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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헌법재판소 “27년 전 헤로인 밀수했어도 장관직 수행 괜찮아”

    태국 헌법재판소 “27년 전 헤로인 밀수했어도 장관직 수행 괜찮아”

    태국 헌법재판소가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헤로인 밀수 혐의로 호주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4년 복역했던 탐마낫 쁘롬빠오(55) 농업부 장관의 직위를 유지해도 좋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일 야당 정치인들이 타마낫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기에 결격 사유가 있음을 인정해달라고 낸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소는 다른 나라에서 내려진 판결이라며 “어떤 나라의 판결이든 그 효과는 그 나라에서만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태국 헌법에 따라 타마낫 장관의 직무를 금지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결정으로 타마낫 장관은 의원직 신분은 물론 쁘라윳 짠오차 총리 정부의 각료 신분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는 2019년 농업부 차관으로 임명됐을 때도 한창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타마낫당시 차관은 호주에 410만 호주달러 어치에 해당하는 헤로인 3.2㎏을 밀반입한 혐의로 1994년 호주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육군 대위 출신인 그는 헤로인이 아니라 밀가루를 지니고 있었는데 엉뚱한 죄를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주 일간 에이지와 시드니 모닝헤럴드는 옛날 보도된 기사들을 뒤져 그가 1993년 체포됐으며 4년 복역한 뒤 석방되자마자 호주에서 송환됐음을 확인했다. BBC 타이 지국도 호주 당국으로부터 유죄 판결과 복역 형량 등을 확인받았다고 전했다. 타마낫 장관은 1990년대 말 정치에 발을 들였다. 왕립육군 복무 시절 쁘라윳 짠오차 장군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14년 쁘라윳 장군이 군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뒤 연립정부를 구성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9년 3월 군부와 밀접한 보수 정당인 빨랑 쁘라차랏 당 후보로 나서 의원에도 당선됐다. 이듬해 초부터 태국 젊은이들이 야당인 미래전진당(FFP)의 해산 시도에 반대하며 반정부 시위에 나서 쁘라윳 정부가 수세에 몰려 있다. 시위대원들은 한발 나아가 태국 헌법과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엄격한 명예훼손 처벌법을 내세워 억누르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금요칼럼] 학술논문과 돈거래/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학술논문과 돈거래/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15년의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지 어언 13년째다. 귀국 후 한동안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 대개는 적응이 수월했지만, 힘든 것도 더러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학술논문을 학술지에 실을 때 게재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내는 일이었다. 구미 영어권 학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짓을 하자니 적응이 어려웠다. 그래도 그때는 10만원쯤이었다. 지금은 20만원을 요구하는 학회도 적잖다. 심지어 없던 항목도 새로 만들어 요구한다. 이른바 심사비다. 6만원 정도는 기본이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어떤 투고 논문을 심사하면 3만원 정도를 심사료로 받는다. 논문심사비용을 투고자에게 전가한 꼴이다. 미국인 동료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놀라 자빠진다.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한도를 넘은 현상이기 때문이다. 참고하니 일본 학계에서도 학술논문과 관련해서는 돈거래가 전혀 없다. 중국 학계에서도 각 대학에서 연구 업적으로 인정하는 학술지는 돈거래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만 학술논문을 놓고 돈거래가 만연하다. 이런 어이없는 기현상은 도대체 왜 발생했을까? 먼저, 학회의 영세성을 들 수 있다. 국내 인문계열 학회는 대체로 가난하다. 돈이 궁하니, 논문을 학회지에 실어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그것으로 출판비용을 충당한다. 게재료를 받지 않으면 학술지 하나 변변히 출간할 수 없다는 얘기다. 회원들의 회비로 학회를 운영하고 학술지를 정기적으로 출간할 수 없다면, 그런 학회는 학술지를 내지 말거나 아예 해산하는 게 낫다. 그런데 여유자금이 꽤 있는 학회도 남에게 뒤질세라 죄다 돈을 받고 논문을 실어 준다. 학회 기금을 아끼려는 의도도 있으나, 학계의 풍토에 익숙한 탓이기도 하다. 논문을 게재하려면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는 의식에 갇혀서 껍질을 깨트리고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대학교수들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관행의 무서움이다. 교육부의 행태도 큰 요인이다. 국가권력을 투입하여 모든 연구자의 논문 업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땅의 모든 연구자는 연구업적을 인정받으려면 교육부가 인정하는 전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수밖에 없다. 개별 연구자는 졸지에 을(乙)로 내몰린 셈이다. 반대로 학회는 대체로 갑(甲)이 되었다.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문을 만들어 놓고는 일종의 통행세를 갈취하는 모습이다. 요즘엔 학회가 워낙 많은 탓에 오히려 학회에서 개인 연구자에게 논문 투고를 ‘구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게재료는 받는다. 이뿐이 아니다. 교육부는 학회 학술지도 심사하여 등급을 올리고 내리는 권력을 휘두른다. 심사할 때 게재료나 심사료가 제대로 장부에 찍혔는지도 본다. 정당한 심사와 게재 과정을 거쳤는지 판단하려 돈이 오간 흔적을 참고하니 어처구니없다. 이런 기막힌 현실의 일차 책임은 물론 학계에 있다. 공권력의 간섭을 초래한 면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국가에서 전문 연구자의 학술지를 평가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아주 웃기는 일이다. 어떤 논문의 우수성 여부는 관련 학계에서 꾸준히 공부하는 학자라면 서로 다들 안다. 엉터리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나 학술지는 점차 학계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구미 영어권 학계에서는 다들 그렇게 연구업적을 평가한다. 그게 바로 선진국의 모습이요, 학문의 자율성이다. 학술논문까지 국가권력이 평가하겠다며 거대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을 보면, 관치(官治) 만능의 후진성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제기조차 하지 않는 학계도 마찬가지다. 국가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논문을 놓고 돈거래를 하면서 어떻게 학자라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국내 학계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한 단면이다.
  • 옛 통진당 의원직 상실 확정되자… “너희가 대법관이냐”

    옛 통진당 의원직 상실 확정되자… “너희가 대법관이냐”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의원직 상실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근거가 없음에도 사법부가 헌재와 같은 판단을 내리자 옛 통진당 측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꼼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는 29일 옛 통진당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전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부가 헌재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지 약 7년, 행정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지 약 5년 만이다. 재판부는 내란선동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이석기 전 의원 외 4명의 전 의원들에 대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돼 해산됐음에도 소속 국회의원직을 유지한다면 그 정당이 존속해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앞서 2014년 헌재가 통진당 해산 결정과 함께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내리자 통진당 해산 결정 자체에 대한 정당성 논란과 함께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당초 1963년 개정헌법엔 관련법이 있었으나 이후 헌법이 개정되며 자격상실 규정이 헌법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을 제외한 4명의 의원들이 법정에서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의 근거가 됐다. 이들은 헌재의 판단에 불복해 사법부 문을 두드렸으나, 법원 또한 헌재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1심이 ‘소 각하’ 판결을 내린 데 이어 2심은 “정당해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판단을 내놓으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 또한 “정당해산심판 결정의 효과로 공무원 등의 지위를 상실시킬지 여부는 헌법이나 법률로 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원심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옛 통진당 지방의회의원에 대해서는 “국회의원과는 역할과 지위 등에 있어 차이가 있다”며 직위가 유지된다고 봤다. 전 통진당 의원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오 전 의원은 주문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개XX들아, 너희가 대법관이냐”라고 소리치며 격분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향후 국가배상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옛 통진당 ‘지위회복’ 최종 패소, 대법원 “의원직 상실 정당”

    옛 통진당 ‘지위회복’ 최종 패소, 대법원 “의원직 상실 정당”

    대법원이 “위헌정당 해산결정에 따른 효과로 위헌정당 소속 국회의원은 그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는 최종 판단을 내놨다. 헌법재판소가 옛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보고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해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내린 지 7년여 만이다. 헌재 결정 직후 헌법과 법률에 관련 규정이 없음에도 재판관들이 정치적 판결을 내놨다며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으나 사법부 또한 헌재와 다름없는 판단을 내놓으며 옛 통진당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는 29일 옛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전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내란선동죄로 실형을 확정 선고 받아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의 경우 1심에서 이어 2심에서도 소 각하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도 상고를 기각했다. 이 전 의원 외 4명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정당이 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직을 유지한다면 해산된 정당의 이념을 따르는 국회의원이 계속 국회에서 이뤄지는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걸 허용하게 된다”면서 “실질적으로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여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위헌정당의 해산결정에 따른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은 상실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근거로 헌재의 결정을 인용하기도 했다. 헌재 또한 “헌재의 위헌정당 해산결정으로 해산되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은 정당해산심판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으로 봤다는 것이다. 실제 헌재가 내린 의원직 상실에 대한 판단은 아래와 같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이자 소속 정당의 대표자로서 활동한다. 공직선거법 192조 4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해 소속 정당의 해산 등 이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하면 퇴직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는 정당이 자진해산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엄격한 요건 아래 위헌정당으로 판단하여 정당해산을 명하는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위헌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그들의 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 해산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다.” ‘사법농단’에 언급되는 ‘통진당 사건’ 헌재 결정 직후 전 의원들은 “의원직 상실 결정은 헌재가 법적 권한 없이 내린 결정으로 무효”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제기 6년 5개월만에 이날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 의원들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임된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의 해산만으로는 국민 대표성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령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취지를 이유로 의원자격이 상실된다는 헌재의 판단에 동의하더라도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법률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기도 했다. 이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은 법원에서 다른 의미로 중요하게 다뤄졌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헌재가 의원직 상실에 대한 판단을 내놓을 권한이 없음에도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판결문에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내릴 권한은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는 문구를 넣길 원했다. 통진당 의원들은 의원직이 상실돼야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건 법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판단 권한이 없음을 드러내는 ‘소 각가’보다는 ‘청구 기각’ 판결을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행정법원이 1심에서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헌재에 맡겨져 있는 헌법 해석·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법원 등 다른 국가기관은 이에 대해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며 ‘소각하’ 판결을 내리는 등 하급심 재판부가 행정처의 권고를 전적으로 따르지는 않았으나 판결 이유가 수정되거나 선고가 연기되는 등의 영향이 있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이 과정에 개입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달 23일 열심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또한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오 전 의원 “너희가 대법관이냐” 이날 법정을 찾았던 오 전 의원은 “상고를 기각한다”는 주문에 벌떡 일어나 “에라이. 개XX들아. 너희가 대법관이야. 개XX들아”라고 욕설하며 소란을 피워 법정 밖으로 끌려나가기도 했다. 옛 통진당 측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원직 박탈 권한은 법원에 있다고 하면서 법률에 의해 판단하지 않고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면서 “사법농단으로 밝혀진 법원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판결”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한편 이날 위헌정당 해산결정 직후 퇴직처리됐던 이현숙 전 통진당 전북도의회의원의 상고심에서 재판부는 “의원직 상실이 부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4년 헌재 결정 사흘 후 ‘공직선거법’에 근거해 이 전 의원을 퇴직 처리했고, 이 전 의원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지방의회의원은 국회의원과 그 역할과 헌법·법률상 지위 등에 있어 본질적 차이가 있다”면서 “헌재 결정 취지에서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곧바로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당 해산 결정에 따라 국회의원을 그 직을 상실하지만 지역의회의원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옛 통진당 의원들 지위회복 패소…“너희가 대법관이냐” 욕설

    옛 통진당 의원들 지위회복 패소…“너희가 대법관이냐” 욕설

    위헌정당 의원직 상실 첫 판례헌법재판소 정당 해산 결정에도 국회의원직이 유지된다며 소송을 낸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소속 의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의원직 상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2014년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6년 만에 최종 결론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옛 통진당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전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확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해산 결정을 받은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배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고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결론”이라고 판시했다. ●“정당 해산 결정 효과로 의원직 상실” 그러면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위헌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효과로 위헌정당 소속 국회의원은 그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옛 통진당 국회의원들은 2014년 12월 헌재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하면서 법적 근거 없이 의원직 상실까지 함께 결정했다며 2015년 1월 소송을 냈다. 1심은 “(통진당 해산 결정은) 헌법 해석·적용에 최종 권한을 갖는 헌재가 내린 결정이므로 법원이 이를 다투거나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2심은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본 1심과 달리 법원이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본안 심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의 효과로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판단했다.다만 실형이 확정된 이석기 의원은 국회법·공직선거법에 의해 이미 국회의원직을 상실해 본안 심리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했다. 나머지 4명은 원고만 항소한 재판에서 원고에게 1심보다 더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에라이 개XX들아” 욕설하다 끌려나가 일부는 이날 법정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뒤 거세게 항의해 제지를 받기도 했다. 재판장이 “상고를 기각한다”는 주문을 읽자 오 전 의원은 벌떡 일어서 “에라이. 개XX들아. 너희가 대법관이냐. 개XX들아”라고 욕설을 해 법정 내 소란이 일었다. 이에 법원 보안관리 대원들이 오 전 의원을 법정 밖으로 끌어냈다. 대법원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난 오 전 의원은 “헌재가 정당을 해산할 때 의원 자격이 상실된다는 자격상실 조항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사라졌다”며 “어떤 근거로 의원 자격을 박탈했는지 이유도 없이 ‘상고를 기각한다’ 한 마디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 판단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대법원의 판단을 해달라는 것”고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위헌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효과로 위헌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 여부에 대한 일반 법리를 처음으로 판시했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비무장 흑인 실수로 쏴죽인 美 백인 경찰 알고보니 26년 베테랑

    비무장 흑인 실수로 쏴죽인 美 백인 경찰 알고보니 26년 베테랑

    비무장 흑인 청년을 쏴죽인 미국 경찰의 신원이 공개됐다. 12일(현지시간)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지역언론 스타트리뷴은 하루 전 미네소타주 브루클린센터에서 흑인 운전자 단테 라이트(20)를 사살한 경찰이 26년 경력 베테랑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밤 미네소타주 형사체포국(BCA) 발표에 따르면 사망한 라이트에게 총격을 가한 건 26년 경력의 백인 여성 경찰관 킴벌리 A. 포터(48)다. 1995년 미네소타주 경찰 임용 후 브루클린센터경찰국(BCPD) 협상팀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포터는 2019년 8월 고베 디목-하이슬러 사망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이슬러는 자택에서 칼을 들고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했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포터는 하이슬러 사망 사건에 연루된 다른 경찰관들에게 “현장에서 벗어나 별도의 순찰차를 타고, 보디캠(몸에 부착하는 카메라)을 끄고, 서로 대화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해당 경찰관들의 총격은 정당방위로 결론 났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다. 포터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운전자 라이트는 체포에 불응하긴 했으나 비무장 상태였다. 더욱이 경찰 스스로 “우발적 발포”였음을 인정한 터라 정상적인 진압으로 보긴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브루클린센터경찰서장 팀 개넌은 보디캠 영상을 근거로 라이트 피격 사건이 포터 경관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그가 테이저건 대신 권총을 쏘는 실수를 범했다는 설명이다. 공개된 보디캠 영상에서 포터 경관은 달아나는 라이트를 향해 “테이저를 쏘겠다, 테이저!”라고 여러 차례 소리쳤다. 라이트가 운전석에 올라탄 뒤에는 1발의 총성도 울렸다. 곧이어 포터 경관은 “이런 젠장 내가 그를 쐈어!”라고 소리쳤다. 경찰 측은 해당 상황을 테이저건을 쏘려다 실수로 그만 권총을 쏜 것으로 해석했다. 개넌 서장은 “라이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진 우발적 발포”라고 묘사했다. 포터 경관은 일단 공무 휴직 상태로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유가족은 분통을 터트렸다. 라이트의 고모 나이샤 라이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사고라고? 말도 안 된다. 나도 2만 볼트짜리 테이저건이 있지만 권총과는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완전 장전된 권총과 테이저건의 차이도 알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문제의 경관을 수감시키라”고 요구했다.숨진 라이트의 아버지 오브리 라이트(42) 역시 경찰이 총을 쓸 필요가 있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세차하겠다며 엄마에게 50달러를 받아 세차하러 가는 길에 총에 맞았다. 나는 내 아들을 안다. 아들은 겁에 질렸었다. 우리가 걔를 아이처럼 대했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17살짜리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케이티 라이트도 “불과 2주 전에 차를 줬는데, 아들은 그 옆에서 숨이 끊어져 있었다. 아들은 겨우 20살이었다. 총에 맞아 죽을 이유가 없었다. 아들이 살아돌아오기만 하면 좋겠다”며 가슴을 쳤다. 앞서 11일 오후 2시쯤 브루클린센터 인근에서 차를 몰고 가던 흑인 단테 라이트(20)는 교통단속 과정에서 경찰 명령에 불응했다가 총에 맞았다. 비무장 상태였던 그는 총을 맞고도 몇 블록을 더 운전해 달아나다가 다른 차를 들이받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2년 전 학습 장애로 고교를 중퇴한 라이트는 2살 된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소매점과 패스트푸드 식당 등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사건이 벌어진 브루클린센터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에서 불과 12㎞ 거리다. 특히 브루클린센터가 속한 헤너핀카운티 법원에서는 플로이드 살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 데릭 쇼빈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비무장 흑인이 또다시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노한 시민들은 잇따라 격렬한 항의 시위를 전개했다. 경찰서로 몰려간 시위대 수백 명은 중무장한 경찰과 충돌을 이어갔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포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동요가 계속되자 미네소타 주지사는 11일 저녁 7시부터 12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일본 국민 47% “스가 총리, 연임 반대”…12%는 “당장 물러나야”

    일본 국민 47% “스가 총리, 연임 반대”…12%는 “당장 물러나야”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 결과 절반 가까운 일본 국민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올해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종료 시점에 맞춰 연임하지 말고 물러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서는 국회가 행정 수반인 총리(내가총리대신)를 뽑기 때문에 다수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구조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임기를 1년 남긴 채 지병을 이유로 물러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뒤를 이어 당 총재로 선출된 스가 총리의 총재 임기는 아베의 잔여 임기인 올해 9월 30일까지다. 이 때문에 스가 총리가 총리 연임을 위해서는 자민당 총재 임기를 늘려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4일 전국 유권자 1074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방식으로 조사해 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가 총리의 재임 기간에 대해 올 9월의 자민당 총재 임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고 한 응답자가 47%로 가장 많았다. ‘당장 그만뒀으면 한다’는 응답자(12%)까지 포함하면 약 60%가 스가 총리의 연임을 바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능한 한 오래 재임했으면 한다’는 답변은 14%, ‘1~2년 정도 더 했으면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스가 총리는 취임 후 급속도로 확산한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아들이 근무하던 위성방송업체의 공무원 접대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잇따르면서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이 때문에 스가 총리의 총재 임기 6개월가량을 남겨 놓고 자민당 내에선 올 10월 21일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를 새 총재 체제로 치러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스가의 당 총재 연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히고 나서는 등 차기 총재 선거를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스가를 위협할 대체 인물이 부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코로나19 대응 등에서 실정이 이어질 경우 ‘스가 카드’ 버리기 쪽으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스가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7%,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40%를 기록해 한 달 전(지지 48%, 지지 않는다 42%)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스가 내각 지지율은 작년 9월 출범 초기에 요미우리신문 조사 기준으로 74%까지 오른 뒤 올 1월에는 39%까지 급락했었다. 요미우리신문은 2개월 연속으로 지지율이 부정적 반응을 웃돌았지만, 스가 내각의 지지율 상승세에 다시 제동이 걸린 모습이라며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전국의 신규 감염자 수가 내각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번 조사에서 정당별 지지율은 자민당이 39%로 가장 높았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5%에 그쳤다. 다만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부동층 비율은 43%에 달했다. 이에 올해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다수당 지위는 유지되겠지만 부동층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중의원 선거 시기에 대해선 ‘해산 없이 임기 만료에 맞춰 치러야 한다’며 스가 총리가 국회 해산권을 행사하지 말기를 바라는 응답자가 64%로 가장 많았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놓고는 59%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뒤처진 일본의 백신 접종 상황에는 70%가 불만스럽다고 답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정의당, 무너지는 정파정치…새로운 진보의길 찾을까

    정의당, 무너지는 정파정치…새로운 진보의길 찾을까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를 필두로 모였던 정의당 당내 정파인 평등사회네트워크가 지난 10일 결국 해체했다. 정의당의 최대 정파인 인천연합도 당대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진보정당의 정파정치가 종언을 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등넷 “성공보다는 실패가, 성과보다는 과오가 많았다” 평등넷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6년간 시대적 과제를 선명하게 제시하고, 사회운동과 함께 하는 강한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지역과 부문에서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성공보다는 실패가, 성과보다는 과오가 많았음을 인정한다. 특히 최근 벌어진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또 “김종철 전 대표와 함께 해 온 조직으로서 정의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무엇보다 평등넷 활동 기간 몇 차례의 성폭력 사건이 있었음에도 재발을 방지할 조직적인 성찰과 혁신, 적극적인 계획과 실행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등넷은 애초의 목표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해산한다”며 “그러나, 회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한국 사회 세력 교체를 실현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 차별과 혐오 없이 모든 존재가 평등한 세상’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파정치 넘어선 진보정치의 미래는 김 전 대표가 몸담았던 평등넷은 PD(민중민주)계열 운동권의 정의당내 핵심세력으로 평가받는다. 평등넷은 2015년 진보결집더하기(노동당 통합파)라는 이름으로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정의당과 함께 4자통합을 이뤘다. 이로써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노동당 등 분열을 거듭했던 PD계열은 정의당 내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했다. 이때부터 정의당은 인천연합을 중심으로 한 NL(민족해방) 정파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과거 참여했던 국민참여 계열 등과 경쟁하며 당을 이끌었다. 정파(의견그룹) 중심 당내 정치는 이념과 가치 대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당 통합을 저해하고 공개적인 당 운영을 방해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공식적인 중앙당 의결기구가 아닌 의견그룹 내의 외부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탓에 민주적 결정구조에서 의견그룹에 속하지 않은 일반당원들이 배제 당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의견그룹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 새로운 사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정의당은 평등넷이 해체했을 뿐 아니라 인천연합 등 주요 정파가 모조리 당대표 보궐선거에 나서지 않으면서 정파 정치가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정미 전 대표, 윤소하 전 원내대표, 박원석 전 의원 등 정의당 내 주요 인사들은 당대표 출마를 고사하고 여영국 전 의원에게 기회를 넘긴 바 있다. 정의당이 당내 보궐선거를 통해 정의당이 새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비공식적인 정파와 구시대의 가치를 버리고 녹색과 여성주의와 같은 시류에 맞는 진보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정의당은 선거 운동(3월 7~17일), 찬반 투표(18∼23일)를 거쳐 오는 23일 당대표의 당선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미얀마 관리 인도에 편지 “국경 넘은 경찰관 등 송환해달라”

    미얀마 관리 인도에 편지 “국경 넘은 경찰관 등 송환해달라”

    미얀마의 한 관리가 인도 관리에 편지를 보내 국경을 넘어 인도에 들어간 8명의 경찰을 체포해 미얀마로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군부에 고용된 국제 로비스트는 6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가 중국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겠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쿠데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국제사회에 확산돼 외교적으로 고립된 것을 탈피하려는 안간힘으로 보인다. 인도 북동부 미조람주 참파이 지역의 고위 관리인 마리아 주알리는 미얀마 팔람 지구 관리로부터 경찰관 8명이 국경을 넘어 인도에 입국했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이들을 송환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편지에는 “두 이웃 나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경관들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주알리는 인도 내무부의 훈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에 경관들과 가족까지 30명 정도가 국경을 넘어와 난민 자격을 얻겠다고 신청했다. AFP 통신은 인도 관리들을 인용해 군경의 유혈 진압에 놀란 미얀마인들이 상당수 국경을 넘어와 인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외에도 현재 최소 85명의 미얀마인이 접경지대에서 대기 중이라고 한 인도 관리는 밝혔다. 인도는 미국 등 서구와 달리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미얀마, 남아시아 등으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미얀마에 무상 지원하는 등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에 고용된 로비스트는 이스라엘계 캐나다인 아리 벤메나시로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군부가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정치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회사인 ‘디킨스 앤드 매드슨 캐나다’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얀마 군부에 고용됐다면서 서방 국가들이 미얀마 군부를 오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군부가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지나치게 중국과 가까워졌다면서 “중국 쪽으로 붙을 것이 아니라 서방과 미국 쪽으로 가까이 가야 한다는 (군부의) 압력이 실제로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군부)은 중국의 꼭두각시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벤메나시는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수단 군부 등과 계약을 맺고 이들을 대변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미얀마를 방문해 국방장관과 협정서에 서명한 뒤 현재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그는 미국 등 서방이 미얀마 군부에 부과한 제재가 철회되면 수임료를 지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들을 아랍 국가로 보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접촉해 자금 지원을 받아내라는 임무도 군부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주말에도 미얀마 전역에서 쿠데타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양곤 시내의 한 심야 집회에 군경이 또 발포하며 해산에 나섰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얀마 수도 네피도 경찰, 나흘째 시위하는 시민들에 고무탄 발사

    미얀마 수도 네피도 경찰, 나흘째 시위하는 시민들에 고무탄 발사

    미얀마 경찰이 9일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 해산을 위해 허공에 경고 사격을 한 뒤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외신이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목격자는 로이터 통신에 “시위대 방향이 아닌 허공을 향해 경찰이 총기를 발사해 시위대가 물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대규모 시위대가 뒤로 물러나도록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했는데, 시위대가 이에 대항해 돌 등을 던졌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 역시 목격자를 인용,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 목격자는 통신에 “두 차례 경고 사격이 허공을 향해 이뤄진 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면서 몇 명이 부상한 것을 봤다고 전했다. 앞서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이틀 연속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해 시위대 일부가 다치는 등 강경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네피도 경찰은 전날 시위대 행진을 가로막으면서 “해산하지 않을 경우, 무력을 사용해 해산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신 사진에는 총기를 든 경찰 앞에 놓인 경고판에 ‘이 선을 넘을 경우, 실탄을 발사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것도 포착됐다. 한편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도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쏘고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전날 쿠데타 이후 첫 TV연설을 통해 지난해 11월 총선에 ‘선거부정’이 있었기에 쿠데타는 정당하고 헌법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고 AFP가 전했다. 그는 “비상사태 기간 과업을 완수하면 헌법에 따라 여러 정당이 참여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면서 “선거에서 승리한 당은 민주적 규범에 따라 국가의 의무를 이어받게 된다”라고 연설했다. 그는 이날 양곤 등 대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강경대응에 나섰다. 또 이날 학교와 불교 시설의 문을 다시 여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규제 조처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17년 방글라데시로 피란한 이슬람계 소수 로힝야족을 계속 라킨주(州)로 돌아오게 할 것이며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고 국제사회에 유화 제스처를 동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법관 탄핵’ 주심에 이석태 재판관…헌재 판단 최대 쟁점은

    ‘법관 탄핵’ 주심에 이석태 재판관…헌재 판단 최대 쟁점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에 이석태(68·사법연수원 14기) 헌법재판관이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전원재판부는 전날 국회가 제출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심리 중이다. 주심으로 지정된 이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과 참여연대 공동대표 출신으로 2015~2016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2018년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임명됐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인명은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주심은 토론 때 쟁점을 제시하는 역할 등을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은 재판관 9명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때문에 결론을 좌우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렵다. 임 부장판사의 첫 탄핵심판 일정은 공개 변론이 될 전망이다. 변론기일에 앞서 재판관 9명이 모여 하는 회의인 평의가 열린다. 재판부는 탄핵소추안을 검토한 뒤 기일을 정해 국회 측과 임 부장판사 측을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탄핵 심판은 서면으로 심리하는 헌법소원 등과 달리 반드시 변론을 거쳐야 한다. 앞서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준비 절차 기일 3회, 변론 기일 17회를 열어 증인 신문과 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헌재는 법관탄핵 재판의 선례가 없고 국민적 관심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전담 재판연구관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탄핵 심판을 포함해 정당해산 심판 등 규모가 크거나 신속한 심리가 필요할 때 전담 TF를 운용해왔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임 부장판사의 탄핵이 결정된다. 그러나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임 부장판사의 임기가 오는 28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헌법 103조가 명시한 법관의 재판 독립 의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인 만큼 헌재가 보충 의견 등을 통해 위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 부장판사의 1심 재판부는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를 들어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의 행동을 ‘법관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명시했다. 헌재는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만 법원의 결정에 구속받지 않는다. 임 부장판사의 무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헌재가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파면 결정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대한 위반’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기준이 됐다. 하지만 법관은 대통령과 달리 선출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 위반의 중대성은 판단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임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은 위반의 중대성보다는 헌법 103조의 위반 여부가 가장 주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마스크도 안 쓰고 코로나 사망 시신 운구, ‘면역 실험실’된 이스라엘

    마스크도 안 쓰고 코로나 사망 시신 운구, ‘면역 실험실’된 이스라엘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99세에 사망한 초정통파 유대교(하레딤) 랍비 메슐람 도비드 솔로베이치의 장례식에 31일 정말 많은 인파가 몰렸다. 현재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를 이처럼 성대하게 치르지 않을 것 같다.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에 안치하지도 않은 시신을 운구했다. 3차 봉쇄 조치가 이날 밤 12시까지 시행됐지만 경찰은 장례 인파를 해산하려 하지도 않았다. 이스라엘 인구 930만명 가운데 초정통파 유대교도 비율은 15% 정도지만, 최근 보고되는 확진자 가운데 이들의 비중은 무려 35%에 이른다. 학생 감염자의 경우 절반가량이 초정통파 유대교도다.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해 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방역당국은 집단면역 효과 발생 시점을 당초보다 늦춰 잡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이달 중순 인구의 24%가량이 접종을 마치면 경제활동 본격 재개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1차 접종자는 300만 5000명, 2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172만여명이다. 1차 접종 목표는 일단 충족한 상태다. 그런데 요아브 키시 이스라엘 보건부 차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종 목표는 (2차 접종자) 550만명이다. 300만∼400만명을 넘어서면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총리가 예고했던 상황이 몇 주 안에 벌어질 것”이라며 “당초 예상 시기보다 몇 주 늦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와 방역 수칙을 거부하는 종교 단체의 활동 등이 백신 접종의 효과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은 마스크 착용과 집회 금지 등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거나, 당국의 단속에 반발해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적인 양상도 보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강력한 봉쇄 조치와 더불어 국경까지 폐쇄하며 외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유입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면서 아직 확실한 면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 감염 속도가 상당히 둔화하긴 했지만 지난달 30일에도 신규 확진자가 2500명을 넘겼다. 최근 2년 동안 세 차례 총선을 치르고도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가 3월로 예정된 네 번째 조기 총선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관련 정당의 지지를 의식해 이들의 단속에 소극적인 것이란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숙적인 베니 간츠 전 부총리는 트위터에 “몇백만명의 가족과 어린이들이 집에 갇혀 지내는데 하레딤 교도 수천명이 장례에 운집했는데 심지어 대다수가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불공평한 법 집행의 증거”라고 개탄했다. 이어 “우리는 효과도 없고 가짜인 봉쇄를 지속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봉쇄되든지, 모두가 재개하든지 해야 한다. 방종의 세월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날 밤 12시까지로 예정된 3차 봉쇄의 연장 여부를 이날 중 결정할 예정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정의당 “음주 여부나 피해 사실 공개는 사건 본질 아니다”

    정의당 “음주 여부나 피해 사실 공개는 사건 본질 아니다”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내부 조사를 총괄한 배복주 부대표가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면서 이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다. 당 젠더인권본부장을 겸하는 배 부대표는 전날인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건에서 발생한) 구체적 (성추행) 행위를 밝히지 않는 것은 행위 경중을 따지고 ‘그 정도로 뭘 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해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의 사건 당시 음주 여부에 대해서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 데 고려되는 요소가 아니다”라며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왜 술자리에 갔냐고 추궁하고 술을 안 마셨으면 왜 맨정신에 당하냐고 한다”면서 “그러니 음주는 이 사건과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의 실명을 공개한 것과 사건에 대해 경찰에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지원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했다. 배 부대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개인의 일탈행위로만 규정하지 않는다”며 “조직문화가 성차별·성폭력을 용인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배 부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장 의원은 처음부터 수사기관에 자신의 피해를 증명해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목적이 아니라, 당이 엄중하고 엄격하게 징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젠더 의식에 대한) 당의 변화까지 끌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태 수습 방안으로 당 해체론까지 제기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상대응체계는 맞는데 이것이 정당을 재창당할 수준이냐,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다”면서 “(당 해체나 해산 등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사건 발생 당일인 15일과 16일 여러 경로를 통해 장 의원에게 사과했다. 대표직 사퇴 의사는 19일 저녁 처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공론화될 때까지 일정을 소화한 배경에는 비공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김 전 대표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총사퇴·재창당… 정의당 벼랑끝 고민

    총사퇴·재창당… 정의당 벼랑끝 고민

    진보정치 2세대의 대표주자이자 취임 이후 선명한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종철 대표가 전격 퇴진하면서 정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정의당은 지도부 총사퇴와 4월 재보궐 선거 불출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습에 나설 계획이다. 정의당은 25일 대표단회의를 비공개로 연 뒤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김 전 대표를 직위 해제했다. 당의 간판 격인 노회찬 당시 원내대표가 2018년 7월 숨지면서 혼돈에 빠졌던 정의당이 당 대표의 성추행이란 초유의 사태에 놓이자 존폐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한 전국위원은 “해산 후 재창당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단 회의에서도 재창당과 보궐선거 불출마 여부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고 한다. 다만 대표단 관계자는 “재창당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분노한 일부 당원들은 당 게시판에 “대표 한 명이 사퇴할 일이 아니라 집행부가 사퇴해야 한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실제 당내에선 김윤기 부대표 직무대행 관할로 대표 보궐선거를 치르거나,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수습을 제대로 하려면 대표만 다시 뽑는 것이 아니라 비대위를 구성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수습하는 방식이 지도부 총사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의당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의당은 그동안 재보궐 귀책 사유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후보를 내지 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당 쇄신 측면에서는 불출마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30일 전국위원회에서 대책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진보정치 1세대인 심상정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90년대 학번이자 진보정당 운동을 통해 성장한 2세대인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지지자들의 기대가 사뭇 컸다. 김 전 대표가 ‘금기를 깨는 진보’를 외치면서 연금개혁과 노동개혁까지 언급하는 등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안을 내놓는 모습은 기성 정치인들을 긴장시켰다. 그동안 당내 권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좌파(민중민주·PD) 계열 출신의 당 대표라 ‘민주당 2중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김 전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난 것은 물론 정의당의 앞날도 시계제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의당이 성추행 사실을 인지한 지 일주일 만에 조사를 매듭짓고 김 전 대표를 직위 해제한 것을 두고 당의 자정 시스템이 신속하게 작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비위 사실이 알려졌을 때의 뜨뜻미지근한 대처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반면 피해자인 장 의원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이 김 전 대표에 대해 형사고소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美 사상 초유 의사당 난입 때 트럼프는 어디서 뭐했을까?

    美 사상 초유 의사당 난입 때 트럼프는 어디서 뭐했을까?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 수백 명이 워싱턴D.C. 의사당에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총에 맞은 여성 1명 등 4명이 사망하고 52명이 체포됐다. 지지자들은 의회의 대선 결과 승인 저지를 위해 의사당에 난입, 경찰과 충돌했다. 총기로 무장한 경찰과 바리케이드를 제치고 상원과 하원 의회장을 모두 점거했다. 창문을 깨고 의회 집기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폭도가 된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 개인 식당에서 느긋한 오후를 즐겼다. AP통신은 익명의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초유의 의사당 난입 사태 때 개인 식당에 머물고 있었다고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한 뒤, 오후 대부분을 집무실이 아닌 개인 식당에서 보냈다. 무법천지로 변한 의사당을 TV로 보고만 있다가 보좌진 채근에 못 이겨 해산 독려 영상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의 집요한 호소와, 공화당 의원들의 규탄 속에 마지못해 귀가를 독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마저도 폭도를 ‘특별한 사람’, ‘애국자’로 추켜세우는 등 의사당 난입을 정당화하는 내용에 그쳤다고 지적했다.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TV 생방송에 출연해 의사당 포위를 끝내라고 촉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앉아서 트윗만 날리다 12시간 계정 정지를 당했다. 사태가 겨우 진정되고 중단됐던 회의가 6시간 만에 재개됐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미국 전임 대통령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대선 뒤 이어진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무모한 행동에 소름이 끼칠 정도"라면서 "이들은 미국 체제와 전통, 법치주의를 존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도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지금 바나나 공화국에서 볼법한 쓰레기같은 일을 목격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장도 "대통령이 폭도들을 조직하고, 대통령이 폭도들을 선동하고, 폭도들에게 연설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이 불을 붙인 것이다"고 비난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나도 이런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끝이 나는 것이 정말 싫다”면서도 “할 만큼 했다”며 바이든 승리를 확정 짓는 것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탄핵론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사태의 책임을 물어 당장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CNN은 공화당 지도부 2명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일단 미 연방수사국(FBI)은 본격적으로 폭도들의 신원 파악에 돌입했다. FBI는 성명에서 "의사당 난입 관련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제보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폭도 색출이 각종 범죄와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대중의 헌법적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태 수습 후 상·하원 합동회의를 재개한 미 의회는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인증하는 공식 절차를 마쳤다. CNN은 이날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해 당선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미 대선 당선을 위해선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이 필요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1월 3일 대선에서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선거인단은 232명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는 20일 취임식을 열고 임기를 개시하게 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트럼프, 지지 시위대에 “이날을 기억하라”…트위터·페북, 계정 정지(종합)

    트럼프, 지지 시위대에 “이날을 기억하라”…트위터·페북, 계정 정지(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태를 일으킨 시위대를 향해 “위대한 애국자”라며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옹호했다.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러 차례 이들을 옹호하고 ‘대선 부정’을 주장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스냅챗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일시 정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시위대에 전하는 메시지를 올려 “사랑과 평화를 가지고 귀가하라,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시위대를 “오랫동안 몹시도 부당하게 대우받아 온 위대한 애국자들”로 지칭하면서 “성스러운 (나의 대선) 압승이 인정사정없이 악랄하게 사라졌을 때 이런 일과 사건들이 일어난 것”이라며 대선 불복 주장을 거두지 않았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폭력적인 의사당 점거를 정당화하려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지적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의 폭력 사태를 공공연하게 용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대 귀가 당부 영상서도 대선 불복 고수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별도의 영상 메시지에서 ‘대선 사기’ 주장을 고수했다. 그는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를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빗발치자 사태 발생 2시간 만에 트위터에 영상 메시지를 게재했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평화를 가져야 하고,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해산을 당부하면서도 시위대의 대선 무효 주장을 옹호했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매우 특별하다”면서 “나는 여러분의 고통과 상처를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도둑맞은 선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트럼프 계정 ‘사상 초유’ 12시간 정지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시위대를 옹호하고 폭력 사태를 묵인하는 메시지를 내놓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대선 사기 논란을 촉발한다면서 규정 위반으로 메시지를 삭제했다. 트위터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12시간 동안 잠정 정지시켰다. 또 규정 위반이 계속될 경우 계정을 영구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P는 지금까지 대통령을 겨냥해 트위터가 취해온 조치 중 가장 가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는 이날 이에 앞서 “폭력의 위험성”을 이유로 들어 문제가 있다고 표시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이들의 트윗을 리트윗하거나 ‘좋아요’를 표시하는 등의 활동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해야만 할 일을 할 용기가 없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는 ‘좋아요’를 누를 수 없게 됐다. 트위터는 이런 제한 조치가 “워싱턴에서 진행 중인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의 한 갈래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도 트럼프 계정 24시간 정지페이스북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집으로 가라”고 말하면서도 이들에게 동조하는 어조가 담긴 동영상을 삭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24시간 동안 정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가이 로젠 부사장은 이날 트위터에 의사당 난입을 가리켜 “비상상황”이라고 지칭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영상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폭력을 줄이기보다 부채질한다고 판단해 삭제했다”고 밝혔다.페이스북은 앞서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 “오늘 국회의사당의 폭력 시위는 수치”라며 “우리 플랫폼에서 폭력 선동이나 폭력에 대한 호소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전국 특정 장소에 무기를 들고 갈 것을 촉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날 의사당 난입 사건을 지지하는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폭력 선동 관련 규정에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예외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동영상 공유기업 스냅챗의 모기업인 스냅도 트럼프 대통령의 스냅챗 계정을 잠정 정지했다. 장녀 이방카도 시위대에 ‘애국자’ 지칭했다 삭제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보좌관도 트위터에 시위대를 “미국의 애국자들”로 지칭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빚어지자 트윗을 스스로 삭제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겼다. 압승이었다. 우리는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회 의사당으로 난입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트럼프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트위터, 트럼프 계정 정지

    트럼프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트위터, 트럼프 계정 정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태를 일으킨 시위대를 향해 “위대한 애국자”라며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시위대에 전하는 메시지를 올려 “사랑과 평화를 가지고 귀가하라,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시위대를 “오랫동안 몹시도 부당하게 대우받아 온 위대한 애국자들”로 지칭하면서 “성스러운 (나의 대선) 압승이 인정사정없이 악랄하게 사라졌을 때 이런 일과 사건들이 일어난 것”이라며 대선 불복 주장을 거두지 않았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폭력적인 의사당 점거를 정당화하려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지적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의 폭력 사태를 공공연하게 용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대 귀가 당부 영상서도 대선 불복 고수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별도의 영상 메시지에서 ‘대선 사기’ 주장을 고수했다. 그는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를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빗발치자 사태 발생 2시간 만에 트위터에 영상 메시지를 게재했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평화를 가져야 하고,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해산을 당부하면서도 시위대의 대선 무효 주장을 옹호했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매우 특별하다”면서 “나는 여러분의 고통과 상처를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도둑맞은 선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트럼프 계정 ‘사상 초유’ 12시간 정지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시위대를 옹호하고 폭력 사태를 묵인하는 메시지를 내놓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대선 사기 논란을 촉발한다면서 규정 위반으로 메시지를 삭제했다. 트위터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12시간 동안 잠정 정지시켰다. 또 규정 위반이 계속될 경우 계정을 영구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P는 지금까지 대통령을 겨냥해 트위터가 취해온 조치 중 가장 가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는 이날 이에 앞서 “폭력의 위험성”을 이유로 들어 문제가 있다고 표시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이들의 트윗을 리트윗하거나 ‘좋아요’를 표시하는 등의 활동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해야만 할 일을 할 용기가 없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는 ‘좋아요’를 누를 수 없게 됐다. 페이스북, 트럼프 영상 삭제…계정 정지는 안해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집으로 가라”고 말하면서도 이들에게 동조하는 어조가 담긴 동영상을 삭제했다. 페이스북의 가이 로젠 부사장은 이날 트위터에 의사당 난입을 가리켜 “비상 상황”이라고 지칭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동영상을 삭제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앞서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 “오늘 국회의사당의 폭력 시위는 수치”라며 “우리 플랫폼에서 폭력 선동이나 폭력에 대한 호소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위터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차단하지는 않았다. 장녀 이방카도 시위대에 ‘애국자’ 지칭했다 삭제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보좌관도 트위터에 시위대를 “미국의 애국자들”로 지칭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빚어지자 트윗을 스스로 삭제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겼다. 압승이었다. 우리는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회 의사당으로 난입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쇼와부터 벚꽃까지… 검은돈의 ‘막후 정치’

    쇼와부터 벚꽃까지… 검은돈의 ‘막후 정치’

    8년에 가까운 역대 최장기 집권 동안 각종 의혹에 연루됐던 아베 신조(66) 전 일본 총리가 결국 퇴임 후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재임 시절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부당한 향응을 제공하고 이를 덮으려 한 혐의가 주변 인물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확인됐기 때문이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에 다시 도전해 3차 집권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던 그였지만, 이제는 정계를 완전히 떠나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별개로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가까운 고참 정치인들도 민간 업체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회의원 몇 명은 금품선거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잘못 받아도 탈이 나고 잘못 써도 탈이 나는 정치인의 돈. 정치사를 오욕으로 물들이는 한편에서 커다란 변화와 발전의 전기를 제공하기도 했던 ‘돈과 정치’의 어제오늘을 짚어 봤다.아베 전 총리가 받고 있는 혐의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이다. 그는 해마다 도쿄 도심 공원인 신주쿠교엔에서 열리는 정부 주최 봄맞이 행사 ‘벚꽃을 보는 모임’에 자기 지역구(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나가토시) 사람들을 초청했다. 이들에 대한 과도한 예우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법적으로 진짜 문제가 된 것은 매년 본행사에 앞서 ‘아베 신조 후원회’ 명의로 개최한 전야제 행사였다. 고급 호텔의 연회장을 빌리다 보니 1인당 최소 1만엔 이상의 경비가 들었지만, 아베 신조 후원회가 실제로 참가자들에게 받은 돈은 5000엔밖에 안 됐다. 이 경우 정치인이 자기 선거구 유권자에게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 아베 전 총리가 “전야제 만찬 참석자 대부분이 그 호텔 숙박자여서 할인을 받았다”는 등의 거짓말로 일관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들통났다. 정치자금규정법에 따르면 모든 정치단체는 행사 수입이나 지출을 전액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 기부를 감추려는 판에 관련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을 리 없다. 현재 검찰은 연내에라도 아베 전 총리를 직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나는 몰랐고 비서진 등이 알아서 한 것”이라며 발뺌하는 그를 정식 기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일이 세 번째 집권을 포함한 그의 부활에 결정적 타격이 될 가능성은 높다. 아베 전 총리를 수사하고 있는 곳은 과거 한국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비견되는 검찰 내 최고 엘리트 집단 도쿄지검 특수부다. 이곳은 현재 전직 각료(장관)들이 연루된 뇌물비리 사건도 파헤치고 있다. 요시카와 다카모리(70)와 니시카와 고야(77) 전 농림수산상이 대형 계란 생산·유통업체 아키타푸드의 전 대표(87)로부터 2018~2019년 각각 수백만엔의 현금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아키타푸드 전 대표는 양계업자에게 유리한 정책의 도입을 위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여 온 인물이다.●‘양계업자에게 뇌물수수’ 전직 각료들도 수사 아베 정권의 역점 사업 중 하나였던 카지노형 리조트 관련 입법을 주도했던 아키모토 쓰카사(49) 중의원 의원은 2017년 중국 기업으로부터 760만엔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측근으로 법무상을 지낸 가와이 가쓰유키(57) 중의원 의원도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아내인 가와이 안리(46) 후보의 당선을 위해 표를 모아 달라는 등의 명목으로 지방의원 등 108명에게 총 2900만엔을 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당선에 성공했던 안리 의원도 남편과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돈정치’ 추문은 일본 현대사의 고비고비에 중요한 전기로 작용하곤 했다. 일본 전후 정치의 기틀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 요시다 시게루 총리(이하 당시 직책)의 장기 집권은 ‘쇼와전공 사건’이라는 뇌물 스캔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48년 대장성 관료 등이 쇼와전공이란 비료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전직 부총리 등 관련자들이 체포됐다. 이를 계기로 당시 민주당 정권이 붕괴했다. 이때 재집권에 성공한 민주자유당 총재 요시다는 여소야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곧바로 중의원을 해산, 곧바로 치러진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뒀고 이를 통해 전후 첫 여당 단독 과반의 안정적 정권 기반과 경제 부흥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시다 본인도 돈 문제가 원인이 돼 1954년 권좌에서 내려왔다. 조선업계 등이 정부 자금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정관계에 돈을 살포한 사건에 사토 에이사쿠 여당 간사장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요시다는 사토 간사장에 대한 체포동의 청구를 하지 말도록 법무상을 통해 검찰 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요시다는 그해 말 내각 불신임안 가결 직전에 물러났다. 1976년에는 전후 최대의 뇌물 스캔들로 불리는 ‘록히드 사건’이 터졌다. 미국 항공사 록히드가 여객기를 판매하기 위해 정부 관리들에게 로비를 벌인 사건이었다. 정경유착을 통한 광범위한 금권정치의 추문이 드러나 이미 총리직에서 물러나 있던 다나카 가쿠에이가 재임 중 5억엔을 록히드로부터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다나카 외에 전 운수상 등 총 15명이 기소됐다. 이에 못지않게 파문이 컸던 사건은 ‘리크루트 사건’이었다. 부동산개발업체인 리크루트코스모스의 미공개 주식이 정계·관계에 헐값으로 양도된 사실이 1988년 드러났다. 이듬해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가 퇴진했다. 다케시타 정권을 이어받은 우노 소스케 정권 때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사회당이 약진하면서 자민당은 참패, 과반 의석을 잃었고 이는 1993년 정권교체의 도화선이 됐다. 1992년 택배회사인 도쿄사가와규빈에 의한 5억엔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이 일본을 뒤흔들었다. 이는 당시 자민당 부총재로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가네마루 신의 사직으로 이어졌다. 리크루트 사건과 사가와규빈 사건이 몇 년 간격으로 연달아 터지자 국민들의 자민당에 대한 불신은 1955년 자민당 탄생 이후 최고조에 다다랐다. 이를 이용해 당내 오자와 이치로 의원 등은 ‘정치개혁’을 내걸고 1993년 미야자와 기이치 내각 불신임에 찬성, 당이 분열됐다. 결국 그해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과반을 잃고 정권을 야당 연합에 내주었다. ●사립대 로비로 ‘참의원 대부’ 무라카미 실형 2001년에는 사립대 설치를 둘러싼 로비 사건으로 한때 ‘참의원의 대부’로 불렸던 무라카미 마사쿠니 전 노동상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돼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있었다. 혼탁한 금전 문제는 결국 ‘헤이세이 정치개혁’으로 불리는 지각변동을 낳았다. 리크루트 사건이 터지자 자민당은 당시 ‘중선거구제’를 부패 정치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중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2명 이상 의원을 선출하는 시스템으로, 자민당은 계파별로 여러 명의 후보를 동일한 선거구에 출마시켰다. 이는 극심한 당내 파벌 대립의 원인이 됐고, 조직관리와 선거운동 등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파벌 영수들은 검은돈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었다. 이로 인해 도입된 것이 정당별로 후보자를 한 명씩만 내는 ‘소선거구제’였다. 이는 자민당 총재에게 막강한 공천권과 자금력의 권한을 부여했다. 이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아베 전 총리였다. ‘아베 1강’으로 대표되는 최장기 집권은 당총재에게 모든 힘이 집중되는 소선구제가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그러나 오부치 유코(2014년) 경제산업상, 아마리 아키라(2016년) 경제재생상 등이 불법 정치자금 추문에 연루돼 각료직에서 물러나는 등 아베 시대에도 돈정치의 폐해는 근절되지 않았다. 이와이 도모아키 니혼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정치와 돈의 문제는 진상을 낱낱이 규명할 필요가 있지만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검찰의 기준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독립적인 기관이 형사 처벌과는 다른 차원에서 판단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해영의 쿠이 보노] ‘70년 대북제재’를 재고한다

    [이해영의 쿠이 보노] ‘70년 대북제재’를 재고한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대북제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발발 직후부터 올해까지 ‘제재 70년’이다. 한반도 전쟁 발발 후 70년 동안 대한민국 정부 역시 한미동맹의 우산 아래 있었으니 넓은 의미의 제재에 가담한 셈이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핵실험 저지 목적의 제재와 70년의 포괄적 제재로 나뉘며 사실상 봉쇄(containment)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여기에다 근 20년의 유엔 제재까지 합하면 북한은 지구상 가장 길고 가장 포괄적인 제재대상국이라고 할 만하다. 제재를 포괄제재와 표적(targeted)제재로 나누어 본다. 예컨대 유엔의 대북제재는 북핵, 미사일 개발 저지가 목적이라 처음에는 표적형 제재에서 출발해 미국의 주도하에 포괄적 제재로 폭과 수준을 강화해 왔다. 10년 전에는 명절때 북한산 송이버섯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재가 강화되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처럼 대북제재 대상에는 핵무기와 무관한 것들도 수두룩하다. 손톱깎기도 좋은 예다. 북한 주민이 손톱을 짧게 깎아 핵개발이 되었을까. 스웨덴의 저명한 평화학자 월렌스틴은 지금까지 특정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성공률(?)’은 잘해야 ‘20~34%’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나마 표적제재가 성공률이 높다. 약 20년인 오늘의 시점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핵, 미사일을 겨냥한 표적제재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북한에 대한 모든 형태의 제재는 북한 인구의 ‘약 40%’ (약 1100만명)에게 생존권과 인권을 위협하는 폭력의 다른 이름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제재인 대북제재는 북의 핵무력 ‘완성’이라는 역설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그래서 현 단계에서 제재는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정책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채, 북한의 이른바 ‘레짐 체인지’를 위한 도구라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제재는 그 강도를 높인다 하더라도 G2 곧 미중간 패권 다툼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제재망의 이완·이탈과 북한 경제가 기본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외부에 위치한 까닭에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이렇게 대북제재는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제재로 인한 ‘고난의 행군’이라는 집단기억은 오히려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시켜 체제의 공고화를 가져왔을 뿐이다. 요컨대 대북제재의 결과는 핵무력의 ‘완성’과 정권의 정당화였다. 역사적인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 이후 한반도에는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곧 2개의 프로세스가 진행 중인 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현재 그것은 지체 또는 정체 상태다. 이미 말한 것처럼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핵보유국은 되었다. 그래서 제재는 비핵화에 아무런 기여가 되지 못한다. 또한 그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필수전제라 할 최소한의 북미 간 신뢰 회복에 반한다는 점에서 평화 프로세스와도 상충한다. 특히나 제재로 인해 북한에 있어 최고 인권과 마찬가지인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차원에서도 평화 프로세스와 병존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 1단계로 제재 완화와 핵동결을, 2단계로 평화체제와 핵폐기의 등가교환을 구상해 보자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때다. 또 종전선언 혹은 평화협정 그리고 이전 단계에서 유엔사 해체, 한미워킹그룹 해산,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도 새로운 평화 프로세스에 보탬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제재는 철폐되어야 한다. 바이든 시대를 맞아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미국을 움직여라’는 재미원로 박한식 조지아대 석좌교수의 조언처럼 한국의 외교는 더 큰 능동성과 주체성이 요구된다. 적어도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한국 정부는 각종 레버리지를 활용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 북에는 불필요한 자극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바이든 행정부에는 대북정책의 대전환을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유엔의 대북결의안 속에는 그저 제재만이 아니라 외교적으로 열린 공간도 주어져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철도, 도로, 항만 등 공공인프라 건설사업,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남북교류 협력, 문화, 스포츠 그리고 학술교류 협력, 식량, 의약품, 보건위생, 재해 등 인도적 지원 사업 등 말이다. 이런 부문에서 국제 교류 협력은 평화 및 비핵화 프로세스에 크게 보탬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자율적 ‘정책공간’을 더욱 더 확장해야 한다. 다가올 바이든 시대, 더이상 주저할 일이 아니다.
  • [취중생] “5·18 때 헬기 사격 있었다”…증거는 충분했다

    [취중생] “5·18 때 헬기 사격 있었다”…증거는 충분했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민주화운동 당시 이를 진압하기 위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하여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씨에게 광주지법이 지난달 30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고인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2017년 4월 27일 전씨를 고소한지 약 3년 6개월 만의 일입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죽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재판부는 전씨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인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밝힌 날에 실제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전씨가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는지 등을 판단해야 했습니다. 전씨와 변호인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의 진술은 헬기 프로펠러 소리를 기관총 소리로 각 오인했을 가능성에 비추어 볼 때 그대로 믿기 어렵다. 또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망자 165명에 대한 사체 검시 결과 헬기 기총소사에 의한 사망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부상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위 진압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 내용을 보고받지 못해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헬기 사격으로 사망자 내지 부상자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 쟁점이 아니었습니다. 재판부는 목격자 및 각 군인들의 진술, 군 관련 문서 등을 종합하여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고, 전씨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재판부가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한 주요 근거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100페이지가 넘는 판결문의 일부 내용이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목격자·군인 진술도 ‘헬기 사격’ 사실과 부합 고 조비오 신부는 ‘1980년 5월 21일 광주 호남동성당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아래는 고인이 1989년 2월 2일 국회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한 내용입니다.“1980년 5월 18일부터 모든 상황이 끝날 때까지 광주에 머물렀다. 5월 19일부터 시민들의 시위와 시민들을 향한 계엄군의 폭행을 직접 목격했다. 나를 포함한 8명의 신부들이 5월 21일 오후 12시쯤 호남동성당에 모여 평화적 해결을 위한 회의를 했다. 큰 성과 없이 오후 1시 30분~2시쯤 회의를 마친 뒤 성당 정문을 나오자마자 헬기 소리를 들었고, 헬기가 전남도청 쪽에서 사직공원 쪽을 향해 비행했다. 헬기는 광주천 불로교 인근 상공에서 지축을 울리는 ‘드드드드득’하는 기관총 소리 세 번을 내면서 동시에 불이 ‘픽’하고 나갔다.”재판부는 먼저 고인의 진술을 충분히 믿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1989년 이래로 사망할 때까지 1980년 5월 21일 500MD 헬기에 의한 기관총 사격이 있었고 자신이 호남동성당에서 이를 목격했으며, 다른 곳에서는 헬기 사격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면서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목격자들과 일부 군인들의 진술 및 군 관련 문서들이 존재한다. 특히 피해자는 이 증거들의 일부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일관되게 진술했으므로 피해자가 직접 목격하지도 않은 장면을 마치 목격한 것처럼 진술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1995년 5월 기자회견 및 검찰 진술에서 ‘1980년 5월 21일 오후 광주 상공에서 500MD 헬기에 의한 기관총 가격이 있었다’고 진술한 고 아놀드 피터슨 목사 등 일부 목격자들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객관적 정황이 그 진술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관여했던 군인 일부의 진술도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에 부합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광주로 출동한 항공대(31항공단 103·501·506 항공대) 소속 헬기 조종사·부조종사들은 500MD 헬기에 7.62㎜ 기관총 2000발, AH-1J(일명 코브라) 헬기에 20㎜ 벌컨 500발을 무장했음을 자인했습니다. 그 중 500MD 헬기 부조종사 한 명은 지난 2017년 9월 검찰 조사에서 “500MD에 탑승하여 정찰하던 중 광주공원에 한 번 위협사격을 가하라는 내용의 무선교신을 듣고 명령권자가 누구냐고 묻자 무전교신이 끊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31항공단 탄약관리하사로 근무했던 증인은 이 사건 재판에 출석해 “1980년 5월 20일 또는 5월 21일 헬기 무장사들에게 20㎜ 고폭탄과 20㎜ 보통탄, 7.62㎜ 탄약을 지급했다가 그 중 20㎜ 보통탄과 7.62㎜ 탄약이 3분의1 가량 소비된 상태로 회수했다”고 말했습니다.군의 ‘헬기 사격 작전’ 문건도 여럿 재판부는 5·18민주화운동 전후로 작성된 군 관련 문서들을 통해서도 “적어도 구두 명령에 의해 1980년 5월 21일 실제로 500MD 헬기에 의한 사격이 있었음을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헬기 사격 사실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판단된 문서들의 내용입니다. 먼저 1980년 5월 22일 육군본부가 전투병과교육사령부(현 육군교육사령부·이하 전교사)에 하달한 지침입니다. 이 지침 문서에는 ‘헬기 작전계획 실시하라’면서 ‘시위사격은 20미리(㎜) 벌컨, 실사격은 7.62미리(㎜)가 적합’이라는 문언 등이 적혀 있습니다. 재판부는 비록 전교사에서 이 지침을 접수한 시점이 1980년 5월 21일 이후이고 육군본부에 작전통제권이 없어 이를 서면에 의한 명령서로 볼 수는 없지만, 계엄사인 육군본부의 지침과 무관하게 지역계염사가 작전을 수행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사격을 실시할 장소가 하천, 임야 및 산으로 기재되어 있어 목격자들의 진술이 이에 부합하고, 특히 ‘광주 시내 하천이 적합 시 실시’라는 기재는 이 문건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광주천 부근에서의 헬기 사격 목격 사실을 최초로 진술한 피해자(고 조비오 신부)의 진술에 부합한다. 또 ‘실사격은 7.62미리(㎜)가 적합’이라는 기재는 500MD에 장착된 7.62㎜ 기관총에 의한 사격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고 밝혔습니다. 고인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한 장소인 호남동성당이 광주천 인근에 있습니다. 전교사가 1980년 9월경 발간한 교훈집(이름은 ‘광주소요사태분석’)의 ‘부록 3 항공편’에 기재돼 있는 내용들도 “5·18민주화운동 기간 적어도 위협사격 이상의 헬기 사격이 실재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교훈집에 담긴 내용이 실제 있었던 상황을 분석한 것이라고 봐야 하고, 항공기 임무 중 하나로 기재된 ‘의명(명령에 의거함) 공중 화력 제공’은 ‘무장 시위’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 표현이라는 점에서 화력 제공은 헬기 사격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불확실한 표적에 공중사격 요청’이라는 기재는 헬기 사격 지시가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여 재판부는 “피해자가 목격한 바와 같이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무장 상태로 있었던 505항공대 또는 560항공대 소속의 500MD 헬기가 위협사격 이상의 사격을 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법원 “전씨도 ‘헬기 사격’ 사실 충분히 인식” 이제는 전씨가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재판부는 전씨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비록 계엄사의 정식 지휘계통에 있지는 않았으나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그 이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헬기 사격이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아래는 그 판단의 근거들입니다. #. 피고인은 1980년 5월 17일 오전 9시 30분쯤 보안사 정보처장을 통해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국회 해산, 비상기구 설치 등 ‘시국수습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통보하면서 계엄 확대 등을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결의 사항으로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 피고인은 보안사 소속 군인들 및 12·12 군사반란 이후 피고인과 함께 내란 집단을 구성한 것으로 인정되는 육군참모차장을 통해 계엄사가 1980년 5월 21일 자위권 보유 천명의 담화문을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 계엄사는 1980년 5월 21일 광주 외곽으로 철수한 이후 광주 재진입 작전 계획을 최종 수립했고, 그날 오후 12시 15분쯤 피고인과 국방부 장관, 수도경비사령관 노태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교사령관의 책임 하에 (1980년) 5월 27일 오전 0시 1분부로 작전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보안사에서는 ‘광주사태 일일속보철’을 작성했는데, 시간대별로 상황 보고가 이뤄졌고 공수부대의 투입 시기 및 장소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으며, 헬기의 이동 상황이 상세히 기재돼 있어 보안사령관이었던 전씨가 당시 상황을 모두 보고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또 전씨는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회고록을 집필하는 과정에서도 헬기 사격이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출간을 감행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전씨의 회고록이 출간된 2017년 4월 3일 이전인 같은 해 1월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전일빌딩에 대한 탄흔 분석을 통해 헬기에 의한 사격으로 추정되는 하향 사격이 있었다고 발표했고, 많은 언론이 이 발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전씨는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설을 부인하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국과수의 분석 결과에 대한 검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 2007년부터 초고 작성 작업에 참여하는 등 전씨의 회고록 집필을 담당한 민정기(전씨의 대통령 재임 시절 공보비서관을 지냄)씨의 수첩에는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주장에 대한 대응 방법이 적혀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부터 회고록 집필 지시를 받은 민씨는 헬기 사격설에 관해 다각적으로 검토한 후 회고록을 집필한 것으로 보이고, 회고록에서 국과수의 분석 결과에 대한 검토조차 하지 않은 사정은 피고인에게 허위의 인식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사과를 모르는 전두환 검찰은 재판부가 전씨에게 선고한 형량(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은 부당하다면서 지난 3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전씨 변호인도 판결 직후 “기본적인 사실관계에서부터 납득이 안 되는 판결이 나왔다”고 말한 만큼 조만간 항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전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피고인은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의 헬기 사격 여부가 중요한 쟁점임을 인식하고도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범죄사실을 모두 부인함으로써 특별사면(1997년 12월 22일)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였고, 자신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담은 회고록을 집필·출간했다는 점에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며, 과거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으로서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픈 현대사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피고인에 대해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피고인은 지금까지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성찰이나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고, 피해자의 유족인 고소인으로부터도 용서받지도 못했다.”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4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전씨는 당시 계엄군의 유혈 진압에 희생된 사람들과 유족들에게 지금까지 사과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연희동 자택을 나설 때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친 시민에게 “말 조심해 임마!”라고 외쳤습니다. 이 사건 재판에 출석해서도 조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제 전씨의 이런 모습은 그만 보고 싶습니다.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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