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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 판사’ 박보영, 첫 출근날 쌍용차 해고노동자 면담 거부

    ‘시골 판사’ 박보영, 첫 출근날 쌍용차 해고노동자 면담 거부

    2009년 사측의 정리해고 이후 올해로 9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0일 오전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보영 전 대법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날은 대법관 퇴임 후 시·군 법원의 원로 법관(일명 ‘시골 판사’)을 자청해 맡게 된 박 전 대법관이 여수시법원에 처음 출근한 날이다. 하지만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박 전 대법관을 만나려고 하는 것은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 선고와 관련이 있다. 그날 대법원 3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해고는 무효”라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 3부의 주심이 박 전 대법관이었다. 쌍용자 해고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고는 무효라고 선고한) 2014년 2월 7일 서울고법 판결문을 들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면서 “빨간 펜도 준비했습니다. 어려운 법률용어 써도 좋습니다. 밑줄 그어가며 설명해 주십시오. 회사가 정리해고 요건을 제대로 갖췄다고 판단한 이유와 회계조작이 없었다고 보는 근거와, 그로 인해 서른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무관하다고 보는 보편타당한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박 판사에게 지난 과오가 있음을 추궁하러 이곳에 오지 않았습니다.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왔을 뿐입니다”라면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늘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중략)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를 만나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VIP(박근혜)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로 ‘철도노조 파업’ 사건과 함께 이 사건의 파기환송 판결을 꼽으면서 ‘재판거래’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하지만 박 전 대법관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검은색 관용차를 타고 출근한 박 전 대법관은 경찰과 경호인력의 경호를 받으며 곧장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 정리해고 재판에서 해고가 왜 정당했는지 이유를 듣고 싶어서 박 전 대법관을 만나고 싶었지만 판사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면서 “박 전 대법관의 입장을 확인할 때까지 여수시법원 앞에서 집회나 1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쌍용차 해고자의 아내 5명 중 4명,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울하다”

    쌍용차 해고자의 아내 5명 중 4명,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울하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농성 당시 해고자와 복직자, 그리고 그 가족들은 9년이 지난 지금도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수차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센터 ‘와락’과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은 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라는 주제로 2018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실태조사 연구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국가인원위원회가 지원한 이번 연구는 쌍용차 해고자·복직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는 4월 22일∼5월 21일 진행됐고, 해고자 89명(전체 대비 74.1%), 복직자 34명(전체 대비 97.1%)이 조사에 참여했다. 6월 5∼29일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된 배우자 조사에는 해고자 배우자 28명, 복직자 배우자 38명이 참여했다. 권지영 ‘와락’ 대표는 “해고 당사자들의 건강과 경제적 상황, 삶의 수준 등을 확인하는 설문조사는 있었지만, 그 가족을 상대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조사 결과, ‘지난 1주일간 우울 증상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해고자의 배우자 82.6%, 복직자의 배우자 48.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김 교수는 “한국복지패널 조사에 참여한 일반 인구와 비교했을 때 해고자의 배우자는 8.27배, 복직자의 아내는 5.27배나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 배우자의 32.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응답률을 해고자와 복직자의 배우자로 나누면, 해고자의 배우자는 48.0%, 복직자의 배우자는 20.6%였다. 이는 지난 1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일반 여성들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인 5.7%보다 각각 8배, 3배씩 높은 수치다. 김 교수는 “침몰한 천안함 생존 장병 가운데 50%가 자살을 생각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해고자 배우자들의 자살 위험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자살률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얼마나 건강한지를 물었을 때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해고자의 배우자가 42.3%, 복직자의 배우자는 17.1% 수준이었다. 건강이 나쁘다는 응답은 해고 당사자들에게서 더 많이 나왔다. 해고자들은 50.0%가, 복직자들은 30.3%가 ‘나쁘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근로환경조사에 참여한 일반 인구와 비교했을 때 각각 20.8배, 12.6배씩 높은 수치다. 김 교수는 “2015년 이들의 건강을 조사했을 당시(약 39%)보다 압도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복직하지 못한 이들의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조사 대상자 대다수는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꼈다고 했다. 해고자 배우자는 70.8%, 해고 당사자는 87.8%가 ‘소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런 소외감은 배우자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년간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해고자의 배우자는 33.3%가, 복직자의 배우자는 18.8%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일반 인구와 비교하면 각각 3.85배, 1.86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사회로부터 낙인이 찍혀 고립되고 단절됐다고 느낄 때 가장 먼저 의지하는 사람은 당연히 배우자”라면서 “남편과 아내가 모두 아프고 고통스럽다 보니 배우자에게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9년 이후 정리해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해고자의 배우자 54.6%가 ‘그렇다’고 답했다. 복직자의 아내 역시 62.5%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들이 겪은 사회적 고립과 차별은 사측의 관제 데모 전략에 따라 더욱 심해졌다”면서 “경찰이나 국가로부터의 폭력은 견딜 수 있었을지 몰라도 같은 처지인 사람들로부터의 폭력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해고자의 42.3%, 복직자의 34.5%가 ‘그렇다’고 답했다. DNA 시료 채취 경험을 묻는 말에는 해고자의 32.5%, 복직자의 35.7%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쌍용차 해고자의 가족도 ‘이런 해고’의 피해자입니다

    쌍용차 해고자의 가족도 ‘이런 해고’의 피해자입니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은지 올해로 9년이 흘렀지만, 많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제기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는 지금도 생계가 막연한 해고노동자들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 그의 가족들 역시 절망감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해고노동자의 가족들도 국가와 사회에 의해 버림 받은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관심을 갖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가족들의 삶은 조금씩 파괴되고 있었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복직자,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장에는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라는 글자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앞서 2009년 쌍용차의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와 복직자의 건강 상태, 해고자의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 등을 조사한 연구는 있었지만 이들의 가족, 특히 배우자의 건강과 차별 경험 등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해고자의 배우자 28명과 복직자의 배우자 38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지난 1년 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 질문에 답한 해고자 배우자(25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0%(12명)가 ‘있다’고 답했다. 같은 나이대의 일반 여성(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일반 여성)과 비교했을 때 8배 이상 높은 숫자였다. 같은 문항에 응답한 복직자 배우자(34명) 중에서도 일반 여성보다 약 3배 높은 비율인 20.6%(7명)가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일반 여성보다 자살을 생각한 정도가 많다’ 정도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의 일반 여성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8배 이상 높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1주일 간 우울 증상’ 유무를 묻는 질문에서도 해고자 배우자(23명) 중 82.6%(19명)가 ‘우울 증상이 있다’고 밝혔다. 응답 비율이 일반 인구의 약 8배에 달했다. 같은 질문에 답한 복직자 배우자(31명) 중에서도 절반 가량(48.4%·15명)이 ‘있다’고 응답했다. 역시 일반 인구의 응답 비율보다 5배 이상 높았다. 특히 해고자 배우자의 경우에는 해고자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있었다. ‘(남편의) 해고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는 질문에 해고자 배우자(24명)의 70.8%(17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편의) 해고로 인해 내가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거나 행동하게 될까봐 전처럼 사람들과 잘 사귀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도 45.8%(11명)에 달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부적절하게 느껴진다’고 응답한 비율도 45.8%(11명)였다. 김 교수는 “정리해고가 사회적 낙인이 되면서 해고자와 그의 가족들이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되고 고립되고 소외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낙인은 사회적 차별로 이어졌다. ‘2009년 이후 남편이 정리해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었는지’를 물은 질문에, 해고자 배우자(22명)와 복직자 배우자(32명) 모두 ‘그렇다’는 응답(각각 54.6%(12명), 62.5%(20명))이 더 많았다. 주로 직장과 동네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심리치유센터 ‘와락’의 권지영 대표는 “정리해고로 남편이 해고당한 이후 경제활동을 시작한 아내들이 식당, 어린이집, 작은 공장 등에서 일하면서 일터에서 ‘해고자들이 이기적이었다’, ‘해고자들이 잘못했다’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2009년 당시 회사의 정리해고에 맞서 해고자들이 경기 평택공장에서 파업을 하는 동안, 회사는 ‘살아 남은’ 노동자들을 동원해 데모를 일으켰다. 김 교수는 해고자 배우자들이 “얼마 전까지 남편의 동료였던, 가족 간 모임도 같이 했던 남편의 동료들이 육두문자를 날리는 경험들, 오히려 경찰이나 국가가 자신들을 힘들게 하는 경험은 견딜 수 있었지만 같은 처지를 이해해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폭력은 견디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결국 해고노동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도 해고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 국가폭력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김 교수는 9년 전 쌍용차의 정리해고에 우리가 계속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대단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닙니다. 부당하게 해고당했으니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향후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정리해고는 한국 사회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이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하는 기업이 아니라 해고당하는 가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와 정책입안자의 책무이자 역할이다. 정리해고가 노동자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쌍용차 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를 지냈던 이정아씨는 눈물로 호소했다. “이 10년에 가까운 시간에 저희가 겪었던 일들, 감정들, 기억들. 이런 것들은 누가 보상해 주는 건가요. 저는 묻고 싶어요. 그냥 퉁 치고 지나가면 되는 일들인가, 그 10년의 시간들은 그냥 없었던 것처럼 지금 잘 지내는 것처럼 넘어가도 되는 건지. 경찰에게, 이명박에게, 권력자들에게, 국가에게 똑똑히 묻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앞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09년 8월 4일과 5일 이틀 동안 경찰의 강제진압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승인으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진행된 해고자들의 옥쇄파업은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헬기, 기중기 등의 장비를 사용한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종결됐다. 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제3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6일 개막…국내외 37편 본선 진출

    제3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6일 개막…국내외 37편 본선 진출

    “상상이 현실되는 지금, 여기, 우리는” 제3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가 오는 6일 평촌 중앙공원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롯데시네마 평촌, 안양아트센터에서 나흘간 펼쳐진다. 개막식은 개막선언에 이어 홍보대사 소개, 집행위원장 인사, 축하공연, 개막작 소개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의 ‘운명’ (2017년)이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젊은 부부의 숨겨진 비밀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1일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는 총 100개국에서 2330편의 영화가 출품됐다. 최종 예심을 거쳐 국내 21편(19세 이하 9편, 24세 이하 12편), 국외 16편(19세 이하 7편, 24세 이하 9편) 총 37편이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됐다. 초청작 19편을 포함 50편이 넘는 작품이 영화제 기간 상영된다. 이번 출품된 작품은 국내외 청소년과 청년들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고, 그들의 예민하고 풍부한 감수성의 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국내 작품은 또래 혹은 집단 내 따돌림. 성 정체성, 자신의 신체적 내적 변화에 대한 자기 고민을 주제로 한 작품이 여럿 등장했다. 놀라운 만듦새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국외작품은 국내작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장르적 실험이 과감하고 다양했다는 평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청소년의 정치 참여, 장애, 인권 등 정치,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에 관심을 보인 작품이 눈에 띄었다.‘19세 이하’ 부문 본선 진출 주요 작품 중 ‘B틀어주세요’(현수민 등 2인)는 청소년이 호기심으로 B급 영화의 정체에 대해 알아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학생들에게 직접 B급 영화를 보여주고 반응을 살핀 후 영화전문가, 전문 팟캐스트 재작진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다. 애니메이션 ‘Sink’(하영재 등 4인)는 항상 싸우기만 하는 부모님을 피해 달아날 공간이 어두운 욕실뿐이었던 아이의 아름다운 우주여행을 다뤘다. 통통한 체격을 가진 여학생의 이성에 대한 감정을 다룬 ‘겟 잇 뷰티’(이예승)는 부모의 강요로 운동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성과의 만남에서 느끼는 다양하고 섬세한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이외에 ‘섬’(황정욱), ‘열등반’(미국.아나 야쿠보프스카), ‘성장통’(폴란드.네이슨 시아) 등이 선정됐다. ‘24세 이하’ 본선 진출 주요 작품 ‘7318’(윤소영 감독)은 정리해고 위험에 처한 마을버스 기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키도 작고 못생긴 남자의 심리를 다룬 ‘러브 콤플렉스’(은정현 감독)는 사진동아리에서 만난 동갑내기 여학생과 만나면서 격는 콤프렉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외에도 노인대학 청소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금희’(김소정 등 2인)를 비롯 ‘컬러 케이지’(Colour Cage·다니엘 리아코스), ‘학교가기 싫은 날’(김수정) 등이 본선에 진출했다. 경쟁작은 본선 심사를 거쳐 19세 이하, 24세 이하 2개 부문으로 나눠 4작품씩 총 8편을 수상작으로 선정, 영화제 막지막 날인 9일 시상할 예정이다. 시상은 대왕고래상, 혹등고래상, 향유고래상, 참돌고래상 4개 부문이다. 본선 심사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연출한 오성윤 김독과 영화감독이자 성균관대 교수인 윤용아, 영화 ‘6년째 연애중’ 감독 박현진이 맡는다. 이번 영화제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 생겨나고 있는 인류 문명의 급속한 발전을 잠시 멈추고, 인간 중심으로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기계와 인간’이라는 주제로 SF(공상과학), VR(가상현실) 특별전을 준비했다. 인간과 알파고의 대국을 다룬 다큐멘터리 ‘알파고’, 감정을 가진 최초의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 스티븐 스필버그의 ‘A.I’, 가상현실에 대해 고민해 보는 스티븐 리스버거 감독의 ‘트론’ 등이 상영된다. 이외에도 롯데시네마 평촌에서 오는 7일 ‘A.I도 인간이 될 수 있는가’ 8일에는 ‘가상현실 영화의 현재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영화교실이 열린다.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는 만안청소년수련관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5년 동안 개최해 오면서 영화 꿈나무를 발굴했던 ‘대한민국청소년창작영화제’를 확대 발전시켜 새롭게 시작한 국제영화제다. 안양시,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안양시청소년재단 만안청소년수련관,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회에서 주관한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열린세상] 돈과 규제만 풀면 일자리가 만들어지나/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돈과 규제만 풀면 일자리가 만들어지나/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자동차 총리’. 자동차산업에 대한 남다른 관심 때문에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1992~93년 독일이 전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져 모든 사용자들이 ‘독일은 노동시간이 너무 짧고 임금이 너무 높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면서 정리해고를 강하게 요구할 때 폭스바겐 자동차는 주 28.8시간제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독일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고용보장형 노동시간 단축’으로 훗날 개념화된 이 모델의 핵심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연봉을 삭감하는 대신 정리해고 없이 고용을 유지하는 교환이었다. 폭스바겐 본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폭스바겐사의 대주주인 독일 니더작센주 주지사였던 슈뢰더가 이 모델에 관한 노사 합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이 모델은 독일 전역으로 확산됐고 2008~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실업은 증가하지 않은 ‘고용기적’을 낳은 토대가 됐다. 슈뢰더는 또한 체코에 공장을 지으려는 BMW 자동차를 설득해 구동독 라이프치히에 5500명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노사가 합의하는 데 앞장섰다.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창의적이지 못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일자리 대책이 박근혜류의 타성적인 ‘돈 풀기’와 ‘규제 풀기’뿐이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동원한 정책 수단이 ‘일자리 추경’ 11조 2000억원이었다. 내년도 일자리 예산도 22조원 규모로 올해보다 크게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발상은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도 세 차례나 있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재정의 효율성이나 효과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채 지출 금액 자체가 성과인 것처럼 내세워지고 있다. 일자리 정책에서 정부의 무책임함은 규제 풀기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민간 투자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원포인트 규제완화’는 필요할 수 있겠지만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 테니 알아서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접근 방식은 무책임의 극치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론’의 희생양이었던 ‘위험의 외부화’는 사실상 인건비를 사업비로 위장한 꼼수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공공부문의 괜찮은 일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민간 자율로 넘긴 시장감독 업무도 다시 정상적인 정부 활동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세종병원 화재, BMW 차량 화재 등 수많은 사건에서 드러난 ‘정부 부재’ 상황을 속히 타파해야 할 것이다. 공공서비스도 확대돼야 한다. 초인적인 희생으로 온 국민을 감동시키는 소방관과 외상센터 의사 및 간호사가 속히 확충돼야 한다. 자녀수당보다는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과 교사의 확충이 더 절실하다. 정부의 조달사업 또한 일자리 만들기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입찰 자격에서 직접 시공이나 정규직 등 고용 요건을 강화하면 시장에서 고용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제도의 범위를 확대해 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투자를 하지 않는 사내유보금을 정부가 세금으로 징수해 공공투자에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 스스로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활동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할 때 우리는 가령 ‘부품 굴기’를 하면 어떨까. 작금의 고용 대란의 핵심 원인은 기존 주력 산업의 혁신 부재와 이를 방관한 ‘정부 부재’ 때문이다. 4대 주력 산업 모두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는 소식만 들릴 뿐 미국, 독일, 일본 추격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없다. 독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독일의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혁신을 촉진해 국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 노조, 전문가, 시민사회의 상호협력을 촉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회 하나에 맡겨진 한국의 4차 산업혁명과 달리 ‘총력전’인 셈이다. ‘나라다운 나라’의 기본은 ‘정부다운 정부’다. 지극히 노동 배제적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연장과 규제 혁신이 우려되는 이유다.
  • 새 헌법재판관 이석태·이은애… 진보색 짙어지는 헌재

    새 헌법재판관 이석태·이은애… 진보색 짙어지는 헌재

    이석태(65·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와 이은애(52·19기)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헌법재판관에 내정됐다. 이 변호사가 임명되면 법원이나 검찰을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로는 첫 헌법재판관이 된다. 이 판사는 네 번째 여성 재판관이 된다.김명수 대법원장은 9월 퇴임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 변호사와 이 판사를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은 “국민 기본권 보장,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보호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할 수 있는 능력을 인선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가세하면 헌재의 진보색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 뒤 별도의 임명동의 투표 없이 대법원장의 정식 지명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변호사는 1982년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33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박종철씨 유족의 국가배상 사건, 매향리 미 공군사격장 주민들의 소음피해 손해배상 사건 등을 변론했다. 동성동본 금혼 규정과 호주제에 대한 위헌 소송, 긴급조치 위헌 소송 등 헌법소원을 여러 건 제기해 위헌 판정을 받아 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3~2004년에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고 2004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을 맡았다. 2015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진상 규명에 힘을 쏟았다. 이 공로로 올해 4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이 변호사는 1953년 4월생으로 올해 만 65세다. 임기 6년인 헌법재판관의 정년은 만 70세다. 따라서 임기(2024년 9월)를 채우지 못하고 만 70세가 되는 2023년 4월까지만 재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 판사는 28년간 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담당한 정통 법관이다. 서울고법 판사 당시인 2002년 헌재 연구관으로 근무했다.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등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다.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얻은 경우 아이의 민법상 친어머니가 대리출산을 의뢰한 부부가 아니라 낳아 준 대리모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8년 콜트악기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정리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 판사가 임명되면 전효숙·이정미 전 재판관과 이선애 재판관에 이어 헌재의 역대 네 번째 여성 재판관이 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임금 체계엔 정답 없어… 기관 맞춤형 방식 고민해야”

    “임금 체계엔 정답 없어… 기관 맞춤형 방식 고민해야”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14일 공공기관 급여 체계에 대해 “모범답안이 있다는 발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라 소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급여 체계는 기관의 역사와 업무 형태, 조직 문화 등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통적인 급여 체계인 호봉제든 전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했던 성과연봉제든 공공기관에 따라 ‘어울리지 않는 옷’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에 자율성 주고 성과 내게 해야 라 소장은 “임금 체계를 강제하는 방식은 부작용이 너무 크다. 호봉제는 나쁘고 연봉제는 좋고, 직무급은 선진적이라는 식으로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공공기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임금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공기관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면서 “성과를 내도록 하고 지속 가능한 임금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공공기관 임금 체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수준’보다는 ‘신뢰’의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라 소장은 “많은 국민들이 공공기관이 민간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국민들한테 신뢰를 못 받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공공기관이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신뢰를 받는다면 억대 연봉을 받더라도 문제 될 게 없지만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연봉 1000만원도 많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에선 박탈감… 국민 신뢰부터 받아야 이어 “공공기관은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근속연수가 올라갈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방식이 강한 만큼 40대부터 정리해고를 걱정해야 하는 민간기업 종사자들에겐 상대적 박탈감도 클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기관으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국민들에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끼리도 임금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평균 연봉이 2000~30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라 소장은 “기관 역사가 짧을수록 임금 수준이 낮은 경향이 있다”면서 “공공기관은 지금도 호봉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실 호봉제는 관료제의 역사가 오랜 나라에서 발달한 제도다. 산업화 초기엔 직무급 급여 체계를 적용하기 힘드니까 호봉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도 있었다”면서 “지금은 임금 수준도 높고 기관별 인력 고령화가 겹치면서 인건비 부담이 현실적인 고민이 됐다.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쌍용차 범대위 “노조와해 비밀문건 경찰도 책임… 철저히 조사하라”

    쌍용차 범대위 “노조와해 비밀문건 경찰도 책임… 철저히 조사하라”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9년 쌍용차 사태와 관련한 노조와해 문건의 책임자들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범대위는 “노조와해 비밀문건을 통해 2009년 쌍용차는 1980년 광주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경찰은 문건 작성자와 실행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범대위에 따르면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자 쌍용차 사측은 그해 3∼6월 노조와해를 목적으로 문건 100여 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검찰, 경찰, 노동청 등 정부기관도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 사측이 사전에 정부와 협의해 공권력 행사 여건을 조성했으며 이에 따라 경찰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범대위의 주장이다. 범대위는 쌍용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철회, 대법원의 쌍용차 재판거래 의혹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앞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쌍용차 사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용산 참사 사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위는 최근 경찰청에 제출한 조사 결정문 초안에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신문 8월 10일자 1면). 이에 따라 오는 23일 발표 예정인 쌍용차 파업사태 진상조사 결과에도 손배소 취하안이 포함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범대위는 회견 이후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자 민갑룡 경찰청장 면담을 경찰 측에 요청했으나 청장 대신 임호선 경찰청 차장과 면담했다. 2009년 쌍용차 파업과 정리해고 사태 이후 복직하지 못한 인원 중 30명이 숨졌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단독] ‘특근 거부 업무방해’ 6년 방치… 헌재, 대법 눈치 봤나

    [단독] ‘특근 거부 업무방해’ 6년 방치… 헌재, 대법 눈치 봤나

    대법합의체 유죄 엎는 한정위헌 유력에 법원행정처 “파업공화국 초래” 반대 뜻 헌재, 행정처에 이례적 의견 물은 뒤 중단헌법재판소가 2012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 강모씨 등 4명이 제기한 업무방해 헌법소원 사건을 6년 넘게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미 유죄라고 판결한 사건이어서 헌법재판소가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5일 헌법재판소와 법원행정처 등에 따르면 강씨 등은 2010년 3월 비정규직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뒤 휴일근로(특근)를 3차례 거부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항소심에서 위헌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12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파업 등 노조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로 볼 것인지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의견을 달리했다. 헌재는 2010년 4월 정당한 쟁의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314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3월 합법 파업이라도 심각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가 있을 때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헌재가 1998년 “연장근로를 거부할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면 위헌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강씨 등도 “일반 소정근로가 아닌 특근 거부는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었다.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가능성이 커지자 법원행정처는 대응책을 마련했다. 최근 공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 조사 문건 중 ‘2016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행정처는 “헌재가 조만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효력을 부정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합 판결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며 “한정위헌은 민주노총의 숙원 논리로 결국 파업공화국을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례적으로 행정처의 의견서까지 받았다. 통상 형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은 기소한 해당 검찰청이나 법무부 의견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5년 11월 행정처가 제출한 14쪽짜리 의견서에는 특근이 위력으로써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헌재가 한정위헌을 결정하면 안 된다는 내용만 들어갔다. 헌재는 2016년 이후로는 이 사건에 대해 별다른 심리를 하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가 한정위헌이라고 선고할 경우 대법원 판결을 다시 판단하는 사실상 ‘재판 소원´을 하는 것이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단독] 헌재, 노조 업무방해 사건 6년간 방치…대법원 눈치보느라?

    [단독] 헌재, 노조 업무방해 사건 6년간 방치…대법원 눈치보느라?

    행정처 내부문건 “한정위헌은 파업공화국 초래”대법 “한정위헌 안돼” 헌재에 공식의견서 제출헌재 관계자 “사실상 ‘재판소원’ 결정 쉽지 않을것”   헌법재판소가 2012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 강모씨 등 4명이 제기한 업무방해 헌법소원 사건을 6년 넘게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미 유죄라고 판결한 사건이어서 헌법재판소가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5일 헌법재판소와 법원행정처 등에 따르면 강씨 등은 2010년 3월 비정규직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뒤 휴일근로(특근)를 3차례 거부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항소심에서 위헌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12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파업 등 노조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로 볼 것인지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의견을 달리했다. 헌재는 2010년 4월 정당한 쟁의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314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3월 합법 파업이라도 심각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가 있을 때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헌재가 1998년 “연장근로를 거부할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면 위헌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강씨 등도 “일반 소정근로가 아닌 특근 거부는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었다.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가능성이 커지자 법원행정처는 대응책을 마련했다. 최근 공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 조사 문건 중 ‘2016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행정처는 “헌재가 조만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효력을 부정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합 판결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며 “한정위헌은 민주노총의 숙원 논리로 결국 파업공화국을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례적으로 행정처의 의견서까지 받았다. 통상 형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은 기소한 해당 검찰청이나 법무부 의견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5년 11월 행정처가 제출한 14쪽짜리 의견서에는 특근이 위력으로써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헌재가 한정위헌을 결정하면 안 된다는 내용만 들어갔다. 헌재는 2016년 이후로는 이 사건에 대해 별다른 심리를 하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가 한정위헌이라고 선고할 경우 대법원 판결을 다시 판단하는 사실상 ‘재판 소원’을 하는 것이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사회적 이슈·원심 결과 따라… 하고 싶은 재판만 골라 하는 상고심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사회적 이슈·원심 결과 따라… 하고 싶은 재판만 골라 하는 상고심

    KTX·쌍용차 사건 등 심불 원칙 어겨 ‘법리’ 아닌 ‘사실’ 판단해 파기환송도 “채증법칙 위반·심리미진 논리 동원 땐 사실상 사실심, 법률심으로 포장 쉬워”#1.2009년 정리해고된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 2심에서 승소했지만 2014년 대법원은 “사측 해고가 정당하다”며 결론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떨어져 매출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는 등 쌍용차의 긴박한 경영 위기가 인정된다”며 사측의 구조조정이 정당하다고 했다. 재무제표, SUV 선호도, 세계 금융위기 및 유가 등은 상고심이 심리할 대상인 ‘법리’가 아닌 실제 벌어진 ‘사실’에 가깝다. #2. 2011년 15세이던 여중생을 임신시켜 성폭행 혐의로 2심에서 징역 9년의 판결을 받았던 40대 연예기획사 대표는 2014년 대법원 판결 뒤 풀려났다. 여중생의 진술이 오락가락한 점을 근거로 대법원이 피고인의 행동을 성폭력 대신 “진정한 사랑”이라며 무죄로 봐서다.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돌연 진정 사랑했는지, 안 했는지 ‘사실’을 판단한 사례다. 대법원에서 심리 없이 사건을 기각하는 심리불속행(심불) 처리 비율이 지난해 77.4%로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원은 “법 적용이 적절한지 보는 법률심인 상고심에 사실관계를 다투겠다는 청구가 남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대법원의 심불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몇 주간 공을 들인 상고 이유서를 써도 단번에 심불 처리되는 이유를 알지 못할뿐더러 역으로 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거나 대법원이 원심을 바꾸고 싶어 할 만한 사건들은 심불 처리되지 않는지 기준을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사법농단 국면에서 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고심들은 사실관계를 심리한 뒤 원심을 파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해고 무효 청구 사건뿐 아니라 KTX 승무원 복직 소송, 갑을오토텍 해고 무효 사건 상고심 등에서도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들여다봤다. 법원이 내세우는 원칙대로라면 원심 그대로 심불 처리했어야 할 사건이란 뜻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상고심에서 ‘채증법칙 위반’과 ‘판단 누락’ 논리를 꺼내 들면 대법원이 실제 사실심 재판을 하면서 마치 법률심인 것처럼 꾸미기 쉽다”고 설명했다. 만일 원·피고가 제출한 증거 중 한쪽 증거의 신빙성을 더 높게 본 부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결과를 바꾸고 싶다면 ‘채증법칙 위반’이란 논리가 동원되고, 하급심이 여러 주장 중 배제시킨 증거를 되살리고 싶을 땐 하급심 판결에 ‘판단 누락’(심리 미진)이 있다고 꾸짖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법 조항을 잘 적용해서 판단한 2심 결과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몇 가지 증거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으니 잘못된 법리 적용’이라며 마치 법률심을 한 듯 분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논리는 상고심에서 원하는 사건을 모두 취급할 ‘만능키’로 불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대 국회에서 당시 정의당 의원이던 서기호 변호사는 ‘원심의 채증법칙 위반, 심리 미진 등을 이유로 상고심 파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냈지만 폐기됐다. 서 변호사는 “서민들에게 중요한 사건은 심불 처리해 버리고, 대법원에서 관심 있는 사건은 채증법칙 위반 등을 이유로 어떻게든 대법관 재판에 맡겨 원심을 깨버리니 하급심 재판이 힘을 잃는 점을 개선하고자 발의했던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72세까지 일하고 싶지만… 현실은 평균 49세 퇴직

    72세까지 일하고 싶지만… 현실은 평균 49세 퇴직

    55~79세 1344만명 고용률 55.2% 남녀 평균 근속기간 15년 4.9개월 65~79세 38% 연금 적어 ‘근로중’고령층 3명 중 2명은 72세까지 일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인구 1344만명 중 64.1%는 ‘장래에 더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 조사보다 1.5%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근로 연령은 72세까지였다. 고령층 고용률은 55.2%로 1년 전보다 0.1% 포인트 상승했다. 55~64세 767만명 가운데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1세(남성 51.4세, 여성 47.1세)에 불과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의 평균 근속기간은 15년 4.9개월(남성 19년 3개월, 여성 11년 5.7개월)이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는 사업부진·조업중단·휴폐업이 31.9%로 가장 많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19.5%),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15.8%),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11.2%) 등이 뒤를 이었다. 정작 정년퇴직이나 일을 그만둘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서 그만둔 경우는 각각 7.5%, 2.3%에 불과했다. 은퇴 뒤에도 편안한 노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고령층이 적지 않았다. 65~79세 인구 576만명 중 38.3%인 221만명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 5월보다 0.9% 포인트(12만명) 늘어난 것이다. 이들 중 36.1%는 단순노무에 종사한다. 무엇보다 연금수익이 부족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연금 수령자 비율은 45.6%(612만명)로 절반에도 못 미쳤고, 월평균 연금 수령액도 57만원에 불과했다. 10만∼25만원 미만이 42.9%로 가장 많았고 150만원 이상은 9.7%에 그쳤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한상균의 복귀전.’ 지난달 11일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벌어졌던 사법 농단을 규탄하는 시위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한 보수신문이 단 제목이다. 이처럼 한상균은 누구에겐 불편하고, 누구에겐 두렵고, 또 다른 누구에겐 희망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646명에 이르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 파업’을 주도한 죄로 3년을 복역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그의 형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이후 그가 관여한 집회·농성 13건을 병합해 유죄 처분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조차도 그를 사면하지 못했다. 한상균의 이미지는 헬리콥터가 동원된 전쟁터 같았던 진압 현장과 조계사 대치 등과 오버랩돼 ‘과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21일 가석방 이후 서울신문과 첫 인터뷰를 한 한상균은 과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감옥 생활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두 번 다 독방에서 보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저를 가뒀을 때는 매달 동지들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참담한 시간의 연속이었죠. 박근혜 정부 시절 감옥에서는 촛불이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두 전직 대통령과 전면적으로 맞붙었는데, 결국 나는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촛불집회가 진행될수록 노동의제가 점점 약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노동의제가 묻힌 것은 아쉽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옥중 편지를 통해 “한상균 석방 구호를 멈춰 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하다 구속되는 것은 숙명입니다. 제 문제가 부각되면 수많은 민중의 요구가 다른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두 번씩이나 구속을 감수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그래서 인간 한상균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쌍용차 노조 지부장으로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정리해고를 막아 달라는 조합원들의 분명한 요구가 있었고, 저는 그 요구에 상식적으로 화답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일 투항했다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의제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지 못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던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체제’를 막아야 했던 것도 상식입니다. 상식적인 일을 했을 뿐입니다. →77일간의 옥쇄 파업은 노동운동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파업을 이끈 힘은 무엇입니까. -인간에 대한 사랑, 동지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어요. 외환위기 이후 권력과 자본의 힘은 점점 강해졌지만, 노조의 응집력은 약해졌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조 간부들의 정신이 중요한데, 그 바탕은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77일 동안 한상균을 옆에서 지켜본 한 노동자는 “그가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특공대의 마지막 옥상 진압을 지켜본 심정은 어땠나요. -헬기에 매달린 컨테이너에서 쏟아져 나온 특공대가 고무탄을 쏘며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있던 위치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어요.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짓밟을 수도 있구나…(담담하게 대화를 이어 가던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핏발 위로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옥상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한 분들이 특별히 전투적이었다고 볼 수 있나요. -평범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조 활동과 거리가 먼 이들도 많았고요. 이런 분들이 정권의 탄압에 하루이틀 분노를 쌓아 갔습니다. 이들이 나중에는 제가 투항하는지 감시할 정도로 철저한 투사가 됐어요. →최근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도 옥상에 계셨죠. -주중이는 아주 헌신적인 친구였어요. 그래서 상처가 더 컸을 겁니다. 파업 이후 바로 구속돼서 치유받을 시간도 없었어요. 감옥에서 나와 생계가 막막해졌고 가정은 이미 망가졌어요. 막노동을 하면서도 복직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견뎠는데, 결국 희망의 끈을 놓아 버렸어요. 기가 찰 노릇입니다(2015년 12월 30일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현재 복직자는 45명에 불과하다. 김주중씨는 ‘남아 있는’ 해고자 120명 중 한 명이었다). →여전히 위태로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가워요. 사회가 고립시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자신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겁니다. 해고자 낙인 때문에 취업도 안 돼요. 인간관계가 다 깨졌을 때의 고립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희망이 보인다’는 소식이 들리면 하나 둘 연락을 하다가 그게 사라지면 다시 연락이 끊겨요. ‘희망 고문’이죠. 31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쌍용차 소유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부탁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과거 수차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약속했어요.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 믿어요. 외교석상에서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라 기대가 큽니다. 또 다른 ‘희망 고문’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요. 쌍용차 문제는 단순한 노사 분규가 아닙니다. 무자비한 진압은 국가의 폭력이었고,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자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만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판 거래 의혹 문건에는 2014년 11월 서울고법이 내린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판결을 불과 9개월 만에 대법원이 “해고는 정당하다”며 파기환송한 것을 국정 협조 사례로 제시했다. 대법 판결 직후 해고자 5명이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쌍용차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새총으로 헬기를 파손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제기했어요. 사용자 측의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선 오히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손배·가압류를 남발했는데, 이는 노조를 정부의 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죠. 노동조합은 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손배를 포기하면 절차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적폐 청산 차원에서 결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주중이도 국가 손배 문제로 마지막까지 괴로워했어요(파업 진압 이후 쌍용차 사측과 정부는 해고자들에게 각각 150억원,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아직 재판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이 새 정부를 세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과도기입니다. 재벌과 기득권 중심 사회를 재편하느냐 아니면 다시 그 길로 회귀하느냐의 갈림길에 있어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가진 자의 편에 설 것이냐, 빈자의 편에 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노선에서 이 정부마저 탈선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어요. 지지율 정치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지금 탈선 여부를 점검해야 해요. →노동계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시급 8350원)이 미흡하다고 하고, 소상공인들은 과하다고 반발합니다. -재앙과도 같은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그 첫 번째 경로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보수언론과 자본가들은 이 문제를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을들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겠죠. 그러나 소상공인과 노동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대기업의 갑질과 분배되지 않는 부의 체계,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입니다. 일본의 편의점 업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최저임금은 죄가 없어요. 여기서 더 후퇴한다면 노동자들은 이 정부한테서도 기대할 게 없다고 여길 겁니다. →최근 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해 논란이 됐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문제를 어떻게 보나요. -뼈아픈 지적입니다. 예전에는 자기 사업장 노조원만 잘 지켜도 민주노조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더 어려운 노동자를 배척하는 노조는 더이상 민주노조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약자들이 기댈 언덕이 돼야 합니다.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선 치부를 숨기거나 변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4년 첫 민주노총 직선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민주노총 내 정파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정파적 갈등이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이젠 현장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절차와 과정이 싹둑 잘리고 상부 몇몇이 마치 현장의 목소리를 다 반영한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젠 안 통해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요.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지렛대 삼아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했어요. 이것을 뛰어넘는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번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 국회의원이 24명뿐이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다 재벌 기득권 편에 선 거죠. 현장 노동자들은 일상에서 누가 내 편에 서는가를 묻기 시작했어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용되는’ 노동이 아니라 사회를 변혁하는 ‘노동 정치’를 갈망하고 있어요. →쌍용차 지부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리라고 예상을 했습니까. -1985년 입사 이후 파업 전까지 24년 동안 컨베이어(자동차 생산 라인)를 탔어요. 해고를 막아 달라는 동료들의 요구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변방의 쌍용차 지부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리라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길을 가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지만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정리해고가 없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좋은 아빠는 못 됐어도 꼭 있어야 할 때 있어 주는 아빠는 됐을 겁니다. 아이들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에 제가 없어요. 그때마다 감옥에 있었으니까요. →옥중 편지를 보면 시적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문학 공부를 하셨나요. -공고 졸업해서 줄곧 노동자로 살아왔는데 무슨 문학 공부를 해요. 아프고 슬프면 다 시인이 됩니다. 10년간 투쟁한 쌍용차 동지들의 가슴속에는 시집이 몇 권씩 있을 겁니다. →고공 철탑 농성, 단식, 투옥을 거치면서 건강은 어떻게 지켰나요. -감옥에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명상과 단전호흡을 했어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니 육체적으로도 강해지는 것 같아요. 비우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노동자가 비울 게 뭐가 있습니까. -누구든 살다 보면 욕망의 찌꺼기가 쌓여요.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누는 것은 나누는 게 아닙니다. 먹고살기 빠듯한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과 빵 한 조각 나누는 게 진짜 나눔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상균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에 차려진 김주중씨 분향소에 갔다. 해고 노동자들은 그를 친형 대하듯 했다. 김주중씨의 절친이었다는 한 해고자는 “형님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한상균은 누구인가 -1962년 전남 나주 출생 -1978년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 입학 -1980년 고3 때 광주 5·18 경험 -1985년 부산 소재 지프차 생산회사 거화 입사 -1986년 쌍용그룹이 거화 인수 1987년 쌍용차노조 설립 추진위원장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2009년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 77일 단행 및 구속(3년) -2012~2013년 해고자 복직 요구 송전탑 고공농성(171일) -2014년 12월 26일 민주노총 첫 직선 위원장 당선 -2015년 11월 11일 법원 구속영장 발부(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등 주동 혐의) -2015년 11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 후 조계사 피신 -2015년 12월 10일 경찰에 자진출두 -2016년 1월 5일 검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13개 집회 혐의 모두 병합) -2016년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징역 5년 벌금 500만원 선고 -2017년 5월 31일 대법원, 징역 3년 벌금 50만원 확정 -2018년 5월 21일 가석방
  • 희망했던 승무원 아닌 사무영업직 복귀…노조 “KTX 승무업무 직접고용 투쟁 계속”

    희망했던 승무원 아닌 사무영업직 복귀…노조 “KTX 승무업무 직접고용 투쟁 계속”

    코레일 “사무영업직 희망자만 절차 진행” 철도노조 “승무직 전환은 별도교섭 필요”2006년 정리해고된 KTX 승무원들이 12년 만에 철도 현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하지만 희망했던 승무원이 아닌 사무영업직이어서 승무 업무로의 복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자회사(코레일관광개발)에서 맡고 있는 승무원 고용을 본사 직접 채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지난 21일 해고 승무원 180여명을 본사 정규직인 사무영업직(6급)으로 특별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특별 채용 대상은 2006년 정리해고된 승무원 중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승무원이다. 이 중 결혼과 나이 문제 등으로 연락이 되지 않는 승무원들을 제외하고 실제 코레일에 신청할 인원은 100여명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채용은 코레일의 인력운영 현황 등을 고려해 결원 범위 내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인력 수급이 여의치 않으면 내년 말까지 6개월가량 늦춰 채용을 완료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사무영업직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승무원에 대해 입사 전 교육과 채용시험 등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지난 12년간 지속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승무원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타협 차원에서 특별 채용에 합의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해고 승무원들은 ‘원직’인 승무원 복귀를 희망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는 “(승무 업무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복직 교섭을 해야 하기에 ‘선(先) 복직, 후(後) 전환배치’를 수용했다”면서 “KTX 승무 업무의 코레일 직접 고용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측에 노사전문가협의회 개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현재 승무 업무는 자회사가 담당하는 데다 (이들의) 승무직 전환 배치에 대해서는 합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원직 복귀를 위해 승무 업무의 본사 직접 고용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측이 이들에 대해 ‘복직’이 아닌 ‘특별채용’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10년 넘은 콜텍·쌍용차 복직 투쟁 “희망 생겼지만…”

    10년 이상 장기간 복직 투쟁을 이어 온 콜트콜텍 노조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KTX 해고 승무원들이 12년 만에 복직한다는 소식에 만감이 교차했다. 2007년 정리해고 이후 12년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투쟁 중인 기타 제조업체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잠시나마 “우리도 희망이 생겼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어둡다.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2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측은 국내에서 더이상 기타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해고자를 복직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콜트콜텍은 현재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만 기타를 생산하면서도 국내 공장 일부는 매각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무효 소송의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KTX 승무원들처럼 2014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이 지회장은 “정치인들이 중재를 하려고 해도 대법원 판결로 인해 진척이 없는 상태”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도 2009년 정리해고 이후 10년째 힘겨운 싸움을 이어 오고 있다. 2015년 12월 노사 합의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복직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45명이 복직했고 119명은 아직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순방 때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하면서 물꼬가 트이는 듯했지만 아직 복직 소식이 없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해고 노동자들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복직”이라면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계란으로 바위 깼다… 끝내 이긴 ‘눈물의 12년’

    계란으로 바위 깼다… 끝내 이긴 ‘눈물의 12년’

    철탑농성·대법 판결 후 극단 선택 험난 투쟁 34명까지 줄었지만 끝까지 버텨 “우리를 보고 난제 해결 용기 가져 달라” ‘반올림’ 삼성 백혈병 분쟁 중재안 수용“계란으로 바위를 깼습니다. 힘겨운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우리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해고 이후 12년 동안 복직 투쟁을 이끈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전국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해고 승무원 180여명을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김 지부장은 22일 “아직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어제가 투쟁한 지 4526일이었습니다. 투쟁 조끼를 입고 서울역 농성장에 가야만 할 것 같아요. 사원증을 받으면 실감 나려나요?” KTX 승무원들은 코레일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006년 3월 1일 파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로의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 280명을 같은 해 5월 21일 정리해고했다.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몸에 쇠사슬을 두르기도 했고, 한여름에 40m 높이 서울역 철탑에 올라 20여일간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하나둘 희망의 끈을 놓으면서 파업 대오가 34명으로 줄었다. 김 지부장은 “마지막 한 명이라도 남아서 ‘당신들이 틀리고 우리가 옳았다’고 외쳐야 한다는 신념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해고자들에게 비수를 꽂은 건 대법원 판결이었다. 김 지부장은 “희망이 있으면 견딜 수 있는데, 대법원이 희망의 끈을 끊고 우리를 암흑의 동굴로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해고 승무원들은 2008년 코레일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냈고 1·2심 법원은 코레일이 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판결했으나 2015년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해고자 박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TX 해고 승무원 재판’은 법원행정처가 2015년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전략’ 문건에 언급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번 노사 합의로 해고 승무원들은 오는 11월쯤 사무영업(역무) 6급으로 채용될 전망이다. 김 지부장은 “코레일관광개발에 있는 승무직을 코레일로 가져오는 일이 아직 남았다”고 말했다. 11년 동안 이어진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도 조만간 타결될 전망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 온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삼성전자는 최근 조정위원회가 곧 발표할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KTX 해고자 문제와 삼성 백혈병 분쟁은 대표적인 ‘노동 난제’였다. 두 사건의 극적 해결은 쌍용차나 콜트콜텍 등 분쟁이 이어진 다른 현장에도 희망이 될 수 있다. 김 지부장은 “우리를 보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다른 사업장의 해고자들이 복직될 수 있도록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섭씨 41도’…폭염 속 건강 악화된 굴뚝 농성 노동자들

    ‘섭씨 41도’…폭염 속 건강 악화된 굴뚝 농성 노동자들

    “온도계 눈금이 섭씨 41도를 가리킵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극한의 상황입니다.” 폭염이 계속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의 굴뚝에서 253일째 농성 중인 파인텍지회 노동자를 찾은 의료진 3명은 이렇게 전했다.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종원 의사, 길벗 한의사회 오춘상 원장, 심리치유공간 와락의 하효열 치유단장 등 3명은 이날 농성 중인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의료진은 뜨겁게 달궈진 철제 난간을 붙잡고 굴뚝 주변 계단과 사다리를 30여분 동안 올랐다. 기온은 섭씨 32도였지만 체감 기온은 이보다 훨씬 높게 느껴졌다. 의료진을 마주한 농성 노동자 2명의 건강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굴뚝 위 좁은 공간에서 활동하다 보니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 등의 질환이 생겼다. 게다가 최근 폭염이 잇따르면서 온열 질환 증세도 일부 보이고 있다. 의료진들은 채혈과 혈압 체크를 한 뒤 침술 시술을 병행했다. 의료진은 “농성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목이나 허리 등 근골격계 통증이 심하고 근력이 약화하고 있다”면서 “식사도 제한적이고 건강을 유지하기가 쉬운 상태가 아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의료진의 굴뚝 농성장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1월 14일과 4월 15일에 방문했다. 이번에는 스트레스 치료를 위해 처음으로 심리치료사까지 동행했다. 신체적 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에 심리적인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두 농성 노동자는 파인텍 공장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12일부터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모회사의 공장 가동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차광호 지회장에 이은 두 번째 농성이다. 농성자들에겐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간단한 식사와 물이 담긴 도시락 가방이 줄에 매달려 제공된다.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찬물을 마시고 배탈이 날까 봐 얼음물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바 있는 차 지회장은 “파인텍 노동자들은 2006년부터 13년간 정리해고, 위장 폐업 등에 맞서 거리에서 싸웠지만, 회사는 2015년 공장 정상화, 단체협약 체결을 약속한 뒤 또 약속을 어겼다”면서 “김세권 사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 지회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을 내걸고 탄생한 정부인 만큼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계란으로 바위 깬’ KTX 해고자 복직…삼성반도체도 11년만에 타결 조짐

    ‘계란으로 바위 깬’ KTX 해고자 복직…삼성반도체도 11년만에 타결 조짐

    “계란으로 바위를 깼습니다. 힘겨운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우리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해고 이후 12년 동안 복직 투쟁을 이끈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전국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해고 승무원 180여명을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김 지부장은 22일 “아직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어제가 투쟁한 지 4526일이었습니다. 투쟁 조끼를 입고 서울역 농성장에 가야만 할 것 같아요. 사원증을 받으면 실감 나려나요?” KTX 승무원들은 코레일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006년 3월1일 파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로의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 280명을 같은 해 5월21일 정리해고했다.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몸에 쇠사슬을 두르기도 했고, 한여름에 40m 높이 서울역 철탑에 올라 20여일간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하나 둘 희망의 끈을 놓으면서 파업 대오가 34명으로 줄었다. 김 지부장은 “마지막 한 명이라도 남아서 ‘당신들이 틀리고 우리가 옳았다’고 외쳐야 한다는 신념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해고자들에게 비수를 꽂은 건 대법원 판결이었다. 김 지부장은 “희망이 있으면 견딜 수 있는데, 대법원이 희망의 끈을 끊고 우리를 암흑의 동굴로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해고 승무원들은 2008년 코레일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냈고 1·2심 법원은 코레일이 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판결했으나 2015년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해고자 박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TX 해고승무원 재판’은 법원행정처가 2015년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전략’ 문건에 언급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번 노사 합의로 해고 승무원들은 오늘 11월쯤 사무영업(역무) 6급으로 채용될 전망이다. 김 지부장은 “코레일관광개발에 있는 승무직을 코레일로 가져오는 일이 아직 남았다”고 말했다. 11년 동안 이어진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도 조만간 타결될 전망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 온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삼성전자는 최근 조정위원회가 조만간 발표할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KTX 해고자 문제와 삼성 백혈병 분쟁은 대표적인 ‘노동 난제’였다. 두 사건의 극적 해결은 쌍용차나 콜트콜택 등 10년 이상 분쟁이 이어진 다른 현장에도 희망이 될 수 있다. 김 지부장은 “우리를 보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다른 사업장의 해고자들이 복직될 수 있도록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KTX 해고 승무원들, 12년 만에 정규직 복직…“경력직 특별채용”

    KTX 해고 승무원들, 12년 만에 정규직 복직…“경력직 특별채용”

    KTX 해고 승무원들이 해고 12년 만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정규직으로 복직하게 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코레일은 21일 오전 10시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합의서 3개 항과 부속합의서 7개 항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우선 2006년 정리해고된 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KTX 승무원을 특별채용하기로 했다. 다만, 채용 결격 사유가 있거나 코레일 본사 또는 자회사에 취업한 경력이 있다면 이번 채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정리해고 승무원 280여명 가운데 이번 합의로 복직 대상이 되는 이는 180명이다. 코레일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인력 운용 상황을 고려해 결원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해고 승무원들을 채용할 계획이다. 채용 분야는 사무 영업(역무) 6급이다. 향후 코레일이 KTX 승무 업무를 직접 수행하게 되면 이들을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노사는 이달 9일 교섭을 시작해 총 5차례 만났고, 16일, 20일에는 밤샘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코레일은 아울러 해고 승무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재심 절차가 열리면 이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협조하기로 했다. 또 정리 해고와 사법 농단으로 유명을 달리한 승무원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두달간 서울역에 천막을 세우고 농성을 해온 해고 승무원들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투쟁 경과와 협상 결과 등을 발표하고 농성을 해제한다. KTX 승무원들은 2006년 3월 1일부터 코레일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코레일은 자회사로의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 280명을 그 해 5월 21일자로 정리해고했다. 해고 승무원들은 2008년 10월 1일 코레일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그 해 12월 코레일이 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결했다. 2심 역시 같은 판결을 내렸지만, 2015년 대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파기하고 승무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사법농단’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법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정권에 유리한 판결 중 하나로 KTX 승무원 해고 사건이 언급되면서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대차 둘러싼 금속노조 3만명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더 높게”

    현대차 둘러싼 금속노조 3만명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더 높게”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13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비정규직 임금 인상과 재벌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주최 측 추산 3만명(경찰 추산 1만 5000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상경투쟁 본대회를 개최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총파업 목표로 재벌 불법파견 및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하후상박 연대임금 관철, 금속산업 노사공동위 설치, 사법부·노동부 적폐세력 청산,최저임금 개악 등 정책 기조 전환 등을 내걸었다. 흰 풍선을 들고 현대차 본사 앞 차로에 모인 이들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을 대기업·정규직보다 더 높여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하후상박 임금연대’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서 사회 양극화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금속 산별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면서 “오늘 총파업 및 상경투쟁은 거대한 투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 이라고 강조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반대하는 현대자동차를 규탄한다”며 “노동자들이 다 같이 살 수 있는 임금체계를 만들도록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촛불의 힘으로 나라를 구했듯이 노동자의 힘으로 재벌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본대회 시작 전인 오후 5시 30분쯤 현대차 본사 앞 질서유지선 안으로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이 세운 차단벽을 줄로 묶어 당기거나 도구를 이용해 부수며 경찰과 1시간정도 대치했다. 하지만 시위로 인한 연행자는 나오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본 집회에 앞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낮 1시 30분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사전집회에서 참가자들은 2014년 11월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사법 농단’ 의혹 연루자 퇴진 및 피해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오후 2시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 사전집회에서 ‘소속 조합원 15명이 포스코 노동자가 맞다’는 광주고법의 판결의 조속한 확정을 대법원에 요구했다.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낮 1시 현대기아차 앞 사전집회에서 사측의 불법 파견 자행을 규탄했다. 울산지부와 현대중공업지부는 오후 3시 각각 서초구 고강알루미늄 본사 앞과 종로구 현대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 안정 대책을 촉구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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