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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깨 힘빼고 고객 눈높이 맞춰라”

    ‘바뀌지 않으면 망한다.’ 정부부처 가운데 공무원을 상대하는 부처들이 환골탈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존의 권위적인 방식으로 고객을 대하면 ‘존재할 수 없다.’며 ‘서비스 개선’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에 직접 연관이 없기 때문에 일반인이 볼 때는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그동안 공무원들 사이에 원성(?)을 샀던 점을 고려하면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는 곳은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기획예산처 등 3곳이다. 조직·인사·예산 등 공무원과 관련된 업무를 맡다 보니 오래전부터 권위적이란 지적과 함께 공무원사회에서 ‘힘있는 부처’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중앙인사위가 24개 기관중 20위, 행자부가 19위를 기록하는 등 이들 모두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들에겐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고 ‘몸 낮추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자부 오영교 장관은 지난 1월 취임하자마자 “구멍가게라도 고객에게 사랑을 못 받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며 변화를 요구했다. 또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고객이 등을 돌릴 때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행자부는 ‘고객만족도 향상’이 가장 큰 과제로 부상했다. 행자부는 일반인보다 공무원 내부 고객이 훨씬 많다. 팀제로 전환하면서 ‘고객만족행정팀’이란 조직까지 만들었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친절교육과 만족도를 평가해 개인별 성과평가에 20% 반영한다. 중앙인사위도 마찬가지다. 최근 고객만족관리본부와 9개의 고객만족팀을 발족하고 전직원이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요원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조창현 위원장과 정택현 사무처장, 국장, 과장, 일반직원이 업무성과 계약까지 마쳤다. 인사위는 기존 조직을 그대로 두고 태스크포스 형식으로 지역별·청사별 등으로 9개의 팀을 꾸렸다. 팀에는 주요업무인 인사정책·급여·성과관리·교육훈련 등 분야별 담당자를 배속시켜 상담 등 고객 접촉에 전혀 문제가 없도록 했다. 더불어 50여개 정부부처에 대한 담당직원을 정하고 이들이 할 일에 대해 매뉴얼도 만들었다. 공무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다니며 불편을 해결해 준다. 접촉 내용도 일일이 작성한다. 중앙인사위의 관계자는 29일 “과거 내무부와 총무처 등은 내부 고객인 공무원들이 등을 돌려 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고객위주로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예산처도 오래전부터 힘있는 부처로 인식되면서 원성을 사기는 마찬가지였다. 예산처의 고객은 각 부처 예산담당자들. 지난해 ‘톱-다운’ 방식의 예산제도를 도입한 이후 예산처를 찾는 공무원이 크게 줄어드는 등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처지다. 이 때문에 예산처도 각부처 예산담당 공무원들을 위해 고객만족추진팀을 만들었다. 정규직제로 나눠진 멤버가 있는 것이 아니라,15개 재정운용 태스크포스 소속 사무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하며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등을 논의해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철도공사, 민간전문가 대거채용 금융·수익관리등 6개분야 13명

    한국철도공사가 체제 전환에 따른 영업범위 확대 및 환경변화에 대처키 위해 민간 전문가를 대거 채용한다. 모집분야는 금융과 서비스컨설턴트, 수익관리,IT 등 6개 분야 13명이다. 직급별로는 1명을 선발하는 2급 금융부장을 비롯,3급(차장) 7명,4급(대리) 1명,5급(사원) 4명 등이다. 특히 이번 전문가 채용에는 사회공헌사업을 담당할 사회복지사와 고속철도 수익관리 전문가가 포함돼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철도공사는 다음달 3일부터 6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며 계약기간은 1년 계약에 2년 연장이 가능하다. 철도공사는 고용 안정성 및 업무 능력 제고를 위해 성과가 높은 직원에 대해서는 계약기간 연장과 정규직 전환도 추진키로 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연공임금/우득정 논설위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비정규직 해법의 일환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의 신설을 제시했다.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오른쪽 바퀴를 끼우는 정규직은 월 100만원을 받는데 왼쪽 바퀴를 끼우는 비정규직은 월 60만원을 받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자 재계는 즉각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직무급으로 전환하자고 맞받아쳤다. 생산성 등 직무에 걸맞은 임금을 지급하는 체계라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이 주도하는 노동계는 직무급으로의 전환을 결사반대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현재 기업의 41.9%가 연봉제를,28.8%가 성과배분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나 이들 기업의 절반 이상이 호봉제를 유지하는 등 연공서열형 임금체제가 여전히 우세하다. 연공서열형 임금의 원조인 일본도 10년간에 걸친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기업의 65% 이상이 직무급으로 전환했음에도 우리 기업들은 일본 복제품을 고수하고 있다. 매년 예산안이 확정되면 공무원 직급별 호봉표가 발표되고, 검찰과 법원을 개혁한다면서도 단일호봉제를 도입했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5·16 직후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상공부 주도로 직무 분석과 직무 표준화 작업이 추진되고 직무급 55%, 연공서열형 기본급 45%의 절충형 임금체계가 마련됐지만 적용에 실패했다. 기존의 임금을 깎지 않는 선에서 도입한다는 전제조건 때문에 추가 부담을 꺼린 사용자측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유야무야돼 버렸던 것이다. 외환위기 직전 정부가 연봉제 도입을 권장하면서 ‘임금 삭감 없는’이라는 행정지도 지침을 내세웠다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생애에 걸친 임금과 생산성을 근간으로 마련된 연공서열형 임금은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기술 및 생산주기의 단축, 비정규직 급증 등으로 수명을 다했다는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총 임금의 20%를 차지하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의 일종인 숙련급, 역할급의 비중을 높이면서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임금의 유연성만 확보된다면 고용의 유연성 문제는 절로 해소된다는 논리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인권위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동계 “환영” 재계 “잘못된 발상”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직법안과 관련,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자 노동계는 환영일색인 반면 재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14일 성명을 통해 “인권위의 권고안은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사용을 제한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해 차별을 폐지하라는 것”이라며 문제해결에 대해 핵심적이고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반겼다. 한국노총도 “인권위의 비정규직법안 정책권고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국가인권위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 추가, 기간제 근로자 사용시 사유제한 방식 적용, 파견대상 확대방지, 고용의제(같은 근로자를 3년 넘게 활용하면 직접 고용으로 자동 전환) 등을 권고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경총은 “비정규직 법안은 노동시장, 국가경쟁력, 일자리 창출 등 복합적 측면에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문제”라며 “노동시장의 문제를 인권, 정치적 문제로 다루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용규 안미현기자 ykchoi@seoul.co.kr
  • [사설] 인권위 비정규직 해법 일리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마다 80만명씩 양산되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입법안을 비정규직 보호라는 취지에 맞게 수정하라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했다. 권고보다는 한단계 낮은 수준이지만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노사정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정부와 사용자측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문제를 해소하고 가난의 대물림을 막자면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남용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는 인권위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문제를 인권적인 측면에서 재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다만 우리의 경우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고 인건비의 절감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다면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철폐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인권위의 의견은 차별뿐 아니라 차이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비친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한 외에 사용사유까지 제한한 것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조항 추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정규직 법안이 이처럼 사용자측을 옥죄는 방향으로 치달으면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혜택을 입을지 몰라도 절대 다수는 일자리를 잃게 되는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인권 외에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의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수요와 공급이 막힘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되 남용과 차별 요인을 제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특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직무급체계로 임금구조가 바뀌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는 조직화된 정규직 노조가 극력 반대하는 사안이다. 거듭 주장하지만 최선의 비정규직 해법은 정규직과 사용자의 양보다.
  • [서울광장] ‘그들’이 빠진 비정규직 논란/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들’이 빠진 비정규직 논란/우득정 논설위원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산하 대규모 사업장의 조합원들을 동원해 4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국회에 계류중인 비정규직 보호법 정부안의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경고성 파업이었다. 파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노총도 비정규직 법안에 반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2년여에 걸친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 내용과 유럽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정부 법안에서 무엇이 독소조항이기에 노동계가 저토록 결사항전하는 것일까.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노동위원회법 개정안’-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정규직노동자 보호법안이다.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제한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들 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정규직과의 차별을 정당화하고 고착화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노동계의 요구수준과 비교하면 악법임에 틀림없다. 노동계는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을 비정규직에도 인용할 것을 주장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을 없애고 비정규직 사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면 비정규직 양산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연간 20조원씩을 인건비로 추가 부담한다면 노동계의 주장은 현실화될 수 있다. 현재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5.3% 수준. 국민연금과 산재·고용·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의 경우 정규직은 79.4∼86.9% 수준이나 비정규직은 29.7∼43.1%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초일류 기업도 인건비 부담에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비정규직(정부 기준 539만명)의 93.1%인 502만명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있다. 노조에 가입한 비정규직은 28만명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기업을 압박하면 비정규직 노조원 중 일부만 혜택을 받을 뿐 나머지 비정규직 500만명 이상은 극심한 고용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계의 요구는 듣기에는 그럴듯할지 몰라도 현실적인 것은 못된다. 노동계가 비정규직 보호의 목소리를 높일수록 ‘운동용 구호’ 정도로 치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동계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비정규직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정규직과의 차이는 보다 확대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정에서 일부 대기업 강성노조만 ‘근로조건 악화 반대’를 내걸고 잇속을 챙겼듯이 비정규직 문제 역시 사용자에게 다른 양보를 얻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보호문제는 비정규직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가장 다급한 부분부터 보호막을 마련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고용조정이 쉽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역으로 보자면 고용안정과 차별 해소가 관건인 셈이다.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불합리한 차별금지와 남용 방지에 비정규직 보호의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검찰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똘똘 말았다.’라는 말이 있다. 선처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엮었다는 뜻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한 노동계의 입장도 이와 유사하다. 노동계는 그동안 비정규직 보호법을 부정 일변도로 매도한 결과, 어떤 타협안도 도출할 수 없게끔 자승자박했다. 따라서 노동계가 먼저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비단옷 타령만 하며 비정규직을 천둥벌거숭이 상태로 내버려둬선 안 된다. 우선 누더기라도 걸치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논란과 해법의 중심에 서야 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공직 틀이 바뀐다] (2)인사·조직권 부처 자율로

    [공직 틀이 바뀐다] (2)인사·조직권 부처 자율로

    “5∼6개의 결재단계로는 참신한 의사결정과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책임행정이 안돼요. 계급제 조직에서는 일이 되지 않는 거죠. 분명한 책임행정을 위해 본부제와 팀제도입이 불가피합니다.” 3월6일 오전 9시 정부중앙청사 별관 2층 회의실. 행정자치부 직원 400여명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300여명이 들어가는 장소였던 만큼 통로와 뒤편까지 빈틈이 없었다. 이들은 오영교 행자부 장관의 ‘팀제 도입 목적’에 대해 귀를 기울이며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오 장관이 이미 5본부와 60팀제 도입 입장을 밝힌 터여서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최근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행자부의 한 단면이다. 지각 변동의 서곡에 비유되기도 한다. 일부 직원들은 “쓰나미가 몰려온다. 행자부는 직격탄을 맞고, 곧 전체 부처로 번질 것”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오 장관이 기존 조직을 크게 흔들고 있는 것이다. 정권 3년차면 안정될 시기인데 변화의 물결이 강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직권 부처 자율로 지난 2일 통과된 정부조직법과 총액인건비제도 도입이 변화를 주도한다. 그동안 행자부가 틀어쥐고 있던 조직 및 인력운용권이 부처 자율로 대폭 넘어가게 됐다. 부처가 성과를 가장 잘 낼 수 있도록 조직 편성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엔 실장-국장-과장 등 일률적으로 이뤄지던 보조기관의 명칭이 부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정할 수 있다. 본부장, 단장, 팀장 등 다양하게 하도록 했다. 현재의 감사관과 공보관도 감사팀, 공보단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재경부 등 10개 부처에 반드시 두도록 돼 있던 차관보도 없앨 수 있다. 실·국장 밑에 있는 보조기관도 과·팀·반 등으로 자유롭게 구성토록 했다. 과 단위 장의 직급을 3·4급으로 하던 것을 5급까지 늘렸다. 행자부는 이를 근거로 이달 중 팀제로 전환한다. 본부장이 5명이다. 하지만 현재 본부의 1급은 3명이고, 국장급(2∼3급) 자리는 13개이다. 국장 가운데 2명밖에 본부장을 못한다. 이에 따라 같은 2급 본부장 밑에서 2급 팀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직사회에 충격을 던져줄 게 틀림없다. ●3급 이상만 직제로 관리 정부의 속내를 살펴보자. 자율성에 무게를 두지만, 가급적이면 본부제와 팀제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행자부 최양식 정부혁신본부장은 8일 “팀제가 도입되면 계층이 축소돼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성과급제도를 확대시행할 수 있다.”면서 “이것은 혁신의 시작이며, 모든 부처가 행자부를 보고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직권의 부처 이양은 7월부터 시범 도입되는 총액인건비제로 더욱 구체화된다. 정부가 공무원 총정원과 부처별 인건비 총액, 부처별 전체 인원만 제한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처가 ‘알아서’하는 것이다. 배정된 인건비 내에서 고위직과 하위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운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정원 1명이라도 늘리려면 행자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계급별·직종별 정원도 자율로 한다. 한시기구 및 정원도 승인제도를 폐지했다. 다만, 국장급(1∼3급) 이상 기구는 현행대로 직제를 정하기로 했다. 하위직보다 고위직의 비대화를 우려해 제한 규정을 뒀다. 이와 함께 부처별 정원 조정은 연초에 한 차례만 허용된다. 긴급한 이유로 갑자기 인력을 늘려 편법 증원이란 논란이 종종 일었던 ‘수시직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부처별 정원 결정은? 현 정부가 ‘일 잘하는 정부’를 추구하기 때문에 향후 인력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인건비 재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행자부가 공무원의 분야·부처별 중기 정부 인력규모를 수립한다. 이미 별도 팀이 구성돼 작업 중이다. 지난해 맡겼던 ‘정부인력규모 예측모델’용역을 기초로 한다. 용역 결과 증가가 예상되는 분야는 치안·재난·농수산·과학기술·교육·보건·환경 등이다. 행자부는 이를 토대로 향후 3∼5년의 인력운영계획을 세운다. 중앙인사위는 민간의 임금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 등을 고려해 보수 계획을 짠다. 기획예산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짜면서 부처별 인건비를 결정한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문제점은 없나 “직무 분석이 제대로 안 됐는데 적정 인력을 산출할 수 있습니까.” 정부의 총액인건비제 도입 방침에 대해 중앙부처 국장인 A씨는 이같이 반문했다. 정부가 총액인건비제 도입 등 조직과 인사권을 부처에 넘기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분권과 자율의 원리에 기초한다.’고 했다. 이같은 원칙에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예상외로 문제점이 지적된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직무 분석이 안 됐다는 것이다. 중앙인사위가 1∼3급에 대해 고위공무원단을 도입하기 위해 중앙부처 국장급 직위에 대해 직무분석을 했지만,4급 이하에 대해서는 직무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각 부처가 하는 일의 적정 인력이 몇 명인지 측정이 되지 않았다. 제대로 시행되려면 각 부처가 하는 일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지만 갑자기 결정됐기 때문에 이런 절차가 생략됐다. 이에 따라 각 부처의 적정 인원은 현 수준에서 출발, 총액인건비가 책정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정원이 많은 부처는 유리하지만, 정원이 적게 책정된 부처는 난색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동안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 것도 한계다. 상당수 부처가 이대로 정착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인력배정의 부처간 격차가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늘어나도 한계가 뻔하다는 것이다. 힘센 부처는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는 반면 인원이 적은 부처는 벗어날 길이 없다고 항변한다. 특히 국무총리실 등 일부 부처는 정원은 많지 않고, 그동안 다른 부처에서 파견받아 업무처리를 했기 때문에 매우 난감해한다. 그동안 파견 공무원은 원소속에서 인건비를 부담했지만, 앞으로는 파견받은 기관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당분간 부처간 인력 부풀리기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시직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논란이다. 인력수급 계획에 따라 증원을 해주고, 편법 증원을 막자는 취지이지만, 수시직제 개정을 막으면 급변하는 환경과 갑자기 터진 일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시직제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위직이나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된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각 기관이 하위직이나 비정규직 늘리기에 집중하면 당장은 절감할 수 있지만, 나중엔 인건비 증가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퇴출’제도 도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것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앙부처의 B장관은 이에 대해 “총액인건비제도가 성공하려면 일 못하는 직원을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처럼 일하지 않고도 정년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정부가 수용성을 걱정해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전문가·공무원단체 반응 총액인건비제 등 조직과 인력의 부처 자율권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향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병섭 교수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고 밝혔다.“부처의 자율성이 많아지고, 성과보상제도를 도입해 경쟁체제를 갖추는 것은 잘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확대하게 되면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 위주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범시행기간에 충분한 실험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성대 이창원 교수는 “추구하는 방향은 맞지만 인건비의 총액이 있기 때문에 실행 과정에 마찰이 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건비의 총액이 늘지 않아 제한된 재원으로 각 부처가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총액인건비제는 지방재정력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과거의 낙후지수와 발전지수 등을 감안해 낙후지역에 대해서는 특수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서형택 정책실장은 “이 제도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하나로 현재보다 인력이 감소될 것”이라며 “공공부문의 고용불안은 일반사회의 노동조건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전면 유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민에게는 저임금으로 인한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를 가져 오고, 인력관리측면에서는 능력보다는 정치공무원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류강연 사무총장은 “인건비 상한제는 필요할 경우 행정조직을 늘리는 등 수요에 따른 인력조정을 할 수 없게 되며, 보수를 차별화할 경우 기업과는 달리 조직활성화의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김영만칼럼] MBC의 단일호봉제 경험

    [김영만칼럼] MBC의 단일호봉제 경험

    노조위원장 출신인 MBC의 신임사장이 단일호봉제 폐지추진을 밝혔다. 위기타개를 위한 개혁의 하나라고 한다.1980년대 후반 민주화와 노동운동이 뭉치는 과정서 ‘민주화의 증거’로까지 여겼던 단일호봉제가 이번엔 개혁대상이 됐다. 사원이 주인 역할을 하는 공적기업들이 당시 노조의 요구에 따라 직종간 서로 달랐던 월급체계를 하나로 묶는 단일호봉제로 전환했었다.MBC도 사무직과 기능직으로 돼 있던 월급체계를 하나로 묶었다.88년 11월1일이었으니까 이미 17년이나 된 일이다. 단일호봉제 도입은 노조문화가 경영논리를 앞서게 된 상징이었다. 업무에 필요한 능력과 난이도가 다른 여러 직종의 근로자들에게 매년 똑같은 액수의 호봉승급을 보장해 ‘동지적 연대’를 크게 강화시킨 것이 이 제도다. 업무관계보다 같은 조합원으로서의 평등한 인간관계가 더 중요해졌다. 반면 회사의 핵심부문과 비핵심부문간 인력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수 없게 됐다. 투자의 왜곡이 발생한 것이다. 업무성취를 위한 경쟁과 창의성보다 화합과 인간애가 중시된 결과 기업경쟁력 훼손도 따랐다. 방송문화진흥회가 부장급이었던 최문순사장을 발탁하면서도 이유를 설명한 적이 없어 정확한 배경은 알기 어렵다. 주변에서 추측하는 대로 ‘코드 맞추기’가 주이유겠지만 코드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해온 ‘노조의 양보’도 포함돼 있을 성싶다.MBC는 언론사중 가장 강력한 노동조합을 자랑해온 기업이다. 거기다 최 사장이 개혁대상으로 언급한 것들은 단일호봉제를 비롯해 대부분 강한 노조가 남긴 그림자에 해당한다. 그러니 노조병 치료를 위해 노조를 잘알고 양보도 얻어낼 수 있는 조합장 출신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현재 MBC본사는 간부 1000명에, 평사원 500명의 기형적 인력구조를 갖고 있다고 한다. 피라미드형 정상조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구조조정을 상당한 기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고임금 때문에 정규직을 보충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충원해 왔거나, 두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난 결과일 것이다. 어떤 경우나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다. MBC의 경쟁상대라 할 KBS의 호봉제도는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대조된다.KBS는 5개로 나뉘었던 직능체계를 지난해 공무원의 직급체계와 비슷한 ‘단일직능제’로 전환하면서 그 안에 7개의 다른 호봉체계를 뒀다. 직급별로 호봉에 차이가 있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더라도 대상자의 80% 정도만이 윗단계의 호봉체계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하니 경쟁체제에 속한다. 노조가 힘으로 핵심역량과 비핵심역량을 ‘동지’로 묶으면 기업들은 경쟁력유지를 위해 비핵심역량을 부서폐쇄나 아웃소싱하는 자구책을 찾는다. 대표적인 게 운전기사다.80년대만 해도 기업들은 사내에 운전기사들을 정규직으로 두고 있었다. 그러나 노조설립과 함께 직무에 맞는 임금차별화가 어렵게 되자 아예 이 직종을 없애버렸다. 그러고는 필요한 인력은 형편 없이 낮은 임금의 용역(근로자파견)으로 메운다. 환란이후 일반화된 비핵심역량의 아웃소싱, 양산되는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운전기사와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결국 단일호봉제나 과도한 근로자 보호가 단기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이익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길게는 전체 근로시장의 고용구조를 악화시키고 사회의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반대로 기업이 이런 자구책을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경영여건이 악화되면 근로자 전체가 생존의 터전을 잃는 경우도 생긴다.MBC가 개혁당위로 내세운 것도 경영여건 악화에 따른 ‘생존권위협’이다. 단일호봉제를 둘러싼 MBC의 17년에 걸친 경험이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논설실장 sangchon@seoul.co.kr
  • 신학림 언론노조위원장 재선

    제3대 산별 언론노동조합과 제9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임원 선거에서 신학림 현 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했다.28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치러진 양대 선거에서 김종규(MBC) 수석부위원장 후보와 짝을 이룬 신 위원장은 전영일(KBS)-이영식(스포츠조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신학림 당선자는 취임사에서 “직종·직책, 서울·지방, 정규직·비정규직의 차이를 떠나지 않으면 통신재벌이나 족벌신문과의 투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단결을 호소했다. 신 당선자는 코리아타임스 기자로 출발해 한국일보 노조위원장, 언론노련 수석부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신문개혁특별위원장 등을 지냈다. 김종규 당선자는 MBC노조 부위원장, 방송기술인연합회 사무국장을 거쳐 MBC 방송인프라국 DTV 전환팀 차장으로 일해왔다.
  • 가구당 月평균 280만원 벌어 230만원 썼다

    가구당 月평균 280만원 벌어 230만원 썼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구당 월 평균 약 280만원(연 3367만원)을 벌었다. 이 중 약 230여만원(연 2764만원)이 생활비, 세금 등으로 지출됐다. 소득은 1년 전보다 월 16만원쯤, 지출은 14만원쯤 각각 늘었다. 하지만 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증가폭이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벌이가 신통찮았고, 이로 인해 씀씀이도 위축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 수입이 제자리걸음을 한 탓에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커졌다. 참여정부가 줄곧 ‘분배’를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진 것이다.‘양극화 심화’는 경제성장이 정체됐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전국 가구의 28.8%가 적자상태에 놓여 있다. ●도시가구 소득 5.9% 늘어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04년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시·군·읍·면 거주, 농가·어가 제외)당 월 평균 소득은 280만 6000원으로 전년보다 6.0%가 늘었다. 이 중 도시근로자(시 거주) 가구만 떼어놓고 보면 5.9% 증가한 311만 3000원이었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999년(3.2%)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분기별로도 지난해 4분기 근로소득 증가율은 3.2%로 1분기 6.8%,2분기 5.2%,3분기 5.7%보다 크게 둔화돼 99년 2분기 1.6% 이후 가장 낮았다. 전신애 통계청 사회통계과 과장은 “가구 안에 실업자가 생기고 근로형태가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일용직 등으로 전환되면 근로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위20% 소득 하위20%의 7.35배 지난해 전국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은 571만 2500원에 달했지만 하위 20%는 77만 7300원에 불과했다. 둘 사이의 배율은 7.35로 전년보다 0.12포인트 높아졌다. 상위 20%는 평균소득이 1년 전(537만 2000원)보다 34만원 이상이 늘었지만 하위 20%는 1년전(74만 2000원)에 비해 3만 5000원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5.41로 1년 전보다 0.19포인트 올라갔다.99년 5.49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소득분배 불평도 지수인 지니계수(높을수록 불평등도가 심함)도 전국 가구는 0.344로 전년보다 0.003포인트 높아졌고 도시근로자 가구는 0.310으로 0.004포인트 증가했다. ●지출 증가도 미미… 세금·연금은 대폭 늘어 소득이 별로 안늘어난 탓에 지출 증가폭도 줄어들었다. 전국 가구의 지난해 월 평균 가계지출(소비지출+비소비지출)은 230만 3000원으로 전년보다 6.8% 늘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의식주, 교육 등 실제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쓰는 소비지출은 5.5% 증가에 그쳐 지난해(6.0%)보다 둔화됐다. 반면 세금, 보험료, 금융이자 등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경직성 지출인 비소비지출은 증가율이 11.3%에서 13.5%로 확대됐다. 세금 13.7%, 공적연금 8.1%, 사회보험 8.6%, 기타소비지출(이자·교육비송금·생활비보조 등) 22.9% 등이었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비지출은 243만 4000원으로 전년보다 6.7% 증가했다. 그러나 소비지출 증가율은 외식 10.5%, 교육 5.7%, 보건의료 2.8%, 교양오락 4.9% 등 전년에 비해 대체로 낮아졌다. 특히 교육비 지출은 지난해 4분기에 1.8%가 줄어 9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계층별로 소득 하위 20%와 40%에 해당하는 1분위와 2분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각각 1.7%와 2.4%에 그쳐 전체 도시가구 증가폭에 크게 못미쳤다. 하지만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계층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10.1%에 달해 고소득층의 소비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국 가구의 28.8%, 도시 근로자가구의 23.7%가 가처분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아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잃어버린 2년” vs “전환기적 현상”

    “잃어버린 2년” vs “전환기적 현상”

    “지금의 경기침체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참여정부 2년은 잘못된 국정운영으로 잃어버린 시간이 돼 버렸다.” 조윤제 영국대사와 나성린 한양대 교수가 24일 경기침체의 원인과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을 놓고 가시돋친 설전을 벌였다. 이날 중앙대에서 열린 ‘2005 경제학술 공동대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조 대사는 경기침체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같은 전환기적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 대사는 2003년 2월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지난달까지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반면 나 교수는 참여정부가 2년 동안 ‘아마추어적’인 국정운영으로 정치·사회적 틀을 무리하게 바꾸려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조 대사,“우리 경제는 중년” 조 대사는 “서비스업 소득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지 우리의 실제 1인당 국민소득은 발표치(2004년 1만 4000달러)보다 높다.”면서 우리경제는 국민들의 생각보다 성숙된 ‘중년경제’라고 평가했다. 참여정부가 지나치게 분배위주 정책을 편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정도의 소득과 국민생활 수준을 가진 나라 가운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소홀한 나라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개인, 기업, 산업간 양극화는 거의 모든 국가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이루어진 게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정책을 폈다는 지적에 “참여정부 출범 이전부터 진행돼 온 일을 이어받은 것이 많다.”고 답했다.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은 그동안 해왔던 공정경쟁 정책의 틀안에서 이뤄진 것이고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 지난 정부 때 국회에 제출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경제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않은, 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정책혼선 논란에 대해서는 “각 경제부처가 정치행정 시스템의 변화를 읽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특히 조 대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를 강조했다. 압축성장, 압축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규직의 고용보호 축소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스페인식 모델을 추천했다. ●나 교수,“2년동안 경제 퇴보” 나 교수는 세계경제포럼(WEF)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지수가 참여정부 들어 더 떨어진 것을 예로 들며 “이는 기업들의 경쟁력보다는 정부의 경쟁력과 경제운용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개혁 부진, 비효율적 코드인사, 불요불급한 국책사업에 따른 정부예산 낭비,4대 개혁입법을 포함한 진보적 국정운영으로 인한 국론분열, 정부내 반(反)기업 정서 등을 예로 들었다. 나 교수는 참여정부가 20차례에 가까운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과 정책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해 경제회생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참여정부는 경제정책이 아예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고, 뒤쫓아가면서 부양책을 펴는 데만 급급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나 교수는 “참여정부는 경제를 중시하지 않을 경우 ‘한국경제를 퇴보시킨 정권’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그러나 다행히 올들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중심·분배우선의 국정운영을 경제중심·성장우선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경쟁은 악(惡)이고 평준화는 선(善)이라는 생각, 대기업·부자·일류학교 출신은 수구·보수적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경쟁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교육제도 확립을 주문했다. 나 교수는 현 교육제도는 ‘30년 부모에 의존해 20년을 쓰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며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취업 아니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학습제도 구축을 주문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13. 美 고성장법 성공

    [이젠 사람입국이다] 13. 美 고성장법 성공

    |워싱턴 전경하특파원|미국의 평생학습과 평생고용은 노동력투자법(WIA·Workforce Investment Act)이 기본 틀이다. 지난 2000년 7월 발효된 이 법은 근 60년 동안 연방·주정부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다양한 노동력 개발 프로그램을 일원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WIA는 주 정부와 카운티(군) 등 지방정부에 산업계 지도자가 51% 이상 참여하는 노동력투자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WIA의 실행을 담당하는 곳은 노동부의 고용·훈련국(ETA)이다.ETA의 목적은 변화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민첩한’ 노동력을 만드는 데 있다.ETA는 지식기반경제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지식 등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지식기반경제란 생산의 중심이 노동·자본이 아니라 지식이 되는 경제를 말한다. ETA의 예산은 연간 120억달러(12조 3000억원)다. 연방정부 예산의 대부분은 전국에 있는 3590여개의 원스톱경력센터(www.careeronestop.org)를 통해 지방 정부로 흘러간다. 원스톱경력센터는 취업을 원하는 실업자나 자신의 능력 향상을 원하는 취업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현장이다. ETA의 예산이 지방으로 가다 보니 연방정부 차원에서 직접 쓸 수 있는 돈은 매우 적다. 대신 ETA는 ‘고성장 직업훈련법’(고성장법)을 통해 지방 정부에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한 모범 사례를 보여주려고 한다. ●지식기반경제, 특정 산업은 구인난 고성장법은 친(親) 기업성향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1년 12개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만든 법이다. 고용주와 공공직업훈련기관,2년제 대학(커뮤니티 칼리지) 등 3개 기관이 주요 역할자다. 다른 일자리 창출 노력과 달리 산업계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대응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미국 공장들이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난 빈자리를 지식기반경제에 입각한 일자리가 채우고 있는데 교육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에서다.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도 아웃소싱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 고용없는 성장 등이 큰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 12개 산업은 전국적으로 일자리를 만들며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결정됐다. 자동차, 선진제조, 생명공학, 건설, 에너지, 금융서비스, 지리정보, 의료, 서비스, 정보기술, 소매, 교통 등이다.12개 산업분야 중 어떤 분야에 집중할지는 각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춰 정한다. 선진제조는 기술발달로 생산방식이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으로 변화된 업종을 의미한다. 미 노동부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기계제조업에서 12만개, 제약업에서 6만 8000개, 가공금속업에서 9만 7000개, 플라스틱·고무 생산업 13만 8000개 등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만성적인 의료진 부족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미국 정부는 외국인력의 수급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의료장학금 제도 등의 도입으로 사양산업 종사자의 의료업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노동부는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2002년부터 10년 동안 의료업의 일자리가 30% 이상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커뮤니티 칼리지가 평생학습의 중심 고성장법에서 4년제 대학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지만 2년제 대학이 중심이다. 지역사회에 보다 밀접한 2년제 대학들이 변화에 빠르며 4년제 대학보다 수업료가 싸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이 더 공부하고 싶으면 4년제 대학에 편입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2년제 대학의 지지자다. 부시 대통령이 주지사로 근무했던 텍사스주에는 2년제 대학이 많았다. 부시 대통령은 주지사 재직시절 2년제 대학과의 협력관계로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개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개 기관이 협력관계를 구축해 평생학습을 제공하면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지난해말 현재 미 전역에 38개의 협력관계가 구축됐으며 연방정부는 7100만달러를 지원했다. ●전과자 일자리도 지원 부시 행정부는 사회통합을 위해 전과자의 취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습적 범죄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수감자들이 사회로 돌아갈 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2001년 4개년 수감자전환프로그램을 마련,3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지난 2002년 뉴욕주의 이스트할렘에서 이 프로그램을 등록한 213명의 전과자 중 6명이 다시 수감됐고 2003년에는 290명의 수강생 중 3명만 다시 수감됐다. lark3@seoul.co.kr ■ 다양한 고성장법 성공사례-40~50세 전직 쉬운편 |워싱턴 전경하특파원|미국 정부가 실행한 노동력투자법, 고성장직업훈련법 등은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전과자가 매장의 총관리자가 되고 40,50대에 직업을 바꾸는 예도 있다. ●55세 간호사로 전직 버지니아주에 사는 코니 미첼은 어려서부터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가정을 꾸리면서 우체국에서 일하다 항공사의 검색요원으로 일했다. 그는 9·11테러 이후 항공업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실업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의료장학금 제도를 소개받았다. 장학금으로 지역사회 대학간호학과를 졸업한 미첼은 올 봄 지역병원에 취직할 예정이다. ●전과자가 연봉 3만5000弗 수입 뉴저지주에 사는 스티븐(가명)은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수감됐었다.1년 동안 복역했고 가석방 조건은 취업이었다. 그가 구한 직업은 파트타임에 저임금이었고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려고 하면 퇴짜를 맞곤 했다. 결국 그는 소매업 취업을 도와주는 소매기술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센터에서 스티븐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인터뷰기술을 익히고 자신감까지 회복하면서 시간당 7달러의 임금을 받는 정규직에 취직됐다. 그의 열의와 성장가능성을 눈여겨본 사장에 의해 발탁되면서 그는 현재 연봉 3만 5000달러를 받고 있다. ●담배공장 그만두고 연구원 꿈 올해 48세인 리키 존스는 자신의 직업이 학생이라고 여긴다. 윈스톤살렘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마사지 치료 자격증도 있다. 해군에도 복무했다. 지금은 레널드담배회사에서 야간근무조로 일하고 있다. 담배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 해고의 위험에 놓이게 되자 존스는 생명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2년제 대학인 포시스 기술대학에 등록했다. 존스는 야간근무(0시∼오전 8시)가 끝난 뒤 집에서 잠깐 쉬었다가 오전 수업을 받고 있다. 군복무 시절부터 꿈꿔왔던 생명공학 관련 실험실의 일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 ●40세주부 간호사자격 획득 인디애나주에 사는 페기 키스는 자식이 셋이다. 큰딸이 대학에 들어가던 2003년, 키스는 인디애나폴리스의 아이비테크 대학에 등록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1년의 교과과정을 우수하게 끝낸 뒤 정식간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1년을 더 공부하기로 했다. 키스는 “간호사가 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키스는 인디애나폴리스는 감리교도병원에서 간호사 보조로 일하고 있다. ■ 비숍 美부차관보 “실업 막는게 평생교육 목표” |워싱턴 전경하특파원|미 노동부 산하 고용·훈련국(ETA)의 메이슨 비숍 부차관보는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본인 스스로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숍 부차관보도 야간 박사과정에 등록,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평생학습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평생학습은 실업자, 장애인 등 저소득층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의 취업자들을 훈련시켜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쪽으로 정책의 목표를 바꿨다. 따라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현 위치에서 자신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ETA의 주요 과제다. 노동력투자법(WIA)과 고성장직업훈련법 실행과정에서 축적된 자료가 큰 자산이다. 이 과정에서 ETA는 교육부, 상공부와 많은 협의를 한다. 비숍 차관보는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정책 협동의 역사가 거의 없었다.”면서 “지금은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부와는 교육기관의 책임은 어디까지이며 교육내용을 성인들에게 어떻게 전달시킬 것인가를 논의한다. 상공부는 많은 예산을 갖고 있고 또 산업체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교육과정 마련에서부터 산업체의 목소리를 반영, 교육과 산업체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비숍 차관보는 “전에는 사람들을 훈련만 시키고 그들이 알아서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라면 지금은 연결고리 안에서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부는 국방부와도 협의를 한다. 군대에 가면 무언가 기술을 배워나오게 돼 있다는 점에서 군대가 미국의 가장 큰 교육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 [김영만칼럼] 개헌논의 정치과잉이다

    [김영만칼럼] 개헌논의 정치과잉이다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개헌 연기를 피우고 있다. 야당에선 한나라당의 원내대표, 여권에서는 국무총리까지 나서 개헌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직후 노무현 당선자에 의해 거론된 바 있는 그 개헌논의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그다지 감흥이 없다. 국민이 시큰둥해하면 개헌은 어렵다. 국회의원 재적의 3분2가 찬성하고,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어려운 입법절차가 개헌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은 국민적 흥분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집권여당에 강렬한 욕구가 있거나 모든 정치인이 개헌에 동의한다면 혹 다른 길이 생길지도 모르겠으나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개헌논의가 찬이든 반이든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개헌논의 자체가 정치과잉이란 이야기가 된다. 국민들이 체감하지 않는 문제를 직업 정치인들이 당위성과 필요성을 확대해석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개헌논의의 필요성으로 700만 해외동포에 대한 참정권 부여 등을 들었다. 열린우리당의 이석현·정장선 의원 등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통령제 도입을 통한 지역감정해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지자체장 선거의 연계 등이 정치권에서 개헌의 필요성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절차적이거나 지엽적인 것들이어서, 국민 입장에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점이다. 직선제 개헌 같은 국민적 욕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당장 개헌에 반대하는 정치인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4년 중임제만 해도 막상 논의에 들어가면 현직 대통령 처우문제서부터 벽에 부닥치게 된다. 현직 대통령이 중임제개헌에 찬성한다면 자신의 임기 5년을 4년으로 단축하는 대신 중임의 혜택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차기를 준비해온 여권의 유력주자들과 야권의 주자들 모두로부터 반발을 사게 된다. 현직 대통령이 5년의 임기를 채우는 대신 중임조항은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아무 소득도 없이 자신의 임기중 상당기간을 개헌문제에 소진하는, 손해 보는 장사가 돼 어렵다. 여권 일각에서 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것도 국민들에겐 너무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언급한 개헌도 분명하진 않지만, 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렛대로 하는 인상이다. 대통령과 총리를 따로 뽑는다는 것이 정파간에는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작위적이다. 그렇다면 이 역시 개헌에 필요한 동력을 충분히 갖기 어렵다. 개헌논의가 국민적 흥분을 끌어내려면 역시 대통령제의 폐해를 들어 내각제로의 전환 같은 권력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져야 한다. 내각제로의 전환을 제기하고 토론을 하다 보면 절충안으로 분권형대통령제 같은 것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야 어느 한쪽에서 작심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내년이면 대통령선거가 정당의 현안이 될 텐데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이를 제기할 성싶지 않다. 이래저래 개헌은 국회만 벗어나면 어렵다. 내각제개헌을 제기할 용기가 없다면 개헌은 묻어두는 게 낫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대통령 임기를 중임으로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의 구조적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우리의 가장 큰 과제다. 여기에 국가역량이 투입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일도 개헌보다 크다. 북한 핵문제도 중요하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처방전이 나온 뒤에 그 결과와 필요에 맞춰 개헌을 논해야 한다. 모처럼 국민들이 정치를 잊으면서 나라와 경제가 제자리를 찾으려는 참이다. 급할 것 없는 개헌논의가 편안함을 깰까 두렵다. 논설실장 sangchon@seoul.co.kr
  • [CEO 칼럼] 노사,상생의 틀 다시 짜자/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CEO 칼럼] 노사,상생의 틀 다시 짜자/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1930년대에 미국의 질병 발생 빈도 1위를 차지한 것은 폐결핵이었다. 그뒤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면서 고혈압, 당뇨병, 각종 암 등이 질병 발생 1위의 자리를 놓고 다투었다. 이처럼 사회가 복잡해지고 발전해감에 따라 질병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의 침입보다는 면역 기능 약화, 호르몬 조직 이상 등 몸 내부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병의 역사(?)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내부의 취약한 구조가 외부의 공격에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내부의 취약한 구조나 이들 간의 불협화음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태롭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지난해에는 주 40시간제 도입, 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갈등의 증폭이 예상됐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상황과 과도한 노조 활동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 노사 당사자간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 등으로 노사 분규의 심각성은 우려의 수준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신년 벽두에 알려진 노동조합의 채용비리 사건은 기업 노조 활동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의 전투적 노사 문화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에 투자를 꺼리게 하는 큰 걸림돌이란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선진 외국은 생산성 제고를 위한 경영합리화, 조직개편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노사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네덜란드병’이란 이름으로 복지국가의 실패 모델로 거론됐던 네덜란드가 10여년 만에 실업률을 낮추며 강국으로 떠오른 기적 뒤에는 바로 모범적 노사 협의 정책이 있었다. 사회학자들은 네덜란드 개혁의 시발점을 전 세계를 통틀어 노사 관계의 기념비적 ‘사건’이 된 1982년 바세나르 협약에서 찾고 있다. 이 협약 덕분에 적대적인 노사관계가 평화적·협력적으로 전환할 수 있었으며, 이 나라의 독특한 전통인 조합주의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흔히 이상적 노사관계를 말할 때 등장하는 어휘가 바로 ‘상생(相生)’이다. 상생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대립과 투쟁의 관점보다는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 전체를 바라보는 대승적 마인드를 갖춰 나가야 한다. 경영계 역시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노동조합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회사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국내 한 대기업 노조가 세계적 선박제조 회사인 미국 엑슨모빌에 보낸 ‘편지’가 화제가 됐다. 상생의 노사 문화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위원장은 8억달러짜리 해상정유공장을 발주한 이 회사 경영진에게 “향후 어떠한 공사를 맡기더라도 노조가 최고의 품질을 책임지고 납기도 준수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노조의 편지 한 통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노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맹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地利不如人和)’라 했다.‘천시’란 하늘이 준 자연 조건을,‘지리’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환경을, 그리고 ‘인화’란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아무리 좋은 시대적 여건과 탁월한 지리적 조건도 ‘단합과 협력’만은 못하다는 뜻이다. 우리 기업들에 가장 필요한 무기는 이같이 하늘이 내린 조건과 환경이 아니라 노사의 ‘건강한 단합과 협력’이란 인화이다.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 기아차 부정입사 4명 자수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광주지검은 27일 “지난해 생산계약직 채용 때 돈을 두고 입사한 김모(30)씨 등 4명이 자수해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부정입사 직원이 자수하기는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채용대가로 1인당 2000만∼3000만원을 노조간부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돈을 받은 노조간부 3∼4명도 자수해와 이들을 상대로 돈 받은 경위와 사용처 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역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부정 입사자들이 피해자일 수도 있어 조사는 하되 형사처벌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사 칼날’은 어디로 사내·외 노조 간부와 임·직원들의 인사채용에 따른 구조적 비리를 밝히는 일과 외부기관 권력형 청탁자들의 대가성 금품수수 여부가 타깃이다. 지난해 생산계약직 입사자는 1079명. 노조간부와 임·직원, 정치권과 행정기관 등 외부기관의 추천자 몫은 절반이 웃돌 것이란 짐작이다. 현재 검찰이 계좌추적 중인 곳은 노조간부 20여명과 이들과 관련된 일부 친인척 등 30여명이다. 사측으로는 채용 당시 인력관리팀장 나모(43)씨의 계좌를 뒤지고 있다. 전 공장장 김모(부사장)씨, 전 인사실장 윤모(이사대우)씨를 비롯해 과장급 2명과 이들과 연관된 가족 및 친인척 등 10여명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검토 중이다. 브로커 노릇을 한 박모(38·구속)씨의 계좌에 대해서도 돈의 흐름을 짚고 있다. 이번 채용비리의 사례비 액수는 1000만∼3000만원이 주류다. 때문에 청탁자들이 목돈을 마련하려고 대출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난해 채용시기인 4∼7월 사이에 입사자들의 대출현황이 주목된다. 이번 광주공장 추천인 가운데 기아차와 계열사 임·직원이 많았다. 즉 이들의 가족이나 친인척, 연고자 등이 입사했다고 보인다. 그래서 청탁자를 대신해 추천자들이 채용 사례비를 일시 대납했을 수도 있다. 기아차 직원은 10년차 이상이면 재직증명서 하나로 3000만원까지 대출이 된다. 광주공장 내 금융기관은 8∼9곳.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광주공장 입사자가 1월3일 정규직 전환 이후 대출해간 돈은 3억원가량”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기창·박경호기자 kcnam@seoul.co.kr
  • 기아차 노조지부장 8명에 2억4000만원 받아

    기아차 노조지부장 8명에 2억4000만원 받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비리와 관련, 노조 광주지부장 정모(44)씨가 자신의 부인과 남동생 등 가족들을 동원해 2억원대의 사례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의 동생은 이미 말레이시아로 도피, 사례비 총액에 대한 의혹이 부풀려지고 있다. 광주지검은 25일 정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정씨는 지난해 5월8일 광주 광산구 신가동 자신의 집에서 잘 아는 나모(45·여)씨의 조카 취업을 부탁받고 1800만원을 받는 등 청탁자 8명으로부터 11차례에 걸쳐 1인당 400만∼7000만원씩 모두 2억 47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 조사결과 정씨는 옷가게를 운영하는 부인이나 남동생으로부터 돈을 건네 받았으며, 청탁자 명단을 회사 인력관리팀에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받은 돈을 주식에 투자했고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받은 돈 일부를 되돌려줬다. 검찰은 이와 함께 광주지부 노조간부와 광주공장 인사부서 관계자 등 20여명을 불러 채용 사례비 수수 및 청탁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기아차 광주공장의 채용비리를 입증할 수 있는 ‘청탁자 리스트’가 있는 것으로 이날 처음 확인됐다. 기아차 광주공장 윤모 전 인사실장(이사급)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노조 집행부를 통해 건네받은 10여명의 추천자 명단(청탁리스트)을 실무자(인사팀장을 지칭한 듯)에게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회사측은 광주지부 노조원들에 대해 수억원대로 보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기로 했다. 노조원 10여명이 지난해 말 광주공장과 광주차량출하사무소 사무실에 난입해 폭언을 하고 기물을 부쉈으며, 영업을 방해해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데 따른 조치다. 노조원들은 1월1일자로 약속한 정규직 전환을 2개월 가량 연기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또 채권 확보 차원에서 노조원의 개인재산에 대해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압류조치에 들어갈 방침이다. 광주 최치봉·남기창·박경호기자 cbchoi@seoul.co.kr
  • [기아차 노조 ‘취업장사’ 파문] 채용서 배치·전직까지 막강한 노조의 힘

    [기아차 노조 ‘취업장사’ 파문] 채용서 배치·전직까지 막강한 노조의 힘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 간부의 채용비리가 불거지면서 광주공장 내 노조계파의 막강한 ‘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인력’이란 이름의 네티즌은 노조 홈페이지에 “‘전노회’가 가장 적은 20명을 할당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조 각 계파별로 채용인원을 할당받았다는 방증이다. 또 자신들의 계파에 할당량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다른 계파의 일처리 미숙으로 ‘부정’이 탄로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각 계파별 ‘내 사람 챙기기’가 채용비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추천권을 할당받은 각 계파는 ‘선명성’을 내세우기 위해 투쟁강도를 높이거나 강성 이미지 만들기 경쟁에 나선다. 노조의 힘이 세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공장 전직 노조 간부 B씨는 “지난해 채용한 생산계약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도 노조원간에 갈등이 많았다.”며 “현 집행부가 이를 주도함으로써 노조원 자격을 얻게 된 이들을 같은 계파로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에는 ‘민주노동자회’ ‘현장의 힘’ 등 전국조직 이외에 ‘미래를 여는 노동자’ ‘실천하는 노동자’ ‘전진하는 노동자회’ ‘노동자 세상’ 등 총 6개 계파가 있다. 기아차의 다른 공장은 노조원의 30∼40%가량만 분파에 가입해 있으나 광주공장은 노조원의 90% 이상이 이들 6개파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과 수사당국은 현 집행부인 ‘미래를 여는 노동자’ 계파 외에 나머지 파에 대해서도 ‘세력’에 따라 추천권을 안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노조간부의 채용 비리도 노조 집행부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계파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회사나 노조 홈페이지 등에 ‘구체적인’ 채용비리 사례가 올랐던 것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노조원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노조의 인사 개입은 계파가 똘똘 뭉친 노조의 ‘슈퍼파워’에서 비롯된다. 회사 전직 공장장 A씨는 “최근 부적격 입사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유보했으나 노조가 파업 등을 거론하며 압박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기아차 관계자도 “인력채용 이외에 라인별 인력 배치 및 공장 이전 작업환경 변경 등을 노조의 동의 없이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광주공장 지부의 ‘계파전통’은 과거 ‘아시아 자동차’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76년 기아에 인수됐으나 버스·군용차량 등만을 생산했던 특성과 지리적 여건으로 소하리(광명시)나 화성공장과의 인사교류도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인력채용도 현대자동차그룹이나 외부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공장 내부에서 결정해 처리했다. 이런 독특한 사내문화가 노조의 인사 개입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기아차 前광주공장장 전화 인터뷰

    기아자동차 김기철(56) 전 광주공장장(부사장)은 21일 “지난해 5월 이후 직원 채용 때부터 ‘누구는 노조원의 추천으로 얼마 주고 들어왔다.’는 등의 좋지 않은 소문이 나돌았다.”면서 “그 이후 회사의 직원 채용 사항을 잘 아는 사람들의 인터넷 제보가 잇따랐고 급기야 서울 본사에서 감사에 착수한 데 이어 검찰수사가 이어지면서 표면화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부사장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노조가 직원 채용과 관련, 압력을 행사했나. -지난해말 노조가 신입 계약직 사원 1070여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 와 그렇게 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정규직 전환’은 약속 사항인 만큼 안 지키면 ‘파업’ 등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가 부적격자를 채용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입사지원서에 ‘추천인란’을 두고 노조의 불법추천을 유도 또는 방조했다는 의문에 대해. -현대차가 기아차 광주공장을 인수한 이후 노사협력과 생산성 향상이 이뤄졌다. 사원 채용 때 추천인을 둔 것은 원활한 노사관계를 위해서도 필요했다. 그러나 채용 과정에서 금품수수가 있었는지는 몰랐다. 일부언론엔 지난해 뽑은 사원 중에서 절반 정도인 400여명이 부적격자로 언급됐는데. -근거 없는 얘기다. 검찰 수사에서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서류전형에서 하자가 있는 응시자는 모두 걸러 냈다. 최근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노조가 지난해 직원 채용때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의혹이 회사 자체 감사에서 제기되면서 책임을 느껴 자진 사퇴를 결심했다.30여년간 이 회사에서 근무한 회사를 불미스러운 일로 떠나게 된 게 아쉽다. 총무담당 이사, 인력관리 팀장, 노사관리팀장 등 모두 7명이 같은 이유로 퇴사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취업장사’ 회사간부 개입 가능성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계약직 채용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이 노조간부뿐만 아니라 회사 간부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직 10년이 넘었다는 한 직원은 “입사지원서에 사내 추천인란이 있는데 노조 간부가 추천을 하더라도 실제 추천자 이름은 차장급 이상 간부이름을 적어야 안정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나도 3000만원을 줄 테니 다리 좀 놔달라고 부탁을 받았으나 거절했다.”며 “돈을 받았다면 인사 시스템상 노조간부 혼자 먹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직원은 “우리 생산라인에만 지난해 입사자 40명 가운데 나이가 34살,36살이거나 대졸자 등 부적격자들이 7∼8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누가 돈을 주고 들어 왔는지 누구의 배경으로 들어왔는지 금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지난해 생산계약직 1083명을 채용할 때 ‘2005년 1월1일자로 정규직 전환’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전에는 통상 사내직업 훈련 2년과정이나 용역직 2년을 거치는 게 관행이었다. 이 때문에 경쟁률이 7대1을 넘었으며, 외부 압력설 등이 난무했다고 한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5개 노조지부 간부급이 얼마만큼 추천권을 행사했는지 주목하고 있다. 노조간부는 200여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회사에 다니는 지인을 추천할 뿐 할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주지역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직원 추천권을 통해 노사가 공존하면서 도덕적 해이현상이 심해진 것을 방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열린세상] 일자리 창출 기업에 맡겨야/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신입사원 채용공고만 냈다 하면 수만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환경미화원 모집에 대학원 졸업자가 지원했다는 보도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싸늘하게 식은 취업전선과는 달리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잘 나가는 수출기업이나 정유, 통신 등 내수호황기업에서는 최고수준의 임금에 더하여 종업원들의 복리후생 요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업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계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중년 직장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일처리도 더 빠르고 힘도 더 센 자녀들이 직장을 못 잡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한숨을 쉬고 있다. 자신의 월급의 절반만 주고 자녀들을 대신 채용한다면 언제라도 직장을 떠나겠다는 근로자들도 많이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고용조정이 어려워 신규채용을 못 하다 보니 종업원 연령구조도 극히 비정상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고용인원을 계속 줄여가는 기업의 경우는 근로자 평균 연령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 고임금 부담뿐만 아니라 순조로운 업무승계까지 걱정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의 심각성을 거론하면서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업들이 자금을 쌓아두고도 신규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매출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산된 제품의 판매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당연히 기업투자가 몰릴 것이다. 그러나 매출예상이 불투명한 것이 일반적이고 투자 실패로 확정될 경우 이를 정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토지나 건물 등 유형자산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면 일부라도 원금회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을 고용할 경우 해고가 쉽지 않고 명예퇴직금 등의 해고관련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투자실패시 고용조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추가비용을 우려하여 투자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따라서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투자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서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용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비정규직을 활용해야 한다. 투자가 성공하여 기업이 성장궤도에 들어서면 숙련된 근로자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할 것이고 기업 스스로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완화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노동부장관이 이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는 데 비해 정치권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정체불명의 제자집단으로부터 노동자 죽이기에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라는 주장을 입에 달고 사는 여야 정치권은 경제살리기의 핵심과제인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는 근로자들의 표를 의식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조 4000억원을 투입하여 청년 및 취약계층 46만명에게 직업훈련 및 장단기 일자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임시방편 대책은 자칫하면 청년들이 평생직장을 잡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실업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신규 투자를 결정한 기업이 당해 투자안의 성패에 따라 고용을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해 새로 도입된 신규고용 촉진을 위한 세제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고, 특히 청년층 인턴사원 채용시는 지급된 급여 총액을 모두 세액공제로 돌려주는 획기적인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경제활동의 주역은 기업이 돼야 하고 정부의 간섭은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 아무리 사정이 급하더라도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기업에 맡기는 것이 정도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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