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정권
    2026-01-28
    검색기록 지우기
  • 축가
    2026-01-28
    검색기록 지우기
  • 부총리
    2026-01-28
    검색기록 지우기
  • 관상
    2026-01-28
    검색기록 지우기
  • 광주
    2026-01-2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6,347
  • 실권 위기 트뤼도, 수세 몰린 숄츠…트럼프 귀환에 전 세계 정치 격동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에 발맞춰 전 세계 정치 지형이 격동하고 있다. 캐나다, 영국, 독일 등 미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국의 집권 여당은 실권 위기에 처했다. 2015년 11월 취임 이후 10년간 캐나다를 이끌어 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거취를 고심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그의 실권 위기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전쟁’ 포문과 뒤이은 리더십 우려로 촉발됐다. 오랜 최측근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재무장관은 지난달 16일 경제 정책 문제로 트뤼도 총리와 충돌한 뒤 물러났다. 트뤼도 내각의 또 다른 6명의 장관은 이미 사퇴했거나 다음 선거에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세금 감면과 현금 지급 등 경기부양책을 제시했지만 장기화한 고물가와 재정건전성 우려로 여당인 자유당 측근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다. 최근 차기 총선에서 자유당이 야당인 보수당에 패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자 그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지난달 23일에는 자유당 소속 하원의원 51명이 트뤼도 총리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캐나다 의회는 오는 27일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총리 불신임 투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7월 조기총선에서 14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도 집권 6개월 만에 국정수행 지지율이 바닥을 치며 실권 위기에 처했다. 영국 싱크탱크 모어인커먼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선이 이뤄질 경우 노동당의 하원 의석은 411석에서 228석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어렵게 원내 1당을 유지하지만 국정 주도권을 잃는다는 의미다. 반면 극우 성향의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은 67석을 얻어 제3당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6개 장관직도 가져가 정국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패라지는 트럼프 당선인이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국 의회에서 오랜 양당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2월 23일 조기총선을 치르는 독일은 머스크가 지지하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AfD는 중도보수 기민당(CDU)에 이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과 연립여당이었던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은 연정이 깨지며 수세에 몰렸다.
  • 독단 못 막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하거나 권한 축소 장치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독단 못 막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하거나 권한 축소 장치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장기 집권 제한하는 5년 단임제대통령 권한에 비해 견제는 약해국회·지자체 4년 주기와도 안 맞아“임기 중반만 지나도 레임덕 생겨”개헌론, 정권 바뀔 때마다 공회전#4년 연임·중임제-이원정부-내각제‘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 통해 견제“8년짜리 제왕을 뽑는 것” 한계도“이원정부제, 좌우 동거 갈등 심각”“내각제, 한국서 야합의 수단 인식”#대통령제 보완 장치미국처럼 ‘부통령제 도입’ 의견도국가 운영 혼란 적고 권력 정당성‘법률 개정 통해 제도 개선’ 주장“개헌 안 해도 책임 총리제 가능”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5년 단임제로 대표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국무회의를 비롯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있었지만 대통령의 독단을 막을 순 없었던 것. 결국 대통령 한 명에게 막강한 권한을 몰아준 87년 정치체제를 바꿔야 이 같은 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전문가들은 10차 개헌을 통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 혹은 연임제로 바꾸거나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87년 6월 항쟁이 요구한 핵심은 직접 민주주의였다. 평화적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결국 5년 단임제로 귀결됐다. 87년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를 제한하는 데 몰두하느라 대통령의 권한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담긴 관련 규정은 존치됐다. 총 130조로 구성된 87년 헌법은 ‘4장 정부’ 부분에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별도로 구분했다. 대통령에 대한 규정은 66조에서 85조까지 스무 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뿐만 아니라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한이 총망라돼 있다.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 주요 헌법기관의 구성권, 국무위원 등 각종 임명권 등도 포함됐다. 대통령이 수반인 정부에는 법률안 제출권을 부여했고 정부는 예산편성권을 독점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에서 나아가 초헌법적 존재로서의 상징성을 갖게 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 온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헌법 4장 제목은 정부가 아닌 ‘행정부’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아닌 ‘윤석열 행정부’”라며 “대통령제가 아니라 대통령중심제라는 말이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제한하기 위해 5년 단임제를 못박았다.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군부 독재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5년 단임제는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고,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단임제는 선거 과정 중 인물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정당정치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장기적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점이 계속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대통령제 국가의 상당수가 4년 연임·중임제를 채택하고 있고, 5년 단임제는 한국을 제외하면 필리핀·멕시코 정도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년 단임제는 세계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며 “5년이라는 임기도 국회의원, 지방정부가 4년 주기라는 점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5년 단임제는 역사적인 수명을 다하지 않았나”라며 “임기 중반만 넘어가도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생기고, 부동산·교육 등 주요 정책이 5년마다 바뀐다”고 짚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대통령이 모든 걸 다 가져가는 승자 독식의 성격이 있다”며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정치·경제·사법적 권한이 너무 큰데 견제는 약하다. 그렇다 보니 사활을 걸고 싸운다”고 지적했다. 5년 단임제 문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그러나 개헌론은 사안의 폭발력과 민감성을 이유로 매번 정쟁의 대상이 됐고 여야는 정국에 따른 유불리를 따졌다. 개헌론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공회전했다. 87년 체제 후 첫 대통령인 노태우 정부 시절 처음으로 5년 단임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다. 임기 말 권위 약화와 권력 누수 등 결함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치권에서 개헌 문제가 공론화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전격 제안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임기 초부터 개헌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통령제 관련 개헌안은 4년 연임·중임제다. 연임은 연속해서 같은 직을 다시 수행한다는 의미다. 중임은 연속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자리를 다시 맡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연임이 아니면서 중임을 한 대통령은 그로버 클리블랜드(22·24대)와 도널드 트럼프(45·47대)뿐이다. 연임제나 중임제를 하면 ‘중간 평가’ 성격을 갖는 선거를 치르게 돼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 박원호 교수는 “연임제나 중임제를 도입하게 되면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 같은 말은 나올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점을 지적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제는 필연적으로 제왕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4년 중임제는 8년짜리 제왕을 뽑는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또 다른 대안은 이원정부제다.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말로도 불린다. 외치는 대통령이, 내치는 총리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와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권력 남용의 우려가 적고 행정부의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원정부제의 대표 격인 프랑스에서는 좌파 대통령과 우파 총리 등 좌우 동거 정부의 심각한 갈등이 고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조기 총선에서 압승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재묵 교수는 “프랑스식 이원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당에서 나오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고 다른 당이 되면 심각하게 갈등하는 문제가 있다”며 “오스트리아식으로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상징적인 역할만 하는 방식의 이원정부제가 맞다”고 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국무총리인 시대는 상상만 해도 어렵지 않나”라며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내각제도 거론된다. 영국, 일본처럼 의회가 행정부 구성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제도다. 정치권에서는 한국의 정서와 내각제는 맞지 않는다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내각제는 책임 정부로서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상당수 국가 사례에서 연립정부가 구성된다는 점에서 협치가 필수적이다. 이재묵 교수는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오래된 국가는 다 내각제인데, 한국에서는 야합의 수단으로 인식돼 있다”며 “정당과 국회가 중심이 돼야 궁극적인 삼권 분립이 실현된다”고 했다. 신 교수도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려면 내각제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권력을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분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제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로 미국처럼 부통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도 초대 정부는 이승만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등 정·부통령제였지만, 이후 국무총리제로 변경됐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는 사실상 대통령에 종속돼 보좌하는 역할로 제한된다. 그러나 부통령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국가 운영에 대한 혼란이 적고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택한 권력이라는 정당성이 있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은 “힘없는 총리제보다는 부통령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줄곧 주장했다.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해 의회 제도를 바꾸는 방안도 있다. 지난 20대 국회의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양원제를 도입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양원제 체제에서는 정부와 의회가 대립할 때 상원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의 3분의1,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3분의2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제2공화국에서 양원제를 도입했지만 운영 기간이 10개월에 불과했다. 이재묵 교수는 “지역 갈등이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는 있다”고 했다. 독일의 경우 상원이 16개 주정부의 수반과 각료로 구성돼 지방분권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준한 교수는 “양원제를 하는 국가는 대부분 연방제를 하는 국가”라며 “갈등과 비용 문제만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개헌 시도가 매번 무산됐다는 점에서 개헌이 아닌 법률 개정을 통해 정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원호 교수는 “개헌을 하지 않더라도 책임 총리제 등은 구현할 수 있다”며 “국회 다수당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총리로 받아 준다면 운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재묵 교수도 “정치개혁이 중요하지만 선거제 개혁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 “87체제, 정의 사회 꿈꿨지만…경제도 정치도 ‘승자 독식’으로” “스스로 미래 개척한 한국…국민 주권 강화로 ‘공존의 길’ 찾아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87체제, 정의 사회 꿈꿨지만…경제도 정치도 ‘승자 독식’으로” “스스로 미래 개척한 한국…국민 주권 강화로 ‘공존의 길’ 찾아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갓 스무 살 성인이 된 87학번들에게 ‘87년 체제’는 환희이자 희망이었다. 이들은 38년 전 그때를 누구보다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캠퍼스와 거리에서는 날마다 대학생, 넥타이 부대, 노동자들이 어울려 시위를 했다. 87년 체제는 그 뜨거웠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결실이었다. 스무 살의 87학번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꿈꿨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한국 사회는 그때의 꿈과 거리가 멀다고 토로했다. 87학번들이 겪은 1987년과 2025년 그리고 새롭게 꿈꾸는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스럽게 빠져든 학생 운동이한열·박종철 열사 사망이 계기전공보다 이념 학습·시위가 일상“돌·최루탄 난무… 캠퍼스가 전쟁터”상당수 87학번들은 대학 새내기 때 자연스럽게 학생 운동에 빠져들었다. 87학번들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속하지만 선배들과는 엄연히 달랐다. 86세대의 주축인 80년대 초중반 학번들은 그들에게 “너흰 한 것도 없이 민주화된 세상을 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신군부 전두환 정권에서 대학 생활을 해 온 선배들의 ‘도발’이었다. 권오중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은 연세대 화학과에 입학해 대학 1년 선배인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고 1990년 27대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권 전 부시장은 “선배들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생생하게 접하면서 민주화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정형기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의 1987년은 서울대 선배 박종철 열사의 사망 소식으로 시작했다. 정 대변인은 “1987년 봄은 광장 집회, 시험 거부, 돌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하늘로 기억된다”며 “전공과목보다 이념 학습과 토론, 시위와 뒤풀이가 일상이자 대학 문화였다”고 말했다. 육현수 기획재정부 재정관리총괄과장도 “전북대 교정은 다른 대학보다 유난히 더 뜨거웠다.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고 ‘사과탄’이라 불린 M25 최루 수류탄 파편이 잔디밭에 나뒹굴었다”며 “캠퍼스가 전쟁터 같았다”고 기억했다. #군부독재 종결과 시대적 한계당시 군부독재 종식이 유일한 목적정치·경제·사회적 변화 못 담아내“그 이상을 꿈꾸는 건 사치 같았다”87년 체제의 성과는 단연 대통령 직선제다. 6월 항쟁을 통해 기나긴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대중의 바람과 달리 김영삼·김대중 두 후보는 단일화에 실패했고, 군사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의 긍정적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군부독재 종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를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병덕 코리아스픽스 대표는 “호헌 철폐, 독재 타도 외에는 바라는 게 없었다”며 “죽거나 사라지는 동지들을 보면서 그 이상의 미래를 꿈꾸는 건 사치인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 1988년 13대 총선에서 대학생 봉사단으로 일했다. 이 대표는 “당선되던 날 노 후보가 ‘군부독재를 끝내고 올바른 민주주의의 나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며 군부독재 종식이 당시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권 전 부시장은 “87년 체제는 군부독재 청산과 평화적 정권교체에만 목적이 있었다”며 “1990년대 이후 정치·사회·경제적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근본적인 설계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원포인트 군부독재 종결, 장기 집권을 하지 못하도록 5년 단임제로 타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 과장은 “현행 헌법 아래에서 대통령 3명이 탄핵(소추)당했다는 건 국가 통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과제의 결론을 도출하고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미래 비전을 보여 주는 건 미숙했던 것 같다”고 짚었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가 태동하던 그때, 저마다 이상향을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들은 87년 체제가 38년째 지배해 온 2025년 현재의 한국 사회를 승자 독식, 기득권 독점, 부의 양극화, 86운동권 권력화·세속화, 적대적 공생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다. 저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의식은 비슷했다. 사회가 양극화돼 있고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장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꿈꿨지만 현재 한국은 정치·경제 모두 승자 독식 사회”라며 “그래도 정치에서는 1인 1표가 평등하지만, 경제에서는 돈 많은 1인이 여러 표를 행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순천자존(順天者存)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는 말처럼 순리를 따라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 모두가 공정하고 부강한 나라,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민주적인 나라를 꿈꿨다”며 “갈등 이면에는 부의 양극화와 함께 각종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헌법과 법률이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발전해 왔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믿고 맡길 만한 정부를 스스로 선택할 힘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긍정적인 부분도 짚었다. #승자 독식 사회소수 권력 독점·부의 양극화 심화경제 분야선 사실상 ‘1인 1표’ 아냐“운동권의 권력·세속화에도 실망”익명을 요구한 87학번 대기업 임원 A씨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꿈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선진화된 자본주의 경제 모델, 중도와 협치가 살아나는 정치를 향해 가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우리 사회가 최소한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사회민주주의가 가미된 체제가 되기를 원했지만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유럽 등이 생각보다 빨리 무너지면서 사회주의의 모순이 드러났다”며 “86세대 운동권이 권력화·세속화되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도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면서 엄청난 좌절을 느꼈지만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에 몰두하고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에 대한 기대가 깨진 상황”이라고 했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가 생존을 향한 발걸음에서 완성됐다면, 이제 공존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당수는 후배 세대에 대한 부채 의식을 토로하면서 미안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해법은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87년 체제의 결과물인 5년 단임제에 대해 손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개혁’탄핵 등 중요 현안은 국민 투표를소선거구제 ‘민의 왜곡’ 결함 있어“정치가 경제 동력 깎아 먹는 구조”권 전 부시장은 “내가 스스로 투표해서 대통령을 뽑은 만큼 탄핵도 국민 투표를 통해서 해야 한다”며 “국민 개인이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데, 대의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 변화의 중심은 ‘새로운 시민’의 탄생”이라며 “과거 헌법체제가 통치받는 수동적인 국민을 상정했다면 이제는 국민 주권의 비약적인 증진을 모색해야 한다. 중요 현안을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게끔 헌법상 국민투표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대변인은 “1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는 13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데 ‘산 표’보다 ‘죽은 표’가 많아 민의를 왜곡하는 소선거구제의 치명적 결함이 있다”며 “이런 선거 방식에서 거대 양당의 승자 독식과 횡포는 정치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생존에서 공존으로기후·농촌 위기, 자본주의로 못 풀어‘기득권 독점’ K콘텐츠 시스템 해결“경제 민주화로 산업 대전환 대비를”소설가 김탁환은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공존을 이야기했다. 전남 곡성에서 농사를 짓고, 작은 책방도 운영하고 있는 김 작가는 “지방이나 농촌의 상황은 수도권의 열 배는 안 좋다”며 “늘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고 했다. 이어 “여기 사람들은 기후위기, 지방 및 농촌 소멸 등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걸 체감하는데, 도시에서는 자본주의적 논리로 바뀐다”고 아쉬워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저력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문화예술계도 권력의 독점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과도한 상업화로 인해 콘텐츠의 문제의식이 줄어들고 ‘팔리는 콘텐츠와 코드’를 활용한 작품만 양산된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 배우와 감독 등 소수의 기득권이 다 가져가는 분배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특정 권력층 및 부유층이 기득권을 독점하면서 사회가 붕괴되는 것처럼, 콘텐츠 시스템 구조를 해결하는 게 K콘텐츠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 부의 양극화, 시장 경제에 대한 반성과 비판도 많았다. 소설가 박현욱은 “87년 당시 꿈꾼 대한민국은 군사정권을 극복한 나라였고 그 꿈은 120% 이뤄졌다”며 “그러나 경제적·세대적 양극화가 확대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절대적 빈곤을 극복해 냈다면 상대적 빈곤도 극복해 내는 세상을 바란다”며 “부디 절대 다수의 우리이길 바란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경제 민주화를 이루고 산업 대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며 “노동계도 노동자 재교육과 정년 연장, 일자리 문제 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A씨도 “결국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은 시장 경제가 잘 작동하는 선진화된 자본주의인데 정치가 경제 동력을 깎아 먹는 점이 안타깝다”며 “경제가 돌아야 국민이 먹고산다.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정치가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했다.
  • 87년 체제 ‘대한민국’ 빼고 다 뜯어고치자

    87년 체제 ‘대한민국’ 빼고 다 뜯어고치자

    1987년 여름은 뜨거웠다. 6월 항쟁의 결과 대통령 5년 단임 직선제를 골자로 한 개헌이 이뤄졌고, ‘87년 체제’가 개막했다. 이후 8명의 대통령 배출, 4차례 수평적 정권 교체를 낳으면서 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완성된 듯 보였다. 그러나 정권마다 예외없이 ‘제왕적 대통령’ 논란이 벌어졌고, 이 고질병은 급기야 12·3 비상계엄이라는 기형아를 탄생시켰다. 87년 체제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는 사실이 명약관화해진 지금 서울신문은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깊게 뿌리박힌 고질병을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답을 찾고자 한다. 그 서막은 38년 전 대학에 입학해 87년 체제의 탄생을 목도했던 ‘87학번’들이 연다.
  • 日총리, ‘귀신 나온다는’ 관저로 이사…‘퇴마 의식’까지 했는데[핫이슈]

    日총리, ‘귀신 나온다는’ 관저로 이사…‘퇴마 의식’까지 했는데[핫이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관저에 입주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전 총리들이 ‘귀신 출몰’로 꺼려해 온 관저로 이시바 총리가 이사했다”면서 “일본의 전 총리들은 유령이 나온다고 알려진 관저에 거주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취임 후 국회의원 숙소에 머물다가, 전임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퇴거한 뒤 시작된 보수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관저 입주를 결정했다. ‘칸테이 관저’로 불리는 일본 총리 관저는 2002년 4월 완공된 현대식 건물이다. 같은 자리에 있던 과거 관저를 허물고 새로 지어졌는데,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배경에는 이전 관저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있다. 1932년 5월, 해군·육군·극우 혈맹단 소속 11명이 당시 총리였던 이누카이 스요시를 살해했다. 1936년에는 군인 280여 명이 같은 자리에 있던 총리 관저를 습격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때 총리 관저로 진입한 쿠데타군은 대령 한 명을 총리로 오인해 살해했다. 당시 쿠데타 세력의 표적은 오카다 게이스케 총리였다. 이후 역대 총리들은 관저 입주를 꺼려왔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한밤중에 군인들의 행진 소리에 잠을 깼다”고 측근에게 털어놨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입주 전 신도 승려를 불러 퇴마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하타 쓰토무 전 총리의 부인은 회고록에 “한밤중에 정원에서 군인들이 서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쓰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의 관방장관으로 재임 중이던 2013년 5월 공저 내 귀신 출몰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가지 소문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그의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관저에 들어가지 않은 채 각각 도쿄 시부야구의 사저와 중의원 숙소에서 차량으로 출퇴근했다. ‘귀신 나오는 집’으로 유명해진 뒤 9년 동안 비어있던 관저에 용기를 내 들어간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였다. 2021년 당시 기시다 전 총리는 “재해 등 긴급사태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의원 숙소에서 오고 가는 데 드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관저 입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가 진짜 무서운 것은 귀신 아닌 ‘이것’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전임 총리가 퇴거한 관저에 입주하면서 “이사가 늦어진 건 리모델링 공사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이 ‘귀신 나오는 관저’ 소문에 대해 묻자 “소문은 익히 알고 있지만 특별히 두렵진 않다”면서 “실제로 뭔가를 보는 것이 무서울 수는 있지만,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건 그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진짜 걱정거리’는 귀신이 아니라 정권 유지와 지지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SCMP는 “이시바 총리가 지난해 10월 총선 패배 후 소수 여당을 이끌며 정치적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귀신 소동은 그저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이시바 내각의 출범 초기 지지율은 50% 안팎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정부 출범기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달보다 5% 포인트 상승한 51%, 지지율은 전달보다 5% 포인트 하락한 41%로 조사됐다.
  • 재일교포 ‘야구전설’ 장훈 일본 귀화...“韓 은혜를 잊는다”

    재일교포 ‘야구전설’ 장훈 일본 귀화...“韓 은혜를 잊는다”

    재일교포 출신의 ‘야구 전설’ 장훈(85·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이 최근 일본 귀화 사실을 밝혔다. 장훈은 지난달 29일 일본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몇 년 전 국적을 바꿨다. 지금은 일본 국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때 (한국의) 어떤 정권이 재일교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다”며 국적 변경에 정치적 이유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일본에 자발적으로 왔다’, ‘다른 나라에서 좋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며 “재일교포는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다. 일본에서 필사적으로 일하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했다. 다만 장훈은 “국적은 한 번은 되돌릴 수 있다”며 “당연히 부모님의 피를 이어받은 재일교포로서 긍지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1940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통산 3000안타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로 일본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인물이다. 18세 때 국적 변경을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자 그의 어머니가 “조국을 팔면서까지 야구 선수가 될 필요가 없다”고 거절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한국 야구계에 대한 섭섭함도 토로했다. 장훈은 “20년 넘게 (KBO 총재) 특별 보좌를 하고, 프로 리그를 만들었는데 한국 시리즈나 올스타전 초대는 한 번도 없었다”며 “그 나라의 나쁜 점이다. 은혜도, 의리도 잊었다”고 주장했다.
  • 충청권 4개 시도 한몸 됐다… 지역 균형발전 이끌 ‘메가시티’ 첫발

    충청권 4개 시도 한몸 됐다… 지역 균형발전 이끌 ‘메가시티’ 첫발

    대전·세종·충북·충남 4곳 협력 맞손기존 지자체 그대로 유지하며 상생 광역 브랜드·인재 양성 등 사업 협력전 지역 50분 내 오가는 교통망 구축수도권 버금갈 경제생활권 기대감일각선 시도 간 이해관계 충돌 우려정파·지역 초월한 결집 필요성 강조“갈등 상황 땐 시민단체 중재 참여를” 대전시와 세종시, 충북도, 충남도 등 충청권 4개 시도가 한몸이 됐다. 지역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메가시티 건설을 위해서다. 이들 4개 시도는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을 만들어 31일 공식 업무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4개 시도는 지난 18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충청광역연합 출범식을 가졌다. 2022년 1월 특별지자체의 구체적인 설치 및 운영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이 시행된 이후 특별지자체가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울산·경남 등 3개 지자체가 특별지자체 설립을 가장 먼저 추진했으나 합의가 파기되면서 무산됐다.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시도 경계를 뛰어넘는 초광역 사무 처리가 필요할 때 설치하는 지자체다. 기존 지자체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행정구역 통합과는 다르다. 규약으로 정한 사무 범위 안에서 인사권, 조례 제정권 등을 갖고 있어 행정협의회와도 차이가 있다. 또한 특별지자체는 관련법에 일몰조항이 따로 없다. 4개 시도가 폐지를 합의하기 전까지는 지속되는 것이다. 충청광역연합은 연합장과 연합의회 의장이 양대 축을 형성하며 2개 사무처 60명으로 구성됐다. 지자체장이 예산과 사업을 집행하고 이를 지방의회 의장이 견제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충청광역연합 사무실은 세종시에 마련됐다. 연합장 임기는 1년이며 4개 시도 지사가 번갈아 수행한다. 짧은 임기로 정책의 전문성 및 책임성 약화가 우려됐지만 각 지자체의 높은 이해와 관심도, 균등한 임기수행으로 인한 형평성 제고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이 고려됐다. 초대 연합장으로 선출된 김영환 충북지사는 출범식에서 “충청광역연합이 지역 간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선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대통합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연합장이 이끌 연합사무처는 사무처장 아래 3과(초광역자치과·초광역산업문화과·초광역건설환경과) 총 41명으로 꾸려진다. 연합장을 맡은 지자체는 11명, 나머지 3개 시도는 10명씩 파견했다. 연합의회 의장은 연합의회와 연합의회 사무처를 대표한다. 연합의회는 4개 시도 의원 4명씩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연합의회 의장 임기는 2년이다. 연합의회 사무처 조직은 사무처장 아래 총무담당관과 3개 전문위원실로 구성되며 총 19명이 근무한다. 연합의회는 지난 17일 1회 임시회를 열고 노금식 충북도의원을 초대 의장으로 선출했다. 노 의장은 “지혜와 힘을 모아 공동과제를 해결하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모범적인 광역의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충청광역연합은 4개 시도와 중앙행정기관에서 이관된 20개 사무를 맡는다. 도로망, 철도망, 광역 간선급행버스체계, 첨단바이오산업, 미래모빌리티 부품산업, 코스메틱산업, 관광, 환경, 생태계 보전, 국제교류 협력 분야 등이다. 충청권 공공기관 채용박람회, 충청권 광역 브랜드 개발, 충청권 유교문화권 진흥사업 등 지역인재 양성과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협력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혼자보다 이웃과 손을 잡는 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앞서 2022년 8월 29일 충청권 시도지사들은 특별지자체 추진을 합의한 뒤 합동추진단 운영을 통해 특별지자체가 수행할 공동사무를 발굴했다. 이어 시도 및 시도의회 협의를 거쳐 규약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았다. 현재까지 발굴된 초광역 협력사업은 총 53개다. 사업비 분담은 4개 시도 균등 분담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다만 국가 주도로 추진되는 도로·철도 등 인프라 분야는 확정된 사업계획에 따라 시도별 지방비 분담안을 산정한다. 산업경제 분야 가운데도 국비가 포함된 사업은 국비 매칭에 따라 시도별 사업비 분담 비율을 정한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충청광역연합 출범이 전략산업을 동반 육성해 충청권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광역 교통망 확대로 경제공동체 및 3050 생활권 형성도 기대한다. 3050 생활권이란 충청권 4개 시도 내 거점도시 간 30분, 전 지역을 50분 내로 연결하는 초광역 교통 네트워크 구축 전략이다. 공통 사무 통합 운영으로 행정서비스 효율성이 향상되고 국가 사무 위임으로 선도적 지방분권 모델이 확립될 수도 있다. 4개 시도가 충청광역연합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리는 미래상은 수도권에 버금가는 단일의 경제생활권이다. 4개 시도 총인구는 556만명, 지역총생산은 272조원에 달한다. 총예산 규모는 25조 2912억원, 총면적은 1만 6658.6㎢다. 행정안전부도 충청광역연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충청광역연합이 수도권 집중완화와 지역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정부가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행정 체제 선도모델이 되도록 충청광역연합과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특별 지자체 추진 희망 권역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해 왔다. 출범 이후에도 운영 과정상 필요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도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언제든 깨질 수 있다며 정파와 지역을 초월한 결집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충청광역연합의회는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일부 의원이 사퇴하는 등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중재 역할을 할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며 “충청광역연합이 광역단체 주도로 추진돼 기초단체와 주민들이 소외되고 있는 점, 정부가 광역시를 중심으로 규모를 키우려 한다는 점 등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식, 9월 우주쇼… 10월엔 ‘일주일 빨간날’[2025 캘린더]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식, 9월 우주쇼… 10월엔 ‘일주일 빨간날’[2025 캘린더]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새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시작으로 일본 오사카 세계박람회, 광복 80주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을 잇는다. 전 세계 광범위한 범위에서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선을 끄는 생성형 AI 챗GPT와 퍼플렉시티 등의 도움을 받아 2025년 한 해 어떤 일들이 예정돼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1월트럼프 백악관 재입성도널드 트럼프가 1월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제45대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는 2020년 한 차례 낙선 후 당선돼 징검다리 재선에 성공한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다. 2월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에 접어든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이름하에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길지 않을 것 같던 전쟁은 서방의 군사적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저항으로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3월1000만 관중 돌파한 프로야구 개막프로야구가 3월 22일 개막한다. 팀당 144경기씩 총 720경기를 치른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첫 ‘1000만 관중’(1088만 7705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4월4·2 재보궐선거4월 2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는 부산교육감, 서울 구로구청장, 충남 아산시장, 경북 김천시장, 경남 거제시장 등을 뽑는다. 소규모 선거지만 조기대선 등의 풍향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오사카 세계박람회일본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엑스포)가 4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6개월간 열린다. 160개국이 참가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5월세종대왕 나신 날5월 15일은 처음 맞는 ‘세종대왕 나신 날’이다. 정부는 세종대왕의 애민사상, 자주정신, 실용정신을 계승하고자 세종대왕 탄생일(1397년 5월 15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아쉽게도 공휴일은 아니다. 6월확 바뀐 FIFA 클럽 월드컵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이 전면 개편됐다. 출전팀이 7개 팀에서 32개 팀으로 늘어났다. 6개 대륙의 클럽 대항전 우승팀들과 개최국 리그 우승팀이 출전한다. 6월 15일부터 7월 13일까지 미국에서 열린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았다. 양국은 1965년 6월 22일 한일 기본조약을 맺었다. 양국 관계의 미래상을 제시할 기회지만 최근 탄핵 정국이 변수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풍백화점 참사 30주기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다쳤다. 7월동아시안컵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주최하는 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7월 7~16일 한국에서 열린다. 남자부는 한국·중국·일본·홍콩이, 여자부는 한국·중국·일본이 출전을 확정했다. 8월광복 80주년광복 8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국가보훈부는 월별로 ‘이달의 독립운동’을 선정했다. 국채보상운동(1월), 신간회 창립(2월), 3·1운동(3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4월), 근우회 창립(5월), 6·10만세 운동(6월), 광복회 조직(7월), 일장기 말소사건(8월), 한국광복군 창설(9월), 한글날 제정(10월), 광주학생 독립운동(11월), 13도창의군 결성(12월)이다. 9월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1945년 9월 2일 일본 대표들이 미주리 함상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1939년 9월 1일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군사 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상자(7000만~8500만명)를 만들었다. 놓쳐선 안 될 ‘우주쇼’달이 지구의 본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을 3년 만에 볼 수 있다. 서울 기준 9월 8일 오전 2시 30분 24초에 시작해 오전 3시 11분 48초에 최대로 가려진다. 쇼는 오전 3시 53분 12초에 끝난다. 10월10월 3~9일 ‘일주일이 빨간날’개천절부터 추석, 한글날까지 7일간 ‘황금연휴’다. 경주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21개 회원국 및 2~3개 초청국 정상과 기업인 등 2만명이 찾는다.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52년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는 1961년 군사정권이 들어서며 중단됐고,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다시 살아났다.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은 지방자치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이다. 11월누리호 4차 발사‘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11월 예정돼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3년 5월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이후 누리호 비행모델 4호기 구성품 등의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을사늑약 120주년1905년 11월 17일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했다. 늑약 체결에 적극 찬성한 을사오적은 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권중현이다. 12월무안 제주항공 참사 1주기탑승객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 참사(12월 29일) 1주기를 맞는다. 철저한 원인 분석과 책임자 처벌 등을 통해 유족들의 원통함과 황망함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 [씨줄날줄] ‘정치공항’

    [씨줄날줄] ‘정치공항’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공항은 15개다. 새만금공항과 가덕도신공항, 울릉공항 등이 건설되고 있으니 더 늘 수 있다. 새만금공항은 군산공항에서 1㎞ 떨어져 있고 인근에 철새 도래지도 있다. 역대 총선·대선 공약이었으나 경제성 등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지역균형발전 명목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면제됐다.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지도자 등이 모이는 잼버리가 공항 추진의 주요 명분이었으나 잼버리는 전 국민을 창피하게 만든 악몽이 됐다. 공항은 유치만 하면 정부가 건설하고 공공기관인 공항공사가 운영한다. 정치인과 지방정부가 나중에 책임질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황당한 사례가 여럿이다. AFP통신은 2007년 울진공항을 ‘세계 10대 황당 뉴스’에 올렸다. 김대중 정부 초대 비서실장인 김중권씨가 고향에 세운 “1300억원짜리 공항에 취항하려는 항공사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울진공항은 현재 비행훈련원으로 쓰인다. BBC방송은 2009년 양양공항을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국제공항’이라며 ‘유령공항’이라고 평가했다. 전두환 정권의 실세였던 유학성씨가 고향에 세운 예천공항은 2004년 폐쇄돼 공군기지로 둔갑했다. 전북 김제공항은 2003년 공사가 중단됐고 지난해 계획이 공식 폐기됐다. 주민들은 그 부지에 배추 농사를 지었다. 정치공학적 논리로 공항이 추진되니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안전에 대한 고려도 뒷전이 된다. 부지 공사비만 10조 5300억원인 가덕도신공항은 특별법 통과 직전까지 항공사고 위험, 경제성 미비, 수요 불투명 등 ‘7대 불가론’에 휩싸였다. 대참사가 빚어진 무안 국제공항도 이런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요가 적어 ‘고추 말리는 공항’이란 타박을 받기도 했다. 경제와 안전을 무시한 ‘정치공항’은 지역사회에 크고 깊은 생채기를 남길 수 있다. 정치가 지역 공항을 전리품 삼지 않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 [열린세상] 개헌이 성공하려면

    [열린세상] 개헌이 성공하려면

    2024년 한국의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참담한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개헌 논의가 촉발됐다. 개헌이 올바른 처방책이 되려면 두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개헌의 성사 가능성이다. 1987년 현행 헌법이 제정된 이후 모든 정부에서 개헌 논의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개헌을 정치 개혁이 아닌 정략적 차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지 못하고 정쟁만 부추겼다. 둘째는 개헌안이 문제 해결의 방책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느냐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개헌안의 핵심 내용은 대통령 권한 축소다. 정치권은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을 놓고 다투고 있다. 이제껏 모든 개헌 논의가 통치체제 개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렇지만 우리 정치를 망가뜨린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만 있지는 않다. 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분명 대통령 권력의 남용에 있으나 권력 집중형 정치체제와 양극화의 정치라는 구조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과거 주한미국대사관 자문관으로 일했던 그레고리 헨더슨 교수는 한국 정치의 특성을 ‘소용돌이의 정치’로 규정했다. 고도의 동질성과 중앙집권화의 특징으로 최정점의 권력이 모든 정치 이슈와 행위를 빨아들이는 강한 흡입력이 작동한다. 오직 권력의 중심만을 향해 돌진하는 소용돌이 폭풍이 일어나면 정치권의 타협과 시민의 이성적 성찰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소용돌이 정치의 정점이 대통령 권력에만 한정되지 않는 것이다. 개헌안이 담아야 할 핵심 내용은 중앙집중형 권력구조를 해체하는 방안이어야 한다. 현재 논의 중인 통치체제는 권력의 수평적 분산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의원내각제로 개정하면 대통령 대신 수상이 소용돌이 태풍의 최정점이 된다. 이원집정부제에서는 대통령과 총리가 최정점의 자리를 놓고 다툴 것이다. 소용돌이의 정치를 멈추려면 권력의 수직적 분산이 필요하다. 수직적 분산은 중앙정치 내부와 지방으로의 분산 두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집중된 행정 권력을 각 부처로 이양해야 한다. 국무회의가 의결기관이었다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수 의석을 점한 정당이 입법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안 된다. 거대 양당의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다면 다당제로 바꿔야 한다. 그러자면 개헌과 함께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한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당법 개정을 통해 정당 내부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대표에 의한 공천권 전횡을 막아야 한다. 후보자 공천권을 정당에 일임하지 않고 선거법과 정당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소용돌이 정치를 제거하려면 지방 분권 개헌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 재정권, 조직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자치형 지방정부로 가야 한다. 지방의원이 국회의원들에게 속박되지 않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거법과 정당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역정당 허용도 지역 정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방안이다. 단순히 통치체제 개정만으로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앙집권형 권력구조를 해체하고 권력 분산의 분권형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뿐 아니라 선거법과 정당법 등 정치 관련법 전반을 함께 개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딪힐 가장 큰 난관은 사회적 합의 도출 방안이다. 국회와 정치권이 주도하는 개헌과 법률안 개정은 바라기 어렵다. 그들은 권력의 최정점과 소용돌이 정치를 없애는 개헌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공론화위원회 혹은 시민의회와 같이 시민이 주체가 되는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세종로의 아침] 두 대통령의 몰락

    [세종로의 아침] 두 대통령의 몰락

    48.56% 득표로 당선된 국가 최고 권력자가 ‘비상계엄령 선포’라는 근현대사의 용어를 45년 만에 소환했을 때, 기자는 한국을 떠나 미뤄 뒀던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이역만리에서 접한 고국의 비상사태는 현실감이 없었고, 유튜브 실시간 중계로 지켜본 군인들의 국회 진입 모습은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울린 업무 카톡방 메시지에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허구가 아닌 ‘실제 상황’임을 깨닫는 현실감이 돌아왔다. 계엄사령부가 내린 포고령에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엄포가 담겼고, 카톡방 폐쇄 가능성에 대비해 정권의 힘이 닿지 못하는 러시아산 메신저 ‘텔레그램 피난’이 이어졌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지켜보는 국민이야말로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을 테다. 지난 대선을 앞뒀을 당시 법조팀을 떠나 재계를 취재하는 산업부로 막 자리를 옮긴 탓에 ‘검찰 기자가 보기에 이번 대선은 어떻게 될 거 같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너는 누구를 더 싫어하느냐를 묻는 것이었다. “누구를 지지함을 떠나 누군가의 인신을 구속하고 그들의 삶을 나락으로 밀어내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던 분이 국가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살리는 자리’에 맞을지는 의문입니다.” 나의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국민은 야당을 향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궤변을 통해 그릇된 신념을 가진 자가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공동체가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를 체득하는 중이다. 극우층만 바라보며 군불을 때고 있는 대통령에 정치혐오와 좌우 대립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고, 원화 가치는 한 달 새 5%가량 고꾸라지면서 환율은 1500원에 근접하고 있다. 그릇된 신념과 확신에 찬 지도자의 모습을 공교롭게도 정권의 찍어내기 희생양임을 호소하는 ‘체육 대통령’에게서도 읽을 수 있었다. 채용 비리를 비롯한 각종 비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최근 3연임 도전을 공식화하는 자리에서 약 80분을 자기 변론에 할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을 타깃으로 한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 조사,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이은 최근 감사원의 체육회 감사 착수를 아울러 언급하며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날 압박하며 악마화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체육계도, 나도 더 물러날 룸(공간)이 없다”는 말로 출마 배경을 밝혔다. 2016년 통합체육회 출범 당시 선거에서 당선돼 올해까지 8년간 체육회를 이끈 이 회장은 체육회 재정을 확충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와 2024 파리올림픽 종합순위 8위 달성을 끌어낸 점 등을 자신의 공로로 치켜올렸다. 문체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출범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만이 완수할 수 있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가스포츠정책위는 문체부의 주된 기능 중 하나인 국가 체육 정책과 행정을 떼어내 별도의 독립 기구로 이관하자는 취지로, 이 회장의 이번 체육회 선거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검·경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잠행을 이어 오던 이 회장은 최근 정세가 계엄 후폭풍으로 대통령 및 주요 국무위원 탄핵 국면으로 전환되자 이참에 자신을 ‘무도한 정권’의 대척점에 놓고 체육 개혁을 완수할 투사 포지션을 잡은 모양이다. 올림픽 금메달과 국제대회 우승과 같은 일부의 성과에만 집착해 출신 대학이나 종목별로 밀어주는 끼리끼리 문화와 선수 인권 보호에는 눈감았던 그의 과오를 들추며 ‘이제는 바꿔야 할 때’를 외치는 체육계 내부 목소리도 한낱 정치적 구호로 무시한다. 대통령이든 체육 대통령이든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한시라도 빨리 그 직에서 내려오는 게 공동체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박성국 문화체육부 차장
  • 새 판형 정착·정년연장 기획 주목… 현안 즉각 못 다룬 칼럼 아쉬워 [독자권익위]

    새 판형 정착·정년연장 기획 주목… 현안 즉각 못 다룬 칼럼 아쉬워 [독자권익위]

    탄핵 정국, 한국경제 돌파구 시리즈내수·저성장 등 잘 구분해 해법 제시탄핵 인용 가능성·헌법재판관 분석기사와 그래픽 일목요연하게 정리두 지면 연계 국내·국외 10대 뉴스 베를리너판 강점 살린 편집 돋보여정우성이 쏘아올린 비혼 출산 관련유럽 실패 사례 등 부작용 논의 부족‘뚱뚱 이대남’ 등 테마 잡아 차별화국민건강영양조사 기본 내용 빠져청년 공무원 해외연수 기회 확대퇴사·이직 근본 해결책 제시했으면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81차 회의를 열고 12월 한 달과 2024년 한 해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서 발 빠르게 준비한 ‘탄핵 정국, 한국 경제 돌파구를 찾아라’ 시리즈가 시의적절했고 ‘탄핵 인용 가능성’, ‘헌재 심판 늦출 변수’ 등을 다룬 기사는 일목요연하게 쟁점을 정리하는 서울신문의 탁월함이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5회차로 다룬 ‘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도 많은 공감을 샀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지난 7월 도입한 베를리너판형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마감 시간 임박으로 인해 12월 4일자에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담지 못하고 호외를 발행해야 했던 점, 오피니언면에서 곧바로 계엄 사태를 다루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김재희 9일자 비상계엄 후폭풍에 대한 경제 전문가 7인의 진단, 16일자 탄핵 인용 가능성에 대한 헌법학자의 의견, 헌법재판관·후보 9인을 다룬 기사는 그래픽이 일목요연하게 잘 담겼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잘 정리했다. 지면을 그래픽에 크게 할애하는 건 방송 등 다른 매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 탄핵 직후인 16일자 1면 ‘국회 둘러싼 준엄한 민심’ 사진 기사는 많은 의미와 큰 울림을 준다. 27일자에는 한 해를 마감하면서 국내·국외 10대 뉴스를 선정, 두 지면으로 배치해 개방감 있고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주요 이슈를 잘 정리했다. 두 면에 걸쳐 일목요연하게 기사를 배치할 때 베를리너판 도입의 강점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제 도입 6개월이 지났으니 어울리지 않는 편집에 대해선 더 노력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직후인 5일자의 1면 사진은 긴박성이 조금 떨어졌다. 이날 계엄 관련한 사설은 있었지만 오피니언 칼럼은 아쉬웠다. 국가적 위기가 있는 사건에 대해 서울신문을 대표하는 필진의 글이 실리지 못했다. 4일자에 실린 ‘뚱뚱해지는 이대남… 술·담배 더 하는 이대녀’ 기사는 테마를 잡아 차별화했으나 질병관리청이 1998년부터 매해 해 오는 국민건강영양조사란 기본적 내용이 빠져 아쉬웠다. 허진재 계엄 사태 직후 5일자 ‘계엄 해제 시기도 불분명’이란 기사는 우리나라의 계엄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타지에서 볼 수 없던 차별화된 기사였다. 17일자부터 이어진 ‘탄핵 정국, 한국 경제 돌파구를 찾아라’ 3회 시리즈는 내수 부진과 저성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대응 등으로 구분해 한국 경제의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해법을 잘 제시했다. 11일자 ‘슈퍼 선거의 해는 정권 심판의 해’ 기사는 올 한 해 전 세계에서 일어난 주요 선거 결과를 한번 정리해 줬는데 타지에서 보기 어려웠던 기사였다. 3일자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문예지에선 어떻게 조명했는지 다룬 기사도 좋았다. 한강의 소식이 잠시 뜸한 시점이었는데 문학평론가들은 어떻게 작가를 평가하는지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4일자 서울신문이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담지 못하고 호외를 발행한 건 아쉽다. 밤 10시에서 자정 사이 큰일이 터졌을 때 다음날 지면에 소식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매뉴얼을 만들어 놓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26일자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대담 기사가 나왔는데 정치 원로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접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만 더 빨리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승필 16일자 ‘헌법학자 10명 중 7명 탄핵 인용 가능성’이란 기사는 전문가들이 바라본 전망과 주요 근거를 잘 설명하고 있다. 같은 날 헌법재판관과 후보 9인을 다룬 기사는 이들의 이력과 성향, 주요 판결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고 재판관의 입장도 개략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어 좋았다. 24일자 ‘헌재 심판 늦출 변수 3가지 더 있다’는 기사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공판 갱신 요구 가능성 등을 표로 만들어 정리가 매우 잘됐다. 27일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를 다룬 기사에선 여야뿐 아니라 국회입법조사처, 헌법재판연구원의 입장을 잘 정리했다. 이런 정리 능력은 서울신문이 보유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다. 부모와 자녀를 돌보는 세대가 연금 수급이 늦어지는 아픈 현실을 서울신문이 잘 찾아 기사로 썼다. 앞으로 기사에서 전문가 의견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11일자 ‘난데없는 계엄에 다 꼬였다’ 기사는 계엄 사태 후 공직사회가 멈춰 선 내용을 다뤘는데 말미에 달린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의 코멘트가 촌철살인이다. 공무원들이 용산만 바라보고 일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행정이 안 돌아간다는 취지인데 이런 말씀이 진짜 코멘트다. 반면 3일자 ‘정우성이 쏘아 올린 비혼 출산’ 관련 기사는 등록동거혼제도 등을 다뤘는데 경제학자의 코멘트가 나온다. 사회학자 내지는 친족상속법 전문 교수의 코멘트가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26일자 ‘방문객 뚝 상가는 텅텅’이란 기사는 소비지출 하락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을 다뤘는데 한국은행의 12월 소비자심리지수를 기사에 썼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기준으로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를 텐데 그런 의미를 기사에 더 녹여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3일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돼 정책·외교 맥이 끊긴다고 지적한 기사엔 ODA 예산 감액 내용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말이 나온다. 이 말을 그냥 받아 기사에 넣을 게 아니라 실제로 그랬는지 조금 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윤광일 18일자 ‘친박 때와 다른 친윤의 건재함’을 다룬 기사는 일목요연하게 왜 여당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뭉치고 있는지를 잘 다뤘다. 19일자 ‘먹방 빠진 아이들 기사’와 ‘소득분위 상승, 10명 중 2명도 안 된다’ 기사는 눈에 잘 들어오게 썼다고 본다. 24일자 ‘17만명 방사선 위험’ 기사는 필요한 게 아님에도 자주 찍는 영상단층촬영(CT)의 위험성에 대해 적나라하게 전하고 있다.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개인 건강에도 오히려 안 좋다는 걸 아주 잘 보여 준 기사였다. ‘탄핵 정국, 한국 경제 돌파구를 찾아라’ 기사는 발 빠르게 경제 난맥에 대해 보도해서 좋았는데 계엄 사태가 민주주의 가치에 큰 영향을 준 것에 관한 기획 기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탄핵의 요건 등 절차적인 문제에 관한 기사는 반복적으로 보여 줬고, 경제 영향에 대해서는 기사가 과잉됐다. 반면 헌법과 기본권,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영향에선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16일자 ‘트럼피즘·내수 부진·고환율 ‘3각 파도’’는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쉽게 풀어 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정책 결정자들이 보기에 위기라는 게 아니라 실제 체감하는 소비자, 월급쟁이, 자영업자에게 탄핵 국면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런 것들을 좀더 보여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 계엄 사태가 향후 민군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재현 10일자 Z세대의 시위 동행을 다룬 기사는 재밌는 소재를 발굴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정치 논의에서 배제되는데 왜 그런 세대가 시위에 뛰어들었는지, 투쟁인지 유행인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시위엔 젊은 여성이 많이 참여했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이 부분에도 초점을 맞췄으면 좋았을 것이다. 3일자 ‘정우성이 쏘아 올린 비혼 출산’ 기사는 다양한 가족관계 입법 시도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기사였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부족해 보인다. 입법 이후 부작용으로 유럽 국가의 실패 사례를 다뤘으면 논의가 더 풍부했을 것 같다. 4일자 ‘청년 공무원의 해외연수 기회 확대’를 다룬 기사는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정책 방향이 잘 전달된 기사였다. 하지만 직급, 연차 간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조기 퇴직에 있어 다른 요인이 작용하는 건 아닌지 비판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퇴사와 이직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했으면 좋겠다. 김영석 올 한 해를 되짚어 보면 서울신문의 베를리너판으로의 변경은 성공적이었다고 칭찬하고 싶다. 기획 기사도 타지와 비교해 좋은 게 많았다. ‘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 시리즈는 상당히 좋은 기획이다. 호봉제는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인데 이를 잘 짚었다. 이런 좋은 기획 기사가 서울신문에 대해 독자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4일자에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이 담기지 못한 신문이 배달된 것은 서울신문엔 아픈 부분이었다. 다음날 분석력이 예민한 칼럼니스트가 현안에 대한 칼럼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시의에 맞지 않는 칼럼이 나온 것도 아쉬웠다. 신문이란 레거시 미디어는 속보성은 굉장히 떨어지지만 팩트에 근거한 분석 능력이 있는데 이런 장점을 살려야 한다. 사건이 일어났다면 왜 일어났는가, 이슈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석적으로 해 줘야 다른 미디어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유신 비판·남북회담 길 연 카터… 한반도 긴장 완화 기여

    29일(현지시간) 타계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다. 그의 재임 기간인 1977년 1월부터 1981년 1월은 한국 현대사의 암흑기와 겹친다. 그는 특히 대선 출마 때부터 박정희 정권하의 한국 인권 상황과 유신체제를 비판했고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 주한미군 철수도 공약했다. 당선 뒤에는 실제로 3만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을 단계적 철수하겠다고 천명했다. 1977년 5월 존 싱글러브 당시 유엔군사령부 참모장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 비판하자 카터 전 대통령은 그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강제 퇴역시키기도 했다. 이후 카터 행정부는 그해 7월 10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를 통해 철군 일정에 합의했고 다음해 3400명을 1단계로 철수시켰다. 박정희 정권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카터 행정부와 내내 각을 세웠다. 1979년 6월 카터 전 대통령이 방한하며 이뤄진 정상회담에서도 격렬한 설전이 오갔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18년 낸 회고록에서 당시를 돌아보며 “동맹국 지도자들과 가진 토론 가운데 아마도 가장 불쾌한 토론이었을 것”이라고 기록했다. 그해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와 카터 전 대통령의 포기로 주한미군 철수는 없던 일이 됐다. 그는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키운 중재자이기도 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1차 북핵 위기’로 긴장이 고조되자 카터 전 대통령은 이듬해 6월 직접 평양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다만 몇 주 뒤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해 회담이 성사되진 못했다. 정부는 30일(한국시간)  “우리 정부와 국민은 카터 전 대통령의 정신과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권영세 “비상계엄·대통령 탄핵으로 걱정 끼친 점 깊이 사과”

    권영세 “비상계엄·대통령 탄핵으로 걱정 끼친 점 깊이 사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와 관련해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며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지금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서면 취임사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 힘드신데 우리 당, 우리 국회, 우리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너무나 송구스럽다”며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지금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논의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라며 “이제 사법이 할 일은 사법에 맡겨놓고 국회는 국회의 역할을 할 때다. ‘줄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까지 대한민국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정중히 요청드린다. 입법 폭거를 멈춰달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정 국정협의체는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으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좌초됐다”며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어려운 민생을 챙기는 일에, 급박한 국제 정세에 대응하는 일에, 혼란스러운 정국을 안정시키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앞에 높인 현실이 무척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의 위기가 경제와 안보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루속히 혼란을 안정시키고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대해서도 “여객기 추락 사고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께 마음 깊이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의힘은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신속한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내 일부 갈등을 두고선 ‘천막 당사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은 어려울 때 더 힘을 내는 정당이었다”며 “삭풍의 천막당사에서도 우리는 다시 일어섰고, 8년 전 탄핵의 모진 바람도 이겨내고 당을 재건하여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지금의 위기 앞에서는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체포영장 발부돼 尹 거부하면 문 부술 수 있나”…공조본 일문일답

    “체포영장 발부돼 尹 거부하면 문 부술 수 있나”…공조본 일문일답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이 3차례의 출석요구에 불응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공조본에 참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3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기자실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며 “수색영장도 같이 청구했다”고 말했다. 통상 수색영장은 체포 과정에서 피의자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거나 위치에 대한 수색이 필요한 경우 체포영장과 함께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공조본 관계자와 취재진과 일문일답Q. 윤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 이유는 무엇인가. A. 출석에 불응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보면 된다. Q. 지난 29일 공조본 출석 요청에 불응했을 때 불출석 사유서 제출이 없었나. A.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 Q. 윤 대통령 신병을 수색하기 위한 영장을 별도 청구했나. A.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 시에 수색영장도 같이 했다. Q. 영장 청구 주체는 누구인가. A.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다. Q. 윤 대통령 측에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니 청구 못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A. 일단 청구했기에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 Q. 대통령 안전가옥(안가), 경호처 등 압수수색 영장 거부와 같은 이유로 체포영장 거부할 수 있나. A. 우리들이 알기론 체포영장 집행 제한 사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그동안 압수수색 거부 결정권자는 비서실장이었나 경호처장이었나. A. 경호처장으로 안다. Q. 체포영장과 연달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은. A. 현재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체포영장을 청구한 거라 보면 될 것 같다. 구속영장은 조사가 이뤄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Q. 윤 대통령이 조사받겠다고 나오면 체포영장과 맞물릴 수 있는 것 아닌가. A. 체포영장 발부 전에 출석한다면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겠다만 일단 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발부된다면 집행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경호처에서 이전 압수수색 영장 거부와 같은 이유로 체포영장 집행 당시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 출입 거부할 경우 실질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하지 않겠나. A.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에 충분히 검토해서 대비할 생각이다. Q. 임의로 관저 출입문 부술 수 있나. A. 집행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집행하면서 생기는 여러 변수를 충분히 검토하고 이에 맞는 대응을 준비해서 집행하겠다. Q. 한덕수 국무총리 출국금지 조치했나. A. 2차 출석요구서 발송했다. 지난 28일에 발송했으나 절차상 오늘 오전 발송됐을 거다. Q. 서울 종로구 대통령 안가 압수수색 불발됐는데 추가 압수수색 계획 있는가. A. 관련 자료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료 임의제출하라는 공문을 오늘 보냈다. (경호처 측에서) 제출한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에 구체적인 사유를 소명해달라는 내용도 발송했다. Q. 이번 사태 피의자는 현재까지 총 몇 명인가. A. 피고발인, 피의자 전환, 송치 등 포함해 45명이다. Q. 경비 라인 관련해 추가 경찰 피의자 전환 검토 가능성은. A. 현재까지 없다.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외에 추가로 피의자 전환된 사람 없다.
  • [무안공항 참사] 광주 시민사회·노동계 “희생자 애도”

    [무안공항 참사] 광주 시민사회·노동계 “희생자 애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전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마련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튿날인 30일 광주 지역 시민사회와 노동단체가 일제히 애도의 뜻을 전했다. 175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우리가 건네는 연대의 손길이 희생자 가족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애도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과 항공사는 희생자들에 대한 예의를 다하고 희생자 가족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투명하게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비상행동은 “더 이상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도 우리는 앞장서겠다”며 “다시 한번 비극적 참사 희생자들과 비통한 마음 가눌 길 없으실 희생자 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추모했다.
  • 국민 60% “야권에 의해 정권 교체돼야”…국민의힘 계엄 4주만에 30%대

    국민 60% “야권에 의해 정권 교체돼야”…국민의힘 계엄 4주만에 30%대

    국민 10명 중 6명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를 택한 응답은 60.4%,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은 32.3%로 나타났다. 두 의견 간 차이는 28.1%p로 정권교체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했다. ‘잘 모름’은 7.3%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5.8%, 국민의힘 30.6%, 조국혁신당 6.0%, 개혁신당 3.0%, 진보당 2.1%, 기타 정당 2.3%, 무당층 10.2%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4.5%p 하락, 국민의힘은 0.9%p 상승하면서 양당 격차(15.2%p)는 전주 대비 5.2%p 줄어들었다. 권역별로 보면 국민의힘은 부산·울산·경남(43.3%, 7.3%p↑), 대전·세종·충청(34.7%, 3.2%p↑), 서울(28.9%, 3.1%p↑), 광주·전라(12.6%, 2.8%p↑) 등의 지역에서 지지율이 상승했다. 반면 대구·경북(42%, 5.9%p↓)는 지지율이 내려갔다. 민주당은 서울(38.7%, 10.8%p↓), 광주·전라(64.7%, 10%p↓), 부산·울산·경남(35.2%, 7.9%p↓), 인천·경기(51.6%, 3.1%p↓) 등의 지역에서 지지율이 하락했다. 연령별로는 국민의힘의 경우, 50대(26.8%, 5%p↑), 40대(23.3%, 4.9%p↑), 70대 이상(47.2%, 3.9%p↑), 60대(42.7%, 2.4%p↑) 등의 연령대에서 지지율이 회복됐고, 20대(22%, 7.6%p↓), 30대(22.8%, 4.7%p↓) 등은 내려갔다. 민주당은 50대(51.7%, 8.7%p↓), 60대(38.3%, 6.6%p↓), 70대 이상(34.7%, 6.5%p↓), 40대(55.8%, 5.5%p↓), 30대(47%, 2.3%p↓) 등에서 지지율이 하락했고, 20대(44.6%, 3.5%p↑)는 지지율이 올랐다. 이념·성향별로는 국민의힘은 보수층(67.8%)에서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은 진보층(77%)과 중도층(48.7%)에서 지지를 얻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6~27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만 1963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001명이 응답을 완료했고 4.6%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 탄핵 정국에 ‘미국행’ 김문수 의원···지역사회 비난 확산

    탄핵 정국에 ‘미국행’ 김문수 의원···지역사회 비난 확산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안이 가결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의원이 미국에 머무르면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에 지역민들의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 국회, 정당이 모두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데도 김 의원은 지난 21일 순천대에서 비상시국 의정 보고회를 연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 의원은 이에 따라 지난 27일 국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상황에서 민주당뿐 아니라 야권 전체 192명 의원 중 유일하게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윤리심판원 회부를 지시한 가운데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급 사죄문을 올렸지만 지역민들의 분노는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사죄문에서 “윤석열 정권의 내란폭동과 국헌문란이라는 헌정사의 중대한 위기 속에서 한덕수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점에 대해 뼛 속 깊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한다”며 “모든 당직에서 물러나겠으며 당의 처분을 따르는 동시에 이번 잘못을 거울 삼아 철저히 반성하며 성찰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과 상의없이 출국한 이유나 목적 등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여론무마용 사과문 만을 올려 지역민들의 감정을 더 자극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순천 조례동과 연향동 등 도심 곳곳에는 김 의원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민주당 순천 당원들은 ‘투표 불참은 내란동조 김문수는 사퇴하라’, ‘당 지침 위반한 김문수를 출당시켜라’고 요구하고 있다. 평상시 20여개 댓글만 올라온 김 의원의 페북은 현재 500여개에 육박하고 그를 비난하는 내용들로 도배가 돼 있다. 시민들은 “순천시민이란게 창피하고 내 자신이 부끄럽다. 그에게 투표한 것에 크게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당직 사퇴가 아닌 의원직 사퇴를 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친명’을 자처하며 선거 운동을 했던 김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5위에 그친데다 당내 경선에서 졌지만 1위 후보가 이중투표를 유도했다고 이의를 제기한 끝에 민주당 후보로 최종확정 됐었다. 김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10일 벌금 300만원을 구형받았다. 그는 또 선거 당시 차량과 숙소를 불법적으로 지원받아 보좌진 2명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 [김천식의 통일직설] 세계질서의 급변과 한반도의 선택

    [김천식의 통일직설] 세계질서의 급변과 한반도의 선택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지난 11일 무너졌다.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쓰며 대량학살과 고문 등 온갖 잔혹행위를 일삼던 53년 부자세습 정권이 반정부군의 공격으로 한순간에 붕괴됐다. 알아사드 정권의 뒷배이던 러시아와 이란 등 권위주의 진영의 힘이 빠지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먼저 무너졌다. 먼 나라의 일이지만 한반도 장래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최근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양극화가 심하고, 국민의 불만이 분출해 내정이 불안정하다. 정권 교체도 빈번하다. 일당독재의 권위주의 국가들은 폭압으로 정권을 유지하지만 역시 불안하다. 국제사회에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흔들리고 유엔 안보리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는 무력하다. 힘없는 나라는 영토를 빼앗기고 전국이 초토화되며 국민들이 죽어 나가는 참극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혼돈의 배경에는 탈냉전 질서의 종언, 공급망 재편과 강대국 간 전략경쟁의 심화가 자리잡고 있다. 동아시아는 앞으로 전개될 전략적 체제경쟁의 중심 무대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힘을 집중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의 역할 증대를 요구하며 ‘유럽 안보의 유럽화’와 중동지역에 대한 개입을 축소하고 있다. 한반도는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 전선의 전초기지에 서 있다. 우리가 어떤 질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죽는 길과 사는 길이 있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질서를 선택하면 국민은 자유와 번영을 누릴 것이나 억압적이고 약탈적인 권위주의 질서에 들어가면 독재하에서 피폐한 삶을 살 것이다.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는 정치 지도자들이 결정하겠지만 그 결과 자유의 삶이냐 노예의 삶이냐를 감당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조선 말 정치 지도자들은 망하는 길을 선택했고 자기들은 호의호식했지만 국민은 식민지 노예가 됐다. 해방 후 남한의 지도자들은 자유주의 친서방 노선을 선택해 현재 국민은 선진국에서 살게 됐다. 북한 지도자는 친소(러) 사회주의 노선을 선택해 북한 주민들은 최빈국, 최악의 인권 국가에서 살고 있다. 남북한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체제실험의 교훈이 됐고,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연구 주제로도 다뤄졌다. 우리는 흔히 국익을 말한다. 국익이란 눈앞의 경제적 이익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나라의 자주독립과 안전,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국민의 행복 증진이 국익이다. 지금 세계질서가 혼동기에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국익을 지키기 위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서 있어야 하고, 경제·기술 분야에서도 서방 선진국들의 첨단기술 네트워크에 들어가야 한다. 한미동맹은 지난 70년 동안 자유와 안보, 경제에 걸쳐 우리의 국익을 제도적·물리적으로 뒷받침했다. 지금 정세에서 우리가 전략적 균형을 말한다는 것은 미국과 멀어지겠다는 뜻이다. 균형이나 중립은 과거 탈냉전 시기 세계화 흐름에서나 상상해 볼 수 있던 것이지 지금으로서는 낡은 개념이다. 세계가 급변할 때 전략적 오판은 전쟁까지 불러올 수 있다. 동맹이 중요한 국가전략이기는 하나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못한다. 우리나라를 키우고 지키는 것은 최종적으로 우리의 책임이다. 또한 동맹국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면 동맹 파트너로서 가치를 잃는다. 동맹국도 자국의 국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태평양지역에서 상호 필요할 때 도움을 제공할 의무가 부여돼 있다. 우리가 이 역할을 해야 동맹은 더 탄탄해질 것이다. 힘이 있어야 자강이든 동맹이든 실효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미래의 치명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미국도 외교안보와 경제 전략을 수행하는 데 있어 우리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버틸 것은 버티면서 상호 이익이 되는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안보,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한반도의 자유평화통일이라는 국가 목표를 미국이 확고하게 지지하고 협력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전 통일부 차관
  • “해안 근처에 안테나 세워 KBS 시청” 탈북한 20대女가 전한 北실태

    “해안 근처에 안테나 세워 KBS 시청” 탈북한 20대女가 전한 北실태

    20대 탈북민 여성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총살당한 친구를 본 뒤 탈북을 결심했다”며 김정은 정권의 ‘한류 문화 단속 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지난해 10월 가족과 함께 목선을 타고 탈북한 강규리씨는 28일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엄격한 통제를 피해 자유를 얻고 싶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씨는 여러 어선을 관리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생활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면서 한류 문화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이태원 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비교적 최근 작품까지 북한에서 몰래 볼 정도로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다. 강씨는 북한에서 길을 걷다가도 “한국식 복장이다”라며 의심한 군인에게 불려 가 조사를 받았으며, 휴대전화도 빼앗겨 한국식 말투를 쓰지 않았는지 검열당하기도 했다. 강씨는 다행히 적발되지 않았으나, 그의 친구는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끌려간 뒤 총살당했다고 한다. 친구의 소식에 충격받은 그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총살당할 만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젠가 자신도 총살당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이 커졌다. 또한 북한에서 강씨 가족은 해안 근처에 안테나를 세워 한국 라디오와 공영방송 KBS 등을 자주 시청했는데, 이 역시도 탈북을 결심한 큰 계기가 됐다. 강씨는 “한국 방송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한국에 사는 탈북민들이 북한에 대해 증언하는 모습”이라며 “한국에서 지원받으며 성공을 거뒀다고 울먹이는 모습을 볼 때의 충격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을 보면서) ‘꼭 한국에 가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실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사상문화 통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정권 등 선대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 집권 초·중반 때보다도 더 강화됐다. 북한 당국은 최근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을 잇달아 제정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