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삼성 다음은 어디…”
‘삼성, 다음 차례는?’ 삼성그룹이 경영쇄신의 하나로 전략기획실 해체를 결정, 다른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롯데, 금호아시아나, 한화, 한진 등 총수(오너) 중심의 그룹 체제를 유지 중인 기업들이 관심을 받게 된 주요그룹들이다. 하지만 이들 그룹은 “우리는 삼성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23일 “삼성 사태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받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며 “아직까지는 지배구조에 변화를 모색할 이유가 없고 그런 움직임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짐짓 딴청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도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정몽구 회장은 아직 재판 중이다. 게다가 사회봉사 명령을 내린 2심 재판결과가 최근 파기 환송당해 부담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삼성 쇄신안의 촉매제가 이건희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이었다는 점을 들어 현대·기아차그룹도 지배구조 개선을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그룹총괄기구는 기획조정실이다.1실 3담당 7팀(100명)으로 축소됐다. 김용문(기획조정) 부회장과 이정대(경영기획) 부회장이 공동 총괄한다. 한화그룹은 전날 삼성 쇄신안이 발표되자마자 ‘삼성 전략기획실 해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내부자료를 경영기획실 임직원에게 돌렸다. 경영기획실(실장 금춘수)은 2006년 구조조정본부를 축소 재편한 기구다. 인원은 51명이다. 그룹측은 자료에서 “우리는 이미 일찌감치 구조본을 없애고 계열사 이견 등을 조정하는 업무지원 조직 성격으로 경영기획실을 운영하는 만큼 삼성 전략기획실과는 다르다.”며 외부의 시선에 당당히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롯데(정책본부, 롯데쇼핑 소속), 금호아시아나(전략경영본부), 한진(구조조정실, 회장 직속) 등도 저마다 이름을 달리한 채 그룹총괄기구를 두고 있다. 이들 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은 현실적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지주회사든, 삼성식 개별기업체제든, 한국식 재벌체제든 지배구조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항변했다. 핵심은 투명성 확보이지, 획일적 모범답안 써내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다. 반면 LG,SK,GS, 두산,CJ 등 지주회사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추진 중인 그룹들은 상대적으로 이같은 부담에서 비켜나 있다.안미현 김태균기자 hy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