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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X파일과 솔로몬 해법/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X파일과 솔로몬 해법/우득정 논설위원

    옛안기부 불법도청사건을 놓고 장내외 공방이 치열하다. 검찰은 도청테이프 유출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는 등 국가권력기관의 불법도청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장외에서는 도청내용의 수사 여부 및 공개 수위를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폭로된 삼성그룹의 불법대선자금 전달 의혹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도청내용 중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은 모두 수사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는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론을 들어 수사불가를 주장하는 측도 있다. 공개 문제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을 의식한 탓인지 신중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제한된 범위의 공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가칭 ‘진실위원회’라는 형식의 민간기구를 구성해 도청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처리방향을 정하자고 제안한 것도 불법성을 타개하려는 우회 접근법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불법도청 ‘X파일’의 안전한 뇌관 제거법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법조인들은 독수독과(毒樹毒果,Fruit Of Poisonous Tree)론을 근거로 도청내용에 담긴 불법성이 아무리 중대하더라도 기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우리보다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대한 판례가 많이 축적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법 상식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불법으로 취득된 정보가 형사재판에서는 증거능력이 배제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인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불륜현장을 포착한 사진처럼 촬영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불법도청 내용이 다른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증거능력으로 배척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미국의 이러한 판례를 원용할 때 불법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의 내용은 수사는 말할 것도 없고 공개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것이 옳다.‘검찰 너만 보느냐. 나도 좀 보자.’는 식의 주장은 아무리 국민의 알권리라는 용어로 포장하더라도 명분이 약하다. 독성물질은 자격증 소지자만 다뤄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 계선상에 있는 검찰 관계자와 일반인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3년 말부터 정국을 뒤흔들었던 대선자금 수사 때에도 ‘판도라상자’ 논란과 특검론이 대두됐지만 정작 수사가 끝나자 아무런 이론도 제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X파일 건도 미리부터 콩이야 팥이야 하는 식으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독성물질 취급 자격증 소지자인 검찰이 수사하는 것을 지켜본 뒤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추가 조치를 강구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도청내용의 수사 및 공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번 편법을 허용하면 또다시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에 참지 못하면 불법도청 유혹에 또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가기관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범죄행위를 한 것인 만큼 관련자의 철저한 응징과 단죄를 통해 재발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초법적인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도청내용을 수사하고 공개하자는 주장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적법 절차의 존중이야말로 X파일의 혼란을 수습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 만들기] 남편의 정신학대 무서워 이혼 하려고 하는데…

    ‘그는 나를 때린 적이 없어. 생활비도 꼬박꼬박 챙겨줬지. 늘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그런데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몇달 전 저녁 생각을 정리하느라 메모를 적어 봤습니다.‘맞아, 그는 남자 특유의 권위의식으로 나를 언제나 무시했지. 알긴 뭘 아느냐고, 살림이나 잘 하라고. 나는 그런 말이 너무 공포스러웠어. 그 앞에서 언제나 나는 작아지기만 했고, 대화는 단절됐지.’제가 내린 결론은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이혼의 정당성을 따지고 그에 대한 입증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해지고 말 것 같습니다. -이정희(38·가명) 가사소송은 민사소송절차에 준하여 처리됩니다. 이는 당사자가 법관에게 서증이나 물증 등의 증거를 확보해 보여주며 입증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밀폐된 집안 내에서 벌어지는 부부간의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따지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누구에게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데 심리의 상당 부분을 할애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이혼에 대해 누가 대비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남편과의 말다툼을 녹음한다든지 다툼 끝에 구타를 당했다고 진단서를 받아놓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남편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각서를 받기도 하지만 이혼 법정에서는 자필로 서명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피로 쓴 혈서마저 부인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때때로 이혼 당사자들은 조작된 증거자료를 법원에 내기도 합니다. 이혼소송을 당한 남편이 흥신소에 의뢰해 가짜로 아내에 대한 간통죄 증거자료를 만들어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또는 속옷이 두 동강 난 사진을 찍어 아내가 손으로 찢었다며 사진을 제출하는 남편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허위증거는 공판 과정에서 신빙성이 없다는 점이 밝혀지게 됩니다. 부부의 결혼생활을 잘 아는 사람의 증언도 증거로 채택이 가능합니다. 법관이 양 당사자의 법정 진술태도를 보고 과연 혼인파탄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헤아려 판단하므로 증거자료 확보에 심하게 치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체면문화가 중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친정 식구들에게조차 자기 남편을 흉보는 것을 꺼리는 여성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주변 사람의 증언을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정희씨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편과의 갈등을 묻어두고 참고 살다가 한계를 느꼈을 때 변호사를 찾아와 의논하곤 합니다. 남편의 귀책사유를 입증할 증거가 있을 리가 없죠. 증거가 없을 때는 정황증거를 요긴한 자료로 쓰기도 합니다. 만일 이정희씨가 남편으로부터의 정신적 학대를 못이겨 진료를 받은 자료가 있다면 법관이 당시 상황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의 외도에 대해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때도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을 달력 등에 표시해 놓은 것만으로도 상황에 대한 추측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또는 재판 도중에 법원을 통해 남편의 통화내역이나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해 보면 뜻밖의 자료를 얻어내기도 합니다.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법률상 이혼이 가능한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여지는지를 따지는 가사소송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족 갈등에 해소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 (www.e-happyhome.or.kr/032-8627-119)에서 상담을 통해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 [박기철의 플레이볼] KBO조치에 한표를

    부상을 이유로 올스타전에 불참한 선수들에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당분간 출전을 자제토록 권고한 일을 놓고 한동안 야구계가 시끄러웠다. 핵심은 규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KBO가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KBO는 그런 권한을 충분히 갖고 있다.KBO의 권한이란 결국 커미셔너, 즉 총재의 권한인데 총재는 야구규약 171조에 따라 규약에 없는 사항이라도 야구의 발전과 이익에 저해되는 모든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법치국가에서는 법률에 미리 정해지지 않은 일로 처벌을 받거나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에서만은 예외다. 스포츠의 규약이나 규칙은 스포츠맨십을 바탕으로 한다. 규정에 없는 행위라도 스포츠 발전에 저해가 된다면 커미셔너에게 해당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규약은 법원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976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 찰스 핀리가 핵심 선수 3명을 당시 단일 트레이드 사상 최고액인 350만 달러에 팔려고 했을 때 커미셔너인 보위 쿤이 무효화시킨 일이다. 세 선수는 모두 그 해를 마지막으로 자유계약(FA) 신분이 되기 때문에 구단은 팀에 소유권이 있을 때 트레이드를 하려고 했다. 지금은 아주 흔한 일이다. 하지만 커미셔너는 이 행위가 야구에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트레이드를 금지시켰다. 핀리 구단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커미셔너의 손을 들었다.“커미셔너가 독단적으로 자신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 조항으로 불리는 커미셔너의 권한은 이미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권한이 생겨난 것은 커미셔너 제도가 야구에 도입된 1921년이다. 당시 초대 커미셔너로 취임한 랜디스 판사에게는 “규약에 없더라도 ‘야구의 최선의 이익에 해가 되는’ 모든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내릴 권한과 이 조치에 반한 일체의 법률 소송을 걸지 못한다.”는, 황제와 다름없는 지위가 부여됐다. 이후 구단주들에 의해 권한은 대폭 제한됐지만 제3대 포드 프릭은 은퇴를 앞두고 “구단을 비롯한 야구계 전체의 손해”라고 설득, 권한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일부에선 이번 올스타전 불참 선수에 대한 출전 자제 권고가 사후 약방문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올스타전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2∼3주의 진단서가 나왔다면 최소 4∼5일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강제 조치는 상식이 안 지켜질 때 발동된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비운의 숭례문’ 어제와 오늘

    ‘비운의 숭례문’ 어제와 오늘

    한양 도성 축조공사가 한창이던 1390년대 중반. 공사 현장시찰에 나선 태조 이성계는 흥인문(동대문) 축조 현장에서 따르던 신하들에게 이렇게 일렀다.“이곳은 강원도 중원과 동북면으로 통하는 요로인데, 방비가 허술해서야 되겠는가. 중국의 예를 본받아 옹성을 쌓도록 하라.” 서울 4대문 성곽이 생긴 배경을 엿볼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국보 제1호 숭례문. 우리가 흔히 남대문으로 아는 이 문루건물은 조선왕조의 허망한 몰락이 갖는 비운의 상징성을 아직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고층 빌딩에 에워싸인 서울 도심지 남대문로 4가. 휘하에 거느릴 한 치의 성곽도 없이 마치 버려진 듯 서있는 국보 1호 숭례문의 몰골은 우리 문화재, 더 넓게는 역사와 문화를 보는 우리의 닫힌 시선과 몰지각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비운’의 연장선상에 있다. 옛 성곽건축의 특성상 중앙에 홍예문을 낸 하부 석축구조에 상부는 다포양식의 목구조를 한 이 건축물은 1세기가 넘도록 계속된 차량 진동과 매연 등 공해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돼 하루가 다르게 퇴락을 거듭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석재는 심각하게 산화되어 있으며, 목재와 단청도 본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가 의도한 숭례문의 비애 이 숭례문의 비운은 일제의 침탈과 궤를 같이 한다. 을사늑약 3년 뒤인 1908년(순종 2년) 일제는 전차 통행로를 확보한다며 이곳의 성곽을 모두 헐어냈다. 도시계획의 개념조차 없었던 당시에 숭례문을 보호할 이렇다할 조치 하나 없이 조선왕조를 지탱한 성곽은 허망하게 헐려나갔고, 이곳의 석재는 아무나 가져다가 주춧돌이나 담장석으로 썼다. 이보다 앞선 1907년에는 일제의 군대해산령에 맞서 우리 군대와 일본군이 이곳에서 대치,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조사 결과 숭례문 목재부에는 아직까지 당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 일본군이 이 곳에서 우리 군대와 대치하던 중 기관총을 난사했으며, 그 격전으로 상당한 훼손을 입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제에 저걸 없애버려? 이후 상당 기간 숭례문은 ‘비보호’의 몰골로 방치됐다. 건물 중앙 홍예문 안으로는 전차가 지나다녔는데,‘전차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문루가 심하게 흔들렸다.’는 당시의 기록까지 전하고 있다. 당시 왜인들 사이에서는 “차제에 숭례문을 헐자.”는 주장까지 나왔다.“쓸모없는 문루가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몰골도 흉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1934년까지 사실상 방치해 오다 그해 일제는 숭례문을 국보 1호(당시는 보물 1호)로 지정했다. 일본 문화재를 국보로 지정한 것과 달리 우리 문화재는 격을 낮춰 보물로 지정한 것도 그렇지만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한 배경도 한마디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일제는 문화재의 가치 보다는 서울-경기-충청-호남 등 거리에 따라 문화재에 일련번호를 매겼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한 것. 일본 도후쿠(東北)대 특별연구원인 오다 히데하루(太田秀春)는 국내 학술지에 ‘임진왜란 당시 고니시 유키나카(小西行長) 등 왜군이 이 문을 지나 한양에 입성한 사실을 기념해 일제가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했다.’는 요지의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으나 그 진위는 가릴 길이 없다. ●이윽고 논란이 일다 이런 엉터리 지정은 두고두고 ‘국보 1호’의 정당성 논란을 빚는 근거가 됐다. 논란이 일자 지난 96년 문화재청(당시 문광부 소속 문화재관리국)은 ‘일제지정문화재 재평가위원회’를 구성, 일제가 지정한 문화재의 명칭과 등급의 적정성을 심사하기도 했으나 숭례문에 대해서는 ‘상징성이 있으니 그대로 두자.’고 결론을 내렸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련의 논의 과정 어디에서도 숭례문을 비롯한 4대문의 위용을 되살릴 성곽 복원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당시에도 문제제기는 있었다. 일부에서는 ‘국보1호의 상징성을 감안, 성곽도 없는 남대문보다는 한글 등 다른 문화재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문화재에 애당초 서열은 없다.’는 논리에 밀려 사그라지고 말았다. 지난 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돼 정부가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설 때에도 일제의 의도를 배제하고 자주적인 문화재관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성곽 복원, 부끄럽지만 당장은…” 논란은 최근 서울시가 이 일대 교통체계를 바꿔 주변을 정비하면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서울시의 시도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국보 1호를 언제까지 이벤트의 대상으로만 봐야 하느냐?”며 “이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곽을 복원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 물론 정부가 숭례문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숭례문 관리와 주변 성곽의 복원을 전제로 한 실측작업이 지난해 시작돼 현재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주변 교통여건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면서도 “국보 1호라면서 정확한 도면 하나 갖지 못한 사실을 무척 부끄럽게 여기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복원해야 할 문화재 사업의 중요 과제”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실측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겠지만, 주변의 개발 실태나 지반 여건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며 “정부도 추후 성곽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당장은 이보다 기존 건축물 보존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장 조사 결과 숭례문은 지반 부동침하와 차량 진동, 매연 등의 영향으로 하부 석구조가 뒤틀리고 있으며 북쪽에서는 석재가 뭉터기로 떨어져 나가거나 부식이 심해 부서질 지경이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때 새로 단장한 단청도 검게 그을려 국보 1호의 위신을 형편없이 구기고 있다. 현존하는 서울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이자 국가 지정문화재의 얼굴 격인 숭례문. 그 역사성과 상징성에 견줘 볼 때 지금의 참담한 몰골은 우리의 문화적 뿌리의식과 정체성마저 혼란스럽게 뒤흔들기에 족하다. 성곽을 거느리지 못한 성문의 비애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국보1호’ 숭례문 略史 숭례문은 조선 왕성인 한양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으로, 남쪽에 있다 해서 남대문이라고도 불렀다. 현재 서울에 있는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98년(태조 7년)에 지었으며 지금 건물의 원형은 1447년(세종 29년)에 고쳐 지은 것이다. 지난 61∼63년 대대적인 해체·수리공사가 있었으며, 이 때 1479년(성종 10년)에도 크게 보수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숭례문은 돌을 쌓은 석축 중앙에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을 만들고, 그 위에 정면 5칸, 측면 2칸 크기로 지은 문루 건물이다. 포작은 ‘외삼출목칠포작 내이출목오포작(外三出目七包作 內二出目五包作)’ 형식을 가진 다포식이면서도 살미와 첨차의 구조가 강건하고 견실해 조선 초기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축기단 윗면에는 전돌로 쌓은 여장(女墻)을 돌렸으며, 동서 양쪽에 협문을 두어 계단으로 오르내리게 했다. 기단 양측은 원래 성벽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나 1908년(순종 2년) 일제가 전차를 도입하면서 길을 내기 위해 헐어내면서 차츰 성곽이 멸실되고 말았다. 건물 내부의 아래층 바닥은 중앙 통로 부분을 제외하고는 흙바닥이며 위층은 널마루를 깔았다. 기둥은 굵직한 두리기둥이며, 우진각 겹처마 지붕의 사래 끝에는 토수(吐首)를 씌우고, 추녀마루에 잡상(雜像)과 용두를, 용마루 양끝에는 취두(鷲頭)를 올려 놓았다. ‘崇禮門’이라는 현판은 양녕대군이 썼다고 전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박용성회장 승계 원천무효”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겸하고 있는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은 21일 저녁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박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원천 무효이고, 박용성 회장 등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적발됐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 명예회장은 검찰 수사중임을 이유로 질문을 일절 받지 않고 10분 만에 회견장을 떠났다. 박 회장은 성명서에서 “이번 박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정당성이 없는 것이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은 그동안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 사적으로 유용하고 해외 밀반출을 해왔던 것이 최근 본인에게 적발되자 공모해 일방적으로 명예회장으로 발표하는 등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박 명예회장은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이미지답게 그동안 깨끗하고 정의롭게 그룹을 운영해 온 것을 자랑으로 여겨 왔다.”면서 “용성·용만 두 형제가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고도 반성은 커녕 형을 회장직에서 축출하고 모함하는 등의 작태를 연출했음을 국민 앞에 밝힌다.”고 말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neoPSAT와 함께하는 실전강좌] 언어논리 영역-단락의 중심 내용 파악 우선돼야

    ●가이드 언어논리영역의 주된 평가요소는 내용 파악, 파악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추리, 이해와 추리를 바탕으로 한 분석과 평가 등이다. 이 중에서도 내용 파악은 모든 문제 유형의 기초이면서 독립적인 유형으로도 상당한 비중으로 출제된다. 이 유형이 낯익다 하더라도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면 정답률이 의외로 낮다. 실전문제에 준하는 난도를 지닌 연습문제를 통해 확고한 독해력의 기초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예시유형 둘 이상의 단락으로 구성돼 있는 글에서 각 단락의 중심 내용을 바르게 파악했는지를 묻는 유형. ●해법 표제 형식으로 단락의 중심 내용을 간추리는 경우에는 주지(주제문)를 다시 간추림으로써 단락의 중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요지문 형식으로 단락의 중심 내용을 간추리는 경우에는 주지(주제문)가 곧 단락의 중심 내용이거나, 주지와 뒷받침 문장을 합성하여 요지문을 구성할 수도 있다. ●문제 다음 각 단락의 중심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근대 시민 사회의 경제적 기반은 자본주의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을 바탕으로 형성 가능한 체제이다. 영리 활동의 근간은 이기심이기 때문이다. 국부(國富)의 기초를 활발한 영리 활동에서 보았던 스미스(A.Smith)가 인간의 이기심을 자연적 성향으로 보고 그 성향이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하여 공공의 이익을 낳는다고 생각한 것은 탁견이었다. 사익의 추구가 공익을 낳는다는 논리에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담겨 있다. (나)인간은 ‘자연적으로’ 이기심을 갖고 있고, 그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사익의 추구가 ‘자연스럽게’ 공익을 낳는다는 생각은 매력적이다. 이제 인간이 할 일은 이기심의 자연스러운 발현을 방해하지 않는 일이다. 사익의 추구가 공익을 낳을 수 있는 장(場)을 열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장은 바로 시장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사회적 적자생존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개인의 이기심은 최선을 다해 사익을 추구할 것이고 그 결과 사회는 전체적으로 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스미스를 위시한 근대 시민 사회 초기의 시장론자들의 가정이 옳다고 해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모델도 보완되어야만 할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시장이 적자생존의 장이라고 할 때, 시장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 세계가 아닌 이상 시장에서 도태된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적 부조(扶助)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의 승자들이 소득의 일부를 내어 경쟁의 패자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라)시장의 논리가 삶의 다른 영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 것인가 하는 물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장의 논리는 사회 전체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은 경제적 풍요를 누릴 것이며, 국부는 증대할 것이다. 그런데 경제 이외의 부문에도 시장의 논리가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시장의 논리로 인해 사회가 삭막해진다거나 문화적 상상력이 고갈된다면 어찌할 것인가? 일단 시장론자들은 그것은 경제 이론이 해결할 과제는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정당한 항변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정당성은 분업이 낳은 사회 분화에 근거를 두는데, 실은 사회 분화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마)시장론자들에 대한 반론은 시장론자들의 가정을 존중하고 그 가정에 입각하여 제기될 수 있는 내재적 문제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론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반론들은 시장 경제 이론의 가정 자체에 대한 이론(異論)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장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사익의 추구가 ‘자연스럽게’ 공익을 낳는 사회가 인류가 알고 있는 다른 모델보다 부작용이 적다면, 우리는 시장 이론의 기본 가정을 유지하면서 현실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1)(가)-이기심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에서 자본주의는 출발한다. (2)(나)-시장을 통해 사익의 추구는 공익을 낳는다. (3)(다)-사회적 도태의 부작용은 사회 부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4)(라)-시장 이론은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5)(마)-시장 이론의 틀 안에서 현실 문제의 극복을 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설 (가)의 핵심어는 단연 ‘이기심’이다. 스미스로 대변되는 시장론자들(즉, 자본주의)은 이기심을 사회적 부의 기초로 여겼다는 게 이 단락의 핵심이다. (나)는 이기심의 ‘자연스러운’ 발현을 돕는 시장의 존재에 관한 내용이다. (다)와 (라)는 시장 이론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점은 시장 이론의 ‘틀 안에서’ 제기되는 문제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이 점을 놓치면 논지의 핵심을 놓치기 때문이다.(다)에서 제기된 문제는 ‘패자’의 처리 문제이다. 그 해결책은 ‘사회적 부조’이다.(라)는 시장 논리가 사회의 다른 분야에 미칠 영향에 관한 문제 제기이다. 이에 대해 시장론자들은 경제 이론의 영역 밖이라고 답할지 모르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매우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필자의 생각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시장론자의 항변’이 갖는 정당성은 사회 분화에서 오는데, 그 사회 분화라는 현상은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바로 필자의 비판이다. (마)는 결국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필자는 우선 시장 경제의 기본 가정을 유지한 상태에서 시장 이론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답은 (4).
  • [공연리뷰] 암살자들

    [공연리뷰] 암살자들

    ‘암살자들’(Assassins)은 미국 뮤지컬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이다. 그가 가사를 쓴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제외하면 국내에 그의 작품이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때문에 ‘뮤지컬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극찬을 받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았다. 무대는 카니발 사격장. 주인은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에게 대통령을 쏘라고 부추기며 총을 판다. 그저 놀이공원의 종이 목표물에 총알을 쏠 것처럼 담담하게 총을 챙겨 뿔뿔이 사라지는 사람들. 하지만 이들은 실제 미국 역사에 등장하는 9명의 암살범들이다. 링컨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 루스벨트에게 총을 쏜 주세페 장가라, 존 F 케네디를 죽인 리 하비 오스왈드….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스티븐 손드하임은 암살자 스스로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의 정당성을 말할 권리와 자유를 준다. 누구는 아무도 출판해주지 않는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누구는 사랑하는 애인이 유명해지도록 하기 위해, 누구는 숭배하는 여배우의 전화를 받기 위해 대통령에게 총을 겨눴다. 사회에서 낙오돼 밑바닥 삶을 전전하는 이들이 진정 원한 건 사회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이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려는 오스왈드에게 부스를 비롯한 역대 암살범들이 나타나 대통령을 쏘라고 충동하면서 던지는 대사는 의미심장하다.‘자살하면 아무도 널 기억하지 않아. 하지만 대통령을 죽이면 역사가 널 기억해.’ ‘암살자들’은 부드러운 감성에 호소하기보다는 차가운 이성에 기대는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미덕으로 꼽히는 감미로운 멜로디와 흥겨운 춤의 향연을 미련없이 내던진 대신 사회비판적인 대사를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기존의 뮤지컬 경험을 뛰어넘는 신선한 충격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난해하고 지루한 공연으로 다가올 것이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3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56-855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對北 전력지원 국회동의 받아야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한국이 매년 200만㎾의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중대제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미국은 한국측의 제안을 호의적이고 창의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고, 일본과 유럽연합(EU)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한 셈이며 북한도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7월 말 열리는 6자회담에서는 한국의 중대제안을 바탕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해 한반도비핵화의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할 것이다. 대북 전력지원은 북한의 핵폐기 유도와 경수로 건설포기에 따른 대안으로서 그 효용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력지원 구체화에 앞서 국내외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전제들은 적지 않다.6자회담에서 북한의 수용여부도 관건이지만,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대북카드와 함께 한국의 제안이 종합검토되어야 한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북한의 명백한 핵폐기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제안도 제안에 불과할 뿐이다.6자회담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북지원 비용도 참여국들이 일정부분 기여하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200만㎾의 전력은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문제다. 정부는 경수로 건설비용에서 남은 24억달러를 송전시설 등의 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기생산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중대제안을 만들기까지는 보안이 필요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 추진에 있어서는 반드시 국회동의 절차 등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대북지원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전력지원의 기술적인 문제도 국민들이 신뢰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02년 북한이 전력지원을 요청했을 때 한국전력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때와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원전력의 생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계획을 밝혀야 한다.
  • [씨줄날줄] 연령차별금지법/우득정 논설위원

    근로기준법 31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고용조정)는 정리해고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대상자의 공정한 선발, 성실한 협의 등 4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중 대상자 선발은 연령, 근속기간, 부양의무의 유무, 건강상태 등 근로자 각자의 객관적 사정을 기초로 사회적 보호를 덜 필요로 하는 근로자부터 해고하여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다. 나이가 젊고 근속기간이 짧으며 결혼하지 않은 건강한 근로자부터 자르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근속기간이 긴 고령자부터 퇴출된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사실은 인건비 부담이 퇴출 기준이다. 다만 정리해고를 했다가는 패소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퇴직금에 몇 푼 더 얹어주는 명예퇴직 방식이 동원된다. 어느 새 명예퇴직은 기업 경영의 선택이 아닌 필수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주된 직장’ 퇴직연령이 남자는 55세, 여자는 52세다. 정년을 채워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는 11.8%에 불과하다. 특히 은행권은 50세 이상 재직자가 4.5%, 정년 퇴직자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요 선진국들이 고령화사회를 맞아 연금 부담을 덜기 위해 정년을 늘리거나 정년을 금지하는 입법을 통해 하루라도 더 일자리에 붙들어매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추세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인해 고령화 진행속도가 가장 빠르다. 한국이 2050년까지 현 수준의 노동 공급을 유지하려면 은퇴연령을 11년 정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않는 조기 퇴출 풍조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며칠 전 정부가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정리해고되거나 급여 또는 업무 배치에서 불이익을 당할 경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연령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2년 전에도 의원 입법형태로 유사한 법 제정이 추진되다가 꼬리를 감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리 큰 기대를 가질 바는 못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거꾸로 가고 있는 사이 고령화의 그늘은 점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누가 앞장서 외칠 것인가.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얼라이브

    재채기를 심하게 하는 사람을 두고 당신 왜 자꾸 재채기를 하느냐고 따질 수 있을까. 물론 이는 부당하다. 재채기는 생리적 현상이고, 인간의 의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재채기를 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따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대꾸를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당신도 코감기에 걸린다면 재채기를 피할 수 있겠어. 어쩔 수 없는 현상을 가지고 시시콜콜 따지는 당신의 작태가 오히려 한심할 뿐이야.” 문화는 상황의 산물이다. 한 국가의 특수한 환경에서 어떤 특정한 문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문화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시비를 가리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이 문화적 상대주의자들의 논리다. 쉽게 말해 재채기가 재채기를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면 그 재채기를 두고 옳으니 그르니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시신을 토막내어 새에게 먹이는 티베트의 장례문화인 천장(天葬)을 금지하기 위해 티베트에 모진 박해를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은 천장 문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티베트에서는 고산지대의 한랭건조한 기후 때문에 땅 속에서 시신이 쉽게 썩지 않으며, 일부 지역을 제외한 티베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목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시신을 태우는 화장(火葬)은 일부 특권층이 아니면 엄두도 낼 수가 없다. 물에 시신을 흘려보내는 수장(水葬)은 귀한 물을 오염시키게 되니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랭건조한 기후가 흙을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에 시신을 묻는 토장(土葬)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 천장이다. 천장은 티베트에서 가장 빠르고 깨끗하게 운구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티베트인들이 천장을 택한 것은 아니다. 천장에는 티베트인들의 불교적 가치관이 투영돼 있다.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육신을 새들에게 보시(布施)함으로써 인생을 선행으로 마무리하는 명예로운 방법이라고 티베트인들은 생각한 것이다. 티베트의 환경과 종교를 고려할 때 천장이 비도덕적이라고 함부로 단정하긴 곤란하다. 1972년 12월 교황청은 “생존을 위해 인육(人肉)을 먹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가 있기 전에 영화 ‘얼라이브’의 소재가 된 사건이 있었다.1972년 10월 전세 비행기가 눈으로 덮인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것이다. 조난자들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72일을 버텼을 때 구조대원들이 도착했다. 도덕을 택해 죽음쪽으로 갈 것인가, 인육을 택하여 삶쪽으로 갈 것인가의 기로에서 삶을 선택한 이들에게 교황청이 면죄부를 준 것이다. 도덕적 상대주의는 다른 게 아니다. 만약에 나였더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에 다름 아니다. 프랭크 마셜 감독, 에단 호크·빈센트 스파노 출연,1993년작. 김보일 서울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盧의 ‘正治’조건은 내각제? 의회해산권?

    盧의 ‘正治’조건은 내각제? 의회해산권?

    개헌을 향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듯하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10월 집권할 경우 ▲2004년 총선에서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고 ▲현행 헌법에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시범운용한 뒤 ▲2007년 개헌 추진이란 단계별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해찬 총리에게 일상적 국정 운영을 맡기는 등 내각제 개헌의 전 단계까지는 이행되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은 ‘연정 구상 파문’을 계기로 개헌 논의의 속도를 급속하게 높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정계·학계·언론계 등의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연정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뤄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정 얘기를 꺼내면 ‘야합’이나 ‘인위적 정계개편’이라고 비난부터 하니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을 추진한다는 분명한 언급도 하지 않았고,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대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정황상 개헌 공론화로 해석될 뿐이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대안이 있지만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는 어떤 대안을 말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수용은 되지 않고 억측과 비난만을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다.”면서 입장 표시를 유보한 상태다. 노 대통령이 읽었다는 강원택 숭실대 교수의 ‘한국의 정치 개혁과 민주주의’는 현행 대통령 선거는 지지자보다 반대자가 많아도 당선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과반수 이하의 지지로도 당선되는 단순다수제는 대표성과 정당성 측면에서 큰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 교수는 제시한다. 아울러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명부 의석과 지역구 의석을 반반씩 하는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에 무게를 둔 듯하다. 노 대통령은 야대 국회는 각료 해임건의안을 들이대고, 각료들은 흔들리고, 결국 대통령이 영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흔들리니 개혁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고, 국회 해산권이 없는 대통령과 정부는 일방적으로 몰려서 국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불합리한 권력구조를 바꾸자는 논지는 대통령제 보완일 수도 있으나, 노 대통령의 공약과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대통령제 보완보다는 내각제 개헌쪽에 가깝다. 노 대통령은 왜 조기 개헌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까. 윤광웅 국방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는 외형상 명분에 불과하다. 노 대통령은 개헌을 국정의 난맥상을 돌파하려는 특유의 승부수로 삼은 듯하다. 연정 파문이 일자 내친 김에 개헌 추진의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집권 후반기의 화두는 내각제 개헌과 남북문제로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日우익, 도쿄재판 정당성 부인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이 패전 60주년을 맞아 2차대전 패전국으로서의 전후질서를 규정당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의 정당성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일본 야스쿠니신사는 “A급 전범은 일본 국내에서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도쿄신문을 통해 공식 밝힌 데 이어 25일에는 신사 경내에 도쿄재판 당시 모든 피고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인도인 펄 판사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을 세우고 제막식을 가졌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도 26일 후지TV에 출연, 도쿄재판의 정당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A급 전범이 범죄인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28일 발족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지지하는 자민당 국회의원 모임은 A급 전범에 대한 “유죄 판결의 문제점”을 앞으로 모임의 논의과제로 삼을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주일 인도대사관 무관 등 40여명이 참석한 비문 제막식에서 야스쿠니신사측은 “일본 무죄론을 전개한 아시아의 학자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펄 판사는 도쿄재판에 참여한 11명의 판사 중 유일한 국제법 학자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을 포함한 피고 전원의 무죄를 주장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야스쿠니신사는 앞서 도쿄신문에 보낸 서신에서 A급 전범은 “일본 국내법으로는 범죄자가 아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도쿄재판에 대해서도 “재판이 절대 옳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야스쿠니신사의 이런 입장은 A급 전범의 전쟁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야스쿠니 참배가 “전쟁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고이즈미 총리의 설명과도 모순되는 것이다. 일본은 A급 전범의 전쟁책임을 인정한 극동국제군사재판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1951년 샌프란시스코조약을 통해 독립국의 지위를 회복했다. 도쿄신문은 야스쿠니측의 이런 입장은 고이즈미 총리가 아무리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전몰자 추도를 위해’ 참배한다고 주장해도 참배 자체가 전쟁책임을 모호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야스쿠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taein@seoul.co.kr
  • [생각나눔] ‘낭만 포차’와 ‘불법 포차’ 사이

    ‘포장마차에 대한 낭만적 표현을 삼가해주세요.’ 서울시는 언론·출판계 등의 협조없이는 불법 노점상을 뿌리뽑을 수 없다고 판단, 관련 단체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당부했다. 불법 노점상과의 전쟁 선포와 함께 언론·출판계를 우군(?)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시 이종상 건설기획국장은 24일 “불법 노점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도시의 면모를 바꿀 수 있다.”면서 “신문·방송사 등 29개 기관과 한국프로듀서연합회, 방송작가연합회, 시나리오작가연합회, 영상시나리오작가연합회 등 관련 단체에 협조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공문에서 “불법 노점들이 지하철 역세권 등 다중밀집지역에 난립해 시민들의 보행권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면서 “임대료 및 세금납부, 위생검사 등 여러 측면에서 정상영업을 하는 허가업소와 법을 지키는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등 형평성을 훼손하고, 생계형이 아닌 치부용으로 변질한 곳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단속 때 각종 매스컴을 통해 노점상 입장에서 취재·보도되는 바람에 단속의 정당성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장 명의로 된 공문 말미에서는 “노점 행위를 명예퇴직 등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재기의 수단으로 미화한 언론 보도가 불법을 조장한다.”면서 협조를 당부했다.특히 정치인 등 유명인사가 노점에서 음주하는 모습 등을 방영, 노점을 이용하는 게 일종의 멋과 낭만으로 인식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이라크 무장세력 고문실서 생존자”

    이라크 무장세력들이 ‘고문실’을 운영하면서 이라크 국민들을 납치, 고문하고 학살한 현장과 생존자들이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카라빌라 지역에서 반군 소탕작전을 펼치던 미 해병대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전깃줄, 올가미, 수갑 등이 비치된 고문실과 수갑을 차고 있는 4명의 생존자를 발견했다. 이같은 형태의 고문실은 그동안 무장세력의 거점도시였던 팔루자 등에서 20여곳 발견된 적이 있지만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증언해줄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족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다 느닷없이 무장세력들에 의해 납치된 뒤 22일 동안 심한 고문을 당했다는 생존자 아메드 이사 파실은 “인질범들은 날마다 사람을 죽였다.”면서 “전기고문을 당할 때에는 영혼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파실의 등에는 채찍으로 맞은 흉터가 남아 있었고, 피부 곳곳에는 전기고문의 충격으로 생긴 얽은 자국이 눈에 띄었다. 그는 “납치범들은 왜 나를 납치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말하지 않았다.”면서 아마 이라크군에서 9개월 동안 근무한 경력 때문에 끌려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카라빌라의 고문실에서는 무장세력의 교범으로 보이는 ‘성전 행동강령’이라는 책도 발견됐는데 ‘최고의 인질을 고르는 법’‘이교도 참수의 정당성’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다우닝街 메모’ 워싱턴 정가서 불꽃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정치권이 이라크전의 정당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의 ‘다우닝가 메모’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렸다. 지난달 1일 영국의 런던 선데이 타임스가 처음 폭로했던 다우닝가 메모는 ▲지난 2002년 이라크 문제가 유엔으로 가기도 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미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으며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정보를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한 구실로 삼기로 했고 ▲이라크의 WMD 관련 정보는 그같은 결정에 따라 맞춰질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 메모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2002년 7월23일 워싱턴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온 뒤 런던 다우닝가에 위치한 총리 공관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에서 정보책임자인 리처드 디어러브 경이 언급한 내용을 기술한 것이다.지금까지 백악관은 2003년 5월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유엔에서 이라크의 WMD와 관련한 정보에 대해 긴 연설을 한 뒤 부시 대통령이 전쟁을 결정했다고 말해왔다. 미 민주당 의원들은 이 메모의 내용으로 볼 때 부시 대통령이 의회를 ‘속인’ 것이 분명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등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존 코나이어 등 6명의 하원의원은 16일(현지시간) “다우닝가 메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무려 유권자 56만명의 서명과 함께 백악관으로 들고가 직접 건넸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의회에서 반전주의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우닝가 메모와 관련한 비공식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중진인 찰스 랭글 의원은 “의회를 속였다면 ‘탄핵’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지난해 아들을 이라크전에서 잃은 주부 신디 시한이 토론자로 나와 “진실을 알아야겠다.”면서 “정부가 감출 것이 없다면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CNN이 전했다. 또 뉴욕 출신의 민주당원인 제롤드 내들러는 행사에서 “부시 대통령이 미국을 일부러 속여 전쟁으로 끌고 갔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공영 라디오인 NPR는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병사의 가족들이 “이번 사건은 부시의 ‘워터게이트’일 것”이라면서 “언론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한편 다우닝가 메모가 처음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5일 민주당 하원의원 122명이 “진짜로 정보를 정책에 꿰어맞췄느냐.”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백악관은 답변하지 않았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기자들의 코멘트 요청에 “이라크전을 가장 앞장서 반대했던 코나이어 의원 등이 다 지나간 얘기를 반복하는 것”이라면서 “과거 문제보다는 이라크를 빨리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한 블레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무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서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답변한 바 있다.dawn@seoul.co.kr
  • [신연숙칼럼] 황우석 담론 활발해져야

    [신연숙칼럼] 황우석 담론 활발해져야

    황우석교수의 연구결과 발표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인 비판 성명을 냈을 때 한 모임에서 어느 대학교수가 우스갯소리를 했다. 세계에서 지금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용감무쌍한 국가는 남북한뿐이라고. 북한은 핵무기 카드로 부시에 대들고, 남한은 배아복제 줄기세포연구로 부시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는 그의 얘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의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는 앞서가는 성과도 눈부시지만 압도적인 지지분위기도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 자리에서 또 다른 한 교수는 황교수의 연구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입장이 궁금해 몇개 단체의 사이트를 찾아봤지만 아무런 논평도 없었다며 시민단체나 언론이 어떻게 이렇게 침묵을 지키거나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말했다. 이에 배아복제 연구의 여러 측면에 대해 몇마디 얘기가 오갔지만 곧 선도적 성과에 대한 찬양발언이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토론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말았다. 황교수의 연구성과가 눈부시고 국익에 엄청난 기여를 할 것이란 기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토록 토론 자체가 억압받는 듯한 사회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황교수의 연구는 외신의 표현대로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생명공학의 혁명이다. 그런만큼 의학이나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못지않게 인간의 의식과 문화, 세계관 자체까지를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단순히 병든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휴머니즘의 실현, 기술선점이 가져다 줄 엄청난 경제적 이익만으로 모두가 꿈에만 부풀어 있을 일은 아니란 뜻이다. 과학기술의 역사상 개발자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예를 들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구텐베르크는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신의 말씀을 모든 가정의 식탁에 놓이게 함으로써 모든 신도를 신학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쇄술은 당시 이단자로 여겨졌던 루터의 손에 들어가 개신교 신앙을 퍼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세 수도원에서 신을 위한 규칙적인 신앙생활의 도구로 발명됐던 시계가 후에 기업주들의 노동자 통제수단이 돼 돈의 축적에 헌신했다는 사례도 예측치 못했던 기술발명의 결과로 자주 인용된다. 인쇄술이나 시계는 단순히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의 가치관까지 바꾸었다. 배아복제기술도 황교수의 의도대로 인류복지에 기여를 할지, 아니면 어떤 뜻하지 않은 사회적 결과로 연결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이 기술의 발전으로 모두의 꿈처럼 과연 우리나라가 부자가 되고, 모든 난치병환자가 세포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인지도 차분히 따져봐야 될 일이다. 자유로운 상상과 분석, 담론의 분위기가 조성될 때라야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고, 이런 토론이 축적돼야 연구의 정당성 확립은 물론 지원·통제 방향의 설정, 사회적 대비가 적절히 이뤄질 것이다. 천주교 주교회의와 정진석 대주교의 생명윤리 담론은 뒤늦었지만 매우 중요한 시각을 제시해 줬다. 부시 미국 대통령처럼 즉각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라는 신기술에 대한 판단 때문이 아니었나 짐작해 본다. 사실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폐기된 인공수정란을 얼마나 갖다 쓸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기독교의 생명개념은 ‘수정란’에서 시작되므로 인공수정란 파괴는 곧 생명파괴임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수정의 과정이 없는 배아복제에 대해서는 준비된 기준이 없었을 듯하다. 어쨌든 한국 천주교는 배아복제에 대한 반대와 함께 복제배아도 생명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담론의 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적 담론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치밀한 예측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송두율칼럼] 복지국가의 꿈과 현실

    [송두율칼럼] 복지국가의 꿈과 현실

    오늘날 유럽의 복지국가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복지국가가 과연 오늘과 같은 사회 전반의 위기의 진정한 원인제공자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시인하는 쪽에서는 대체로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과도한 부담은 결국 국가재정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시켜 복지제도에 이른바 ‘무임승차’한 얌체족들의 문제도 자주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또 낮은 출산율과 인구의 고령화는 연금체제의 위기는 물론, 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사회적 안전장치에도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높은 복지수준이 결국 ‘세계화’가 요구하는 경제와 기술적 발전조건들을 저해하고 있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이와 같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쪽에서는 현재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투자비율 30% 정도는 경제위기가 있었던 70년대 중반보다도 결코 높지 않으며, 지금과 같은 높은 실업률을 고려한다면 이 수치는 오히려 더 높아야 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른바 ‘무임승차’ 문제도 사회적으로 흔한 현상은 결코 아니며, 이는 순전히 고소득층의 탈세나 불법적인 자본증식에 대한 따가운 사회적 시선과 비판을 피해 나가려는 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또 인구구성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사회복지의 부담과 수혜(受惠)를 둘러싼 세대간의 갈등문제도 실은 날로 심화되는 계층간의 빈부격차를 호도하기 위한 논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복지국가를 옹호하는 측은 또 복지정책으로 밑받침되고 있는 사회적 안정이야말로 바로 ‘세계화’라는 무한경쟁시대에 승리자로 남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복지국가의 위기를 둘러싼 이러한 유럽적 논쟁구도도 나라마다 서로 다른 사회·문화·종교적, 그리고 국가철학의 전통 때문에 조금은 다르게 나타난다. 가령 복지문제를 거론하면 빈곤층의 문제를 먼저 떠올리는 영국, 노동자 문제를 우선적으로 연관시켜 보는 독일, 그리고 사회적 연대문제를 골자(骨子)로 받아들이는 프랑스처럼 사회정책(社會政策)적 사고의 서로 다른 전통이 그러한 예다. 이와 달리 한국사회에서 복지문제를 이야기하면 먼저 노후보장문제를 떠올리게 되며 자연히 가족제도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제도도 유럽사회 못지 않게 급격한 변화와 해체과정을 겪고 있어 순전히 이에 의존한 복지나 연대를 기대할 수도 없게 되었다. 물론 가족적인 공동체가 복지사회구성의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만으로는 복지사회문제를 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늘날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모순에 대한 올바른 이론적 접근과 함께 실현 가능한 정책도 염두에 두고 있는 총체적 관점으로부터 복지문제는 제기되어야 한다. 성장과 분배간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최근의 국내논쟁도 바로 그러한 문제제기의 하나일 것이다. 어차피 한국사회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유럽처럼 사회복지를 위한 높은 투자가 요구될 것이 뻔하니 그 때를 대비, 지금은 분배보다 성장에만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견해는 분배의 정의(正義)가 동반하는 사회적 정당성(正當性)이 곧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성공적 전형(典型)이었던 ‘라인강의 기적’의 이론적 작업을 주도했던 뮐러-아르마크(A Mueller-Armack)의 사회정책이 곧 경제정책이라는 주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복지수준 유지나 이의 향상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국적 없는 자본이 판치는 ‘세계화’의 시대에 국가는 지금까지 보다 더 분명하게 복지사회의 정책적 주체로서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연금이나 의료보험문제를 그러한 무국적 자본에 그냥 의탁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날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의 복지국가를 둘러싼 심각한 논의들은 그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정말 ‘살기에도 편한 나라’라는 사회적인 기본합의가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월드이슈] 고유가·지구온난화 비상‘원자력 대안론’ 고개

    [월드이슈] 고유가·지구온난화 비상‘원자력 대안론’ 고개

    지구촌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30년 이상 원전 건설을 허가하지 않았던 미국이 재개 방침을 밝혔고,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수상(水上)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과 베네수엘라가 원전 건설 붐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인도를 중심으로 원전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의 당위성 때문에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미국·남미도 원전 건설 동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현재 전세계에는 모두 440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고 25기가 건설 중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80년대 이후 원전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 원전 건설은 아시아가 주도하고 있다. 건설 중인 원자로의 68%인 17개는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지난 4월2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2년만에 원전 건설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이 흐름은 바뀌고 있다. 미국에 뒤질세라 러시아 원자력청은 지난달 26일 사상 처음으로 5년 안에 바다 위에 70㎿급 원전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유럽은 여전히 원전 건설에 부정적이지만 이탈리아, 독일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남미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재 2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브라질 정부도 브라질핵프로그램(PNB)을 마련, 최대 7곳의 새 원전을 건설할 방침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원자력에너지 개발에 착수해야만 한다.”면서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협력하고 이란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2020년까지 30∼40개의 원전을 건설, 전력 부족을 해소할 계획이고 인도 역시 8년 안에 24개의 원전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처음으로 원전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이 원전 건설 촉진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IAEA는 세계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16%에서 2030년에는 2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 건설을 촉진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배럴당 50달러선을 넘어선 고유가와 이에 따른 ‘에너지 안보’ 확보 경쟁이다. 더욱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전력 수요도 크게 늘고 있는 중국·인도 등에서는 저가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은 원자력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5년 전세계 에너지 수요는 2001년에 비해 54% 늘어나고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은 9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원자력 발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의 34분의1, 석유의 2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3월 열린 IAEA의 ‘21세기를 위한 원자력 에너지’ 회의에서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원자력 에너지는 지구온난화를 멈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IAEA와 세계원자력연합(WNA)은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면 1년에 6억t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반미 노선을 걷고 있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경우 원전 건설이 궁극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전성·폐기물 문제 해결해야” 원자력은 장점이 많지만 문제점 역시 만만찮다. 먼저 한번 사고가 나면 심각한 피해를 낳는다. 지난 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건은 300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낳았으며 지금도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환경단체 벨로나재단의 닐스 보머 박사는 “어떤 방식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든 후세에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면서 “폐기물 처리 장소에서 적어도 10만년 동안은 떨어져 있어야 안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유럽-우파정당 주도 원전개발로 U턴도 |파리 함혜리특파원|전통적으로 반핵정서가 강한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은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전 추가건설을 중단하거나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등 원전 포기정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고유가와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면서 원자력으로 ‘U턴’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을 폐기하기로 결정했으나 지난달 30일 이탈리아에너지공사(Enel)가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유럽형 경수로(EPR) 개발협력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전개발 정책으로 복귀했다.Enel은 프랑스의 플라망빌에 건설되는 1600㎿ 규모의 원자로 개발비용의 12.5%를 부담하고 그만큼의 생산전력 사용권을 갖는다. 독일의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연립정권은 2000년 10월 원자력발전소 신규건설 금지 및 기존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규정한 법률을 제정했다. 환경부는 이 일정에 따라 2003년 북부의 슈타데 발전소를 폐쇄한데 이어 지난 달 11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오브리크하임 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 차기 총선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은 원전 포기는 실업자 양산과 부족한 전기의 수입 등 문제를 야기한다며 원전폐쇄 정책의 폐지를 공언해 왔다. 영국은 2003년 발표된 ‘국가에너지 백서’에 따라 현재 가동 중인 12개의 원전 가운데 9개를 단계적으로 폐쇄,2020년에 원전발전 의존도를 현재의 22%에서 7%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영국정부는 원전 대신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지만 풍력발전소 건설이 지체되면서 원전발전 재개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신규 건설보다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핀란드는 2002년 의회가 원전재개를 통과시킴에 따라 2009년까지 원자로 1기를 추가로 건설키로 했으며, 불가리아도 2011년과 2013년 각각 1기의 원자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1차 석유파동 이후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정책을 고수한 나라. 그 결과 석유사용 비율을 30년전보다 30%이상 줄였고, 전기는 자립도가 100%를 넘어서 남아도는 전기를 수출까지 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미국-‘부시 새 원전추진’ 논란 가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방침을 발표한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원전 건설의 정당성 및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미국내에서 1973년 이후 중단됐던 원전 건설을 2010년까지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원전 건설 재개는 배럴당 50달러를 넘는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목적이 강하다. 사무엘 보드먼 에너지장관은 새 원전이 2014년까지 완공될 것이며 30억달러의 기금 설립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건설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원전 건설 재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어중간한 원전 건설 정책보다는 수소전지와 태양력, 풍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을 늘리라고 촉구하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전통적으로 원전 건설에 반대해 왔지만 이번에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원전이 오히려 화석연료보다 환경에 이롭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내놓은 ‘2004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천연가스와 석유, 석탄 등 에너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1년에 비해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인 ‘환경방어’의 프레드 크럽 회장, 세계자원연구소의 조너선 래시 소장 등은 핵 확산 우려가 해소된다면 원전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찬성론’을 펼치고 있다. 또 그린피스의 창설자 가운데 한 명인 패트릭 무어도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dawn@seoul.co.kr
  • 민간취업 퇴직공직자 130명 조사

    지난해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 출신 퇴직자 중 업무연관성 논란을 빚을 수 있는 민간업체에 취업한 사람이 1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3년의 97명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민간진출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특히 130여명 중 70여명은 퇴직기관장의 ‘취업검토보고서’가 없는 ‘임의취업’이거나 검토보고서가 정부 공직자윤리위에 제출되지 않은 상태여서 공직자윤리위의 심의결과에 따라선 해임요구 등 취업제한 조치가 많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리위 관계자는 1일 “지난해 정부부처 등 60개 공공기관의 퇴직자 가운데 130여명이 민간에 진출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들의 취업 정당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일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다음달쯤 조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3년 민간에 진출한 공직자는 97명으로 이중 4명이 해임권고 조치를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공직자윤리위는 또 최근 ‘방문조사’를 실시했던 금융감독원 출신 퇴직취업자 7명 중 취업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된 퇴직자에 대해선 이르면 오는 22일 전체회의에서 심의, 해임권고 여부 등을 정할 계획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직전 3년간 근무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거나 ▲부조·장려금 제공 ▲인허가 업무 ▲검사·감사 업무 ▲조세·징수 부과 업무 ▲공사·물품 계약 ▲법령에 따른 직접적 감독 업무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업무 등 7개 분야와 관련된 민간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민간에 진출하려는 공직퇴직자는 소속 공공기관장의 검토보고서를 윤리위에 제출해야 하며, 윤리위는 이를 심사해 해임권고를 내릴 수 있지만 보고서 작성이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임의취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클릭 이슈] ‘KT 과징금’ 놓고 공정위·정통부 한판붙나

    ‘통신정책을 둔 전면전 양상?’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판 붙을 태세다. 공정위가 유선통신업체에 대해 11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정책 중복성이 공방의 발단이 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유선통신업체에 시내전화와 PC방 인터넷전용회선 부문에서 가격담합을 했다며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KT는 공정위 심의사상 단일기업으로는 최고인 1159억 7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정통부는 공정위 심의에 담당 국장이 참석, 행정지도 때문이라는 소명을 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의 정당성과 함께 이동통신업체의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 여부도 올해안에 결정할 것이라며 한발 더 나섰다. 피해 당사자인 KT는 “두 기관의 ‘이중규제’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며 행정소송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KT, 왜 반발하나 KT의 불만은 공정위가 과징금 산정과정에서 간과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KT는 자료를 통해 ▲시내전화 통화료는 시외전화 1대역 요금(인근지역 묶음 요금)과 같게 결정돼 사업자간 합의대상이 아니고 ▲LM(유선에서 무선으로의 통화) 통화료는 이동망 접속료와 연계해 조정돼 사업자간 합의 또는 사업자의 자율적 결정이 사실상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또 ▲맞춤형정액제 가입자요금은 통화패턴을 고려한 한시적 요금상품으로 사업자간 전환가입이 불가능해 시장점유율 이관대상이 될 수 없으며 ▲합의 당시 하나로텔레콤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123개 통화권 가입자 요금은 과징금 산정 매출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KT는 이런 내용들을 감안,500억원대의 과징금을 예상했었다고 밝혔다. KT는 이어 가격담합의 본질이 정책차원의 유효경쟁정책을 수용해 제2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의 당시 유동성 위기 해결을 통한 생존지원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정위와 통신위의 이중규제 등 정부부처간에 선결해야 될 과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법적 시각만으로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해 사업자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KT는 “법률상 허용된 30일 이내에 하는 재심요청없이 곧바로 행정소송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가격담합 추진시 행정지도 없었다” 공정위는 26일 정통부의 행정지도가 KT와 하나로텔레콤 가격담합의 원인을 일부 제공한 점이 인정돼 KT의 과징금 부과규모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담합을 추진할 당시 정통부의 행정지도는 없었고 그 이후로도 두 업체가 정통부에 관련사항을 보고하거나 정통부가 진행 사항을 문의한 적이 없어 행정지도에 의한 담합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특히 정통부의 행정지도는 설비 제공, 공동망이용 등의 내용이지 시장 점유율을 넘겨주고 요금을 올리라는 내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허선 경쟁국장은 KT의 이중규제 주장에 대해 “통신업체의 세금도 정통부가 걷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정통부는 상호접속, 약관위반 행위 등 통신시장 고유의 전문적 부분에 관한 규제를 담당하고 공정위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따른 규제를 담당하는, 명백히 다른 영역”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KT의 행정소송과 관련,“대법원 취소명령을 받은 맥주와 자동차보험료 담합의 경우 합의 추정이었지만 이번 것은 증거에 입각한 합의 입증이며 가격담합 당시 구체적인 정통부의 행정지도가 없었음이 입증됐다.”면서 “두 경우와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통부 “KT 과징금에 행정지도 충분히 반영 안됐다.” 정통부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통신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유효경쟁체제 확보’라는 정책목표와 이를 위한 행정지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날 “공정위가 관계법률에 따라 자체적으로 조사, 결정한 부분은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관련 업체가 공정위의 조치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법리 공방이 있을 수 있으나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당초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됐던 과징금이 최종 결정에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행정지도 관련부분이 상당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면서 “행정지도에 대한 통신업계의 해석과 실제 적용문제 등이 핵심부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감사원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거래를 점검하는 공정위와 통신분야 유효경쟁체제 등을 관장하는 통신위원회간의 업무 중복과 경쟁 정책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서 “이 사안은 산업의 주력이 돼있는 통신정책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기홍 전경하기자 h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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