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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성낙준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이사람]성낙준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시스템과 공무원의 인식전환에 역점을 둘 것입니다.” 성낙준(55)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1급)은 요즘 감사원에서 가장 바쁜 실장급 간부로 꼽힌다. 지난달 26일 발족한 공직감찰본부를 맡은 데다, 공직감찰에 최근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해석에 익숙한 사람들은 감사원의 공직감찰본부 신설이 최근 사찰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의 역할을 떠맡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보인다. 하지만 성 본부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감사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 제1의 사정기관으로 공직감찰은 고유의 역할에 해당된다.”면서 이 같은 해석을 일축했다. ●“감찰정보단 정보력 확보 역점” 무엇보다 그는 첫 본부장으로서 공직감찰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공직감찰본부에는 현재 특별조사국, 감사청구조사국, 감찰정보단, 공공감사운영단에 180여명의 감찰관들이 배치돼 있다. 특별조사국과 감사청구조사국은 기존에 활동해왔던 터라 별문제가 없지만 감찰정보단이나 공공감사운영단은 이번에 신설돼 업무목표나 시스템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성 본부장은 “이들 조직이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감찰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감찰정보단이 어느 정도 정보력을 확보하면 곧바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직감찰은 우선 자치단체장과 3급 이상의 중앙공무원, 공공기관의 임원급 이상에 집중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공직감찰이 단순히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공무원 스스로 시대에 맞춰 올바르게 변해야 한다는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공무원은, 특히 고위공무원은 국민이 늘 지켜보며 직무감찰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공직관을 내비쳤다. 성 본부장은 기술고시 16기로 1982년에 서울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나 이듬해 5월 감사원으로 옮겼다. 공직사회를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성 본부장은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사업 분야를 감사하는 데 남다른 관심과 성과를 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요즘은 일반화됐지만 각종 건설공사를 감사하면서 시공, 설계나 공사비 분야가 아닌 사업의 타당성 등 계획·예측단계를 감사하기 시작한 주인공으로 감사관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부실공사 감사분야 ‘포청천’ 명성 특히 부실공사에 대해서는 포청천도 울고 갈 정도로 단호했다고 평가된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 사고 공화국이란 오명이 나돌던 김영삼 정부시절 성 본부장은 감사원의 과장으로서 일벌백계의 엄정한 감사를 펼쳤다고 자부한다. 감독기관들의 공무원뿐 아니라 국가 예산에 함부로 손댄 건설업체 관계자들까지 무려 3년 동안 끈질기게 감사해 비리 관련자 전원을 처벌했다.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정부발주공사로 본 건설산업 해부’라는 책도 냈다. “비록 그 당시 악랄하다는 욕을 먹기도 했지만 그 결과 현재 부실공사라는 말이 크게 줄어든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철저한 그의 감사 스타일은 기술고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감사원 본부의 실장자리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다. 2007년에는 14개월 동안 공보관도 역임했다. 평소에는 나홀로 산행으로 자연과 함께 사색을 즐긴다. 그는 후배들에겐 “감사관은 사회변화에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늘 공부하는 습관을 강조하는 자상한 선배이기도 하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약력 << ▲경남 김해 ▲부산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 감사원 건설물류총괄과장 ▲감사원 교수부장 ▲감사원 홍보관리관 ▲감사원 건설환경감사국장
  • [열린세상]훈훈한 정의(正義) /차동엽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열린세상]훈훈한 정의(正義) /차동엽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1908년 봄 안중근 의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의병부대를 조직해 자신은 참모중장이 되어 일제에 대한 투쟁을 시작하면서 전과를 거두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는 교전과정서 잡은 일본군 포로들을 죽이지 않고 모두 석방했다. 당시의 정황으론 단 한 명의 일본군이라도 더 죽이는 게 자신들의 신변은 물론 국익에 유리했을 법했지만 안중근 의사는 달랐다. “만국공법(국제법)에 사로잡은 적병을 죽이라는 법이 없다.”면서 이들을 석방하고는 신념을 분명히 밝혔다.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물리치고, 어진 것으로 악한 것을 물리친다.” 이렇게 의사(義士) 안중근은 보편적인 의(義)를 알았고 몸소 구현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 정신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것이다. 세간에 ‘정의’(正義)라는 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고전적인 주제가 요즈음 새삼 이슈가 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모름지기 ‘정의’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외침과 투쟁이 글로벌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금에, 정작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는 여전히 모호한 채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차제에 ‘정의’의 참뜻을 궁굴려 음미해 볼 필요를 느낀다. 필자는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토마스 아퀴나스의 정의(定義)를 가장 손색없는 것으로 꼽는다. 그는 “정의란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라틴어:cuique suum) 돌려주는 데 있어서 완전하고 항구한 의지다.”라고 명쾌하게 정의하였다. 여기에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각자에게 각자의 몫’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정의(正義)의 알토란에 해당한다. 정의는 한마디로 각자에게 합당한 책임과 정당한 권리가 분배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토를 달 필요 없이 명징한 개념이다. 이는 정의(正義)가 거창한 구호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소시민의 사소한 일상사를 통해서도 멋지게 실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둘째, ‘완전하고’라는 낱말이다. 이는 정의(正義)와 불의(不義)를 가름하는 기준이 임의나 부족한 정보에 의해 설정돼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든지 정의를 말하려면 적어도 ‘완전’에 가까운 정보력과 판단력을 갖춰야 함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자칫하면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 자행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롭기 위해 중용(中庸)의 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중용은 화살로 과녁의 중심을 맞혔을 때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러니 중용은 객관적인 사실에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부합하는 판단이다. 중용은 냉철한 ‘지성’을 요구한다. 이런 취지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 적재적소에서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목적으로 화를 내는 것,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 그것은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다.” 셋째, ‘항구한 의지’라는 낱말. 이는 정의(正義)를 위한 노력이 외침이나 일시적 분노로 그칠 게 아니라 지속적이고 투신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함을 가리킨다. 개인적 차원서 말하자면 정의의 구현은 일생의 과제라는 뜻인 것이다. 이 정도의 정의(正義)라면 서늘한 눈빛이 아니라 훈훈한 눈빛을 발산하고 있을 터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같은 대학에서 공부한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은행가가 되었고, 다른 친구는 판사가 되었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은행가가 된 친구는 수백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당했다. 그런데 우연히 이 사건은 판사가 된 친구에게 배당됐고 언론은 사태추이에 큰 관심을 쏟았다. 재판 당일, 배심원들이 내린 판결은 유죄였다. 판사는 해당 죄목에 적용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형량인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피고에게 선고했다. 그런 다음 판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법복을 벗고는 피고인석으로 다가가 친구를 껴안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 모든 재산을 팔았네. 이것으로 자네의 빚을 청산하도록 하세.” 격이 높은 의로움의 시선은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하다.
  • 우루과이는 없다! 26일은 유쾌한 8강의 밤

    우루과이는 없다! 26일은 유쾌한 8강의 밤

    무서웠다. 1990년 6월21일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하얀 유니폼을 입은 우루과이 선수들은 마치 거인 같았다. 크고 단단해 보였다. 위축됐다. 앞선 벨기에, 스페인전의 연패 영향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모두 이를 악물었다. 3전 전패로 돌아갈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가 모두의 눈에 깃들었다. 세계의 벽은 높았다. 수비수를 여럿 제치고 달려나가는 ‘득점왕’ 소사를 따라잡지 못했다. 고조된 관중들의 함성도 부담이었다. 앙다문 각오가 되레 파울로 이어졌다. 윤덕여가 후반 25분 레드카드를 받았다. 우리는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펼치지 못하고 그렇게 0대1로 고개를 떨궜다. 대표팀의 결정적 실패요인은 정보력 부재였다. 황보관 일본 프로축구 오이타 감독(당시 포워드)은 “대다수의 참가국들이 3-5-2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강한 압박 축구를 구사했지만 한국의 포메이션과 전술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최강희 K-리그 전북 감독은 “감독이 상대편 선수들 이름도 잘 모르는 등 상대팀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해외 경험에 위축된 선수들의 심리상태도 문제였다.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현지에 도착해 시차 적응과 컨디션 조절에도 실패했다. 당시 수비수로 경기장을 누볐던 최 감독은 “후반전 추가시간, 상대 공격수 다니엘 폰세카의 헤딩슛이 골문을 가르며 3전 전패가 결정됐을 때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그는 “진 게 억울했던 게 아니었다. 허무해서 눈물이 다 나더라. 2년 넘게 월드컵만을 바라보며 훈련하고 준비했던 것들을 한 번 펼쳐 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완급을 조절하는 게임조절 능력, 최고의 골잡이들, 남미 특유의 빛나는 개인기…. 우루과이는 그렇게 강팀이었다. 지금의 우루과이도 20여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노장들은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황보 감독은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처럼 볼 컨트롤이 자유자재인 데다 패스도 뛰어나다. 오히려 당시엔 개인기 위주의 팀이었지만 지금은 전술과 수비력까지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거칠고 지저분한 경기 스타일도 변수다. 손으로 잡아당기고 발로 걷어차는 것은 예사다. 심하면 침까지 뱉는다. 당시만 해도 대표팀은 이런 거칠고 더티한 스타일에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더 거친 축구’를 주문했다. 우리도 달라졌다. 황보 감독은 “체력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선 오히려 앞선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수 개개인의 해외경기 경험이 늘어 지나친 긴장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황보 감독은 “특히 신·구세대의 조화와 잘 맞춰져 있는 포지션 체제는 눈에 띄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도 “이제 앞선 예선전에서 드러난 측면 수비불안에 대비해야 한다. 나이지리아전 때도 사이드 돌파가 잦았다. 크로스할 때의 위치선정도 불안했다. 공격 때 좀 더 빠른 템포로 돌파해야 한다.”면서 “우루과이는 틈이 있으면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팀이기 때문에 수비전술에 있어서 절대로 틈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우루과이에 대해 “한국의 장기인 ‘세트피스’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번엔 다양화된 전술과 허리를 강화한 수비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남미팀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선수들이 바로 아시아 선수들”이라면서 “기동력·순발력·투지 등 남미선수들에게 부족한 점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황보 감독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여유, 조직적인 세트 플레이, 공격적인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속공’과 ‘세트피스’, 10번 포를란을 중앙미드필드에서 꽁꽁 묶는 ‘그물망 수비’로 우리가 못 이룬 ‘짜릿한 복수전’을 후배들이 해주리라고 믿는다.”고 일본땅에서 승리를 기원했다. 자,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20년 전 선배들이 들었던 쓴잔, 겁 없는 후배들이 돌려줄 기회다. 백민경·김양진기자 white@seoul.co.kr
  • [씨줄날줄] 차이나플레이션/육철수 논설위원

    중국은 급격한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1970년대 ‘한 가구 한 자녀 갖기’를 국가 정책으로 채택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와 친가·외가 조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성장해 흔히 ‘소황제(小皇帝)’로 불린다. 산아제한 정책과 함께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바링허우(80後)’는 이른바 이 나라의 신세대다. 이 세대의 성장 과정은 경제·사회적으로 두고두고 중국의 관심거리다. 최근에 이들이 노동인구에 속속 편입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 잠재적 변수로 떠오른 점은 예사롭지 않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요즘 중국 노조(工會)의 임금인상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선전시에 있는 세계 최대 주문계약생산(OEM) 업체인 타이완의 폭스콘에서는 공교롭게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던 ‘바링허우 근로자’ 10명이 최근 잇따라 자살했다. 폭스콘은 급기야 900위안이던 월급을 2000위안으로 122%나 올렸다. 중국 노조의 파업은 일본의 혼다·도요타 현지공장을 넘어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이라고 한다. 저임금만 보고 중국에 공장을 지은 외국기업들은 보따리를 싸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리면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임금 인플레이션은 비용 증가와 가격인상을 불가피하게 한다. 이어 중국 내 물가 급등은 물론 세계의 물가를 자극하는 연쇄적 상황이 예견된다. 이른바 중국발 인플레이션(Chinaflation)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는 2만여개 기업 등 5만여개 기업이 진출한 만큼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차이나플레이션의 중심에 바링허우가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40년 전 산아제한으로 현재 노동력이 부족해졌고 한 자녀로 자란 신세대는 선진국 근로자와의 임금차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더구나 이들은 인터넷 세대여서 세계 시장에 대한 정보력도 만만찮다. 저출산·고령화의 산물인 신세대에게 조부모·부모에 대한 부양부담이 크다는 점도 임금인상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중국 근로자의 권리를 강화한 노동법(2008년 시행)까지 맞물려 있다. 중국 정부조차 일부 계층만 혜택받는 위안화 절상보다 다수 근로자에게 유리한 임금인상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세계인구(65억명)의 20%인 13억 중국인들이 동시에 펄쩍 뛰면 지구가 흔들린다더니 차이나플레이션의 현실화는 세계 경제의 공포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靑 깊은 침묵

    청와대는 매주 월요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한다. 회의가 끝나면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한다. 보통은 직접 브리핑을 한다.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 없을 땐 서면으로 대체한다. 7일 아침에도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아예 브리핑도, 서면 소개도 없었다. 오후에 항상 열리던 대변인 정례 브리핑도 취소됐다. 선거 후 청와대가 깊은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선 평소와 달리 이 대통령이 말을 상당히 아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이후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이다. 청와대가 선거 이후 거센 시련을 겪고 있다. 안팎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지방선거의 패배는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사람 몇 명 바꾸는 식으로 단순히 국면전환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청와대가 반성할 일은 반성하되 국정 하반기 프레임을 이른 시간에 다시 짜기 위해서라도 ‘문책성’ 대폭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역풍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서는 초기 대응이 미숙했지만, 이후 유엔 안보리 회부까지 적절한 대응을 했고, 선거 패배는 사실 여당의 공천에 더 문제가 많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정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가 세종시, 4대강 문제를 추진하면서 민심이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선거가 코앞에 와서야 ‘참패’할 것이라는 징후를 포착할 정도로 정보력과 대응에 허점을 드러냈고, 표심 특히 젊은 층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몇몇 사안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젊은 층을 자극했던 김제동쇼 하차 사건과 독립영화 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 사례 등을 꼽을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민심이반을 초래한 사안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은 사실이며, 이는 결국 ‘사람’을 바꾸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바깥쪽으로부터는 이미 고강도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승자인 민주당은 전면 개각과 함께 대폭적인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요구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여기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까지 가세해 “민심이반의 가장 큰 잘못은 청와대 참모에게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8월 초쯤 ‘결심’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인적쇄신 시기를 앞당길지, 폭은 어느 정도로 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시론] 천안함에서 국가안보의 엄숙함을 배우자/한희원 동국대 법대교수

    [시론] 천안함에서 국가안보의 엄숙함을 배우자/한희원 동국대 법대교수

    2001년 9월11일 아침 공중 납치한 4대의 항공기가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FBI가 펜트봄이라는 코드네임으로 실행한 방대한 수사결과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19명의 알 카에다 요원들이 조종사 1명을 포함하여 네 팀으로 나누어 실행한 소행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들이 사용한 무기라고 해야 단단한 소형 자, 금속형 필기도구, 자극성 후추 스프레이 그리고 다용도 칼이 전부였다. 테러분자들은 근 1년 동안 미국 내에서 생활하면서 미국 항공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여러 차례 출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경악했다. 총체적 안보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냉정했다. 국가안보 위협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행해지는 것으로서, 정찰위성이나 수많은 과학장비가 있다고 하여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전 국민의 총화단결로만 대처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부시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에 대처할 전권을 위임하면서 의회차원에서 수많은 결의를 하고 필요한 법을 신속히 제정했다. 대표적으로, 테러를 당한 사흘 만인 9월14일 대통령에게 미국을 타격한 세력과 그에 동조하고 지원하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할 것을 결의하고 법으로 제정했다. 10월11일에는 오늘날 로스쿨 학습의 단골 메뉴인 애국법(USA PATRIOT ACT)을 제정했고, 10월25일에는 9월11일을 ‘애국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를 하는 등으로 10월까지 17차례의 의회결의를 통해 미국의 결속을 다져갔다. 2004년에는 정보개혁 및 테러방지법을 제정했고, 의회가 중심이 되어 국토안보부와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창설했다. 우리는 어떤가? 세계평화와 안전 그리고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도모하며 안전한 삶을 이끌 국제질서의 핵심인 UN 체제에서 주권국가가 선전포고를 받음이 없이 군사적 도발을 당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비정상적인 도발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이다. 민주당은 천안함 사건은 북한에 의한 기습타격이라는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발표를 정부의 발표라고 깎아내리면서, 대통령은 즉각 사죄하고 내각은 총사퇴하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공천자인 유시민 후보는 “합조단의 발표를 차마 믿기 어렵지만, 안 믿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니까 믿어 드리겠다.”면서 “믿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북한 잠수정이 음향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고 어뢰를 쏴 천안함을 두 동강 내고 도망가는데, 고속정은 출동도 안 했고, 총을 새떼에 쏘아댔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지휘라인을 군법회의에 회부하고, 46명의 젊은이를 죽게 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안보는 단절된 역사의 한 단면이 아니다. 정권을 거듭하면서 면면히 그 정신과 판단력을 이어가는 생명력 있는 국가의 정신이다. 주적(主敵)을 포함한 앞선 정권의 안보의지와 안보능력을 바탕으로 하면서 현재의 실질적인 국력을 통해 전개된다. 국력 또한 외교력, 군사력, 국가정보력, 민간방위 중심의 국가위기 관리능력, 경찰력을 포함한 효율적인 법집행 능력, 필요한 법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정하는 입법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총화력의 집결체이다. 국가안보는 국방력이나 국가정보력만으로 확보되는 것도 아니고, 집권세력의 전유물이나 책임대상은 결코 아니다. 여와 야를 초월한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들과 국가 최고 책임자를 중심으로 한 국민총화 능력이 국가안보의 핵심이다. 그런데 국가안보 앞에 경건함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남의 일로 간주하고, 국가 강간행위를 한 강간범은 제쳐두고 왜 강간을 당했느냐면서 피해자를 다그치고, 국론을 오도하고 국가안보를 정치공세로 이어가며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주권국가의 존속과 위신에 대한 불의의 타격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 블레어 美 국가정보국장 전격 사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20일(현지시간)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블레어 국장은 이날 성명을 발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오는 28일자로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급작스러운 사퇴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재능과 애국심이 탁월한 정보기관 직원들과 일한 것이 무엇보다 큰 영광이고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 블레어 국장의 사임 발표로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팀에 대한 첫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 국장은 지난 16개월 동안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면서 중앙정보국(CIA)과 종종 의견충돌을 빚는 등 주도권 다툼을 벌여 왔고, 특히 지난해 크리스마스 미 여객기 테러미수사건 이후 이를 사전에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받아 왔다. 또 포트후드 총기난사 사건과 최근의 뉴욕 타임스스퀘어 폭탄테러 기도사건 등과 관련, 정보력 부재 논란이 제기되면서 백악관의 신임을 잃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제임스 클레퍼 국방부 정보 담당 차관이 국가정보국장직을 대행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정보국장의 중요성을 감안, 후임을 조만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는 클레퍼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과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낸 칼 햄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 IS) 이사장,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ABC 방송은 블레어 국장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블레어 국장 경질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를 진행해왔으며 후임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해 왔다고 이 방송은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kmkim@seoul.co.kr
  • [김정일 방중] 한·미 정보공조 ‘척척’

    천안함 침몰 사건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전후해 한·미 두 나라 간의 긴밀한 정보 공조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길은 출발 하루 전인 2일 낮부터 한·미 정보 감시망에 감지됐다. 평양 인근 전용열차 탑승 구역의 부산한 움직임이 미 정보 당국의 KH-12 정찰 위성과 U-2 정찰기에 포착된 것. 이후 한·미 양국은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김 위원장의 방중길을 예의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 측이 지난 3일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 “여러 경로로 이미 파악을 다 하고 있었다.”고 밝힌 이면에는 양국 간 긴밀한 정보 공유의 힘이 컸다. 같은 날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그동안 여러 채널과 관련 소스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예의주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일 “과거와 달리 우리 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움직임을 수차례 사전 포착했다.”면서 “한국 정보당국의 정보력만으로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상당부분 한국 측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미 양국 간 정보 공유 및 상호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 정보 당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 수차례 방중 징후를 포착했다. 특히 지난 3월31일 청와대에서 “김 위원장이 4월 1~3일 방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반도 안팎의 시선이 신의주와 중국의 국경도시 단둥을 연결하는 압록강 철교에 쏠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 계획이 남측에 사전 노출되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4일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평양 체류 소식을 전하며 그의 방중설에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방중계획을 사전 노출, 결과적으로 그의 방중을 연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지난달 6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에 참석,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4월 25일쯤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자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행되지 않았다. 한·미 두 나라는 이와 함께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 초기 단계부터 미국의 전문가들을 초빙, 공동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때부터 노무현 정부 당시 뜸해졌던 양국 간의 정보교류가 다시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정보 및 안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총체적 난국 軍 수뇌부 문책 어디까지

    천안함 함미(艦尾) 인양과 함께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46명의 희생을 부른 이번 사건에서 군이 보인 주먹구구식 대응과 우왕좌왕한 것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야 군 기강을 다잡는 한편 사기가 떨어진 군을 빨리 추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전군이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 잇따라 터져나온 링스헬기 추락사고와 강원 철원 일반전초(GOP) 총기 사망사건은 군의 전투대비태세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불안감을 주고 있다. 군의 기강이 전반적으로 해이해진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16일 대국민담화에서 이례적으로 “미흡한 조치” 때문에 “국민의 불신과 의혹”을 샀다는 점을 인정하고 감사원의 직무감사를 자청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치권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김 장관의 사퇴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에선 이상의 합참의장을 비롯해 군 작전권을 쥐고 있는 합참 수뇌부에 대한 쇄신론도 거론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 어뢰 피격설로 좁혀지는 가운데 군의 정보력과 즉시대응태세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합참은 지난달 26일 밤 천안함 포술장의 휴대전화 보고를 받고서야 천안함 침몰 사건을 알아챘다. 수천억원을 들여 구축한 전술지휘체계(KNTDS)가 6분 동안이나 ‘먹통’이 된 것이다. 군 작전권을 통솔하는 이 의장은 청와대보다 20분 늦게 침몰 사건을 보고받았다. 김 장관은 이 의장보다 3분 늦게 보고받았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상황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합참 지휘통제반장이 합참의장과 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을 깜빡했다.”고 해명했다. 군기강 해이를 시인한 셈이다. 지난 13일 천안함 함미 이동 작전에서도 군의 보고체계는 비정상적이었다. 인양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이 의장보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1시간여 앞서 함미 이동 작전을 보고받고 승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 내부에선 ‘무너진 보고체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예비역 장성은 “군은 ‘보고가 생명’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너무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군은 21일로 예정됐던 장성급 인사를 또 연기했다. 이달 말쯤 함수(艦首) 인양과 민·군 합동조사단의 사건 원인 조사가 마무리되면 오는 5월 중순쯤 분위기 쇄신을 위한 정기인사가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규 오이석기자 cool@seoul.co.kr
  • 한국은 국제 원자재시장 봉?

    한국은 국제 원자재시장 봉?

    ‘한국 정부는 국제 원자재 시장의 봉인가.’ 산업용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원자재 가격이 대폭 오를 때마다 집중 구매하는 ‘상투(최고점)잡기’식의 매수를 해 온 것으로 분석됐다. 주가가 오르면 매수하고 떨어지면 매도하는 ‘개미 수준’의 초보적 손실을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이 입수한 ‘2000~2010년 원자재 비축 및 방출 현황’에 따르면 조달청은 국제 시세가 최고가를 기록할 때마다 구리·니켈·주석 등 주요 원자재를 집중 매수함으로써 시장 예측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원자재 해외 의존도는 96% 수준으로, 원자재가의 고공 행진은 경제에 주름살이 된다. ●국제시세 예측 번번이 실패 구리의 경우 2007년 조달청은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3만 9127t을 매입했다. 이 해 구리 시세는 t당 평균 7126달러로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이 t당 6731달러였던 2006년에는 1만 2614t만 사들였다. 최고가를 기록한 시점에서 전년보다 3배가량 매입량을 늘린 것이다. 올 3월 현재 구리 시세가 t당 7243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비싸게 사들인 셈이다. 니켈도 매매 패턴이 유사하다. 조달청은 t당 3만 7181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2007년에만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4669t의 니켈을 매입했다. 그러나 니켈 시세는 2008년 2만 1034달러로 전년보다 56%나 하락했다. 니켈 가격이 1만 4700달러로 크게 떨어진 2009년에는 매입을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 ‘거꾸로 행보’를 보였다. 3월 현재 니켈 시세는 t당 2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주석, 알루미늄 등 다른 원자재 구매에도 허술함이 적지 않았다. 원자재 비축 사업에서 가격이 오를 때 더 상승할 것을 우려해 집중 매입하는 전략을 폈지만 결과적으로 국제 시세 예측에 번번이 실패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청의 시장 분석이 민간 업체보다 늦다는 평가가 많다.”며 “정부가 원자재 시장의 ‘스팟(일회성) 물량’을 매입하다 보니 비싸게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희소금속도 비쌀때 매입 코발트의 경우 사상 최고가인 t당 평균 8만 6127달러를 기록한 2008년 50t을 사들였다. 2006년 4만달러, 2007년 6만 6000달러였던 시점에서는 단 1t도 매입하지 않았다. 다만 2009년 3만 9000달러에 추가로 62t을 매입해 60일분은 확보한 상태다. ‘산업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소금속 리튬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입에 나섰다. 조달청의 원자재 비축 업무 인력은 총괄과 9명, 비축과 8명 등 모두 17명. 이 중 국제 원자재 시장 동향을 분석·예측하는 전문가는 지난 2월 영입된 ‘갑종’ 계약직 1명뿐이다. 조달청 주장대로 기존 연구원 2명을 합쳐도 정부 내 시장 분석 업무는 3명이 맡고 있다. ●전략·정보·판단력 부재가 원인 배 의원은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정보와 분석력을 앞세워 중·장기적으로 원자재를 값싸게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전략과 정보력, 시장 대응력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자 비축 적기로 판단해 매입 물량을 크게 늘려 현재 비철금속 평균 39일분, 희소금속 57일분을 확보했다.”며 “한정된 비축 자금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원자재 시장 변동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원자재 비축 자금은 2000~2005년 매년 2601억원이 편성된 후 2006년부터 증액돼 지난해 715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열린세상]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려면/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려면/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우리 주변의 시설물은 과연 안전한가? 사람은 병이 들면 말로 문진하고 치료하지만, 시설물은 대화가 되지 않는다. 구조물을 이론적으로 해석해 안전진단을 하고 보수보강을 해야 한다. 정보의 체계적인 구축과 활용이 중요하다. 흩어진 정보는 힘이 약하다. 하나의 구심점으로 묶여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정보력이 커진다. 그런 연결망을 구축하면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이용해 그 어떤 일이든 대처할 수 있다. 한국인은 태어나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는다. 미국에는 사회보장번호가 있다. 나라마다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복지혜택을 주고자 하나의 시스템을 만든다. 각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일관된 체계가 있어야 관리가 잘 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단일 시스템이 있는가? 정부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시설물 안전은 경제의 기반이자 국민 행복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 제1조에는 ‘시설물의 안전점검과 적정한 유지관리를 통하여 재해와 재난을 예방하고 시설물의 효용을 증진시킴으로써 공중(公衆)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아가 국민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가 전체 시설물의 안전 정보망이 구축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현재 시설물 정보는 각종 법에 따라 목적과 기관별로 분산하여 구축되어 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시특법에 따라 국가 1, 2종 시설물을 대상으로 시설물정보관리 종합시스템(FMS)을 운영 중이다. 소방방재청은 소방법에 따라 소방법 대상 시설물을 대상으로 국가재난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기술연구원, 국토연구원, 지자체 등도 같은 상황이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련된 법은 소관 부처별로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다. 건축법, 주택법, 자연재해대책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 시특법 외 65개 법률과 66개 시행령 및 79개 시행규칙이 시설물 안전 정보 관리라는 단일 목적에 서로 겹친다. 이런 상황을 정부가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얽히고 설킨 난맥에서 딱히 마땅한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롯데월드는 지난해 63차례 안전검사를 받았다. 사흘에 이틀은 검사를 받는 모양새다. 10개 부처 127개가 중복된다고 하니 그 고충이 오죽하랴.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은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설물 안전검사는 점검 대상을 통합하거나 관련부처 합동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시설물 정보가 안전 점검 기관별로 제각각인 탓이다. 시설물 정보가 단일 체계로 묶여야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더욱 굳건히 한다. 전국의 대형시설물은 5만여개이고, 일반시설물은 640만여개이다. 전국 약 700만개 시설물을 목표로 표준화하고 통합하여야 신속하고도 정확한 정보망이 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병원에서 사람들의 건강 이력을 차트로 한 번에 확인하듯 시설물의 안전과 유지 관리 정보도 한 번에 정확히 나와야 한다. 시설물의 생성, 유지관리, 소멸 등에 대한 일괄 정보를 통합구축·관리하면, 시설물의 이력정보를 수요기관의 목적과 유형에 맞는 최적의 정보 제공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다. 구축된 시설물의 생애주기비용( Life Cycle Cost) 정보를 활용하여 과학적인 방법에 기초한, 안전에 필요한 예산 수립과 관계기관의 시설물 안전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홍수, 화재, 지진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피해 수습과 안전한 복구에도 도움이 된다. 기존 개별 정보망을 연계하고 시설물 안전정보의 표준을 정한다면 경제적이면서도 신속하게 시설물 안전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 통합망에 한국시설안전공단이 그동안 구축한 시설물 관련업계정보, 시설물 관련기술, 시설물 사고사례 등이 더해진다면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시설물 안전정보가 통합돼야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다.
  • 그러나 현실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 ‘주 회장’ 제도가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별로 반장을 정하는 것이다. 회장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학교 측에서 학급마다 회장의 숫자를 늘려 줬다.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는 이유로 한동안 기피하던 회장이 다시 인기 ‘보직’이 된 이유는 바뀐 입시전형 때문이다. 대학교 입학사정관의 ‘리더십 전형’에서 회장 경력을 높이 사고, 국제중이나 특수목적고 등의 입시에서도 회장들이 응시하면 가산점을 주는 전형이 따로 있다. 대입에 사정관제가 도입된 뒤 등장한 컨설팅 학원도 세 확장을 노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입학사정관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20건의 사설학원 사이트가 검색된다. 온라인을 통해 컨설팅 예약을 할 수 있는 곳도 성행한다. 지난해 국정감사가 끝난 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후속조치를 발표한 10월 현재 서울 시내에서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는 14곳으로 파악됐었다. 한 번 컨설팅을 받는 데 10만~70만원으로 파악됐다. 교과부와 대학 사정관들은 “사설학원에서 받는 컨설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선을 그었다.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고등학교에서 사정관제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대학에서 “학원에서 만들어 준 ‘스펙’이라는 정황이 보였다.”라고 설명하면 정보망을 가동해 한층 고액에 소규모 학생에게 컨설팅을 해주는 업체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과 학부모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식의 전략을 번갈아 발휘하는 현상은 사교육이 선행학습 위주로 자가발전하는 모습과 닮은꼴이다. 고교에서 사정관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면 이 같은 ‘과열 현상’이 수그러들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진로지도 교사들이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대학에 물어보면서 정보를 얻어내 진학 지도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와 학교의 역량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문제이다. 사정관제를 비롯한 수시 전형에 재빠르게 적응해 진학률을 매년 높여 가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과거 정시 중심 체제에서 명문고였던 학교가 여전히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를 유지하느라 진학률에서는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런 학교의 경우에는 이른바 명문대를 많이 진학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곳이 많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단순히 정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시나 사정관 전형에 학교 차원의 대응을 하지 못하는 고교이다.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뽑아 창의성 있는 인재로 길러낸다는 사정관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는지를 보기 위해 외국어고 등의 명문고 진학률을 살펴보면, 사정관제가 도입된 뒤에도 비율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진학률이 상승하기도 한다. 한 일반고 교사는 “일반고에서 우려하는 점은 내신 점수 등에서 열세인 특목고 학생들이 사정관 전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일반고의 수시 경쟁력마저 빼앗아 가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과활동에서도 외고가 갖는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반 등을 운영해 사정관 전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고에는 방학을 이용해 인턴을 해보는 등 다양한 비교과영역 활동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고교의 걱정은 사정관들이 아닌 대학 본부를 겨냥한 측면도 많다. 대학별로 누구를 뽑을 것인지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사정관이 아닌 대학 본부에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정관들의 신분 보장이 중요한 이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점수 위주로 뽑던 여태까지의 입시의 최종 책임자가 대부분 교수였다는 점도 사정관 업무가 정착되기까지 갈등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에 지원 대상이 아닌 대학으로 옮긴 경력의 사정관은 “대학 본부에서는 ‘우리만 안할 수 없으니 무조건 (사정관제 지원을) 따내자’는 입장”이라면서 “현재는 사정관에게 부처 로비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사정관은 “사정관제 취지에 맞춰 성적이 낮거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선발하려고 할 때 교수들이 ‘점수가 우수한 학생을 탈락시키는 게 맞느냐.’고 이의를 제기할 때가 많다.”면서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교수사정관제를 통해 사정관제의 본래 취지가 살아난 학교도 많다는 평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정책진단] 무상급식 공방 대해부 (상)

    [정책진단] 무상급식 공방 대해부 (상)

    김상곤 교육감이 이끄는 경기도교육청이 제안한 무상급식 예산이 경기도 의회에서 번번이 삭감되며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6·2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무상급식 관련 논의는 조례 개정 차원에서 법률 개정 차원으로 비약했다. 총선 등이 아니라 지방선거의 쟁점인 만큼 무상급식 공약이 갖는 파괴력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에 따라 정당 공천 대상도 아니고 교육 분야만 책임지는 시도교육감 선거가 정당이 개입하는 시·도지사 선거에 거꾸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점은 주목된다. 야당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공약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 18일 무상급식 지원 대상자와 0~5세 보육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은 여야 간 무상급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무상급식(야당)을 부자급식(여당)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마련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야당)을 국가 재정균형을 무너뜨릴만한 사안(여당)으로 다르게 보던 여야 간의 시각차를 드러낸 정책으로 평가 받는다. 결국 무상급식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 차원에서의 논란은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현재까지 진행된 논쟁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① 득표용? 여론 반영? 한나라당과 정부는 무상급식 공약을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으로 규정했다. 2002년 대선에서의 수도이전(세종시) 공약과 같이 실현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빈약한데도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공약이라는 주장이다. 세종시 정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야 입장은 명확하게 갈린다. 해마다 급식비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무상급식 재정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야 간 이견이 있다. 그렇지만 ‘포퓰리즘 공약’의 전제로 사람들이 이 정책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입증됐다. 민주노동당 소속 이수정 서울시의원이 지난 9~15일 시민 2179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8.9%인 1720명이 무상급식 실시에 찬성했다. 적극 찬성은 1200명으로 전체의 55.0%를 차지했다. 특히 무상급식의 직간접적인 영향권 안에 드는 10~40대에서는 찬성률이 80%를 넘어섰다. 이 연령대가 투표율이 낮은 연령대와 겹치는 점을 감안하면, 무상급식 이슈가 6·2지방선거를 달구면서 투표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곤 교육감 당선으로 무상급식 이슈에 더 빨리 노출된 경기도에서는 무상급식 찬성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달 10~13일 경기도교육청 용역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조흥식 교수가 경기도 내 215개 학교의 학부모 1756명, 교직원 1518명, 학생 1123명 등 4397명을 대상으로 설문지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가 그렇다. 이 조사에서 학부모의 89.6%, 교직원의 81.3%, 학생의 89.3%가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무상급식의 호응도는 여당 내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이 정책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는 현상에서도 엿보였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이 문제는 이념문제가 아니고, 무상급식은 의무급식”이라며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무상급식에 대한 대응으로 당정이 내놓은 0~5세 보육지원 강화와 무상급식 지원범위 확대. 교과부 안병만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은 자녀가 식사하는 비용까지 대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논란을 정리했다. 현재 교과부가 무상급식 대상으로 정한 범위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차차상위계층의 일부를 제외한 시민들을 한꺼번에 ‘부자’의 범주에 넣어 버렸다는데 여당의 딜레마가 있다. ② 소요예산 살펴보니 정부는 전국적으로 초·중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소요될 예산을 1조 96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3600억원은 지금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지원된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면 1조 6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당은 교육 예산규모를 생각했을 때 적지 않은 돈이라고 했다. 그런데 무상급식 전국 실시를 주장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는 “재정 부담이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다. 야당 등은 재원을 확보할 창구를 다른 측면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무상급식 실시율이 6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라북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원의 50%를 대고 있다.”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 예산인 시도교육청 교부금만으로 해결하려면 어마어마하게 큰 재원이지만, 지자체 예산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무상급식 재원의 대부분은 시도교육청 교부금으로 해결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전체 무상급식을 하려면 4311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시에서는 전체 학생의 25%가 무상급식 혜택을 받았는데, 재원의 대부분인 1570억여원을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했고, 서울시는 27억여원을 지원했다. 서울시 1년 예산은 21조원. 서울시민 가운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한강르네상스, 광화문 광장 행사 등에 사용하는 예산을 조금만 줄여도 정부 지원없이 급식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 경제 차원에서 무상급식의 효과를 계산하는 것은 다른 차원에서 관심을 받는다. 학생별로 지출하는 1년 평균 급식비는 30만 6000~45만원. 여당은 이 돈이 공짜로 되는 만큼 반대급부로 교육복지가 위축되고, 특히 중산층 가구가 한 달에 4만~5만원을 아끼기 위해 저소득층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산층 가계 입장에서도 이 돈이 내도 그만, 안 내도 그만한 돈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교과부가 사교육비 절감 정책을 통해 절감시킨 사교육비 통계와 비교해봤다. 교과부가 지난해 시도교육청을 통해 방과후학교에 들인 금액은 3501억원. 여기에 지자체 예산도 소요됐다. 이렇게 해서 정부는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보다 비참여 학생이 연 53만원의 사교육비를 추가로 지출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③ 누구 위한 복지인가 정당정치에서 여론을 선도하는 정당은 조금 더 최신의 개념을 내놓기 마련이다. 정보력을 갖춘 여당은 이런 개념을 먼저 내놓기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곤 한다. 그런데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이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먼저 제시하고, 여당과 정부가 대응논리를 내고 대안 정책을 펴는 모습이 연출됐다. 여기에서 보편적 복지란 사회의 인프라인 도로를 깔아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이용하게 해 전 사회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것처럼 서비스 분야에서도 공공기관이 모두를 대상으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무상급식과 관련된 논의가 그 동안 여당과 야당이 주장하던 입장에서 180도 전환된 채 진행되는 점은 이채롭다. 그 동안 소수자와 저소득층을 겨냥한 복지를 주장해 온 야당이 ‘(여당의 말대로) 부자를 포함한 전원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실용적인 노선에서 국민 골고루에게 혜택이 미치는 복지정책을 선호해 온 한나라당이 ‘부자에게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지금까지 추구해 온 복지 정책 가운데에서는 소액을 다수에게 지급하는 식으로 ‘보편적 복지’에 부응할만한 정책들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인 2008년 고유가·고환율이 이어지자 실시한 유가 환급금 정책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2만~24만원씩 1인당 유가 환급금을 돌려주는 정책으로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 등 1650만명에게 3조 4150억원의 지급 예산이 책정됐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진보 정당들은 반대했었다. 진보신당측은 “유가 환급금은 정유사들의 폭리 구조를 개선하고,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정책”이라면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요즘에는 여당이 이 논리로 무상급식을 제안한 야당을 비판하고 있다. 여당과 교과부는 “야당이 지적하는 4대강 소요 예산이나 한강르네상스 예산 등은 한정된 기간 동안 쓰는 예산이지만, 무상급식은 매년 새롭게 돈이 지출되는 예산”이라고 했다. 학교급식 운동본부는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인해 상처받은 학생들을 위해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무상급식 전면 시행 예산을 압도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 [6·2지방선거 현장] 기초단체장·의원 등 9명 연루 與당혹

    한 일간지의 ‘금품 여론조사’ 사건이 울산 선거정국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울산지방검찰청은은 9일 이 사건과 관련, 금품을 수수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울산 모 일간지 대표와 광고국장 등 2명을 구속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일부 현역 기초단체장과 시·구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유력 예비주자 9명 가량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울산시당은 당혹감 속에서 중앙당 윤리위원회 차원의 자체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함께 자체조사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당원이 위법으로 기소될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을 정지하는 만큼 자동적으로 공천에서 배제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공천작업은 검찰 수사로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검찰의 수사가 끝나는 3월 말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소속 기초단체장 유력 예비주자들의 상당수가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출마를 놓고 고민하던 예비주자들의 셈과 발걸음도 바빠졌다. 기초단체장 출마를 저울질하던 일부 선출직 공직자들은 정보력을 최대한 발휘, 사태의 파악을 위한 정보수집에 나서는 한편 유력 예비주자 연루설의 득실 계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울산지역 야권 4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참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4당 울산시당 위원장들은 지난 9일 울산지검을 방문해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전달하는 등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선거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짓밟는 중대범죄다.”면서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범죄행위가 계속되는 한 지방자치 제도는 전진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속하고도 치밀한 수사로 사건 실체를 빨리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화제의 공무원]관세청 서울세관 김태영씨

    [화제의 공무원]관세청 서울세관 김태영씨

    8급에서 5급에 이르는 세 번의 승진을 모두 특별승진(특진)한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김태영(53) 관세청 서울세관 특수조사과 특수수사 1팀장. 그는 세관 공무원들 사이에서 ‘김 대장’으로 불린다. 거침없는 수사로 많은 실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화려한 경력만큼 김 팀장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다닌다. 그는 관세청 최초로 8급에서 5급까지 3계급을 연속 특별승진했다. 1980년 관세직 1기(9급)로 공직에 입문, 11년 만인 91년 1월 8급으로 근속 승진했다. 이후 5급까지는 모두 특진했다. 84년부터 밀수 조사업무를 맡은 김 팀장은 ‘천직’으로 알고 밀수 단속 업무에 몰입했고, 경륜이 쌓이면서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국산담배(레종·원) 위조 밀수조직과 조직폭력배가 가담한 가짜 양주 제조, 절도차량 밀수출, 파프리카 색소를 이용한 가짜 고춧가루 제조 등을 처음 밝혀내면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8급 공무원으로 유일하게 대통령표창을 받았고 2005년에는 조사업무 최고 관세인, 인천세관 첫 명예의 전당 헌액 등 기록을 남겼다. 김 팀장은 “가족 등을 내세운 위협이나 협박을 수도 없이 받았다.”면서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위해받으면 영광’이라고 소리를 지르면 오히려 상대방이 움찔한다.”고 소개했다. 그가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제보를 받는 등 지금도 정보력이 뛰어나다. 김 팀장은 “이제 수사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세계 정보기관들 첩보전쟁중]세계 정보기관들 첩보전쟁중

    [세계 정보기관들 첩보전쟁중]세계 정보기관들 첩보전쟁중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발생한 하마스 간부 암살을 계기로 세계의 정보기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 이 사건의 용의자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지목 되면서 두바이 경찰은 1일(현지시간) 모든 이스라엘인의 두바이 입국 금지 조치를 통보했고 국제 여론도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안보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기 때문에 21세기에도 정보기관은 국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CIA 외국어 능통자 확보·NSA 요원 3만8000명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어, 중국어, 아랍어 능통자 확보에 나섰다. 북한 핵 문제 해결과 중국과의 경제 및 군사 패권 다툼, 대 중동정책 수립 과정에서 첨단장비를 이용하는 ‘시진트’를 넘어 ‘휴민트(인적정보)’를 통한 최고급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CIA 요원 중 외국어 구사 능력자가 1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어를 포함한 외국어를 ‘중요 임무 언어’로 분류하고 이들 언어 구사능력자 채용 시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해외 정보 수집에 유리한 인재 확보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미 정치첩보 기구의 대명사였던 CIA는 구 소련의 붕괴로 냉전시대가 저물자 주력 분야를 경제첩보 활동으로 전환하고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 수집 및 분석, 자국 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 등에 힘쓰고 있다. CIA와 함께 미국 정보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국(NSA)’은 CIA보다 더 막강한 정보력을 자랑한다. NSA는 CIA 요원 2만여명보다 더 많은 3만 8000여명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 정보기관 중에서도 가장 베일에 가려진 조직이다. NSA는 조직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그런 기관 없음(No Such Agency)’ 혹은 ‘아무 말도 하지 말 것(Never Say Anything)’ 등의 별명이 붙어있다. NSA의 주력 분야는 전 세계 정보 통신망의 도청 및 감청이다. 통신위성이나 각종 전자장치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언제든지 도·감청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SA가 주도한 전 세계 통신감청 시스템인 ‘에셜론 프로젝트’를 통해 하루 30억 건의 통화를 도청할 수 있고 ‘테러’ ‘폭탄’ 등 특정 단어를 사용하게 되면 즉각 추적 대상으로 올려 NSA의 본부로 전송해 수집·분석한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과시하는 미국도 9·11 테러 이후 미 본토를 향한 테러 위협, 이라크 전쟁에 이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국제 현안이 산적해 있어 지난해 12월 알카에다 스파이가 아프간 CIA에 잠입해 폭탄 테러를 가하는 등 막강 정보망에 허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국가안전부 저인망식 정보수집… 해킹중심지 의혹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최근 세계 해킹 공격의 중심지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국가안전부를 중심으로 매년 수천명의 중국 외교관과 유학생, 기업가들을 저인망식으로 활용해 해외의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한 언론은 지난해 9월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국가안전부가 해외에 파견한 스파이가 60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독일에서 열린 주요 기술보고회에서 중국인 방청객이 발표자의 노트북에 이동식 디스크(USB)를 연결하다 적발된 사건과 독일에 잠입한 중국 산업 스파이들의 사례 등을 꼽으며 “중국 정부가 독일 기업의 채용 동향 등을 확인해 중국인들에게 시험을 응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3만 2000명의 중국 유학생과 중국인 학자들도 의심 대상으로 지적했다. 국가안전부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구글 해킹 사태 등 잇달아 발생한 대규모 해킹의 진원지가 중국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안전부에 대한 의혹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983년 공공안전부의 정보 담당국과 공산당의 내사 및 내부 안전을 담당한 중앙조사부의 일부 기능이 군 총참모부와 통합해 출범한 기관으로 중국의 개방정책 채택 이후 출입국 내·외국인 관리와 미국 등 선진국의 첨단산업 및 군수기술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MI-6 해외정보·MI-5 대테러 등 국내보안 담당 첩보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소속된 기관으로 잘 알려진 MI-6는 최근 영국 언론을 통해 지난 1월 두바이에서 발생한 하마스 핵심 간부 마흐무드 알 마부 암살 사건의 계획을 모사드로부터 통보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휩싸였다. MI-6는 영국의 해외정보 수집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비밀정보국(SIS)’의 또 다른 이름으로 영국 국내 정보는 ‘국가보안국(SS·MI-5)’이 맡고 있다. 이들 기관이 MI-5, MI-6로 불리는 이유는 1909년 비밀첩보부(SSB)에 속했던 두 기관이 1916년 군사정보국으로 편입되면서 각각 군사정보(Military Intelligence) 5과와 6과로 편성됐기 때문으로 지금도 영국 언론은 SS, SIS보다 MI-5, MI-6를 주로 표기하고 있다. MI-5는 제1,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영국에 침투한 해외 간첩 색출을 주로 담당해 오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활동 분야를 넓혀 대테러, 마약 및 조직범죄, 불법 이민 단속 등의 임무도 수행하고 있지만 경찰과 중첩되는 업무로 마찰을 빚는 등 논란의 중심에 오르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해외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MI-6의 황금기는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였다. 이 기간 동안 MI-6는 독일과 이탈리아군의 암호 해독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이며 연합군에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이 기관의 중요성도 떨어지면서 조직은 대폭 축소됐다. ■모사드, 규모 작지만 최고 정보력 지닌 조직 평가 알 마부 암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는 ‘작지만 최고의 정보력을 지닌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사드의 공식 명칭은 중앙공안정보기관(Central Institute for Intelligence and Security)이지만 히브리어로 ‘기구’ ‘교육기관’ 등을 의미하는 ‘모사드’가 널리 쓰이고 있다. 알 마부 암살사건을 수사 중인 두바이 경찰은 사건 직후 모사드를 지목하며 11명의 용의자를 공개 수배한 데 이어 최근 15명의 용의자를 추가 발표했다. 알 마부 한 명을 살해하기 위해 26명의 모사드 요원이 동원된 것으로 외신들은 1997년 하마스 최고 지도자 칼리드 마샬 암살 실패를 경험한 모사드가 이번 암살 작전에 더욱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소련의 비밀경찰이었던 KGB의 역할은 현재 연방보안국(FSB)이 담당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간첩 탐지와 국경수비를 담당하던 FSB역시 최근에는 경제 및 정보산업 분야로 중심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와 마찬가지로 2009년 12월 영국 대학의 기후 변화연구소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한 FSB는 해커 양성에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내각정보조사실 등 운영… 경제·안보분야 대폭 강화 │도쿄 이종락 특파원│일본도 부처내 정보 파트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독자적인 정보기관이 없지만 내각정보조사실, 경찰청, 공안조사청, 방위성이 별도의 정보부처를 운영하며 정보수집활동에 나선다. 일본은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정보대전을 대비해 한때 독립적인 정보기관 창설을 검토했었다. 2007년 아베 신조 전총리 재임시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을 추진했다. 당시 9·11 테러와 북한 핵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인해 일본도 별도의 정보부대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 해 4월6일 NSC 창설 안건이 각료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쿠다 야스오 전총리가 취임하면서 이 방안에 대한 논란을 거듭했다. 외무성과 방위성이 “NSC는 옥상옥 기구가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NSC 사무총장과 사무국장의 임명, 위원 구성 방식 등을 놓고 부처 간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같은 해 12월 24일 안전보장회의에서 NSC 창설안이 폐지됐다. NSC 창설이 무산됐지만 일본 부처내 정보기구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강화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차원에서 외무성은 최근 각국 대사관별로 이뤄지는 일본 주재원들의 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보당국 관계자는 “NSC 창설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내각정보조사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경제와 안보에 대한 정보수집활동이 대폭 강화됐다.”고 말했다. jrlee@seoul.co.kr
  • [관가 포커스]“공무원 선거중립 24시간 감시한다”

    [관가 포커스]“공무원 선거중립 24시간 감시한다”

    전국이 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오는 6월2일 치러지는 제5회 지방선거는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교육의원까지 모두 8개 분야의 지역 일꾼을 뽑는다. 당연히 출마 예상자들도 사상 유례없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관계자들은 1만 5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공정하고 원활한 관리가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선거관련 업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1차적인 관리 주체이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행정부에서도 선거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 있다. 바로 행정안전부가 운영 중인 ‘공명선거지원상황실’이다. ●전·현직 공직자 출마 많아 ‘비상’ 공명선거지원상황실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내에 설치, 지난 1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오는 6월30일까지 5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상황실장 1명과 직원 3명, 경찰관 1명 등으로 구성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는 별도로 선거관련 사건·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고 예방하는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이들은 주로 선거와 관련된 공무원 및 유권자, 후보자의 불·탈법을 예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게 된다. 공무원이 필요 이상으로 선거에 개입한다든지, 특정 후보자를 돕는 행위를 단속하고, 유권자들의 과열현상 등도 점검한다. 이를 위해 요즘 상황실 직원들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정보수집에 할애하고 있다. 신문, 방송은 기본이고 인터넷, 잡지 등 모든 종류의 매체를 일일이 체크한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후보자나 선거운동원, 관련 공무원 등의 불·탈법 의심 사례에 대한 제보가 많을 것으로 보고 처리절차 등을 보완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상황실에서 파악된 요소들은 차관 등 각 분야별 해당과에 보고돼 지원 또는 점검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병윤 공명선거지원상황실장은 “선거와 관련해 공무원이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업무가 공정하게 유지되도록 관찰하고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50개 감찰반 공직기강 점검도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관리업무가 폭증하고 전·현직 공무원의 출마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직기강 해이’가 가장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무원의 선거 중립과 공직기강 확립을 그 어느 선거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공명선거지원상황실 이외에도 선거가 끝날 때까지 50개의 ‘특별감찰반’을 편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가 줄서기, 편가르기, 공무원(단체)의 선거관여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공명선거지원상황실은 특히 경찰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전국 261개 경찰관서 2600여명의 수사전담반원들의 도움도 함께 받으며 정보력을 높여가고 있다. 또 범사회적인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 및 주민의식 고양을 위해 시민단체와 합동으로 공명선거 캠페인과 각종 홍보물 배포 등 다양한 홍보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사설] ‘슈퍼 앱스토어’ 성공시켜 IT한국 위상 높이자

    KT와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의 대표적 통신·제조업체들이 세계 휴대전화 운용프로그램 도매 연합체인 ‘홀세일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WAC)’에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WAC는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있는 애플과 구글에 맞서 세계적 통신업체 24곳이 함께 만드는 일종의 ‘콘텐츠 도매장터’다. 애플사의 운용프로그램 판매가게(앱스토어)가 소매점이라면 WAC는 콘텐츠의 가격과 물량 면에서 도매점(슈퍼마켓) 수준이라 해서 ‘슈퍼 앱스토어’로 통한다. WAC 참여 통신업체와 계약한 모든 콘텐츠 개발자는 이 가게에 상품을 올려놓을 수 있고, 30억명에 이르는 24개 통신업체 가입자들은 필요한 콘텐츠를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한국의 통신·제조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로선 IT강국의 위상을 높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애플이 선보인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를 걸고 몇가지 운용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기존 휴대전화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휴대전화+인터넷’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빠른 정보력과 네트워크 파워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폰 시대는 경제·사회적으로 그 파급효과를 예측할 수 없다. IT 기술력의 차이는 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세계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 IT업계는 하드웨어는 뛰어나지만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IT업체들이 WAC 참여를 계기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운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이제 단말기 중심의 IT산업은 한계에 이르렀다. 불과 3년 전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든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2500만대를 팔아 5조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휴대전화 2억 2700만대를 판매한 삼성전자(4조 1000억원)보다 이익을 더 남긴 것은 소프트웨어 덕분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래서 중요하다. WAC 는 내년 초쯤 출범한다. 세계 유명 통신·제조사들이 만든 운영체제(OS) ‘리모 파운데이션’이 제 구실을 못하고, 애플과 구글이 앱스토어를 선점한 상황이라 성공을 낙관하기엔 이르다. 그렇더라도 한국 업체들이 WAC를 주도하면 반전이 가능할 것이다.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새 시장 개척의 발판으로 삼길 기대한다.
  • [문화마당] 사생팬 양산하는 대중문화계/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

    [문화마당] 사생팬 양산하는 대중문화계/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

    아직 어둠이 짙은 새벽. 서울 청담동의 몇몇 가요기획사 앞에 이상한 광경이 연출된다. 길게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그 옆으로 귀가를 잊은 10대 청소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들은 수시로 전화기를 통해 연예인들의 스케줄을 확인한다. 이윽고 택시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어딘가를 향해 총알처럼 달렸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른바 ‘사생팬(私生fan)’ 무리였다. ‘사생팬’이란 연예인의 사생활을 좇는 무리를 일컫는다. 자신들이 추앙하는 아이돌 그룹의 일거수일투족에 매달려 그들의 사생활을 체크하는 대신, 정작 자신들의 사생활은 포기한다. 알기 쉽게 스토커라 해도 무방하다. 그들의 정보력은 등골이 오싹할 만큼 혀를 내두르게 한다. 연예인의 바뀐 전화번호는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이내 노출된다. 이사 가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집요하게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0년 전쯤, 여성 그룹 베이비복스의 한 멤버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을 당했다. 자신의 얼굴이 면도칼로 난도질당한 사진이 기획사로 배달된 무시무시한 사건이었다. 죽은 고양이를 소포로 보내기도 했다. 당시 정황으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HOT의 한 멤버와 스캔들 뉴스가 나돌자 팬이 보낸 것으로 추정됐다. 요즘으로 따지면 ‘사생안티(私生anti)’다. ‘사생팬’의 반대 개념인 ‘사생안티’란 싫어하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내 어떤 방식으로든 위해를 가하는 집단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은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서라도 지켜내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극히 일부이지만 이성적 판단이 모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정보환경과 미디어 매체가 발달하면서 청소년 팬덤(fandom) 문화가 극단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80년대 조용필의 오빠부대가 탄생한 것이 팬덤의 시초였다. 당시 열광적 환호에 놀랐던 것에 비하면 요즘 청소년들의 대범함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러한 현상을 그들만의 탓으로 돌리고 방관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 2000년 전후로 인터넷 문화가 시작되고 미디어 매체가 팽창하면서 개인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사를 불특정 다수에게 극단적으로 공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공격적이고 범법적인 수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TV 연예 프로그램이 쏟아내는 상업성은 과연 공공재 방송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아할 정도다. 귀를 의심케 하는 폭로와 막말은 편집을 피해 대접받은 지 오래다. 가수로 데뷔하는 TV 진입 장벽이 저렇게 낮을 수 있는가 하는 곤혹스러움은 과장된 말이 아니다. 방송된 가요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한다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오직 비주얼이 스타 당락의 승부처라는 사실을 직감하게 한다. 주 시청자들인 청소년들에게 음악이 소중하지 않는 시대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청소년들이 원하는 대세라고 여긴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에게 화려한 스타에 대한 동경 이외에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말초적인 문제가 반복 재생산되면서 낳은 피해는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묻고 싶다. 기성세대와 청소년 세대 간 문화소통은 단절돼 있다. 미디어에 함몰된 청소년 문화구조도 사회적으로 심각하다. 청소년들의 놀이문화가 다양하게 확산될 수 있는 사회적 실천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 대중음악계는 음악적 진정성보다 얄팍한 상술로 얼룩진 모진 길을 걷고 있다. 다양성을 획득하면 풍요를 이루게 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감수성 전달을 포기한 채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오늘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문화 편향이 가져오는 위험한 결과를 읽어 내린다. 균형을 잃으면 상실로 얼룩진다는 진리를 우리는 잊고 산 지 오래되었다.
  • [씨줄날줄] 강북차별론/노주석 논설위원

    유머집에서 읽은 서울 강남과 강북의 차이. 강북의 대형할인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두 지역의 격차를 논했다. 한 고참이 강북 사람들은 “비싸다.” “증정 없어요?”라는 말을 달고 다니지만 강남 사람들은 “물건만 좋으면 산다.”고 차이점을 정리했다. 편의점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비교도 재미있다. 강남지역 편의점에는 시식대가 없단다. 강남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지 않기 때문이란다. 지저분한 국물 통 비울 일 없는 강남에서 아르바이트할 것을 권했다. 메가스터디 학원 설립자이자 사회탐구영역 최고의 명강사인 손주은 대표는 다른 논리를 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어머니의 정보력’에 의해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학원에 다니고, 족집게 강사로부터 과외를 받으면서 강남지역 학교에 다닌 학생들은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단다. 일부 기업체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 강남에 주소를 둔 서울지역 대학 출신의 선발을 꺼리는 현상도 있다고 했다. 잡초 같은 강북이나 지방 출신과 비교하면 강남 학생들의 생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불패의 신화를 가진 강남에도 그림자는 존재하는 셈이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이 서울시에 강북차별을 없애 달라는 건의서를 어제 냈다. 강남은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한 반면 규제에 묶인 강북의 개발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강남 위주의 개발정책으로 강남·북 불균형이 심화되고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적률 완화, 상업지역 확대, ‘1도심 5부도심’으로 돼 있는 중심지 체계의 위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일리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는 관광호텔이 41곳 있지만 노원·도봉·중랑구에는 달랑 1곳씩밖에 없다. 지난해 말 현재 30층 이상 초고층 건물 184곳 중 157곳이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노원·도봉·강북·성북엔 단 한 곳도 없다. 용적률도 강남 3구는 213%이지만 노원·도봉·강북·성북구는 169%에 불과했다. 상업지역 면적도 강남구는 12.5%이지만 도봉구는 2.6%에 불과한 것이 지역 불균형의 현주소다. 빌딩이 높고, 상업지역이 넓고, 호텔 수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서도 강남권만 나 홀로 오르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강남지역 진입도 어렵고,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걸 두 눈 뜨고 봐야 하는 강북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돼야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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