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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간 벽 허물어야 진정한 화합”

    “종교간 벽 허물어야 진정한 화합”

    사회통합위원회는 17일 기독교와 천주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 종교 등 우리나라 7대 종단의 대표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상생을 위한 7대 종교 간 대화’ 토론회를 열었다. 현 정부 들어 각종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종교계와의 마찰로 소통 부재의 문제가 지적돼 온 점을 감안해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종교 간 화합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종단 대표 인사들은 현대의 다종교 사회에서 폐쇄성과 벽을 허물어야 진정한 대화와 화합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는 기조 강연을 통해 “다종교 사회의 종교 간 대화는 종교 사이의 대화뿐 아니라 민주사회를 떠받치는 근본 정신과 대화가 돼야 한다.”면서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보인 몰지각한 행위는 바로 이러한 덕목이 아직 내면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배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백범 김구 선생은 유교인이었으나 동학의 접주가 됐고, 불교 승려로 살기도 했지만 기독교인이 돼 신학문적으로 애국의 길을 도모했다.”면서 “한 종교만 알았던 백범 당시의 지도자뿐 아니라 오늘 우리의 지도자와 견줘 볼 때도 크기와 정당성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교수인 정각 스님은 최근 한 기독교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을 꿇도록 한 것과 기독교의 ‘이슬람 채권법’ 반대를 언급하며 “종교와 정치가 밀착해 사회 통합 내지 종교 화해에 부정적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與 “지방 발전法 제정을” 野 “정부, 갈등만 부추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입지선정 결과로 정치권에 불어닥친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학벨트 유치에 실패한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은 ‘지방재정 고갈’을 문제 삼고 나섰으며, 민주당은 ‘갈등의 정치’라고 꼬집으며 정부에 각을 세웠다. ●與 영남권 의원 “지방 고사 직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한나라당 김성조(경북 구미갑) 의원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책 사업 유치에 지방자치단체가 목을 매고, 실패하면 극렬히 반대하는 원인은 지방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지방을) 고사 직전까지 방치한 어떤 국가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정훈 정책위부의장도 “과학벨트 예산을 무리하게 1조 7000억원이나 증액시켜서 대구·경북·광주에 나눠 줬다고 하니 거기에서 빠진 지역들은 굉장히 소외감을 느낀다.”면서 “이번 기회에 지방발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라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 김영진, 단식농성 돌입 박영아 의원은 “대전과 영·호남을 연결하는 ‘R&D 클러스터’(연구개발 집적지)가 일견 지역안배 차원이라는 과학계 의견도 있다.”면서 “기초과학연구를 위한 비전과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는데, 먼저 지역별로 연구단 숫자를 배분한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꼼수를 부리다 부결되니, (과학벨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오기를 부리고, 수개월 동안 전국을 들쑤셔 놓고, 도지사 몇 사람 머리 삭발하게 하고, 이렇게 갈등만 부추기고 정부는 그로 인해 신뢰가 땅밑으로 떨어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과학벨트 호남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불공정한 심사’라고 주장하며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정당성을 상실한 과학벨트 입지선정 결과를 즉각 백지화하고 재심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청 의원 “분산배치 법근거 없어” 충청권 의원들은 광주·대구 분산 배치를 문제삼았다. 자유선진당 권선택(대전 중구) 원내대표는 “과학벨트특별법에는 캠퍼스라는 개념자체가 없기 때문에 국비를 지원할 근거가 없다.”면서 “법적 근거도 없는 캠퍼스 개념을 도입해 국가 예산을 편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탈락지역의 분노한 민심을 잠시 회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비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눈엔 눈으로’ 황산테러 처벌 찬반분분, 당신 생각은?

    여성의 얼굴에 황산을 뿌려 실명하게 한 남성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형벌을 내리려 한 이란 사법당국이 법 집행을 연기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4년 마지드 모바헤비라는 이름의 남성이 청혼을 거절한 아메네 바흐라미(32)의 얼굴에 황산을 뿌려 심각한 화상과 실명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란 법원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법칙을 적용해 가해자에게 똑같은 형벌을 내리겠다고 발표했었다. 양 눈을 실명한 바흐라미는 이란 사법부의 허가에 따라 가해자에게 황산 20방울을 각 눈에 넣는 방식으로 형벌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집행일인 지난 14일, 당국은 구체적인 이유없이 가해자에 대한 형벌을 무기 연기했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형벌을 둘러싸고 “비인도적이고 지나치게 보복성 짙은 형벌을 멈춰야 한다.”는 인권단체들의 의견이 쇄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은 바흐라미는 과격한 인권단체 및 일부 반대자들의 협박과 비난 때문에 스페인으로 이주한 상황이다. 황산테러로 이내 얼굴 전체와 시력을 잃은 바흐라미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또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소송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황산테러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이란에서 그녀와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도 한 목소리로 “마지드에 대한 처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처벌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국책사업 후유증 상생발전으로 풀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 지구가 대전 대덕으로 결정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는 진주로 일괄 이전키로 확정됐다. 신공항 백지화를 포함하면 난마처럼 얽혔던 3대 국책 사업이 모두 가닥이 잡혔다. 이 때문에 탈락된 지역들의 반발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온 나라가 갈라지고 찢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불복 사태가 잇따른다고 해서 천신만고 끝에 결론 낸 주요 국정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선정된 지역이나 탈락된 지역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번 후폭풍은 예고된 인재(人災)다. 과학벨트 문제는 세종시 백지화에 화풀이하듯이 원점 재검토 운운해서 너도나도 유치전에 뛰어들게 했다. LH 본사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할 때 일괄 이전 원칙만은 정했어야 했다. 신공항 문제도 미리 선정 기준을 공개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정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을 알고도 방치해서 위기를 키웠다.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해 결과의 공정성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뒤늦게 지역이기주의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민심 이반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복(公僕)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행태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에 앞서 그들이 삭발하고 단식하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지역 발전을 진정으로 걱정하든, 표를 구걸하려고 얄팍한 제스처를 쓰든 본질은 성난 민심이다. 먼저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손 놓고 있었고,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문책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 뒤 지역이기주의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정책으로 적극 수렴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수도권에 밀려 지방경제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혁신도시 등 지지부진한 지역개발 정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역 떼법이 도를 넘어 망국병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조속히 그 갈등을 풀어야만 국정이 표류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과학벨트, LH 문제와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번 신공항 백지화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는 총리의 몫만은 아니다. 청와대는 주요 정책의 최종 조정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런 만큼 국정의 중심은 청와대다. 후유증을 조기 수습하려면 국정 최고책임자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빈라덴·십자가 시신 풀리지 않는 의문들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빈라덴·십자가 시신 풀리지 않는 의문들

    지난 2일 사람들은 TV 속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다는 소식이었다. 그 뒤로도 후속 보도가 쏟아지며 단숨에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가짜로 판명 난 빈라덴 시신 사진은 5위에 따로 올랐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전자(DNA) 검사 결과까지 언급하면서 “빈라덴을 미군이 사살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지만 비무장 상태에서의 사살 정당성 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추신수, 음주운전에 굴욕 동영상까지 지난달 12일 발생한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해 검찰이 북한 소행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발표(2위)도 네티즌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검찰은 2009년 디도스 대란 당시 발견된 악성 프로그램 구조와 이번에 농협을 공격한 프로그램이 유사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으나 ‘범인 못 잡으면 모두 북한 탓’이라는 네티즌들의 냉소를 받기도 했다. 지난 1일 경북 문경 둔덕산에서 발견된 ‘십자가 시신’은 3위에 올랐다. 전대미문의 사건을 놓고 경찰은 자살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지만 타살 가능성을 펴는 반대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 추신수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01%. 경찰관에게 구차하게 사정하는 ‘굴욕 동영상’까지 공개돼 더욱 뭇매를 맞았다. 4위. ●한예슬 뺑소니 두고 네티즌도 와글 와글 국내·외 연예인들의 신상과 관련된 소식도 순위가 밀리기는 했지만 빠질 리 없었다. 미국 배우 셀레나 고메스와 캐나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열애 소식(6위), 박재범이 미국 시장에서 발표한 미니앨범 ‘테이크 어 디퍼 룩’이 빌보드 차트 안의 ‘월드 앨범 차트’ 3위에 올랐다는 소식(8위), 결혼한 지 얼마 안된 배우 정준호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민사소송에 등장하면서 불거진 별거설(9위), 배우 한예슬(30)의 뺑소니 정당성 논란(10위)이 인터넷을 달궜다. 특히 한예슬 사건을 두고서는 “사과 대신 돈으로 해결하려다가 제대로 걸렸다.”는 주장과 “유명인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는 술수에 말려든 것”이라는 네티즌 간 설전이 뜨겁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시장실패 정부실패/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시장실패 정부실패/오병남 논설실장

    정부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를 말하고, 시장은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를 우려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과 시장의 반발이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내세우며 고환율 정책 등으로 기업, 특히 대기업을 지원했는데 정작 대기업은 돈을 쌓아놓고 오히려 빚까지 얻어 몸집만 불렸다고 불만이다. 물가 불안을 감수하면서 수출을 지원하고, 출자총액 제한을 풀고, 법인세도 내렸지만 기대했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이어서 부의 불균형(양극화)만 심화됐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시장 실패를 근거로 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본격화됐다. 친서민-공정사회-동반성장에 이은 이익공유제, 공적 연기금 주주권 적극 행사 등 일련의 움직임은 ‘큰 정부’를 지향하는 듯한 신호를 주기에 충분했다. 기름값과 통신비 인하를 겨냥한 기업 옥죄기도 같은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인식이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은 과연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일까. 정부의 집요한 압박으로 내려간 기름값이 이내 되돌아 가고,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이 부실 건설업체의 퇴출만 더디게 한 데서 보듯 우리 경제의 여건이나 규모를 감안할 때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역사적으로도 시장 실패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개입은 정부 실패를 낳은 경우가 적지 않다.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다. 시장은 이기적이다. 도덕과 규범이 아니라 이윤을 좇는다. 그래서 늘 옳은 것만은 아니다. 자원과 소득 분배의 왜곡 등 이른바 시장 실패가 나타나기도 한다. 때문에 정부가 시장이 착한 기능을 하도록 개입하는 것이 정당성을 갖는다. 1930년대 대공황과 독·과점 강화, 1973·78년 1·2차 오일쇼크 등은 시장 실패의 대표적 사례다. 재정 확대를 통한 대공황 탈출(뉴딜정책)에 성공한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은 확대된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정부의 몸집을 불리고 규제만 양산한 채 효율성의 하락을 부르기 일쑤였다. 이른바 정부 실패인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의 입김이 센 나라에서는 정부 실패가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시장 실패를 바로잡겠다며 시장을 계획한 사회주의·공산주의가 비효율의 덫에 걸려 몰락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정부 실패인 셈이다. 4·27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함으로써 여권의 위기감은 더 커졌다. 내년 총선과 대선 등을 염두에 둔 정치논리가 시장에 끼어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정부든 기업이든 월경(越境)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는 법과 제도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자율을 보장하되 공동선을 위협하는 이기적 선택을 ‘심판’하는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게임의 룰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과감히 풀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게 옳은 길이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2010년 183개국 중 16위를 차지했지만, 창업·재산권 등록 등에서는 여전히 국제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투자는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기업, 특히 대기업은 지난 50여년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린 온갖 혜택을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마치 모든 것을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이룬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감당하기 어려운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양극화로 사회가 위험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서민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쓴소리와 호소는 그래서 매우 유효하다. 사회적 책임과 기업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시장 실패도 정부 실패도 선진국 문턱에 선 대한민국이 비켜가야 할 일들이다. obnbkt@seoul.co.kr
  •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 ‘변심’ 왜?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 ‘변심’ 왜?

    미국 의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작업에 최대의 걸림돌 역할을 해 왔던 맥스 보커스(민주·몬태나) 상원의원이 한·미 FTA 비준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동안 한국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비준 동의에 반대하던 보커스 의원은 4일 성명을 내고 비준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보커스 의원은 FTA 비준안 상정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으로, 하원의 FTA 소관 상임위인 세입위의 데이브 캠프(공화·미시간) 위원장과 함께 FTA 비준 처리에 거의 절대적인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작심하면 한·미 FTA 비준안을 깔아뭉갠 채 비준 절차를 마냥 지연시킬 수도 있다. 보커스 위원장은 미국 축산업의 본고장인 몬태나를 지역구로 하고 있어, 자신의 표밭을 의식해 한국 쇠고기 시장의 개방 문제를 한·미 FTA 비준 동의와 연계해 왔다. 이런 그가 한·미 FTA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의 물밑 절충 끝에 정치적 타협을 이룬 결과로 보인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보커스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된 뒤 한국 측에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협의를 요청하겠다.”는 정부 측 입장을 전달했다. 의회가 먼저 한·미 FTA를 비준해 협정이 발효되면 한국을 상대로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을 위한 협의에 나서는 쪽으로 타협이 이뤄진 셈이다. 보커스 위원장은 이 타협안을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늘리기 위한 홍보 판촉 예산 1000만 달러를 확보, 나름의 실리를 챙겼다. 보커스 위원장은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월령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과학적으로 정당성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제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로 한국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의 의지를 드러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빈라덴 최후 순간 비무장”… “가족이 보는 앞에서 총살”

    오사마 빈라덴 사살이 정당했느냐는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사살 당시 상황과 전혀 다른 사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처음엔 빈라덴이 여성을 방패막이 삼아 총을 들고 저항했다고 설명했지만 하루 만에 그가 비무장 상태였다고 번복했다. 그런데 이번엔 미군이 빈라덴을 사로잡은 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기름에 불을 부은 형국이 됐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 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빈라덴이 무기를 지니고 있었고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대원들에게 총격을 가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을 인간방패로 이용한 (치졸한)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불과 하루 뒤 그가 네이비실과 마주한 순간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빈라덴이 여성을 인간방패로 삼았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설명이 하루 만에 뒤집힌 이유에 대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美 빈라덴 가족 등 16명 체포” 미 정부가 오락가락한 정황을 되짚어 보면, 애초 작심하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다면 언론의 폭로도 없었는데 스스로 하루 만에 설명을 뒤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빈라덴에 대한 악감정과 사살을 정당화하려는 의욕이 앞서면서 미국 측에 유리한 쪽으로 정보를 해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장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사살해야 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카니 대변인은 “가능하다면 그를 생포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상당한 정도의 저항이 있었고, 그곳에는 빈라덴 외에도 무장한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빈라덴이 있던 방에는 무장한 다른 인물이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자 “당시는 매 순간 언제라도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특수부대 요원들은 고도의 전문성에 입각해 현장 상황에 대처했다. 빈라덴은 저항했기 때문에 사살된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빈라덴이 어떻게 저항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면서 “저항할 때 무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놨다. 백악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애초부터 사살을 목표로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생포했을 경우 재판 등 신병처리 과정에서 국내외에서 논란이 일 수 있고, 빈라덴을 구출하기 위한 테러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차라리 사살하는 게 속 편하다고 계산했을 법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빈라덴이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과의 관계를 폭로할 것을 우려, 사살했다는 설도 나돈다. 이와 관련, 리언 패네타 CIA 국장은 “우리는 빈라덴이 생포 작전에서 저항할 것으로 보고 처음부터 빈라덴이 사살될 공산이 큰 것으로 가정했다.”고 말해 사살 쪽에 무게를 두고 작전을 폈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해명과는 또 다른 증언이 나와 파문을 부채질하고 있다. 아랍권 위성채널 알아라비야는 4일 파키스탄 정보당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군이 빈라덴을 생포한 뒤 가족이 보는 앞에서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일 미군의 작전 당시 현장에 있었던 빈라덴 딸(12)의 진술에 따르면 미군은 1층에 있던 빈라덴을 사로잡은 뒤 가족들 앞에서 사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무장하지 않은 상대방을 사살한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파키스탄 정보당국은 미군이 작전을 종료한 뒤 빈라덴의 은신처에서 시신 네 구를 수습하고 여성 2명과 2∼12세 어린이 6명을 연행했다고 알아라비야는 보도했다. 현지 일부 매체는 파키스탄 당국이 모두 16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관리는 이들 대부분이 빈라덴의 가족으로 현재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발핀디의 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미군은 이미 빈 라덴과 아들의 시신을 헬기에 싣고 이륙한 뒤였다고 파키스탄 관리들은 전했다. 또 다른 한 관리는 ”은신처에는 벙커나 도피용 터널이 전혀 없었다.“면서 ”세계 최고의 수배 인물이 이런 곳에 살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갈 정도다.”라고 말했다. ●“은신처에 벙커·터널 없어” 미군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당장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미군 작전은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고 세실리아 말스트룀 유럽연합(EU) 내무담당 집행위원도 빈라덴을 법정에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의 국제법 전문가인 게르트 얀 크놉스도 2001년 체포돼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섰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빈라덴 역시 법의 심판에 맡겼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켄트대학의 닉 그리프 교수는 나치 전범들도 ‘공정한 재판’을 받았다며 미군의 작전은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초법적인 사살”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서울 강국진기자 carlos@seoul.co.kr
  • [CEO 칼럼] 우리는 무엇으로 결정하는가/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CEO 칼럼] 우리는 무엇으로 결정하는가/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의사 결정에 직면한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세 갈래 길 삼거리에 비가 내린다.”는 흘러간 노래 가사에서도 의사 결정에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의사 결정은 개인적 판단, 이해관계자, 미래 전망 등이 얽혀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국가나 기업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과단성 있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결정권자가 결정의 시기를 미루거나, 이해관계자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조직 내에서 갈등 비용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모든 조직에서는 의사 결정권자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절차를 정하고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하더라도 수용도가 낮다면 갈등 비용이 완전히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 결정의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사적 입장에서 물러나 공동선을 우선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치밀한 기록 문화를 발전시켰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에 의해 불법 반출된 외규장각 도서 297책과 일본 궁내청 소장 1205책의 우리 도서가 완전히 환수될 예정이다. 환수 도서의 대부분은 왕실의 대소사를 그림 중심으로 세밀하게 기록한 의궤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기록 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웃 중국과 일본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실적이 각각 5건과 0건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록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선조들이 이렇게 자세하게 기록을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 결정 과정과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이 사실 그대로 명확하게 기록되고 후세에 전해진다면, 후대 의사 결정권자들로 하여금 장기적 관점에서 소신껏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최근세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역사 의식을 갖고 시류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과감하게 의사를 결정하는 리더십이 있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체로 신생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 대외개방형 수출경제를 지향하여 경제개발에 매진한 것, 중화학공업으로 신속하게 산업구조를 재편한 것, 민주화와 북방외교, 그리고 외환위기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단호히 극복하기까지 오늘의 우리나라를 만든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과감한 의사 결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적 합의가 오늘과 같은 번영을 이끈 원동력인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국가경제 안전판 기능을 수행하게 된 것 또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의 산물이다. 우리 공사는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성업공사를 공적 구조조정 전담기구로 재편하면서 출범했다. 2003년의 카드대란,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면서 금융자산과 국가자산, 신용자산을 망라하는 종합 자산관리회사로 발전했다. 우리 공사는 그간의 구조조정 경험과 노하우를 백서와 사례집 발간 등을 통해 기록하고 정리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에 더하여 기록물 보존센터와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사가 가진 방대한 기록과 지식을 활용하여 국가경제와 기업경영을 자문해 주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잡해지면서 국가 정책과 기업 경영상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요인을 어떻게 완화할지가 커다란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기록을 통해 후세의 평가를 의식하면서 공정하게 의사 결정을 하고자 노력한 선조들의 지혜를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야권 구도 변화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27 재·보선의 최대 승자가 되면서 야권에 메가톤급 지각 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반면, 야권은 정국 주도력과 장·단기 정치 일정 전반에 걸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손대표 박근혜 맞설 주자 ‘급부상’ ‘분당발’ 승전보는 시사점이 크다. 수도권과 중산층의 표심이 움직였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승패에까지 원심력을 구사할 수 있는 요인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여당의 심장부에서 민심 이반이 일어났다는 것은 여권에 대한 강력한 불신임 선고나 마찬가지다. 내년 격변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은 전문가들이 분당을 승부를 ‘미래 지향형’ 선거라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의 자축연이 성대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권 구도가 여야 양강 구도로 짜여졌다. 그동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독주체제에 맞서 잠재적 파트너로만 분류됐던 야권도 이제 명실상부한 주자를 갖게 됐다. 대권 경쟁에서 해볼 만하다는 결기가 모아지고 있다. 손 대표의 승리는 ‘개혁 대 보수’의 대결로 치닫던 정치권을 ‘이명박 대 반이명박’ 구도로 이끌면서 야권이 총결집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지 기반의 변화가 동력이 됐다. 민주당은 기존 호남권과 386 세력이 자산이었지만 손 대표의 승리로 중산층과 수도권 민심을 보태게 됐다. 손 대표 당선 직후 당내에서는 수도권 중산층이 보수 세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변화 요구를 수용, 새 지지층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로 넘쳐났다. 손 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민주당이 분당에서 이긴다는 걸 예감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분당 유권자들이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적극 지지해 줬다.”고 밝혔다. 반면 당내 노선싸움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존 진보·개혁 기치와 중도 노선이 충돌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당내 노선싸움 격화 전망도 손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당 리더라는 지위만 빼면 ‘불안정한’ 우월적 입지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승리로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 당내 예비주자들을 제압하면서 독주 체제를 형성하게 됐다. 한 재선 의원은 “대표 취임 6개월 동안 견제 속 착근 상태였지만 이번 승리로 확실한 구심이 됐다.”고 말했다. 5% 안팎에 머물렀던 지지율도 가파르게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세력의 연대는 통상 리더들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속도를 내게 마련이다. 김종욱 동국대 교수는 “손 대표가 야권 내 맏형으로서 통합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물리적 토대와 명분,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야권 차기 주자들의 명암도 엇갈린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추락으로 친노 대표주자를 놓고 경쟁했던 김두관 경남지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몸집이 커졌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최문순 후보자의 당선과 함께 부활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의회의 입법권 남용/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의회의 입법권 남용/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요즘 ‘입법권 남용’이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듣게 된다. 국회는 청목회 수사와 관련해 기소된 의원들이 면소판결을 받을 수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시도하려다가 입법권 남용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철회했다. 또 국회가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 규정을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발의했다가 그만둔 것도 입법권 남용이라는 질책에 따른 것이었다. 국회의 입법은 소급입법 처벌금지 등 헌법의 명문규정에 위배될 수 없고, 국민주권·법치국가·권력분립 등 헌법원리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등 헌법질서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며, 국제법·국제질서를 부정할 수 없다. 또 국회는 헌법 범위 안에서 입법형성의 자유를 갖지만 입법상의 재량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입법의 재량권 행사는 적법절차의 원칙, 비례와 공평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자의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등 헌법의 일반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한계를 벗어난 법률은 헌법 위반으로 무효다. 최근 입법권 남용이 문제된 사안은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보다 의원 각각의 개인적·지역적·집단적 이해득실을 중시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심판 등의 제도적 방법으로 통제돼야 한다. 또 국민(시민단체)의 악법에 대한 시민불복종운동, 정당한 대체입법을 위한 청원권 행사 및 여론에 의한 압박 등 사실적 수단으로 통제될 수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는 일정수의 시민이 시정정책에 대한 토론과 공청, 설명회를 요구하거나 시민의 위원회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의 ‘주민참여 기본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은 지방자치제도의 주민참여 활성화, 행정의 투명성이라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만 주민의 시정정책 참여를 확대하는 조례안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 침해 여부와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령에 위배되는지 여부, 즉 입법권의 남용에 관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헌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으로 선출된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통해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의제 또는 대표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헌법이 아닌 입법자의 결단에 의해 지방자치법에서 주민에게 주민투표권, 조례의 제정·개폐청구권 및 감사청구권 등을 부여함으로써 주민이 지방자치사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2000헌마735).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의 의사를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관으로 의회를, 외부에 대해 지자체의 대표로서 지역 의사를 표명하고 사무를 통할하는 집행기관으로 단체장을 독립한 기관으로 두고 의회와 단체장에게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법령에 의해 주어진 권한의 범위 내에서 집행기관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이지, 법령에 규정이 없는 새로운 견제장치를 만드는 것은 집행기관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2003추13). 행정절차법 등은 청문 및 공청회 등의 실시 여부를 행정청이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서울시의회가 발의한 새로운 조례안은 관계법규에 위반되고, 서울시장의 독자적인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입법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위원회 등 자문기관의 구성은 행정기관 전반에 대해 조직편성권을 가진 서울시장의 고유 권한이다. 일반 서울시민의 위원회 참여를 보장하는 조례안은 의회가 서울시장의 인사권에 대해 소극적·사후적으로 견제·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으로서 역시 입법권의 남용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시의회의 입법권 남용은 지방자치의 이념인 주민의 복리증진보다 지난해 지방선거의 여소야대 결과에 따른 정쟁적인 측면이 더 크다. 국가와 국민이 아닌 국회의원을 위한 입법을 나무라는 것이 일상화되고, 또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시도와 같이 입법권 남용의 문제를 서울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 메인 테마는 ‘김씨 왕조’ 우상화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하루 앞두고 북한은 축제 분위기를 내는 한편 ‘김씨 왕조’에 대한 정당성을 강화하는 각종 정치 행사들을 열었다. 14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노동계급과 직맹원, 여맹원들이 만수대의 김 주석 동상을 참배하고 태양절 기념 공연을 했다고 잇따라 전했다. 북한에서는 현재 태양절을 기념해 지난 10일부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열리고 있으며, 중국의 민속무용단과 러시아 발레단, 프랑스 실내악단 등이 참가하고 있다. 13일부터는 김일성화(花) 축전도 진행되고 있다. 방송에서는 하루 종일 김 주석을 영웅화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왕조’의 우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특히 김정은이 공식 등장한 후 처음 맞는 태양절이어서 김정은 후계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친선예술축전에서는 100여명으로 구성된 조선국립교향악단이 김정은 찬양가인 ‘발걸음’을 연주하는가 하면, 김일성 주석의 젊은 시절 외모와 김정은의 모습을 오버랩시키면서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이와 관련, 태양절 당일 축포야회 행사를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009년부터 김 주석 생일 하루 전날 밤에 축포야회 행사를 했고, 올해도 관련 준비를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혔다. 축포행사는 하루 뒤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데 올해 김정은이 참석할지 주목된다. 2009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했다. 대북 소식통은 “올해 태양절 관련 북한의 움직임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라면서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이며 강성대국으로 진입하는 해인 내년을 대비해 성대하게 치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동성애 군인 처벌 합헌

    헌법재판소는 31일 군대 내에서 동성애 행위를 한 군인을 형사처벌토록 한 군형법 9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3(위헌)대 1(한정위헌)의 의견으로 합헌을 선고했다. 헌재는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 생활과 성적 건강을 유지하는 등 군기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군대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인간관계로 이뤄져 있고, 동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형사처벌을 한다고 해서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종대·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은 “형벌규정의 구성 요건은 가능한 한 명백하고 명료해야 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계간(鷄姦·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 기타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강모 중사는 2008년 3월부터 3개월간 수차례에 걸쳐 같은 소대에 복무 중인 병사의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강 중사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제92조가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등에 어긋난다.”며 군사법원에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친일인사 재산 몰수 합헌

    친일 인사로 규정된 이들의 후손 재산을 국가가 몰수토록 한 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 대 2(일부한정위헌) 대 2(일부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특별법 조항은 소급입법이긴 하나 친일 재산의 취득 경위에 담긴 민족배반적 성격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 등에 비춰 보면, 친일 재산 환수 문제는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공동체적 과업”이라며 “소급입법을 인정하더라도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법 조항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과거사 청산의 정당성과 진정한 사회통합의 가치 등을 고려할 때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친일반민족 행위와 무관하게 취득한 토지라도 친일재산으로 추정돼 박탈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을 받은 민영휘 등의 후손 40여명은 특별법에 따라 소유 부동산의 국가 귀속 결정이 내려지자, 이 법률이 소급입법 및 연좌제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총 7건의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WHO&WHAT] 독재자의 만찬

    [WHO&WHAT] 독재자의 만찬

     ‘민주’(民主)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늘날, ‘독재’(獨裁)란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은 단어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좌우하고 과장된 논리나 종교와 다를 바 없는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독재에 대한 거부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에게도 ‘독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군사정권에 맞서 밑으로부터의 민주화를 일궈냈다는 자부심,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최장수 독재체제(북한)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 등 우리는 독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몰아닥친 ‘재스민 혁명’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십년간 그래온 것처럼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이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빗나갔다.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있고, 이젠 국제사회의 개입도 본격화됐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 주인공은 역사 속 인물들이다. 이름 자체가 공포가 되고, 금기어가 됐던 이들. 현대 정치사를 피로 물들이며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몽’ 그 자체였던 네 명의 독재자들을 만찬장에 초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재스민 혁명과 ‘독재’ 그리고 ‘민주화’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독재돼지 나폴레옹(소설 ‘동물농장’의 주인공)  식당으로 들어서는 네 사람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살아생전 서로 배신의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도 있었고, 서로 ‘사상적 동지’로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반세기의 시간도 서먹한 분위기를 가시게 하지는 못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사전에서 바로 튀어 나온 듯한 이들은 같은 자리에 마주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뜩치 않아 보였다.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셋, 군복을 입은 사람이 셋이었다. 앞에 이름표를 놓을 필요조차 없이 얼굴만으로도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뚱, 사담 후세인. 인류 또는 자기의 민족을 위해 떨쳐 일어났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엔 자기자신의 안위와 비뚤어진 욕망으로 가득찬 이미지만 역사에 남긴 공통점을 가진 이들. 한 사람만 있어도 공포를 느끼게 할 만한 20세기 정치가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만찬 자리는 현재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다.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각자의 전성기 시절 국내외 정치에 대해서라면 남부럽지 않을 역량을 과시했던 이들에게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는 ‘쟈스민 혁명’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한테 물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만찬의 주제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재’인데 말이다.  네 사람의 만남에 적합한 사회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민주화 전문가나 학자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이들을 통제하기엔 늘 역부족이기 마련. 결국 메이너 농장의 절대권력자 나폴레옹(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독재자 돼지)에게 어려운 역할을 부탁했다. 1945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농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나폴레옹의 능력이라면 참석자들도 특별한 불만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오웰이 묘사한 것처럼 나폴레옹은 ‘사람이 돼지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능수능란하게 만찬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얘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의 메뉴●  애피타이저 - 당신은 떳떳한가  메인 디시1 -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버렸을까  메인 디시2 - 당신은 부패했나  디저트 -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애피타이저> 당신은 떳떳한가.   →나폴레옹 인간 세상 최고의 독재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나야 동물 100여마리 거느리는 수준이지만, 당신들은 수백만명에서 수억명에 이르는 사람의 목숨을 한 손에 좌우했던 사람들이지 않은가. 실제로 죽이기도 많이 죽였고…. 당신들보다 훨씬 잔혹하거나 무자비한 사람도 없진 않지만, 20세기 이후 독재자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선정됐다는 점을 밝혀둔다. 우선 당신들이 지금 이 테이블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부터 묻고 싶다.   히틀러 정당성을 묻는거냐.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원해서 적합한 위치를 맡았을 뿐이다. 내가 총통이 됐을 때 4500만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중 3800만명이 찬성했다.(히틀러는 1934년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죽은 직후 1시간 만에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통합하고 최고사령관 직까지 합쳐 그 자리에 오른 다음 투표를 실시했다.) 국민들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내가 그 위치에 올랐다는 증거다. 정당성의 측면에서 과거의 왕들과는 평가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 중에서도 네로나 헤롯 같은 사람이 있었고, 나름 성군(聖君)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은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살면서 그 권력을 조금 더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스탈린 난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했고 성공시킨 레닌이 직접 지목한 정당한 후계자다.(실제로는 레닌이 그의 위험성을 경고한 편지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스탈린이 의도적으로 막았다. 뿐만아니라 스탈린은 레닌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과 역사기록을 조작했다.) 그루지아 출신이라는, 심지어 러시아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 러시아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데 대해 지금까지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독재고 뭐고 간에 아예 정권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총과 칼로만 쿠데타를 일으켜서 최소 몇 년 이상 유지한 사례가 얼마나 될지 지난 100년 간을 꼽아봐라. 처음엔 그렇게 잡더라도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되는 게 정치다.   →나폴레옹 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역사에 악인으로 이름을 남긴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듣다보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요새 연설을 통해 계속 반복하고 있는 논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이어가기로 하고, 최근 전 세계 최고 관심사인 ‘쟈스민 혁명’에 대해 들어봤나.   마오 내용이야 어떻든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기분이다. 지난해 12월 한 청년이 분신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 불과 석달 만에 이렇게까지 커지다니. 벌써 두 나라(튀니지·이집트)의 정권이 뒤집혔고 리비아, 시리아, 바레인도 내전이 한창이지 않은가. 난 ‘공산당’을 알리고 ‘혁명 동지’를 모으기 위해 10만여명을 이끌고 1934년 370일 동안 1만 5000㎞를 걸어야했다.(마오는 12개의 지방을 지나고 18개 산맥과 24개 강을 건넜다. 마오의 짐은 두 장의 담요와 홑이불, 외투 한 벌, 책 몇 권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도 15년 이상 지나서야 중국을 세울 수 있었다. 고작 석달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보다 완벽한 혁명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히틀러 거기엔 100% 동감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수단이 있었으면 내가 연설을 일부러 석양무렵에 하면서 다양한 무대장치를 동원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이런 아이디어는 히틀러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능력이라는 얘기가 정설이다.) 아! 물론 난 연설 대신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후세인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딱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 입장에서 쟈스민인지 뭔지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아랍에는 ‘하마’라는 게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시리아의 하마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란이 일어났는데, 정부는 마을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다시피 했다.(2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정부는 그 숫자를 본보기 삼아 일부러 널리 공포했다.) 그 이후 ‘하마’는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반항에 대한 응징을 뜻했다. 아랍권에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던 반 체제 인사들은 힘을 잃었고, 일반인들은 조용해졌다. 그게 지금까지 아랍권을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다. 왕정이든 사회주의 체제든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물론 무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영TV와 신문을 장악하고,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세뇌시켰다. 나름 치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나폴레옹 후세인 당신과 카다피가 유난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후세인 카다피와 나는 소위 말하는 ‘역경의 자식들’이다. 전통적인 아랍사회가 혈통과 명문을 높이 떠받드는 점이 가장 큰 타도의 목표가 됐다는 점에서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랍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중요시되지만 혹시 내 아버지나 카다피의 아버지 이름을 아는가? 뭐 사실 이 만찬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기존 사회의 합의나 계급은 무시하고, 아랍의 전통적인 가치들이 권력에 장애가 된다면 과감히 지워버렸다.  <메인디시1>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외면했나.   →나폴레옹 슬슬 본격적인 식사로 들어가보자. 여러분은 다들 수십년에 걸쳐 자기 나라는 물론 주변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스탈린이 말한 것처럼 독재는 총칼 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많은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위치에 오르는 게 선행돼서 가능했다. 그런데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인지 통치스타일이 변하면서 서서히 독재자가 돼 가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말은 자꾸 바뀌고, 점점 잔혹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안듣게 되었는데.   스탈린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내 목표는 무조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든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 뜻에 복종해야 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틈만 나면 배신하려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도 내 목표량에 미달했다. 충분히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5개년 경제계획을 세워 모든 농민들이 국가 소유의 조합에 가입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은 재산을 내주는 대신 땅을 불태우고 가축을 죽였다.) 결국 나는 그들을 피로 다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운 사람들조차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처럼 생각됐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은 적을 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철저하게 복수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히틀러 난 독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대부분 다 지켰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정책에는 본인의 증오 이외에 ‘독일 국민들에게 잘 통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고, 실제로 주효했다.) 솔직히 내가 세운 모든 계획 중에 딱 하나 틀린 게 있었는데, 바로 전쟁에 졌다는 것이다. 난 거창하게 세계정복 같은 공약을 내세우지 않고, 우리가 받을 수 있을 걸 받자고 얘기했을 뿐이다. (히틀러의 전쟁은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기보다는 영국과 프랑스 양강으로 구분돼 있던 유럽 내에서 독일의 정당한 위치를 인정해 달라는 권리찾기에 가까웠다.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히틀러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독일 사람들은 1933년부터 2차대전이 본격화되기 이전, 내가 제3제국을 이끌던 시기를 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지지만 않았다면 난 절대로 여기 다른 ‘실패한 독재자’들과 함께 앉아있지 않을거다.   마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공통된 적이 필요했다. 사회를 뒤집어 엎으려면 당연히 원동력이 필요하고, 그 힘은 밑에서부터 나온다. 히틀러는 그것을 외부(유대인)에서 찾았고, 나와 스탈린은 노동자·농민을 앞세워 인민의 적을 만들어내는 수법을 썼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공공의 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당연히 사회적 결집력과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난 1950년대 중반에 무조건 억누르기만 했던 스탈린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다. 지식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금방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마오는 헝가리에서 검열 완화 이후 폭동이 일어난 것을 보고 ‘모든 의견’을 허용하는 대신 ‘공산당의 입지를 굳히는 의견’만을 허용했다.) 고작 6주간 ‘백화제방·백가쟁명’(쌍백) 정책을 펼쳤는데 불온성을 이유로 잡아들인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나폴레옹 뭐 결국엔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주장했고, 국민들이 그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압적인 독재자들로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인 것들 같은데. 국민들이 언제 돌아서는 것을 느꼈나.   스탈린 독재에 대한 대중의 영합은 독재권력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 힘들어지면 힘을 잃기 시작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했던 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권이 제시하는 조건이나 삶의 질에 만족하면 그 권력을 지지하지만 그게 안 되면 외면하는 게 국민들의 속성이다. 내 영향력이 다소간 줄어든 것도 ‘산업화’라는 당면과제가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영향력이 떨어지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총과 칼이나 숙청, 강제노동 등을 동원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스탈린은 꾸준한 생산력 증대를 원했고, 만족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무력을 사용했다.) 이런 것이 독재자와 왕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독재자에게 불리한 점이다. 독재자는 국민들이 실망하면 이를 되돌리기가 군주보다 훨씬 힘들다. 엘리자베스1세 말기에 영국 국민의 생활수준은 역사상 최저였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은 기억하지 않는다.   히틀러 이번 아랍혁명이 ‘빵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들었다. 식량값 폭등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원래 독재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조금이라고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오늘’은 별 의미가 없다. 독재자가 “5년 후에 우리가 이 정도 수준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면 반드시 거기에 가 있어야 한다. (히틀러가 뚜렷하게 정책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표방하는 제3제국이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가 찾아오는 거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독재정권들이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금씩 나아지는 건 왕정 아래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정권을 잡으려는 독재자들은 국민들에게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소리친다. 결국 삶에 찌들어 있는 대중의 지지를 받아 순식간에 정권을 장악할 수 있지만, 결코 그들이 약속한 삶은 만들어낼 수 없다.   후세인 아랍권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 ‘복지독재’라는 희한한 형태가 있어 국민들이 모두 돌아서는 시기를 간단히 전망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왕권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의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은데, 국민들의 삶은 다른 나라보다 풍요롭다. 일자리도 주고 의식주 걱정도 없다. 대학도 보내준다. (아랍의 왕조 체제에서는 가진 자의 수가 극히 제한돼 있고, 이들은 인자한 독재자의 모습을 띤다. 이들은 국부를 독점하는 만큼 그것을 나눠주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그럼 이 상황을 뒤집어서 민주화가 되고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 가진 자의 수가 늘어나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민주화라는 것은 결국 허상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난 가진 자의 입장에 설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만 한다. 결국 ‘기회’라는 게 어느 순간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을 뛰어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메인디시2>당신은 부패했나.   →나폴레옹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영국의 역사학자 로드 액튼 경이 말했다. 독재와 관련된 경구 중 가장 유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독재자는 부패하기 때문에 망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부패가 독재의 종착점인가.   히틀러 진정한 목표가 있는 독재자는 부패할 시간이 없다. 난 채식주의자에 담배조차 피우지 않는다. 가끔 맥주를 마시기는 하지만, 내 뒤를 아무리 캐봐라. 내가 부정적인 일에 연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할 거다. 심지어 난 평생 두 여자(의붓여동생의 딸인 겔리 라우발, 최후를 같이 했던 에바 브라운)만을 사랑했고, 한명이 죽은 후에야 다른 사람을 만났다. 만약에 지금 세상처럼 청문회가 있다면 난 무조건 100% 무사 통과다. 오로지 위대한 제3제국을 세우겠다는 목표 이외에 개인적인 욕심 따위는 없었다. 제3제국이 부패해서 망했다고 말할 수 있나. 난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스탈린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사람들이 나를 ‘금욕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로 난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딸 스베틀라나가 나중에 쓴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내 가족들조차도 화려한 옷이나 식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스탈린은 부인을 잃은 후 스베틀라나를 사실상 ‘어린 퍼스트레이디’로 대접했고, 자식 중 유일하게 애정을 쏟았다.) 오로지 대업을 완수하는 것만이 내가 평생을 생각했던 유일한 관심사였다. (얄타 회담에서 스탈린을 만난 윈스턴 처칠의 부관들은 스탈린에 대해 “지금까지 만나본 중 가장 철두철미하고 명석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최근 아랍권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이나 아들, 측근들이 부패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후세인 당신도 자식 간수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후세인 독재자는 외로운 존재다. 누군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았으면, 언젠가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결국에 믿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 그런데 가족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각자 욕심을 부리게 마련이고, 절대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용서 받는다. (후세인의 큰아들 우다이는 공식 행사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싸움을 벌이는 등 난폭했다. 정신박약아라는 설도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 카다피 모두 가족이 문제였고 자식한테 권좌를 물려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결국 ‘부패’의 진정한 원인은 독재자의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독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1인 중심적인 체제에서 찾아야 한다.   마오 아무리 독재라도 권력은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갖추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적으로 대놓고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게 부패한 거다. 난 솔직히 주지육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기구를 갖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서 모든 것을 움직였다. (그의 문화혁명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홍위병은 결국 스스로 부패하고 갈라져 사라져갔다.) 간단히 말해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표를 갖고 조직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지 개인이 가진 것을 오로지 지키려는 목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그건 독재자 중에서도 가장 저질이라고 생각한다. 카다피나 북한의 김일성, 저기 앉아있는 후세인이 대표적인 인간들이다.  <디저트>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나폴레옹 곧 무너질 것 같았던 카다피가 계속 버티고 있다. 심지어 쟈스민 혁명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쟈스민 혁명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히틀러 국민을 장악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연설을 통해 국민을 사로잡았다면 카다피한테는 TV로 보여지는 강력한 모습과 반미 감정몰이가 결정적인 힘을 줬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 결국엔 모든 것이 정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왜 저렇게 폐쇄정책을 고집하겠나. 밖에서 국민들이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 바깥세상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지금까지 주장해 온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된다. 결국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럴듯한 꼬임이나 세뇌만으로 할 수 있던 독재의 시대가 끝났다. 결국 총과 칼을 통한 억압만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번에 혁명이 실패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나중에 또다시 내란이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번 떨쳐 일어났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가는 법이다.   마오 그래도 중국은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리비아가 여러 개의 부족이라서 마지막 한 고비를 넘을 원동력이 부족한 것처럼 중국 역시 민족이 다양하고 워낙 지역도 넓기 때문에 하나로 모으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은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이 뭔가를 추가적으로 기대할 여지가 남았다는 얘기다. 특히 연안지역만 개방해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조금씩 열어가면서 개방과 통제라는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한 같은 경우에는 특정지역만 열고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에 경제적 몰락을 극복하기 위해 체제붕괴를 피하기 힘들다.   후세인 내가 보기엔 미국이 얼마나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군사적, 외교적으로 영향력이 절대적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네 사람 모두 미국과는 좋은 감정이 아니겠지만, 내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솔직히 대량 살상무기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달아서 억지로 쫓아낸 것 아니냐. 이번에도 이집트에는 개입 안하고, 리비아에만 개입하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이라니…. 결국 다른 나라의 민주화를 자기 입맛대로 골라서 이용하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민주화니 어쩌니 떠들지만 실제로 국제사회를 독재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나폴레옹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철저하게 자기자신의 논리로 무장한 당신들에게 물어보나 마나겠지만, 당신들은 정말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스탈린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던 평양 시민들을 기억하나. 그 원조가 바로 나다. 내 시신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수백명이 깔려 죽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방부처리된 시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조문객의 일부가 바리케이드에 부딪히거나 밟혀서 목숨을 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마오 내가 죽은 후 숱한 변화 속에서도 난 중국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다. 톈안먼 광장에 걸려있는 내 초상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오가 죽은 1976년 그의 문화혁명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한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다. 1981년 그의 후계자 덩샤오핑은 마오의 문화혁명을 ‘내란’으로 규정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김한지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책임연구원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장대익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 [시론] 국민 부담 키우는 환율과 공공요금 정책/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시론] 국민 부담 키우는 환율과 공공요금 정책/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민주사회에서는 일부 사람들에게서 돈을 거두어 다른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자선 활동 기부금처럼 자발적으로 돈을 내는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다른 사람에게 대가 없이 주려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면, 먼저 그것이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돈을 내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또 의회와 같은 대의기관을 통하여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정상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을 보면 이런 합의 도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혜택을 비교적 고르게 주는 제도인데도 그 정당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의견들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훨씬 소수 수혜자들에게 국민의 돈을 몰아주면서도 별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정책들이 있다. 환율정책과 전기요금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환율은 외환 수급 사정에 따라 매일 변화하지만,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 수단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요금 역시 기본적으로 원가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우된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나 전기요금을 통하여 많은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일부 기업들을 도와주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여론 수렴이나 국민적 합의 과정 없이 행정적 결정만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환율을 올려 원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면 그 이익은 수출업체들에 돌아간다. 또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외국 구매자들도 득을 본다. 이들의 부담으로 수출기업의 이윤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부담을 떠안는 쪽은 국내 소비자들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환율 정책에서 항상 강조되는 것은 수출을 통한 국익증대이고, 소비자들의 부담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환율을 낮게 유지하면 아무런 희생 없이 수출만 늘어나서 모든 국민이 이득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수출기업들은 큰 목소리로 이런 정책을 지지하겠지만, 소비자들은 자신의 부담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외제품을 많이 쓰는 이기적 인간으로 몰릴까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물론 환율정책이 단기적으로 수출을 부양하는 유용한 정책이 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정책을 유지하려면 국민적인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아서 한전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도 낮은 전기요금의 혜택은 소수가 누리고 결국 부담은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광공업 부문에서 쓰고, 이 중 상당부분을 재벌의 대기업들이 사용한다.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은 잘나가는 대기업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결과를 낳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전력 사용을 초래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도 싸니까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주택용의 비중은 훨씬 낮기 때문에 비중이 높은 산업용에 혜택이 편중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과도한 누진제를 적용하여 마음 놓고 전기를 사용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이 일본을 추월하였지만, 가정부문에서는 아직도 일본의 절반 수준이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경제성장 초기에 수출기업들을 도와주려고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과 과소평가된 원화 환율이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내는 시점에 국민의 부담으로 이들의 전기요금을 보조해 주고 수출업자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높여 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내는 시점에 국민의 부담으로 이들의 전기요금을 보조해 주고 수출업자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높여 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국민에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 인권·종교·석유 ‘3색 전쟁’

    서방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이 격화하면서 공습국과 피공습국이 각자의 입장을 대변해 줄 키워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공격 일선에 선 국가들은 이번 군사행동을 ‘인권 전쟁’으로 규정하며 명분 찾기에 나선 반면 리비아는 이번 ‘침략’이 ‘종교 전쟁’이자 ‘석유 전쟁’이라며 서방국을 규탄하고 있다. 리비아 개전 이유를 설명하는 삼색 키워드를 들여다봤다. ●인권전쟁-독재타도 vs 침략전쟁 유엔은 리비아 군사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꺼내놓았다. 한 국가가 자국민을 상대로 인권 유린 같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을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 이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로 주권보다 인권이 앞설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특히 ‘42년 독재자’ 카다피의 자국민 학살극은 알자지라 등 아랍권의 시각이 담긴 언론매체를 통해 세계인 모두가 지켜봤다. 덕분에 국제사회로부터 폭넓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반면, 카다피는 ‘침략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인권 전쟁’이라는 서구의 명분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전화 연설을 통해 공습을 주도한 미국 등 서방국을 20세기 초 자국을 침공했던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등과 비교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의 미국처럼 초강대국이었던 이탈리아를 무찔렀던 경험이 있다.”면서 “당신(미국)은 히틀러나 무솔리니처럼 패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전쟁-기독교 vs 이슬람교 카다피는 선전전을 위한 핵심 카드로 ‘십자군’이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아랍권을 자극했다. 리비아 관영방송은 19일 첫 공습을 당한 이후 줄곧 다국적군을 ‘십자군 적’이라고 규탄해 왔다. 11세기 후반부터 200년간 지속된 기독교 세력의 이슬람 침공 역사를 상기시키며 무슬림 형제국의 단결을 촉구한 것이다. 십자군은 서방 세력이 아랍권을 공격할 때마다 등장하는 키워드로,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도 오사마 빈라덴이 ‘십자군 전쟁’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바랐던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다국적군의 공습 이후 “우리가 원한 것은 리비아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이지 다른 민간인을 폭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도 이번 전쟁이 미국, 영국 등 기독교 국가의 이슬람 침공으로 비치는 데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석유전쟁 다국적군의 공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이번 전쟁이 석유 쟁탈전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한다. 서방국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 과정에서 쌓인 부채를 갚기 위해 리비아의 석유 자원 등을 가로채려 한다는 주장이다. 카다피 역시 20일 전화 연설을 통해 “기독교 국가들이 우리의 석유를 탐내고 있다.”며 공습의 정당성을 깎아내렸다. 리비아 사태를 ‘석유 전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아랍권 곳곳에서 나온다. 알제리 최대 신문인 ‘엘 카바르’는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인 것은 리비아 석유를 차지하려는 경쟁 때문이라며 첫 공습에 나섰던 프랑스가 석유 쟁탈전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법원 “길자연 회장 인준절차 무효” 두쪽 난 한기총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대표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일단 전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나오는 신임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4일 이광원 목사 등 15명이 제기한 임시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받아들이면서 “3월 15일 임시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하거나 정관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징계를 하는 것은 무효”라면서 “지난 1월 20일 한기총 총회 당시 이광선 의장의 정회 선언이 적법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임시의장을 선임해 길자연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인준한 결의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광선 전 한기총 대표회장 등 ‘한국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범대책위원회’ 소속 목사들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교회와 한기총의 금권 선거를 종식시켜야 한다.”면서 “한기총은 연합과 일치 정신으로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통해 모두가 공감하는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길자연 신임 대표회장은 이날 오후 한국기독교연합회관 강당에서 임시 총회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한기총은 지난해 말 선거를 통해 길 목사를 새 대표회장으로 뽑았으나 금권 선거 시비 등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리비아 내전] 佛, 반군 합법정부 첫 인정… EU ‘카다피 퇴진’ 결의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특사를 파견하는 등 외교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가 10일 리비아 반정부군 지도부인 임시과도국가위원회를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반정부 지도부에 대해 공식 인정한 것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이는 카다피에 대한 외교적 타격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담을 열고 있는 회원국 외무장관들도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퇴진에 입장을 같이했다. 11일 긴급 소집될 EU 정상회담에서는 외무장관 회담을 바탕으로 카다피의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AP등이 전했다. EU 차원에서도 곧 반군을 합법 정부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순번의장국인 헝가리의 머르토니 야노시 외무장관은 이날 카다피에 반대하는 리비아 국가위원 측 인사 2명이 전날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정책 대표를 만난 사실을 거론하고 “(국가위원회 측에 대한) 사실상의 인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이날 리비아 중앙은행을 비롯한 리비아의 주요 국가기관들의 독일 내 계좌 수십억달러를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는 리비아 투자청(LIA), 리비아 아프리카 투자청(LAIP), 리비아 대외은행(LFB) 등의 계좌들도 포함됐다. 국제사회의 카다피에 대한 외교적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카다피가 권력 이양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고 포르투갈 일간 푸블리코가 한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푸블리코는 이날 루이스 아마도 포르투갈 외교장관을 방문한 카다피측 특사가 아마도 장관에게 “(권력) 이양을 위한 협상 절차 개시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이런 메시지가 아마도 장관의 적대행위 중단 제안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 것이므로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메시지의 진정한 의도나 내용이 단순히 정황적 선언은 아닌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알리 알 에사위와 마흐무드 지브릴 등 리비아 국가위원회 측 대표 2명과 면담한 뒤 임시과도국가위원회를 리비아 국민의 유일한 “합법적 대표”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BFM TV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에 따라 리비아 반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벵가지에 대사를 파견하고 반군 측이 파견하는 대사를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한 프랑스 관리가 밝혔다. 영국의 윌리엄 헤이그·독일의 귀도 베스테벨레·프랑스의 알랭 쥐페 외무장관 등도 EU 외무장관회담에 앞서 “카다피는 스스로 신뢰를 훼손했다. 그는 퇴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들은 “카다피가 퇴진하고 정권은 자국민을 겨냥한 폭력을 종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날 카다피의 특사를 맞이했던 루이스 아마두 포르투갈 외무장관은 “특사를 통해 카다피에게 ‘당신의 정권은 끝났다. 당신의 정권은 정당성을 잃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카다피 정권에 대한 제재 강화, 대 북아프리카·중동 외교정책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며 11일 예정된 긴급 EU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성명 초안을 검토한다. 이미 EU는 개별 회원국 정부와 조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등의 성명을 통해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 및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 유혈 진압의 중단을 여러 차례 촉구한 바 있다. 앞서 카다피는 유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포르투갈과, EU와 나토 본부가 있는 브뤼셀, 아랍연맹 회의가 열리는 이집트 등에 측근 등 특사를 파견해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카다피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도 지난 8일 전화통화를 갖고 “그리스는 리비아의 친구로서 EU에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며 지렛대 역할을 부탁했다. 카다피는 또 아랍연맹 회의가 열리는 이집트에도 측근인 압델라만 알 자위 소장을 파견, 12일부터 열리는 아랍연맹 외무장관회의에서 “리비아 정권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美 해병 400명 그리스 도착…군사행동 임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 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적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우리가 취해 온 비군사적인 조치 이외에도 모든 종류의 옵션을 검토하도록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캠프 레준 소속 해병 400여명이 전날 그리스 크레타 섬의 수다만에 도착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옵션 가운데 하나”라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통치할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美, 장기내전 우려에 태도 바꿔 일체의 군사 개입에 신중하다 못해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은 리비아 사태가 장기 내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카다피 친위군이 석유 수출기지 브레가를 탈환하기 위해 미사일 공습을 감행한 직후 나왔다. 카다피가 브레가를 손에 넣고 석유를 무기로 버티면 내부 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회의적이었던 미군 당국도 군사개입 여지를 열어놨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MSNBC 방송에 출연, 군 고위 관계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해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나 다른 군사개입 방안을 반대한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리비아 공군의 방어시설 파괴를 의미하는 사실상의 전쟁행위라며 간단치 않은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미군은 리비아와 맞닿은 지중해 연안 그리스 남부 크레타 섬의 미 해군기지에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전날 400명이 투입된 데 이어 4일에는 다목적 강습상륙함 키어사지함과 상륙수송함 폰스함이 합류했다. 폴 팔리 미 해군 대변인은 “리비아와 관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친위대가 시위대 편에 서야”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 친위대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카다피 친위대가 시위대 편에 서야 한다.”면서 “무고한 시민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그들의 행동이 감시되고 있으며 향후 이를 설명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방향으로 역사가 움직이고 있는지 스스로 잘 계산해 보라.”면서 “역사가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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