 내용으로 보아 문제의 2백30억원이 계약대금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일생명측은 예금원장과 예금청구서에 찍힌 도장은 자신들이 보관중인 통장의 것과 다르며 J대리가 도장을 위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은행측이 인출한 돈은 J씨에게 커미션으로 지급한 20억원외에 없고 나머지 2백30억원은 J대리가 임의로 인출했다는 주장이다. 셋째 허위통장발행및 예금잔액증명서의 발급 경위이다. 은행측은 지난 2월1일 2백50억원이 모두 지급된 것을 안 제일생명 경리부 관계자들이 J대리에게 이를 문의하자 『윤상무의 요청에 따라 정당하게 지급됐다』고 답변했다.현재 통장에는 회사측의 위임에 따라 J대리가 모두 인출,예금잔고가 없었다는 얘기다. 은행측은 윤상무가 『통장잔액이 회사장부와 일치하기만 하면 되고 부지매입추진도 잘되니 문제가 없다』며 J대리에게 개인PC에 의한 입금사실 통장을 가짜로 만들어달라고 부탁,지난 3월초 이를 만들어줬다는 것이다.또 제일생명측의 요청에 따라 J대리는 매달 3장씩 수기로 2백30억원이 입금된 것처럼 18장의 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해줬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제일생명측은 가짜통장발급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일생명측이 모든 예금잔고증명서가 컴퓨터 단말기로 작성되는 점을 잘 알면서도 수기로 된 증명서를 받고도 5개월동안 이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점이 또 하나의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2백30억원에 대한 책임공방은 은행측과 제일생명측 주장중 어느 쪽이 맞느냐에 따라 판정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양쪽 주장 모두에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으며 따라서 양측 모두에게 떳떳하지 못한 점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국민은행에서 인출된 2백30억원은 지난해 12월26일 국민은행 석관동 지점에서 매도자인 정명우씨가 9억·5억원등 자기앞수표 30장으로 무두 인출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나타났다. 그러나 중도금조로 제일생명이 발행한 미회수어음 2백42억7천만원은 상당액이 이미 명동사채시장과 제2금융권에서 할인돼 유통되고 있어 선의로 취득한 제3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 경우 제일생명측은 발행어음에 대한 변제요청과 함께 보험계약자의 잇딴 해약사태로 심한 자금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부동산 보험사」어떻게 사기당했나/제일생명 사건… 꼬리무는 의문들

    ◎예금주 확인없이 제3자에게 출금맡겨/조직적 모의 없이는 6개월 은폐 불가능 □의문점 4가지 ①출금 알고도 왜 통장확인 안했나 ②관행무시한 예금인출 납득안돼 ③하사장­윤상무 진술 서로 엇갈려 ④말썽난 부지 몰래 사려한 까닭은 ▷사건의 전말◁ 단순한 은행대리의 예금거액인출사고로만 여겨졌던 사건이 보험회사가 사옥부지 매입과정에서 사기를 당한 것으로 밝혀지는등 갈수록 복잡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동안의 수사를 압축해보면 제일생명이 신사옥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국군정보사령부 부지가운데 3천평을 한평에 2천2백만원씩 모두 6백60억원에 매입하려다 토지브로커들에게 4백72억여원을 사기당했으며 토지브로커들은 지난달 홍콩으로 달아났던 전 합참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씨(52)와 짜고 이번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요약된다. 제일생명 윤성식상무(51)는 지난해 12월23일 성무건설회장인 정건중씨(51)와 정씨의 형인 정명우씨(54),사장 정영진씨(31)등 토지브로커들과 정보사부지를 6백60억원에 매입하기로 약정하고 계약금조로 2백50억원을 지난 1월17일까지 정씨의 형인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 정덕현대리(37)를 통해 은행에 입금시켰다. 정대리는 동생 정씨의 요구에 따라 입금된 돈 가운데 2백30억원을 모두 9차례에 걸쳐 빼내갔으며 20억원은 제일생명측의 요구에 따라 되돌려 주었다. 제일생명은 토지브로커들과의 약정에 따라 나머지 중도금및 잔금은 2월부터 4백30억원의 어음으로 지불했다.윤상무는 정씨등이 지난 1월과 4월 두차례에 걸쳐 국방부장관,모군부대장 등의 고무인이 찍힌 정보사부지 가짜 매매계약서를 보여준데다 주변사람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 합참자료과장 김씨가 토지매입 등을 관리하는 부서에 근무한다고 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으며 5월달에는 김씨와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순탄하게 진행되던 제일생명의 정보사부지 매입은 지난달 25일 전 합참자료과장 김씨가 거액의 사기사건끝에 잠적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엉클어지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미 지난달 11일 홍콩으로 출국하고 난 뒤였다. ▷의문점①◁ 그러나 윤상무와 정대리의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이 많은데다 평소 부동산 매매·처분에 밝은 보험회사가 아무런 사실확인없이 토지브로커들에게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사기를 당했다는 점등을 감안할 때 숱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윤상무는 예금이 인출된 사실을 지난달에야 알게 됐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대리는 토지브로커 정씨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주라고 했기 때문에 윤상무도 예금이 인출되고 있는 사실을 1월달부터 알고 있었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정대리는 지난 3월17일 제일생명측에서 통장을 검색,거액이 들락날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 설명해줄 것을 요구해 컴퓨터실수로 빚어진 것이라며 새로 원통장과 똑같은 가짜통장을 만들어 회사측에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생명측은 새로 만들어준 통장에 아무 이상이 없기 때문에 더이상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정대리의 컴퓨터실수라는 말 한마디를 그대로 믿고 넘어갔다는 점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의문점②◁ 또 거액의 돈이 출금할 때의 통상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자유스럽게 빠져나간 것도 의문점이다. 정대리는 미리 맡겨둔 예금청구서를 잃어버려 제일생명 하영기사장과 윤상무의 도장을 위조,정씨에게 돈을 건네주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아무리 윤상무가 정씨의 요구가 있으면 아무때나 주라고 했다하더라도 수십억원대의 돈을 본인에게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고 주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의문점③◁ 정보사 땅매입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하사장과 윤상무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윤상무는 땅매입사실을 하사장에게 3월쯤 구두로 보고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하사장은 신사옥부지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정보사땅인줄은 몰랐다고 밝히고 있다. ▷의문점④◁ 이와 함께 부동산정보에 정통한 보험회사가 그동안 여러차례 사기사건에 휘말렸던 정보사부지매입에 성큼 나섰고 그것도 정당한 공매절차를 거치지 않고 토지브로커들과 결탁해 음성적인 거래에 나섰다는 점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더구나 윤상무는 제일생명의 부동산담당상무로서 부동산관련분야에서는 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윤상무가 회사공금을 이용,토지투기에 나섰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있는 전 합참 자료과장 김씨의 신병이 홍콩에서 압송돼 검찰에 넘겨짐에 따라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맡고있다.그러나 김씨가 사건 책임의 대부분을 토지브로커들에게 떠넘기고 토지브로커들의 잠적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사건은 의외로 장기화할지도 모른다.
  • “관련자 엄벌/사고막게 「잔고통보제」 검토”/재무부

    정부는 제일생명의 정보사부지 매입사기사건과 관련,대형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거액을 예금한 예금주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예금잔고를 통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용만재무부장관은 6일 『이번 사기사건을 놓고 예금주인 제일생명과 예금을 받은 국민은행이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거액예금주에 대한 잔고통보제등 구체적인 제도개선책을 검토하라고 은행감독원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장관은 이와 함께 『수사당국의 수사와 함께 은행및 보험감독원으로 하여금 제일생명과 국민은행에 대한 정밀 조사를 하도록 했으며 관련자는 모두 엄중 문책할 방침』이라고 밝혀 감독자까지 문책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돈은 줘야할 사람에게 모두줬다”/김영호씨 일문일답

    ◎계약서의 고무인 국방장관이 찍지않았다 6일 하오 검찰에 넘겨진 전 합참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씨는 서울지검 특수1부 박광우검사실에서 조사를 받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에 대해 할말은. ▲그동안 국내에서 나와 관련해 보도된 내용은 알지 못한다.내가 관련돼 있다면 개인차원의 일이지 군전체와는 무관하다. ­인출된 2백30억원과 회수되지 않은 어음등 4백72억원은 어디있나. ▲결론적으로 그돈은 돌려줘야할 사람에게 모두 줬고 내가 갖고 있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정보사이전계획은 철회된 것인가.제일생명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이전이 추진되고 있었나. ▲지금은 내가 말할 단계가 아니다. ­정명우씨와의 토지계약서에 찍힌 국방부장관 고무인은 진짜인가. ▲찍은 사람에게 물어보라. ­국방부장관이 직접 찍었는가. ▲아니다. ­지금 심정은. ▲관련된 피해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김씨는 정명우·정건중씨를 아는지와 계약서의 진위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 윤상무 배임혐의 고소/하제일생명사장 밝혀

    하영기 재일생명 사장은 6일 하오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말부터 본사 사옥 신축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서초동 지역의 땅들을 물색해 왔으나 이번 사건과 관련된 정보사 부지매입 사실은 사건이 표면화되기 직전까지 알지 못했다』면서 하사장은 윤상무가 정보사 부지매입계약때 이사회 결의없이 대표이사 도장을 임의로 사용한데 대해 배임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 김영호씨 검거,철야조사/정보사땅 사기

    ◎홍콩서 압송… 검찰,신병 인수/배후·자금행방 집중추궁/주범 정영진·정명우씨 검거에 총력/제일생명 윤상무·국민은 정대리 대질신문키로 서울지검 특수1부(이명재부장검사)는 6일 국군정보사령부부지를 둘러싼 거액사기사건에 대한 전면수사에 착수,사건의 핵심인물로 이날 홍콩에서 압송돼온 전합참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씨(52)와 사문서위조등 혐의로 구속된 국민은행 서울압구정서지점 대리 정덕현씨(37)의 신병을 넘겨받아 철야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날 철야 조사에서 김씨등이 범행을 모의,가담하게된 경위와 사취한 돈의 행방,또다른 사건에의 개입여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특히 이날 군수사기관에 의해 압송돼온 김씨를 상대로 합참군무원으로 일할때 알게된 군사기밀을 이용,제3의 범죄를 저질렀는지와 배후인물이 개입돼 있는지등을 중점 추궁했다. 김씨는 이날 검찰조사에서 이번 사기사건에는 자신외에 다른 군관계자나 상부는 개입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조사를 마친뒤 혐의가 드러나는대로 7일안으로 일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혐의로 구속한뒤 가담경위 등과 돈의 행방을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이날 제일생명 윤성식상무(54)와 경리부장 황인학씨(51)·경리직원·국민은행 감사관계직원 등 7명을 소환,토지매입경위와 매입자금 입출금과정 등을 집중 조사했다. 또 제일생명 하영기사장도 이들의 조사를 마치는대로 금명간 소환,토지매입을 지시 또는 허락했는지 여부,회사자금의 입출금이 공식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은행감독원·보험감독원 등 관련기관의 협조를 받아 토지매입자금으로 지불된 4백72억원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이들 기관의 자체조사가 끝나는대로 조사결과를 넘겨받기로 했다. 검찰은 이번 사기사건으로 고소된 7명의 신원을 모두 밝혀내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는 정대리의 동생 정영진씨(31·성무건설사장)와 토지매도인으로 돼 있는 정명우씨(54·성무건설 정건중회장의 형)등의 신병확보가 사건해결의 열쇠로 보고 이들의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검찰은 성무건설 정회장등 3명에 대해 추가로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검찰조사결과 성무건설의 직원이며 사기단 가운데 1명인 박영기(42)라는 인물의 본명은 박삼화씨(39)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경찰의 수표추적 내용등 그동안의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정밀 검토하는 한편,제일생명과 국민은행측의 경리장부와 입출금장부 등도 수사자료와 증거물로 제출받았으며 필요할 경우 압수수색도 할 방침이다. 또한 제일은행측과 국민은행측의 입출금과정과 예금잔고부분에 대해 서로 주장이 다른 점을 중시,제일생명 윤상무등과 국민은행 정대리등 관계자들의 대질신문도 벌이기로 했다. 한편 국방부합동조사단(단장 김영덕준장)은 이날 홍콩으로 도피했던 김영호씨를 서울로 압송,군사기밀부분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마친뒤 이날 저녁 검찰에 넘겼다.
  • 제일생명,정보사땅 사기단에 당했다/국민은 부정인출

    ◎잔금치른 어음포함 4백72억 피해/전합참과장 김영호씨 관련 확인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 정덕현대리(37)의 2백30억원 부정인출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는 5일 정대리의 동생이자 부동산중개업자인 정영진씨(31)등 토지전문사기단이 지난달 홍콩으로 달아난 전 합참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씨(52)와 짜고 국군정보사령부부지를 불하해준다는 미끼로 제일생명보험으로부터 거액을 사취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과 돈의 행방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제일생명측이 정보사부지의 매입을 위해 이들에게 은행에 입금했던 2백30억원말고도 매매대금으로 2백42억원의 어음을 추가로 발행해준 사실을 새로이 밝혀냈다.이에따라 제일생명의 피해액은 모두 4백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정보사부지매입과정에서 토지브로커 정씨등과 접촉해온 제일생명 윤성식상무를 불러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금명간 제일생명 하영기대표이사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윤상무는 이날 경찰에서 『본사 사옥을 지으려고 부지를 물색하다 박영기·정건중·정영진씨등 토지브로커들을 만나 국군정보사령부가 곧 이전하게 되므로 그 부지를 불하받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부지매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히고 『합참 군사연구실 김과장이 작성한 매매계약서를 보여줘 믿게됐다』고 말했다. 윤상무는 또 『지난달 25일 김과장이 해외로 달아난 사실을 신문을 통해 알게된 뒤 예금잔액을 확인한 결과 2백30억원이 비어있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지난1월7일 윤상무 명의로 만든 1백20억원의 예금통장과 하대표명의로 같은달 13일과 17일에 만든 30억원짜리와 1백억원짜리 통장의 예금잔고가 지난 1월22일부터 2월13일 사이 모두 비어있었던 사실과 함께 『윤상무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대리의 진술을 감안,이들의 대질신문을 통해 진상을 밝혀낼 계획이다. 제일생명측은 은행에 맡겼다가 부정인출된 2백30억원은 최악의 경우 소송을 통해서라도 변제받을 방침이다. 경찰은 6일중으로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에서 수표발행과 관련된 자료를넘겨받아 수표추적등을 통해 2백30억원의 사용처를 집중수사할 방침이다.
  • 사기당한 돈 행방에 수사초점/국민은 부정인출사건의 뒤안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땐 엄청난 차익/이전설 나돈 88년이후 구속자 1백명선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 거액부정인출사건은 말썽도 많았던 서울 서초동의 국군정보사령부 부지를 두고 벌어진 대형사기사건의 결과로 드러났다. 사옥을 신축할 땅을 물색하던 제일생명 보험측이 대규모토지사기단에 속아 지난해 12월 이일대 부지 3천여평을 6백30억원에 사들이기로하고 대금의 일부인 2백50억원을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에 입금했다가 20억원은 인출하고 나머지는 이지점 보통예금담당대리 정덕현씨를 통해 정씨의 동생 영진씨 등이 낀 토지사기단에게 사취당한 것이다.피해액은 예금말고도 가지급한 4백30억원의 어음 가운데 1백92억7천만원이 더 추가돼 있는 것으로 경찰수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 사건이 누구에 의해 주도된 것인지는 결국 사기당한 4백여억원의 돈을 누가 챙겼는가에 있다고 보고 사기당한 돈의 행방과 부정인출경위를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민은행측은 『압구정서지점은 제일생명 신축사옥부지 매입자금 지급창구로 이용된 것에불과하며 정대리가 인출한 예금은 제일은행 윤상무가 맡겨둔 도장으로 찾아 토지매도인인 정명우씨 등에게로 넘어간 것』이라고 은행측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제일생명측은 『사옥부지 매입대금조로 예치시킨 돈을 정대리와 정대리의 동생인 부동산 중개업자 영진씨등이 빼돌렸다』면서 『은행이 관리책임을 지고 예금전액을 보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해서라도 되찾겠다』고 밝혔다. 정대리는 『인출된 돈은 제일생명측이 정보사부지매입대금으로 동생등에게 지불한 것을 입금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찰은 정대리와 영진씨 등이 낀 토지사기단이 『사옥부지를 마련하기에 급급한 제일생명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을 것으로 보고 이들을 찾는데 수사력을 기울이고 있다.정대리가 가짜 예금통장을 만들어 주고 매달 잔고증명서를 허위발급해준 것은 동생등과 짜고 한 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정대리측에서 『제일생명 윤상무가 예금잔고가 이미 전혀없다는 사실을 1월쯤부터 알고있었다』고 주장해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상무 또는 제일생명측의 고위간부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달아난 정영진씨가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데 가장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정씨와 정보사 부지를 둘러싼 사기단들을 쫓고 있다. 문제의 국군정보사령부 부지는 지난88년 정보사가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불하청탁을 미끼로 한 토지사기단의 「단골메뉴」가 돼왔다. 이 부지를 놓고 그동안 발생한 각종 사기사건으로 구속된 사기범만도 모두 1백여명에 이를 정도이다. 지난 89년 6월 전군사시설 정책국장 정모씨등 군무원 6명이 『정보사 부지 일부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는 정보를 미리 빼내 땅투기를 한 혐의로 군수사기관에 구속된 것이 첫 케이스. 90년 11월에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이사관,정보사장교,경찰청 특수대형사등을 사칭한 강모씨등 사기단이 적발되는 등 정부고위관계자를 사칭하는 사기사건이 끊이질 않았다.국방부는 이처럼 잡음이 계속되자 지난해 5월 『이전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예비금싸라기땅」을 둘러싼 사기사건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사기범들은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될 경우 예상되는 엄청난 땅값의 차익을 「상품」으로 내놓고 투기꾼들을 유혹해온 것이다.
  • “군무원 끼여 있어 의심 안했다”/제일생명이 밝힌 피해 경위

    ◎재미교포사업가등 내세워 신뢰 유도/어음피해도 2백42억7천만원 추산 제일생명보험 윤성식상무는 5일 강남경찰서에 출두,심문받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일생명측이 토지사기단에 말려들게된 경위를 설명했다. ­정영진씨등이 낀 토지사기단을 어떻게 알았나. ▲지난88년 10월부터 본사사옥의 신축부지를 물색해오던터에 지난해 3월 토지사기단의 일원인 박영기씨가 『정보사가 곧 이전하는데 그 부지 3천여평을 사게해주겠다』고 제의해 정건중·명우씨등을 만나게됐다. ­어떻게 정씨등을 쉽게 믿었나. ▲정건중씨가 재미교포로서 우리나라에 대학을 설립하려는 사회사업가이고 이들이 내세운 김영호씨(52)가 국방부 합참자료실에 근무해 의심하지 않았다. ­토지사기단에 지불한 돈의 액수와 출처는. ▲처음 약정할때 계약금조로 2백50억원을 은행에 예탁하고 중도금과 잔금은 회사에 자금부담이 크지않게 어음으로 4백30억원을 지난 2월17일자로 끊어주었다.돈의 출처는 보험회사이기때문에 전국지점에서 달마다 보내오는 현금으로 자금사정이 비교적넉넉한 편이라 당연히 회사돈이다. ­피해금액은 모두 얼마인가. ▲은행에 예탁한 2백50억원가운데 20억원은 인출했고 나머지는 소송을 통해서라도 찾을것이며 그들에게 어음으로 줬다가 회수하지 못한 2백42억7천만원가운데 50억원은 부도처리해 1백92억7천만원을 피해액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부에선 재벌급보험사가 부동산투기를 하려다 사기당했다고 보고있는데. ▲본사사옥신축부지를 마련하려다 생긴일이다.나도 사기단과 연루돼있다는 의혹은 절대사실무근이다.
  • 3자피해 없을것/제일생명 하 대표

    제일생명 하영기대표이사는 5일 하오 본사 기자에게 『예금잔액이 비어있다는 사실은 지난달 25일 컴퓨터조회결과로 알게 됐으며 이를 보험감독원과 은행감독원에 바로 신고했다』고 밝히고 『그전까지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회사에서 정보사부지를 매입하기로한 사실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사장은 이번 사건이 윤성식상무가 신사옥부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토지사기단에 속아 넘어간 사건이며 이 사건으로 제3의 피해자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정보사부지 사기관련 수사/브로커 등 3명 출국금지 요청/검찰

    ◎제일생명,“매입알선 꾐에 속았다” 서울지검은 지난 2일 (주)제일생명측이 국민은행 압구정 서지점 예금담당대리 정덕현(37),정명우,정영진,김인수,박병기 등 7명을 사기혐의로 고소해옴에 따라 이 사건을 조사부(박주환부장·이호승검사)에 배당,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4일 하오 제일생명 본점 상무 윤성식씨(51)를 검찰로 소환,고소인 진술을 듣는 한편 잠적한 정대리의 동생 영진씨(31·부동산소개업)와 정명우씨등 3명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검찰은 윤상무가 제일생명의 사옥 신축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보사 부지 3천평의 매입을 알선하겠다는 피고소인들의 꾐에 속아 2백30억원을 예치하게 됐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번 사건이 정보사 부지를 둘러싼 전문사기단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가짜통장으로 횡령은폐 6개월/국민은 압구정서지점 대리

    ◎개인컴퓨터로 서류 위조/제일생명 토지거래 동생이 중개/일부대금 “예금고 유치” 속여 사취/은행측선 “개인사취… 지급할수 없다” 서울강남경찰서는 4일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 예금담당대리 정덕현씨(37)를 사문서위조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동생 영진씨(31·부동산중개업·서초구 서초동 두원빌라 201호)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혐의로 수배했다. 정대리는 지난1월 제일생명보험주식회사가 대표이사 하영기씨와 상무 윤성식씨 명의로 입금한 회사공금 2백50억원을 예금통장원장·예금청구서 등을 위조해 모두 9차례에 걸쳐 동생 정씨에게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동생 정씨는 같은달 7일 부동산거래관계로 알고 지내던 제일생명보험 상무 윤씨에게 찾아가 『형이 은행에 근무하고 있으니 예금유치실적을 올려달라』고 부탁,윤씨가 회사공금 2백50억원을 입금시키자,정대리에게 부정 인출토록 했다는 것이다. 경찰조사결과 정대리는 부정인출사실을 숨기려고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지점장 도장이 찍힌 위조통장을 제일생명앞으로만들어 준뒤,한달에 한번씩 가짜 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대리는 지난 1월22일 제일생명에서 20억원을 인출하려 하자 빼돌렸던 돈으로 20억원을 지급하고 가짜 통장에 20억원이 인출된 것으로 기록하는 수법으로 고객을 안심시켰다. 경찰은 정대리가 『빼낸 돈가운데 나머지 2백30억원은 동생이 모두 가지고 달아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토지사기단의 부동산 거래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라는 제일생명보험측 관계자들의 주장에 따라 정씨 형제와 토지사기단의 관계를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은행측은 이번 사건이 『개인의 사기행위로 벌어진 범행』이라고 전제,『제일생명측이 예금잔액의 추가인출을 요구해올 경우 인출을 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일생명측은 『정대리가 부정인출한 2백30억원을 되찾는 문제는 충분한 검토를 거친뒤 방법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은행의 책임유무 등을 둘러싸고 법정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은행측은 이와관련,정대리와 정영진씨를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사실규명을 위해 특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대리는 지난달 말 제일생명측에서 통장 및 예금잔액증명서가 이상하다고 은행창구에서 단말기로 통장을 검색해줄 것을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다 수상히 여긴 지점측 검사결과 범행이 드러났다. 한편 제일생명측은 문제의 2백50억원에 대해 『지난해 12월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정보사 자리 대지 3천여평을 6백70억원에 매입키로 계약하고 매매대금의 일부인 2백50억원을 중개업자인 정영진씨의 요청에 따라 국민은행 압구정 지점에 예치시켰다』고 밝혔다. 정대리는 『제일생명측이 동생을 통해 토지를 구입하고 대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회사측이 직접 나서서 토지를 매입하고 대금을 치르면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은행을 통해서 거래를 숨기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6공 최대금융사고 이번 사건은 지난 83년 명성그룹사건과 영동개발진흥사건등 제5공화국때의 대형금융부정사건에 이어 6공들어 최대의 금융사고로 꼽힌다. 명성사건과 관련,수기통장의 유효성시비를 불러 일으켰던 상업은행측은서울혜화동지점에 예금을 하면서 김동겸대리로부터 수기통장을 받았던 예금주들이 잇따라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자 상당부분 변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피해자의 배상시비는 계속돼왔다. ◎은감원,진상조사 한편 은행감독원은 3일 검사6국의 검사요원 3명을 국민은행에 보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한편 관련책임자에 대해 엄중문책할 방침이다.
  • 문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6·29」그후 5년)

    ◎“탈이념물결”… 다양한 소재·목소리 분출/등록제실시로 출판사 3천곳 신설붐/월북작가 해금… 「해방공간」문학사 복원/사전검열 폐지따라 공연예술의 자유 만끽/TV방송 공·민영시대로… 지나친 상업주의 경계해야 문화는 자율성과 다양성의 토양위에서 꽃을 피운다.강압적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화·자유화시대로의 길을 연 6·29선언은 바로 기름진 문화의 토양을 제공했다.6·29선언 이후 지난 5년동안 우리 문화는 그동안의 편협성과 경색에서 벗어나 폭넓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의 꽃을 피웠다.월북작가작품 해금,무용 및 연극대본에 대한 사전심의제도 폐지,출판활성화 조치등이 6·29선언의 정신에 따라 이루어졌고 예술가의 상상력을 억압하던 온갖 금기에서의 해방과 함께 탈이데올로기 현상을 겪으며 우리 문화는 비로소 참된 다양성을 획득해 냈다. ▷문화부기자 방담◁ 김정열차장(부장급) 이헌숙기자(차장급) 윤석규기자 김성호〃 백종국〃 김균미〃 김동선〃 ­6·29선언은 문화·예술계에도 민주화의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문학·출판·미술·공연·방송·영화등 각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특히 공연대본에 대한 사전심의 및 출판물납본제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사전검열이 행해져왔던 출판계와 공연예술계에 대한 영향은 대단했습니다. ­88년7월19일에 단행된 월북작가 작품 해금 조치는 그중 가장 뚜렷한 성과였습니다.6·29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88년 7·7선언의 후속조치로 나왔던 월북작가작품 해금조치는 박태원 이태준 임화 등 그동안 남한에서 접근과 출판이 용이하지 않았던 1백20여 월북문인들의 8·15이전 작품의 공식출판을 허용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운동권」 예술성 회귀 ­6·29선언은 20년대 이후 해방에 이르는 한국문학사의 공백을 메워 불구의 문학사를 고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또 문화 각 부문에 만연했던 「정치적 기준」을 「문화적 기준」으로 대체하는 상징적 조치로서 이후 보다 개방적인 문화 흐름을 선도하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운동권 문학에 있어서의 문학성의 강조경향,포스트모더니즘 문학 열기 등도 국제정치환경의 변화와 함께 6·29선언으로 인한 자유화의 진전등 국내상황변화에 크게 힘입은 사례들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출판계의 민주화는 먼저 출판사의 폭발적인 증가로 나타났습니다.87년10월이 지나면서 명실상부한 등록제가 된 것입니다.신고만 하면 출판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된 거지요.80년이래 허가제의 내용을 갖는 이름뿐인 등록제가 자리를 잡은지 8년만의 일입니다.이를 계기로 6·29선언이 있기 전해인 86년말 2천6백여개에 그쳤던 출판사 수가 87년말 3천4개,88년말 4천3백97개,89년 5천97개로 늘었으며 현재는 2배에 가까운 6천개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88년12월 문화부는 공연법 시행령을 고쳐 20년동안 표현의 자유 시비를 불러 일으켜온 무용 및 연극대본에 대한 사전심의제도를 폐지했습니다.마침내 공연예술계가 공연소재와 표현방식 등 공연물에 대한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이는 공연당사자들이 공연작품에 대한 한계를 미리 설정해 놓고 작품을 구상·준비해 오던 때와 비교해 볼 때 한결 자유롭게 하고 싶은 작업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작업에 대한 자율성 확보와 함께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져야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비로소 적용될 수 있게 된 셈이지요.이에따라 체제비판적이거나 외설적인 내용 등을 이유로 공연이 금지됐던 「오장군의 발톱」(박조열작)「금지된 장난」(김훈작)「춤추는 인형들」(엄한얼작)등과 같은 작품들이 공연돼 공연의 다양화를 가져왔습니다. ­각 대학의 학생미술운동도 6·29선언을 계기로 활성화됐습니다.또 문예진흥원 등 관계당국은 행정적인 차원에서 과거 「민중미술」을 이끌어온 「현실과 발언」,민중미술협의회 등에 전시지원을 했습니다.6·29선언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군·빨치산소재 등장 ­영화와 방송분야도 6·29선언의 덕을 톡톡히 누리게 됩니다만 다른 분야에 비해 두드러진 대중성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출판·학술 분야의 민주화는 분명 6·29선언에서 시작되었으나 구소련 및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 또는 개방까지기다려야 했습니다.출판사들의 등록이 자유로워졌고 이에따라 각종 출판물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실정법 위반 시비는 당연한 것이기도 했습니다.정치적인 결단인 6·29선언에 따른 입법조치가 아직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공연예술계는 자율화의 혜택을 크게 누렸습니다.정부는 제도권 밖의 「민족극」극단의 활동에도 관용을 보였습니다.이에따라 그동안 제도권내에서 유일하게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창작극만을 공연해온 극단 연우무대가 설 자리를 잃고 새로운 위상을 모색해야 하는 재미있는 일도 벌어졌습니다.어떻든 공연여부로 화제를 모았던 극단 아리랑의 「아버지의 해방일기」와 「격정만리」등도 무난히 관객들의 앞에 올려졌습니다. ­6·29선언에서 비롯된 문화 전반의 민주화·자율화 분위기는 결국 문화의 다양화에 기여했습니다.문학·방송·미술·공연·출판·학술 등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분출되고 있습니다. ­문학의 경우만 해도 많은 소설가들이 그동안 금기로 되어왔던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김신의 「쫄병시대」,복거일의 「높은 땅 낮은 이야기」,고원정의 「빙벽」등 88년부터 쏟아져 나왔던 군병영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군의 비리까지도 일정부분 소설화했던 현상은 6·29선언 이전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것입니다.그리고 분단이나 빨치산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에서 좌익의 시각을 과감하게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이밖에 운동권 문학에서도 문학성을 강조하는 추세로 돌고 있습니다. ­6·29선언 뒤 몇년동안 북한원전과 기행문,마르크스·레닌 원전 등은 출간붐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그 결과 탈이데올로기 현상이 빚어졌고 동유럽 공산국가의 몰락으로 이념서적의 인기가 급락하고 말았습니다. ­90년대 들어 미술분야에서는 「민중작가」가 아닌 일반작가들도 통일문제를 들고나와 나름대로 이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소재로 삼는 대상이 다양해진 것이지요.이에 비해 「민중미술작가」들은 과거에 비해 그림들이 예술적으로 순화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철학적·미학적으로 자기반성하는 자세를 가지면서 과거처럼 급진적이고 지나치게 선동적인 모습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오랫동안 금기로 여겨왔던 사회고발영화와 농도짙은 성애영화가 대거 등장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5공의 비리를 핵심권부에 맞춰 그린 정치소재의 「서울무지개」(감독 김호선)와 성을 소재로 한 「매춘」(감독 유진선)이 대표적인 작품입니다.또 「전쟁과 평화」「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국두」 등 구소련과 중국영화들이 국내극장가에 처음 나붙게 됐습니다.6·29 이후 본격화된 북방정책의 결과이지요. ○특수방송 잇단 설립 ­외형적으로 공영체제가 허물어지는 흐름에서 평화방송 교통방송 불교방송 등 특수방송이 잇따라 설립됐으며 지난해 서울방송 라디오·TV개국으로 공·민영 혼합체제가 구축됐습니다.또 토론프로그램이나 코미디·드라마 등에서 비판금지대상이나 소재의 벽이 허물어져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통일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민족동질성의 뿌리를 찾아내기 위한 당국의 배려도 이젠 많이 늘어났다고 봅니다.올상반기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북한미술전이 그 한 예입니다.북한의 화가들이 작업한 수많은 원화들을 일반인들이 여과없이 접할 수 있었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죠. ­공산권의 붕괴와 함께 북방과의 문화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종교계의 경우 지나친 북방선교가 문제가 될 정도로 적극적인 북방진출이 이루어졌지요. ­자율화 민주화 과정에서 지나친 상업주의에 의한 문화왜곡등 부작용도 없지 않았습니다.올해들어 방송위원회가 대폭 개정한 방송심의규정은 자율화·민주화의 한계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을 생각하게 해줍니다.이번 개정에서 오히려 내용이 강화된 것으로 ▲인권 보호 ▲방송언어의 순화 ▲광고의 국민건강을 위한 규제가 들어 있습니다. ­아무튼 6·29선언은 그 시행과정에서 많은 과제를 노정시켜왔으나 문화의 다양화 작업을 가능케했으며 탈이데올로기에 따른 한민족 문화의 뿌리 찾기등 값진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이같은 변혁은 바로 우리 문화의 총량을 제고하는 귀중한 계기였다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 사람은 없습니다. ◎전문가 평가/김윤식 문학평론가/자율성의 참뜻 되새길때 6·29선언이 5공화국에서 6공화국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였음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8개항으로 된 이 선언을 검토해보면 한갓 시국수습안의 일종이었음이 드러난다.이점에서만 보면 그것은 시류적인 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문건이다.그러나 좀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국민대단합이라는 커다란 명제가 놓여있다.국민대단합이라는 명제를 내걸었다는 것은 그것이 당시의 제일 중요한 과제였음을 새삼 말해주는 터이다.무엇이 국민대단합을 저해하고 있었던가.8개항의 수습책이 달성되지 않는 한 국민대단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8개항을 수습할 수 있는 기본항이랄까 원칙이란 무엇일까.이렇게 물을 때 우리는 쉽사리 그것이 자율성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사회 각 부문의 자치와 자율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각 부문별 자치와 자율의 확대는 다양하고 균형있는 사회발전을 이룩하여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해진 것은 8개 수습항목중 6번째에 해당되는 것이다.그러나 이 항목이 실상 6·29선언의 으뜸 항목임은 일목요연하다. 자율성의 원칙이 모든 문제해결의 기본항을 이룰 때 어떤 사회도 상당한 혼란을 면하기 어렵다.국가권력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의해 사회적 욕망분출이 조정되던 사회보다 자율성으로 그것을 해결하는 사회가 한층 바람직한 것이라면 그 바람직한 사회의 도래를 위해 상당한 기간의 혼란은 불가피한 법이다.이 원칙이 세계사의 변화라든가 후기 산업정보사회의 급속한 진전과 더불어 5년간을 두고 알게 모르게 실천되었음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이 자율성의 달성이 얼마나 소중한 과제였는가는 6·29선언에서도 지적된 물가안정이라든가 흑자경제 등 5공화국의 치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위협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아도 알 수 있는 터이다.6·29선언이 단순한 시국수습책에 멈추지 않는,역사적인 문건으로 평가되는 참뜻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역사전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가 문화(문명)쪽이라는 사실은 새삼 강조해둘 필요가 없을까.문화란 개성에 바탕을 두는 것이며 따라서 무정부주의적인 성격으로 규정된다.자율성이 조금도 억압되지 않는 사회만들기야말로 문화의 방향성이라 함은 이를 가리킴이다.이 점에서 6·29선언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지향성의 표현이었다.기업문화,정치문화,교통문화 등의 표현이 가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그렇다면 새삼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이러한 자율성이 후기 산업사회 속에서 얼마나 지켜질 수 있느냐에 있다.그동안의 자율성의 옹호가 문화의 특성을 유감없이 드러내었음이 사실로 인정되지만 동시에 그것에 포위되어 위기를 맞이하고 있음도 사실로 인정되는 터이다.문화창출의 자율성이 문화유통의 자율성(상업주의)에 의해 좌우될 때 문화가 도리어 위협받게 되는 것,이 이율배반 앞에 놓인 것이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6·29선언의 한가지 귀결이다.자율성,그것은 문화쪽에서 보면 해결하기 어려운 일종의 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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