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접속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감독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성명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6월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569
  • “중학생 수행평가 과제 해줄 대학생 찾아요… 1회에 10만원”

    지난 5일 오전 연세대학교 학생들만 접속할 수 있는 학교 경력개발시스템 홈페이지 아르바이트 게시판에 희한한 구인광고가 올라왔다. ‘중학 과학 발명품 과제물 발명 아르바이트’라는 제목의 글 내용은 중학생 수행평가 과제인 창의성 발명품이나 재활용품 발명품을 만들어 줄 과학 관련 전공 대학생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발명품과 이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함께 주면 되는데 인터넷을 보고 모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4월과 8월에 1회씩 진행하는데 회당 10만원 정도를 지급한다고 했다. 중학교 수행평가나 교내 발명 대회에 제출할 발명품을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에게 돈을 주고 대신 시키겠다는 뜻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영재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 등은 신입생을 선발할 때 지원자의 교과 내신 성적과 함께 담임 교사의 관찰 기록이나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목고나 자사고를 준비하는 중학생 일부가 그럴듯한 ‘스펙’을 쌓기 위해 이처럼 비정상적인 경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접한 연세대 3학년 박모(22)씨는 “돈 좀 있는 가정의 학생이 스스로 노력한 다른 학생의 결과물을 돈으로 짓밟는 행위”라면서 “돈으로 ‘갑질’하겠다는 구인광고를 버젓이 올려놨는데 이런 학생이 자라서 제2, 제3의 ‘땅콩 회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개했다. 실제로 이 같은 편법 스펙 쌓기는 과학 발명에만 그치지 않고 독후감 등 각종 글짓기, 영어 에세이나 말하기, 미술, 동영상, 실험이나 견학 보고서 등 학교의 수행평가 전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르바이트 과외를 하는 대학생에게 웃돈을 얹어 주면서 부탁하거나 학생부 관리 학원을 찾는 방식으로 자녀의 수행평가를 대신 해 주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중학생 수행평가나 방학 숙제를 통째로 대행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번거로운 수행평가, 방학 숙제는 모두 우리에게 맡기고 더 중요한 공부에 집중’하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담임 김모(34) 교사는 “학생들이 내는 과제물을 보면 누군가 대신 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지만 사실을 밝힐 뚜렷한 물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성매매 방지 공익 웹툰 ‘불어라 비바람!’

    성매매 방지 공익 웹툰 ‘불어라 비바람!’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성매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성매매 근절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성매매방지 공익 웹툰 ‘불어라 비바람!’ 1편 12화를 제작했다.  이 웹툰은 성매매특별법과 성매매피해자 지원제도 등 필요하지만 어려운 정보들을 누구나 알기 쉽게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 웹툰 특유의 재미와 감동, 반전을 거듭하면서 12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편견이 깨지게 되는 공익 웹툰이다.  진흥원 홈페이지(www.stop.or.kr/webtoon)에 접속하면 PC와 모바일을 통해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웹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누적 조회수 1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불어라 비바람!’은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일하는 다혈질 활동가 강우천과 상담소 자문변호사로 있는 원칙주의자 태풍일이 성매매피해자를 구조·지원하면서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순정만화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노명희(글), 백상은(그림) 작가의 노련미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매회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재미와 감동, 탄탄한 스토리로 긴장감을 자아내 다음 편을 기다리게 했다.  성매매방지 온라인 캠페인은 ‘성매매방지 온라인홍보 전용 페이지’ (www.stop.or.kr/info)를 통해 상시 진행된다. 성매매방지 공익 CF, 공모전 선정작품(극영화 2편)을 온라인 상영하고, 각종 성매매예방 교육·홍보 자료를 제공한다.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성매매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상생활에서 성매매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이므로, 성매매 근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반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온라인 홍보를 더욱 강화하겠다” 고 밝혔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딸과 이혼한다고… ” 사위 병원에 악플 단 장인

    딸과 이혼하려는 사위를 괘씸하게 여긴 장인이 인터넷에 사위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모(70)씨는 사위 박모씨가 2011년 7월 이혼소송을 낸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화가 난 윤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28)씨에게 의사인 박씨와 그의 아버지를 비방하는 내용을 퍼뜨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는 박씨 등이 소개비를 지급해 환자들을 끌어모으는 다단계 방식으로 고가의 치료비를 받으며 병원을 키웠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탈세한 75억원을 수십 개의 차명계좌에 은닉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자료를 건넸다. 박씨 등이 국세청에 고발당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출국 금지 상태에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씨는 2013년 8월쯤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자신의 블로그에 접속해 이 같은 내용을 박씨 사진, 병원 이름과 함께 게시했다. 윤씨는 이씨의 아이디가 차단되자 추가로 다른 아이디를 더 구해 비방 글을 계속 올렸다. 두 달간 21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게시된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주철 판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손 판사는 “다수의 일반 대중이 보고 그릇된 정보를 가질 수 있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려 박씨 등의 피해가 중하다”고 판단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전국적 장애 현상 “도대체 왜?”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전국적 장애 현상 “도대체 왜?”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장애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전국적 장애 현상 “도대체 왜?” SK텔레콤 롱텀에볼루션(LTE)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간헐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4일 전국적으로 발생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SK텔레콤 가입자들은 LTE를 이용한 무선 데이터 통신이 되지 않는다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접속 불량은 오후 3시쯤부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을 비롯해 대전,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접속 장애가 일어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3G에서도 장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음성통화는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간헐적 장애 현상 “무슨 일이지?”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간헐적 장애 현상 “무슨 일이지?”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장애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간헐적 장애 현상 “무슨 일이지?” SK텔레콤 롱텀에볼루션(LTE)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간헐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4일 전국적으로 발생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SK텔레콤 가입자들은 LTE를 이용한 무선 데이터 통신이 되지 않는다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접속 불량은 오후 3시쯤부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을 비롯해 대전,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접속 장애가 일어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3G에서도 장애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음성통화는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간헐적 장애 현상 “도대체 왜?”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간헐적 장애 현상 “도대체 왜?”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장애 SK텔레콤 LTE 데이터통신 간헐적 장애 현상 “도대체 왜?” SK텔레콤 롱텀에볼루션(LTE)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간헐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4일 전국적으로 발생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SK텔레콤 가입자들은 LTE를 이용한 무선 데이터 통신이 되지 않는다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접속 불량은 오후 3시쯤부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을 비롯해 대전,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접속 장애가 일어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3G에서도 장애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음성통화는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1교시 언어이해 - 이은희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1교시 언어이해 - 이은희

    Ⅰ <첫 번째 문제> 다음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그녀는 하루에 세 문제를 만들었다. 월급에 대비해 그만큼이면 적당한 노동량인 것 같았다. 책을 만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기뻤다. 읽은 것에 관해 말할 줄 아는 정도의 능력만 있으면 되었다. 한 개의 독해 지문에 세 개의 문제를 만들어 달면 업무가 끝났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오래오래 회사생활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회사였다. 그녀의 동료들은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읽거나 읽은 것에 관해 생각하는 일을 귀찮아했다. 한 달에 세 문제를 만들까 말까 하는 정도였으며 문제의 수준도 형편없었다. 그녀의 동료들은 일하는 척으로 일과를 보냈다. 대수롭지 않은 것에 관해 큰 목소리로 토의하며 바쁜 척했다. 읽고 생각하기만 하면 되지만, 적혀 있는 그대로를 읽어내는 능력 자체에 문제 있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했다. 한때 그녀는 국문과 대학원생이었다. 지도교수가 갑자기 죽은 뒤에 이상하게도 그녀의 꿈이 사라졌다. 그녀는 학업에 품었던 자신의 꿈이 로스쿨 입시용 문항으로 재생산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을 때에는 세 시간 만에 세 문제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인고의 노력을 쥐어짜야 할 때에는 아홉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쉽게 만들어지든 오래 걸려 만들어지든 간에 개개의 문제가 전부 걸작이었다. 어떤 때에는 혼자 풀기 아까운 문제가 나오기도 했는데,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동료들 모두에게 그 문제를 자랑하고 당장 풀어보게 만들기도 했다. 동료들은 마지못해 그녀가 낸 문제를 풀어보았으나 답을 맞히지 못했다. 그녀는 동료들이 지닌 지적 능력의 총합을 초월하는 자신의 창의력을 확인한 양 우월감을 느꼈고, 콧대가 우뚝해져서는 도파민의 폭풍에 정신 잃은 채 기뻐했다. 소용돌이 모양으로 생성된 회전은하와 스케이터의 연속 회전 간의 원리적 유사성에 관한 문제를 출제했을 때에는 그만 김연아 선수에게 그 문제를 선물할 뻔했다. 김연아 선수와 접촉할 방법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당장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금메달리스트의 스케이트 날처럼 날렵한 독해문제를 출제했으니, 한시바삐 문제를 풀어보고, 각운동량보존법칙에 관한 이해를 동원하여 더욱 멋진 연기를 보여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울러 김연아가 그녀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지만 존경한다는 말을 문제에 실어 전하고 싶었다. 김연아가 팔을 길게 뻗어 회전할 때에 보여주는 느긋한 우아함과, 몸을 움츠렸을 때 운동량이 보존됨에 따라 속도가 높아지면서 생겨나는 간절함은 청년이 생에 대하여 품어야 하는 희망이 어떠한 양상이어야 하는지 물리학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전달하고 싶었다. 그녀의 대학시절 교수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아 교수님의 소설로 문학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헌정 출제의 성격을 완성하기 위해서 교수님의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보충하는 <보기>를 달아 심화된 감상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타인들의 머리에 더듬이가 생겨난 것을 발견한 주인공의 혼란을 다룬 작품에서 ‘사람의 모습이 갑자기 바뀌었을 리 없다’라는 독백에 밑줄을 치고 ㉠을 단 뒤, 그 ㉠에 관해 아주 많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란 얼마나 허망하고도 희망적인 것인지에 대해 파악하도록 요구하는 문제였다. 그녀는 교수님의 소설과, 자신이 낸 문제를 바라보며 그 희망적인 허망함에 관해 성찰했고, 청년으로서 자신의 무거운 사명을 통감하면서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차곡차곡 쌓인 그녀의 업무량과 비교하여 동료들의 게으름은 크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하루에 세 문제씩 꼬박꼬박 생산해내는 그녀가 미친 기차 같다고 자기들끼리 욕했으며, 방해하기 위해 시끄럽게 굴었다. 그들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서 촘스키가 글을 참 못 쓴다고 욕을 하거나, 과학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과학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위험천만하지 않은가에 관해 토론하거나, 푸코의 저서는 번역이 엉망이어서 출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난하거나, 문학문제를 출제하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불가능한 임무라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으로 하루에 세 문제씩을 즐겁게 생산하고 있는 그녀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 하루는 그녀의 동료 중 한 인물, 항상 고려청자색 눈빛을 지니고 있는 우애경이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약간의 실수 때문에 서울대에 못 갔어요. 그 이후로는 모든 게 잘되지 않았어요. 이런 회사에서 문제 내는 일이나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내가 서울대에 가기만 했어도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그녀는 우애경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생각이 젊은 시절을 비탄에 빠지도록 만드는 거예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개인에 주어진 잠재력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자신의 잠재력을 직시하고 올바른 전제에서 추론을 시작해야 나의 모습을 검증할 수 있어요. 그것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그녀는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우애경으로부터 등을 돌린 뒤 다시 문제를 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우애경이 시뻘건 얼굴로 식식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다시 출제에 골몰했다. 출제를 하며 우애경에 관해 생각했다. 우애경은 왜 화가 났을까? 어떤 결과에 이르기까지 원인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으며 때로는 그것을 먼 원인과 가까운 원인으로 분류하여 한 줄로 세워볼 수 있다. 그녀는 우애경의 화라는 결과를 가져온 원인들을 물리화학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으로 구분하고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해보았다. 일단 생리 중일 수도 있다. 배가 고프거나 몸이 피곤하여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일 수도 있다. 이러한 물리적 상태가 저혈당증을 일으키고, 저혈당증은 다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뉴런 간 화학·전기신호 작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은 화를 내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일 뿐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못하므로, 설령 이러한 이유가 작동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오로지 먼 원인일 뿐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녀는 우애경의 분노를 초래한 심리적 원인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가능성과 잠재력의 차이를 검토해보라는 말이 기분 나빴을 수도 있다. 그렇게 느꼈다면 그 이유 중에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①가능성과 잠재력의 차이를 검토하기 싫어서, ②가능성과 잠재력에 차이가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서, ③그 말을 하는 사람(즉, 이우리)의 표정이나 말투가 기분 나빠서, ④그 말을 하는 사람(즉, 이우리)이 싫어서, ⑤아니면 모종의 의도가 있었는데 그것을 묵살당해서?(이 지점은 상상의 영역이므로 과학적 추론 불가) 위 내용 중 무엇에 해당하든 그것은 화가 나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기분이 찜찜해졌다. 알 수 없는 뭔가가 엄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엄습하던 무언가의 실체는 다음날 점심시간부터 분명해졌다. 유난히 칼국수가 늦게 나오는 그 식당에 둘러앉아, 그녀의 동료들은 하염없는 잡담을 시작했다. 그녀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깍두기를 먹고 있었다. 잡담은 점점 석연찮은 내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학 시절 미팅하던 때처럼 남녀가 줄을 지어 앉아 밥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데에서 시작한 잡담이 각자들의 출신대학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애경이 유부장에게 말하기를, 유부장의 동문들과 미팅했던 것이 학창시절 가장 언짢은 일이었다고 했다. 유부장도 자신의 학창시절에 우애경의 동문들과 미팅했던 적이 있지만 유쾌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했으나 마주보는 눈빛들은 사실 뭔가를 만끽하는 중인 듯 행복해 보였다. 화제는 갑자기 신촌의 추억을 늘어놓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때껏 잠자코 있던 다른 인물이 배꽃처럼 웃으며 동참하더니 신촌의 추억을 떠들어댔고, 그들의 대화를 끊을 수도 낄 수도 없어서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는 칼국수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끊을 수도 낄 수도 없는 인물로는 그녀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는데, 서교동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서울시 서대문구 전체에 관한 추억으로 이야기가 확장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지 못할 터였다. 서교동의 추억을 지닌 인물이 왠지 모를 경멸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들킬까 봐 몹시 조심했지만 아무래도 들킨 것 같았다. 그녀가 지닌 신촌의 추억이란 극장 앞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린 것밖에 없었으므로, 그녀는 혹시나 자신에게 어떤 질문이라도 주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월미도나 맥아더장군에 관한 화제가 갑자기 나오는 것은 아닐지, 그러다가 그녀가 졸업한 대학에 관한 화제가 등장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하지만 때마침 양푼에 가득 담긴 칼국수가 등장해주었고, 대화는 서대문구 창천동 일대에 관한 이야기에서 그친 채 모두 얌전히 칼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마치 먹는 데에 열중한 것인 양 아무도 그녀에게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날 저녁, 그녀는 회사에 혼자 남아 쓸쓸히 책을 뒤지고 출제를 했다. 김소진의 ‘개흘레꾼’을 다시 읽었고, 학생운동을 하다가 유치장에 갇힌 주인공이, 허름한 차림으로 빵을 사들고 온 아버지를 냉대하는 대목을 발췌하여 문제를 냈다. 개흘레꾼의 주인공은 말했다. ‘아버지는 ㉠테제도, 그렇다고 ㉡안티테제도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는 개흘레꾼이었다.’ ㉠과 ㉡의 의미에 대한 출제를 하다 말고 그녀는 자신의 사원증을 꺼내어 바라보았다. 포토샵으로 다듬은 사진 아래에는 ‘이우리’라는 그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녀는 ㉠ 혹은 ㉡에 머물러 자기 자신의 의미가 규정되도록 놓아두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일단 맹렬히 출제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 결심을 실현하기로 했다. 1.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주인공은 인천을 싫어한다. ②주인공은 우애경에 대한 반격을 결심했다. ③주인공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자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④주인공은 ´개흘레꾼´의 주인공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입하여 생각하고 있다. ⑤주인공은 자기의 인생이 남들의 인생에 포함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Ⅱ <두 번째 문제> 다음 상황에 대하여 추론한 것으로 옳은 것은. 그녀는 하루에 아홉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세 개의 지문을 뽑아 각각 세 개씩의 문제를 다는 데에 온종일이 걸렸다. 그러기를 일주일이면 혼자서 한 벌의 모의고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모두가 말하길,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출제 기계라고 했다. 그녀의 유능함에 견주어 우애경은 점점 더 무능해 보였고, 아무나 붙든 채 자기가 수능에서 한 문제만 더 맞았더라면 서울대에 갔을 것이며 이 자리에 있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 우애경을 보며 그녀는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유능한지, 모니터를 향한 거북이처럼 되어버린 자세로 하루에 아홉 문제씩을 생산한 그녀가 얼마나 탁월한 출제자인지를,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문제를 풀어본 수많은 학생들이 직접 증언할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애경이 사고를 쳤다. 오전 열시의 고요한 사무실에서 들려오던 그 소리를 모두가 잊지 못할 것이었다. 처음엔 작게 시작한 그 소리가 점점 커졌고, 일본어이긴 했지만 그게 어떤 상황에서의 무슨 말인지는 누구나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우애경의 컴퓨터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모두가 우애경을 지켜보는 가운데, 우애경은 붉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몰려든 사람들 가운데로 숨었다. 우애경 주변의 남자 사원들이 대단히 당황하더니 화면 가득한 살색 움직임들을 어떻게든 없애려 하다가 끝내는 컴퓨터를 두들겨 패듯 꺼버렸다. 우애경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이었다. 인터넷 창에 지나가던 배너를 건드렸을 뿐인데 민망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더라고 했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남자 직원들이었는데, 그들은 우애경의 컴퓨터를 복구하느라 오전 업무시간을 다 써야만 했다. “지나가는 배너를 건들기만 했는데도 저 정도로 감염이 될 수 있나요?” 그녀는 동료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못 들은 척 했다. “지나가는 배너는 왜 건드리죠?” 그녀는 우애경을 향해 물었다. “포르노 사이트 광고였나요, 아니면 일반 광고였는데도 그렇게 된 건가요?” 그녀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못 참는 성격이었다. 우애경은 달팽이관이나 청소골 같은 것이 없기라도 한 양 그녀 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 배실배실 웃고 있었고, 속으로는 민망해 죽겠지만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고 넘어갈 작정인 것 같았다. 그녀는 우애경과 담소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원래들 업무시간에 포르노 사이트에 들어가시기도 하는 건가요?” 정말로 궁금해서 그런 것인데, 우애경과 동료들은 아주 불쾌한 듯, 마치 포르노 사이트 접속으로 오전 업무를 마비시킨 장본인이 그녀이기라도 한 듯 아래위로 노려보더니 탕비실을 향해 우르르 가 버렸다. 그녀는 모두가 떠나 버린 사무실에 앉아 홀로 출제를 했다. 그녀는 정말로 왕따였다. 그녀는 우애경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적어도 질타를 감당하지 못해 괴로운 회사 생활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우애경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우애경의 성격이 갑자기 능글맞고 넉살 좋게 바뀌었다는 것인데, 우애경은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수치스러운 그 사건을 덮어버렸다. 유부장에게 말하길 “어머, 부장님. 계속 그렇게 야근시키시면 전 또 그 배너 건드려 버릴 거예요” 라고 하거나, 다른 팀 직원에게 말하길 “다들 너무 일만 하면서 침체되어 있기에 내가 야동 바이러스 감염으로 활력소가 되어준 거잖아” 라고도 했다. 우애경은 매일 스스로 그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그동안 몰랐는데, 일본어 공부에 좋은 게 일제 동영상이더군요” 라는 말을 해서 일부 남자 직원들이 즐거워하도록 만들었으며 절묘한 순간에 “일하기 싫은 사람은 내 감염된 컴퓨터를 쓰도록 해” 라는 말을 던져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그러한 일이 반복되자 우애경이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만 남고, 살색 가득하던 컴퓨터 화면에 대한 기억과, 우애경이 업무시간에 포르노를 보는 여자라는 인상은 희미해지고 말았다. 종래엔 유부장이 “앞으로 말 안 듣는 사람 있으면 우애경 씨 컴퓨터를 쓰게 할 거야”라고 농담하기도 했는데 그런 말에 모두 웃게 되기까지는 사건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우애경은 변죽 좋아 보이도록 성격이 바뀐 것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유능함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우애경은 아무 문제도 생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이우리를 향해서 발톱을 세운 채 이우리가 하루에 아홉 개씩 낸 문제를 꼼꼼히 살피고, 거기서 오류를 발견해내는 것을 주요 업무로 삼았다. 각운동량보존법칙과 회전하는 나선 은하에 관한 문제에서는 은하의 나선 팔에 관한 설명 부분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험에 비해 한 단락 분량이 더 추가된 것이므로 모의고사에 수록하기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지적 때문에 그녀는 우애경과 한 시간을 싸워야 했다. 나선 은하의 나선 팔 부분과 중심부는 각각 산개성단과 구상성단으로서 밀도가 다르다는 점이 은하의 형성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는 것을, 따라서 줄일 수도 뺄 수도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한참을 다퉜으나 그녀가 진 것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흥분하면 이마에 핏발이 서면서 얼굴이 새빨개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치 뭐라도 잘못해서 당황한 사람처럼 보였고, 동료들은 그녀가 곤란해 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녀가 중력섭동이라든가 산개성단을 구성하는 중원소에 관해 자기가 공부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동안 다들 하품을 하고 듣기 싫어했다. 이마에 핏발이 선 이우리가 언성을 높여가며 하는 말들이 알 수 없는 소리라고들 했다. 반면 그에 응수하는 우애경의 논리는 아주 간명한 것이었다. “어찌 됐든 길잖아요. 지문이 너무 길잖아요. 안보여요?” 그녀가 낸 모든 문제에 관해 우애경은 어떻게든 시빗거리를 찾아냈다. 가장 억지를 부렸던 것은 ‘개흘레꾼’이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는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녀는 ‘개흘레꾼’이 한 대학생의 자기 탐구와 심리묘사가 흥미진진한 작품일 뿐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으며, 1990년대 작품이기 때문에 현 시대상황과도 직접 관련이 없다고 대답했다. 우애경은 그에 대해서도 간명하게 말했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자체를 없애야 해요. 경쟁사에서 우리를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 안 돼요.” 민주화운동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라는 것과 테제, 안티테제 등의 용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작품에 관해 출제된 문학 문제가 좌파 이념 전파에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번 사건을 이우리 씨가 잊은 것은 아니겠죠. 이우리 씨가 조심하지 않으면 나라도 나서서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개흘레꾼’ 문제는 폐기하는 걸로 하죠.” 그녀는 말이 안 나왔다. 혀의 근육 어딘가가 마비되어 버린 것 같았다. 우애경은 마치 그녀의 상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 지난번 모의고사에서 그녀는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 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를 못 받고 그냥 죽을 텐데 돈도 없고 땅도 없으니 화장해서 4대강에 뿌려다오’ 라는 안치환의 노래 가사를 문법적 오류가 존재하지 않는 정답의 선택지로 삼아 어법 문제를 출제한 바 있었다. 모의고사 시행 직후 게시판에 이의제기가 올라왔다. 출제자 중 누군가가 현 정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지닌 것 같은데 이는 모의고사의 공정성과 적합성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시험을 본 학생이 올린 것처럼 적혀 있었지만 회원가입일이 게시일 당일인데다가 모의고사에 응시한 기록도 없는 회원의 글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출제한 문제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비방이라고 생각했고, 직관적으로 그 글이 우애경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본래 과학 연구에 있어 최초의 가설 설정이란 직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녀는 ‘우애경이 자작 이의제기를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라는 가설을 수립한 뒤 그것을 검증해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유부장은 게시판 사건 때문에 노발대발하였으나 진짜 응시자가 올린 글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며칠 추이를 지켜보자고 하더니 곧 잊어버렸다. 그녀 자신도 잊을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애경은 잊지 않고 있었고, 모두가 잊지 않기를 바라는 듯 그것에 관해 자주 이야기했다. 그녀가 우애경에게 닦달당하고 있을 때이면 어디선가 유부장도 홀연히 나타났고, ‘그러니까 지문이 길어요, 안 길어요. 그것만 대답해요’ 라든가, ‘데모하다 잡혀가는 학생 이야기가 나와요, 안 나와요. 그것만 대답해요’ 라는 말만을 귀에 담아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 시선을 피해 유부장이 우애경의 등허리를 툭툭 치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 우애경은 청자색 눈빛으로 유부장을 응대했다. 두 사람은 왠지 서로를 치켜 주는 것을 의무라고 여기는 듯했다. 학창 시절에 서로의 동문들과 미팅한 추억 말고는 별 공통점도 없는데 왜 그러는지는 이해 못 할 일이었다. 유부장은 ‘이우리 성질을 컨트롤할 사람은 우애경 씨 밖에 없어. 우애경 씨만 믿어’ 라고 했다던데, 그런 뒤 두 사람은 함께 칼 퇴근을 했다는 말도 들려왔다.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바대로, ㉠테제에 의해서나 ㉡안티테제에 의해서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체 자기 자신은 이 회사의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길게 빠졌다. 우애경과 싸우느라 흥분해서 문제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아홉 문제를 꼬박꼬박 출제하리라 결심했지만 그걸 못 채우는 날이 늘어갔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모의고사 회차가 거듭되면 훌륭한 문제에 관한 학생들의 칭송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응시생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 바로 탁월한 출제 덕분이라고 생각하려 했으나 유부장은 그것이 자기 공이라고 했다. 모의고사의 성공은 곧 마케팅의 성공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개판으로 문제를 만들어 놓는다 해도 나는 전국 최다 응시생을 끌어모을 수 있어.” 그녀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을 위한 선택을 함부로 할 리가 없으니, 응시생이 늘어간다는 것은 결국 훌륭한 교육물이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말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부장은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 회사는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야.” 그녀는 그렇다면 무얼 하는 회사인 거냐고 반문했다. 유부장은 좌중을 둘러본 뒤 선언했다. “교육 콘텐츠를 파는 곳이야.” 진정 훌륭한 모의고사, 참된 독해력과 사고력 증진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의고사 등등을 운운하며 보다 열정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녀를, 유부장은 구경하듯 바라보았다. “마케팅 비용이 문항제작비의 이십 배는 돼. 마케팅이 훨씬 어렵고 중요한 거라고. 이우리 씨의 생사 또한 마케팅에 걸려 있는 거야.” 유부장은 벽에 붙은 포스터광고를 가리켰다. ‘명문대 출신 엘리트가 만든 모의고사!’ 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당신을 법조인으로 탄생시켜줄, 업계 최고의 역작’이라는 글씨가 시뻘겋게 붙어 있었다. “응시생들은 절박한 상황이지. 어떻게든 기득권층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해. 욕심으로 눈 먼 애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먹고살 거야.” 그녀는 유부장에게 따지고 들었다. 진정한 법조인이 되기 위해 그 길을 선택한 수많은 청년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유부장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진정한 법조인이 되고 싶은 애들이 몇 명이나 되겠어. 있다 할지라도 그놈들은 알아서 혼자 공부해. 나한테 속아 넘어갈 놈들이 아니란 말이다. 사설업체 모의고사 같은 건 안 본다고.” 동료들은 매일 놀고만 있었고, 자신들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도 이우리가 꼬박꼬박 만들어놓은 문제들이 있으니 걱정 없다는 말까지 했다. 이우리는 대체 이 회사에서 무엇인 걸까?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가 진짜 출제기계인 것은 아닌지, 그래서 기계처럼 문제만 뽑아내면 이우리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녀는 모두가 그렇게 여기는 것만 같아 괴로웠다. 빈 사무실에 앉아 밤늦도록 출제를 하고 있을 때, 대표이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남아있는 사람은 이우리 씨밖에 없군.” 대표이사는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내가 퇴근하는 척 나가고 나면 모두가 집에 가 버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 대표이사는 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누가 남아 있나 체크하러 나는 돌아왔지. 역시 이우리 씨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어.” 대표이사는 무릎이 날깃날깃 닳은 트레이닝복을 그녀에게 자랑했다. “이건 내가 젊었을 적에 입던 옷이야. 나는 긴장을 늦출까 봐, 내가 가장 어렵던 시절의 옷을 버리지 않았어. 오늘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이 옷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이우리 씨밖에 못 보게 되었군.” 대표이사는 반짝이는 대머리를 기울여 그녀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양자역학에 관해 출제를 하고 있었네.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브라운 운동과 러더퍼드의 금박막 실험이라. 흥미로운데. 풀어봐야겠어. 나는 자네가 낸 문제의 팬이야. 힘내라구.” 대표이사는 격려하는 표정으로, 그녀의 등도 아니고 옆구리도 아니고 겨드랑이도 아니고 오른쪽 가슴도 아닌 애매한 어딘가를 톡톡 치고는 떠났다. 팬이라는 말에 기뻐하다 말고 그녀는 모호한 기분에 휩싸였다. 정확히 어디인지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함부로 만져지면 안 되는 것 같은 부위에 대표이사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찜찜한 그 부위를 괜히 긁적이며, 그녀는 대표이사가 청년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입는다는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그녀가 자신의 청년기를 떠올리면 어떤 장면을 가장 먼저 생각할까. 그녀는 절박한 마음으로 취업을 모색하던 백수시절을 떠올렸다. 어디든 취직만 된다면 일단은 살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 시절이 생각난 것 때문에 그녀는 공지영의 ‘부활 무렵’이라는 단편소설로 문학 출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활 무렵’에서, 병아리는 알을 뚫고 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사투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병아리가 살아갈 힘을 얻으려면 스스로 뚫고 나오게끔 놓아두어야 한다고 배웠다 했다. 하지만 주인공인 아이들 엄마는 알 껍질을 조금 뜯어내어 준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든. 한 번만 살게 해주면 앞으로 어떻게든 사는 거야.” 대표이사의 칭찬에 힘입어 그 소설의 구절이 생각났고, 겨드랑이가 좀 찜찜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멋진 출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에게 뻔한 미래란 없다. 청년이란 미시세계의 전자처럼 입자이자 파동인 존재이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양자역학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도 존재하니 말이다. 위 상황에 대해 추론한 내용으로 옳은 것은? ①이우리는 대표이사와 자신의 계급 차를 망각하는 우를 범했다. ②부하직원들은 그들의 상사인 유부장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와 같다. ③이우리는 자신의 업무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④대표이사가 이우리의 몸 어딘가를 만진 것은 곧 다른 데도 만질 것이라는 예고이다. ⑤회사의 인물들이 품은 동상이몽은 결국 매한가지로 거대하고도 알 수 없는 것을 지탱하고 있다. Ⅲ <세 번째 문제> 다음 상황에 대하여 파악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그녀는 하루에 열두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대표이사가 그녀를 알아봐 주는 한 유부장이나 우애경이 그녀를 어떻게 괴롭힌들 상관없었다. 하루에 열두 문제라면 한 주 동안 모의고사 2회분이 생산될 양이었고, 우애경이 검토하고 흠을 잡기에도 벅찰 분량이었다. 그녀는 묵묵히 일하다 보면 모두가 자신을 인정할 거라는 생각은 버렸고, 본인이 하루에 열두 문제를 출제하고 있으며 그것은 어떤 것들인지에 관해 누가 듣든 말든 마구 이야기해대기 시작했다. 말을 많이 하느라 점심시간이면 밥을 거의 먹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부석부석 말라갔고, 밥을 씹어 삼킬 힘조차 아껴서, 문제를 내는 데에만 에너지를 썼다. 잠도 거의 자지 않았고 때로는 어차피 돌아와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 집에 가지 않은 채 밤을 새우곤 했다. 그녀는 자신이 낸 아름다운 문제들과, 자신을 바라보는 우애경의 표정에서 희열을 느꼈다. 열두 문제를 내고 나면 뉴런 다발들이 걸레처럼 비틀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우애경을 이겼다고 생각했다. 우애경의 눈 속에서 청자색이 옅어진 것을 본 그녀는 우애경을 때려눕히고, 옥수수처럼 흩어진 이빨을 주워 모아 목걸이를 해 걸기라도 한 것처럼 뿌듯해했다. 어느 날의 점심시간, 그녀는 유부장에게 조언했다. “계란을 많이 드세요.” 유부장은 반찬투정을 했다. “흰자는 괜찮은데 노른자가 메스꺼워서 나는 계란을 안 먹어.” 그녀는 드디어 원인을 찾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사십년 생애 내내 계란을 멀리 하셨나요?” 유부장은 무심히 말했다 “그랬지. 내가 싫어하는 것 몇 가지가 있지. 계란, 콩. 두부.” 그녀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주된 콜린 공급원인 계란과 콩을 멀리하시니, 체내에선 아세틸콜린 합성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것도 사십년째이니 결핍이 심각하리라고 예상되어요. 밤에 잠은 잘 주무시나요.” 유부장은 그녀에게 의학 상담이라도 하는 듯 진지해졌다. “잠은 쉽게 드는데 새벽에 곧 깨서는 전혀 못 자곤 해.” 그녀는 무릎을 탁 쳤다. 아세틸콜린 부족증상과 일치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부장에게 자신이 출제한 문제를 꼭 풀어보라고 권했다. 치매의 발생과 뇌 내 아세틸콜린의 관계에 대한 문제였다. “요즘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시는 것 같아 유부장님의 뇌 내 아세틸콜린 감소폭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부디 콩을 드세요.” 그녀는 유부장을 보며 말했다. 유부장은 국에서 콩나물을 건져내고 있었다. “난 콩이 싫어.” 그녀는 유부장의 전두엽기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덕 원칙이 대단히 흐려진 상태인 걸로 보아서 전전두엽에 기능이상의 뉴런들이 많이 분포하고, 거기에 아밀로이드 침전물이 생겨나고, 그것 때문에 아세틸콜린 수치가 상당히 낮아지고, 낮아진 아세틸콜린 수치는 다시 전전두엽의 기능이상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중인 것 같았다. 유부장은 어느 날, 그녀가 낸 문제들을 일괄 검토하고 싶으니 원본파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녀는 수백 개의 문제를 유부장에게 주었다. 얼마 후, 이영준이라는 강사가 그 문제들을 묶어 저서를 출간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영준이 말하길, 잠을 줄여 만들어낸 토끼 같고 알토란 같은 문제들을 수험생에게 바친다고 했다. 그녀는 대체 어떻게 왜, 그녀가 출제한 수많은 문제들이 강사가 출제한 문제로 둔갑하였는지를 알고 싶었다. 유부장은 별로 당황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녀를 훈계했다. “이우리 씨는 이 회사에서 월급 받고 문제를 낸 사람이고, 그 문제를 어디다 어떻게 쓸지는 몰라도 돼. 그건 회사가 결정하는 거야.” 그녀는 주변을 수소문해서 사건 경위를 알아냈다. 이영준 강사는 계약을 해제한 뒤 경쟁사로 옮겨갈 계획을 품고 있었다. 유부장은 인터넷 스타강사인 이영준을 붙들어야 했고, 저서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인 가수가 사랑받는 것처럼, 직접 출제한 문제로 강의하는 엘리트 미남 강사라면 더욱 사랑받을 터였다. “그건 저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거예요.” 그녀는 바쁜 척, 그녀 같은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척 사무실을 누비는 유부장을 따라다니며 말했다. “저작권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어요. 하나는 저작재산권, 다른 하나는 저작인격권. 저는 이 회사의 직원이므로 제 생산물의 재산권이 이 회사에 귀속되는 것만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작인격권마저 유부장님이 침해하실 수는 없어요.” 사과받고 싶은 나머지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 인격권을 침해하신 점, 사과 바랍니다.” 하지만 유부장은 들은 척도 않았고, 거래처에 간다며 나가버렸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유부장은 기억력이 심히 나빠진 것 같았다. 그녀가 자신 몫으로 매달 나오는 사원복지비를 전혀 쓰지 않았던 것은 그녀가 왕따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으니 청구하는 방법을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관리팀 김미영 대리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무슨 소리냐며 반문했다. “꼬박꼬박 사원복지비 십 만원씩 쓰셨던데 무슨 소리예요? 유부장님이 이우리 씨 복지비 신청을 대신 해주시던데요? 제가 영수증 다 갖고 있어요.” 관리팀 김미영 대리와 함께 그녀는 그간 자신이 제출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수십 장의 영수증을 살펴보았다. 밤 열한시 삼십분에 강남역 근처에서 맥주를 마셨다든가, 백화점에서 초밥을 먹었다든가, 동반인 1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어린이용 문구세트를 샀다든가, 향수를 사고, 햄버거세트를 먹었다든가, 디저트카페에서 타르트를 먹은 일 따위가 영수증에 씌어 있었다. 김미영 대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유부장님이 매번 자기 계좌로 금액을 청구하시기에 좀 의아하긴 했어요.” 그녀는 왜 자기 명목의 금액을 유부장이 사용한 것인지 따져 물었다. 유부장은 청각장애가 있기라도 한 양 빤히 보기만 했는데,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인 것처럼도 보여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여러 번 천천히 쉽게 또박또박 말해보기까지 했다. 한참 후에나 유부장은 씩 하고 웃으며 겨우 말했다. “미안, 나는 기억이 나질 않네. 이우리 씨가 무슨 말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그런 뒤 유부장은 거래처에 간다며 휑하니 나가버렸다. 그녀는 허탈했고, 그리고 진짜로 자신이 뭔가 착각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기까지 했다. 그다음에는 다시 그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유부장은 며칠 지방 출장을 가 있었고, 유부장이 돌아왔을 때에는 그녀가 모의고사 마감을 해야 해서 미처 싸울 틈이 없었다. 열흘쯤 지난 뒤에 사원복지비 이야기를 꺼내려 하니 마침 유부장이 활짝 웃고, 다정해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차마 그 치사한 일에 대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저작인격권 침해라는 더 중요한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그것부터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는 말했다. “부디 콩을 많이 드시고 착하게 사세요.” 그녀는 밥을 먹는 유부장을 바라보았다. 유부장은 들은 건지 만 건지 콩나물은 건져둔 채 국물만 마셨다. 저작인격권 침해에 관해 유부장은 끝내 이렇게 말했다. “아, 정말 짜증 나게 하네. 이우리 씨, 잘 들어. 월급 매달 제날짜에 받았어, 못 받았어?” 그녀는 월급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네가 말하는 그것까지의 대가가 네 월급이야. 알았어?” 유부장은 내친김에 더 뻔뻔해지기로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영준 강사한테 교재를 넘긴 건 널 위한 일이기도 했어. 이영준이 고객을 끌어모아서 돈 벌어올 거고, 그러면 그 고객들이 네 모의고사에 응시할 거야. 결국 그 이익은 너에게로 돌아갈 거고 말이야. 난 오로지 회사를 위해서 한 일이었다고.” 사과를 받지 못한 그녀는 대표이사를 찾아갔다. 대표이사는 자기 방을 찾아온 그녀를 아주 반가워했고, 대학 시절 미처 말 걸어보지 못했던 추억의 여인을 바라보듯 아련하게 미소 짓고 손수 음료도 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하소연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인격권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그녀가 눈물지을 때에는 티슈를 내어주기도 했다. 그녀는 대표이사가 맞장구까지 치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에 마음이 좀 풀렸고, 울고 난 뒤에는 정신과 상담을 한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대표이사는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이우리 씨가 그런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가슴이 아프네. 그동안 몰라주어서 그게 참 미안하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선량하고 무력한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에는 위계질서가 있는 거야. 사원인 너의 불만을 대표인 내가 직접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면 내가 임명한 중간 관리자인 유부장의 권한을 무시한 게 돼.” 대표이사는 콧물을 닦고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생각해 볼 테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내겐 곧 중요한 회의가 있다.” 그녀는 다 털어놓고 난 뒤의 후련함과,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으므로 여전히 석연치 않은 기분을 안은 채 자리로 돌아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 그녀는 생각했다. 대표이사가 말한 ‘나중에’는 오늘의 나중인지, 아니면 미래의 다른 어떤 날을 의미하는 것인지? 다른 어느 날이라면 가까운 미래인지 설마 먼 미래를 의미하는 말인지? 그 ‘나중에’가 오늘 저녁을 의미하는 것일까 봐 그녀는 밤 열시가 되도록 앉아 있어 보았다. 그때껏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허망한 희망을 품고 아주 천천히 출제를 했다. 어느 순간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대표이사였다. “이우리 씨.” 돌아보니 대표이사는 멋쩍은 듯 웃음을 띤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은 등 뒤로 감춘 채였다. 그녀는 순간, 자신의 가슴 속에서 희망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 대표이사는 씩, 하고 웃었다. 무릎이 허연 트레이닝 복을 입은 채였다. “일단 집에 가긴 갔는데, 이우리 씨가 생각나서 그냥 있을 수가 있어야지.” 대표이사는 혀를 살짝 내밀고 웃었는데,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어렵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젊을 때 타던 찌그러진 소형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이따 한번 구경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데 표정이 좀 이상해 보였다. 그녀는 대표이사에게도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혹시 대표이사도 사십팔년째 콩이나 계란을 배제한 식생활을 하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했다. 의아해하며 대표이사를 바라보는 가운데, 대표이사는 새삼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더니 그녀의 턱 앞에 손을 불쑥 내밀었다. 따뜻한 김이 끼쳤다. 손바닥에 커다란 감자 두 알이 놓여 있었다. “야근하느라 배고프지? 이거 먹어.” 대표이사는 그녀의 책상에 감자 두 알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감자의 온기가 남아있는 손을 그녀의 등 위에 올려놓았다. 아주 짧은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의 손바닥이 그녀의 7번 경추부터 꼬리뼈까지를 훑어 내려갔다. 그녀는 그 손바닥에서 몸을 떼어냈다. 반사적으로 말이 흘러나왔다. “저는 감자 안 먹습니다. 사장님이나 드세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돌아보았더니 대머리까지 전부 빨개진 대표이사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감자 준 직원이 이 회사에 있는 줄 알아? 나 아무한테나 이러는 사람 아니야.” 대표이사는 잠시 입을 앙다물더니 다시 말했다. “감자 싫으면 그럼, 초밥 사다줄까? 초밥 먹을래?” 그녀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돌처럼 굳어버린 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등 뒤에서 식식거리더니, 쿵쿵대는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때가 왔다. 흐와스코의 소설에는 격리되어 철교 건설에 투입된 일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건설기간 동안 그들의 모든 일상은 오로지 노동을 위한 것이었으며, 그들의 꿈은 단 한 가지, 건설현장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대하던 그 마지막 날, 그들이 만든 다리를 떠나며 일꾼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눈물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때 나는 그 다리가 이미 추억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그 철교를 건너는 사람들은 그 다리가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결코 모를 것이다.’ 그녀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 흘린 눈물과 알 수 없이 아파오는 마음에 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 마지막 문제를 내고 싶었지만 그 눈물의 의미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눈물’의 의미와 위 글의 인물들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그들의 청춘 전부가 바쳐진 다리를 자신의 창작물처럼 여기고 있다. ②가장 본질적인 것까지 쥐어짜 노동했던 일에 관해 슬픔을 느끼고 있다. ③자신들의 청춘과 자신이 만든 다리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④박탈당한 청춘에 대한 애착이 말 못할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있다. ⑤드디어 노역에서 놓여났다는 기쁨보다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한 청춘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선택지는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⑥피 같고 살 같고 자식처럼 여겼던 대상이 고작 철교였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그제야 흐르는 눈물이다. ⑦그들의 미래란 두고 온 날들보다 나을 것이 없으리라는 예감 때문에 흐르는 눈물이다. ⑧그들의 청춘이 누군가의 인생 속에서 부품이고 도구였다는 것에 대한 회한의 눈물이다. ⑨가장 중요한 것을 침해당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할 수조차 없으므로 흐르는 눈물이다. ⑩정작 울어야 할 자들이 울지 않기 때문에, 대신하여 흘려주는 눈물이다……. 그녀는 알 수 없이 굴러 떨어진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를 버려둔 채 자리를 떠났다. <끝>
  • ‘수술 중 파티’ 성형외과 홈페이지 해킹당해 폐쇄

    ‘수술 중 파티’ 성형외과 홈페이지 해킹당해 폐쇄

    수술 중 생일파티 사진으로 비난을 받은 서울 강남구 J성형외과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당했다. 31일 네이트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 밤 이 병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국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를 상징하는 로고 중 하나인 ‘머리 없는 양복’ 이미지가 떴다는 글과 관련 캡처 이미지가 게시됐다. 병원 홈페이지는 곧 폐쇄됐고 이날 오후까지도 접속되지 않고 있다. J성형외과는 최근 간호조무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수술 중 촛불을 켠 생일 케이크를 들고 다니거나 셀프 카메라를 찍는 모습, 수술실 내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 등이 담긴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됐다. 또한 이 병원에서 근무 중인 A 원장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SNS에 여성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이 게재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 원장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카카오스토리 사진에는 지하철에서 한 여성을 몰래 찍은 모습이 담겨 있다. 더불어 이 여성의 외모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의료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中 “댜오위다오 영유권 포기 못해” 공세

    중국이 2015년 항일(抗日)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총공세에 나섰다. 중국 국가해양국이 최근 댜오위다오(釣魚島) 홍보 사이트(www.diaoyudao.org.cn)를 개설했다고 관영 신화망이 31일 보도했다. 총선 승리로 장기 집권의 길을 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우경화에 대한 경고 의미는 물론 새해에도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조치로 풀이된다. 사이트에는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 도서가 중국 땅임을 입증하는 역사 자료와 국제 문서 등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앞서 중국은 일본이 민감하게 여기는 센카쿠열도 인근 해역으로 함선 두 대를 접근시켰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30일 중국이 자국 구축함과 호위함 각 1대를 이달 중순 센카쿠열도 인근 접속수역(12∼24해리·영해와 공해의 중간수역)에서 약 70㎞ 떨어진 해역까지 접근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전날 외교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은 이 밖에 센카쿠열도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저장(浙江)성 난지(南?)섬에 군사기지도 건설 중이다. 중국군은 이미 이곳에 최첨단 레이더를 설치한 데다 헬기장을 정비 중이며, 군용 항공기 활주로 건설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언브로큰’과 ‘인터뷰’/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언브로큰’과 ‘인터뷰’/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지구촌이 할리우드 영화 두 편 탓에 시끌벅적하다. 앤젤리나 졸리가 메가폰을 잡은 전쟁영화 ‘언브로큰’과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 암살이란 독특한 소재의 코미디 ‘인터뷰’. 세계적인 여배우 감독의 ‘언브로큰’은 일본의 반발에 직면해 있고 ‘인터뷰’는 북한의 항의에 제작사와 미국 정부가 심한 몸살을 앓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 영화 화제쯤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그 배경과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내용의 당사자·관계자들이 불만을 품어 항의 보복에 나선 점이다. ‘언브로큰’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전쟁포로였던 미국 육상선수 루이 잠페리니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생체실험 등 일본군 가혹행위 내용이 알려지면서 개봉 전부터 ‘국가 명예훼손’이니 ‘근거 없는 날조’ 운운의 상영 반대와 집단행동이 번지고 있다. 북한의 ‘인터뷰’에 대한 반발과 응수는 일본 우익의 ‘언브로큰’ 신드롬보다 더 뜨겁다. 개봉관 테러 위협인가 싶더니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뛰었다. 해킹 이후 장기간 계속된 북한 인터넷망 접속 장애와 그에 대한 북한의 ‘미국 배후 거론’을 볼 때 북한의 보복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그런데 세계의 관심 속 화제 만발인 두 영화를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그 내용과 반응의 유사함을 뛰어넘는 공통점이 도드라진다.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언브로큰’에는 일본이 부인하는 일본군 위안부며 강제동원, 학살, 노역 같은 만행의 과거사가 어쩔 수 없이 포개진다. 실제로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선 ‘앤젤리나 졸리가 한국 로비를 받은 반일활동가’란 주장과 함께 상영중단 요구 서명이 이어진다. 한편 ‘인터뷰’는 분단·대척의 비상식적 남북 관계를 좌우하는 북한 최고권력자의 솔직하고 숨겨진 위상 노출이 압권이다. 지금 일본 우익세력의 목소리와 행동은 아베 신조 정부의 행보와 톱니처럼 맞물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의원 선거 압승 여세를 몰아 자위대 해외파견법인 ‘항구법’(恒久法)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전해진 한·미·일 3국의 ‘북한 핵·미사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 소식에 적지 않은 이들이 뜨악해한다. 일본의 몰아치는 우경 군국화의 언저리에서 ‘뭐 이래야 하는 거냐’는 고갯짓이 많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 예산이 확보됐다지만 앞서 쉬쉬하며 건립을 취소했던 것으로 소문난 정부 처사에 대한 일반의 불편한 심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내년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선포한 북한은 평화 제의의 한쪽에서 전면 전쟁을 밥 먹듯이 입에 올리고 있다. 그리고 목도하고 싶지 않은 그 도발 위협은 한수원 해킹과 원전 자료 유출로 현실화했다. 원전 해킹 역시 북한 소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강대국 눈치를 살피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외교적 대응, 그리고 당하고도 아프단 소리조차 제대로 못 내는 대북 응수의 답답함…. 한반도를 둘러싼 난기류가 심상치 않은 송구영신의 건널목에서 ‘언브로큰’ ‘인터뷰’ 속 장면이 그저 그런 화젯거리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들이다. kimus@seoul.co.kr
  • ‘천송이 코트’ 아이디·비번으로 결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복잡한 인증절차 없이 아이디(ID)와 비밀번호(PW)만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3월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규제 개혁을 강조한 지 9개월 만에 간편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카드는 29일부터 ‘원클릭’ 서비스를 운영한다. 간편 결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결제 금액이 30만원이 넘으면 문자메시지(SMS)나 전화자동응답장치(ARS) 등을 통해 추가 인증을 해야 했다. 신한·삼성카드(29일), 현대카드(30일), 하나카드(31일) 등이 순차적으로 간편 결제를 도입한다. KB국민카드는 30일부터 일부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뒤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비씨카드는 지난달부터 G마켓, 옥션, 11번가 등 12개 가맹점에서 간편 결제를 실시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이달 18일부터 국내 대형 온라인몰에서 추가 인증 절차가 필요없는 결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드라마 속 의상을 사기 위해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에 실패했다고 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인터뷰’ 상영에 뿔난 北 “오바마는 원숭이” 원색 비난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의 미국 개봉을 거듭 비난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원숭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방했다. 미국은 반응을 자제했으나 북한은 엿새째 계속되는 인터넷망 불통 사태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는 등 북·미 간 공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웹사이트이자 중국 선양(瀋陽)과 단둥(丹東)에 서버를 둔 ‘우리민족끼리’와 ‘류경’ ‘려명’은 지난 23일 접속 불량 현상이 나타난 지 엿새째인 28일에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공식 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는 불통 후 정상화됐으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 재미동포가 운영하는 민족통신 웹사이트는 계속 접속이 불안하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27일 대변인 담화에서 소니영화사에 대한 해킹 공격은 북한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보수 세력들이 성탄절에 영화 상영을 강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국방위는 “오바마는 항상 언행에 신중치 못하고 밀림의 원숭이처럼 행동한다”면서 “자신에 대한 테러를 소재로 만든 영화를 본다면 지금처럼 표현의 자유를 떠들며 환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화 ‘인터뷰’는 국가수반에 대한 명예훼손을 금지한 국제법에 반하는 불순 반동 영화이며 반테러를 주장하는 미국이 특정 국가에 대한 테러를 선동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방위는 북한의 인터넷망 불통 사태는 미국의 해킹 보복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이 여론의 지탄이 거세지자 북조선에 물어보라며 시치미를 떼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5월에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잡종’ ‘광대’ ‘원숭이’라고 인종차별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는 일단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28일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정보 유출 사건의 북한 연계설에 대해서도 “남조선 괴뢰패당의 반북 모략”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온라인화제] 북한 오바마는 원숭이 비유 “열대우림 속에서”..제2롯데월드 또 사고 ‘충격’

    [온라인화제] 북한 오바마는 원숭이 비유 “열대우림 속에서”..제2롯데월드 또 사고 ‘충격’

    28일 온라인상에서 북한 오바마는 원숭이 비유, 제2롯데월드 또 사고 소식이 화제다. 이외에도 세븐 전역, 송재림 김소은 내 여자다 발언, KBS 연예대상 유재석, 환희 나도 사람 발언 등이 네티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북한 오바마는 원숭이 비유 북한이 소니픽처스의 영화 ‘인터뷰’ 개봉과 관련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열대우림 속에서 서식하는 원숭이상 그대로 언제 봐야 말과 행동이 경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27일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의 접속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미국이 “우리 공화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의 인터넷 가동에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며 미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 세븐 전역 박한별의 전 연인 세븐이 전역했다. 세븐(본명 최동욱)은 28일 오전 경기도 포천 8사단에서 전역식을 갖고 취재진들과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세븐은 지난 2013년 3월 입대해, 21개월간 현역 복무를 마쳤다. 당초 세븐은 지난 18일 전역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6월 마사지를 받기 위해 숙소를 무단이탈한 사건과 관련 10일 영창처분을 받으면서 10일 늦게 전역했다. 세븐은 이와 관련 “작년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최근 화제가 된 오랜 연인 박한별과의 결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 송재림 김소은 내 여자다 송재림이 김소은을 두고 ‘내 여자다’라고 발언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리결혼했어요’) 방송에서는 송재림 김소은 커플이 터키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김소은은 방송에서 케밥을 먹던 중 송재림에게 “(케밥에)가시 있는 거 같다. 가시 먹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재림은 그룹 버즈의 곡 ‘가시’를 부르며 “이분이 좋아하시더라?”라고 버즈의 보컬 민경훈을 언급했다. 앞서 민경훈은 김소은을 이상형이라고 꼽은 바 있다. 이에 송재림은 “왜 남의 와이프를 이상형으로 꼽냐. 내 여자다”라며 질투 했고, 김소은은 “(민경훈씨)다음에 기회 되면 꼭 봬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환희 나도 사람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지난 26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4 KBS 가요대축제’에서 가수 임창정과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였다. 그러나 환희는 임창정의 ‘그때 또 다시’를 부르던 중 고음 부분에서 음정과 가사를 놓치는 실수를 보였다. 또 무대 중간 환희는 본인의 목 상태와 컨디션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 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후 환희는 2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랜만에 가요대축제인데 콘서트와 행사로 인해 결국”이라며 “노래하는 기계이고 싶지만 나도 사람이라 안 되네요. 조만간 다시 충전시켜서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28일 현재 북한 오바마는 원숭이 비유, 제2롯데월드 또 사고, 세븐 전역, 송재림 김소은 내 여자다 발언, KBS 연예대상 유재석, 환희 나도 사람 발언 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스팀 chkim@seoul.co.kr
  • “9일 악성코드는 원전 내부 파일 파괴용”

    “9일 악성코드는 원전 내부 파일 파괴용”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은 지난 9일 악성 이메일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수백명에게 뿌려진 악성코드는 파일 삭제 기능만 있고 정보 유출 기능은 없는 ‘내부 파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26일 밝혔다. 유출범 추정 인물이 ‘12월 9일을 역사에 남도록 할 것’이라는 협박 글을 게시한 게 내부 자료 해킹을 의미한 것은 아닌 셈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한수원 직원들이 받은 이메일을 1차 분석한 결과 실행하면 파일을 삭제하는 공격용 악성코드가 심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에 따라 한수원 내부 자료 유출은 지난 9일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9일 이메일 공격은 자료를 빼내려는 게 아니라 내부 파일을 망가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10∼12일에도 악성코드를 담은 이메일 6개가 한수원 직원들에게 발송된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한수원 직원들에게 발송된 악성 이메일은 모두 211개로, 한수원 퇴직자 명의를 도용한 이메일 계정은 55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은 나머지 제3자 명의 계정도 도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악성 이메일에는 ‘○○ 도면입니다’라는 제목 외에도 ‘견적서’ ‘시방서’ ‘송전선로 프로그램’ 등의 미끼 제목을 붙여 한수원 직원이라면 무심코 열어볼 수 있게 꾸몄다. 합수단은 악성 이메일 발송자와 협박 글 게시자가 동일하다는 정황을 추가로 파악했다. 협박 글 게시자가 공개한 원전도면에 ‘WHO AM I ?’(후엠아이)라는 문구가 사용됐고, 악성코드가 실행된 컴퓨터가 부팅되면 같은 문구가 모니터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협박 글 게시자가 사용했던 인터넷프로토콜(IP)로 같은 시간대에 한수원 퇴직자 계정의 접속이 이뤄진 사실도 파악됐다. 특히 9일부터 유출 자료를 담은 세 번째 글이 게시된 19일까지 유출범 추정 인물이 중국 선양에서 300회 이상 IP 접속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 자체 전수 조사 결과 악성코드에 감염돼 망가진 업무용 컴퓨터는 4대로 이 중 3대가 내부용이라고 합수단은 설명했다. 외부에서 발송된 메일은 외부 업무용 컴퓨터로 전달되고, 이동 프로그램을 통해 내부로 옮겨지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 업무용 3대가 고장 났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고대 무의식과 현대 문화 접속의 열쇠, 신화

    고대 무의식과 현대 문화 접속의 열쇠, 신화

    신화와 정신분석/이창재 지음/아카넷/648쪽/2만 5000원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카를 구스타프 융에 따르면 신화란 ‘고대 인류의 무의식이 상징으로 표현된 것’이다. 무의식에는 강력한 본능 욕구와 감정, 환상, 내적 대상,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와 재난 흔적, 생존을 위해 유념해야 할 메시지들이 들어 있다. 따라서 고대의 신화는 각 민족 구성원들에게 위기와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인간의 본질과 삶의 목표 등을 안내해 주는 최고의 치유적 서사였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민족들의 수많은 신과 신화들이 등장인물이나 사건에서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큰 줄거리에서는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신간 ‘신화와 정신분석’은 프로이트정신분석연구소장인 저자가 정통 프로이트 이론과 융 분석심리학 이론, 현대 정신분석 이론을 종합해서 한·중·일 신화를 비롯해 전 세계 민족 신화를 해석한 책이다. 1부에서 신화 해석을 위한 정신분석 관점과 개념, 주요 정신분석학자들이 제공하는 무의식의 유형을 소개한 뒤 2부에서 한·중·일의 영웅신화와 수메르, 이집트, 그리스 신화에 대한 정신분석을 담았다. 정신분석학의 관점을 중심으로 하되 인류학·민속학·신화학의 관점을 반영한 책은 영웅의 일대기 신화를 각 민족이 고유의 체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후손에게 전한다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를 통해 인간이 어떤 통과의례를 거쳐야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자신과 집단을 위해 거대한 힘을 발현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규명했다. 저자는 “신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단순히 각 민족의 옛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라는 독특한 문화와 생활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우리가 우리의 사유체계와 전혀 다른 체계에 접속해 인생의 본질과 목적, 현실의 곤경과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등의 주제를 거시적으로 음미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2014와 썸 타는 2015

    2014와 썸 타는 2015

    ‘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유경제, 옴니채널, 직구족, 빅데이터, 정부3.0, 정보 공유….’ 2015년 한국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열쇠말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어? 올해에도 다 있었던 것들이잖아?’ 하고 반응할 수 있다. 맞다.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갑자기 확 바뀔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의 경향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그 정체는 더욱 분명해진다. 올해도 세밑 서점가에는 새해 트렌드 예측서들이 쏟아졌다. 새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트렌드는 무엇일지, 정보통신기술의 측면에서 미리 엿본다. 객관적인 지표가 밝지 않기에 개인과 사회가 행복의 가치 자체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표출한다. 페이스북 등 SNS에 경쟁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과장해 드러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맛있는 것을 먹고 특별한 일을 경험한 뒤 이를 남들과 공유하기 위해 페이스북 등에 글을 올리지만 이는 다른 이들에게는 부러움과 시기를 낳게 하고, 다른 사람 역시 자신이 겪은 일을 더욱 즐겁고 행복한 일로 포장해서 SNS에 올리는 식이다. 여러 트렌드 전망 출판물들은 이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 중 생활·경제적 측면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분석한다. 이도향촌 현상 역시 주체적인 의지에 따른 선택은 아니지만 삶의 질 제고와 무관하지 않다. 1988년 1000만명을 넘어선 서울 인구는 1992년 109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997만명이 되며 처음으로 10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2015년에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거비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이도향촌이지만 느린 삶을 지향하는 추세와 맞닿아 있다. 제주도에 정착한 가수 이효리가 ‘소길댁’으로 불리며 느린 삶의 상징이 됐듯 많은 이들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비의 만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들은 해외 직구족, 옴니채널 쇼핑 등 소비 유통 혁명의 주체로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직구족은 해외 판매 사이트를 직접 찾아 누비며 책, 장난감, 가구, 옷 등의 각종 물품을 구매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미 어느 정도 자리 잡았지만 직구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직구의 과정 자체가 제2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거나 활용할 수 있다는 타인과의 차별성이라는 측면, 그리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으로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자기 만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쇼핑 방식인 옴니채널 쇼핑 역시 합리적 소비의 연장선상에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본 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족’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 상품을 찾은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당당히 할인을 요구하는 ‘역쇼루밍족’까지 출현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그래 왔듯 노인 문제가 사회의 관심사안으로 적극 제기될 전망이다. 결혼한 젊은 세대들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자녀를 교육시키고 살림을 꾸려 갈 수 없다. 올해 서울시 조사 결과 60세 이상 노인 중 45.2%가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응답(39.7%)이 ‘건강·경제적 이유로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라고 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 사회만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 디즈니랜드는 지난해 ‘부모님께 연간 입장권을 선물하자’는 캠페인을 벌였고, 노인들에게 각종 할인 혜택도 제공했다. 그 결과 40대 이상 고객 비율이 20%까지 올랐고 사상 최고치 영업이익을 올렸다. 또 하나의 큰 갈래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흐름으로 공동체를 지향하는 방식이다. 효율성과 개인주의 등의 날 선 논리가 횡행하는 세상이지만 그에 맞서는 움직임 또한 힘 있게 진행된다. 정부가 인정한 사회적 기업은 2007년 55개에서 지난해까지 1165개로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사회적 기업의 종사자 수 역시 2539명에서 2만 1574명으로 늘었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실현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는가 싶을 정도로 정부의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에 대한 지원책은 다양하고 풍성하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공공구매 예산 약 1조원 등 세금을 투입하고, 고용노동부는 2017년까지 3000개의 사회적 기업을 육성할 예정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사회적 경제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역설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이미 시대의 화두가 된 ‘더불어 사는 삶’이 2015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 부문에서는 2015년은 총선,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없는 해다. 대신 정치권은 나름의 방식으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을 치열하게 준비할 것이다. 시민사회 역시 정치가 시민들의 삶에서 유리되지 않도록 감시 활동을 철저히 해야 할 때다. 2015년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다.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정부3.0’은 실제적인 집행, 진전과는 별개로 그 자체가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정보 공유의 핵심은 방대하게 축적된 빅데이터다. 서로 상관관계에 있는 요소들이 얽혀서 행운에 의존하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현상’이 된다. 다만 개개인에게 관련된 데이터들을 하나하나 축적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도 상존한다. 또한 확률의 문제라는 점을 간과하게 되면 의학 분야 등에서 맹신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의 또 다른 면은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은 이미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내비게이션 등이다. 2015년 더욱 각광받게 될, 금융과 소비가 결합되는 ‘핀 테크’도 사물인터넷에 의해 가능해진다. 지난해 말까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의 수는 약 170억개다. 이 중 약 80%인 140억개가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이다. 나머지가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기기들이다. 2020년이 되면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가 300억개에서 800억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가려면 숨이 턱에 찬다. 쉼 없이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한 걸음 벗어나 느긋이 지내도 별일은 없다. 대신 감수해야 한다. 구세대 혹은 ‘루저’로 놀림받을 수 있다. 숨 가쁘게 변하는 세상, 복잡하기까지 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 늦출 일 아니다

    자칭 ‘원전반대그룹’이란 해커가 원전 파괴 협박과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어제 긴급 국가사이버안보위기 평가회의를 열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이 회의에서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산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 부처 차관(급)들이 참석해 사이버공격 위협에 대한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해킹한 원전반대그룹은 지난 15일 내부 자료를 유출하면서 크리스마스부터 3개월간 고리 1·3호기와 월성 2호기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자신이 보유한 10여만장의 자료를 추가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 협박했다. 원전반대그룹이 원전 도면 등 내부 자료를 유출할 때 사용한 인터넷주소(IP)의 접속 지역이 중국 선양(瀋陽)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위터에 한수원 내부 자료를 올렸던 지난 15일 해당 트위터 ID에 접속한 IP를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선양의 가상사설망(VPN) 업체로 확인됐다는 것이 검찰의 발표다. 검찰의 발표가 맞다면 지난 3월 20일 농협·언론사 전산망 공격 등 지난 5년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는 공공기관 대상 사이버 테러만도 일곱 번째다. 북한 소행 여부를 떠나 사이버 공격 자체가 엄청난 국가적 재난과 혼란을 야기함에도 사이버 위기를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조차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 전산망 관리의 최대 문제점은 신속하고 종합적인 통합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국가·공공기관은 국정원이, 국방 분야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가, 민간 분야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각각 나눠 맡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국토안보부, 러시아는 연방보안국, 일본은 총리실과 내각 중심으로 사이버 안보를 담당한다. 정치권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관련법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지난해 4월부터 국정원장 산하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하는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린 상태다. 신속한 대응 체제 구축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그 주체가 국정원이 될 수 있는지가 핵심 논쟁거리다. 여당의 주장대로 컨트롤타워 운영의 효율성을 따지면 국정원이 최적이지만 정보 독점이 심화될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국정원은 정치 공작의 전례도 적지 않아 사이버 안보의 사령탑이 될 경우 권력 남용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야당의 시각이다. 2011년 확대 개편된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정황이 부분적으로 확인된 상태에서 권력 남용 및 정치 개입에 대한 안전판 마련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마련하는 것은 시급한 국가적 사안이 됐다. 민간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민간 사찰에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정치권은 관련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을 믿지 못하겠다는 야당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국무총리실에서 총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기관의 정보 통제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민·관·군 합동의 컨트롤타워를 독립기관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하루빨리 건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 [원전해킹 비상] 업무 메일 가장해 악성코드 300개 심어… 계정 도용당한 듯

    [원전해킹 비상] 업무 메일 가장해 악성코드 300개 심어… 계정 도용당한 듯

    지난 9일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수백명에게 뿌려진 악성 이메일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소재지 역시 중국 선양(瀋陽)으로 나타났다. 협박글 게시와 악성 이메일 공격이 대부분 선양 쪽 IP를 통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중국 당국과의 공조가 더욱 시급해졌다. 검찰은 이메일 발송자 역시 협박글 게시자와 동일그룹으로 추정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수원 내부 자료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은 25일 “한수원 직원 수백명에게 악성 이메일을 보낸 인물과 협박글을 게시하며 유출 자료를 공개한 인물은 동일인 또는 동일그룹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같이 추정한 것은 악성 이메일 발송이 협박글 게시와 마찬가지로 국내 인터넷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를 통해 할당받은 IP가 활용됐고, 이 IP들이 선양에서 접속된 흔적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IP 주소는 국가 번호 세 자리로 시작해 지역번호로 이어지는 12자리 숫자로 구성되는데 이메일 발송 IP들과 협박글 게시 IP들이 끝자리 하나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단은 또 지난 23일 게시된 다섯번 째 협박글에 ‘12월 9일을 역사에 남도록 하겠다’는 문구가 있는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합수단은 업무 메일을 가장한 악성 이메일에 첨부된 한글 파일에 악성코드가 보통 9개씩 심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는 서로 다른 종류의 악성파일 300여개가 확인됐다는 것. 합수단은 악성 이메일들이 한수원 퇴직자 수십명의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발송된 사실도 파악했다. 이에 해당 퇴직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의 이메일 계정이 도용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개인 정보 유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중국 당국과의 사법 공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쪽 협조가 없으면 이후 IP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통상 국제 공조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번 사안은 워낙 긴급해 일부 협조 내용만 급하게 번역한 뒤 법무부를 통해 신속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최근 ‘모든 형태의 인터넷 공격과 사이버 테러 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협력해 줄 것으로 합수단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추측처럼 북한 연루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본부에서 지시가 오지 않아 중국 측에 아직 수사 공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길섶에서] 페이스북 단상/구본영 논설고문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개방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 대신 밴드나 카카오톡 등 토종 폐쇄형 SNS를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수많은 지인들이 전해 오는 글과 사진에 일일이 반응을 보일 만큼 부지런하지 않은 게 개방형 SNS를 끊다시피 한 이유라고 여겼다. 그러나 강준만 교수의 책에서 ‘부작위 편향’이란 용어를 접하면서 꼭 게으름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즉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손실 회피 경향 때문이라는 대목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남에게 큰 상처를 주는 악플이나 댓글 논쟁에서 보듯 인터넷·SNS 시대에는 안 해도 될 일을 목숨 걸고 하려는 편향성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다소 위안도 됐다. 오랜만에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가 봤다. 친구 맺기를 요구하는 지인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우정의 상업화’를 부추기는 게 SNS의 메커니즘이라지만, 물리적 거리나 바쁜 일상 때문에 자주 못 만나는 친구들에게는 좀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어떤 편향성을 띠기 일쑤인 사이버 공간에서도 적극성과 신중한 배려 사이의 중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한수원 경계태세 유지 “해병대까지 동원…도대체 왜?”

    한수원 경계태세 유지 “해병대까지 동원…도대체 왜?”

    한수원 경계태세 유지 한수원 경계태세 유지 “해병대까지 동원…도대체 왜?” 원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예상됐던 성탄절,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전국 4개 원자력본부는 긴장 속에서도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 자료를 유출한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한 시한이 지났지만, 우려했던 사이버 공격이나 징후는 없는 상태다. 산업부는 데드라인이었던 24일 자정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네 차례에 걸쳐 “원전에 이상이 없다”고 언론에 알렸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전날 저녁 고리본부를 방문해 현장에서 철야 비상근무를 했다. 이날 오전에는 월성본부로 이동해 이상 유무를 점검했다.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 관계자도 “밤새 원전 상황을 모니터했지만 특이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한수원은 전날 서울 본사와 고리·월성·한빛·한울 등 4개 원전본부에 3개조로 비상상황반을 꾸리고 24시간 비상대기체제에 돌입했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23개며 이 가운데 정기점검 등으로 20개가 가동 중이다. 한수원은 아직 이상 징후는 없지만 언제든 추가적인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위험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상황반을 가동하며 경계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원전은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6개 발전소별로 비상상황반을 운영하고 있다. 발전소장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3개 조로 비상근무를 했고 팀과 기능별로는 10명씩 비상근무 중이다. 해커 공격에 대비해 제어 시스템을 외부와 분리하고 접근 가능한 한 모든 경로를 통제했으며, 사내망과 사외망을 분리 조치하고 외부 인터넷망도 모두 차단했다. 혹시나 심어뒀을 바이러스가 실행되는 것에 대비, 사내 전산망에 입력된 날짜도 26일로 모두 변경했다. 한빛원전은 21일부터 발전소 출입 인원을 통제하고 있으며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공사도 모두 연기했다. 경주시 월성원전도 10명씩으로 구성한 상황반 3개조가 밤샘 비상근무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이버 테러 전문 보안기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월성원전에 상주하면서 보안 상황을 확인했다. 월성원전 주변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관할 군부대인 해병대가 외곽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각 원전은 사이버 공격 징후가 감지되면 비상상황 대응 매뉴얼인 ‘비정상절차서’에 따라 방어 절차에 돌입하며, 안전에 필요한 경우 가동을 자동 혹은 수동으로 정지하게 된다. 전력거래소는 만약의 사태로 일부 원전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예비전력이 1000만㎾ 이상으로 충분해 전력수급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원전반대그룹은 지난 19일 “크리스마스부터 석달 동안 고리 1, 3호기와 월성 2호기 가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며, 21일에는 응하지 않을 경우 “공개하지 않은 자료 10여만장을 전부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원전반대그룹은 지난 15일, 18일, 19일, 21일, 23일 1주일여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총 85건의 원전 자료를 인터넷에 올렸다. 여기에는 고리와 월성 원전의 도면과 최정안정성분석보고서, 안전점검 등에 필요한 원전 프로그램 구동화면, 한수원 임직원 연락처 등이 포함돼 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이들 자료가 유출돼서는 안될 기술자산이지만 일반적인 기술자료들이어서 원전의 안전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출된 자료의 양이나 유출 경위, 유출자의 실체 등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안업계에서는 자료 유출이 지난 9일 발생한 한수원 내부 PC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유출 자료를 공개할 때 사용한 인터넷프로토콜(IP) 접속 기록이 북한과 인접한 중국 선양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