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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가 상품 다 모았다” 하프클럽,‘가격의 왕’이벤트

    “최저가 상품 다 모았다” 하프클럽,‘가격의 왕’이벤트

    연말연시 모임 의상 및 설 선물 등을 아우르는 대대적인 최저가 판매 이벤트가 온라인에서 펼쳐진다. 브랜드의류 전문 온라인 쇼핑몰 ‘하프클럽’은 역대급 할인 이벤트 ‘가격의 왕(가왕)‘을 기획, 고객들에게 막강한 혜택을 제공한다. 1월 18일부터 1월 25일 오전 9시까지 단 7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오직 하프클럽에서만 가능한 최저가로 원하는 상품을 득템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가격의 왕’ 이벤트는 크게 세 가지로 마련된다. 먼저 첫 번째 가왕 이벤트로 하프클럽 회원이라면 누구나 랜덤으로 발급되는 ’최대 50% 중복 할인 쿠폰'에 매일 응모 할 수 있다. 또한 매일 오전 9시에는 ‘오늘만 이 가격, 복면특가’ 상품이 공개되는데, 복면특가에서는 덕다운, 코트, 연예인 가방, 스포츠 운동화, 한방화장품 등을 원데이 특가로 최대 85% 할인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초봄 꽃샘추위까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TNGTW 초경량 슬림핏 덕다운 점퍼가 18일 하루동안만 39,800원, 19일에는 SOUP의 코트, 20일 라빠레뜨 가방, 21일 나이키 운동화, 22일부터 일요일인 24일까지 주말에는 수려한 화장품을 놀라운 가격 혜택이 주어진다. 하프클럽이 준비한 가왕 두 번째 이벤트는 ‘겨울 상품 90% 시즌오프’ 판매다. 하프클럽 베스트 브랜드인 베네통, 모조에스핀, 금강, PING 등의 의류를 최대 90%할인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AK PLAZA/대구백화점/마리오 아울렛의 상품들 또한 이번 행사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구입 가능하다. 마지막 가왕 이벤트는 다가오는 설에 맞춰 설 선물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기획됐다. 스팸, 식용유 등 가공식품과 지갑, 효도화, 양말세트 외에도 남녀노소를 위한 여러 가지 상품이 최대 80%, 세일된 가격, 1만원대부터 판매된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단체선물로 주문해도 부담이 없다. 고객 만족을 위한 최저가 상품들이 다양하게 마련된 하프클럽의 가왕 이벤트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하프클럽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렌지팩토리, 중국진출 기념 신년세일 프로모션! ‘화이트프라이데이’

    오렌지팩토리, 중국진출 기념 신년세일 프로모션! ‘화이트프라이데이’

    국내 토종 브랜드 ‘오렌지팩토리’가 지난해 12월 18일 중국 북경시 홍쿤 지역에 1호점을 오픈한데 이어 24일에 중국 런추시에 2호점을 연이어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유통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오렌지팩토리는 중국 진출을 기념해 가을/겨울 의류 전 품목 90% 할인과 2015년도 가을/겨울의류 신상품목 기존 정찰가의 30% 추가할인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오렌지팩토리 아산점에서는 오렌지팩토리 브랜드를 포함하여 200여 개 입점 전 브랜드를 대상으로 1월 15일부터 31일까지 ‘화이트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자루의 ‘화이트프라이데이’는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의 일환으로 매년 1월 엄청난 할인율과 특가품목을 공개해 방문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먼저 본관 1층에 성업 중인 오렌지팩토리 아산점에서는 핀앤핏, 쓰리데이즈마켓, 메이폴 브랜드 균일가 3,800원 상품을 선보이며 숙녀 레깅스 초특가 한정판매로 단돈 1천원에 한정판매하고, 여성복/영캐주얼 매장에서는 겨울신상품을 70%~50% 할인하고 10만원 이상 구매 시 신라면 번들사은품을 추가로 증정한다. 구매금액별 사은품 행사는 크로커다일레이디 외 30개 브랜드에서 동시 진행한다. 또한 아웃도어 겨울이월 상품을 80%~70% 대규모 할인을 선보인다. 50만원을 호가하는 다운점퍼도 대폭 할인한다. K2 다운점퍼 149,000원, 마운티아 다운점퍼 99,000원, 마모트 다운점퍼 149,000원에 선보이며, 아웃도어 기능성티셔츠를 균일특가 상품으로 준비했다. 컬럼비아 티셔츠 1만원, K2티셔츠 2만원, 루켄 티셔츠 5천원 등 이외 8개 국내 정상급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5천원부터 2만원까지 한정품목으로 만나볼 수 있다. 스포츠, 아동, 신사, 골프 등 70여 개 입점 전 브랜드에서도 겨울상품 80% 초특가 한정상품을 판매한다. 르꼬끄 신발 31,600원, 휠라 가방 29,000원, 아디다스 신발 39,000원, 리복 패딩점퍼 59,000원에 선보이며, 유명 신사 브랜드인 지이크 파렌하이트에서는 코트 99,000원, 다운점퍼 99,000원부터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쇼핑과 더불어 야외 나들이, 데이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외식공간도 갖추어져 있다. 유럽풍의 건축물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이탈리안 전문 레스토랑, 로즈마리노와 아산맛집의 명소로 소문난 빵집, 베이커리빵선생, 다년간의 호텔경력의 셰프가 운영하는 돈까스 빌리노 등이 있으며 외형은 프로방스 스타일의 건축물과 조경을 구현, 프랑스 남부의 한 마을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자루 아산점 고객센터를 통해 안내 받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퍼스트빌리지만의 특가 세일! 화이트프라이데이 최대 80% 할인

    퍼스트빌리지만의 특가 세일! 화이트프라이데이 최대 80% 할인

    충남 아산에 위치한 프리미엄아울렛 퍼스트빌리지가 오는 15일부터 31일까지 ‘화이트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화이트프라이데이’는 퍼스트빌리지가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의 일환으로 단독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이다. 매년 1월 엄청난 할인율과 특가품목을 공개해 방문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퍼스트빌리지는 이번 화이트프라이데이를 통해 아웃도어 겨울 이월상품을 80%~7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또한 50만원을 호가하는 다운점퍼를 대폭 할인해 K2 다운점퍼 149,000원, 마운티아 다운점퍼 99,000원, 마모트 다운점퍼 149,000원에 판매한다. 아웃도어 기능성 티셔츠는 균일특가로 공급한다. 이에 컬럼비아 티셔츠 1만원, K2티셔츠 2만원, 루켄 티셔츠 5천원 등 이외 8개 국내 정상급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5천원부터 2만원까지 한정품목으로 마련했다. 스포츠, 아동, 신사, 골프 등 70여 개의 브랜드가 겨울상품 80% 초특가 한정상품을 판매한다. 르꼬끄 신발 31,600원, 휠라 가방 29,000원, 아디다스 신발 39,000원, 리복 패딩점퍼 59,000원에 선보이며, 유명 신사 브랜드인 지이크 파렌하이트에서는 코트 99,000원, 다운점퍼 99,000원부터 만나볼 수 있다. 한편 본관 1층에 성업 중인 오렌지팩토리 매장에서는 핀앤핏, 쓰리데이즈마켓, 메이폴 브랜드 균일가 3,800원 상품을 선보이며, 숙녀 레깅스는 단돈 1천원에 초특가 한정판매를 실시한다. 여성복/영캐주얼 매장에서는 겨울 신상품을 70%~50% 할인하고 10만원 이상 구매 시 신라면 번들을 추가로 증정한다. 이 외에도 크로커다일레이디 외 30개 브랜드에서 동시에 이벤트를 진행한다. 캐주얼 파격할인도 빼놓을 수 없다. 지오다노 외 12개 브랜드에서는 단돈 만원 균일가 상품을 준비했으며, 펠틱스 PK티셔츠, 트레이닝바지 3천원, 야구점퍼, 바지 5천원, 후드티, 패딩 9천9백원 등 파격가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퍼스트빌리지 홈페이지와 공식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드레이어 패션 오피스 정복하다

    미드레이어 패션 오피스 정복하다

    지난 주말은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렸지만 이번 겨울은 대체적으로 따뜻한 편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도 높은 3.5도로 관측 이래 가장 따뜻했다고 전했다. 이상고온은 그간 이어져 온 겨울 패션 흐름에 이상 현상을 일으켰다. 몇 년 동안 거리를 휩쓸던 방한부츠와 레인부츠를 보기 어렵고, 두꺼운 패딩과 모피를 꺼내 입기도 부담스러워졌다. 유행에 민감한 소셜커머스에 패딩보다 코트가 자주 소개되고 잘 팔렸다. 티몬의 지난달 코트 판매량은 2014년 같은 기간보다 62% 늘었고, 같은 기간 패딩 판매량은 1% 줄었다. 패딩의 퇴조는 평소 패션에 무심하던 이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 줬다. 두툼한 패딩 점퍼 하나를 걸쳐 입고 “멋 내려다 얼어 죽나요”라고 호기롭게 말할 수 없게 돼서다. 이상고온만큼 이상하게도 출근하는 심정이 반영된 체감온도는 춥고, 꼭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왠지 더 싸늘한 것 같더라도 올겨울 두꺼운 패딩 점퍼는 상사에게 다소 눈치 보이는 천덕꾸러기 아이템이 됐다. 이럴 때 코트 속에, 혹은 점퍼 속에 끼워 입는 ‘미드레이어’ 제품은 몸과 마음에 위안을 줄 패션 아이템이다.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성들이야 군용 미드레이어인 ‘깔깔이’가 주는 위안이 심정적인 단계에서뿐 아니라 실제 신체로 느껴지는 따뜻함을 잊지 못할 터이다. 폴라티셔츠보다 따뜻한 대안이 금지된 채 얇은 교복 차림으로 한겨울을 나던 한국 여성들도 한 겹 더 껴입는 얇은 카디건이나 스웨터가 주는 포근함에 익숙하다. 그러고 보면 코트 속에 미드레이어를 입는 ‘레이어링 패션’이 실은 우리에게 꽤 익숙한 습관이었고, 올해 사무실에서 너도나도 코트 속에 미드레이어를 껴입는 풍경이 나타난 것이 이례적이지 않은 변화였던 셈이다. 2~3년 전부터 조짐을 보이던 오버사이즈 코트가 복고 열풍을 만나며 본격 유행한 점, 회복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경기 탓에 여전히 의류 지출에 인색한 소비 경향, 단순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들과 이에 부응하는 기술의 발달은 최근 날씨와 함께 미드레이어 패션의 부흥을 이끈 공신이다. 브랜드 특유의 오버사이즈 코트를 지속적으로 내놓았던 톰보이의 관련 제품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30%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끌며 드라마 속 다소 과장된 사이즈의 맵시가 복고 패션 열풍으로 이어진 덕이 컸다. 거꾸로 올겨울 ‘오버사이즈 핏’이 응답받기 전까지 몇 년 동안 대중들이 ‘오버사이즈 핏’에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이유 이면엔 ‘크게 입으면 우둔해 보인다’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 사이즈 큰 옷을 걸친 느낌이 아니라 벙벙함 속에서도 건강한 실루엣을 연상시키도록 옷을 입는 방법이 쉽지 않았던 터였다. 이때 코트 안에서 맵시를 한 차례 잡아 주고 체형을 정돈시켜 주는 미드레이어는 오버사이즈 코트와 찰떡 궁합을 이뤘다. 허리 라인과 몸에 붙는 핏을 강조하는 미드레이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패션전문점 웰메이드의 디렉터 이승현 이사는 “보온 기능뿐 아니라 트렌디한 디자인을 적용한 미드레이어가 여러 브랜드에서 속속 출시되고 있다”면서 “단품으로 입을 때뿐 아니라 아우터와 레이어링을 통해 스타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패션 아이템이라는 다목적성 때문에 미드레이어가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추울 땐 여러 겹, 날씨가 풀리면 한 벌만 따로 입어도 무난한 다목적성은 미드레이어가 직장인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비교적 쉽게 공략한 요인이기도 하다. 미드레이어의 대중화를 이끈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울트라라이트다운콤팩트 재킷은 최근 선제적으로 봄을 겨냥한 파스텔색 제품을 내놓았다. 핑크색과 라이트 블루빛 의류를 겨울부터 시작해 봄까지 입으라는 제안이다. 이처럼 미드레이어는 봄~여름, 가을~겨울 등으로 대별되던 공식에서 벗어나 가을~겨울~봄으로 이어지는 제품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드레이어를 둘러싼 업체들의 경쟁은 ‘패션’을 넘어 ‘기능’의 영역에서도 치열하다. 미드레이어 자체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겨울 레포츠를 겨냥해 ‘땀 흡수와 건조가 빠른 베이스레이어-보온성을 높이는 미드레이어-방습·방풍 기능의 아우터’의 겹쳐 입는 스타일에서 파생했기에 그렇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어떻게 더 가볍게 만들 것인지, 입지 않고 갖고 다닐 때 부피를 어떻게 더 줄일 것인지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입을 때뿐 아니라 벗을 때에도 패션을 완성시켜야 하는 게 좋은 미드레이어”라고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문화마당] 첫날의 대화/최진영 소설가

    [문화마당] 첫날의 대화/최진영 소설가

    연말연시를 부모님과 보냈다. 스무 살에 자취를 시작해 이후 삼사 년을 빼고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 이젠 엄마에게도 낯을 가리게 되었지만, 한 해의 끝과 시작은 되도록 부모님과 함께하려고 한다. 우리의 남은 생이 얼마큼인지 알 수 없고, 그 생을 아무리 길게 상상해도 짧게만 느껴지니까. 1월 1일 점심 무렵 금선정과 금계호를 지나는 소백산 자락길로 엄마와 산책을 나섰다. 나는 아버지의 두꺼운 점퍼와 엄마의 기모 바지를 입고 엄마의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금선정에 가까워지자 초등학생 때 그곳으로 소풍 갔던 일이 떠올랐다. 거기서 뭘 했는지, 그때 친구들은 누구였는지는 떠오르지 않고, 소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만 기억났다. 소풍 갈 때는 두 명씩 줄지어 갔는데 돌아갈 때는 뿔뿔이 흩어져 각자 가는 분위기였다. 그때 집까지 걸어가기가 힘들었다고, 걸을수록 길은 끝나지 않고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그날, 가을 햇살 아래 마른 흙길을 홀로 걸으며 몹시 목이 말랐고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그 생각을 부끄러워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흙길을 걸으며 엄마에게 아버지의 젊은 날에 관해 물었다. 엄마는 아버지가 첫 직장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그 직장이 왜 망했는지, 이후 무슨 일을 했는지 이야기해 줬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버지는 휴일이면 쓰레기 분리 배출을 하고 마당을 정리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그런데 요즘은 거실에 누워서 옛날 영화를 보다가 낮잠을 자고 늦은 오후에나 일어난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쉬는 날이면 혼자 나와 걷는다고 엄마는 말했다. 아빠가 이제는 힘들어서 그렇지. 내가 말했다. 응, 주말이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대. 엄마는 수긍했다. 풀숲에 말라 비틀어진 개나리가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봄인 줄 알고 노란 꽃잎을 내밀었다가 그대로 얼어 버린 거였다. 금계호를 지나 삼가리로 나가다가 외종이모를 만났다. 이모가 길가의 냉이를 좀 뽑아 가라고 했다. 길가에는 풀빛이 많았는데, 그중 뭐가 냉이인지 나는 분간할 수 없었다. 엄마는 쪼그려 앉으면 무릎이 아파 냉이를 캘 수 없다고 했다. 길가 의자에 앉아 쉬면서 나는 말했다. 엄마가 들으면 지랄한다고 하겠지만 요새 내가 매일 앉아만 있어서 무릎이 너무 아파. 근데 이렇게 걸으니까 아프지도 않고 좋네. 엄마는 역시 내게 지랄한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너도 평소에 운동을 해. 나도 이렇게 걷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무릎이 시큰거려서 계단도 못 오르고 그래. 우리는 볕 아래 앉아 각자의 무릎이 어떻게 아픈지 나직나직 이야기했다. 스물두 살에 ‘귀순이’란 시를 썼다. 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엄마가 밤 열 시쯤 잠깐 집에 들러 오빠와 내가 잘 있는지 살펴보고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던 옛일을 풀어낸 시다. 자꾸 생각나는 애잔한 그 밤들을 단정한 물질로 만들어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시를 쓰기 위해 나는 엄마에게 감정을 이입했다. 엄마가 혼자 걸었을 밤길을,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던 마음을 상상했다. 글쓰기는 분명 어렵고 버거운 작업이지만, 타인의 인생과 마음을 상상할 수 있어 내겐 아주 중요한 치료제가 되어 준다. 새해 첫날 엄마와 길을 걸으며 나눈 이야기는 그런 글쓰기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낮잠에서 깬 아버지가 마당에서 차를 닦고 있었다. 그날 아침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은 아직도 출퇴근하는 길이 신난다고. 작년에 생전 처음으로 산 새 차를 타고 직장으로 달려가는 그 길이 정말 신나고 즐겁다고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었다.
  •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핀 캐리(pin carry)-김현경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핀 캐리(pin carry)-김현경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볼링공의 무게는 다르다. 몸무게의 10분의 1 정도 되는 볼링공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완력에 자신이 있다면 더 무거운 공도 괜찮다. 볼이 무거울수록 흔들림은 적고, 파괴력은 더 커진다. 오빠는 자신의 체중에 비해 다소 무거운 공을 사용하곤 했다. 그 16파운드짜리 볼링공이 65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 오빠에게 실제로 버거웠는지, 아니면 적절한 무게였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오빠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되돌려 보았다. 유튜브 검색 창에서 오빠의 이름과 ‘볼링’이라는 단어를 함께 치면 열 개가 넘는 동영상이 뜬다. Y시장배 아마추어 볼링 대회의 결승전 영상, 그리고 형식이 ‘제일볼링장’이라는 태그를 달아 업로드한 짧은 영상들로, 대부분 볼링공을 던지고 있는 오빠의 뒷모습을 찍은 것이다. 이따금 스트라이크를 치고 나면, 뒤로 돌아 허공을 향해 두 주먹을 내지르며 기뻐하는 모습이 짤막하게 잡히기도 했다.  기차가 속도를 줄이자 차창 밖으로 눈에 익은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커다란 모형 볼링핀을 지붕 위에 얹은 ‘제일볼링장’ 간판도 보였다. 나는 객차의 출입문을 향해 트렁크 바퀴를 천천히 굴리며 걸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낡고 찌든 구두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의 오래된 구두로, 십여 년 전 그를 쫓아낸 오빠가 아버지의 외투와 함께 마당으로 내던졌던 그 구두였다. 앞코가 해지고, 뒤꿈치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낡은 갈색 구두의 원래 모습이 얼마나 날렵했는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당신은 아바이도 아이다.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만 우리 둘 다 제 명에 몬 삽니데이. 살아생전에 서로 보는 일 없도록 하입시더!” 오빠는 커다란 전정가위를 손에 든 채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내가 있는 한, 이 집에 그 종자가 발을 디디 놓는 일은 없을 끼다. 엄마도 맞고 산 세월은 이제 잊으이소. 열일곱 살의 오빠는 짐짓 근엄하게 말했다. 자신이 지키고 있는 한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던 오빠의 말은 그대로 지켜진 셈이다. 하지만 오빠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아버지는 십 년 만에 나타나 러닝셔츠와 트렁크 팬티 바람으로 거실에 선 채로 나를 맞고 있었다. 닳을 대로 닳은 구두만큼이나 아버지의 몰골은 비참했다. 몸피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정수리의 머리카락은 다 빠져 휑뎅그렁했다. 게다가 새카만 피부와 깡마른 팔다리, 그리고 볼록한 배는 아프리카의 기아를 연상시켰다. 기세등등했던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어버린 채 젓가락 같은 팔로 러닝셔츠 안의 배를 긁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는 흠칫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왔나? 밥은? 너거 엄마는 밭에 갔다. 덥은데 어서 들와서 선풍기 바람 쫌 쐐라.” 약간 새된 소리가 섞인 음성은 그대로였다. 방금 학교에서 돌아온 딸을 맞는 듯 다정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고 있는 그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이 없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내한테도, 거…걸리가 있다 카더라. 나도 다 들었는 말이 있다.” “걸리고, 권리고 간에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요. 이게 어떤 집인데!” 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서 현관과 맞닿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내 방이었다. 고향을 떠나고 나서야 갖게 된 내 방. 그가 방 안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내가 신발조차 벗지 않고 현관에 서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현관에 놓인 그의 구두를 집어 들어 마당으로 던져 버렸다.  냉장고에는 자양강장제 열 병이 두 개씩 나란히 줄을 지은 채 놓여 있었다. 각성 효과가 있다는 자양강장제를 물처럼 마시던 오빠가 세상을 뜬 지도 이 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냉장실 가장 잘 보이는 선반에 갈색 병에 담긴 드링크를 열 병씩 정리해 놓는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이다. 오빠는 매일 아침 자양강장제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젊은 날의 선택’이라는 광고로 유명한 노란색 드링크제를 양쪽 점퍼 주머니에 불룩하게 넣은 채로 출근하던 그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고가 났던 날, 오빠가 몰던 트럭 조수석 바닥에는 빈 드링크제 병이 스무 개 남짓 뒹굴고 있었다. 오빠는 졸릴 때마다 자양강장제를 마시면 힘이 난다고 했다. 오빠는 자주 졸려했고, 늘 피곤해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깜박깜박하는 일이 잦아서 소변을 본 후 변기 커버를 위로 젖혀 놓고 물도 내리지 않은 채, 화장실에서 그냥 나오는 일이 허다했다. 나는 그를 대신해 물을 내리면서 자양강장 드링크제처럼 샛노란 오빠의 오줌이, 거품을 일으키며 변기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했다. 오빠 방에 들고 온 짐을 풀었다. 책상에 놓인 액자 속 오빠는 머리카락을 노랗게 탈색한 채 경직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담은 이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 사진 액자 옆에는 두 개의 볼링핀이 놓여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볼링핀 모양의 트로피다. 한 개는 2.0리터짜리 생수 병 크기 정도로 크고, 나머지 하나는 막걸리 병만 했다. 오빠가 냉장 트럭에 가득 싣고 다니던 막걸리 말이다. 오빠는 이 지역에서 소문난 아마추어 볼링 선수였다. 그와 한판 붙기 위해 인근의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이곳까지 원정을 오기도 했었다는 건 오빠가 죽고 나서야 알았다. 빈소에서 문상객들이 늘어놓는 오빠의 무용담을, 나는 상복을 입고 빈청에 앉아 참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오빠의 사인은 졸음 운전이 불러일으킨 사고로 인한 심박정지였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IC 인근에서 서울 방면으로 시속 130㎞로 달리던 K주류회사의 냉장 트럭이 오전 6시 40분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보도가 전파를 탈 만큼 큰 사고였다, 새벽부터 출근해 냉장 트럭을 몰고 전국 각지로 막걸리를 배달하다가 사고를 당했으므로 그의 죽음은 당연히 업무상 재해에 해당했다. 사고 전날에도 오빠는 새벽 4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했고, 사고 당일에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출근했다. 그러나 회사는 오빠가 죽기 전날 밤 12시까지 볼링을 쳤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나는 엄마에게 절대 회사가 원하는 대로 합의서 따위에 도장을 찍어 주어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엄마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오빠의 회사 사람들이 찾아와 현란하게 혀를 휘두를 때에도 엄마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엄마의 곁을 지켰다. 문도 열어 줘서는 안 된다는 회사 사람들을 집에 들이고, 오빠가 즐겨 마시던 드링크제를 그들에게 내놓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엄마를 때리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오빠가 그날 밤 12시까지 볼링을 치지 않았더라면…. 회사는 이런 가정을 내놓고 우리를 괴롭혔다. 과한 취미생활이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나는 오빠를 대신해 회사와 싸웠다. 회사의 주장이 말도 되지 않는 것이라 강변하면서도 새로운 가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괴로웠다. 그날 아침 내가 오빠에게 전화라도 한 통 했더라면 그런 사고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빠가 그날 새벽에 뜨거운 국과 밥을 먹고 나간 것이 오히려 졸음 운전의 이유가 되지는 않았을까. 엄마는 싫다는 오빠에게 한사코 아침을 먹여 보낸 것을 후회했다. 만약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 한 학기 등록금은 당시 식구들이 살던 고향집의 연세(年貰)보다 비쌌다. 머릿속에서 새로운 가정이 하나씩 튀어나올 때마다 커다란 대바늘이 심장을 깊게 찔러 대는 느낌이었다. 오빠의 죽음을 곱씹을 때마다 튀어나오는 가정들과 후회는 바늘 끝처럼 날카롭고 좁았다가 때로는 큰 파도처럼 밀려와 삶 전체를 부정하고 휘저어 버렸다. 아버지가 반듯한 가장이었다면, 엄마가 좀 더 야무지게 우리 남매를 건사할 줄 알았더라면, 오빠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장례식장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위로의 말은 엄마에게 잘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웃들과 몇 안 되는 친척들은 동공이 초점을 잃고 실성한 사람처럼 빈소를 지키고 있는 엄마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더러, 이제 너그 엄마한테 남은 사람은 인숙이 니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척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일말의 부담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경계심을 감추고 살아남은 내 책임을 강조했다. 나 역시 하나뿐인 오빠를 잃었다는 말은 차마 내뱉지 못했다. 슬픔 이전에 책임이라는 단어가 목구멍에 와 박히면서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더구나 촌각을 다투면서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았다. 오빠의 시신을 확인하고, 경찰을 면담하고, 장례 절차를 결정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었다. 내 동창이자 오빠의 친한 후배였던 형식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곤란한 일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인호 행님은 내한테도 친행님이나 다름없다. 형식은 삼일 내내 장례식장에 머무르며 우리를 도왔다. 형식은 주변의 선후배들에게 오빠의 부고를 알렸고, 생각보다 늘어나는 조문객을 맞으려 술과 음식을 추가로 주문했다. 나를 대신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음식을 나르며 조문객들을 대접했고, 장례 행렬 맨 앞에서 오빠의 영정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장례 기간 내내 내 시선을 피해 의아한 마음이 들게 했다.  오빠의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화장터 앞마당으로 나를 따로 불러 오빠가 남긴 보험금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준 것도 형식이었다.  “장례 다 치아고 말해 줄라 캤는데 행님을 저래 불구디에 보내디리고 나이 인자 말해도 되겠다 싶어서. 볼링동호회에 보험설계사 하시는 행님이 계시거덩. 그 행님한테 인호 행님이 얼마 전에 보험 하나를 들었다. 그기 정확히 말하만, 무슨 내기를 해가꼬 20만 원 정도 인호 행님이 땄는데 그거를 보험 행님이 돈으로 안 주고 인호 행님 이름으로 종신보험을 들어뿌맀다 이기라. 첫 달 보험료 대납해 줬다 카민서. 두 달도 안 된 일인기라. 그걸로 그 보험 행님이랑 인호 행님이 싸우고 억수로 난리 났는데, 일이 이래 되고 보이 이런 거를 불행 중 다행이라 캐야 되는 긴지…. 사람 운명이라 카는 기 참… 얄궂다.” 형식은 끝까지 내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은 채, 나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길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화장터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와 형식의 담배 냄새가 섞여 공중으로 흩날려졌다.   오빠가 내 이름으로 남긴 보험금이 꽤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웃들은 그래도 이제 인숙이네는 걱정 없겠다는 말을 대놓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아들 죽은 보험금으로 포도밭을 사고 새로 집을 지었다며 수군거렸다.  돈으로 위로할 수 있는 죽음이란 없다. 오빠의 보험금을 받았다고 해서 그를 잃은 슬픔이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위로받기 위해 그 돈을 받은 것 또한 아니었다. 오빠는 죽으면서 보험금을 내 앞으로 남겼고, 우리는 오빠가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돈이 필요했다. 우리는 항상 가난했다. 오빠는 가난하게 자라, 가난하게 살다가 갔고, 우리에게 적지 않은 돈을 남겼다. 보험금 5억과 회사로부터 받은 보상금 1억, 6억이란 돈은, 남은 사람들이 더 이상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돈이었다.  남의 집 농사일을 도와주고 품삯을 받으며 살던 엄마의 소원은 자기 명의의 땅과 집을 가지는 것이었다. 내 소원은 학교 앞에 원룸이라도 하나 얻고,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니는 것이었다. 오빠는 형식처럼 볼링장 아들로 태어나 볼링을 실컷 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가 굳어지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농담이라며 유난스럽게 웃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꿈은 나와 엄마의 소원을 이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세 사람의 소원은 모두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중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고시원을 전전하다가 처음으로 내 공간으로 마련한 8평짜리 오피스텔은 아늑했다. 뜨거운 물을 가장 센 수압으로 오래도록 틀어 놓고 머리를 감다가,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는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 벌거벗은 몸으로 주위를 둘러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집에서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말을 되뇌면서 괜히 주눅이 들었다. 오빠는 볼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볼링을 몰랐더라면, 형식과 어울리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은 지금도 떨치기 어렵다. 장례가 끝난 후,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휴대전화에 남겨진 형식의 메시지들을 읽으며 나는 호흡이 가빠졌다. 형식은 거의 매일 밤 오빠를 자기네 볼링장으로 불러냈다.  행님 오늘 제가 3 대 3 죽이는 멤버들로 조 짜놨습니더. 판돈이 꽤 커예. 이거는 진짜 빅 매치라요. 컨디션 조절 잘하고 오시이소. 드링크 시원하게 해 놓고 기다리께예. 오빠의 휴대전화를 들고 읍내에 있는 형식의 볼링장으로 달려갔다. 볼링장 입구의 커피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를 보자마자 따귀를 올려붙였다. 형식이 놓친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바닥에 쏟아졌다.  “으. 뜨거버라! 니 미친 거 아이가.”  대답도 없이 볼링 레인 앞에 놓인 공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볼링공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 볼링장 입구의 유리문을 향해 힘껏 던졌다. 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야, 이형식. 너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 “머라카노. 니 뭐 잘몬 쳐 묵었나.” “너는 왜 이렇게 멀쩡해? 우리 오빠를 노름에 끌어들여 죽게 해 놓고,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살고 있냐고!” 나는 형식이 가슴팍과 어깨를 주먹으로 치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다, 그런 기 아이고. 니가 무슨 오해가 있는 갑는데, 행님은 노름을 하신 기 아이고… 그거는 그냥 친목 도모다. 그라이깐 여기 볼링동호회 회원들끼리 재미로 했던 내기인기라.” “그래? 그럼 이 얘기 경찰서 가서 한 번 해 볼까. 매일 밤 판돈이 백만 원에서 이백만 원씩 오가는 볼링 게임이 내기인지 도박인지 말이야.” “니 말 다했나? 니 그래 말하만 나는 뭐 할 말 없을 줄 아나. 그래도 해…행님이 우리캉 볼링을 칬기 때문에 그 보험을 들게 된 기지. 동네 사람들이 다 칸다. 너거 집은 행님 죽어 가꼬, 그나마 남은 사람들이 살게 됐다꼬. 6억이 뭐 누구 집 아 이름이가?” 나는 형식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다시 레인 앞에 놓인 볼링공 하나를 들어 카운터 방향으로 던졌다. 형식이 자리를 비운 카운터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둔탁하게 볼링공이 떨어지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곧장 볼링장 밖으로 나와 버렸다. 뒤통수에 대고 거칠게 욕을 하는 형식에게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입구에 잘게 부서져 있는 유리 조각을 밟으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밭에서 돌아온 엄마의 바지 자락은 흙투성이였다. 엄마는 입구에 더러운 몸뻬 바지와 토시를 허물처럼 벗어 두고, 반팔 셔츠와 팬티만 입은 채로 거실을 가로질러 욕실로 들어갔다. 못 본 사이 살이 더 빠졌는지 팬티조차 몸뻬처럼 헐렁했다. 엄마는 팬티를 발목까지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욕실 바닥에 소변을 보았다. 욕실 문도 닫지 않고 수채 구멍에 오줌을 누는 엄마의 엉덩이를 나는 얼굴을 찌푸린 채 바라보았다. 변기가 아닌 수채 구멍 앞에 쪼그려 앉아 소변을 보는 엄마의 버릇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나는 이기 편한데 우짜겠노. 엄마는 늘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입안에서 삼키듯이 말했다. 학창 시절, 매일 아침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욕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지린내에 숨이 막혔다. 변기 물 내리는 것을 자주 깜빡하는 오빠도 지긋지긋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꼭 서울로 대학을 가야겠냐고 묻는 오빠의 질문에 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첫 학기 등록금만 마련해 달라고, 그다음에는 어떻게든 내가 알아서 해 보겠다며 겨우 오빠를 설득했다. 오빠에게도 집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공고 3학년 때 수원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취직이 되었지만 오빠는 고민 끝에 입사를 포기했다. 아들을 멀리 보내기 싫어했던 엄마의 만류 탓이 컸다. 대신 오빠는 집에서 멀지 않은 막걸리 공장에 취직했다.  “인숙아, 오빠야가 볼링부인 거 알제? 오빠야가 볼링 칠 때 제일 어려븐 기 뭐꼬 카만 스페어(spare) 처리다. 한 번에 스트라이크를 못 시키만 두 번째 공 떤질 때 나머지를 다 넘가야 되거덩. 최고 골치 아픈 기 뭐꼬 카만 핀이 몇 개 남지도 안해 가꼬 뚝뚝 떨어지가 있을 때인 기라. 그거를 스플릿(split)이라 카거덩. 양쪽 끝에 핀이 이래 두 개 뚝 떨어져 있으면 결국 한 개를 내삐릴 수빢에 없더라 카이. 그라이깐, 식구끼리는 서로 붙어 살아야 처리가 쉽다. 뭐 이런 말이다.”  오빠가 한창 볼링에 빠져들던 시기였다. 오빠는 모든 것을 볼링과 연결시켜 이야기하려 들었고, 볼링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환하게 웃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나는 그때부터 굳게 다짐했다. 처치 곤란한 스페어, 그래서 포기해야 하는 스페어가 아니라, 아예 다른 레인에 스스로를 세워 보겠다고. 나는 일부러 사투리를 쓰지 않았고, 친구를 깊게 사귀지도 않았다. 이 좁은 동네를 떠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온전한 나로 새롭게 살아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들고 온 유리단지 속에는 수백 마리의 굼벵이가 서로 몸이 뒤엉긴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이런 게 어디서 났어요?” “어데서 났기는? 샀지. 읍내 건강원에 외상 잽히가 샀다. 읍에 나갈 일 있으만 그 집에 돈 쫌 갖다 주라. 구하기 힘든 기라꼬 억수로 생색내더라. 이따가 너거 엄마 오만 이거 씻거가 한 번 찌놓으라 캐라.” “아니, 대체 뭘 믿고 외상을 줘요?” “내 믿꼬 줬겠나? 인숙이 니 인자 부자됐다꼬 소문이 자자하더라.”  “그래서, 좋으세요?” “누가 좋다 카더나. 사람들이 그칸다 카는 기지. 나도 참 기가 차가 말도 안 나온다.” 아버지는 유리단지를 손에 든 채 계속 만지작거렸다. 나는 투명한 단지 표면에 희뿌옇게 찍힌 손자국을 보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얼마를 원해요? 그때 말한 권리라는 게 얼마짜리라고 생각하세요?” “35다.”  “당장 필요한 용돈 말고요. 얼마를 주면, 이 집에서 나가겠느냐고 물은 겁니다. 많이는 못 줘요. 우리 이제 돈 없어요. 엄마도 농협에 빚내서 비료 사고 농사지어요.” “35만 워이 아이라 35키로. 그기 지끔 내 몸무게다.” 예전의 그는 36인치 사이즈 바지를 입을 정도로 체격이 좋았다. “걱정 마라. 오래 안 있는다. 나도 곧 인호 저트로 갈 끼다.” 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죽을 병에 걸렸다는 말도 엄살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나는 무슨 병인지 묻지 않았다. “그러면서 약은 왜 구해다 먹어요? 무슨 염치로 이래!” “하루를 살아도 쫌 덜 아프까 싶어가 칸다. 내가 이거 한 빙 사 묵는 것도 아깝나? 인호 글마가 살아 있었으만, 내를 이래 멸시하지는 않았을 끼다. 적어도 다 죽어 가는 아바이한테 이래 하는 거는 갱우가 아이라 카이!”  아버지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리쳤다. 우윳빛 투명한 몸체에 붙은 검은색 대가리를 뒤흔들며 유리벽을 타고 있는 굼벵이들처럼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았다.  “오빠 이름 입에 올리지도 말아요. 오빠가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 알기나 해요?” 더 독한 말로 쏘아 주려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놀라 엉거주춤 팔을 뻗었다. 그는 내 손을 뿌리치고 욕실로 달려갔다. 푸른색 타일이 깔린 욕실 바닥에 검붉고 끈적끈적한 피가 흩뿌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러닝셔츠 앞섶을 붉은 피로 흥건하게 적신 아버지가 욕실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물을 세게 틀어서 바닥의 끈적끈적한 핏자국을 지우다 말고, 나는 쪼그려 앉아 울었다. 오빠였더라면 아버지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오빠가 돌아와 어서 이 스페어들을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방으로 들어가 옷장 문을 열었다. 오빠의 방에는 그가 쓰던 물건과 옷가지 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내가 갖다 버린 오빠의 유품들을 엄마는 모두 다시 주워 왔다. 오빠가 입던 옷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어 보았다. 오빠에게서 늘 나던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담배 냄새와 시큼한 막걸리 냄새가 섞여서 나던 찌든 내가 좀약 냄새와 함께 코끝에 돌았다. 외투 주머니에서는 따스한 온기마저 전해졌다. 오빠의 점퍼 주머니에 하나하나 손을 넣어 보다가 손바닥 크기의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수첩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볼링에 관한 메모밖에 없었다. PVC 재질의 수첩 커버에는 ‘제일볼링장 이용권’이 스무 장 남짓 끼워져 있었다.  책상에 앉아 수첩을 첫 장부터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수첩은 각 장마다 오빠가 치른 게임에 관한 기록으로 채워져 있었다. 오빠는 자신이 얻은 점수와 딴 돈 혹은 잃은 돈을 먼저 기록하고, 그날 컨디션과 치러 낸 게임의 보완점들을 짤막하게 적어 놓았다. 돈을 잃은 날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액수라도 잃은 날이면, 처리하지 못한 스페어의 위치와 공의 각도까지 그려 가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들었다. 나는 모르는 볼링 용어를 인터넷 검색 창에서 찾아보면서까지 오빠의 게임을 내 나름대로 복기해 보려 애썼다. 오빠는 파워모션 볼링을 선호했다. 5스텝의 순서로 빠르게 어프로치 라인을 통과해 공의 스피드와 파워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오빠는 되도록 1회 차 투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해 성공시켜야 한다고 수첩에 써 놓았다. 스페어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오빠가 정신력이 강한 선수는 아니었던 듯하다. 첫 투구에서 스트라이크를 성공하지 못하면, 2회 차 투구에서는 미스가 잦았다. 그럼에도 그의 에버리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더블(두 번 연속 스트라이크)과 터키(세 번 연속 스트라이크)를 심심치 않게 보여 줄 정도로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수첩 곳곳에 빨간색 글씨로 쓰인 ‘일타열피!’라는 문구는 계산할 줄 모르는 오빠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막걸리 상자를 들 때에도 오빠는 남들처럼 한 상자씩 드는 게 아니라 두세 상자를 한꺼번에 겹쳐 옮기곤 했다. 상가에 조문 온 회사 동료들은 남들보다 일 처리가 빨랐던 오빠를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을 허겁지겁 끝내고 그가 달려간 곳은 볼링장이었다…. 오빠는 볼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그것에 매달릴 각오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 무엇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아침 느지막이 거실로 나가자 엄마는 집에 없고, 아버지의 방문 앞에는 빈 죽 그릇이 놓인 개다리소반이 나와 있었다. 나는 늦은 아침을 먹고 읍내의 볼링장으로 나갔다. 카운터 앞에서 쿠폰을 내밀자, 형식은 두 눈이 동그레져서 물었다. “니 이거 어데서 났노?” “이 쿠폰 너네 볼링장 꺼 맞지? 240 사이즈로 줘.” 나는 대답 대신 건조한 목소리로 내 할 말만 늘어놓았다. 형식은 순순히 볼링화를 꺼내 주었다. 푸른색 쿠폰 한 장을 내고 하루 종일 볼링을 쳤다. 쿠폰 한 장당 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규칙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섯 게임에서 열 게임은 족히 쳤다. 신발 대여료도 따로 내지 않았다. 형식은 그런 내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평일 낮 시간의 볼링장은 한산했다. 오빠의 옆에서 구경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볼링을 쳐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부러 볼링공을 세게 바닥에 던지듯 굴렸다. 레인 위로 볼링공을 떨어뜨릴 때마다 쿵 하는 소리가 나며 발끝에 진동이 와 닿았다. 미치광이 같으니라고. 이게 뭐라고, 수첩에 공부를 해 가면서까지 쳐. 대단한 박사 나셨어. 그 시간에 집에 일찍 와서 잠이나 잤어야지. 나더러 걱정 말라고 자기가 다 책임진다고 하더니, 결국 이렇게 나한테 다 떠넘기고 혼자 떠났나. 공은 레인 옆의 도랑같이 생긴 회색 거터 속으로 들어가 떼굴떼굴 굴러가기 일쑤였다.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형식이 슬그머니 옆에 다가와 이죽거렸다.  “그래 가꼬 바닥이 뿌사지겠나. 더 씨기 쾅쾅 떤지 뿌라. 아이고 답답아래이. 그래 하는 기 아이고….” 형식이 내 손과 어깨를 붙들고 볼링공 잡은 자세를 교정시켜 주려 했다. 나는 볼링공을 손에 든 채로 형식을 노려보았다. 순간 형식은 움찔한 기색을 보이며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오일이 덧발라져 번들거리는 레인 위로 나는 폭탄을 던지듯 공을 던졌다. 오빠에게 등록금을 부쳐 달라고 했던 내 발등을 볼링공으로 찧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옆 레인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 무리들이 시끄럽게 순서를 바꿔 가며 볼링을 치고 있었다. 볼링공이 굴러가 핀에 부딪칠 때마다 그들은 요란스럽게 박수를 치며 깔깔 웃어 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리를 정리하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카운터에 신발을 반납하며 힐끗 학생들의 전광판을 들여다보았는데, 그들은 10프레임이 아니라 12프레임으로 게임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나는 형식에게 시비조로 말을 붙였다.  “쟤네들은 왜 열 번이 아니라 열두 번씩 쳐? 내가 쿠폰 손님이라고 홀대하는 거야?”  형식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니는 여어가 노래방맨치로 사장이 뽀나스 프레임 더 주고 싶으만 줄 수 있고 그런 덴 줄 아나? 그기 아이라 쟈들은 10회 차 떤질 때 스트라이크를 해 가꼬, 뽀나스 프레임을 받은 기다.” “보너스?”  “하긴, 니는 맨날 개판 치는 점수만 받아 가꼬 그런 기 있는 줄또 몰랐겠지. 인호 행님이 진짜 뽀나스 게임의 명수였는데…. 10회 차를 스트라이크 때리 가꼬 두 번 더 뽀나스 투구를 받아 뿌리민 당해 낼 사람이 없었제.” 형식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그때 저 행님은 진짜 운빨 쥑인다 생각했거덩. 스트라이크를 치도 우째 저 순간에 딱 성공시키민서 뽀나스 투구를 받아 가까. 행님이 내한테 자주 했던 말이 인생 끝까지 가봐야 안다꼬, 두고 봐라 늘 그캤는데….” 오빠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더 볼링의 운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탁월한 실력에 운까지 따라 준다고 치켜세워 주는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이 졸린 눈을 부비며 공을 던지게 하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빨간색 팬티와 체크무늬 양말을 신은 날이 제일 점수가 좋다며 속옷과 양말 색깔까지 메모해 놓은 오빠의 수첩을 떠올리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볼링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직선으로 곧게 굴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공이 휘어지는 지점인 후킹 포인트까지 계산에 넣어야 완벽한 스트라이크를 이뤄 낼 수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오빠는 언젠가는 인생의 훅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그러나 오빠가 펼치던 인생이란 게임은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보너스는커녕 주어진 프레임의 점수 칸을 제대로 채워 보지도 못한 채 종료되어 버린 것이다.   엄마와 아버지를 앞세우고 포도밭을 향해 걸었다. 포도송이를 종이 포장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 집은 너거 아이라도 일손 안 많나. 오늘 우리도 해야 되는데, 우짜노. 내일은 약 치야 되는 날인데…. 오늘은 꼭 우리 밭에 와 줘야 된다꼬 내가 말 안 하더나…. 어데, 내 말은 그기 아이고….”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자 엄마는 전화기를 붙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고 있었다. 약속을 어긴 건 상대방인 것 같은데, 엄마는 화를 내지도 못하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쩔쩔맸다. 오기로 했던 이들은 엄마와 함께 조를 짜서 인근의 과수원과 비닐하우스로 일당 벌이를 다니던 아주머니들로, 오빠의 장례식장에 달려와 가장 큰 목소리로 곡을 해 주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포도밭을 사면서 그들의 태도는 묘하게 변해 갔다. 유월 초순, 포도알이 새파랗게 영글 즈음이면 포도송이를 종이로 감싸 줘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병충해나 햇빛, 농약으로 포도가 상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도울 테니 남한테 아쉬운 소리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쳤다. 방 안에 틀어박혀 숨죽이고 있던 아버지도 눈치를 보며 나갈 채비를 했다. 아버지나 나나 밭일을 안 해 봤기는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더운 게 문제였다. 나는 엄마와 예닐곱 걸음 떨어져 혼자 일했고, 아버지는 엄마와 한 조를 이루어 일했다. 아버지가 포도송이를 종이로 감싸면 엄마가 옆에서 그 위를 철끈으로 묶었다. 너무 쫄리게 묶으만 안 된다 카이, 포도도 숨을 쉬이야제. 엄마가 종이를 건네주면서 하는 말에 불현듯 기억하기조차 싫은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입관 전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이었다. 피투성이로 병원에 실려 왔을 때와는 달리 깨끗한 모습으로 분까지 바르고 누워 있는 오빠의 모습은 차라리 편안해 보였다. 사고 직후 끔찍한 모습을 보지 못했던 엄마는 오빠를 쓰다듬으면서 통곡을 했다. 그리고 장례사를 붙들고 염해 놓은 오빠를 가리키며 애원하듯 말했다. “우리 아는 답답은 거 싫어하는데, 너무 꽉 쫄라 놨다. 옷도 찡기는 거 싫다 캐가 내가 맨날 한 치수 큰 걸로 사주고 캤는데…. 어차피 태울 꺼 아이가. 쪼매만 풀어 주만 안 되겠나. 우리 인호는 저래 답답은 거 싫어한다 안 카능교.” 목구멍에서 넘어온 뜨거운 기운을 억지로 삼키고 있는데, 아버지와 엄마가 나누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지난 삼십여 년간 아무 탈도 없이 서로 의지하면서 산 금슬 좋은 부부인 양, 같은 포도송이를 붙든 채 도란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허망한 생각마저 몰려왔다. 엄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곳에 내려와 있는 내가 한심했다.  “니는 와 하필이믄 포도밭을 샀노. 쪼매난 하우스 같은 거를 샀으만 차라리 좀 핀하고 나슬 낀데.” “우리 인호가 포도를 제일 안 좋아했능교. 맨날 넘우 밭에서 얻어 가꼬 알매이 쪼매난 것만 믹인 기 계속 마음에 걸린다. 제사상에 제일 큰 걸로 올리 줄라꼬 그캤제.”  오빠 이야기가 나오자 엄마는 별안간 땅바닥에 주저앉아 꺽꺽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몸속 깊은 곳에서 토해 내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이었다. 한편으로, 별안간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철퍼덕 주저앉아 우는 품새가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닌 듯했다. 어쩌면 엄마는 목 놓아 울기 위해서 이 밭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차라리 속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웅얼거리면서 속의 말을 삼키던 엄마였다. 이렇게 울기라도 해야 썩은 포도알처럼 문드러진 가슴속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겠는가. 주변은 고요했다.  아버지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니 와 이카노. 일나 봐라. 동네 사램들이 들으만 머라카겠노. 내가 니 뭐 우째 했는 줄 알겠다. 동네 우사시럽구로.” 그는 진땀을 흘리며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의 팔을 붙들고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팔뚝은 엄마의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앙상했다. 엄마를 일으키려던 아버지가 오히려 휘청거리면서 흙바닥에 넘어졌다. 아버지는 스스로 일어날 기력조차 없는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네 발 짐승처럼 엎드려 있었다. 나는 눈을 찡그린 채, 쓰고 있던 선캡을 벗어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포도나무의 높이가 낮아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허리를 숙인 엉거주춤한 자세로 연신 부채질만 해댈 뿐이었다. 숨이 막히게 더웠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지고 있을 무렵 아버지가 땅바닥에 카악하고 가래침을 뱉었다. 길고 끈적끈적한 가래침이 끊어지지 않고, 그의 아랫입술에서 덜렁거렸다.   오빠는 죽기 전날까지 도박판을 벌였다. 수첩을 절반쯤 넘기다가 나는 게임일지의 패턴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가 생의 막바지에 빠져 있었던 게임은 단순히 볼링 에버리지를 얼마나 많이 내는지를 다투는 게 아니라 누가 점수를 제일 적게 내는지로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었다. 그렇다고 공을 레인 옆의 거터 구역에 빠뜨려서도 안 되었다. 핀 스폿까지 공을 굴리되, 가장 적게 핀을 쓰러뜨리는 자가 돈을 따갔다는 점에서 실력보다는 운이 더 중요한 투전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빠의 공은 킹핀과 헤드핀을 아슬아슬하게 잘 비켜나가 많은 수의 핀을 남겼다. 형식의 말에 따르면, 점수를 많이 내는 오빠를 견제하기 위해 점수를 적게 내는 사람이 승자가 되도록 룰을 바꾼 것이었는데, 오빠는 의외로 빨리 새로운 게임에 적응했다. 투구 자세와 쓰던 볼을 바꾼 효과가 컸다. 5스텝 대신 4스텝, 평소 쓰던 16파운드의 볼 대신 13파운드 볼을 쓴다. 거친 필체로 채워진 오빠의 메모는 꼼꼼했고 진중했다. 배치도까지 그려 놓고, 검은색으로 표시된 10번 핀 하나만 안정적으로 아웃시키기 위한 공의 동선을 짰다. ‘훅 볼’이라고 동그라미 쳐진 단어 옆에는 별모양 그림이 여러 개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스트레이트로 곧게 전진시키다가 핀 앞에서 오른쪽 바깥으로 볼의 커브를 유도해서 10번 핀을 날리는 전략이었다.   ⓻ ⓼ ⑨ ❿   ⓸ ⓹ ⓺ ↱    ⓶ ⓷ ↗     ⓵ ↗      ↱      ↑ ‘뉴 게임’이라고 이름 붙인 그 게임의 판돈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었고, 그에 비례해 메모에 담긴 욕망의 크기도 기묘하게 불어났다. 사고 즈음의 오빠는 팬티 한 장을 갈아입는 데에도 예민하게 굴어 엄마가 애인이 생겼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게임 한 판에 한 달치 월급이 오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다른 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헤드핀(1번 핀)과 킹핀(5번 핀)을 비켜 지나가 단 하나의 핀만 깨끗하게 날려야 한다고 휘갈겨 놓은, 낯부끄러울 정도로 진지하고 치열한 메모로 빼곡하게 채워진 그 수첩을 나는 마당으로 들고 나와 오빠가 남긴 잡동사니와 함께 불태웠다. 맞춤법도 제대로 몰라서 ‘핀 캐리를 경게하자.’라고 빨간 글씨로 강조해 놓은 오빠의 흔적을 나는 볼품없는 물건을 버리듯 내팽개쳤다. 내 서울살이를 지탱했던 것이 오빠가 쓰러뜨리지 않은 스페어스(spares)라는 걸 잊고 싶었다. 까맣게 내려앉은 잿더미를 발로 밟고 침을 퉤퉤 뱉었다. 수첩에서 빼낸 몇 장의 쿠폰이 손 안에서 구겨졌다.  화가 치솟으면서 무언가 던지고 부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볼링장에 갔다. 이 집에서 머무른 대부분의 시간이 그런 나날이었다. 마지막 남은 쿠폰을 내고 벤치에 앉아 볼링화를 갈아 신으며, 나는 심호흡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점수를 적게 내는 볼링을 쳐 보기로 했다.  오른쪽 끝의 10번 핀을 노리고 던졌더니 볼링공은 손에서 떨어지는 족족 레인 밖으로 굴러가기 바빴다. 한 번은 10번 핀에 공이 닿긴 닿았는데, 스치기만 했는지 핀이 살짝 기우뚱하는 데 그치고 오뚝이처럼 말짱하게 섰다.  “으이고, 속 터지 죽겠네. 니는 우째 핀을 맞차 놓고도 점수를 못 내노? 이거 끼고 한번 해봐라.” 형식이 볼링 아대라며 낯선 장비를 내밀었다. 광택이 나는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진 붉은 아대는 아이언맨의 갑옷 같았다.  “핀이 맞으만 머하노. 손모가지에 히마리가 없어 가꼬, 핀이 쓰러지지를 안 하는데. 이거 차고 한 번 해 봐라. 훨씬 더 힘이 잘 들어갈 끼다.” 나는 웅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딱 하나만 아웃시키고 싶어. 아주 깨끗하게.” 형식은 내 팔에 억지로 아대를 채우느라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 번에 다 되는 기 아이다. 첨부터 우째 깨끗하이 다 처리하겠노. 부담 가질 필요 엄따. 공짜로 주는 거 아이다. 빌리주는 기다. 신발하고 같이 반납하만 된다.” 단단한 아대를 착용하자 팔목부터 팔꿈치까지 깁스를 한 느낌이었다. 공의 구멍에 손가락을 끼우고 천천히 스텝을 밟았다. 확실히 공이 뻗어 가는 기세가 이전보다 좋았다. 10번 핀을 향해 스트레이트로 나아가던 공이 핀 스폿 앞에서 갑자기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1번 헤드 핀을 정확하게 때렸다. 헤드 핀이 넘어지면서 킹 핀을 때렸고, 또 킹 핀이 주변의 핀들을 쓰러뜨렸다. 스트라이크였다. “브라보! 내가 말 안 하더나. 아대 끼면 힘을 팍 받아 갖고 점수가 더 나올 끼라고. 이야, 핀 캐리 직이네. 일단 공을 쌔리삤다 카만 저런 반발력으로 핀 캐리가 나와 줘야 속이 씨원해진다 카이. 아대가 완전 임자 만났는 갑다.” 형식은 박수를 쳐 가면서까지 너스레를 떨었다. 스트라이크를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손끝에 얼얼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이상한 희열을 불러일으켰다. 공에 맞은 핀이 튀어 오르는 순간, 핀과 핀끼리 부딪치며 내는 소리의 경쾌함이 내 몸마저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쓰러진 핀들이 쓸려져 나가고 새로운 열 개의 핀으로 리셋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얼얼한 손끝과 팔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아대를 어루만졌다.  볼링핀 간 중심에서 중심 사이의 거리는 30.48㎝이다. 각각 떨어져 있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서 있는 것은 아니다. 무너지는 순간에는 서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도망가려 해 봤자, 강한 힘이 덮쳐 버리면 결국 한꺼번에 무너지게 마련이다.  반환구가 방금 전 내가 던졌던 10파운드짜리 남색 공을 뱉어 냈다. 오일이 표면 곳곳에 묻은 공을 헝겊으로 닦으며 오빠를 생각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힘껏 굴려도 결국 같은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이 볼링공처럼 매일 새벽 수백 상자의 막걸리를 싣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도시까지 가 닿았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삶이 이제야 묵직하게 다가왔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무거운 볼링공을 던지며 그가 얻어 내고 싶었던 보너스는 무엇인지 나는 계속 외면하려 들었다. 그가 죽고 나서야 그것을 더 고통스럽게 들여다보게 된 것은 아마 그 대가일 것이다.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벤치에 앉은 형식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희뿌옇게 펼쳐진 눈앞에는 다시 제자리를 찾은 열 개의 볼링핀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서 있었다. 넘어진 핀이든 남은 핀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쓸려 나가고, 새로운 프레임이 시작된다.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임의 법칙이었다. 나는 보너스 프레임에 선 기분으로 허벅지에 힘을 준 채 볼링공에 세 손가락을 끼우고 어프로치 라인에 섰다.
  • 8월의 브라질, 지금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8월의 브라질, 지금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훈련하세요?”(기자) “음, 몇 시간이라기보다는 그냥 하루 종일 운동해요.”(양궁 선수 강채영) 지난 22일, 대부분의 사람은 지인들과 회포를 풀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기지만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는 다른 달력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흥청거리는 연말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으로 227일’이라고 적힌 전광판이 크리스마스트리 대신 번쩍이고 있었고,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캐럴을 대체했다. ‘한계를 넘어 리우로’라고 적힌 플래카드에서는 연말 분위기는 고사하고 묘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태릉선수촌에 연말연시란 없었다. 그들의 달력은 올해 8월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힘든 훈련에 숨을 헐떡이다가도 ‘만약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는 듯이 활짝 웃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태릉의 새벽, 그곳엔 열정이 있다 오전 6시. 아직 사방이 어둑어둑한 시간이지만 태릉선수촌은 시끌벅적했다. 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유도, 양궁, 펜싱, 체조, 역도 국가대표 선수 150여명이 내는 기합 소리와 운동장 스피커에서 ‘노동요’처럼 흘러나오는 최신 가요가 뒤범벅돼 태릉선수촌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하의 날씨지만 선수들은 늘 해 왔던 일이기 때문인지 능숙한 몸동작으로 순식간에 체조를 끝마쳤다. 이후 곧바로 조깅이 시작됐다. 두꺼운 점퍼와 모자·장갑으로 중무장했지만 선수들의 입에서는 허연 입김이 계속 나왔다. 운동장 5바퀴를 돈 것으로 조깅을 끝마친 남자 펜싱 플뢰레의 손영기(31·대전도시공사)에게 힘들지는 않냐고 슬쩍 물어보니 “바닥이 얼어서 오늘은 그나마 조금 뛴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깅 정도로는 힘든 기색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엄청난 훈련량을 견뎌 온 ‘내공’이 느껴졌다. 조깅을 마친 뒤 선수들이 급히 어디론가 향하기에 식사를 하는가 싶었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웨이트트레이닝 장비가 있는 ‘월계관’이었다. 훈련장에 들어서자마자 남자 유도 선수들이 웃통을 벗어젖힌 채 동료를 어깨에 얹고 훈련장을 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건장한 선수일지라도 한 바퀴만 뛰고 나면 이마부터 몸통, 발까지 땀이 안 나는 곳이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인지 처음엔 제대로 붙이던 구호도 나중엔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곁에 있던 서정복 유도대표팀 감독에게 ‘왜 서로를 들쳐업고 뛰느냐’고 묻자 “메치기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과 비슷한 체중의 선수를 들고 뛰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체력과 지구력을 기르는 동시에 한판승을 위한 체중 감각도 함께 연마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 유도 선수들도 ‘20년의 한’을 풀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여자 유도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조민선이 66㎏급 금메달을 딴 이후 ‘노골드’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자 유도팀을 맡고 있는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코치는 더욱 혹독하게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스트레칭을 하는 도중 선수들의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곧바로 “자세!”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여자 선수들은 이날 남자 선수들도 타기 힘들다는 외줄로프를 타기도 했다. 이 코치가 “세 번만 타자”고 소리를 지르자 선수들은 능숙하게 10m 높이의 외줄에 올라갔다. 이렇게 1시간가량 운동하면 새벽훈련이 마무리된다. 오전 7~8시쯤부터는 조식과 세면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전훈련(오전 9시 30분~낮 12시), 오후훈련(오후 2시 30분~5시 30분), 야간훈련(오후 7시 30분~9시)까지 마쳐야 하루가 끝난다. 식사·세면·수면을 빼고는 몽땅 운동에 투자하는 일정이다. ●훈련의 연속, 힘들지만 행복하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극한 훈련을 계속하다 보니 선수들 몸 곳곳에는 영광의 상처들이 가득했다. 펜싱 사브르의 ‘맏형’ 김정환(33·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오른손과 왼손의 크기가 확연히 다르다. 10년 넘게 하루 7~8시간씩 펜싱검을 잡고 운동하다 보니 오른손 인대가 파열되고 붓는 일이 빈번했다. 이것이 반복되니 나중에는 부기가 안 빠져 오른손이 육안으로 판단하기에도 왼손의 1.2~1.3배는 돼 보였다. 게다가 손의 신경들이 많이 끊겨서 피부 감각도 둔감해진 상태다. 김정환은 “오른쪽 손은 항상 마취 주사를 맞은 것 같은 상태여서 꼬집어도 (왼손에 비해) 40% 정도밖에 아픔을 못 느낀다”며 “오른손의 경우 특정 각도로는 쟁반이나 무거운 책을 잡지 못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펜싱검을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악력) 강도는 충분히 돼서 문제가 없지만 일종의 직업병을 겪고 있는 중이다. 오죽하면 선수들 사이에 국가대표팀 하다가 국가유공자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유도 선수들의 귀는 이른바 ‘만두귀’로 변해 있었다. 의학용어로 ‘이개혈종’(耳介血腫)이라고 불리는 만두귀는 훈련 도중 상대방이랑 부딪치고 도복에 쓸리면서 실핏줄이 터지는 일이 반복돼 귀가 울퉁불퉁하게 부푼 것을 말한다. 체육계에서는 이런 모습이 만두와 비슷하게 생겼다며 ‘만두귀’로 부르고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유도 선수들도 대부분 만두귀를 가지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열심히 훈련하다가 생긴 것일 뿐”이라며 고된 훈련의 ‘훈장’처럼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2012 런던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양궁의 기보배(28·광주시청)도 하루에 많게는 400~500번 활시위를 당기다 보니 손이 성할 날이 없다. 아무리 핸드크림을 발라도 활을 쏠 때 주로 사용하는 검지·중지·약지에는 단단한 굳은살이 박여 있다. 주위에서는 ‘손이 그래서 어쩌냐‘고 걱정이지만 정작 기보배는 “굳은살이야 다른 선수들도 다 가지고 있다. 오히려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힘들지만 우리에겐 목표가 있다 반복되는 훈련에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선수들은 힘들긴 하다면서도 올림픽을 생각하면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 유도 ‘20년의 한’을 풀겠다고 나선 57㎏급의 김잔디(25·양주시청)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계훈련을 어떻게 견뎌 내는가에 따라 내년 리우올림픽에서의 메달 색깔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며 “목표는 금메달로 정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에겐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기대를 한몸에 받은 채 2012 런던올림픽에 나섰지만 16강전에서 허무하게 탈락해 눈물을 삼켜야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부담감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부담감이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면서도 “부담감도 그만큼 관심을 받아서이기 때문에 ‘기분 좋은 부담감’이라고 여기며 훈련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일본의 귀화 제의를 뿌리치고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2년 전 한국에 온 재일교포 3세 안창림(22·남자 유도 72㎏급)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훈련은 항상 힘들지만 이것을 견디고 시합에서 1등 하는 상상을 하면서 운동하고 있다”며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서 뛰는 것은 나의 꿈이었기 때문에 마무리를 잘해 꼭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33세로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 중인 김정환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대표팀 인생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로 훈련을 하고 있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상대 선수가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후회 없이 멋있게 시합을 마무리 짓고 싶다”고 말했다. ●상대 선수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 ‘차세대 여성 신궁’ 강채영(20·경희대)은 2016년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올림픽에 출전해 (기)보배 언니처럼 2관왕을 하고 싶다. 남보다 한 발을 더 쏘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이 끝난 뒤에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날 선수들에게 올림픽 메달에 자신이 있냐는 우문(愚問)을 건네면 그들에게선 “우리는 외국 선수보다 훈련량이 많다”는 현답(賢答)이 돌아오곤 했다. 깨어 있는 내내 계속해 훈련을 반복하는 그들이기에 스스로가 가장 많이 훈련한다고 설명하더라도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정해 준다’는 말이 있지만 태릉선수촌 선수들의 훈련량을 보면 하늘을 감동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느껴졌다. ‘월계관’에서의 힘든 훈련을 마친 뒤 리우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준비하고,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숙소로 돌아가던 남자 유도 81㎏급 왕기춘(28·양주시청)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깜짝영상] 美 대형 쇼핑몰서 호버보드 폭발

    [깜짝영상] 美 대형 쇼핑몰서 호버보드 폭발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험블 디어브룩 쇼핑몰에서 호버보드가 폭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에는 수백 명의 쇼핑객이 있는 쇼핑몰 넓은 복도 가운데에 위치한 대형 화분 옆에서 불이 붙어 타고 있는 호버보드 상자의 모습이 보인다. 잠시 뒤, 한 파란색 점퍼 차림의 보안직원이 소화기를 들고 나타나 화염이 인 상자를 향해 분사한다. 쇼핑몰 내부는 소화기 분말로 인해 금세 뿌옇게 변한다. 이 영상은 당시 쇼핑몰에 있던 한 고객에 의해 촬영돼 트위터에 공유됐으며 진열대 위에 있던 호버보드 상자에서 처음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도 호버보드 폭발로 주택 전체가 화재로 소실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호버보드에 사용된 저가의 위조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영상= ViRdeTOo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최성 경기 고양시장

    [자치단체장 25시] 최성 경기 고양시장

    지난 15일 오전 7시 30분 녹색 소형차가 경기 고양시청 현관 앞에 정차하자 주황색 점퍼를 입은 최성 고양시장이 내린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지만, 얼굴은 붓고 눈은 충혈된 모습이다. 최 시장은 종종 일감 보따리를 싸들고 귀가해 새벽녘까지 살펴본다. 간밤에도 그랬나 보다. 최 시장이 6년 전 취임 이후 줄곧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현장에서 시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겸손한 공복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모두가 ‘쇼’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17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금배지를 달지 않고 카니발 중고 승합차를 타고 다녔다. 고려대 정외과 출신인 최 시장은 같은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해 ‘햇볕정책’ 입안에 기여했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준비접촉 대표단 일원으로 활동한 외교·안보 전문가다. 고양 덕양을에서 출마해 17대 초선의원이 된 그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이자 국회 남북교류협력의원모임 대표로 활동했다. 그 경험들을 살려 고양시를 평화통일 경제특구로 추진하거나, 제5 유엔사무국 유치 등을 위해 노력한다. 그는 “45억 인구가 사는 아시아에 유엔사무국이 없어선 안 된다”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에 한국(고양)에 유치되기를 갈망한다”고 했다. 집무실에선 언론 보도 내용과 주요 행사 일정 등이 담긴 동향 보고서를 살펴본다. 집무실과 문 하나를 사이에 둔 타운미팅룸에 정책기획과 팀장들과 팀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시장의 두뇌이자 손발들이다. 오늘의 주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민자)구간 통행료 인하를 위한 추가 대응 방안’이다. 최 시장은 “북부구간 통행료가 남부보다 턱없이 비싼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서울고속도로를 상대로 고리 사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으로 일반 고속도로처럼 정부가 직영(재정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양시만의 독특한 인사혁신시스템인 ‘희망보직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시작됐다. 고양시는 지난 3일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열린 ‘정부 인사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경력정보관리를 통한 고양형 희망보직 시스템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날 회의는 ‘지방자치단체 인사·조직담당 연찬회 우수사례 발표’를 앞두고 사전 점검하는 자리였다. ‘좀 쉬는가’ 싶었으나 곧바로 장소만 바꿔 매주 열리는 간부회의가 시작됐다. 새해 주요 업무 추진 방향과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가용 재원은 줄어든 반면 복지 확대에 대한 지방비 의무 분담(1756억원)은 많이 늘어나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의가 끝나자 최 시장은 인접한 고양소방서로 줄달음쳤다. 박종행 서장 등이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연말을 맞아 소방관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 서장이 “명지병원에 전문의사를 지정해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 등을 펼친 결과 심정지 의심 환자의 소생률이 6%에서 19%로 3배 높아졌다”는 등의 성과를 소개했다. 아이디어가 많은 최 시장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최 시장은 “고양문화재단 및 고양시자원봉사센터 등과 자매 결연을 하고 상호 협조하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이후 박 서장이 청사 후면으로 안내하며 소방서 증축을 위해 시유지 사용 승인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끝내 즉답을 피했다. 최 시장은 “시 재산을 어떻게 그리 쉽게 줄 수 있겠느냐”고 했고, 박 서장은 “시민들께 돈은 못 드리지만 대신 안전을 드리겠다”고 응답하자 모두 화통하게 웃었다. 다음 행선지는 폐쇄회로(CC)TV통합관제센터. 방범·교통·재난안전·불법 주정차·쓰레기 무단투기·산불·배수지·문화재 감시용 등 각종 CCTV 3600여대를 모니터로 통합 관리하는 곳이다. “외벽에 무엇을 하는 곳인지 표식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더니, 1층에서 4층까지 창고·회의실·숙직실 등 문이 잠긴 모든 곳을 열어 보며 공간 구조 개편을 당부했다.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여성 관제요원들에게는 일일이 명함을 건네며 “이메일로 애로사항을 말해 달라”고 했다. 시곗바늘은 어느덧 낮 12시를 훌쩍 넘겼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줄 알았으나 갑작스레 유치원 앞에 자동차정비공장이 들어선 삼송지구 인접 신원마을을 찾았다.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졌다. 최 시장은 정비공장 옥상까지 모두 둘러보고서 “아무 피해가 없다고만 말하지 말고 저감시설은 어떻게 설치했는지 등 정확한 논리를 갖고 주민들을 설득하라”고 박찬옥 도시주택국장에게 당부했다. 점심은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설렁탕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랜 그는 숟가락을 놓자마자 일산서구 법곳동 제설자재창고로 달려갔다. 아직 큰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창고에 가득 쌓인 제설자재와 장비를 둘러본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직선 2㎞ 떨어진 킨텍스 제2전시장 내 ‘평화누리 명품관’을 찾았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생산한 속옷·양말·화장품·구두·의류 등 18개 품목을 백화점보다 70%가량 저렴하게 팔고 있다. 지난 9월 개관했으나 품질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급증,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최 시장은 명품관 관계자들에게 비수기 판매 대책과 함께 사이버쇼핑몰 운영 필요성 등을 당부했다. 지난달 개원한 일산복음요양병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일산3지구 택지개발현장을 불시에 방문했다. 택지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소하천과 도로를 없앤 덕분에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2배 더 지을 수 있게 된 사실이 알려져 인근 하늘마을 주민들이 반발하는 지역이다. 최 시장은 서둘러 현장으로 달려나온 김용섭 도시정비과장에게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특별히 주민 편에 서서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바람은 더 매서워졌다. 고양시내 개인병원 중 가장 큰 규모인 일산복음병원이 지난달 말 개원한 일산복음요양병원은 암 수술을 하고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찾는 곳이다. 최 시장은 두 병원에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안전관리 실태가 적절한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호수겨울꽃빛축제장 점검까지 끝내고 시청으로 돌아오자 벌써 날이 어둑해졌다. 하루 종일 현장을 확인하느라 결재 서류가 잔뜩 밀렸다. “오늘 밤도 편히 잠들긴 힘들게 됐다”고 최 시장은 하소연했다. 그는 “‘집은 직장이 아니다’는 아내의 잔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고 푸념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알림 ‘자치단체장 25시’는 2016년 1월에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 미얀마 난민 “아이들 교육 위해 한국 왔어요”

    미얀마 난민 “아이들 교육 위해 한국 왔어요”

    미얀마와 인접한 태국 북서부에는 9개의 난민캠프가 있다. 이곳에 독재정권의 탄압과 내전을 피해 탈출한 10만명가량의 난민이 산다. 대부분 나뭇잎으로 지은 전통가옥에 사는 등 생활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살던 미얀마인 네 가족 22명이 23일 아침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 앞으로 걸어나왔다. 창 밖은 한겨울 날씨지만 네 가족은 면치마에 반팔 티셔츠의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네 가족은 이날 새벽 태국 수완나품 공항을 출발해 4시간여를 날아 오전 8시 30분 그리던 땅에 착륙했다. 한국이 난민법을 시행한 지 2년 만의 첫 ‘재정착 난민’ 입국이다. 재정착 난민 제도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한국에 정착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난민으로 인정해 받아들이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2년 난민법 개정을 통해 세계에서 29번째로 재정착 난민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가 됐다. 낯선 나라까지 비행기로 이동하느라 피곤해 보였지만 목소리에는 희망이 들어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인 쿠 투(44)는 환영식에서 “난민 캠프에서는 (캠프 밖으로) 왔다 갔다 할 기회도 없이 어렵게 살아왔다. 한국 국민들이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주로 목수일을 하거나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다.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인 쿠 투는 1993년 내전에 따른 징집을 피해 태국 메라 난민 캠프에 들어갔다. 처음엔 아내, 큰딸과 함께 들어갔지만 지금은 여섯 살 된 아들까지 8명의 대가족을 이뤘다. 그러나 하루 일당이 한국 돈 6000원에 불과한 캠프에서는 생계를 잇기가 힘들었다. 그의 오른쪽 의족은 돈을 벌기 위해 캠프 외부의 벌목공장에서 불법 취직하고 일하다가 다친 결과다. 네 가족은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공항을 나섰다. 이들은 인천난민센터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앞으로 정착할 곳을 결정하게 된다. 아이들은 내년 3월부터 공립다문화학교인 한누리학교를 다니게 된다. 국내에는 경기도 포천 등에 카렌족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이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데는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 문제가 가장 컸다. 법무부 난민과 정금심 계장은 “온순한 성품의 카렌족 가족들은 아이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겠다는 열망이 높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8월 UNHCR에서 후보군을 추천받아 신원 조회 등을 거쳐 직접 현지 면접을 진행했다. 일곱 가족 38명에 대한 면접을 통해 네 가족이 최종 선정됐다. 정 계장은 “면접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아이들이 춤을 추기도 했다”며 “한류가 난민캠프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2017년까지 매년 30명 이내로 미얀마 출신의 재정착 난민을 선정할 예정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내년 서울시예산 27조5037억 확정

    내년 서울시예산 27조5037억 확정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신언근 위원장, 새정치연합, 관악4)는 12월 2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출한 ‘2016년도 서울특별시 예산안’과 ‘2016년도 서울특별시 기금운용계획안’을 의결했다. 서울시가 지난 11월 10일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은 금년도보다 3.9%, 1조 415억원이 증액된 27조 4,531억원을 편성하여 제출된 것으로써 복지혁신·민생경제·도시재생 등 시민생활에 힘이 되는“민생활력 예산”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예산은 당초보다 506억원 증액된 27조 5,037억원을 의결한 것으로 예결특위는 내년도에 실제 집행가능한 예산보다 과다하게 편성된 ▲시민생활사 박물관(32억원) 중 20억원을 감액하였고, ▲월드컵대교 건설(350억원) 중 80억원을 삭감하였으며, ▲택시감차보상 지원(65억원) 중 52억원을 감액조정하였다. 또한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수상레포츠 통합센터 조성(50억원) 중 20억원을 삭감하고, 하천점용허가 등 사전절차가 미흡한 ▲이천권역 자연성회복(35억원) 중 25억원을 감액하였으며, 매년 집행실적이 부진한 ▲그린카 보급(164억원), ▲천연가스 자동차보급(101억원)에서 각각 10억 6,800만원, 40억 3,800만원 감액 조정하였다. 주요 증액사업의 경우, ▲보육돌봄서비스(보육도우미) 26억원을 증액함으로써 기존 지원시간(6시간)을 유지하면서 전체 어린이집 보육도우미의 인건비를 지원하여 보육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조정하고, ▲현장활동 소방대원 방한점퍼 보강에 19억원을 증액함으로써 소방대원(4,667명)의 동절기 근무환경을 제고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전통시장 공동배송서비스 운영 2억 8,600만원을 증액함으로써 전통시장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조정하였다. 또한 ▲중소기업 단체 협력강화에 당초보다 10억원을 증액함으로써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상생협력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추진 15억원을 증액함으로써 소상공인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으로 골목상권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서울 청년활동 보장사업(90억원)은 사업의 실효성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 높은 청년실업률하에서 마중물로써 선제적 투자를 위하여 당초 제출한 원안을 의결하였고, 서울형 뉴딜일자리사업(251억원)은 공공일자리 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위하여 당초 제출한 원안을 의결한 것으로 전하여진다. 신언근 예결위원장은 서울시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정부보다 경제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전망하여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으나, 내년도에 대외적인 환경으로 세입예산이 불확실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영유아보육료․기초연금 등 정부주도 복지정책의 증가로 인한 대응 지방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중 불요불급한 예산을 감액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보편적 복지를 확충해야할 것이며,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활성화 부문에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관련예산을 조정한 것이라고 예산심사의 소회를 전하였다. 시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예산심사에 앞서 신언근 예결위원장이 ▲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여 재정위기가 미래에 전가되지 않을 것, ▲ 보편적 복지, 민생복지를 지향할 것, ▲ 예산편성의 요건과 기준에 맞을 것, ▲ 예산편성전 관련 조례제정, 투심 및 공심 등의 사전절차 이행 등의 예산심사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내년도 예산심사를 위하여 역대 예결특위 최초로 예산중심의 업무보고를 진행함으로써 동료 예결위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쇼핑몰서 추락하는 아이 받아낸 영웅男

    쇼핑몰서 추락하는 아이 받아낸 영웅男

    남성의 용감한 행동에 구사일생하는 아이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다. 최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는 지난달 15일 중동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층간으로 추락하는 아이를 받아내 목숨을 살리는 청년의 모습이 포착돼 있다. CCTV 영상에는 손에 과자 봉지를 든 채 계단 옆 통행로를 지나는 한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청년은 위층의 무언가를 주시하며 손에 쥔 과자를 입에 넣으며 지나치려는 순간, 재빠르게 양손을 뻗어 계단 난간 쪽으로 이동한다. 곧이어 위층에서 파란색 점퍼를 입은 아이가 추락한다. 청년은 양팔과 몸을 이용해 떨어지는 아이를 받아낸다. 충격으로 인해 아이가 바닥으로 살며시 떨어지자 청년은 아이가 괜찮은지 살핀다. 청년의 용감한 행동이 위기에 처한 아이를 구한 것이다. 한편 이 영상이 어디서 촬영됐으며 추락한 아이의 부상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영상= LiveLeak Channel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짜릿한 스피드 즐기려다 ‘악’, 스키장 사고 예방법과 주의사항

    짜릿한 스피드 즐기려다 ‘악’, 스키장 사고 예방법과 주의사항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바람은 몸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오히려 이런 추위와 날리는 눈발이 반가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스키장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사고와 부상 방지를 위한 안전 수칙이 그것이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시원한 활공과 빠른 스피드로 짜릿한 쾌감을 안겨주지만, 그만큼 부상위험도 높은 스포츠 중 하나이다. 스키장 내 안전사고의 경우 빠른 스피드로 인해 다른 사람이나 스키장 내 시설물과 충돌하는 경우뿐 아니라 혼자 넘어졌을 때도 발목, 골반, 무릎 등에 심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2010년 이후 발생한 스키장 관련 위해정보 천백 여 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해 사고 중 스키와 스노보드 모두 신체 일부 파열과 골절이 각각 37%와 41%로 가장 많았다. 특히 스노보드는 사고가 났을 때 뇌진탕이나 뇌출혈이 일어날 비율이 사고 10건당 1건 꼴로 스키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송도 정형외과 플러스병원 유동석 원장은 “겨울철에는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하체 근육이 감소하기 때문에 갑자기 스키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할 경우 작은 사고에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스키어와 스노보더처럼 손발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낙상사고나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발목관절, 골반 틀어짐, 무릎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넘어지는 사고와 충돌이 자주 발생하는 스키장에서는 발목과 무릎 부상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스키를 타다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경우 전방십자인대 파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발목이 고정된 상태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면 자연스레 무릎이 구부러지게 되는데, 이 상태로 몸이 전진하면서 무릎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될 수 있다. 또한 양 발목이 일직선상에 고정돼 있는 스노보드는 수직 낙상의 위험이 더욱 높은 만큼 척추 및 골반 부상도 조심해야 한다. 고공 점프 등 고난이도 기술을 즐기는 젊은층의 경우 척추 부상과 무릎 골절을 동반하는 ‘점퍼(Jumper) 골절’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점퍼골절의 경우 심한 경우 신경손상까지 이어져 하반신 마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실력에 맞는 보딩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유 원장은 “겨울철에는 낮은 기온으로 신체활동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통증 민감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스키장에서 넘어지거나 충돌 후 느껴지는 각종 통증을 단순 근육통으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 자칫 치료시기를 놓쳐 더 큰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통증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즉시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스키장에서의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하고, 운동 전 안전하게 넘어지는 방법 등 스키장 내 안전수칙을 익혀 부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충분한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으로 체온을 높이고, 관절의 운동범위를 넓히는 것도 부상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편 송도 정형외과 플러스병원에서는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직접 진료하는 척추/관절센터를 통해 염좌, 골절 등 스포츠 활동으로 인한 각종 부상을 체계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또한 별도의 운동 및 재활 클리닉을 통해 빠른 회복과 재발방지를 돕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야스쿠니 보복”… 韓총영사관에 ‘배설물’ 투척

    “야스쿠니 보복”… 韓총영사관에 ‘배설물’ 투척

    일본 야스쿠니 신사 폭발음 사건 용의자로 한국인이 체포된 가운데 요코하마 한국총영사관에 배설물을 넣은 상자 투척 사건이 발생해 양국 외교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외교 당국은 사건 자체보다도 여파와 모방 사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조금씩 풀려가고 있던 양국 관계가 이번 두 사건으로 서로 국민 감정을 자극하며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3일 요코하마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이 상자는 접이 우산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겉면에 ‘야스쿠니 폭파에 대한 보복’이라는 문구가 혐한 단체인 ‘재일(在日)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 명의로 적혀 있었다. 건조 상태의 배설물이 사람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는 확인 중이다. 일본 경찰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해 분석에 착수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총영사관 CCTV에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의 모습이 찍혔다”며 “뒷모습과 점퍼를 입은 옷차림, 가방 정도가 식별 가능한 영상”이라고 말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는 “개선 흐름을 타던 한·일 관계에 악영향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대다수의 양측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을 기대하지만 악순환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내 혐한 세력과 극단적인 국수주의 세력들이 이를 빌미로 혐한 시위와 반한 감정을 선동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두 나라 누리꾼들에 의한 ‘확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에는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결정들이 예정돼 있어, 외교 당국은 살얼음판을 걷듯 긴장하고 있다. 양국 역사 갈등의 첨예한 핵심 쟁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15일로 예정돼 있다. 조기 해결 여부를 가르는 최대 고비로, 이번 회의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위안부 문제는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 또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예정된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49)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1심 선고는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 내 혐한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 일본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한국과 일본이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결정적인 계기도 한국 검찰의 가토 지국장에 대한 기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에이핑크 정은지, ‘야상점퍼+앵클부츠’시크한 공항패션

    에이핑크 정은지, ‘야상점퍼+앵클부츠’시크한 공항패션

    응답하라 첫 번째 시리즈 ‘응답하라 1997’의 여주인공 에이핑크 정은지가 트렌디하면서도 슬림해보이는 공항패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8일 오전, 정은지는 일본에서 진행되는 공연 참석 차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날 그녀는 선글라스로도 가려지지 않는 빛나는 외모와 세련된 공항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카키 항공 점퍼에 블랙 니트와 스키니진을 매치하고, 여기에 블랙 앵클부츠로 마무리해 보온성은 물론 스타일리시함까지 갖춘 겨울 공항패션의 정석을 선보였다. 특히 대표적인 슬림 컬러 ‘블랙’과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앵클부츠’, 그리고 부츠와 하의 컬러를 통일해 다리가 더욱 길고 곧게 보이는 스타일링으로 시크함은 물론 허리부터 발끝까지 매끈한 라인이 돋보인다. 한편, 에이핑크는 2016년 1월 5일부터 9일까지 첫 북미투어 ‘핑크 메모리: 에이핑크 노스 아메리칸 투어 2016(PINK MEMORY: APINK NORTH AMERIKAN TOUR 2016)’를 통해 총 4개 도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베이징대 도서관의 열기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드넓은 중국 땅에서 한국인 대학생 두 명을 만났습니다. 지난 9일 중국 출장 도중 짬이 나 베이징대 구경을 갔습니다. 칭화대 콘퍼런스 홀에서 취재하던 중 ‘육교 하나만 건너면 베이징대’라는 말을 듣고 같이 출장 온 타사 기자를 꼬드겨 대학으로 향했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추위를 뚫고 육교 위를 걸어가다 베이징대 점퍼를 입은 학생과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 걸어가는 학생을 봤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가는 모습이 재밌어 타사 기자에게 “중국 학생들은 발에 열이 많은가 봐”하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 순간 두 학생이 익숙한 한국어로 이야길 나누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습니다. “혹시 한국 학생들인가요?” 깜짝 놀란 두 대학생. 가톨릭대 국제학부 4학년 서성용씨와 3학년 이건희씨였습니다. 둘은 학부에서 진행한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4개월 전 이곳에 왔습니다. 두 학생이 아니었다면 베이징대에 들어가지도 못할 뻔했습니다. 아무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베이징대는 공안(경찰)이 학생증을 일일이 검사합니다. 학생이 아니면 방문증이 있어야 합니다. 도서관에 갔습니다. 수재들 중의 수재만 입학하는 까닭에 베이징대 도서관 앞에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인파로 북적거립니다. 자기 자녀가 베이징대에 들어오길 바라는 중국 부모들의 마음이지요. 유명한 관광코스 중 하나라고 서씨가 설명합니다. 두 학생의 도움으로 도서관 안에까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출입구를 지나 조금 들어가니 책을 펼쳐놓은 모습의 조형물이 벽에 붙어 있는 1층 홀이 나옵니다. 조형물 하단엔 베이징대 설립연도인 ‘1898’이란 숫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습니다. 도서관은 홀을 중심으로 ‘□’자 형태의 3층 건물입니다. 2층 복도에서는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각 층 계단과 복도에 책상이 놓여 있는데, 각 층의 책상에선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도서관은 흔히 ‘대학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대학의 면학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내로라 하는 수재 수백명이 집중하고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잠깐의 방문이었지만, 베이징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을 나와 두 학생과 대학 내 커피숍 ‘파라다이스’에 들렀습니다. 그들에게 베이징대 학생들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서씨는 “베이징대 학생들은 단순히 취업을 위한 공부는 하지 않는다”며 “이런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한국과 달리 세계로 나가 뭘 하겠다는 뜻이 확고한데, 그게 가장 부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학생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 시리즈를 취재하며 학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들의 고민은 대부분 취업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우리 대학들 역시 취업이 잘되는 학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우리 대학이 너무 눈앞만 내다보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베이징대 도서관의 열기로 머릿속이 뜨거웠습니다. 콘퍼런스 홀로 돌아가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gjkim@seoul.co.kr
  • 간절함이 이룬 ‘수원 더비’의 꿈

    간절함이 이룬 ‘수원 더비’의 꿈

    내년에 출범 33주년을 맞는 프로축구 K리그에 처음으로 더비(지역 라이벌전)가 등장한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3위로 승강 플레이오프(PO)에 나섰던 수원 FC는 지난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클래식(1부리그) 11위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PO 2차전 후반 35분 임성택과 추가시간 자파의 연속 득점을 엮어 2-0으로 이겨 1, 2차전 합계 3-0으로 내년 시즌 클래식 무대를 누비게 됐다. 2003년 3부리그 격인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로 출범해 2013년 챌린지로 승격했던 수원 FC는 다시 3년 만에 1부리그로 승격, 수원 삼성과 더비를 벌이게 됐다. K리그에서는 수원 삼성-FC서울이 대표적 라이벌전으로 꼽히지만 지역 라이벌전은 아니다. 내셔널리그에서 챌린지를 거쳐 클래식까지 세 리그를 경험하는 클래식 구단도 수원 FC가 처음이다. 수원 FC는 클래식 입성으로 정규리그 종료 뒤 K리그 타이틀 후원사와 공식 후원사의 광고사용료(A보드 등)로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배분받는 1억 2500만원이 3억 125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늘게 되고 관중 동원 등에도 탄력을 받게 된다. 대우 로얄즈 시절 K리그를 네 차례나 제패했던 전통의 명가 부산은 이날 구단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업 구단 최초로 2부리그로 강등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슈틸리케호 황태자’ 이정협이 결장한 공백을 이겨 내지 못했다. 홈 팬들은 경기 뒤 구단 버스를 에워싼 채 선수단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조덕제 수원 감독은 이날도 두 달 전 50회 생일 날 코칭스태프로부터 선물받은 얇은 점퍼를 걸치고 경기를 지휘했다. 첫눈에 봐도 추위를 견딜 만한 옷차림이 아니었다. 조 감독은 “이 점퍼를 입고 치른 뒤부터 한 차례도 지지 않아 오늘도 입었다. 이길 수만 있다면 내복만 걸치고라도 나섰을 것”이라면서 “어려운 경기를 치르느라 체력이 바닥났을 텐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K리그는 물론 챌린지에서도 감독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해고하는 풍토에서 3년 동안 지휘봉을 잡을 수 있도록 참을성을 발휘한 구단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선수 절반가량이 임대한 팀들에 돌아가거나 상주에 입대하기 때문에 내년 시즌은 완전히 다른 선수단을 구성해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당장 내일부터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서강준, ‘만찢남’ 외모와 기럭지로 시선 강탈

    서강준, ‘만찢남’ 외모와 기럭지로 시선 강탈

    ‘만찢남’ 배우 서강준의 공항패션이 화제다. 지난 1일 홍콩에서 열리는 ‘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2015 MAMA)’ 참석차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홍콩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날 서강준은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외모와 기럭지를 뽐내며 겨울 패션의 정석을 선보였다. 캐주얼 한 스타일의 서강준은 라이트 그레이 컬러의 다운점퍼와 함께 진을 매치해 포근하면서 심플한 공항패션을 연출했다. 아우터 만으로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한 서강준의 패딩은 이태리 프리미엄 아우터 브랜드 ‘몬테꼬레(MONTECORE)’ 제품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강준은 내년 1월에 방영을 앞둔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에서 ‘백인호’ 역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블프 성적표, 모바일이 오프라인 울렸다

    美 블프 성적표, 모바일이 오프라인 울렸다

    미국의 연말 소비 성수기를 알리는 추수감사절(26일)과 블랙프라이데이(27일) 이틀간 20조원 어치의 물건이 팔렸다. 아마존을 포함한 온라인 상점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증가했으나 오프라인 상점은 매출이 소폭 줄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손님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국 유통업체들이 준비한 ‘K세일 데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많은 실적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29일 리서치 업체 자료를 인용해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난 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표정이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100대 미국 유통업체의 온라인 거래를 분석한 어도비 디지털 지수(ADI)에 따르면 지난 26~27일(현지시간) 이틀간 온라인 상점 매출은 44억 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8% 증가했다. 어도비가 4500개 온라인몰 웹사이트를 방문한 1억 8000만명의 방문자를 분석해보니 이 중 60%가량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을 통해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팔,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 전자지갑이 발달하면서 모바일 상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에서 제일 잘 팔린 제품은 삼성전자의 고화질 TV,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애플의 아이패드 에어2 등 전자제품이었다. 레고 디멘션즈, 바비 드림하우스 등 장난감이 뒤를 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온라인에서 평균 162달러를 썼다. 지난해보다 5% 많은 숫자다. 반면 오프라인 상점은 울상을 지었다. 리서치업체 쇼퍼트랙은 지난 27, 28일 이틀간 미국 오프라인 상점이 121억 달러(약 1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122억 9000만 달러)보다 1.5% 줄어든 수치다. 리테일넥스트는 이틀간 오프라인 매장의 손님 수가 지난해보다 1.5% 감소하고, 1인당 구매금액은 1.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블랙프라이데이에 재미를 보지 못한 원인은 연말 세일 개시가 핼러윈(10월 31일)무렵으로 앞당겨지면서 구매가 분산된 탓이 크다. 일부 소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의 질에 불만을 터뜨렸다. 어도비에 따르면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평균 할인율은 26% 수준이었다.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옷, 신발 일부 상품에 30%의 할인율을 적용했으며 사이버먼데이 행사에 들어간 29일부터는 할인율을 20%로 낮췄다. ‘득템’을 기대했던 국내 해외직구족의 불만도 커졌다. 주부 이지선(34)씨는 “제이크루와 폴로, 갭 등을 통해 매년 아이의 패딩점퍼를 구매했는데 해가 지날수록 오리털 양이 눈에 띄게 줄고 디자인도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맞불 세일을 펼친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껑충 뛴 매출에 웃음꽃을 피웠다. 프리미엄 패딩과 외투를 최대 70% 싸게 판매한 롯데백화점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지난 27, 28일 이틀간 매출이 지난해보다 23.5% 늘었다. 아웃도어 상품 매출은 79.5%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매출이 20.6%와 23.8% 증가했다. 이마트도 지난해보다 9.4% 증가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美 블프 오프라인 울린 모바일

    美 블프 오프라인 울린 모바일

    미국의 연말 소비 성수기를 알리는 추수감사절(26일)과 블랙프라이데이(27일)이틀간 20조원 어치의 물건이 팔렸다. 아마존을 포함한 온라인 상점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증가했으나 오프라인 상점은 매출이 소폭 줄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손님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국 유통업체들이 준비한 ‘K세일 데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많은 실적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29일 리서치 업체 자료를 인용해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난 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표정이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100대 미국 유통업체의 온라인 거래를 분석한 어도비 디지털 지수(ADI)에 따르면 지난 26~27일(현지시간) 이틀간 온라인 상점 매출은 44억 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8% 증가했다. 어도비가 4500개 온라인몰 웹사이트를 방문한 1억 8000만명의 방문자를 분석해보니 이 중 60%가량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을 통해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팔,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 전자지갑이 발달하면서 모바일 상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에서 제일 잘 팔린 제품은 삼성전자의 고화질 TV,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애플의 아이패드 에어2 등 전자제품이었다. 레고 디멘션즈, 바비 드림하우스 등 장난감이 뒤를 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온라인에서 평균 162달러를 썼다. 지난해보다 5% 많은 숫자다. 반면 오프라인 상점은 울상을 지었다. 리서치업체 쇼퍼트랙은 지난 27, 28일 이틀간 미국 오프라인 상점이 121억 달러(약 1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122억 9000만 달러)보다 1.5% 줄어든 수치다. 리테일넥스트는 이틀간 오프라인 매장의 손님 수가 지난해보다 1.5% 감소하고, 1인당 구매금액은 1.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블랙프라이데이에 재미를 보지 못한 원인은 연말 세일 개시가 핼러윈(10월 31일)무렵으로 앞당겨지면서 구매가 분산된 탓이 크다. 일부 소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의 질에 불만을 터뜨렸다. 어도비에 따르면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평균 할인율은 26% 수준이었다.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옷, 신발 일부 상품에 30%의 할인율을 적용했으며 사이버먼데이 행사에 들어간 29일부터는 할인율을 20%로 낮췄다. ‘득템’을 기대했던 국내 해외직구족의 불만도 커졌다. 주부 이지선(34)씨는 “제이크루와 폴로, 갭 등을 통해 매년 아이의 패딩점퍼를 구매했는데 해가 지날수록 오리털 양이 눈에 띄게 줄고 디자인도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맞불 세일을 펼친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껑충 뛴 매출에 웃음꽃을 피웠다. 프리미엄 패딩과 외투를 최대 70% 싸게 판매한 롯데백화점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지난 27, 28일 이틀간 매출이 지난해보다 23.5% 늘었다. 아웃도어 상품 매출은 79.5%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매출이 20.6%와 23.8% 증가했다. 이마트도 지난해보다 9.4% 증가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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