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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등 외자기업 타격 클듯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노동계약법(勞動合同法)이 29일 전인대에서 통과돼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중국에 진출한 한국 등 외자기업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기업들로서는 인건비 상승은 물론, 노조와의 협상 업무 및 노동분쟁 증가로 노무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법안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법안의 가장 큰 특색은 ‘고용의 경직성’이다.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 대해서나 3회 연속 근로계약을 맺을 때는 정년을 보장토록 했다.1년짜리 단기계약이 2차례 종료돼 3번째 계약할 때는 1년계약이 아닌 정년까지 보장되는 근로 계약인 셈이다. 또 파견노동자를 고용할 경우에도 최소 2년 이상 고용토록 해 장기고용을 보장했다. 파견노동자도 노조원과 동등한 지위여서, 노조와 협의없이는 해고나 임금 결정 등이 불가능해졌다. 해고를 하려면 노조에 통보한 뒤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20명 이상 또는 직원의 10% 이상을 감원할 때는 지역 노동국에 보고해 인가를 얻어야 한다.15년 이상 일한 근로자는 해고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용자가 고용과 관련해 법을 어기면 임금의 2배를 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사용 1개월∼1년 이내 서면으로 노동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2배의 임금을 지불하는 식이다. 다만 외국계 기업들이 크게 반발했던 퇴직금제도 도입은 법안 표결 직전에 보류됐다. 기존 심의안은 ‘계약만료시 경제보상금(퇴직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임금지급을 미루거나 계약 미준수에 따라 노동자가 퇴사할 때, 계약 만료전 회사가 퇴직을 요구할 때, 근로자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을 때, 정리해고가 실시될 때, 기업이 파산할 때 등에는 퇴직금을 지급토록 했다. 근로기간 1년에 1개월치를 기준으로 최대 12년까지 가산된다. 중국 공산당은 노동쟁의의 급증이 사회적 불안정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이같은 법안을 준비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외국계뿐 아니라 자국 기업으로부터도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코트라 다롄무역관 이평복 관장은 “법안이 시행되면 노사간의 사소한 분쟁에도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등 노무관리 비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특히 단체협상이 강화되고 해고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영전략을 짜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jj@seoul.co.kr
  • 공무원 직급별 정년차등, 헌재 “평등권 침해 아니다”

    공무원의 직급에 따라 정년 연령에 차등을 뒀더라도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동흡 재판관)는 전북 임실군 6급이하 지방공무원 459명이 “정년 연령을 6급 이하는 57세,5급 이상은 60세로 정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법 66조 1항에 따라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면서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찰관 정모씨 등 2명이 ‘경정이상은 60세, 경감이하는 57세’로 정년에 차이를 둔 경찰공무원법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은 직급에 따라 업무내용과 요구되는 업무능력에 차이가 있고 승진절차도 다르다.”면서 “3년이라는 정년연령 차이는 업무 내용의 차이로 보면 지나치게 큰 것이라 볼 수 없어 정년 연령에 차등을 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년 연령을 몇 세로 할 것인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법부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면서 “입법권자는 국민 평균수명, 실업률, 공직 내부의 사정 등을 종합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에서 정년 연령을 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서울시청 3년내 정원의 13% 감축”

    서울시가 앞으로 3년 안에 현재 본청 직원 1만여명 가운데 13% 수준인 1300여명을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착수하기로 했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27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재임중에 서울시가 인사권을 행사하기 힘든 일부 산하조직과 자치구를 제외한 본청 직원 1만여명 가운데 13%를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잉여인력 분명히 존재한다.” 오 시장은 인원감축 방안과 관련,“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을 무작정 내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퇴직 등으로 자연감소분이 생겨도 인원충원을 덜 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기존 인력은 철저한 교육훈련을 통해 재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감축 추진 배경에 대해 “취임사를 통해 서울을 세계 10위권의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면서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무원의 인건비를 줄이고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 시장은 “지난 1년 동안 파악한 결과, 서울시에는 분명히 잉여인력이 있다.”면서 “어떤 조직이든 방만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엄격한 신상필벌 등을 통해 서울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무능·태만 공무원 3% 퇴출제’에 이어 ‘인사개혁의 2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29일 ‘조직진단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하반기 조직 진단을 실시하고 연도별 감축인원을 확정하기로 했다.●자연감소분 포함 1300명 감축 서울시는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 인원이 연간 400∼500여명에 이른다. 따라서 3년이면 최대 1500여명의 인원이 시청을 떠나기 때문에 오 시장의 이날 발언은 한해 1000여명 가까이 뽑는 신입 직원의 충원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현장시정추진단’의 운영 등을 통한 퇴출제도를 강화함으로써 3년간 1300여명의 인원을 추리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이른바 ‘3% 퇴출제’를 통해 추려진 80명은 오는 10월말까지 현장시정추진단의 재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다 제2의 인사태풍이 불면 공무원노조 등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서울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도 조직개편을 통해 4급 이상 간부 20여명을 포함해 1400여명을 한꺼번에 감축했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구 의정 초점] 구로구의회 행정사무감사

    [구 의정 초점] 구로구의회 행정사무감사

    구로구의회가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에서 유례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구정 평가에서 매년 20개 부문 이상을 수상하는 구행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채찍도 함께 들었다. 김경훈(지역구 개봉2·3동) 의장은 감사 총평에서 “구로구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각종 개발계획이 모든 구민에게 공개돼 막연한 기대심리를 유발하거나 불안감, 소외감을 주지 않는 행정력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구정 구석구석 세밀하게 ‘쓴소리´ 25일 구로구와 구로구의회에 따르면 황규복(고척1·2동, 개봉본동) 내무행정위원장은 주민생활안정기금이 4700만원이나 체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징수대책이 없음을 질책했다. 또 ‘주차불만 제로-080 서비스 기동반’의 근무직원 해고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로 판정되는 등 관련 법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서호연(구로1·2동, 구로본동) 도시건설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지역에 1개월간 가로등·하수도 공사, 무단 주·정차 CCTV 설치 등이 분산 시행되면서 통행 불편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명조(비례대표) 의원은 세무분야의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패소율이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와 대책을 요구했다. 박용민(개봉1동, 오류1·2동, 수궁동) 의원은 “구청장의 해외출장 기간에 5급 이상 간부 16명이 일시에 휴가를 간 것은 긴급사항이 발생할 때 구청의 대처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간부진의 안일한 업무 자세를 지적했다. ●잘한 일은 적극 칭찬… 정책 대안도 제시 쓴소리에 이어 단소리도 이어졌다. 올해 6급 이하 전직원을 대상으로 도입한 창의성과 포인트제와 격무부서 직위공모제·삼진아웃제 운영 등은 합리적인 인사체계 구축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또 구민이면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방식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U-헬스케어’ 구축도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책 대안도 내놓았다. 박용순(가리봉1·2동, 구로3·4·6동) 의원은 구로디지털단지역에 자전거 무료 대여소 설치와 벤처 단지 내에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을 건의했다. 답변에 나선 채기종 교통시설 팀장은 “디지털단지의 극심한 교통정체 때문에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자동차 이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미자(가리봉1·2동, 구로3·4·6동) 의원은 독거노인을 위한 노인요양소 설치를, 김창범(개봉1동, 오류1동, 오류2동, 수궁동) 의원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안양천 등 유휴 공지를 이용해 ‘자전거 안전교육 체험장’ 설치를 건의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전시행정 제로’가 목표 “전시행정만큼은 절대 안 됩니다. 최근 문화체육과 주관으로 과학축전이 열렸는데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학교 실험실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상민(59·고척1·2동, 개봉본동) 구로구의회 운영위원장은 최근 끝난 행정사무 감사에서 “내실 있는 구행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회가 전시행정에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다.”면서 주민 편의와 복지 분야 감사에서 송곳 질문으로 주민생활지원국, 감사관실 공무원을 몰아붙였다. 행정력 낭비도 질타했다. 그의 날카로움은 구정과 관련된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의원은 구로구 토박이인데다 구청 공무원 출신이다. “후배 공무원들을 잘 알아 자신도 불편하다.”는 박 위원장은 “그럼에도 비판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후배 공무원들을 긴장시켰지만 애정도 함께 드러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재정 압박을 해소할 방안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정년 퇴임 이후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가진 결과 뭔가 다른 방법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 인천항 ‘인력공급체제 개편’ 협상 타결

    인천항 인력공급체제 개편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타결됐다. 인천항운노조, 인천항만물류협회,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인천항 노사정은 지난 22일 보장임금 수준, 후생복지 등 미합의 쟁점들에 대해 합의를 마쳐 25일 오후 2시 30분 노사정 개편위원회에서 최종 합의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이로써 인천항운노조 소속 조합원 1800여명은 합의에 따라 60세 정년, 월 370만원의 임금을 보장받고 인천항 하역업체 20여곳으로 분산, 고용돼 정규직으로 일하게 됐다. 근로시간은 월 24시프트(1시프트는 8시간 작업단위)를 기준으로 하되 4시간 미만의 작업도 1시프트로 인정키로 합의했으며 초과근로수당 등의 산정기준이 되는 시간급은 7200원에 합의했다. 인천항 노사정은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가 통과될 경우 합의서 조인식을 갖고 희망퇴직자 확정, 하역사별 인력 배분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8월부터 하역사별 상시고용(상용화) 체제로 항만 인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인천항 인력공급체제 개편은 항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조의 노무공급권 독점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돼 2006년 9월부터 30여 차례의 협상 끝에 최종 합의안이 도출됐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13년만에 새 앨범 ‘달하노피곰’ 낸 가야금 명인 황병기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13년만에 새 앨범 ‘달하노피곰’ 낸 가야금 명인 황병기

    “자,‘공자왈’ 중 가장 멋있는 말을 꼽으라면 뭘까요?” “…?” 선뜻 생각나지 않거든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고 대답해보면 어떨까. 공자 시대에 70세까지 사는 것도 드물었거니와 듣고(耳) 말하는데(口) 최고(王)의 성인(聖人)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면서 “나이 70에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전혀 어긋나지 않더라.”고 읊었으니 말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금옥(金玉)같은 성인의 말씀은 많지만 새삼 이 말이 생각나는 까닭이 있다. 가야금 명인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인 황병기(71) 선생. 최근 13년만에 새 앨범 ‘달하노피곰’을 내면서 “마음 먹은대로 곡을 만들었더니 다 음악적 법도에 어긋나지 않더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공자처럼 고희(古稀)에 이르러 음악인생 55년을 담은, 그야말로 득음의 경지에서 귀중하게 탄생시킨 불후의 ‘명작’임을 시사하는 말이다. 그럴 것이 영국 셰필드 음악대학 앤드루 킬릭 교수는 이 앨범이 나오자 “모순을 명상하는 선(禪)의 경지”라고 극찬했다. 앞서 미국의 유명한 음반 비평지 ‘스테레오 리뷰’는 “황병기 음악은 초 스피드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정신적 해독제”라고 평가했다. 황 선생은 국내에서 새 앨범을 내기 전인 이달초 미국에서 작품설명회를 가진 셈이 됐다. 스미소니언박물관측의 초청으로 워싱턴과 뉴욕, 보스턴 등에서 ‘황병기의 초상’이라는 타이틀로 가야금, 거문고 등을 연주했는데 가는 곳마다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던 것. 공연이 끝난 후에는 앨범을 미리 주문하려는 관객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특히 바이올리스트 정경화, 소설가 이문열, 시인 김지하씨 등 한국에서 별도로 약속하기 힘든 인사들과 객석에서 반갑게 만났다. 지난 20일 서울 북아현동 자택에서 황 선생과 만나 먼저 새 앨범 ‘달하노피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반세기 동안 가야금을 다뤄온 그의 삶을 시대별로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제가요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달하노피곰’입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래가 사랑을 다루고 있지요. 이 가운데 ‘달하노피곰’은 남편에 대한 지고지순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음담패설을 담은 불륜의 노래는 금방 없어지고 맙니다. 판소리 12마당 중 다섯마당, 즉 춘향가(절개)와 심청가(효) 등만 전해지잖아요.” 모두 여덟곡이 수록된 ‘달하노피곰’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가야금 연주곡 ‘시계탑’은 1999년 대장암 수술을 받았을 당시 서울대 병원의 시계탑을 보고 작곡했다. 한밤 중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산책을 나왔던 그는 “비참한 상태에서 베토벤 소나타 32번이 생각났고 깜깜한 밤중에 반딧불이의 환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면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아름다운 가락이 저절로 떠올랐다고 술회했다. 가장 애착을 느낀다는 ‘하마단’은 가야금과 장구를 위한 곡. 본래 하마단은 페르시아 시대부터 있던 이란의 고대 도시의 이름. 먼 심연에 이르는 희미한 길과 안개가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표현했다.“전통(조선시대)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신라로 들어가는 비단길을 연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곡 중에는 ‘낙도음(樂道吟)´이라는 게 있습니다. 도를 즐기는 사람의 읊조림이지요.70세가 넘으면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공자님 말씀처럼 자유롭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노인이 술에 잔뜩 취해 춤을 추는 모양이라고나 할까요. 흥겨운 음악입니다.” 대금 연주곡 ‘자시(子時)’에서는 한밤중에 허공, 즉 꿈의 세계를 그리면서 혀와 입술을 떨듯 트럼펫 연주의 주법을 활용해 묘한 음색이 나오도록 했다. 아울러 서정주 시인의 ‘추천사’와 박목월 시인의 ‘고향의 달’을 가지고 곡을 만들기도 했다. 앨범이 나온 지 10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며칠 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월드뮤직 레이블 ‘아크´에서 연락이 와 세계 시장 판매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는 겹경사가 생겼다.1965년 하와이에서 첫독집 음반을 낸 이후 두번째로 세계 시장에 공식적으로 수출하는 것. 가야금을 배우게 된 동기는 6·25 피란 시절, 우연히 부산에 있는 고전무용 연구소에서 흘러나오는 가야금 소리를 듣고부터였다.1953년 전쟁이 끝나 서울에 올라와서도 가야금 공부를 계속했다. 경기고 졸업후 부친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지만 매일 국립국악원을 드나들었다.1954년 덕성여대 주최 전국학생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고 대학 2학년 때인 1957년 KBS 주최 전국 국악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학졸업하던 1959년 서울대에 국악과가 처음 생기면서 현제명 서울대음대학장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국악과에 출강했다. 이후 이화여대 음대, 미국 하버드대 등 국내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국악에 작곡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1963년에는 첫 창작곡 ‘숲’을 발표해 창작국악이란 새 장르를 만들기도 했다.1965년에는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주최 20세기 음악예술제에 작곡가 겸 연주자로 초청받았다. 이때 미국 음악잡지에서 연이어 호평기사를 실었다. 이후 해외 초청이 많아졌고 ‘황병기 음악’이 세계 무대를 본격적으로 누비기 시작했다. “가야금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100% 좋아서 했지요. 직업으로 치면 명동극장 지배인, 영화제작자, 출판사 대표, 기업체 기획관리실장 등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2001년 대학교수 정년을 마쳤을 때 영화나 실컷 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군요. 지금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면서 연세대 초빙교수, 방송출연 등 이래저래 더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황 선생은 얼마 전 중학교 수학책을 구입했다. 평소 수학이 좋았고 또 나이들어 새로운 배움의 길을 가고 싶어서였다. 그의 장남 준묵(44·한국고등과학원 교수)씨가 세계적인 수학자가 된 것도 어쩌면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도 모른다. 황 선생은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배우는 즐거움이 있다. 다만 그걸 시험보게 하면 싫어진다.”면서 논어의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를 새삼 인용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해 “작품 하나하나가 비슷한 게 없다. 어쩌면 다 다름이 황병기적 색깔”이라면서 음악적 영감은 사색이나 시, 자연에서 찾는다고 했다. 이어 자택 뒤 산책길을 자주 다니고 아침저녁 스트레칭으로 건강관리를 한다고 귀띔했다.“(사람의 수명)평균 나이가 되면 오래 살 생각하지 말고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즐기다 죽으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껄껄 웃는다. 다섯살 연상의 부인(소설가 한말숙)과는 지금도 서로 ‘자기’라고 부를 만큼 두터운 부부애를 과시한다. 장녀 혜경씨는 이화여대 국문학박사, 차녀 수경씨는 동국대 철학박사 과정을 각각 거쳤으며 차남 원묵씨는 MIT생의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6년 서울 출생. ▲55년 경기고 졸업. ▲57년 KBS 주최 전국국악콩쿠르 1위. ▲59년 서울대 법대 졸업. ▲59∼63년 서울대 국악과 강사. ▲63년 첫 가야금 곡 ‘숲’ 발표. ▲74∼2001년 이화여대 교수. ▲86년 하버드대 객원교수. ▲99년∼현재 유니세프 문화예술인 클럽회장. ▲2000년∼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주요 작품 숲, 가을, 석류집, 봄, 미궁, 침향무, 비단길, 영목, 전설, 밤의소리, 남도환상곡, 달하노피곰 등.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개인회생 변제 1년만에 실직…

    Q주식투자 실패로 4억원의 빚을 지고 개인회생을 신청했습니다. 월 150만원가량의 생계비(4인 가족)를 쓰고 남은 200만원 전액을 5년간 갚는 것으로 하고 1년 동안 채무를 불입했는데,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최근 직장을 잃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다달이 일정금액의 채무를 불입하기도 어렵고, 유일한 재산인 퇴직금 2500만원으로는 남은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종서(가명·45세) A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예상대로 진행됐다면 이종서씨가 주식투자에 성공해 편안하게 중산층의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투자 실패로 빚을 지지 않았을 것입니다.5년간 200만원을 갚는다는 것도 다른 상황, 즉 이종서씨가 회사를 다니면서 월 350만원을 꾸준히 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진 약속입니다. 상황이 변했으면 약속도 변경할 수 있고, 취소도 가능합니다. 이종서씨는 안정적인 급여를 받던 직장으로부터 밀려났고 사무관리직 근로자에 대해 사십오세 정년(‘사오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비슷한 직종에 취업도 어렵다면 인가 받은 개인회생 변제계획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원칙적으로 개인회생제도에 의한 면책은 인가된 변제계획에 따라 채무이행을 마쳤을 때 부여되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이행하지 못한 경우라도 변제를 하지 못한 이유가 ▲채무자가 책임 질 수 없는 사유가 있을 것 ▲채무자가 파산절차를 신청했을 경우 파산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있었던 금액 이상을 개인회생채권자가 변제 받았을 것 ▲변제계획의 변경이 불가능할 것 등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법원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 면책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종서씨가 개인회생 대신에 파산절차를 취했더라면 채권자들이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은 퇴직금의 2분의1 정도인 1200만원 남짓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퇴직금은 2분의1을 초과해서는 압류할 수 없고,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은 파산재단에 가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월 200만원씩 1년 동안 불입했다면 2400만원이 채권자들에게 돌아갔을 것이고, 이는 파산절차에서 배당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을 초과합니다. 여기에 이종서씨가 직장을 잃은 것에 대해, 특히 이종서씨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직장에 바로 취업해 조금이라도 갚도록 변제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한 위의 특별면책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을 잘 설명해 면책 신청을 하면 법원은 채권자들과 회생위원에게 의견을 물어 면책의 허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 경우 이미 채권자들에게 돌아간 금액이 있기에 새로 받을 퇴직금은 변제에 투입되지 않고 이종서씨가 재기의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채무자가 변제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획일적으로 개인회생을 폐지하는 결정을 하면서 특별면책 여부를 심리하지 않고, 채무자가 다시 파산신청을 하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업무 과다로 지지부진한 개인회생절차를 신속히 종결시키려는 고려로 보이지만, 채무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절차를 개시하는 불편함 외에도 과거 개인회생에 의해 변제한 금액을 무시하고 새로 받을 퇴직금의 2분의1을 파산재단에 가산해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불리함이 있습니다.
  • “이념·시론 다 털어버리고 이젠 문학에 투신합니다”

    “학계에서는 문인으로, 문단에서는 학자로 간주한다. 그러나 시인보다 더 영광스러운 이름이 어디 있겠는가.”(‘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중에서) 한국시인협회장인 오세영(65)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40년간의 시인 인생을 돌아봤다. 올해 1학기를 끝으로 강단을 떠나는 그는 정년퇴임 기념으로 시전집 두 권을 냈다.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오 시인은 1970년 첫 시집 ‘반란하는 빛’에서 2006년 ‘문 열어라 하늘아’에 이르기까지 40여년간 17권의 시집에 1000여편의 시를 발표했다. 오 시인은 자신의 작품 ‘땅 끝 마을에서’의 ‘끝은 끝의 시작이다’라는 구절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해 온 일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전했다. 담담한 목소리에는 회한도 묻어났다.“그간 대학교수라는 직업에 얽매여 이념이나 시론에 너무 집착해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다 털어버리고 문학에의 삶에 투신할 생각입니다.” 그는 자신의 문학을 가리켜 “동양 사상에 초점을 두면서 모더니즘적인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민족 문학의 정체성을 탐구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오 시인은 1970∼80년대 우리 문단의 중요 이슈였던 현실정치 참여에 관여하지 않고 비평이나 관심에서 비껴서서 자신의 시를 써왔던 것을 문학활동의 보람으로 꼽았다. 오 시인은 “주류에서 비껴나 있어 한편으로는 외로웠지만 그게 내 문학의 정체성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인은 26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문인, 제자들과 함께 전집 출간 및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경제계 ‘비정규직 해법’ 골머리

    경제계 ‘비정규직 해법’ 골머리

    근속 2년 이상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재계가 예상보다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많은 기업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논의 중이며 신세계 등 상당수 기업이 세부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아직 유예기간이 2009년 7월까지 2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입법과정에서 재계를 설득해야 했던 정부조차 놀라는 모습이다. 물론 모든 기업이 다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웃소싱을 통한 도급직 전환을 추진해 직원들의 반발을 부르는 곳도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은 제조업보다 유통·은행·통신 등 서비스업종에서 활발하다. 신세계에 이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한화갤러리아 등이 정규직 전환에 잇따라 가세했다. 일부 기업은 이미 비정규직 업무를 비정규직 보호법의 적용을 안 받는 도급직으로 전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LG생활건강과 CJ홈쇼핑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극한대립이 일어나는 회사도 있다. 이랜드 뉴코아는 비정규직 캐셔 150명을 외부용역업체 소속으로 돌리기로 했다. 이에 반발해 비정규직들이 전국 지점(아웃렛 15개, 백화점 2개)에서 반대농성을 하고 있다. 현행대로 유지하는 기업도 많다.SK텔레콤은 “비서·서무보조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직이 400여명 있지만 정규직 4600명과 하는 일이 워낙 다른 데다 비용부담도 있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제과의 경우 비정규직 1700여명에 대해 2년 근속 요건에 따른 영구계약만 할 뿐 연봉제 등 근로조건은 지금까지 하던 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정년은 보장해주겠지만 기존 정규직처럼 호봉제 등은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2년의 유예기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인 것은 직원들의 생산성과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선제대응의 측면이 강하다. 신세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연간 150억원이 추가로 들지만 이들의 생산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정규사원으로서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등 다방면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LG텔레콤측도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여기에다 비정규직보호법 중 차별시정제도가 올해부터 적용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차별시정제도는 똑같은 일을 할 경우 정규직 근로자와 임금이나 근로조건에서 차별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즉 2009년 7월 이전에라도 현재와 같은 차별적 임금·처우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이 규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만 하면 기존 정규직과 똑같은 처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정년이 보장되고 정규직에 준하는 복지후생 혜택을 받지만 임금이나 인사에서는 전혀 다른 체계를 따른다. 연봉이 적고 승진도 일정 수준(과장 등)까지밖에는 할 수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하고 있어 당초 기대보다 빠른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특히 차별시정제도가 당장 올 7월부터 발효되므로 기업들이 더욱 신속히 시행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주현진 김효섭기자 windsea@seoul.co.kr
  • [Seoul Law] 회비도 못내는 변호사들 많다

    [Seoul Law] 회비도 못내는 변호사들 많다

    “사건 수임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요. 수입이 없어 월 회비를 내기 힘듭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총무과에 걸려온 한 변호사의 전화다. 변호사는 회비 면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휴업 신고를 하지 않는 한 회비는 내야 한다는 답변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1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에 3개월 이상 회비를 내지 못한 변호사는 319명. 이 가운데 3∼6개월 체납자는 181명,6개월 이상 체납자는 138명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월회비를 못 내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면서 “6개월 이상 체납된 경우엔 업무상 과실이나 바쁜 일정 때문에 내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6개월 이상 체납자는 2005년 70여명,2004년 40여명이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황용환 총무이사는 “공직으로 진출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휴업신고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휴업을 신고한 변호사는 모두 173명. 휴업 변호사는 2004년 87명,2005년 144명보다 늘어난 것이다. 대한변협 공보위원인 정주교 변호사는 “예전에는 변호사의 정년은 없었는데 최근엔 전관 출신조차도 나이가 많으면 사건 수임을 못 해 사실상 문을 닫곤 한다.”고 했다.60세가 넘으면 변호사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무실을 운영할 여력이 없어 휴업하는 변호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친분있는 변호사의 사무실에 이름만 올려놓고 출근도 하지 않는 변호사도 많다.”고 전했다. 2005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 변호사의 1인당 연 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34.6건이고, 최근 매년 2∼3건씩 줄고 있다. 한 개인변호사는 “매출액 가운데 5분의2는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월급으로 나가고 세금을 내면 수익은 매출액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위원인 정주교 변호사는 “요즘 수임료가 200만∼400만원 하는 개인 송무만 연간 20건도 수임을 하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많다. 연간 소득이 4000만∼5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 개인변호사는 “전문적인 사건을 다뤄야 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이 수임료 200만원짜리 사건도 맡는다.”면서 “그래서 개인변호사와 연수원을 수료한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변호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유비의 서상호 변호사는 “로펌들이 송무사건이 시장개방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이 부문을 강화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개인송무도 수익이 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요즘엔 로펌의 변호사 수가 늘었고 이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작은 사건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펌의 사건 수임 싹쓸이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대형 로펌이라고 반드시 승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태형 변호사는 “대형사건은 여러 변호사가 필요해서 로펌에 맡기는 것이 맞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로펌에 가도 개인이 처리하게 돼 있다. 결국 로펌이든 개인변호사든 누가 더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오용석 태평양 대표변호사 “5년뒤 뉴욕에 사무소 개설… 글로벌 로펌으로” “5년 뒤에 뉴욕에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오용석(56) 대표변호사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률시장 개방시대를 맞아 국내로펌은 외국로펌의 공세를 막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외국시장 진출이란 역발상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로펌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외국로펌과 맞서야 한다.”면서 “삼성전자도 원래는 국내기업이었지만 수십년 동안 외국기업과 경쟁해 오늘날 글로벌 기업이 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태평양이 뉴욕사무소를 개설하면 국내 로펌 중 미국에 진출한 최초의 로펌이 될 수도 있다. 태평양은 해외 지향적인 로펌이다.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2002년 도쿄 사무소 문을 열었고,2005년에는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했다. 오 변호사는 뉴욕 사무소의 수익성에 대해 “수익은 바로 나진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시장개방시대를 맞이한 만큼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찾는 후배 변호사들이 많기 때문에 뉴욕 사무소 개설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욕사무소에 근무하게 되는 변호사들은 국제적인 변호사로 성장하리라고 전망한다. 오 변호사는 “다른 로펌에선 태평양을 ‘시골 사람’이 만든 로펌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한국적인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구성원 사이의 유대관계와 의뢰인과의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뢰인과의 신뢰관계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현재 의뢰인과 이해가 상충되는 사건수임은 모두 거절한다.”면서 “이렇게 거절하는 게 하루에도 1∼2건씩 된다.”고 자존심을 강조했다. 수익을 위해선 이런 것도 대리하는 것이 좋겠지만 원칙을 지켜 의뢰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장기적으로는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태평양의 의뢰인은 주로 국내기업이다. 그래서 태평양이 외국기업을 많이 대리하는 일부 다른 로펌과 비교되기도 한다. 오 변호사는 “국내기업만을 대리해선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면서 “앞으로 외국기업도 적극적으로 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태평양은 외부에 합병을 안 하는 로펌으로 알려져 있지만 좋은 상대가 나타나면 우리도 합병을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만일 합병이 기존 구성원들의 유대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면 안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로펌 탐방-법무법인 태평양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빌딩에 입주해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에는 국내 변호사 148명, 외국변호사 31명, 변리사·회계사 등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인섭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배명인 변호사 등과 함께 1986년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로 출범했다. ●국내로펌 근무환경 평가서 1위 이정훈·이종욱·이재식·강용현·오용석 변호사 등 5명이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으며, 설립자인 김인섭·배명인 변호사는 명예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해외파들이 만든 다른 대형로펌과 달리 태평양은 국내파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국적인 로펌’이란 평가를 받는다.‘수익을 따지기 전에 가치추구와 실현을 중시한다.’는 게 김인섭 변호사의 지론이다. 설립자인 김 변호사가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여전히 도덕과 양심에 어긋나는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게 태평양의 기업 문화다. 구성원 사이의 유대관계가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아시아 법률전문지인 아시아로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태평양은 근무환경 평가에서 국내로펌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매년 20여명의 직원에게 해외 여행을 보내준다. 태평양 소속 변호사의 이직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기업자문 분야로 영역 넓혀 판·검사 출신이 많은 탓에 태평양은 송무 분야에 강하다. 이종욱 대표변호사는 “외국로펌이 들어와도 태평양의 송무 경쟁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한다. 송진훈 전 대법관과 이명재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법원과 검찰에서 이름을 날리던 쟁쟁한 인사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서울중앙지검 이승섭 첨단범죄수사부장이 태평양에서 새 둥지를 틀기도 했다.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 이건춘 전 국세청장, 황두연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고문으로 활동중이다. 태평양은 송무가 강하면서도 꾸준히 기업자문 분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유학파 출신이 기업자문에서 송무로 영역을 넓히는 다른 로펌과 대조적이다. 특히 태평양이 강한 분야는 국제중재와 인수·합병(M&A). 국제중재팀장인 김갑유 변호사는 최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국제중재기관인 런던중재법원 상임위원에 선정됐고, 가장 큰 국제중재기관인 국제중재재판소 상임위원으로 추천돼 있다. ●전문부서 시스템 보완 지적도 태평양은 지난해 총 매출액뿐만 아니라 변호사 1인당 매출액도 2위권인 것으로 알려진다. 출범 21년째인 태평양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임한 사건을 전문 부서에 맡기지 않고 전문성과 상관없더라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사건을 가져온 변호사가 직접 처리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일부 다른 대형로펌에서도 찾을 수 있는 공통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태평양이 리딩 로펌으로 발전하려면 해소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현재 국내 로펌 가운데 전문부서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곳도 많다.”면서 “전문부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법률시장 개방시대에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현역 물러난 후 ‘삶의… 집’ 연 원불교 박청수 교무

    현역 물러난 후 ‘삶의… 집’ 연 원불교 박청수 교무

    “마라톤을 완주한 뒤 마지막 순간 가슴에 와닿는 결승 테이프의 느낌을 아시나요?” 지난 1월 26년간 몸담았던 서울 강남교당 교무를 마지막으로 50년간의 현역 교역을 마무리하고 최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에 아담한 거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마련해 살고 있는 원불교 박청수(70) 교무.12일 이곳을 찾은 기자를 반갑게 맞은 박 교무는 집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특유의 살가운 말투로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모든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같은 것은 없어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별 어려움 없이 생각했던 일들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신 분들의 은혜를 갚기 위해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야지요.” ‘시집가지 말고 너른 세상에 나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평생의 지침.50여년간 53개국을 일일이 다니며 해놓은 그 많은 봉사의 이력은 어머니가 주신 평생 지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1956년 출가해 원불교 교무가 된 뒤 지구촌 55개국에서 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나눔과 봉사에 몸을 던져 이른바 ‘가난한 나라’들에선 ‘마더 테레사’와 비교하는 ‘마더 박’으로 통할 만큼 유명해졌다. 지난 1월 정년퇴임할 때까지 역시 원불교 교무였던 어머니를 자신이 교역하던 강남교당에서 모시고 살았을 만큼 효심도 지극하다. 나라 안팎에서의 봉사는 대안학교로 이어져 지난 2002년 전남 영광의 성지 송학중학교에 이어 이듬해 용인에 헌산중학교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한겨레중·고교도 열었다. 새 거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안학교 헌산중학교 바로 옆이다. 평소 가까웠던 원불교 교도들의 도움을 받아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살림 공간과 법당, 삶의 흔적들을 모은 사진이며 자료들을 모아놓은 자료관으로 꾸몄다. “은퇴 전 전남 영광 영산성지에 작은 토담집을 짓고 성지를 찾는 외국인들의 길잡이로 마지막 생을 마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러가지 일이 꼬여 뜻한 대로 되지 않았지요. 은퇴하면서 짐을 정리하다 보니 지난 시절 외국에서 가져온 자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냥 처분하기엔 아까운 것들이어서 결국 자료관을 꾸몄지요.” 손수 밥을 짓고 빨래며 허드렛일까지 하고 있지만 새 생활에 아주 만족한 듯 보였다.1월 이곳으로 옮겨온 뒤로 일간지 등에 썼던 칼럼과 글들을 모은 책 ‘마음 눈이 밝아야 인생을 잘 살 수 있다’와 국내외 봉사활동 현장 사진집인 ‘THE MOTHER PARK CHUNG SOO’를 출간하느라 오히려 현역 때보다 더 바쁘다며 웃음지었다. “은퇴하면서 그간 맡아왔던 사회의 이런저런 직함들을 모두 놓았더니 아주 홀가분해요. 해외 봉사활동도 다른 교무들에게 나누어 맡게 했습니다. 봉사에 필요한 지원금도 강남교당 교도들과 청수나눔실천회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젠 자연인으로 살고 싶고 지금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거듭 말하지만 지금도 헐벗고 굶주린 채 사람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박 교무. 벌여놓은 일들이 너무 많고 모두 절실한 때문인 지 “내가 죽으면 모여질 부의금도 모두 그 사람들을 위해 쓰여지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용인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성북구청 출장비 47억원 부당 수령

    성북구청 직원들이 출장비와 해외연수비 명목으로 48억여원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국가청렴위원회는 13일 성북구청의 공무원 행동강령 운영 및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2005년부터 올 5월까지 출장비 47억원, 해외연수비 1억 8000여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을 밝혀냈다. 청렴위에 따르면 성북구청의 과장 26명은 매월 12회씩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장부를 작성해 개인별로 적게는 192만원에서 많게는 528만원까지 약 1억원의 출장비를 부당하게 받았다. 또 6급 이하 직원들도 실제 출장과는 무관하게 매월 24만원씩(1일 2만원) 모두 46억원을 수령했다. 구청은 또 퇴직을 앞둔 공로연수자에게 해외연수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실제 연수를 가지 않은 36명에게도 각각 500만원씩의 지급했다. 청렴위 관계자는 “성북구청은 청렴위 조사 중에도 허위로 출장 신청서를 작성했다가 조사관에게 적발되는가 하면 일부 과장들은 뒤늦게 출장신청서를 소급해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렴위는 부당하게 지급한 출장비 48억여원에 대해 환수조치 및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또 공로연수자 해외연수비 지원제도에 대해 제도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성북구 “현장 방문 등 기준 충족”성북구는 “현장 방문, 민원 해결, 지도 점검 등이 일상적이라 직원 대부분이 월 12일 48시간 출장이라는 기준을 충족했다.”면서 “이에 출장명령부를 일일이 정리하지 않고 정액으로 지급받았다.”고 해명했다. 행정 절차의 간소화 차원에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15년 전부터 관행적으로 정액 방식으로 출장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또 “공로연수비는 정년을 3∼6개월 앞둔 공무원이 퇴직 후 미래를 설계하도록 지원하는 격려성 경비”라면서 “개인 사정에 따라 연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렴위가 지적 사항을 구체적으로 통보하면 개선방안을 마련, 서울시에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정은주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헌혈정년 65세까지 생명 나누고 싶어”

    “건강 관리를 꾸준히 해 헌혈 정년인 만 65세까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세계 헌혈자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는 인천공항세관 여행자 정보분석과 리병로(48)씨는 헌혈에 대한 열정이 자못 뜨겁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144차례나 헌혈을 한 ‘헌혈 예찬론자’다. 리씨는 특전사에서 군복무를 하던 1982년 첫 휴가를 나와 서울 용산역앞 헌혈 차량에서 헌혈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무려 6만 6900㎖를 헌혈했다. 백혈병 환자를 위해 혈소판 성분 헌혈에도 51차례나 참여했다. 혈소판 성분 헌혈은 혈소판 성분만을 채집하고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혈소판 성분 헌혈을 한 뒤 혈소판 수는 헌혈하기 전보다 약 30% 줄어든다. 들인 해찬(16·부평고 2년)군도 헌혈이 가능한 만 16세가 되자마자 지난 3월2일 처음 헌혈을 한데 이어 지난달 2일에도 헌혈을 했다.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10년 전 개설된 부평 헌혈의 집 창설 멤버이기도 한 리씨의 이름을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www.bloodinfo.net) 명예의 전당 ‘헌혈 레드카펫’에 올렸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려면 헌혈 횟수가 100회 이상 돼야 한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회플러스] “직급별 정년차등은 차별”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군과 직급에 따라 정년을 다르게 규정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정년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인권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관련 규정에 근거해 직군과 직급에 따라 정년에 차등을 뒀다.´고 해명하지만 일반직과 기능직 등 직군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의 종류와 특성이 다르다고 정년을 달리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3급까지는 정년이 같은데 일반직과 별정직 2급 이상만 정년을 늘려 직급에 따라 정년을 달리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우울해서 잊고 싶은 소시민 삶

    우울해서 잊고 싶은 소시민 삶

    결점이 없는 작품을 쓴다는 평을 들어온 소설가 이동하(65·중앙대 문창과 교수)씨가 10년이라는 오랜 공백기를 거쳐 드디어 7번째 창작집 ‘우렁각시는 알까?’(현대문학 펴냄)를 발표했다.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전쟁과 다람쥐’가 당선돼 등단한 작가는 이듬해 첫 장편 ‘우울한 귀향’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빨리 늙고 싶다.”고 독백한 바 있다.20대 중반의 나이에 그는 왜 그렇게 빨리 늙고 싶어했을까. “가당찮은 삶의 무게에 비해 세상풍경이 너무 흐렸다. 그런데 세상은 그때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그렇게 산뜻한 풍경 대신 외려 더 스산하고 탁해 보인다.”(‘작가의 말’ 가운데) 표제작을 포함해 모두 10편이 실린 이번 창작집에는 이런 그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작가는 ‘남루한 꿈’ ‘가엾은 영혼들’ ‘헐거운 인생’ 등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잊으려 했던 우울하고 쓸쓸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표제작은 어느 작은 도시에서 노모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노총각 택시기사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다가 또 갑자기 떠난 여인의 이야기를 ‘우렁각시’ 설화에 빗대 묘사했다. ‘너무 심심하고 허무한’은 쌍둥이 굴을 각각 하나씩 꿰차고 앉은 게으름뱅이 거지와 면벽수도승에게 허름한 행색의 여인이 찾아와 바뀌게 되는 이들의 일상을 재미있게 그렸다. 이 밖에 ‘남루한 꿈’은 정년퇴직을 한 가장의 눈을 통해 비춰지는 가족해체를 다뤘고,‘앙앙불락’은 죽음조차도 한없이 가벼워진 세상 풍경을 이야기한다. 문학평론가인 박철화 중앙대교수는 “삶의 굴곡을 들여다보는 그의 깊어진 시선이 이야기꾼의 능란함과 잘 어우러져 있다.”면서 “생에 대한 작가의 달관과 연민의 시선이 두드러진다.”고 해설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작가는 “홀가분하면서도 부끄럽다.”고 10년만의 창작집 발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년퇴직후에는 2∼3년간 ‘전업작가’ 기분을 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설 2∼3권쯤 쓰겠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한편 작가의 대표적 장편 ‘장난감 도시’의 영역판이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Toy City’란 제목으로 최근 미국에서 출간돼 작가로선 올해가 이래저래 뜻깊은 한해가 될 듯싶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안타까운 순직…주먹 휘두른 상관

    ■ 안타까운 경찰관 지난 한달 동안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관 4명이 잇따라 순직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후폭풍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동료들의 비보가 이어지자 경찰의 사기는 더욱 땅에 떨어졌다. 10일 서울경찰청 경무과 후생반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서울청 경무과에 근무하던 이모(39) 경정이 위암으로 숨졌다. 지난달 15일에는 K경찰서 경비·교통과 허모(35) 경장,22일에는 S경찰서 수사과 김모(41) 경사가 나란히 직장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모두가 조직의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 초반의 경찰관들이어서 아쉬움은 더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Y경찰서 백모(57) 경감이 정년 퇴직(6월30일)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뇌출혈로 숨져 동료들과 유가족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서울청은 내부 규정에 따라 경찰관들과 일반직, 기능직 공무원 등 2만 4800명의 급여에서 각각 5000원씩을 공제해 1인당 1억 2400만원의 ‘공동부조금’을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순직한 동료들처럼 대부분의 경찰들은 경찰을 천직으로 여기며 묵묵히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한다.”면서 “최근 김승연 회장 사건으로 인해 경찰이 한꺼번에 매도당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순직 경찰관 수는 한달 평균 1명 정도였지만 5월에 4명이 각종 지병으로 순직했다.”면서 “장례를 치른 뒤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순직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먹 휘두른 상관 이택순 경찰청장의 퇴진 논란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수사팀에 대한 인책 문제로 ‘내홍’을 겪었던 사이버경찰청 직원 전용 자유발언대가 상급자의 폭행을 고발하는 글로 또다시 들끓고 있다. 이면에는 상급자에게는 관대하고 하급자에게는 엄한 감찰에 대한 불만이 오롯이 녹아 있다. 그동안 숨죽여 왔던 하위직 경찰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경찰 내부 전산망에 “지난 4월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 차단근무 동원 당시 서울 K경찰서장이, 버스에서 내리는 직원 2명이 모자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얼굴 등을 폭행했다. 감찰에서도 이 사실을 묵인했다.”는 글이 올랐다. 당시 서울청 감찰계에서는 서장이 폭행 사실을 시인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서장이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사과를 하고 마무리한 사안인데 다른 경찰서 직원들이 이를 또다시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원칙도 없는 감찰,XXX 같은 감찰’이라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서울 S경찰서 A경사가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서장을 찾아갔다가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관례적으로 넘어갔던 경미한 수준의 (상급자) 폭행에 대해 하위직 경찰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면서 “최근 보복폭행 수사 감찰과 관련, 감찰이 하위직에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고위직에는 관대하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시 3급이상 공무원도 상시평가

    서울시 3급이상 공무원도 상시평가

    서울시가 3급 이상 간부에 대해 수시로 업무역량 전반을 평가받도록 했다. 개방형 직위, 전문계약직 등 민간에 대한 문호 개방도 확대한다. 이는 5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3% 퇴출제’를 적용한데 이어 상위직급에 대한 강력한 인사평가 조치다. ●상시평가로 보수, 승진 결정 서울시는 7일 이같은 내용의 인사쇄신안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인사쇄신안의 핵심은 성과와 역량을 중심으로 한 조직의 경쟁력 확보”라면서 “매월 실시하는 상시기록평가를 바탕으로 승진과 전보, 보수를 결정하고, 무능하고 불성실한 공무원을 걸러내는 현장시정추진단의 구성 근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3급 이상에 대해 매월 오 시장과 행정1·2, 정무부시장 등 시장단이 ‘고과자(考課者)수첩’ 형태의 상시기록평가를 한다. 업무 추진실적, 조직관리 역량, 대외협조·협력 사항 등 간부로서 자질과 역량 전반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간부직은 실·국 단위 사업을 1년 단위로 평가받고 개인별 목표관리제 등을 통해 평가받았다. 따라서 일을 못해도 정기인사 대상으로서 자리만 옮길 뿐 평가에서 벗어나 있었다. 더불어 4급 이하 직원도 전산기록 방식의 상시평가제도를 도입한다. 매달 업무추진실적을 스스로 입력하면, 평가자가 의견을 단다.3개월 단위로 상사와 성과 면담을 한다. 장점은 격려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자리이다. 승진대상자에게만 실시했던 ‘다면평가’를 전 직원에게 확대하고, 기존의 근무성적평점과 함께 6개월마다 진행한다. 이 평가 자료는 성과상여금, 승진, 전보, 현장시정추진단 배속 등의 근거가 된다. ●산하기관 임원도 공개경쟁 서울시는 또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는 개방형 직위를 현행 16개에서 41개로 대폭 확대했다. 우선 올해 안에 법무담당관, 세무과장을 공모하고, 나머지 23개 직위는 조직진단 용역 결과에 따라 연차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일반직 공무원의 10% 수준인 전문계약직 공무원은 채용 규모를 201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2008년 1월 정기인사부터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20대 핵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국·과장급에 대해 ‘내부 직위 공모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년을 앞둔 공무원의 배려성 파견,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따라다니던 투자·출연기관의 임원 인사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검증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산하기관 사장만이 아니라 임원도 공개경쟁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투자기관은 서울메트로 등 5개, 출연기관은 서울문화재단 등 10개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경력개발제도, 개인별 맞춤형 교육제도 등 내부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문성을 키우는 환경을 만들 방침이다. 김광웅 인사쇄신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신분과 계급을 바탕으로 한 공무원 조직을 업무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쇄신안 초점은 능력 없는 공무원의 퇴출·배제가 아니라, 인재를 보호·육성하고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된 제도를 보완하는 데 맞췄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육명심의 문인의 초상/글·사진 육명심

    늦가을인지, 초봄인지, 아니면 어느 겨울날인지 모를 1970년 무렵의 어느날 미당 서정주 선생이 멀리 듬성듬성 눈이 내려앉은 산등성이가 잘 내다보이는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비슷한 무렵 박두진 시인은 집필실에서 원고를 앞에 두고, 두꺼운 안경까지 벗어둔 채 두 손으로 턱을 감싸안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윤기 흐르는 머리칼은 멋들어지게 뒤로 넘겨져 있다. 70년 여름쯤 되었을까, 이번엔 박목월 시인의 집이다. 집 거실에 가슴이 다 드러나는 여름 내의 차림으로 걸터앉은 시인 앞에 강아지 한 마리가 혀를 길게 빼 주둥이 언저리를 핥으며 시인을 빼꼼히 쳐다보고 있다. 섬돌에는 몇 켤레의 고무신과 또 한 마리의 강아지가 흩어져 있다. 어색하게 웃는 시인의 표정과 하나가 된 이 풍경은 아홉 켤레의 신발, 미소하는 내 얼굴, 아홉마리의 강아지가 등장하는 그의 시 ‘가정’과 매우 흡사하다. ‘육명심의 문인의 초상’(열음사 펴냄)에 담겨 있는 한국 대표 작가들의 표정은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는 듯 생생하다. 책에는 1999년 서울예대에서 정년퇴임한 사진작가 육명심(74)씨가 포착한 한국 대표작가 71명의 사진과 그 사진에 얽힌 육씨의 회고담이 실려 있다. 게재된 사진은 모두 120여컷. 육씨가 1970년을 전후해 모두 직접 찍은 것들이다. 40년 가깝게 흘러간 시간을 되돌려 현장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사진들을 지켜보노라면 그대로 ‘한국 문학사’를 접하는 듯하다. 찌들고 고통스럽던 일상을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천상병 시인의 우울한 얼굴, 황량한 벌판을 뒤로 하고 선 ‘젊은 시인’ 신경림, 중앙정보부에 시달리던 시기에도 호탕하게 웃어젖히던 고은 시인….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이미 세상을 등졌고, 당시 문단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던 청장년 작가들은 지금 모두 원로 대접을 받고 있다. 육씨는 67년 은사인 박두진 선생의 시집 출간 때 사진으로 동참하면서 문인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현대시학’과 작업을 함께 했기 때문에 소설가보다는 시인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저 예쁘게, 아름답게만 찍으려고 하지 않아서인지 여류 문인들로부터는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책 속에 등장하는 71명의 작가 가운데 여류 문인은 시인 강은교·김남조·김후란·모윤숙·홍윤숙씨 등 고작 다섯 명에 불과하다. 육씨는 문학작품처럼 여기에 실린 사진 전부가 소중한 문학 유산으로 문학박물관에 자리잡길 고대하고 있다.2만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교육·복지정책 토론회…李·朴 차별화 주력

    교육·복지정책 토론회…李·朴 차별화 주력

    6일 한나라당 경선 예비후보들은 격화되는 검증 논란을 뒤로 하고 부산에서 열리는 2차 정책토론회를 이틀 앞두고 ‘열공(열심히 공부)’에 매달렸다. 첫 토론회에서 4대1의 협공에 부딪쳤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설욕’의 기회로 삼겠다는 태세다. 박근혜 전 대표는 1차 판정승의 여세를 몰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홍준표·원희룡·고진화 후보도 ‘빅2’에 정면으로 맞서는 기회를 살리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일정 최소한으로 줄이고 ‘열공’ 2차 토론회부터 후보자간 질의·응답이 더 활발해지게 돼 있어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과 함께 상대측 정책까지 연구했다. 전략의 한 축은 화법과 발성, 그리고 태도다. 앞서 “메모하느라 아래쪽을 지나치게 자주 내려다봤다.”는 지적을 받은 박 전 대표측은 카메라 동선을 한번 더 체크했다.“‘좋은 질문이다.’라고 다른 후보 위에 있는 인상을 풍긴 게 좋지 않다.”는 비판을 받은 이 전 시장측도 전문가다운 화법을 연구했다. ●3불정책 李·朴·洪 “손질”…元·高 “유지” 이 전 시장은 구체적인 현물 지원책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실업계 고교 무상교육 및 취업 보장, 자립형 사립고 확대 등의 교육정책을 내놓았다. 복지정책에서는 ‘낳고 싶게, 키우기 쉽게, 맡기기 편하게, 믿고 맡기게, 서로 돕게’의 5대 비전을 소개하며 보육 지원을 강조할 예정이다. 10만 과학인 양성을 내세운 박 전 대표는 이공계 인재육성을 정책의 큰 줄기로 삼고 있다. 국가가 영어교육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 눈에 띈다. 복지에서는 보육 지원 정책과 함께 노인질환 약값 지원 등도 담겼다. ‘3약’ 후보들의 정책은 좀 더 과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준표 의원은 공주·연기로 서울대와 교육부 등을 이전하는 안과 공공부문 정년연장 안을 내놓았다. 원희룡 의원은 5년마다 교원 재임용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진화 의원은 대학을 연구중심과 교육중심으로 나누고 교육중심 대학을 공립화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삶과 죽음…극단 포착한 詩 ‘독특’

    삶과 죽음…극단 포착한 詩 ‘독특’

    “시의 내용을 풍성하게, 깊이있게 하려면 교양성이나 사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철학이 중요합니다. 요즘들어 교양, 철학, 인식능력 등을 더욱 더 가다듬어야 하지 않나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독서량을 더 늘려야 겠지요.” 이수익 시인의 시에는 현실적인 삶의 풍경과 체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상작이 실려 있는 근작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에도 삶과 죽음, 절정과 몰락 등 극단의 일상에서 포착한 풍경을 담은 시들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도시를 걸어다니다 우연히 눈에 띈 풍경을 그만의 독특한 독법으로 읽어내 이미지화한 것들이다. ●삶 속의 풍경을 이야기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젊은 시인들의 언어 해체나 요설이 담긴 시들과는 구분된다. 시는 전달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시인에게 젊은 시의 다양성은 긍정적인 것이지만, 두서없이 난해하고 자기취향적인 언어를 남발하는 태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시인은 여러차례 자신만의 ‘시인론’을 밝힌 바 있다. “시인이란 ‘불행의 작두’를 타야 할 숙명을 지닌 사람이다.” 시인이란 칼날 같은 현실을 돌아가지 않고 당당하게 그 위를 걷고, 자신의 상처로 세상이 치유되지 않으면 기꺼이 죽음에도 키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독특한 시인론은 그가 왜 철학, 교양, 인식 등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지 짐작하게 한다. 시인은 공초 선생과는 직접 만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여러차례 전해들은 공초 선생의 치열한 삶의 태도는 자신의 시작(詩作)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고백했다. ●문학에 눈뜨다 시인은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고별’ ‘편지’ 등이 당선돼 등단했다. 약관을 갓 넘긴 서울사대 영어교육과 2학년 때의 일이다. 시인의 자질은 이미 중학교(부산사대부중) 때부터 충분히 엿보였다. 입학한 뒤 교지 ‘천마’에 시를 투고했다가 탈락한 ‘중학생 이수익’은 절치부심, 중 2년 1학기 때 다시 도전해 마침내 선생님의 눈에 띄었다.2학기 때는 제4회 ‘학원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1969년 발표한 첫 시집 ‘우울한 샹송’은 시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정형화된 시 작법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구어체로 읊조리는 듯한 가벼움을 담은 시인의 초기 ‘연애시’에 대해 미당 서정주 등은 “새로운 시의 패턴을 가져왔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등단 초기, 이처럼 운율과 리듬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인은 “시를 그렇게 쓰면 골격의 힘이 없어질 수 있으니 이미지 시를 써보라.”는 시인 박남수의 조언에 또 다른 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시인에게 ‘이미지즘 계열의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나의 길을 가련다 “사물, 즉 사람에 내재하는 비극적 요소를 이미지화하는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이제는 이미지에 정서를 입히는 쪽으로 약간 변형시켰습니다. 아무래도 삶의 모습을 많이 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인은 대학졸업 후 줄곧 방송국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가진 채 시 창작을 병행해왔다. 부산MBC 프로듀서로 입사해 KBS 라디오 차장,KBS 편성운영국 부주간 등을 거쳐 KBS TV 편성주간,KBS 라디오본부 편성주간,KBS 라디오2국 국장,KBS 라디오센터 제작위원 등을 지내다 재작년 정년퇴직했다. 요즘은 고려대 사회교육원 시창작반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일반 문학지망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할 뿐 대부분의 시간을 시창작에 쏟아붓고 있다. “나의 세계를 만드는 데는 굉장한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한 곳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만도 힘이 들어요. 실험할 여력이 없습니다. 나의 방향을 깊이 있게 뚫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시집까지 4∼5년 주기로 시집을 발표해온 시인은 요즘도 외출할 일이 있으면 메모지부터 챙기는, 영락없는 시인의 길을 걷고 있다. 글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심사평 마지막 남은 시인 5,6명 중에서 이수익이 금년도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별 어려움 없이 심사위원 전원의 합의에 도달하였다. 이수익의 시가 맑고 선명한 것만큼이나 수상자로서의 이수익의 자격이 선명하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그의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 중에서 당선 시편을 ‘오체투지(五體投地)’로 결정하는 과정 역시 수월하였다. 이 시가 갖는 간결성, 뜻의 함축성, 빛과 음영의 아름다운 어른거림 등이 읽는 이에게 선명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시란 영혼의 구조의 드러남’이라고 믿고 있다. 이 때의 영혼이 별 고뇌도 모르는 평범한 영혼을 가리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시련과 고뇌와 심미적 체험을 삭여 남다른 만큼의 수준에 이른, 그러한 영혼을 두고 하는 말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영혼이, 시어들이 엮는 뜻의 구조 속에 마치 살아서 피어오르듯이 부각된다. 시에서 영혼의 구조를 드러내는 시인은 그만한 경지에 가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런 말이 시인 이수익만큼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다. 이수익의 시세계를 단적으로 말하면 ‘허무를 덮는 아름다운 서정성의 그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때의 ‘허무’ 역시 퇴폐적인 허무가 아니며, 삶과 존재에 대한 비극적 체험으로서의 허무다. 비극적 체험과 미의식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체험해오고 있는 바다. 쉽게 말해서 슬픈 노래가 아름답지 않은가. 이수익은 시인으로서 이러한 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당선작으로 뽑힌 시의 제목 ‘오체투지’는 땅에 몸을 내던지다시피 하며 엎드려 절대자에게 몸도, 마음도 봉헌함을 나타내는 일종의 종교의식이다. 이 시 역시 간결한 형식과 시어의 이미지의 선명함, 뜻의 깊이와 그늘의 짙음이 읽는 이에게 매우 큰 감명을 준다.‘누에’ ‘거미’ ‘나’의 병치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은 미물의 형제이며 동시에 천사의 형제일 수도 있다. 끝 연 3행이 주는 운동감과 색채감도 놀랍다. 이러한 시의 특색은 그대로 시인 이수익의 인품과 일치한다. 이수익 시인의 공초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심사위원 이근배, 임헌영, 성찬경을 대표하여 성찬경 씀. ■ 이수익 시인은 ▲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1965년 서울대 사대 영어교육과 졸업, 신인예술상 수상 ▲1980년 부산시문학상 수상 ▲1987년 현대시문학상 수상 ▲1988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1995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2001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 작품집 시집 ‘우울한 샹송´(1969),‘야간 열차´(1978),‘슬픔의 핵(核)´(1983),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2000),‘꽃나무 아래의 키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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