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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비 74억 빼돌린 국내 英외국인학교

    72억 수업료로 학교 공사비 갚아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수익 유출 檢, 간부부부 등 3명 불구속 기소 ‘영국 명문학교’ 간판을 내걸고 학생을 모집해 교비를 학교 공사비로 빼돌린 외국인학교 운영진이 검찰에 적발됐다. 학교의 영리 추구를 금지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외국인학교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8일 서류상으로만 홍콩에 존재하는 비영리법인(DCSL)을 만든 뒤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 외국인학교를 편법으로 세워 교비 74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사립학교법 위반)로 덜위치칼리지 간부 이모(48·여)씨와 남편 금모(5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DCSL을 100% 지배하며 덜위치칼리지를 실질적으로 설립한 케이맨 군도 소재 영리법인 ‘DCMI’의 최고재무책임자(CFO) Y(45·싱가포르 국적)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한 이 법인 최고경영자(CEO) G(55·스위스 국적)씨는 기소중지했다. 이 네 명은 모두 DCSL 이사다. 검찰은 이들이 2010년 덜위치칼리지 설립 당시 건설공사 대금으로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100억원 중 지금까지 갚은 72억여원을 모두 수업료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또 DCSL 운영자금 명목으로 교비 2억 5000여만원을 홍콩으로 송금했다고 덧붙였다. 사립학교법은 교비 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공사비 등 다른 회계로 전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설립 당시 학교법인이나 설립자가 계약을 체결한 시설·설비의 공사비는 법인 회계에서 지출하거나 설립자가 부담해야 하며 교비 회계에서 지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횡령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학교를 세우고 이익만 빼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DCMI와 DCSL 사이에 ‘프랜차이즈 비용’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매년 교비의 6%를 챙기려 했다. 또 2010년 서초구가 이 학교에 지원한 공영주차장 건축 지원금 1억 6000만원도 학교 운용자금으로 유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 반포에 위치한 덜위치칼리지는 2010년 9월 설립돼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650명이 다닌다. 이 중 25% 정도가 내국인이다. 연간 수업료는 3000만원 정도다. 영국 덜위치칼리지는 로열티를 받을 뿐 한국 학교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해당 학교는 검찰 수사에 대해 “기소된 모든 혐의에 대해 정당성이 입증되고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합리적인 입법을 통한 법치주의의 확립/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열린세상] 합리적인 입법을 통한 법치주의의 확립/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두 가지 죄목으로 고소를 당했다. 청년들을 부패하게 했고, 국가가 지정하는 신 대신 이상한 신을 믿는다는 혐의였다.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던 소크라테스에게 친구들이 찾아와 탈옥을 권했다 그때 그는 “나에게 불리해졌다고 해서 법을 어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라며 거절했다. 바로 이것이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법이 일단 만들어지면 지켜야 한다는 준법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흔히 소크라테스를 예로 들기도 한다. 악법도 법이라는 명제는 국가 작용이 법에 따라 이루어지기만 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에 의한 자의적 지배가 아니라 객관적인 법에 근거를 두면 괜찮다는 것이다. 법을 존중하지 않거나 준법의식이 약한 것을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 탓하는 국민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국민은 법이 일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와 이익만을 보장해 주는 수단에 불과하므로 지킬수록 손해만 본다고 생각하고 있다. 법치주의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진보와 보수 양측의 타협과 절충을 끌어내기 어려운 우리 사회에서 국민이 공감하는 법치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의 법치주의는 국회에서 법률이 제정되기만 하면 지켜야 한다는 식의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지 않는다.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정의에 합치되는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헌법재판소는 밝히고 있다. 따라서 국민이 지켜야 할 법이 어떠한 내용을 담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법률이 제정되고 폐지되는 입법 과정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제도와 정책들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미래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특히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온라인 업체가 등장한 O2O 서비스 사업 영역이 시끄럽다. 세상은 바뀌는데 법에 따른 규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오프라인 업체와 전통 상인을 죽인다는 아우성이 마주치고 있으나 국회와 정부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기 위해 어떠한 절차를 밟을 것이냐는 문제조차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공청회나 청문회에서도 찬반 의견 대립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고 끝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변화하는 다원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다양한 의견들이 조화를 이루고 접점을 찾아가면서 법의 목적인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 공적인 논의와 참여 속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일지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경쟁에서 패배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다시 공론에 부쳐 자신의 견해를 펴고 상대방을 설득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률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과 질서 유지에 이바지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법이 택하고 있는 방법이 효과적이고 적절한 것인지도 한번 새겨 볼 일이다. 법이 예상하고 있는 규제와 제한보다 완화된 형태나 방법은 없는지 찾아볼 일이다. 끝으로 법으로 보호하려는 공익이 제한되는 사적인 이익보다 더 큰지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요청이 추상적이어서 실제 적용할 때 다양한 견해차가 드러날 수 있다. 당장은 절차가 번거롭고 비능률적으로 보일지라도 적어도 이러한 요청이 지켜질 때 국가의 입법 작용에 정당성이 인정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법을 존중하고 따를 것이고 자연스레 법치주의가 확립될 것이다.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명 원샷법 등 40개의 법안이 무더기로 통과됐다.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고, 법의 목적에 모두 이바지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 본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일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사람의 걱정이 한낱 기우에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서병수 시장 “임시총회 요구는 부당” BIFF “정관 명시된 집행위원장 권한”

    부산국제영화제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서 시장 “자문위원 위촉도 인정 못 해” 서병수 부산시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5일 정기총회에서 총회 구성원 152명 중 106명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정당성이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임기 만료 직전, 정기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을 갖는 자문위원 68명을 대거 위촉했는데, 이는 영화제 사무관리규정을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때문에 부당하게 신규 위촉된 자문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임시총회 요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중순 부산시장이 맡고 있는 당연직 조직위원장 자리를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서 시장이 밝히자, 영화계 안팎에서는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즉각 정관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정관 개정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채 정기총회가 열리자 현장에서 임시총회 소집 요구안이 발의됐고, 이 전 집행위원장의 재신임 논의에 대한 요구까지 나오자 서 시장은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영화제 측은 독자적인 임시총회 개최를 검토해 왔다. 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화제 측이 신규 자문위원 해촉과 임시총회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행하면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집행정지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시장은 일부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영화제가 20년간 지켜온 영화인과 비영화인, 수도권과 부산의 균형을 무시하고 정관 개정에 필요한 3분의2 이상 자문위원을 확보하기 위해 집행위원장이 직접 수도권 일부 영화인을 대거 위촉한 것은 영화제를 성원한 부산 시민의 사랑을 저버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영화 권력자들이 더이상 영화제의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제 측 “전반적 의견 수용 위한 것” 영화제 측은 자문위원 위촉은 사무관리 규정보다 상위인 정관에 명시된 집행위원장의 고유 권한으로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자문위원을 신규 위촉한 것은 부산의 문화예술계, 시민 사회계, 한국 영화계 전반의 의견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화계는 서 시장이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며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의 문화 자산”이라며 “서 시장이 라운드테이블을 제안했으니 대화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영화계 차원에서 곧 대응 방향을 마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서울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입법, 행정 간 갈등과 정책의 운명/이성엽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열린세상] 입법, 행정 간 갈등과 정책의 운명/이성엽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국회는 아직도 서비스산업발전법안, 노동개혁 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법안의 통과를 요구하는 10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말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를 비난하는 여론이 따갑자 여당은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한 국회선진화법을 탓하면서 이 법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이러한 갈등적인 정치 현상에 등장하는 세 주체는 국회, 대통령, 헌법재판소 또는 법원으로 각각 입법, 행정, 사법부를 대표한다. 이들 간에 권력을 나누어 가지도록 하는 것이 권력분립 원칙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 법을 집행하는 행정, 법을 판단하는 사법 기능은 ‘견제와 균형’을 할 수 있어야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권력분립 원칙은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시대에 따라 권력 간 불균형이 있었는데 입법 우위 시대, 사법 우위의 시대를 거쳐 현재는 행정 우위의 시대라 할 수 있다. 미국은 1930년대 경제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행정권이 강화됐고 우리도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행정권의 우위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 정부 형태에서 보면 의회는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로 구성돼 민주적 정당성은 있으나 전문성이 부족하고 사법은 법 판단의 전문성은 있으나 정치적 책임성이 부족하다. 이에 반해 행정은 직업관료제를 기반으로 전문성이 있고 선출된 권력으로서 대통령이 민주적 정당성도 지니고 있다. 행정의 이런 특성이 행정 우위 국가로의 변화를 가져온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행정의 우위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권력 간 잦은 충돌 현상을 보고 있다. 현행 헌법이나 권력 현상이 입법 우위인지 아니면 여전히 행정의 절대적 우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회의 반대로 정부 정책들이 지연되거나 좌절되는 사례가 많고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등 국회의 막강한 권한 앞에 무력감을 호소하는 행정 공무원이 많다. 상시 국회로 인해 공무원들마저 여의도로 출근하고 있고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잦은 국회 출장으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가히 국회 전성시대, 입법부로의 권력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러한 현상은 권위주의 시대에 행정부 절대 우위 상황에 익숙했던 공무원들이 입법부의 제자리 찾기를 지나친 권한 강화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국회선진화법의 통과로 야당의 동의 없는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의회 권력이 상당히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이나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같은 헌법상 제도로 권력 간 갈등이 견제되기도 하지만, 불행히도 정부가 제출한 법률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아도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당이 과반수여도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현행 법제에서는 더욱 상황이 어렵다. 결국 이런 권력 갈등으로 인한 국가 사회의 피해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선거권 행사를 통한 정치적 책임 추궁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 정책 시행의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과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감시가 중요하지만, 각 권력 역시 자기 권한만을 고집하면서 충돌할 것이 아니라 상호 간 권한에 대한 존중과 협력을 통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또한 각 권력은 국민의 생존을 위해 필요할 경우 정치와 정책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책은 정치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에 양자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정책에 정치만 남아 정책이 권력 획득과 유지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우 정책은 실종되고 결국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는 것이다. 국회의 입법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일정 기간 국민의 선택과 위임을 받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막강한 전문성에다 정치적 정당성까진 가진 행정부의 권한 역시 신중하고 책임성 있게 행사돼야 한다.
  • 민주화 시대 연 사람들의 감춰진 뒷 이야기

    민주화 시대 연 사람들의 감춰진 뒷 이야기

    이 사람을 보라 1·2/김정남 지음/두레/1권 624쪽, 2권 636쪽/1권 2만 2000원, 2권 2만 3000원 김수환, 장준하, 전태일, 김남주, 전병용…. 군사독재 암흑시대에 빛을 비춰 민주화 시대를 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 49명과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지금도 힘없는 이들 곁을 지키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 실린 이야기 중에는 과거 공개할 수 없었던 내용도 있다. 저자는 “관계된 사람의 이름을 실명으로 공개할 수 없는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다. 전병용과 관련된 일련의 이야기가 특히 그렇다”고 했다. 전병용은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났다. 1947년 아버지를 따라 월남, 1967년 교도관으로 임용됐다. 서울구치소에 근무하면서 당시 투옥됐던 민주화 투사들을 헌신적으로 도왔다. 김지하는 뒷날 그의 회고록 ‘흰 그늘의 길’에서 “전병용, 이 사람, 이 사람의 용기와 헌신, 희생을 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민주화 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썼다.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기도 했다. 저자는 “1972년 10월 17일 유신정변 이후 최초의 반유신투쟁으로 1973년 10월 2일 서울대생들의 시위를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전남대 ‘함성’지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함성’지는 10월 17일 유신과 함께 선포된 비상계엄 때문에 일제 휴교에 들어갔던 대학들이 12월 10일 다시 개교하는 날에 맞춰 학생들이 읽을 수 있도록 12월 9일 늦은 밤 광주 시내 여러 학교에 뿌려졌다. 저자는 1964년 6·3 한일회담 반대투쟁 배후 인물로 구속된 이래 30여년 동안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감추어진 진실을 빛 속에 드러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쓰는 이유”라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게 진짜 종교의 자유…美의회 결정 두고 논란

    이게 진짜 종교의 자유…美의회 결정 두고 논란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시(市) 의회가 주최하는 기도회 행사에 '사탄 종교'를 내세우는 신도들의 참석을 허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피닉스시 의회는 그동안 연초에 기독교를 비롯한 각 종교 단체 회원들이 참석하는 기도회를 개최했으나, 올해 2월 17일 열리는 기도회에서 사탄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타닉 템플(Satanic Temple)' 소속 신도들의 기도회 참석을 허용했다. 이들 신도들이 지난해 12월 기도회 참석 요구서를 보내자 일부 시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으나, 시의회는 이를 결국, 이들의 참석을 허용했다. 피닉스시 법무장관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미국의 헌법 아래에서 시가 어떤 종교 집단을 일방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성명을 발표해 시의회의 결정을 지지했다. 하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시가 즉각 거부 결정을 해야 했다"면서 "시민들에게 공격적인 기도 내용이 전개된다면 당장 기도회장을 떠날 것"이라면서 시의회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관해 기도회 참석을 신청한 '사타닉 템플' 측 관계자는 "우리는 성경에 있는 말 그대로의 사탄을 믿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탄은 독재와 대항해 싸운 세력의 은유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까지 기도회에는 기독교나 유대교, 이슬람, 시크교 등 모든 종파들이 참석했다"며 "어떤 특정 종교를 배제한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종교들도 배제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기도회 참석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시가 가장 멍청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난을 계속하자, 시장까지 나서서 "헌법은 법에 따라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의회의 결정을 지지하는 등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왕보다 백성” 외친 혁명가 맹자가 2인자로 남은 이유

    “왕보다 백성” 외친 혁명가 맹자가 2인자로 남은 이유

    맹자여행기/신정근 지음/에이치투/472쪽/1만 8000원 동양철학을 압축해 ‘공맹’(孔孟)이라고 한다. 그 정도로 공자와 맹자는 유가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꼽힌다. 하지만 유가의 쌍성인 공자와 맹자가 항상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공자와 ‘논어’는 변함없이 유가의 중심에 있지만 맹자와 ‘맹자’는 그렇지 못하다. 사상 자체만을 놓고 봐도 맹자가 공자에 뒤질 이유가 없는데도 맹자를 공자 다음의 2인자로 치는 이유는 맹자의 혁신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동양철학자 신정근 교수(성균관대 유학대학원장)의 분석이다. ‘맹자여행기’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등의 활발한 저술 활동을 통해 동양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신 교수가 맹자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작정하고 낸 책이다. 책이 다시 해석한 맹자는 혁명가다. 맹자는 신분제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역성혁명의 정당성을 들고 나왔다. ‘무엇을 위해 나라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왕보다, 사직보다, 백성이 더 귀하다”며 백성을 신성한 절대권력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인간 마음의 뿌리는 선하다며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가장 먼저 마음(心)을 철학의 주제로 설정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주체로 확립한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런 맹자를 찾아 나선다.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曲阜)와 이웃한 쩌우청(鄒城)을 찾아 맹자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 맹모삼천의 유적이 있는 곳, 맹자가 생을 마감하고 묻힌 묘지와 그를 기리는 사당 등을 답사하고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성선설의 모태가 된 ‘맹모정’, 디즈니 만화영화 ‘뮬란’의 원형이 된 칠녀이야기와 유적지도 찾는다. 여정을 따라가는 동시에 ‘맹자’의 문장들과 간간이 고사를 소개하는 책은 여행과 고전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맹자는 춘추전국시대에도 환영받지 못한 인물이었다. 책에는 오랜 역사의 무명 시절을 겪어야 했던 맹자가 아성 맹자가 되기까지 최초의 주석서를 쓴 조기의 영화 같은 인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던 맹자를 살려낸 공자의 후손, ‘맹자’를 세계적인 사상서로 부활시킨 주희의 성리학에 대한 성찰이 이어진다. 조선 개국공신 삼봉 정도전은 정몽주가 전해 준 ‘맹자’를 보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설계도를 그렸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600년 조선의 역사에 맹자의 사상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서문에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았던 맹자를 만나 난마로 얽힌 우리 시대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한국은 많은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종교 천국’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 땅에선 차별, 강요란 이름의 종교 편향과 폭력이 빈번히 발생하며 그로 인한 갈등과 마찰은 더이상 ‘종교 천국’이 아니라는 관측까지 낳는 형국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은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자며 그 차별과 편향의 부조리에 맞서고 있는 대표적 시민사회단체다. 그들이 앞장서 온 개선의 몸짓과 성과는 숱하다. 2010년 대광고 사건의 대법원 승소, 2008년 공직자 종교중립법 제정, 2007년 종교시설의 투표소 설치 불가, 지하도로의 사적 점용을 허가한 사랑의교회 문제와 관련한 법률 개정…. 2006년부터 종자연을 이끌고 있는 박광서 대표(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를 만나 그간의 사정과 한국 종교 상황에 대해 들었다. →종자연은 일반인들에겐 생소하다. 어떤 단체인가. -2004년 대광고 학생회장 강의석군이 학교 강제 예배에 대해 ‘종교 자유, 학교는 예외인가’라는 문제 제기를 하며 1인시위, 제적 처분, 단식으로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길희성 교수, 류상태 목사 등 개신교인 중심의 학교종교자유를위한시민연합(학자연)이 움직였고 언론, 정치권에서 핫이슈로 다뤘다. 그 후 참여불교재가연대 주도로 각계 인사 50여명의 준비위원회가 결성돼 1년여의 연대 활동을 거쳐 2006년 3월 학자연과 기존 종자연이 합쳐져 공식 출범했다. →활동 내용을 놓고 개신교계와 마찰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종자연의 뿌리가 개신교계 인사들의 모임인 학자연과 불교시민단체 재가연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 인권과 정교분리 문제를 야기하는 대부분 사례가 개신교계에서 불거진다는 측면이 짙다. 2012년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인권 상황 실태조사 연구용역 중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학교에서의 ‘종교에 의한 차별 실태와 개선 방안 연구’를 종자연이 맡게 된 과정과 개신교계의 반발 또한 한국 사회의 특이한 종교 권력이 만들어 낸 해프닝이다. 1, 2차 접수단체가 종자연밖에 없었고 나중에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가 함께 신청했다가 평가 과정 중 스스로 철회하는 곡절 끝에 종자연이 최종 선정됐다. 인권위가 개신교계 눈치를 살펴 종자연에 맡기길 조심스러워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의 종교교육 실태는 나아졌다고 보나. -강제 종교교육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개인 종교 인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긴 했다. 일부 학교 현장에선 여전히 학부모까지 참석한 입학식, 졸업식 등 공식 행사를 대놓고 종교 행사로 치르고 매주 이뤄지는 종교교육과 강제 예배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교 운영예산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고 대다수 학생이 그 종교와 무관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치다.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싸우길 피곤해한다. 감독관청인 교육청도 형식적 공문을 보내 장학지도할 뿐 세밀한 상황을 파악하고 강력하게 개선을 주문하는 등 인권 향상을 위해 행정력을 동원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종교(편향)교육 실상을 구체적으로 든다면. -스님이 유치원을 방문했을 때 한 어린이가 침을 뱉기도 했고, 3년 전엔 도넛 가게에 들어가려던 비구니 스님을 한 아주머니가 막고 서서 소리치고 삿대질하며 못 들어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석가탄신일 때 장로나 선교사가 불교 상징인 조계사 건너 길가에서 마이크를 동원한 선교를 하고 심지어 경내까지 들어와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유명 사찰에 몰려가 소위 ‘땅 밟기’라는 걸 한 적도 있다. 일부 신자의 과격한 행동은 기독교 근본주의에 젖은 종교 지도자들의 타 종교에 대한 비하, 혐오 발언이 이를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다. 종교를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이유이다. →공공 영역에서의 종교 신념 표출을 문제 삼는 이유는. -국가가 공적으로 관리하는 국민 전체의 공유 공간에 특정 종교 광고가 내걸리거나 공적인 자리에서 공인이 종교 신념을 과도히 표출하는 일은 자제돼야 한다.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내 돈으로 통행료까지 내며 다니는 고속도로에서도 피할 길 없이 특정 종교 선전을 마주해야 하고 서울광장이란 수도 서울의 핵심 공간에 매년 종교상징물이 설치되는 건 위헌적 발상이다. 공기관이 그걸 허용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 국민 세금으로 국가가 관리하고 좋은 성적을 낼 때 연금은 물론 병역면제까지 해 주는 국가대표는 공인 중의 공인이다. 올림픽, 월드컵 같은 국제스포츠행사에서 티나게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건 우리 선수들뿐이다. →우리나라의 종교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장애인 권리, 여성 인권, 노동권 등 여러 분야에서 인권 신장을 일궈 왔다. 하지만 유독 종교와 관련된 부분은 사회의 변화를 외면하며 개인의 인권을 제약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종교계가 운영하는 학교나 복지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특정 종교를 강요해 기본권인 종교 자유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거나 동성애 등 성적 지향에 대해서도 개신교계가 사회적 논의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며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법제화에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 폭력과 차별의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곳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목사의 개입 아래 납치, 감금한 사람을 개종 교육시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 교직원이나 복지단체 직원 채용 때 특정 종교인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도 차별이다. 직업 선택에서 종교인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부분까지 특정 종교인에게 기회를 줘 노동권, 직업선택권에서 심한 차별을 당하고 사는 셈이다. 인권위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권고하지만 종교계는 요지부동이다. →종교인과세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왜 맡았나. -천주교는 물론 불교, 원불교, 심지어 개신교계도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인데 대형 교회 중심의 보수 개신교는 저항하는 형국이고 반대 논리도 빈약하다. 비과세 관행, 이중과세, 근로가 아닌 봉사 등의 논리 배경은 세무조사, 즉 재정 투명화와 관련된 듯하다. 종교인 과세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종교계 압박을 의식해 국회로 공을 돌렸다. 국회도 새로운 세법 개정을 할 게 아니라며 정부에 되돌리면 그만인데 서둘러 이상한 법을 만들었다. 근로소득세 혹은 기타소득의 종교인 세목 중 하나를 본인이 선택하도록 했다. 종교인 세목을 선택하면 80%까지 실경비로 인정해 근로소득세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내게 되는 셈이다. 납세의무자에게 적게 낼지, 더 많이 낼지를 물어 세금을 결정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이슬람국가(IS) 테러와 관련해 이슬람 혐오증이 확산되는 추세인데. -다른 것을 포용하지 못하고 공존도 불가하다는 경직된 종교 근본주의에 대해 더욱 경계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특정 종교 신념을 무차별적으로 모든 이에게 강제하려는 폭력성 때문이다. 한 민족, 한 종교로 충분하던 시절에야 아무 문제없었지만 다양한 것이 공존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일 것이다. 수십 년 내 종교가 사라질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개인적으로 종교의 권위와 기능이 달라질 것이고 또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나마 종교 지도자들의 지혜로운 리더십이 살아 있다면 말이다. →종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만치 않은데. -우리나라는 종교라는 깃발만 꽂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인권 의식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종교 자유를 자신만의 자유로 과잉 해석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서구라는 힘을 등에 업고 들어온 권력화된 종교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정당성을 결여한 정치권력이 정치와 종교의 영역을 서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권력을 나눠 관리하기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결과이기도 하다. 시대가 달라졌다.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해 내고 난 후 인권 의식도 높아졌고 비대해진 종교 권력과 종교 패거리 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박광서 대표는 ▲1949년 충남 공주 출생▲경기고 졸업 ▲서울대 문리대 물리학과 졸업▲미국 브라운대학 박사▲미국 MIT 연구원(1981~1983년)▲서강대 물리학과 교수(1983~2013년)▲한국교수불자연합회 창립(1988년)▲생명나눔실천본부 창립(1994년)▲고속철도경주도심통과반대운동(1996년)▲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 (1999~2006년)▲달라이라마방한준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2000~2002년)▲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2006년~)▲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 자문위원(2008~2010년)▲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2014년)▲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 공동대표(2015년)
  • 종교의 자유? 사탄의 허용? 美의회 결정 논란

    종교의 자유? 사탄의 허용? 美의회 결정 논란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시(市) 의회가 주최하는 기도회 행사에 '사탄 종교'를 내세우는 신도들의 참석을 허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피닉스시 의회는 그동안 연초에 기독교를 비롯한 각 종교 단체 회원들이 참석하는 기도회를 개최했으나, 올해 2월 17일 열리는 기도회에서 사탄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타닉 템플(Satanic Temple)' 소속 신도들의 기도회 참석을 허용했다. 이들 신도들이 지난해 12월 기도회 참석 요구서를 보내자 일부 시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으나, 시의회는 이를 결국, 이들의 참석을 허용했다. 피닉스시 법무장관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미국의 헌법 아래에서 시가 어떤 종교 집단을 일방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성명을 발표해 시의회의 결정을 지지했다. 하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시가 즉각 거부 결정을 해야 했다"면서 "시민들에게 공격적인 기도 내용이 전개된다면 당장 기도회장을 떠날 것"이라면서 시의회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관해 기도회 참석을 신청한 '사타닉 템플' 측 관계자는 "우리는 성경에 있는 말 그대로의 사탄을 믿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탄은 독재와 대항해 싸운 세력의 은유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까지 기도회에는 기독교나 유대교, 이슬람, 시크교 등 모든 종파들이 참석했다"며 "어떤 특정 종교를 배제한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종교들도 배제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기도회 참석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시가 가장 멍청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난을 계속하자, 시장까지 나서서 "헌법은 법에 따라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의회의 결정을 지지하는 등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美의회 ‘사탄 종교’ 기도회 참석 허용 논란

    美의회 ‘사탄 종교’ 기도회 참석 허용 논란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시(市) 의회가 주최하는 기도회 행사에 '사탄 종교'를 내세우는 신도들의 참석을 허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피닉스시 의회는 그동안 연초에 기독교를 비롯한 각 종교 단체 회원들이 참석하는 기도회를 개최했으나, 올해 2월 17일 열리는 기도회에서 사탄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타닉 템플(Satanic Temple)' 소속 신도들의 기도회 참석을 허용했다. 이들 신도들이 지난해 12월 기도회 참석 요구서를 보내자 일부 시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으나, 시의회는 이를 결국, 이들의 참석을 허용했다. 피닉스시 법무장관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미국의 헌법 아래에서 시가 어떤 종교 집단을 일방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성명을 발표해 시의회의 결정을 지지했다. 하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시가 즉각 거부 결정을 해야 했다"면서 "시민들에게 공격적인 기도 내용이 전개된다면 당장 기도회장을 떠날 것"이라면서 시의회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관해 기도회 참석을 신청한 '사타닉 템플' 측 관계자는 "우리는 성경에 있는 말 그대로의 사탄을 믿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탄은 독재와 대항해 싸운 세력의 은유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까지 기도회에는 기독교나 유대교, 이슬람, 시크교 등 모든 종파들이 참석했다"며 "어떤 특정 종교를 배제한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종교들도 배제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기도회 참석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시가 가장 멍청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난을 계속하자, 시장까지 나서서 "헌법은 법에 따라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의회의 결정을 지지하는 등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인건비 절감 목적 비정규직 확대해선 안 돼”

    “인건비 절감 목적 비정규직 확대해선 안 돼”

    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준수 당부 “일반해고는 최후 수단 오남용 말아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3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임원(CHO) 간담회를 갖고 현안인 노동개혁과 관련해 “인건비를 절감할 목적으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운영의 유연성 차원에서 어느 정도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9·15 노사정 대타협 합의 내용인 상시·지속적 업무에 가급적 정규직을 고용한다는 원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올해 ‘비정규직 목표관리 로드맵’을 마련하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모든 사업장의 근로감독 과정에서 비정규직 차별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일반해고는 현저히 업무 능력이 부족한 경우처럼 법·판례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정당성이 인정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지침 내용을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오남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소득 임직원의 임금 인상 자제로 인한 절감 재원이 확실히 청년 채용 확대에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며 “올해 정년 60세 시행과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청년들이 그 어느 때보다 일자리 때문에 고통이 클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가능한 한 많은 인재를 채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총파업은 명백히 불법이며 기업들도 법과 원칙이 확립되도록 하는 데 동참해 달라”면서 “고용 세습 등 잘못되고 청년을 절망하게 하는 단체협약의 독소조항도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中, 5자회담 반대말고 北 제재안 내놔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외교부 등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핵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한 5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일차적 반응은 부정적이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해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며 또다시 6자회담 조속 재개론을 꺼냈다. 예상됐던 터라 실망할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 박 대통령도 “관련 당사국이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던가. 중국이 대놓고 5자회담을 혹평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의아하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6자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북핵의 무력화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북한은 그 장을 이용해 미국의 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4차 핵실험의 정당성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받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과거 6자회담에서 익히 봐왔던 풍경이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북핵을 막지도 못했고, 회담이 중단된 지도 8년이나 흘렀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질적으로 다른 게임이 펼쳐지는 이른바 ‘게임 체인지’ 국면이다. 북한은 핵무기의 소량화와 함께 수소폭탄까지 손에 쥘 태세다. 북한까지 참여하는 6자회담을 통한 핵 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3차 핵실험 때부터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된 이유다. 과거 한때 6자회담이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기대를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한 9·19 공동성명은 휴지 조각처럼 사문화된 지 오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는커녕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면서 기습적인 도발까지 일삼고 있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또다시 위반하며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하고도 포괄적인 제재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보란 듯이 5차, 6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 뻔하다. 따라서 5자회담을 통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한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이전보다 훨씬 강도가 높아야 할 뿐만 아니라 후속 양자 제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 중국은 미국이 제시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 초안을 받아들고 자체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오는 2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북한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다. 중국이 송유관 파이프를 폐쇄하면 북한 경제는 무너지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이 5자회담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이런 막대한 중국의 역할을 거듭 촉구하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독자적인 제재안까지 내놓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 [이슈&논쟁]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논란

    [이슈&논쟁]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논란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의료계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하루빨리 허용해 달라며 골밀도 측정 의료기기를 직접 시연하자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실태를 신고받아 보건 당국에 고발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한의원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행정 당국의 전수조사도 요구했다. 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지난해 말까지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를 매듭짓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협의를 지연하고 있다며 이달까지 결론을 내지 않으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양 협회 회장들은 지난해 1월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로 연이어 단식을 하기도 했다.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갈등이 이처럼 격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료기기 사용 논란에 대한 양쪽의 찬반 의견을 들었다. [贊]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정확한 진찰·환자권익 위해 허용을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새해부터 의료계가 시끄럽다. 대한한의사협회의 주장과 대한의사협회의 반발, 보건복지부의 눈치 보기까지 이 문제는 양방과 한의의 직능 싸움, 즉 밥그릇 싸움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문제는 애초 한의계가 공론화하지 않았다. 정부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규제 기요틴(단두대) 과제로 선정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정부는 왜 이 문제를 개혁해야 할 규제로 보고 정당성을 부여했을까. 우선 국민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찬성한다. 지난해 1월 16일 한국리서치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의 국민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찬성했다. 최근 3년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 보다 정확히 진찰하게 하라는 지적이 11건 이상 이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유죄 처분을 내렸던 사법부마저 2013년 12월 23일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만장일치 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 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도 “자격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단순히 양방과 한방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 직능단체인 의사협회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양의사는 그간 진단용 의료기기를 독점해 얻은 이익과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된다. 의사협회는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안경사, 문신사 등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신해철법’(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이나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법안에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양의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런 문제를 모두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 진료를 받는 국민의 권익을 높이고, 오히려 한의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이다. 예를 들어 발목을 접질려 한의원에서 단순 염좌 진단을 받고 치료받던 환자가 차도가 없어 양방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그 결과 골절로 확인됐어도 환자는 진단을 엉터리로 했다며 한의원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 한의사는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도 엑스레이를 찍지 않고 치료했다면 환자의 피해 보상 요구가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국회 역시 이런 부분을 지적하며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허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의사 역시 한의대에서 양방 의대와 동등한 수준으로 해부학과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을 포함한 기초생명과학과 영상진단학을 배운다. 내과학, 부인과학, 침구과, 재활의학과 등 각종 임상 과목에서도 영상진단을 활용해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 배운다. 그런데 정작 진료 현장에서는 배운 지식을 동원해 더 나은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는커녕 환자의 골절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허준처럼 스승의 몸을 해부할 필요 없이 엑스레이만 찍으면 알 수 있는 것을 규제 때문에 21세기 한의사들은 이를 활용할 수 없다. 이렇게 한의학과 한의사의 손을 묶어 놓고는 한의 진료가 발전할 수 없다. 과학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는 한의 진료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없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 환자를 더 정확히 관찰하고 진료해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라며 한의사에게 요구해야 할 문제다. [反]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대변인 의료기기 미숙련 한의사 오진 우려 정부는 2014년 경제 단체의 건의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만을 위해 한의사에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규제 기요틴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은 외면당하고 각기 다른 전문직 간의 경계가 무너져 오진과 의료사고, 불법적인 의료행위까지 확산할 수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의료법에 근거한 면허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기어코 정부는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 논란에 불을 지폈고, 그 결과 직역 간 갈등이 심화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게 됐다. 지난 12일에는 김필건 한의사협회 회장이 초음파골밀도 측정기를 불법 시연했다.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김 회장은 의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분명한 오진을 했다. 골밀도를 측정할 때는 발뒤꿈치 뼈인 종골을 검사해야 하는 게 의학의 기본인데도 그는 환자의 아킬레스건을 측정했다. 이런 잘못된 측정으로 수치에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이 매우 컸지만, 정확한 해석과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진단 방법부터 결과 분석, 처치 내용 등 모든 과정이 잘못돼 과학적 근거에 의한 의학적 소견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대학 교과과정에서 현대 의료기기 사용법을 배웠기 때문에 한의사도 현대 의료기기를 쓸 수 있다는 한의계 주장의 근거에 모순이 드러난 셈이다. 학문적 원리와 교육과정, 임상적 경험 등을 충분히 쌓은 의사에게도 환자의 진단과 판독, 그리고 치료 과정은 매우 신중하고 세밀해야 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뼈에 실금이 간 경우는 엑스레이상에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한의사들은 엑스레이 촬영을 해서 환자가 골절상을 입은 게 확인되면 의사에게 보내겠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한의사가 뼈에 실금이 간 것을 확인하지 못해 환자를 정형외과로 보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환자는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피부과 의사도 의과대에서 의료기기 사용법을 배우지만 골절을 진단하지는 않는다. 이런 식의 오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의과대에서 배운 것만으론 의료기기를 사용할 순 있어도 정확하게 판독할 수는 없다. 숙련된 의사가 해야 한다. 전문의조차 종종 오진과 의료사고를 범한다. 김 회장이 이번에 의료기기를 불법 공개 시연한 것처럼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비용만 증가할 수 있다. 결국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환자는 숙련된 의사에게 자기 몸을 맡기기를 원한다. 결국 한의사협회의 이번 기자회견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해선 어떤 형태든 단 하나의 현대 의료기기도 한의사에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국민 앞에 여실히 보여 줬다. 이제는 정부 스스로 경제 논리와 안전 불감증으로 얽히고 꼬인 사단을 풀어야 한다. 정부는 그간 한의학의 자생적 발전을 위해 1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투입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한의학을 발전시키겠다며 의과학적 산물인 현대 의료기기까지 한의사에게 허용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실험대에 올리려는 정부 정책을 국민은 더는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한의계의 모순된 주장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불법 의료행위를 척결해 의료제도를 올바로 세우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정책을 펴야 한다.
  • ‘쯔위 사태’ 촉발 황안, 웨이보 글+사진 전부 삭제…대체 왜?

    ‘쯔위 사태’ 촉발 황안, 웨이보 글+사진 전부 삭제…대체 왜?

    ‘쯔위 사태’를 처음 촉발한 대만 출신의 중국 가수 황안(黃安)이 자신의 웨이보에 올렸던 글을 전부 삭제했다. 홍콩 봉황망과 중국·대만 언론은 황안이 지난 2014년 6월부터 1년여간 웨이보에 올렸던 글과 사진 4900여건을 전부 삭제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웨이보 운영사인 신랑(시나) 측은 황안의 포스트 삭제는 관리자가 아닌 본인 계정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황안은 쯔위의 국기 논란을 웨이보를 통해 처음 알렸으며, 이 논란이 중국과 대만 간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며 논란이 커지자 전날 “국기를 이유로 쯔위를 ‘대만 독립 분자’라고 지목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반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의 압박에 의해 황안이 태도를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는 쯔위 사태를 처음 제기한 뒤에도 계속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했고,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한 뒤 18일에는 자신의 명예가 대만 언론에 의해 먹칠 당했다며, 언론에 의해 자신의 주장이 왜곡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 8일 그가 베이징 국무원 대만판공실 정문 앞에서 ‘나는 대만독립을 반대하는 것이지 대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글과 사진이 전부 삭제된 황안의 웨이보 프로필 사진도 이 사진으로 돼 있다. 한편 대만 네티즌들이 계획했던 오는 24일 황안 규탄시위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反) 황안 거리행진’ 주최 측은 쯔위에게 악영향이 가거나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예정됐던 시위를 취소했다고 밝혔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선거? 차라리 ‘제비뽑기’를 해라

    선거? 차라리 ‘제비뽑기’를 해라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 지음/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252쪽/1만 3500원 250여년 전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말했다. 국민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국민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단지 의회 구성원을 뽑는 선거 기간 뿐이라고. 의원이 선출되는 즉시 국민은 노예로 전락한다고. 루소의 말이 오늘날 더 절실한 것은 아닐까.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뜻이라면’이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지만 대다수의 삶은 피폐해질 뿐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투표장으로 향하고, 또 실망한다. 욕하면서도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누군가는 선거를 외면해 버린다. 민주주의를 굴러가게 만드는 두 바퀴, 정당성과 효율성이 빈곤해지는 것이다. 바야흐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문화사학자, 고고학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위기의 원인을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에서 찾는다. 출발에서부터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혁명의 주도자들은 민중에게 권력을 맡기기보다 선택받은 소수가 권력을 쥐어야 한다고 판단해 선거를 도입했다. 만장일치 합의를 위한 도구였던 선거가 소수 엘리트의 정치적 입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로 변질됐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드는 대안으로 제비뽑기를 제시한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는 제비뽑기로 민주주의를 꾸렸다. 아리스토텔레스, 몽테스키외, 루소도 오로지 제비뽑기만이 민주적이라고 했다. 임의적인 대의 민주주의가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구분 없이 모든 시민을 정치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저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보다 많은 시민의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北 4차 핵실험 이후] 역시 통했다… ‘확성기 방송’에 떨고 있는 北

    북한이 우리 군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맞대응’으로 전방 지역 10여곳에서 체제 선전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담긴 자체 확성기 방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이 심리전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반면 북한군 확성기의 가청 거리는 1~3㎞에 불과해 이를 교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12일 “북한이 지난 8일 처음 2곳에서 자체 확성기를 틀었다가 지금은 사실상 우리가 확성기를 가동하는 모든 지역에서 대응 확성기 방송을 하는 정황이 있다”면서 “우리 측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방해 효과는 미미해 사실상 대북 심리전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 확성기 장비의 출력이 낮고, 북한의 전력 사정 역시 좋지 않아 가청 거리가 1~3㎞에 불과하나 우리 군 확성기 가청 거리는 10㎞ 안팎으로 성능이 3배 이상”이라며 “북한으로서는 확성기 시설 주변 지역에서만 남쪽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음향을 교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확성기 방송은 “수소탄까지 보유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힘은 절대 당할 수 없다”는 등의 체제 선전과 4차 핵실험의 정당성 강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내용 등이 대부분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실명 비난을 하고 있는데 당국자로서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정은 “수소탄 시험은 자위적 조치”

    김정은 “수소탄 시험은 자위적 조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소탄 시험(실험)은 자위적 조치”라고 언급한 사실이 제4차 핵실험 도발한 지 나흘 만에 공개됐다. 김 제1위원장은 새해를 맞아 인민무력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것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며, 그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정정당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북한의 지난 6일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김 제1위원장의 관련 언급을 북한 매체가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소탄 시험은 자위적 조치’라는 김 제1위원장의 발언은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맞서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에서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에 굴하지 않겠다,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현재 유엔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에는 자산동결 대상과 대북 수출금지 품목을 각각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으며, 미국 의회는 이와 별도로 북한에 제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기존에 시행 중이었던 독자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난 1일 육성 신년사에서 핵 개발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고 실제로는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이중행보’를 보여온 김 제1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앞으로도 핵실험을 계속하겠다고 뜻을 대외적으로 거듭 밝히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신년사에서 핵 관련 발언을 자제한 김정은의 본심이 핵 개발을 지속하려는 데 있음을 다시금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서울광장] 루비콘 앞에 선 김정은 비서에게/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루비콘 앞에 선 김정은 비서에게/박홍환 논설위원

    김정은 제1비서, 이 공개 편지가 제대로 전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입길로라도 김 비서의 귓가에 닿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노트북PC를 켰습니다. 모쪼록 거슬리는 표현이나 듣고 싶지 않은 충고가 있어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루비콘강 앞에 서 있는 위태로운 모습이 안타까워 몇 글자 두서없이 적어 봅니다. 이번 4차 핵실험, 그쪽 주장으로 수소탄 시험을 승인하는 최종 명령서의 오른쪽으로 45도 정도 기운 글씨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서체를 쏙 빼닮았더군요. 이쪽의 한 필적 전문가는 도전적 성향이 강해 보인다고도 분석했습니다. 김 주석의 모든 것을 닮고 싶어 하는 김 비서의 무한 욕망이 느껴졌습니다. 하긴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이 김 주석의 영웅적 무용담을 듣고 무소불위의 통치 기록을 봐 왔겠습니까. 외모조차 흡사하니 스스로 김 주석의 최고 권위가 자신에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합니다. 그럼으로써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은 3대 세습의 당위성도 부여하겠지요. 그러고 보니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인 2010년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해 8월 아버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김 비서의 방중은 없었던 것으로 돼 있지만 당시 김 위원장이 후계 수업을 받던 김 비서를 대동했을 것이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천안함 폭침이 있었던 그해 김 위원장은 두 차례 방중했는데 베이징이 아닌 동북 지방에서만 맴돈 8월의 두 번째 방중이 특이했지요. 특별열차의 첫 기착지인 지린(吉林)성 지린에서는 위원(毓文)중학과 베이산(北山)공원의 약왕(藥王)묘를 찾았습니다. 김 주석은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위원중학 재학 당시인 10대 청소년기에 약왕묘에서 비밀리에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 결성을 주도했다고 적었지요.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지린성 창춘(長春)에는 20대 청년 김 주석이 주체사상을 처음으로 설파했다는 카룬마을이 있는데 지린에서 창춘으로 이동하면서 할아버지가 주재했던 ‘카룬회의’ 현장을 차창 너머로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는지요.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하얼빈(哈爾濱)이나 무단장(牡丹江)에서도 동북항일연군 관련 시설물을 참배하는 등 김 주석 흔적 찾기에 여념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때 방중을 통해 후계체제를 인정받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혁명혈통 계승의 정당성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렸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핵 도발로 국제사회는 더욱 견고하고도 엄혹한 제재에 나설 것입니다. 초등학교 건물에 금이 가는 등의 직접적 피해에 화들짝 놀란 중국도 격앙하고 있어 속도를 내던 양국 경협이 중단될 가능성도 크다고 합니다. 제7차 당대회를 앞둔 수소폭탄 실적 과시, 미국을 상대로 한 대화압박 등 대내외 ‘노림수’의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혹독할 것입니다. 과연 무슨 생각으로 루비콘강 앞에 서 있는지 김 비서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린과 창춘, 하얼빈 등의 할아버지 유적을 순례하며 배운 게 고작 장난처럼 핵실험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습니까. 그토록 사랑한다는 북한 인민의 운명을 이렇게 한순간 내동댕이칠 수 있는 것인가요. 진실 여부를 떠나 김 주석은 그래도 혁명과 항일에 대한 열의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좌충우돌하는 김 비서에게서는 한 조각 진지함조차 엿보이지 않는군요.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요? 그만 혹세무민하기 바랍니다. 그동안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부은 30억 달러 넘는 돈을 식량 구입에 사용했다면 적어도 북한 인민들이 3년 동안은 굶주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 비서의 잘못된 주사위 선택은 곧 북한 인민들에게 쓰나미 같은 재앙으로 닥칠 것입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인민들을 속여 가며 ‘고난의 행군’을 독려할 생각인가요. 하지만 인간의 인내심은 화수분 같은 게 아닙니다. 언젠가는 인내심이 바닥을 칠 수밖에 없고, 분노는 끓어오르게 마련입니다. 경제봉쇄로 또다시 수백만명의 아사자, 수만명의 탈북자가 속출한다면 안팎으로 레짐체인지의 욕구가 임계점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 다른 도발로 루비콘강을 건널 생각은 이쯤에서 접기 바랍니다. stinger@seoul.co.kr
  • ‘농약 사이다 살인사건’ 등 참여재판으로 일단락, 피고인 의사 꼭 확인…절차상 위헌 소지 없애야

    ‘농약 사이다 살인사건’ 등 참여재판으로 일단락, 피고인 의사 꼭 확인…절차상 위헌 소지 없애야

    지난해 7월 경북 상주의 한 시골 마을회관에서 사이다를 나눠 마신 할머니들이 갑자기 쓰러졌다. 할머니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 ‘농약 사이다 살인사건’은 국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범행 경과나 동기가 모호한 채 같은 마을에 살던 박모(83·여)씨가 피의자로 구속됐다. 대구지법은 지난달 7~11일 300명에 이르는 배심원 후보와 증인 16명을 소환했다. 580건에 이르는 증거들을 심리했고 검찰과 피고인 박씨의 변호인 측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언론의 관심 속에 선고된 재판 결과는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유죄였다. 이로써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다소 기이한 사건이 일단락됐다. 국민참여재판과 배심원제란 말을 미국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 주진우 기자·안도현 시인 선거법위반 사건, 소말리아 해적사건 등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유명한 사례들이다. 2008년 1월 처음 시행된 이후 서서히 법 제도, 문화, 의식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초기 단계이고 개선할 점이 있다. 하지만 국민과 다소 거리가 있는 법관과 법조인이 독점하던 형사재판에 일반국민이 참여함으로써 투명성이 높아지고 공정성과 민주적 정당성이 제고되며, 우리나라 형사재판의 수준이 한 단계 상승된 점은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2007년 제정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국민참여재판법)에 근거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은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미국의 배심원제와 다르고 독일·일본의 참심제와도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배심원은 유·무죄 판단은 독자적으로 하지만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하면 법관과 함께 평의하고 유죄인 경우 형량에 관하여는 개별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또 국민참여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의사가 중요하다. 피고인이 원하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안내서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법원이 보낸 안내서에 따라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면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다. 피고인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처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문기일을 정해서 피고인에게 직접 질문해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에서 피고인의 의사를 중시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한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통상의 재판으로 진행하게 되면,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결과가 된다. 법원은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때때로 1심 법원이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통상의 법관재판으로 진행하고 2심에서 비로소 피고인 측이 그 절차를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때 2심 법원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대상판결(2012도1225)이 이를 명확히 했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 대상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1심 법원에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통상의 법관재판으로 진행했다면,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기 때문에 그 절차는 위법하고 이런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뤄진 소송행위도 무효이다. 따라서 1심부터 다시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 이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 만약 2심 법원이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했는데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1심 법원의 잘못(하자)은 치유되어 판결은 유지될 수 있다. 다만, 2심의 피고인 의사 확인 절차는 요식적 행위가 아니라 피고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와 그 희망 여부에 관하여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사전에 부여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본 사건에서 2심 법원은 제1회 공판기일에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에 대해 이의가 없다고 진술하자 같은 날 변론을 종결한 후 제2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는데 이를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의 ‘2011도15484’ 판결과 같이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준 뒤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다. ■한상훈 교수는 ▲1966년 서울 ▲서울대 법학과, 법학 박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방문연구 ▲한국경찰법학회 부회장·상임이사 ▲한국형사정책학회 상임이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부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 [신년기획] “비핵화 전제 북미관계 개선… ‘김씨 왕정’이 北의 적나라한 모습”

    [신년기획] “비핵화 전제 북미관계 개선… ‘김씨 왕정’이 北의 적나라한 모습”

    1990년부터 해마다 거르지 않고 평양을 방문하는 노학자가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76)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평화가 안보에 종속되면 안 된다”며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지난달 17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통일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민족동질성 회복이란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언젠가 서울과 평양 젊은이들을 가르치며 내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보나. -나 자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열정적으로 지지한 사람이지만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는 완전 낙제점이다. 쿠바와 수교한 것처럼 북·미 관계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을 알려면 미국을 지배하는 군산복합체를 알아야 한다. 돈이 미국을 움직이고 그 돈은 총칼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국이 20세기 들어 처음으로 이기지 못한 전쟁이 한국전쟁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한국 분쟁’(Korean conflict)이라고 할 뿐 ‘전쟁’(War)이란 표현 자체를 금기시했다.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것이다. 군산복합체로서는 북한이 무기 팔아먹기에 딱 좋은 알리바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북·미 관계 개선 가능성은 없나.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역사에 남는 외교적 업적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 바로 북·미 관계 개선이다. 개인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대신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를 하기를 바란다. 다행히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차원의 비핵화를 주창한다. 그걸 위해서는 북한이 동참해야 한다.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 내려면 북한이 자존심을 세우면서 국제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 한다. 그걸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게 해야 한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양보 가능성은. -내가 보기에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이루기 위해 상당한 준비가 돼 있다. 상당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 핵 포기까지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핵 포기라는 건 말 그대로 모든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다시 핵을 시작하면 몇 달 만에 지금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과학자들과 기술자들도 다 있고 원료도 있다.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정신무장도 철저하다. 최근 수소 폭탄 얘기가 나왔다. 내가 그 분야 전공자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북한을 관찰한 걸로 보자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결국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작인 셈이다. →많은 이들은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걸로 보는데. -북한 붕괴론이라는 생각틀에서 나온 게 ‘전략적 인내’다. 북한은 내가 보기엔 ‘절대’ 망하지 않는다. 어떤 정치체제도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굶어서 망하는 게 아니다. 정당성을 잃어야 망한다. 북한 정권의 정통성은 경제성장에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종교적 성격도 있다. 김일성 주체종교가 지배하는 국가이고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환상’이 공고하다. 환상 속에서 살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고 믿지 않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현재 경제성장에 목매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념적으로 투철해도 배고프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어떻게 하든지 국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투철하다. 평양을 가 보면 시장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면 안 된다. 평양을 갈 때마다 모란봉을 자주 찾는데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입장료를 내라고 하더라. 시에서 공원 관리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라고 하는 것이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단순하게 시장경제 활성화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현재 북한 내 변화의 흐름은 국가정책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통일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목적이 좋으니까. 문제는 목표를 위한 수단과 방법이다. 그게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게 부족하다. 목표 설정은 있는데 방법론이 없다. 통일을 원한다면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김씨 왕정’을 하고 있다는 게 북한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태도가 없으면 평화통일이 안 된다. 전제왕정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잘 지내지 않나.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중국에 북한은 사회주의 혈맹이다. 중국은 결코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핵 국가로 군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가지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핵 국가가 된다고 해서 중국에 안보 위협이 될 리는 없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다. →남북 간 이질성이 높아지는 걸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많은 분이 민족동질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 식으로는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회복해야 할 동질성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가. 남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통일의 원칙은 무엇인가. -평화를 안보라는 문법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평화정책이 안보정책에 종속되면 안 된다. 평화는 지배가 아니라 조화다. 지배하려고 하면 분쟁과 갈등이 생긴다. 오히려 더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남북은 과연 반드시 통일해야 할까?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갈등과 대립 없이 ‘이웃’으로서 각자 잘살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지금 남북 관계는 바둑으로 치면 정석이 아니라 줄바둑이라고 할 수 있다. 포석이 없다. 그나마 북한은 수십년간 남북관계만 다루는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유단자다. 그에 비해 한국은 바둑 두는 선수가 해마다 바뀐다. 실력이 늘 수가 없다. →김정은은 만나 봤나. 북한을 방문하면 누구를 주로 만나나. -김일성과 김정일은 같은 자리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다음 방문 때는 김정은을 만나 보길 희망한다.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북한을 찾을 때마다 많은 대화를 나눈다.(김양건 비서는 최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은퇴식을 했는데. -마지막 강의 주제가 평화학이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990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방문을 해서 계속 북한을 관찰해 보니 통계로는 눈에 안 보이는 게 눈에 보인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내 경험과 고민을 서울과 평양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함께 토론하고 싶다. 애선스(미 조지아 주) 글 사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박한식 명예교수는 황장엽 초청으로 첫 방북…북한 50차례 넘게 다녀와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미국 내 손꼽히는 북한 학자로 미국 정부에 대북정책을 조언하는 등 북·미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십년간 북한을 오가며 신뢰를 쌓은 덕분에 북한을 50여 차례 다녀올 수 있었다. 박 교수의 북한과의 인연은 그의 강의를 듣던 학생에게서 시작됐다. 박 교수는 1971년 조지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로 임용됐는데 그가 가르친 학생 한 명이 알고 보니 당시 지미 카터 조지아 주지사와 해군사관학교 시절 같은 방을 썼던 절친한 친구였다. 박 교수는 그 즈음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다룬 논문을 썼고 마침 그 문제를 고민하던 카터 주지사와 만나게 됐다. 카터 주지사가 미국 대통령이 된 뒤에는 카터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1979년 미국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덩샤오핑에게 자신이 하얼빈에서 태어났으며 지금도 그곳에 친척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덩샤오핑이 박 교수를 초청해 1981년 고향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스무 시간도 넘게 기차를 타고 하얼빈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역에 내렸더니 큰 현수막이 걸려 있고 군악대가 연주를 해 줘요. 덩샤오핑 초청이라고 칙사 대접을 해 준 겁니다.” 주체사상을 연구해야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황장엽에게 편지를 썼고 중국이 다리를 놔 줬다. 중국 방문길에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도 방문해서 2주간 체류했다. 이후 1990년부터 1996년까지는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1997년 황장엽이 탈북한 이후로도 북한과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50차례도 넘게 북한을 방문하며 쌓은 현장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북·미 관계 개선에 노력해 왔다. 박 교수는 1946년부터 1948년까지는 평양에서 살다가 이후 서울로 넘어왔다. 그는 “어린 시절 국공내전을 겪었다. 총알이 모자라 낫이나 칼로 사람을 죽이는 걸 목격했다”면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정치철학과 평화학을 연구해 온 박 교수는 2015년을 끝으로 44년간 재직한 학교에서 퇴임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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