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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국가 주도 시장화…‘개성·신의주·나선’ 동북아경제 중심에 서다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국가 주도 시장화…‘개성·신의주·나선’ 동북아경제 중심에 서다

    중국 단둥시 중심가에 있는 북한식당인 류경식당에서는 저녁 6시 30분이 되자 종업원들이 한복으로 갈아입고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은 시작과 마무리만 북한 노래이고 나머지 5곡은 모두 중국 노래다. 식당을 채운 손님 30여명 가운데 2명을 빼곤 모두 중국인이어서다. 음식과 공연 모두 중국 손님 취향에 맞춘 이유는 딱 하나,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사회주의 모자를 쓴 북한식 ‘주체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 준다.북한을 빼놓고는 ‘동북아 경제지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남북 경협은 개성, 북·중 경협은 신의주, 북·중·러 경협은 나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 거부하면 한국은 대륙으로 갈 수 없고, 중국은 동해로 나올 수 없다. 북한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북한은 자신들의 지정학적 입지를 디딤돌 삼아 동북아 경제지도의 중심이 되려 한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인 사업가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말하는 현재 북한의 모습은 딱 ‘잘살아 보세’를 외치던 산업화 시기 한반도 남쪽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 국가가 나서서 경제발전을 독려하고 외국으로 광부와 간호사, 건설노동자를 보내던 걸 21세기 한반도 북쪽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에서 파견한 노동자들은 대북제재 와중에도 여전히 중국 곳곳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10년 넘게 북한 관련 연구를 하는 남모씨는 “훈춘이나 투먼에선 지금도 북한 노동자 수천명이 기숙사형 공장에서 일한다”면서 “매일 자체적으로 자아비판과 사업평가로 이뤄지는 ‘총화’를 하고 그 결과를 대사관이 보고받는다. 철저하게 북한 당국 관리하에 파견노동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단둥 현지조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문화인류학자인 강주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노동자는 2만명 규모”라고 밝혔다.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일을 잘하는 데다 성실하기 때문이다. 남씨는 “훈춘에 있는 한 중국 식당이 중국인 종업원 8명을 쓰다가 북한 종업원 4명으로 바꿨는데 일을 더 잘한다고 칭찬하는 걸 들었다”면서 “중국만 해도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 한국에서 동남아 노동자를 찾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한 중국인 사업가는 의류를 생산하는 북한 공장과 거래하는 게 무척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북한 공장에 200명이 일하는데, 500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면서 “북한 공장을 방문해 보니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북한식 발전국가’로 표현했다. 그는 “1990년대엔 자생적으로 시장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국가 스스로 계획경제 안에서 시장을 포괄하려 한다”면서 “한마디로 ‘국가가 주도하는 시장화’다. 시장이 발달하면 북한 체제가 붕괴할 거라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순진한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응구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 명예소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박봉주 총리에게 경제정책을 일임한 뒤 젊고 해외를 아는 240명을 모아 연구팀을 꾸렸다”면서 “이들은 수년 동안 한국, 중국, 미국을 연구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이들이 세운 경제개발계획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상은 북한에서 온 보따리상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오전, 훈춘에 있는 한 세관 앞에서 북한에서 온 보따리상 일행 5명과 조심스레 대화를 나눴다. 함경북도에서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들은 50대에서 70대 여성들이었다. 훈춘에 있는 친척 방문 목적으로 정식 도강증을 발급받아 1개월을 체류한 뒤 귀국하기 위해 세관 검사를 받는 중이었다. 현재 동네에서 인민반장을 맡고 있거나 맡았던 경험이 있었다. 두 명은 자식이 군복무 중이었고 한 명은 남편이 공무원이었다.이들은 모두 화가 나 있었다. “친척들이 조금씩 생활에 보태라고 옷이며 각종 물건들을 줬는데 세관에서 못 가져가게 막는다”면서 “중국이 미제 승냥이들한테 머리를 팍 숙이고 있다”고들 했다. 김모씨는 “여기 올 때 버섯, 고사리, 다시마, 까나리, 젖은 물고기를 가져왔는데 세관에서 못 가져가게 해서 다 두고 왔다. 귀국할 때 찾아가라고 하더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이번에는 우산이나 옷걸이조차도 ‘쇠붙이라 안 된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모씨는 “난 원래 훈춘에서 태어났다. 갓난아기 때 아버지 등에 업혀서 조선으로 넘어왔다”면서 “당시만 해도 조선족들은 물론이고 한족들까지 두만강을 건너와 쌀이며 옷, 숟가락, 젓가락까지 얻어 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는 그때 하나라도 더 쥐여 주며 정성으로 보살펴 줬다”면서 “중국이 이제 좀 잘살게 됐다고 우리를 이렇게 괄시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세관에 신고하기 위해 적은 물품은 겨울옷, 바지, 속옷, 와이셔츠, 아동복, 사탕, 쌀, 담요, 가루비누, 맥주, 자전거, 우산, 옷걸이 등 일상용품이 대부분이었다. 이들과 두 시간 넘게 얘기를 나눠 보니 행동이 생각보다 훨씬 자유로웠다. 기자의 말을 듣자마자 대뜸 “남쪽에서 왔습니까?”라고 묻더니 “연길(옌지)에서 왔다. 사업차 이남을 많이 다녀와서 그렇다”고 둘러대자 더 묻지도 않았다. 크게 개의치 않는 느낌이었다. 이들은 주요 소식도 얼추 파악하고 있었다. “북·남 수뇌회담을 생중계로 보는데 눈물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 부모가 함흥사람이라더라”며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1990년대 기근 사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래 북한 각지에서 활발하게 생긴 장마당 얘기도 했다. 박모씨는 “중국 장마당은 너무 지저분합니다. 우린 여기처럼 질서 없게 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깨끗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한군데 정해 놓고 거기서 장사합니다”며 북한과 중국의 장마당을 비교했다. 박씨는 이어 “학생들은 장마당 출입금지다. 공부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관공서의 통제를 벗어난 장마당이 아닌, 당국이 관리하는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북한 경제상황이 좋아졌다는 것도 느껴졌다. 최모씨는 “요즘은 인구가 많아지니까 새 집을 많이 짓는다”고 했다. 김씨는 “여기 쌀 값이 우리보다 비싸다. 우리 동네에선 중국돈으로 3위안이면 쌀 1㎏을 살 수 있다”면서 “요새 새 옷이 유행이다. 헌 옷은 장마당에서 아무도 사질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돈 100위안이면 우리 돈으로 12만 5000원가량”이라면서 “그걸로는 네 식구 먹고살기 힘들다. 200위안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급으로 받는 쌀은 실제 먹는 쌀의 절반가량”이라면서 “먹고살려면 늙은이들도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친척방문으로 중국에 와서 각종 물건을 고향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건 말 그대로 “살림살이에 보태려는” 의도였다. 최씨는 “집에서 재봉틀로 재단을 한다”고 했다. 가내수공업으로 옷을 만들어 파는 셈이다. 이들은 세관을 통과하면 친척들이 차를 가지고 마중 나올 거라고 했다. 이들은 세관에서 트럭에 실어 놓은 물건을 모두 풀어 놓고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저녁 무렵 이들 가운데 두 명을 다시 만났다. 트럭 맨 위에 있는 물건 몇 개만 빼고는 다 통과시켜 줬다고 했다. 공식적인 대북제재와 현실 속 대북제재의 간극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씨는 “몇 년만 지나면 우리 조선이 잘살게 될 것”이라면서 “지하자원도 많고, 한다고 결심하면 일치단결해서 해내는 인민들 아니냐”고 했다. 이어 “함경북도엔 유명한 온천이 여럿 있다”면서 “통일 되면 놀러오시라요”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단둥·옌지·훈춘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베이징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하동 섬진강에서 축제 즐기며 황금 캔다

    하동 섬진강에서 축제 즐기며 황금 캔다

    경남 하동군 섬진강 재첩축제가 보고 즐길 거리가 풍성한 문화관광 종합축제로 열린다. 하동군은 18일 섬진강 일대에서 20일~22일 ‘제4회 알프스 하동 섬진강문화 재첩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섬진강은 강물이 깨끗하고 부드러운 모래로 된 넓은 백사장이 있는데다 강변에 심은지 260년이 넘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 평소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군은 지난해 까지 ‘알프스 하동 섬진강 재첩축제’라는 이름으로 개최한 축제 명칭을 올해 부터 ‘알프스 하동 섬진강 문화 재첩축제’로 바꾸었다. 군은 2018 정부지정 육성축제에 오른 섬진강 문화재첩축제를 섬진강을 포함해 하동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특색있는 종합관광 축제로 발전시켜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기 위해 축제 이름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문화관광 종합축제에 걸맞게 많은 문화행사를 비롯해 관광객이 보고 즐기며, 참여하고 체험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꽃길 따라 물길 따라 알프스 하동으로’을 축제 슬로건으로 내걸고 섬진강과 백사장, 송림공원 등에서 35개 행사가 펼쳐진다. 모래속에 묻혀 있는 재첩모형(금·은)을 찾으면 순금과 은 각 3.75g(1돈)으로 만든 재첩을 받는 축제 대표 프로그램 ‘황금 재첩을 찾아라’ 행사가 첫날 오후와 둘째·셋째 날 오전 및 오후 모두 다섯차례 열린다.하동·광양·구례가 영호남 화합을 다지기 위해 돌아가며 개최하는 가운데 올해 하동군 개최 차례인 동서화합 줄다리기 행사가 첫날 재첩축제장에서 열린다. 20일 오후 7시부터 개막식 축하공연과 불꽃놀이가 이어지고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5시 제7회 정두수 전국가요제가 열린다. 청소년 댄스 페스티벌과 하울림 공연을 비롯해 은어잡기 체험, 젓가락으로 재첩 빨리 옮기기, 얼음위 오래 버티기, 얼음 조각전시, 바나나보트 체험, 남여 팔씨름대회, 경남 씨름왕선발대회 등 보고 즐기며 체험하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해투3’ 마마무 화사, 또 한번의 곱창 대란 예고 “말없이 폭풍흡입”

    ‘해투3’ 마마무 화사, 또 한번의 곱창 대란 예고 “말없이 폭풍흡입”

    ‘해투3-내 노래를 불러줘’에서 마마무 화사가 군침을 폭발시키는 곱창 먹방을 선보인다. 시청자들의 든든한 사랑을 받고 있는 목요일 밤의 터줏대감 KBS 2TV ‘해피투게더3’(이하 ‘해투3’)의 12일 방송은 허경환-홍진영-한혜연-이국주-강혜진이 출연하는 ‘해투동:판매왕 특집’과 ‘전설의 조동아리:내 노래를 불러줘-공연의 제왕 특집’ 2부로 꾸며진다. 특히 ‘내 노래를 불러줘-공연의 제왕 특집’ 2부에는 박명수-박정현-샤이니-마마무가 출연해 지난 주 사전 탐색전에 이어 ‘공연 제왕’의 자존심을 건 본격적인 퇴근 대결을 펼칠 예정. 이 가운데 전국의 곱창을 모조리 품절 시킨 ‘곱창 품절녀’ 화사의 원조 곱창 먹방이 공개돼 시선을 강탈한다. 공개된 스틸 속 화사는 테이블 위 펼쳐진 곱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곱창 볶음을 폭풍 흡입하는 화사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이에 질세라 마마무 멤버들 또한 브레이크 없는 곱창 먹방을 보이고 있어 보는 이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이는 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야식을 즐기는 출연진들의 모습으로, 이날 진행된 야식 타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스태프들의 군침을 폭발 시켰다는 후문이다. 코끝을 강타하는 순대 곱창 볶음의 맛있는 냄새와 함께 펼쳐진 출연진들의 폭풍 곱창 먹방에 스태프들은 쉴새 없이 군침을 삼켰다고. 특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투적인 젓가락질을 선보이는 마마무 화사의 모습에 조동아리 멤버들은 “정말 맛있게 먹는다”며 입을 모아 감탄했다고 전해져, 화사의 시선 강탈 야식 먹방에 기대감이 고조된다. 뿐만 아니라, 찬스 획득 무대에 이어 진행된 본격적인 퇴근 대결에서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는 후문이어서 ‘해피투게더3’ 본 방송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한편 2049 시청률을 포함, 매주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든든히 지키며 뜨거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KBS 2TV ‘해피투게더3’는 오는 12일 목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새벽. 이슬 젖은 풀숲에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릿느릿 걸었다. 눈꺼풀을 끔뻑끔뻑. “곧 장마지려나 보다.” 습한 곳에 사는 두꺼비는 장마를 마중 나온다고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러주셨다. 장마 전까지는 일을 마쳐야 한다. 엉겁결에 떠 맡은 풀베기 작업. 며칠째 들기만도 버거운 예초기를 짊어 메고 ‘낑낑’ 씨름이다. 새벽 선잠 깨면 밤새 누가 모질게 때린 듯 삭신이 쑤셨고 끼니때마다 젓가락 든 손이 벌벌 떨렸다.풀베기 작업에도 필수 안전장비를 갖춘다. 안전화를 신고 무릎과 정강이뼈를 감싸고 발등을 덮는 보호대를 차고 안면보호구를 쓴다. 손바닥에 오목한 쿠션이 붙은 진동 방지 장갑을 낀다. 연료는 휘발유에 엔진오일을 5:1 비율로 섞는다. 첫날은 나일론 줄로 평지에 붙은 이끼 찌꺼기 따위를 긁었다. 튀는 잔돌이 매섭게 몸을 때렸고 서툰 손은 바닥을 자꾸 쳤다. 밑을 때리면 줄이 풀리는 구조였기에 줄 한 통을 거의 다 소모했고 결국 엉켜 부품을 망쳐 버렸다. ‘내일은 이도날을 써야 한다.’ 밤새 두려움에 잠을 설쳤다. 깡! 첫 울림. 그 충격이 전한 전율은 컸다. 커다란 바위를 피하려다 풀숲에 숨은 낮은 고목을 때렸다. 굵고 딱딱한 나무는 쇠와 부딪친 소리를 냈다. ‘찌잉’ 번개 치듯 전해지는 충격에 머리가 쭈뼛 섰다. 공포였다. 최대한 낮게 지면 가까이 날을 붙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무서워 멀찍이 물러서 높게 날을 치면 하나 마나 한 헛수고다. 멀리서 보면 내가 깎은 자리는 단박에 티가 난다. ‘두 번 손 타게 하지 마라. 다시 깎는 게 더 어렵다.’ 더뎌도 꼼꼼히 온 신경을 곧추세워 공포에 다가서야 했다. 이도날은 양날검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날질은 왼 방향이 정석이다. 이도날은 날카롭고 빠르지만 위험하다. 요리사가 칼이 무서워 멈칫하거나 튀김 솥에 다가서지 못하면 베이거나 화상을 입듯 맞서지 않고 피하기만 하면 나아가지 못한다. 제자리걸음은 과감한 포기보다 조직에 더 큰 해를 끼친다. 모른다고 질문하는 용기가 섣부른 아는 체보다 더 안전한 결과를 낳는다. 사람이란 어찌나 얄팍한 존재인지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 안다 자만한다. 점차 작업 속도에 욕심이 붙는다. 처음엔 바위 때리던 소리가 점차 친근해진다. ‘깡! 깡!’ 때리던 부딪침은 ‘따당, 따당’ 마찰로 접촉하고 ‘그르렁 그렁’ 긁어 주다 이젠 ‘웅웅’ 돌에 달라붙어 대화한다. 어느새 바위는 말끔한 자태를 드러낸다. 만족한 결과에 도취하면 팔에 힘이 빠져도 알아채지 못한다. 비탈진 경사를 딛고 풀을 베는 것은 두 배의 수고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돌이 많은 험지는 작업 속도를 늦추고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바짝 긴장해 집중하니 실수가 없어 풀 벤 자리도 곱다. 두렵지 않고 익숙하다 싶어 자만하면 헛손질을 한다. 뎅겅뎅겅 어린 나무를 잘라 버린다. 분명 저긴 벌레가 숨었고 두꺼비가 웅크렸다 싶어도 날을 멈추지 않고 쓱쓱 지나친다. 나의 자만에 귀한 생명이 꺾였다. 사람이 보기 좋은 경관을 위한 풀베기 작업이 끝날 무렵 우린 드러난 나무 벤치에 앉았다. 벌레와 두꺼비가 살던 풀숲 자리에 덩그러니 벤치가 있었다. 종아리와 팔뚝엔 튄 잔돌이 할퀸 자국이 새겼고 저린 통증이 배었다. 내가 깎은 자리에 고개 숙인 나리꽃 한 송이가 도도하게 피었다. 차마 베지 못해 남긴 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나리꽃이 껑충 솟았다. 나리꽃 붉음은 석양에 물들고 우리들 가슴에는 서늘한 바람이 닿는다. 벌레와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
  • [그때의 사회면] 송충이 잡기/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송충이 잡기/손성진 논설고문

    그 많던 송충이가 어디로 갔을까. 송충이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겠지만 나무가 울창해 잘 눈에 띄지 않는다고도 한다. 지금의 재선충만큼 과거에는 송충이가 소나무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수십 년 전 송충이 잡기는 파리 잡기, 쥐 잡기와 함께 국가적 과업이었다. 가뜩이나 황폐했던 산은 송충이의 창궐로 벌거숭이가 됐다. 전국 산림의 70~80%가 송충이로 뒤덮였으니 중과부적이었다. 약품이 효과가 빠르겠지만 예산이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손으로 직접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번식력이 워낙 강해 전멸시키지 않고는 다음해가 되면 똑같은 상황이 됐다. 오뉴월이 되면 학생, 공무원, 군인 등이 각지의 산으로 동원돼 송충이를 잡았다. 1964년에 전국적으로 송충이가 창궐했는데 ‘총 대신 손을 쓰는 유격전’이란 표현으로 신문은 군인들의 송충이 잡기를 보도했다. 그때는 6·3 사태로 계엄령이 내려져 있었는데 군인이란 바로 계엄군이었다. 주둔지 인근 야산에 출동한 계엄군은 송충이를 여섯 가마나 잡았다고 한다(경향신문 1964년 6월 26일자). 그해 5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는 학생 15만명 등 28만명을 동원해 송충이를 잡았다. 애국가에도 나올 정도로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은 남산에서는 시민들 스스로 ‘송충 구제대’를 만들어 활동했다. 교대로 송충이 잡기에 나선 이들이 하루에 잡은 송충이는 쌀포대로 두 말에 이르렀다(동아일보 1961년 5월 31일자). 그해 6월 9일에는 학생들도 남산 소나무 살리기에 나섰다. 중동고, 숭실고, 진명여고, 보성여고 학생 2000여명이 4명 1개조로 “금수강산 푸르게 너도나도 송충 잡자”라는 구호가 쓰인 리본을 가슴에 달고 송충이를 잡았다. 잡는 방법은 간단했다. 저마다 나무젓가락을 들고 나무 위를 기어다니는 송충이를 잡아 휴대한 깡통에 넣었다. 깡통이 차면 구덩이를 파서 한꺼번에 파묻거나 휘발유로 불에 태우기도 했다. 서민들도 품삯을 받고 송충이 잡기에 동원됐다. 품삯은 송충이 1000마리에 300원이었다(매일경제 1969년 9월 15일자). 당시 짜장면 한 그릇 값이 50원이었으니 300원은 3만원 정도의 가치였다. 강원도 고성에서는 집안일과 농사를 제쳐 놓고 송충이를 잡았는데 노임을 지불하지 않는다며 농촌 주부 100여명이 군청으로 몰려가 농성을 벌였다고 한다. 송충이를 잡다 쏘이는 일은 허다했다. 1972년 5월 충남 홍성군의 초등학생 120여명이 집단 피부 괴질에 걸렸는데 송충이를 잡다 걸린 피부 알레르기였다. 알레르기에 걸린 학생들은 며칠 동안 등교하지도 못했다. 와중에 그래도 멀쩡한 소나무를 베어 내다 파는 도벌꾼들이 있었다. 그들을 지칭하는 ‘인간 송충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사진은 송충이를 잡는 학생들을 다룬 기사. sonsj@seoul.co.kr
  • 일본 기자가 맞춰 본 ‘김정은’이라는 퍼즐

    일본 기자가 맞춰 본 ‘김정은’이라는 퍼즐

    김정은/고미 요지 지음/배성인 옮김/지식의숲/296쪽/1만 5000원“현명한 조선인민 국군 육해공군 및 전략로켓군 장병 여러분….” 2012년 4월 15일 오전 10시 15분 평양 김일성광장.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 수만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검은 인민복 차림의 한 젊은이가 낮은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은 듯 그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연설 중 몸을 흔들어댔다. 100㎏에 이르는 체구에 옆으로 바짝 치켜 깎은 머리는 과거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했지만, 몇 가닥 내려온 머리카락이 그의 앳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줬다. 김정일의 뒤를 이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지난해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가더니, 돌연 올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겠다고 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2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났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행보다. 도쿄신문 편집위원인 고미 요지가 ‘김정은’(지식의숲)으로 그를 분석했다. 고미 요지는 김정은에게 독살된 것으로 알려진 이복형 김정남과 생전에 인터뷰하고 2012년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중앙M&B)를 낸 이 분야 전문가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김정은을 잘 아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각종 보고서와 단독 입수한 자료를 더했다. 베일에 가려진 김정은의 어린 시절부터 권력 장악, 그리고 갑작스러운 북한의 최근 변화에 이르기까지 김정은을 비롯해 그의 주변과 북한 정세를 심도 있게 다뤘다.저자가 보여 주는 권력 승계 과정의 일화는 김정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김정일은 “더는 세습에 의한 권력 승계는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08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일어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김정일의 후계자 후보로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과 김정남이 있었지만, 둘 다 부적합했다고 고미 요지는 설명했다. 김정철은 부끄럼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 자유롭게 살기 원하는 김정남 역시 후계자감은 아니었다. 반면 셋째였던 김정은은 10대 때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야심이 넘쳤다. 김정일이 가족회의에서 “후계자는 정은이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히자, 그의 고모인 김경희가 “분별도 없는 아이에게 어떻게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그 자리에서 크게 화를 내며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던지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 번은 여동생 김여정이 김정은을 “작은오빠”라고 부르자 화를 내기도 했다. 김여정은 그때부터 김정은을 “큰 대장 동지”라 부르게 됐다. 김정은이 제멋대로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여러 사례로 분석했다. 저자는 이와 관련, “20년 동안 천천히 지도자로서 착실히 바닥을 다져 온 김정일과 달리 몇 년 만에 승계한 점, 생모인 고용희가 일본에서 태어난 귀국자라는 사실을 비롯해 후계자로서 여러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집권 초반 고모부 장성택, 현영철 인민무력상(국방장관) 숙청의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던 일화로 설명한다. 예컨대 장성택이 쓰러질 정도로 술을 마시고 “이대로 두면 나라 망한다”는 말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린 일, 현영철이 집에 도청장치가 설치된 것도 모른 채 “젊은 지도자를 모시는 게 힘들다”고 투덜거렸다가 김정은의 미움을 샀던 일 등이다.핵무기와 운반용으로 사용하는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분석도 흥미롭다.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가 등장하는 실록소설 ‘야전열차’를 비롯해 북한의 핵연료봉 추출 시기를 다룬 ‘영생’과 같은 소설, 그리고 한국에서 경호를 받는 주요 탈북자들과의 인터뷰 내용 등을 함께 수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핵무기를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에 관해 저자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김정은이 펼치는 ‘핵과 미사일 정책’, ‘경제 정책’, ‘대외 관계 정책’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면밀하게 파헤친다. 일본인 시각으로 서술한 부분들이 다소 불편하지만, 현재까지 파편으로만 알려졌던 김정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구성한 책으로 꼽을 만하다. 김정은의 행보 덕분에 그에 관한 경계가 잠시 무뎌졌지만, 저자는 여전히 김정은이 불안한 독재자라고 강조한다. “한반도에서 살얼음판 위를 신중히 걷는 듯한 위험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도 새삼 다가온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수미네 반찬’ 김수미 묵은지볶음 레시피 “밴댕이+멸치 감칠맛”

    ‘수미네 반찬’ 김수미 묵은지볶음 레시피 “밴댕이+멸치 감칠맛”

    ‘수미네 반찬’에서 김수미 묵은지볶음 레시피가 공개됐다. 13일 방송된 tvN ‘수미네 반찬’에는 요리 경력 60년 차인 김수미가 미카엘, 최현석, 여경례 셰프에게 묵은지 볶음과 묵은지 목살찜, 갑오징어 순대를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날 김수미는 지난해 11월 직접 담근 묵은지를 가져와 요리를 했다. 김수미는 “묵은지를 3일간 물에 넣고 소금기와 젓갈 냄새를 빼야 한다”며 빠른 손놀림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김수미의 요리에 셰프들은 “시작하면 시작한다고 말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김수미는 “자박자박할 정도로 물을 넣으라”고 말했고, 셰프 미카엘은 ‘자박자박’의 뜻을 몰라 당황했다. 김수미는 “물에 잠길 정도로 적당히 넣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리브유와 마늘 역시 ‘알아서 적당히’ 넣으라고 말했다. 김수미는 푹 끓이던 묵은지를 젓가락으로 찔러보며 “푹푹 찔렀을 때 잘 들어가면 그 다음에 중요하게 넣을 게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묵은지 볶음 비결은 바로 밴댕이(디포리)와 멸치를 넣는 것. 이는 고소하고 감칠맛을 더해 깊은 맛을 내는데 일조한다. 김수미는 “5인 가족 기준으로 밴댕이 5마리와 멸치 10마리를 넣으면 된다. 마늘은 너무 처음부터 오래 넣으면 마늘 향이 안 좋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어색했던 아빠, 학교서 함께하니 친구 같은 아빠

    어색했던 아빠, 학교서 함께하니 친구 같은 아빠

    “학부모 활동에 참여하면서 딸아이와의 공감대가 훨씬 넓어졌어요. 제가 ‘너희 학교에서 다음주에 운동회 한다며?’ 하고 물어보면 딸아이가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는 식이에요.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친밀도도 더 높아졌습니다.”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호동(50)씨는 3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내 학부모 활동의 좋은 점 중 하나로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이씨는 “아빠가 딸아이의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학부모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때보다 자존감도 높아졌다”며 웃음 지었다.학교에서 아빠들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녹색어머니회’를 비롯해 ‘어머니 폴리스’, ‘책 읽어주는 북맘’ 등 통상 학교 내 학부모 활동은 어머니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학교 내 아빠 학부모들이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교내 활동을 하거나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아빠 활동’이 생겨나고 있다. 맞벌이 증가로 아빠들의 육아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그 영향이 학교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교와 아이들도 아빠들의 이 같은 변화에 한목소리로 반가움을 나타내고 있다.서울 양천구 신은초등학교는 아빠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학교 중 한 곳이다. 2013년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아빠 20여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신은초 아버지회는 창립 5년 만인 올해 등록 회원수만 250여명이 될 정도로 커졌다. 아빠들은 매년 굵직굵직한 행사들을 개최하며 자녀들이 자신들의 터전인 학교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학교에서 즐기는 워터 슬라이드’ 등 100~450여명이 참석하는 큰 행사만 일곱 차례 열었다. 지난해부터 아버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동영(49)씨는 “매년 3월에 1학년 신입생들의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아버지회 설명회를 여는데,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아빠들이 적지 않다”면서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여전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빠들이 있을 정도로 결속력이 좋다”고 말했다. 아빠들의 학부모 활동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평소 직장생활로 인해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빠와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은초 아버지회가 지난해 9월 학교 운동장에서 열었던 1박 2일 캠프 ‘아빠 어디가? 아빠도 학교가~’ 행사가 대표적이다. 170여명의 아빠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바비큐 파티와 레크리에이션을 함께하며 밤을 보냈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편지를 쓰는 순서도 있었다. 한 아이는 ‘항상 힘들게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우리 아빠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아빠, 힘내세요’라고 편지를 써 아빠와 함께 읽었다. 몇몇 아빠와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씨는 “아이 생활의 중심인 학교에 아빠가 함께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와의 교감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면서 “내 아이의 학교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공감대를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외부 기관과 연계해 아빠들의 교내 활동을 장려하기도 한다. 서울 중랑구 묵현초등학교는 지난해 성동구 건강가족지원센터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아빠와 아이가 함께 문화도시연구소 건축가를 초청해 강의도 듣고 찰흙과 나무젓가락 등을 이용해 작은 건축물을 만들어 보는 ‘건축부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빠들의 학교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현실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시간 자체를 내기가 쉽지 않다. 교내 활동이 이루어지는 시간 대부분이 평일 낮이기 때문이다. 우솔초 학교운영위원장 이호동씨는 “저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어 업무 시간 조정 등이 가능하지만 일반 직장인이라면 사실 평일 낮에 교내활동에 참여하기란 불가능하다”면서 “주말 등에 일정을 잡아 일반 직장에 다니는 아빠들도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정적 어려움도 있다. 신은초 아버지회는 회원들에게 연 3만원의 회비를 받고 있지만 운영비로 턱없이 부족해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외부 지원금을 활용하고 있다. 박찬규 신은초 교감은 “최근 정부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학부모들의 학교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나 지자체 등을 찾으면 재정 지원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신은초 아버지회는 학교의 지원 없이 자립해 운영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행사를 짤 수 있고, 아이들은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연 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모 사업을 통해 아빠들의 학교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나 학부모들이 교내 행사 등을 기획해 공모하면 행사당 최대 25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면서 “아빠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의 경우 가점을 부여해 아버지들의 학교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휴지·건전지까지… 생필품값도 줄인상

    최저임금 인상을 기점으로 올해 본격화된 가격 인상 움직임이 식음료에서 생필품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25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과자, 빵 등 가공식품에 이어 휴지, 건전지 등 공산품의 판매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크리넥스 각티슈 가격이 지난 21일부터 2000원에서 2100원으로 5% 인상됐고, 크리넥스 키친타월(4개들이) 가격은 3800원에서 4000원으로 5.3% 올랐다. 깨끗한나라 각티슈와 롤티슈(30개들이) 가격도 다음달 1일부터 1800원에서 1900원, 1만 3000원에서 1만 3900원으로 각각 5.6%, 6.9% 인상될 예정이다. 벡셀 건전지(AA·AAA)도 같은 날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된다. 편의점 GS25는 지난 3월부터 나무젓가락, 종이컵, 머리끈 같은 자체브랜드(PB) 공산품 60여개의 가격을 각각 100∼200원 올렸다. 크라운제과는 최근 주요 제품 8개의 가격과 중량을 조정해 중량당 가격을 평균 12.4%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희샌드의 권장 소비자가격이 평균 17.8%, 마이쮸가 7.6% 각각 오른다. 뽀또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되 중량을 368g에서 322g으로 줄여 중량당 가격이 14.3% 인상된다. 크라운제과 측은 변동된 가격과 중량을 다음달 생산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SPC삼립에서 출시되는 공산품 빵 가격도 올랐다. 단팥크림빵, 카스타드단팥빵, 치즈후레쉬팡, 스위트데니쉬 등 4종이 편의점 가격 기준 평균 11%가량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이 상승한 데 이어 원자재 가격 및 임대료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주요 소비재 기업들이 늘어난 비용 부담을 상품 가격에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언니네’ 한혜진, 전현무 언급 “의외로 입 짧아..내가 다 먹는다”

    ‘언니네’ 한혜진, 전현무 언급 “의외로 입 짧아..내가 다 먹는다”

    모델 한혜진이 남자친구인 방송인 전현무를 언급해 화제다.23일 방송된 SBS 러브FM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의 ‘사랑방데이’ 코너에는 모델 한혜진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DJ 송은이와 김숙이 “아까 같이 밥을 먹는데 전혀 안 먹더라”고 말하자 한혜진은 “속옷 광고가 잡혀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혜진은 “저는 한 번 먹으면 못 참는 스타일이다. 현무 오빠도 되게 놀란다”며 “현무 오빠는 의외로 입이 짧은 스타일이다. 밥을 같이 먹으면 금방 수저랑 젓가락을 놓는다. 그러면 내가 끝까지 다 먹는다”고 털어놨다. 한편 한혜진은 MBC ‘나 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 중인 전현무와 지난해 말부터 연인으로 발전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미국이 만든 中음식점, ‘거꾸로’ 中서 인기 끌까?

    미국이 만든 中음식점, ‘거꾸로’ 中서 인기 끌까?

    미국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식 차이니즈 레스토랑이자 유명 드라마 ‘빅뱅이론’에도 자주 등장했던 ‘P.F. 챙스 차이나 비스트로’(P. F. Chang‘s China Bistro, 이하 P.F.챙스)가 중국에 입성한 뒤 현지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P.F.챙스는 25년 전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서 첫 개점한 뒤 22개국 3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프랜차이즈 중식당이다. 미국에서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한 손에는 상자를 들고 서툰 젓가락질로 볶음밥이나 국수를 간편하게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다수의 중국 음식점이 바로 P.F.챙스다. 지난 4월 말, 미국식 차이니즈 레스토랑으로 유명세를 떨친 P.F.챙스가 ‘역으로’ 중국 현지에 진출했다. 드라마 ‘빅뱅이론’과 다수의 영화에 등장했던 이 미국식 중식당이 중국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상하이 난징로에 문을 연 이 식당은 중국의 명절인 노동절 연휴를 맞아 상하이를 찾은 수많은 현지 관광객 및 상하이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는 평소 미국드라마 ‘빅뱅이론’의 인기도 한 몫을 했다. 실제로 ‘빅뱅이론’의 팬이라는 상하이의 한 주민은 “드라마에서 보단 중국 식당을 중국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가게 오픈을) 매우 기다려왔다”면서 “서비스나 외관 등은 매우 깔끔하고 좋았지만 맛은 기대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쑤저우(苏州)식 요리는 너무 달았고, 쓰촨(四川)식 요리는 너무 매웠다. 가격도 할인 쿠폰이 없다면 약간 비싼 편”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식당은 중국 최대 레스토랑 리뷰 사이트에서 10점 만점 기준으로 맛 부문에서 8점, 환경 및 서비스 부문에서 8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길섶에서] 가는 5월/박건승 논설위원

    5월의 밤은 소동파에게 ‘훈풍이 산들산들 불어와 달빛마저 몽롱해지는 밤, 꽃향기에 마음이 들떠 그냥 잠을 청하기가 차마 아까운 밤’이었다. 그런데 올 이 시절 초 우리 날씨는 왜 그리 변덕이 죽 끓듯 했던가. 맑은 하늘에선 뜬금없이 우박이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만만불측(萬萬不測)했다. ‘꾼’들의 ‘입’ 또한 고약했다. 남북 정상회담 앞뒤로는 “세상이 미쳐 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창원 빨갱이’란 듣도 보도 못한 황당한 허구가 나돌았다. 세상이 미쳐 가고 있다고? 5월의 말본새치고는 참으로 막되고 괴이하고 섬뜩하다. 피천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라고 했다. 노천명은 ‘머루순이 벋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활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라고 했다. 그 맑고 순결한 5월이 정점으로 치닫는다. 그런데 어찌하랴. 더러운 입들이 자꾸 분탕질하는 이 5월을. 눈이 아프고 가슴이 먹먹하다. 속절없는 세월이다. ‘계절의 여왕’은 예를 갖추지 못한 그 누구도 탓함이 없이 지나가고 있으니.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 [핵잼 라이프] 두 팔·두 다리 없는 30대 인터넷 스타 된 까닭은

    [핵잼 라이프] 두 팔·두 다리 없는 30대 인터넷 스타 된 까닭은

    중국 남부에 사는 위안리둥(32)은 매일 저녁 6~8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을 만난다. 그가 시청자와 팬들에게 보여 주는 것은 단순한 일상이다. 게임을 하거나 마술을 보여 주거나, 노래를 하는 등 어찌 보면 누구나 보여 줄 수 있는 모습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는 매일 수천 명이 찾아온다. 태어날 때부터 두 팔과 두 다리가 없었지만, 누구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지난 7일 보도에 따르면 그가 처음 ‘명성’을 떨친 것은 2011년 세계적인 인터넷 게임을 즐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팔이 없는 그는 누운 채로 두 빰을 움직여 가며 마우스를, 입으로 젓가락을 물고 키보드를 써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게임에 임했다. 2015년 프로게이머가 된 그는 이러한 모습 덕분에 ‘젓가락 형님’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의 자세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생긴 그는 자신의 긍정 에너지를 전달할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고, 떠올린 아이디어는 바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었다. 위안은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많은 청중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다. 내가 두 팔과 두 다리 없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어떻게 아내를 만났는지 등을 말하고 싶었다”면서 “장애를 가진 남성에게도 이렇게 강인한 면이 있으며, 삶이 어려운 사람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동기를 전했다. 위안의 삶을 향한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는 아내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다. 아내의 부모는 예비 사위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내처럼 그의 밝은 모습에 호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만으로 아내와 8살 된 아들을 보살피는 데 큰 문제가 없을 만큼 인기 스타가 됐다. 그는 “긍정적인 마음은 당신이 원하는 그 무엇이라도 얻을 수 있게 도울 테지만, 부정적인 마음은 당신이 가진 것을 잃게 만들 것”이라면서 “나는 내 상황에 대해 불평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매일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피플스토리+] 양팔 없이 태어나 인터넷 스타 된 남자 이야기

    [송혜민의 피플스토리+] 양팔 없이 태어나 인터넷 스타 된 남자 이야기

    중국 남부에 사는 위안리둥(32)은 매일 저녁 6~8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을 만납니다. 그가 시청자와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일상인데요. 게임을 하거나 마술을 보여주거나, 노래를 하는 등 어찌 보면 누구나 보여줄 수 있는 모습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는 매일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위안 씨는 태어날 때부터 두 팔과 두 다리가 없었지만, 누구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이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7일 보도에 따르면 그가 처음 ‘명성’을 떨친 것은 2011년, 세계적인 인터넷 게임을 즐기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팔이 없는 그는 누운 채로 양 빰을 움직여가며 마우스를, 입으로 젓가락을 물고 이를 이용해 키보드를 써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게임에 임했습니다. 2015년 프로게이머가 된 그는 이러한 모습 덕분에 ‘젓가락 형님’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을 정도로요. 하지만 게임을 할 때의 자세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생긴 그는 자신의 긍정 에너지를 전달할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고, 떠올린 아이디어는 바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었습니다. 위안 씨는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많은 청중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내가 두 팔과 두 다리 없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어떻게 아내를 만났는지 등을 말하고 싶었죠”라면서 “장애를 가진 남성에게도 이렇게 강인한 면이 있으며, 삶이 어려운 사람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방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라고 동기를 전했습니다. 위안 씨의 삶을 향한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는 아내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습니다. 아내의 부모는 예비 사위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내처럼 그의 밝은 모습에 호감을 가졌기 때문이죠. 현재 그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만으로 아내와 8살 된 아들을 보살피는데 큰 문제가 없을 만큼 인기스타가 됐습니다. 그는 “긍정적인 마음은 당신이 원하는 그 무엇이라도 얻을 수 있게 도울테지만, 부정적인 마음은 당신이 가진 것을 잃게 만들 것”이라면서 “나는 내 상황에 대해 불평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매일 행복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렸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진리를 알려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저귀도 위생용품으로 관리 강화

    중금속 등 유해물질 기준 마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9일부터 주방세제, 화장지, 물티슈 등 19종의 물품을 ‘위생용품’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내용의 ‘위생용품관리법’이 시행된다고 16일 밝혔다. 위생용품으로 분류하는 제품은 주방세제, 헹굼보조제, 음식점용 물티슈·물수건, 종이냅킨, 일회용 컵·숟가락·젓가락·포크·나이프·빨대·면봉, 이쑤시개, 화장지, 일회용 기저귀·팬티라이너, 일회용 행주·타월·마른 티슈다. 지금까지 화장지, 일회용 기저귀는 공산품으로 분류하고 일회용 타월은 아예 관리대상에 빠지는 등 다수 제품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정부는 이들 제품을 ‘보건위생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용품’으로 규정하고 제품별로 사용 가능한 성분과 중금속 등 유해물질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제품 포장에서 위생용품 표시와 원료명 또는 성분명, 내용량, 제조연월일, 업체명 등의 정보를 확인하고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정부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위생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위생용품 영업신고를 의무화하고 화학물질을 주요 원료로 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품목 보고를 의무화했다. 위생용품 수입업자는 수입하려는 위생용품을 지방식약청에 신고해야 하고 검사 결과 적합한 제품만 유통할 수 있다. 만약 규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품목제조정지,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기저귀도 위생용품으로 관리 강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9일부터 주방세제, 화장지, 물티슈 등 19종의 물품을 ‘위생용품’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내용의 ‘위생용품관리법’이 시행된다고 16일 밝혔다.위생용품으로 분류하는 제품은 주방세제, 헹굼보조제, 음식점용 물티슈·물수건, 종이냅킨, 일회용 컵·숟가락·젓가락·포크·나이프·빨대·면봉, 이쑤시개, 화장지, 일회용 기저귀·팬티라이너, 일회용 행주·타월·마른 티슈다. 지금까지 화장지, 일회용 기저귀는 공산품으로 분류하고 일회용 타월은 아예 관리대상에 빠지는 등 다수 제품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정부는 이들 제품을 ‘보건위생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용품’으로 규정하고 제품별로 사용 가능한 성분과 중금속 등 유해물질 기준을 마련했다.이에 따라 소비자는 제품 포장에서 위생용품 표시와 원료명 또는 성분명, 내용량, 제조연월일, 업체명 등의 정보를 확인하고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정부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위생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위생용품 영업신고를 의무화하고 화학물질을 주요 원료로 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품목 보고를 의무화했다. 위생용품 수입업자는 수입하려는 위생용품을 지방식약청에 신고해야 하고 검사 결과 적합한 제품만 유통할 수 있다. 만약 규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품목제조정지,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정부과천청사 주변 동기들과 퇴근길 ‘밥談맛談’

    [公슐랭 가이드] 정부과천청사 주변 동기들과 퇴근길 ‘밥談맛談’

    순살과 비계 황금비율 한 쌈…오감만족 통생태 팔팔 속풀이 한 상…만사생통각종 관공서와 대기업이 모여 있는 정부과천청사역 주변에는 과천 시민의 사랑을 받는 오랜 식당이 많이 있다. 30년 넘게 과천에 살아온 토박이로서 과천을 대표하는 맛집을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생각하는 중에 우연찮게도 임용 동기들에게 과천에서 퇴근 후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뭉친 동기들과 맛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생생한 후기를 전달하기 위해 복습도 할 수 있으니 이것이 일석이조 아닌가.# 야들야들·탱글탱글 ‘양희방 왕족발’… 무말랭이와 꿀조합 동기들을 데리고 향한 곳은 과천 별양동 중심가에 있는 족발집 ‘양희방 왕족발’이다. 가게 외관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약간의 허름함이 외관보다는 맛으로 승부하는 맛집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가게 내부는 벌써 퇴근 후 허기를 달래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예약을 해 둔 덕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집의 인기메뉴는 앞발이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일찍 동이 나 맛보기가 힘드니 유의해야 한다. 조금 허름해 보이는 가게 외관과는 달리 양희방의 족발은 부드러운 살코기와 탱글탱글한 비계가 황금 비율을 뽐내며 맛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함께 나오는 반찬 또한 싱싱함의 끝판이다. 방금 따온 듯한 상추에 빨간 양념 가득한 무말랭이 한 젓가락을 넣고 족발 한 점을 얹어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족발이 사르르 녹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이곳 족발의 또 다른 장점은 잡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족발을 삶는 방법에 비결이 있을 듯하다. 여러 번에 걸쳐 삶는지, 아니면 족발과 함께 다른 재료를 같이 삶는지, 그 비결을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밀려드는 손님으로 바쁘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말을 걸어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이 직접 ‘양희방 왕족발’을 찾아 그 비결을 알아보는 건 어떨까.# 팔뚝만 한 생태가 통째로 ‘생태한마리’… 시원함의 극치 전날 동기들과 저녁을 먹으며 함께한 반주 탓이었을까. 속을 달래줄 얼큰한 국물요리가 많이 생각났다. 분주하게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직원들과 함께 부리나케 달려간 곳은 과천청사역 주변의 또 다른 맛집 ‘생태한마리’다. 이곳의 생태탕은 무척 독특하다. 그 이유는 가게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넓고 깊은 양은냄비에 팔뚝 만한 생태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어느 정도 끓은 후 식당 아주머니가 생태 뼈를 꼬리 쪽에서부터 통째로 길게 뽑아내는 기술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이곳 생태탕은 생태, 고니, 두부, 무, 대파 정도로 구성돼 있어 비교적 심플한 것 같지만 맛에는 상당한 내공이 있다. 생태의 식감은 방금 바다에서 낚은 고기처럼 매우 부드럽고 고소하다. 국물은 짜거나 맵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맛을 선사해 마지막까지 숟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생태탕은 1월이 제철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곳 ‘생태한마리’에서는 일년 내내 제철인 듯하다. 박지호 명예기자(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과천과학관 주무관)
  • 평양 옥류관 냉면, 깊고 시원한 맛의 비밀은?

    평양 옥류관 냉면, 깊고 시원한 맛의 비밀은?

    우리 예술단이 맛본 ‘원조’ 평양냉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지난 1일 평양 공연을 마친 예술단은 다음날 냉면으로 유명한 평양 옥류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대통강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방에서 우리 측 출연진은 냉면을 한 그릇씩 비웠다. 놋그릇에 담긴 평양냉면은 시커먼 색깔이었다. 칡으로 만든 막국수와 비슷해보이는 진한 색의 면발 때문이었다. 북에서는 메밀을 껍질째 갈기 때문에 색이 검다고 한다. 면 위에는 무김치, 육편, 오이, 삶은계란, 채 썬 지단이 얌전히 올라가 있었다. 곁들임 찬으로는 녹두 빈대떡과 무절임이 나왔다. 쇠젓가락과 빨간 양념장도 식탁 위에 올랐다. ‘북한에서는 냉면을 먹을 때 쇠젓가락을 쓰지 않는다’, ‘평양냉면에는 양념장을 넣지 않는다’는 일각의 속설이 뒤집힌 셈이다.한 참석자는 “함께 나온 양념장이 남한의 ‘토하젓’과 비슷했다. 젓갈처럼 깊은 맛이 나는데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며 “접대원이 ‘비빔냉면처럼 먹으려면 냉면에 풀어서 먹으라’고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북측 접대원이 ‘육수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꿩고기를 더해 우려냈다’고 설명하더라”며 “면은 가위질이 필요 없을 만큼 잘 끊어졌지만 약간의 찰기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 정부지원단, 취재진 등 186명은 평양냉면 맛에 모두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서현, 레드벨벳, YB 등 우리 가수들은 화기애애한 얼굴로 냉면을 나눠 먹으며 공연의 긴장감을 달랬다. 가수 최진희 씨는 “음식 맛이 예전보다 양념이 좀 강하지만 그래도 맛이 있다”면서 “김치가 매우 시원하고 맛있다. 우리에 비해서 싱겁고 그래서 더 깔끔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백지영 씨도 “이 냉면도 공연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두데’ 밴쯔 “라면은 10개, 치킨은 6마리까지 먹어봤다”

    ‘두데’ 밴쯔 “라면은 10개, 치킨은 6마리까지 먹어봤다”

    BJ 밴쯔가 엄청난 식사량을 공개했다.5일 오후 방송된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지석진입니다’(이하 ‘두데’)에서는 BJ 밴쯔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먹방으로 유명한 BJ 밴쯔는 “라면은 10개도 먹는다. 치킨은 여섯 마리까지 먹어봤다”고 밝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밴쯔는 자신의 식성에 대해 “젓가락이 한 개 있으면 1인분이지 않냐”고 태연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데’ DJ 지석진은 “먹는 양을 보면 엄청 살집이 있을 것 같은데 얼굴은 나보다 작다”며 감탄했다. 사진=MBC ‘보이는 라디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한줄기 빛’ 점자블록이 끊겼다… 공포의 미로에 갇혔다

    ‘한줄기 빛’ 점자블록이 끊겼다… 공포의 미로에 갇혔다

    장애인 정책은 실제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까.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의 시각장애인 체험은 이 근본적인 질문에 의해 실현됐다. 그는 체험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해 오히려 기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눈을 완전히 가리고 홀로 거리로 나가는 체험은 안전상 매우 위험했다. 그래서 구청 직원이 ‘안내자’로 정 구청장과 동행했고, 기자는 먼발치에서 취재했다. 꽃샘추위가 몰아친 지난달 22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정 구청장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거리로 나갔다. 난생처음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과 전통시장을 찾았다. 정치인이 거리로 나가 시각장애인 체험을 한 것은 정 구청장이 처음이다.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정 구청장이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체험담을 그의 수기(手記) 형식으로 싣는다.(1)체험 시작…난 누구 여긴 어디 오후 1시, 구청 7층 구청장실. 구청 직원이 약국에서 5600원을 주고 사온 안대를 상자에서 꺼냈다. 눈 크기에 맞게 동그랗게 만들어진 살색 안대로, 눈에 붙이는 식이었다. 직원이 내 눈에 하나씩 붙였다. 캄캄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너무 답답해 당장 떼어내고 싶었다.(앞이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는지 기자가 직접 사전에 눈에 붙여 봤는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심호흡을 크게 한 뒤 오른손에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쥐고 첫발을 뗐다. 손과 발이 떨렸다.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거리감이 없어 지팡이로 어디를 두드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늘 일하던 익숙한 공간인데도 머릿속에 공간 구조가 그려지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이렇게 무서울 줄은 정말 몰랐다. 안내자가 왼쪽으로 2m 가면 출입문이 있다고 했다. 안내하는 대로 걸었는데 자꾸 엉뚱한 데로 가는지, 안내자가 “왼쪽, 왼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왼쪽으로 가는 듯했는데 이쪽저쪽으로 왔다 갔다 했나 보다. 평소 집무실에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서 10초도 걸리지 않는데 눈을 가리니 10여분이 걸린 듯했다.안내자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고 했다. 문이 금세 닫힐까 봐 발걸음을 재촉했다. 안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소리가 뒤섞여 한꺼번에 들렸다. 무슨 소리인지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나는지도 몰랐다. 그저 웅성웅성할 뿐이었다. 눈을 가리니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졌는지, 평소 들리지 않던 소리까지 들려 머리가 복잡했다. 1층 로비에서 내렸다. 안내자가 5m 정도 가면 구청 정문이 있다고 했다. 지팡이로 두드리며 조심조심 걸었고, 안내자가 문을 열어줘 밖으로 나간 순간 찬 기운이 확 느껴졌다. 어두운 광야에 홀로 내버려진 기분이었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에 사람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지팡이로 더듬더듬 걷는데, 안내자가 1m만 가면 점자블록이 있다고 했다. 이쪽저쪽 헤매다 점자블록을 밟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했다. 평소 별것 아니라 여기고 눈여겨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중요할 줄 몰랐다. 생명줄 같았다. 얼마나 갔을까. 점자블록이 끝나는 지점에 툭 튀어나온 뭔가에 부딪혔다. 안내자가 차량의 보도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볼라드’라고 했다. 일반인의 보행안전을 위해 세워 놓은 볼라드가 시각장애인에겐 지뢰를 밟은 듯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횡단보도 앞에 섰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따르릉 소리와 함께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라는 안내 말이 희미하게 들렸다. 차들이 내게 달려드는 것만 같아 몸이 굳었는지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다 건너기 전에 신호가 바뀌었는지, 뒤쪽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차들이 빵빵거리며 경적을 누르는 듯해 불안했다. 몇 초면 건너던 횡단보도가 까마득히 먼 길을 걸은 듯, 식은땀이 절로 났다. (2)식당에서…문턱서부터 턱! 안내자가 “50m쯤 직진하면 순댓국 가게가 있다”고 했다.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한 발 한 발 움직였다. 안내자가 식당 문 앞에 도착했다며 문턱을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앞이 보일 땐 아무 생각 없이 오르던 문턱이 거대한 산처럼 다가왔다. 높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몰라 몇 번씩이나 발을 헛디뎠고 문에 부딪혔다. 겨우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자가 식당은 66㎡(20평) 정도 되는 크기이며 통로가 비좁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줬다. 지팡이로 두드리며 나아가는데, 의자·식탁 등 바닥 위 입체적 구조물들이 모두 장애물이었다. 설명을 들어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팡이로 하나하나 두드리고 손으로 만지며 천천히 움직였는데도 식탁이나 의자에 두세 번 허리가 부딪혔다. 겨우 안쪽 식탁의 의자에 앉았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순댓국이 나오자 안내자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손에 쥐여 주고 국과 밥, 반찬 위치를 알려줬다. 밥공기가 뜨거웠다.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보이질 않으니 뜨거운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밥을 한 숟가락 떴다.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턱으로 가는지 감각이 없었다. 분명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는데, 번번이 턱 쪽으로 향했다. 볼 수 있을 땐 밥을 먹으면서 사람도 보고 TV도 보고 얘기도 했는데, 전혀 그럴 수 없었다. 오로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만 집중해야 했다. 젓가락질은 더 어려웠다. 깍두기 하나 제대로 집을 수 없었다. 결국 반찬 먹는 걸 포기하고, 국과 밥만 먹었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니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보일 때는 눈으로 먼저 맛을 예상한 뒤 느끼며 먹는데, 앞이 보이지 않으니 입에 넣고 씹고 나서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시각장애인이 외식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공간이 익숙한 단골가게는 몰라도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식당조차 찾을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3)마을버스…커브마다 휘청밥을 먹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전통시장을 찾기 위해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안내자가 “마을버스가 도착했는데 1차로에 다른 차들이 정차해 있어 2차로에 섰다며 도로로 내려가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줬다. 차도에 내려섰다. 소름이 돋았다. 차도를 걷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 차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2m도 안 되는 거리를 걷는데,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듯했다.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버스 앞에 섰다. 앞문 계단에 발을 올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계단 높이가 훨씬 높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계단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버스에 올라 안내자가 알려준 위치에 교통카드를 찍었다. 앞쪽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이쪽으로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하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다며 사양했다. 버스에 오른 순간, 좌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아 어떻게 앉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위쪽으로 손을 더듬어 손잡이를 찾았다.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한 손은 지팡이를 낀 채 의자 손잡이를 잡았다. 버스가 출발했다. 보이질 않으니 균형감각이 확 떨어졌다. 버스가 조금만 흔들려도 몸은 그 몇 배로 요동쳤다. 얼마쯤 갔을까. 버스가 좌회전하는 듯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팔과 몸에 힘을 주고 버티는데, 계속 뒤로 밀려났다. 눈으로 볼 땐 회전하는 정도를 계산해 몸을 지탱할 수 있었는데, 보이질 않으니 어림짐작으로 버틸 수밖에 없어 힘들었다. 두 정거장을 지나니 안내자가 내릴 때가 됐다고 했다. 지팡이를 두드리며 뒷문으로 더듬더듬 걸었다. 내릴 때도 계단 높이가 생각보다 더 깊은 느낌이 들었다. (4)왕십리역에서…길을 잃다왕십리역 4번 출구 앞에 다다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간 뒤 5호선을 타기 위해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공간은 완전히 미로였다. 앞이 보일 때는 왕십리역이 이렇게 복잡하게 돼 있는지 몰랐다. 점자블록도 엉망이었다. 한 줄로 이어지다 갑자기 사방팔방으로 나뉘고, 길이 아닌 계단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뚝 끊기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은 한 줄기 빛과 같다는 생각을 하니, 울분이 솟구쳤다. 장애인을 위해선 지상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한 번에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전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힐까 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전철에 올라 손을 위로 올려 손잡이를 잡고 섰다. 전철에선 버스와 달리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답십리역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개찰구에 도착, 카드를 대고 앞으로 나갔다.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엔 바가 없어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개찰구에 바가 없으니 이동하기에 편했다. (5)시장에서…소리가 공포용답시장에 도착했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식당에선 사람들이 대충 어디에 있는지 감이라도 잡혔는데, 시장은 사방에서 떠드니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안내자가 알려주는 가게의 판매대 앞에서 목도리를 골랐다. 촉감에만 의존해야 했다. 가게 주인이 재질, 무늬, 디자인 등을 상세히 설명해 준 대로 골라 구입했다. 그런데 나중에 체험을 마친 뒤 눈으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주인이 말한 검은색이 내 생각과 달랐고, 무늬도 내가 생각한 체크무늬와 달랐다. 과일가게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다 무릎 부근이 판매대에 부딪혔다. 너무 아파 나도 몰래 ‘악’ 하고 소리를 냈다. 진열대 사이 통로가 좁아 몇 번씩이나 판매대에 부딪혔다. 시장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뒤에서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났다. 몸이 절로 굳었다.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나한테 달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오토바이가 옆으로 지나갔다. 오토바이는 차들과는 전혀 다른 공포감을 조성했다. (6)체험 끝…4시간 값진 경험 예정됐던 4시간의 체험이 모두 끝났다. 밝은 곳에서 안대를 벗으면 시력을 다칠 수 있다고 해서 어두운 관용 차량에 올라 안대를 떼어냈다. 잠을 자다가 눈을 뜬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어지러웠고, 사물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차츰 시력이 회복됐다.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식당에서 나왔을 때 포기하고 싶었다. 너무 답답하고 눈이 아파 당장이라도 안대를 벗고 싶었다. 무섭고 두려웠다. 겨우겨우 체험을 끝내고 나서 돌이켜 보니 고작 4시간의 체험으로 힘들다고 호들갑을 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평생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 그래도 포기할 뻔한 고비를 극복한 끝에, 체험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배우지 못했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시각장애인 정책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시각’에서 다시 세워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에 감사함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체험 전과 체험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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