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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가 먼저 내 기분과 몸 상태를 알아보고 실내온도 딱 맞춘다[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車가 먼저 내 기분과 몸 상태를 알아보고 실내온도 딱 맞춘다[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엔진과 같은 동력 장치로 굴러가는 자동차는 달릴수록 뜨거워지기 마련이다. 이때 발생한 열을 차 안 곳곳에 활용해 효율성을 도모해 보자는 발상에서 탄생한 분야가 바로 ‘열관리’다. 덴소(일본·30%), 한온시스템(한국·17%), 발레오(프랑스·12%), 말레(독일·12%) 등 세계 각국 부품사들이 이미 71%의 탄탄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후발 주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 단단한 시장이기도 하다.그럼에도 열관리를 새 먹거리로 정하고 출사표를 낸 회사가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위아다. 지난해 의왕연구소 내 열관리 시험동을 착공하며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19일 연구소에서 만난 원광민 차량부품연구센터장, 김남영 TMS(열관리시스템)개발실 상무는 힘 있는 어조로 말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확실히 달라서 후발 주자인 저희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특히 ‘모듈화’에는 자신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필요한 부품 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열관리 측면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 자체가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열원’으로 기능해 열을 공짜로 가져다가 난방 등에 활용할 수 있었다. 너무 뜨거워진 엔진을 식혀 주거나, 냉방을 위한 에어컨 정도가 내연기관에서의 열관리였다. 반면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별도의 히터가 필요하다. 온도 변화에 취약한 배터리가 다양한 환경에서도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 줘야 한다. “전기차로 넘어오면서 열관리는 할 게 더 많아졌죠. 훨씬 복잡해지고 부품도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열관리를 잘하면 전기차 배터리를 최대 20% 덜 쓸 수 있습니다. 전비(전력소비효율)도 평균 13% 개선되는 효과와 함께 배터리를 적게 쓰므로 전체적인 수명도 길게 가져갈 수 있죠.” 여러 부품을 하나의 뭉치로 통합하는 모듈화가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잡한 전기차의 회로를 정리해 간단한 조작으로 열을 통제할 수 있는 솔루션이 현대위아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이다. 실내 냉난방 및 공기 질을 개선하는 ‘공조 시스템’과 전장과 배터리를 냉각하는 ‘냉각수·냉매 모듈’, 냉매를 고온·고압으로 압축하는 ‘e컴프레서’와 이를 관제하는 ‘열관리 제어기’를 아울러 ‘통합 열관리시스템’이라고도 한다. 현대위아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냉각수·모듈을 당장 올해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E-GMP)에 적용하는 데 이어 2025년에는 이 통합 열관리시스템까지 나아간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회로를 단순화한 게 저희 제품의 핵심입니다. 이런 움직임의 시초는 테슬라의 ‘옥토밸브’인데, 저희는 이것을 더 발전시킨 ‘헥사밸브’를 개발했습니다. 테슬라가 포트를 1층으로 만들어 놓았다면, 저희는 2층으로 설계해 효율을 꾀한 것이죠. 발레오·덴소 등이 전통 강자이긴 하지만 그들도 전기차는 처음이거든요. 저희 기술도 상당히 진보한 만큼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요즘 전기차 시장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완성차 회사들이 저마다 독자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마다 열관리 방식이 다르기에 부품사들은 브랜드 하나하나 ‘각개격파’에 나서야 한다. 일단 그룹사인 현대차·기아와 공조하고 있지만, 나아가서는 글로벌 수주도 꿈꾸고 있다. 김 상무는 “아직 회사명은 말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열심히 만나서 기술을 설명하고 있어요. 조만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조심스레 귀띔했다.가장 큰 난관은 ‘인재’다. 수요는 점점 커지고 사람이 필요한데, 이제 막 관심을 받는 분야인 만큼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단 대학과 협업해 필요한 인재를 키워 내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2030년 매출의 30%를 열관리에서 내는 ‘열관리 전문사’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전기차를 넘어 수소연료전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차량(PBV) 등 다양한 차세대 모빌리티를 위한 열관리 솔루션도 개발할 예정이다.“차에서도 열이 나지만 사람에게서도 열이 납니다. 인간의 감각으로 감지되는 열은 결국 감성과도 밀접하게 이어지죠. 노인 탑승자를 위해 무릎은 따뜻하고 얼굴은 시원한 바람이 나오면 어떨까요? 차가 내 기분과 몸 상태를 먼저 알고 필요한 온도를 맞춰 준다면요? 앞으로 자동차 회사들의 관심은 점점 인간의 ‘오감’으로 옮겨 갈 겁니다. 열관리 사업에 나서는 우리도 그렇습니다.”
  • 43년 전 펍에서의 드잡이로 영국 송환돼 법정 선 남성 “무죄”

    43년 전 펍에서의 드잡이로 영국 송환돼 법정 선 남성 “무죄”

    아일랜드와 영국 복수 국적을 가진 로리 맥그래스는 40여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건설 노동자로 일하다 은퇴하고 뉴욕에서 아무 탈 없이 살고 있었다. 2021년 5월 그는 아침에 신문을 집으러 현관 문을 열었다가 연방 보안관을 비롯해 수십명의 경찰이 총구를 겨눈 채 포위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경관들은 그의 아내와 열여덟 살 쌍둥이 형제에게 총구를 겨눈 채 침대에서 일어나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때는 몰랐는데 그의 가족에게 “절대로 끝날 것 같지 않은 악몽이 시작된 것”이었다고 영국 BBC가 19일 전했다. 경찰은 영국 검찰의 요청에 따라 체포 작전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무려 41년 전인 1980년 3월 리즈의 한 펍(선술집)에서 취객들의 드잡이에 연루된 혐의로 영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게 됐다. 당시 스물한 살의 혈기 왕성했던 그는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근처 다른 펍으로 달아나 “경찰과 얽힐 일이 없었다”고 애써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돌아봤다. 그러나 영국 검찰은 그가 코가 부러진 한 경관을 공격한 패거리의 일원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맥그래스를 비롯해 모두 다섯 남성이 기소됐는데 맥그래스가 아일랜드로 도주했다는 것이 검찰이 41년 만에 기를 쓰고 송환한 이유였다. 당시 비번 경관이 맥그래스가 범행 현장에서 달아났다고 진술한 것이 근거였는데 이 경관은 세상을 떠났다. 맥그래스는 함정에 빠진 것 같다며 경찰이 자신의 신분증을 위조해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잉글랜드에 사는 아일랜드인들은 늘상 경찰의 희롱에 시달리곤 했다면서 경찰에 연행되면 좋게 매듭지어질 리가 없다고 판단해 도주했다는 것이었다. 아일랜드 공화국군대(IRA)의 연쇄 폭탄 테러 공격 때문에 영국인들의 반감이 상당했다. 길드포드 4인조(Guildford Four), 버밍검 6인조(Birmingham Six), 매과이어 7인조(Maguire Seven) 모두 나중에는 거짓 자백과 경찰 비위로 잘못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사실이 입증됐다. 그렇게 갈등이 고조된 시기라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 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블린에서 목수로 일하며 지내다 1986년 휴가로 몇 주 정도 머물 요량으로 미국을 갔다가 그곳에 뿌리를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1990년 뉴욕에서 아내 앨리스를 만나 2년 뒤 결혼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아일랜드로 귀국한 뒤 정식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아일랜드와 영국 국적 모두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도망자라고 자각하지 못했다. 본인 이름으로 된 여권을 발부받아 1996년 동생 결혼식을 포함해 영국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2021년의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자신이 송환 대상이란 얘기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6년 전 이상한 일이 있긴 했다. 웨스트 요크셔의 한 경관이 맥그래스에게 영장이 발부된 것을 알게 됐고, 영국 왕립검찰청(CPS)에 이를 알려 송환 절차가 시작됐다.맥그래스의 변호인 데이비드 마틴은 뒤늦게 맥그래스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하는 “갑작스러운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피해자가 경관이었으므로 분명히 경찰의 힘을 과시하려고 송환 요청을 한 것이다. 먼지가 잔뜩 쌓인 채 캐비넷 안에 있었을텐데 어느날 누군가 꺼내 맥그래스를 송환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 경찰에 체포된 뒤 그는 보석으로 풀려났다. 판사는 공중에 어떤 위해를 끼칠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맥그래스는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TC) 잔해를 정리하는 데 자원봉사로 참여했다가 호흡기 합병증을 갖고 있어 그가 수감되면 코로나19에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봤다. 그렇게 15개월을 뉴욕의 펄 리버에 있는 주거단지 안 자택에서 연금 상태로 지내다 지난해 7월 영국으로 송환됐다. 리즈의 한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며 7개월을 갇혀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배심원단은 무죄라고 평결했다. 무고하다는 그의 일관된 주장을 믿어줬다. 판사도 배심원단에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왜 재판을 시작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훨씬 나쁜 일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마틴은 “납세자들의 세금을 허투루 낭비하는 전례를 찾지 못하겠다”고 했다. 맥그래스가 미국 경찰에 연행된 뒤에도 잉글랜드와 웨일스 법원은 전례 없이 미적거렸고, 팬데믹 때 늘어난 사건 처리 때문에 뒤로 밀리기만 했다. 마틴은 검찰이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을 기울였는데 어떤 기준으로 봐도 드잡이의 죄질에 비해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검찰이 내세우는 증거는 사망한 피해자의 당시 진술뿐이었으며 여러 다른 증인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았다. 맥그래스는 현재 미국에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이곳의 피해자가 여럿이다. 모두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생지옥” 일들을 잊으려고 노력하며 서서히 일상을 되찾고 있다고 했다. “(9·11 테러로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현장을 의미하는) 그라운드 제로와 같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데 늘 그곳은 그렇게 되는 것 같다.”
  • 기후변화와 인간 욕심이…페루 안데스 빙하 50% 사라졌다

    기후변화와 인간 욕심이…페루 안데스 빙하 50% 사라졌다

    앞으로 페루에서 안데스의 만년설은 옛날이야기가 될지 모르겠다. 페루의 빙하와 만년설의 절반이 이미 사라졌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페루의 민간단체‘맵비오마스 페루’는 최근 보고서에서 “1985년부터 2021년까지 37년간 페루의 빙하와 만년설 49.9%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맵비오마스 페루’는 지도제작 전문가들이 결성한 단체로 페루의 지도를 통해 각종 환경정보를 정리해 발표한다. 페루의 빙하는 기후변화와 인간의 욕심이 결합해 녹이고 있었다. ‘맵비오마스 페루’는 “빙하가 녹아 사라지고 있는 데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이지만 아마존에서 발생하는 블랙카본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카본은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나 나무 등이 불완전연소해서 생기는 그을음을 일컫는다. 아마존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블랙카본을 만들어내고, 블랙카본은 빙하를 녹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발생하는 산불 중에는 개발을 목적으로 한 방화가 많다. 결국 안데스의 빙하를 녹이고 있는 건 사람인 셈이다. 사람은 빙하를 녹이고 그 피해는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온다. 안데스빙하는 수많은 페루의 강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빙하가 사라지면 장기적으로 페루에선 마르는 강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맵비오마스 페루’는 “수백 만 주민이 식수를 걱정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더욱 속도가 난다면 식수 걱정은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이 마른다면 식량 생산도 줄게 돼 식량 안보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선 페루의 숲도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루 북부지방의 숲은 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진다. ‘맵비오마스 페루’는 “가장 심각한 건 이런 극단적 변화가 불가역적 현상으로 보인다는 점”이라며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제적 개발은 필연적으로 자연의 훼손 확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페루의 광업 면적은 1985년 3000헥타르뿐이었지만 2021년엔 11만9000헥타르로 늘어났다. ‘맵비오마스 페루’는 “경제개발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자연을 훼손한 것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자연훼손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두 번의 죽을 고비 넘겼다” 강남길이 밝힌 ‘그리스 로마 신화’ 집필 비화

    “두 번의 죽을 고비 넘겼다” 강남길이 밝힌 ‘그리스 로마 신화’ 집필 비화

    배우 강남길(65)이 14년에 걸쳐 ‘명화와 함께 후루룩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집필하는 동안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밝혔다. 강남길은 17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자신의 신간에 대한 집필 비화를 털어놨다. 그는 이번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영국부터 튀르키예까지 다니다 보니 대부분의 박물관과 유적지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50% 이상 있더라”며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책을 냈다”고 말했다. 강남길은 “공부를 하다 보니 아는 것만큼 보이고 (박물관·유적지에 갔을 때) 아는 만큼 본전을 뽑더라”고 설명했다. 3권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정리한 강남길은 “우주에서부터 신화의 맨 마지막 ‘아이네이스’까지 전체를 읽고 나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완전히 읽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남길은 57년째 연기 인생을 걸어온 배우로 잘 알려져 있지만, 1997년 ‘강남길의 TV보다 쉬운 컴퓨터’, 1998년 ‘강남길의 TV보다 쉬운 인터넷’을 집필해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강남길은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목숨 걸고 책을 썼다”며 “41세 때 심근경색으로 한 번 쓰러져서 생명이 왔다갔다 했고 51살 때 위 과다출혈이 왔다. 58세 때 책을 쓰다가 또 한 번 큰일을 겪을 뻔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마지막까지 이 책을 써야겠다는 신념 하에서 이 책을 썼다”고 강조했다. 끝까지 집필을 포기하지 않은 동력에 대해선 “아이들의 힘이 컸다”며 “아이들한테 뭔가를 보여줘야겠다 생각을 해서 끝까지 집필했고,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쓰담쓰담하며 잘했다고 칭찬해줬다”고 말했다.
  • [세종로의 아침] 조성룡과 청주 남석교와 고향기부제/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조성룡과 청주 남석교와 고향기부제/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1995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광복 5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의 중앙청 처리 문제가 뜨거운 관심사였다. 해체가 대세인 가운데 충북대 교수(로 기억되는 이)가 중앙청을 땅밑으로 내리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리고 그 위를 강화유리로 덮자고 했다. 이 제안은 그러나 아무 관심도 끌지 못하고 묻혔다. 세월이 흘러 충북 청주 남석교가 세상에 드러났을 때도 비슷했다. 남석교는 육거리시장 아래 묻혀 있는 국보‘급’의 돌다리다. 고문서 등에서 존재만 확인되다, 2005년 청주대 학술조사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석교의 길이는 80.85m. 당시 가장 긴 돌다리였던 서울 한양대 앞 살곶이 다리의 70m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이후 복원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옛 중앙청처럼 육거리시장 아래 두되 그 위를 강화유리로 덮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제안도 현실성이 없다며 흐지부지됐다. 현재는 복원 논의가 쏙 들어간 상태다. 남석교 위의 육거리시장은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시장 중 하나다. 한국전쟁 이후의 역사가 켜켜이 쌓였다. 남석교를 복원하려면 그 위의 또 다른 근대문화재를 해체해야 한다. 보통 딜레마가 아니다. 게다가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득 남석교 복원을 주제로 국제설계경기 같은 이벤트를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역 사회에서 범위를 넓혀 집단 지성의 도움을 받자는 거다. 재원 조달엔 올해부터 시행 중인 ‘고향기부제’가 도움이 될 듯하다. 현재의 고향기부제는 목적이 다소 불분명하다. 출향 인사들에게 고향을 생각하며 기부를 하라는 건데, 취지는 좋지만 출향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동기부여가 약해 보인다. 남석교 복원을 위한 재정 마련을 목표로 내걸면 어떨까. 목적이 분명한 기부라면 장삼이사들이 얇은 지갑을 기꺼이 열지 않을까. 청주 시민을 넘어 국민의 십시일반이 모이면 국비를 다루는 위정자들의 마음도 흔들릴 터다. 자, 이제 산만하게 날아다니는 논의를 하나로 정리해 보자. 국제 설계경기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조성룡 전 성균관대 교수다. 국제 설계 공모전에서 가장 많은 수상 기록을 세웠다는 이다. 서울 송파 아시아선수촌아파트, SOMA미술관, 한강 선유도공원, 광주 의재미술관 등의 건축물이 그와 그가 속한 집단 지성의 손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한데 최근 전해진 그의 근황은 참 안타깝다. 서울 잠실 5지구의 재건축설계 우선협상자 지위를 재확인하는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잠실 5단지 국제 설계공모전에서 1위를 한 게 2018년이다. 상식을 상식의 자리에 앉히는 데만 5년의 시간이 소모된 셈이다. 앞으로도 순탄할 거란 보장은 전혀 없다. 국내 건축계의 현실이 드러난 안타까운 사례다. 우리 국민이 의기소침해할 때가 있다. 스포츠 한일전에서 졌을 때, 노벨상이나 ‘건축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이 발표될 때다. 번번이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해 시무룩해진다. 며칠 전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국내 한 기업의 사옥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가 받았는데, 정작 우리는 여태 프리츠커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건축계에선 프리츠커상이 건축가에게만 주는 상이 아니라며 볼멘소리다. 건축가가 대표로 상을 받을 뿐, 건축가와 건물 조성에 힘이 되어 준 사회 구성원과 그들의 가치관에 존경을 표시하는 것이란 얘기다. 국제설계공모를 해놓고도 결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뒤집는 게 우리 건축계의 현실이고 보면 프리츠커상 수상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 ‘기록’이 희망이야, 과거를 잊지 않으려면

    ‘기록’이 희망이야, 과거를 잊지 않으려면

    일본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 미나코는 태풍이 지나간 어느 날 아침, 마당에서 말 한 마리를 마주친다. 지금은 없어진 ‘류큐 경마’에서 이름을 날리던 아름다운 경주마 종이다. 갑자기 경주마라니, 눈치가 제법 빠른 독자여도 소설 중반부까지 고개를 거듭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주인공 미나코가 하는 일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미나코는 사무실에 출근한 뒤 웹캠을 사용해 하루 서너 명씩, 한 사람당 스물다섯 개 정도 퀴즈를 낸다. 예컨대 ‘리틀보이, 살찐 남자, 이완’이라는 단어를 주고 상대방이 답을 맞히게 하는 식이다. ‘리틀보이’와 ‘살찐 남자’라는 단어에서 옛 소련이 만든 수소폭탄인 ‘차르 봄바’를 떠올리고 개발 당시 이름인 ‘이완’과 연결해 보면, 답은 ‘황제’가 된다. 퀴즈를 푸는 사람들 면면도 독특하다. 우주에 있지만 정치적 이유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반다, 가족을 벗어나 극지 심해에서 살고 있는 폴라, 전쟁 인질로 잡혀 어딘지 모르는 피신처에 갇힌 기바노는 매일 미나코와 온라인으로 만나 퀴즈를 푼다. 미나코는 틈날 땐 노년 여성 요리가 운영하는 개인 도서관에서 자료를 정리한다. 요리는 오키나와의 각종 자료를 수집한다. 옛사람의 뼈, 식물 표본, 천 조각, 누군가의 메모 등이다. 세상 끝에 있는 이들에게 퀴즈를 내는 일, 갑자기 등장한 단종된 경주마, 그리고 잡다한 것을 모으는 개인 도서관에서의 정리. 이상하지만 평화로운 미나코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사무실에 종종 오는 가전 수리공의 업장을 예고 없이 찾았는데, 평소 정중했던 모습과 달리 수리공은 “당신이 일하는 그 스튜디오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거칠게 말한다. 미나코는 이후 퀴즈 출제 일을 그만둔다. 반다, 폴라, 기바노와 작별하고 그들의 조언에 따라 경찰서에 맡겼던 말을 되찾아 오기로 결심한다.소설은 이제는 사라진 오키나와의 류큐 경마에서부터 여전히 남아 있는 미군기지까지 오키나와의 굴곡진 역사를 배경으로 미나코와 연결된 3개의 이야기를 ‘기록’이라는 주제로 묶어낸다. 오키나와는 먼 옛날 독립 국가 ‘류큐 왕국’이었다가 일본에 강제로 병합당한 곳이다. 일본의 패전으로 27년간이나 미국의 점령하에 있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됐다.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기록 역시 무수히 파괴당했다. 요리의 죽음 이후 도서관이 헐리고, 말을 되찾은 미나코가 자료를 수집하기로 결심하는 내용으로 소설은 이야기를 맺는다. 2020년 이 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저자는 현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기록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을 때 이 자료가 그러한 곤란한 사태로부터 구해 줄 거라고 미나코는 굳게 믿었다”(153쪽)라는 부분은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일 터다. 흔히 ‘과거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고들 한다. 기록 없는 과거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그 시작점 역시 기록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소설은 저자가 일본을 비롯해 역사를 잊은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 하늘서 날아왔나 바다서 솟았나… ‘전설의 섬’[권다현의 童行(동행)]

    하늘서 날아왔나 바다서 솟았나… ‘전설의 섬’[권다현의 童行(동행)]

    해마다 봄이 되면 아이와 함께 제주로 떠난다. 연둣빛 새순이 돋을 무렵 태어난 아이는 만삭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올레길을 걸었던 엄마 때문인지 제주의 봄날을 유독 좋아한다.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열흘씩 제주에 머물다 보니 아이에게도 ‘최애’ 여행지가 생겼다. 다섯 살이 되는 봄이었던가, 이번 여행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한 치의 고민 없이 비양도를 꼽았다. 늘 엄마가 고른 여행지를 묵묵히 따라다니던 아이였다. 같은 질문에도 다 좋았다거나 제주에서 산 장난감의 이름을 엉뚱한 답으로 내놓곤 했다. 그런데 또박또박 비양도란 이름을 내뱉은 아이는 그 섬에 다시 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에게 내내 그리운 섬이 됐던 비양도를 8년 만에 다시 찾았다.●1002년 고려 목종 때 화산 폭발 기록 제주 서쪽에 그림처럼 떠 있는 아름다운 섬, 바로 비양도(飛揚島)다. 비양도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전해지는데, 먼 옛날 하늘에서 커다란 산 하나가 날아와 제주 앞바다에 떨어지더니 섬이 됐단다. 흥미롭게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고려 목종 때인 1002년, 제주 해역 한 가운데에서 산이 솟더니 닷새 동안 산꼭대기에서 붉은 물이 흘러나온 뒤 그 물이 엉켜 기와가 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누가 봐도 화산 폭발에 대한 묘사다. 그러니까 이 시기 제주에 화산 활동이 있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비양도로 남았다. 이를 근거로 2002년 비양도 탄생 1000년을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지기도 했다. 제주에서 가장 마지막에 생겨난 섬이라 화산 지형의 특징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는 비양도는 때 묻지 않은 제주의 자연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다. 게다가 한두 시간이면 섬 전체를 걸어서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고 아기자기한 풍경이 가득해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비양도를 처음 찾던 날, 새벽에 창가를 스치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한림항에 도착하니 제법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양도까지는 여기서 작은 배로 15분 남짓. 그리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지만 당시 비양도는 그 흔한 카페 하나 없는 작은 섬이었다.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혹여 아이가 감기라도 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이리저리 궁리를 하는 중에 배는 무심히도 비양도에 닿았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신이 나서 부두로 뛰어내렸다. 조간신문을 가지러 나온 할머니와 마주치자 안녕하세요, 씩씩하게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의 입가엔 금세 미소가 번졌다.●가장 젊은 섬…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 “아이고, 잘도 아꼽다! 어디서 옵데가?” 엄마에게도 낯선 할머니의 사투리를 알아듣기는 한 건지 아이는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할머니와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서울 산다는 큰아들이 꽤 가까운 동네에 있었다. 비행기에 배까지 갈아타고 찾아온 외딴섬에서 만난 인연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졌다. “커피 먹언?” 할머니도 이 작은 인연이 반가웠는지 대뜸 커피를 타 주시겠다며 아이의 손을 잡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말하지 않아도 비를 피하고 가라는 고마운 배려였다. 자식들을 모두 육지로 떠나보냈다는 할머니의 살림은 단출하기만 했다. 아이는 제집처럼 가방에서 장난감을 꺼내 놀기 시작했고 그사이 할머니는 달짝지근한 커피 한잔을 끓여 냈다. 창밖으로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지더니 마침내 구름 사이로 해가 삐죽 얼굴을 내밀었다.●화산이 빚어낸 각양각색의 돌·천연습지 “엄마, 돌이 빨간색이에요!” 제주에서 가장 젊은 화산섬이니 비양도의 돌들은 유독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다. 아예 수석거리도 따로 만들어 놓았을 만큼 각양각색의 돌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도 이건 돌고래 모양, 저건 코끼리 모양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특히 ‘애기 업은 돌’은 이름 그대로 엄마가 아이를 등에 업은 모습이라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는 마그마가 분출된 이후 지하 용암류 내부 가스가 배출될 때 만들어진 높은 압력이 액체 용암을 밖으로 밀어 올린 결과인데, 호니토(hornito)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비양도 호니토는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비양도 사람들은 이 돌 앞에서 소원을 빌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조금 더 걸으니 펄랑이 반겨 준다. 우뚝 솟은 비양봉을 부드럽게 감싸 안은 못 형태로, 바닷물이 뭍으로 흘러들어 커다란 염습지를 이뤘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생태계의 보고로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사는 터전이기도 하다. 한때 일주도로를 내면서 물길의 흐름이 막혀 오염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최근 데크를 일부 철수하고 정자를 옮기는 등 복원을 위한 노력을 꾀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펄랑못의 청아한 풍경을 감상하던 아이는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곤 얼른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호들갑이다. “새가 놀라면 안 돼요! 부끄러움이 많아서 멀리멀리 도망가면 안 되잖아요!” ●협재해변서 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섬 비양도를 한 바퀴 돌아본 끝에 작은 분교가 기다리고 섰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한 비양분교는 운동장과 교실 풍경이 참으로 정겹다. 물어보니 전교생이 겨우 여섯이란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이라 점심시간이 되면 다들 집으로 달려가 밥을 먹고 온다. 그러니 학교에선 오히려 부모님들에게 급식비를 준다고. 학교는 작아도 저리 넓고 푸른 바다를 매일 보며 자라니 저절로 넉넉한 꿈을 품지 않을까. “너도 여기서 학교 다닐래?” 물으니 아이는 고민도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배 시간에 맞춰 부두로 나오니 비양도에서 꽤 유명한 강아지인 복순이가 쫄랑쫄랑 따라온다. 비양도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섬 구석구석 안내하며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강아지다. 반가운 친구를 만났으니 아이는 복순이와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음껏 뒹군다. 어느새 복순이는 배를 뒤집고 누워 아양을 떨었고, 아이는 그런 녀석을 간질이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 같았으면 물티슈를 들고 쫓아다녔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둘의 시간을 존중하기로 했다. “복순이랑 헤어지기 싫은데… 우리 집에 함께 가면 안 돼요?” 돌아오는 배에서 아이는 아쉬움에 눈가가 그렁그렁했다. 그 짧은 사이에 마음을 듬뿍 준 모양이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협재해변에 자리를 잡으니 바다 건너 비양도가 꿈처럼 푸르다.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는 섬에선 얼핏 복순이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듯했다. 그렇게 비양도는 아이에게 그리운 섬이 됐다. 용암이 굳혔나 파도가 빚었나… ‘칸칸 소금밭’ 모래·바위 어우러진 제주 서부 해안8년 만에 다시 찾은 비양도는 세련된 카페와 북적이는 여행자들로 활기가 넘쳤다. 하나뿐이었던 식당은 제법 큰 규모가 됐다. 뭉근하게 끓여 낸 보말죽은 여전히 따뜻하고 맛있었다. 배에서 내리던 순간부터 복순이를 찾았던 아이는 식당 주인에게 몇 해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잔뜩 실망한 표정이다. 아이의 놀이터가 돼 줬던 비양분교도 휴교 중이라는 말에 어깨가 더욱 가라앉았다. 터덜터덜 마을 어귀로 들어선 아이가 낯익은 노란 담벼락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나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더니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주름살이 더 늘어난, 그러나 여전히 건강한 모습의 할머니가 이웃과 수다를 떨던 중이었다. 오래전 만남을 선명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셨지만 얻어 마셨던 커피 이야기에 할머니는 대뜸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달달한 커피는 그 어떤 카페에서도 맛볼 수 없는 추억이었다. 돌아오는 배에서 아이는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그리고 약속했다. 내년 봄에도 비양도를 찾아오기로,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예쁜 액자에 담아서.●협재해변, 은모래 위 바다 빛깔 고스란해 제주 서쪽을 대표하는 협재해변은 조개껍질이 많이 섞인 은모래가 특징이다. 물론 동해에도 유독 모래가 고운 곳들이 있지만 파도가 자주 치고 수심이 깊어 더 강한 파란색을 띤다. 그러나 협재해변은 파도가 적고 수심도 얕은 편이라 은모래 위에 바닷빛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 잔잔한 바다 가운데 비양도가 자리해 풍성한 볼거리를 채운다. 해변 한쪽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쌓아 놓은 돌탑은 여느 예술작품 못지않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늦여름이었던가, 비양도가 잘 보이는 자리를 골라 텐트를 쳤던 적이 있다. 물놀이에 신난 아이를 바라보며 오후 내내 밀린 책을 읽고, 배가 출출해지자 슬리퍼를 끌고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해물라면 한 그릇에 마냥 행복해졌다. 어둠에 물든 비양도를 바라보며 잠들고, 아침에는 속삭이는 파도 소리에 잠을 깼다. 그때 생각했다. 이 바다, 참 제주스럽다. 아이도 그리운 비양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눈에 담을 수 있는 이곳을 제주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꼽는다.●한림항 공방서 장신구·기념품 제작 체험 비양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이 출발하는 한림항 근처, 아기자기한 체험공방 낮잠나무가 자리한다. 젊은 주인이 직접 만든 소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제주의 따스한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액세서리와 기념품을 구입하기 좋다. 특히 주인이 직접 디자인했다는 캐릭터 유채씨는 제주의 봄을 떠올리게 하는 유채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왔다는 그는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유쾌한 캐릭터로 풀어냈다. 아이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도 운영한다. 협재해변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자개모빌부터 동백꽃이나 한라봉처럼 제주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액세서리, 신비로운 바닷속 풍경을 담아낸 키링과 그립톡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알차다. 아이는 버려지는 전복 껍데기를 활용한 트레이에 도전했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정성껏 재현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이 됐다. 엄마는 화사한 봄 귀걸이를 직접 만들었는데, 전복 트레이에 걸린 귀걸이를 볼 때마다 기분마저 노란빛으로 물든다. ●국내 유일 돌염전 ‘소금빌레 ’ 재조명 제주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 유일의 돌염전인 ‘소금빌레’를 만날 수 있다. 구엄리에 자리한 이 소금빌레는 용암이 굳어져 깨진 널찍한 현무암지대에 흙을 돋우어 칸칸마다 바닷물을 채우고 햇볕에 말려 천일염을 제조했다. 한때 소금밭의 규모가 1500평에 이를 만큼 구엄리 사람들에겐 중요한 생계 수단이었다. ‘염쟁이’로 불리던 이들은 귀한 소금밭을 큰딸에게만 상속했다고 한다. 여성의 생활력이 훨씬 강했던 제주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1950년대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됐던 구엄리 소금빌레는 육지에서 들어온 값싼 소금에 밀려 결국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구엄리 돌염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독특한 모양의 암반과 유난히 깊고 푸른 바다, 관광 자원으로 새롭게 복원된 소금빌레가 제주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특별한 풍경을 빚어낸 덕이다. 한바탕 비가 쏟아져 소금빌레에 찰랑찰랑 빗물이라도 고이면 괜스레 염쟁이의 마음처럼 흡족하기도 하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주상절리 위에 앉아 가만히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험도 색다르다. 여행작가
  • 한일 재계 10억씩 미래기금 낸다…“미쓰비시·일본제철 참여는 미정”

    한일 재계 10억씩 미래기금 낸다…“미쓰비시·일본제철 참여는 미정”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과 관련해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며 지원 사격에 나선다. 하지만 일제 강제동원 가해 기업들은 이번 기금 참여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한국 재계 대표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재계 대표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선언문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강제 징용(동원) 문제의 해결에 관한 조치가 발표됐다”며 “일본 정부도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김 회장 직무대행이,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도쿠라 회장이 각각 맡는다. 공동사업으로는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 및 사업 실시, 미래를 담당할 젊은 인재 교류 촉진 등으로 정리됐다. 기금 규모는 2억엔(20억원)으로 시작한다. 도쿠라 회장은 “일본에서는 1억엔, 한국 측은 10억원을 출연한다”고 말했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의 자금으로 먼저 출범한 뒤 회원사의 출연을 받아 기금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이 기금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을 지원하는 성격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배상에 참여하지 않은 가해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참여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에서는 두 기업 모두 게이단렌 소속인 만큼 게이단렌의 기금 출연이 이들 기업의 ‘간접 참여’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일본 가해 기업이 기금 조성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개별 기업이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출연해서 시작한다”고 답했다. 도쿠라 회장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기금이 하는 사업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스마트팜’에선 청년농부가 자란다

    ‘스마트팜’에선 청년농부가 자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원도심 건물 공실과 농촌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공동화가 진행되는 원도심에 스마트팜 시설을 세워 교육·체험·품종개량 등의 장소로 활용하고, 청년농업인의 진입 장벽을 낮춰 농촌 인구감소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취지다. 대전시는 오는 4월 7일까지 ‘도심 공실 활용 스마트팜 조성 사업’을 위한 공모를 진행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사업 대상 건물은 도심 속 농업 체험이 가능한 ‘테마형’(교육·체험)과 미래농업 육성을 위한 ‘기술연구형’(기술실증·생산확대)으로 활용된다. 원동·중동·삼성동·선화동 등 원도심 건물만 신청이 가능하다.충남도는 올해 ‘청년농 맞춤형 스마트팜 보급 지원 사업’으로 스마트팜을 신축하는 청년농을 뽑아 최대 3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농작물 재배 기술이 없고 영농 기반이 취약하며 소득이 적은 청년농에게 안정적 생산 기반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 지원 규모는 0.3㏊씩 17곳이며, 1곳당 지원금은 자부담 9000만원을 포함해 최대 3억원이다. 도는 이와 함께 1곳당 최대 1억원의 융자 지원과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보증 수수료 지원, 농협 협력 사업 등으로 자부담금 마련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원금은 온실 신축과 ICT 융복합 시설, 양액재배 시설 설치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전남도는 2031년까지 4조 5000억원을 들여 지역 농어업 100년을 이끌 ‘스마트 청년농어업인’ 1만명 육성에 나선다. 핵심 사업인 임대형 스마트팜은 2024년부터 2031년까지 11곳에 2㏊ 규모로 조성해 농지·시설·기술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진입 초기 청년의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위치한 경북 상주시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모 사업으로 청년농을 위한 3ha 규모의 스마트팜 부지가 조성된다. 영농이 가능하도록 경지정리 후 진입로·용배수로 등을 정비해 청년농에게 장기 임대할 계획이다. 충남 천안시는 올해 오이·딸기 등 과채류 40개 농가를 대상으로 스마트팜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ICT 기술을 도입한 시스템은 토양환경·수분부족·이슬점온도 등 내부 환경정보를 농업인 휴대전화로 실시간 제공한다. 작목별 전문 지도사는 수집된 농가의 데이터를 분석해 수확량을 예측하고 농가별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한다.
  • 민주, 다시 불붙은 당헌 80조 논란…비명계 “당내 신뢰 많이 훼손”

    민주, 다시 불붙은 당헌 80조 논란…비명계 “당내 신뢰 많이 훼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비명(비이재명)계 끌어안기에 나서며 내홍 수습에 진력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 이재명 대표 방탄 논란을 일으킨 당헌 80조를 삭제하자는 의견이 나와 분란이 재점화됐다. 지도부는 당장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며 진화에 부심하고 있지만, 비명계는 반발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예외로 한다. 이 조항은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지난해 8월 이런 내용으로 개정돼 비명계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제기된 이 대표의 당대표직 유지를 위해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 일각에선 최근 이 대표뿐 아니라 다수 의원이 검찰의 ‘정치 탄압성’ 수사에 발목이 잡힌 만큼 당헌 80조를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치혁신위원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현재는 제안을 취합 정리하는 수준”이라며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공천제도가 마무리된 후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명(친이재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은 16일 MBC에서 당헌 80조 삭제 논란과 관련, “의견 수렴, 토론이 반드시 필요해 보이나 그 시점이 지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 대표를 맡은 강훈식 의원은 SBS에서 이 대표가 정치 탄압으로 기소된 예외 사유에 해당해 80조의 적용에서 빠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대표 때문에 삭제 검토하는 것은 아니고 더 많은 현역 의원들 때문에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CBS에서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나”라며 “솔직히 말해 당 내부에도 신뢰 관계가 지금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당헌 80조 삭제 논의에 대해서는 “우리 당이 이렇게 거듭나겠다고 해놓고 제대로 적용도 안 하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해서 “퇴진 시점이 연말이면 너무 멀다. 연말에는 (당이) 거의 침몰 직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도부 차원의 비명계 끌어안기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왔던 이낙연 전 대표의 영구 제명과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출당·징계를 요구한 강성 지지층의 청원에 “생각이 다르다고 공격하면 내부 단합만 해친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발췌하며 당내 포용과 화합을 강조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허위 사실을 적시해 민주당 소속 인사를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 제작·유포자에게 해당 게시물 삭제를 촉구하고 형사 고발 등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 동의안 이탈표 사태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적으로 규정한 ‘7적 포스터’ 유포 등에 경고한 것이다.
  • 강제동원 해결책 후속 미래기금 창설…日 가해 기업은 빠졌다

    강제동원 해결책 후속 미래기금 창설…日 가해 기업은 빠졌다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과 관련해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는 것으로 지원 사격에 나선다. 16일 한국 재계 대표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재계 대표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선언문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강제 징용(동원) 문제의 해결에 관한 조치가 발표됐다”며 “이에 대해 일본 정부도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회에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길을 확고히 하기 위해 양 단체는 공동사업을 실시하기로 하고 각각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김 회장 직무대행이,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도쿠라 회장이 각각 맡는다. 또 두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며 양 단체가 사무국 역할을 맡기로 했다. 공동사업으로는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 및 사업 실시, 미래를 담당할 젊은 인재 교류 촉진 등으로 정리됐다. 기금 규모는 2억엔(20억원)으로 시작한다. 도쿠라 회장은 “일본에서는 1억엔, 한국 측은 10억원을 출연한다”라고 말했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의 자금으로 먼저 출범한 뒤 회원사의 출연을 받아 기금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이 기금이 한국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을 지원하는 성격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배상에 참여하지 않는 일본 가해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참여가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기금 참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두 기업이 게이단렌 소속이기 때문에 게이단렌의 기금 출연이 ‘간접 참여’가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일본 가해 기업이 기금 조성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개별 기업이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출연해서 일단 시작한다”고 답했다. 도쿠라 회장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기금이 하는 사업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아들~ 공부 못하면 저런 일 한다”…모욕에 한숨짓는 경비원들

    “아들~ 공부 못하면 저런 일 한다”…모욕에 한숨짓는 경비원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40~50대가 ‘너 공부 잘해라.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대놓고 이야기 하더라. 듣는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그 소리가 더 듣기 싫었다.” “경비초소에 불을 켜놓았더니 ‘너의 집이었으면 불을 켜놓을 거냐’고 하더라. 불 켜놓는 게 아깝다는 이야기다.” “입주민 한 분이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길래 쓰레기통에 버리시라 이야기했더니 ‘경비원이 청소를 하는 건데 왜 뭐라고 하느냐’고 따졌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16일 공개한 ‘경비노동자 갑질 보고서’에 담긴 피해자 증언이다. 보고서에는 이 단체가 지난해 10월 경비노동자 5명, 청소노동자 1명, 관리소장 1명, 관리사무소 기전 직원 2명 등 총 9명을 심층 면접해 정리한 갑질 피해 실태가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 9명 모두 입주민으로부터 고성·모욕·외모 멸시, 천한 업무라는 폄훼, 부당한 업무지시·간섭 등 갑질을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경비원들은 “‘저렇게 키도 작고 못생긴 사람을 왜 직원으로 채용했냐, 당장 바꿔라’고 했다”, “청소를 하는데 깨끗하게 안됐다고 멱살을 잡고 관리사무소로 끌고 갔다”며 폭언에 시달린 경험을 고백했다. 9명 중 6명은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는 등 ‘원청 갑질’을 경험했다. 경비노동자 A씨는 “관리소장 지시로 갑자기 정화조 청소를 했다. 분뇨가 발목까지 차오르는 곳에서 작업하고 나왔는데 독이 올라 2주 넘게 약을 발랐다”고 진술했다. 입주민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해고 종용을 당하거나 근무지가 변경되는 사례도 있었다. 경비 노동자 B씨는 “입주민에게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다가 ‘경비 주제에 무슨 말을 하냐’며 관리사무소에 얘기해서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한 경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입주민에게 이러한 해고 협박을 받은 노동자는 9명 중 4명에 달했다.그러나 이들은 갑질이 발생해도 해고의 두려움 등의 이유로 신고와 같은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경비 노동자 C씨는 “입주민과 싸우겠다는 것은 사직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아무 힘이 없다. 대응방법도 없다. 정식 직원이면 뭐라도 하는데 단기 계약이어서 연장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경비노동자들이 입주민·용역회사 갑질에 노출되는 근본적인 이유로 간접 고용 구조와 초단기 근로계약기간을 꼽았다. 조사 대상 노동자 9명 모두 1년 미만의 단기 근로계약을 반복해서 체결하는 고용 형태였다. 경비회사에 고용된 경비노동자의 계약기간은 더욱 짧았다. 5명 중 4명은 3개월 단위로, 1명은 1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했다. 단체는 관련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입주자 대표 회의의 책임 강화 ▲갑질하는 입주민 제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득균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갑질을 행한 입주민·관리소장이 처하는 처벌이 너무 약하고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으로 인해 갑질에도 참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갑질 방지 및 처벌 규정 강화와 고용불안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전두환 손자 ‘검은 돈’ 폭로…965억 추징 3법은 계류 중 [이슈픽]

    전두환 손자 ‘검은 돈’ 폭로…965억 추징 3법은 계류 중 [이슈픽]

    “저 하나한테만 몇십억원의 자산이 흘러들어왔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무조건 더 많다고 보면 됩니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의 일가의 비자금 등 범죄 의혹을 고발하고 있는 손자 전우원씨는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이같이 폭로했다. 본인과 가족을 ‘범죄자’로 지칭한 그는 전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을 가리키는 것이냐는 물음에 “제가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직장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일 년에 몇억씩 하던 자금들 때문이다. 학비와 교육비로 들어간 돈만 최소 10억원인데 깨끗한 돈은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구체적으로 비엘에셋이라는 회사의 20% 지분, 웨어밸리라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들, 준아트빌이라는 고급 부동산이 자신의 명의로 넘어왔다며 모두 몇십억원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기업들은 이미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그 출처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지만, 가족이 구체적으로 인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일가 비자금…몇백억원 규모” 다만 전씨는 “지금은 빼앗기거나 서명을 해서 (새어머니인) 박상아씨에게 양도한 상태”라면서 “웨어밸리 비상장주식은 아버지 (전재용씨)가 황제노역을 하고 나와 돈이 없다면서 ‘너희들에게 증여돼 있던 주식인데 새엄마에게 양도하라’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씨는 아버지의 형제들인 전재국씨와 전재만씨, 그리고 사촌형제들이 물려받은 비자금 규모에 대해선 “(저희보다) 무조건 더 많다”고 답했다. 이어 “(전두환씨 장남인) 전재국씨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하는 회사만 제가 아는 게 몇백억원 규모”라면서 시공사, 허브빌리지, 나스미디어 등을 언급했다. 3남인 전재만씨의 와이너리 사업에 대해선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가서 땅값을 확인해보라. 게다가 와이너리는 대규모 최첨단 시설이 필요해 돈이 넘쳐나는 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리하면 전재국씨는 미디어, 전재용씨는 부동산, 전재만씨는 와이너리 등 “말도 안 되게 돈이 많이 필요한 사업들만 골라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씨는 덧붙였다. 또 연희동 자택 내 스크린 골프장에서 스윙을 하는 여성은 “할머니가 맞다”면서 “몇 년 전 찍은 사진”이라고 전씨는 부연했다. “지인 바지사장·돈세탁 경로로 활용, 폭로 이유는…” 이러한 비자금 의혹이 쉽게 밝혀지지 않은 것은 “돈의 출처는 그들(가족)인데 서류상의 시작은 지인들로부터 나오게끔 했기 때문”이라면서 “예를 들어 웨어밸리도 경호원이 설립하게 해서 그런 조직들을 양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호원을 포함한 지인들 역시 ‘공범’으로 “계속 가족들로부터 돈을 받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멈출 이유가 없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족들의 비리를 폭로하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선 “자라면서부터 저희 가족이 수치라는 걸 많은 사람에게서 배워서 알고 있었다”면서 “저도 상처받았기 때문에 그걸 인정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순수함을 배우면서 모든 걸 내려놓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죄는 죄라고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 또한 마약과 성매매업소를 이용한 적 있다고 고백한 뒤 “죄악은 숨을 곳 없이 다 비춰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폭로 후 할미 품 돌아오라고”…아버지 전재용은 “아들 우울증” 숱한 폭로 때문에 가족의 압박이 강할 것 같다고 묻자 전씨는 “할머니(이순자씨)가 연락해 ‘돌아와라 제발, 니 할미 품으로’라고 했다. ‘할미가 얼마나 살지 모른다’라고도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씨는 “답을 하지 않았다. 소름이 끼쳤다”라고 덧붙였다. 작년 말 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열흘간 입원했을 때에도 “안부 문자 하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SNS 폭로 초기인 지난 13일 미국에 체류 중인 친형의 신고로 경찰관 10여 명이 출동,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고 전씨는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씨의 자택은 뉴욕시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의 71층짜리 최신 고급 아파트 빌딩에 위치해 있다. 맨해튼과의 교통이 좋은 편으로 부촌까지는 아니지만 몇 년 사이 빠르게 개발 중인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뉴욕의 회계법인을 그만뒀다는 전씨는 “엄마를 닮아 돈을 아껴 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전씨는 “제 할아버지(전두환씨)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주변인의 범죄행각을 밝히겠다”며 SNS에 폭로글을 올렸다. 전씨는 자신의 신분을 입증하기 위해 운전면허증, 등본, 미국 유학 비자, 학생증, 보험증서 등 증빙 자료부터 어린 시절 전두환씨와 찍은 사진, 동영상, 이순자 여사 사진 등을 게시했다. 전두환씨의 유산상속을 포기했다는 서류도 공개했다. 현재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걸로 알려진 아버지 전재용씨는 조선닷컴에 “아들은 심한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반복했다”며 “아비로서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전 재산 29만원” 전두환 재산 추징 3법은 숙면 중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씨에게 내란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했다. 검찰이 전두환씨의 재산을 추적해 일부를 추징했지만 전두환씨는 “전 재산은 예금 29만원이 전부”라면서 추징금을 내지 않았다. 결국 2021년 11월 23일 사망하면서 추징금 956억원과 지방세 9억 7000만원은 미납한 채로 완전 환수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당사자가 숨져도 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한 ‘전두환 재산 추징법 3법’이 2020년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전두환 재산 추징 3법은 구체적으로 ▲몰수의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금전과 범죄수익, 그밖의 재산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추징금을 미납한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형사소송법 개정안’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포함한다. ‘전두환 추징 3법’ 대표 발의자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사위 소위에 한차례 상정된 바 있으나 법원행정처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여전히 계류 중이고,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단 한 차례의 심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법사위는 전두환 일가가 사용하고 있는 ‘검은돈’을 환수하기 위해 소위에 계류 중인 ‘전두환 추징 3법’을 신속히 심사,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혹시 ‘저장 강박’ 갖고 있나요/정신과의사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혹시 ‘저장 강박’ 갖고 있나요/정신과의사

    완물상지(玩物喪志)란 ‘쓸 데 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자기 뜻을 잃는다’는 뜻이다. 물질에 너무 집착하다가 마음의 빈곤을 가져와 본심을 잃음을 경계한 말로, 출전은 무려 서경(書經). 주나라의 무왕에게 서역에서 진귀한 개 한 마리를 보내 왔을 때 신하인 소공이 왕을 훈계하여 한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TV를 보다 보면 생생한 현재의 사연이 되기도 한다. 온갖 잡동사니를 집안 가득 쌓아 두고 사는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제발 정리 좀 하라는 주변의 권유에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이건 이때의 추억이 있으니 안 되고, 저건 저때 쓸지도 모르니까 잘 간수해 둬야 한다고. 물론 일리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만에 하나’일 뿐. 추억의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의 사연은 또 어떤가. 배냇저고리에서 시작해 자식의 온갖 것을 버리지 못하는 할머니의 사연을 본 적이 있다. 집안 가득 들어찬 물건들 때문에 정작 할머니의 자식들은 어머니의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자식의 추억 때문에 현실의 자식을 만나지 못하는 기막힌 주객전도. 정신의학도 이런 이들을 주목한다. 대표적 질병 분류 체계인 DSM은 가장 최근 판인 5판부터 ‘저장 강박’이란 이름으로 이와 같은 증상을 정신과 질환으로 등재했다. 방송에 나오거나 치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도 우리 마음에도 크고 작은 저장 강박이 숨어 있다. 10년 만의 이사를 앞둔 나부터 그렇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이사 준비의 과정은 온통 저장 강박과의 싸움이다. ‘이번엔 기필코 버리겠다’ 다짐하고 구석구석 쌓인 잡동사니들을 꺼내 놓고 보면 ‘이걸 왜 여태 갖고 있지?’ 싶은 물건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어느 물건 앞에선 밀려드는 추억으로 순간 뭉클해지기도 한다. 일본의 ‘정리 여왕’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명언을 남겼다지만 그 또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버리려고 집어 든 물건마다 추억으로 설레어 버리니까. ‘이사 가며 세간의 절반을 처분한다’는 대전제를 세운 아내의 눈을 피해 그 ‘사연 깊은 물건’을 몰래 감추는 내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럴 때면 피천득 선생의 수필 ‘시골 한약국’의 내용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양복 한 벌 변변한 것을 못해 입고 사들인 책들을 사변통에 다 잃어버리고 그 수 5년간 애면글면 모은 나의 책은 지금 겨우 3백 권에 지나지 아니한다.” 이렇듯 한번에 없어질지도 모르는, 그저 ‘물건’일 뿐인 것들에 왜 그리 마음 닳아하고 있을까. 시절인연이라는 불가의 가르침에 따르면 업과 연이 닿을 때 다시 만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집착해도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집착해 안달하거나 가물가물한 추억에 매이는 일은 어리석다.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가서 사 온 돌하르방에 집착하기보단 지금 훌쩍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워 보면 어떨까. 옛 친구의 사진을 고이 간직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이번 주말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고 전화를 넣어 보는 것은? 추억은, 반추할 때도 아름답지만 다시 현실로 빚어질 때 더 빛나는 법이니까.
  • “내 정보 서비스 원하는 곳 보내 활용… 혁신 비즈니스 창출 가능”[박현갑의 뉴스 아이]

    “내 정보 서비스 원하는 곳 보내 활용… 혁신 비즈니스 창출 가능”[박현갑의 뉴스 아이]

    데이터 전쟁 시대다. 기술 발달로 데이터가 국가나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둘러싼 국내외 정부 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개인정보 불법 수집 논란이 있는 중국산 동영상 공유앱 ‘틱톡’ 규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 이용자의 행태정보 무단 수집을 둘러싼 구글·메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간 소송전, 최근 급부상한 챗GPT 같은 생성형 AI시장 주도권 다툼과 개인정보 침해 및 유출 논란 등 데이터를 둘러싼 경쟁이 뜨겁다. 정부와 국회가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 개정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2011년 개보법 제정 이후 2년여의 논의 끝에 정부안을 중심으로 20개의 의원안을 통합해 만든 개정 개보법이 지난 14일 공포돼 오는 9월 15일부터 시행된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 정책을 총괄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고학수(56) 위원장을 만나 12년 만에 전면 개정한 개보법의 의미와 향후 정책 방향을 들어 봤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 개보위 위원장실에서 했다. ●개보법 12년 만에 전면 개정 큰 관심 -개보법 개정 의미는.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기존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해 데이터 시대에 기업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개인정보 수집 필수 동의가 사라지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나. “현재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자신의 개인정보를 온라인 사업자가 이용하고 수집하는 데 무조건 동의해야 한다.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 기본 정보는 가입할 때 다 제공하는데도 그렇다.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이 안 된다. 이러다 보니 온라인 사업자가 본질적인 서비스 제공에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까지 제멋대로 수집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에 개보법을 고쳐 필수 동의 조건을 없앴다. 온라인 사업자가 마케팅 목적 등 서비스와 관련 없는 정보를 수집·이용하려면 별도 동의를 받도록 했다.” -개인정보 보호 위반에 대한 처벌을 형벌에서 경제벌로 바꾼다는데 기업 봐주기가 아닌가. “아니다. 오히려 처벌이 강화된 것이다. 개인정보 담당자들은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순간 전과자가 되더라는 불만이 있더라. 경미한 위반 사항까지도 형벌로 처벌하면서 담당자에게 과중한 부담과 업무 회피를 초래하는 ‘폭탄돌리기’ 현상이 있다.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3%로 정한 현행 과징금 부과 수준으로는 기업의 책임 준수를 담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담당자 개인에 대한 형벌 중심의 제재를 기업에 대한 경제벌로 바꾸고, 과징금 부과 기준도 전체 매출액의 3% 이하로 하되 위반행위와 관련 없는 매출액을 제외해 위반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억지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지난해 구글과 메타에 1000억원을 부과했는데, 이번에 바뀐 과징금 부과 기준에 따르면 이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거부권이나 설명요구권 등 정보주체의 권리를 마련했다는 건 무슨 뜻인가. “현재 금융권에서 차주별 신용평가를 거쳐 대출 등에 제한을 두는 자동화된 결정을 한다. 소비자는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신용정보보호법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채용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국내 배달앱도 인공지능 배차 시스템을 활용해 배차 제한 등을 하면서 라이더와 갈등이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포함한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해 이뤄지는 결정이 국민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국민이 이에 대한 설명 요구는 물론 거부할 권리까지 부여했다.” -거부하면 이런 결정을 한 곳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자동화된 결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인적 개입에 의한 재처리나 설명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조항은 언제부터 시행되나. “이 조항은 내년 3월 15일부터 시행된다. 자동화된 결정의 거부, 설명 등을 요구하는 절차나 방법, 자동화된 결정의 기준, 절차 및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개 방식 등을 시행령에 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이 능동적으로 개인정보를 관리·통제한다는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은 어떻게 활용하나. “데이터 활용을 기관 중심에서 정보주체 중심으로 전환한 마이데이터 시대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은 마이데이터를 국민이 다방면에서 활용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자기 정보를 본인 또는 자신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전송해 줄 것을 개인정보 보유 기관에 요구하는 권리다. 현재 토스 같은 금융 분야나 소상공인 자금 신청 서비스 같은 공공 분야에서 이뤄지는 개인정보 이동은 신용정보법이나 전자정부법에 근거한 것이다. 이번에 일반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보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라면 자신의 병원 방문기록 정보를 토대로 어느 시기에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은지 정보를 제공받는 식이다. 학생은 학습정보나 진학정보 등을 통해 학습코칭 서비스를 제공받고, 성인은 경력정보나 자격정보 등을 활용해 일자리 추천 서비스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생길 것을 기대한다.” -신규 사업 영역이 생긴다는 것인가. “그렇다. 다양한 데이터 융합으로 민간에서 혁신적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영역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행정으로 독거노인 위기 대처나 고령화 등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등 우리나라가 데이터 강국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은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나. “내년 3월 중순쯤부터다. 정보 제공자나 수신자 선정, 전송 대상 정보나 전송방법 결정 등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린다.” -챗GPT가 나오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개보위에서는 모형 개발과 실제로 이용하는 단계로 나눠 정책 방향을 가다듬고 있다. 모형 개발 단계에서는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마구 섞여 들어가서는 곤란하다. 무작정 데이터를 긁어모아서 되는 게 아니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용 단계에서는 부작용 통제 방안을 고민 중이다. 특정 연예인 정보를 알려 달라고 했는데, 해당 연예인의 거주지 주소까지 나온다면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이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해 국민이 믿고 이용하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공공부문도 고령화 등 난제 해결 계기 -신문에 나온 정보 등 누가 봐도 공개된 정보라고 볼 만한 개인정보도 보호 대상인가. “그게 고민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공개된 데이터를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제한 없이 써도 되는지, 제한을 둔다면 어떤 식으로 제한할지 고민 중이다. 기본적으로 굴뚝산업 시대는 규칙과 규정 중심의 사회였다. 나사 규격을 정해 조금이라도 틀리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식이다. 반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경제시대에는 큰 원칙을 제시한 뒤 개별 사항별로 규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동형 영상정보 처리 기기에 대해서도 촬영 사실 표시 등 운영 기준을 마련했다고 들었다. “맞다. 교통단속 CCTV 등 고정형 영상정보 처리기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있다. 제멋대로 설치하거나 촬영할 수 없다. 그런데 자율주행차나 배달로봇 등에 달린 이동형 카메라에 대해선 규율이 없어 이번에 마련했다. 자율주행 로봇에 달린 카메라가 다닐 때 사람을 피해 가도록 하는 알고리즘인데 피했다면 여기에 담긴 영상은 없애는 게 맞다. 이를 저장했다가 다른 용도로 쓴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 현재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자율주행 로봇을 시범운영 중이나 오는 9월 15일부터는 이런 특례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고학수 위원장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경제,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개보위를 이끌고 있다.
  • “이상이란 형식에 압도 안되게 면밀 고증”

    “이상이란 형식에 압도 안되게 면밀 고증”

    시인 이상이 초창기에 발표한 일본어 시가 현재의 문체를 입고 새로 나왔다. 옛날 어투 표현을 현대어로 바꾸고, 띄어쓰기를 추가해 읽기 쉽게 정리한 ‘영원한 가설’(다)이다. 책은 ‘이상한 가역반응’ 등 단편 6편을 비롯해 연작 ‘조감도’ 8편, ‘삼차각설계도’ 7편, ‘건축무한육면각체’ 7편 등 총 28편을 수록했다. 이상이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에서 근무하던 무렵 공모를 거쳐 1931~1932년 건축잡지 ‘조선과 건축’에 4차례에 걸쳐 냈던 것들이다. 현재 공식적인 잡지에 게재된 유일한 일본어 시이자, 그의 초창기 작품들이다. 김동희 번역가는 15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이라는 형식에 압도되지 않고 면밀히 고증하되, 동시대 언어로 옮기는 작업을 1년 넘도록 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번역가와 2명의 평론가, 출판사 편집부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초고를 읽고 일본어 감수 과정을 거쳤다. ‘이상한 가역반응’에서 ‘眞眞5〃(인치)의 角 바아’는 ‘사이 거리 5〃의 각진 바(bar)’로 고쳤다. ‘보기숭할지경’은 ‘볼품없을 정도로’, ‘이러구려’는 ‘그럭저럭’, ‘紅도깨비 靑도깨비’는 원문에 따라 ‘붉은 귀신 푸른 귀신’으로 바뀌었다. 특히 띄어쓰기를 하면서 시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김 번역가는 “1933년 한글 맞춤법이 통일되기 이전에 쓴 시들이어서 띄어쓰기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이상전집’을 통해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그대로 붙여 쓰면서 ‘이상의 시는 어렵다’는 생각이 생겨난 듯하다”고 설명했다.
  • 한 총리 “3·15의거 자유·정의 상징”… 창원 민주 묘지 분향

    한 총리 “3·15의거 자유·정의 상징”… 창원 민주 묘지 분향

    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가 1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국립 3·15 민주묘지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후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3·15 의거 기념식에 참석해 “3·15 의거는 자유와 정의의 상징으로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자랑스러운 유산”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한 총리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박완수 경남지사, 최학범·강용범 경남도의회 부의장, 홍남표 창원시장, 3·15 의거 유공자 및 유족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창원 연합뉴스
  • 野 “尹, 5·18망언 김재원·김광동 사퇴시켜라”

    野 “尹, 5·18망언 김재원·김광동 사퇴시켜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주말 전광훈 목사 주관 예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을 반대한다. 표를 얻기 위한 립서비스 차원이었다”고 한 발언의 여진이 15일까지 이어졌다. 논란 확산에 김 최고위원이 고개를 숙였지만 책임을 덮기엔 부족하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을 ‘망언 DNA의 발현’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더니 정권 핵심 인사가 앞장서 망언을 쏟아내며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질타했다. 야권에선 김 최고위원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이 지난 13일 ‘5·18 북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맞물려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18 정신 헌법 반영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점을 겨냥해 “대통령 공약을 폄훼한 김 최고위원에게 윤 대통령이 직접 사퇴를 요구하고, 김 위원장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 결정에도 일본의 사과가 없어 비판 여론이 큰 점을 고리로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역사의식은 스스로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 극우세력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사과의 뜻을 밝힌 점 등을 고려해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직접적 징계 조치엔 선을 그었다. 다만 호남 민심 이탈이 우려되는 만큼 지도부 차원의 ‘달래기 행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오는 23일 4·5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전북 전주에서의 현장 최고위 개최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아울러 오는 5월 광주에서 개최될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 한일 정상 공동선언 없이 회견… 尹, 미래지향적 메시지 집중할 듯

    한일 정상 공동선언 없이 회견… 尹, 미래지향적 메시지 집중할 듯

    16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정상 간 새로운 공동선언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방일 기간 한일우호의 상징인 ‘의인’ 이수현씨 관련 추모 메시지를 내는 등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촉박할 뿐만 아니라 10여년 동안 한일 관계가 계속 경색되고 불편한 관계를 이어 왔는데, 특히 2018년 이후에는 그 불편한 관계가 더욱 증폭됐다”면서 “그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그동안의 입장을 총정리하고 정제된 문구를 다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한일 간 새 공동선언 발표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한일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동선언 관련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한일 간 새로운 미래를 여는 구상이나 합의사항을 협의하고 준비하는 준비위원회를 이번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한일 공동선언을 좀더 알차고 내실 있게 준비해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이 촉박하게 준비되며 공동선언 발표는 다음으로 미뤄졌지만, 윤 대통령은 한일 우호 및 미래지향적 메시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01년 일본 유학 중에 도쿄 지하철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26세로 숨진 이수현씨 관련 추모 메시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생전에 “양국 우호의 일인자가 되고 싶다”고 했던 이씨를 추모하며 한일 관계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만찬을 겸해 부부 동반으로 친교의 시간을 가진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본 매체에서 보도한 한일 정상 간 ‘2차 만찬’ 여부에 대해 “만찬을 두 번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 측은) 가능하다면 양 정상 간 좀더 시간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기회와 공간을 생각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찬 일정은 당일 밤늦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 최대한 예우를 갖춰서 상대가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경험, 추억 등을 최대한 예우하고 되살리면서 우리 식에 맞춰 회담 일정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외교 등 각 분야의 양국 간 대화채널 복원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 등은 이날 한일 외교·국방의 국장급 인사가 대표를 맡는 ‘2+2’ 형식의 외교안보 대화체인 안보정책협의회를 비롯해 한일 차관 전략대화 등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홍구 전 총리,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 라종일·유흥수 전 주일대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이대순 한일협력위원회 회장 등 한일 관계 원로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
  • 김재원 ‘5·18 발언’, 고개 숙였지만…野 반발에 여진 계속

    김재원 ‘5·18 발언’, 고개 숙였지만…野 반발에 여진 계속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주말 전광훈 목사 주관 예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을 반대하고, 표를 얻기 위한 립서비스 차원이었다”고 한 발언의 여진이 15일까지 이어졌다. 논란 확산에 김 최고위원이 고개를 숙였지만 책임을 덮기엔 부족하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을 ‘망언 DNA의 발현’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더니 정권 핵심 인사가 앞장서 망언을 쏟아내며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라며 “앞에선 사죄하는 척하다 뒤에서 침을 뱉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야권에선 김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이 지난 13일 ‘5·18 북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맞물려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18 정신 헌법 반영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점을 겨냥해 “대통령 공약을 폄훼한 김 최고위원에게 윤 대통령이 직접 사퇴를 요구하고, 김 위원장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 결정에도 일본의 사과가 없어 비판 여론이 큰 점을 고리로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역사의식은 스스로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 극우 세력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진화에 나서는 한편 당 차원의 직접적 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김 최고위원이 이미 사과의 뜻을 전했고,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맥락의 차이가 오해를 불러온 것일 수 있어 추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갑작스레 나온 것 같은데 김 최고위원이 바로 사과했다”며 “김 위원장은 학자였을 때 문제를 제기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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