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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달라이 라마 리스크/육철수 논설위원

    티베트는 중국의 서쪽에 있는 시장(西藏) 자치구다. 중국은 1949년 이곳을 무력으로 점령한 뒤 10년 동안 티베트인 600만명 중 100만명을 살해하고 100만명을 감금했다. 또 한족 1000만명을 이곳에 이주시켜 티베트인을 소수민족으로 만들었다. 중국에 편입되기 전 지도자였던 달라이 라마(법명:톈진 갸초)는 1959년 인도로 망명해 54년째 세계 각국을 돌면서 티베트의 ‘완전자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티베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 땅에 대해 ‘자고 이래 중국에 속한’,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란 표현들을 동원한다.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는 ‘종교 지도자의 옷을 입고 국가 분열에 종사하는 망명 정객’으로 못 박아놨다. 그래서 “어떤 개인이나 나라든 달라이 라마를 만나 반중 행보에 편리를 봐주거나 지원하면 내정 간섭”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동안 달라이 라마를 불러들여 중국과 외교관계가 껄끄러워진 나라들이 적지 않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2011년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가 아닌 맵룸(접견실)에서 만났다. 그런데도 중국은 1조 달러가 넘는 미국채권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며 “똑바로 하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8년 달라이 라마를 만났는데, 중국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2004년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던 멕시코의 정치인들은 중국 외교관으로부터 “무식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리나라도 달라이 라마 때문에 여러 번 곤경에 빠질 뻔했다. 정부는 2007년 그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한 적이 있다. 국익을 위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를 피하자는 게 이유였다. 그랬더니 중국 정부는 자국 언론을 통해 한국을 ‘적극 협력한 모범 사례’로 치켜세웠다. 씁쓸한 외교 현실이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이런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가 1년째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런던에서 ‘종교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받은 달라이 라마를 접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의 꽁한 심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당장 중국이 영국에 투자한 13조원이 어찌 될지 모르고, 영국의 연간 대중(對中) 수출 16조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단다. 게다가 경쟁국인 프랑스에선 항공기 60대를 사주면서 영국엔 모른 척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렇다고 ‘항복문서’를 들고 달려가기엔 자존심이 걸리고…. 중국도 이젠 인류 보편의 가치를 깨달을 법도 한데, 언제까지 이웃 나라들을 불편하게 할 건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5개국어’ 가능” 朴 대통령 외국어 실력 어떻길래…

    8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의회 영어 연설로 박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자서전에는 영어와 중국어, 스페인어, 불어 등 5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토론이 가능할 만큼 능숙하고 중국어와 스페인어는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방미 기간 중에도 오바마 대통령과 통역 없이 10여분 간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 “어린 시절 청와대에 살면서 미국인 교사에게 과외를 받았고 프랑스어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가면서 배웠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1974년 대학을 졸업한 뒤 프랑스 그르노블대학으로 유학을 갔고 앞서 1972년에는 스페인에서 현지어로 연설한 경험이 있다. 중국어는 청와대를 나온 뒤 EBS를 통해 5년 이상 독학했다고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각국 사절단을 접견하는 과정에서도 돋보이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영어로 대화할 때 세련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는 점을 청와대는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14일 와이트만 주한 영국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와이트만 대사가 “예전에 한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지만 한국어를 잘 하지는 못한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영어로 “It‘s the thought that count(해보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취임직전인 지난 2월 22일 한미연합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써먼 연합사령관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영어로 “ditto(동감이다)”라고 화답했다.  피오라소 프랑스 고등교육연구부장관을 접견했을 때에는 박 대통령이 격식을 갖춘 불어 표현인 “Veuillez vous asseoir(어서 앉으시지요)”이라고 했고, 지난 26일 에스삐노사 페루 제1부통령과의 접견 마무리에 박 대통령이 “Muchas Gracias”(매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페루 측 인사들이 놀란 표정을 짓자 박 대통령은 “Hablo un poco espanol”(제가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안다)고 대답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고도 한다. 앞서 25일 류엔동 중국 국무위원을 접견하면서 박 대통령은 “Xie xie”(감사합니다), “Zai jian”(다시 봅시다)등 기본적 인사를 직접 건넸다. 온라인뉴스팀 iseoul@seoul.co.kr
  • [사설] 화상 국무회의와 화상 국회 상임위 병행해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64일 만에 처음으로 국무회의가 영상으로 진행됐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엊그제 정부세종청사 회의장에서 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 장관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의 국무위원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22개 안건을 의결했다. 세종시 부처 공무원들의 서울 출퇴근으로 행정 비효율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영상 국무회의는 앞으로 더욱 자주 열려야 할 것이다. “국회 대기인원을 줄이고 화상회의나 스마트워크 등을 활용해 세종시가 행정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정 총리의 당부가 허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이후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행정 비효율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얼마 전 서울청사 9층에 총리 집무실 및 접견실, 실·국장 및 직원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서울과 세종시에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정은 기재부 등 다른 부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다 보니 국무총리와 기재부 장관 등 주요 국무위원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업무를 보고 세종시에서는 1주일에 하루 정도 머문다고 한다. 총리,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이 대부분 서울에 상주하니 직원들도 수시로 서울로 출장을 간다. 기재부의 경우 한 달 출장비가 3억원에 이르는 등 예산이 바닥날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게 된 것은 청와대나 국회에 대면 보고를 하는 등 경직된 행정문화가 변하지 않고 있는 탓이 크다. 장차관들은 대통령 보고와 국무회의 등을 이유로 서울에 체류하고 공무원들도 이를 핑계로 서울에 머문다. 국회도 예결위와 각 상임위에 장차관을 출석시키고, 장차관들은 실·국장을, 실·국장은 과장·사무관을 대기시키니 세종시는 텅텅 비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세종시가 행정중심도시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국회부터 변해야 한다. 서울에서 회의를 하는 것을 줄이고 업무보고도 화상으로 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특정요일에는 서울에 머물면서 업무를 보는 집중근무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도 필요할 때만 장차관을 부르는 등 여의도 호출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상임위는 세종시에서 여는 것을 상례화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협회나 기관들도 의전문화를 실무적으로 개선해 불필요한 행사에 장관 참석을 고집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 헌재 수장 비공개 회동, 긴급조치 등 ‘권한 갈등’ 풀릴까

    대법원 - 헌재 수장 비공개 회동, 긴급조치 등 ‘권한 갈등’ 풀릴까

    최근 법률 해석 권한을 놓고 잇따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수장 간 회동이 추진되고 있다. 이 자리가 두 기관의 갈등을 풀어 나갈 실마리가 될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에 따르면 양승태(왼쪽·65·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과 박한철(오른쪽·60·13기) 헌법재판소장은 오는 5월 초 비공개 식사 만남을 갖고 법조계 및 양 기관 간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 19일 박 소장이 취임 인사차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방문하면서 추진됐다. 앞서 박 소장은 양 대법원장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대법원을 찾았고 양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대법관들까지 모두 접견실로 불러 박 소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박 소장의 취임 축하 덕담이 오고 간 자리에서 박 소장이 먼저 양 대법원장에게 식사 만남을 제의했고 이에 양 대법원장은 법조계 선배인 자신이 먼저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전에도 새로 취임한 헌재 소장이 대법원장에게 인사하러 오고 그 자리가 별도의 식사 자리로 이어지기도 했다”면서 “기본적으로 취임을 축하하는 성격의 식사 자리지만 두 기관의 현안에 대한 대화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관계자도 “이번 모임은 법조계 선후배의 개인적인 자리”라면서도 “다만 각 기관의 수장인 만큼 기관과 법조계 전반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편 대법원과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과 긴급조치 위헌심사권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법률 해석 권한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에 기초해 발동한 긴급조치의 경우 헌재는 긴급조치가 ‘법률’인 만큼 위헌 여부는 헌재가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대법원은 긴급조치는 법률이 아닌 ‘명령·규칙’이므로 위헌 심사권은 법원에 있다는 입장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창조경제 벤처기업이 주도적 역할 해야”

    “창조경제 벤처기업이 주도적 역할 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 회장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페이지 회장에게 “기존의 시장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스마트폰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구글과의 협력이 큰 원동력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구글과 한국 기업이 협력관계를 잘 이뤄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을 참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 스마트폰에 구글의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 협력관계를 언급했다. 이어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벤처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래리 페이지 CEO는 벤처신화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벤처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페이지 회장은 “구글을 창업할 때 박사과정에 있었는데 학교에서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받아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창업에 나설 수 있었다”며 “학교뿐 아니라 국가도 ‘리스크 테이킹’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서울의 교통체증을 겪으면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접목해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며 “지금 인류는 기술을 통해 가능성을 확대해 가는 시기”라고 언급했다. 페이지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요인을 언급하며 “최근 한국의 ‘싸이 현상’에 대해 놀랍게 생각한다”며 “재미와 예술을 접목하는 문화적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리콘밸리도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와 근접해 있는 점이 성공의 한 이유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기 전 위키피디아를 통해 대통령의 이력서를 봤는데, 한국어의 영어 번역이 잘 안 돼 있었다. 구글은 자동번역서비스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페이지 회장은 박 대통령과 인사할 때 두 손으로 박 대통령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박 대통령의 환영 인사에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사의를 표하는 등 예의를 갖췄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脫격식’ 전화외교

    ‘脫격식’ 전화외교

    지난 12일 저녁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열린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 17층 대접견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싱긋 웃으며 윤병세 외교장관을 향해 “하이(Hi) 병”이라고 인사했다. 순간 윤 장관은 1초 정도 망설이다 “하이 존”이라고 말하며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1943년생인 케리 장관과 10년 연하인 윤 장관이 서로의 ‘퍼스트 네임’을 부르며 말을 놓은 셈이다. 장관끼리의 공식 호칭은 ‘미스터, 미니스터(Minister)’다. 격식과 의전을 중시하는 국제 외교가에서 상대의 퍼스트 네임을 부르는 건 이례적이지만 친근감과 신뢰의 표시로 여겨진다. 윤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케리 장관이 퍼스트 네임을 부를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통화도 하고 두번이나 만나다 보니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격식 파괴의 ‘전화외교’가 윤 장관의 ‘트레이드 마크’로 뜨고 있다. 그가 지난 3월 11일 취임 후 각국 외교장관과 통화한 건 총 11차례로 사나흘에 한번꼴이다. 과거 외교장관의 전화통화는 돌발 현안이 발생할 경우 이뤄지는 게 통례였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업무 스타일로 ‘올빼미’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윤 장관은 전화외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윤 장관 측은 전화외교의 효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장관도 사람인데 자꾸 통화하고 얼굴을 봐야 신뢰가 쌓이지 않겠느냐”며 “공식 회담 전이라도 상대국 장관과의 통화 속에서 어떤 의제에 관심을 보이는지, 현안에 대한 반응을 보면 직감적으로 상대가 원하는 걸 알수 있어 협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화외교의 관례도 변화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개 장관 간 전화통화는 사전에 현안 점검을 거쳐 관련국 배석자를 배치하고, 의전에 따라 정해진 시간과 장소(집무실)에서 다소 딱딱하게 이뤄진다”며 “윤 장관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통화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지난 3일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장갔을 때 독일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독일 측의 통화 요청이 오자 윤 장관이 수락해 호텔방에서 스마트폰의 스피커를 켠 채 즉석 통화가 이뤄졌다. 독일 장관은 윤 장관의 성의 표시에 흡족해했다고 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40분간 이뤄진 통화도 일종의 격식 파괴였다. 당초 양국이 합의했던 통화시간은 20분. 양국 장관의 발언이 물 흐르듯 계속되면서 약속된 시간을 넘겼다. 사전에 준비된 발언만 하는 중국 외교관들과 다르게 왕이 부장은 농담을 하면서도 거리낌없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는 전언이다. 왕이 부장은 마지막에 “우리는 통화를 한 게 아니라 회담을 했다. 중국에서 얼굴보고 하는 회담을 두번째로 기록하자”고 껄껄 웃었다고 한다. 전화외교에는 ‘윤의 공식’이 있다. 한반도 주요 관련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P5)+1(유럽연합)이 먼저다. 이후 아세안 등 각 지역 기구 의장국과 거점별 주요국 장관이 통화 대상이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던 4월의 통화 의제는 북한이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빌 게이츠 “4세대 원전 개발 협력할 것”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이자 원자력 벤처회사 테라파워 회장인 빌 게이츠를 청와대로 초청해 국정 키워드인 창조경제를 주제로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다. 게이츠 회장은 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미국에서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거론하며 세세한 대목까지 고언했다. 박 대통령은 접견에서 게이츠 회장을 “창의성과 사회적 책임을 겸비하신 분”이라고 평가하면서 “회장님 같은 분이 많다면 우리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의 실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론을 경청한 게이츠 회장은 “한국은 여러가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국가”라며 “양질의 교육과 에너지, 인프라, 세계적 수준의 대기업인 삼성 같은 탁월한 기반이 있어 출발점은 아주 좋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서비스 확대, 중소기업의 혁신성과 창의성 증대 방안, 벤처 활성화, 연구개발 지원 대폭 확충 등을 정책 대안으로 제언했다. 게이츠 회장은 박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 등을 예로 들며 창업여건 지원대책을 묻는 질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진전은 과학과 공학을 통해 이뤄지며 소프트웨어, 생물학, 공학 분야 인력이 양산될 때 그 사람들이 창업시장으로 고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창조경제의 핵심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이츠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 재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성공이 성공을 잉태하는 순환구조가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또 개발 중인 안전성 높은 차세대 원자력 사업과 관련, “4세대 원전 개발 부문에 있어서 협력의 기회를 모색하고 싶다”며 “제가 미국 정부는 아니지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은 “자원이 없는 한국은 원자력 도입 후 현재 세계 5위의 생산국에다 원자력 수출국이 됐다”며 “앞으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정에서) 핵폐기물 처리문제 등이 있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윤병세 외교 방일 취소… ‘朴心 반영’ 對日 강력 경고

    윤병세 외교 방일 취소… ‘朴心 반영’ 對日 강력 경고

    정부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양국의 새 정부 출범 후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 취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인 것으로 확인돼 양국 간 정상회담도 장기간 공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교부는 22일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관련해 오는 26~27일 예정됐던 윤 장관의 방일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는 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곳으로, 아베 신조 정권 출범 후 각료들의 참배는 처음이다. 일본 국회의원 100여명은 23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예정이다. 아소 부총리는 박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취임식 직후 접견했던 인물로, 당시 박 대통령은 그에게 “한·일 간 진정한 우호관계를 구축하려면 과거의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아소 부총리의 참배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윤 장관의 방일 취소는 박 대통령의 원칙에 입각한 대일 외교 의지를 분명히 하고, 일본 측에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조치”라며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야스쿠니 참배의 자제를 표명했지만 일본 정부가 양국 간 신뢰를 깨트렸다”며 “어제 청와대와 협의했고, 현 상황에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우익 본능’이 두드러지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의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양국 외교 갈등은 새 정부 들어서도 첨예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 내각 서열 2위로, 차기 총리를 넘보는 아소 부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결정타가 됐다. 박근혜정부의 동북아시아 역내 외교에도 지형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다음 달 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중국 방문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대 정부의 ‘미국→일본→중국’ 정상회담 관례가 처음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 정부 들어 첫 한·일 정상회담은 상당기간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베 정권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공약대로 현 평화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북한 문제와 엔저 정책, 동북아 역내 현안 등 논의할 문제가 많아 외교장관의 방일 취소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박근혜, 빌 게이츠 만나 폭풍 칭찬

    박근혜, 빌 게이츠 만나 폭풍 칭찬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 IT 업계의 상징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을 접견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게이츠 회장을 만나 “만나서 반갑다”고 영어로 인사한 뒤 “처음 만나지만 연설이라든가 이런 데서 게이츠 회장 이야기를 많이 해 오래 전부터 알던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말을 건넸다. 이어 “제가 ‘이 시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 모델로서 게이츠 의장 같은 분이 계시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오늘 만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창의성과 또 빈곤퇴치를 위해서도 애를 많이 쓰고 계신데 사회적 책임도 겸비하신 회장님 같은 분이 많다면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의 실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계속 칭찬을 쏟아냈다. 이날 접견에는 게이츠 의장 외에도 대니얼 쿵화 차오 테라파워 부사장, 에드워드 정 인텔렉추얼 벤처스 설립자, 레리 코언 bgC3 전무, 랠린 캠벨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수석실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외교안보ㆍ경제ㆍ미래전략 수석과 대변인, 산업통상자원비서관,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등이 배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답답함 풀어주는 ‘금요 데이트’ 할까요

    답답함 풀어주는 ‘금요 데이트’ 할까요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2주에 한 번 금요일이면 ‘데이트’를 한다. 송파구에서 생활하면서 각종 불편을 겪는 데도 하소연할 곳이 없거나 구정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고 싶은 민원인과의 데이트다. 15일 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3월부터 매월 둘·넷째 금요일마다 주민들을 만나 불편 사항과 정책 아이디어를 듣는 ‘구청장과의 금요 데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첫 데이트인 지난달 22일에는 4명을, 12일에는 5명을 만나 애로 사항과 건의 사항 등을 들었다. 데이트 장소는 지난 2월 구청 3층 구청장실 바로 옆에 마련한 직소 민원 창구인 ‘소통 민원실’. 박 구청장과의 만남을 원하는 주민들이 이곳을 통해 데이트 신청을 하면 민원 내용에 따라 주관 과에서 바로 응대를 하고 박 구청장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주민들은 생활 불편 사항, 위법 및 부당한 처분, 불합리한 제도 등으로 권리를 침해받았을 경우 소통 민원실로 민원을 제기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 12일 금요 데이트에는 거여동 현대1차 아파트 등 지역 내 공동 주택 대표자들이 박 구청장을 만나 파손된 아파트 입구 도로 복구 문제, 진입로 확장 문제 등을 논의했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주민들이 사실상 보행로로 이용하는 공원 지역에 경사로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오금동 오금공원을 이용하는 주민 대표로 박 구청장과 데이트를 한 권준환(46)씨는 “구청장님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줘 참 즐거웠고 민원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박 구청장은 데이트를 전후해 민원이 제기된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 방문에는 주무 부서 담당자들도 동행해 주민 불편 해결을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박 구청장은 “계획된 일정대로 주민을 접견하던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라 다정한 동네 이모처럼, 친근한 이웃사촌처럼 주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주민들을 만나 소통하는 큰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朴대통령 “北 대화의 장 나오면 공동발전 추진”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면 상호 신뢰를 쌓아 공동의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 대화의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며 북한의 화답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예방을 받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상황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라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응징하겠지만 북한이 변화를 받아들여 대화의 장에 나오면 상호 신뢰를 쌓아 나가 공동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미국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이나 도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와 함께 굳건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면서 “한국의 대북정책이 과거의 패턴에 선을 긋는 지혜로운 방안이라고 생각되며 긴밀한 공조를 계속해 갈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선진적·호혜적 협정 개정을 이루기 위해 창의적으로 접근해 가자”고 말했고, 케리 장관은 “양국 간 신뢰 관계를 기초로 바람직한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밝혔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케리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주년을 맞아 양국이 경제통상 협력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앞으로 더 통상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고, 박 대통령도 이에 공감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동북아 지역에서 경제적 상호 의존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역사, 정치, 안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기후 변화와 핵안전 문제 등에 대한 협력으로부터 시작해 역내 국가 간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 감으로써 협력의 범위를 넓혀 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케리 장관은 이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미국도 한국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접견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10분가량 진행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만나 “한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계속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한목소리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올바른 변화의 길로 나선다면 우리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선순환의 구조로 가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며 그런 신뢰 프로세스가 실행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최근 북한의 도발적 언급과 행동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평화와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전한 뒤 “나토는 박 대통령의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교도소 화상 면회 시대… 10일부터 모범수 가족 대상

    교도소 화상 면회 시대… 10일부터 모범수 가족 대상

    법무부는 10일부터 민원인이 교정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수형자와 만날 수 있는 ‘인터넷 화상접견’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전체 교정기관에서 인터넷 화상접견이 가능하다. 화상접견이 가능한 시설은 강릉·경주·대전·여주·영월·장흥·진주·천안교도소, 김천소년교도소, 천안개방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등 12곳이다. 복역 태도 등이 좋은 S1(개방처우급), S2(완화처우급) 수형자의 가족만 가능하다. 화상접견을 하려는 수형자 가족은 최초 한 번은 수형자가 있는 교정기관을 방문해 가족 여부를 증명하고 사진 촬영을 해야 한다. 이후부터는 예약을 하고 접견할 수 있다. 2014년부터는 전체 교정기관에서 인터넷 화상접견이 가능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정부 “골드 스탠더드 원칙 각국에 선별적으로 적용돼야”

    정부 “골드 스탠더드 원칙 각국에 선별적으로 적용돼야”

    한국과 미국 양국이 현재 진행 중인 원자력협정 개정 실무 협의에서 미 정부가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를 금지하는 ‘골드 스탠더드’(황금기준)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관계자는 29일 “현재 양국 간 실무 협의에서는 골드 스탠더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며 미 정부가 구체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골드 스탠더드를 주장하지 않은 상황인 데다 본격 협상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 3월 만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핵심은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다. 골드 스탠더드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체결 과정에서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포기한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미 의회가 외국과의 원자력협정에서 골드 스탠더드 원칙을 일괄 적용할 것을 주장하며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고, 미 행정부도 공식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골드 스탠더드가 각국에 따라 선별 적용돼야 하고, 개별 국가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양국 실무 협의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경우 파이로 프로세싱(건식처리) 공동연구 결과를 협정에 반영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미원자력협정이 한국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할 수 있게 선진적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미국 의회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행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한·미 간 심도 있는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 입장과 전략은 드러내지 않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코커 의원을 만나 양국 원자력협정과 관련한 미 의회의 이해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朴 “전쟁 이겨야 하지만 억지력 더 중요” 파월 “北 대화·협력의 자리로 나와야”

    박근혜 대통령과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25일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등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파월 전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전쟁은 반드시 이겨야 하지만 그 전에 억지력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단호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 가장 강력한 억지력”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장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 도발에는 얻을 것도 없지만 도발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 대화의 창을 열겠다. 이것은 북한의 태도에 달린 문제로 올바르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파월 전 장관은 “북한이 북한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도발과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의 자리로 나오기를 희망한다”며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통령이 “금년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초석으로 기능해 온 한·미 동맹 60주년”이라며 한·미 동맹의 지속적 발전을 강조하자 파월 전 장관은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별’들의 마지막 봉사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군 협의 업무가 많은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성 출신을 안보정책자문관으로 잇따라 채용하고 있다. 경기 양주시는 21일 각종 군 협의 업무를 자문해 줄 관군협력관에 지난 1월 말 예편한 손기화 전 육군 65사단장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사무관(5급) 대우 계약직이지만 현삼식 양주시장은 손 협력관을 예우해 시장 접견실을 집무실로 내줬다. 이같이 군과의 협의가 많은 접경지역 지자체 가운데 양주시처럼 군 장성 출신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한 곳은 경기도, 김포시, 파주시, 포천시 등 확인된 곳만 5개에 이른다. 도는 2006년 10월 육·해·공군 및 해병대 예비역 장성 4명을 안보정책자문관으로 임용해 을지연습 및 군 관련 업무 협의 때 교량 역할을 맡기고 있다. 파주시는 2010년 10월 투자진흥과 군관협력팀에 예비역 소장 출신의 군사정책자문관 1명을 배치, 각종 군 협의 업무에서 조언을 받고 있다. 포천시는 2010년 12월부터 총무국에 3년 계약직의 군협력관을 두고 있으며, 김포시는 지난해 10월부터 행정과 소속으로 5급 상당의 안보자문관을 배치했다. 채용된 자문관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 사단장 출신이라 지역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해당 지자체가 산업단지 조성이나 대학·종합병원 유치 때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국책 또는 시책사업과 관련한 대형 시설의 입지 가능 여부를 사전 심사할 경우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가장 큰 쟁점은 군 작전계획에 지장을 주느냐인데, 이들 자문관이 간단히 가부를 판단해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군부대와 협의 때 윤활유 역할을 한다. 실제 시 면적의 91%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인 파주시에서는 군사정책자문관 역할이 두드러진다. 곡릉천 등 대형 하천에 30~40년 전 설치된 대전차 장애물인 용치가 물 흐름을 방해해 집중호우 때 제방 붕괴나 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를 입혀 왔으나 관할 군부대 반대로 철거를 못 해왔다. 그러나 자문관이 2011년 용치를 대체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해 관철시켰다. 파주LCD기숙사 신축, 적성산업단지 조성, 영태리 훈련장 이전 등 군 작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각종 숙원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자문관들은 보통 매주 20~24시간 근무하며 2000만원대 낮은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종기 파주시 군사정책자문관은 “파주에서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하다 보니 제2의 고향이 됐다. 현역 때 군인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 못하는 게 늘 안타까웠다. 마침 집도 파주에서 가까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뭔가 역할을 더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직급 등 대우에 상관없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명채 파주 투자진흥과장은 “학식과 덕망이 높고 공사가 분명해 군 협의 업무뿐 아니라 6·25 전적지 조사 및 서적 발간 등 기타 업무에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朴대통령 “경찰, 4대 사회악 척결에 핵심 역할해야”

    朴대통령 “경찰, 4대 사회악 척결에 핵심 역할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14일에는 “불안한 삶에는 희망도 행복도 깃들 수 없다”면서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 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 사회악’ 척결에 핵심적 역할을 해 달라고 경찰에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경기 용인 경찰대에서 열린 ‘경찰대 29기 졸업 및 임용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4대 사회악 근절 추진 본부와 성폭력 특별 수사대를 발족시켜서 민생 안정에 선도적으로 노력하는 경찰 여러분이 그 역할을 완수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강한 경찰’도 약속했다.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책임이라면 경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면서 “경찰 제복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며, 여러분이 4대 사회악 같은 우리 사회 문제를 척결하고자 할 때 그 길이 외롭고 힘들지 않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모든 요소들을 반드시 근절시키겠다는 굳은 각오로 국민 생활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탈법과 무질서, 구조적인 부조리와 반칙을 엄단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 당당하고 깨끗해야 한다. 법의 수호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중남미 지역 12개국, 아프리카 지역 7개국 주한 대사와 잇따라 접견했다. 박 대통령은 두 차례의 단체 접견에서 교역과 문화교류의 증진 방안 등을 논의하는 한편 북핵 문제에 대한 지원 요구도 잊지 않았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대북관계 원칙과 입장을 설명한 뒤 중남미 대사들에게는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뤄갈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부탁했고, 아프리카 대사들에게는 “북한 설득에 함께 노력해 주고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이 가능하도록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중남미 대사들에게는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넨 뒤 한류 확산을 언급하며, “문화와 소통을 통해 이해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고 강조했으며, 아프리카 지역 대사들에게는 “아프리카 지역 농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마을운동을 중심으로 해서 (도움을 주겠다)”고 밝히고 “올해와 내년에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아프리카 평화 정착에 더욱 노력하겠다. 아프리카 주요국을 중심으로 한국문화원 설립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서울시민 민원 ‘U-신문고’ 터치

    서울시민 민원 ‘U-신문고’ 터치

    서울시의회에 시민들이 쉽게 민원이나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전자 신문고가 설치됐다. 서울시의회는 8일 오후 1시 30분 시의회 본관 로비에서 김명수 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사진 왼쪽부터) 등이 참석한 가운데 키오스크(Kiosk) 형태의 ‘오프라인 U-신문고’ 제막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갔다. 시의회는 U-신문고를 본관 로비와 의원회관 로비에 설치했으며, 앞으로 의원들과 방문객의 소통 장소인 의원회관 5층 접견실에 추가로 1대를 더 설치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구청, 세무서 민원실 등에 추가 설치해 민원 접수 채널을 더 늘릴 계획이다. 신문고 메인화면에 접속하면 신문고를 두드리는 음향과 함께 민원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한 민원 처리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 또 각종 시책에 관한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성격의 나도 한마디 등 다양한 메뉴를 통해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문고는 휠체어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키오스크 아래 부분을 빈 공간으로 처리했으며, 가상 키보드와 음성녹음 기능을 함께 지원함으로써 키보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민원접수가 편리하게 제작됐다. 김명수 의장은 “신문고를 통해 시의회가 온라인·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365일 시민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보다 많은 시민들이 U-신문고를 이용해 답답한 마음을 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여론은 “묻지마 흉악범 사회 격리”… 문제는 또 이중처벌 논란

    여론은 “묻지마 흉악범 사회 격리”… 문제는 또 이중처벌 논란

    법무부가 보호수용법 도입을 다시 추진하려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잇단 ‘묻지마 범죄’와 성폭력 범죄로 인한 사회 불안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성폭력 범죄를 4대 악 중 하나로 지목한 점도 법안 재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중처벌, 과잉처벌 등 2년 전 첫 도입 당시 제기됐던 인권침해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어서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호수용법안 마련 태스크포스(TF)’의 한 축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5일 밝힌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정부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17~19일 20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범죄 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89명은 성폭력범이나 살인 등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흉악범들을 사회와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1781명(89.1%)은 성폭력범에 대해 형벌 외 별도의 자유 박탈 처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1536명(76.9%)은 성폭력범에 대해 사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문조사를 통해 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면서 “성폭력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민들은 현재 시행 중인 전자발찌,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보다 사회 격리에 더 공감하고 있다”고 보호수용법 도입 재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2005년 보호감호제의 근간이 된 사회보호법 폐지 전후 범죄자들의 재범률도 법안 재도입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승 연구위원은 “사회보호법 폐지 전인 1984년~2005년 7월까지 보호감호 대상자 중 가출소자 1만 2904명의 재범률은 36.4%였지만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2005년 8월 이후 보호감호 대상자 중 가출소자 668명의 재범률은 61.8%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묻지마 범죄’ 대책의 하나로 성폭력·살인·방화·흉기상해 등 특정 강력범죄에 대해 보호수용제 도입을 언급한 점도 재도입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대검찰청·형사정책연구원으로 구성된 TF는 논란이 된 이중처벌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용자 처우 개선과 재사회화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 TF에서는 ▲15㎡이상의 개인 거실 사용 ▲TV, 개인용 컴퓨터, 책상, 서화, 화분 등 거실 비치 ▲접견·서신왕래·전화사용 무제한 허용 ▲부부관계 및 자녀와의 생활을 원할 경우 별도 공간 마련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직업교육 및 출소 뒤 취업 지원 ▲최저임금 이상의 근로보상금 지급 ▲공용공간의 경우 휴게실, 샤워실, 체력단련실, 도서관, 세탁실, 오락실 완비 등을 논의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감호제는 재범 우려자와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람이 같은 대우를 받는 게 문제가 돼 폐지됐다”면서 “이중처벌 논란을 없애려면 처우를 개선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종교단체에서 보호수용 시설을 만들어서 운영해야 한다는 안을 내놨다. 법무부가 마련 중인 보호수용법안에 따르면 보호수용 대상자는 매년 50여명이다. 승 연구위원은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종교 활동이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종교단체에 일정 부분 보호수용자에 대한 처우를 위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한 무기수의 편지, 아버지 무릎 살리다

    한 무기수의 편지, 아버지 무릎 살리다

    “순간의 잘못이 낳은 결과가 평생의 후회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낼 시간은 아직도 갈 길이 먼데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못난 아들 보겠다고 편찮은 노구를 이끌고 오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말 서울 동대문구 서울나은병원 앞으로 편지 한 통이 왔다. 수형번호 3375. 대전교도소에서 12년째 무기수로 복역 중인 서모(36)씨가 손으로 눌러 쓴 편지였다. 지난 1월 14일 서울신문과 서울나은병원이 주관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퇴행성 관절염 및 척추디스크 줄기세포 무료 치료사업’ 기사를 읽고 고민 끝에 펜을 들었다고 했다. 서씨는 “부끄럽고 면목 없지만 관절염을 앓는 아버지(64) 생각에 어렵게 어렵게 편지 쓸 결심을 했다”고 덧붙였다. 5일 아들을 면회하기 위해 새벽부터 경북 청도군에서 교도소로 달려온 서씨의 부모는 예정된 면회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앞선 오전 9시 30분에 택시에서 내렸다. 늙은 아버지는 목발을 짚고 있었다. 십수년 전 중풍을 앓기 시작한 뒤로 왼쪽 몸이 성치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로 얼굴 뼈가 부서졌다. 지난해에는 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왔다. 소작으로 하던 농사일을 그만둬야 했다. 어머니(55)가 휴일 없이 공장에서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관절염 치료는 꿈도 꾸지 못했다. 서씨는 “지난주 아버지가 치료를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온종일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푸른색 수형복 차림의 서씨는 낮 12시쯤 가족 접견실에 들어섰다. 몇 달 만에 아들을 만난 어머니는 바리바리 싸온 점심부터 풀어놓았다. 딸기와 치킨, 김밥, 아들을 위해 밭에서 캤다는 냉이가 상에 올랐다. 서씨는 “차는 밀리지 않으셨냐”고 여쭐 뿐 더 이을 말을 찾지 못했다. 아버지는 “살아봤자 내가 10년이나 살겠나… 나오면 나쁜 마음 버리고 착하게 살아달라”고 했다. 서씨는 어깨를 들썩였다. 짧은 식사 뒤 부모는 수술을 위해 서울로 향했다. 아버지는 6일 오전 나은병원에서 관절염 수술을 받게 된다. 무릎을 절개한 뒤 연골재생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최신 시술이다. 높다란 담장 속에 남은 서씨는 식품 작업장으로 향했다. 서씨는 수형자 10여명과 함께 매일 두부를 만든다. 식품 작업장을 담당하는 정윤환(59) 교위는 “서씨가 모범적인 생활로 표창을 받는 등 성실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씨는 2001년 물건을 훔치던 중 집주인의 아들을 살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의 가족에게도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더군요. 어떤 말을 해도 용서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항상 기도하면서 백 배, 천 배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먹으면 새사람이 된다는 하얀 두부 위에 서씨의 땀방울이 떨어졌다. 대전 글 사진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과거사 정직한 성찰 촉구… 신뢰 기반 韓·日관계 재설정 의지

    과거사 정직한 성찰 촉구… 신뢰 기반 韓·日관계 재설정 의지

    1일 박근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나타난 한·일 관계 메시지는 일본의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악화된 한·일 관계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한·일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도 엿보인다. 과거보다 미래를 향해 가자던 임기 초 이명박 정부의 ‘실용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보수색 강화’와 ‘결자해지’(結者解之)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각각 ‘최강의 수’를 던지며 최악을 향해 달리고 있는 한·일 관계에 있어서 가장 먼저 복원해야 할 것을 신뢰라고 봤다. 신뢰가 쌓여야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역사에 대한 일본의 정직한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한·일 관계에서 신뢰외교 기조는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 때부터 줄곧 강조해 온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일본 총리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역사를 직시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미래를 지향하고, 이를 위해 양국 간 꾸준히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취임식 외교 사절인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도 “진정한 우호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역사를 직시하면서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도록 노력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도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보수 정권’인 아베 정부가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장 변화와 책임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한때 두 나라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독도를 이용한 데다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었다는 점에서 강경 자세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일 간 냉각기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 정부의 ‘독도 도발’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 한·일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읽힌다. 일본에 변화와 책임을 요구하되 더 이상의 양국 간 충돌과 갈등은 바라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향후 어떤 행보를 내디딜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우리 세대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신뢰 외교 기조는 대북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북한의 ‘선일보’(先一步)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출발도 하기 전에 꼬였지만 북한의 행동 변화에 따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이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전임 이명박 정부처럼 남북 관계에서 ‘강경 일변도’가 아닌 ‘유연한 접근’으로 대화의 끈을 이어가거나 새롭게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는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되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더욱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선축’(先蹴)을 북한에 넘겼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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