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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준비안된 부모가 준비안된 부모 낳는다

    지난주 나는 효과적인 부모 역할 훈련 프로그램(P.E.T.)을 취재하다가 그 자리에서 2개월 짜리 수강증을 끊었다.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얼마전 끝낸 ‘아줌마 내공(內攻)프로그램’부터 짚어가야 한다.내공프로는 ‘아줌마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이숙경씨 등이 “여자들이 모여 자기삶을 성찰하고 거기에서 얻은 힘으로 행복을 찾자”며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내공’과의 만남은 프로그램 개설을 알리는 팩스 한장이 신문사로 날아오면서 시작됐다.‘대체 뭘 한다는거야’머리를 갸웃대며 이숙경씨에게 인터뷰를 청했다.솔직히 말을 들으면서도 뭘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갔다. 다만 당시 ‘헛헛’하고 ‘팍팍’한 내 상황이 내공이란말을 솔깃하게 들리게 했다.만 10년째로 접어든 신문사 생활은 벅찼고,연년생 두 딸들은 약간의 정서불안증까지 보이며 엄마를 ‘고파’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기자도 낄 수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기자가 아니라 아줌마 자격으로”라는 단서로 받아주었다. 프로그램 첫 시간,나 말고 8명의 아줌마가 ‘맹숭맹숭’한 얼굴로 와 있었다.애 낳은지 백일도 안된 30대,사춘기큰아들 때문에 맘고생하는 40대,남편의 바람기가 탈인 아줌마 등등…. 1주일에 한번씩 그림으로 마음 그리기,몸짓으로 감정 보여주기,미래 계획 세우기 등을 하며 그것이 일종의 상담프로란 걸 알았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삶의 흙탕물을 가라앉혔다.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들여다보았다.삶도 들여다보았다.‘아이와 일,무엇도 제대로 못한다’는 자책에 내몰리는 나,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두 딸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우리들의 옛 모습인 마음 속의 덜 자란 ‘아이’도 찾아냈다.생활에 바빴던 부모의 무관심이 사무친 아이,잘난 남매들과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키운 아이,부모님의 불화로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그 ‘아이’들은 아줌마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옭아매며,말썽을 부리며 징징대고 울고 있었다. 초겨울로 향하는 어느날,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한 아파트에 아줌마 아홉이 모였다.팀의 일원이자아파트의 안주인이 졸업식을 겸해 마련한 점심식사였다.아줌마들은 서로 “앞으로 더 잘 살라”며 등을 다독여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준비안된 부모는 또다시 준비안된 부모를낳는다는 것을 알았다.‘부모 훈련'을 통해 그 악순환을 끊고 싶다. 허윤주기자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추억속의 ‘양은 도시락’

    “아이구 김치 냄새,도시락 까먹은 놈 나와.자수안해.모두 책상 위로 기어올라가” 2교시,교실 앞문으로 들어서자 ‘훅’스치는 바람결에 국어 선생님이 냅다 교탁을 대뿌리로 쳐대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허사다.도시락 뚜껑에다 밥을 엎어서 밑에서 표 안나게 파먹고 원상복구해 놔 ‘쿡’눌러 보지 않고서는 범인 색출이 불가능했다. 지난 80년대까지 도시락 대표주자는 양은(洋銀)도시락이었다.재질이 별로여서 뚜껑이 뒤틀려 맞질 않았고 바랜 색깔도 엇비슷해 집안에서도 곧잘 바뀌었다.밑바닥은 송곳으로 쑤신 것처럼 ‘송송’ 올라와 녹이 슬기도 했다.겨울에언 밥을 덥히기 위해 난로에 올려놓은 후유증이었다. 이후 양은 도시락이 스텐리스나 앙증맞은 플래스틱이 등장하면서 박물관으로 밀려났지만 30대이상 세대에는 추억이 솔솔 묻어나는 샘터로 자리매김된다.너댓 놈 도시락 챙겨 주시느라 으레 아침을 걸렀던 어머니의 손길,자취시절김치국물 노이로제,학창시절 우정…. 올해로 교단 38년째인 전남대 인문대 영어영문학과 고지문(高祉文·66·영미소설)교수는 “69년 출강 이후 87년까지 18년동안 도시락 밥을 먹었다”며 “당시 포개진 동그란 도시락에는 1층에 밥을 담고 2층에 김치·달걀말이·콩자반 등 서너가지 반찬을 싸가지고 다녔다”고 기억했다. ‘도시락과 김치국물’은 ‘실과 바늘’처럼 불가분이었다.고무패킹이 든 손바닥만한 반찬통이 나오기 전에는 도시락 왼쪽에 밥을 덜 담고 세로로 뚜껑없는 반찬그릇이 따로 들어갔다.모락모락 김이 나는 도시락을 뚜껑으로 덮어버리니 김치는 밥 열기에 푹 삭으면서 국물 생산을 재촉했다.도시락을 싼 얇은 보자기나 아버지 손수건은 금새 빨갛게 물들었고,진동하는 냄새에 아이들은 아침마다 짜증냈다. 국물이 밥 칸으로 넘어와 한여름이면 쉰밥되기 일쑤였다. 어머니의 후한이 두려워 꾸역구역 해치웠지만 배탈난 적은없었다. 영화 ‘친구’에서 옆구리에 끼고 뛰었던 두줄 달린 ‘크로바·쓰리세븐표’ 책가방.항상 밑바닥 네 귀퉁이는 김치국물에다 잉크물까지 절고 절어 우중충한 땟국물이 짙게배 있었다. 빡빡머리에 교복입고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시절.새벽 밥먹고 자갈 길을 자전거로 통학했던 친구들은 점심때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곤 기겁하곤 했다.혹시나 했지만 또 ‘김치 비빔밤’이었다.시커먼 깡 보리밥이 창피해 도시락 뚜껑을 반만 열고 그냥 밥만 먹었다.김치국물에 절어 두꺼워진 영어 책갈피를 본 선생님이 ‘너 고시공부 하냐’며 핀잔을 주기도 해 귓볼까지 빨개졌던 기억도 아련하다. 학교가 파한 코흘리개들은 죽어라 집으로 달려왔다.집 안팎에 주전부리가 없나 해서다.달릴 때마다 책보나 가방속에서 반찬통이 딸그락거려 오늘날의 ‘호루라기’를 대신하곤 했다. 지난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골은 너무나 가난했다.형제들이 많다 보니 도시락 수도 부족했고 늘상 밥도 아쉬울때 수저를 내려놓아야 했다.그러나 점심때 ‘제사’ 핑계를 대고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친구에게 도시락 뚜껑에다밥 절반을 뚝 잘라내 말없이 내밀만큼 순수했었다.함께 운동장 수돗가로 달려가 냉수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우정을쌓았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연말 동창회가 있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가 그 교실에서 그리운 얼굴을 보고 싶다. 남기창기자 kcnam@
  • 행자부 감사중 향응 논란

    최근 실시된 전북도 정부종합감사시 행정자치부 감사담당 직원 일부가 감사기간에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글이 언론사 등 게시판에 유포되고 있어 관련기관이 대처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남효채(南孝彩) 행자부 복무감사관은 30일 “지난 10월29일부터 11월10일까지 전북도에 대한 종합감사를나간 공무원이 만찬,고스톱 접대,단란주점 향응 등을 제공받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면서 “감사기간에 전 직원이 같은 여관에서 합숙하고 식사도 같이했기 때문에 일부직원의 일탈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감사를 나가면 피감기관으로부터 음료수 등 일체의 편의를 제공받지 않고 있다”면서 “전북부지사와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함께 먹은 적은 있지만 금품이나 향응은 결코 제공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누구보다 청렴해야 할 정부의 감사 담당직원이 사실 여부를 떠나 비리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사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행자부는 조속히 진실을 규명하라”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지난 29일 전북경찰청에,행자부는 28일 경찰청사이버테러 대응센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2001 길섶에서/ 내미는 손

    출근길 광화문 전철역에서 내려 지하통로를 걷노라면 불쑥불쑥 내미는 손들이 있다.광고 전단지,종교신문 등을 권하는 손이다.점심시간에도 회사 건물을 나와 음식점을 향하다 보면 여러 차례 ‘내미는 손’들과 만난다.밤에는 술자리에 찾아와 껌·초콜릿을 팔아달라는 손이 있다. 이쪽 의사와는 상관없이,필요 없는 광고지를 건네는 손은사실 거추장스럽다.걷는 길을 가로막는 손도 적잖아 바쁠 때는 짜증이 난다.막상 받아든 다음에는 버릴 데가 마땅치 않아 사무실까지 들고 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굳이 뿌리치지 못하는 까닭은,그 손이 제 임자와그 가족까지 먹여살릴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손의 임자에겐 전단지를 돌리는 일이 생계수단이요,또 내가 전단지를거절하면 다른 사람이 받을 때까지 그 임자의 ‘퇴근’은 늦어질 것이다. 내미는 손을 붙잡아 주지는 못할망정 뿌리치지는 말자.내밀지도 못하고 꾸물거릴 손이 있음을 생각하면,내미는 손은 그 얼마나 당당한가. 이용원 논설위원
  • 이희호여사 ‘사랑의 친구들’ 후원행사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사랑의 친구들’ 후원회원,바자봉사자,공모사업기관 대표 등 230여명은 30일 낮 이 여사 초청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이웃사랑을 나눴다.이 여사는 98년 창립된 이 단체의 명예총재이다. 이 여사는 이 자리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어려운 아이들과 불우한 이웃을 돌보고 보호하는데 앞장 서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이 여사는 이어 “‘사랑의 친구들’은 매년 바자회를 열어 결식아동과 해체가정과 맞벌이부부 가정의 방치된 아이들을 도와왔다”면서 “지난해부터는 어려운 아이들을먹여주고 가르치는 공부방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한매일 전만길(全萬吉) 사장은 교과서커버 광고수익금 1억원을,레이크사이드CC 윤맹철 대표는 자선골프대회 수익금1억6,230만원을 결식아동돕기 성금으로 각각 전달했다.이중근(李重根) 부영 회장은 공로패를 받았다.광주공부방 연합회 손영희씨 등 2명은 후원 사례를 발표해 뜨거운 박수를받았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워크숍 이모저모/ 全大시기 ‘난상토론’

    민주당은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전국 지구당위원장,당무위원,상임고문단 등 핵심 당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워크숍’을 열어 전당대회 시기와 지도체제 개편 문제 등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워크숍에서는 대선예비주자 진영과 쇄신연대 중도개혁포럼 등 각 정파간,출신지역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워크숍의 절정으로 6시간 이상 계속된 분임토의와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지지하는 대권주자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 주력했다.특히 종합토론에서는 26명이 나서 지지주자들의 논리를 폈으나 허운나(許雲那) 의원이 ‘사이버전당대회’를 건의하는 등 정책대안 제시도 적지 않았다.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 진영은 지방선거 및 대선승리목표를 들며 “전당대회는 지방선거전인 내년 3월쯤 치르되,후보가 총재를 겸직해야 한다”면서 대선 뒤 즉시 총재직 이양을 주장,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입장을 드러냈다.대의원수 증원은 찬성했지만 예비경선제는 반대했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측은 전대시기는 내년 3월쯤을선호한다는입장이었으나,대권·당권 후보를 분리 선출하자고 주장했다.대의원은 2만~3만명 선으로 하되,쇄신파가강력하게 주장한 예비경선제엔 신중했다. 한화갑(韓和甲)·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 진영은 당헌대로 내년 1월에 전대를 개최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지방선거 이후인 내년 7∼8월쯤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2단계 전당대회개최를 주장했다.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과 쇄신파 중 상당수는 ‘예비경선제 도입­총재직 폐지’와 상향식 공천제 조기정착을 통한 당의 획기적인 민주화를 주장했다.하지만 “시기상조이고 지나치게 이상적”이란 ‘수의 벽’에 막혔다. 각 진영의 세싸움을 반영,정대철(鄭大哲) 상임고문이 조장인 분임토의 5조에서는 격렬한 토론 뒤 현안마다 표결로의견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류는 ‘3월 전대-후보·총재(혹은 대표) 동시 선출’이란 이인제 고문측의 주장쪽으로 기우는분위기가 역력했다.한화갑 김근태 고문 등의 주장은 소수론이었다. ■1부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한광옥(韓光玉) 대표 및 조세형(趙世衡) 특별대책위원장의 인사말,당 4역 당무보고 등의 순으로 진행됐고,비공개로 진행된 2부 행사는 단체 점심식사를 포함,12개 조별 분임토의와 종합토론으로 오후늦게까지 계속됐다. 한광옥 대표는 인사말에서 “모든 것을 바꾸고 국민들로부터 새로운 국민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우리의 장래는없다”면서 워크숍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조세형 특대위원장은 전체 행사가 끝난 뒤 정리발언을 통해 “토론의 공통된 테마는 쇄신,단결,희망 세가지였다”면서 “그 뜻을 받들어 책임지고 단일안을 내놓겠다”고다짐했다. 이춘규 김상연 홍원상기자 taein@
  • 전영우·이영표기자 아프간 취재기/ (하)전쟁의 상흔

    *** “장가가는게 소원”. 전쟁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일상이다.그만큼 무자헤딘이나 보통 사람들 모두에게 전쟁의 상흔은 깊이 패여 있다. 호자바우딘에서 운전사로 일하는 압둘라(35)의 아내는 한쪽 다리가 없다.지뢰를 밟았기 때문이다.아프가니스탄 사람으로는 드물게 배가 튀어나온 압둘라는 항상 쾌활하게 일하며우리에게 농담을 걸곤 했다.그런데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아내에 대해 묻자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압둘라는 “몇 년 전까지 무자헤딘으로 탈레반과 싸웠지만,아내가 다리를 잃은 뒤 돈을 벌기 위해 운전사로 나섰다”고 힘없이 말했다. 길거리에서는 한쪽 다리를 잃어 목발을 짚은 채 힘없는 표정으로 걸어가는 젊은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오랜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나라이다. 남편은 러시아군에게,큰 아들은 탈레반에게 잃은 아이샤(60·여)는 전쟁으로 삶을 송두리째 파괴당한 대표적인 사례다. 난민촌에서 사는 아이샤는 구걸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살고 있었다.통역을맡았던 샤피쿨라 라솔리(25)는 “의과대를 다니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학업을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이샤 같은 여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전쟁이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고 말했다. 북부 다슈테칼라시 근처의 난민촌에 사는 압둘 카림(25)은“고향에서는 농부였지만 여기는 일자리가 전혀 없다”면서“한벌뿐인 옷도 윗도리만 내 것일 뿐 바지는 군복을 얻어입었다”고 말했다.카림은 “일자리도 얻고 남들처럼 장가도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스물다섯살 한창 나이의 젊은이가 환갑 노인처럼 느껴졌다. 보통 사람들의 삶이 전쟁으로 파괴당했다면,무자헤딘들의가슴은 복수심으로 황폐해졌다.아버지나 형제가 탈레반에게죽음을 당한 무자헤딘들은 “가족의 복수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한 명의 탈레반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 총을 잡았다”고 말하며 가슴을 펴곤 했다. 모하마드 조히르(23)는 “고교 졸업 뒤 카불에서 아버지,작은 아버지와 함께 무역업을 했다”면서 “작은 아버지와 사촌 형제들을 무참히 살해한 탈레반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복수는 다른 복수를 부를텐데,언제까지 복수를 위해 살 생각이냐”고 묻자 “우리의 복수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대답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친절하고 고운 심성을 가졌다.독실한 이슬람교 신자들인 이들은 평소에는 매우 친절하고 관용적이다.자기네와 풍습이 다른 이교도들의 사소한 실수는 웃으며 용서한다.어려운 가운데도 웃음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사람들이다.그러나 죽음을 당한 가족의 복수를 위해서 무서운 전사로 돌변했다. 그러나 전쟁의 참화 가운데도 희망은 자라고 있었다.아이들은 책도,의자도,책상도 없는 난민촌 학교의 맨바닥에 앉아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쫑긋 세운다.배움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젊은 군인들,가족을위해 ‘양(羊) 백정’이 된 농부들….전쟁이 끝나고 평화가찾아오면 이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살 것이다. 우리의 50여년 전 모습과 너무 닮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흙을 ‘헉’이라고 부르고,빨리빨리를 ‘빨래빨래’라고 하는 사람들.진흙 아궁이에 솥을 걸고 밥을 해먹는 사람들.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도 꿋꿋이 독립을 유지해 온 사람들.서양 기자들은 이들을 미개인으로 보는 듯했지만,우리는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편취강을 뒤로하고 아프간 땅을 떠나며 뭐라고 형언할 수없는 착잡함이 밀려왔다.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우리가 그곳에서 만난 모든 이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기를 빈다. 전영우·이영표기자 anselmus@
  • [오늘의 눈] 거함의 유치한 장난

    20일 아침 삼성전자가 보낸 e메일 2건이 날아들었다.하나는 ‘휴대폰 세계 4위로 등극’이라는 내용이었다.지난해이맘 때 7위에서,지난 2·4분기 5위를 거쳐 세 단계 올라섰다는 소식도 곁들였다. 삼성전자는 ‘쾌거’라고 자찬했다.삼성전자는 휴대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수출 200억달러를 돌파했다.제조업체로서는 처음이다.부끄러울 것 없는 자랑거리임에 분명하다.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도 축하해줄 만한 일이다.가뜩이나경기 침체기에 이뤄낸 성과이기에 돋보인다. 그런데 두번째 e메일이 눈에 거슬린다.내용은 이렇다.“19일 SK텔레콤의 보라매 사업장에서 3세대 이동전화 서비스인CDMA2000 1X EV-DO 시연회가 열렸다. 삼성전자는 완벽한 서비스를 보여줬다.반면 LG전자는 장비와 단말기가 작동되지않아 세계 최초의 1X EV-DO 시범서비스에 나선 SK텔레콤을당황케 했다.LG전자 임원진은 당황,점심식사마저도 피한 채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가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어울리지 않는다.삼성전자는 전 세계를 항해하는 ‘거함’(巨艦)이다.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만 보더라도 삼성전자는 2위인 LG전자와 큰 차이를 보인다.큰형다운 자세가 아쉽다. 삼성전자측은 ‘아랫사람의 실수’라고 해명했다.그러나 SK텔레콤으로부터 ‘유치한 홍보전’을 그만두라고 항의를받자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고 한다.먼저 반성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LG전자측도 책임의 일단을 면할 수는 없다.삼성측의이번 공격은 ‘보복’의 성격을 띠고 있다.지난달 29일 KT아이컴이 실시한 IMT-2000(차세대 이동통신) 비동기식(유럽식) 시연회 때의 일이다.다음날 삼성전자가 실패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삼성전자는 LG전자를 출처로 의심하게 됐다.LG전자측이 삼성전자의 실패를 부각하는 측면도 분명 있었다. 두 회사는 매달 서로 다른 휴대폰 시장 점유율 자료를 내놓는다.걸핏하면 서로를 겨냥한 신경전을 펴기 일쑤다.두회사에는 엘리트들이 모여 있다.뛰어난 두뇌들이 소모적인홍보전에 매달리는 것이다.세계는 넓다.그리고 경쟁상대는나라 밖에 있다.국내에서 아옹다옹 다투는 모습은 국익에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대출디지털팀 차장 dcpark@
  • 소문 자자한 ‘노인들의 천국’

    은평구 갈현동에 사는 홍경순씨(70·여)는 매일 아침 8시30분이면 동갑내기 남편 고현종씨와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바삐 찾는다.홍씨는 이 곳에서 탁구 실력을 뽐내고 고씨는 당구게임에 몰두한다. 서울시가 지난 4월 탑골공원 뒷편인 종로구 경운동 옛 통계청 건물에 문을 연 서울노인복지센터.불과 개원 7개월만에 ‘노인들의 천국’으로 자리잡았다.이 시설은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다.60세 이상이면 누구나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원 초기 하루 이용자가 이미 3,500명을 기록했고 여름철엔 6,000명을 웃돌았다.요즘도 평균 4,000여명의 노인이 찾는다. 노인복지센터의 이명희 부장은 “최근엔 경기도 의정부고양 성남 등은 물론 영·호남지역 노인들도 소문을 듣고이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많은 것은 인근 탑골공원 성역화사업으로 당장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늘어났기 때문.복지센터측이 노인무료급식을 하는 데다 복지시설을 고루 갖춘 것도 또다른이유다. 우선 1층에는 3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과 대형TV가 설치된 휴게실이 있다.2층엔 당구·탁구장,바둑·장기교실,컴퓨터교실,양방진료실,치과진료실,체력단련장,물리치료실,이·미용실,샤워장 등이 갖춰졌다.또 3층엔 게이트볼장·노래연습장·공연장 등도 마련돼 있다. 요즘 탁구장과 당구장은 늘 만원이다.종전 게이트볼과 바둑·장기,컴퓨터의 인기를 넘어섰다. 탁구장 자원봉사자 박용호씨(76)는 “희망자가 너무 많아 15분마다 무조건 교대해야할 정도”라고 말한다. 이와함께 일주일에 1∼2번씩 개설되는 건강댄스나 포크댄스장에도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가쁜한 발길이 연신 이어진다. 이용자가 너무 많다보니 문제점도 생긴다.현재 센터측은점심시간이면 밥짓는 기계를 하루 4차례나 풀가동하며 한계 용량(1,100명분)을 훨씬 넘는 2,0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한다.평일의 경우 오전 10시30분쯤이면 선착순으로 발부하는 점심 식권이 동이 나 버린다. 또다른 어려움은 의료 수요가 많은 데도 상근직 의사가없다는 것.이에따라 복지센터측은 당국이 공중보건의를 조속히 배치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공무원 Life & Culture] 신동규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삼삼오오 어울려 점심식사를 나갔던 공무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던 지난 13일 낮 1시쯤.재정경제부 신동규(辛東奎) 국제금융국장은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식사를 걸렀지만 초조함에 시장기도 느낄 수 없었다.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예고한 신용등급 평가결과 통보를기다리는 중이었다. 일본·타이완·말레이시아·인도·터키·인도네시아….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S&P로부터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나라들의 이름이 떠오르면서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담배를 피워 물었다.전화벨이 울렸다.“한국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상향조정하기로 했다”는 S&P의 통보였다.5일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가시는 순간이었다.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것 같다는 정보를입수한 것은 지난 10월말.앞서 8월말 신용등급 평가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조사단이 떠나면서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신용등급 하향조정→국내 증권·금융시장 동요→외국인 투자감소’ 시나리오가불보듯 뻔했다.국제금융국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 출장 길에 오르던 지난 5일.IMF(국제통화기금)주최‘국가IR(투자홍보)세미나’ 참석이라는 출장목적보다는뉴욕에 있는 S&P 본사를 방문,막판설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했다.세미나 참석 도중 S&P측과 접촉을 시도,“만나자”는 답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하지만 회동장소는 싱가포르.아시아 국가 신용등급 판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진 존 챔버스 전무(신용등급평가위원회 부위원장)와 오가와 다카히라 아시아국장이 싱가포르에 출장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싱턴을 출발한 지 22시간만인 9일 오전 싱가포르에 도착한 신 국장은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S&P 아시아본부로 달려갔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그만뒀는데 경제가 잘 되겠습니까?” 한국상황을 꿰뚫고 있음을 알리는 챔버스 전무의질문. “대통령이 총재직을 그만 둔 것은 경제에 전념하기 위해서입니다.정부는 여당·야당과 함께 협의회를 두차례 열어 경제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댔습니다.세법 등 기업·금융구조조정 관련 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개혁작업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겁니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하이닉스반도체 문제에서부터 기업구조조정,재정문제,남북관계,노사관계….낮 2시에 시작된회의는 저녁식사 시간을 넘겨 밤 10시까지 계속됐다.신 국장은 회의를 마친 뒤 챔버스 전무에게 “현상유지라도 해줄 수 없겠느냐”고 했다.농담 반,진담 반이었지만 챔버스 전무는 악수를 하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로부터 5일뒤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발표했다.99년 11월 BBB로 올린 지 꼭 2년만이다.이 낭보는 즉각 증시에 기폭제가 됐다. “솔직히 현상유지만이라도 해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어려운 국내경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신 국장(경남 거제)은 행시 14회 출신으로 재무부 시절부터 주로 증권·금융을 맡아온 금융통이다.85∼88년 ADB(아시아개발은행) 주재관과 97∼2000년 주미대사관 재경관을역임,국제통으로도 통한다.97∼98년 외환위기로 세계은행에서 차관을 들여올 때 실무책임을 맡았다.지난 4월 공보관을 마치고 국제금융국으로 온뒤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 외에 외환보유고 1,000억달러 돌파와 IMF 조기졸업 등을 일궈냈다.99년에는 해외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번영과 경쟁력’이라는 책도 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공무원 Life & Culture] 중국어 배우기 열풍

    공무원 사회에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세계 상품교역량 5위의 ‘거인’ 중국이 최근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세계 경제체제에 본격 동참하면서 그 열기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오는 2010년이 되면 중국이세계경제 최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같은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공무원들이 남녀노소 없이 중국어를배우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이유이다. 가장 열기가 뜨거운 곳이 기획예산처이다.정원 248명 가운데 10%가 넘는 26명이 자체적으로 중국어반을 만들어 매주 3차례 수업을 들을 정도다.수강인원이 영어와 일본어의갑절로,처음 초급반과 고급반으로 운영되다가 진도가 빨라지자 최근 속성반도 만들었다. 기획예산처에 중국어반이 설립된 것은 지난 9월초.감사법무팀 임채만(林彩萬·6급) 주사가 중국 베이징대로 2년6개월간의 유학을 가게 된 게 화제가 되면서부터다.임 주사는 HSK(중국어능력시험) 6급 보유자로 중국어를 꾸준히 공부해오다 행정자치부 주최 공무원 장기해외유학 시험에 합격했다. 때마침 기획예산처가 중국정부의 개혁 주무부처인 중앙기구편제위원회와 교류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도 계기가 됐다.기획예산처는 연내 중앙기구편제위와 부처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목표로 양국 실무자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재정협력과 관계자는 “중국측과 일을 해보니 언어가 통하면 의사소통이 훨씬 빠르고 일의 효율성도 높아진다는사실을 새삼 느꼈다”면서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어를 준비해두면 유용할 것 같아 중국어반 동호회를 추진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 청사 내에 중국어 미풍이 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열풍으로 바뀌었다.재정협력과에서 여행사 일을 하고있는 조선족 김명옥(金明玉)씨를 선생님으로 초빙하고, 아침·점심시간을 쪼개 수업을 진행한다. 경비는 업무추진비에서 조달했다. 수강반에는 과장급 5명이 참여하고 있다.초급반 이인식(李仁植) 총무과장은 15일 “지구촌의 무한경쟁시대가 열린만큼 강대국 틈에 끼인 나라의 공무원으로서 남들보다 한걸음 앞서야 한다는마음가짐으로 늦게나마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에 둘러싸인 ‘강소국’ 벨기에의 경우 영어는 물론 주변 강국들의 언어를 자유롭게구사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점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강조했다. 중국어반이 초·고급반으로 운영된 지 한달만에 속성반이만들어졌다.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 둘 늘면서다.5급 이하 젊은 공무원들 중에는 중국으로 가는 해외유학을 장기목표로 잡아놓은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사무관은 “공무원의 장점 중 하나가 정부비용으로 해외유학을 가는 것”이라면서 “대부분 미국 일변도로 희망해오던 해외유학이 최근 중국쪽으로도 많이 옮겨지는 추세”라고 기류를 전했다.그는 “중국 유학을 가기 위해 HSK7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과천·대전 등 3개 정부청사를 통틀어 중국어교육을 받고 있는 공무원은 연 400여명 수준이다. 공무원들의 외국어 교육을 맡고 있는 행자부 교육훈련과 박환기(朴煥奇) 사무관은 “중국어 영어 일어 등 3개 외국어를중앙·과천·대전 등 3개 정부청사에서 주당 2∼3회씩 교육하고 있다”면서 “일본어 수요는 지난해 500명에서 올해300명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중국어 수강인원은 324명에서402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문호를개방하고 우리나라와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중국어 수강인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현진기자 jhj@
  • [공무원 Life & Culture] 서울 강남경찰서 황종국경사

    “주방장,음식이 왜 이렇게 짜.” “김실장,음식을 만들 때에는 정성이 중요한 거예요.” “아줌마,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주세요.” 10평도 안되는 서울 강남경찰서 구내식당 주방에서 연신잔소리를 해대는 주인공은 경무과 황종국 경사(49). ‘구내식당 호랑이’로 통하는 황 경사가 맡고 있는 일은 구내 식당과 매점을 관리하는 것.여느 시내 식당보다 음식을 싸고 맛있고 깨끗하게 만들고,슈퍼마켓보다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잔소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97년 처음 발령났을 때는 지저분한 생선과 야채 더미에싸여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경찰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발령 직후 딸아이가 “아빠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라며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거나,아내가 “요즘 당신 옷에서 생선 냄새가 나는 것 같아.무슨일 있어”라고 물어도쉽게 얘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료들로부터 ‘잘 먹었습니다’ ‘맛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보람을 느끼기 시작해 이제는 자신의 보직을 ‘천직’으로 알고 사랑한다. 구내식당의 김치 한포기,밥 한그릇에도 그의 정성이 배어 있다.그는 싸고 품질이 좋은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계절별 반찬은 미리 준비해 비용을 절감한다. 전날 주문한 생선은 새벽마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직접 보고 마음에 들어야 캐피탈 승용차에 싣고 온다. 쌀은 충북 청원군의 방앗간에서 직접 배달해온다.야채는오후 4시쯤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직접 산다.오후가 되면같은 품질이라도 반 값에 팔기 때문이다.생선은 업자들에게 부탁해 경매를 통해서 사기도 한다. 발로 뛰다보니 가락동 시장에서 버려지는 무잎과 배추잎을 주워다 말려 시래기 반찬으로 만들려다 청소 불도저가쓰레기와 함께 밀어버려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 ‘음식은 맛이 최고’라는 지론으로 재료를 아끼지 않아손해볼 때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위생에도 신경을많이 쓴다. 이같은 정성으로 처음에는 점심시간에 손님이 80명도 되지 않았으나 ‘맛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인근관공서와 노점상까지 300∼400명씩 몰리고 있다.손님들은줄을 서서 기다렸다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충남 천원군 시골에서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배고픔의 서러움도 잘 알았다. 시위 진압에 나간 전·의경의 식사가 빈약한 것을 보고는서장에게 건의해 자신이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줘 ‘정말맛있는 식사를 하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편지를 받기도했다. 그는 4년을 발로 뛰어 돌아다니고 주방장을 독려해 1억5,000만원의 경비를 절감한 공로로 14일 서울경찰청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예산 절감으로 남은 돈은 결식 아동 돕기와 사내복지를 위해 쓰고 있다. 그는 “출세와 성공보다는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욱 중요하지 않느냐”면서 “그늘진 자리라도 진실하게 살았을 때 느끼는 보람과 행복감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준규기자 hihi@
  • [공무원 Life & Culture] ‘스마일 부대’ 중앙청 방호원들

    요즘 건물들,참 으리으리하다.현대적 감각을 앞세운 차가운분위기에 위압감마저 느껴진다.게다가 건물 앞을 지키고 서있는 경비원들.방문객을 위한 친절함보다는 마치 “우리집에 왜 온거야”라는 핀잔이 느껴지는 눈초리다. 건물에 들어서는 것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곳,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그러나 이곳에는 경직된 분위기의 관공서를 상쾌하게 하는얼굴들이 있다.청사 보안을 담당하면서 때론 과격한 민원인들과 ‘전투’를 치러야 하지만 ‘친절’과 ‘미소’를 잃지 않는 방호원들,일명 ‘세종로 스마일 부대’다. 진한 남색 제복을 입고 청사의 정문,후문 등 출입문 곳곳을 지키고 있는 중앙청사 방호원들은 청사관리 업무에서부터주차차량 파악,야근자 확인,사무실 안전 점검까지 하고 있다. 현재 중앙청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방호원은 총 49명.별정직 6급에서 기능직 9급까지 직급이 다양한 방호원들의 평균 근무연수는 15년 정도다.면사무소 서기였거나 지방우체국 직원 등 전직 공무원 출신도 있고,일반 회사에 다니거나 농사를짓다가 방호업무를 시작한 경우도 많다.대부분이 두번째 직장으로 방호원을 택했다. 늘 정제된 자세로 청사 직원들에게 ‘베스트 스마일’로 유명한 남수진씨(54)는 합기도 4단의 고수로 한때는 합기도장사범이기도 했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청사를 오가는 사람들을 파악하는 것이다.어떤 이가 직원인지,민원인인지,또는 잡상인인지파악하고 출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이렇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하루 3,600여명 정도.웬만해선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은 겪게되는 고충 하나. “청사 보안을 위해 직원이나 민원인들에게 신분증이나 방문증을 꼭 달도록 합니다.하지만 이런 것을 기분 나빠하는사람들이 많아요.직원들은 주로 ‘아저씨,오늘 왜 그래요?’,‘나 몰라요?’ 이렇게 말하면서 불쾌한 표정을 짓더라고요.하지만 보안이 중요하다보니 싫은 소리도 해야 하고….”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한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보다는 외부 민원인들이 대하기 힘들다.그들의 두번째 고충,바로과격한 민원인들이다. “한번은 통일부를 찾아온 80대어르신들이 이산가족방문자 명단에서 누락된 화풀이를 저희한테 하시더라고요.한 노인이 ‘왜 내가 빠진거냐’면서 지팡이를 휘둘러대는 통에…. 어르신 지팡이 손잡이에 목이 걸려 아주 혼쭐이 났었죠.”사복 방호원인 박형준씨는 웃으면서 말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 그 자체였다고 한다. 방호원들 사이에서 유명인으로 통하는 민원인들도 있다.아예 직업이 ‘민원인’인 이들은 주로 별명으로 불린다.대표적인 경우가 ‘평택아줌마’와 ‘배 감사관’이다. “딱히 민원을 제기하는 분야도 없이 청사를 찾는 사람이죠.워낙 민원에는 도가 튼 사람이라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 자리에서 민원 서류가 만들어집니다.어떻게 그렇게 공무원의취약점을 잘 아는지….” 방호원들의 세번째 고충이다. 때로는 예전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하늘을 찌르는 관공서의 권위’로 민원인에게 윽박지르거나 강제로 내쫓기도 했지만 요즘은 ‘턱도 없는 소리’다.민원인을 대하는 와중에 목청이 높아졌거나 단어 선택이 잘못됐다면 바로 민원감이다.공무원과 같이 출퇴근하는 민원인도 있다.한 70대 노인은 10여년 전부터 매일 아침 9시 청사를 찾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6시에 퇴근한다.몇달 전만해도 2명이었지만 최근 한 노인이 노환으로 세상을 등졌다. 최여경기자 kid@
  • 2001 길섶에서/ 묵은 것

    기분이 울적하던 날 밤 집에서 케이블TV를 틀었더니,1970년대 초 영화 ‘스팅’을 방영하고 있었다. 큰 악당을 등쳐먹는 작은 악당들의 사기극은 지금 봐도 절묘했고 주연 배우인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퍼드의 한창 때 모습이 새로웠다.거기에 마빈 햄리시가 만들어낸 배경 음악의 경쾌함이란….처음 그 영화를 보던 시절의 즐거움으로 돌아가 우울함은 금세 사라졌다. 그 며칠 전 점심시간에는 20여분을 걸어 한 설렁탕 집을찾았다.회사 근처에 수십 년 자리잡았던 본점이 몇해 전술집에 내몰린 터여서,오랜만에 옛맛을 좇아 명동에 있는분점에 간 것이다.‘아,전에도 이렇게 맛있었나’ 싶게 설렁탕은 입안을 감미롭게 맴돌았다. 묵은 것은 다정하다.사람이건,술이건,책이건,음식이건 묵은 것은 그리움을 되살리고 마음을 어루만진다.낡아 귀퉁이가 부서지는 책 한권,그 책에서 눈에 띈 밑줄 그은 한마디,그 옆에 끼적거린 낙서 하나는 오랜 친구처럼 삶을 채워준다. 이용원 논설위원
  • 수능일 교통대책, 수험생 유의사항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광역시와 경찰 등이 대입 수학능력시험하루 전날인 6일 수험생을 위한 특별 교통 및 수송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정부는 수능 당일인 7일 교통 혼잡을 덜기위해 공무원의출근시간을 종전 오전 9시에서 10시로 한시간 늦췄다. 또 서울시는 대중교통의 수송력을 늘리기 위해 평소 오전 7∼9시 2시간동안 2∼3분 간격으로 전동차를 운행하는 지하철 혼잡시간대를 오전 6∼10시로 연장하기로 했다.시내버스도 수험생등교시간대에 20∼30% 늘려 운행하고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1만4,400여대를 추가 운행토록했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도 ‘수험생 119 수송작전’에 돌입한다. 소방본부측은 당일 병·의원에 입원중인 환자나 장애인,부득이한 사유로 시험시간전까지 시험장에 도착할 수 없는 수험생을위해 시내 21개 소방서의 119구급차와 순찰차,오토바이 등 소방차량 279대를 동원하기로 했다.소방차량 이용을 원하는 수험생은 국번없이 119 신고전화로 예약하거나 시험 당일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서울 등 전국 지방경찰청은 시험장 주변 도로의교통혼잡이 극심할 것을 예상,오전 5∼9시 경찰과 모범운전자,녹색어머니,견인차 등 장비와 인력을 모두 가동,교통 소통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또 시내 주요지점에 ‘수험생 태워주는 곳’ 입간판을 설치하고 순찰차와 오토바이를 활용해 적극 수송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수험생들의 112신고시에는 경찰 오토바이를 급파해 수험생을 수험장까지 수송할 계획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 ■2002학년도 수능수험생 유의사항.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은 7일 오전 8시10분까지 시험실에 들어가야 한다.수험표와 주민등록증이나 학생증 등은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수험표를 잃어버린 수험생은 응시원서에 붙인 사진과 같은 원판사진 1장을 이날 오전 8시까지 시험장 관리본부에갖고 가면 임시수험표를 받을 수 있다. 또 시험을 치를 때 꼭 컴퓨터용 사인펜을 사용하며,표기된 답을 고치거나 수정액·스티커 등 이물질을 묻히면 고친 문항이 0점 처리된다.정답이 2개인 문항을 제외하고는한 문항에 답을 2개 이상 표기해도 0점이다.답란에는 답외에 어떠한 형태의 표시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낮 12시20분부터 오후 1시10분까지인 점심시간에는 시험장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꼭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 수능시험 정답풀이는 교육방송(EBS) TV를 통해 이날 오후8시∼11시30분까지 210분간, EBS라디오(FM)를 통해 오후 7∼9시까지 120분간 방송된다. 박홍기기자 hkpark@
  • 2001 길섶에서/ 어느 학교

    경기도 안양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딸은 “반찬을 싸 달라”고 요구했다.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하는데 왜 반찬이필요하냐고 묻자 딸은 친구들 대부분이 급식 반찬을 먹지않으며 집에서 반찬을 싸 갖고 온다고 말했다.학교 급식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소시지가 딱딱하고 반찬이 시원치 않던 터였다.아이들은 학교 급식 때 나오는 반찬을 먹지 않고 되물리거나 버린단다. 그러면 학교 급식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지 그랬느냐고 묻자 학생들이 급식을 개선해 달라고 하면 선생님들로부터“어쩔 도리가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는 것이다.인터넷에불만을 토로하면 선생님들이 “누가 학교 망신시키느냐”며 단속만 한다고 전했다. 교장 선생님은 “너희들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늘 강조하면서도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딸은 불평했다.이어 “곯은(시원치 않은) 학교”라고 지적했다.배부른 아이들의 투정만은 아닌 것 같고 문제 있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이상일 논설위원
  • 새단장 삼청각 전통공연 ‘만원사례’

    요정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 삼청각이 연일 만원사례다. 5일 세종문화회관 삼청각운영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관된삼청각이 기념 행사로 마련한 전통공연마다 관람객이 폭증하고있다. 공연장인 ‘일화당’ 2층에는 전체 객석 200석에 관객이 가득찬 데다 미처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서라도 공연을 보겠다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입석표까지 판매되고 있다. 삼청각 관계자는 “삼청각을 찾은 손님들이 공연을 꼭 보겠다고 졸라 1만5,000원에 입석표를 판매하고 있다”며 “5일 어린이국악단의 전통공연엔 입석표만 50석이 나갔다”고 말했다. 일화당 1층의 한식당 ‘아사달’도 134석의 좌석을 갖추고 있으나 점심과 저녁 식사의 경우 2∼3일후까지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다. 아사달 지배인 정한영씨는 “일반시민들의 예약이 많아 단체손님은 아예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청각내 ‘취한당’과 ‘동백헌’에 꾸민 전통객관은 다음달중순쯤이나 문을 열 예정이나 벌써 예약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삼청각 관계자는 “삼청각이 과거 특정계층만 이용해온 밀실공간이라는 점에서 일반인들이 호기심에 많이 찾고 있다”며 “일반 시민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공연 프로그램,음식값 등을 다양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 독자의 소리/ 운동회 주말-휴일 개최했으면

    평일에 휴가를 내어 처음으로 큰딸아이의 가을 운동회에참석해 아이와 함께 동심에 젖어 마음껏 하루를 보냈다. 함께 달리기도 하고 맛있게 점심도 먹으며 보낸 운동회는내가 어릴적 참석했던 운동회와 별반 다르지 않아 감회가새로웠다.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도록 제대로 관심을 갖지 못해 항상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더욱뜻깊었다. 그런데 운동회에 참석한 어른들은 대부분이 어머니이고아버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함께 참여한 학부모에게 물었더니 남편은 직장일이 바빠서 평일에는 시간을 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맞벌이 하는 아이들의 부모는 모두 불참해 가장 신나야 할 날에 기가 죽어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므로 가족이 함께하는 운동회같은 행사는 주중이아닌 주말이나 휴일에 열어 모든 부모가 참석할 수 있게배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정오 [부산 남구 용호동]
  • 에듀토피아/ 수험생 유의사항…전날 시험장·시험실 확인을

    [예비소집] 시험 전날인 6일 시험장과 시험실을 확인한다.시험실에는 들어갈 수 없다.수험표는 예비소집 장소에서 나눠준다.시험 당일 수험표를 분실했을 경우에 대비,응시원서에붙인 사진과 같은 원판 사진 1∼2장을 준비한다. [입실] 시험 당일 오전 8시10분까지 지정 시험실에 들어가야 한다.책받침이나 전자계산기,휴대폰,호출기 등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컴퓨터용 사인펜은 시험 감독관이 1교시에 나눠준다.점심 시간에는 시험장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수험번호 기재] 시험 시작(본령) 전 예비령이 울리면 답안지에 이름과 수험번호,문형,계열을 정확히 기입한다.문제지를 받으면 문제지 유형과 문제지 면수,인쇄 상태를 꼼꼼히확인한다. [시험시간 운용] 늦어도 시험 종료 10분 전에는 답안지의 기재사항을 재확인해야 한다.잘못 쓴 답안지는 종료 10분 전까지만 바꿔준다. 본령이 울린 뒤에는 시험실에 들어갈 수 없으며,시험 도중나갈 수 없다.궁금한 것이 있으면 조용히 손을 들면 된다.문제지는 가지고 나갈 수 없다. [답안작성 요령] 답안은 컴퓨터용 사인펜으로만 작성해야 한다.수정액이나 스티커 등으로 답을 고치면 고친 문항이 ‘0’점 처리된다.답란에는 답 외에 어떠한 표시도 해서는 안된다.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 감독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종료령이 울린 뒤에 답안지를 작성하는 행동도 부정행위로 간주되며,적발되면 전 과목이 ‘0’점 처리된다.문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사 기획부 (02)3704-3673∼7김재천기자. ***“인터넷서 수능 채점하세요” ‘인터넷으로 수능 채점하세요.’ 오는 7일 실시되는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는 수험생들과학부모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채점을 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교육업체 ㈜에듀토피아(www.edutopia.co.kr)는 중앙교육진흥원에서 시험지를 받아 시험 당일인 7일 매교시 시험이 끝날 때마다 정답을 인터넷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서비스는 두 가지다. 수험생들은 시험 도중 자신의 답을 기록해 뒀다가 시험이끝난 뒤 웹사이트에 뜨는 답안지에 클릭만 하면 바로 점수를 알 수 있다. 시험지를 그대로 올려 놓아 시험지를 보면서 자신의 답을 클릭할 수도 있다. 온라인 교육업체 ㈜참누리도 시험 직후인 오후 5시부터 ‘온라인 교육사이트 1318클래스(www.1318class.com)’를 통해 시험문제 풀이 인터넷 방송을 실시한다.입시 전문 강사 20여명이 진행하는 이 방송은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사전 예약을 받아 유료서비스로 실시된다. 서비스료는 5,000원.
  • 아프간 전장에서/ 50년전 한국모습 그대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을 보았다. 피부색과 말,생김새,자연환경은 다르지만 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의50년 전과 너무 비슷하다. 호자바우딘이나 다슈테칼라 등 우리의 옛 ‘읍내 장터’를 떠올리게 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구걸을 하는 어린이들이 있다.흙과 먼지로 뒤범벅된 얼굴에 누더기를 걸치고 “돈이나 먹을 것을 달라”면서 때가 낀 손을 내민다.구걸을 해서 연명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우리의 전쟁고아들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다.외국의 원조 의복과 식량을 받기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도 우리의 기억 속에 아련한 정경이다. 난민촌 캠프도 TV를 통해 본 6·25때의 ‘판잣집’을 떠올리게 한다.여남은살의 계집아이들이 어린 동생을 돌보면서 하루해를 보내고 사내아이들은 연날리기,굴렁쇠놀이,제기차기를 한다.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두세살배기들은 아랫도리를 아예 벗어젖힌 채 흙바닥을 뛰어다닌다. 마을의 모습도 우리를 너무나 닮았다.진흙과 지푸라기를섞어 지은 것 하며 천장을 가지런히 떠받들고 있는 어른허벅지 굵기의 통나무들도 우리의 한옥과 너무 흡사하다. 반뼘 너비의 나무를 엮어 어른 키 높이로 만들어 놓은 대문도 마찬가지.아궁이에 큰 솥을 걸어놓고,장작을 때 밥을 만드는 것도 똑같다. 책이 없어도,책상과 의자,번듯한 건물이 없어도 작은 칠판과 선생님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공부하는 모습은 6·25때 우리의 ‘천막학교’를 옮겨 놓은 듯하다.책가방이 없어 보자기에 책을 싸가지고 다니는 것도 그렇다. 아프간 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손님을 대접한다.손님에게“차라도 한 잔 해라.점심은 먹었느냐”고 자상하게 묻는다.나그네에게 물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려 했던 우리네 옛 심성과 다를 것이 없다. 50년 전의 우리와 너무도 닮은 아프간의 모습을 보면서‘한강의 기적’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돈도,자원도,기술도 없이 전쟁의 폐허 위에서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로 발전한 것은 정말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은 스웨덴의 작가 얀 뮈르달이라는 사람이 50년대 자신의 중앙아시아 여행기에 “아프간은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주변에서 가장 강력한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는 점이다. 이 지역의 신흥 강호가 될 수도 있었던 아프간이 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됐을까.종파와 부족들 사이의 분열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자신을 지켜낼 힘이없어 옛 소련 등 주변국의 침입도 이어졌다. 바다로 가는 길을 확보하기 위해,석유 파이프라인의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나라가 아프간을 호시탐탐노렸던 것이다.탈레반도 정권을 잡기 전 파이프라인을 가장 먼저 점령했다. 아프간 이곳저곳을 돌아다닐수록 지연과 학연,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정쟁을 거듭하고있는 우리의 정치인들이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또 탈레반과 북부동맹의 젊은 군인들을 보면서 155마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남과 북의젊은이들이 생각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호자바우딘 전영우 이영표 특파원 anselmus@. ■북부동맹 모히블라장군 “카불 탈환 시간 걸릴것”. “미국이 계속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핵심세력에 대한정확한 타격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탈레반의 결속만 더욱굳게 할 겁니다.” 쿡차,다쉬테칼라,호자가르 등 아프가니스탄 북부 전선을책임지고 있는 북부동맹의 모히블라 장군(49)은 미국의 공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의 공습은 북부동맹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있다”면서 “정작 필요한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이아니라 자금과 무기 등 현실적인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탈레반만 무너뜨리면 테러의 근원이 뿌리뽑힌다고 오판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파키스탄은 탈레반이 축출돼도 또 다른 ‘탈레반’을 육성·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탈레반과의 연립정부 설립 가능성에 대해서는“정치인들이 추진해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26년전 장교로 군 생활을 시작,러시아군과도 싸운 모히블라 장군은 “러시아와 싸울 때는 ‘이슬람 국가 방어’라는 대의(大義)아래 국민들이 완전히 하나로 뭉쳤다”면서“탈레반과의 싸움은 같은이슬람이라는 이념 혼란을 다스려야 하고,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와의 싸움도 병행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따라서 수도 카불의 재탈환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안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테러 전쟁을 위한 단기 체류는 괜찮지만 미군 기지를 건설해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밝혔다.외국군대가 장기간 국내에 머무르면 독립국가의 위상이 손상된다는 설명이다. 모히블라 장군은 “우선 마자르 이 샤리프를 탈환해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뒤 남부 공격의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면서 “탈레반을 축출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하기 위한 장기적·포괄적 계획이 이미 마련됐다”고 말했다. 다슈테칼라 이영표특파원 tom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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