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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홀로 밤샘 작업’ 참변… 파견직 용균씨 곁엔 아무도 없었다

    ‘나홀로 밤샘 작업’ 참변… 파견직 용균씨 곁엔 아무도 없었다

    새벽 작업 중 연락두절 5시간 만에 발견 노조 “2인 1조 근무 요구 묵살당해 와” 8년간 추락·매몰 등 노동자 12명 숨져 비정규직 100인, 文대통령과 면담 요구“저는 오늘 동료를 또 잃었습니다.” 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입사 석 달도 안 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가 발전소에서 혼자 일하다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새벽 3시 20분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9, 10호기 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과 동료 등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오후 6시 발전소에 출근해 혼자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을 하다가 오후 10시쯤 과장과 통화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10시 35분쯤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과장과 팀원들은 5시간가량 지난 새벽에서야 숨진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오전 7시30분까지 근무 예정이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컨베이벨트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씨의 동료는 “지난 9월 17일 입사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친구였다”며 “2인 1조 근무 규정만 제대로 지켰다면 상황이 벌어졌을 때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노조)는 안전 차원에서 2인 1조 근무 규정을 준수하라고 발전소 측에 요구해왔지만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0년부터 이날까지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하청 노동자 12명이 추락 및 매몰 등으로 사망했다.김씨의 시신이 안치된 태안의료원에서 유족과 노조는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김씨의 유족은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에 버금가는 사건”이라며 “위험의 외주화가 죽음의 외주화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물넷 청년의 참혹한 죽음은 이날 ‘비정규직 그만쓰개 공동투쟁단’ 소속 비정규직 대표자 100인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고자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다. 숨진 김씨 또한 생전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으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화력발전소 2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 이태성씨는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죽음을 언급하며 “꽃다운 젊은 청춘이 석탄을 이송하는 설비에 끼여 머리가 분리돼 사망했다”며 흐느꼈다. 이씨는 “지난 10월 18일 국정감사에서 ‘정규직 안 해도 좋다’고,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 달라’고 말했는데도 오늘 또 동료를 잃었다”며 울먹였다. 이씨의 발언에 단상에 함께 오른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눈물을 쏟았다. KT 상용직 비정규직 노동자 김철수씨는 “차에 치여 맨홀 속으로 떨어진 동료를 제 손으로 밧줄을 채워 끌어올려 병원으로 데려갔다”면서 “동료의 손을 계속 주무르며 병원으로 향했는데 병원에선 ‘이미 현장 즉사’라는 판정을 내렸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동료의 장례를 내 손으로 치른 뒤 그 맨홀에서 다시 일을 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업체들은 (우리가) 변호사를 고용하고 나서야 뒤늦게 산업재해를 인정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돌이켰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에는 화물운송 노동자, 자동차판매 노동자, 기간제 교사, 방송드라마 스태프, 환경미화원, 대학 비정규 강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기울어진 비정규직 노동 현장의 현실을 가감없이 전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은 청와대로 초대했고, 자영업체와 중소기업체 사장은 서울 광화문의 한 호프집으로 불렀다”며 “청와대든 광화문광장이든 TV토론이든 어디서든 좋으니 비정규직 대표와도 한번 만나자”고 면담을 거듭 촉구했다. 또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사용자 처벌, 공공부문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조법 2조 개정과 파견법·기간제법 폐기 등을 요구했다. 오는 21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모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설비 점검하던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설비 점검하던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나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안전모와 방진 마스크를 착용한 김용균(24)씨가 들고 있던 손팻말에 적힌 짤막한 자기소개글이다. 김씨는 지난 1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인증샷 릴레이에 동참했다. 이 인증사진이 김씨가 남긴 마지막 사진이 되어 버렸다. 김씨는 홀로 설비를 점검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한국서부발전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 운송설비에서 한국발전기술 소속 현장운전원인 김씨가 11일 오전 3시 23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날 오후 6시쯤 출근해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를 홀로 점검했는데, 같은 날 밤 10시쯤 이후부터 연락이 끊겼다. 사고 신고 접수 후 경찰은 이날 오전 4시 45분 현장에 도착했고, 약 1시간 뒤인 오전 5시 37분엔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이 컨베이어벨트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달로 입사 3개월차였던 김씨는 1년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1년을 일하면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되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충남 태안화력발전소는 그의 첫 직장이었다. 그런데 그가 일한 곳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이지만, 그가 속한 곳은 한국발전기술이라는 외주 하청업체였다. 김씨가 일했던 업무는 원래 정규직 사원이 하던 업무였고,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다. 그러나 발전소의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1인 근무 체제로 돌아가고 있었다. 실제 현장 조사 결과 김씨가 근무할 당시 2인 1조 근무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통해 “그를 죽인 것은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다.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화, 1인 근무가 그를 죽였다. 사고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 지회가 이날 공개한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주요 안전사고·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모두 12명의 하청노동자가 추락·매몰·전복사고와 김씨와 같은 협착사고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벨트는 사고 위험이 높은 시설에 속한다. 이 시설을 점검하는 일을 입사 3개월차인,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에게 맡긴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경찰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박용훈 근로감독관은 “하도급 회사들은 수익구조가 열악하다 보니 인력을 줄여 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회사의 법규 위반 여부에 중점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촉구하기 위해 ‘비정규직 공동투쟁’ 소속 비정규직 대표자 100인이 연 기자회견은 김씨의 사망 소식에 분위기가 숙연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의 이태성 간사는 “이제 더는 제 옆에서 죽어가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문 대통령은 새해 초에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얘기했는데 하청노동자인 우리도 국민이다. 비정규직과 대화해달라”고 흐느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은 “줄어드는 노동시장 이동성, 성장 잠재력 갉아먹어”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갈수록 심화되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박광용 부연구위원과 황인도 전 연구위원,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10일 BOK 경제연구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종업원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와 그 이하 사업체의 임금 격차는 1980년 1.1배에서 2014년 1.7배로 커졌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옮기는 것도 더욱 어려워지는 추세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1년 후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3.6%에서 2015∼2016년 2.0%로 축소됐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5.6%에서 4.9%로 하락했다. 임금 격차는 커진 반면 노동 이동성은 줄어 이중 구조가 심화했다는 의미다. 이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임금 격차를 보여 주는 상·하위 10%의 근로소득 배율은 2016년 기준 4.50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1배)을 훨씬 웃돈다. 임시직의 3년 후 상용직 전환율은 22%로, 네덜란드(70%)나 스페인(46%) 등에 큰 차이로 뒤진다. 보고서는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 이중 구조를 개선한 정책 사례를 분석한 뒤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는 한국 경제의 지속적·안정적 성장을 위해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라면서 “노사정 등 사회의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 이중 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짱깨·짭새·식모·청소부·아가씨…누군가 들으면 불편한 호칭들

    짱깨·짭새·식모·청소부·아가씨…누군가 들으면 불편한 호칭들

    서울교통공사의 조리원들은 최근 ‘찬모’라는 호칭에 마음을 다쳤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0월 17일 서울교통공사 인사처장 김모씨의 배우자가 정규직 전환 명단에서 빠진 사실을 비판하면서 “김씨의 부인은 서울교통공사 식당 찬모로 무기계약직이었지만 정규직이 됐다”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는 ‘찬모’가 ‘남의 집에 고용돼 주로 반찬 만드는 일을 맡아 하는 여자’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찬모는 반찬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을 여성으로 국한하는 데다 과거 신분제 시대의 인식이 가득 들어 있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찬모’라는 표현을 계속 써 가며 채용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복했다.●흔히 들을 수 있는 인격 비하 호칭들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호칭 가운데 인격을 비하하는 표현이 적지 않다. ‘찬모’라는 표현도 그중 하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권 감수성이 높아졌는데도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신분제 사회에서나 쓸 법한 호칭들이 아직 우리의 언어생활 속에 ‘적폐’처럼 남아 있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조리원인 최모(55)씨는 “요즘에는 일반식당에서도 ‘아줌마’라고 부르지 않는데, 공공기관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아직 찬모로 불린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펐다”고 떠올렸다. 이어 “학교 급식을 조리하는 노동자들이 파업했을 때 한 의원이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표현했던 적이 있다”면서 “이런 언어 습관이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는 것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가사 도우미’를 ‘식모’라고 부르는 것도 인격 비하가 될 수 있다. 청소부와 배달부를 각각 환경미화원과 집배원 등으로 바꾼 것도 그들의 ‘노동 인권’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일하는 김모(30)씨는 “분리수거를 하는 미화원을 ‘분리수거 아저씨’라고 부르고, 쓰레기 수거 업체 직원을 ‘쓰레기 사장님’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회사에서 의무 고용하는 장애인들과 식사를 할 때 ‘미화팀’이 아닌 ‘장애인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면서 “뒤늦게 이런 호칭이 잘못됐다는 점을 깨닫고 지금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라디오 작가 일을 하는 캐나다 시민권자 이모(36)씨는 “한국에서는 호칭 없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어색하고, 호칭 속에 자연스레 상하 관계가 내포되고 갑을 관계까지 설정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로 이름을 부르면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 ‘님’이고 누군 ‘아저씨’ 직업명 뒤에 붙는 호칭도 직업별로 다른 경우가 많다. 의사, 판사, 검사, 교수 뒤에는 ‘님’자를 붙이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환경미화원,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에는 ‘아저씨’가 따라온다. ‘의사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군인 선생님’이라곤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노동 조건이 달라서 이런 호칭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특정 직종에 대한 노동 조건이 낮아서 호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면서 “‘님’자가 붙지 않는 직종 종사자들을 ‘님’자가 붙는 직종 종사자와 같은 대우를 해 주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의 취지처럼 교수와 미화원을 동등하게 대한다면 직업 명칭이나 호칭으로 비하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하 교수는 또 “노동자라는 표현만 해도 그렇다”면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들도 노동자(worker)로 인식한다”면서 “노동조건 격차가 개선되지 않으면 호칭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칭이 애매할 때는 무조건 ‘아줌마’나 ‘아저씨’로 불리는 사람도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관공서와 식당과 같은 서비스·판매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6.6%가 ‘아저씨·아주머니(아줌마)’ 등으로 불렸을 때 ‘불쾌하다’고 답했다. 응답률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37.8%가, 여성은 58.4%가 각각 ‘불쾌하다’고 답했다. ‘여기요·저기요’라고 불렸을 때 불쾌하다는 응답률도 33.9%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설문조사에서는 ‘식당이나 마트 등 서비스 기관과 주민 센터, 병원 등의 공공기관에서 손님이나 방문객이 기관 직원을 부를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복수응답 허용)라는 물음에 ‘직함’(과장, 주임 등)이 30.1%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선생님 19.4%, OO님(이름+님) 17.3%, 여기요·저기요 11.6% 순이었다. 아주머니·아저씨는 2.1%, 어머님·아버님은 0.8%에 그쳤다. ●남편 쪽 식구만 높여 부르는 호칭 차별 결혼 5년차인 신모(34)씨는 결혼 후 시어머니에게 “남편의 동생을 ‘성민씨’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물었다. ‘도련님’보다는 성민씨가 동등한 호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그건 좀 아니지 않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결국 신씨는 둘이 있을 때는 서로 이름을 부르고, 시댁 어른 앞에서는 ‘도련님’이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도련님’이라는 표현을 거북하게 느끼는 신씨는 빠른 발음으로 ‘도련’만 말하고 ‘님’자를 흐리는 ‘호칭 전략’을 쓰기도 한다. 신씨는 “남편이 제 여동생에게 처제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왜 여성들만 도련님이라고 부르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편의 여동생을 지칭하는 호칭도 논란의 대상이다. 결혼을 앞둔 안모(27)씨는 ‘아가씨’라는 표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안씨는 “내가 무슨 조선시대 하녀도 아닌데 남편의 여동생에게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안씨의 어머니인 윤모(52)씨는 “아이를 낳으면 아이 이름을 활용해 편하게 부를 수 있으니 그때까지만 참으라”고 달랬다. 그때가 되면 아가씨를 ‘고모’, 도련님은 ‘삼촌’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호칭을 생략하려고 눈치작전을 벌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주버님’이라는 호칭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결혼 3년차 김모(33)씨는 호칭을 생략하고 말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아주버님, 식사하셨어요?”가 아니라 “식사하셨어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김씨의 남편도 처가에 가면 가급적 호칭을 빼고 부른다. 김씨는 “남편이 새언니(오빠의 아내)를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게 너무 어색하다고 한다”면서 “서로 불편하니 말을 하지 않거나 호칭을 빼고 불완전한 문장으로 말한다”고 설명했다. ‘시댁’과 ‘처가’,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도련님’과 ‘처남’, ‘아가씨’와 ‘처제’ 등 시가와 친가의 호칭 차별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명절에 성차별 언어나 관행을 겪었다는 응답자는 83.2%에 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국민 신문고에도 차별적인 호칭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한 청원인은 “여성이 결혼 후 불러야 하는 호칭 개선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3만여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그는 “여성이 결혼 후 시댁에서 부르는 호칭에는 대부분 ‘님’자가 들어간다. 심지어 남편의 결혼하지 않은 여동생과 남동생은 ‘아가씨’와 ‘도련님’이라고 우대한다. 하지만 남성이 결혼 후 처가에서 부르는 호칭에는 ‘님’자가 붙지 않는다. 장모·장인·처제·처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남성중심적인 시대상이 반영된 호칭이 여성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립국어원의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 실태 조사’에 따르면, 10~60대 국민 4000명 가운데 65.8%가 배우자의 동생을 부르는 호칭을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립국어원은 지난 11월 가족·친지 간 언어예절 개선방안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남편의 아래 동기를 부르거나 가리키는 말로 ‘도련님(미혼), 서방님(기혼)’이나 ‘아가씨(미혼·기혼)’를 쓰고 있는데 계속 유지해야 할까요. 아니면 바꿔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5700명 가운데 4945명(86.8%)이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남성(56.8%)과 달리 여성은 93.6%가 바꾸는 것에 동의했다. ‘시댁’에 대응해 ‘처댁’이라는 말을 ‘성(性) 대칭적’으로 새로 만들어 써야 할지를 묻는 조사에서도 여성 91.8%, 남성 67.5%가 ‘된다’고 답했다. ●“내년 상반기 권고안 내놓을 것”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 말 2020년까지 진행할 범정부 가족정책인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가족 호칭 개선 작업을 추가했다. 국립국어원도 지난해 실시한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진행한 ‘표준언어예절’ 손질 방안 연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검토 작업 후 다음주쯤 가족 내 호칭과 관련한 연구 내용을 여가부로 넘길 예정이다. 여가부는 국민이 국립국어원의 연구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12월부터 한 달 정도 국민권익위원회 등과 함께 실시하기로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젊은 세대 여성에게 가족 호칭은 단순히 불편한 정도를 뛰어넘었다”면서 “호칭은 법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문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쯤에는 권고안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가정에서 활용할 때 이런 방법으로 해 보면 어떻겠냐는 식으로 권고안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네팔서 귀국 윤장현 전 시장…검찰, 공항서 휴대폰 압수

    네팔서 귀국 윤장현 전 시장…검찰, 공항서 휴대폰 압수

    10일 오전 10시 檢출석…부정 채용·선거법 혐의로 조사 침통한 표정 尹 “검찰서 소명하고 책임질 일 책임질 것”권양숙 여사 사칭 사기 사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전환된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네팔에서 9일 귀국했다. 검찰은 공항에서 윤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20여분간 조사했으며, 10일 오전 10시 전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윤 전 시장은 이번 사건의 경위와 배경 등을 묻는 뉴시스 기자에게 침통한 표정으로 “(검찰에서) 자세하게 소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앞서 변호인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윤 전 시장은 전날 밤 카트만두 공항을 출발해 예정 시각보다 조금 이른 이날 오전 4시 42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윤 전 시장은 지난달 16일 의료봉사를 위해 네팔로 출국했으며 봉사활동 일정이 끝난 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체류 중이었다. 권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씨가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에 4억5천만원을 사기당한 윤 전 시장에게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광주지검은 지난 7일 김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4억 5000만원의 출처와 지방선거 당내 공천을 앞두고 돈을 보낸 이유 등에 초점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 김씨가 자신의 자녀들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고 속여 취업 청탁을 하자 윤 전 시장이 광주시 산하기관, 사립학교 임시직·기간제 교사 채용과 관련해 관계자에게 부탁 전화를 한 정황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해당 산하기관과 사립학교를 압수수색했고, 양쪽 관계자 5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조사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은 김씨 아들의 임시직 계약 기간이 만료될 무렵 정규직 전환을 타진했으나 해당 기관 관계자가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만류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공천 대가라면 은밀한 거래인데 수억원을 대출받아서 버젓이 내 이름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며 “말 못 할 상황에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는 말에 속아 보낸 것뿐이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경찰, 김천시청 점거 민노총 노조원 100명 조사

    경북 김천경찰서가 김천시청사와 시장실 점거 농성을 한 민주노총 간부 등 노조원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조사 대상자는 지난 10월 30∼31일 김천시장실 점거 간부 5명과 시청 본관 로비 점거 80여명, 시청 앞 불법 집회 10여명, 공무원 폭행 1명 등 모두 100여명이다. 이들은 김천시 통합관제센터 계약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경찰은 우선 시장실 점거 간부 5명을 조사해 검찰에 집회 및 시위법 위반(불구속 입건) 승인을 건의해 결과에 따라 다음 주 초 불구속입건 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다. 또 공무원을 때린 노조원 1명도 폭행혐의로 입건해 조만간 불구속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시청 본관 로비를 점거해 이틀간 농성을 벌인 80여명의 노조원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충섭 김천시장이 고소한 시청 앞 불법 집회 노조원들도 조사한 뒤 집회 및 시위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분할 방침이다. 김주환 김천경찰서 수사과장은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해 불법 시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시장실 점거와 공무원 폭행 건은 승인을 받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오늘도 ‘희망고문’

    국립대병원 소속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성과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국립대병원 최초로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원·하청 공동파업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던 다른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꿈도 함께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6일 고용노동부와 의료연대본부, 보건의료노조 등에 따르면, 치과대병원을 제외한 서울대·강원대·충북대·충남대·전북대·전남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제주대 등 10개 국립대병원 가운데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10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정규직 전환 계획인원은 4324명이다. 부산대병원에서 계획인원 697명 중 불법파견 의심을 받던 188명이 우선적으로 전환된 것을 제외하면 전환자는 0명이다. 서울대병원은 다른 국립대병원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정규직화 방식이 시선을 끌었지만 노사는 ‘일방적으로 정규직 전환 방식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합의에 그쳤다. 노동계는 “서울대병원에서 정규직까지 파업에 동참했는데도 직접고용 전환을 얻어내지 못했다”며 “다른 국립대병원에서도 정규직화 논의가 평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른 국립대병원 관계자도 “모두 다 서울대병원 파업 결과만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국립대병원에서 직접고용을 합의한 후 세부적인 시기와 대상 등에 대한 논의만 남았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립대병원을 산하기관으로 두는 교육부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직접고용을 합의하고 노사 및 전문가 협의체에서 시기와 대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전남대병원도 직접고용을 합의하고 세부내용을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산대·전남대병원 측은 “직접고용이냐 자회사 전환이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의 재정 적자가 심화되고 있어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직접고용을 하면 퇴직금이나 수당 등에서 정규직과 차등을 두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발표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용역업체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지현 의료연대본부 조직국장은 “보통 1년씩 계약하던 병원과 용역업체가 6개월씩 계약하고 있지만 전환 시점은 미뤄지고 있다”며 “2017~19년 서울대·충북대·경북대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정년퇴직 대상자만 70여명”이라고 지적했다. 내년이면 정년이 되는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김모씨는 “자식 세대를 생각해서 책임감으로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로 전환되면 현재 하청과 다를 바가 없다”며 “대부분 50대 이상이 청소일을 하기 때문에 지금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퇴직금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 핑계를 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공무원 증원’ 3000명 줄이고…내년 9월 아동수당 7세로 확대

    새달부터 만0~5세 모든 아동에 월 10만원 세수부족 4조 국채발행해 연내 조기 상환 일자리 예산 6000억 삭감… SOC 확대키로 ‘광주형’ 표현 뺀 사회통합 일자리에 220억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9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에게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내용 등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6일 합의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4일 넘기고, 제2 야당인 바른미래당을 합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진통 끝에 만든 결과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이 포함된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470조 5000억원의 전체 예산 중 삭감액은 5조 2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중 일자리 예산은 5500억~6000억원, 남북경제협력기금은 1000억원 정도 깎였다. 반면 약 18조 5000억원이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확대 조정키로 했다. 여야 모두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아동수당 지급 대상 범위 확대에 뜻을 모았다. 아동수당은 내년 1월부터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 0세에서 만 5세까지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된다. 같은 해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최대 생후 84개월)으로까지 늘린다. 정부는 아동수당·출산장려금·난임치료 확대 등 출산제도 지원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국가직 공무원은 필수인력인 의경 대체 경찰인력 및 집배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제외하고 정부의 증원 요구 인력 중 3000명을 감축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증원 인원은 예년 수준인 1만 4000명 정도다. 근로장려세제(EITC)는 정부안을 유지하되 지난 9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따른 종합부동산세는 조장대상 지역 내의 2주택에 대한 세부담 상한을 200%로 완화하기로 했다. 예산안 합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4조원 세수 결손 문제는 정부가 올해 말까지 국채를 조기에 상환키로 했다. 동시에 내년 국채발행 한도는 정부 예산안보다 1조 8000억원만 추가 확대한다. 이 밖에 고용보험의 구직급여 지급수준 상향(평균임금의 50%→60%) 및 지급기간 연장(90일~20일→120일~270일) 등 보장성 강화 방안은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내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지방소비세는 지방의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 현행 부가가치세의 11%에서 15%로 인상한다. 또 ‘광주형 일자리’로 알려진 사회통합형 일자리 관련 예산 220억여원도 반영했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무산될 위기인 데다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적용할 가능성을 반영해 광주라는 표현을 뺐다. 핵심 쟁점이었던 정부 특수활동비 삭감은 합의안에 담기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가 이미 특활비 22.5%를 삭감한 안을 국회로 보내왔다”며 “야당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삭감에 한계가 있다는 쪽으로 이해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실력주의가 낳은 학벌사회의 역설

    실력주의가 낳은 학벌사회의 역설

    실력, 결국 승자들 세습으로 이어져 직업과 보상 사이 연결고리 줄여야‘기회의 균등과 정당한 노력, 실력에 대한 온전한 보상.’ 이른바 행복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누이 강조되는 핵심 키워드다. 그런 달콤한 구호와 실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과 차별은 갈수록 심해진다. 양극화, 부의 대물림, 신분 고착화, 정의에 대한 불신…. 열심히 노력해도 왜 여전히 불행할까.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광주교대 학급경영연구소장이 쓴 이 책은 그 의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갖은 노력을 기울여도 문제가 악화된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원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거나, 잘못된 진단에 따른 잘못된 처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책은 후자에 기울어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실력주의’를 강하게 비판한다. 실력주의야말로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콕 집어 지목한다. ‘개인의 실력에 따라 사회적 재화를 배분하는 사회.’ 그 실력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이렇게 유지돼 왔다. ‘실력주의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며,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하다.’ 정부의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실력주의를 ‘무한경쟁의 승자독식’이라고 잘라 말한다. 더 완벽한 실력주의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사회와 교육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보고 있다.실제로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폐해는 곳곳에서 등장한 ‘신세습’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특정 명문대 졸업생의 법조계 장악을 막기 위해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만 보더라도 법조인 세습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지적된다. 고소득 기업인 집안 출신은 로스쿨, 법조인 집안 출신은 사법연수원으로 이전보다 더 많이 몰리고 있는 추세다. 학벌 타파를 명분으로 내건 국가고시 제도 개혁안도 마찬가지다.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들에서 인턴제를 비롯한 다양한 특별 채용제 도입을 통해 고위직 세습 경항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심층면접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 수도권 대학 위주의 신학벌주의를 탄생시켰다. “학벌을 타파하면 실력주의가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력주의가 학벌사회를 만든 원인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 문제도 실력주의로 연결한다. 그러면서 개개인의 실력 형성 과정은 도외시한 채 실력 중심의 평가방법과 제도에만 골몰하면서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를 계속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청년들은 실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차별과 배제를 정당하다고 여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역차별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이룬 것은 모두 자신이 노력한 결과이므로 자신의 것이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세금을 내야 할 때 내 것을 빼앗기는 생각이 들어 편법, 탈법을 동원해서라도 피하려 든다는 것이다. 저자의 지론은 결국 ‘신실력주의 사회’라는 대안 제시로 귀결된다. 실력과 대학, 직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되 직업과 보상 사이의 연결 고리는 줄이자는 것이다. 근로 의욕은 유지시키면서 직업 간 사회적 재화 분배 차이를 줄이는 제도적·사회문화적 보완 장치가 마련된 ‘근로의욕 고취형 복지사회’로 요약된다. 여기에는 누진소득세, 최고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임금체계 개혁, 저소득층 조세 감면, 마이너스 소득제, 임금보호 제도, 기부문화 확산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실력주의’란 용어를 만든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1915~2002)은 ‘실력주의 사회 도래’(1958년)에서 이렇게 경고했었다. “실력주의 사회의 끝은 사회 붕괴다. 실력주의에 대한 환상을 깨라.” 저자는 그 경고에 이런 말을 얹는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성취한 결과물이므로 혼자 다 누려도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난다면 자신이 누리고 있는 어떤 종류의 결실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타인과 나눈 것이 실력주의의 순수한 목적에도 더 부합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내년 9월 아동수당 7세까지 확대… ‘공무원 증원’ 3000명 감축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9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에게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내용 등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6일 합의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4일 넘기고, 제2 야당인 바른미래당을 합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진통 끝에 만든 결과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이 포함된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470조 5000억원의 전체 예산 중 삭감액은 5조 2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중 일자리 예산은 5500억~6000억원, 남북경제협력기금은 1000억원 정도 깎였다. 반면 약 18조 5000억원이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확대 조정키로 했다. 여야 모두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아동수당 지급 대상 범위 확대에 뜻을 모았다. 아동수당은 내년 1월부터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 0세에서 만 5세까지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된다. 같은해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최대 생후 84개월)으로까지 늘린다. 정부는 아동수당·출산장려금·난임치료 확대 등 출산제도 지원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국가직 공무원은 필수인력인 의경 대체 경찰인력 및 집배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제외하고 정부의 증원 요구 인력 중 3000명을 감축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증원 인원은 예년 수준인 1만 4000명 정도다. 근로장려세제(EITC)는 정부안을 유지하되 지난 9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따른 종합부동산세는 조장대상 지역 내의 2주택에 대한 세부담 상한을 200%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세대 1주택자의 보유기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5년 이상 보유시 50%로 상향(연령에 대한 세액공제율과 합해 최대 70%)하는 방안을 반영해 세입예산 부수법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했다. 예산안 합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4조원 세수 결손 문제는 정부가 올해 말까지 국채를 조기에 상환키로 했다. 동시에 내년 국채발행 한도는 정부 예산안보다 1조 8000억원만 추가 확대한다. 이밖에 고용보험의 구직급여 지급수준 상향(평균임금의 50%→60%) 및 지급기간 연장(90일~20일→120일~270일) 등 보장성 강화 방안은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내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지방소비세는 지방의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 현행 부가가치세의 11%에서 15%로 인상한다. 핵심 쟁점이었던 정부 특수활동비 삭감은 합의안에 담기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가 이미 특활비 22.5%를 삭감한 안을 국회로 보내왔다”며 “야당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삭감에 한계가 있다는 쪽으로 이해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단독] “육아휴직 대체자라니” 코이카 정규직 전환 배제 논란

    [단독] “육아휴직 대체자라니” 코이카 정규직 전환 배제 논란

    전환 명단에 용역업체 직원 2명 제외 발표 이틀 전에야 개별 통보 받아 해당 직원 “공고·계약서에 언급 없어” 코이카 “용역업체·노동자들 간 문제”최근 정규직 전환 심사대상을 확정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가 육아휴직 대체자라는 이유로 용역업체 직원 2명을 심사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심사대상에서 제외된 2명은 “육아휴직 대체자라는 사실을 명단 확정 이틀 전에야 알았다”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5일 코이카와 용역업체 등에 따르면, 박모(39·여)씨와 이모(40·여)씨는 지난 6~7월 코이카에서 컨설턴트 업무 등을 도급으로 하는 용역업체에 채용돼 일을 해 왔다. 이들은 코이카가 외교부 산하의 정규직 전환 대상인 공공기관이며, 지난 10월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해 설문조사와 투표까지 직접 했기 때문에 전환심사 대상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컨설턴트 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용역업체 소속)은 이들에게 “육아휴직 대체자로 채용된 것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개별 통보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육아휴직 대체자는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다. 이씨 등은 “채용공고와 근로계약서는 물론 구두로라도 육아휴직 대체자라는 점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항의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채용공고문과 근로계약서에 육아휴직 대체자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어 “11월 말까지 육아휴직 대체자가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코이카 관계자는 “전환심사대상자 명단도 이미 지난 9월쯤 전환협의를 함께해 오던 용역업체 측 근로자 대표(팀장)에게 넘겨 모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용역업체 측은 “팀장과 용역업체 본사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그동안 정규직 전환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씨와 박씨는 코이카 측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확정된 심사대상명단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씨는 “코이카는 육아휴직 대체자를 뽑을 때 채용공고에 명시해 왔다”며 “정규직 전환으로 민감한 시기에는 용역업체를 더 관리·감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코이카는 이번 문제가 용역업체와 해당 노동자들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코이카 관계자는 “용역업체의 채용까지 간섭하기는 어렵다”면서 “육아휴직 대체자를 심사대상으로 구제하면 정부 가이드라인을 어기게 돼 오히려 채용비리가 된다”고 말했다. 글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광명도시공사, 사회적 약자 등 37명 정규직 전환

    경기 광명도시공사는 5일 광명동굴에서 근무 중인 비정규직 근로자 3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직원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정규직 전환을 축하하는 자리로 전환근로자 처우개선 내용을 설명하고, 사장과의 소통 시간 등으로 진행됐다. 공사는 지난 1일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광명동굴 비정규직 근로자 74명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심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모두 3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번 정규직 전환은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엄정한 근무평가와 외부 면접관제를 도입하는 등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규직 전환과정을 거쳐서 진행됐다. 특히 공사는 전환근로자 37명 중 11명을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한부모가족·경력단절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해 전환했다. 또 공사는 이달 내 이번 정규직 전환과 별도로 무기직 경쟁채용을 통해 추가 인력을 선발할 예정이다. 김종석 사장은 “공사는 광명시 시정운영 방침과 현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 ‘차별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를 적극 실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우선 채용하고, 비정규직 고용안정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청와대 앞 단식농성’ 잡월드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합의

    ‘청와대 앞 단식농성’ 잡월드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합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지난 21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오던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0일 사측과 자회사 전환에 합의했다. 공공운수노조는 30일 “고용노동부가 배석한 가운데 29일부터 30일 새벽까지 16시간동안 교섭한 끝에 한국잡월드와 잠정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따르면 한국잡월드 분회 조합원 140여명 전원을 한국잡월드의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2020년까지 고용 및 처우개선을 포함한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직접고용을 바로 쟁취하지 못한 큰 아쉬움이 남지만 공개 채용 응시를 요구하며 해고로 내몰던 사측의 시도를 저지하고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잡월드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노사 갈등을 빚어 왔다. 사측은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자회사 정규직 전환 방식을 주장하며 다음달 1일 공개채용을 통한 채용을 추진했다. 이에 비정규직 노조원 140명은 “공개채용 방식은 비정규직을 해고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 한국잡월드 직원 약 400명 가운데 정규직은 50여명, 용역·파견 등 비정규직은 338명이다. 특히 청소년 대상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사 270여명은 1~2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경단녀도 ‘고용참사’… 재취업 51만명 급감

    경단녀도 ‘고용참사’… 재취업 51만명 급감

    재취업 19.6% 줄어 역대 최대폭 감소 통계청 “시간제 일자리 축소 큰 원인” 2016년 14.7%→올해 3.6%로 추락 15~54세 직장 포기, 결혼·육아·출산 順 “육아 때문” 33%로 비중 높아지는 추세결혼·출산·육아로 취직과 재취업이 어려운 여성들이 올 들어 계속되는 ‘고용 참사’로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여성이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늘었고 재취업에 성공한 경력단절여성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정책 영향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경력단절여성의 주요 재취업 통로인 시간제 일자리의 증가폭이 고꾸라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경력단절여성은 총 184만 7000명으로 1년 새 1만 5000명(0.8%) 늘었다. 경력단절여성은 15~54세 기혼 여성 중 결혼, 임신·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돌봄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다. 비취업 여성(345만 7000명) 중 경력단절여성 비율은 20.5%로 0.5% 포인트 높아졌다. 일하고 싶은 경력단절여성은 늘었지만 재취업은 더 힘들어졌다. 경력단절여성 중 구직 단념자는 1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00명(-3.7%) 줄었다. 하지만 경력단절 이후 다시 일자리를 찾은 여성은 208만 3000명으로 50만 7000명(-19.6%)이나 급감하면서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체적으로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데 그 안에서도 시간제 근로자 증가폭이 둔화돼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여건이 나빠졌다”면서 “과거 정부에서는 시간제 일자리를 정책적으로 늘렸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함께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시간제 근로자 수요가 많은 산업에서 취업자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년 대비 여성 시간제 근로자 증가율은 2016년(8월 기준) 14.7%에서 2017년 6.9%, 올해 3.6%로 추락했다. 경력단절의 이유는 결혼이 34.4%로 가장 높았고 육아(33.5%), 임신·출산(24.1%), 가족돌봄(4.2%), 자녀교육(3.8%)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육아만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정부가 각종 육아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증거다. 빈 과장은 “출산 휴가 등이 확대되면서 임신·출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은 줄어들지만 육아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아 결국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김현미 “코레일, 안전사고 조치 미흡…기강해이 성찰해야”

    김현미 “코레일, 안전사고 조치 미흡…기강해이 성찰해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잇따르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열차 안전사고와 관련해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고 사고 발생 이후 조치가 매우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김 장관은 코레일의 철도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국토부 자체 감사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3개 산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난 현 시점에 우리 스스로가 관행에 익숙해지고 관성적인 업무태도를 갖게 된 것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무 추진과정에서 말실수를 한다거나, 기강이 느슨해져서 안전 관리 등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김 장관은 코레일 오영식 사장에게 최근 발생한 오송역 인근 단전사고 및 도색 작업자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최근 1주일 동안 6차례나 고장과 사고가 발생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국토부 장관으로 부임하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바로 철도 선로작업 도중 돌아가신 분의 빈소였다”며 “철도 안전관리 시스템을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고 예방이 우선이지만 사고 이후에도 신속한 복구와 안내를 통해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표준화된 대응 매뉴얼 마련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최근 발생한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사고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에 “비주택 거주자가 가전제품과 가구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으로 공공임대 입주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세심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는 “신규채용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부정 채용은 없었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공정한 임용이 이뤄지도록 내외부 통제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7월 이후 4개월 만에 열린 이번 공공기관장 간담회는 ‘군기잡기’ 성격이 강했다. 김 장관은 “각 기관장은 정부와 각 기관 간에 사전에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 공개됨으로써 정책 혼선을 야기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달라”고 덧붙였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홈플러스, 올해 협력직원 1200명 정규직 전환

    홈플러스가 올해 무기계약직과 협력직원 등 약 1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만 12년 이상 장기근속 무기계약직 사원 약 600명을 다음달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홈플러스㈜ 소속 108개 점포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근무하는 만 12년 이상 근속 사원 1000여명 중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는 직원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희망자를 지원받아 선정했다. 이들은 현재 정규직 발령을 위한 현장직무교육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홈플러스스토어즈㈜ 33개 점포 소속 만 12년 이상 장기근속 무기계약직 사원 43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와 2008년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스토어즈㈜ 2개 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는 각 점포에 파견 근무 중인 경비 용역업체 소속 보안 팀장들 중 올해 말 계약 종료 예정인 이들을 홈플러스 소속 정규직 직원으로 특별채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전환자를 모두 합치면 올해 홈플러스 정규직 전환 직원 수는 모두 1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규직 전환자들의 급여는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의 연봉체계를 따르며, 그동안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받았던 근속수당은 새롭게 적용받는 연봉에 모두 반영된다. 여기에 새롭게 추가되는 ‘직책수당’까지 합치면 사실상 연봉 인상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게 홈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영업규제와 시장환경 변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경영여건을 함께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노사 간의 적극적인 대화의 결과물”이라면서 “노사가 화합해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발 맞출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김포시, 지방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한다

    김포시, 지방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한다

    경기 김포시는 김포시 내 지방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16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채용청탁과 부당지시 등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해 지방공공기관 대상 채용비리 특별점검에도 최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정의 비리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실시하게 됐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10월 1일 이후 모든 신규 채용자와 2014년 이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기관장 등 임직원 채용청탁·부당지시와 인사부서의 채용업무 부적정 처리여부를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시 채용비리 전수조사단은 다음달 12일까지 1차 전수조사를 한다. 1차 전수조사 결과 비위혐의가 높거나 주요 제보 사안 위주로 행정안전부와 합동으로 심층조사를 한다. 이재국 감사담당관은 “지방공공기관 채용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전수조사를 실시해 채용비리가 적발된 기관은 경영평가 감점과 평가등급 조정 등 페널티를 부여하고 비위연루자를 엄정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용비리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용비리 신고센터와 김포시의 익명신고 레드휘슬 헬프라인(www.redwhistle.org)을 운영하고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 성료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위원장 봉양순, 노원3)는 11월 1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국 언론노조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부 및 서울시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평가하고, TBS 프리랜서 비정규직의 고용모델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다. 토론회는 이준형 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김민영 TBS 기획조정실 주무관의 발제와 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 이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 지부장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봉양순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사람이 살면서 당연한 권리인 ‘임신’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방송 산업 비정규직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외면을 받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새롭게 시작하는 민생실천위원회에서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비정규직의 고통을 함께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석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방송업계 인력 절반을 차지하는 43.3%가 프리랜서 비정규직인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윤기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8월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프리랜서 권익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조례’가 실제로 프리랜서 비정규직의 권익보호와 지위향상의 법적 근거로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축사를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기업 특집] 한국수력원자력, 정규직 전환·체험형 인턴… 동반성장 팔 걷어

    [공기업 특집] 한국수력원자력, 정규직 전환·체험형 인턴… 동반성장 팔 걷어

    한국수력원자력이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고 602명을 신규 채용한 데 이어 올해는 ‘일자리 창출 종합 계획’을 수립해 이를 체계화하고 있다.21일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6월 사회적 가치,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자리창출·국정과제추진실’을 신설했다. 이어 차별 없는 처우 개선을 위해 노사 협의체를 구성한 뒤 파견·용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체험형 인턴사원 등 청년 구직자를 위한 다양한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자리 창출과 밀접한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동반성장협력대출 기금 조성 등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울산시와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 등과 공동으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현장 일자리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9월에는 채용박람회도 열었다. 채용박람회에는 지역의 구직자 1000여명과 22개 업체가 참가해 1대1 면접 반식으로 100여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 최근 한수원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임직원 등 사내 인적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난 3월 사내벤처 공모를 진행해 현재 2개의 사내벤처가 운영되고 있다”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5월에는 사내벤처 운영지침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고용세습 국정조사 제대로 해 공정성 확보해야

    여야가 그제 공공부문(공기업,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과 강원랜드의 채용비리 의혹 등이 이번 국조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교통공사 협력업체,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에서도 고용세습이 공공연히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조사에 포함될 전망이다. 고용세습은 반드시 청산해야 할 구태이자 적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필요하나 편법 꼼수가 판치면서 취업 절벽에 선 구직자들의 가슴은 피멍만 들고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고용세습 세력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필요하다면 실명 공개도 검토해야 한다. 한데 여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번 국정조사가 ‘차기 대선 주자 흠집내기용’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마치 권력형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민생을 인질로 삼은 야당의 정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자칫 국정조사가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 여야 모두 정치적 이해를 떠나 오로지 고용세습의 실상을 밝히는 데 매진하길 바란다. 정부도 이참에 현대차 협력사에서 확인된 고용세습 등 민노총 산하 노조가 관여된 고용세습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그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1차 자동차부품 협력사인 S사가 노조의 요구로 2011~2013년과 올해 노조 조합원의 자녀와 친인척 등 40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채용 우선순위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1∼3순위는 회사 현직 및 퇴직자의 자녀, 친인척, 지인이고 일반 청년은 4순위였다고 한다. 노조에 연줄이 없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어 간 도둑질과 다를 게 없다. 정부는 단체협약을 통해 고용세습을 보장한 기업이 있는지 등을 조사해 불법 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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