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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계 文史哲에 길을 묻다

    금융계 文史哲에 길을 묻다

    금융계에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반(反)월가 시위 등을 겪으면서 인문학적 바탕이 없는 금융은 소비자와 시민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기관 직원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에서 나아가 인문학적 문제 해결력을 요구받고 있다. 신입사원으로 경영·경제 분야뿐 아니라 인문학도를 채용하는 것도 거론된다. 금융계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요즘 ‘문사철 총재’로 불린다. 간부회의에서 ▲‘박원순(서울시장)식 정치와 행정이 한국은행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느냐.’ ▲‘월가 시위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시각차는 있느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물가와 금리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뭐냐.’ 등의 질문을 서슴없이 던진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3차례 열린 한국은행 팀장 워크숍에는 일본에서 귀화한 독도문제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와 중국 실크로드 전문가인 박한제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를 초청해 강의를 듣도록 했다. 김 총재는 최근 신입사원 선발과정이 끝났지만 중장기적으로 인문·사회과학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인문학 분야의 인재 선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고위관계자는 “시민들이 증시의 이익을 불로소득이 아닌 투자의 결실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인문학의 문제”라면서 “반월가 시위에서 볼수 있듯이 인문학 바탕이 없는 금융은 호응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행보도 파격적이다. 금융업계에 연일 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하라면서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그는 “과거 금융회사들은 소비자 위에 군림했다.”면서 “정작 이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땐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으로 외면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금감원에서는 점심시간에 햄버거를 먹으며 인문학 강좌를 듣는 ‘도시락 창조교실’이 인기다. 최근들어 표창원 경찰대 교수의 ‘대화와 협상기법’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한국의 소비트렌드’ 강연을 들었다. 연초에는 김정운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교수로부터 행복을 위한 여섯 가지 노하우를 들었다.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접촉 ▲서로 즐거움을 흉내내는 정서 공유 ▲부하직원을 폼나게 활약하게 하는 리더십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 보기 ▲감탄 잘하기 등이 주요내용이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현자는 역사에서 배우고 바보는 경험에서 배운다.”면서 “상생, 동반성장, 중소기업 지원 강화 등은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행장의 내년도 경영화두는 축기견초(築基堅礎). 속도보다는 완벽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간 이윤을 늘리는 직원이 회사에서 무조건 최고였는데 직원들과 잘 소통하고 사회적 공헌에도 관심을 받는 이들이 주목받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반월가 시위의 기류가 금융업계의 수수료만 낮춘 게 아니라 문화도 달라지게 했다.”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10대가 된 어린 왕자와 여행 간다면…

    1942년 미국 뉴욕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생텍쥐페리가 냅킨에 장난삼아 그림을 그렸고, 그것을 본 출판업자 커티스 히치콕이 “그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 ‘어린 왕자’의 탄생 비화다. 히치콕이 뭘 그린 거냐고 물었을 때 생텍쥐페리는 “별것 아니오. 그냥 마음에 담아서 다니는 어린 녀석이지요.”라고 답했다. 어린 친구가 바로 ‘어린 왕자’이자 생텍쥐페리의 외로운 ‘야간비행’ 내내 그와 함께했던 또 다른 생텍쥐페리였다. ‘어린 왕자 두 번째 이야기’(A. 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지식의숲 펴냄)는 어린 왕자가 10대가 되어서 다시 우연한 기회에 주인공 ‘나’와 함께 길을 떠나면서 나누는 대화와 일화로 구성되어 있다. 생텍쥐페리의 종손이자 생텍쥐페리재단 이사장인 프레드릭 다아게는 “생텍쥐페리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의 사람들에게 남겼을 주옥 같은 메시지”라고 이 책을 평가했다. 저자인 로엠메르스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시인으로 아르헨티나 문학가협회에서 그를 문학 대사로 임명한 바 있다. 그가 쓴 ‘어린 왕자 두 번째 이야기’는 전 세계 15개국 이상에서 출판됐다. 생텍쥐페리 재단에서 극찬한 두 번째 이야기는 철저하게 작가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구현했던 세계관과 인물 캐릭터를 기반으로 원작에 걸맞은 후속편으로서의 완성도를 보여 준다. ‘나’의 자동차 여행길에 우연히 같이 탄 10대의 어린 왕자는 여전히 질문을 쏟아낸다. “운명이라는 건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길인가요? 사람들이 자기 운명을 바꿀 수는 없나요?”란 어린 왕자의 질문에 ‘나’는 “네가 어떤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강물이라고 가정해 보자. 강물은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찾으려 애쓰며 자신을 가로막는 산을 피하려고 할 거야. 어려움이란 건 바로 네가 도중에 발견하게 되는 커다란 바윗덩어리 같은 거란다. 만약 강물이 그 바윗덩어리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면 결국 강물을 막는 둑처럼 쌓이고 말 거야. 반대로 그게 나타날 때마다 하나씩 이겨내면서 나아간다면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게 되고 그 물은 수정처럼 맑아져서 바위들을 씻기고 반질반질하게 해서 점점 더 빛나게 만들 거야.”라고 말해준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지구에 나타난 어린 왕자는 ‘어린 왕자’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하지만 그 안에는 ‘어린 왕자’에서 깨달았던 인간적인 가치는 물론 정서적 공감을 하게 하는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호텔가 “크리스마스 어린이 고객 잡아라”

    호텔가 “크리스마스 어린이 고객 잡아라”

    해마다 이맘때면 부모들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자녀의 남다른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킬까 늘 고민하게 된다. 이런 부모들을 위해 호텔가에서는 앞다퉈 어린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복잡한 놀이공원 등에서 기운을 빼느니 여유롭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려는 가정이 늘면서 행사들도 한층 다양해져 부모들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뽀통령’ 뽀로로가 드디어 호텔에 등장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인기 만화캐릭터 ‘뽀로로’를 활용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워커힐 씨어터에서 25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뽀롱뽀롱 뽀로로-크리스마스 특별판’을 상영하며 점심까지 제공한다. 관람 후에는 ‘뽀로로’ 포토존에서의 사진촬영, ‘뽀로로 특별 선물’ 등이 준비돼 있다. 성인 7만원, 어린이 5만원(세금 포함). (02)455-5000. ●특선 키즈 메뉴·뷔페·식사 할인행사 풍성 호텔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레스토랑 ‘더 비스트로’에선 24일과 31일 아이들의 입맛에 맞으면서 영양도 고려한 메뉴로 꾸며진 ‘크리스마스 특선 키즈 메뉴’를 선보인다. 3만 8000원(세금 별도). (02)531-6604. 서울팔래스호텔 그랜드볼룸에는 25일 낮 12시 50여종의 뷔페 음식을 즐기면서 인형극 ‘오즈의 마법사’ 공연을 관람하는 특별행사를 진행한다. 어른 8만원, 아이 5만원(세금·봉사료 포함). (02)2186-6869. 체험 프로그램만큼 부모들이 좋아하는 건 없다.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은 10일과 17일(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30분) ‘진저브레드 쿠킹클래스’를 연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며 직접 만들어 가져 갈 수 있다. 쿠키, 음료 등 다과가 제공된다. 쿠킹클래스 참석 후 당일 뷔페 레스토랑 더카페에서 점심식사를 할 경우 20%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부모·어린이 한 팀당 8만원(세금·봉사료 별도). (02)6282-6737. 롯데호텔서울 페닌슐라에서도 25일 오전 11시~오후 2시 ‘진저 브레드 하우스 만들기’를 벌인다. 특별 뷔페는 물론 가족사진 촬영, 풍선 만들기, 캐리커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참가자 중 우승팀에게는 호텔 뷔페 식사권, 패밀리 식사 이용권, 케이크 및 페닌슐라 피자 교환권 등 다양한 상품을 증정한다. 모든 참가자에게는 롯데시네마 영화관람권(가족당 1인 1장)이 제공된다. 가족 참가비는 30만원(성인 2인·아동 2인), 개인 참가비는 성인 10만원, 어린이 7만원이다. 세금·봉사료 포함. 40가족 한정. (02)771-1000. 하얏트 리젠시 인천은 영어까지 배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어린이 요리 교실’을 10, 17, 24, 25일에 개최한다. 외국인 주방장이 나와 영어로 대화하며 아이들과 쿠키, 케이크를 만든다. 7만원(호텔 멤버십 회원 6만원). (032)745-1713~6. ●테디베어 판매·자선열차 등 기부행사도 나눔에 대한 의미가 더욱 커지는 연말, 자선이나 기부와 연계된 행사가 빠질 수 없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12월 한 달 동안 테디베어박물관에서 특별 제작한 테디베어 인형을 호텔 로비에 전시,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판매 수익금은 전액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해 나 홀로 아동들을 위해 사용된다. 전문 디자이너들이 레드, 화이트, 골드 색상으로 만든 테디베어 인형 270개를 개당 10만원에 판매한다. (02)559-7751. 밀레니엄 서울힐튼은 내년 1월 중순까지 호텔 지하 1층 분수대 주위에 크리스마스 자선 열차를 운행한다. 고속열차, 화물열차 등 다양한 모양의 열차 100여대가 전시 기간 전자동 시스템으로 쉬지 않고 운행한다. 열차에는 후원사 로고를 붙이며, 수익금 전액은 복지시설에 전달된다. (02)317-3012.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길섶에서] 고로케/이도운 논설위원

    점심 때 돈가스 전문점으로 갔다. 돈가스와 함께 고로케를 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고로케. 프랑스말 크로케를 일본 사람들의 발음으로 옮긴 것. 늘 기대 속에 주문을 하지만, 기대만큼 좋은 맛을 내는 집은 흔하지 않다. 계산을 하면서 종업원에게 물었다. “혹시 저희가 음식에 대해 코멘트를 하면 본사에 전달이 됩니까?” “해보세요.” “고로케 맛이 아주 훌륭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그 종업원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고로케는 안 먹어요.” 돈가스 전문점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 북엇국집이 하나 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오전 11시 10분 전이나 오후 1시 30분 이후에 도착해야 줄을 서지 않는다. 후배 한 명이 지난 4·27 재·보궐선거 당시 강릉에 취재를 다녀왔다. 강원도지사 후보 선호도를 물으러 건어물 가게에 들어갔다. 서울신문 기자라고 하니 그 북엇국집을 잘 가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집에 북어를 공급하는데, 아무리 비싸도 좋으니 꼭 최상품을 구해 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식당에 사람이 몰리면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양천구 건강복지 2제] 연말 건강한 음주문화캠페인

    양천구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2일과 오는 22일 목동역 일대에서 ‘건강음주문화 119’ 캠페인을 펼친다고 30일 밝혔다. ‘1가지 술로, 1차에서, 9시까지 마시기’(119)라는 뜻을 담았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펼쳐지는 캠페인에는 양천경찰서와 모범택시 운전자, 자원봉사자 등이 참여한다. 구는 특히 지난 15일 음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폐해를 막기 위해 ‘양천구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어린이·청소년 보호구역과 공원 등 다중 이용 시설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음주예방교육과 홍보, 주류회사의 홍보매체 광고 제한 등을 통해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추재엽 구청장은 “알코올 중독과 질병, 사고, 생산성 감소 등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연간 20조원을 훌쩍 넘겼다.”며“음주에 관대해지는 연말연시라는 점에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수원 결식아동 절반 김밥집서 끼니

    경기 수원시 결식아동 2명 중 1명은 김밥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수원시의회 전애리(문화복지위원회) 의원에 따르면 시로부터 급식비를 지원받아 방학이나 휴일 점심을 해결하는 결식아동 3464명의 식사 장소를 분석한 결과 52%가 김밥집이었다. 나머지 48%는 중국집 등 일반음식점을 찾았다. 이처럼 김밥집을 주로 이용한 이유는 급식체크카드의 한 끼 식사비에 모자라는 지원금 탓으로 풀이된다. 한 끼 해결에 지원되는 금액은 3500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 줄에 1500원인 김밥 2줄로 점심이나 저녁을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씨줄날줄] 맞춤형 공적개발원조/구본영 논설위원

    1960년대 말 보릿고개 끝자락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이라면 공유하는 아릿한 추억일 듯싶다. 점심시간, 미국의 원조로 만든 옥수수빵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처음엔 1인당 1개씩이었으나, 나중엔 청소 줄당번들에게만 제공됐다. 그러다가 아예 끊기자 적잖은 상실감을 느껴야 했다. 무상 급식에 반찬 투정하는 요즘 세대들에겐 도무지 와 닿지 않겠지만…. 그제 부산에서 세계 160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세계개발원조총회가 개막됐다. 미국의 잉여농산물로 만든 빵을 맛보았던 세대여서인지 감회도 남다르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성장한 모범사례로 한국을 지목했다니 말이다. 하기야 부산 지역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미국산 밀가루·옥수수를 하역하던 부산항은 어느덧 세계 5대 항만으로 발돋움했다지 않은가. 물론 “박정희 시절 한국의 개발 경험을 배우겠다.”(제나위 에티오피아 총리)는 등 각국 대표들의 ‘한강의 기적’에 대한 칭송에 취해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닐 것이다. 십수년째 선진국 문턱에서 맴돌고 있는 우리로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해서 ‘엽전은 안 된다.’는 식의 자학사관(自虐史觀)에 젖을 이유 또한 없을 게다. 건국과 개발독재를 거치면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래도 우리 근대사는 산업화·민주화를 동시에 일군, 보기 드문 성공 스토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내실을 다지면서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의 기여도도 높여 나가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적은 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까닭에 “우리가 지금 남을 도울 형편인가.”라는 옹졸한 입장에만 머물러선 안 될 것이다. 일과성 시혜가 아니라 관계 증진을 통해 ‘뉴 프런티어’(새로운 영역)를 연다는 긍정적 발상이 필요하다. 중국처럼 원조를 빌미로 후진국의 자원을 싹쓸이하는 듯한 인상을 줘선 안 되겠지만…. 블레어 전 총리는 회견에서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게 낫다.”고 탈무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돈 몇 푼을 그냥 던져줄 게 아니라 수혜국 스스로 개발정책을 세우게 해 ‘맞춤형 ODA’를 하란 조언이다. 우리의 경험에 비춰 일리 있는 얘기다. 쌀과 비료에다 현금까지 쥐여줬지만, 북한지도부의 폐쇄적 속성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공단을 함께 운영하며 시장원리를 가르쳐주자 개성 주민의 삶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 않은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행복한 교실(KBS1 오전 11시) 외국 한 번 나간 적 없지만 토플 120점 만점, 토익 990점 만점, SSAT 만점, 각종 스피치 대회와 토론 대회에서 다수 수상에 빛나는 중학생이 있다. 바로 김현수양이다. 이런 현수가 있기까지 어머니 이우숙씨가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유대인 엄마들의 ‘이중언어 교육’에 감동받아 어릴 때부터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깨우치게 했다는데…. ●TV소설 복희누나(KBS2 오전 9시) 상처를 입고 길을 헤매던 태주는 덕천 시내에서 데이트하던 점례와 달봉에게 발견되고 만다. 그렇게 자애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 태주의 소식을 전해들은 정애는 극심했던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혼절하고, 복희는 본능적으로 엄마라고 외치며 달려든다. 그 바람에 복희가 정애의 딸임을 모두 알게 된다. ●수목미니시리즈 나도, 꽃(MBC 밤 9시 55분) 도균을 통해 재희(윤시윤)가 병가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봉선. 재희의 빈 자리에 괜스레 시무룩해지고, 심상치 않은 봉선의 상태를 지켜보던 마루는 집으로 찾아가 보라고 조언한다. 한편 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봉선의 앞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재희는 봉선에게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한다. ●SBS 대기획 뿌리깊은 나무(SBS 밤 9시 55분) 이도가 만들어낸 한글이라는 것이 28자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기준, 모든 백성이 글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정기준은 이도와 거래를 하려는 이신적을 막으려 하고, 한글의 위력을 알게 된 밀본은 불안에 휩싸이고 마는데…. 한편 정기준은 윤평에게 급히 이방지를 찾으라고 명한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경북 군위군의 한밤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마을 대부분의 집들이 북향으로 지어진 것이다. 홍석규씨의 100여년이 넘는 남천 고택은 아직까지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그 이유는 팔공산의 기를 피해 북향으로 집을 지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기행’에서는 선조들의 지혜 서린 한밤 마을을 찾아간다. ●나는 전설이다(OBS 밤 11시 10분) 최고의 스타 자리에 있었던 만큼 인기도, 스캔들도 많았던 가수 문주란. 당시 최고의 가수 남진과 있었던 스캔들의 진상은 무엇일까. 당시 실제 사귀었던 사람은 따로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연예인은 가족’이라는 철두철미한 연애신조까지. 화려한 솔로로 모든 것을 누리고 사는 그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 본다.
  • 도심 채소로 차린 ‘쌈데이’

    도심 채소로 차린 ‘쌈데이’

    29일 강동구 구내식당 점심상에는 전에 없던 싱싱한 푸른 채소가 잔뜩 올랐다. 직원들과 나란히 식판을 앞에 두고 앉은 이해식 구청장은 “지역 농부들이 노지에서 직접 기른 녀석들”이라며 “오늘이 쌈 데이(Day)니까 쌈을 많이 먹으라.”고 권했다. ‘쌈 데이’는 친환경 도시농업을 자랑하는 강동구가 관내에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을 지역 주민 및 직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매월 둘째·넷째 화요일로, 이때에는 구청 구내식당이 앞장서서 쌈채소를 식탁에 내놓는다. 쌈채소 생산 및 공급은 사회적기업 ‘강동도시농부’에서 맡았다. 강동도시농부는 지역민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박덕삼 대표 등 젊은 농부 4명이 모여 설립했다. 행사 때마다 치커리, 케일, 상추 등 여섯 가지 친환경 쌈채소 300인분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날 첫 행사에 참가한 이 구청장은 “쌈 데이를 통해 사회적기업 돕기, 로컬푸드 시스템 정착, 주민·직원 건강까지 챙기는 1석 3조 효과를 본다.”고 설명했다. 평소 직접 구청 텃밭과 상자 텃밭에서 쌈채소를 길러 먹을 정도의 ‘쌈 마니아’로 소문난 이 구청장은 앞으로도 거르지 않고 참석해 직원 및 주민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할 예정이다. 강동구는 이 행사를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처에도 모범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로컬푸드 소비는 유통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진국형 생활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강동구는 올 한해 동안 도시 텃밭 1600구좌를 개발해 주민들에게 분양했다. 또 이와 별도로 간단한 채소를 기를 수 있는 상자 텃밭 5000개를 만들어 나눠 주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한해 동안 1만여명이 도시 농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 셈”이라며 “2020년까지 1가구 1텃밭 갖기가 가능하도록 꾸준히 애쓰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라식 부작용?…충분히 예방 가능

    라식 부작용?…충분히 예방 가능

    회사원 K씨는 점심시간을 빼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근시도 심각하지만, 그보다는 난시가 심각해서 하드 렌즈로만 시력을 교정할 수 있다. 렌즈를 끼고 있는 내내 눈이 건조하지만, 안경을 끼면 눈이 반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회사에서 안경을 쓰는 일은 포기했다. 거기에 안경은 콧등에 자국이 생길 정도로 렌즈가 두꺼워서 세 번은 압축을 해야 한다. K씨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꿋꿋이 렌즈착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라식수술에 대한 두려움, 부작용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특히 ‘눈’은 한번 잃으면 평생을 후회할 수 있기 때문에 결심이 쉽지 않다. 하지만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거친다면 라식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수술하기 전에 각막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눈 검사를 하는데, 이때 약식으로 하는 라식 검사보다 2~3시간여에 걸친 25가지 검사가 중복 교차검사를 통해 가장 정확한 검사 데이터를 출력한다.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개인의 특성에 맞는 수술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트라라식, iFS라식 등 다양한 시력교정수술의 명칭은 수술 시 사용하는 레이저에서 따온 이름이다. 최신일수록 기술 발전으로 레이저의 효율이 좋다. 특히 최신 시력교정술인 iFS라식은 각막절편의 결합력이 좋아 수술 후 회복시간을 단축하게 하며 기존 라식수술보다 3.5배가량 외부 충격이 강하다. 그러나 수술에 사용되는 레이저가 미국 FDA, 유럽CE, KFDA 등의 기관에서 검증되었는지는 꼭 확인해야 한다. 안과 전문의 현준일 강남BS안과(강남비에스안과) 원장은 “라식수술은 각막 절편을 인위로 만들고 각막실질을 레이저로 깎아내기 때문에 수술 전에 환자에게 충분한 잔여각막이 있는지, 안전한 시술을 위해서 의사들이 수술 지침을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수술에 사용되는 소모품은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등 양질의 수술결과를 위해서는 수술실 클린 시스템에도 적극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 전만이 아니다. 현원장은 “라식수술은 할 때보다 하고 난 이후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 수술 후 진료는 수술의 연장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현원장은 부작용 없는 라식수술을 위해 개인으로 1만6,000 증례 이상의 시술 등을 통한 다양하고 풍부한 진료경험에서 얻은 임상 노하우로 시력교정수술 후 단 1건의 중요 부작용도 발생한 적이 없는 안전제일주의 라식수술을 우선한다. 또한 검사 후 진료, 수술, 수술 후 진료까지 수술 집도의가 전담하여 개인 맞춤식의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건설업계, 플랜트 외국인력 모시기 전쟁

    건설업계, 플랜트 외국인력 모시기 전쟁

    산업설비(플랜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에 ‘외풍’(外風)이 거세다. 주택시장 불황으로 매출에서 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자 건설사들이 앞다퉈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전문 인력 확보에 눈을 돌린 것이다. ●동남아, 몸값 싸고 영어 능통하고 성실해 선호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업계 매출의 70% 이상이 플랜트 분야에서 나오면서 업체마다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천정부지로 몸값이 치솟은 국내 인력의 스카우트를 놓고 대형 업체들은 연초에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상태다. 일부 건설사는 플랜트 경력 직원을 끌어온 자사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반면 대기업에 인력을 빼앗긴 중견업체들은 ‘상생’을 외치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외국인 플랜트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필리핀, 인도 등 동남아 출신이다. 영국, 미국, 호주 등 유럽·미주 출신 엔지니어는 고급 인력으로 원천설계(베이직) 등을 담당해 수적으로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 필요한 인력은 중간 관리에 적합한 동남아 출신이다.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동남아 출신은) 몸값이 싸면서도 영어가 능통하고 성실해 기업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어렵게 모신 외국인 직원들을 극진하게 대우한다. 오피스텔 등 국내 거주지를 제공하고 따로 교통편과 취미 활동까지 보장한다. 다양한 적응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정기휴가·숙소·항공권 등 기본 제공 2005년부터 꾸준히 외국인 직원을 채용한 GS건설은 현재 본사 근무 인력만 220여명 선이다. 2009년 말에 견줘 5배가량 늘었다. 회사는 거주 공간은 물론 14일간의 휴가를 매년 두세 차례 보장한다. 고국 방문을 위한 항공권도 회사 부담으로 제공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이전에는 인도 출신 직원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최근 필리핀 출신이 많아졌다.”면서 “대부분 플랜트 관련 설계 인력”이라고 전했다. GS건설은 인도 현지 설계법인에 300여명의 플랜트 관련 외국인 직원이 추가로 근무하고 있다. 대림산업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130여명도 대부분 플랜트사업본부 소속이다. 설계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이다. 올해 대림산업의 외국인 직원 채용 목표도 지난해보다 2배가량 많은 100명 선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필리핀 출신이 60여명으로 가장 많고, 인도 출신이 50여명이다.”라면서 “파키스탄, 이란, 불가리아, 미국, 독일, 말레이시아, 중국 출신 등이 다양하게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남다른 혜택도 주어진다. 예컨대 인도 직원들에겐 이태원 인도 전문 음식점에서 점심이 제공되고, 이슬람 출신 직원들에겐 따로 기도실이 마련됐다. 숙소와 정기 휴가, 항공권 제공 등은 기본이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도 지난해 말까지 40여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직원이 최근 107명까지 불어났다. 그룹의 글로벌화 전략에 따른 것으로 고충 처리 데스크와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이 제공된다. SK건설은 아예 한국인 직원과 1대1로 짝을 지어 멘토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2015년까지 플랜트 분야 외국인 임직원 비율을 현재의 20%에서 50% 선으로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플랜트 전문 인력 관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 업체에서 3~4년간 일한 뒤 유럽계 전문업체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 부족과 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랜트 관련 전공을 늘리는 등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경쟁사 인력 빼 가기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지중해/임태순 논설위원

    지중해(地中海)는 오랫동안 인류 역사, 문명의 주 무대였다.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로마 문명이 이곳에서 싹을 틔웠다. 고대 로마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와 벌인 전쟁에서 승리,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하고 화려한 제국시대를 열어간다. 아랍 이슬람은 7세기 북아프리카를 거쳐 이베리아 반도를 복속시켜 사라센 제국을 건설했으며, 이에 맞서 중세 신성로마 제국은 지중해를 오가며 십자군 전쟁을 벌인다. 지중해를 빼면 서양역사를 논할 수 없는 셈이다. 지중해는 유럽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으로 둘러싸여 있는 바다다. 말 그대로 ‘땅 가운데 있는 바다’이지만 서양 문명의 발상지였던 만큼 은근히 ‘지구의 중심’이라는 오만함도 느껴진다. 하기야 고대 그리스인들이 델포이 시를 ‘옴파로스’(지구의 배꼽)라고 했으니 이러한 의식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닐 것이다. 지중해는 코발트색 바다에 온화한 기후, 화려한 풍광까지 자랑하고 있어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여기에 야채, 견과류, 올리브 등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지중해 음식은 세계인들의 건강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니 “현재에 집중하라, 순간을 살라.”는 뜻을 지닌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시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평온한 바다에 붉은 태양이 없었다면 ‘오 솔레미오’라는 노래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중해는 풍요, 번성, 안온, 여유의 상징이다. 반면 같은 내해라도 남중국해, 동중국해, 동해 등은 평화, 번영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우리나라 등 인접국들의 영토분쟁이 얼룩져 갈등, 분쟁, 반목의 바다라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지중해 연안 7개국의 정권이 모두 교체됐다. 남유럽 국가들은 높은 실업 등 경제난을, 북아프리카 나라들은 장기독재에 따른 민주화 요구를 이기지 못해 무너졌다.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은 이를 두고 지중해가 ‘권력자의 무덤’이 됐다고 말한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천혜의 자연조건과 역사유적을 바탕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쏠쏠한 수입을 올렸다. 특히 남유럽 국가들은 현재에 집중하고 순간에 살라는 선조들의 가르침대로 복지 등에 있어 과도한 혜택을 누렸다. 경제에는 공짜점심이 없다는데 오랫동안 공짜점심에 길들여져 온 그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논산 육군훈련소 영외면회 허용 첫 날

    논산 육군훈련소 영외면회 허용 첫 날

    “어휴, 미어터져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옛 논산훈련소)의 영외면회 허용 첫날인 23일. 훈련소 옆 에버그린호텔 박성철(47) 상무는 “입영하는 날은 객실이 십여개밖에 차지 않는데 오늘은 42개 모두 꽉 찼다.”면서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을 아들에게 먹이고, 객실에서 쉬다가 사우나에 가는 아버지와 아들도 있고, 심지어 연회실에서 밥을 지어먹이는 열성 부모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상무는 “이런 일은 처음이다. 영외면회 효과가 엄청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5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자대배치를 앞두고 이뤄진 영외면회에 나선 훈련병은 모두 1280여명에 이른다. 오전 11시에 가족 등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가 오후 5시 훈련소로 복귀했다. 지난 5월 훈련병 영내면회가 13년 만에 부활된 뒤 군창설 후 처음 실시되는 영외면회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훈련병과 가족들은 논산과 인근 지역의 곳곳을 찾아 가족의 정을 나눴다. 훈련소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대둔산 밑 벌곡면 수락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송인준(65)씨는 “전에 없던 예약이 지난주 금·토요일부터 들어와 오늘 훈련병 가족 5팀이 손님으로 왔다.”면서 “날씨가 좋았으면 산책도 하고 했을 텐데 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서인지 방에서 음식을 나눠 먹고 이야기꽃을 피우다 돌아갔다.”고 말했다. 훈련소와 10분 거리인 연무대IC 앞 음식점 ‘보은집’ 주인 정재화(48)씨는 “오늘 점심 때 훈련병 가족만 50명 넘게 몰렸다. 음식도 장어와 갈비찜 등 비싼 것을 시켜 먹더라.”며 영외면회를 반겼다. 그는 “입영할 때는 입소자나 따라온 가족들의 마음이 무거워서인지 음식을 시켜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오늘은 한결 여유롭고 얼굴이 밝아 보기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광지 방문은 날씨 탓인지 기대에 못 미쳤다. 계백장군유적지와 탑정저수지 등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육군훈련소 바로 앞 음식점도 재미를 못 봐서 의외였다고 한다. 연무읍 금곡리 훈련소 앞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장 박용해(66)씨는 “집에서 음식을 싸오고 차도 있으니까 멀리 가는 것 같다. 군대에 가면 ‘부대쪽으로는 오줌도 안 누겠다’고 농담을 하지 않느냐. 공주나 부여를 어떻게 가느냐고 묻는 훈련병 가족만 많다.”면서 “숙박업소는 괜찮지만 식당은 평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논산시 관계자는 “영외면회가 계속되면 연간 면회객이 100만명에 달한다. 1인당 1만원씩만 써도 지역에 100억원이 뿌려지는 셈”이라면서 “영외면회가 지역발전의 획기적인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전국 12개 신병훈련소에서 영외면회제를 시범 실시한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논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교내 점심시간 추락사고 학교 책임”

    점심시간에 발생한 추락사고는 학교 책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보상을 담당하는 학교안전공제회는 ‘교육활동’ 범위를 좁혀 해석했지만 법원은 폭넓게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황윤구)는 고교 1학년 A(16)군과 가족이 서울특별시학교안전공제회를 상대로 낸 공제급여 청구소송에서 “1750여만원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학교에서 체류하는 시간 상당수가 ‘교육활동’에 속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학교안전사고법은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를 학교안전사고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시행령을 보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한 등하교, 휴식시간, 교육활동 전후의 통상적 학교 체류시간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업, 특별활동, 재량활동, 수련활동, 체육대회 등도 교육활동으로 규정하고 있어 A군의 사고는 통상적인 휴식시간에 발생한 사고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학생의 과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피고 측의 주장에 대해 “학교안전사고법은 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시를 따르지 않았거나 자해·자살한 경우 등에만 공제급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과실상계를 적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신체감정결과 ‘성인이 된 뒤 다리를 저는 등 노동력상실이 예상된다.’는 병원 측 의견을 참고해 장해급여비를 책정한 데다 요양비, 위자료 등도 포함해 공제급여 액수를 산정했다. A군은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2009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중학교 3층 교실 창문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다리가 골절됐다. 가족들은 학교안전공제회에 공제급여를 청구했지만 공제회가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면서 기각하자 가족들이 소송을 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점심시간 식당앞 안심하고 주차하세요

    서울시는 점심시간(오전 11시30분~오후 1시30분)에 시내 모든 소규모 식당 앞에 주차할 수 있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교통안전과 소통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식당 앞에 2시간 동안 주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지난달 24일 각 자치구로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점심시간 외에도 오후 9시 이후 심야 시간에는 집중단속보다 계도 위주의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간선도로, 자전거도로, 대형 행사장 주변 등 불법 주정차로 교통 소통과 안전을 위협하거나 시민 불편이 예상되는 지역을 위주로 계도하고 있다. 또 화물조업장소와 전통재래시장, 관광지 등도 소통이 원활할 수 있게 하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그러나 교통이 복잡한 출퇴근시간 등과 전용차로, 자전거도로, 어린이보호구역 등 특정 목적으로 지정된 도로에서는 단속반이 상주하며 즉시 견인 조치를 하고 있다고 시는 밝혔다. 시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를 단속할 때 자치구 간 형평성을 높이고, 서민 경제를 고려해 계도 위주의 단속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정책을 이끌어낸 정승우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교통본부의 이번 방침이 요식업에 종사하는 11만여개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자치구 3色 ‘주민 소통법’] “소통은 곧 경청” 스킨십 강화

    [자치구 3色 ‘주민 소통법’] “소통은 곧 경청” 스킨십 강화

    최창식(가운데) 서울 중구청장은 ‘듣고, 보고, 만나는’ 색다른 소통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1일 구에 따르면 최 구청장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민원인들을 만나기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토요 해피데이트’를 개최하고, 격무부서 직원들과는 매주 목요일마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애로사항을 듣는다,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토요 해피데이트는 구청 행사나 회의 등으로 고정적인 시간대를 마련할 수 없는 평일 대신 여유가 있는 토요일 오전으로 시간을 잡은 게 특징이다. 그만큼 격의 없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어서다. 본청 구내식당 담소락홀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운영하는 직원들과 함께하는 ‘런치 투게더 데이’도 눈길을 끈다. 주차단속원과 노점 현장지도단속담당 직원, 방문간호사 등 격무부서 근무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최 구청장은 “찾아가는 민생탐방과 토요 해피데이트를 통해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구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면서 “소통이란 곧 경청인 만큼 이해당사자와 직원들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시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시니어클럽’ 전성기…불황에 더 잘나가요

    경기 군포시니어클럽은 2008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급식도우미 봉사단인 ‘참손실버 급식도우미’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들은 점심시간에 초등학교 1~2학년 교실을 찾아가 급식봉사를 하고 국가보조금으로 월 20만원의 봉사비를 받는다. 맞벌이 부부와 급식도우미가 부족한 학교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이 사업은 처음 5개 학교에서 현재 12개 학교로 대상학교가 늘 정도로 호응이 좋다. 군포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84개 시니어클럽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사업 평가에서 공익형사업분야 대상을 받았다. ●전국 84곳… 적성등 고려해 일감 소개 ‘시니어클럽’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이다. 노인들의 ‘제2의 인생’을 찾아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경기도 내에는 수원, 성남, 부천 등 15개 시에 16개 클럽이 경기도로부터 지정돼 운영되고 있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4개가 생겼다. 경제불황을 맞은 노인들이 경제적 이유로 재취업을 원하면서 일자리찾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각 클럽들은 그냥 일자리를 찾아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노인들의 적성 등을 고려해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개발하고 있다. 성남시니어클럽은 할머니들로만 구성된 아기도우미사업을 개발, 45명의 할머니에게 매월 40만~50만원의 수입을 올려주고 있다. 사회복지 관련 일을 했거나 평생을 가정주부로 살며 자녀를 양육해 온 이들 ‘할머니 아기도우미’는 경험과 성실함 덕분에 젊은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다. 또 시흥시니어클럽은 노인들을 초·중·고등학교 보안 당직원으로 파견해 69명의 노인에게 지난해 7억 7000만원의 수입을 안겼다. 안양시니어클럽은 ‘잔치하는 날’이라는 국수전문점 1, 2호점을 차려 20여명의 노인들이 월 5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인 ‘커플데이’도 최근 오픈했다. ●일자리 찾는 은퇴자 늘어 급속히 확산 경기지역 16개 시니어클럽에서 일자리를 제공받은 노인들의 수는 3300여명. 경기도 김용연 문화복지국장은 “고령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이나 은퇴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종 사회 봉사단체가 생겨나고 있다.”면서 “특히 시니어클럽을 통한 노인 일자리사업은 어르신의 소중한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고, 덧붙여서 돈도 벌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최근 문을 연 영도구와 남구 등 2개를 비롯해 모두 8개의 시니어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물류형 택배, 새싹 재배, 떡방앗간 등 69개 사업단을 운영하며 2000명에 가까운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중 기장시니어클럽은 전국 처음으로 물류형 거점 택배사업인 ‘OK6070 아파트 택배사업’을 운영해 주목받고 있다. 금정시니어클럽은 기업체에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을 파견해 안정적인 소득원을 보장해 주고 있다. 한편, 경북 포항의 시니어클럽은 장난감에 묻은 오물과 세균 등을 세척하는 ‘클린토이’사업에 나서고 있다. 유치원과 놀이방, 병원 등에서 서비스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김문의 만난사람] 이중섭 55주기… 그를 추억하는 원로 시인 김광림

    [김문의 만난사람] 이중섭 55주기… 그를 추억하는 원로 시인 김광림

    가을 끝자락이다. 창덕궁의 나무들도 겨울을 맞이할 요량으로 나뭇잎마저 무겁다는 듯 후드득 털어낸다. 한 노(老)시인은 백발을 만지작거리며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시집을 뒤적인다. 돋보기를 꺼내 들고 책장을 넘기던 노시인은 “그래 바로 이 시야, 이거!”라고 탄성을 터뜨린다. 어떤 시일까. ‘팔삭둥이 첫 아들이 죽었을 때/그는 곤드레만드레가 되어/죽은 애 또래의 살아 있는 애들을/그리고 있었다/저승동무 길동무로/천도 따는 애며/맨손으로 물고기 잡는 애들이랑/학 타고 날아가는 애도/상기도 애비 목 틀어잡는 녀석이며/여직 애미 젖가슴 뒤지는 녀석/오오라 게한테 물린 고추녀석이 제일 늦구나/개구쟁이 코흘리개 오줌싸개 울보랑 모두 모이자/그는 잠자코 붓을 놓았다/그리고 죽은 애 목덜미에 그림을 그려주었다/십자가보다 더 빛부신 동심(童心)을’ 지난 16일 오전 창덕궁 바로 옆 바움갤러리에서 원로 시인 김광림(82) 선생을 만났다. 그는 천재 화가 이중섭과의 추억을 새삼 떠올린다. ●‘시전집’에 이중섭 연작시 8편 담아 “17살 때 함경남도 원산에서 이중섭 화가를 처음 만났어요. 그의 첫애가 죽어 애도할 때였지. 하루는 이중섭의 집에서 같이 잤는데 새벽녘에 일어나 보니 온데간데없어요. 그래서 옆방에 슬쩍 가 봤더니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뭘 그리나 어깨너머로 봤더니 애들이 하늘에서 새를 타고 다니는 거, 천상의 복숭아를 따는 아이들, 학을 타고 날아다니는 아이들, 아버지 목에 매달려 있는 애들, 게가 아이의 아랫도리를 물고 있는 모습 등을 그리더군요.” 노시인은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추억의 편린들이 가을 낙엽과 함께 머릿속을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올해가 이중섭 화가 탄생 95주년이고 작고 55주기가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노시인은 “아, 그렇게 됐나요. 나보다는 13살 위였는데….”라고 말끝을 흐린다. 얘기 도중 가끔 백발을 쓰다듬는 모습이 어쩌면 천상의 복숭아를 따러 날아가 버린 이상한(?) 새를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손바닥만 한 공간만 있으면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는 시, 그는 시인이 부러워 시처럼 그림을 그렸지…. 은박지 그림이 생각나. 내가 군 장교로 있을 때였어. 외출을 나올 때마다 군보급품 박스에 있던 양담배 럭키스트라이크 은박지를 수집해 갖다주었어요. 아주 좋아했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그 그림들을 죄다 불태워 달라고 했어. 참으로…. 은박지 그림만 200~300장 됐어.” 이중섭 화가는 1955년 서울 미도파백화점과 대구 미공보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실망과 충격으로 대구에서 만난 김 시인에게 “내 그림은 다 가짜야.”라고 하면서 불태워 달라고 했다. 이중섭 화가는 그렇게 그림을 던지고 확 가 버렸고 김 시인은 은박지 그림과 소품들을 보관했다가 이중섭 화가와 같이 머물고 있던 친구이자 소설가 최태응에게 모두 돌려줘 가까스로 은박지 그림을 살려냈다. 이 그림들은 지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한다. 노시인은 2006년 이중섭 화가에 대한 추억의 글과 시를 모은 ‘가짜와 진짜의 틈새에서’라는 책을 펴내면서 “그의 그림을 불사르지 않고 세상에 남아돌게 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중섭 작품에 대한 순수한 평가보다는 그림값을 올리려는 상업적 행태가 눈에 거슬린다는 지적을 했던 것. 노시인은 지난해 11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김광림 시전집’을 펴냈다. ‘이중섭 생각’이라는 연작시 8편도 담았다. 여기에서 노시인은 ‘왜 그는 자신의 그림을 가짜라고 우겼을까/그가 진정 진짜로 그리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꿈틀대는 어기찬 생명력을 더 지켜보지 않았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다하지 못한 정을 엽서에다 그리고/ 은박지에 또 그려서/고통을 환희로 바꿔 찬 한 사내가/거뜬히 시의 수렁 속을 가고 있다/갈증도 모르고 허기도 저버린 채’라고 그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을 토해냈다. “이중섭은 시인의 마음을 가진 화가였습니다. 또 그런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다수의 시를 쓰게 됐어요. (다시 백발을 만지작거리다가) 연작시 말고 또 뭐 있더라….” 옆에 있던 딸 김상미씨가 얼른 기억을 돕는다. 노시인은 요즘 병원에 다니느라 딸 집에 기거하고 있다. “아마 ‘사막’일 겁니다. (딸이 시를 읊는다) ‘화가 이중섭은 사막으로 걸어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아랫도리를 게의 예리한 발톱에 찝힌 것이다. 물린 순수의 피나는 이적(異蹟)을 담배 은종이에 나타내었다’ 아버지 맞죠.” 노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나.”라며 활짝 웃는다. 화제를 바꿨다. 문단 데뷔 시절을 물었다. “전쟁 2년 전인가 그래요. 친구집에서 지내고 있을 때 새벽녘에 문득 낡은 문풍지를 보고 시를 하나 썼어. 그랬더니 친구가 ‘안양에 박두진 시인의 문하생 동인(청포도)들이 있는데 한번 가보자’고 해서 갔어.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쓴 시를 박두진 시인에게 보여줬더니 ‘10년 후면 우리나라의 시가 달라지겠네’라고 하면서 구상 시인한테 가보라고 하더군. 그때 구상 시인은 연합신문 문화부장으로 있었지. 구상 시인과는 원산에서 만났던 사이였지. 어쨌든 찾아갔어.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는데 나를 아래층으로 끌고 내려가 우동 두 그릇을 시키면서 ‘배가 고플 텐데 두 그릇 다 먹으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시를 읽더니 ‘관념적이긴 하지만’이라고 말을 하더군. 그 2~3일 뒤에 ‘문풍지’라는 제목으로 시가 발표됐어. 그래서 데뷔작이 ‘문풍지’야. ●“그의 그림에서 詩 영감 많이 얻어” 이후 6·25전쟁이 끝난 1957년 전봉건, 김종삼 등과 함께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라는 3인 시집을 내면서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펼쳤다.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시작으로 2009년 제10회 청마(靑馬)문학상을 수상한 ‘버리면 보이느니’까지 통산 18권의 개인 시집을 펴냈다. 그러는 동안 평양 출신의 박남수(1918~1994) 시인과 친하게 지냈으며 문덕수(83)·홍윤숙(86) 시인 등과 절친 문우로 교류했다. 1990년 제12차 세계시인대회 때였다. 일본의 저명한 국제적 여류 시인 시라이시 가즈코가 ‘오늘의 율리시스’라는 시를 낭독하기 직전 노시인이 “나는 북에서 온 한국의 율리시스입니다.”라고 말해 장내의 무거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낸 일화는 지금도 문단에서 회자된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문화 교류를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6·25전쟁 때는 9사단 29연대에 배속(소위)돼 백마고지와 저격 능선 전투에 참가했다. 이때 전우의 죽음을 다룬 시 ‘진달래’가 ‘국방’지에 게재돼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으며 후에 은성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슬하에 김상수(사업가)·김상일(조각가)·김상호(중문학자)·김상미(주부)씨 등 3남 1녀를 두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노시인에게 시 한편을 부탁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죽음이란 걸(주제)로 병원에 있을 때 써보긴 했는데….”라는 대답이 나지막이 돌아온다. 다음은 그가 최근에 쓴 미발표작 시.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김광림은 김광림은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충남(忠男)이다. 원산공립중학을 거쳐 평양종합대 역사문학부 외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48년 12월 한탄강을 거쳐 단신으로 월남했다. 그해 안양에서 ‘청포도’ 동인과 어울리다가 청록파 시인 박두진을 만났고 그의 권유로 연합신문 문화부장으로 있던 구상 시인을 만난 것이 인연이 돼 ‘문풍지’라는 시를 처음 발표했다. 경기 여주군 북내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중 6·25전쟁을 만나 육군 소위로 9사단 29연대에 배속돼 전쟁에 참가했다.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펴냈으며 1961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듬해 두 번째 시집 ‘심상의 밝은 그림자’, 1965년 세 번째 시집 ‘오전의 투망’ 등 지금까지 18권의 시집을 내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83년 장안대 교수, 한양대 강사 등으로 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쳤으며 1985년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2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아시아 시인대회 서울대회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1999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2001년 국가유공자증서 등을 받았다. 2009년에는 ‘허탈하고플 때’로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 [길섶에서] 북엇국/곽태헌 논설위원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는 회사 근처의 북엇국집을 가끔 찾는다. 꽤 유명하다 보니 문을 여는 아침 7시부터 손님들로 만원이다. 아침에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점심때는 조금만 늦으면 길게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손님들이 몰린다. 영업 수완도 보통이 아니다. 식탁마다 반찬통이 있어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아침에는 밥맛이 없는 손님이 많다는 생각에서인지 낭비를 줄이려고 밥을 적게 준다. 직원들도 상냥한 편이다. 회전율을 높이려고 술은 사실상 팔지 않는다. 웬만한 대기업보다 영업전략이 좋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제 아침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가격을 올린 지가 1년도 안 된 것 같은데 또 올렸다. 그래도 손님이 여전할 것이라는 배짱이 깔린 듯하다. 불과 4~5년 전 4000원 하던 북엇국 한 그릇이 연례행사처럼 5000원, 5500원, 6000원으로 슬금슬금 오르더니 이제는 6500원이다. ‘사실상 독점’의 횡포에 소비자는 괴롭다. 물론 독과점의 횡포와 폐해가 어디 여기뿐이겠는가.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울진군 “사랑의 쌀로 훈훈한 겨울 나세요”

    경북 울진군은 이달부터 도내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역의 모든 경로당에 브랜드 쌀인 ‘생토미’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노인복지 증진과 쌀 소비 촉진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군은 노인들이 경로당을 많이 이용하는 내년 3월까지 지역 10개 읍·면의 228개 경로당에 생토미 총 2만 1274㎏(1억 5000만원 상당)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지역 65세 이상 노인 1만 2000여명 가운데 하루 평균 경로당을 이용하는 3600여명이 공동 취사를 통해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분량이며, 경로당별 공급량은 이용 인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군은 농번기인 3~10월 경로당 이용 인원이 적은 것으로 파악돼 쌀 공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그동안 경로당 이용객들은 점심 끼니 해결을 위해 일정량의 현금 또는 현물을 각각 부담하거나, 지역 기관·단체 등으로부터 쌀을 무상 제공받아 공동 취사에 사용했다. 일부 이용객들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개별 부담을 못해 이용에 눈치를 보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울진군 노인회 관계자는 “경로당에 쌀이 무상 공급됨으로써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됐으며, 경로당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지역사회 일각에서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순수 노인복지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며 “경로당 활성화와 지역산 쌀 소비 촉진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울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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