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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2)김윤식

    ‘국문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 김윤식 선생을 뵙고 한국문학 연구의 현 단계를 묻기로 했다.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선생이 일생에 걸쳐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직분의 논리다.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밖에 할 수 없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그는 이렇게 말했다.“안일한 나날보다도 비통한 나날을,죽음 이외의 휴식은 없는 것이다.” “노예선의 벤허처럼 눈에 불을 켜야만 나는 사는 것이었다.” 인터뷰 때 찢어진 바랜 잡지를 가리키며 묻는 내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월평 쓰려고 준비하기 위해 갖고 다닌 거요.그 옆에 종이는 작품 읽고 메모해 놓은 거고.월평을 쓰려면 세 번 읽어야 된다고.한 번 읽고,쓸 때 다시 꺼내가지고 읽고,쓰고 난 다음에 대조해가면서 다시 읽고.그래야 돼.외국 갈 때는 잡지를 찢어가지고 가방에 넣어가.안 그러면 무거워서 많이 못 가져가니까.” 김윤식 선생을 만나러 가는 날은 몹시 긴장되었다.내게 무서운 선생님인 까닭이다.강의실에서 선생의 꾸짖는 소리를,고개를 숙이고 숨소리를 죽여 가며 들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런 무서움에 앞서 선생은 제자들보다 더 일찍 연구실에 불을 켜놓는 부지런함 때문에,날마다 읽고 쓰는 놀라운 규칙성 때문에 존경받는 ‘스승’이었다. 딱딱한 안면,퉁명스러운 말씀을 떠올리며 용산 자택으로 찾아갔다.기어들어 갔다고나 해야 할까.예상 외로 강의실에서와는 달리 선생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래,어떻게 지내나?” “….” 선생이 건네는 말씀은 독백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렇다할 대답을 하지 않는다.간단한 ‘요식 절차’가 끝나자 인터뷰를 서두른다.여전히 긴장한 탓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책을 하나 써서 곧 나올 때가 되었어요.우리 세대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연구는 일제 강점기 문학이니까….정년 퇴임 후에 일제말기 한국 작가들이 일본어로 글 쓴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구해 왔고….한 400페이지 되는 책으로 나올 것 같아요.” “내용이라면?” “유진오,김사량,이효석 이 세 사람이 일본말 창작을 자유롭게 했는데 이중에 이효석이 제일 정확하고 언어감각이 뛰어났어요.그냥 일본말로 바로 창작을 했지요.유진오도 대단히 정확했고 김사량은 그중 제일 서툴렀고….” “일제 말기 일본어 문학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말하자면 그들은 이중어 글쓰기를 했던 셈인데,한국의 근대문학이라고 했을 때 그 문학은 근대국가가 만든 말을 가지고 해야 하지 않겠소? 그게 국어지.그런데 우리는 국가가 망하고 없었으니 조선어학회 같은 곳이 국가 역할을 대행했어요.그런데 일제 말기에 국가를 대행하는 이것을 잡아 가둬 버리기 시작한 것이 1942년 10월이에요.33인을 잡아넣었어요.33인이라는 것은 삼일운동 때 33인,그걸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죠.그래서 그때부터 1945년 광복까지가 암흑기라는 것이오.1942년 10월까지는 조선근대문학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없어요.그럼 작가들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조선근대문학을 할 수 없으니까 그냥 문학을 하는 수밖에 없고 일본어로 문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한국근대문학의 고통스러운 운명이 느껴지는군요.” “근대문학이 뭐냐 하면,자본재 생산양식 또는 국민국가주의가 문학에 투영된 것이잖소? 그런데 우리는 근대국가를 만들면서 동시에 일제라는 제국주의와 싸워야 했단 말이에요.근대국가라는 것이 사실은 ‘제국주의’인데 ‘제국주의’가 제국주의와 싸워야 했던 거죠.이 특수성,자기모순,우리 근대문학은 근대문학으로서의 보편성 외에 이 특수성을 반영하는 문학이었어요.” “최근 들어 특수성 대신에 보편성,즉 식민성 대신에 근대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하지 않습니까.” “지금 세계에 176개의 나라가 있지만 근대화하지 않은 나라는 아무데도 없어요.국민국가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고약한 것인가는 천하가 다 아는 거라고.우리만 사람이고 우리 아닌 사람은 다 짐승이고,그래서 잡아먹어도 괜찮다,카니발적인 거라고.카니발리즘.그러나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우리끼리는 잡아먹지 말자는 거죠.그러니까 지금 사람이 생각해낸 것 중에서 제일 고약하지만 합당한 원리는 이것밖에 없단 말이에요.” 이 대목에서 선생의 일생을 지탱해온 문학 근대주의자 면모를 새삼 재발견한다.그렇다면 문학 역시 특수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아직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문학이 되지 않으면 안될 터. “그렇다면 한국문학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내가 김현하고 문학 활동하던 그 세대에는,어땠냐면,어떻게 하면 식민지 사관을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임화의 이식문학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이걸 가지고 떠들고 했어요.자본주의가 우리 내부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하려고 했었고.그런데 요새는 어떠냐.안병직씨 이론이 더 맞다고 하잖소.조선은 근대화할 능력이 없었다,일본이 와서 근대를 이식했다는 거지요. 그러면 이식문학 극복하자고 떠들던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 국민국가문학,이런 거 하는 것보다도,문학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이게 광복 직후에 김사량이 펼친 주장이잖소.이태준이 김사량 보고 너 일제시대 때 일본말로 글 쓰지 않았느냐 했더니,김사량이 뭐라고 했소.나 큰소리 안 친다 말이야,그러나 당신은 그럼 뭘 했는가.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 않느냐.나는 일본말로 썼든 뭐로 썼든 쓰지 않았느냐. 요즘 시점에서 보면 이 김사량의 입장이 뚜렷한 의미를 갖고 부상하는 것 같습니다.요즘 젊은 세대들은 6·25도 일본하고 전쟁한 거라고 보지 않아요? 이런 세대가 부각되고 있음을 사실로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어딘가 거북해진다.386세대의 일원인 나는 특수성에 목을 매고 살아온 까닭이다. 한편으로 보면 식민성이니 제국주의니 하는 특수성을 떨치고 세계화니 현대화니 하는 보편성을 향해 거침없는 진군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나는 다시 한 번 선생의 관심사를 한국문학이라는 특수성 쪽으로 환기시키려 해 본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한국근대문학의 특질은 무엇입니까.” “한국근대문학사를 공부해 오다 보니까 이게 일본근대문학사로부터 대단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되지 않았겠소? 한국근대문학을 일본근대문학과 비교하면서 보는 시각은 한국근대문학만 보는 시각하고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지금 세계의 관심사가 언어와 문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국문학도가 살아남으려면 국문학만 해서는 안됩니다.한국근대문학사의 특질이다,뭐다,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은 어떻고 중국은 어떻다,하는 시각을 갖고 동북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문화틀 속에서 견주어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선생은 오히려 나를 선생의 시각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현대문학은 세계문학사의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수준에 와 있습니까.한국문학은 세계문학사상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까.” “언어나 문학이나 이제 단일성만 주장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이런 상태에 머물고 있는 나라는 아마 일본이나 한국 정도가 아닐까 해요.다른 문화권은 이미 단일성을 주장하지 않아요.우리만 한국어라는 단일한 전제를 갖고 한국어로 된 문학이 국민정서 전체를 버티고 있는 거죠. 그러나 한국문학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우리 문학이 늘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우리 문학은 늘 인간은 벌레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어요.인간의 위엄에 어울리는 문학을 우리는 해왔단 말이에요.일제 때도 그렇고,광복 후 분단 문제와노사문제를 다룬 것도 그렇고.그런데 20세기 이후 21세기의 한국문학은 방향이 바뀌고 있어요.거꾸로 인간은 벌레라고 주장하고 있어요.인간은 벌레다,짐승이다,요녀다,물고기다.이런 작품들이 나오고 있어요.이것이 한국문학의 단일한 정체성에 파열구를 내고 그 방향을 바꾸고 있어요.인간을 하나의 생물로 보는 커다란 상상력을 통해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 곧바로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국적성의 해체 국면이군요.” “한글로 쓰든 영어로 쓰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DNA예요.DNA 문제예요.여기서는 한국이고 뭐고 세계가 다 똑같다는 거죠.”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문학의 미래는 어떠합니까.”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하버마스 쪽을 지지하고 있어요.이성이 아무리 도구적인 이성이 되어 가지고 유태인을 죽이고 미사일 가지고 실험한다 하지만 창조하는 것도 이성이란 말이에요.인류는 어떻게 하든 간에 이성을 살려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내가 제일 많이 흔들린 때는 구소련이 무너졌을 때였어요.프랜시스후쿠야마가 역사가 끝났다고 하더군요.역사가 끝장났다면 인간은 그럼 뭐냐.나는 역시 이성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이성이 아무리 못된 짓을 많이 했지만 그것을 버리면 허무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정년퇴임한 선생이 나이 어린 나보다 더 젊게 보이는 느낌을 막을 수 없었다.선생은 세계화라는 시대의 대세를 거침없이 받아들이며 또 다른 국면을 펼쳐가고 있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선생의 아파트를 빠져나올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예사 장맛비가 아니라 좍좍 내리 퍼붓는 소나기였다.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험한 비가,장대 같은 빗방울이 내 이마에 꽂히고 있었다.나 또한 매일 젊어져야 하리라.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평론가 김윤식 ●조선 향기 가득한 자택 겉모습만 보면 김윤식 선생은 서구식 멋쟁이다.가운데 가르마를 타서 뒤로 잘 빗어 넘긴 머리칼은 지성을 상징한다.양복과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항상 세련된 조화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모던 보이’ 같은 외모와는 달리 뜻밖에 아파트는 전통미가 살아 숨쉰다.흔한 서구식 응접세트 대신에 자리를 깐 마룻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야 안성맞춤인 낮고 넓은 옻칠 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그 위에는 우리네 화병이 하나,흰 접시가 하나,접시 위에는 산수유 열매 몇 점. 한쪽 벽에는 백자며 분청사기가 정갈하게 놓여 있어 고전미를 자아내는데 방문은 모두 격자무늬다.선생의 서구식 외모와는 전혀 다른 ‘조선식’ 생리를 발견한 것이 더할 수 없이 반가웠다. 그런데 내외만 사는 그곳엔 먼지 한 점 찾을 수 없다.여인은 어디론지 나가고 없고 선생 혼자 지키는 대낮의 실내는 적막하기만 하다.선생은 국문학이라는 바다를 헤쳐나가는 고독한 항해자였다. ●문학 유목과 지적 여정 1936년생인 김윤식은 한국 현대소설 및 비평 연구 분야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연구자이자 현재 활동하고 있는 비평가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을 읽고 소화해 내는 현역 비평가다.한국전쟁 이래 한국 현대문학사의 뼈대를 만든 ‘살아 있는 역사’이다. 그는 1960년대 후반 이래 숱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벌여 100권을훨씬 상회하는 한국현대문학 관련 저서를 출간했으니,그로 인해 한국 현대문학 연구는 하나의 독자적인 학문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염상섭 연구’,‘김동인 연구’,‘김동리와 그의 시대’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가 연구는 젊은 국문학도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이외에도 ‘한국근대문예비평사’,‘한일문학의 관계 양상’ 등은 한국현대문학사를 일본문학과의 관계 속에서 검토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연구서다. 또 ‘황홀경의 사상’ ‘낯선 신을 찾아서’ 등의 예술·기행 산문집은 현대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 “未堂의 詩 - 행적 따로 평가 받아야죠”/36년만에 교정 떠나는 서울대교수·시인 황동규 씨

    이사를 앞둔 탓이었을까.이번 여름을 끝으로 36년 만에 교정을 떠나는 서울대 황동규(黃東奎·65) 영문과 교수의 연구실은 좀 어수선하게 느껴졌다.하지만 베토벤 현악 4중주의 바이올린 선율과 오래된 책 냄새가 떠도는 방에서 따뜻하면서도 형형한 눈빛을 한 황 교수는 ‘시인마을 촌장’의 품위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만해(萬海)와 소월(素月),그리고 미당(未堂)의 궤적을 잇는 한국 서정시가의 ‘적자(嫡子)’ 황 교수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정시의 기본이 바로 ‘사랑 노래’죠” 황 교수 작품의 스펙트럼은 40여년 시작(詩作)의 세월 만큼 다양하다.‘즐거운 편지’,‘조그만 사랑노래’ 등의 사랑시부터 시작,‘계엄령 속의 눈’,‘삼남에 내리는 눈’ 등 암울한 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한 참여시의 경지까지 나아갔다.80년대 이후로는 ‘풍장’ 연작시와 시집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몇년 전 영화 ‘편지’로 널리 알려진 황 교수의 ‘즐거운 편지’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대중적이면서도 평론계에서도 높게 평가받는 그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즐거운 편지’는 고려가요 ‘가시리’로부터 내려오는 ‘기다림’이라는 한국 사랑노래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면서도 “6·25 전쟁 직후 풍미하던 실존주의의 영향으로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는 사랑에 대한 새로운 자세가 나타났다.”고 자평했다.사랑 역시 시간의 흐름에 소멸한다는,자연 법칙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말이었다. 왜 결국 사라지고 마는 사랑과 죽음에 줄곧 매달렸을까.황 교수는 “‘사랑과 죽음’은 삶의 앞뒷면을 보여준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그는 “끝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랑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의미 있는 법”이라면서 “고통을 받아들여야 결핍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 시의 핵심 개념은 ‘홀로움’.황 교수는 “외로움은 수동적으로 혼자 남겨진 상태지만 홀로움은 선택에 의해 혼자 있는 것”이라면서 “홀로움은 결국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사회망의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홀로움이 개인성의 극대화로 해석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미당에게 무언의 시위를 했다” “고은 선생의 미당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묘한 질문을 던졌다.황 교수가 미당의 추천으로 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을 뿐 아니라 평소 가장 존경하는 시인으로 미당을 손꼽아 왔기 때문이다.지난해에는 모 신문사에서 제정한 미당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친일 행각은 접어두더라도 80년대 초 군사독재 정권에 아부하던 미당의 행적은 용납하기 어려웠다.”면서 “당시 평론가 고(故) 김현 선생과 매년 다니던 세배를 2,3년동안 다니지 않는 등 미당에게 무언의 시위를 했다.”고 회상했다.황 교수는 그러나 “시인의 삶에 문제가 있다고 시가 엉터리라고 하는 것이나,시가 좋으니까 과거의 것을 일절 묻지 말자고 하는 것은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친은 제 문학의 표본입니다” 황 교수의 아버지는 ‘소나기’와 ‘목넘이 마을의 개’를 지은 소설가이자 오랫동안 경희대에서 교편을 잡았던 고(故) 황순원 선생이다.보기 드문 ‘부자 문학가’인 셈이다. 인터뷰 내내 황 교수는 선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렸다.선친의 그늘에서부터 헤어나오기 위해 나름대로 싸워왔기 때문이다.“선친은 소설 외에는 다른 글을 쓰지 않은 깨끗한 선비 같은 분”이었다고 황 교수는 떠올렸다.수필 등 체취가 묻어 나오는 ‘잡문’을 써 온 것도 문학적 스타일을 세우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선친에 대한 존경심 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황 교수는 “대학 시절 회현동 2층 집에서 새벽녘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1층에 내려갔을 때 서재에서 불을 밝힌 채 창작에 매달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면서 “선친은 예술인의 엄격함을 보여준,내 문학적 인생의 무시할 수 없는 표본”이라고 떠올렸다. ●“젊어지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은 쉽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법.슬쩍 ‘즐거운 편지’의 대상이 됐던 분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황 교수는 “선친이 서울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동료 선생님의 딸”이었다고 들려줬다.“결혼한뒤로 미국에 이민 간 그분을 한국에서 몇 번 만나 술도 마셨지만 예전의 감정이 안 오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황 교수는 올해는 아무것도 안 할 계획이다.“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게 이유다.문단에서 꼽히는 ‘여행광’이지만 무작정 떠나는 일도 자제할 생각이다.시도 억지로는 안 쓸 참이다. 황 교수는 정년을 앞둔 ‘할아버지 교수님’이지만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다.점잖으면서도 멋있다는 게 그 이유다.종종 이메일로 ‘팬레터’까지 받을 정도다.황 교수는 “언제나 젊어지려고 노력한다.”면서 “학생들에게 너무 논리에만 얽매이지 않고 감수성도 중요하다는 점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盧 대선자금 회견 / 한나라 “굿모닝비리 물타기”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동반공개 제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한마디로 ‘우리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것이다.동반공개도,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민주당의 대선자금이 문제가 되고 있으니 이것만 밝히면 된다는 주장이다. 박진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주장은 민주당의 불법모금 비리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으로,정략적인 책임전가이자 진실을 은폐하는 궤변”이라고 혹평한 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불법 비리사건의 진상규명과 핵심수혜자인 노 대통령의 고백 및 사죄”라고 주장했다. 홍사덕 총무는 “노점상과 정년 퇴직자 등이 평생 모은 돈을 사기쳐서 대선자금으로 사용한 것과 정치자금제도의 미비는 어떤 함수관계도 없는데도 현 정부는 마치 정치자금제도가 잘못돼 그런 일이 발생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한나라당은 그러나 내부적으론 고심하고 있다.오전 열린 상임운영위에서 남경필·원희룡 위원 등 소장파들은 “한나라당이 뒤따라 공개하지 않으면 마치 구린 데가 있어서 그런것으로 비쳐진다.”며 동반 공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렬 대표는 “세상사에는 선후가 있다.”며 일단 민주당의 공개여부를 지켜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경호기자 jade@
  • [열린세상] ‘사오정’ 反語法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즉 45세 정년퇴직(四五停),56세까지 직장에 남아있으면 도둑(五六盜)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외환위기가 터진 후 정권이 두번이나 바뀐 지금도 이런 자조적인 시리즈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굳이 나이를 들먹이는 까닭은 사람들이 어느때보다 나이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새로 발표되는 인사에 60대가 보이면 웬일인가 싶어지고 70대가 끼어 있으면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 정도다.그만큼 사회적 활동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여기에다 우리 사회는 ‘몇년생 커트라인’이라는 그물망에 샐러리맨들을 가두고 축출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자리잡아가고 있다.그러나 80이 넘어 90대에도 정열과 의욕이 식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이를 강변하기 위해 버트런드 러셀은 94세에도 평화운동을 주도했으며 루빈스타인은 89세에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고 아데나워는 88세에 서독 총리를 했다는 등의 기록을 열거할 생각은 없다.그런 종류라면우리나라에도 노익장의 활동은 책한권을 쓰고도 남을 만한 사례들이 넘쳐난다. 과연 나이가 많다고 해서 경험 많은 인력을 무조건 몰아내는 것이 합당한지는 수긍하기 어렵다.조기 퇴직으로 인한 조로 현상은 멀쩡한 장년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시퍼런 대낮에 산에 올라 소주잔이나 기울이는 풍속도는 이미 새삼스럽지 않다.얼마 전 서울 법대를 나온 은행지점장 출신이 97년 54세에 명예퇴직 후 깊은 무력감에 빠진 나머지 집에서 매일 소주를 마시다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는 기사를 읽었다.그들의 대부분은 세상 돌아가는 대열에서 도태된 듯 주변인,변방인으로 치부되어 서서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가혹한 현실에서 무기력하게 파멸되고 함몰되는 패배주의자,음습한 도시의 뒷골목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현대판 샐러리맨의 재현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릭 에리슨은 40∼65세의 중장년기를 “생산성과 침체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시기”로 정의하고 있다.그들은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만을 미덕이라고 믿어온 세대다. 그래서 아직도 존재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퇴직 통고를 받으면 자존심의 상처는 물론 당혹감과 박탈감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자신의 학력과 이력을 가지고 중년인생을 생소한 직종으로 다시 시작하기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빠른 속도로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어 2019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5.6세.55세 정년만 따져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적어도 20년 이상을 잉여인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월 따라 노인층과 젊은 층은 순환하기 마련이다.이 자연스러운 진리를 거스르자는 것이 아니다.다만 저 산과 들판,소주집에 널려있는 보석 같은 능력과 두뇌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하고 싶다.사오정과 오륙도로 지레 목을 조르면서 언젠가는 물러나야 함을 암시하고 몰아붙이기보다 갈고 닦은 경륜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만들어줘야 한다. 개인도 과거의 직종과 임금에 연연하지말고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사오정 오륙도로 자조하고 자책하게 하기보다 45세에 정도를 걷고 56세에는 자신이 정한 위도가 정해지는 것으로 도의 개념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세월은 평생 가지 않을 것처럼 주춤거리면서도 우리 곁에서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노동부가 내년부터 취업이 어려운 장년층을 보호하기 위해 ‘정년퇴직자 계속고용장려금제’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어느 나이나 다 살 만하게 살기 위해서는 나이 순이 아닌,능력 순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대우해주는 사회분위기와 정치의 격조에 달렸다. 이 세 기 언론인
  • 의무경찰 폐지 ‘비상’

    정부가 의무경찰제도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행정자치부에 비상이 걸렸다.의무경찰이 없어지면 방범·시위진압·교통정리 등에서 치안공백이 우려되는데다 대체인력 확보도 예산 등의 문제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도 “의무경찰제가 폐지되면 치안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대체인력을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감축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의경 없애면 경찰 10만명 가량 충원해야 오는 10월 입영대상자부터 군 복무기간이 26개월에서 24개월으로 줄면서 부족하게 되는 군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무경찰제가 폐지된다.정부 계획에 따르면 3만 2000명인 의경은 내년에 1만 4000명이 줄어든 뒤 오는 2006년이면 완전히 사라진다. 행자부 관계자는 “의경을 없애면 발생할 수 있는 치안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경 가운데 교통관련업무 등 대민접촉 인력을 순경으로 우선 대체한 뒤 이를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출소 등에서는 3교대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의경이 맡고 있는 업무를 순경이 맡으려면 산술적으로는 9만 6000명을 신규 채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정년퇴직 등으로 발생하는 신규채용 요인은 제외한 것이다.이는 현재 경찰공무원 숫자(9만 1592명)보다도 많은 것이다. ●문제는 예산 올해 순경의 기본급(1호봉 기준) 62만 3800원을 기준으로 대체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을 계산하면 연간 600억원이 든다.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포함하면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의 인건비가 들게 된다. 김 장관이 “경찰관 증원문제나 대체인력 확보 문제에 대해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무더기로 신규채용을 하면 인사적체 현상은 더욱 왜곡될 것으로 우려된다.관계자는 “지금도 경찰의 직급구조는 하위직이 많고 상위직은 적은 ‘에펠탑’ 구조로,직급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대규모 채용은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임용시험에 합격해도 6개월의 교육을 받은 뒤 임용되기 때문에 교육시스템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장세훈기자 shjang@
  • [사설]일자리가 시급하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고용 악화가 각종 지표에서 여실히 확인된다.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실업률이 0.5%포인트 치솟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는가 하면,청년 실업도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40대 실업자도 지난해보다 24.5%나 늘었다.‘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유행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또다시 ‘고용대란’이 닥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정부는 최근 각종 세제 지원책을 쏟아내며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돈주머니를 풀어헤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투자하기에는 국내외 여건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기업의 투자 기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면 새로운 일자리와 기존의 일자리 20여만개가 사라진다. 게다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중견·중소기업들은 보다 나은 입지 여건을 찾아 중국 등 해외로 공장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일자리가 줄다 보니 구직 활동을 단념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된 사람도 지난해에 비해 26.1%나 증가했다고 한다.특히 학교에 다니지 않는 15∼29세 청년층에서는 4명 가운데 1명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놀고 있다.사회의 첫 문턱에서 좌절하는 청년층의 실업은 미래 성장 동력을 사장(死臧)시키는 것이어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이들이 미래의 노령화 사회를 지탱할 기둥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은 국가와 기업,그리고 우리 모두의 책무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정부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둘 것을 제안한다.인턴제든,창업 지원이든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기업도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마련에 나서야 한다.그것이 기업도 사는 길이다.
  • 비정규직 ‘차별의 벽’을 넘어 / 정규직 노조는 막강… ‘노·노갈등’ 증폭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의 신분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단순히 고용 안정을 떠나 임금과 복지 등 처우 수준이 180도 다른 것이다.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노동의 유연성 확보와 인건비 절약,강성 노조를 의식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양산은 기업이나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전망이다.정규직 근로자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나 비정규직의 노조 결성 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몸값은 정규직의 절반 한국노동연구원의 안주엽 박사는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실태 조사’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 근로자의 43∼79%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안 박사는 특히 “비정규직의 주당 근로시간(평균 54.8시간)은 정규직보다 최대 4시간이나 더 많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 격차는 최근 들어 더욱 벌어지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일하는 1차 하청업체 직원의 명목상 급여는정규직원의 70% 수준이다.”면서 “그러나 하청업체에서 수수료를 떼고 직원에 급여를 주는 데다 각종 복리후생이 따르지 않고 고용보장도 없어 정규직의 절반 수준도 받지 못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은 상당한 수준이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00인 이상 기업의 임금상승률은 17.5%로 10∼29인 기업 상승률인 6.2%보다 11.3%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석유화학·정유 등 일부 대기업의 생산직 17년차 연봉은 7000만원을 웃돈다.평균 연봉도 5700만원을 상회,전산업 평균(2443만원)의 2배가 넘는다.이는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선수 평균연봉(57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또 조선·자동차·철강업계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도 4500만원선이다. ●비정규직의 반란,정규 노조가 초래?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규 직원 채용 대신 아웃소싱을 늘리면서 노·노 갈등이 점차 불거지고 있다.특히 대기업 노조의 생산직 직원은 인력순환이 잘 안돼 ‘동맥경화’ 현상도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협력업체수는 1999년 86개에서 2000년 91개,2001년은 107개로 늘어났다.수주 호조로 일감이 증가했지만 강성 노조를 의식해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해결한 탓이다.이에 따라 신규채용은 지난 97년 이후 끊겼다.생산직 평균 연령대도 1998년 40.4세에서 지난 5월에는 43.6세로 고령화됐다. 현대중공업도 정규 직원(2만 6000여명)의 절반 수준인 1만 3000명이 협력업체 근로자로 전체 생산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최근 ‘현대차비정규직노동조합’을 결성했다.정규직과의 각종 차별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왕' 현대차 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조합원의 자격 범위 확대’와 ‘완전한 유니온숍의 도입’을 요구했다.그러나 완전한 유니온숍이 되면 노조에서 특정 직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할 경우 사측은 그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노조가 왕권에 가까운 무소불위의 통제력을 갖는 것이다. 노조는 이밖에 최근 기업들이 잦은 파업과 높은 임금으로 속속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에 대응해 ▲해외공장 이전시 노조 합의 ▲노조의 경영참여 등을 단협의 요구 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사측은 이에 대해 노조가 경영까지 간섭하겠다는 것은 회사를 내놓으란 얘기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LG화학 가공노조도 무리한 임금 인상(기본급 포함 총 22.45%)을 요구하며 13일째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회사내 장치노조와 임금격차가 너무 큰 만큼 이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타사보다 10%이상의 높은 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과다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특히 장치 부문은 노동강도가 가공 부문보다 더 강할 뿐 아니라 위험도가 높아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임금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장치 부문의 인건비 비율은 7.4%인 반면 가공 부문은 10%를 초과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정규직 근로자들은 사무직이 ‘사오정(45세 퇴임)’에 시달리고 비정규직의 고용이 불안정한 것과 달리 정년이 보장된다. 현대차는 정년이 58세까지 보장된 데다 평생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고용안정협약서까지 체결한다.복리후생의 경우 ▲자녀 2명에 한해 학자금 지원(중·고등학교 전액,대학생은 1학기 100%,2학기 75%) ▲최대 1500만원 한도내 연금리 5%로 주거 지원금 대출 ▲15만원 상당의 직원 명절 선물지원(연2회) ▲단체 상해보험 가입(작업중 상해사고 또는 일반 상해사고 사망시 최고 2000만원까지 보상) ▲매년 정기 건강진단 등이 제공된다.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와 철강,석유화학업계 등도 56∼57세까지 정년 보장을 해준다.이와 함께 복지 수준이나 처우도 사무직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노동강도가 강하고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지난해에는 9명,2001년에는 13명이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주현진 김경두 기자 golders@ ■대기업 정규 생산직 고학력자 대거 몰려 대기업 정규직은 높은 임금 수준과 정년 보장 등으로 대졸사원 공채 만큼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이에 따라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도 생산직에 몰리고 있다. 16일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에 따르면 생산직에 지원한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은 1999년 3754명에서 지난해 1만 2991명으로 최근 4년간 246% 늘어났다.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이 공채보다는 수시 모집에다 자체 교육원이나 협력업체에서 채용하기 때문에 실질 경쟁률은 더욱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기술교육원에서 인력을 충당한다.지난해 기술교육원에서 배출한 기술자는 1200명 수준으로 교육원 입사 희망자는 이보다 7배 이상 많았다.하지만 지난해 생산직 채용 인원은 400여명이다. 현대삼호중공업도 이와 비슷하다.지난해 기술교육원 입사 경쟁률은 3대 1수준이었다. 현대차도 지난해 공장 직원을 신규 채용했지만 외부에도 알리지 못한 채 사내 공고를 통해 몰래 1000명을 뽑았다.관계자는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해 인원억제가 최대 목표”라면서 “이같은 방침에 따라 지난해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울산공장(2만 6000명)내에서만 인력 공고를 냈는데 이력서가 1만통이 넘게 왔을 정도”라고 귀띔했다.그나마 당시 채용된 1000명중 400여명은 현대차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직원인 비정규직에서 선택됐다. 다른 관계자는 “생산직 채용 자격은 고졸이지만 전문대출신들의 지원이 많아 전문대 졸업을 고졸로 인정하는 추세”라면서 “종종 대졸 출신들이 지원하는 사례도 있어 이들을 솎아 내는 것도 일이다.”고 덧붙였다. 주현진 김경두기자 ■비정규직 처우개선 “나몰라라” 올해 대기업 임단협의 주요 쟁점사항인 비정규직 차별 철폐 주장이 시나브로 사그라들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주5일 근무제나 임금협상에 주력한 결과,비정규직의 차별 철폐가 뒷전으로 밀려난 탓이다. 특히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은 ‘정규직의 파이’를 일정 부문 양보해야 하지만 이를 받아들 수 없다는 정규직 노조원들의 밑바닥 정서도 한몫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9년째 무분규 협상에 성공했지만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은 노조 요구안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두산중공업 노조도 노사협상에 들어가기 전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그러나 올 초 노사분규로 수주 실적이 악화되면서 지금은 임금협상에만 주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비정규직에 대해 ‘나몰라라’한 것은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을전체 생산직의 16.9%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노사가 합의했지만 올 7월 현재 비정규직은 30%(현대모비스 포함)에 육박하고 있다. 비정규센터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로 보는 인식이 일반적이다.”면서 “사측은 이같은 점을 이용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은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생겨난 희생양적인 계층”이라면서 “지난해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치던 정규직 노조가 올해는 강도를 낮추거나 아예 언급도 안하는 것은 정규직들이 자신들의 살 길을 걱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처우는 정규직이 양보할 부분이 아니라 사측이 배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 눈에 띄는 정책 2題

    자연휴양림 조성 ‘아주 쉽게' 휴양림 조성이 쉬워진다.공급 증가에 따른 이용료 인하효과가 기대된다.정부는 최근 주5일 근무제 확대 등으로 삼림욕 수요가 급증하는 데 반해 관련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산림휴양시설 조성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낙후산지도 개발하고,국민복지도 개선하자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우선 ‘돈’과 ‘땅’을 빌려준다.휴양림 조성에 드는 비용은 평균 25억원.현재는 기준단가(12억원)의 70%(8억 4000만원)만 융자해주고 있지만 이 비율을 올리고 사전융자도 허용해줄 방침이다.아울러 국유림을 장기 임대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휴양림 허가를 내주는 최소한의 면적기준도 조성주체에 따라 ▲지자체 50㏊→30㏊ ▲민간 30㏊→20㏊로 완화한다.정년퇴직자 등이 투자컨소시엄을 형성해 창업아이템으로 도전해볼 만하다. 외국인 소득세 ‘아주 적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11만명의 소득세가 내년부터 크게 줄어든다.납세절차도 간편해진다.내국인과의 형평성 시비가 예상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외국인에게 ▲연봉의 일정액(단일세율)만 세금으로 내거나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각종 공제를 받은 후 기본세율(9∼36%)대로 납부하는 방식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지금은 후자만 가능하다.단일세율은 18%와 홍콩 기준인 15%가 거론되고 있다.18%로 확정될 경우,연봉 3억원 이상이면 단일세율 방식이 훨씬 유리하다.우리나라 소득세는 수입이 많을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세 체계이기 때문이다.외국기업뿐 아니라 국내기업의 외국인도 해당되며,최고경영자(CEO)든 동남아 산업연수생이든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내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해당된다. 안미현기자 hyun@
  • 공무원 임금피크제 검토

    청와대가 공직사회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반대의 목소리도 벌써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14일 “전체적으로 임금피크제가 필요한 일이라면 우리(공직사회)도 검토할 것”이라면서 “최근 신용보증기금에서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확인한 뒤 도입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 보좌관은 “아직 임금피크제 도입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좋으면 시행하고,나쁘면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공기업 성격이 있는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58세까지는 정년을 보장하되,55세부터는 임금이 점차 낮아지고 58세 이후에는 개인에 따라 계약직으로 전환해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일부 민간기업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정작 공직사회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의 정년을 법으로 늘리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반대가 없겠지만 현재 공무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의 반대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영어·컴퓨터는 공직생활의 기본”새내기사무관 김태명씨

    “공무원 생활을 하려면 영어와 컴퓨터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세요.” 새내기 공무원 김태명(사진·36·특허청 행정법무담당관실) 사무관이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얘기다. 지난 2001년 행정고시(45회)에 합격한 뒤 지난해 11월 특허청에 발령받아 공직생활 8개월째를 맞은 김 사무관은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안도감에 나태해지고 기대만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목표는 크게 갖되 고시합격자에 대한 어떤 특별한 대우도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공직사회에 대해 “적절한 경쟁이 있고 그에 따른 치열한 노력이 따르는 안정성과 합리성이 조화된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소개한 뒤 “공직사회 바깥에서 볼 때는 정시 출퇴근 등 안락한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는데 업무가 너무 많아 내 시간을 찾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영어와 컴퓨터는 기본이지만 수준이 높을수록 공직사회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며 “시험이 끝나고 현직 배치까지 10개월 이상의 시간은 여유를 가지면서도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하라.”고 조언했다.김 사무관은 “근무 부처는 추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첫 임용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해 선택하는 게 좋다.”면서 “시험을 준비할 때 가졌던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든 불가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3차 면접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너무 긴장하지 말고 소신껏 답변할 수 있도록 이해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남은 기간동안 신문과 행정학 책을 두루 읽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출발은 동기(평균 29.3세)들보다 5∼6년 늦었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김 사무관은 “공무원은 더이상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노후대책 준비 직장인 32% 뿐/ 商議, 서울 직장인 설문조사

    퇴직후의 노후대책을 준비하는 직장인은 10명 가운데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직장인 노후대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다.’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각각 45.1%와 22.5%였으며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32.4%에 그쳤다.이번 조사는 서울의 직장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령별로는 50대(41.5%),40대(40.0%),30대(31.5%),20대(19.2%) 순으로 준비를 덜해 젊을수록 노후대책 준비를 하지 않았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4억∼5억원 미만 42.6%,3억∼4억원 미만 20.8% 등 조사대상의 63.4%가 3억∼5억원을 꼽았다.이어 1억∼3억원 미만(15.7%),5억∼7억원 미만(9.1%),7억원 이상(8.9%)의 순이었다. 노후자금 마련 수단으로는 저축(21.4%),개인연금(19.9%),퇴직금(18.6%),국민연금(15.6%),부동산 임대수익(8.8%),주식(5.6%) 등이었다.50대는 퇴직금(33.3%)과 개인연금(33.0%)을 노후대책 1,2위로 꼽았고,40대는 개인연금(28.6%)과 퇴직금(20.8%) 순으로 답했다.20·30대에서는 저축이 각각 29.4%와 26.9%로 1위를 차지했다. 국민연금이 노후대책 수단으로 충분한가를 묻는 설문에는 ‘충분하다.’(9.6%)는 응답에 비해 ‘부족하다.’(40.6%)와 ‘상당히 부족하다.’(31.4%)는 답변이 70%를 넘어 국민연금을 불신했다.정부가 퇴직금 제도의 대안으로 검토하는 기업연금제에 대해서는 반대(37.7%)가 찬성(29.9%)보다 높게 집계됐다. 적당한 은퇴연령으로는 20대는 59세,30대는 60세,40대는 62.8세,50대는 64.2세 등을 꼽아 나이가 많을수록 희망퇴직 연령을 늦게 잡았다.현행 55∼58세 정년퇴직에 대해서도 48.6%가 이르다고 답해 이른바 ‘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 정년 도둑) 등 요즘 직장에서 일고 있는 분위기와는 ‘괴리된 응답’을 보였다. 퇴직 이후의 진로와 관련,자기계발을 위해 무엇인가 시작하고 싶다는 응답이 35.6%로 가장 높았으며,이어 사업(25.8%),봉사활동(19.8%),직장생활의 지속(12.0%) 등 순으로 나타났다.예상 수명은 80.3세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노령화사회가 급속화되고 있지만 정년퇴직 연령은 계속 낮아져 노후대비를 위해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주현진기자 jhj@
  • 정대철 파문 / 분양 피해 3300여명 권리는

    “우리의 억울한 처지를 호소하기 위해 혈서를 쓰고 있습니다.” 13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옆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 사무실에서는 30대 여성에서부터 60∼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피해자들이 ‘혈서 현수막’에 쓸 피를 채취하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회장 조양상)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분양 피해자는 모두 3300여명에 이른다.이들이 굿모닝시티에 분양계약금 등으로 지불한 돈은 3500억여원.투자를 위한 계약자도 일부 있지만 생업과 노후대비를 위한 계약자가 70∼8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 대출·퇴직금등 3500억 투자 협의회 관계자는 “계약자 가족까지 합하면 1만 2000여명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면서 “청와대 등 관련기관이 대책마련을 위한 면담요청을 외면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공무원으로 최근 정년퇴직했다는 김모씨는 점포 2개를 계약하면 점포 위치를 마음대로 고르는 프리미엄이 있다는 말에 속아 무리해서 빚까지 얻었다고 말했다.40년 동안 교직생활을 통해 모은 퇴직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이모씨는 “굿모닝시티 윤창렬 회장을 ‘유통업의 신화’로 포장해 온 언론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330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이 권리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검찰은 윤 회장이 분양대금과 은행권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5000억여원의 자금은 사업확장과 로비자금 등으로 인해 모두 소진됐으며 굿모닝시티에는 오히려 부채만 700억원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굿모닝시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회사측은 변제할 능력이 없는 상태. ●굿모닝 부채 700억… 변제능력 없어 계약자협의회는 최근 분양대금 횡령 등을 통해 윤 회장이 건넨 것으로 확인된 정치자금이나 각종 기부금을 돌려달라고 각계에 호소하고 나섰다.또 대형 분양사기극을 방조했다는 판단하에 정부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상상을 뛰어넘는 고리를 뜯어간 사채업자들에 대해서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등을 준비하고 있다. 협의회측은 쇼핑몰 사업권을 굿모닝시티로부터 넘겨받아 계약자 자체적으로 쇼핑몰 건립을 추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협의회 봉사단장 이창무씨는 “상가 재건축과 관련한 대형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우리와 비슷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
  • “다양한 길 열어주는 평준화돼야”정미령 英옥스퍼드대 교수

    최근 미국의 명문인 옥스퍼드대학으로부터 정년을 5년이나 넘긴 65세까지 일해줄 것을 요청받은 정미령(59·교육심리학) 교수.옥스퍼드대학은 동양 여성 박사의 연구성과를 인정,60세로 끝나는 정 교수의 정년을 5년이나 연장해준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박사 논문을 심사하던 옥스퍼드대 교수가 정 교수의 연구 성과를 인정,그 자리에서 옥스퍼드대 교수로 특채한 것은 지난 1985년.당시 영국 학계에서는 ‘작은 한국소녀(small Korean girl)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교육심리학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옥스퍼드대에서 95년부터 연구교수로 활동해왔습니다.그러나 항상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관심을 기울여왔지요.” 한때 영국 교육부의 교육혁신아카데미에 참여,정책 자문역을 맡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정 교수의 관심은 우리나라의 교육에 있었다.방학을 이용해 잠시 고국을 찾은 정 교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 교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도 밝혔다.아이들의 두뇌는 5∼16세까지 성장과정에서 교육의 큰 영향을 받는데 이때 다양한 잠재력을 발굴,저마다의 특성을 살려줘야 한다는 논리이다.두뇌의 60%는 일반적인 능력이지만 나머지 40%는 각각의 아이들이 특성과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주장은 학계에서 ‘아이들의 지능을 논리적이고 수학적으로 평균화할 수 있다.’고 내세운 세계적인 교육학자 피아제의 이론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이와 관련,우리나라의 평준화 정책의 취약성을 예로 들었다.정 교수는 “평준화라는 것은 교육 기회의 평준이지 능력의 평준은 아니다.”면서 “문제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이고 강제적이라는데 있다.”고 지적했다.때문에 평준화 속에서도 다양한 교육을 받도록 학생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정 교수는 최근 새로운 일에 도전장을 냈다.UN과 연계,아동 교육만을 전담하는 ‘세계 어린이교육 전문 대사’를 전 세계에 파견하는 일이다.아이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다양성과 특성을 살려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세계 교육 현장에 퍼뜨리기 위해서다.5∼16세까지의 아이들이 연속적인 교육을 통해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대안학교를 세우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도 현실에 적용했을 때 의미가 살아난다.”는 정 교수의 얼굴은 교육에 대한 열정을 대변하듯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서울시 인사제도 대수술

    서울시의 인사제도가 크게 바뀐다. ‘조건부 승진제’와 민간기업 파견근무제가 도입되고,승진도 연공서열에서 일 중심의 발탁인사로 전환된다. 서울시는 9일 이같은 내용의 ‘인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조건부 승진제 도입 내년부터 5·6급 직원 가운데 승진소요연수가 지나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건부 승진제’를 도입한다.승진을 해 1년간 보직을 받고,1년 뒤에는 사회적응 교육을 받으며,그 다음 해에는 명예퇴직토록 한다. 4급으로 ‘조건부 승진’하려면 5급 승진한 후 최저 5년이 지나고 정년이 3년 이상 남아야 한다.앞으로 승진 예정인원의 20%를 조건부 승진으로 돌릴 예정이다. 5급으로 조건부 승진하려면 6급으로 승진한 뒤 최저 4년 이상 지나고 정년이 5년 이상 남아야 한다.기존에는 시험과 심사로 50%씩 승진시켰으나 앞으로는 시험 50%,심사 30%,조건부 20%로 조정된다. ●발탁승진 확대 올 하반기부터 연공서열식 승진 관행을 없애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우대,발탁하기로 했다.매년 하반기에 승진위원회를 구성해 시정기여도와 능력·실적 등을 종합해 대상자를 선정한다.예정인원의 5배수를 선발해 압축한다. ●근무평정 개선 및 실적가점 확대 주무팀장이나 주무팀의 주임이 우선 승진하는 관행을 없앤다.6급의 근무평정을 국 단위에서 과 단위로 조정했다.또 5급은 과장이 평정하고 국·실장 확인을 하던 것을 국·실장이 평정하고 부시장이 확인하도록 했다.실적 반영 대상도 기존의 정원 1% 범위에서 5% 이내로 대상자를 늘리기로 했다. ●기업체 파견 및 가점제 폐지 건의 5급 이상 10여명을 선발,민간기업에 근무하는 기회를 준다.6개월에서 3년까지 가능하며 근무기간은 휴직처리된다.급여는 기업체에서 받는다.유착을 막기 위해 2년간 관련부서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한다. 조덕현기자 hyoun@
  • 포스코 일관제철 가동 30주년

    포스코가 3일 국내 최초의 일관(종합) 제철소인 포항 1기 설비가동 30주년을 맞는다. 일관제철 30주년을 맞는 포스코는 지구둘레를 289바퀴 돌 수 있는 1154만㎞의 열연코일,63빌딩 2331개를 건설할 수 있는 5376만t의 후판제품,소형승용차 2억 807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1억 843만t의 냉연제품 등 각종 철강재를 공급해 오며 한국 산업발전을 뒷받침해 왔다.30년 포스코 지킴이와 성공신화의 비법 해부 등을 통해 포스코 30년을 되짚어 본다. ■‘30년 고로맨’ 이석인 주임 “정말 일 많이 했습니다.별을 보며 출퇴근하는 것은 당연했고 휴가는 감히 생각도 못했죠.사명감이 없었으면 어떻게 견뎌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로맨’인 이석인(54) 주임은 포스코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1973년 2월 입사해 30년을 고로와 함께 살았다. 그는 “고로의 쇳물을 똑바로 보내기 위해 각목을 이용했는데 무더운 여름철에는 숨이 헉헉 막힐 정도”라며 “화장실 수돗가에는 찬물을 끼얹기 위해 직원들이 줄서며 기다리곤 했다.”며 옛날을 회고했다.지금이야 에어컨 시설과 자동화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졌지만 당시에는 사시사철 땀띠를 달고 지냈다고 덧붙였다. 이 주임은 당시에는 기술을 보유한 직원들이 거의 없어서 반장들에게 욕설을 듣는 것은 물론 정강이를 맞으면서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그렇게 일을 시킨다면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 시절에는 누구나 당연시했고 또 그 만큼 일도 빨리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사고는 항상 있었다. 1977년 4월 야간 작업중인 직원이 크레인에서 졸다가 쇳물이 쏟아져 바닥 케이블이 타버린 사건이 터졌다.그 결과 작업은 한달간 중단되고 한동안 임직원들이 야간 순찰을 강화하며 눈이 충혈된 직원들을 보며 ‘당신 졸았지.’라고 묻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그 이후부터 포스코는 매년 4월을 ‘안전의 달’로 선포했다. 이 주임은 또 포스코 직원들의 풍속도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공장 가동 초기에는 직원들이 30∼40분씩 걸어서 출퇴근하다가 점차 자전거·오토바이로 변하다가 지금은 승용차 이용이 많다. 술에 얽힌 얘기도빼놓을 수 없다.포스코의 노란색 유니폼은 술집에서 보증수표였다.노란색 제복을 입고 포항시내 웬만한 술집에 가면 외상이 통할 정도여서 요즈음의 신용카드가 부럽지 않았다. 한번은 사측에서 술로 인한 각종 말썽이 잦자 ‘퇴근후 술을 마시고 싶으면 유니폼을 벗고 마셔라.’는 엄명을 내렸다.반응은 포항 상가에서 먼저 나타났다.장사가 안된다며 들고 일어나 회사측에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요즘에는 일하기가 굉장히 수월해졌다고 말한다.1970년대에는 3교대로 24시간을 일했으며 작업도 대부분 고로 근처에서 했지만 지금은 4교대로 바뀐데다 작업도 기계가 대신 처리해 격세지감이 들 정도란다. 특히 주5일 근무제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좋지만 정년 퇴임이 가까워지면서 ‘벌써 퇴물인가.’하는 불안감도 커졌다고 밝혔다. 이 주임은 “아쉬운 것도 많지만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은 평생 남을 것”이라면서 “1973년 6월 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나오는 순간에 터졌던 만세 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포스코 신화’의 비결 ‘포스코 신화의 비결은.’ ‘산고’끝에 태어난 포스코는 기술·경험·자원이 없는 그야말로 밑바닥부터 출발해 지금은 세계 철강업계의 최고봉에 이르렀다. 외형적으로는 지난 30년간 총 4억 1878만t의 철강재를 생산,우리나라를 세계 5위의 철강 생산국으로 끌어올렸다.또 조선 1위,가전 2위,자동차 6위 등 우리나라 수요산업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내부적으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하에서 성공적인 민영화의 기업 모델로 자리잡았다. ●기적의 주춧돌은 ‘우향우 정신’ 포스코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향우 정신’이 큰 보탬이 됐다.제철소 건립이 실패할 경우 몇몇 사람의 사표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 영일만에 빠져 죽을 각오로 매진하자는 것.당시 건설 현장사무소(롬멜하우스)에서 우향우하면 바로 영일만에 닿기 때문에 우향우 정신이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은 “4전 5기 끝에 시작한 민족 숙원사업에 긍지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일청구권 자금이라는 선조들의 피의 대가로 짓는 제철소 건설이 실패하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만큼 우리 모두 우향우하여 영일만에 투신해야 한다.”고 책임정신을 역설했다. 당시 103만t 규모의 포항 제철소 1기 사업 규모는 같은 시기에 지어진 경부고속도로 사업 비용의 3배로 모두 1205억원이 투자됐다. ●인사가 만사(萬事) 포스코의 인사 원칙은 청탁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패가 망신’ 정도는 아니지만 인사 청탁자에게는 철저하게 승진,보직,근무지 조정에 불이익을 줬다.일례로 박태준 전 회장이 청와대 고위직에서 인사 청탁을 하자 바로 그 사람을 인사위원회에 회부,권고 사직을 시켰다는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인사뿐 아니라 설비와 자재 구매에서도 철저하게 청탁을 배제시켰다.결국 이같은 원칙은 우수한 인재를 적소에 쓸 수 있는 전통이 되었고 오늘날 포스코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시킨 밑거름이 됐다.특히 공기업에서 쉽게 나타날 수 있는 무사안일주의도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완벽주의 포항제철소 1후판공장에 참여한 고려개발은 기초공사를 부실하게 하고 볼트 조립작업도 대충하다 다른 업체로 교체됐다.또 삼부토건은 자재절약이라는 기본 방침을 어겨 공사 도중에 그만둬야 했다.1977년 발전송풍 설비 공사는 도면보다 콘크리트 기초 작업이 10㎝ 정도 덜 들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폭파를 시키기도 했다.포스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마다 1∼10개월 가량 공기를 단축시켰다.1기 설비는 3년 3개월,2기는 2년 6개월,3기는 2년 5개월만에 준공시켜 갈수록 시간을 줄였다. ●실패에서 배운다 영일만 신화에는 실패도 있었다.그러나 포스코는 과감히 돌아가거나 물러서면서 신축적으로 대응,피해를 최소화했다. 포스코는 1997년 잘못된 설비 확장으로 경영상의 부담을 초래했다.스틸캔 소재 증강사업은 취소했고,광양 2미니밀,광양 5고로 등 건설중인 사업은 중단시켰다.또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한 광양 1미니밀은 전기로를 폐쇄하기도 했다.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 거품경제 때 투자된 과잉설비와 저수익 자산은 98년부터신속하게 처리,경영 손실을 최소화했다.”면서 “그러나 철강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없이 투자에 나선 것은 경영상의 실수였다.”고 토로했다. ●“근로자가 먼저다” 포스코는 당시 정치권과 언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철소 건립에 앞서 직원용 주택단지를 먼저 조성했다.고급인력 유치와 정착을 위한 장기 포석이었다.박 전 회장은 “직원들의 주거가 안정돼야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면서 “직원들을 현장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택과 자녀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포항은 현재 7200가구,광양은 5384가구 등 1만 2584가구가 들어섰다.포스코 임직원이 모두 1만 9169명이니 주택 문제는 사측이 해결해준 셈이다. ●굴뚝과 환경 그리고 IT 포스코는 공해없는 제철소 건설을 위해 지난해까지 무려 2조 3931억원을 쏟아부었다.지난해는 환경설비 운영비로 5000억원을 투자,철강업 고유의 환경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광양제철소 건립 당시에는 한려수도 청정지역의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첫 240m의 오염방지막을 설치했다.포스코는 이와 함께 1998년부터 ‘프로세스 혁신(PI)’을 추진,굴뚝과 IT를 접목시킨 디지털 경영체제를 구축했다.PI는 고객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최적의 통합시스템을 구축,조직 설계와 기업문화의 혁신을 추구하는 것.기술의 원조격인 신일본제철이 PI를 배워가 기술을 역수출하는 사례를 낳았다. 포스코는 현재 전사 통합 온라인 경영시스템인 ‘POSPIA’를 가동,납품에 걸리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또 신제품 개발 기간도 종전 4년에서 1.5년으로 단축시켰다. 김경두기자
  • 이슈 따라잡기/ 공무원 정년 단일화 추진

    현재 5급 이상 공무원과 6급 이하 일반공무원에게 차등적용되고 있는 정년이 단일화될 전망이다.공무원 차등정년제가 불평등하다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1일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5급 이상 60세,6급 이하 57세 등으로 직급과 직렬에 따라 달리 적용되고 있는 공무원 정년 규정을 단일화하는 방안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최종확정할 계획”이라면서 “정년을 몇 세로 할 것인지는 퇴직 공무원에 대한 지원문제와 연계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지난 98년부터 직급에 따라 달리 적용됐던 공무원 정년이 이르면 2005년부터 같아질 전망이다. ●일반공무원 정년 단일화 현행 공무원 정년규정은 IMF 이후 공직사회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난 98년 개정된 ‘공무원법’을 근거로 한다.이는 IMF 이전의 정년(5급 이상 61세,6급 이하 58세)보다 1년이 단축된 것이다.특히 6급 이하 공무원은 해당 기관장의 판단에 따라 정년을 최고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삭제돼 직급에 따라 정년에 차이가 발생했고,이 때문에 하위직 공무원들은 정년 차별에 대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지난달 공무원 정년문제를 ‘공무원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한 어젠다로 추가했다.위원회는 정년문제를 퇴직 공무원에 대한 지원 강화와 연관지어 검토한다는 계획이다.결과적으로 공무원 정년문제 해결의 열쇠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쥐고 있는 셈이다. 위원회는 어젠다의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올해안에 확정한다.내년부터는 ‘공무원법’ 등 관계법령 개정착업에 착수하게 되고,2005년부터 개정 법률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탄력적 정년제 도입 검토 위원회는 직급에 따라 차등적용되는 정년을 단일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함께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지는 일정 연령부터 호봉승급을 제한 또는 삭감하는 ‘피크 임금제’,퇴직공무원 가운데 일부를 단시간 근무형태로 활용하는 ‘재임용제’ 등 탄력적 정년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정년을 몇 세로 할지는 유동적이다.이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일반 기업의 정년이 평균 55세에 불과하고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특히 행자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 해 평균 정년퇴임자가 지방직은 2000여명,국가직은 1300여명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퇴임자가 줄어,승진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교육공무원과 경찰·소방·군인 등 특수직 공무원에 대한 정년문제는 업무의 특성상 일반공무원과 연계해서 검토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장세훈기자 shjang@
  • “고용안정·경비절감 일석이조”배영식 信保이사장 인터뷰

    이달부터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전면 도입하는 신용보증기금 배영식(사진·裵英植·54) 이사장은 1일 “고용안정과 경비절감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제도”라며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과 조직의 특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1년만에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추진 배경은. -정년이 58세로 보장돼 있지만 제대로 안 지켜지는 게 현실이다.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유능한 인재들이 일찌감치 ‘할아버지’로 전락해 버리는 게 다반사다.좁게는 개인과 가정의 불행이지만 넓게 보면 이들을 부양하느라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노조의 반발이 상당했을 텐데. -노동계가 임금피크제를 편법적인 인원정리나 임금삭감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때문에 초기 협상에 어려움이 컸다.그러나 ‘회사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 조직과 개인이 한발씩만 양보하자.’며 노조를 설득했고,노조가 이에 발전적으로 응했다. 협상과정에서 가장큰 난관은. -우선 만 55세때 그때까지의 보직·직급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지점장·부장 등 자리를 내놓고 별정직으로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데 노조가 난색을 표했다. 만 55세 이후의 임금감축 폭(신보의 경우 해마다 75%-55%-35%로 줄어듦)을 결정하는 데도 진통이 컸다. 이 제도가 업적이 아닌 연공(年功)중심체제를 강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차피 58세 정년 범위 안에서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령화 추세도 감안해야 한다.요즘 50∼60대면 사회인으로서 마지막 정열을 불태울 나이인데,노인 취급을 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또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향후 3∼4년 뒤 연간 30억∼40억원씩 인건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효과도 볼 수 있다. 다른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신보에는 채권추심,소액소송,경영지도 등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일들이 많아 60명 이상의 전직 금융인들이 아웃소싱(외부위탁) 형태로 고용돼 왔다.이 일들을 만 55세 이상 우리 직원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고용안정과 경비절감 등다목적의 효과가 있다. 이렇게 개별 기업이나 조직의 여건을 최대한 고려하고 활용해야 한다.그래야만 노조도 수긍할 수 있다.그러지 않으면 공연히 부작용만 날 수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사오정·오륙도’ 사라지려나…/ 임금피크제 信保도입이후 논의 활발

    ‘구조조정과 고용안정을 한꺼번에 달성하라.’ 50대 ‘고령(高齡)’ 사원들에 대한 임금 및 고용제도 개편과 관련해 금융권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경영혁신 차원에서 고참 사원의 수를 최소화하면서,동시에 이들의 고용을 최대한 보장해 주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저마다 ‘임금피크제’ 등 새로운 개념의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노조 반발 등으로 좀체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신용보증기금이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향후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보 도입,물꼬 틀까 신보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만 55세가 되는 해부터 일반직에서 별정직으로 전환시켜 3년간 사내교수·채권추심·소액소송·경영지도 등 지원업무를 맡기는 제도다.별정직으로 바뀐 이후의 임금은 가장 많이 받은 때(만 54세)를 기준으로 1년차 75%,2년차 55%,3년차 35%가 지급된다.그동안 논란이 일던 임금피크제 도입에 신보가 ‘총대’를 메고 나섬으로써 다른 금융기관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부분시행에서 전면시행 검토 이미 상당수 은행들은 임금피크제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기업은행은 2001년부터 ‘후선 배치제’를 활용하고 있다.지점장·부장급 중 명예퇴직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는 교수·연구직을 맡기는 제도다.교수직인 55,56세 때에는 각각 정상급여의 75%,51%를 지급하고 57세 연구역에게는 39%를 준다.외환은행도 ‘역(役)직위제도’를 마련,2000년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있다.정년까지 3∼5년이 남은 직원들을 업무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뒤 조사역·전담역 등을 맡기고 이전 급여의 35∼70%만 주고 있다.외환은행은 이 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지만 노조는 다른 인센티브 없이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고용안정의 사이 우리은행은 올 연말까지 고령자 고용제도를 확정키로 하고,노조와 ▲정년을 확실히 보장하는 대신 현행 만 58세에서 1∼2년 단축 ▲만 55세 조기퇴직자에 특별퇴직금 지급 ▲임금피크제 도입 ▲만 55세에 퇴직하되 계약직으로 재고용 등 4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국민은행은 연봉제를강화하는 한편,일정 연령에 이른 직원들의 임금과 직위를 일정 기준에 따라 한꺼번에 강등시키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성철 부행장은 “매년 계약하는 연봉제를 도입,능력있는 사람은 정년이 넘어도 고용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가게 해야 한다.”면서 “특히 젊은층의 실업이 사회문제화되고 능력있는 젊은이들에게 제 역할을 할 기회를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년을 보장해 주는 것은 은행 전체로 손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고령자 관련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적용연령 ▲임금 감축비율 ▲계약직 전환 여부 등에서 노조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금융권에서 논의 활발 금융권에서 이런 논의가 활발한 것은 다른 업종에 비해 고령자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때 50대 인력이 대거 정리돼 한동안 고령자 문제는 수그러들었는데,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박영호 부행장은 “절박한 수익원 발굴,IT(정보기술)시스템 전면 도입 등 금융계가 어느 업종보다 심하게 변화의 필요성에 노출되면서 고령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사설] 실업난 속 信保의 임금피크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신용보증기금이 이달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만 55세가 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첫해에는 임금의 75%,2년차에는 55%,3년차에는 35%를 지급하는 방식이다.회사가 직원들에게 정년을 보장해주는 대신 직원들은 정년 3년전부터 매년 단계적인 임금삭감을 수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제도가 개별 사업장의 노사간 자율합의에 의해 시행된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임금피크제는 고령화로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장기근속 직원들에게 임금을 줄여서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이다.고령자의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공유(job sharing)라고 할 수 있다.극심한 불황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고령층의 실업 예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제도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인식 부족으로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특히 노동계는 고령 근로자의 퇴출 압력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그러나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국내기업들은 경영이 악화돼 구조조정을 할 경우 ‘나이 순으로 자른다.’는 것이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연공급으로 돼있어 정년을 몇년 앞둔 고령자의 경우 고임금을 받지만 업무능력과 효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의 임금수준과 업무능력 사이의 부조화를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기업은 구조조정 압력을 덜고,근로자는 고용불안을 해소하며,정부는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이자소득세 감면 찬반논란 / “서민부담 완화” “부자 배불리기”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이자소득세를 한시 면제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그러나 이런 조치가 결과적으로 부자들의 혜택만 키운다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29일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거둬들인 소득세는 총 19조 1000억원이다.이 가운데 이자소득 세수(稅收)는 3조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자소득세란 예금 이자나 배당 소득에 붙는 세금으로,세율은 지난 2000년말 24.2%(주민세 포함)에서 지금의 16.5%로 인하됐다.이후 2001년말 국회에서 추가 세율인하를 추진했으나 재경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소비자극효과 이자소득세 한시감면을 주장하는 측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뺀 실질금리가 오래 전에 마이너스로 추락한 점을 첫째 이유로 든다.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은 평소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따른 서민중산층과 이자생활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자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전면 비과세가 어렵다면 종합과세대상이 아닌 4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자나 고령층에게만이라도 비과세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얼어붙은 소비심리 자극과 증시 활성화를 위해 이자 및 배당소득세를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현 정부가 비과세 금융상품 축소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넓은 세원,낮은 세율’ 취지에 비춰봐도 이자소득세율 인하가 맞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 상무는 “이자소득세 한시감면이 당장 소비진작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정책당국의 내수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올 초 한국은행도 정년퇴직자 등 금리생활자들에 한해 이자소득세를 감면해주자고 재경부에 비공식적으로 건의한 바 있다.하지만 한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존재한다. ●조세형평성 안맞아 이자소득세 인하를 반대하는 측은 현행 제도만으로도 부부가 최고 2억원까지 세금 한푼 내지 않는다는 점을 든다.현재 시판중인 완전 비과세 상품을 활용할 경우 ▲농·수·축협 예탁금 2000만원 ▲생계형 저축상품 2000만원 ▲비과세종합통장 6000만원 등 1인당 최고 1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부부 명의를 활용하면 2억원까지 가능하다.7년이상 가입하면 완전 비과세되는 저축형 보험상품도 있다. 재경부 백운찬(白雲瓚) 소득세제과장은 “비과세 혜택을 더 확대하면 결과적으로 금융소득 2억원 이상인 부자들이 최대 수혜를 입게 된다.”면서 “금리생활자 등 특정계층에 대한 한시감면도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대했다. 이자소득세율을 내린 지 3년밖에 안 된 점을 들어 추가 인하주장을 일축했다.그 이면에는 세수 감소 우려가 깔려 있다.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이자에서 거둬들인 세금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백 과장은 “비과세 금융상품을 축소하더라도 농·수·축협 예탁금과 생계형 저축상품 등은 제외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원금에는 절대 손대지 않고 이자로만 생활하려는 ‘고정관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연구위원은 “몇푼 안 되는 이자소득세를 면제하거나 인하한다고 해서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는힘들다.”면서 “가뜩이나 은행권에 편중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더 몰리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미현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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