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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플러스]

    [서울 플러스]

    압구정로데오거리 상징물 제막 강남구(구청장 신연희) 4일 신사동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 상징조형물 ‘I Love You’ 제막식을 연다. 유명조각가 김경민씨의 재능 기부로 들어섰다. 작품 콘셉트는 ‘젊음·패션·문화·예술’을 대표하는 로데오다. 하트를 든 모습은 로데오가 한국을 넘어 세계의 중심지로 역할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지역경제과 3423-5490. ‘아름다운 미소사진전’ 공모 광진구(구청장 김기동) 오는 15일까지 ‘제15회 아름다운 미소사진전’의 작품을 공모한다. ‘미소 부문’과 ‘광진구 부문’으로 나뉜다. 금상에는 상금 500만원을 준다. 오는 25일 심사 후 입상자를 선정해 26일 구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문화체육과 450-7577. 공영주차 요금 5분 단위로 성동구(구청장 고재득) 이달부터 공영주차장 요금을 10분에서 5분 단위로 매긴다. 조례 개정안에 따라서다. 1~2분 초과해도 10분 단위 요금을 무는 것에 비해 합리적으로 바뀐 것이다. 직영 27개소, 위탁 4개소 모두에 적용된다. 도시관리공단 2204-7960. 약 봉투에 복약안내문 서비스 송파구(구청장 박춘희) 약사회와 함께 ‘따라가는 복약지도 서비스‘를 추진한다. 약 봉투에 인쇄된 복약안내문을 보고 약품 효능, 주의사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70개 약국이 참여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받아볼 수도 있다. 의약과 2147-3531. 9일 사육신 추모제향 행사 동작구(구청장 문충실) 주민, 유림대표 등 1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9일 낮 12시 노량진 사육신공원에서 사육신 순절 557주년 추모제향 행사를 갖는다. 문 구청장이 초헌관, 사육신현창회 이철주 이사장이 아헌관, 홍운철 구의회 의장이 종헌관을 맡는다. 홍보전산과 820-1250.
  • 세계 이색대회·육아·애견… 소재로 ‘승부수’

    세계 이색대회·육아·애견… 소재로 ‘승부수’

    방송가 예능 프로그램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정규 편성 전 1~3회 정도 방영한 뒤 반응을 살펴보는 시험판 프로그램)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더니 몇몇 프로그램들이 최근 정규 편성을 확정했다. 반면 시청률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지 수순을 밟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당당히 편성표에 이름을 올린 프로그램들을 보면 관찰과 리얼리티, 남성과 같은 포맷은 더 고착화된 한편 새로운 소재로 승부수를 띄우려는 경향이 엿보인다. SBS는 ‘심장이 뛴다’와 ‘월드챌린지 우리가 간다’를 각각 화요일 오후와 월요일 오후에 정규 편성했다. ‘심장이 뛴다’는 연예인들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등 실제 소방업무에 투입돼 사투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는다. ‘우리가 간다’는 연예인들이 세계 각국의 이색 대회에 출전하는 내용이다. 각각 지난 추석과 8월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타 호응을 이끌어냈다. KBS는 60~70대 여배우들이 여행을 떠나는 ‘마마도’를 목요일 오후에 정규 편성한 데 이어 남성 연예인들이 부인 없이 육아에 도전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정규 편성을 논의 중이다. 반면 SBS의 토크쇼 ‘화신’은 지난 24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불거졌던 ‘베끼기’ 논란은 어느 정도 불식된 상황이다. ‘심장이 뛴다’는 애초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군대만 소방관으로 바꿨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가 군대에서 남성들의 추억과 젊음의 에너지를 끌어낸 데 반해 ‘심장이 뛴다’는 소방관들의 치열한 사투를 진지하게 담아내 차이점을 보였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는 달리 육아의 고충에 집중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했고 시청률 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마마도’는 tvN ‘꽃보다 할배’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산 파일럿 방송 때와는 달리 정규 편성 첫 방송에서는 여배우들의 수다를 앞세웠다. 하지만 기존에 검증된 형식과 코드들을 한데 섞어놓는 추세는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남성 집단 출연진, 극한의 체험, 여행, 서바이벌, 관찰과 리얼리티 등 최근 예능프로그램의 유행 공식들이 이들 프로그램에 두세 개씩 녹아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남성의 육아 체험을 관찰하고 ‘우리가 간다’는 남성들이 외국으로 나가 극한의 경기에 도전하며, ‘심장이 뛴다’는 극한의 체험을 관찰하는 식이다. KBS가 조만간 선보이는 ‘슈퍼독’은 반려견 모델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인기 프로그램의 형식을 그대로 따왔다면 요즘은 남성들의 모험과 도전, 여행의 새로움 등 시청자들과의 교감에 성공한 정서를 공략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베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정서를 처음 전달한 프로그램을 뒤이은 프로그램들이 참고한 흔적이 방송에서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형식의 시도를 꺼리는 상황은 ‘화신’과 MBC ‘스토리쇼 화수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화신’은 시청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취지로 생방송을 시도했지만 곧 폐지 수순을 밟았다. ‘화수분’은 시청자들의 재미있는 사연을 출연자들이 콩트로 재현하는 프로그램으로, 2%대의 시청률에 그친 탓에 한 달 만에 폐지 논의 대상이 됐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사실감과 진정성이 예능프로그램의 생명으로 자리 잡은 시대에 연예인 집단 토크쇼나 콩트가 힘을 발휘하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참여가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는데 너무 빨리 포기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는 이제 형식보다는 소재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요즘 부쩍 ‘외국인’이 뜨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샘 해밍턴 등 외국인 4명이 섬마을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내용의 tvN 파일럿 프로그램 ‘섬마을 쌤’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MBC도 세계 각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내세운 ‘어서 오세요’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간다’, ‘슈퍼독’ 등도 각각 여행과 오디션이라는 식상한 형식 위에 새로운 소재를 얹었다. CJ E&M 관계자는 “‘섬마을 쌤’은 섬마을 생활이라는 기존 형식에 외국인으로만 출연진을 꾸려 리얼리티와 순수성을 더한 것”이라면서 “기존 예능프로그램의 큰 줄기는 유지하면서도 참신한 소재를 더해 소소한 변화를 주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슈&이슈] 전주세계소리축제 새달 2일 개막

    [이슈&이슈] 전주세계소리축제 새달 2일 개막

    한국음악과 월드뮤직의 향연 ‘2013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0월의 문을 연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번 소리축제는 2일부터 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한옥마을 일원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소리축제는 ‘아리 아리랑, 소리 소리랑’을 주제로 36개국 음악가들이 260여회에 걸쳐 장르와 경계를 허물고 다채로운 음악의 세계를 선보인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영국의 저명한 음악전문지 송라인즈(Songlines)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제페스티벌 베스트 25’로 선정해 세계적으로 그 가치와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은 축제다. 올해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새롭게 시도되는 국악 프로그램과 다양한 레퍼토리의 공연을 통해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빚어낼 예정이다. 개막공연은 아리랑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아리랑을 주제로 한 초대형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30인조의 오케스트라와 8개국 13명의 국내외 여성보컬리스트, 80인의 합창단이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무대를 통해 아리랑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참여도 대폭 늘었고 관객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소리축제의 브랜드화된 국악공연은 완성도를 높이고 깊이를 더해 국악에 대한 친밀감과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유수정, 조주선, 김미나, 모보경 등 짱짱하고 물오른 중견 명창들의 무대 ‘판소리 다섯바탕’, 김영재(해금, 거문고), 강정열(가야금), 황은숙(가야금), 이항(대금) 명인이 선사하는 ‘산조의 밤’ 공연은 전통의 멋을 가득 전한다. 신재효의 삶과 사랑을 그린 창작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던 ‘광대의 노래’가 소리축제표 음악극에서 웃음과 위트, 해학이 곁들여진 마당극 형태로 재탄생된다. 한국음악의 새롭고 실험적인 도전도 시도된다. 우리 가락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소리 프런티어’, 국악전공 학생들의 ‘대학창극’, ‘청소년국악한마당’은 젊음과 열정, 재기 발랄함을 한껏 발산하는 무대다. 올 소리축제는 한국음악과 월드뮤직이 동시공연 형태로 진행되는 무대가 기대를 모은다. 2012 소리프런티어 우승팀 ‘바이날로그’와 헝가리 전통뮤직 앙상블 ‘뮤지카쉬’(Musikas), 아랍바이올린과 플라멩코 기타의 열정적인 리듬을 선보이는 ‘마사라’(MASARA), 월드음악 가수 파투마타 디아와라(Fatumata Diawara) 등이 음악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소리의 판’은 놓쳐서는 안 될 프로그램이다. 가족, 친구, 연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신나는 공연을 찾는다면 ‘김형석 with Friends’, 인디밴드의 탄탄한 라이브 공연을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소리클럽’ 등을 추천한다. 전주시내 거리 곳곳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소리프린지’가 열려 분위기를 띄운다. 한옥마을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여명카메라박물관에서는 소리축제 역사가 담긴 사진 ‘소리감상실’, 부채문화관에서는 명창들의 부채를 구경할 수 있는 ‘바람따라, 소리따라’ 전이 열린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UFO 같은, 밤엔 불쇼 하는 홍대 앞 이 놈…어디 쓰는 물건인고

    [주말 인사이드] UFO 같은, 밤엔 불쇼 하는 홍대 앞 이 놈…어디 쓰는 물건인고

    27일 저녁 홍대 앞 거리.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번화한 거리답게 형형색색, 기기괴괴한 5~6층 짜리 건물들이 저마다 폼을 재며 쭉 늘어서있다. 어둑어둑해지면서 차츰 현란한 불빛이 들어오는 이 거리에 현실감을 주는 건 주차장 골목이다. 어쩌면 주차장 골목 덕분에 홍대 앞은 별천지가 아니라 지금 여기 서울처럼 느껴질는지도 모른다. 이 주차장 골목에 자그마한, 사람 키 높이하고 얼추 비슷한 높이의 건물 하나가 서 있다. 삼각형 유리창을 이리저리 붙여둔 것인데 서있다기보다는 웅크리고 있다는 게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겠다. 랜드마크라면 흔히 크고 우뚝한 것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특이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이미 화젯거리다. 수군대는 소리가 슬쩍슬쩍 귀에 걸린다. “이게 뭐야?” “티켓박스인가 그렇다던데.” “아, 블로그인가 어디선가 한번 본 거 같아.” 인터뷰가 한창인데도 근처를 지나던 정장 차림의 직장인이 불쑥 들어온다.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사진을 찍어대더니 스스럼없이 물어본다. “여기가 뭐하는 곳인데 이렇게 멋진가요.” 대답을 하자면 이곳 이름은 씬디, XIndie. ‘특별한 인디’(eXtraordinary Indie)에서 조합해서 만든 단어다. 영어이면서 중국어같기도 한 것이 꽤 교묘하다. 홍대 앞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니 말이다. 1차적 용도는 그냥 티켓박스다. 수백개의 소극장이 골목 구석구석마다 숨어 있는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 통합매표소가 설치되어 있듯, 1000여개가 넘는 인디밴드가 밤마다 50여개 공연장을 돌아가며 젊음을 불사른다는 홍대에도 전체 공연 일정을 파악하고 표를 끊을 수 있도록 해주는 티켓센터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서다. 요구는 오래됐는데 이제서야 완성을 본 것이다. 홍대 인근 공연장 운영자들의 모임인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김천성 대표는 입이 귀에 걸렸다. “돈이 부족하다보니 공연은 하더라도 홍보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인디밴드 공연은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만 알려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제 여기서 모든 정보를 다 제공할 수 있게 됐으니 홍대의 숙원사업이 하나 해결된 겁니다.” 인디밴드 공연 정보만 있는 게 아니다. 홍대 지역 관광정보까지 안내한다. 홍대 앞 젊음의 문화가 널리 알려지다보니 이제는 쇼핑이나 관광이 아니라 순전히 홍대 앞에서 2~3일 놀다가는 관광객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단다.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해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다음부터는 특이한 기능이다. 단순 티켓박스, 관광정보센터의 역할을 뛰어넘는다. 단적으로 씬디를 위해 개발된 스마트폰용 앱이 두 가지다. 하나는 당연히 공연정보와 티켓 예매다. 다른 하나는? 인디밴드 홍보, 후원 기능이다. 어떻게? ‘인디음악을 위해 태어난 도시생명체’라는 부제를 가진 스마트폰용 앱을 설치하고 가동하면, 인디밴드의 음악을 미리 들어볼 수도 있고, 씬디에게 신청곡을 낼 수 있고, 아예 씬디 건물 자체와 연동해 멋진 빛의 쇼를 연출해낼 수도 있다. 씬디는 건물 전체가 삼각형 유리로 빼곡히 채워지고 유리에 LED등이 달린 형태인데, 앱을 통해 어느 유리에서 어떤 색이 어떤 형식으로 뿜어져 나올는지는 신청자가 지정할 수 있다. 씬디 건물 자체의 개방시간은 낮 12시에서 밤 9시까지인데 LED 등으로 화려한 춤을 추는 기능은 당분한 밤 12시까지 유지시킬 예정이다. 밤에 가면 번쩍대며 춤추는 씬디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씬디의 춤을 입력해볼 수 있다. 여기다 인디밴드 홍보, 후원 기능도 있다. 노래를 들어보고 마음에 든다 싶으면 최대 10달러까지 기부할 수 있다. 괜찮다 싶으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메일을 통해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씬디가 이렇게 티켓박스를 넘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인디밴드 후원홍보센터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건축가 하태석 SCALe 대표 덕분이다. 하 대표야 젊은건축가포럼 위원장으로 2010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건축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건축가인데 미술 쪽에서도 이름이 높다. 올해 말 개관 예정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기념전에도 미디어아트 작품 ‘콜렉티브 뮤지엄’(Collective Museum)을 내놓을 예정이다. 건축가이지만 미술계에 얼굴을 내민 매개는 스마트폰이다. “건축가로서 공공건축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면 늘 시민참여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짓는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가 건물 그 자체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었습니다. 그때 딱 스마트폰이 나온거예요.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개인 PC거든요. 바로 이거다 한 겁니다.” 2010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건축작품을 선보였다. “아마 스마트폰을 이용한 본격 창작물로는 거의 세계 최초였을 것”이란다. 이 작품은 미술계는 당연히 그를 미디어아트 작가로 호출해냈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런 차원에서 욕심을 냈다. 아무래도 건축가다보니 새로운 접근법을 대중에게 손쉽게 선보일 기회가 적다. 개인이 미디어아트로 된 집을 주문할 리도 없으니 남은 건 공공건축뿐이다. 그러던 차에 홍대 티켓박스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마포구에서 주차장 골목 일부를 떼내 무상으로 땅을 쓸 수 있도록 해줬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업비도 받았다. 예산은 빡빡했지만 이 때 아니면 젊은이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곳에서 언제 자기 작업을 한 번 선보이겠나 싶었다. 스마트폰용 앱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솔직히 의뢰하실 때는 근사한 티켓박스 정도를 생각하신 것 같은데 건물 자체를 하나의 문화적 상징처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발상을 완전히 달리 한 거죠.” 홍대 앞의 랜드마크 같은 건물을 요청받았지만, 그는 랜드마크의 고정관념부터 바꿨다. 크고 당당한 건물 대신 튀지 않는 흰색, 성인 남성 키높이 수준으로 낮은 높이,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느낌의 건물을 구상했다. 거기에 걸맞게 건물 이름에다가도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에게 어울릴 듯한 이름 ‘씬디’를 붙였다. 대신 밤에는 LED 등으로 화려한 춤을 추도록 만들었다. “평소에는 조용히 움츠리고 있다가 인디음악과 함께 화려한 모습을 선보이는 것, 그게 홍대 앞 거리에 어울리는 공공건물 아닐까요.” 다른 이유도 있다. 인디밴드에 대한 애정이다. “너무 안타깝죠. 괜찮은 친구들인데 1만원짜리 CD를 공연장에 깔아놓고 팔아도 10장이 채 안 팔린데요. 장비에 공연장 대여에 CD 제작까지 부담이 어마어마한데 음악이 좋아 그걸 계속하는 거예요. 씬디를 통한 후원과 홍보가 많이 이뤄져서 그런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어서 한 마디 덧붙였다. “괜히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요즘 인디밴드들 정말 실력 좋습니다. 록이나 힙합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 쪽도 괜찮은 거 같아요. 저기 상수동 쪽으로 가면 일렉트로닉 괜찮게 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홍대 주변 흐름을 이 정도 알고 있을 정도면 관심이 아주 많았다는 뜻이다. 머쓱하게 웃더니 영국 유학 시절 DJ도 좀 했었단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씬디 엉덩이 쪽이 한번 번쩍한다. 이제 몸 좀 풀 시간이 됐나보다. 씬디, 너의 춤을 보여줘. 글 사진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홍대 옆 연남동 젊음이 이사왔다는군요

    신촌에서 홍대로 옮겨 간 젊음의 열기가 다시 옮겨 가고 있는 곳이 있다. 요즘 뜬다는 연남동이다. 출판사들의 북카페가 자리를 잡더니 그 뒤로 소규모 맛집이나 찻집 등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다. 연남동이 주거 환경 관리사업 끝에 재탄생했다. 이에 맞춰 서울시와 마포구는 27일 연남동 주민커뮤니티센터에서 ‘2013 연남동 다시 살다’라는 주제로 마을 축제를 연다. 축하 공연과 함께 지역 주민, 공방, 상가가 참여한 가운데 바자회를 열고 사진전, 벽화 그리기, 페이스페인팅 등의 행사를 펼친다. 주거 환경 관리사업이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같은 뉴타운 개발 방식이 아니라 저층 주거지를 보존하면서 정비해 나가는 사업 방식을 말한다. 이를 위해 22개 사업구역을 지정했는데 이 가운데 연남동이 처음으로 사업을 마무리했다. 연남동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거 환경 관리사업에 돌입해 주민커뮤니티센터를 세우고 시야를 가리는 전선을 땅에 묻는 등 가로 환경 개선 사업을 벌였다. 안전을 위해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으며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을 확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주민운영위원회의 활동이다.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사업 계획 수립에서 시행에 이르기까지 주민 대표, 전문가, 시·구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운영위를 만들었다. 이들은 20여 차례 협의를 거쳐 계획안을 확정지었다. 운영위는 주민커뮤니티센터 운영도 맡았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청주서 中유학생 페스티벌 열린다

    충북도가 주최하는 ‘제3회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이 다음 달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청주시 상당구 주중동 충북학생교육문화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한·중 양 국가의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젊음의 축제로 꾸며진다. 시크릿, B1A4, 레인보우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대거 출연하는 K팝 축하공연이 펼쳐지고 삼성생명, YBM, 대교 등 5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취업박람회가 진행된다. 이들 기업들은 한국어가 가능한 중국인 유학생과 중국어가 능통한 한국인 대학생들을 면접해 100명 이상 현장에서 채용할 예정이다. 중국인 유학생 시·도 대항 체육대회도 열린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서울, 경기, 충청, 전남, 전북, 강원, 경남, 경북 8개 팀으로 나눠 축구, 농구, 줄다리기 3종목을 겨루게 된다. 총 900여명이 출전하며 종목별 1, 2, 3등은 100만원, 50만원, 30만원의 시상금을 받는다. 한·중 대학생들이 숨어 있는 재능을 자랑하는 K팝 경연대회, 한류영화제, 한국어·중국어 말하기 대회, 스타 애장품을 판매하는 프리마켓도 마련된다. 도는 전국에서 참여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자치연수원, 교통연수원 등을 숙박장소로 제공하고 주요 도시와 셔틀버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중국인 유학생을 위해 이런 행사를 갖는 것은 충북이 유일하다”면서 “국내로 유학 온 중국 학생들에게 충북의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줘 향후 중국관광객 유치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은 6만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행사에는 1만 100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다녀갔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톱모델 능가하는 ‘글래머러스 꽃할매’ 모델 화제

    톱모델 능가하는 ‘글래머러스 꽃할매’ 모델 화제

    이렇게 옷 잘입는 할머니들이 또 있을까? 프로 모델만큼이나 글래머러스(매력적인)하고 스타일리시한 ‘할머니 모델’이 소개돼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채널4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꽃보다 할매’들은 이미 세계적인 안무가로도 유명한 질리안 린(87)과 ‘민간인 출신 모델’ 진 우드(75)등 총 6명이다. 이들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프로 모델 뺨치는 패션 감각과 자신감으로 전 세계 할머니들의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뮤지컬 ‘캣츠’의 안무가인 질리안 린은 “내 각선미는 최고의 자산”이라며 패션의 완성의 몸매라는 속설을 입증케 했고, 75세의 진 우드는 젊음의 상징인 워커와 스포티한 원피스, 어깨를 훤히 드러낸 강렬한 가죽 원피스를 즐겨 입음으로서 패션에는 나이와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특히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두 아들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평범하게 살다가 70세가 돼서야 늦깎이로 패션계에 입문한 우드의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그녀는 “5년 전 남편이 사망하고 난 뒤 뒤늦게 나의 ‘재능’을 발견했다.”면서 “많은 여성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열정을 뽐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꽃보다 할매’ 모델들은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몸매와 체력을 관리하며, 프로 모델에 뒤지지 않는 독특하고 유연성있는 포즈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길섶에서] 열애/문소영 논설위원

    66세의 연기자 백윤식이 30살 연하인 공중파 TV 소속의 여기자와 열애를 한다는 뉴스에 중년 남자들이 부러워 죽는다. 검색에서 ‘백윤식’을 치면 관련 검색어로 이미 여기자의 이름이 딸려 나온다. 서로의 얼굴과 몸매를 벌써 품평하고, “과연 누가 누구를 사로잡은 것이냐”며 입씨름을 한다. 젊음이냐, 연륜이냐의 대결이다. 백윤식을 그저 느끼하게 잘생긴 배우에서 특별하게 매력적인 연기자로 인식한 시점은 TV 드라마 ‘서울의 달’(1994년)과 영화 ‘싸움의 기술’(2006년)이 아니었나 싶다. 그에겐 낮고 정중한 목소리를 뒤엎는 코믹한 반전의 연기가 있었다. 영화에서 전설적인 싸움의 고수 백윤식은 학원폭력의 희생자인 ‘고딩’ 제자를 파이터로 변신시킨다. “힘이 좀 달린다 싶으면 주변의 사물을 잘 이용해. 모래라든지 돌이라든지. 그게 기본이야.” 반칙이 아니냐는 반발에 “싸움에 반칙이 어딨어? 싸움엔 룰이 없는 거야”라고 가르친다. 돌아보면 연애도 싸움처럼 주변의 모든 자원을 활용하는 거다. 시도해 봐야 결과도 알 수 있다. 모태 솔로들! 분발하자.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안미현의 시시콜콜] 취업준비생들의 기업품평 들어보니…

    [안미현의 시시콜콜] 취업준비생들의 기업품평 들어보니…

    얼마 전 만난 지인에게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아들의 직장 선택에 얽힌 뒷얘기였다. 이른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인 아들은 기특하게도 네 군데 기업의 입사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요즘의 인기 트렌드를 반영하듯 네 곳 모두 업종만 다를 뿐 금융회사였다. 고민 끝에 최종 낙점한 곳은 현대가(家) 계열 금융사였다. 막판까지 치열하게 저울질한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금융권 위상으로 보나, 급여 수준으로 보나 낙점대상은 신한은행에 견줄 게 못 되었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신의 직장’을 왜 스스로 내쳤을까. 이유인즉 노동 강도였다. 삼성이 많이 주는 만큼 많이 부려먹듯 신한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신한은행이 ‘심한’은행으로 불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얹어졌다. 우수 인재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내부 경쟁이 치열한 것도 기피 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결국 지인의 아들은 스트레스 지수가 덜한 직장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널널한 데 찾아간 게 아니냐’고 핀잔을 줬더니 “그게 아니라 아직 정(情)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을 찾아간 것”이라고 반박하더란다. 이런 이유로 현대 계열사를 선호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는 말도 덧붙여 가며. 내친김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회자되는 여러 기업의 품평을 귀동냥했다. 옮기기는 그렇지만 결론은 확실했다. 돈, 지위, 명예, 주위 시선보다는 안정되고 편안한 게 우선이라는 것, ‘빡세게 일해 많이 벌기’보다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버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확실히 요즘 세대의 직업관은 부모 세대와 많이 다른 듯싶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한없이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유전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에게까지만 주효한 것인지도 모른다. 급증하는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도 이런 시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시가 엊그제 실시한 9급 행정직 시험은 경쟁률이 최고 655.5대1이었다고 한다. 신(神)들도 기함할 경쟁률이다. 취업난이 근본요인이겠지만 ‘붙기만 하면 안 잘리고 정년까지 갈 수 있는 편한 직장’이라는 인식 탓도 커 보인다. 여기에 금융공기업은 보수까지 짭짤하니 얼마나 선망의 대상이겠는가. 먹고살만 해져서라느니, 이제는 개인 행복을 더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라느니, 건강한 야망을 갖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일그러져서라느니, 그런 회의(懷疑)를 심어준 기성세대의 잘못이라느니, 분분한 해석이 쏟아졌다. 이유가 뭐가 됐든 한쪽으로 쏠리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자꾸 편하고 쉬운 삶만 추구하면 젊음의 최대 무기인 도전정신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도전정신 운운하는 게 벌써 구닥다리인 것인가. 논설위원 hyun@seoul.co.kr
  • 젊음·늙음 경계서 타인의 고통이 느껴졌다 소통이 시작되었다

    젊음·늙음 경계서 타인의 고통이 느껴졌다 소통이 시작되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쉰살이구나.” 일곱 번째 소설집 ‘도자기 박물관’(문학동네)의 원고를 손보면서, 소설가 윤대녕(51)은 “지난 몇 년간 어떤 분기점의 경계를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40대가 저물어 가는 2010년 가을부터 발표한 단편들이었다. 세상에 대한 긴장감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자각이 불현듯 찾아왔다. “앞으로 19년, 아니면 20년쯤. 기껏해야 일흔살까지 쓸 수 있을까요. 타자와 세상에 대한 어떤 사유, 문학적 직관, 원숙한 호흡이나 문제의식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의 서사를 다루는 소설가에게 나이는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작가는 ‘도자기 박물관’의 후기에서 “젊음과 늙음의 경계에서 (중략) 고통에 대한 사유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잦았던 것 같다”고 술회한다. 단편들은 고통을 사유한다.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의 화자는 “사람은 결국 고통을 통해서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인지 의문한다. 건강검진을 받는 ‘검역’의 주인공은 고통을 “설혹 부모 자식 간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겪어보지 않는 한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여긴다. “마흔다섯살 이후에 남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 굉장히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타자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고요. 타자와 완전한 이해가 가능한가, 내 몸과 생각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가…. 그렇다, 한계다, 그런데 타자의 고통을 내가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교감이 가능한 게 아닐까. 내가 아프면 남도 아프다는 것을 전제로 타인을 대할 때 소통과 삶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상대에게 개입해야만 관계가 발생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고통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인식이 뒤따른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누구한테나 고독이고 고통”이라며 기어코 아들에게 삶의 모진 진실을 전하는 ‘반달’의 어머니가 그렇다. “고통을 느낀다는 건 삶을 강렬하게 의식하는 행위예요. 죽음이 이어져 있는 것이죠. 삶을 사는 건 죽음을 사는 것과 같잖아요. 그런 사실을 매 순간 의식합니다. 작품의 인물들도 마찬가지예요. 삶과 죽음의 동시성을 알고 있는 인물들을 소설 속에 끌어들이고 형상화시키고 싶어요.” 시간과 삶에 대한 사유는 그동안의 작품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이어졌다. 표제작을 두고 작가는 “저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은유한 소설”이라고 설명한다. 30년 넘게 만물상 트럭을 몰아 온 주인공은 아내의 무덤 앞에서 “눈을 감고 지나온 생을 낯선 꿈처럼 돌아”본다. “문학을 했던 세월을 돌아보면 후회는 아니지만 어떤 회한 같은 게 남아요. 그동안 상처 투성이가 된 게 아닌가, 너무 일관되게만 살아온 게 아닌가,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너무 많은 본질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도자기 박물관’은 심정적으로 자전적이에요.” 그는 “90년대에는 이방인이나 ‘나’에 집중했다면 마흔살이 넘은 뒤에는 타인과 삶에 대한 실제적 감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쑥쓰러운 듯 고백한다. 1990년에 등단해 소설집 ‘은어낚시통신’과 ‘대설주의보’, 장편 ‘달의 지평선’ 등 여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나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만물상 트럭이 길 위에 궤적을 남기듯, 고민의 흔적은 작품에 새겨진다. 여로(旅路)는 끝이 없다. 작가는 “길이 곧 집(우주)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고, 여로에 서 있음이 나의 운명임을 수긍하기게 이르렀다”고 작가의 말에 적는다. “요즘은 글을 쓰는 행위와 길 위에 있는 게 하나가 되어버렸어요. 여로형 소설이 잦았던 것은 아무래도 구도(求道)의 의미가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소설은 삶을 은유하는 데 사는 게 과정이잖아요. 소설에 완전한 결론은 있을 수 없죠. 과정에서 사유하고 과정을 기록하는 게 소설이고 문학이라고 이해하고 있어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인디음악, 홍대아닌 아현동으로 가실게요

    5호선 애오개역 인근 아현동에 있는 옛 마포문화원이 12월쯤 ‘음악창작소’로 재탄생한다. 마포구는 2일 낡은 마포문화원과 이에 연결된 지하보도를 리모델링해 음악 창작공간으로 재조성한다고 밝혔다. 마포의 트레이드 마크 가운데 하나라면 홍대 앞 젊음의 문화. 그러나 최근 급속도로 홍대 지역이 상업화되면서 음악창작공간이나 음악팬들이 인디음악(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구는 아현동에 있는 옛 마포문화원 건물을 재활용하기로 했다. 지하 1, 2층에 자리 잡은 이 공간은 1997년 마포보건소 아현분소로 사용되다 문화원으로 바뀐 곳. 낡은데다 지하에 있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아 문화원은 오는 10월쯤 다른 곳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문화원이 옮기고 나면 이곳을 인디음악을 위한 곳으로 쓰게 된다. 이에 따라 옛 마포문화원 청사에는 연주, 녹음, 영상, 연습 등 인디 음악의 창작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설들이 빼곡히 들어서게 된다. 여기다 음악팬이나 일반인들이 인디음악이나 홍대문화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음악문화공간도 함께 꾸며진다. 간단한 소규모 공연은 물론, 관련 영상이나 음원, 전시 같은 것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옛 마포문화원뿐 아니라 외부로 연결하는 지하보도와 계단까지 모두 음악창작소로 리모델링하겠다”면서 “지하건물이기 때문에 외부 및 소음 등에 대한 통제가 쉽다“고 말했다. 지하공간이라 문화원이라기엔 좋지 않았지만, 인디음악에는 더없이 좋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음악발전소 등과 함께 ‘음악창작소 구축 지원에 관한 업무협약’까지 맺었다. 마포구는 구 재산인 마포문화원 부지를 제공하고 행정적 뒷받침을 하면, 문체부는 사업비 등 음악창작소 설치와 운영을 뒷받침하고, 한국음악발전소는 운영주관기관으로서 창작소의 효과적인 활동을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이나 운영방침 등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박홍섭 구청장은 “홍대지역이 급속하게 상업화되면서 임대료가 너무 올라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들이 이탈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조성하는 음악창작소가 이들의 발걸음을 붙들어 홍대 문화가 지역 문화 예술을 북돋워주고 길게는 한류 문화의 힘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멘티 ‘젊음’과 멘토 ‘지혜’의 만남… 공생을 배웠어요

    멘티 ‘젊음’과 멘토 ‘지혜’의 만남… 공생을 배웠어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멘토들에게 배운 것 같아요”(신소연·대학 4학년) “제 조언을 통해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양금주·신토불이제주 대표) 한국장학재단의 한국 인재 멘토링네트워크 ‘2013 KorMent(코멘트) 리더십 캠프’가 지난 23일부터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1박 2일 동안 열렸다. 코멘트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대학생들에게 전수하는 인재 육성·지원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는 2010년 당시 멘토 100명, 멘티 800명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멘토, 멘티가 각각 382명, 3200명으로 크게 늘었다. 멘티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실질적인 취업 준비를 위한 모의면접과 면접특강부터 멘토들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팀별 멘토링까지, 프로그램 수가 10여개에 달했다. 캠프에 멘토로 참여한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학생들의 가장 큰 장점인 ‘젊음’이 멘토들의 ‘지혜’와 만나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면서 “멘티들이 1박 2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느낀 점을 토대로 앞으로 시행착오를 줄여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1세기 사회문화와 통섭형 인재’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서로 짓누르면서 이기려고 하는 건 20세기에 국한된 방식”이라면서 “21세기에는 자리다툼이 아니라 공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성범죄 사건파일(FX 밤 11시) 4년 전, 14살의 나이에 실종됐던 헤더 할랜더가 기적적으로 가족들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가족들은 세월의 공백과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헤더를 잘 알아보지 못한다. 헤더는 괴한에게 납치돼 4년 동안 지하실에 갇혀 성 노예로 살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사실을 경찰에 진술하고, 올리비아와 엘리엇은 납치범을 신속히 잡고자 온 도시를 수색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OCN 밤 11시) 캡틴 잭 스패로는 영원한 젊음을 선사한다는 샘을 찾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안젤리카의 등장과 바다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 냉혹한 해적 검은수염, 아름답지만 잔인한 바다의 괴수 같은 배 ‘앤 여왕의 복수 호’까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와 초자연적인 대혼란의 거대한 막이 오른다. ■그린전쟁-대한민국 신안보전략(환경TV 오전 11시 30분) 뚫는 자와 막는 자의 대결이 펼쳐진다. 국부 유출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갈수록 다양하고 교묘해지는 산업스파이의 사례와 피해를 유형별로 알아본다. 또한 이를 막고자 현장에서 뛰는 국정원 등 관계자의 활동과 기술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산업보안의 문제점과 해법을 찾아본다. ■아내가 사라졌다(AXN 밤 8시) 버스 폭발 사건 이후 시장 후보 신시아의 주가는 급등하고, 지는 사라와 캐리어 가문을 의심한다. 마이클은 주술의 실체를 깨닫고 갬블과 함께 아내를 찾기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고, 캐리어 가문과 일레인은 그런 마이클과 갬블을 막고자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하지만 지의 영력과 마이클의 기지로 일레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미친 사랑(tvN 오전 9시 45분) 완벽한 복수를 위해 당분간 기억이 돌아온 사실을 숨기는 미소(박선영). 나영(김연주)은 허명자 여사(유혜리)에게 자신이 유정(김영란)의 친딸임을 직접 밝힌다. 한편 미소는 조 이사의 출판기념회를 찾아가 그녀에게 자신의 복수를 도와달라 말한다. 그리고 그런 미소에게 조 이사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거는데…. ■날아라 호빵맨 3(애니맥스 오후 3시) 세균맨은 톱질맨과 도끼맨에게 자신이 산신령이라고 속이고 섬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게 한다. 결국 섬의 나무가 없어져 비가 내리니 마을에는 홍수가 난다. 다행히 나무의 요정 초록나무가 나타나 새로운 씨앗을 뿌려주자 마을은 다시 푸른 나무로 뒤덮인다. 한편 짤랑이는 세균맨에게 식빵맨이 조금만 다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 [주말 인사이드] 모래찜질·해수욕 뜨거운 낮… 늑대와 여우 탐색전 뜨거운 밤

    [주말 인사이드] 모래찜질·해수욕 뜨거운 낮… 늑대와 여우 탐색전 뜨거운 밤

    찜통더위에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 인파도 끊이지 않는다. 태양이 내리쬐는 드넓은 백사장과 탁 트인 바다가 손짓한다. 역동적이다. 델 듯한 뙤약볕과 해 질 녘 낙조, 바다가 만들어 내는 시원한 해조음은 여름철 바닷가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이다. 해수욕장의 낮과 밤 풍경 역시 사뭇 다르다. 뜨겁게 달구어졌던 백사장은 밤이면 젊음의 열기로 꽉 찬다. 줄 잇는 축제와 공연은 피서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전국 최대 자연 물놀이장인 부산 해운대구 우1동 해운대해수욕장의 속살을 살짝 들춰 봤다. 광복절 휴일인 지난 15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선 환경미화원들이 힘차게 하루를 열었다. 어둠이 어스레히 묻어나오는 동트기 직전의 오전 4시. 이들은 밤새 백사장에 묻혀 있다가 반쯤 얼굴을 내민 컵라면 용기, 담배꽁초, 페트병, 맥주병, 비닐봉지 등을 치우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비치 클리너 차량도 백사장을 고르고 쓰레기를 치우는 데 힘을 보탰다. 청소에는 평일 100여명, 주말과 휴일 150여명이 투입된다. 하루 수거량은 3~5t에 이른다. 이수섭 해운대구 청소계장은 “늦어도 오전 7시까지 새벽 청소를 끝낸다”며 “좋아진 기초질서 의식 덕택으로 배출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은 4교대로 24시간 해수욕장을 지킨다. 작업이 끝날 무렵 ‘원반의 불기둥’이 저만치 바다밑을 박차고 솟구친다. 날이 훤해지자 아침 운동과 산책에 나선 간편복 차림의 사람들로 북적댄다. 인근 식당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 업주는 “피서철엔 아침 식사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빨강·노랑·파랑 등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해변을 가득 덮으면서 본격적인 손님맞이 채비에 나선다. 3000여개가 일제히 들어선다. 진짜(?) 물놀이가 시작되는 정오부터 햇볕에 달궈진 백사장은 모래만큼이나 많은 인파로 빼곡해진다. 이날 해운대 백사장을 찾은 인파는 50만명을 웃돌았다. 임해행정봉사센터 관계자는 “이어진 무더위에 휴일이라 평소보다 많다”고 말했다. 물살을 가르며 신바람을 일으키는 제트스키는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저만치 날려 보낼 만했다. 모래찜질을 하는 아저씨·아줌마, 비키니 차림의 여성, 곁눈질하는 청년, 물놀이가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들…. 일부 젊은이들은 열심히 가꾼 구릿빛 몸을 한껏 뽐내며 이리저리 백사장을 왔다 갔다 한다. 검게 탄 피서객들은 짠물을 뒤집어써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상인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연방 흐르는 이마의 땀을 훔쳐 내면서도 잔뜩 웃음을 머금고 있다. 한 파라솔 대여업자는 “최근 매출이 껑충 뛰었다”며 웃었다. 동네 사람도 눈에 띈다. 이도인(37·해운대구 우동)씨는 “가까이 살아 도시락과 과일, 음료수 등 먹을거리를 챙겨 왔다”고 말했다. 어스름 어둠이 찾아들면 해수욕장은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피서객들은 한낮의 열기에 복수라도 하듯 밤을 한껏 즐긴다. 백사장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한다. 가족, 친구, 연인, 대학 동아리 등 다양하다. 젊은 남자들은 부나방처럼 짝을 찾아 나선다. 오가는 여성들을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늑대와 여우’들의 탐색전이 치열하다. 동그랗게 모여 앉은 여성들 주변에는 항상 두세 무리의 ‘늑대’들이 어슬렁거린다. 한 늑대는 “적금도 넣고 보험도 들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며 건전한 직장인임을 강조하며 접근했다. 살포시 웃는 여우 또한 호감을 보이면서 즉석 만남이 이뤄졌다. 김모(25·회사원)씨는 “해운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며 지나가는 여성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인근 호텔과 호프집, 노래주점과 클럽 등에서도 바깥 못잖은 질펀한 놀이가 이어진다. 더러는 추태로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백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인 이들은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는가 하면 바닷물에 뛰어들기도 해 안전사고 우려도 키웠다. 술병, 안주, 포장지 같은 쓰레기도 이곳저곳에 나뒹굴었다. 노점상 등도 해수욕장의 무질서를 부추긴다. 술, 젊음이 어우러지다 보니 갖가지 충돌도 발생한다. 해운대 바다경찰서 관계자는 “술에 취해 싸움을 하다 연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운대해수욕장에 무질서와 혼란만 난무하는 건 아니다. 백사장 곳곳에서는 음악 동아리들이 연주와 마술 공연 등으로 피서객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입추를 한창 넘겼지만 아직 한여름인 해운대해수욕장은 낭만과 젊음, 열망과 환희뿐만 아니라 무질서와 추태도 따뜻하게 감싸며 어루만지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겪어 온 넉넉한 어머니 같은 바다에게 못난 자식이나 잘난 자식이나 소중하기는 다 마찬가지다. 많은 것을 감춰 주고 새로운 것을 잉태한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홍대 앞, 이젠 디자인·출판 메카로

    마포구는 14일 홍대 지역에 디자인·출판업을 집중 개발하는 ‘마포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 진흥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서교·동교·합정·상수동을 아우르는 홍대 앞 일대를 디자인·출판사업 진흥지구로 설정하고 집중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디자인업체 114개, 출판업체 247개가 이 지역에 밀집해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인테리어, 시각, 사진, 광고물 등 디자인업 6종과 교과서, 학습, 만화 등 출판업 6종을 권장업종으로 지정했다. 이 업종의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역산업공동체 운영, 종합지원센터 구축, 인센티브 지원, 산학 네트워킹 촉진 사업 등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키로 했다. 인근 홍익대, 서강대, 서울디자인고등학교에서 배출되는 인재들과의 융합도 감안한 결과다. 또 출판사들이 매년 발간하는 수천권의 책 가운데 좋은 책을 골라 ‘좋은 책 골목’을 조성하거나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방식 등을 통해 젊음의 홍대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도 꾀한다. 여기에 발맞춰 지난 12일에는 ‘마포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 민간단체 창립총회’도 열었다. 이 단체는 마포구가 지정한 권장업종에 속하는 158개 업체가 한데 모인 민간단체 조직으로 앞으로 홍대 앞 디자인·출판업 육성의 전위부대 역할을 맡는다. 박홍섭 구청장은 “주인 의식을 가지고 발전에 노력한다면 구로서도 경영 컨설팅, 판로 개척 등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북섹션, 피서 특집 마련했으면…/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옴부즈맨 칼럼] 북섹션, 피서 특집 마련했으면…/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여름은 ○○의 계절’. 이 동그라미 안에 어떤 단어를 채우고 싶은가. 7080세대는 ‘여름은 사랑의 계절, 젊음의 계절’과 같은 유행가 후렴구를 콧노래로 흥얼거릴지 모르겠다. 필자에게 ‘여름은 독서의 계절’이다. 불볕 더위에 사람들과 부대끼며 에너지를 충전하기는커녕 방전하기 십상인 피서지보다 서늘한 냉방시설이 된 커피전문점, 혹은 도서관이나 서점 등에서 책장을 넘기며 보내는 ‘독서휴가’가 필자에겐 최고의 호사이고, 피서법이다. 이는 수치로도 방증된다. 출판계 관계자에 따르면 여름에 다른 계절보다 책 판매량이 15%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흔히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 운운하며 “책을 가까이하기에 좋은 계절”이라 말하지만 착각이란 지적이다. 가을엔 산으로 들로 소풍가기에 바빠 여름에 오히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리더들과 CEO의 여름휴가 계획엔 ‘다섯 수레’ 정도까진 아니지만 ‘한 보퉁이 책보따리’를 챙겨 읽겠다는 계획이 빠지지 않는다. 현명한 리더들은 아예 휴가를 독서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세종대왕은 촉망받는 젊은 인재들이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가독서’(賜暇讀書)제도를 시행했다. “각자 맡은 직무로 인해 독서에 전심할 겨를이 없으니, 지금부터 본전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글을 읽고 성과를 내어 내 뜻에 맞게 하라.” 일명 독서휴가제다. 완전 ‘공짜 휴가’는 아니어서 월과라고 독서 휴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고위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 번꼴로 유급 독서휴가인 ‘셰익스피어 휴가’를 줬다. 한 달가량 쉬면서 셰익스피어 작품 다섯 편을 정독해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다양한 인간관계가 잘 묘사된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민중의 심리를 엿보는 통찰력을 얻으라는 의미에서였다. 서울신문 주말판 북섹션 ‘책읽는 당신’은 필자가 제일 먼저 반갑게 펼치는 면이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의 바다’에서 나름의 ‘전문가’ 혜안으로 걸러진 양서를 고르고 출판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톱기사로 다뤄진 책뿐 아니라 ‘당신의 책’에 다뤄진 3~6줄의 신간 소개들도 귀중한 정보를 전달해 준다. ‘저자와의 차 한잔’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저자에게 직접 조근조근 듣는 듯 감칠맛이 있다. 애독자로서 바라는 점은 북섹션도 피서, 방학 같은 시류를 반영한 특집을 마련했으면 하는 것이다. 비록 세종대왕에게 ‘독서휴가’를 받은 홍문관의 학자는 아니지만 휴가나 방학은 ‘집중’해서 정독할 수 있는 모처럼의 ‘싱크 위크’(Think Week)이다. 이 기간엔 신간뿐 아니라 심도 있는 독서 길잡이로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청소년 자녀들과 함께 읽고 토론할 독서, 아니면 각계 전문가들이 부문별로 권하는 ‘피서철 추천도서’도 좋다. 경제경영부문은 평소 지면 배정이 인색한데 이때 특집을 배정해도 좋을 것이다. 제한된 지면에 ‘구간’(舊刊)을 소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신간 소개 때 관련 도서, 같이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는 것도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또 ‘월과’와 같이 독서감상문 내지 보고서를 독자들로부터 온라인으로 받아 디지털 백일장을 여는 것도 ‘한여름 독서 삼매경’으로 인도하는 즐거운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축제 하면 록페스티벌뿐 아니라 북페스티벌도 함께 연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북섹션이 앞장섰으면 한다.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⑦ 태평로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⑦ 태평로

    >>도시의 새 심장이 된 서울광장 서울광장은 대한민국의 대표 광장이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품은 공간이다. 도시의 광장은 마치 도시의 가슴과 같다. ‘시청 앞’이라는 한마디에 백 가지 의미가 함축됐다. 3·1운동, 4·19혁명, 6월 민주화 항쟁, 월드컵 거리 응원 등 숱한 근·현대사의 무대이자 현장이었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서울광장은 울분과 정체의 공간이었다. 시위대와 최루탄이 부딪치고, 구호와 바리케이드가 맞선 불행한 탄식의 시간을 잊지 못한다. 또 한편으로는 자동차를 몰고 시청 앞 광장을 통과해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 비로소 서울 시내에서 운전할 자격이 있다고 여겨졌다. 8가닥의 진입로와 8가닥의 퇴출로가 뒤엉키던 교통 광장이었다. 2004년 메마른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자유로운 보행 공간 ‘서울광장’으로 부활했다. 또 울분과 탄식이 작열하는 분노의 광장에서 여유와 즐김이 있는 문화의 광장, 젊음의 광장으로 진화했다. 서울시청과 서울광장의 존재는 서울의 도시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경성부청사는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자리에서 이곳으로 옮겨 왔다. 경운궁의 기운을 누르면서 일본인 상업지구인 황금정(을지로)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도 노렸다. 서울시청 신청사는 옛 경성부 청사를 그대로 둔 채 어정쩡하게 짓는 바람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불평불만의 건물’이 됐다. 얼마 전 건축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최악의 한국 현대 건축물’ 1위에 선정됐다. 건물도 문제지만 건축 과정이 최악이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시 짓자는 얘기가 언제 또 나올지 모른다. 1935년 세워진 경성부민관은 오늘의 서울시의회다. 황국신민화를 부추기는 정치 집회와 위무 공연이 열리던 시민회관 용도로 지어졌다. 부민관 폭파 사건의 현장이었으며 일제 패망 후 미군 사령부로 사용됐다. 1975년 여의도로 이전하기 전까지 국회의사당이었다. 이승만부터 박정희 정권까지 현대사의 질곡이 오롯이 묻혀 있다. 3·15 부정 선거 이후 4·19혁명의 도화선이 이 건물 앞에서 불붙었다. 1980년 태평로 확장 공사 때 옛 부민관은 대부분 잘려 나갔다. 국내 최대 규모 오피스 빌딩 중 하나인 서울파이낸스센터는 최악의 건축물이라는 불명예를 서울시 신청사에 물려준 사연 많은 건물이다. 1984년 호텔을 지으려고 공사에 착수했지만 수뢰 사건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건물주가 부도를 맞는 바람에 철골 구조로만 도심에 15년 동안 서 있었던 유령 건물이었다. 완공 전까지 수십 명의 공무원이 구속되고 옷을 벗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2000년 이 빌딩을 3550억원에 인수했지만 지금은 1조원대를 호가한다고 한다. 한국프레스센터 빌딩은 1985년 서울신문사와 신문회관 자리에 지어졌다. 흩어져 있던 25개 언론 관계기관 및 단체와 5개의 주한 외국 언론기관이 입주한 명실상부한 한국 언론의 총본산이다. 경기도 가평산 화강암을 외벽에 장식하는 등 초현대식 시설을 자랑했다. 신문회관은 옛 경성일보(매일신보) 부지를 넘겨받은 서울신문사 부지 중 568평에다 정부 예산 1억원을 들여 3층짜리 건물로 지었는데 1962년 개관 당시 서울시청을 옆에 두고 국회의사당을 마주하는 태평로 길가의 당당한 건물이었다. 무교·다동 재개발사업의 하나로 지어진 프레스센터는 지하부터 11층까지는 서울신문사가 소유하고 12층부터 20층까지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갖는 소유권 수평 분할 방식이 적용됐다. 이는 훗날 맞은편 광화문빌딩(동화면세점) 소유권 정리의 선례가 됐다. >>내 이름 이렇게 태어났어요 태평로(太平路)는 일제가 기획하고 만든 대표적인 신작로다. 세종로사거리에서 서울역에 이르는 너비 50m, 길이 1600m의 주요 간선대로다. 세종로가 정치의 심장부라면 태평로는 사회, 경제, 문화의 중심부다. 도로명 통합에 따라 2010년 세종로와 합쳐 세종대로로 승격했다. 태평로는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묵었던 태평관(太平館)이 있었다고 해서 따온 이름이다. 옛 태평관이 있던 곳은 오늘의 중구 남대문로 4가 대한상공회의소 자리다.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왔던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남별궁(조선호텔)에 묵기 전까지 사신 숙소로 쓰였다. 이후 남별궁은 주요 사신, 태평관에는 보조 사신(差官)이 주로 묵었다. 조선 초기에는 왕이 직접 백관과 함께 지금의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문 옆 모화관(慕華館)에 가서 사신을 맞이하고 나서 경복궁에서 황제의 칙서를 받고 태평관으로 자리를 옮겨 하마연(下馬宴)을 베풀었다고 한다. 중국 사신이 돌아갈 때는 태평관에서 전별연을 연 뒤 모화관까지 배웅했다. 일본 사신이 머물던 동평관(東平館)은 지금의 중구 인현동 2가 인현어린이공원 일대에 있었다. 일제가 새 길을 만들어 이름을 붙이면서 일본 사신 숙소인 동평관을 딴 ‘동평로’가 아니라 중국 사신을 모신 태평관에서 이름을 따온 이유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국 사신을 모시듯 일본인을 극진하게 모셔라’라는 풀이도 가능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태평로는 경복궁과 남대문을 직접 잇는 길을 내지 않았던 조선의 남북 간 상징 축선을 무시하고 육조거리를 보호하는 언덕인 황토 마루(세종로사거리)를 깎아내는 등 무리한 공사를 통해 만들었다. 이 길을 내느라 고종이 정사를 보던 경운궁(덕수궁) 담을 헐어내 궁 동쪽 전각들이 잘려 나갔고, 남대문 성곽도 이때 헐어냈다. 성곽을 잃은 남대문은 서울의 외딴 섬 신세가 됐다. 일제는 조선총독부를 잇는 태평로 라인에 경성부 청사(서울시청), 경성역(서울역)을 각각 지었다. 일제가 남긴 3대 건물이다. 경복궁 안에 지은 조선총독부는 민족 정기 회복 차원에서 걷어냈지만 서울시청과 서울역은 건재하다. 지금의 태평로 일부를 ‘황토현 신작로’라고 지칭한 기록이 자주 나온다. 1896년 7월 여러 날의 독립신문에는 ‘경운궁에서 황토현에 이르는 새 길을 낼 계획이 세워져 측량했다’, ‘정동에서 서소문으로 넘어가는 길을 넓힌다’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제국신문과 황성신문에도 ‘경운궁에서 황토현에 이르는 길을 황토현 신작로라고 부른다’라는 기사가 등장한다. 1901년에는 지금의 동아일보 자리에 나무다리를 놓았는데 이를 신교(新橋)라고 불렀다. 1910년에 출판된 경성시가전도를 보면 황토현~서울시청까지를 신교통(新橋通)이라고 표기한 것을 알 수 있다. 대한제국 관보에도 고종이나 순종이 신교통을 통해 종묘에 행차했다고 기록돼 있다. 매일신보 1913년 8월 22일 자에는 남대문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태평로 확장 공사 사진이 실렸다. 1914년 태평로는 길 이름이자 동 이름으로 정해져 지금까지 내려온다. >>덕수궁 너만 보면 나도 아파 태평로와 덕수궁은 악연이 깊다. 태평로가 확장되면서 세 번이나 궁이 잘려 나가는 피해를 봤다. 일제가 한 번, 우리 손으로 두 번을 훼철했다. 1912년 일제에 의해 도로 신설 공사가 시작되면서 당시 경운궁 담벼락이 처음 잘려나갔다. 일제가 폭 27m, 길이 1009m의 태평로를 건설하면서 육조거리(광화문광장)의 중심과 태평로의 중심을 맞추지 않고 광화문 우측 끝 선으로 맞춘 것은 고종이 경운궁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손속을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경운궁을 심하게 축소해서 민심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얄팍한 속셈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개발 연대에는 우리 스스로 덕수궁 훼손에 앞장섰다. 1961년 확장 때 덕수궁 돌담을 헐고 속이 훤히 보이는 철책으로 바꾸면서 공원화하는 우를 범했다. 1968년에는 철책마저 지켜내지 못했다. 대한문(대안문)은 담장과 분리돼 확장된 태평로 안에 홀로 있다가 1970년 현재 위치로 옮겨졌는데 이때 16m 뒤로 밀려났다. 대한제국의 상징인 경운궁은 일제의 상징 길인 태평로 및 일본과 각축하던 제국주의 열강의 외국 공사관, 교회에 터 대부분을 빼앗기고 한낱 도심공원으로 전락했다.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는 역사책 속에 해프닝처럼 기술될 뿐이다. 일제가 태평로를 확장한 데에는 배경이 있다. 경운궁과 정동을 중심으로 대한제국을 되살리려는 심상찮은 기운이 일자 이를 견제하려 한 것이다. 멀쩡한 경성일보를 옆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경성부 청사를 지었다. 왕이 하늘에 제사 지내는 천단(天壇)의 역할을 하는 원구단을 허물고 철도호텔(조선호텔)을 지으면서 하늘과 땅의 신령들을 모시는 황궁우를 호텔 장식품으로 배치했다. 조선은행(한국은행)과 미스코시백화점(신세계백화점)을 지어 일본인 중심 상업지역으로 육성했다. 결과적으로 고종이 정궁을 경운궁으로 옮겨 몰락해 가는 조선을 일으켜 세우려 한 것은 서울의 도시 구조를 뒤흔든 대사건으로 작용했다. 이후 현대화 과정에서 서울의 실질적인 중심이 세종로에서 태평로를 따라 개편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joo@seoul.co.kr
  • [오늘의 눈] 역사를 잊은 일본의 꼼수 외교/안동환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역사를 잊은 일본의 꼼수 외교/안동환 정치부 기자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해군 중장 오노시 다키지로는 본토 방어 계획으로 자살특공대, 이른바 가미카제(神風) 작전을 창안했다. 가미카제 대원이 탑승한 단발 엔진 전투기에는 귀환할 연료도, 생존을 위한 탈출 장비도 제공되지 않았다. 목표물까지 직선으로만 비행했다. 작전이 수립되자 일본 사관학교 출신 장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죽음의 운명이 강요된 대원들은 속성으로 비행 기술을 배운 10대 후반의 ‘소년 비행병’ 1000여명이었다. 그들 중에는 조선 청년 17명도 있었다. 한 송이 ‘사쿠라’(일본 벚꽃)가 그려진 가미카제 전투기가 출격할 때면 여고생들은 사쿠라를 흔들며 전송했다. 일본 출신의 문화인류학자 오누키 에미코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사쿠라를 소재로 600쪽이 넘는 저서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를 펴냈다. 오누키 교수는 일본인의 심미적 대상이었던 사쿠라가 메이지 유신 후 ‘일본 내셔널리즘(국가주의)’의 상징으로 변질돼 이용됐다고 분석한다. 사쿠라처럼 사라진 가미카제는 ‘제국 일본’이 무너진 후 한동안 감춰졌다. 미 군정은 종전 직후인 1945년 9월 군국주의를 고무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교과서에 싣지 않는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미 군정이 끝난 후에도 이 원칙을 지켰다. 하지만 일본 개조를 주창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집권한 2001년 정부 검정을 통과한 우익사관 교과서가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아시아 침략은 아시아 해방 전쟁으로, 가미카제는 애국심의 상징으로 기술됐다. 고이즈미 총리 스스로 “힘들 때면 가미카제를 떠올린다”는 발언도 했다. 아베 신조 내각의 우경화는 참의원 선거 압승 후 더욱 폭주하고 있다. 내각 2인자 아소 다로 부총리의 나치식 개헌,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의 민도(民度) 발언까지 일상화된 망언은 ‘일방적 폭력’으로 양태가 바뀌고 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그 속내는 의심스럽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기자와의 사석에서 일본을 ‘부도덕한 파트너’로 규정하며 “일본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일본이 양국 정상회담을 한국 측에서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듯 포장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측에 “침략의 정의는 역사가에게 맡기자”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한·일 정상회담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뒤로는 정상회담에서 역사 의제는 다루지 말자고 오만한 태도를 취하면서 자국 언론에는 한국의 친중 기조로 일본과의 외교가 무시되고 있다고 정치적 플레이를 한다는 설명이다. 가해자의 역사를 부인하는 지금의 일본이라면 정상회담은 아베 외교의 레버리지를 키워 주는 이벤트만 된다. 스스로 아시아 외교를 붕괴시키며 고립화되는 마당에 한국 측에 정상회담 지연 책임을 돌리는 건 ‘더티 플레이’다. 사쿠라가 아무리 화려하게 피고 진들 ‘끝나지 않은’ 역사 문제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일본과 어떤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까. ipsofacto@seoul.co.kr
  • ‘대담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연구소

    ‘대담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연구소

    2011년 11월 12일, 이란 테헤란 인근의 미사일 비밀기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일어난 폭발은 혁명수비대원 10여명의 목숨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이 중에는 장거리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린 하산 테라니 모가담 장군도 있었다. 하지만 폭격의 표적은 모가담이 아닌 지하 저장고에 감춰진 고체연료 로켓 추진체였다. 이란은 이 로켓으로 9000㎞ 이상을 가로질러 미국 본토까지 핵미사일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이 폭발로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배후에는 이스라엘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있었다. 같은 해 3월 16일 대한민국 서울.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어이없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무기 구매를 위해 방한한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숙소에 침입, 몰래 노트북을 뒤지다 덜미를 잡힌 것이다. 사건·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정원 최고 수장이 재임 중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우방국을 통해 뒤늦게 알았고, 퇴임 뒤에는 개인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정치개입은 더 큰 평지풍파를 불러왔다. 이른바 ‘국정원녀’는 대선을 앞두고 오피스텔에 앉아 허접한 인터넷 댓글을 달다가 야당 당원에게 꼬리를 잡힌다. 그러나 국정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공개하는 등 모험을 강행했다. 아예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까지 달아 구설에 다시 올랐다.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모사드가 심심찮게 거론되는 이유다. 모사드 활동에도 ‘정치정보’ 생산이 포함돼 있으나 이런 식으로 꼬리를 잡히거나 성명을 낸 적은 없었다. 1949년 12월 정보·보안기관 간 업무 협조를 위해 출범했으나, 정보 및 특수임무 연구소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대담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일처리로 경쟁국에 악명을 떨치고 있다. 모사드는 히브리어로 ‘연구소’를 뜻한다.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혜로운자’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라는 성경(잠언 11장14절)의 구절에서 따왔다.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손꼽히는 모사드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책은 그동안 모사드가 구사했던 무시무시한 작전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레바논 베이루트를 급습, 뮌헨올림픽의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검은 9월단’의 지도자들을 모조리 암살한 ‘젊음의 봄’ 작전이나 내전 중 에티오피아에서 34시간 만에 1만 4400여명의 유대인을 이스라엘로 이주시킨 ‘모세’ 작전 등이다. 또 모사드의 전설적 스파이 엘리 코헨은 시리아의 정·재계를 휘어잡은 뒤 사우디의 건설부호로부터 정보를 빼내 아랍국들의 요르단강 수로변경 계획을 무산시킨다. 1965년 5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 스파이가 정보를 빼낸 건설업자는 오사마 빈라덴의 아버지였다. 1970년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모사드의 활동무대는 베이루트, 다마스쿠스, 바그다드, 튀니스, 파리, 로마, 키프로스 등 거침없이 확장됐다. 그 가운데 백미는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에서 생포해 이스라엘 법정에 세운 사건이다. 이 재판을 참관한 독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끌어냈다. 모사드는 최근에도 시리아 장성, 이란 핵 전문가 등을 암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가 테러’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일하는 그들의 능력만큼은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특별기고] “베델이 꿈꾼 조선의 미래, 국민행복 시대로 구현되길”/윤병세 외교부 장관

    [특별기고] “베델이 꿈꾼 조선의 미래, 국민행복 시대로 구현되길”/윤병세 외교부 장관

    서울신문이 창간 109주년을 맞았다. 1904년 우리 민족이 외세의 침탈에 맞서던 당시,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는 일제의 침략을 전 세계에 알리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특히,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조선을 위해 싸운 어니스트 베델은 37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면서도 “나는 죽으나, 신보(新報)는 영생케 하여 한국 동포를 구하시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은 우리를 숙연케 한다. 낯선 나라 조선을 위해 젊음을 바쳤던 베델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베델은 박은식, 신채호 등 한국의 선각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독립과 번영을 누리는 조선의 미래를 상상했을 것이다.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선각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현대사에 거의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구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아직도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고, 국가의 발전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으로 충분히 구현되지는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는 이러한 역사인식과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는 국가발전의 양적 측면 못지않게 질적 측면을 중시하면서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국민중심적인 비전’이다. 또한 “우리가 행복하고 남을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었던 백범 김구 선생님처럼 이웃과 함께 성장하는 협력적 공동발전을 지향하는 비전이기도 하다. ‘신뢰 외교’는 이러한 국정 기조를 구현하기 위한 철학이자 외교전략이다. 국가 간의 관계나 공동체의 형성 과정에 있어 지속가능한 협력은 항상 신뢰의 수준과 같이 했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자 순리이기도 하다. 신뢰외교는 진정성과 원칙에 입각한 정책을 일관되게 전개해 나감으로써 공고한 상생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이러한 국정 기조와 외교 전략의 기치하에 확고한 안보를 토대로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여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해야 할 때는 강하게 대응하여 평화를 지키는 한편, 유연해야 할 때는 원칙 안에서 유연하게 대응하여 평화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남북 간 신뢰구축뿐 아니라,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유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신뢰외교를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하여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협력의 구도로 바꾸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연성 이슈에서 시작하여 협력의 습관을 축적함으로써 함께 번영하는 동북아를 차분히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주변국에 의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 평화롭고 협력적인 동북아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신뢰형성 과정이 상승 작용을 일으킬 때 통일 과정도 촉진될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차원을 넘어 박근혜 정부는 지구촌의 행복이라는 기조하에 세계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 인권 증진, 기후변화와 세계 경제문제 해결 등 글로벌 거버넌스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한편, 개도국에 ‘하면 된다’는 희망을 주는 맞춤형 개발협력을 통해 나눔과 배려의 대한민국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간 성공적인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신뢰에 기반한 포괄적인 협력의 틀을 구축하고, 북한에 대해 강력한 안보태세를 기반으로 도발 의지를 차단하면서 변화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 또한 북극이사회 진출 등을 통해 새로운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아세안과 동남아, 중남미 등 우리 외교의 후방을 든든히 하였다. 최근 한반도 문제는 물론 주요 국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우리의 위상과 역량이 크게 달라졌다. 핵심국들과의 전략적 소통이 더욱 원활해졌고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우리의 능동적인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 또한 높아졌다. 이제 우리는 100여년 전 역사의 변방에 내던져졌던 객체가 아닌 당당한 역사의 주체로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베델과 같은 선각자들이 꿈꾼 조선의 미래가 국민행복, 한반도 행복, 지구촌 행복의 시대로 구현되리라 확신하며, 서울신문 창간 10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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