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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을 보고

    대중문화 발전에 한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한국판 우드스톡’,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이 물에 잠겼다.그래도 현장에는 록을 사랑하는 젊음의 열기가 그득했다.대중음악평론가 성기완씨(33)의 현장보고를 싣는다. 텐트촌이 거의 물에 잠긴 8월1일 아침 2,500여 젊은이를 인근 중학교로 긴급 대피시키면서 주최측은 결국 페스티벌 ‘취소’를 선언했다.올들어 최악인날씨 탓에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는 페스티벌 성격의 록 콘서트는 그렇게 중단되고 말았다.주최측은 차라리 운이 좋았다.다른 비난들을 모두 ‘날씨탓’으로 돌려도 무방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한 건 축제 전날인 7월30일 밤이었다.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구조물들이 넘어가지나 않을까 모두 걱정하는 판이었다.주최측은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였다.그날 밤 이미 다음날 정오부터 오후3시 정도까지는 공연이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결과론이지만,31일 첫날 한국밴드들은 크래쉬를 제외하고 모조리 공연 취소의 허탈함을 감수해야 했다.어느 밴드는 다음날 공연장으로 향하다 ‘취소’통보를 받아 방향을 돌렸다고 한다.현장에서 만난 한 밴드의 멤버는 안내해주는 사람 하나 없어 스스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그밴드의 공연 역시 취소되었다.한국 밴드들이 아무리 들러리라도 주최측이 너무 심하게 박대한 건 아닌가.이것도 날씨 때문인가?생각해 볼 대목이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록 팬들이 악천후 속에서도 보여준 의연한 태도다.여러가지 무성의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너무나 의젓하게,꾹 참으면서 축제를 즐겼다. 압권은 31일 밤 노장 딥 퍼플의 무대였다.관객들은 시종 비바람과 싸우면서그들의 음악에 열띤 호응을 보여주었고 감격한 건 오히려 딥 퍼플이었다.그들도 대단했다.공연관계자가 “안녕히 돌아가십시오”하고 안내한 후에도 누가 떠드냐는 듯 다시 무대에 올라 그 유명한 ‘하이웨이 스타’를 연주했다. 그게 결국은 이번 축제의 끝 곡이 되었다.이언 페이스가 드럼을 칠 때마다튀어 오르던 물방울을,그날 그 빗속에 있던 모든 사람은 기억하리라.존 로드의 오래된 하몬드오르간,비를 그렇게 먹어 혹시 망가지지나 않았는지…. 아무튼 모든 게 비 때문이다.주최측도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올해 최악의 악천후였으니.내년에 날씨가 좀 도와준다면 훨씬 좋은 축제가 되리라.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 [외언내언] 남북청년 평화캠프

    지난 주말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두밀수련원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캠프가 열렸다.남북한 어린이들의 교류를 주선하는 사단법인‘남북어린이 어깨동무’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남북한 사회문화 통합을 준비하는 여름 청년 평화캠프’가 바로 그것이다.남과 북의 어린이들이분단상황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그 실천을 목적으로 한‘남북어린이 어깨동무’모임에서 주선한 학술캠프다.사선을 넘어 귀순한 북녘둥이와 곱게 자란 남녘둥이 젊은이들이 참가한 이번 평화캠프의 목적은 남북의 젊은이들이 서로를 알고 문화적차원의 사회통합을 모색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캠프 시작부터 남북의 청년들은 살아온 사회·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가치기준의 혼돈과 어법(語法) 구사의 차이 등으로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심지어 자기들이 살아온 사회구조에 대한 일방적 편견을 바탕으로 상대편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서슴지 않았다.젊음의 패기로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있었다.북쪽 젊은이들은 남한사회가 인간의 기본적 자유는보장됐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경쟁논리가 치열한 데 대해 당황할 수밖에없다. 또 자유방임과 부도덕한 사회병리현상의 극치를 보면서 고민하는 것은당연하다. 반면 남한 대학생들이 북한사회의 폐쇄성과 억압받고 있는 인권 등 북한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남북 젊은이들의 이같은 가치관의 갈등은 어떻게 보면 반세기를 넘긴 분단상황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문제점으로 인식된다.지난 90년 통일을 이룩한 독일이 1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과거의 분단이 빚은 사회·문화적 갈등으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통합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있겠다. 우리도 분단시대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룩하지 못하고 통일을 실현할 경우 독일보다 더 큰 갈등과 혼란의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 자명하다.남북한의사회·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민족고유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은 시급한과제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남북 젊은이들의 평화캠프에서 남북한의 이질화된 사회문화가 심도 있게 제기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그리고 젊고 패기 있는 탈북 젊은이들이 남한사회를 체험하는 동안 느꼈던 부정적 인식을 털어버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된다.남한 젊은이들과의 우의를 돈독히 다짐으로써 한국 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성과로 꼽힌다.탈북 청년들과 남쪽 대학생들간의 이같은 학술캠프는 통일 과정의 남북사회 통합에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張淸洙 논설위원 csj@]
  • [세계로 나가자]해외자원봉사 젊음을 부른다/체험기

    국제무대에서 꿈을 펼치려는 사람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경력이다.자원봉사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국제 전문가나 해외취업을 하는데 소중한 경력이 된다.또한 빈곤과 환경파괴로 신음하는 지구촌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단순한 경력쌓기 이상의 것으로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 ‘나눔과 섬김’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매년 선발하는 ‘한국해외봉사단’의 모토.지구촌 자원봉사에서 한국의 역할은 아직 미미하지만 한국해외봉사단 활동은 우리의 국제협력사업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사업이다. 해외봉사단은 1990년 44명이 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에 처음으로 파견된 이후 지난해까지 696명의 단원을 배출했다.올해도 103명이 파견될 예정이다.주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동유럽 국가 등 27개국에 파견된다. 활동기간은 2년을 원칙으로 하지만 희망자는 파견국과 협의해 1년을 연장할 수 있다.활동분야는 파견국의 요청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공업·기술,농림·수산,교육·문화,보건,지역개발로 구분된다. 선발공고는 매년 12월에 발표되며 1∼2월에 뽑는다.20∼60세의 봉사정신이강한 사람은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선발과정은 서류전형,필기시험 및 면접,신체검사로 이뤄진다.필기시험은 영어 뿐이고 면접에는 지원분야에 대한 능력을 묻는 기술면접과 봉사정신을 테스트하는 일반면접이 있다. 대부분이 대학생인 합격자들은 50일 동안의 국내 합숙훈련을 받고 파견국으로 현지훈련을 떠난다.파견전의 훈련 비용과 출국 준비금 등 일체 경비가 지원되며 봉사활동 기간에도 생활비와 의료보험 혜택이 제공된다.또 귀국후에는 국내정착금이 지급된다. 이밖에 한국국제협력단이 실시하는 교류 사업에는 ‘국제협력요원 파견’이 있다.국제협력요원은 입영대상자들이 공익근무요원의 일원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봉사단원으로 복무하며 병역을 필하는 제도다. 복무기간은 군사교육 1개월,직무교육 4개월,국외근무 24개월,국내근무 3개월로 나뉜다.선발절차와 봉사활동은 해외봉사단과 같다.(문의 02-740-5171∼6,웹사이트 www.koica.or.kr) 국제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한 또다른 방법으로 유엔 산하 관련기구에 지원하는 것이 있다.가장 대표적인 단체는 UNV(유엔 자원봉사단). UNV는 전문봉사단 사업과 지역개발봉사 사업으로 구성된다.전문가 그룹은대학 졸업후 2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되나 지역개발 봉사단은 특정기술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그러나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영어 실력은 갖춰야 한다.현재 100여개국 출신 2,000명 이상의 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UNV 참여 정보는 한국국제협력단이나 UNDP(유엔개발계획) 서울사무소에서얻을 수 있다.(문의 02-740-5625,02-790-9566,웹사이트 www.unv.org)이창구기자 window2@ - 자원봉사 체험기 카톨릭 국가인 파라과이에서 12월 8일은 최대 종교 축제일이다.수도인 아순시온에서 54km 지점에 있는 카쿠페 성당에는 파라과이 사람들이 신성시하는‘푸른 옷을 입은 성녀 상’이 있어 축제일을 전후해 이 작은 도시는 미사에 참석하려는 사람들로 가득차게 된다.나는 지난해 1주간 이 종교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카쿠페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도로변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소망이 이루어 진데 대한 감사로,혹은 지은 죄에 대한 고백으로성당까지 300km 이상을 걸어오는 사람도 많다.성당 주변은 병자,거지,노숙자들로 발 디딜 틈없이 붐비고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급수,환경정리,의료팀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4시간씩 교대로 일을 했다.내가 소속된 의료팀은 미사 도중 더위와 피곤으로 기절하는 사람들에게기본적인 응급처치를 해주고,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회복실로 옮기는 일이었다. 어느 아주머니는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몸이 경직되고 뒤틀렸다.봉사자들이 모두 달려들어 마사지를 했다.아주머니는 갑자기 마사지하던 나의 손을 꼭잡고 놓지 않았다.아주머니의 손톱이 나의 손등에 파고들어 피가났을 때야 의식이 돌아왔다.낯선 이의 지저분한 신발을 벗기고 머리와 얼굴을 씻어주면서 가톨릭 신자도 아닌 나는 환자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무더위와 피곤,넉넉치 않은 식사,냄새나는 노숙은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자원봉사자들 가운데도 환자가 생기기 시작했다.미사에 참가하는 사람은 계속늘어 갔고 마침내 12월8일 자정 촛불 미사가 시작됐다.성당 광장과 도로까지 가득 메운 사람들 손에는 촛불이 하나씩 들려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자로 파라과이에 파견된지 이제 8개월이 지났다.문화적인 차이,의사소통 문제로 고생할 때마다 나는 카쿠페에서의 일들을 생각한다.인디오 말을 사용하는 시골사람들,혼절해서 눈과 입을 꽉 다물고 있는사람들에게 시원한 물 한그릇과 따뜻한 미소,필사적인 마사지가 언어의 전부였다. 어린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의 진지한 눈빛은 항상 ‘우리는 잘 해낼 거예요.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국가,언어,생김새,종교가 달라도 우리모두에게는 통하는 언어가 있다.‘사랑과 봉사’.이 언어로 우리는 모두 하나다.멀리 한국에서 온 내가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김지연(한국해외봉사단 9기 컴퓨터과정)
  • 정년퇴임 농구 김홍배감독

    “영원한 상무맨으로 남고 싶습니다”-.30일 37년1개월 동안 몸담은 상무농구단을 정년퇴임한 김홍배감독(58)은 “상무는 젊음과 농구인생을 바친 마음의 고향”이라며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상무를 위해 봉사할 생각”이라고말했다. 김감독은 지난 62년 5월 상무의 전신인 육군팀에 선수로 입단한 이후 코치(70년) 감독(84년) 등을 지내며 ‘상무농구의 대부’로 활동해 왔다.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 13차례나 출전했으며 농구대잔치에서도 3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상무가 성인농구의 대들보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승부를 떠난 모범적인 플레이와 패기·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농구를 고집스럽게 강조해 왔다. “민간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상무부대 창설위원회’에 참여한 것이 가장큰 보람 이었다”는 김감독은 “대잔치에서 3차례나 결승에 올랐으면서도 끝내 정상을 밟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털어놨다.4급 군무원으로정년을 맞은 김감독은 경기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공무원연금 수혜자가 됐으며 감독퇴임과 동시에기술고문으로 위촉됐다.부인 최정자씨(57)와의 사이에 2남을 뒀다. 오병남기자 obnbkt@
  • “인간 생체리듬 주기는 24시간 11분”

    그동안 25시간으로 알려진 인간의 ‘생체시계’ 주기가 실은 24시간 11분이며 이 주기는 늙고 젊음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다는 연구결과가나왔다. 미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브링검 여성병원 수면장애실장인 찰스 체이슬러 박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아주사소한 개인차는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체시계주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24시간에 가깝다”고 밝혔다. 많은 보고서들은 지금까지 인간의 생체시계 주기는 동물보다 1시간 긴 25시간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체이슬러 박사는 평균연령 24세의 남자 11명과 평균연령 67세의 남녀 13명을 각기 시간의 흐름과 빛의 조절을 알지 못하도록 장치된 방에서 한달동안생활하게 했다.그리고는 계속해서 취침시간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피실험자들의 수면사이클을 방해하면서 그들의 체온변화와 급속안구운동,생체시계 주기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등의 분비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인위적인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생리시계 주기는평균 24시간11분으로 항상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따라서 체이슬러 박사는 아침에 일찍 기상하는 노인들에 대해 그동안 나이가 들면 생체시계가 빨라져 그렇다는 통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생체시계 주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태양광선을 포함해 모든 ‘빛’에 대한 노출이라며 인위적인 광선노출 역시 자기도 모르게생체시계의 리듬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최신 의학 보고서들은 노인들의 경우 형광불빛뿐 아니라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약한 빛에서조차 쉽게 그들의 취침·기상 사이클이 영향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경옥기자 ok@
  • [특별기고] ‘민들레’들의 눈물과 손수건

    신록의 5월이 가고 녹음 짙은 6월이다.그런데 해마다 오가는 5월과 6월이왜 아직도 우리에게는 계절 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찾아오는지…. 5월 하면 61년 5·16 군사쿠데타와 80년 광주 5월 민주항쟁이 떠오른다.한국 현대사에서 5월은 우리에게 두 번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를 안겨준 달이다. 그리고 6월은 50년 6·25전쟁의 비극과 87년 ‘6월항쟁’의 환희를 교차시킴으로써 우리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현재 우리는 6월항쟁 12주년을 맞고 있고 시민·사회단체 및 각계 인사들이시국선언과 기념식, 시민달리기 대회, 민주대합창 1999 등 갖가지 행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념행사의 규모만큼이라도 우리가 지난날 민주화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젊음을 불사른 사람에 대해 기억하고 위로나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민주화운동 열사들의 유가족들은 의문사 진상규명과 고인들의 명예회복을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6개월 이상 국회의사당 앞 길거리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의 농성투쟁을 담은 영상 다큐멘터리 ‘민들레-한많은 어버이의 삶’이최근 한 독립프로덕션에 의해 제작돼 필자는 이 영상물을 지난 8일 민언련회원들과 함께 명동성당 구내 땅바닥에 앉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없었다. 사랑하는 자식을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이후,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고,즐거운 일이 있어도 웃음을 되찾을 수 없게 된 열사들의 어버이와 유족들이그 ‘잿빛 삶’도 부족하여 아직까지도 노숙하는 모습을 우리 모두 찾아가그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손수건을 꺼내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때,비로소이 땅에 진정한 민주의 꽃이 활짝 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금 이 메마른 땅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최근 잇달아 터져나오는 각종 의혹과 스캔들의 바닥에는 일부 상류계층의 개인주의와 출세주의가 깔려 있다. 최근 국민들의 여론을 들끓게 한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노조 파업유도’ 발언만 해도 그렇다.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아직도 ‘공안사건’ 차원으로 다루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은 접어둔다 하더라도 참으로개탄스러운 점은 그러한 ‘공작’이나 ‘탄압’을 마치 큰 공적이나 되는 것처럼 여기는 고위 공직자들의사고방식이다. 설사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가 생긴다 할지라도,우리 사회는 해고에 대한 아픔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 아닌가? 이 ‘공안 공작’ 의혹에 대해 김대중대통령이 국정조사권 발동에 동의한것은 환영할 일이다.그런데 국정조사가 착수되기도 전에 언론들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래서는 정말 안된다.여야 모두가 작은 절차로 티격태격하기에 앞서,누가 더 유리하고 불리한가를 저울질하기 앞서,이번에야말로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한번 제대로 밝혀보자는 대승적인 합의부터 하라. 적당한 폭로와 적당한 은폐,또는 흥정,혹은 당리당략으로 국정조사가 요식행위로 끝난다면 국민들의 정치불신,국회불신은 회복불능에 빠질 것이다. 6월항쟁 12주년,지금 우리의 민주화는 민주화운동 때문이거나 IMF 때문이거나 간에 고통의 눈물에 젖은 무수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따뜻한 손수건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사회의 온갖 음습한 모순과 비리구조에 대한 진실한 원인규명과처방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成 裕 普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 경북 영주시청 ‘문화행정’ 서비스

    ‘언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예술품을 관람할 수 있는 민원실…’ 경북 영주시(시장 金晋榮)가 시청 민원실을 고급 갤러리수준의 분위기로 꾸며 민원인을 맞고 있다.월별로 테마를 정해 미술품 건축모형 등을 전시한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 이달의 테마는 ‘창조’로 정해 경북전문대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디자인작품 26점을 전시중이다.클래식 영화음악 가곡 등 다양한 쟝르의 음악도 들려줘 즐거운 마음으로 민원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7월은 ‘여성’으로 테마를 정해 시 여성복지회관 취미반 수강생들이 만든종이접기와 꽃꽂이,생활공예품 등 3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또 8월에는 ‘자연’을 테마로 농업기술센터가 제공한 자생식물 30여점을,‘젊음’이 주제인 9월에는 동양대 동아리연합의 도움을 받아 건축모형과 패션디자인 등 40여점을 전시하기로 했다. 가을인 10월에는 ‘향기’란 테마로 영주 국향회가 키운 국화 20여점을,11월에는 농업경영인연합회와 ‘흙’을 주제로 농·특산물 33종을 민원인들에게홍보할 계획이다.12월에는 ‘선비’를 주제로 소수서원측이 소장하고 있는 각종 문화재 사진 40여점을 전시한다. 김광기(金光起) 부시장은 “21세기 문화자치시대를 앞두고 문화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원실을 새롭게 꾸몄다”며 “행정자치부에서도 우수사례로 정해 전국 지자체에 권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 김상화기자 shkim@
  • 명동 ‘서울의 샹젤리제’ 로 거듭난다

    젊음과 낭만의 거리 명동이 ‘서울의 샹젤리제’로 거듭 태어난다. 중구(구청장 金東一)는 3일 IMF체제로 인한 경기침체로 쇼핑인구가 줄어들고 쓰레기 무단투기,노점상 증가,무질서한 상품판매대,옥외스피커를 이용한호객행위 등으로 과거의 명성이 퇴색되어가고 있는 명동지역을 대대적으로정비,서울의 대표적인 쇼핑거리로 되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는 이를 위해 우선 이달 한달을 자율실천 계도기간으로 정해 주민들이 스스로 거리를 정비하도록 하고 7월 1일부터는 경찰과 함께 무기한 합동단속에들어갈 계획이다. 자율실천 사항으로 ▲규격봉투 사용 및 정해진 시간에 쓰레기 내놓기 ▲상가 안에 쓰레기통 설치하기 ▲점포앞 노상적치물 치우기 ▲길가에 상품진열및 상품판매대 설치안하기 ▲차없는 거리 시간지키기 ▲옥외스피커를 이용한호객행위 안하기 등을 적극 유도해 쇼핑객을 위한 쾌적한 거리를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구는 특히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130개의 노점상과 중국대사관 앞의 9개 노점상을 주요 정비대상으로 지정,정비해 나갈 방침이다.그러나 단속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 할 경우에는 불법영업에 따른 부당이득료를 부과하는 등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또 60개에 달하는 옥외 음향기기와 쇼핑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공연물도 일단 자진철거를 권유한 뒤 이를 거부할 경우 강제수거하기로 했다.이밖에 호텔 주변의 택시승강대에 지나치게 많은 택시가 몰리는 것을 막는 한편 명동길 및 이면도로에는 단속공무원을 고정배치해 상습·고질적인 불법주차 차량을 강제견인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펴나갈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패션과 예술이 공존했던 옛 명동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특별정비계획을 마련했다”면서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같은 쇼핑의명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순기자 fidelis@
  • 11명 구하고 유독가스에 질식…여수소방서 徐亨鎭소방사

    “출근할 때 잠자고 있던 아이 볼에 몇번이고 입맞춤을 하고 나가더니…” 25일 새벽 전남 여수시 성심병원 영안실에서는 순직한 여수소방서 연등파출소 119구조대원 서형진(徐亨鎭·28)소방사의 부인(26)이 울부짖다가 실신을거듭했다. 곁에서는 100일도 채 안된 아들이 보채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씨는 24일 밤 11시20분쯤 여수시 교동 중앙시장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유독가스에 질식돼 20대의 젊음을 마감했다. 동료 4명과 함께 현장에 도착한 그는 고가사다리로 3층에 진입,난간에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던 11명을 구해낸 뒤 발화지점인 2층에 “할머니와 아이가 있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건물 옥외계단 철창을 뜯고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2층 건물 전체는 이미 매캐한 유독가스와 연기로 뒤덮여 진입이 불가능한상태였지만 서씨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순간 서씨는 착용하고 있던 산소호흡기의 산소가 고갈된 듯 땅바닥에 쓰러진 뒤 뒤늦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을 거뒀다. 서씨는 지난 95년 8월 소방사로 임용된 뒤 그동안 200여회 출동해 180여명의 인명을 구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
  • ‘FARBE 대학생 패션쇼’ 이모저모

    임시 가설된 무대를 걷는 모델들의 발걸음은 예사롭지 않았다.사뿐사뿐,하지만 혼신의 힘을 쏟는 발걸음에 대구의 미래가 걸린 양 모델들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제2의 밀라노를 지향하는 대구시가 그 웅비를 알리는 이날,전국에서 선택받은 패션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은 색색의 화려함으로 대구시의 새출발을 축하했다. 대학생들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순수와 야망,정열이라는 젊음의 주제를 나름의 완성도와 개성으로 신선한 감각의 의상들을 선보였다.장차 한국의 패션계를 이끌어나갈 주인공답게 때로는 미래적인 테크노 감각으로,때로는 순수로맨틱 패션으로 행사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들이 이날 선보인 의상은 앞서 열린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에서 프로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섬세하고 정제된 의상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의상들은 장차 우리 패션계의앞날이 밝음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을 비롯한 대구시의 정·관계 인사 그리고 대구시를 섬유패션도시로 가꾸어나갈 많은 대구시민들은 학생들의 과감한 실험적 표현과 가끔 엿보이는 프로적인 섬세함에 진정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특히 대구지역 대학 17개 의상관련학과는 패션쇼 관람을 위해 임시휴강까지 하는 뜨거운 성원을 보여줬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이같이 우수한 예비디자이너들이 있는 한 대구의 미래는 밝고 나아가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미래 역시 매우 밝다”고 심사소감을 밝혔다. 대구 백종국기자
  • 젊음·개성 넘치는 패션쇼…의상전공 전국 대학생 회원전

    대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현직 디자이너들의 세련되고 실험적인 작품,서울대 의류학과 과동문들의 감각을 엿볼수 있는 패션쇼가 차례로 열린다. 28일 오후 4시,8시 두차례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서울대 의류학과 출신들의 컬렉션 ‘즐거운 옷입기’에는 현직 디자이너와 교수,대학원생 18명이참여한다. 73년 과 개설 이래 함께 컬렉션을 갖는 것은 처음.컬렉션을 통해 ‘이론에만 강하다’는 ‘서울대 이미지’를 벗고 예술성이 가미된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의상을 전공하거나 관심있는 대학생으로 구성된 O.F.F(전국 대학생 패션연합회·회장 이다남)는 29일 오후 8시 경복궁 앞 ‘열린마당’에서 패션쇼 ‘새 즈믄해의 ’을 연다.전국 6개 지부 O.F.F회원 121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실험하고 경험을 통해 업계분위기를 미리 익힐 기회를 갖는다는 취지에서 지난 97년부터 모여 쇼를 가졌다.이미 제시된트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대학생들만의 감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 그룹인 뉴웨이브(회장 우영미)는 6월 3∼4일 오후 1시 30분부터 한국여성개발원 문화관에서 컬렉션을 연다.올해가 11번째.1시간 단위로 각 디자이너들의 특징을 살린 옷을 선보이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독립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지난 93년 첫 컬렉션 이후 97년까지 매년 2차례씩 쇼를 열었으나 지난해에는 IMF의 영향으로 행사를 쉬었다가 이번에 다시 갖게 됐다. 강선임기자
  • 대한매일 주최 ‘FARBE 대학생 패션쇼’ 성황

    대한매일이 주최하는 ‘FARBE(파르베)전국 대학생 패션쇼’가 25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 내 체육관에서 2,000여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게열렸다. 이날 패션쇼는 대구시를 세계적인 섬유 패션의 도시로 재건하는 ‘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한매일과 스포츠서울의 자매지인 월간패션 매거진 ‘파르베’가 주관했다. 영예의 대상은 김희남(경희대)씨에게 돌아갔으며 금상은 도유진(영남대)씨,은상은 정희석(경원대)·김현아(극동정보대)씨가 수상했다. 대구시의 ‘패션섬유 도시 선포식’ 직후 열린 이날 패션쇼의 주제는 ‘패션 한국,젊은 개성을 창조한다’로 전국 90여개 대학의 의상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보내온 300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1차 심사를 통과한 30벌의 의상으로 무대를 색색으로 수놓았다. 대구 KBS가 생중계한 패션쇼에서 장차 한국의 패션계를 이끌어나갈 예비 디자이너들은 순수와 야망,정열을 특징으로 하는 젊음의 색깔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쇼 중에는 인기 댄스그룹 코요테와 인기가수 조영남의 축하공연이 열려 무대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심사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 최복호 전상진씨와 김신환 한국오페라진흥원장,조규화 이화여대 의상학과 교수 등이 맡았다. ■동상 수상자 명단 ▲이잔디(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오현옥(경북대)▲이현주(동덕여대)▲김수환(세종대)▲박형오(대구대)대구 백종국기자 jcook@
  • [李世基 칼럼] 비틀거리는 대학문화

    ‘젊음은 인생에 단 한번’ 두번 다시 오지 않는 강인한 아름다움이다.그러나 정열과 오만,끊임없는 취기(醉氣)에 사로잡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함정에 빠져 추락할 수도 있다.어느 시대에나 젊음의 광기는 있어왔다.현실에 대한 불합리한 인식을 꼬집는 라스콜리니코프가 있었고 인생의 무의미와 그 무의미를 직시하라고 외치는 부조리의 주인공도 있었다.기성세대의모순과 부당성을 성난 얼굴로 쏘아보는 앵그리 영맨은 지금도 도처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그러나 ‘젊음은 시한부’라고 했듯이 누구나 영영 젊지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텅빈 가슴과 텅빈 머리로 평생을 자탄하는 세월을보낼 수도 있다. 대학가의 봄축제가 한창이다.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취미를 살리고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동아리는 대학시절의 소중한 추억이다.그러나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동아리 멤버들이 숨진 사건은 잘못된 대학문화가 빚어낸 또 하나의 불행이다.이들의 전통이란 새로 당선된 동아리 회장을 다리 위에서 연못에다 던지는 난센스 의식에 불과하다.팔과다리를 흔들어 연못에 빠뜨렸으나 수영을 하지 못해 허우적거리자 친구를 구하러 들어갔던 다른 학생도 숨진것이다.피워보지 못한 새파란 젊음도 아깝지만 남들이 가지 못하는 서울대에 보내 놓고 보람과 기대에 부풀었던 부모의 망연자실을 헤아리기 힘들다. 언제부턴가 대학사회는 신입생 환영회 때마다 냉면사발에다 소주를 따라 마시는 벌주식을 치르고 있다.최근에도 여학생이 신입생 환영회에서 사발주를마시다가 심장마비로 숨지는가 하면 한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다 맨밑에 깔린 학생들이 실핏줄이 터져 병원에 실려간 예도 있다는것이다.객기나 만용이라기엔 너무나 무모하고 몰지각하다.어떻게 이런 일이대학사회에서 자행되며 전통으로까지 이어지는지 분노마저 느껴진다.패기에찬 젊음이 아니라 축처진 젊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동아리를 이루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분위기는 대학문화의 정석이다.대학축제는 술마시고 폭죽 터뜨리는 축제가 아니라 동아리들이 1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한 여러 행사를 나열해 서로 보여주고 비판받자는 축전(祝典)이다.그곳은 어떤 잡음이나 불순이 끼어들수 없이 신록의 젊은이들이 이상과 꿈과 포부를 펼치는 장이다.불우이웃을돕는 자원봉사나 학술세미나만이 건전하다는 것은 아니다.만사에 조심하면서 상자에서 찍어낸 듯이 살자는 것은 아니다.도서관에 앉아 전공서적만 파고드는 것이 대학생답다는 것도 아니다.젊음을 마음껏 누리고 견주는 모든 동아리 활동이나 축제는 좋다. 다만 술에 취해 비틀거리기 전에 대학인다운 열정과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것이다.우리의 교육풍토가 대학으로 향하는 획일적인 입시지옥에서 대학입학과 함께 통쾌한 해방감을 느낀 나머지 자유가 뭔지도 모르고 실수연발이나 하지 않는지 돌아보자는 것이다.아무리 선배들이 물려준 전통이라도 뒤틀린 전통을 바로잡아 시대에 맞는 참신성으로 기성인들과는 다른 ‘신선한 충격’을 보여줘야 한다.대학은 지식만 수립하거나 살포(撒布)하기 위한 기계적 기관이 아니다.빛과 자유와 학문만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할 생각도 없다. 브람스의‘대학축전 서곡’은 활기찬 대학 캠퍼스의 유머와 진실,분방과우수를 조화시키면서 결국은 ‘모두가 함께 즐기자’고 노래부른다.대학은그 나라의 활력소다.오늘의 시대상황을 돌아보고 고뇌하면서 부당한 것을 비판하고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대학사회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 사회전체가 흔들리게 된다.이제는 끝없는 취기에서 벗어나 인생에한번뿐인 계절을 정의감과 값진 의미로 꾸며 나가야 한다.기성세대의 모순성과 타성,사회의 올바르지 못한 어두운 구석구석을 매서운 눈초리로 돌아보라는 것이다.
  • 재야운동가 백기완씨 ‘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 발간

    재야 운동가 백기완씨가 ‘사전 예매제’로 화제를 모았던 책 ‘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백산서당 펴냄)를 내놓았다. 지은이가 밝히듯 31년 만에 문을 닫은 통일문제연구소를 다시 일으키려고책이 나오기도 전에 1만 권 예매라는 독특한 방법을 도입한 결과가 빛을 본셈이다. ‘역사의 길 인생의 길’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에는 백씨가 한 평생 ‘반골’의 길을 걸어오면서 몸으로 건진 값진 경험과 통일에 대한 염원이깃들어 있다. 백범 김구와의 인연,장준하와 의형제를 맺은 배경,통일운동에 전념하게 된사연 등을 풀어내고 있다.또 나무심기운동 농민운동에 이어 민족·민중운동에 얽힌 많은 일화도 들려준다.그 소용돌이 속에서 당한 처참한 고문 장면과 후유증이 행간에 배어 있다. 아울러 지은이가 단순히 경제적 사정 말고도 출판을 하게 된 절절한 심정을 토로하는 대목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그것은 외곬로 재야를 지켜온 운동가의 현실 진단으로서 때론 “지금껏 통일을 반대해온 덕으로 떼부자가 된 재벌이 소 떼를 몰고 간 통일기운의개척자”로 미화되는 데 대한 분노로드러난다.역으로 “열아홉 살 적부터 민족문제·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통’자만 써도 살인적 탄압을 하던 군사독재의 폭압을 뚫고 통일문제연구소를 만들고 일생을 부대껴온” 자신이 재정난으로 연구소 간판을 내려야하는 상황에 대한 탄식으로 내비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내용들이 전래 민담에 바탕을 둔 지은이의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에 힘입어 빛나고 있다. 그는 눈보라 소리를 갈라치는 버들가지 물오르는 소리를 들려주었던 할머니의 지혜를 통해 ‘희망을 보는 법’을 전해준다.봉산탈춤때 지르는 ‘질라라비 훨훨’ 소리의 기원이 2만년 동안 길들여 온 닭이 옛살라비(고향)인 산속으로 날아가 들짐승·날짐승과 맞서 싸우며 얻은 질라라비(자기 해방자)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혀주면서 ‘인간 해방’을 강조한다. 모든 얘기의 밑바닥엔 지은이가 줄곧 보듬어 온 ‘건강한 민중성’이 자리잡고 있다.그 모습은 “삶의 나이테는 젊음의 축적이지 늙음의 지표가 아니다”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힘차고 젊다.이종수기자 vielee@
  • 이번 주말 로데오 거리서 젊음을…

    주말 차없는 거리로 바뀌는 목동 로데오거리에서 젊음의 활력을 만끽하는‘청소년 거리축제’가 24,25일 이틀간 펼쳐진다. 24일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되는 개막제에서는 연예인과 가장 닮은 청소년을 선발,각종 장기대결을 벌이는 콘테스트와 교복을 입고 자유롭게 연기하는 교복패션쇼가 열린다.이어 청소년들이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목동가요제,화려하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하는 댄싱경연대회도 마련될 예정이다. 25일엔 아마추어 모델 지망생들이 목동 의류상가 업체들의 의상을 입고 진행하는 영패션쇼와 힙합댄싱 경연대회 등이 열린다. 이밖에 ITYM·핑클·영턱스클럽 등 가수들이 출연하는 오락프로가 진행되고 다트게임·팔씨름대회·고리던지기 등 게임마당,페이스 페인팅,추억의 낙서판,스티커 사진 콘테스트 등도 마련될 예정이다. 행사 참가자들에게는 또 춤추는 엿장수의 재미있는 각설이 공연 감상과 함께 엿과 각종 사은품이 전달된다. 구 관계자는 “로데오거리는 평소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주말차없는 거리로 조성되면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프로농구가 남긴 것](1)기술농구 초강세

    현대 다이냇의 2연패와 함께 지난 16일 막을 내린 98∼99프로농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과 조직력을 앞세운 팀들이 힘과 높이를 내세운 팀들을 압도했다는 것.지난 시즌에 이어 챔프전에서 재대결을 펼친 현대와 기아를 비롯해2년만에 4강에 도약한 나래 등 3강은 모두 기술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펼쳤다.‘힘의 농구’를 구사한 팀 가운데에서는 삼성만이 유일하게 4강에 진입했다. 특히 현대는 기술에 스피드와 조직력까지 접목해 골밑파워에 크게 의존했던 지난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이같은 변신은 정통센터인 제이 웹 대신 올라운드 플레이어 재키 존스를 영입한데다 조니 맥도웰이 국내 농구에빠른 적응력을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물론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 등 젊음과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들이 맡은 역할만을 확실하게 해준 것도 팀 전체의 파괴력을 높이는데 한몫을 했다.기아는 기술에서 결코 뒤질것이 없었지만 사령탑이 취약해 조직력에 구멍이 뚫렸고 나래 역시 멤버의 대거 교체로 기술은 좋아졌지만 정상을 노리기에는 응집력이 모자랐다. 이에 견주어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라 신생팀 돌풍을 일으켰던 LG는정규리그 5위로 추락한 뒤 플레이오프 6강전에서 나래에 완패하며 탈락해 ‘수비농구’의 한계를 드러냈다.지난 시즌 꼴찌 SK는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의 높이와 힘을 지닌 서장훈(207㎝) 현주엽(195㎝)을 끌어 들여 상위권 진입을 노렸지만 정규리그 8위에 그쳐 농구가 ‘키싸움’만은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줬다.이밖에 개인기가 뛰어난 카를로스 윌리엄스와 스테이스 보스먼이 이끈 대우가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것도 기술농구의 강세를 말해주는 한 대목이다. 출범 3년째인 올시즌은 프로가 지향해야 할 기술농구의 새 전기를 마련한한해로 기록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오병남기자 obnbkt@
  • [‘4·19’ 39주기]기념비 순례(上)/각종 행사

    독재와 불의에 항거해 아낌없이 생명을 바친 젊은 영령들의 혼이 붉은 진달래로 다시 피어난다는 ‘4·19’.민주주의를 갈망하며 뿌린 피로 세워진 기념비들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4·19 국립묘지를 비롯,고려대와 서울대,경희대,경기고 등 서울에 있는 ‘4·19 기념비’를 찾아 봤다. 4·19국립묘지 ‘이 나라 젊은이들의 혈관 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중략)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나리라’ 서울 강북구 수유리 ‘4·19국립묘지’의 4월학생혁명기념탑에 새겨져 있는 비문은 63년 시인 이은상(李殷相)선생이 젊은 영령들의 넋을 기려 지은 것이다.또 영령들의 드높은 기상을 높이 21m의 우뚝솟은 7개의 화강암으로 형상화한 기념탑은 조각가 김경승(金景承)씨가 디자인했다. 기념탑 중앙에 서 있는 ‘군상환조’(群像丸彫)는 4.19혁명을 지켜보는 민중을,‘군상부조’(群像浮彫)는 암울한 시대상황과 자유에 대한 염원과 승리·자유·평화 등을 각각 상징한다. 고려대 ‘(전략)사악과 불의에 항거하여 압제의 사슬을 끊고 분노의 불길(중략)천지를 뒤흔든 정의의 함성을 새겨 그 날의 분화구 여기에 돌을 세운다’ 고려대에는 ‘4·18의거 기념탑’이 있다.4·19혁명 보다 하루 앞선 18일시위를 벌인 고대생들의 자부심에서다.기념탑은 61년 4·18의거 1주년을 맞아 교내 본관 오른쪽 언덕에 깎아 세웠다.높이가 4m로 직사각형태이다.탑의부조는 한국미술협회 고문인 민복진(閔福鎭·73)씨가 만들었다.자유와 민권쟁취를 위해 궐기했던 고대생들의 용맹과 슬기를 찬양하고 구국의 위업을 길이 빛내기 위한 뜻을 담았다.비문은 당시 고려대 문리대 교수인 시인 조지훈(趙芝薰)선생이 썼다. 민씨는 “당시 학생들이 맨주먹으로 불의와 부정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그 느낌을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젊은 학도 봉화를 들었으니 사랑하는 겨레여 4·19의 외침을 길이 새기라’ 관악산 자락 900여평의 ‘서울대 4·19기념공원’에는 ‘4월 학생혁명기념탑’과 청동상,3개의 추모비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있다. 기념탑은 4·19혁명 1주년인 61년 경무대 앞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김치호(金致浩·당시 수학과 2년)씨를 기려 당시 문리대 학생들이 동문들의 성금을 모아 세웠다.5m 높이의 통화강암 조형물로 가운데 높은 부분은 ‘정의의 칼’을,양쪽 돌은 정의를 받드는 학생들의 기상을 상징한다.조소과 55학번인 공주대 이정갑(李廷甲·64) 교수가 설계했다. 경희대 ‘조국의 구원과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후략)’ 서울 회기동 경희대 본관 분수대 옆에 세워져 있는 ‘4월학생혁명 기념탑’에는 39년 전 독재에 항거해 젊음을 불사른 한 학생을 추모하는 시인 조병화(趙炳華)선생의 시가 새겨져 있다.높이 150㎝,너비 130㎝의 이 기념탑은 당시 시위에 참가했다가 총을 맞고 숨진 법학과 이기태(李基泰·당시 23세)씨를 기리고 있다. 정독도서관 ‘(전략)피기도 전에 그 봉우리가 뿌린 피는 그러나 방울방울다시 꽃으로 맺힌다 민주의 꽃이 자유의 꽃이 피련다.(후략)’ 서울 종로구 화동 1번지 옛 경기고자리인 정독도서관 본관 옆 잔디밭에 서있는 ‘민주혁명학생위령비’는 당시 희생된 최정규·박동훈·고완기·이종량씨 등 경기고 졸업생과 재학생 4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이 비석은 4·19혁명이 일어난 60년 10월3일 제막돼 기념물로 가장 오래됐으며 국어학자 이희승(李熙昇)선생이 비문을 썼다. 이 밖에 서울에는 동국대 ‘동우탑’과 중앙대 ‘의혈탑’,단국대 ‘4·19기념탑’ 등이 있다. 김영중 조현석 주현진기자 jeunesse@ - 4·19기념도서관 준공식…각계인사 200여명 참석 독재권력에 항거한 4·19 정신을 기리는 ‘4·19 기념 도서관 준공식’이 16일 오후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서울 종로구 평동에 있는 기념도서관은 64년에 지은 건물을 헐어내고 지하2층,지상 7층에 연면적 2,208평으로 재건립됐다. 4·19혁명 부상자동지회와 희생자 유족회 사무실이 입주했으며 1층은 기념홀,2·3층은 도서관이다. 나머지 층은 일반인에게 임대할 예정이다. 준공식은 테이프 절단식과 기념홀 관람,4·19혁명부상자들에 대한 표창 및감사패 수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를 비롯,최학규(崔圭鶴) 국가보훈처장,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양성철(梁性喆)의원,자민련 이태섭(李台燮)의원,유인종(劉仁鍾) 서울시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박종구(朴鍾九) 4·19혁명부상자회장,윤재락(尹在洛)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정원찬(鄭圓纂) 4·19회 회장 등도 참석했다. 김영중기자 - '4·19' 뜻 기리며…각대학들 학교·묘역서 마라톤 4·19혁명 39주년을 사흘 앞둔 16일 서울시내 일부 대학에서는 4·19혁명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총학생회 주최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오후 2시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교내 아크로폴리스광장을 출발해 신림사거리와 봉천사거리를 돌아오는 7.5㎞ 구간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한국외국어대,덕성여대,동덕여대,성신여대 등 8개대 학생들도 학교 주변 도로를 달리거나 수유동 4·19국립묘지에 이르는 마라톤 행사를 가졌다. 4·19국립묘지에 도착한 학생들은 기념탑 등에 차례로 참배했다. 주현진기자 jhj@
  • [화제의 책]『작은 생각이 큰성공을 부른다』

    ‘낯선 사무실에 들어갈 때면 다이어리 앞장에 붙여놓은 사진을 보았다.휠체어에 의지한 남편과 아이들 모습이 담긴 사랑스런 가족사진.그렇게 용기를키웠고,용기는 지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97년 3억원의 약정고를 올려 보험 판매왕에 올랐던 김종숙씨 이야기다.‘작은 생각이 큰 성공을 부른다’(최원일 지음)는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자신의의지와 노력으로 성공적 삶을 일구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이 가진 것은 돈도,학벌도,배경도 아니다.거기에는 요행이란 없고 오직 적극적 사고와 끈기,창의력 등이 있을 뿐이다.여기에는 초등학교 학력으로대학총장이 된 사람,막노동을 하며 서울대 수석을 일군 청년,장애를 딛고 당당히 꿈을 키워가는 형제 등 36명의 ‘인간승리’가 잔잔하게 펼쳐진다.이들의 공통된 신념은 ‘성공에는 공짜가 없다’란 사실이다. 동사무소에 다니며 고학으로 고등학교와 야간대를 마치고 사법고시에 합격,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승채씨.그는 ‘조상을 잘못 만났다’며 불평을 일삼는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네가바닷가에서 아가씨 손을 붙들고 젊음을즐길 때 나는 추운 골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책과 씨름했다.세상에공짜란 없다”. 책이 있는 마을 7,000원
  • 금지문화 금지인생 이제야 말한다-통일문제연구소장’백기완’

    사자의 갈귀를 연상케 하는 삐죽 솟은 머리칼에 검은 두루마기.지난 87,92년 대통령선거에서 서릿발같은 유세로 강한 인상을 풍겼던 ‘민중운동가’백기완의 모습은 한결같다.마치 통일의 한 우물을 파온 그의 일관된 삶을 보는 것 같다. 수많은 집회장에서 때론 포효하며 때론 할머니같은 구수한 얘기로 ‘성난눈동자’의 용기를 북돋워 주던 그가 정작 우리 문화운동의 선구자였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시작한 농민·빈민운동 등 재야운동을 통해 ‘외국어 내몰기’ ‘우리 춤사위 연구’ ‘전래 민담 발굴’등에 앞장섰고 시집 3권을 비롯 다양한 저술활동을 펴왔다. 그가 펴낸 책중 지난 79년 나온 수상록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시인사)는 희한한 기록을 갖고 있다.출판사의 인쇄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발간 24시간만에 판매금지 조치를 받았던 것이다.물론 저자도 끌려갔다. “지레 겁을 먹은 인쇄소에서 신고를 한 겁니다.중앙정보부에서 ‘왜 이런책을 냈냐’고 묻길래 ‘평소 내 생각을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대답했죠. 신문에 신간안내나 서평은 커녕 광고조차 못내고 중앙정보부에서 전량을 회수했습니다”. ‘자옥휘’(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이 줄여서 부르던 책이름)에 어떤 내용이 담겼길래 이런 소동이 벌어졌을까. 이 책은 72년∼79년 ‘씨알의 소리’에 연재한 것을 묶은 것으로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다.글마다 나오는 “담아…”는 백씨의 딸인 원담·록담·현담을 일컫는 말이다.딸에게 ‘참된 여인상’을 들려주면서 사회의 모순을 깨뜨리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담아,내 딸 삼형제부터 나서거라! 시애비의 재산이나 늘려줄 맏며느리의 우상부터 때려부숴라.일하는 일꾼의 알통의 미학이 아니라 돈의 조화물인 고른 영양상태의 퇴폐적 아름다움 따위엔 관상볼 것 없이 먹칠을 해 버려라!…” 부잣집 맏며느리에 집약된 허위의식과 가진 자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꼬집는 대목이다.비슷한 시대에 나온 ‘전환시대의 논리’(이영희,창작과 비평사)나 ‘우상과 이성’(〃)이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했다면 ‘자옥휘’는 쉽고명료한 문장과 살갗에 다가오는 내용으로 감동을 주었다.주입식 교육에 길러져온 대학 ‘새내기’(백기완소장이 만든 말)들이 껍데기를 벗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건전한 세계관,노동자·농민에 대한 사랑,분단을 넘어선 자주통일의 문제 등이 담겨져 있다.그리고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발에서 뿜어내는 소리였기에 더욱 호소력이 컸다. 책이 아니더라도 ‘반골 기질’로 일관된 백기완소장의 삶 자체는 가진 자의 눈에는 가시였다.갖은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민중·통일운동의 전선을 누볐다.수많은 시위현장을 뛰어다니며 선동성 강한 연설로 젊은이들의 혈기를지피던 걸음에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이 덮쳤다. 12.12 쿠데타의 주역 전두환 군부에 끌려간 80년,참혹한 고문을 받았다.82kg이나 나가던 몸무게가 43kg으로 준 것도 이 무렵.고문 후유증으로 똥오줌을 싸며 물 한모금 마셔도 토해내던 때 ‘감옥 천장을 보며 입으로 쓴’ 시를모아 낸 시집이 ‘젊은 날’(80년 비매품으로 냈다가 90년 도서출판 민족통일에서 간행)이다. “모이면/논의하고 뽑아대고/바람처럼번개처럼/뜨거운 것이 빛나던 때가좋았다…그렇다/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기완아/너는 늙을 수가 없구나/군사독재의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나는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구르는 마루바닥에/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표제시 ‘젊은 날’ 일부) 고문에 몸은 허물어졌지만 기개는 꿋꿋했다.망가진 몸을 추스르고 달구질하며 15촉 전등만이 희미하게 빛나는 외로운 독방에서 창너머 별을 보며 남몰래 외워둔 시들이다. “강원도 덕소에서 요양하고 있는데 찾아온 전채린교수(충북대 불문학)가사비를 털어 병수발하는데 보태라고 주면서 ‘옥중에서 쓴 시들을 시집으로모아 아는 사람들만 돌려보게 출판하자’고 해서 비매품으로 낸 시집이 ‘젊은 날’입니다.나중에 시집을 강매(?)한 돈을 또 주더군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로 시작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도 이 시집에 들어있었다. 이후 민주·노동운동가들도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등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대학가의 베스트셀러’이자 ‘서점의 금서’였던 ‘자옥휘’도 92년 한울사에서 증보판으로 당당히 얼굴을 내밀었다.그리고 ‘자옥휘’의 진솔한 목소리는 문화·노동운동판을 거친 딸 원담씨가 95년 ‘색동저고리 입고 꼬까신 신고’(한울)라는 책으로 자신의 딸에게 대물림하였다. 하지만 백기완소장의 ‘외딴 생활’은 여전하다.비록 “살인적 고문보다는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쓸쓸한 심정을 밝혔지만 그의 초심(初心)은 변하지 않았다. '백기완' 그의 길●33년 황해도 은율 출생●46년 월남●53년 자진녹화대운동을 시작으로 농민·빈민·통일·민중운동 전념●71년 백범사상연구소 건립.‘항일민족론’(사상계)●84년 통일문제연구소 건립●86년 첫 시집 ‘이제 때는 왔다’(풀빛)●87년 민중후보로 대통령선거 출마.‘통일이냐 반통일이냐’(형성사)●89년 시집 ‘백두산 천지’(민족통일)●90년 ‘우리 겨레 위대한 이야기’(민족통일).시집 ‘젊은 날’(민족통일)●91년 ‘이심이 이야기’(민족통일)●92년 대선 출마.‘나도 한때 사랑해본 놈 아니요’(아침)●94년 ‘장산곶매 이야기’(우등불)李鍾壽
  • [대한광장]’개강 공포파’의 변명

    ‘개공파(開恐派)’란 개강을 공포스러워하는 학파(?)의 줄임말이다.대학가에서는 의외로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모임이다. 3월 봄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거의 예외없이 개강 공포증이 고개를 들기시작하는데,내 경우는 조금 유별난데가 있다.강의실에 강의노트를 안 가지고 들어가서 허둥대는 꿈,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식은땀을 흘리는 꿈은 기본이고,언젠가는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학생들이 모두 돌아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공포스러워하다 깬 적도 있다. 학생들에게 꿈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동정은 커녕 “선생님은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셔서 꿈도 SF 스타일로 꾼다”며 오히려 놀리는 것이 아닌가. 개강이 공포스러운 이유가 무얼까,곰곰 생각해보았다.아무래도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으련만 그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게으름이 가장 큰 탓이요,새일을 시작할 때마다 적당한 조바심과 불안감에 시달림은 사람이 모자란 탓,새로운 얼굴을 만날 때마다 낯가림과 어색함을 겪음은 사람이 어린 탓일 게다. 그래도 모든 것을 내탓으로만 돌리려니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어 변명의 여지를 찾아보련다.요즘은 98학번도 99학번으로부터 세대차를 느낀다는데 386세대에도 못 끼는 ‘전설의 학번’인 나로서야 세대차를 논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긴 하지만 말이다. 학생들은 영상언어의 재미와 감각을 몸으로 느끼며 즐기는데 나는 여전히책의 재미를 모르고서는 지성인이라 할수 없다고 우긴다.학생들은 만화가 주는 무한대의 상상력에 열광하면서 만화의 예술성을 주장하고 있는데,나는 여전히 만화는 불량학생들의 전유물일 거라 믿고 싶어한다.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언어와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고,밸런타인 축제도 모자라 화이트 데이,블랙 데이,로즈 데이,실버 데이…등 끊임없이 축제를 만들어가며 젊음을 발산하고 있는데,나는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상품화하는 자본의 논리를 간파하여 물질의 노예가 돼서는 안된다는 진부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가하면 취업에 목매달고 있는 학생들의 초조한 눈빛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대학이 이미 취업준비실로 전락한 지 오래인 현실에서 순수학문의 위기를 우려하는 대학교수들의 모습이 너무 낭만적으로 비치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학생들 이야기인즉,요즘은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니 과제를 조금만 내달란다.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기에 시간이 없을까 내심 대견해했었는데,알고 보니 취직시험 준비가 ‘진짜 공부’고 학교 강의는 그저 졸업장 따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구색 갖추기라는 걸 알고는 정말 기분이 씁쓸했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신문과 방송매체에서는 대학도 구조조정의 무풍지대가아님을 공언하고 있다.이제는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하며 무엇보다 학생 고객을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는 소리가 드높다.구구절절 옳은 소리다.그 와중에 교수들이야말로 지금까지 가장 편안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소리가 들리니,학생들 눈에 비치는 이 시대 교수의모습이 얼마나 한심할 것인지,생각만해도 식은땀이 난다. 강의실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정작 학생들이 향유하는문화의 한 자락도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대학강의가 그들의 삶에 별다른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어찌 개강이 공포스럽지 않을수 있으리요. 한데 정말 공포스러운 것은,세대차를 느끼며 당혹해하는 것은 항상 기성세대의 몫일 뿐,정작 학생들은 세대차조차 느끼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래저래 ‘개공파’ 회원수가 늘어만 갈 것 같다. 성인희 이화여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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