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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순가련 깜찍발랄 엄지원

    청순가련 깜찍발랄 엄지원

    진지함과 귀여움. 인터뷰 때는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말하는 진지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인터뷰가 끝난 뒤 함께 점심식사를 할 때부터는 깜찍발랄한 모습으로 모두를 즐겁게 했다. 아침을 늦게 먹었다며 수프에 토마토주스, 녹차 등 ‘물’만 먹던 그녀는 “이러다 하마되겠네.”라며 깜찍하게 웃었다. “혹시 막내죠?”“아닌데…”“그럼 가족관계가 어떻게 돼요?”“언니 하나 있어요.”“그럼 막내네요.”“둘째가 어떻게 막내예요?(입 삐죽)” 그러고는 언니 옷을 물려입어야 했던 둘째의 서러움에 대해 한창 수다를 떨었다. 귀여운 막내동생처럼. 점심식사의 하이라이트. 식사가 끝날 즈음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정말 서울에서 테러가 일어날 수도 있어요?” 순간 당황한 기자. 일간지 기자의 체면에도 불구하고 별로 아는 게 없어서 “안 일어날 거예요. 걱정마세요.”정도로 얼버무렸다. 그래도 “무섭다.”면서 겁에 질린 토끼눈을 뜬 그녀. 언제쯤 스크린에서 이런 귀여운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까. 오락프로 코너 MC를 맡다가 1998년 MBC 시트콤 ‘아니 벌써’로 데뷔한 뒤 2000년 영화 ‘똥개’의 날라리 여고생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그 뒤 SBS ‘폭풍 속으로’‘매직’, 영화 ‘주홍글씨’등에서 줄곧 착하고도 어두운 여인들만 연기한 엄지원.“이제는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대로, 팬들도 엄지원만의 깜찍발랄함을 보게됐으면 좋겠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어딘지 모르게 얼굴에 깊은 그늘이 서려있고, 눈동자에 촉촉한 이슬이 항상 맺혀있을 것 같은 청순가련형 배우 엄지원(27). 하지만 그것은 작품이 만들어놓은 이미지에 불과했다. 어두운 배역들을 잇따라 끝낸 뒤여서 조금은 가라앉아있었지만, 인터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귀엽고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툭툭 이미지의 껍질을 깨고 튀어나왔다. ●“저 청순가련형 여인 절대 아니에요.” 이 귀여운 아가씨에게 청순가련형 여인의 역할은 “대단한 연기의 하나”란다.“사람들은 제 실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여성스러운 성격이 아니라서 제게는 무척 어려운 연기예요.” 특히 영화 ‘주홍글씨’(제작 LJ필름)에서 엄지원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준 이미지 위에 비밀스러운 도발성을 덧입혔다. 핵심적 반전이라 밝힐 수는 없지만, 힘든 도전이었음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드라마 ‘매직’의 여성스러움과 비슷하다며 어떻게 구분해서 연기하느냐고 묻지만 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인물에 대한 이해가 다르니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이나 행동도 모두 다르고요. 충분히 이중적인 복선들을 배려하고 연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엄지원이 맡은 수현은 기훈(한석규)의 순종적인 아내로, 착하지만 고교 동창 가희(이은주)와 남편의 불륜관계를 눈치챈 듯 늘 얼굴에 그늘이 있는 역할이다. SBS 드라마 ‘폭풍속으로’나 ‘매직’에서의 엄지원을 떠올릴 만도 하지만, 수현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은 뒤집힌다. 영화 ‘식스센스’의 반전이 브루스 윌리스의 이전 행동들을 곱씹게 했듯, 그녀의 눈빛이나 행동이 그 순간 섬광처럼 다른 의미로 관객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것. 그 이중성을 연기해야 했으니 얼마나 어려웠을까 싶다. ●“첼로 연주는 또다른 연기에 대한 도전” 힘든 연기 가운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첼로 연기.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 조윤선씨의 지도로 6개월동안 “죽기살기로” 연습했단다. 보통사람들은 6개월이면 겨우 활로 소리를 내는 정도인데, 그녀는 첼리스트들도 어려워한다는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과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를 영화 속에서 직접 연주해냈다. 러시아혁명 이후를 살아간 쇼스타코비치는 자유에 대한 강한 욕망을 곡에 담았고, 제자의 부인을 짝사랑하던 브람스는 사랑의 애절함을 곡에 표현해내서 수현의 감정과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첼로 연주는 기존의 눈, 입으로 표현하는 연기와는 또 다른 표현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해내고 싶었습니다.” 감정적으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장면은 신부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해성사한 뒤 은밀한 사랑을 반추하는 장면.“인간 엄지원이라면 정말 싫었겠지만 그녀이니까 연기했다.”는 ‘비밀스러운’장면은 위험한 유혹이 그렇듯 매혹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졌다.“갑자기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파국을 맞는 장면”이라는 그녀의 설명 속에도 그 절절함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수현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많은 장면들이 편집과정에서 잘려나가 아쉽단다. 대선배 한석규와의 연기 호흡이 어땠는지도 궁금했다. 혹시 연기지도도 하고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뭐 그런 질문이 다 있나’라는 표정으로 쳐다본다.“10년간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할 만한 이유가 있는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면서도 “연기는 동등한 입장에서 하는 것이고, 슛이 들어가면 그도 나도 한석규, 엄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다.”고 딱 잘라 말하는 그녀. 연기자로서의 자존심이 보기 좋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바다로 가자] 통영 이맛도 보이소

    [바다로 가자] 통영 이맛도 보이소

    ●중화요리 이선생(649-2999) 온갖 수산물이 다 나는 통영에서 웬 중식당이냐고? 70년대부터 장안을 뒤흔들던 유명 헤어디자이너 그레이스리(73)가 운영하는 집이다. 운영자가 유명해서가 아니라 까다로운 입 맛 탓에 맛이 한결같고 좋다. 특히 70대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이씨는 직접 싱싱한 해산물과 진주 등지에서 채소를 해온다. 메뉴가 통영의 가격대로 만만치가 않지만 제대로 된 중국요리를 맛볼 수 있다. 쟁반자장(1만 4000원·2인분)은 면발이 꼬들꼬들하게 살아있고 부추와 고추를 넣었다. 다소 매웠지만 느끼한 맛이 없었다. 점심 특선요리(7만원·4인분)도 좋다. 게살수프·짜춘결(계란말이)·해물채소볶음·탕수육·자장면·후식이 나온다. 일품요리로는 송이쇠고기철판·철판해삼갈비(각 3만 5000원)도 있다. 비싼 메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장면·우동·자장밥 등 5000원. 사천장·초마면은 7000원. 서울 논현동에 통영에서 공급받은 수산물로 만들어 내는 이선생 분점(02-545-1999)이 있다. ●충무김밥 통영에 왔다면 꼭 맛을 볼 만한 음식이 ‘충무김밥’이다. 어른 엄지손가락 굵기만한 충무김밥을 한 입에 넣으면 목이 메는 듯하다. 이때 사각거리는 엇박(무김치) 하나를 먹으면 시원하게 내려간다. 오징어 무침을 먹고 입이 매운 듯하면 시래기를 넣은 된장국을 마시면 입이 개운해진다. 통영에서 개발된 충무김밥은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낚시꾼·등산객·선원들에게 여전히 인기다. 강구안에는 충무김밥집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모두 원조,3대,60년, 오리지널 등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최초는 뚱보할매김밥(645-2619)이다. 이 집의 창업자인 어두리(1994년 작고)할머니가 충무김밥을 개발했다. 어두리 할머니는 승객뿐만 아니라 어부들에게도 이렇게 만든 충무김밥을 팔았고, 이후 다른 사람들도 강구안에 모여 따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뱃사람들이 충무에서 먹는 김밥이라 하여 충무김밥으로 부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 뒤 1981년 국풍때 어두리 할머니가 충무김밥을 서울에서 선보여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뚱보할매김밥은 어두리 할머니의 막내 며느리가 잇고 있고 그 옆에 맏딸인 이씨가 원조충무김밥뚱보할매딸(645-1945)을 하고 있다. 무김치와 오징어 무침의 맛은 두집이 같다.1인분은 충무김밥 8개에 3000원. 통영 사람들이 맛있다고 꼽는 집인 한일김밥(645-2467)의 오징어 무침은 약간 단 듯했다. 도시락 포장 판매만 한다.1인분 3500원. ●데바수스(649-5152) 인구 20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 통영에 제대로 된 독일 하우스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데바수스는 독일의 맥주대회인 옥토버페스트에서 3연속 우승한 전설적인 브루마스터의 이름이다. 독일에서 맥주 숙성 시설과 귀리·보리와 효모 등을 직접 수입해 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데바수스는 용남면 통영지원·지청옆에 자리잡았다.1층에 독일식으로 맥주를 만드는 공장이 있고, 저녁엔 라이브 공연도 한다. 가장 인기좋은 맥주는 흑맥주인 복과 둥클레스로 500㏄ 한잔에 각 6000원이다. 헬레스와 바이젠은 5000원. 데바수스는 용남면에 자리잡아 한려해상 공원의 절경이 보인다. ●한산섬식당(642-8330) 항구도시 통영에서 회를 맛보지 않으면 서운하다. 선원들이 최고로 꼽는 횟집은 정량동 굴수협뒤쪽의 한산섬식당이다. 회는 계절별로 달라지는데 계절 생선을 잘 모르면 그냥 ‘회 한접시’를 주문하면 된다. 대(大) 5만원(4∼5인분), 소 3만원이다. 요즘엔 전어를 조금씩 내놓는데 기름기가 흐르는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매운탕(7000원)맛도 일품이다. 매운탕 생선은 계절별로 바뀌는데 생선회를 먹고 남은 뼈로 매운탕을 끓이는 것이 아니라 2종류의 생선을 통째로 넣고 끓여 낸다. ●호동식당(645-3138) 통영에서 과음한 다음날 해장을 위한 복국을 찾는다면 서호시장의 호동식당이 좋다. 김부자(53)씨가 시어머니 손맛을 이은 것으로 50년이 된 호동식당은 복국(7000원)이 좋다. 매운탕이 아니라 맑은국으로 나오는 복국은 계절별로 조금씩 다른데 요즘은 까치복이 나온다. 한겨울이나 봄철에는 졸복을 내준다. 복뼈다귀와 머리를 우려낸 국물은 투명하고 진하며 맛은 담백하다. 진한 복국 맛을 보고 싶다면 특복국(1만원)도 좋다. ●울산다찌(645-1350) 통영에선 소주 3병에 3만원이다. 보통 3000원인 시중 가격과 비교하면 무척 비싸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비싼게 아니다. 전어회·쥐치회 등 5가지의 자연산 회가 나온다. 또 굴·문어·개불·피조개·멍게 등 6가지의 해산물이 안주로 제공되는데 모두 술값에 포함돼 있다. 양도 푸짐하다. 다른 지역에서 통술집이나 실비집과 비슷한데 통영에선 ‘다찌’라고 부른다. 현지 사람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다찌집이 미수동 해저터널 가는 길목에 있는 울산다찌를 꼽는다.
  • [공직문화를 바꾸자] ② 회의로 날샌다

    [공직문화를 바꾸자] ② 회의로 날샌다

    김대중 정권 시절인 2000년 7월12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자치부가 발송한 문건 하나가 전달됐다.‘일하는 방식 개선지침(행자부 능률 12306-366)’이다. 지금처럼 당시 정부도 “공직사회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며 행정개혁의 기치를 높이 쳐들었을 때다. 지침에는 ‘회의 효율화’가 주요 아이템 가운데 하나로 적시돼 있다. 행정개혁의 주요 대상으로 비효율·비능률적인 공무원의 회의문화가 도마에 올랐던 것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만 4년 뒤인 지난 7월12일. 행자부는 같은 제목의 문건을 또다시 내려보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회의문화 개선’이 강조됐다.▲불필요한 회의감축 ▲회의시간 30분 이내로 단축 ▲유사·중복회의 통폐합 ▲원격영상·인터넷화상회의시스템 활성화 ▲회의 사전예고제 도입 등 내용도 4년 전의 것과 엇비슷하다. 정권이 바뀌어도,4년이란 시간이 흘렀어도 공직사회의 회의문화는 여전히 비효율·비생산성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회의가 되레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정부대전청사에는 언제부터인지 ‘월요일 불문율’이 생겨났다. 과장급 이상 공무원과 월요일에는 점심 약속을 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청장주재 간부회의부터 이런저런 회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내년에 공사(公社)로 전환되는 철도청은 요즘 ‘회의천국’이다. 간부 A씨는 “점심시간을 빼고는 퇴근 때까지 거의 온종일 회의가 멈추지 않는 날도 있다. 이런 날은 머리가 아파 차라리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의가 생산성을 제고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경우다. 원격영상·인터넷화상회의시스템도 구축돼 있지만 활용도는 형편없다. 경제부처의 한 지방청장은 “기관장이 주재하는 간부회의에 참석하려면 (지방청장들이)곳곳에서 새벽부터 이동해 불과 몇시간 회의하고 밥먹고 돌아가는데, 그러면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화상회의시스템은 언제 써먹을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회의를 위한 회의’ 소집 관행도 여전하다. 실국장들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장관이나 차관주재 간부회의가 끝난 뒤 소속 과장들을 불러모아 관성적으로 ‘전달회의’를 갖는가 하면, 별다른 내용이 없어도 매일 출근 후 조회(朝會), 퇴근전 석회(夕會)를 고집하기도 한다. 늘어지는 회의시간, 알맹이 없는 부처간 회의도 마찬가지. 과천정부청사의 B국장은 “장관이 주재하는 간부회의가 보통 2시간은 넘게 진행되는데 이건 정말 비효율적이다.1시간이 넘어가면 참석자들은 지치기 마련”이라고 불평했다. 부총리급 부처의 C국장은 “내부회의는 별로 없는데 부처간 각종 정책조정회의가 쉴 새 없이 열리는 게 문제”라면서 “실효성이 없다 보니 내부 간부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푸념했다. ●변화의 조짐들 이런 회의문화는 이미 공무원들의 뼛속 깊이 스며든 상태다. 민간에 있다 개방형으로 공직에 들어온 중앙부처 C국장은 최근 매일 열리던 아침회의를 ‘주 2회’로 줄이려 했으나 과장들이 말렸다고 한다.“그러면 불안하니까 1주일에 세 번은 (얼굴을)봐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가히 ‘회의중독’ 증상이라 할 법하다. 그는 “(공직에 들어와보니)회의는 많지만 알맹이가 없어 참석자들이 노닥거리며 보낼 때가 많더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변화의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행정개혁 주무부처인 행자부는 요즘 회의문화를 개선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장관주재 실국장 회의를 반으로 줄이는가 하면(월 4→2회), 구태의연한 석회도 없앴다. 단순 전달형 회의는 이메일로 대체하고 ‘회의시간 예고제’와 ‘과별 일일회의는 10분 이내’ 원칙을 도입했다. 권오룡 행자부 차관은 매주 2차례씩, 한번에 2시간씩 진행되던 간부회의를 30분 이내로 확 줄였다. 참석자들이 늦거나,‘눈치없이’ 시간을 잡아먹는 간부가 있어도 아랑곳않고 무조건 30분 회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권 차관은 “때로는 내 할 말을 못하고 회의가 끝나 속상할 때도 있지만 참석자들이 스스로 깨달아 새로운 회의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호 박승기기자 unopark@seoul.co.kr ■ 국조실회의 40%가 업무보고… 행정낭비 심해 잦은 회의, 관행적 회의는 결국 예산과 행정력의 낭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5∼6월 사이 4주동안 개최한 회의 가운데 183건에 대한 회의 실태분석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회의 목적에 따라 분류해 보니, 국조실 본연의 업무인 ‘업무조정’과 ‘대책입안’을 위한 회의는 183건 가운데 24건씩 48건(26%)에 그쳤다. 나머지 회의는 ‘업무보고(51건)’를 비롯,‘정보교환(29건)’ ‘업무지시(28건)’ 등이다. 상대적으로 비생산적인 회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국조실의 자체평가다. 회의 소요시간은 1시간 이내(51%)와 1시간 초과(49%)가 엇비슷했다.2시간 이상 이어진 ‘마라톤 회의’도 20건(11%)이나 됐다. 특히 회의의 목적이 업무보고인 경우 그 회의의 절반가량이 1시간30분 이상 걸렸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회의에 시간을 더 많이 쓴 것이다. 직급별 회의 참석 현황도 개선될 여지를 남겼다. 국무조정실장(장관급)과 수석조정관(차관급),1급 간부들이 각각 50여차례씩 회의에 참석했다.“상위직급자의 회의 참석 횟수가 많아 자료작성 등 회의준비에 따른 실무자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특히 핵심관리자(2∼3급)가 참석하는 회의의 40%가량이 업무보고 회의인 것으로 집계돼 행정낭비의 주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회의에 든 비용도 추정이 가능하다.‘직급별로 1시간당 행정경비를 산출해 참석자별로 회의시간을 곱하는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행정경비는 직급별 인건비(급여+상여+연월차수당+차량·사무실유지비+공공인건비 등)를 근무시간으로 나눈 값. 이에 따르면 국조실은 183건 회의에 총 295시간을 썼는데 회의비용은 6억 7044만 2000원이다. 이 중 업무보고 회의에 쓰인 비용이 4억 8269만원으로 전체의 72%나 차지했다. 고위직들이 많이 참석하는데다 다른 회의보다 회의시간도 긴 요인이 반영된 것. 회의의 실효성 측면에서 세금을 효율적으로 썼다고 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면 최근 불필요한 회의를 줄인 행자부의 조치는 행정비용을 얼마나 줄였을까. 허성관 장관이 주재하는 간부회의 감소(월 4→2회)는 매월 3780만원, 실국장들이 주재하는 저녁회의(30분가량) 폐지는 월 4억 100만원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SK텔레콤 29분 지나면 “회의 끝” 알람 울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의 SK텔레콤 회의실에는 테이블마다 하얀 시계가 놓여있다. 이른바 ‘2949 시계’로 회의 시작뒤 29분이나 49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려 회의를 빨리 마치도록 종용한다. SK텔레콤이 ‘신가치경영’의 일환으로 도입한 2949시계는 팀장급이면 보통 하루 3∼4개를 소화해야 하는 회의시간을 대폭 줄이는데 성공했다. 요즘은 굳이 2949시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회의가 빨리 끝난다. 하나로텔레콤은 그동안 1회의실·2회의실 식으로 획일적으로 불러오던 30여개의 본사 및 지사 회의실의 명칭을 각각 괌, 몰디브, 파타야, 푸켓 등 세계적인 휴양지 이름으로 바꿨다. 내·외부 인테리어도 휴양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새롭게 단장했다. 자명종을 각 회의실마다 설치해 회의가 늘어지는 것도 방지했다. ‘삼성처럼 회의하라.’는 책이 등장할 정도로 삼성의 회의문화도 스피드와 효율을 강조한다. 다만 스피드와 효율을 끌어내기 위해 별도의 ‘형식파괴’를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 삼성도 93년 신경영 선포 때만 해도 ‘3·3·7원칙’이라는 새로운 회의문화를 계열사에 전파했다.337은 꼭 필요한 회의를 최대한 간소하게 하고 다른 회의와 통합하는 3가지 사고와 회의없는 날을 지정하며, 회의시간은 1시간, 기록은 한 장으로 정리하는 3가지 원칙에다, 시간엄수, 회의경비 명시, 참석자 최소화, 목적 구분, 자료 사전배포, 전원 발언, 결정사항만 기록 등 7가지 지침을 뜻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의 주재자의 스타일에 따라 스탠딩 미팅이나 햄버거 회의, 부하직원부터 의견내기 등 다양한 회의형식을 빌리기도 하지만 형식을 파괴하는데 얽매이지도 않는다.”면서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회의참가자들의 충분한 준비와 활발한 논의”라고 말했다. LG전자도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회사차원의 지침은 따로 없지만 회의의 성격과 주재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주로 이메일로 회의를 대신하는 CDMA단말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실은 메일 제목에 ★(중요 이슈), (아이디어 논의) 등 독특한 아이콘을 달아 팀원들이 회의주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장이 서울, 평택, 오산, 청주, 구미에 흩어져 있는 디지털미디어·디스플레이사업본부는 지난 3월부터 메신저 회의를 시작했다. 이밖에 ‘자명종 회의’,‘왈츠가 흐르는 회의실’ 등 사업부별로 회의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지자체 겨울철근무 ‘따로국밥’

    11월부터 공무원들의 퇴근시간이 기관마다 달라 민원인들의 혼란이 우려되고 공무원들 간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기관은 오후 6시까지 근무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선 오후 5시까지만 근무할 전망이다. 점심시간에 민원처리를 하지 않는 곳도 생길 것 같다. 행정자치부는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현재 ‘조례’로만 규정된 지방공무원의 복무규정을 ‘대통령령 또는 조례’로 정하도록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62개 지자체 조례개정 안돼 행자부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되는 공무원의 토요격주휴무제 시행에 따라 매년 동절기(11월1일∼2월28일)의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하던 것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은 대통령령을, 지방공무원은 지자체 조례를 개정하고 있으나 25일 현재 250개 자치단체 가운데 62곳이 조례를 바꾸지 않았다. 행자부는 이중 40개 지자체는 11월 중에 정부방침대로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지만,22개 지자체는 종전처럼 오후 5시 퇴근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현재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조례개정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 곳은 인천 중·남·연수·남동·부평·계양·서구, 충북 제천·보은·옥천·진천·괴산·음성군, 전남 여수·구례·완도군, 경북 영주·군위군, 경남 창원·남해·산청·함양군 등 22곳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용산구와 강원 속초·강릉시 등 전국 24개 자치단체는 동절기 근무시간 연장에 반발해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민원처리를 거부할 것 같다고 전했다. 행자부는 “점심시간에 민원업무를 거부하는 것은 지방공무원법상 복종의무와 집단행위 금지규정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점심시간 민원처리를 거부하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의 민원처리는 대민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했는데 행자부가 원칙적으로 한다면 우리도 원칙대로 점심시간에 쉬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이미 조례를 개정한 188개 지자체는 동절기에 오후 6시까지 근무하며, 조례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22곳은 11월 이후 정부 방침과는 달리 오후 5시까지만 근무할 것 같다.11월 중 조례개정을 추진하는 40곳도 다음달 1일부터 조례개정이 이뤄질 때까지는 파행시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무규정 바꾸겠다” 정부는 이날 지방공무원법에 지방공무원의 복무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에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동안 국가공무원과는 달리 지방공무원의 복무규정은 조례로 정하도록 했으나 지자체가 조례개정을 미적거리자 복무규정을 아예 ‘대통령령 또는 조례’로 정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방공무원법이 개정되고 시행령이 만들어 질때까지 당분간 지자체의 파행적인 근무형태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수능수험생 건강관리 이렇게

    수능수험생 건강관리 이렇게

    대입 수능시험일이 2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금쯤이면 신체의 리듬을 수능일 스케줄과 비슷하게 맞춰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때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건강 관리법을 짚어 본다. ●수면 이 무렵에 지나치게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은 자칫 신체리듬을 깨뜨려 오히려 학습능률을 떨어뜨리기 쉽다. 자신의 생활리듬에 맞춰 보통 때와 같이 잠을 자되 최소한 5∼6시간 정도 숙면을 취해야 낮 동안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커피 등 각성제는 중추신경계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막상 잠들어야 할 때 숙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집중력도 떨어뜨리므로 피하는 게 좋다. 또 평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습관을 가진 수험생이라면 시험 당일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최소한 1주일 전부터 수능시험을 보는 날과 같은 패턴으로 기상 연습을 해둬야 한다. 한달 이상 수면량이 부족하면 ‘수면박탈현상’이 나타나 뇌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적절한 긴장이 가해질 때 집중력이 좋으며, 이를 위해서는 휴식과 이완이 필요하다. 긴장 및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치는 학생은 30분 정도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흘린 뒤 목욕을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단, 고온 목욕이나 사우나, 주말의 몰아치기 수면은 지나치게 심신을 이완시켜 역효과를 내기 쉽다. ●영양섭취 수험생은 과도한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식욕과 소화기능이 떨어지므로 소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섭취하게 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보약, 기름지거나 맵고 짠 음식은 좋지 않다. 아침식사는 꼭 챙겨먹어야 한다. 낮동안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두뇌활동의 영양원인 당분 섭취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당분은 섭취후 2시간이 지나야 뇌에서 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에 수능일에는 시험 시작 2시간쯤 전에 가볍게 식사하도록 한다. 식사는 정해진 시간을 지키되 위에 부담을 주지 않을 만큼 가볍게 먹어야 위에 혈류가 집중되는 것을 막아 뇌 운동을 방해하지 않는다. 식사 정량은 평소의 70∼80%가 적당하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수험생에게는 적절한 단백질과 비타민이 필요하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 쉽고, 스트레스 저항력도 약해진다. 좋은 단백질은 생선, 두부, 계란 등에 많다. 비타민은 해조류나 야채를 통해 얻는 게 좋다. 공부시간 직전에는 음식 섭취를 피했다가 공부가 끝난 뒤 휴식시간에 먹는 것이 긴장을 풀어 소화를 돕는다. 저녁 시간의 간식은 지방 함량과 칼로리가 적고 소화가 잘 되는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가 바람직하다. 단, 자기 전에 과일 등을 많이 먹으면 가스가 생겨 속이 더부룩해지기 쉬우므로 아침·점심식사 때는 채소와 과일, 저녁에는 주스 형태로 먹는 게 좋다. ●스트레스 관리 수험생들은 시험일이 다가오면 까닭없이 자신감이 없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 불안감이 늘어간다. 바로 ‘예상불안’ 증상이다. 이때는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노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주변에서 강조해 부담을 줄여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또 평상시의 생체리듬을 유지하면서 적당히 긴장할 때 학습 능률이 좋아지는 만큼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고, 매일 저녁식사 뒤 잠깐씩 밖에 나가 심호흡을 하거나 30분 정도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운동 뒤 가볍게 샤워를 하고 공부하면 훨씬 집중이 잘될 것이다. 적절한 운동은 두뇌에 산소를 공급해 정신을 맑게 하고 소화기능을 촉진시킨다. 또 근력을 향상시켜 피로물질이 축적돼 오는 근육 피로를 회복시키기도 한다. 매 1시간 단위로 휴식을 취하거나 잠시 바깥바람을 쐬는 것도 좋다.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학습능률이 오르지는 않는다.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심할 경우에는 심신을 이완시키는 복식호흡이 효과적이다. 특히 실전에 약한 수험생은 시험 직전에 가볍게 할 수 있는 몇가지 긴장 해소법을 익혀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손을 배꼽 위에 얹은 뒤 입을 다물고 공기를 코로 깊숙이 들이 마신다. 잠깐 정지했다가 이번에는 입으로 천천히 숨을 내쉰다. 이때 온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 동작을 3번쯤 반복하면 된다. ■ 도움말 강지현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민원식 민이비인후과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국내서 너클볼 보고 싶다

    프로야구 시즌을 마무리하는 챔피언시리즈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올해의 특징은 국내 팬들이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밤비노의 저주’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내세운 팀 웨이크필드의 너클볼이 직장인들의 점심자리에서 화제가 되고있다. 일반적으로 투수가 던지는 공은 두 가지다. 회전 방향이 톱스핀이면 커브이고, 백스핀이면 직구다. 여기에 좌우 방향으로 회전을 가미하면서 스크루볼,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가 파생된다. 너클볼이란 한 마디로 회전을 없애고 던지는 공이다. 야구공에 실밥이 있는 이유는 골프공에 딤플이 있는 이유와 같다. 공을 일정한 방향으로 회전시켜 더 멀리 나가고 컨트롤이 쉽게 만들려는 목적이다. 너클볼은 회전이 쉽게 되도록 실밥을 만든 야구공의 제조 목적을 부정한다. 일부러 컨트롤이 어렵고 속도가 느려지도록 던진다. 던지는 투수도 공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면 그 공을 치는 타자는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이 발명한 사람의 아이디어다. 발명자는 19세기말의 투수 토드 램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처음 이 공을 던질 때는 검지와 중지의 관절을 사용했기 때문에 너클볼로 불리게 됐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두 손톱을 사용한다.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너클볼을 던지는 투수는 웨이크필드 외에 디트로이트의 스티브 스팍스뿐이다. 모두 우리 나이로 40대다. 이미 은퇴한 너클볼 투수들도 하나같이 장수했다. 너클볼은 힘으로 던지는 게 아니어서 이들은 경기 뒤에도 얼음주머니를 어깨에 차지 않으며 훈련 때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다. 이런 것 때문에 너클볼 투수는 스포츠맨이 아니라고 혹평을 할 정도다. 그러나 너클볼 투수가 공짜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구질은 제대로 던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련 과정이 필요하다. 또 너클볼이 컨트롤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던질 수는 없다. 다른 구질에 견줘 100배는 더 컨트롤이 어려운 공을 어느 정도는 목표대로 던질 수 있으려면 다른 투수보다 어렵다. 이런 어려움이 너클볼 투수를 희귀하게 만든다. 국내에서도 몇몇 선수가 너클볼에 도전해 본 것으로 아는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웨이크필드를 보고 다시 도전하는 젊은 선수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스포츠투아이’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빌딩 X파일]흥국생명 본사

    [빌딩 X파일]흥국생명 본사

    점심시간 광화문은 한때의 허기를 달래려는 직장인들로 북적댄다. 이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엄마 손을 붙잡은 어린이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이들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 보니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에 있는 흥국생명 본사 건물이다. 경희궁(옛 서울고 자리)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 흥국생명 본사 빌딩에는 업무시설과 문화시설이 조화를 이루며 입주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24층 규모로 지난 2000년 1월 완공됐다. 건물 내·외벽은 물론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까지 유리로 되어 있어 세련된 느낌과 개방감이 느껴진다. 어린이들이 향하던 곳은 이 건물 4∼5층에 위치한 주한 영국문화원이다. 이곳에는 7∼12세 어린이와 18세 이상 성인을 위한 다양한 영어강좌가 개설된다. 자료실이 있어 비즈니스, 문화, 교육 등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열람하거나 빌릴 수 있다.(02)3702-0600. 3층에는 일본 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가 있다. 영국문화원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센터에서는 일본에 관한 다양한 서적이나 영상자료 등을 접할 수 있다. 강연회나 일본영화 상영회도 자주 열려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는 인기가 높다.(02)397-2820. 건물 1층 로비에는 모그룹인 태광그룹 계열 일주학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일주아트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의 미디어아트 갤러리와 아카이브(자료보관소)에서는 컴퓨터,VCR,DVD, 인터넷 등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최신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지하 2층에는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유명한 시네큐브·아트큐브가 있다. 주요 상영관에서 외면당하는 거장의 예술영화나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유명작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영화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하 1층과 2층은 패밀리 레스토랑과 카페, 꽃가게, 푸드코트 등과 연결돼 있다. 빌딩 최고층부에는 골드만삭스,ING베어링, 시티증권, 톰슨 파이낸셜 등 외국계 금융기관이 입주해 있다. 개성공단 사업지원단, 현대종합상사, 탈북민 친목단체인 숭의동지회 등 북한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기업 및 단체 등이 있는 것도 이채롭다. 건물 동쪽 옆에는 일하는 기쁨과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롭스키 작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이 22m 높이로 서 있다. 로비에 설치된 강익중 작 ‘아름다운 강산’도 설치예술의 수작으로 손꼽힌다. 가로·세로 3인치짜리 정사각형의 나무조각 8040개를 벽화형태로 가로 300줄, 세로 25줄로 이어 붙인 이 작품의 크기는 가로 31.73m, 세로 2.65m에 이른다. 우리나라 자연, 문화, 일상의 다양한 이미지 위에 세계 각국의 언어가 덧칠돼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한준규기자 초경량비행기 도전기

    한준규기자 초경량비행기 도전기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파란하늘. 비가 온 후 가을하늘은 파랗다 못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럴 때는 하늘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항공 레포츠의 메카라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어섬으로 갔습니다. 주말에는 전국에서 약 5만명이 항공레포츠를 즐긴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초경량 항공기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파란 하늘을 누비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초경량 항공기에 도전했습니다. 어땠느냐고요?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자, 이제 파란 하늘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안전벨트 매시고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출∼발. 아름다운 10월 초순, 날개클럽의 윤청(43)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뜻 윤회장은 “언제든 오세요. 하늘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을 느끼기엔 하늘이 최고죠.”라고 흔쾌히 승낙했다.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며칠간은 새가 부럽지 않았다.‘나도 너희들처럼 푸른 하늘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거야!’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난다는 것은 원초적인 본능인가. 내가 도전할 종목은 초경량항공기. 속도는 다소 느리고, 위험해 보이지만 온몸으로 푸른 하늘의 신선함과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울트라 라이터 모터,ULM이다. D-데이는 14일. 내 들뜬 마음을 시샘하듯 전날 저녁무렵부터 뇌성벽력과함께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졌다. 날씨때문에 밤잠을 설치다니…. 한편으론 걱정이 되면서도 아무 시름없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돌아간듯 행복감이 밀려왔다. 늦게 잠든 탓인지 평소보다 늦게 눈이 떠졌다. 창가로 달려가보니 아침햇살이 눈부셨다.“아자, 하늘이 나를 기다리는구나!” 한껏 흥분을 누르고 취재장비를 챙겨 집을 나섰다. 아침은 차에서 김밥으로 때운채 막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자 전화기가 울렸다.“바람이 심상치 않아요. 비행이 어려울 것…”황급히 나는 윤회장의 말을 잘랐다.“안돼요. 전 오늘 꼭 타야해요.”내 굳은 결심이 느껴졌는지 윤회장도 더이상 만류하지 않았다.“일단 어섬에서 만납시다. 오후엔 바람이 잘 수도 있으니까….” 어섬엔 바람이 먼저 도착해있었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초짜’가 이런 날씨에 비행이라∼.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난 후에도 바람은 잠잠해질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오후 4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더 늦으면 사진도 마땅치 않을 것 같았다. 어쩌랴. 일단 하늘의 뜻에 맡기고 어섬을 둘러보며 시간을 때웠다. 드디어 4시, 윤회장과 일행들은 어섬의 마산포 비행장 활주로로 나가 바람을 체크했다. 내 침 넘어가는 소리가 소음처럼 내 귀를 울렸다. 순간 윤회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야 바람 좋다!”나도 모르게 “야!” 환호성을 질렀다. 비행기 격납고로 이동해 우선 ULM 조립에 들어갔다. 윤회장, 김용진(42)총무, 한윤진(33) 패러글라이딩 교관 등 세명이 능숙한 솜씨로 조립했다. 행글라이더보다 두배정도 큰 날개를 만들고 그 밑에다 엔진을 결합했다. 그리고 손으로 줄을 당겨 시동을 걸었다.‘쿠릉쿠릉’소리를 내며 시동이 걸렸고, 부릉부릉 엔진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갔다. 그런데 웬일인가. 막상 비행체를 보니 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말이 좋아 초경량 비행기이지 행글라이더에 모터를 부착해 시속 120㎞까지 낼 수 있다지만 덮개는커녕 손잡이도 없는 게 아닌가. 오직 안전벨트만으로 몸을 고정한다는 것이다.‘혹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불안한 생각, 아들과 아내, 부모님 생각까지 났다. 망설여졌다. 순간, 하늘을 날고싶다는 욕심을 접고 싶어졌다. “빨리 헬멧 쓰고 무전기 테스트하고 준비하세요. 곧 해가 질 텐데….” 먼저 조종석에 앉은 윤회장이 채근하는 통에 ULM에 올랐다. 윤회장의 뒤편에 앉으니, 무전기를 통해 윤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혹시 엔진이 꺼져도 행글라이딩이 가능한 안전한 비행체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수백번 비행을 했는데도 이렇게 멀쩡합니다!!!””“넵!”내 불안한 마음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큰소리로 답했다. 출발이다. 윤회장은 엔진 출력을 높이는가 ‘부∼릉 부∼릉 왕∼’소리가 들렸고, 몇m를 달리는가 했더니 순간 맞바람을 맞으며 기체가 솟구치듯 하늘로 날아올랐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황홀했다. 내가 살고있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발아래 펼쳐지는 시화호, 햇살을 맞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은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듯했고 저기 멀리 물결치는 황금들녘과 작은 산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바로 이거구나, 자유. 목숨을 바쳐서라도 느끼고자 했던 것이구나.’갑자기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그만 날개가 녹아버려 목숨을 잃은 이카루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이트 형제등 하늘을 나는 꿈을 꿨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엔진이 퍼득 퍼득 소리를 내며 꺼지는가 싶더니 비행체가 10여m 아래로 쑥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으악!”‘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몇 초에 스쳐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윤회장의 허리를 꽉 잡았다.“하하하.”윤회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엔진을 꺼도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예요. 많이 놀라셨죠.”그가 장난을 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엔진 시동을 걸었다.‘휴∼’한숨이 나왔다. 시화호 일대를 몇 바퀴 돌고 나는 내려왔다. 사진촬영을 위해서다. 이번에는 김총무가 모터패러를 타고 이륙했다. ULM의 경우는 가속기를 밟으면서 행글라이더의 컨트롤 바를 위로 치켜들면 기체가 하늘 위로 치솟았고, 당기면 아래로 한없이 떨어진다. 좌우 방향 조정도 마찬가지로 간단해 보였지만 모터패러는 더 어려운 것 같았다. 일단 패러글라이더를 한손으로 조정하고 다른 손에는 가속기를 손으로 누르며 속도를 조절해야 하므로 이륙하기가 더 어렵다. 패러글라이딩을 완전히 마스터한 사람만이 모터패러를 탈 수 있다했다. 사진장비를 챙겨 어섬 활공장으로 올라갔다. 밑에서 무전으로 한윤진씨가 교신을 하며 도와주었다. 몇 차례 사진을 찍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그때 거위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려는 소녀 안나 퍼킨과 거위 떼의 환상적인 비행 장면이 기억에 남는 영화 ‘아름다운 비행’의 포스터가 생각났다.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붉은 노을과 날고있는 사람들…. 너무 아름다웠다. 허리둘레 34인치의 ‘아저씨’, 내 눈에 눈물이 흘렀다. 땅에서 아둥바둥 살고있는 내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봤고, 지는 해를 배경으로 삶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진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초경량비행기란 자체 무게가 225㎏ 이하, 연료용량 38ℓ 이하의 비행기를 일컫는다. 방향타를 이용해 조종하는 타면조종형과 몸을 움직여 방향을 바꾸는 체중이동형으로 나뉘는데 초경량 항공기로는 국내 가장 먼저 도입된 ULM(울트라 라이트 모터의 약자, 행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 모터패러(패러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와 흔히 말하는 조그마한 경비행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패러글라이딩이나 행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보다 엔진의 힘을 이용하는 비행체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날씨와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연료를 한번 채우면 보통 시속 70∼80㎞로 2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 이곳에서 배우세요 ●배울 곳:항공레포츠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하지만 제대로 가르칠 곳을 선택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불만사항 등을 미리 체크하는게 좋다.날개클럽(02-927-0206)은 항공 레포츠의 대표주자. 체험비행은 물론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더 등 무동력 부문과 ULM, 모터패러 등 동력 부문 모두를 체계적이고 책임있게 교육한다.(www.nalgaeclub.co.kr) ■ 버섯집서 별헤는 밤 시골밥상에 인심도 흠뻑 어섬은 시화호를 끼고 있는 항공 레포츠의 메카. 경비행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등 다양한 항공 레포츠뿐 아니라 원드서핑, 카이드 서핑,MTB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또 바다를 끼고 있어 계절에 맞는 다양한 먹거리와 고급 펜션들이 들어서 있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즐길 게 집약된 곳이다. ●버섯모양의 집, 해피하우스 해피하우스에 들어서면 만화 ‘스머프’의 마을이 연상된다. 집을 버섯모양으로 만들어 연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 나무로 지어진 펜션은 하나하나 독채라 다른 사람의 방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더욱이 가수 서태지가 시화호에서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고 하루를 묵고 갔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섯집은 원룸형태로 되어 있으며 보통 4∼5평 수준으로 실내에 싱크대와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가족들은 독채에 묵는 편이 좋다. 운영자의 아내가 시인이라 펜션 곳곳에 자작시를 써놔 운치를 더 해준다. 바비큐 시설과 족구장까지 갖춰져 있다.(031)357-3908,www.ehappyhouse.com. ●시골집 밥상 어섬에서 송산쪽으로 10여분을 나가다보면 오른편에 간판이 있다. 점심은 12시부터 2시까지 저녁은 6시 30분터 7시30분까지, 식사때만 영업한다. 말 그대로 시골밥상으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된장찌개의 맛이 일품, 반찬도 매일 바뀐다. 주문할 필요도 없이 앉으면 밥을 가져다 준다.5000원.(031)357-1859 ●어심 어섬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집. 계절에 맞는 음식을 판다. 지금은 한창 대하를 많이 판다. 굵은 소금을 깔고 그 위에 올려 구운 대하를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1㎏ 보통 30미 정도에 3만 5000원. 요즘은 농어도 많이 난다. 농어회는 3만원. 이집의 별미인 얼큰해물칼국수는 청양고추의 매운 맛과 바지락, 새우 등 해물의 시원한 맛이 조화를 이룬 별미. 메뉴에는 없고 특별주문하는 사람들에게만 끓여준다,5000원.10월 말부터는 굴밥도 판다. 자연산을 고집하는 주인 때문에 평소에는 먹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우면서도 믿음직스럽다.(031)357-2109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단풍놀이 버스 추락…15명 사망·18명 중경상

    단풍놀이 버스 추락…15명 사망·18명 중경상

    20일 오후 3시45분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2리 신약수 인근 지방 도로에서 관광객을 태운 76거 4014호(운전사 서현석·43) 관광버스가 15m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이 사고로 단풍놀이에 나섰던 탑승객 33명 가운데 운전사 서씨를 포함, 남자 10명과 여자 5명 등 모두 15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안전벨트 안매 희생 커 이날 사고는 단풍관광길에 나섰던 관광버스가 방아다리약수터를 지나 신약수방면으로 이어진 급커브·급경사로 이뤄진 도로를 내려가다 발생했다. 내리막길을 달리던 차량은 30여초 가량 좌우로 크게 흔들리다가 급커브길에서 회전하지 못하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절벽 아래로 굴렀다. 사고 현장에는 사상자들의 옷과 신발, 가방 등 소지품 외에도 갖가지 음식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끔찍한 사고순간을 짐작케 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가드레일과 나무등에 부딪친 충격으로 상당수의 탑승객들이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일부는 차량 밑에 깔려 숨지는 등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탑승객 이도웅(63·서울 광진구 노유동)씨는 “점심을 먹고 출발한 지 10분쯤 후 차량이 갑자기 휘청거리면서 속도를 내다가 회전길을 미처 돌지 못한 것 같다.”면서 “사고 당시 ‘쾅’소리와 함께 도로옆 나무를 들이받을 때 충격으로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왔는데 차량에 깔리지 않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탑승객들은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상록수’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로 대부분 50∼70대 연령층이며 이날 오전 8시쯤 서울을 출발, 강원도 평창 계방산과 방아다리약수터 일대에서 단풍관광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탑승객 “내리막길 속도 안줄어” 사고 장소는 S자형 급경사 2차선 군도로 평소 통행량은 많지 않지만 단풍철에는 대형 관광버스 등의 통행이 많은 곳이다. 경찰은 스키드마크가 35m나 되는점 등으로 미뤄 과속운행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조사를 하고 있다. 아울러 내리막길인 데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는 탑승자들의 말에 따라 제동장치 이상유무도 점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급커브길 경사진 도로지만 안전장치가 철제 가드레일뿐이어서 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사망자 가운데 이운휴(63)·오귀래(59)씨 부부의 시신이 안치된 강릉 동인병원 영안실은 오열하는 유족들로 눈물 바다를 이뤄 주변을 숙연케 했다. ●사망자 명단 ▲서현석(43·서울 강남구 대치동)▲이운휴(63·서울 송파구 방이동)▲이민찬(55·서울 송파구 방이동)▲박세영(65·서울 강동구 성내동)▲차주영(70·서울 강동구 길동)▲안경운(74) ▲윤용섭(72·서울 송파구 석촌동) ▲이종윤(83·서울 송파구 잠실동) ▲이규룡 ▲황봉춘 ▲오귀래(59·여·서울 송파구 방이동) ▲최금자(54·여)▲조부자(60·여·서울 성파구 방이동)▲유명자(여) ▲정지영(67·여)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순천만의 가을 나들이

    순천만의 가을 나들이

    땅거미가 질 무렵, 낯선 마을에 들어서도 밥짓는 향기가 가득한 마을은 따스해 보인다. 거기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먹던 음식, 내 어머니의 솜씨보다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이 지천에 널려 있지만, 그래도 음식맛이라면 ‘남도’를 으뜸으로 치게 된다. 남도 중에서도 순천은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은 곳이다. 특히 이맘때 순천은 짱뚱어가 맛있는 철이다. 겨울잠을 자러 갯벌로 들어가기 전의 짱뚱어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이다. 가을에 떠나는 남도 별미여행, 일단 속을 헛헛하게 비웠다. 맛있는 음식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라 자꾸 입에 가득 침이 고였다. ●순천만의 가을 나들이 아무리 짱뚱어가 손짓해도 해지는 순천만을 놓칠 수는 없는 일. 일단 대대포구로 갔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배를 타고 나간 순천만은 아름다웠다. 아니 황홀했다. 썰물에 드러난 광활한 바다의 속살, 갯벌과 강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곡선의 수로, 군데군데 동그랗게 자리잡고 있는 갈대와 보랏빛의 칠면초, 다가가면 푸다닥 하얀 날개를 펼치며 춤을 추는 이름모를 철새들의 군무,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빠알간 저녁놀까지 누구나 10대의 문학소년·소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왼쪽의 여수반도와 오른쪽의 고흥반도에 둘러싸여 드넓은 순수한 갯벌인 순천만에서 해안까지 펼쳐진 갈대군락이 무려 5.4㎞. 유기물이 풍부한 탓에 조개,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갯벌은 철새들의 터전이다. 수로주변에 있던 갈대밭에서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갯벌에서 자리잡아 갈대군락이 이뤄졌다는데 이상하게도 갈대밭이 동그랗게 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원형의 갈대밭은 마치 세포증식을 하듯 합쳐져 타원형에서 더 큰 원형으로 커져가고 있다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혼자 앉아 바다와 파도와 갈대와 철새들과 친구하며 앉아 있고 싶은 곳이다. 가는 길 :서순천IC에서 국도 2호선을 타고 순천시내와 청암대학교 앞 삼거리를 지나 사거리에서 좌회전,818번 지방도를 타면 순천만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대대포구는 이정표가 없어 지나치기 쉬우므로 대대마을에서 길을 반드시 확인할 것. 대대포구에는 순천만을 돌아보는 유람선이 운행중이다. 보통 6명 기준으로 3만원을 받는다. 대대포구에서 순천만을 따라 해안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30분이 소요된다. 대대포구 어촌계장(019-605-0511)에게 연락하면 된다. 바닷가에서 두어 시간 놀다 보니 배가 출출해져서 그만 짱뚱어를 맛보러 일어섰다. 짱뚱어 요리를 잘 한다는 해돋이 가든(061-742-8745)으로 갔다. 순천만이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좋지만 친척들이 직접 잡아오는 짱뚱어를 쓰기 때문에 맛과 신선도가 최고다. 짱뚱어는 요즘 가격이 많이 올라 보통 마리당 2000원선이라고 한다. 구이는 잘 달군 프라이팬에 짱뚱어 애(내장)를 복아 기름을 만들어 굵은 소금과 함께 짱뚱어를 굽는다. 고소한 맛이 별미. 짱뚱어전골 또한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음식. 호박과 시래기 등 갖은 야채를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한 후 살아있는 짱뚱어를 넣고 끓인 전골은 구수하다. 소화가 잘 되고 영양가도 풍부한다. 보통 4인 가족 기준으로 3만 5000원. ●낙안읍성의 음식축제 마침 제11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고 있는 낙안읍성으로 가봤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음식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낙안읍성 안에 설치된 천막에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장식된 음식들이 즐비하다. 연포탕, 생각촉김치, 붕장어회, 미역수제비, 돔배젓…. 듣도 보도 못한 남도의 음식들이 즐비하다. 또한 스님들의 발우에 정갈한 나물과 떡 등 선암사 사찰음식도 눈길을 끈다.‘눈’으로만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입’으로 먹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난전에 자리를 잡고 이것저것을 사다 먹어봤다. 저절로 ‘역시 맛은 남도야!’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러나 여기서 배를 채웠다가는 낙안 팔진미를 먹지 못할 것 같아 서둘러 길을 나섰다. 낙안읍성은 전시를 위한 민속마을이 아닌 사람들이 그곳에서 먹고 자고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살아있는 민속마을이다. 짚으로 엮어 만든 초가집 사이로 빨간 감이 열린 돌담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해질녘이면 초가지붕 옆 굴뚝에서 모락모락 저녁을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울타리에 호박꽃, 지붕 위에 주렁주렁 커다란 박이 열리는 곳. 어린시절 골목에서 친구들과 어둠이 짙게 깔릴 때까지 숨바꼭질을 하던 추억을 깨워주는 고향마을 같은 곳이다. 낙안읍성의 초가에서 하룻밤 묵으면 밤에는 온갖 풀벌레소리에, 새벽에는 성 안팎에서 주고받는 수탉 울음소리에 잠을 설치게 된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좋고 상쾌하다. 해뜰 무렵 높이 약 4m, 둘레 1.4㎞의 성벽을 산책하는 것도 운치있다. 성벽을 한바퀴 돌아보면 초가지붕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낙안읍성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황금빛 논과 주렁주렁 빨갛게 익은 감과 어우러진 가을아침 풍경이 넉넉함을 준다. ●남도음식문화축제 오는 25일까지 열리는‘제11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는 남도 22개 시·군에서 우리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든 700여종의 음식과 송광사, 선암사 등 사찰음식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한솥밥나눔행사, 떡만들기, 홍탁 삼합 체험 등 다양한 참여 이벤트와 줄타기 공연, 짚물공예, 야외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곁들인다. 낙안읍성에 가면 주막 평상에 앉아 낙안 팔진미를 먹어 봐야 한다. 낙안팔미는 더덕무침과 조기, 표고버섯 무침, 녹두부침개, 도토리묵, 꼬막, 돼지고기, 게장 등 갖은 반찬에 남도의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반찬이 바뀐다.1인분 1만원. 동동주는 5000원. 찾아가는 길은 호남고속도로 종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송광사나들목에서 빠져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약 10㎞ 가면 된다.낙안온천(061-753-0035)이 차로 5분 거리에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도 좋다. 유황과 게르마늄이 많이 함유된 국내 최고의 온천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5000원. ●조계산과 보리밥 전라남도 순천 조계산 산중에 정말 맛있는 보리밥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확인을 하기 위해 찾아갔다. 조계산(884m)은 남동쪽에 태고종 고찰 선암사, 북서쪽에 조계종 송광사를 품고 있는 명산이다. 조계산 굴목이재는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길로 해발 600고지에 문제(?)의 보리밥집이 있다고 한다. 선암사로 해서 보리밥집을 들러 점심을 먹고 송광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선암사 매표소를 지나 선암사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무지개모양의 다리가 나온다.‘야 멋지다’하는 생각에 다가가서 보니 보물 400호 승선교였다. 최근 보수공사를 끝내고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일주문 앞에는 불교의 심오한 정신을 담고 있는 조그마한 연못인 삼인당. 천년고찰을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선암사로 들어섰다. 삼층석탑, 푸른 하늘이 처마 끝에 걸려 있는 대웅전, 야생차밭 등 볼거리가 많다. 꼭 들러야 할 곳이 ‘해우소’다. 정호승 시인이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解憂所)로 가서 실컷 울어라’라고 노래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워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이 해우소는 몸 속의 오물뿐 아니라 세속의 욕심과 번뇌까지 버리고 돌아가라고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듯하다. 보리밥을 먹기 위해 가야 하는 굴목이재 산행은 6.7㎞, 보통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선암사 들머리에서 ‘송광사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섰다.15분여를 걷자 길 왼쪽에 쭉쭉 뻗은 편백나무 휴양림이 이국적 정취를 자아낸다. 온갖 나무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냄새를 맡으며 가파른 경사길을 올랐다. 오래간만에 흙을 밟으며 걷고 또 걸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흐른다. 계곡가에 앉아 땀을 식히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고 쉬엄쉬엄 올랐다. 배바위 정상까지가 약 1.5㎞인데 1시간이 더 걸렸다. 보리밥 먹으려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배바위에서 내리막길로 15분쯤 가면 조계산 명물인 조계산보리밥집(061-754-3756)이 보인다.1인분에 5000원. 반찬을 담은 작은 접시가 커다란 쟁반에 가득하다. 변변한 밥상도 없다. 누구나가 평상 위에 앉아 쟁반에 놓인 채로 그냥 밥을 먹는 것이 이 집의 맛이다. 돗나물, 참나물, 호박나물, 부추무침 등 갖은 나물들과 멸치젓, 구수한 시래깃국이 나온다. 참기름과 고추장이 담긴 큰 대접에 보리밥과 나물들을 넣고 썩썩 비벼서 한 입 가득 넣으면 맛이 그만이다. 이 집의 또 다른 별미인 동동주 한잔 들이켜보니 부러울 게 없다.“힘들여 올라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동주, 야채파전, 도토리묵이 각각 5000원. 보리밥집에서 송광사 갈 때는 반드시 윗길 등산로로 가야 한다. 아래쪽 큰길은 장안마을, 깨금골로 빠지는데 이정표가 없어 헷갈리기 쉽다. 여기서 송광사까지는 3.7㎞로 가득찬 배를 두드리며 천천히 내려가도 2시간이 못돼 도착한다. 계곡물소리, 잡목숲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벗삼아 걷기에 그만이다. 송광사 경내는 대숲과 편백나무 숲길이 아름답다. 법정 스님이 오래 기거하셨다는 불일암도 들러 볼 만하다. 가는길은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주암나들목(IC)에서 빠지면 송광사, 승주나들목에서 나오면 선암사다. ●순천여행 팁 순천은 시티투어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 순천역에서 오전 9시30분과 10시1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편안하게 순천의 명소를 감상할 수 있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061)749-3328,www.sc.go.kr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성매매 방지법’ 직격탄…강남 유흥가 ‘死色’

    ‘성매매 방지법’ 직격탄…강남 유흥가 ‘死色’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문닫는 업소가 많아 우리도 겁이 나요. 우리 옆집 가게만 해도 벌써 2개나 문을 닫았어요.”서울 역삼동 N생태전문집 종업원의 얘기이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 발효된 지 한달여가 돼 가면서 서울 강남 등 유흥업소 주변을 중심으로 휴·폐업 도미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역삼역 인근 LG강남타워로 이어지는 테헤란로 북측 뒷길쪽은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고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음식점이나 상가 점포주의 얼굴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실제로 N생태전문집의 경우 점심시간에는 직장인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밥을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지만 저녁 술손님은 한달전보다 3분의1가량 줄었다. 그래도 이 집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주변 대형 일식집 ‘선유’와 ‘남도’는 최근 문을 닫았다. 간판은 그대로인 채 임대 안내문이 나붙었다. 이들 일식집은 룸살롱에 가기에 앞서 1차로 식사를 하는 손님이 많이 찾았었으나 경기불황에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손님이 줄면서 결정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인근의 안마시술소 5∼6곳은 대부분 휴·폐업 중이다. 낮에도 손님이 줄을 이었던 이 안마시술소들은 저녁 8시가 돼도 네온사인조차 켜지 않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유흥업소 주변 상가 철퇴 성매매특별법의 타격을 받은 곳은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안마시술소뿐만이 아니다. 미장원이나 세탁소, 심지어는 포장마차까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역삼동 LG강남타워 뒷길에 자리잡고 있는 미용실 ‘제니스’. 평소 이 곳에는 하루 평균 15∼20여명의 속칭 ‘나가요걸’들이 찾아 머리 손질을 하고 갔으나 요즘에는 그 수가 2∼3명으로 줄었다. 이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이모(33)씨는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저녁 유흥업소 종사자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우리는 직장인들이 있어서 그런대로 버티지만 논현동 일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미용실은 대부분 문을 닫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하루 고생을 하면 30만원가량 벌었는데 룸살롱 고객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수입이 10만원대로 줄었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상한 법이 생겨 생계를 위협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성매매특별법의 간접적인 영향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번화가에서 40평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수일(41)씨가 대표적인 예다. 이씨는 “인근에 모텔과 안마시술소, 룸살롱 등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았지만 요즘은 30%가량 줄어들었다.”면서 “매출도 20% 정도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하루 매출이 100만원에서 70만원정도로 줄었다는 얘기다. 권리금도 뚝 떨어졌다. 권리금이 한달새 7000만원선에서 3000만원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서울의 또 다른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강남 특허청 사거리.19일 밤 역삼동 특허청 뒷골목은 과거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역삼역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들어서자 포장마차를 비롯한 여러가지 가게들이 스산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음식점마다 저녁 8시쯤이면 1차를 하러 오는 손님과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빽빽히 자리를 채웠지만 지금은 손님 몇명만이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역삼동에서 소고기집을 하다가 삼겹살집으로 업종을 바꾼 김모(46)씨는 “예전에는 하루에 300만원 정도의 매출을 거뜬히 올렸는데 요즘은 현금을 보기조차 어렵다.”면서 “아무래도 폐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룸살롱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최모(52·여)씨도 “예전에는 하루 30만원대 매출을 올렸으나 지금은 10만원대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룸살롱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주위에 연계된 상권들이 송두리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봇물 이루는 모텔 매물 요즘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권에는 모텔매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강남권에만 모텔매물이 220여개나 쌓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권 전체 모텔(400여개 추정)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이들 매물 가운데 20%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에 나온 ‘새 물건’이라는 게 모텔거래 전문 컨설팅 담당자의 얘기다. 강남권 모텔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러브호텔과 달리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와 연계해 손님을 받아왔다. 그러나 강력한 성매매 단속으로 룸살롱 등의 ‘2차’가 사라지면서 모텔 인기가 급락한 것이다. 모텔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폭락했다. 강남권에 있는 대지 150평에 5층에 룸 35개짜리 모텔의 경우 가격이 60억원대를 호가했으나 현재는 45억원대로 떨어졌다. 그나마 사려는 사람도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웃돈은 그만두고 금융권의 채무만 안은 채 그냥 가져가라는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권 모텔 매물 가운데 이런 ‘교환매물’이 40여개가 되는 것으로 부동산중개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서초구에서 B모텔을 운영하는 최모(63)씨는 2001년 제2금융권으로부터 담보액의 70%까지 대출을 받아 모텔을 매입했던 경우다. 최씨는 “올해 대출 만기가 됐으나 성매매특별법 발효로 손님이 줄면서 상호신용금고에서 대출금 상환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빚만 떠안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넘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모텔과 점포 전문컨설팅사인 RPM컨설팅 고재일 이사는 “모텔업계는 불황과 성매매특별법,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앞으로 모텔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日관광객 발길 끊겨 ‘울상’ 성매매특별법의 한파는 지방까지 미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관광수입의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대체수단으로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본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지방 유흥지 가운데 하나인 전남 목포의 하당 신도심도 타격을 받고 있다. 무려 200개에 이르는 모텔과 유흥주점 등으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손님이 뚝 끊기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모텔과 유흥업소에 이어 임대아파트, 오피스텔도 텅텅 비면서 신도심 공동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통신망을 비롯, 최고의 인테리어로 무장한 모텔은 190개나 되지만 지금은 손님이 없어 개점 휴업상태다. 이 가운데 39개는 자금난 등으로 부도가 나면서 경매가 진행 중이고 다른 모텔들도 손님이 없어 하루 평균 3∼4명의 손님을 받는데 그쳐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형편이다. 김성곤 윤창수기자 sunggone@seoul.co.kr
  • [비즈&피플] 워크아웃, 우린 이렇게 졸업했다

    [비즈&피플] 워크아웃, 우린 이렇게 졸업했다

    벼랑끝에 몰린 9회말 투아웃. 다들 자리를 뜨며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하는 순간,“경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모래알처럼 흩어진 정신력을 하나로 모아 역전에 성공, 우리 곁에 돌아온 기업들이 있다. 몰락한 ‘명가(名家)’로, 환란의 ‘주범(主犯)’으로 세간의 손가락을 받았던 크라운제과, 대우인터내셔널, 쌍용건설 등이 차례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꼬리표를 떼고 ‘명가 부활’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이들이 받은 수모와 서러움, 눈물 등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더욱이 한때는 재계를 호령했던 ‘명가의 자손’들이었으니….‘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이들을 지탱시킨 힘은 ‘주먹 불끈’이었다. 실추된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달라진 세상의 인심을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이 부활의 불씨를 지필 수 있었던 것은 막판 위기에서 승부의 흐름을 바꾼 ‘구원투수(CEO)’와 한몸처럼 믿고 따라온 ‘야수(임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퇴직금 턴 ‘사원의 힘’-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19일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쌍용건설 창립 27주년 행사장에 선 김석준 회장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회사를 살린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5년 8개월에 걸친 워크아웃 졸업을 자축했다. 생일과 동시에 워크아웃을 끝낸 쌍용건설 임직원들도 “고등학교 3년의 입시전쟁과 군복무를 한꺼번에 마친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졸업기’도 피눈물로 얼룩졌다. 1997년만 해도 2400명에 달했던 직원은 2000년 700명선으로 줄었다. 당장 이익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사업부가 무더기로 없어졌고 회사 돈으로 해외유학가서 박사학위까지 받아 온 ‘우수인재’들마저 내보내야 했다.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동료 때문에 타 부서에 전화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살벌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직원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한때 업계 최고수준인 상여금 800%를 받던 직원들이 98∼2000년 단 한푼의 상여금도 집에 가져가지 못했다. 대리 5년차의 세전 연봉이 1400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사내게시판에는 “오늘이 아들 생일이었는데 버스정류장에 마중나온 아들에게 뭐라도 쥐어주려고 주머니를 뒤졌더니 1200원밖에 없었다. 초코파이와 풍선으로 생일상을 대신했다.”는 가장의 사연이 올라와 사무실이 울음바다에 빠지기도 했다. 김 회장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쌍용그룹 회장으로 있다 98년 채권단의 요청으로 5년만에 회사로 돌아온 김 회장은 “앞으로 나를 회장이라 부르지 말라. 나는 CEO일 뿐이다.”라며 몸을 낮췄다. 추석, 설 명절때는 한번도 빠짐없이 베트남, 인도, 중동 등 해외건설현장을 찾아 고향에 가지 못한 직원들과 함께했다. 회생의 디딤돌이 된 서울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분양때는 스스로 태스크포스팀 팀장이 돼 미국 LA로 건너가 교민들을 상대로 200여 가구를 분양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상증자가 필요할 때 직원들이 퇴직금을 털어 당시 2500원이던 주식을 5000원에 매입하자 김 회장도 유일한 재산인 서울 이태원동 자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샀다. 대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단 지분 25%에 대한 ‘우선매수청수권’은 직원들에게 양보했다. 김 회장의 솔선수범은 직원들의 자신감을 일깨워줬다. 전 직원이 출퇴근시간 지하철역에 어깨띠를 두르고 나가 분양전단지를 나눠주며 광고비를 아꼈고 경쟁사가 분양을 포기한 아파트도 인근 주민들을 파고드는 집념으로 100%분양에 성공했다. 김 회장이 회사로 돌아온 98년 자본잠식 상태로 77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쌍용건설은 올해 1조 2050억원의 매출에 626억원의 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부채비율은 160%에 불과하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인적 네트워크’ 승리-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어제의 수출역군이 하루아침에 죄인 취급을 받을 때는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종합상사의 생명줄’인 거래선의 이탈과 젊은 직원들의 이직이었습니다.”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워크아웃 기간을 회고하다 내뱉은 첫 마디였다. 그가 사장에 취임한 뒤 며칠간 했던 업무는 떠나는 직원들의 사표 수리였다.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들을 잡을 명분이 없었던 것. 이 사장은 “이대로 쓰러질 수밖에 없나.”하고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였다고 했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대우로부터 분리될 때만 해도 부채비율이 940%, 채무액은 1조 3000억원을 웃돌아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우선 월례조회를 부활하고, 조직 안정을 위해 사보를 재창간해 회사 소식을 임직원 가족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주말마다 직원들과 북한산을 등반,CEO와 직원들간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이 사장은 또 채권단을 일일이 찾아가 “대우의 해외 네트워크는 대우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재산이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수출 기반을 잘라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 해외 네트워크 유지에 부정적인 채권단이 돌아서게 됐으며, 대우인터내셔널 회생에 결정적인 기반이 됐다. 그러나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문전박대도 다반사였다. 이 사장은 인도 국영석유공사의 회장을 만나기 위해 수차례 ‘노크’를 했지만 결국 무위로 끝났다. 국내에서도 거래 포기가 잇따른 가운데 유상부 포스코 당시 회장이 대우와의 거래를 유지하라는 ‘특명’이 소문나면서 다른 거래선들이 확보됐을 정도. 이 사장은 “돈줄이 보여도 투자자 모집이 안 되거나 투자를 할 수 없을 때가 가장 큰 고통이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어려움도 이에 못지 않았다. 상여금 동결은 기본이고 사소한 경비 지출도 일일이 채권단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관계자는 “필요한 사무실 집기 교체에도 쓸데없는 곳에 돈 쓴다는 채권단의 쓴소리를 들을 때는 참담할 지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가운데 이 사장은 그야말로 ‘단비’ 같은 소식을 접했다.2000년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다들 몸을 사릴 때 미얀마 정부가 대우의 적극적인 법인활동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성공 가능성이 큰 미얀마 ‘A-1’광구의 개발권을 준 것. 이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미얀마 가스전의 성공과 행운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황금색 넥타이’만을 매고 다녔다. 그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지난 1월 미얀마 가스전 발견은 대우인터내셔널의 도약에 결정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2010년부터 매년 1000억∼1500억원의 배당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부채비율 168%, 상반기 매출은 2조 4612억원, 순이익 904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내실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크로스 마케팅’ 결실-윤영달 크라운제과 사장 크라운제과 윤영달(59) 사장이 회사를 부도상태에서 구해낼 수 있었던 무기는 ‘크로스 마케팅’과 ‘등산경영’이었다. 1998년 부도가 난 크라운제과는 오로지 외형확장만을 좇은 우리 기업들의 전형적 실패담이었다. 윤 사장은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 몸집 부풀리기에만 치중하는 경영을 했다. 이익규모내에서의 투자가 아니라 빚을 늘려가며 껍데기만 키우는 바보짓을 했다.”고 후회했다. 윤 사장은 창업주인 고 윤태현 회장의 장남으로 연세대 물리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이공계 출신 최고경영자(CEO).1967년 처음 경영에 참여한 이후에는 72년 ‘조리퐁’이란 대히트작을 내기도 했다.77년부터는 한국자동기라는 공장자동시설 생산업체를 운영하고, 풍력발전을 연구하는 등 개인사업을 하다 95년 다시 회사경영에 복귀했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만난 것이다. 채권단회의에서 화의결정이 확정되자 윤 사장은 골프에서 손을 뗐다. 명동에 골프연습장을 지을 정도로 골프광이었다. 담배도 끊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100㎏대의 몸무게를 가진 그에게 등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5분을 가면 15분을 쉬어도 숨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제는 아침 8시에 나가 저녁 9시까지 하루종일 직원들과 북한산을 탈 정도로 체력을 길렀다. 등산을 마치면 직원들과 같이 목욕탕에서 등을 밀었다. 직원의 신발이 떨어지면 사장이 직접 뛰어가서 새로 사왔다. 점심때 산 중턱에서 직원들과 함께 걸치는 막걸리는 단단한 응집력으로 연결됐다. 물론 극도의 구조조정 과정속에서 1200여명의 직원은 800여명으로 줄었고,20여명의 임원은 단 한명만 남았다. 직원들의 사기를 일으키고 단결을 일궈낸 것이 ‘등산경영’이었다면 ‘크로스 마케팅’은 매출을 일으키는 발판이 됐다. 크로스 마케팅도 땀흘리는 등산 중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크로스 마케팅이란 국적을 뛰어넘어 동종의 경쟁 업체들끼리 생산, 판매 등을 분담하는 전략적 제휴를 뜻한다.2000년부터 타이완 2위의 제과업체 왕왕의 쌀과자를 들여와 팔았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800억원어치에 달한다. 타이완 1위의 제과업체인 이메이와의 크로스 마케팅을 통해 ‘美인블랙’이란 제품을 지난해 11월 내놓았다. 출시 100일 만에 매출 100억원이란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크라운제과의 제품도 이들 업체를 통해 타이완으로 수출 중이다. 결국 회사는 2002년말 5년여만에 화의에서 졸업하지만 아버지인 윤 회장은 회사의 재기를 보지 못하고 99년 노환으로 별세한다. 윤 사장은 크로스 마케팅을 타이완에 이어 중국, 일본, 홍콩, 호주, 스페인으로 확대 중이다. 국내에서는 해태제과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해태제과 인수에 성공하면 크라운제과는 다시 국내 2위의 제과업체로 복귀하게 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백문일기자의 국제경제 읽기] 美 대선 쟁점된 ‘청정석탄 개발’

    석탄은 우리나라 최대의 에너지원이었다. 겨울철에는 학교마다 석탄을 지피는 난로가 교실의 한 복판에 자리했고, 그 위에는 노란색 알루미늄 점심 도시락이 층층히 쌓였다. 그러나 석유와 천연가스, 원자력 등이 주요 에너지원이 되면서 석탄 난로는 추억 속으로 아스라히 사라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자 다시 ‘대체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일고 있다. 오일쇼크가 터진 지 30년이 지났건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오일의 늪’에서 허덕이는 모습이다. 석유와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최근 인기를 끌지만 석유 차량의 보급률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청정석탄(clean coal)’을 지지하고 나섰다. 민주당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은 석탄을 가스로 바꿔 연소시키는 ‘청정 시스템’ 개발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미 청정석탄의 연구개발비로 총 60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석탄은 석유와 함께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원이다. 석탄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 비법이라도 찾아낸 것일까. 석탄업계의 지원을 받는 ‘균형된 에너지 선택을 위한 미국인들(ABEC)’이란 단체는 “석탄이 유용하고 깨끗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석탄을 가스로 만들어 전력생산에 사용하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을 뿐더러 열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석탄을 직접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에너지 효율이 30%에 불과,70%의 에너지가 낭비되지만 가스로 전환하면 이같은 문제점을 고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미국내 석탄 매장량은 향후 200년간 쓸 수 있는 2700억t으로 ‘석유자원의 무기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석탄이 풍부한 중국이나 인도, 한국 등에도 청정석탄의 기술을 팔면 ‘일거양득’이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수소차량의 개발이 20여년전에 시작됐음에도 실용화에 문제가 있듯이 청정석탄 개발에도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석탄을 가스로 바꾸는 과정에서 다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열효율도 최대 60%밖에 안 된다는 2차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속내는 석탄산업의 본고장인 웨스트버지니아와 펜실베이니아 등지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일 가능성이 크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지만 에너지원의 다양화 측면과 남북한의 석탄 매장량 45억t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도 그같은 노력이 조금이라도 필요한 때가 아닐까싶다. mip@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30) 너무나 한국적인 외국인 솔로몬 메트라이프생명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30) 너무나 한국적인 외국인 솔로몬 메트라이프생명 사장

    참 많이 웃었다. 영어 인터뷰에 대한 부담은 그가 한국말을 한국사람보다 더 잘한다고 귀띔받았을 때 이미 떨쳐 버렸지만 이 정도로까지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게 될 줄은 예상 못했다. 우리 나이로 57세. 하지만 연방 터지는 웃음이 안 그래도 젊어뵈는 얼굴에서 나이를 열살쯤 더 덜어낸다. 가장 한국적인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라는 스튜어트 솔로몬 메트라이프생명 사장. 옛 도자기와 고가구의 훈기가 가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지난 34년간 한국, 그리고 한국인과 맺어온 삶과 경영 얘기를 들어봤다. ●평화봉사단으로 시작한 34년 인연 -1995년 10월 초 김포공항에서 바라본 가을하늘은 잉크처럼 파랬고, 가을공기는 더없이 상쾌했다.17년 만에 찾아온 세번째 한국근무. 첫번째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두번째는 사회 초년병으로, 이번에는 보험회사 임원. 서울 거리는 80∼90년대 급성장으로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어른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젊은이들의 마음씨나 콩비지·순두부의 깊은 맛은 예전 그대로였다. 그로부터 또다시 만 9년이 흐른 지금, 한국과의 인연은 내 나이의 3분의2를 채워가고 있다. -뉴욕 시러큐스대(생리학)를 졸업하고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이던 71년, 우연찮게 평화봉사단(Peace Corps)에 자원하게 됐다. 전세계 개발도상국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하는 일이었는데, 그게 ‘코리아’와 인연의 시작이었다. 대개 영어 가르치는 일이 맡겨졌던 다른 봉사단 친구들과 달리 나는 대학전공 때문에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에 배치됐다. 각지의 보건소를 돌며 결핵 예방과 치료, 의료장비 이용교육을 하는 일이었다. 생소한 나라였지만 전국 방방곡곡을 도는 동안 애정과 호기심이 싹터갔다.“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말투와 음식, 생활방식이 다를 수가 있을까.”북한산 정상에서의 점심요리, 시골 다방마담과의 커피 한잔, 야간 통행금지로 고생했던 에피소드 등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청년시절의 추억이다. -당시 나는 서울 연희동에서 하숙을 했는데 하숙집 아줌마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재미 있는 것은 당시 예뻐했던 아줌마의 서너살짜리 아들이 지금 우리 회사의 프로영업조직(FSR)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현재 ‘100만달러 원탁회의’(MDRT·실적 높은 설계사들의 전세계 모임) 회원이다. -73년 평화봉사단 활동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가 외환은행 뉴욕지점에 잠깐 있다가 이듬해 다시 한국으로 나왔다. 미국 기계부품회사의 바이어로 부산 사상공업단지에서 일했는데, 퇴근 후 해운대에서 수영을 하고 먹었던 막걸리와 홍합의 맛은 절대로 못 잊을 것 같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것은 79년. 부산에서 알게 된 외환은행 지점장의 제의로 외환은행 뉴욕지점에 재입사했다. 자산운용을 담당했는데 당시 급성장하던 수출한국의 최일선이자 무역결제가 집중됐던 이곳은 나에게 금융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주었다. 근무 17년째인 95년, 한국에서 일할 임원을 뽑고 있던 메트라이프 본사에 지원서를 냈다. 보험인으로서 출발점이었다. ●“세종대왕은 정말 대단한 양반” -많은 사람들이 내 한국말 실력에 놀라곤 한다. 이미 결혼식 주례도 몇차례 섰다. 사실 이건 순전히 한국말이 가진 매력 때문이다.‘살갑다’‘아침햇살’‘보듬다’ 같은 말을 보라. 은근한 정과 풍부한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가. 한글은 과학적이기도 하다. 정말 세종대왕은 대단한 양반인 것 같다. -도자기는 내 생활의 일부다. 나이 들수록 더 도자기에 미쳐가는 것 같다. 한국 도자기의 단순함과 편안함은 중국·일본 도자기가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맛을 지녔다. 도자기 동호회인 ‘문월회’에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천, 강진, 여주 등의 도요지는 물론이고 중국내 고구려 유적지에도 다녀왔다. 특히 도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은 한국의 역사를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도자기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가구다. 도자기는 반닫이 같은 것이 뒷받침돼야 제격이다.(사무실 곳곳에 놓인 도자기와 고가구를 가리키며)내 개인 소장품들이다. 한남동 작은 아파트에 더 이상 놓을 데가 없어 사무실로 들고 나왔다. 이제 그만 도자기 사는 걸 자제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그게 안 된다. 옛날 한국사람들은 정말로 작품에 혼을 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한국사람들이 그걸 모른다. 박물관에 들어가도 사람이 없다. 내년에 새 국립박물관이 완성되면 그때는 많이들 가려나. 서울 가회동 등 일부지역을 빼놓고는 한옥이 거의 사라져 버린 것도 비슷하다. 서양에서는 옛 건물들을 이렇게 무분별하게 없애지 않는다. 발전도 중요하지만 장구한 역사를 너무 쉽게 버리는 것은 아닌지. 조깅도 빼놓을 수 없는 취미다. 지금도 동호회원들과 매주 문산, 오산 등 서울근교를 찾아다니며 조깅을 한다. 보통 5㎞쯤을 뛰는데 그러는 동안 그 지역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다. 뛰고 나면 맥주를 한잔씩 하는데, 사실 이 맛에 뛴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미국에 가면 열흘 정도는 괜찮은데 그 이상 지나면 김치 생각에 통 식사를 못한다. 다행히 고향집이 있는 뉴저지에 한국식당이 많다. 제일 먼저 찾는게 곰탕과 김치다. 지금도 점심식사때 직원들과 회사 맞은 편 먹자골목을 답사하듯 돌아다닌다. 얼마전에는 사내 맥주파티 자리에서 “백김치는 너무 싱거워서 고들빼기 김치가 더 좋다.”고 했더니 직원들이 “사장님 전생은 한국사람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나로서는 유쾌할 따름이다. 한국음식은 대개 건강식품이다. 콩비지, 삼계탕, 비빔밥, 쌈밥,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 같이 맛도 좋지만 몸에도 좋은 음식들이 널려 있다. 홍어회, 곱창은 물론이고 사철탕까지 먹어 봤다. 어차피 세상 한번 사는 건데 어떤 음식이 어떤 맛인지는 느껴봐야 하지 않겠나. -회사에서 석달에 한번씩 맥주파티를 연다. 신입사원 신고식도 하고 장기자랑도 한다. 한잔씩 서로 따라주며 마시다 보면 금세 친해진다. 젊었을 때 소주 두병은 가볍게 마셨던 술 실력이다. 내 방문은 항상 열려 있다. 아이디어나 개선사항, 불만이 있으면 말하라는 것이다. 나는 ‘예스맨’을 굉장히 싫어한다.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 영어실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을 때에도 내 방으로 오라고 한다. 직원에게는 물론이고 나에게도 도움되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최고의 투자는 교육” -97∼98년 외환위기는 한국도 그렇지만 나로서도 난생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당시 우리 회사는 튼튼한 채권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불안할 게 없었지만 아무래도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의 피말랐던 경험 때문에 지금도 우리 회사는 위험한 채권에 절대 손을 안 대는, 철저한 안전위주 자산운용을 하고 있다. -교육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최고의 투자다. 미국 본사 외에 중국, 인도 등 아시아 현지법인간에도 긴밀하게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대주주가 미국회사다 보니 영어실력도 중요하다. 회사에서 매주 3∼4회 아침·점심으로 영어교육을 시킨다. 또 모든 업무교육이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으로 제공된다. 우리의 노하우가 집적된 자산이어서 외부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비밀에 부쳐져 있다. 종합자산관리사(AFPK),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등 업무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비용도 회사가 부담한다. 우리 회사의 합격률이 업계에서 가장 높은 이유다. -한국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너무 급하다. 항상 ‘빨리빨리’다. 다들 성공하고 싶어하지만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개인도 기업도 넘어지게 된다. 지금의 대규모 신용불량 사태가 이를 잘 보여주지 않는가. 자기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 분수에 맞게 살지 않으면 큰코 다치게 된다는 것을 사랑하는 한국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솔로몬 사장은 누구 스튜어트 솔로몬(56) 메트라이프생명 사장은 2001년 6월 취임 이후 줄곧 ‘한국적 영업’을 강조해 왔다. 이는 메트라이프라는 글로벌기업을 국내에 빠르게 연착륙시킨 원동력이 됐다. 물론 솔로몬 사장 자신이 한국문화와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미국 최대 생보사(보유계약고 기준)인 메트라이프의 한국내 자회사.1989년 코오롱-메트생명으로 출발했으나 98년 코오롱그룹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지금의 경영체제가 됐다. 이듬해인 9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를 냈고, 그 사이 전국 지점 수는 40개에서 94개로 늘었다. 업계 최초로 보험금 청구당일 지급을 시행했고, 현재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변액유니버설보험을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교육투자로 올해 변액보험 판매자격 시험에서 업계 평균(37%)의 두배인 74%의 최고 합격률을 기록했다. 최근 메트라이프는 SK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시장점유율 4%대로 국내 생보업계 4위를 다투게 된다. 지난 8월에도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을 인수하는 등 확장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윤리를 기반으로 고객·직원·주주 등 3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그는 “직원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일해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점심은 폭식해도 된다고?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점심은 폭식해도 된다고?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비율이 20대는 45%,30∼40대는 22%. 저녁식사를 집에서 하는 날이 1∼2일인 비율은 40%, 평일에는 거의 없다는 비율은 14%. 하루에 두 끼를 먹는다는 비율은 53%. 이것이 몇몇 통계에서 드러나는 우리 직장인의 식사 풍경이다. 이를 기준으로 대략 계산해 보면 주말까지 포함한다 해도 전체 식사의 50% 이상이 집 바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식생활이 바깥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의 식습관에 대해서 그리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바른 먹을거리와 관련해서 각 가정에서 식단을 바꾸려는 노력은 많이 하고 있으나, 정작 남편이나 아버지의 식생활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안타깝다. 그러나 직장인들이야말로 더욱 좋지 않은 식습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무엇보다도 밖에서 먹는 저녁식사가 문제다. 잦은 술자리, 육류 위주의 식사 등 짚어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저녁식사 못지 않게 점심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점심시간만 되면 수백만 명의 직장인들이 새로운 맛을 찾아 식당가를 방황한다. 새로운 맛이란 다른 게 아니다. 우선 집에서 먹지 않는 식단이어야 하고, 푸짐해야 하고, 육류 등 영양이 많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찌개, 전골, 탕 등의 음식을 주로 찾게 된다. 대부분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이다. 보통의 식당들은 손님의 건강보다는 좀 더 입맛을 자극하는 쪽으로 음식을 내놓기 마련이다. 육류 위주의 식사도 문제다. 직장인이 많이 찾는 쌈밥, 삼계탕, 뚝배기불고기 등은 한 끼 식사로는 상당한 육류를 먹게 하는 음식들이다. 콩, 어류, 녹황색 야채를 하루 한 번 이상 섭취해야 하니, 육류 섭취를 줄이는 대신 이런 음식을 찾는 게 좋다. 한 가지 요리 중심으로 식사를 하는 것도 문제다. 보통은 찬이 골고루 나오는 것보다 한 가지 요리라도 그럴싸하게 나오는 집을 선호한다. 그럴 경우 반찬을 골고루 먹지 않게 되고, 그렇게 해서는 균형있는 식사를 할 수 없게 된다. 푸짐하게 내놓는 식당을 선호하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푸짐하게 내놓는 집의 음식 재료를 한번쯤 살펴 보자.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내놓는 집일수록 대부분 농약이나 유전자조작 위험이 있는 수입산 재료를 쓸 가능성이 높다. 적당한 분량씩 담아 골고루 다 먹을 수 있도록 내놓는 곳이 더욱 좋을 것이다. 또 하나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폭식이다. 직장인의 점심 폭식은 저녁식사에 가려져 있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폭식은 지나친 칼로리 섭취도 문제이지만 위의 활동량이 늘어 오후 근무 중에 피로가 몰리는 원인이 된다. 폭식의 원인은 무엇보다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많이 기인한다. 따라서 직장인의 점심식사를 제대로 추스르기 위해서는 우선 아침을 꼭 먹도록 권한다. 아침을 거를 경우 두뇌회전에 필요한 포도당이 부족해 오전 내내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하루 동안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영양 불균형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육류에 의존하는 식사나 한 두 가지 요리에 집중되는 식사를 피하는 게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집에서 먹는 것처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할 수 있거나, 바른 먹을거리를 실천하는 식당 한 두 곳 정도는 알아두는 것도 지혜다. 덧붙여, 사소한 듯싶지만 중요한 것이 여유로운 식사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식사시간은 겨우 15분이다. 일본의 18.5분, 프랑스인의 40분에 비한다면 매우 빠른 편이다. 좋은 환경에서 식사할 때 몸에도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줄 서서 먹고, 먹자마자 쫓기듯 일어서야 하는 곳보다는 여유있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설사 맛은 떨어질지 몰라도 몸에는 더 좋을 수 있다. 바른 먹을거리는 가정의 식단에서부터 시작되지만, 그것으로 그쳐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단체급식소는 물론 일반 식당에까지 바른 먹을거리 바람이 불 때 진정한 바른 먹을거리 식단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 점도 있다. 그러나 한 두 가지 원칙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직장인의 점심식사도 곧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한 주의 다짐, 바른 점심식사로 시작해 보자.
  • [주말화제] KAIST 영어서툰 교수 ‘진땀’

    [주말화제] KAIST 영어서툰 교수 ‘진땀’

    영어가 서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요즘 괴롭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로플린(54)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15일로 취임 3개월이 된 로플린 총장은 지난달 13일부터 학과를 돌면서 통역없이 교수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19개 학과 중 이날까지 14개 학과가 면담을 마쳤다. 아직도 교수 400명 중 90여명이 그와의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으나 영어가 달리는 교수는 초긴장 상태다. 지난 1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총장과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들의 면담시간. 이 학과 교수 6명이 로플린 총장과 마주앉아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국내 최고의 과학영재를 가르치는 교수들의 전공실력이야 처질 게 없었다. 일본에서 학위를 딴 어느 교수는 자기소개만 간단히 영어로 할 수밖에 없었다. ●캠퍼스 산책하다 학생과 대화> “어떤 분야를 연구하느냐.”,“학교가 무얼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로플린 총장이 꼬치꼬치 물어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 영어를 잘 하는 동료 교수가 옆에서 도와줘 위기를 넘겼지만 진땀을 뺐다. 이 학과 남택진(36) 교수는 “과거에는 학과장이 대표로 브리핑하는 데 그쳤으나 학과를 돌면서 총장이 교수들과 손수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물리학과 면담이 있었던 지난달 24일에는 교수들의 영어는 술술 풀렸지만 총장은 자신의 전공인 탓에 신이 난 듯 면담은 아침 9시부터 저녁까지 이어졌다. 이 학과 신중훈(36) 교수는 “총장님께서 호기심이 무척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로플린 총장은 교수진의 영어실력에 대해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으며, 교수들의 연구내용을 파악하고서는 “스탠퍼드대 수준과 같다. 흥분된다.”고 말했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된장찌개 즐기고 주말엔 하이킹> 학교에서는 영어 능통자를 상대로 총장 관용차 운전사를 공모했다가 지원자가 없어 포기하기도 했다. 결국 학교차량운행 용역업체 사장이 맡았다. 학교 관계자는 “영어 잘 하는 수행비서가 동행하지만 그가 아니어도 몸짓이나 표정만으로도 통한다.”고 웃었다. 로플린 총장은 거꾸로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어 테스트’를 받았다. 비록 한국어를 소리나는 대로 영어로 쓴 것을 읽었지만 꽤 유창했다. 국감 후 그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긴장됐지만 미국과 달리 의원들이 대학 교육에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에피소드 하나. 지난 8월 초 로플린 총장은 자신을 석좌교수로 임명하기 위한 논문심사에서 교수들로부터 “양보다 질”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심사에 참여했던 강창원 교무처장은 “양으로 따지던 옛 KAIST 교수들의 기준으로 보면 총장님의 논문량이 좀 적어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로플린 총장이 지난 95년부터 써온 논문은 19편. 같은 기간이라면 KAIST 교수들은 40편 꼴로 쓰는 데 비해 적은 숫자다. 로플린 총장의 지난 3개월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캠퍼스를 산책하거나, 길을 걷다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전에 없던 일이다.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학교 앞 갑천변으로 하이킹을 나가는 장면도 종종 눈에 띈다. 점심은 ‘다이어트’를 위해 거르고 한·중·양식을 고루 즐긴다. 구내식당은 잘 안 가고 외식을 많이 한다. 교내 공관에서 손수 요리해 먹는 때도 많다. 된장찌개를 즐기는데 밥은 거의 손을 안 대고 찌개만 마치 양식의 ‘수프’를 먹듯이 한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퇴근 후엔 교내 공관에서 저술작업을 하고 있다. 총장실에는 동양화와 서예 액자만 남기고 자신의 책을 들여놓았다. 창가에는 수십개의 화분을 늘어놓아 장식했다.1998년 받은 노벨 물리학상 메달과 상장도 이곳으로 옮겨와 경보장치를 한 뒤 보관하고 있다. 남 교수는 “영어가 서툰 일부 교수님은 할 말을 하고 싶어도 주뼛주뼛할 수 있지만 대부분 교수들은 소탈한 데다 자유분방한 총장의 모습에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로플린 총장의 취임과 더불어 실질적인 재정지원을 바라는 교수들도 많다.”고 슬쩍 귀띔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네 모녀 목포산낙지

    [뒷골목 맛세상] 네 모녀 목포산낙지

    북한산 산행을 하는 이들이 산을 오르내리기 위해 모이는 장소는 코스에 따라 여러 곳이 있다.그 중에 한 곳이 지하철 불광역 코스인데,불광역 코스의 산행팀들 중에서 언제부터인가 입소문을 통해 유명해진 낙지전문 요리집이 있다.그 입소문이란 다름 아닌 ‘싸고 양이 많은데다가 색다른 맛이 있다.’는 것이다. ‘목포산낙지’라는 평이한 옥호인데,나로서는 이 맛집을 취재하는 동안에 지금까지의 다른 맛집들과는 달리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불광역 산행팀의 입소문에 따라 ‘목포산낙지’를 찾았을 때,우선 그 위치가 뒷골목의 뒷골목에 숨어 있어서 집 찾기부터 쉽지 않았다. 이제 막 땅거미가 내려앉는 평범한 주택가 골목을 해맨 끝에 어렵사리 찾아냈는데,이것 봐라,주변의 정황으로 보아서는 전혀 장사가 될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집안에는 뜻밖에 손님들이 바글바글 들끓고 있어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야 겨우 자리를 차지할 수가 있었다. 어렵게 자리를 차지하고 드디어 연포탕이며 철판낙지볶음 같은 ‘목포산낙지’의 몇몇 요리를 대할 수 있었는데,나로서는 산행팀에게 들은 입소문 중에서 싸고 양이 많다는 점은 얼른 수긍이 된 데 반해 다른 집하고는 달리 색다른 맛이 있다는 점은 별로 수긍이 되지 않았다.나중에 산행팀의 한 사람에게 이 점을 지적하자 그 이는 대뜸 잘라 말했다. “한두 번 먹어가지고는 목포산낙지의 색다른 맛을 알 수가 없지.” 그이의 말에 나는 은근히 배알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는데,게다가 덧붙이는 말이 불광역 ‘목포산낙지’는 원조가 아니고 정작 ‘목포산낙지’ 원조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이가 가르쳐준 원조는 지하철 홍제역 부근에 있었는데,이것 봐라,이 원조 역시 어쩌면 그렇게도 불광역과 판박이로 똑 같으랴.뒷골목의 뒷골목 주택가에 숨어있는 것하며 바글바글 끓는 손님들하며…. 알고 보니 이 판박이 ‘목포산낙지’는 불광동과 홍제동 말고도 사직동과 마포 서부지청 뒷골목에도 있었다.그리고 그 주인들은 홍제동(02-391-7992)의 어머니 오순옥 여사를 위시해서 사직동 배화여대 입구(02-735-0881)의 큰딸 유영숙,불광동(02-388-3551)의 둘째딸 유경숙,마포 서부지청 옆골목(02-713-7604)의 셋째딸 유정숙으로 일가를 이루고 있기도 했다. 내가 일가 중에 먼저 취재를 하고 싶다고 운을 뗀 것은 불광동의 둘째딸 유경숙이었다.우선 내가 처음 간 집인데다가 주인 되는 이가 붙임성이 있어 보이고 그만큼 성격도 화끈하겠다 싶어서 먼저 운을 뗀 것인데,보기 좋게 한 마디로 거절당하고 말았다.그이는 빤히 나를 보며 묻는 것이었다. “거추장스럽게 왜 신문에 나고 그래요?” 아니,신문에 나는 것이 거추장스럽다니! 이 정도 되자 나도 드러내놓고 배알이 뒤틀리는 기분이어서 오기로 달려들어 북한산 산행팀들까지 동원한 끝에 삼고초려식으로 어렵사리 취재 승낙을 받아냈다. 홍제동의 오순옥 여사가 일가의 중심이 되어 오늘의 ‘목포산낙지’ 시대를 열게 된 것은 정말로 한 순간의 우연 때문이었다.갓 결혼한 열아홉살 새댁의 몸으로 남편 유점만을 따라 고향인 고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것은 일찍이 60년대 초반이었다. 달랑 몸뚱어리 하나만을 밑천으로 삼고 시작한 젊은 부부의 서울살이는 애초부터 고달플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충무로 길거리에 난전을 펴고 앉아 막무가내로 장사를 하기 시작하여 의정부를 헤매며 고물장사를 하다가 이번에는 홍은동으로 흘러들어 인왕시장에서 야채장사를 하게 되었는데,20년 가까운 서울살이 끝에 1남 3녀의 자녀들과 함께 수중에 1000만 원을 거둘 수가 있었다.어느 덧 중년에 이른 부부는 홍제동에 보증금 1000만 원짜리 전세에 10평 남짓한 가게를 마련하여 미처 옥호도 내걸지 못한 감자탕집을 열었다. 아마도 이들 일가에게는 감자탕집을 전후한 시기가 가장 어려웠던 모양이었다.모처럼 어머니와 세 딸이 함께 모여 이러저런 지난 시절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둘째딸이 어머니의 말에 우스갯소리로 한 마디 덧붙였다. “하여튼 우리 집은 제대로 시집간 딸이 하나도 없응께.” 그러자 어머니가 나에게 세 딸들을 손짓해보이며 큰소리를 내었다. “이년들 통통한 몸땡이 잠 보시요.시방 이렇게 잘 묵고 잘 사는 년들이 어디 있겄소? 다 에미 잘 만난 덕이제.” 어머니의 말에 세 딸들이 이구동성으로 ‘그건 그래’하며 키들거렸다. 감자탕집을 시작한 지 4년이 되던 어느 해 가을에 유점만씨가 시제를 지내러 고향에 갔다가 산낙지를 가져왔다.식구들이 먹어치우기에는 많은 양이어서 우연찮게 손님들에게 내놓았더니,반응이 놀라웠다. 당시만 해도 오순옥 여사는 낙지요리에는 전혀 무지하여 고향에서 하던 대로 그저 끓는 물에 데쳐내는 식이었는데,살아있는 낙지여서일까,한번 먹어본 손님들은 감자탕보다는 자꾸 낙지만을 찾는 것이었다.할 수 없이 남편이 다시 한번 고흥에 가서 산낙지를 사올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번에도 반응이 놀라웠다. 마침내 부부는 감자탕집을 때려치우고 그 자리에 낙지집을 차렸다.‘목포산낙지’라는 옥호도 이때 붙인 것인데,우선 탁자 3개를 놓고 시작하여 손님이 넘쳐나면 모자라는 자리는 가까운 주차장 한편에 천막을 쳐서 때웠다.그리고 한번은 남편이 한번은 아내가,이렇게 날마다 교대로 고흥을 오르내렸다.서울역에서 자정 무렵에 출발하는 밤차를 타고 이른 새벽에 순천에 내려 버스로 바꿔 타고 고흥에 도착하면 이제 막 장이 열린다.부랴부랴 산낙지를 사서 고속버스를 타면 오후 4시에 남부터미널에 도착하고 거기서 택시를 타면 간신히 저녁 시간에 가게에 닿을 수 있었다. 언젠가 고흥장의 산낙지가 물량이 달려 안타까워하자 상인 중의 한 사람이 녹동에 가보라고 일러주었다.그리하여 부부는 녹동 수협 공판장에서 중개인을 만나 직접 산낙지를 구할 수가 있었다.녹동 수협과 거래하면서부터는 활어 운송차가 날마다 서울을 오르내려서 부부가 직접 녹동까지 다니지 않고도 손쉽게 산낙지를 공급받게 되었다. 이 무렵에는 오순옥 여사 또한 다양한 낙지요리에 눈을 떠 낙지데침 말고도 연포탕이며 낙지무침,낙지전골 등의 메뉴를 내놓을 수 있게 되었는데,이런 메뉴는 누구에게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순전히 손님들의 요구에 따르다 보니 저절로 익혀진 것이었다.이를테면 주인 뿐만이 아니라 주인과 손님이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이다.어쩌면 바로 그런 합작품의 솜씨 속에 산행팀의 한 사람이 나에게 스무고개 비슷하게 밝힌 ‘한두 번 먹어봐서는 알 수 없는 목포산낙지 색다른 맛’의 비밀이 있는지도 모른다. ‘목포산낙지’를 찾는 손님들이 하고 많은 낙지요리 전문집들 중에서도 정도 이상으로 이 집만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무슨 비법이라도 있느냐고 오순옥 여사에게 묻자,뜻밖에도 아주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비법은 무슨 베라묵을 비법.워낙 생물이라 낙지 자체가 좋은 것뿐이제.” 저마다 ‘목포산낙지’를 차린 세 사위들 중에서 둘째 사위가 언젠가 조심스럽게,‘장모님,혹시 어디서 낙지요리법을 전수받았습니까.’하고 물어왔을 때도 대답은 비슷했다. “전수는 무슨 베라묵을 전수.손님이 원하는 대로 거시기하게 맹글다봉께 거시기하게 된 거지.요리법이고 뭐이고 따지자먼 나 같은 엉터리는 천하에 없을 거이여.” 세 딸들 중에서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서 낙지요리 솜씨를 전수받은 것은 둘째딸이다.당시에 양재동의 유명한 한식당에서 서빙을 하던 둘째딸 류경숙은 거기에서 어쩐지 배우 한석규를 닮아 지성적으로 보이는 남편 정종석을 만나 결혼한다.그리고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그동안 벌어놓았던 돈도 다 까먹고 할 수 없이 어머니 그늘에 들어온다. 이미 남편과 함께 유명한 한식당에서 식당일의 이모저모를 익힌 류경숙은 어머니 그늘에 든 지 1년 후에 홍제동에서 멀지 않은 대조동에 당시까지 비어 있던 창고 중에서 13평을 세 얻어 ‘목포산낙지’라는 옥호를 내걸었다.이 대조동 ‘목포산낙지’ 또한 상상외의 성공을 하여 단숨에 창고 전체를 사용하는 40여평 규모로 터를 넓힐 수 있었는데,젊은 부부의 의외의 성공에 놀란 집주인이 부부를 내쫓고 대신 낙지집을 차리는 바람에 부부는 지금의 불광동으로 자리를 옮겨 바야흐로 불광동 시대를 맞게 되었다. 류경숙은 류경숙대로 솜씨며 경영에 있어서 홍제동의 어머니 못잖은 비법이 있는 듯하다.그녀는 그 비법에 대해 ‘손님에게 두 개를 줘야 손님이 하나를 준다.’라는 아리송한 대꾸로 얼버무렸다.내가 미진해하자 그녀가 덧붙였다. “낙지가 비쌀 때는 오늘은 낙지를 많이 못준다고 솔직하게 밝히고,대신에 낙지가 쌀 때는 손님들이 놀랄 만큼 많이 줘요.그리고 그걸 손님들이 믿어줘요.” 목포산낙지가 번창하기는 홍제동이나 불광동뿐만이 아니라 사직동과 마포도 마찬가지인 듯하다.첫째딸 류영숙이 사직동에 ‘목포산낙지’를 낸 것은 1999년이고,셋째딸 류정숙이 뒤늦게 마포 서부지원 옆골목에 ‘목포산낙지’를 낸 것은 2001년이다.이들 세 딸들 또한 어머니처럼 녹동에서 ‘워낙 생물이라서 물이 좋은’ 산낙지를 가져다 쓰는 것은 물론이다.그렇듯이 저녁이 되면 손님들로 식당이 다 차서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도 사직동이며 마포 또한 예외는 아니다. ■ 서울서 세발낙지를? ‘목포산낙지’의 메뉴는 세발낙지를 젓가락에 감아서 통째로 먹는 통낙지(2만원)와 송송 썰어서 참기름을 묻혀먹는 산낙지(2만원)가 있다. 그리고 낙지에 콩나물과 파와 양파를 넣어서 철판에 볶는 산낙지철판볶음이 있는데,크기에 따라 대중소로 각각 4만,3만,2만원짜리로 나누며 4만원짜리는 네 사람이,3만원짜리는 세 사람이, 2만원짜리는 두 사람이 먹을 양으로 적당하다. 산낙지전골이나 산낙지볶음,산낙지무침,산낙지연포탕도 역시 크기에 따라 대중소로 나뉘어지며 값도 마찬가지다. 만일 ‘목포산낙지’에 처음 들르는 이라면 나는 우선 산낙지연포탕을 권하고 싶다.연포탕에는 살짝 데쳐 썰어내는 낙지 말고도 조개가 적잖게 들어있는 데다가 미나리며 부추,미역을 원하는 대로 추가하여 먹을 수 있는데,그것들을 다 건져먹고 나면 그 국물에 취향에 따라 이제 막 삶아낸 소면이나 중면을 말아먹기도 하고,밥을 넣고 끓이다가 계란을 풀어 죽으로 먹기도 한다. 산낙지철판볶음이나 산낙지전골,산낙지무침,산낙지볶음 같은 안주 메뉴도 다 먹고 난 후에는 다시 거기에 밥을 넣고 볶아먹을 수 있는데,이런 식으로 하면 한 가지 요리만으로도 충분히 양을 채울 수 있다. 이밖에도 점심식사 메뉴로는 산낙지회덮밥(6000원),산낙지볶음덮밥(5000원),뚝배기세발낙지연포탕(7000원) 등이 있는데,비단 점심 때 뿐만이 아니라 저녁에도 주문이 가능하다.
  • 단풍여행-남설악 곰배령

    단풍여행-남설악 곰배령

    10월의 곰배령을 오르려면 두 번의 멀미를 겪는다.첫번째는 뱀 똬리처럼 꼬불꼬불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차안에서의 차멀미요,두번째는 마치 계곡에 불을 놓은 듯 타오르는 단풍멀미다. 곰배령(1100m)은 흔히 남설악으로 불리는 강원도 인제 점봉산(1424m)의 남쪽자락에 있다.곰배령까지 오르는 계곡길은 단풍이 가장 빨리 들면서 빨강·노랑이 섞인 오색단풍이 곱기로 유명한 곳.진동계곡을 거쳐 강선골을 따라 이어지는 이 코스는 태고의 신비가 느껴질 만큼 청정하다. 단풍철마다 인파에 치이는 한계령쪽과 달리 인적 드문 호젓한 계곡을 오르며 여유롭게 단풍을 즐길 수 있다.표고차가 낮고 등산로가 거의 평지에 가까울 정도로 완만해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에도 안성맞춤이다. 등산 기점은 일명 설피밭으로 불리는 오지마을.겨울에 눈이 워낙 많이 쌓여 나무를 넓적하게 엮은 설피를 신고 다닌다고 해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최근 이곳까지 난 도로가 깨끗이 포장돼 접근이 한결 쉬워졌다.그래도 기린면 소재지인 현리에서 차로 족히 40분은 걸린다. 진동계곡을 가로지르는 방태천 상류에선 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공사가 진행중이다.그러다 보니 가끔씩 트럭이 오가며 일으키는 먼지가 오지마을의 청정분위기를 해친다.도로 포장에다 댐 건설까지.이래저래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이곳도 머지않아 그렇고 그런 단풍유원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진동계곡 끄트머리에 있는 설피산장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해발 800m 지점인 이곳에서 직진해 단목령을 지나면 양양땅,죄회전해 곰배령을 넘으면 인제 현리다.차를 공터 한쪽에 세워놓고 왼쪽 오솔길을 택했다.강선골로 이어지는 길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활엽수중 7할은 단풍나무다.등산로 왼쪽으로 흐르는 계류소리가 청아하다.지금부터 적어도 달포간은 이렇게 쉼없이 노랗고 붉게 물든 가을을 계곡 아래로 실어나를 것이다. 30분쯤 올라가자 계곡이 펑퍼짐하게 열리며 드문드문 인가가 나타난다.오지중의 오지,강선마을이다.예전엔 화전을 일구던 이들이 지금은 곰취 등을 재배하며 산다고 한다. 그중 일부는 집은 없고 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약삭빠른 외지인이 매입해 펜션이라도 지으려는지,터닦기 공사 흔적이 뚜렷하다. 마지막 집인 암자를 지나자 계곡이 다시 좁아지며 가을의 향기에 휩싸인다.자그마한 폭포와 담,소가 이어지는 강선골은 계류 주변으로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전나무와 활엽수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한층 운치를 자아낸다. 이따금씩 쓰러진 고목이 길을 가로막는다.고목을 덮은 새파란 이끼들이 붉디 붉은 단풍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숲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계류에 반사되고,그 빛은 다시 노랑·빨강 단풍에 반사돼 보석처럼 반짝인다. 여기까지는 거의 외길이지만 이후로 갈래길이 몇번 나타난다.인근 주민들이 약초 채취를 위해 다닌 길이지만 곰배령으로 이어지는 길이 워낙 뚜렷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곰배령에 닿기 전 20분 정도는 경사가 약간 가파르기는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전나무 등 큼직한 나무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사람 키에도 못미치는 잡목만 무성하다.이어 그마저 사라지고,너른 들판에 잡풀만 가득 깔린 초원이 나타난다.곰배령 정상이다. 능선마루의 초원은 4월부터 8월까지 갖가지 야생화들이 깔려 ‘한국 야생화의 보고’로 불리는 곳이지만 지금은 모두 져 썰렁하다.그러나 발 아래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이 일품이다.북동쪽 오색 건너편에 우뚝 솟은 대청봉엔 새하얀 구름이 걸려 있고,북쪽 정면에 작은 점봉산(1293m)이 동네 뒷동산처럼 가깝다.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점봉산 뒤로 점봉산이 있고,그 뒤로 한계령이 이어진다. 설피산장부터 곰배령 정상까지는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왕복 3시간 30분쯤 잡으면 된다. ●가는 길 수도권에서 가려면 44번 국도를 타고 양평,홍천을 거쳐 인제에서 우회전해 31번 국도를 탄다.기린면 소재지인 현리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해 418번 도로로 갈아탄다.굴곡이 심한 고갯길을 서너번 넘으면 널따란 들판이 나오는데,이곳이 쇠나드리다.여기서 4㎞쯤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왼쪽길로 가면 진동분교,설피산장으로 이어진다.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현리까지 직행버스가 1일 12회,현리에서 방동리까지 하루 7회 버스가 운행된다. ●숙박,맛집 방동리에서 진동리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방태산 자연휴양림(033-461-8590) 가는 길이 나온다.이곳의 통나무집이 묵을만 하다.또 진동계곡 주변으로 ‘언덕위에 하얀집’(463-2161),‘갈터민박’(463-1029) 등 민박집이 10여곳 있다.인제군청 관광과(460-2366)에 문의하면 민박정보를 서비스받을 수 있다. 현리에서 좌회전해 진동리 쪽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고향집’(461-7391)이란 식당이 나온다.두부 전문집이다.두부부터 나물,장아찌 등 밑반찬 하나까지 모두 직접 재배하는 것만 재료로 쓴다. 두부는 매일 새벽 그날 쓸 만큼만 만든다.두부전골,두부구이,손두부 등이 주요 메뉴인데,전골과 두부구이가 특히 맛있다.두 가지를 모두 시키니 먼저 들기름을 두른 불판에 두껍게 썬 두부를 얹어 낸다.가스불을 켜자 이내 두부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노랗게 익는다.두부가 얼마나 고소하고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목구멍으로 절로 녹아드는 듯하다. 특이한 것은 전골에도 들기름을 넣는 것.고소함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시원함까지 느껴진다.전골과 두부구이 각각 5000원. ●여행상품 국토문화회(02-953-1313) 등 몇몇 답사단체들이 곰배령 단풍 상품을 운영한다.곰배령 트레킹,쇠나드리 억새 산책,방동약수,점심식사를 포함 해 4만 3000원. ■ 이곳도 가보세요 ●쇠나드리,양양수력발전소 차를 타고 진동리에 들어서 설피밭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광활한 억새밭이 나타난다.쇠나드리다.바람이 워낙 거칠어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는다고 하니,위쪽의 설피밭과는 대조적이다.바람의 등살을 이기지 못한 잡목들은 키가 자라지 못해 난쟁이 같고,방향도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이곳엔 억새뿐 아니라 갈대도 많다.아직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쇠나들이에 한번 와보라.하얗게 핀 억새가 예쁘게 보송보송한 아기의 솜털 같다면 갈대는 시커멓게 자라 엉킨 더벅머리쯤 될 것이다. 억새와 갈대가 핀 들판은 수만평에 달하지만 설피밭 방향으로 길 왼쪽에 특히 많다.거센 바람이 불 때마다 절반쯤은 누웠다 일어나는 모습이 마치 해변에서 파도가 겹겹이 하얀 거품을 쓰고 몰려드는 것 같다. ‘쇠나드리’란 마을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마을에 원래 다리가 세 개 있어 ‘세나드리’라고 불리다가 차츰 쇠나드리로 바뀌었다고 한다.억새는 소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다.그래서 예전엔 이 마을에 소가 수백마리에 달했다고 한다. 진동계곡을 오르다 보면 오른쪽으로 골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공사에 들어갈 재료다.양양 양수발전소는 양양군 서면 영덕리 하부댐과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상부댐을 연결해 전기를 생산하는 대형수력발전소.상부댐의 물을 산중턱을 뚫어 만든 수로를 통해 하부댐으로 흘려보내며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25만 용량의 발전기 4대를 돌려 하루 평균 100만의 전기를 생산하게 되는데,현재 공정률이 70% 넘어 오는 2006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방동약수 방태산휴양림쪽으로 가다보면 방동약수 입구가 나온다.차를 세워두고 이정표를 따라 100m쯤 가니 약수터가 있다. 이 약수는 1670년 심마니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수령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고목인 엄나무 뿌리 아래서 약수가 나온다.엄나무 껍질은 허리병에 좋다는 민간약재.그 뿌리 밑에서 샘이 나니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방동약수는 무색투명한 광천수로 다른 곳보다 쏘는 맛이 강하다.탄산과 철,불소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위장병 및 신경쇠약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여름엔 더위 먹은 데 좋다고 찾는 이들이 많다.철분 성분 때문에 밥을 지으면 푸른색을 띤다. 약수터 바로 밑에 ‘방동약수산장’(033-463-0488)이 있다.민박도 치고 음식도 판다.약수로 지은 밥에 산나물 반찬을 곁들인 ‘약수백반’이 별미다.5000원.
  • [이집이 맛있대] 가을밤 맛있는 데이트

    선선한 가을,가족에게 헌신하는 아내를 위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자.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455-5000)은 17일 낮 12시 가야금홀에서 아내를 위한 선물 워커힐쇼를 선보인다.풀코스 점심과 함께 아내에게 보내는 영상편지,프랑스 파리 리도쇼 파리시모의 공연이 있다.6만원. 이탈리아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마련됐다.노보텔 앰배서더독산의 가든 테라스(3282-6121)는 이달 말까지 피자와 파스타 등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을 뷔페식으로 내놓는다.3만 8000원. 싱싱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해산물 뷔페가 15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랑 카페(559-7614)에서 열린다.초밥·생선회 모둠·새우·민물 장어 등을 무제한 먹을 수 있다.4만 9000원. 호텔 리츠칼튼서울의 레스토랑 카페 환티노(3451-8271)는 18일부터 이달 말까지 지중해풍의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내놓는다.광어·송어·연어·바닷가재 등의 해산물을 주 재료로 삼고 지중해식 소스를 접목한 음식을 선보인다.5만원. 길거리 포장마차 메뉴가 특급 호텔에서도 나온다.호텔 홀리데이인서울 한식당 무궁화(710-7227)는 19·20일 추억과 향수가 담긴 포장마차를 운영한다.순대·튀김·떡볶이·어묵·돼지불고기·홍합탕 등이 뷔페로 나온다.3만 5000원.
  • ‘패류의 제왕’ 전복잡이 동승기

    ‘패류의 제왕’ 전복잡이 동승기

    진주 빛이 반짝거리는 타원형 껍데기에 감싸인 전복(全鰒).맛은 물론이고 영양도 풍부하고 가격도 비싸 ‘패류의 황제’ 반열에 올랐다.겉모습이 어찌보면 불경스럽고 외설적이기도 하다.이런 까닭으로 예부터 정력에도 좋은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중국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고 전해지며,우리의 궁중에서도 많이 사용된 식재료다. 맛은 상당히 희한하다.싱싱한 전복 회는 짭쪼름하면서 해조류와 비슷한 향미가 독특하다.오돌오돌하게 씹히는 질감도 그만이다.수축작용을 많이 하는 근육이 발달했기 때문.익힌 전복은 감칠맛이 풍부한 가운데 단맛도 살짝 느껴진다.야들야들하면서도 혀끝에 감긴다. 글 태안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강성남·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패류의 제왕’ 전복잡이 동승기 전복이 수년 전부터 남해안에서 양식되고 있다.양식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싸고 귀한 까닭에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급 일식당에선 조리사가 손님들에게 살짝 감질나게 내는 특별식이다.모처럼 맛보고 싶다고 해도 먹을 수 있는 곳이 마뜩찮다.가장 많이 알려진 전복음식은 죽이다.전복죽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체력회복을 위한 약에 더 가깝다. 고급 음식의 대명사격인 전복이 생활속으로 들어오고 있다.양식 성공으로 공급 물량이 는 데다 전복을 주 메뉴로 하는 전문점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궁중 진상품으로 유명했던 충남 태안군 이원면 모항항에서 전복을 잡는 해녀들을 따라 나섰다. 안개가 짙은 지난 7일 오전 11시 모항해녀협회 김계녀(67) 회장 등 해녀 6명이 탄 작은 어선 승철호(6.67t·선장 정흥영)가 항구를 나섰다.스멀스멀한 듯 음산한 안개를 뚫고 1시간가량 남동진한 끝에 도달한 곳은 백사장항 근처.안면대교가 어렴풋이 보였다. 이날은 조금 다음날로 물살이 잔잔한 ‘무시’였다.갑판에 모여 간단하게 컵라면과 장어탕으로 점심을 때운 오후 1시.해녀들은 남면 신은리 앞바다에 도착하자 취재차 동승한 기자들을 배 뒤쪽으로 몰았다.그리곤 검은색 잠수복을 챙겨입는 등 손놀림이 바빴다.찰흙으로 귀를 막은 채 허리에 납덩이 벨트를 차고 수경을 썼다.오른손에 끌처럼 생긴 ‘비창’과 통발처럼 생긴 그물 바구니인 ‘덴바’를 들고 바다로 스스럼없이 뛰어들었다.수심은 6m,바다는 검푸르게 보였다.“하루라도 물질을 하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다.”는 최고참 해녀인 김 회장 등 3명은 갈마도 동북쪽으로 헤엄쳐 갔다.수심이 얕고 암초가 많은 까닭에 배를 더 가까이 붙일 수가 없었다. 10여분 달려 갈마도 남동쪽으로 갔다.여기서도 박명림씨 등 해녀 3명이 입수했다.3명이 한조였다.이들이 헤엄쳐 가다가 ‘후’하고 숨을 크게 들이 쉰 다음 머리를 처박고 두 다리를 파닥거리며 잠수하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한참 지난 다음 ‘푸우’하고 나왔다.선장 정씨는 “머구리(스쿠버)들은 거의 서서 다니지만 해녀들은 바닥에 붙어 다니는 까닭에 머구리가 놓치는 것을 해녀들은 잡아낸다.”고 말했다.물질 중간중간에 서로 불러 안전을 확인하며 잠수하기를 4시간.두팀이 섬 중간에서 만났다.오후 5시 배로 돌아왔다. 이들은 덴바를 올리고 갑판으로 올라왔다.덴바에는 전복·소라·해삼·간재미·광어·청각·돌게….한바구니씩 가득했다.잠수복 위에 껴입은 셔츠 사이로도 해산물이 수북하게 나왔다.6명이 잡은 전복은 6.2㎏.한명당 1㎏ 남짓했다.현순덕씨는 “한시간동안 물질을 해도 전복 한 마리 못 잡는 경우도 있다.”며 어획량에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갑판에 오르자마자 수확물을 분류했다.그러곤 재빨리 데운 물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배는 다시 모항항으로 출발했다.19살 때부터 48년 동안 물질을 했다는 김씨는 “바다가 해마다 달라.양식장에서 염산과 같은 약을 너무 많이 쳐서 돌멩이가 퍼석거리며 바다가 죽어가고 있어.”라며 한탄조로 말했다. 귀항하는 동안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전복·소라 등을 삶고 광어를 회쳤다.그리고 아가 손바다만한 전복을 비창으로 도려내 통째로 먹으라고 권했다.하나를 깨물어 보니 싱그러운 바다 내음과 함께 오돌오돌 씹혔다.맛에 박력이 넘쳤다. 한 동행인은 “먹어본 해산물 가운데 전복 회 맛이 최고”라고 치켜세웠다.현씨는 “모항 전복은 보양과 원기 회복에 탁월해 임금님께 진상했던 바다의 보물”이라며 “전복은 깨끗한 바다에서 몸에 좋은 다시마와 미역 등 해조류를 먹고 자라 맛이 더욱 좋고 영양가가 많다.”고 자랑했다. 냄비에 소라와 함께 넣어 끓여 익힌 전복을 먹어봤다.오돌오돌한 생 전복과는 달리 부드럽다 못해 야들야들했다.4시간 동안의 물질 끝에 잡은 전복을 그냥 먹으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해녀들의 인심이 느껴졌다. ■ 귀하신몸 전복 대중화 선언 전복 전문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복 요리는 간단찮게 비싸다.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2∼3명이 먹을 수 있는 전복 일품요리는 현지에서도 10만원대다.하지만 1만∼2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전복 요리 전문점도 생겨나 샐러리맨들도 찾을 수 있게 됐다. ☎ 041 해녀들이 딴 자연산 전복을 현지 시세로 살 수 있는 곳으로는 모항항의 승철수산(041-672-9386)이 대표적이다.자연산 전복은 ㎏당 12만∼15만원.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도 된다.송옥대 승철수산 사장은 “자연산 전복은 껍데기의 가장자리가 누르스름한데 양식은 푸른빛이 돈다.”고 귀띔했다. 모항항에서 전복을 먹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 흙도회관(041-672-5353)이다.음식점 안에 들어서면 작은 포구인 모항항과 먼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와 시원하게 느껴진다.자연산 회가 전문이지만 승철수산에서 곧바로 공급받은 전복도 내놓는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복죽과 찜.이 집의 전복죽은 약간 뻑뻑하면서 누르스름한 빛깔이 강하다.주인 황귀영씨는 “게우(전복 내장)를 모두 넣고 끓여 색깔이 누렇게 나온다.”고 말했다.전복찜도 권할 만하다.산 전복을 가늘게 썰어 당근·고추·양파 등을 다져 올리고 참기름으로 양념을 해 익힌 것으로 야들야들한 맛이 그만이다.뒷맛도 깨끗해 자꾸 찾게 된다.전복 1㎏에 13만원인데 찜과 죽으로 3명이 먹을 수 있다. 인근의 순환회관(041-672-9311)은 직접 물질을 하는 이순옥씨가 지난해 문을 연 전복 전문점이다.다른 생선회는 취급하지 않는다.전복 찜·구이·회를 하는데 1㎏에 12만원이다.전복죽은 2∼3명 분량이 8만원,1인분은 팔지 않는 게 단점이다.이외에도 반도회관(672-7337),송도회관(672-1616)도 전복을 취급하지만 1㎏에 15만원 선으로 인근의 다른 집보다 다소 비싸다. ☎ 02 서울에서도 전복을 취급하는 집이 부쩍 많아졌다.미식가들은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전복 음식점으로 한남동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200m가량 떨어진 해천(02-790-2464)을 꼽는다.전복의 달인이란 평을 받는 주인 채성태씨가 직접 개발한 요리 10여가지를 내놓고 있다.1층 홀과 계단 벽에는 유명인의 사인과 언론보도가 벽을 가득 메우고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탄 집이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해천탕(12만원).삼계탕을 응용한 음식으로 토종닭을 전복·한약재와 함께 넣고 푹 곤 것이다.해천의 소찬영(38) 조리장은 “전복은 닭과 궁합이 잘 맞는다.”며 “여름철 보양식으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닭 국물의 고소한 맛과 한약재의 감칠맛이 풍성한 가운데 전복의 단맛이 은근히 숨쉬고 있다.반짝거리는 껍데기속에서 온전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전복은 살집이 단단하다.육질이 졸깃하다.해천탕의 육수가 자박하게 남으면 해초 죽을 끓여준다. 이 집의 전복죽(1만 5000원)은 졸깃한 전복이 제법 풍성하게 들어있다.전복 내장과 함께 해초를 갈아 넣어 푸른 빛이 돈다.향이 진하고 부드럽다.압구정동 현대백화점·용산전자상가 푸드코트에 죽 전문 분점을 냈다.전복회는 1인분에 9만원.소씨는 “요즘은 전복을 즐기는 여성들이 무척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오금동 송파경찰서옆 참전복마을(02-400-1230)은 전복 대중화에 앞장서는 집이다.점심 메뉴로는 전복영양솥밥(1만 2000원),전복참치회덮밥(8000원),전복대구지리(6000원),전복죽(1만원)을 내놓았다.저녁 메뉴는 다소 비싸다.전복회·구이·찜 등이 나오는 코스가 6만·8만원이다.전남 완도군 노화도의 전복으로 조리한다.메뉴는 배윤자 보건대 조리학과 교수와 서양화가 김세정씨가 개발했다. 서울 한성대역에서 성북동쪽으로 가는 길목의 섭지코지(3673-5600)도 제주산 자연 전복회 전문점이다.1㎏에 38만원.1㎏이면 제법 큰 전복 한마리 무게로,작은 것은 3마리 정도 된다.손님 앞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전복을 회로 떠준다.이어 해삼·소라·자리돔세꼬시·오분자기구이·갈치구이·튀김·식사 등이 나오는데 4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또 큰 전복에서 나오는 체액을 잔에 따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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