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정규직 전환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안보리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금리인하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추가경정예산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파리올림픽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891
  • 구조조정 대상 경북 公기관 준공식 열어 ‘빈축’

    정부의 지방 공기업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경북그린카부품진흥원이 경북 테크노파크(TP)와 통폐합을 앞두고 준공식 행사를 가져 비난을 사고 있다. 경북그린카부품진흥원은 30일 경산시 진량읍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경산 출신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김성경 원장, 이인선 경북도 경제부지사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진흥원은 지난 4월까지 도비 41억원과 시비 26억원 등 총 67억원을 투입해 부지 3927㎡에 신축 건물 3개동(연면적 3544㎡)을 지었다. 2010년 대구·경북지역 친환경자동차 및 그린카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진흥원은 그동안 경산 영남대에 있는 경북 TP 건물 일부를 임차 사용해왔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지난 29일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를 열고 경북도 출자·출연기관인 경북테크노파크와 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그린카부품진흥원, 천연염색산업연구원을 경북 TP 1개 법인으로 통합하도록 확정한 1차 지방공기업 구조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북 TP는 이들 출연기관을 산하 센터로 두고 빠르면 다음달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통합에 따른 인력 조정(감축) 문제를 놓고 막판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린카부품진흥원은 예산 1800만원을 들여 준공식을 가진 것이다. 그린카부품진흥원은 경북 TP와 통합이 미리 알려지자 계약직 직원 14명 가운데 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과제계약직(연구원)에 행정직을 채용하면서 공고 없이 A모 경산시의원 아들을 채용해 경북도 감사관실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주민들은 “통폐합 조치를 받은 그린카부품진흥원이 정부의 구조조정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준공식을 가진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이날 행사에 참가한 관계자들도 심사숙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린카부품진흥원은 “진흥원이 경북 TP로 흡수되더라도 기능과 역할을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어 준공식을 했다”고 해명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사설] ‘열정 페이’란 이름의 임금착취 엄벌 마땅하다

    고용노동부가 청년 인턴을 고용한 사업장 151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103곳에서 25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대기업 계열의 한 유명 호텔은 전체 근로자의 70%를 인턴으로 채워 정규직과 똑같이 부려 먹고서도 월급을 30만원만 줬다. 출산휴가 등으로 생긴 인력 공백을 인턴으로 충원한 패션 업체는 석 달에 50만원을 주기도 했다. 일자리를 미끼 삼아 청년 노동력을 착취하는 이른바 ‘열정 페이’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정식 근로감독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자리에 목마른 청년들의 다급한 처지를 악용한 고용 현장의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인턴을 사실상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고서도 아예 서면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거나 연장근로 및 주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곳이 비일비재했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턱없이 낮은 돈을 주는 행태는 기본이 되다시피 했다. 열정 페이 횡포는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으나 이렇게까지 심각한 지경이라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최악의 취업난에 청년들은 이력서에 스펙으로 인턴, 견습 경력이라도 한 줄 더 쓰겠다는 일념에서 저임금을 감수한다. 무급이더라도 참여하겠다는 청년들이 많으니 비양심 사용주들이 헐값 소모품처럼 인턴을 대하는 것이다. 교육과 실습의 기회를 주는 것이 인턴제도의 취지이지만 이를 지키는 사업장은 거의 없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년인턴 지원 제도마저 악용하는 업체도 많다.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처럼 꾸며 정부 지원금만 빼먹고 인턴을 내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악덕 기업주들의 이런 횡포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는 인턴 활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처벌을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턴의 법적 지위나 활용 기준과 관련한 법령이나 지침이 없어 현재 인턴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기가 애매하다. 교육 기회를 준다는 명분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쥐꼬리 월급을 강요하는 업주들은 엄벌해야 마땅하다. 인턴 제도가 청년 구직자들의 희망을 착취하는데도 계속 방치되면 청년 세대의 좌절과 분노가 사회문제로 폭발할 수도 있다. 인턴의 법적 지위와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시급하다. 양심불량 기업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당국의 근로현장 감독도 더욱 엄격하고도 꾸준하게 이뤄져야 한다.
  • 한국 고용 불안 OECD 13개국 중 최고

    한국 고용 불안 OECD 13개국 중 최고

    정부와 여당이 하반기 최대 과제로 노동 개혁을 내세우면서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21일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확보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유연·안정성’에 대한 평가와 합리적인 확보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청년실업 등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확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적자원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재배분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능력으로, 통상적으로 해고의 용이성, 임금 결정 방식과 조정 가능성, 유연한 근로시간 등이 기준이 된다. 반면 노동시장 안정성은 고용 보장과 실업급여 등 사회적 안전망 혜택 여부 등을 토대로 평가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지 않고 현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유연성 확보와 이로 인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속기간은 5.6년으로 가장 짧았다. 남성 노동자는 6.7년, 여성은 4.3년에 불과했다. 프랑스(11.4년), 독일(10.7년), 스페인(10.4년), 네덜란드(9.9년), 오스트리아(9.6년) 등에 비해 노동시장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 교수는 “대기업 사무직의 50세 전후 명예퇴직, 중소기업 노동자의 빈번한 이직, 영세사업장의 잦은 파산이나 폐업 등으로 고용이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사회적 부작용을 불러오는 양적 유연화가 아닌 기능적 유연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될 당시 정부가 주장했던 ‘일반적인 고용해지 기준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일반 해고 요건 완화)은 양적 유연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성과 중심 임금 체계로의 개편, 탄력적 근무시간제 도입, 전환배치 확대 등은 기능적 유연화로 분류된다. 지난 4월까지 진행됐던 노사정 대타협 논의 내용에 대해 발표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취업규칙 변경, 통상 해고 절차 마련 등은 노사정 간 이견이 극심하고 적용 과정의 문제 및 효과에 대한 예측이 충분치 않아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앞으로 노사정 대화의 특성상 쟁점에 대한 자율조정이 힘든 상황이라면 제3의 전문가그룹이 공공적 관점에서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가 22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르면 다음달부터 진행될 2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의 내용이 주목된다. 노사정 대화를 복구할 것인지, 아니면 여당의 독자적인 입법이나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정 등으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추진되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일반 해고 지침 등 노동시장 유연화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밖에도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 등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를 진행하던 노사정은 지난 4월 취업규칙 변경 및 통상 해고 절차 마련 등 일부 핵심 쟁점에 대한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논의를 중단했다. 노사정 대화를 이끌어야 할 노사정위원장 자리는 노사정 대타협 결렬의 책임을 지고 김대환 전 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석 달 넘게 공석이다. 이후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독자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1차 노동시장 추진 방안에는 노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 이른바 ‘쉬운 해고’라고 불리는 배치전환·계약해지,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은 제외됐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지역 어르신에게 삶의 즐거움을] 동작은 일자리 제공

    [지역 어르신에게 삶의 즐거움을] 동작은 일자리 제공

    동작구가 올 10월까지 지역 내 60세 이상 어르신을 고용하는 ‘어르신 행복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업 분야는 근로자 파견업이다. 운영 초기는 건물 청소업부터 시작해 구 청사, 공단, 문화복지센터, 공중화장실 등에 대한 청소업무를 대행한다. 향후 수익성에 따라 세차업, 택배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초기 자본금은 2억 9000만원이며, 전액 구에서 출자한다. 구는 2016년 약 1억 3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수익금은 문화, 복지 등 공익사업에 재투자한다. 우선 52명의 현장 근로자를 구 60세 이상 주민 가운데 공개 채용한다. 이들은 생활임금을 적용받고,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 원칙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정년은 70세다. 구는 내년까지 노인 채용인원을 150명으로 확대한다. 이들은 동 주민센터, 복지관 등에서 실시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수강료를 지원받고 관내 대형병원, 보건소 등에서 건강검진 서비스를 해준다. 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5년 5월 기준으로 5만 3122명이다. 인구 대비 13.04% 수준으로 서울시 평균(12.3%)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60세 이상 근로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어르신 행복주식회사의 탄생 이유다. 이창우 구청장은 “아침에 눈을 떠도 삶에 희망이 없는데 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한 노인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며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공공부문 비정규직 5만 7214명 정규직 전환

    정부는 2013~2014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5만 7214명이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14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 가운데 기간제와 파견·용역 노동자는 모두 33만 2000명으로 2012년보다 2만 9000여명 감소했다. 전체 노동자 대비 비중도 2012년 20.5%에서 18.1%로 낮아졌다. 기간제 노동자는 2012년 25만명(14.2%)에서 2014년 21만 8000명(11.9%)으로 줄었지만, 파견·용역 노동자는 11만 1000명에서 11만 4000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 대비 비중도 2012년 6.3%에서 2014년 6.2%로 큰 변화가 없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가 문을 여는 등 일부 기관의 신설 및 확대로 인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13년 9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국정 과제로 정하고 2015년까지 기간제 노동자 6만 5711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기관별 목표 대비 전환 결과는 중앙부처 101%, 자치단체 108%, 공공기관 104%, 지방공기업 108%, 교육기관 119%로 나타났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열린세상] 진정한 동반성장/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진정한 동반성장/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깊게 만드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고용 형태의 차이이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신분 차이는 아니다. 동일한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지, 고용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만약 정규직원이 수행할 수 없는 특정한 업무를 비정규직원을 채용해 그 특정한 업무를 맡기게 된다면 오히려 정규직원보다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같은 업무를 하면서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계약상에 없는 일도 도맡아 하지만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원보다 더 적은 보수를 받는다면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다. 동일한 업무를 했다면 정규직과 동일한 보수를 비정규직에게 지급하면 아무런 갈등이 발생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논리가 왜 그렇게 실행하기가 어려운가. 가진 자, 즉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겠는가.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선호할 것이고, 정규직은 자신의 몫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비정규직법은 애초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이로 인해 고통이나 불편을 겪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기계약직을 양산해 노동시장을 왜곡하기도 한다. 무기계약직이 겉으로는 정규직화된 것이지만, 여전히 동일 업무 동일 대우의 원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얼마 전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했다. 최우수 등급을 받은 모기업은 협력사들과의 공정거래는 물론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운영자금을 대여하고 기술지원을 하는 등 동반성장을 위한 경영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간 협력에 의해 성과가 발생하면 그 과실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진 자로서 우월적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인 동시에 산업부가 제시한 성과공유제가 정착되는 길이기도 하다. 같은 의미에서 성과는 협력사 간에만 공유될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도 동일한 업무와 성과에 대한 기여율에 따라 보수와 성과급이 지급돼야 할 것이다. 물론 정규직의 경우 어려운 채용 관문을 통과해 정규직이 된 반면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쉬운 과정을 거쳐 계약직 또는 파견직으로 입사했기 때문에 자신들과 다르다는 주장은 존중돼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비정규직의 공헌 없이 정규직의 고용 및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비록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을 요구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보수의 안정성은 보장돼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비정규직에게 동일 업무 동일 대우를 보장하되 비정규직들도 무조건적인 고용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입사 시험을 보고 취업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비정규직원들에게 어떤 형식이든 합당한 방식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보수 차별성이 없어질 때 단순 노무직에서 고도의 전문직까지 비정규직을 필요로 하는 고유 직무 영역이 살아날 것이고, 이어서 비정규직 노동시장이 활성화돼 그들의 고용 안정성도 보장될 수 있다. 자신의 특징을 살려 몸값을 정할 수 있고 그 몸값을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기업이 있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자리를 옮길 수 있는 시장의 원리가 작동할 때 비로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사라질 것이다. 더이상 비정규직법이라는 왜곡된 법으로 노동시장을 교란할 것이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노동시장의 관행을 만드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한다. 차별은 기분 좋은 단어가 아니다. 특히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해 받는 상대적 박탈감은 관행이란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자유경제시장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을 모두 없앨 수는 없으며,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일정 부분 필요함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비정규직이라 해도 업무의 성격에 따라 정규직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노동시장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700만 소상공인 권익보호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700만 소상공인 권익보호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미용실, 빵집, PC방 등 작은 가게를 꾸리는 소상공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정부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서두르고 있으나 가게를 찾는 손님은 예전 같지 않다. 이러한 소상공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1년 전 출범한 조직이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다. 전국적으로 700만명에 달한다는 소상공인들의 현 주소를 이 연합회의 최승재(49) 회장을 통해 알아본다. 최 회장은 서울 강남의 역삼동에서 1999년부터 인터넷 PC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외환위기 때 다니던 의류업체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망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PC방이다. 당시엔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지 않은 데다 게임 열풍이 불면서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빚도 다 갚도 작은 집도 마련했다. 그런데 지금은 PC방이 늘면서 폐업도 고려 중이다. 인천에서도 PC방을 하고 있는데 토·일요일은 직접 일한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힘들어서다. 최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신문 편집국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최저시급 문제는 추가로 전화 취재했다. →소상공인은 어떤 사람들이며 얼마나 되나. -한마디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다. 소상공인지원특별법에 따라 상시근로자수 5인 이하(제조업, 광업, 건설업, 운수업체는 10인 이하)의 사업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사업체 수로는 290만개, 고용까지 합하면 570만명이다. 여기에다 정수기 필터 교체하는 사람, 택배 배달업 종사자 등 1인 사업자를 합하면 소상공인은 700만명이 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많아진 데다 창업의 용이성으로 증가한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쟁 격화로 대다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합회에서는 이 700만명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한다. →소상공인이 근로자 수 기준으로 분류되는 셈인데 문제점은 없나. -있다. 예를 들어 스크린 골프장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별도 고용은 없다. 비유하자면 10억원을 투자하더라도 영세 소상공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반면 식당은 고용인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부자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소상공인지원특별법에 따라 지원되는 창업자금, 경영개선 교육자금, 전업자금 등은 모두 세금이다. 영세한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재원인데 이 재원을 지원하는 데 오류가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 소상공인을 고용인 수뿐만 아니라 투자금, 매출이나 소득 규모 등도 감안해서 정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이 처한 여건은 어떤가. -최근 12년간 통계조사에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3년간 생존율은 50% 정도다. 특히 생계형 창업인 숙박, 음식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5년 생존율은 17%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중은 월등히 높고 생존율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으로 지역경제가 급속도로 붕괴 중인 상황에서도 소상공인 지원 예산과 지원 사업이 소상공인 창업에 상당 부분 편성되면서 기존 700만 소상공인들을 살리기 위한 지원사업에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창업 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이 기존 소상공인의 폐업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되는 구조적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생계가 목적이 아닌 투자형 대형 업소들이 별다른 규제 없이 무차별적으로 골목상권으로 진입하면서 지역의 기존 영세 소상공인 업소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게 된다. 정부가 소상공인 창업을 당분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소상공인들이라도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과열 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열 경쟁, 과밀화 문제가 소상공인이 처한 당면 과제 같다. -그렇다. 외국은 자영업자 수를 정부에서 나름대로 조정한다. 독일의 경우 자영업자들이 창업하려면 마이스터제도가 있어 함부로 창업을 하지 못하는 구조다. 독일은 빵집을 내려면 빵 명장 밑에서 최소 3~4년간 제빵 기술은 물론 경영 노무 등을 제대로 공부해서 창업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적성이 자기랑 맞지 않으면 진로를 바꾸는 등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기능이 약하다. 빵집의 경우, 우리는 빵집 오픈 시 제빵 기술을 몰라도 개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식집도 주방장만 있으면 된다. 사업자등록증이나 임대차 계약서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묻지마 창업’이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데도 옆에서 “그거 하면 먹고산다더라”거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사업 전망에 대한 말만 듣고 하려 한다. 이제는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을 평가한다면.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OECD 평균의 2배, 미국의 4배다. 평균소비성향이 비슷하다면 상대적으로 우리 자영업자 평균 매출액이 미국의 4분의1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소상공인 과밀업종에 창업자금을 지원해 추가 진입시켜 소상공인 간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 소상공인 자금은 창업 전후 1년 안팎에 몰려 있다. 창업한 지 오래된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 결국 가격경쟁과 규모경쟁을 일으키며 대기업과 투자 자본에 의한 대형점포들이 골목상권을 장악해 간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부로서는 창업하면 실업자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자랑하지 않느냐. 뻔히 알면서 장난질을 치는 거다. 생색만 내는 것이다. 그런데 소상공인 본인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외부 요인으로 망하지 않느냐. 순대, 떡볶이 집까지 대기업에서 하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어떻게 이기겠느냐. 구글이나 폭스바겐이 떡볶이 같은 업종에 손대지는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대형마트가 대도시에는 입점하지 못하게 한다. 라피앵법이다. 미국도 대형마트가 도시에 입점하려면 동네 자영업자연맹과 합의를 봐야 한다. 코스트코의 경우 시 외곽에 있으나 품목을 제한한다. 낱개는 팔지 못하게 하고 박스 단위로 팔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형마트는 임대사업자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좋은지 모르겠으나 소비자 할인폭만큼 납품업자가 그 차액을 떠안는 불합리한 구조다. →메르스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상공인들이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납부기간 연장이나 특례보증확대 등 정부 조치는 도움이 되나. -그런 일은 매년 일상 일어났던 일이다. 정부가 도와주는데 우리가 이를 싫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메르스 관련 불만이 있는데 우리가 많이 참았다는 것이다.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올 1분기에 5만여개가 문을 닫았다. 주로 숙박업, 음식업, 치킨점, PC방, 제과점 등 소비지향적 업종들이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힘들게 버텨 오다 메르스 사태로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다중 채무자들이고 제3금융권을 이용한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출도 넉넉하지 않다.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들과 부채가 있는 상공인들은 전혀 혜택을 못 받는 모순이 있다. 정부가 대출을 해 준다고 하지만 은행 절차가 너무 늦다. 산업부에서 전기요금 인하를 안해 줬다. 소상공인은 배제됐다. 세금 연장이 아니라 감면해 줬어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소상공인들이 반대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5580원에서 8.1% 인상된 6030원으로 정해졌다.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근로자 고용 비중은 84%나 된다. 임금인상을 잘못하면 그리스와 같이 경제가 파탄 날 수도 있다. 물론 근로자들이 최저생계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들도 어렵지만 3~4% 인상이나 최대 7% 인상까지는 수용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로자나 저희나 다 똑같은 ‘병’ 아니냐. 하지만 소상공인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르바이트생 등 초단기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과는 입장이 다르지 않으냐. 대안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이다. 또 독일처럼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수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업종마다 숙련도와 일하는 환경이 다른데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독일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진작은 됐으나 23만개 일자리가 날아갔다. →소상공인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다고 들었다. -소상공인들이 손재주가 많다. 하지만 국내시장이 과밀화된 데다 대기업의 진출로 여건이 열악하다. 대기업이 동네 빵집으로 진출하면서 30년 넘게 일해 온 제과명장이 카센터에서 일하는 실정이다. 결론은 줄여야 하는데 구조조정은 쉽지 않으니 해외로 나가자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미용체인점을 한국인이 운영한다. 물가가 우리의 절반에 불과한데도 요금은 서울이랑 같다. 사업이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PC방이 수십만개나 된다. 우리의 10~20년 전으로 보면 된다. 문제는 소상공인이 해외진출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제조업은 코트라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으나 소상공인은 그런 통로가 없다. 현재 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에서 소상공인들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15일짜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인생 2막을 15일짜리 연수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연합회가 정부와 협의해 해외에 ‘샘플 매장’을 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샘플 매장에서 해외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체험해 본 뒤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면 현지에서 사업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임기 3년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소상공인연합회라는 존재를 국민들은 물론 소상공인들도 잘 모르고 있다. 임기 동안 중소기업중앙회처럼 반듯하게 조직을 꾸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연합회가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임을 알리고 싶다. 연합회가 나의 먹거리 해결은 못 하지만 최소한 피해는 보지 않게, 더이상 불공정하지않게 몸으로 막아 준다면 연합회의 존재감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정부, 기업, 국회에도 당부하고 싶다. 소상공인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실핏줄로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이 취약계층이니 복지 혜택을 달라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 서비스 개선 등의 노력을 할 것이다. 숫자가 많다고 해서 정부나 정치권에서 인기성 발언 등으로 일시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일은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근간을 만드는 일을 꼭 하고 싶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자갈밭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박현갑 부국장 eagleduo@seoul.co.kr ■ 소상공인연합회는 업종별 단체회원과 17개 광역 지역회원 중심으로 가입돼 있다. 지난해 4월 30일 결성됐다. 슈퍼마켓협회, PC방협회, 제과협회, 목욕협회, 미용사중앙회, 주유소협회 등 36개 단체가 가입한 상태다. 구체적인 회원 수의 경우 개별 단체들이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알 수 없다. 연합회라고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법정단체임에도 기초적인 사무실과 직원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회원단체들이 내는 소액의 회비로 운영하다 보니 연합회를 알릴 수 있는 여건이 아직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연합회 측의 설명이다.
  • [사설] 공기업 개혁 하랬더니 비정규직 채용에 열 올렸나

    30대 공기업의 비정규직 직원 비중이 3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4대 개혁 중의 하나가 공기업 개혁이다. 과도한 부채와 방만 경영에 칼을 대라고 했더니만 비정규직만 양산한 꼴이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용이 바로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할 공기업이 정부의 방침과 거꾸로 갔다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2010년부터 4년간 30대 공기업의 고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은 3만 9000여명에서 4만 4000여명으로 5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정규직 직원은 9만 7000여명에서 9만 8000여명으로 1000여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정규직 직원이 무려 5배나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직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9%에서 지난해 31.2%로 4년 새 2.2% 포인트 높아졌다. 한국마사회는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비중이 무려 90.9%로, 민간 기업 뺨치는 고용 구조다. 인천국제공항공사(85.9%), 한국공항공사(65%)도 비정규직이 훨씬 많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며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개혁을 외쳤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기업 개혁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드는 초석이 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출발점”이라면서 공기업의 개혁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번 통계를 보면 공기업이 정작 중복된 사업의 구조조정, 과잉 복지 조정 등을 통한 근본적인 개혁에 나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고용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식의 손쉬운 경영 개선에만 몰두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공기업 개혁이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엉뚱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정부는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공기업이 방만 경영에 대한 근본 개혁은 하지 않고, 청년층의 사기를 꺾는 비정규직 채용만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공기업도 경영의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지만 그래도 공기업은 ‘효율이면 최고’라는 민간기업과는 달라야 한다. 공기업은 수많은 ‘장그래’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민간기업과는 달라야 한다.
  • 블루오션 도전 자영업자 정부기금 지원

    지난달 희망퇴직을 신청한 은행원 A씨는 틈틈이 봐두었던 웰빙복합 멀티카페 창업에 본격 나섰다. 통닭집 창업도 한때 고민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려 치킨집을 차렸다가 퇴직금을 날리는 사례를 수없이 봐 왔던 터다. A씨는 미개척 영역이지만 앞으로는 ‘건강’이 대세일 것이라는 신념 아래 과감하게 웰빙카페 창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A씨처럼 블루오션에 도전하는 자영업자에게 정부가 나랏돈을 지원해 준다. 대출 형식이 아니어서 실패하더라도 자영업자가 빚더미에 앉을 위험이 덜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는 세금도 깎아 준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그만큼 가계소득이 늘어날 것을 겨냥한 조치다. 최저임금은 오르고 전기료, 교과서 가격, 이동통신 요금 등은 싸진다. 정부가 25일 내놓은 서민·중산층 생활안정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주로 창업할 때 돈을 빌려 주는 용도였던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이 지원금으로 대거 바뀐다. 돈을 빌려서 통닭집 등 포화 상태인 업종을 차렸다가 망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서다. 앞으로는 웰빙복합 멀티카페, 초크 아티스트 등 블루오션 업종을 차리는 자영업자에게 기금을 지원한다. 장사가 안 되는 자영업자를 돕는 ‘역량 점프-업 프로그램’도 시범 도입한다. 호텔 요리사가 동네식당에 와서 메뉴를 개발해 주고 서비스 교육, 주방시설 교체 등 컨설팅을 해 주는 방식이다. 다음달부터 지역신보가 자영업자에게 총 1조원을 특례보증해 준다. 지금은 대출금의 85%까지만 보증을 서주지만 앞으로는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전액 보증해 준다. 영세 자영업자가 직원을 채용하면 내야 하는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부담도 줄어든다. 생활비 부담도 덜어준다. 내년부터 교과서값을 일정 금액 밑으로 묶거나 전년 대비 가격 인상률을 제한하는 교과서 가격상한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제4 이동통신사를 허용해 통신요금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알뜰폰 전파사용료도 내년 9월까지 1년간 더 면제하기로 했다. 170여개 중증질환의 치료비에 건강보험 적용을 늘리고 의약품의 유통단계별 마진을 분석해 약값도 내린다. 지역별 업종별 전반에 대한 노사정 논의를 거쳐 최저임금 상향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구직 청년 2명 중 1명 ‘열정페이’에 울었다

    구직 청년 2명 중 1명 ‘열정페이’에 울었다

    인턴이나 현장실습,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등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한 적 있는 청년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자리에 대한 절박감을 빌미로 노동을 착취당하는 ‘열정페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열정페이를 경험한 청년 10명 중에 7명 정도는 시급 5580원으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거나 한 푼도 받지 않고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24일 인턴·현장실습 등 일 경험이 있는 만 19~34세 청년 5219명을 대상으로 한 열정페이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6%인 2799명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일하기 전 약속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페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청년 2127명(2799명 가운데 무응답자 제외) 가운데 절반(51.6%)은 일을 시작하기 전 어떤 업무인지조차 안내받지 못했고, 59.4%는 임금·근무시간·혜택 등이 담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가운데 57.5%(1223명)는 일반직원들과 비슷한 업무를 했지만, 최저임금 혹은 그 이상의 임금을 받은 경우는 25.2%에 불과했다. 42.6%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고, 32.2%는 ‘무급으로 일했다’고 응답했다. 일한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야근·휴일 수당이나 식비 등이 지급되지 않고, 제대로 된 직무교육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조사에 참여한 A씨(24·여)는 “산학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하루 1만원을 주면서 체계적인 교육은커녕 12시간 동안 허드렛일만 했다”며 “돈을 제대로 받는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처지”라고 전했다. A씨처럼 직무교육 명목으로 일을 시작한 1819명 가운데 정작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1025명(56.3%)에 달했다. 아울러 일하기 전 정규직 전환이나 채용 우대조건 등 혜택을 약속받은 129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실제로 약속한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B씨(26)는 “정규직 전환을 보장받고 인턴을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채용 대신 보너스 지급을 통보받았다”며 “정규직 전환 시기가 다가오니 인턴계약을 연장하자는 제안만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년들 가운데 58.9%는 해결책이 없는 데다,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열정페이를 경험해도 참았으며, 일을 그만둔 경우는 27.2%에 그쳤다. 일자리 유형별로는 인턴 및 수습 과정에서의 노동 착취가 40.9%로 가장 높았고, 대외활동(38.2%), 현장실습(35.8%), 창업·프리랜서(34.0%) 순이었다. 열정페이를 경험한 청년 대부분은 민간기업(75.5%)에서 일했지만, 비영리단체에서 일한 청년이 12.0%, 정부·공공기관도 10.2%로 나타나는 등 민간기업에 국한돼 나타나는 현상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들은 열정페이 문화 개선을 위한 해결책으로는 ‘고용주의 인식변화’(35.6%), ‘사회적 인식변화’(28.9%),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23.1%) 등을 꼽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노사 모두 “반대”

    고용노동부가 1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여는 등 기간제·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제1차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 가운데 하나이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이날 제시된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 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기간제·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특수형태업무종사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제시된 방안들은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근로자와 비교해 불합리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해당 업무가 연중 계속되는지’, ‘기준일 이전 2년 이상 계속됐는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 예상되는 업무인지’로 판단한다. 기간제 근로자와 계약 체결·해지를 반복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은 금지했다. 아울러 현재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지 않는 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한 보호 방안으로 사업주와 서면 계약서 작성 의무화, 부당한 영업목표 미달성에 대한 계약 해지 금지 등이 제시됐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노사 분쟁이나 법정 다툼에서 사업주의 부당한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노사 양측은 이날 제시된 방안에 난색을 표했다. 경영계는 “청년고용 문제와 동떨어진 방안”이라며 “정규직 전환에만 초점을 맞춰 고용경직성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은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비정규직 사용 제한이나 위장도급 금지 등 근본적인 대책은 빠져 있다”고 반박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임금피크제, 청년세대 취업에는 도움 될 수 있다

    정부가 그제 발표한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 결렬 이후 청년 실업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더이상 노동 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에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당장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청년 고용 문제가 최악으로 빠져들 것이란 인식을 하고 있다. 5대 분야 36개 과제로 구성된 이번 노동시장 개혁의 방향은 청장년 상생 고용, 원·하청 상생 협력,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상생 촉진 등이 핵심이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316개 전 공공기관에 확대 도입하고, 민간에서도 자동차·금융 등 6개 업종부터 도입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세제 지원을 통해 하청 기업에 대한 원청 기업의 지원을 늘려 원·하청 협력을 꾀하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확대하는 등의 비정규직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8∼9월 중 ‘2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현실을 무시한 강제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은 결국 사측의 임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근거로 ‘사회 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내세우고 있지만 반론도 있다. 노조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안은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고 야당은 ‘취업규칙 변경조건 완화’와 ‘일반 해고 가이드라인’에 대해 모법(母法)에 위배되는 행정입법의 전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노조와 야당은 취업을 앞둔 젊은 세대가 아닌, 노조원들을 위한 입장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노동 개혁은 반드시 이뤄 내야 할 국가적 과제이지만 현실적으로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조가 노사 합의를 이유로 기득권만 지키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업을 못 해 좌절하고 있는 청년 세대, 앞으로 취직을 해야 할 자녀 세대들을 생각해야 할 때도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분을 청년 고용으로 모두 전환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고용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은 맞지 않는가.
  • 316개 모든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민간기업 적극 참여 유도

    316개 모든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민간기업 적극 참여 유도

    내년 정년연장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연내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임금피크제 확대를 통한 청·장년 간의 상생 고용방안 등을 담은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원·하청 상생협력,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상생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 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와 추진 일정이 포함됐다. 우선 현재 56개 공공기관에만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316개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한다. 이달 중으로 기관별 추진방안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신규 채용 목표를 오는 8월까지 설정해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민간부문에서는 조선·금융·제약·자동차 등 6개 업종별로 적용할 임금피크제 모델을 개발한다.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중점관리 대상사업장(551개)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집중 지원하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피크제 지원금도 연장할 예정이다. 기업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장년 근로자와 신규채용 청년 근로자 한 쌍당 연 1080만원(대기업·공공기관 540만원)을 2년간 지원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확보된 재원을 청년 고용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고용부는 노동조합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올해 안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우려되는 사측의 일방적인 근로조건 변경에 대해서는 “취업규칙 지침을 내놓는다 해도 사측에서 마음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상생협력기금’을 내면 출연금의 7%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하청업체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내는 경우에도 재정지원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이번 방안에는 노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 이른바 ‘쉬운 해고’라 불리는 배치전환·계약해지 등 능력중심 인력운영 시스템,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은 제외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장 임단협 시기에 맞춰 시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마련됐다”며 “오는 8∼9월 나머지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2차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사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년연장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절실한 시점에 공공기관이 앞장서 이를 도입토록 하는 정부 방침은 매우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은 고용경직성을 심화시켜 일자리 창출을 떨어뜨리는 조치”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50대 초반에 퇴직하는 현실은 개선하지 않은 채 강제적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임금삭감의 수단이 될 뿐”이라면서 “특히 노조 동의 절차를 무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은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국립대마저 ‘을의 눈물’ 외면하나요

    국립대마저 ‘을의 눈물’ 외면하나요

    #1. 2013년 10월부터 서울대 미술관에서 1년 단기 계약직 비서로 일해 온 박수정(25·여)씨. 박씨는 계약서에 명시된 비서 일 외에도 미술관 대관, 회계 업무 등 정규직 직원들이 하는 일을 분담해 왔다. 그러나 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수당이나 상여금 등의 복리후생 혜택은 전혀 받지 못했다. 월급도 최저시급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120만원. 박씨는 올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 신청을 했으나 기각돼 현재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2. 지난해 3월부터 서울대에서 기간제 셔틀버스 기사로 일하던 석모(45)씨. 석씨는 올 1월 재계약에 실패해 해고자 신세가 됐다. 하지만 해고 사유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대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해 활동했던 석씨는 “차량 감축이나 예산상 문제가 없음에도 노조 활동으로 인해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지난 4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 구제 신청하자 업무 배제 보복도 서울대가 비정규직 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내 최고의 상아탑’에 어울리지 않는 기형적인 기관별 비정규직 인력 수급과 열악한 처우 및 인사 조치 등으로 노동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서울대는 전체 교직원 3000여명의 3분의1 수준인 1000여명이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자체 직원’이라는 용어로 불린다. 자체 직원은 서울대 내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채용한 무기계약직·단기계약직을 일컫는 말이다. 비정규직 직원들은 대다수가 법인 직원들의 일을 분담하고 있지만 이른바 ‘열정페이’ 수준의 월급과 함께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해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교 측 “예산 문제… 처우 개선 논의 노력”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율도 0.3%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정진석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대분회장은 “셔틀버스 기사도 11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강행, 4~5년씩 일하고도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교 본부는 자체 직원의 문제를 각 기관의 소관으로 떠넘기며 개입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국립대가 기관에서 채용한 직원을 총장 발령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서울대는 기관 채용을 지속하고 있다. 노경찬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서울대 각 기관에 채용된 자체 직원들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이른바 ‘유령 직원’이며 문제가 발생해도 본부 측에서 책임을 기관에 떠넘긴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측은 이들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법인화 이후 채용된 법인 직원의 경우 대기업 입사 뺨치는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 자체 직원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수년, 수십년간 각 기관과 교수들에 의해 이뤄진 채용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지난달부터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근무시간 다이어트? 딴 나라 얘기랍니다 !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근무시간 다이어트? 딴 나라 얘기랍니다 !

    일부 가족친화형 기업을 빼고는 시간제·재택 근무 등의 ‘유연근무제’가 겉돌고 있다. 출산과 보육, 자기 계발을 위한 대책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 워킹맘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남모르게 가해지는 불이익 등을 우려해 신청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워킹맘 공무원이라고 다를 건 없다. 민간의 참여 확대를 끌어내려면 정부부터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7월 20일 이명박(MB) 대통령이 주재한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 회의. 2015년까지 공무원의 30%가량을 재택 근무나 모바일 근무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이용해 집이나 혹은 전용시설(스마크워크센터)에서 업무를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출산 증가와 생산성 향상, 정보기술(IT) 발전을 기대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워크는 여전히 ‘딴 나라’ 얘기다. ●유연근무제 공무원 16% 그쳐 행정자치부는 2010년 근무 형태를 다양화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총 근무시간만 채우면 일주일에 3~4일만 출근해도 되고, 출근 시간도 오전 7~10시 사이에 마음대로 선택하게 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이런 ‘파격’을 도입했으니 민(民)보다 훨씬 앞서간 관(官)의 행보였다. 육아 부담과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공무원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현실은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 때문에 신청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행자부는 올 3월 재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유연근무제 활용 결과를 부서장과 부원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당시 이재영 행자부 정책기획관은 “유연근무제가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고 저출산 극복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출근 1시간 늦출 뿐… 워킹맘 혜택 못 봐 하지만 2개월이 지난 지금 가시적인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연근무제의 ‘7가지 유형’(시간제 근무, 시차 출퇴근, 근무시간 선택, 집약근무, 재량근무, 재택근무, 스마트워크) 가운데 시차 출퇴근만 이용자가 늘었을 뿐이다. 시차 출퇴근도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추는 반쪽짜리다. 정시 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 50개 기관(15만 493명)에서 유연근무제를 단 하루라도 이용한 공무원은 모두 2만 4259명(16.1%)이다. 중복 숫자를 감안해도 많지 않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차 출퇴근(77.8%·1만 8853명)과 ‘국회 출근’으로 의미가 바뀐 스마트워크(8.3%·2003명) 이용자가 전체의 86%를 넘는다. 육아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는 재택근무 이용자는 0.6%(154명)에 불과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유연근무의 기본 전제가 정시 퇴근 보장인데 공무원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힘들다”면서 “결국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간 근로단축제 한 해 700여명뿐 민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는 주 15~30시간으로 줄여 일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법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거의 없다. 2011년 39명, 2012년 437명, 2013년 736명만 이용했다. 자신이 빠지면 주변 동료가 일을 떠맡아야 하는 데다 기업들도 그런 직원들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시간제 일자리도 정부에 등 떠밀려 하다 보니 질 나쁜 ‘파트 타임직’을 양산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17시간 미만을 일한 근로자 수는 117만 7000명(여성 74만 2000명·63.0%)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4대 보험 가입 등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과 차별 없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 의도와 다르게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 유통업체는 지난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거꾸로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촉탁직 판매와 진열 직원들을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하려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업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는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기업들에게 손해”라면서 “그러다 보니 일부 기업에서 비용을 줄이려는 꼼수가 나타나면서 시간제 일자리가 왜곡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쟁취한 재택근무… 만족도 최고 이렇듯 재택·시간제 근무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일단 그 길을 가는 데 성공한 워킹맘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주 4일 집에서 일하고 하루만 출근하는 서울시 정보기획단 소속의 최지혜 주무관은 “두말할 것도 없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최 주무관의 4살된 딸은 피부염과 아토피가 심해 어린이집도 다니지 못할 형편이었다. 재택근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휴직을 해야만 했다. 최 주무관은 “공직 분위기가 엄격해서 신청해도 받아들여질까 반신반의했는데 운 좋게 잘 풀렸다”면서 “재택근무라도 동료와 수시로 메신저로 소통하고 민원은 전화로 처리하고 있어 업무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고용센터에서 취업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양은영 주무관은 육아 휴직이 끝나고 복귀한 뒤 3년째 하루 6시간만 근무하고 있다. 전일제보다 임금은 25% 가까이 깎였지만 육아와 가사, 직장 일을 모두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양 주무관은 “시간제 근무 취지를 살리려면 그에 맞는 업무를 맡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민원 업무에 배치되면 퇴근 시간이 일러 동료들에게 (일을 떠넘기는)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여기저기서 ‘경단녀’를 채용한다고 한다. 아이 낳고 키우느라 직장을 관둔 엄마들에게 취업 문이 활짝 열린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한번 끊긴 경력을 다시 잇는 데 평균 7년이 걸린다. 어렵사리 끈을 다시 이었더라도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외국계 컨설팅사가 “한국에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이 있다”며 냉소인 듯 희망인 듯한 진단을 내놓았겠는가. 여성 근로자들은 “최고의 경단녀 대책은 처음부터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일과 가정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인프라와 분위기를 구축)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글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육아와 경력을 맞바꾼 건 지금도 후회가 없어요. 다만 평생 ‘비정규직’ 꼬리표를 달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신세는 서글픕니다.” 김인선(45·가명)씨는 A은행에서 지난해 9월부터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김씨는 ‘산전후(産前後) 대체근무자’로 채용됐다. 정규직 창구 여직원이 출산휴가를 떠나면 그 기간만큼 근무를 하게 된다. 6개월마다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그나마 이곳은 조건이 나은 편이다. 상황에 따라 최장 2년간 계약 연장이 가능해서다. #정규직은 꿈도 못 꾸는 그녀들… “정년까지 일할 수만 있다면” 김씨는 1989년 상업고등학교(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B은행에 취직했다. 만 13년을 정규직으로 근무하다 2003년 3월 퇴사했다. 자녀 양육 문제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났는데 아이를 봐주던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레 폐암으로 큰 수술을 받았어요. 비싼 돈을 주고 베이비시터도 고용해 봤지만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됐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10년 김씨는 재취업을 결심했다. 시중은행 시간제 경력직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원서를 내 봤지만 마흔이란 ‘적지 않은 나이’가 늘 걸림돌이 됐다. 어렵게 취업해도 1년 이상은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아 실업자가 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김씨는 ‘운이 좋으면’ A은행에서 2016년 9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런 김씨의 소망은 단순하다. 그는 31일 “정규직 전환은 감히 꿈꾸지도 않는다”며 “남들이 정년퇴직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A은행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다른 은행에도 원서를 내볼 생각이에요. 그런데 아마도 지금 근무하는 은행이 제 인생에서 마지막 영업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씨는 씁쓸하게 덧붙여 말했다. ‘경단녀’는 ‘경력 단절 여성’의 줄임말이다. 김씨처럼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 실업자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기혼여성(15~54세)은 971만 300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일을 하지 않는 여성은 406만 3000명(41.83%)이고, 그중에서도 경단녀가 195만 5000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를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에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pool)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대 15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2013년 여성의 경력이 단절될 경우 1인당 6억 3000만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현 정부 들어 무상보육(2013년)을 비롯해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2014년 2월), ‘여성고용 후속·보완대책’(2014년 10월) 등 경단녀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 개혁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여성고용 활성화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정권의 강한 의지다. #여성의 경력 단절로 사회적 비용 15조 날린다는데 하지만 ‘기혼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직장을 관두고 있는 것이 국내 고용시장의 현 주소다.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부족과 남성 외벌이 중심의 근로문화, 여성 중심의 가사양육 활동 고착화 때문”(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다. 실제 경단녀들이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45.9%)이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육아(29.2%), 임신·출산(21.2%), 자녀교육(3.7%)은 그 뒤를 이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대기업과 시중은행들이 2013년부터 경단녀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대기업과 시중은행 계약직은 근무 여건과 처우가 좋은 곳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단녀들은 단순 서비스 직종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 조사에 따르면 경단녀가 가장 취업을 많이 하는 업종은 경영·회계·사무직(22.5%)으로 나타났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리, 사무, 행정보조, 콜센터상담원 등이다.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 직종(17.4%)이 두 번째로 많았다. 가사도우미나 산모·신생아 돌보미, 요양보호사 등이다. 음식서비스업(9.2%)이나 경비 및 청소(8.8%), 영업 및 판매(6.1%), 미용·숙박·여행·오락(4.1%) 등의 저임금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도 적지 않다. 그마저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직장을 떠나면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7년이었다.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임시계약직(1년 미만)이 52.3%로 절반이 넘는다. 정규직은 25.2%, 상용계약직(1년 이상)은 22.5%로 조사됐다. 연령대별 계약조건 차별도 두드러진다. 30대 이하는 상용계약직(22.5%)이나 임시계약직(33.0%)보다 정규직 비율(36.1%)이 높다. 반면 40대(41.1%)와 50대(68.6%)는 임시계약직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급여 수준도 취약하다. 재취업 여성의 월평균 급여는 92만원이다. 100만~150만원 미만(42.7%, 세전 기준)이 가장 많다. 50만~100만원 미만(38.2%), 50만원 미만(12.3%)을 받는 재취업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 #정부 “여성 고용 늘려야” 기업은 “국가가 할 일” 입씨름만 원경록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사무국장은 “재취업 여성은 음식·숙박·복지 분야와 같이 진입 장벽이 낮은 사회서비스 분야에 많이 취업하는데, 근무 조건이 좋지 않고 저임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회에 다시 적응해야겠다는 욕구가 떨어져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력 단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단녀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체, 가정의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 사무국장은 “경단녀 등 고용취약계층은 입체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맞춤형 고용서비스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며 “경단녀 고용 유지를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 장려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지현 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여성노동 정책의 초점이 ‘경력 단절’이 아닌 ‘노동 지속’으로 옮겨 가야 한다”며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 유지 및 경제활동 참여를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여성고용 확대와 일·가정 양립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 권장 등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정부의 경단녀 일자리 창출 정책이) 여전히 기업부담을 전제로 한 제도 확대에 치중하는 추세여서 기업 경쟁력 저하와 경단녀 채용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공공재인 ‘보육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민간기업에 전가하는 규제”라며 “보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재원 분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여성이 가사와 양육의 전담자라는 인식의 변화가 가정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 경단녀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yium@seoul.co.kr
  • [헷갈리는 경기 지표] “가계부채·美 금리인상 가시화… 경기회복세로 보기엔 시기상조”

    최근 일부 경기 지표가 반등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평균 소비성향이 올 1분기에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소비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면서 “소비가 부진하니까 기업도 매출이 줄어 투자를 못하고 고용도 늘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이 올해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률이 저조하고 유럽도 경기가 나쁜데 엔화 약세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져 수출 감소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 고령화, 청년실업, 구조개혁, 소득불평등 등이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도 회복세를 자신하지 못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더 내리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경기회복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그런데 가계빚은 소비를 제약하는 최대 요인인 만큼 기준금리 인하에는 ‘가계빚을 더 늘리지 않으면서’라는 어려운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가계가 노후 걱정으로 지갑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소비 여력이 많은 젊은층 일자리를 늘려서 소득을 올려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계속하려면 연금, 노동시장, 세금 등에 대한 구조개혁을 계속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자산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정책을 힘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고소득층으로 돈이 몰리면서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이 돈을 못 쓰고 있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지표가 호전되기는 했지만) 내수가 여전히 취약하다”며 다음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코노미스트는 “자산시장의 온기가 일부 실물시장으로 옮겨 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가시화한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은 약해졌다”며 “경기회복 불씨에 좀 더 기름을 부으려면 금리보다는 추가경정예산 카드가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사실상 2%대로 끌어내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추경 등 현 시점에서의 추가 경기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안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시간선택제 일자리 2년 어디까지 왔나] (상)경단녀 능력 발휘 기회 확대

    [시간선택제 일자리 2년 어디까지 왔나] (상)경단녀 능력 발휘 기회 확대

    2013년 도입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보험 등 4대보험 혜택을 받으면서도, 온종일 일하는 전일제 근로를 하지 않고 4~6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짧은 근무시간 덕분에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나 은퇴한 고령자들이 다시 사회로 나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활용 사례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 등이 전문적인 능력을 살릴 수 있도록 돕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주 15~30시간 일하는 노동자를 최저임금의 120~130% 이상 지급하며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매달 80만원 한도에서 임금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사업 대상 인원은 기존 인원을 포함해 2013년 5738명에서 올해 4월 기준으로 6970명으로 증가했다. 참여한 기업도 2013년에는 328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2328개로 늘어났다. 지원 금액도 올해 1분기에만 76억 3000만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단계적으로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는 삼성전자와 근무시간을 없애고 책임 근무제를 시행하는 네이버 등 민간기업에서 유연근무제가 정착하면서 시간선택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19일 “시간선택제 시행으로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던 노동자를 안정적으로 제도권 내로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의 전일제 노동자가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26개 기업이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도입해 47명이 시간선택제로 바꿔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육아·보육(26명)을 이유로 시간선택제 근무를 희망했다. 이 밖에 학업(5명), 건강(3명), 퇴직 준비(3명), 가족 간병(1명) 등의 사유도 있었다. 이처럼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고용부가 진행하고 있는 채용박람회에서도 구직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에는 7000여명이 참가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부산·경남권에 있는 기업 등 60여개가 참여한 박람회에서는 806명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면접을 봤으며, 당일 44명이 채용됐다. 박람회장에는 30~4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고, 60대 이상의 구직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박람회를 찾은 이민희(37·여)씨는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규직 일자리인데도 짧은 시간 일할 수 있다 보니 또래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경력 단절 여성인 이씨는 첫째 아이 출산 이후에는 다시 복직해 회사를 다녔지만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이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는 오전에만 일할 수 있다고 해 (일할 만한)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러 나왔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박람회장에서 고령자 취업지원 상담을 받은 김경복(61)씨는 “하루 10시간 일하는 경비직을 하다 몸이 좋지 않아 그만뒀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박람회를 찾게됐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구직자뿐 아니라 특정 시간에 인력이 필요한 업체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박람회에 참여한 부산 온종합병원은 2013년부터 시간선택제를 도입해 현재 15명이 시간선택제로 근무하고 있다. 강성구 총무기획팀장은 “특정 시간에 환자가 붐비는 병원 특성상 짧은 시간 일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수시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부산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바늘구멍 뚫었다고 웃냐고요? 경단녀 ‘신분 격차’에 또 운다

    바늘구멍 뚫었다고 웃냐고요? 경단녀 ‘신분 격차’에 또 운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대규모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채용에 나서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금융권 일자리 창출과 경단녀 채용을 독려하는 정책 방향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바늘구멍보다 더 좁다는 재취업 관문을 뚫어야 하는 경단녀 처지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경단녀 사이에도 ‘신분 격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어디에 재취업하느냐에 따라 처우가 정규직·준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리고 있어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330명의 경단녀를 뽑는다. 국민 300명, 신한 280명, 기업 69명 등 다른 은행들도 경단녀 채용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경단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은행은 신한과 기업이다. 신한은행은 경단녀를 ‘시간선택제 RS(Retail Service·개인고객 전담) 직군’에 배치한다. 낮 12시부터 4시 30분까지 근무하는 조건으로 연봉 1800만~1900만원을 지급한다.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다. 기업은행은 정규직 이외에 ▲피크타이머(일이 몰리는 시간대에 하루 4시간 근무) ▲시간제 준정규직(특정 시간대 관계없이 하루 4시간 근무) ▲준정규직(전일제) 세 가지 직군이 있다. 피크타이머는 비정규직으로 초봉은 1300만원이다. 시간제 준정규직과 준정규직은 ‘무기 계약직’ 형태로 정년이 보장된다. 연봉은 각각 1500만원, 3000만원이다. 경단녀는 시간제 준정규직으로 채용한다. 반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경단녀는 비정규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하루 4시간씩 근무하는 ‘시간제 근로자’로 경단녀를 채용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1년이다. 단 ‘업무 성과’에 따라 1년 연장이 가능하다. 최장 2년까지 근무할 수 있지만 2년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우리은행 측은 “경단녀 출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경단녀는 더 열악하다. ▲일급제(하루 8시간 근무)와 ▲시간급제(하루 5시간 근무)로 나뉘는데 일급제 계약기간은 10개월이다. 시간급제는 2년이다. ‘종합평가 최우수 인력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대부분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은행 경단녀 재취업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일급제는 계약기간 10개월이 끝나면 국민은행에 다시 취업하고 싶어도 무조건 1년을 쉬어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 수가 워낙 많고 적체가 심한 국민은행 인력구조 특성상 경단녀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경단녀 재취업자에게 또다시 경력 단절의 좌절을 안겨주는 고용 형태”라고 지적했다. 농협은행은 연간 400~500명의 경단녀를 영업점별로 수시 채용하고 있다. 정규직 창구 여직원이 출산 휴가에 들어가면 그 앞뒤 공백을 메워주는 비정규직이다. 이른바 산전후(産前後) 대체인력이다. 6개월 단위로 최장 2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지난해 재취업에 성공한 한 경단녀는 “신분이나 보수 면에서 희비가 크게 갈리다 보니 경단녀끼리도 계급이 존재한다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원경록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사무국장은 “은행권의 경단녀 채용 확대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아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 창출은 아니다”라면서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결국 이명박 정부의 ‘고졸 채용’처럼 경단녀도 한때 유행했다가 (정권 교체와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경제 블로그] ‘무기계약직 연봉 1억’ 알고보니

    [경제 블로그] ‘무기계약직 연봉 1억’ 알고보니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어 정규직이 전혀 부럽지 않은 무기계약직이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에게도 ‘신(神)의 직장’은 존재하는 걸까요. 6일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의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1071만원입니다. 정규직 평균 연봉(7454만원)보다 3617만원 더 받습니다. 공공기관 연봉킹 한국투자공사(KIC)의 정규직 평균 연봉(1억 1034만원)보다도 많습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8482만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8316만원), 한국연구재단(7959만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7909만원) 등도 무기계약직 연봉이 높습니다. 무기계약직 평균 연봉이 5000만원 이상인 공공기관은 총 27곳입니다. 어떻게 무기계약직이 정규직보다 연봉이 높을 수 있을까요. 이유가 다소 허망합니다. 공공기관 인력을 관리하는 기재부가 정규직 정원을 늘려 주지 않아서입니다. 한전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10명 모두 전력연구원에 박사급으로 채용한 연구원”이라면서 “정부 방침상 정규직 정원을 늘리기가 쉽지 않지만 점차 정규직으로 전환 중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무기계약직 21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방향 등을 연구하는 전문직으로 몸값이 높은데 정부의 인건비 삭감 방침 때문에 정규직 인건비 예산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부분의 무기계약직은 정규직보다 처우가 열악합니다. 지난해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연봉은 3641만원으로 정규직(6295만원)보다 42% 적습니다. 무기계약직 연봉이 2013년보다 깎인 기관도 61곳(27.4%)이나 됩니다. 기재부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총 1만 1784명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비정규직은 404명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이 지나치게 고액 연봉을 주는 것은 문제지만 무기계약직 등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은 필요합니다. 노사정 대타협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사기업과 노조에 모범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