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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관 자리 사양”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3명이 후보로 뽑히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일 정년 퇴임하는 이홍훈 대법관의 후임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인 대법원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대법관 인선 작업에서 외부 인물에 대해 더 이상 고려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위원장 송상현)는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추천한 A 변호사와 B 교수 등 3명에 대해 후보 선정을 위한 의사를 타진했으나 이들 모두 후보로 선정되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 후보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재산, 전과 및 병역 조회를 거쳐야 한다.”며 “이들이 재산이나 수임 사건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법관 대부분이 법관에서 배출되는 등 대법관의 다양화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는 그동안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며 변호사들을 후보로 추천해 왔다. 앞서 제청자문위는 지난달 8~14일 변호사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대법관 후보를 추천받았다. 제청자문위는 3일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 3~4명을 추천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복권당첨’ 수위 아저씨, 학교이사로 등극 화제

    ‘복권당첨’ 수위 아저씨, 학교이사로 등극 화제

    복권당첨으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된 미국남성이 자신이 수위로 일했던 학교에 이사로 활동하게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유타 주 워싱턴에 있는 에버그린 고등학교에서 최근 경사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운동장에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넓은 육상트랙이 생긴 것. 학생들에게 이런 뜻 깊은 선물을 해준 사람은 34년 동안 수위로 일하고 있는 타이론 커리였다. 청소와 물품 수리 등 학교 전반의 일을 담당하는 커리는 5년 전 340만 달러(36억원)이 넘는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거머쥐어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됐다. 커리는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둬도 생활에는 별 지장이 없게 됐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또 수위 일을 마친 뒤에는 농구팀도 지도하는 등 열정을 쏟고 있다. “이제 돈도 많은데 쉬고 싶지는 않나.”는 주위 사람들의 물음에 그는 “30년 넘게 해온 일을 갑자기 그만두고 싶지 않을뿐더러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근 커리는 4만 달러(4200만원)을 들여 학교에 육상트랙을 선물했다. 또 육상부 지원금으로 7만 5000달러(8000만원)을 쾌척해 학생들이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커리는 이 학교에서 6월 정년퇴직을 한다. 하지만 퇴직 후에도 이 학교의 이사로 재취임해 학생들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커리는 “학생들에게 복권이 되면 꼭 운동장을 고쳐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킬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웃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공무원 기능·별정직 없어진다…직종 통합·단순화 추진

    공무원 기능·별정직 없어진다…직종 통합·단순화 추진

    일반직, 기능직, 별정직 등 7개로 분류된 현행 국가공무원 직종이 대폭 통합, 단순화 된다.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위해서다. 행정안전부는 28일 공무원 인사제도개선 당정협의를 거쳐 세분화된 공무원 직종을 근무특성에 맞게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기능직, 별정직 등 일부 소수 직종이 업무성격이 유사한 일반직으로 전환,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간소화는 왜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현행 공무원 직종은 1981년에 확립된 것으로, 분류체계가 복잡해 변화하는 행정환경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면 개편 필요성을 언급, 주목됐다. 서필언 인사실장은 이와 관련, “최대한 직종 간 장벽을 없애 인사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은 관가 안팎에서 이미 공유된 분위기”라면서 “그러나 30여년 이어져 온 공무원 직종 체계를 손보는 대형 작업인 만큼 앞으로 토론회 개최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복잡하길래 현행 공무원 직종은 크게 경력직과 특수경력직으로 구분된다. 경력직에는 일반직, 특정직, 기능직이 포함되며 특수경력직은 정무직, 별정직, 계약직, 고용직으로 나눠진다.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고용직은 기능직으로 통합, 이미 폐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10개 직군에 21개 직렬이 있어 인사실무담당자들도 인사관련 책자를 펴놓고 업무를 해야 할 정도다. 이 때문에 공무원 직종 통합에 대한 용역보고서가 1999년, 2003년, 2006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나왔다. 보고서에서는 직종별로 승진, 전보 등 인사관리 체계가 다른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직종 간 이동을 하려면 신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할 정도로 칸막이가 높다. 기능직과 별정직 등 소수 직종은 승진기회가 낮아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그 같은 차별이 직종 간 갈등요인이 되기도 했다. ●어떻게 바뀔까 2006년 용역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새롭게 분류될 직종은 정년까지 근무 여부에 따라 크게 ‘경력직’과 ‘비경력직’으로 단순화될 전망이다. 일반 행정직과 기술직이 통합해 ‘행정직군’으로 분류되고 동일 인사규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직과 직무 성격이 거의 비슷한 별정직 공무원은 경력직으로 대폭 흡수되며, 행정직군과 동일한 직무등급 및 급여체계를 적용받게 된다. 계약직도 지금처럼 별도의 직종으로서가 아니라 임용 형태의 하나로 개념이 달라진다.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 3년째 시행 중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은 올해로 3년째 진행 중이다. 해마다 기능직 가운데 10~15%의 인력이 공개시험을 거쳐 일반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능력있는 기능직에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승진기회도 부여하자는 취지”라면서도 “현행 직종 분류를 바꿀 경우 기존의 기능직, 별정직 공무원들이 어느 부분에서 얼마만큼이나 일반직으로 통합될 수 있을지는 면밀한 분석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직공무원으로서 기능직인 경우, 이르면 연말부터 일반직 전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지방직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지난해 말 현재 국가공무원 경력직과 특수경력직은 각각 61만 9371명, 3366명이다. 이 가운데 기능직은 4만 641명, 별정직은 1712명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현대車 ‘세습고용’ 부적절”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현대車 ‘세습고용’ 부적절”

    “현대차 장기근속 근로자의 자녀 채용 특혜는 적절치 않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27일 오전 기업 임원 80여명이 참석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단협안 요구에 대해 “국민 정서상 용납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 달 1일 예정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대규모 시위에 대해서는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등의 힘든 근로여건이 외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올해 춘투(春鬪)는 지난해와 달리 고용 및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박 장관의 강연 내용을 현안에 따라 문답으로 정리했다. →현대차 노조의 장기근속자 가산점 요구를 두고 음서제라는 비판이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균형감각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른바 종업원 채용에 특혜를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이런 내용을 명문화한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국민 정서상 용납되기 어렵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가 현명하게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개별기업의 단체협약에 대해 불법이 아니라면 관여할 방법은 없다. →양대 노총이 시국선언에 이어 다음 달 1일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인데. -양대 노총이 명분 없이 ‘노조법 재개정’을 꾀하는 집회를 연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대기업과 정규직 이익을 대변하는 소수의 노동권력으로 봐도 된다. 근로자 중 90%는 노조 미가입자고, 노조 가입자도 대부분은 온건하거나 성실한 사람들이다.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 등 성실하고 선량한 근로자들이 목말라 하는 근로조건 처우 개선이 아닌 기득권 지키기는 안 된다. 최근 좋아지는 고용상황이나 노사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는 만전을 기하겠다. →양대 노총이 요구하는 핵심은. 올해 춘투가 거셀 것이라고 전망되는데. -현안은 역시 노조법 재개정이다. 이 중 올해 7월부터 시행될 복수노조제도에서 창구 단일화 절차를 노사 자율에 맡기라는 것과 이미 도입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에서 노조전임자에게 별도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한도를 노사 자율로 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는 완성차 4사가 모두 파업 없이 임단협을 체결한 첫해였지만 올해 춘투는 예년보다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근로자 전반의 의식 수준이 성숙했고 강성노조들이 포진한 자동차 산업 등이 전반적으로 호황 국면이다. 근로자들이 현명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실업률이 특히 높은데 올해 정부의 일자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올해 정부 일자리 목표는 28만명을 취업시키는 것이다. 1분기 42만명의 취업자가 증가했다.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목표 달성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용직이 늘어나고 임시직이 줄고 있다. 청년 실업은 지난 3월 9.5%로 지난해 3월보다 0.5%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는 공공인턴을 뽑아 실업률이 낮았고 올해는 서울시 공무원 시험 때문에 쉬던 청년들이 고용시장에 나오면서 통계착시현상이 있었다. 같은 기간 15~29세 고용률은 0.1%포인트 상승했다. 실업률은 늘었지만 고용시장으로 나오는 청년들이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이 점에서는 긍정적 시그널이기도 하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月 600만원 일자리 代이어” 노동귀족의 탐욕

    “月 600만원 일자리 代이어” 노동귀족의 탐욕

    “현대차 노조 정규직 세습요? 이건 자본주의도 아니고 그냥 조선시대죠.” 진보논객 진중권씨가 21일 현대차 직원 자녀 정규직 세습 논란과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입사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서자 각계각층에서 ‘고용세습’ ‘일자리세습’ ‘현대판 음서제’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의 자녀를 채용규정상 적합하면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단체협약안을 채택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단협안에 대한 역풍이 거세게 일자 현대차 노조는 “우리뿐 아니라 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차 등도 이 같은 조항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이 ‘사회 기득권층에 고용 세습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인사의 친·인척이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처럼 ‘힘깨나 쓰는 사람들’의 자녀 특채는 사회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요구와 같은 ‘일자리 세습’이 일부 민간기업이나 공기업에서 단협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D제강은 최근 비공개로 직원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특채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개 채용 공고를 하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만 채용 계획을 알린 것이다. 이 회사는 대(代)를 이어 공장에 근무하거나 형제나 친척이 10명이 넘게 근무하는 가족도 있다고 한다. 또 한국지엠, 쌍용차, 기아차도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 가족 1인 혹은 정년 퇴직자와 장기 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적합하면 우선 채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에쓰오일, 현대중공업도 ‘동일 조건하에 직원 자녀 우대’를 단협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1980년대 노조 활동이 왕성할 때 할 수 없이 합의해 준 것”이라면서 “상징적일 뿐 한번도 이 같은 사례로 입사한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용 세습’을 새로운 권력층으로 부상한 노동 귀족의 횡포로 규정했다. 설용수 중앙노동경제연구원장은 “공장의 파업 등 사용자 못지않은 권력을 가진 노동 귀족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좋은 직장’을 물려주고 싶은 욕심에서 빚어진 일”이라면서 “사용자들도 노조의 힘에 이끌려 타협하기보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차 생산직의 한달 평균 임금은 600만원이 넘는다. 이는 동종 업계보다 30%, 금속노조 평균 임금보다는 두 배 가까이 많다. 이뿐 아니라 연말 성과급을 합치면 현대차 생산직 노조원들의 임금은 이 수준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 원장은 “이런 기득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면서 “하지만 ‘노동조합’이라는 투명한 조직에서 이 같은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현대차 노조 ‘일자리 대물림’ 논란 일파만파] “軍가산점과 비슷한 것일뿐”

    [현대차 노조 ‘일자리 대물림’ 논란 일파만파] “軍가산점과 비슷한 것일뿐”

    “왜 현대차노조만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한국지엠, 쌍용차뿐 아니라 몇몇 국내 기업에도 다 있는 조항이에요.” 현대자동차 노조가 신규 직원 채용 때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 근속 직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정규직 신분을 대물림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다. 하지만 장규호(4 3) 현대차 노조 공보부장은 “단체협약안은 현대차 직원들의 자녀를 특별 채용해 달라는 게 아니다.”면서 “그동안 노동자들이 현대차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데 기여한 만큼 자녀가 채용을 원하면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군대에 갔다 오면 가산점을 주자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면서 “4만 5000명 조합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원 대상이 되는) 장기 근속자는 200여명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장 부장은 비정규직을 의식한 듯 “사내 비정규직은 이미 정규직화 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2002년 노사가 합의해 신규 인원 채용 때 사내 비정규직에서 40% 인원을 충원하고 있다.”면서 “실례로 2002년부터 2004년에 걸쳐 2000여명을 신규 채용할 때 40% 정도인 720여명의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했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차노조는 2011년 단협안에서 자녀 채용과 관련된 안을 마련했음에도 채용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부장은 “현대차의 평균 생산직 노동자의 나이는 43살로 2018년 이후가 돼야 1000여명씩 퇴직하게 된다.”면서 “2011년 단협에서의 요구가 즉각 현대차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녀들의 청년 실업으로 고민하는 조합원들은 자신이 명예퇴직하는 대신 자녀를 입사시켜 주는 것을 제안하는 등 자녀들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가 비슷하다.”면서 “가능한 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수준에서 단협안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논란’ 직원자녀 우선 채용

    현대자동차 노조는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 자녀를 채용규정상 적합할 경우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단체협약안을 채택했다. 노조는 20일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사흘째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확정했다. 대의원대회에서는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 직원 자녀에 가점 부여 등 우선 채용 단협요구안을 없애자는 안이 발의됐지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단협안을 임단협 요구에 포함해 회사 측에 제시하자는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단협안에는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요구 조항이 신설됐다. 가점 부여 등 세부적 사항은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이를 단협안에 넣어 회사 측과 협상할 예정이고, 기아차와 한국GM(옛 GM대우자동차)을 포함한 여러 대기업, 공기업은 이미 비슷한 내용의 단협안을 확정한 상태다. 노조는 빠르면 다음주에 이날 확정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회사 측에 발송해 협상을 개최하자고 밝힐 계획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공무원 변신은 무죄]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연극 ‘택시 택시’ 시민배우 되다

    [공무원 변신은 무죄]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연극 ‘택시 택시’ 시민배우 되다

    김태동 : 망타운으로 갑시다. 택시기사 : 은평뉴타운은 아는데 망타운이라니요? 김태동 : 주민들에게 돈 많이 번다고 속여서 도장 찍게 만들고, 그 뒤로 입 싹 닦고 돈 더 내라고 하고, 돈 못 내면 쫓겨나고 패가망신하니…. 어찌 뉴타운이냐. 망타운이지.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공간 아울’에서 공연하는 창작연극 ‘택시 택시’(TAXI, TAXI)’에 처음 출연해 하는 대사다. 항공 점퍼를 입은 승객이 택시기사에게 엉터리 소리를 버럭 질러대자 객석에 앉아 있던 김 교수가 더는 참지 못하고, 무대로 뛰어올라가 승객을 끌어내리고 자신이 승객이 돼 입바른 소리를 해댄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1998년)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2002~2006년)을 지낸 보수적인 경제학자가 연극배우로 탄생하는 순간. 서울 도심재개발·재건축에 대해 그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비판적인 시각을 ‘대사를 치면서’ 시원하게 드러냈다. 그는 현재 은평 뉴타운에 살고 있다. 19일 2차 출연을 앞두고 오전에 김 교수를 서울 동숭동에서 만났다. 개혁적인 강성 학자라는 평판이 많았지만, 막상 만나 보니 은발의 그는 학자 자체로 보였다. 연극 출연은 이 연극의 원작자이자 연출자인 김상수씨와의 인연 덕분이다. 지난 4월 연극을 보러 갔다가 삼성전자 생산직 노동자의 사망과 탤런트 장자연씨 자살과 같은 21세기 한국의 ‘불편한 진실’을 비판하고 고발한 ‘시민연극’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배우를 아주 존경하게 됐다. 두 시간 연극에서 제가 출연하는 게 중간인데, 15일 첫날 출연할 때는 내가 나갈 대목 때문에 긴장해서 앞부분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객석으로 되돌아오니 그때부터 연극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그가 무대에 서는 시간은 2분 30초에 불과하지만, 팽팽한 긴장을 이완시키고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만드는 중요한 타이밍에 놓여 있다는 것이 김상수 연출가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연극에 출연하면서 뒤늦었지만, 경제는 문화와 같이 발전한다는 깨달음을 가졌다. 정치와 경제도 같이 발전해야 하지만, 경제와 문화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현재 한국의 밤문화나 골프문화, 오락 중심의 TV 문화 등은 우리의 경제가 계층 간에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미술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진중권씨나 ‘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씨에게 열광하는 것은 경제가 문화와 함께 발전한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때 김 교수의 장래희망은 ‘시인’이었고, 사회의 첫 직함은 거창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다. “삶에 치여서 꿈을 놓쳤지만, 경제학 동료에게는 ‘경제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 정년이다. 맥주 반 잔에 시를 짓는 그를 따분하거나 어려운 경제학자가 아니라 시민연극의 배우로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공연은 5월1일까지 계속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남을 다스리기 전에 나를 완성하라

    흔히 정치와 사회의 양상은 시대를 따라 반복된다고 한다. 곱씹어보면 과거의 역사에서 새기고 얻을 교훈이 많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십 실종의 시대’라는 지금, 역사 속에서 건져낼 해법은 어떤 것일까. ‘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정옥자 지음, 문이당 펴냄)는 조선시대 지식인의 대명사인 선비를 한국적 리더십의 전형으로 제시한 책이다.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를 정년퇴임하고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의 역사 에세이집. 저자는 책에서 우리의 문화인자로 면면히 유전되어온 선비정신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한국형 리더십임을 줄곧 강조한다. 어느 시대와 나라건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적 책무를 진 집단은 지식인 그룹이기 마련. 저자는 조선시대 지식인 선비는 권력자의 참모쯤으로 기능한 서양의 지식인과 달리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 주체로 차별화한다. 단순한 지식 종사자에 머물지 않은 채 지식과 교양을 갖춰 학행일치를 실천에 옮긴 국가사회의 중추적 역할자라는 말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한다는 선비의 꼿꼿함은 말할 것도 없이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정신이 바탕이다. 철저하게 완성된 인격체가 되고서야 남을 다스릴 수 있다는 평범한 이치. 서릿발 같은 기개와 지조로 의리를 지켜 외경의 대상이 되고 선공후사(先公後私)와 공평무사(公平無私)의 생활신조를 목숨같이 여기는 고집도 수기치인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인정과 의리를 중심축으로 삼은 그 선비의 삶과 정신을 ‘맑음의 미학’으로 표현한다. 그 말마따나 책에는 리더로서의 전범이 될 만한 선비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가 특히 조선의 선비와 사대부, 왕에게 공동의 목표가 있었음을 강조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경쟁과 협력으로 시대의 현안을 함께 해결하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했다는 지적. 그래서 지금 한국사회에 만연한 개혁·권력병과 기업문화에 대한 질타가 단순히 역사학자의 에세이에 머물지 않는 울림으로 뻗친다. 1만28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카이스트 사태 장기화되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임시이사회가 카이스트 사태와 관련,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나면서 카이스트 정상화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카이스트 안팎에서는 임시이사회 이후 카이스트 사태가 당분간 잠잠하겠지만 갈등요인이 잠복한 상태이며, 최종 결론의 윤곽은 학교·교수·학생이 참여하는 혁신위원회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열린 카이스트 이사회를 앞두고 서남표 총장의 거취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오명 이사회 이사장이 임시이사회 전부터 “총장 거취 논의가 아니라 개선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그냥은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예측과 달리 이사회에서는 총장의 거취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어떤 개선안이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적어도 서 총장의 유임에 힘을 실어 줄 만한 개선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빗나가고 말았다. 이사회는 결국 개선안을 인준하지 않았다. 교수, 학생 등 전체 구성원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오 이사장도 “개선안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폭넓게 모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이날 이사회 현장을 찾은 곽영출 총학생회장은 “영어강의 개선 등 우리들의 요구안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어 당혹스럽다.”면서 “내일 (우리) 요구안에 대한 서 총장의 답변을 보고 (서 총장)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의 엉거주춤한 대응이 혼란을 부채질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사태가 확대되자 카이스트는 입학 뒤 첫 2학기 동안 학사경고를 면제하고, 학기당 630만원인 수업료는 8학기 동안 모두 장학금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놨다가 불과 5시간 만에 백지화했다. 하지만 또다시 이날 이사회에서는 백지화했다는 이 개선안이 보고됐다. 이에 따라 카이스트 사태는 오는 18일 첫 회의를 가질 혁신비상위원회에서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KAIST는 15일 오후 진통 끝에 총장 지명 5명, 평교수 대표 5명, 학생대표 3명 등 13명으로 이뤄진 혁신위 구성을 마무리지었다. 총장 지명 5명으로는 최병규 교학부총장, 주대준 대외부총장, 양동열 연구부총장, 이균민 교무처장, 박희경 기획처장 등이 결정됐다. 평교수 대표로는 경종민 교수협의회장과 김정회 전 교수협의회장을 비롯해 한재흥, 박현욱, 임세영 교수가 참여한다. 학생 대표로는 곽영출 학부총학생회장과 안상현 대학원총학생회장, 이병찬 학부총학생회 언론담당 등 3명이 활동하게 된다. 혁신위에서는 등록금과 연구비 관리 문제, 교수 인사 문제, 학부생 및 대학원생 비상총회에서 의결된 재수강 제한 폐지, 전면 영어강의 방침 개정, 대학 정책결정 과정의 학생 참여 보장, 총장 선출시 학생 투표권 보장, 소통을 위한 위원회 구성, 연차초과제도 개선 등의 다양한 요구사항이 다뤄질 전망이다. 혁신위는 3개월(필요시 1개월 연장) 동안 활동한 뒤 최종 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다만 교수들은 연구비 관리문제와 정년 보장을 결정하는 ‘테뉴어 제도’ 등을, 학생들은 학사운영에서의 학생 참여보장, 재수강 횟수제한 폐지, 영어강의 개정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결론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서총장 사퇴논란 일단락?

    최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사태와 관련, 15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리는 카이스트 이사회에 관심이 쏠린다. 서남표 총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그의 거취를 강제로 결정할 수 있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명 카이스트 이사장은 “사퇴 논의는 부적절하며, 안건으로 올라 있지도 않다.”고 말해 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이사회 16명 중 당연직인 서 총장과 3명의 교육과학기술·기획재정·지식경제부 공무원을 제외한 12명은 모두 서 총장 재임 중 임명됐다. 현직 이사들이 주로 후임 이사를 추천함으로써 총장 영향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오명 이사장은 서 총장 연임을 지지했던 정문술 전 이사장의 후임이다. 이사 4명은 카이스트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미사업가 김창원씨와 이종문씨, 기업인 박병준씨, 한동대 김영길 총장 등이다. 박 이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유학시절 서 총장과 선후배 관계다. 이사들은 서 총장의 개혁을 지지하고 ‘해임요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 총장으로 온 뒤 ‘명예박사 수여제’를 통해 이사회뿐 아니라 국내 인맥을 꾸준히 다졌다. 총장으로 선임될 때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 김우식 과학기술부 부총리 등 유력 인사를 카이스트 특훈 초빙교수로 영입했다. 지난달 29일 올 들어 세번째 학생이 자살한 뒤 서 총장의 개혁적인 학사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개혁의 방향은 맞지만 방법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서 총장은 국회에 불려 가고 여론이 들끓자 서둘러 문제의 ‘차등 등록금제’ 폐지 등 대책을 내놓았다. 총학생회도 학교정책 결정과정의 학생 참여 등을 요구하되 개혁제도의 실패 인정은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교수협의회가 제기한 ‘혁신비상위원회 구성’도 서 총장이 수용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로서는 서 총장의 개혁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해도 해임의 부담은 덜게 됐다. 서 총장은 “앞으로 학교 구성원과의 소통에 힘쓰겠다.”고 선언, 리더십이 일부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었음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사회가 개선안의 실행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 서 총장이 제도 개선에 그치지 않고 학교 구성원을 모두 끌어안는 리더십도 보여 줘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번에 총장 반대 대열에 섰던 교수들은 벌써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카이스트 사상 지금처럼 교수들이 둘로 갈라진 적이 없었다.”면서 “총장이 살아남으면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등 교수들에 대한 인사 개입이 예상돼 벌써부터 무섭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사설] 인재 키우는 카이스트 개혁 계속돼야 한다

    카이스트(KAIST)가 ‘학사운영 및 교육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그제 밝혔다. 차등수업료제를 폐지하고 첫 두 학기 동안 학사경고를 면제하며 전공과목 수업만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서남표 총장은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충분히 논의된 안이 아니라며 학교 포털 사이트에 공지된 것을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카이스트의 학사운영과 교육과정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손을 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그동안의 혁신조치를 무(無)로 돌리는 ‘거꾸로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카이스트는 연 1000억~200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특별한’ 대학이다. 서 총장은 2006년 취임 이래 대학 위상에 걸맞은 일련의 선도적 개혁조치로 기대에 답했다. 100% 영어강의, 입학사정관제 등 교육실험은 참신한 것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테뉴어 심사를 강화해 취임 이후 4년간 정년 심사를 받은 교수 중 24%를 탈락시켜 대학사회의 철밥통 문화를 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남표 신드롬’까지 몰고 왔다. 이주호 교육과학부 장관도 지적했듯 카이스트 개혁은 대학개혁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개혁의 길은 아직 멀다. 지금 와서 물러선다면 카이스트는 ‘보통대학’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 총장 개인의 일방통행식 리더십에는 문제가 있을지언정 ‘서남표식 개혁’의 큰 틀은 옳다고 본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대학치고 경쟁을 소홀히 하는 대학은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개교 100주년을 맞는 중국의 이공계 명문 칭화대는 ‘인재500’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청년학자 100명을 ‘링쥔(領軍·챔피언)인재’로 육성하는 등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되겠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이렇게 개혁정책이 후퇴하면 취임 당시 10년 안에 MIT를 따라잡는다는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종용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또한 “이공계 학생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새겨들을 말이다. 한번 후퇴한 제도는 다시 세우기 어렵다. 교왕과직(矯枉過直)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 경쟁의 가치를 외면하는 조치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 [이슈 인터뷰] “경쟁은 대학의 기본… 포스텍도 300 명 중 20여명 탈락”

    [이슈 인터뷰] “경쟁은 대학의 기본… 포스텍도 300 명 중 20여명 탈락”

    “학생들이 학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대학의 핵심이자 기본입니다. 개혁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생겼다고 해서 전체가 잘못됐다고 몰아갈 수는 없는 것이지요.” 1986년 설립된 포스텍(포항공과대학)은 학교의 설립취지·규모·운영방식·학력수준 등 모든 면에서 카이스트와 비교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동반자’이자 ‘경쟁자’다. 카이스트 재학생들의 연쇄자살 사건이 ‘서남표식 개혁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포스텍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12일 경북 포항시 효자동 포스텍 교수식당에서 백성기 총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대학 개혁의 방향에 대해 들어 봤다. 한 학년 학생이 300명에 불과한 포스텍은 지난해 영국 더타임스의 세계 대학평가에서 28위를 했다. 그 조사에서 카이스트는 79위, 서울대는 109위였다. 2007년 백 총장이 취임할 때만 해도 포스텍은 카이스트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 총장은 포스텍이 단기간에 급속히 발전한 원동력을 ‘개혁’이라고 잘라 말했다. ‘백성기식 개혁’은 영어수업 확대, 정년보장(테뉴어) 교수 심사 강화, 교수 및 학과 평가제 도입 등 서남표 총장이 추진해 온 카이스트 방식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도입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약간의 차이가 교수와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때가 때인 만큼 카이스트 사태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서 총장의 개혁이 너무 과했던 것인가. -대학은 단 한시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학교건 학생이건 탈락하고 낙오할 수밖에 없다. 변화가 대학의 문화 그 자체인 이유다. 카이스트 개혁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생겼다고 해서 전체가 잘못된 것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카이스트의 ‘징벌적 등록금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학생들이 학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대학의 핵심이자 기본이다. 이걸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는 건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교육보다 돈이 지나치게 부각됐기 때문에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거나 지장 받는다는 것은 학생을 뽑을 때 대학에서 약속한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지원을 해 줄 수 없으면 뽑지 않는 것이 맞다. →영어수업도 카이스트 사태의 주된 이슈다. 영어수업이 꼭 필요하다고 보나. -물론이다.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교육과 연구를 위해서는 영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우리 학생들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에서 공용화를 선언하고 전부 영어로 수업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영어강의를 들으려면 영어실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무턱대고 영어로 강의를 할 게 아니라 먼저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 포스텍은 신입생들을 평가한 후 6단계로 나눠 영어를 배우도록 하는 ‘영어인증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3학년부터 본격적인 영어강의가 시작되고, 대학원은 100% 영어수업이다. 목표치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았기 때문에 “포스텍을 졸업한 학생들은 영어에 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자신할 수 있다. →교수들의 테뉴어 심사 강화와 학과 평가를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교수의 ‘철밥통’을 건드리는 일인데 반발이 크지 않은가. -내부의 반발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테뉴어 심사를 강화하고, 빨리하는 것은 누구를 자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수들의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미 이룰 것을 다 이룬 사람에게 테뉴어를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미래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정교수가 된 후 6, 7년 정도 지난 시점이 교수의 잠재력을 평가하기에 좋은 때다. 잠재력을 인정받아 테뉴어가 되면 그 다음부터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연봉제 역시 반발이 있는데 미국식 연봉제라는 것은 성과에 따라 무조건 결정되지만,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방식이다. 그러면 기본급을 주는 한국식에 성과급을 주는 미국식을 절충하면 된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완벽하게 바꿀 수는 없다. →대학 개혁에서 ‘총장’의 역할은 뭔가. -변화가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꾸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혁을 하다 보면 분명히 소통의 문제와 만나게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통의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점은 다행이다. 한가지 더. 변화를 추구하면서 반발하는 교수들의 불만은 스스로 변화에 동의했느냐 않았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자신이 사전에 인지를 했느냐 않았느냐에 더 민감하다. 그 부분을 뚫어 주는 것이 결국 소통 아닌가.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다양한 학생들이 들어오는데, 학업성취도 문제는 없나. -과거 학력고사와 수학능력시험 시절의 자료를 분석해 보니 시험성적과 졸업성적의 상관관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낮았다. 그럼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을 1차적으로 걸러서 그 후에 잠재력을 평가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 무시험 전형을 도입했다. 입학성적과 마찬가지로, 졸업생을 봐도 대학성적이 높으냐 낮으냐 하는 것이 그 학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커리큘럼을 최대한 학생들이 따르고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포스텍이 롤모델로 삼았던 미국 칼텍(캘리포니아 공대·입학정원 250명) 같은 소수정예의 장점이다. →‘입학은 어렵고 졸업은 쉬운’ 한국대학 구조를 ‘입학은 쉽고 졸업은 어려운’ 미국대학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이 대학의 목표와 커리큘럼에 따라서 적절하게 학업을 이수하고 나갈 수 있느냐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공통의 문제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졸업을 못하는 게 당연하다. 다 배우지도 않은 학생을 졸업장을 줘서 내보내는 건 사기다. 포스텍도 신입생 300명 중 졸업까지 20여명이 탈락한다. 모두들 100% 떠안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닌가. →이번에 새롭게 깨달은 부분이 있나. -세상에서 가장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 대학이다. 교수, 교직원, 학생. 이렇게 지향하는 바가 다른, 다양한 세대가 한곳에 모여 있는 곳이 있나. 최근에는 외국인들까지 늘고 있다. 다양성,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따뜻하게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단순한 학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제자이자 인간’으로 보고, 학생들 역시 서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이번 카이스트 사태가 준 교훈이 아니겠는가. 포항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백성기 총장은 ▲1949년 수원 출생 ▲1971년 서울대 금속공학 학사 ▲1981년 미국 코넬대 재료공학 박사 ▲1986년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1991년 코넬대 방문교수 ▲2000년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장 ▲2007년 현 포스텍 총장 ▲2009년 현 한국세라믹학회장 ▲2010년 현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위원 ▲2011년 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위원장
  • 철도공단, 무능력자 퇴출 ‘시동’

    지자체와 중앙부처에 이어 공기업에서도 업무 무능력자에 대한 ‘퇴출’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에 따르면 철도공단은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역량강화교육 대상자 12명을 선정했다. 지난해 성과 평가에서 2회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성과부진자가 1명, 직무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근무태도가 불성실한 업무 부적격자가 11명 등이다. ●공기업 초강력 ‘인사실험’ 바람 성과부진자와 업무 부적격자에 1급 처장이 각각 1명씩 포함됐다. 업무 부적격자는 부장 4명, 차장 3명, 과장 2명, 대리 1명이고 이중 직급상한제와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각각 1명과 3명이다. 그동안 개혁이 대부분 3급 이상 간부에 집중했던 것과 비교해 퇴출은 전 직급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내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역량강화교육 대상자는 12일부터 7월 17일까지 3개월간 직위해제 상태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 역량교육은 3주간의 합숙 직무교육과 사회공헌활동에 이어 5월 6일부터 6월 30일까지 혁신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업무 혁신과제도 절대평가 혁신과제는 업무개선분야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전담 멘토도 지정된다. 교육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이뤄져 S·A등급(81점 이상)은 재임용되고, B·C등급(59점 이상)은 강임(降任)키로 했다. 최하 등급인 D등급(58점 이하)을 받으면 ‘직권면직’된다. 사실상 종결로, 퇴출을 의미한다. 철도공단은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정원(1545명)의 12.8%인 198명을 줄여야 한다. 현재 109명을 감축했지만 89명을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히든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역량강화교육을 규정화한 후 첫 시행으로 형식적인 운영이 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무능력자는 더 이상 끌어안고 가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철도공단은 지난해 7월 인력 선순환을 위해 공기업 최초로 직급상한제 및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직급상한제는 한 직급 장기 근무자로 1급은 10년, 2급은 12년 이상이 대상이다. 직급상한제에 걸리면 매년 10%씩 임금이 깎여 최대 50%까지 감액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3년 남은 3급 이상 간부가 대상이다. 또 실·단·원장·지역본부장 등 10개 최고위직에 대해 임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2년 임기에 1년 연임만 가능토록 했다. ●농어촌공사는 작년부터 퇴출 제 시행 한편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부터 저성과자 퇴출제를 시행중이다. 지난해말 15명을 선정해 3개월간의 1차 교육을 마친 상태다. 교육실적 우수자 10명은 현업에 복귀했다. 2차 교육자는 5명으로 이 가운데 1명이 퇴직해 4명이 2개월간 재교육을 받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2차 교육에서도 통과하지 못하면 마지막 3차 교육(1개월)을 거쳐야 하고 미통과자는 퇴출되는 방식이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우리처럼 작은 민족 뭉쳐야 살 수 있다”

    “우리처럼 작은 민족 뭉쳐야 살 수 있다”

    송암 김용섭(80) 전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자신의 삶과 철학을 정리한 회고록을 냈다. ‘김용섭 회고록-역사의 오솔길을 가면서’(지식산업사 펴냄)다. 학술원 회원인김 전 교수는 널리 알려졌듯 ‘자본주의 맹아론’ 혹은 ‘내재적 발전론’의 대부로 꼽힌다. ‘미디어를 통해 부풀려지지 않고서 스스로 일어선 우리 학계의 몇 안 되는 이론’이라는 극찬과, ‘한국 역사 학계의 숨은 신(神)’이라는 다소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한번은 거쳐 가야 할 거대한 저수지임은 인정하는 셈이다. 그의 회고록이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김 전 교수는 학술이 아닌 다른 활동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자신을 알리는 일은 더더욱 질색이다. 이런저런 공식석상에 얼굴 비추기를 극도로 꺼린다. 학술상 받는 것도 탐탁지 않아 한다. 언론 인터뷰는 당연히 사절이다. ●“대외활동은 賣名행위” 질색 문화공보부 장관을 지낸 사진작가 윤주영(83)씨가 각 분야 전문가 100명의 얼굴을 담아 사진집을 낼 요량으로 김 전 교수를 섭외했을 때 “딱 한장만”이라는 애원에도 매몰차게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논문 발표 외에 다른 곳에 이름이나 얼굴을 내미는 것 자체를 매명(賣名) 행위처럼 여긴다. 논문이나 책에 엄격하긴 매한가지다. 그러다 보니 논문은 한평생 70여편만 썼고, 저서도 그런 논문을 모아서 낸 8권의 책이 전부다. 학자들에게 흔히 지적되는 ‘자기표절’ 논란은 전혀 없다. 노() 학자에게 으레 있기 마련인 회갑이나 고희 논문집 같은 것도 없다. 제자인 김도형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외국 강연 기회도 숱하게 많으셨는데 일절 응하지 않으셨다.”면서 “만들지 말라고 말리시는 걸 억지로 만들어드린 게 정년논문집 딱 하나다.”라며 웃었다. 그런 그가 ‘맨얼굴’의 회고록을 냈으니 학계가 ‘사건’으로 부를 만하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 들면 “김용섭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회고록 2장 ‘해방세대의 역사공부’에서는 무려 30쪽에 걸쳐 참고 문헌 목록을 늘어놓았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만행’에 가깝다. “내가 이런저런 자료를 봤으니 후학들도 한번 참고하라.”고 정색하고 말하는 모양새다. 김도형 교수는 “독자들은 아마 회고록 하면 수필 같은 것을 연상했을 텐데, 책을 펴보면 그동안 빠뜨린 부분을 보완한 논문집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책은 회고록임에도 1인칭 ‘나는’이 아닌, 3인칭 ‘김용섭은’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마저도 대상화시키고 객관화시켜 버린 셈이다. 풍문으로 전해 듣던 고집의 실체가 느껴져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용기를 내 인터뷰를 시도했다. 어렵사리 연결된 전화통화인데 “나설 만한 사람이 안 되고, 별 재미도 없는 사람이라…”며 금세 끊을 태세다.‘회고록까지 낸 마당에 기자와 인터뷰하는 사고도 한번 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짐짓 호기 있게 공격했지만 “선배들은 예전에 어떻게 연구하고 살았는지 후학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주변에서 하도 강권해서 어쩔 수 없이 쓴 것”이라며 “소개할 가치가 있다 싶으면 책을 다루시든가…”하는 답이 돌아온다. ●‘조선 후기 농업사 연구’ 압권 그의 대외활동 기피증에는 학문적 요인도 있다. ‘자본주의 맹아론’은 한국민의 자존심을 돋우어 준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었을 법한데 그렇지 못했다. 선배 학자들의 연구가 ‘일제 관학(官學)식 실증주의(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반했기 때문이다. 비판 대상에는 내로라하는 한국사 대가들뿐 아니라 은사인 신석호(1904~1981) 선생마저 포함된다. 그럼에도 ‘한국 사학사’ 강좌를 열어 이런 비판적 주장을 펼치다 보니 길 가다 우연히 만난 선배 학자에게 외면도 당하고, 연구실에 도둑이 들기도 하고, 심지어 몇몇 선배들에게서는 “당신 민족주의와 내 민족주의는 다른 것 같다.”거나 “김 선생, 우리 이제 민족사학 그만하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스스로도 회고록에 “대인 관계에서는 ‘조심조심’ 원칙을 잘 지켰으나 강의와 주장은 그렇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괘씸하고 방자하기 그지없었을 것…. 학문적 대의를 위해 보신의 지혜를 지키지 못했다.”고 썼다. “이후 사학사 관련 발언을 그만두고 농업사에만 집중하게 됐다.”고도 했다. 김 전 교수가 벌인 연구활동의 절정은 1970~71년 두권으로 나온 ‘조선 후기 농업사 연구’가 꼽힌다. 1960년대에 발표한 논문 18편을 묶은 책이다. 조선 후기 토지 대장인 양안과 호적등본에 대한 실증적 분석 결과를 통해 일제가 주장한 조선 타율성론과 정체성론을 비판했다. 컴퓨터도 없던 시절 일일이 모든 자료를 확인해서 분류한 뒤 다시 통계작업을 해야 하는 고된 과정이었다. “그때 함께해 준 대학원생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했지만 정작 그 자신도 20대 때부터 설과 추석 빼놓고 1년 363일 도시락 2개 싸서 연구실로 출근해서는 이를 싹 비우고서야 연구실을 나섰다. 1997년 연세대에서 정년 퇴임한 뒤에도 여전히 대학 부근 연구실에 도시락 출근을 하고 있다. 나이 탓에 다리가 불편해 요즘은 도시락이 한개로 줄었을 뿐이다. 탈민족주의와 식민지근대화론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논리를 펴는 진영은 김 전 교수의 논리가 치밀한 실증 작업에 기초하고 있되, 조선 후기 역사를 지나치게 도식화 혹은 과대포장했다고 비판한다. 의외로 대답은 선선했다. “그래서 회고록 부제가 ‘해방세대 학자의 역사연구 역사강의’잖아요. 저 같은 해방세대에게는 거기에 맞는, 또 필요한 관점이 있는 것이지요. 시대가 변했으니 그에 따라 또 다른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다양한 문명의 교류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지요. 다만, 우리처럼 자그마한 덩치의 민족일수록 뭉쳐야 살 수 있어요.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질문을 놓치면 안 돼요.” 딸깍발이 노학자는 더 말할 게 뭐가 있냐는 듯,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용어 클릭] ●자본주의 맹아론(내재적 발전론) 일제 식민사학이 남긴 타율성론, 정체성론을 반박하기 위해 나온 주장. 식민사학은 조선에는 봉건제가 없었고 따라서 토지의 사적 소유나 화폐의 유통, 시장의 성장과 같은 현상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근대 자본주의로 이행할 동력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 맹아론은 조선 후기에도 토지의 사적 소유와 시장·상인·화폐 발달이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독자적인 자본주의 발전 가능성이 충분했는데 일제 침략에 의해 싹이 꺾였다는 주장이다.
  • [카이스트 어디로] 한상근 수리과학과 교수 “서총장 통리적 권한이 독단 불러”

    [카이스트 어디로] 한상근 수리과학과 교수 “서총장 통리적 권한이 독단 불러”

    “카이스트(KAIST)는 총장의 권한이 너무 막강합니다. 정관에서도 총장이 모든 것을 ‘통리(統理)’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카이스트 사태와 관련해 한상근(55)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는 11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소통의 부재가 학교를 이런 지경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통리는 나라를 다스린다는 ‘통치(統治)’와 같은 의미로, 한 교수는 이 단어를 학교 정관에서 처음 봤다며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10여년 전 교수평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는데 아직까지 총장이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참모격인 보직교수들이 직언을 못한 채 총장의 입만 보고 무조건 따르고 있어 서 총장의 일방통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남표식 개혁 정책’과 관련해 한 교수는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교수들이 미국 유학시절 해외에서 경험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운용이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개혁의 방향은 맞지만 추진 과정이 지나치게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100% 영어강의’를 예로 들었다. 한 교수는 “외국인 교수나 교포 출신 교수를 뽑아서 영어강의 비율을 높이자는 게 구성원들의 의견이었지만 서 총장은 여론수렴 없이 기존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하도록 밀어붙였다.”면서 “학과 평가 때 영어강의 여부를 비중 있는 기준으로 삼으니까, 영어가 서투른 교수들도 영어로 수업을 했고, 그러니 효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또 “영어강의는 매우 적은 ‘교수와 학생의 인간적인 접촉’을 단절해 버리고, 이미 많이 삭막한 학생들의 정서를 더 삭막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등등록금제와 관련,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등록금 격차가 최고 750만원까지 나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면서 “폐지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정년을 보장하는 ‘테뉴어’ 제도 역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나이 많은 교수들이 후배 교수들에게 추천서를 써 달라고 사정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등 부작용이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서 총장의 거취에 대해선 단호한 어조로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등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 총장은 아직 사퇴할 뜻이 없어 보이지만 카이스트가 변화하기 위해선 새로운 사람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대전 이천열·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박태관 교수는 누구

    10일 자살한 박태관(54) 교수는 생체고분자학계에서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날리던 우리나라 석학이다. 박 교수는 1996년 카이스트에 부임해 2007년 영년직(정년보장직) 심사를 통과한 생명공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다. 올해 1월에는 600여명의 카이스트 정교수 가운데 단 한명에게 시상하는 ‘올해의 카이스트인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지난해 2월에는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카이스트의 최우수 교수로 선정됐고, 앞서 1월에는 연구팀을 이끌고 차세대 핵산계열 약물인 소간섭 RNA의 세포 내 전달을 극대화시키는 획기적인 나노약물전달 시스템을 개발,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크게 실리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한국고분자학술상을 수상했다. 2009년 12월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10년간 과학기술분야에서 최고 성과를 낸 연구자 6명에게 주는 창조대상도 받았다. 특히 그해에는 미국 생체재료학회로부터 세계 최고의 영예인 ‘클렘슨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는 SCI 논문 203편, 총 논문 피인용 횟수 5500회 등을 우수한 성과로 인정받았다. 박 교수는 1980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생명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대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교수는 지난 1월 영광스러운 카이스트인상을 받은 직후부터 연구인건비와 관련된 감사를 받고 징계와 고발을 기다리고 있던 처지여서, 심리적으로 무척 괴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대전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세계적 생명공학자 박태관 교수 자살… 
카이스트 계속되는 비극

    세계적 생명공학자 박태관 교수 자살… 카이스트 계속되는 비극

    올 들어 학생 4명의 잇단 자살로 물의를 빚고 있는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이번에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생명공학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수의 자살은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제’ 등에서 비롯된 학생들의 자살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서남표 총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면서 카이스트를 ‘자살 충격’에 빠뜨렸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박태관(54) 교수가 10일 오후 4시쯤 충남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아파트 15층 자신의 집 주방 가스배관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박 교수의 아내 손모(53)씨는 “남편이 오늘 서울 집으로 오기로 한 날인데 연락이 안 돼 대전으로 급히 내려와 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출강 때문에 1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았다. 박 교수가 숨진 현장에서는 “애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아내 손씨에게 남긴 유서 3장이 발견됐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종합감사에서 연구인건비를 유용한 혐의가 적발된 이후 최근 학교 징계 및 검찰 고발을 통보받은 상태였다. 그는 2007년 영년직(정년보장직) 심사를 통과했으나 이마저 취소를 앞두고 있었다. 학교 측은 “박 교수의 자살은 최근 학생들의 자살로 주목받고 있는 학교 제도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1월 영광스러운 ‘올해의 카이스트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생체고분자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인정받는 학자였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무료 주례 봉사하며 여생 보내고 싶어”

    “무료 주례 봉사하며 여생 보내고 싶어”

    “무료 주례 봉사합니다.” 최대열(71) 전국주례연합회장은 속칭 ‘주례종결자’로 통한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총 3026회의 주례를 봤다. 1997년 4월 모 주류회사를 정년퇴임한 이후 친구가 하기로 돼 있던 결혼식 주례를 ‘대타’로 뛴 것이 인연이 됐다. 최 회장은 “이제 죽을 때까지 무료 주례봉사를 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남녀를 부부로 맺어주는 것에 보람과 재미를 느낀 최 회장은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례 전선에 뛰어들었다. 롯데·워커힐·조선·플라자호텔 등 일류 호텔을 비롯해 전국 70여곳의 예식장과 전속 계약을 맺고 주례를 시작했다. 주말에 최대 60회의 주례 제의가 오기도 했다. 최 회장은 “주말 평균 12~13회씩 했고, 하루에 8번을 한 적도 있다.”면서 “일요일 오전 11시, 11시 30분, 낮 12시, 12시 30분, 오후 1시, 2시, 3시, 5시 이렇게 하면 8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3000회가 넘는 주례를 하면서 겪은 다양한 일화도 털어놓았다. 2000년에는 경찰이 덮쳐 행진을 마친 신랑을 사기혐의로 체포해 간 적이 있었다. 2001년에는 결혼식 중 자신이 신랑의 ‘우렁각시’였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나 “배신당했다.”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또 2004년에는 폐암 말기의 신부 모친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식장에 나왔다가 식이 끝나기도 전에 병원으로 후송된 적도 있었다. 이런 최 회장도 “일가의 장·차남의 주례를 맡은 건 여러 차례지만 같은 사람을 두번 주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1일부터 ‘무료주례’에 나섰다. 적지 않은 결혼비용으로 고민하는 예비부부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무료 주례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 전화(011-709-9343)하면 어디든 뛰어가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글 사진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종신교수’ 놓친 석학의 자살

    ‘종신교수’ 놓친 석학의 자살

    학생들의 잇단 자살에 이어 세계적으로 이름난 교수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카이스트(KAIST)가 ‘연쇄자살’ 충격에 휩싸였다. 학교 측은 박태관(54) 교수의 자살이 연구비 유용과 관련된 것이어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제도나 분위기와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끊이지 않는 비극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카이스트에 대한 정부 감사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10일 발견 당시 자신의 아파트 다용도실 주방 가스배관에 압박붕대로 목을 맨 상태였다. 경찰은 1차 검안결과 새벽 3시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자살 흔적 외 특이한 점이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 교수는 아내 손모(53)씨가 대학원 등에 다니는 자식들 때문에 서울에서 함께 살아야 해 혼자 대전에서 지내면서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가거나 가족이 대전으로 내려왔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연구인건비를 유용한 혐의가 적발돼 징계 및 검찰고발 통지를 전해 듣고 괴로워했다고 동료 교수들은 전했다. 학생들은 오래전부터 연구를 돕고도 매우 적은 인건비를 받았고, 이는 일부 교수들이 연구인건비를 횡령한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박희경 카이스트 기획처장은 “박 교수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박 교수는 카이스트 정년보장직 선발 과정을 통과해 감사 적발사항이 없었다면 정년 때까지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년직(정년보장직·테뉴어) 심사제도는 최근 학생 자살로 문제가 되고 있는 차등 등록금제, 100% 영어수업 등과 함께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으로 각광을 받던 제도다. 박희경 기획처장은 “이 정년보장 교수 심사제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2006년 서 총장이 부임한 뒤 심사기준이 크게 강화됐다.”고 밝혔다. 서 총장 부임 후 ▲학자의 세계적 영향력 여부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 등에 실릴 정도의 논문의 수준과 양 ▲강의 평가 질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처럼 까다로운 심사기준 때문에 교수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교수로 채용되면 남녀 차이를 둬 8~10년 사이에 테뉴어 자격을 얻어야 하는데 심사에서 탈락하면 1~3년 안에 재심사를 받아야 하거나 이직해야 한다. 그 전에는 계약직 형태로 있기 때문에 교수들은 이 제도에 불만이 컸고, 스트레스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2007년 9월 테뉴어 심사에서는 신청자 35명 가운데 15명이 탈락하는 등 4년간 정년심사를 받은 카이스트 교수 148명 중 24%가 탈락했다. 카이스트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 심사를 통과하면 65세 정년이 보장된다. 숨진 박 교수는 2007년 이를 통과했다. 박 교수의 자살소식이 전해지자 최근 학생자살 사태 수습에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던 카이스트는 주요 보직교수들이 급히 학교로 나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당황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특히 박 교수는 탁월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시무식에서 ‘올해의 카이스트인상’까지 받은 세계적인 학자여서 충격은 한층 더했다. 한 보직교수는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이제는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학년 학생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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