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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도 편들어야 되니… 자본주의, 너 도대체 뭐니?

    성매매도 편들어야 되니… 자본주의, 너 도대체 뭐니?

    “저와 함께 쓸 수 있는 방이 있습니다. 침대는 한 개이고 내 거예요. 산수를 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요?”미국 온라인 벼룩시장인 크레이그리스트에 한 남성이 올린 광고다. 월세 임차인을 찾는 이 광고는 인간의 몸이 지불 수단으로 치환되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으로도 해석된다. ●‘슈거’라는 이름의 성매매… 경제적 이성 찾아야 피터 플레밍 런던대 교수는 신간 ‘슈거 대디 자본주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설명한다. 책 제목의 ‘슈거 대디’는 ‘슈거대디닷컴’이라는 데이트 주선 사이트에서 따왔다. 부유한 중년 남성이 생활비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젊은 여성인 ‘슈거 베이비’를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크레이그리스트의 광고와 마찬가지로 그럴듯한 수식어로 성매매를 포장한다. 저자는 지금 자본주의에서 민간 영역이 공공 영역까지 팽창하면서 ‘금전을 매개로 한 결합’이 경제를 지배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동의 기준, 법적인 노동자 보호 장치들이 사실상 이 새로운 경제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최근 플랫폼 노동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됐다. 런던 배달 노동자가 정해진 노동 시간이 명시되지 않은 계약인 ‘제로 아워’ 형태로 일하다 사망한 2018년 사건을 예로 든다. 대체 인력을 찾지 않으면 회사가 매일 150파운드(약 22만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당뇨가 있는 그는 일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워 병원조차 가지 못하다 스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경제적 이성’을 다시 획득하는 일이다. 저자는 “이런 종류의 경제학을 역사의 쓰레받기에 버리고 덜 추잡한 이론과 모델을 개발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자본주의의 호혜성, 윤리 위에 다시 세우자 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교수의 신간 ‘자본주의의 미래’는 앞선 책이 주장한 ‘덜 추잡한 이론과 모델’의 사례로 ‘윤리적인 자본주의’를 내세운다. 그는 합리적 인간에 호소하면서 실패한 자본주의를 호혜성의 윤리 위에 다시 세워야 한다고 제시한다. 저자는 대학교수이자 IMF 자문, 기사 작위 수여 등 성공 가도를 달린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사촌의 삶을 비교하면서 양극화를 우려한다. 영화 ‘풀 몬티’(1998)에서 묘사했듯, 그의 고향인 셰필드는 철강산업 붕괴로 망가진 도시다. 여기에 사는 사촌은 열네 살 때 부친을 잃고 미혼모가 됐다. 저자는 가족은 물론 도시, 그리고 국가 간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 경고한다. 그는 정치로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데올로기만 내세우는 좌파, 인기에 호소하는 대중영합주의 정치가는 선전 구호만 반복하며 공허한 공수표만 날린다. 국가가 나서서 자본주의의 윤리적 토대를 설계하고, 나아가 육아 보조와 실업급여 제공, 고용 및 은퇴 안정성 보장, 대도시 과세, 기업 신뢰 회복 방안, 빈국과 부국 간 재분배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간에는 현재 경제학이 내세우는 ‘합리적인 인간’, 즉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무를 느끼며, 경제적인 이득보다 사람들 사이의 존중을 통해서 효용을 얻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결국 두 책의 지향점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자본주의가 인간성을 회복해야 우리가 모두 인간답게 살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까맣게 변한 피부 못 알아봐 미안해” ‘학대 사망’ 16개월 아기 위탁모 회한

    “까맣게 변한 피부 못 알아봐 미안해” ‘학대 사망’ 16개월 아기 위탁모 회한

    “입양가정에 갈 때까지 너무 밝은 아이였고,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을 만큼 건강했어요. 피부도 하얬고요. 그 예쁜 아이가 학대로 죽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16일 오후 서울 양천경찰서 앞. 지난달 13일 30대 입양 부모의 학대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돌봤던 위탁모 신모(61)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10년 넘게 20명 넘는 아이들을 위탁해 키운 신씨지만 이런 비극은 처음이다. 그는 태어난 지 8일밖에 안 된 정인이를 받아 지난 1월 아이를 입양 가정에 보낼 때까지 약 7개월간 돌봤다. 신씨는 “입양 부모가 ‘아이를 데려가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젊은 부부였고 이미 키우는 딸이 있어서 정인이가 입양되면 언니가 생기니까 잘됐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신씨가 정인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7월 말이었다. 입양모인 정모씨가 피해 아동을 데리고 왔는데 “아이 이마에 까맣게 멍이 들어 있었다”고 신씨는 기억했다. 신씨는 “아이 엄마한테 ‘원래 아이 피부가 하는데 지금은 많이 까매졌네요’라고 했더니 아이 엄마가 ‘밖에 많이 데리고 다녀서 그렇다’고 했다”면서 “아이 이마에 있던 그 멍을 학대 흔적이라고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피해 아동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3일 피해 아동의 사인이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라는 최종 소견을 밝혔다. 입양모 정씨는 지난 11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입양부인 안모씨도 현재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신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3차례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있었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협회 측은 “경찰이 지난 5월, 6월, 9월 세 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했다”면서 “피해 아동의 몸에 분명한 상흔이 있었음에도 입양부모 말만 듣고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또 “어린이집 원장, 소아과 의사 등 전문가의 연이은 신고가 있었음에도 가해자 말만 듣고 사건을 종결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면서 “공범 또는 방임자의 역할을 한 입양부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재발 방치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는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고 아이한테서 학대로 의심되는 멍과 상흔이 발견되거나 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의사 소견이 있으면 아동을 무조건 보호자와 즉시 분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학대 판단이 모호한 경우라도 부모와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힐러리? 부티지지? 유엔대사에 쏠리는 눈

    힐러리? 부티지지? 유엔대사에 쏠리는 눈

    바이든 국제공조 강조에 유엔대사 관심 WP “직위 상징성에 힐러리 후보 거론”수전 라이스 “힐러리에 대한 모욕이다”젊은피 부티지지 및 전직외교관리도 거론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26일 추수감사절 무렵에 내각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각료 외에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유엔대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를 뒤바꿔 동맹을 중시하겠다는 기조를 세운 바이든 행정부에게 국제공조의 상징적인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유엔대사 후보에 들어있다며 “그 자체가 국제공조를 의미하는 유엔의 지위를 높이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역할을 키우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과 같은 거물이 유엔대사로 간다면 미국의 동맹관리에 큰 힘이 될 거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장관 등 주요직 명단에 오르내리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건 우스꽝스럽고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모욕이다. 멈춰달라”고 트위터에 썼다.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던 인물을 유엔대사로 거론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읽힌다.또다른 후보는 피터 부티지지(38) 전 사우스벤드시장이다. 그가 이번 대선의 민주당 경선에서 젊은 돌풍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진보의 미래를 위해 그의 성장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부티지지의 정치적 배경은 보수세가 강한 인디애나주다. 주지사를 통해 무게를 키우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부티지지도 유엔대사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악시오스는 줄리 스미스 전 부통령 국가안보부보좌관,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 민주당 소속 테드 더치 플로리다 하원의원 등도 유엔대사직을 놓고 겨룰 경쟁자로 분류했다. 포린폴리시는 여기에 니콜라스 번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도 후보군에 넣었다. 오랜 기간 워싱턴 정가에서 부통령과 의원을 경험한 바이든 당선인 곁에는 유능한 외교 분야 측근들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선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8회 2사 5득점 ‘빅이닝’ 터졌다… kt 가을 첫 승

    8회 2사 5득점 ‘빅이닝’ 터졌다… kt 가을 첫 승

    젊은선수 홀수·노장 짝수 타순 ‘신구조화’1·2차전과 달리 11안타… 벼랑끝서 살아나선발등판 쿠에바스 8이닝 1실점 ‘완벽투’이강철 감독 “쿠에바스의 인생투” 극찬 두산, PS 최다 9연승 타이기록 도전 실패오재원·김재환 홈런에도 경기 못 뒤집어프로야구 kt 위즈는 신구 조화를 보여 주는 팀이다. 최근 여러 구단에서 베테랑 정리 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kt는 유한준, 박경수 등 베테랑이 주전으로서 팀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형님의 그늘 아래 강백호, 심우준 등 젊은 선수가 무럭무럭 성장해 팀의 중심이 됐다. kt가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kt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0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3차전에서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8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와 8회 초 5점을 낸 타선의 집중력에 힘입어 5-2로 승리했다. 2015년 1군에 합류한 kt는 이날 역사적인 포스트시즌(PS)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1, 2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린 kt를 살린 것은 역시 신구 조화였다. kt는 이날 조용호(31), 황재균(33), 멜 로하스 주니어(30), 유한준(39), 강백호(21), 박경수(36), 배정대(25), 장성우(30), 심우준(25)으로 타순을 짰다. 홀수 타순이 짝수 타순보다 어린 배치다. 2차전 패배 후 “타순을 잘못 짠 내 잘못”이라며 자책했던 이강철 감독이 고민 끝에 “연결되는 부분을 고려해 중간 중간 베테랑을 끼워 넣었다”고 설명한 타순이었다.형님과 아우가 어우러진 타선은 1차전 2점, 2차전 1점으로 답답했던 모습과 완전 딴판이었다. kt는 2차전에서 8안타를 치고도 1점에 그쳤지만 이날은 11안타로 5점을 냈다. 이 감독은 경기 뒤 “나쁘지 않은 타순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9일 PO 1차전에서 불펜 등판해 3분의2이닝 동안 1피안타 1사구 2실점으로 부진했던 쿠에바스는 이날 103구를 던지며 최고 시속 148㎞의 투심을 비롯해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을 적절히 섞어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의 인생투”라며 극찬했다.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에게 고전하던 kt 타선은 8회 2사 후 황재균의 볼넷과 로하스의 안타로 만든 1, 3루의 기회에서 유한준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었다. kt는 또 강백호의 고의4구와 박경수의 볼넷으로 이어진 만루에서 배정대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행운의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4-0으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두산은 8회 오재원, 9회 김재환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했지만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부터 올해 PO 2차전까지 PS 8연승을 달린 두산은 해태 타이거즈가 1987~1988년 세운 PS 최다 연승 타이 기록 도전에 실패했다. kt와 두산은 13일 4차전 선발 투수로 배제성과 유희관을 각각 예고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역대 가장 센 부통령… 벌써 4년 뒤 대권 주자로 떴다

    역대 가장 센 부통령… 벌써 4년 뒤 대권 주자로 떴다

    흑인 여성 주 검찰총장 등 유리천장 깨TV토론 등 거치며 ‘여자 오바마’로 주목“바이든 이어 美 변화 이끌 젊은피” 평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56) 연방 상원의원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여성 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단숨에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그의 어머니는 인도 출신으로 첫 아시아계 부통령이기도 하다. 대통령 당선인보다 스무 살 이상 젊은 부통령인 해리스는 백악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부통령의 역할과 위상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해리스는 1964년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인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와 타밀족 출신의 인도계 어머니 시아말라 고팔란 해리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어머니는 유방암 전문 과학자다. 그는 엘리트 부모를 둔 덕에 백인 위주의 ‘화이트 커뮤니티’ 속에서 자랐으나 흑인 명문대 하워드대에서 정치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해리스의 인종적 정체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고,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을 지냈다. 흑인 여성이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이 된 것도 그가 처음이다. 2016년 연방 상원의원으로 의회에 진출한 해리스는 대법원 인사청문회 등에서 송곳 질문을 하며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첫 TV토론에서 빼어난 토론 능력과 카리스마를 선보여 ‘여자 오바마’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경선에서 하차하고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흑인’과 ‘아시안’의 혈통을 물려받은 ‘여성’이란 상징성 등에 힘입어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인종차별 해소 요구에 부응할 ‘적임자’란 평가를 받으며 부통령 후보로 낙점됐다. 미국에서 여성이 부통령 후보에 오른 적은 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민주당은 1982년 제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을, 공화당은 2008년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각각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대선 국면에서 해리스는 바이든 후보 못지않게 주목받았다. 부통령이 ‘2인자’로 비쳐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던 것과 사뭇 달랐다.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전환기 지도자라면, 해리스는 미국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차기 지도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쓸 후보로 평가된다. 최고령 대통령이 될 바이든 후보가 이미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그가 물러나게 되면 젊은 해리스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그의 남편인 연예 전문 변호사 더글러스 엠호프는 미국 역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이 됐다. 미국에선 부통령의 부인을 ‘세컨드 레이디’라고 부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공산당 브레인’ 바꾼 시진핑… 장기집권 구축 나선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달 26~29일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열어 미래 성장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이번 전회에서 ‘공산당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최고책임자)을 18년 만에 바꿔 관심을 모은다. ‘현대판 제갈량’이라는 별명을 가진 왕후닝(65) 정치국 상무위원이 2002년부터 맡아 온 자리다. 2022년 시작될 ‘3기 시진핑 체제’를 구축하고자 세대교체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열린 5중전회 결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장진취안(61) 당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이 차기 주임으로 소개됐다. 중앙정책연구실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의 발전 전략을 연구한다. 상하이 푸단대 교수였던 왕후닝이 1995년 연구실에 합류한 뒤로 중국의 핵심 통치 이념도 생산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특색 사회주의사상’이 대표적이다.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은 2002년부터 왕후닝이 맡아 왔다.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그가 이번 전회에서 핵심 역할 가운데 하나를 후임에게 넘겼다.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염두에 두고 ‘젊은 피’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가 202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것이라면 굳이 이 시기에 요직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 장 신임 주임은 왕 상무위원과 달리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후베이성 우한의 화중과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82년 공직에 입문했다. 후베이성 조직부 부처장, 당 중앙정책연구실 국장, 중앙기율위원회 감찰조장 등을 거쳤다. 장 주임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염두에 둔 듯 “시 총서기가 인도하고 키를 잡아야 중국특색 사회주의라는 배가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면서 멀리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대규모 정치행사가 열리면 전 세계는 경제 성장률 목표치에 관심을 두지만 내부에서는 고위급 인사 발표에 열을 올린다. 다만 이번 5중전회에서는 공식 인사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어 이를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내년에도 함께하고 싶다” 터커가 꿈꾸는 KIA의 미래

    “내년에도 함께하고 싶다” 터커가 꿈꾸는 KIA의 미래

    프레스턴 터커가 내년 시즌에도 KIA 타이거즈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KIA는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10-4로 승리했다. 실낱같은 5강 진출의 끈이 이어졌고 한화는 최하위를 확정했다. 이날 KIA는 선발 드루 가뇽이 6.2이닝 7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11승을 거뒀고 타자들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다. 터커는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터커는 “선수들 스스로 남은 경기가 중요한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승리하기 위해 모두가 집중했다”며 “벼랑 끝에 있는데 매 경기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터커는 이날 맹타로 0.302의 타율을 기록하며 3할 타자가 됐다. 그러나 터커에겐 개인 기록보다 팀이 우선이었다. 터커는 “개인 기록은 특별히 신경 쓰고 있지 않고 득점이나 타점은 다른 선수들에게 달린 일”이라며 “주자를 불러들이는 일이나 주자 없으면 출루하는 내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와 재계약에 성공한 터커는 이번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보이며 재계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30홈런으로 홈런이 부쩍 늘어난 점이 돋보인다. 터커는 “시즌이 끝나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KIA에서 뛰는 게 좋았고 다시 일하고 싶다”며 “윌리엄스 감독과 함께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년에도 함께하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재계약을 희망하는 터커가 보는 KIA의 내년은 긍정적이다. 터커는 “작년에 들어왔을 땐 팀이 어떤지 자세히 몰랐다”며 “이번 시즌엔 좀 더 편하게 선수들과 즐거웠다.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발전 요소가 많다”고 전망했다. 이번 시즌 3할 타율과 30홈런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는 타자는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과 터커 뿐이다. 터커가 리그에서 손꼽는 타자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만큼 KIA로서도 터커와의 재계약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곁에 두고도 찾지 못한… 이 가을 더 쓸쓸한 ‘민주화의 기억’

    곁에 두고도 찾지 못한… 이 가을 더 쓸쓸한 ‘민주화의 기억’

    4·19민주묘지를 찾은 건 지난 3일 아침이다. 추석 연휴의 중간이자 개천절이기도 하다. 대학에 다니는 딸아이가 아침 식탁에서 불쑥 4·19가 뭐냐고 물었다. 순간 많이 당황했다. 4·19라? 그러고 보니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국사 교과서나 언론에서 배운 게 전부다. 4·19는 내가 태어나기 전 일이다. 나도 경험하지 못한 4·19를 지금의 딸아이 세대에게 얘기하려 하니 말문이 막힌다. 내가 4·19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것은 시인 김광규의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한몫했다. 누구나 한 번쯤 읊조렸던 기억이 있겠다. 4·19에 대한 시대적 상실감, 좌절감,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회한이 담겨 있다. 혁명은 치열했지만 무척 짧았다. 시는 한마디로 절망의 노래다. 4·19를 연상케 하는 최고의 시로 꼽힌다. 실제로 시인은 서울대 문리대 1학년 당시 4·19 시위에 참가했다. 이 시를 가만히 읽노라면 198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매캐한 최루가스 속에서 깨진 보도블록을 던지던 스물 몇 살의 청춘들이 떠오른다. 그 속의 젊은 나도 보인다. 80년 민주항쟁은 4·19가 일어난 지 20년 뒤 나의 세대의 일이다. 중장년 세대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2020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19번째 여정은 ‘4·19민주묘지’였다. 코로나19로 한반도 전체가 신음하고 있지만 그래도 하늘은 더없이 높고 햇살은 투명했다. 코로나 덕분에 좋아진 가을 하늘은 명징한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연주를 닮았다. 서울 북단에 위치한 4·19민주묘지는 굳게 닫혀 있었다. 말은 코로나 방역이지만 보수단체의 집회 금지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치졸한 조치라고 누군가 비판한다. 넓은 묘지에는 평소에도 찾는 이가 없는데 폐쇄한 것은 혹시 반민주적인 행태가 아닐까?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뿌린 4·19묘역이 반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망연자실해진다. 헛걸음친 것이다. 4·19묘지는 한 시절 학교 다닐 때 몇 번 들락거렸다. 젊은 날 마라톤으로 4·19묘지를 찾았던 기억도 있다. 순례객 저마다 이곳을 찾은 사연이 있을 법하다. 결국 참가자들은 굳게 닫힌 공원 입구에 있는 커다란 돌덩이 기념조각물 앞에서 해설자의 얘기를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4·19를 피상적인 역사적 사실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뿐 정작 그 시절의 상황은 체감하고 있지 못한다. 그래서 그럴까? 거리의 소음 속에 목청을 높이는 해설자의 열띤 얘기가 가을 하늘로만 울려 퍼질 뿐 순례객들의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 굳게 닫힌 철문, 담을 넘고 들어가 볼 수도 없고 참가자들은 아쉬움 속에 인근 솔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우이동 솔밭공원은 서울의 북단 강북구 우이동에 있다. 자생하는 소나무 숲을 구청에서 사들여 조성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소나무 군락지로는 유일한 곳이다. 100년생 소나무 1000여 그루가 위용을 자랑한다. ‘우이’(牛耳)라는 이름은 삼각산의 봉우리가 마치 소의 귀처럼 생긴 것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우이동은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을 따라 마을이 이어졌는데 육당 최남선이 만년을 지낸 고택(소원)도 이곳에 있었고 신라 말기 도선 대사가 창건했다는 도선사도 지근거리에 있다. 우이동 솔밭의 매력은 수많은 낙락장송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3만 4955㎡쯤 된다. 원래는 사유지였다. 부동산 붐이 이곳까지 이어져 아파트 부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숲을 보고 주민들이 보존 운동을 벌였다.결국 1997년 지자체가 매입해 2004년에 공원으로 개장했다. 야산에서 봐오던 거대한 소나무 군락이 주택가 한복판에 느닷없이 형성돼 있어 처음 본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그러나 솔밭공원은 ‘키치문화’의 결정판이다. 근심 없이 자란 소나무 군락까지는 입이 딱 벌어지지만 딱 그뿐이다. 갖가지 편의시설과 군데군데 넘치는 운동기구, 꽃과 나무 이름을 알리는 표지석까지 공원은 복잡하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로 산만하다. 게다가 울룩불룩 자갈을 깔아 지압길을 만들었고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설까지 있다. 그저 나무벤치 몇 개만 눈에 띄지 않게 두었으면 좋으련만 100년 거대한 소나무를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솔밭공원 건너쪽에는 우이천이 흐른다.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개천 바닥 모래가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여기저기 동네 주민들이 맨발로 우이천 모랫바닥을 걷고 있다. 솔밭 앞에 시냇물이 흐르는 격이다. 존 바에즈의 ‘더 리버 인 더 파인’(the river in the pine)을 떠올리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이천을 나란히 하며 덕성여자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대학이다. 서울 도심 종로구 운니동에 있던 캠퍼스가 1970년대 후반 이쪽으로 이전했다고 한다.캠퍼스에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이던 김수근의 작품이 여럿 위치한다. 그러나 캠퍼스는 폐쇄됐다. 역시 코로다19다. 캠퍼스에는 빨간 벽돌집이 유난히 많다. 낮은 담장 너머로 김수근이 설계한 몇몇 건물을 스쳐 지나가며 본다. 높은 고층 콘크리트 건물은 없다. 모두가 높지 않은 붉은 벽돌이다. 1972년 설계된 자연과학대학 역시 붉은 벽돌집이다. 건물 앞 광장은 비엔나 숲으로 명명됐다. 단풍나무 묘목원의 유래를 훼손하지 않고 숲으로 남겨 놓은 건축가의 배려가 돋보이는 장소다.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도 여러 드라마와 광고 배경으로 인해 단번에 익숙하다.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된 중앙도서관도 1984년 설계작이다. 에코 캠퍼스의 결정판이다. 이 건물들은 김수근의 캠퍼스 시리즈로 10여년에 걸친 시차를 잘 보여 준다. 1979년 건축협회상을 수상하고 2013년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교문 바깥에서 훔쳐본 안쪽 캠퍼스에는 잔디가 노랗게 익어 간다.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 문득 떠오른다. 무정한 세월 속에 그 짧았던 젊음도 갔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진다. 인적이 없는 텅 빈 캠퍼스에 가을 햇살이 나른하게 쏟아진다.서울의 끝자락에 위치한 강북구 우이동, 도봉구 쌍문동 일대는 사연이 많은 동네다. 비운의 왕 연산군의 묘소도 있다. 벽초 홍명희, 김수영, 송진우, 김병로, 정인보, 함석헌 등 근현대사의 굵직한 인물들이 이곳에서 똬리를 틀고 살았거나 한동안 머물렀다. 4·19를 얘기할 때 늘 언급되는 김수영의 시비도 인근 도봉산 국립공원에 있다. 역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도봉구는 2017년 문학예술교육특구로 지정됐는데 서울미래유산 9곳과 문화역사 관광벨트가 한몫했다. 연전에 화제가 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도 이 일대가 무대다. 그만큼 도시물을 덜 먹었다는 의미가 된다. 아담한 빨간 벽돌 주택과 소나무가 뻗어 자라는 담장 낮은 집들이 눈에 띈다. 80년대 풍경이다.사실 서울에 살면서도 이곳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은 강남에 비해 홀대받고 있지만, 한때는 서울의 관문격으로 당대의 인물들이 이곳에 자리했던 요지다. 간송 전형필도 일제강점기 이곳에서 살았다. 근대 전통 가옥인 간송 옛집에는 일제강점기 때 민족문화유산의 수호자였던 간송의 자취가 잘 남아 있다. 100년이 된 전통 한옥으로 건축적 가치도 커서 문화재로 지정됐다. 도봉구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에 걸쳐 보수 공사를 완료했으며, 2015년 9월 11일 개관식을 한 뒤 일반에 공개돼 운영되고 있다. 4·19묘지를 시작으로 우이동, 쌍문동을 찾는 나의 발길은 다시 솔밭공원을 끝으로 끝났다. 솔밭 구석에 조그만 화강암 노래비가 서 있다. 인근에 살았던 윤극영의 동요 ‘반달’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얼마 만의 동요인가. 온 나라가 미친 듯이 트로트 열풍에 빠져 있는 가운데 동요 한 자락을 발견했다. 득템이다. 사실 한국의 대중가요는 미학적으로 파산한 지 오래다. 어린아이까지 나와 ‘이 풍진 세상을…’을 부르는 지금의 세태에 동요는 설 곳이 없다. 동요가 아이들에게까지 버림받는 천박한 세상이 2020년 한국이다. 반달 노래비를 뒤로하고 가만히 걷는다. 아득한 초딩 시절 불렀던 노래가 오늘 서서히 천둥처럼 가슴을 때린다.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가을이 깊어 간다. 길가 핏빛 칸나가 시든 줄기에 매달려 ‘초추의 양광’에 젖어 있다. 이제 가을은 점차 깊어 가고 사람들은 더욱 외로워질 것이다. 나도 반달처럼 길을 찾아야겠다. 글 김동률 서강대 교수 해설 박정아 서울도시문화지도사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다음 일정제20회 영등포의 추억 ●출발 일시 10월 10일(토) 오전 10시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상금 15억’ 제네시스 챔피언십 8일 개막

    ‘상금 15억’ 제네시스 챔피언십 8일 개막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한국프로골프(KPGA) ‘2020 제네시스 챔피언십’(포스터)이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인천 연수구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에서 개최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회는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국내 남자 골프 활성화를 위해 제네시스가 2017년부터 개최해 온 대회로 최장, 고난도 코스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에선 120명의 선수가 국내 최고 상금인 총 15억원(우승상금 3억원)과 제네시스 GV80, ‘2021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2020 더 CJ컵’ 출전권 등을 놓고 승부를 겨룬다. 2019 제네시스 포인트 대상 문경준, 2019 제네시스 상금왕 이수민, PGA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쥔 양용은 등 KPGA 선수들과 젊은 피 김한별, 김성현, 김민규 등이 대거 참가한다. 8번홀, 13번홀, 17번홀에서 홀인원을 한 선수에게는 각각 제네시스 G70, G80, GV80이 부상으로 제공된다. 제네시스는 대회 전야제 대신 미슐랭 스타 셰프가 만든 친환경·보양 콘셉트의 도시락을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비대면 갤러리를 위해 매 라운드를 6시간씩 생중계하는 것을 비롯해 18개 홀을 모두 중계할 계획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월드피플+] 알바로 한푼 두푼…부모 도움 없이 내집 마련한 19세 여성

    [월드피플+] 알바로 한푼 두푼…부모 도움 없이 내집 마련한 19세 여성

    집값 폭등으로 몸살을 앓는 호주에서 19살밖에 안 된 여성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17일(현지시간) 호주 데일리메일은 어릴 적부터 아르바이트하며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생애 첫 주택 마련에 성공한 메디슨 피커링(19)의 사연을 소개했다. 피커링이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품은 건 겨우 11살 때였다. 언젠가 본인 명의로 집을 사고야 말겠다며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조금씩 모으던 그는 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인 14살에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1년 조기 졸업하고 대학에도 붙었지만 집을 사기 위해 곧바로 취업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출 없이는 집을 살 수 없었다. 호주 집값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50% 폭등했다. 같은 기간 임금 인상률은 50%에 그쳤다. 피커링도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자기자본이 부족해 단칼에 거절당했다. 돈을 더 모아야 했다.아끼고 또 아껴 쓰며 저축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14살 때부터 피땀 흘려 번 돈은 총 3만 호주달러(약 2550만 원). 그 돈을 들고 두 번째로 대출을 시도했을 때, 피커링은 30만 호주달러(약 2억5485만 원)짜리 주택나대지 매입을 제안받았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피커링은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남쪽으로 50㎞ 떨어진 택지개발지구에 새집을 짓고 있다. 매주 어머니와 함께 건설 현장을 찾아 건축 상황을 점검 중이다. 그는 어떻게 19살에 내집마련 꿈 이뤘나 현지 부동산 전문가와 은행 관계자는 19살 나이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건 매우 드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택지개발지구 관계자는 “여성의 나이를 고려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억제와 부동산 버블로 집을 사기 어려워지면서 현재 호주의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절반은 부모 도움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 있다. 피커링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데는 젊은 무주택자를 위한 정부의 대출 보증이 한몫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해 5월 총선 막바지에 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재정보증을 서겠다는 깜짝 공약을 내놨다.이에 따라 올해부터 호주 첫 주택 구매자들은 구매가 5% 정도의 자기자본만 있으면 은행 대출을 받아 주택 구매가 가능해졌다. 단 1년에 최대 1만 명까지 선착순으로 혜택을 볼 수 있으며, 보증 한도도 도시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 여기에 더해 피커링은 생애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퀸즐랜드 주 정부의 1만5000 호주달러(약 1275만 원) 보조금과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연방 정부가 내놓은 2만5000 호주달러(약 2125만 원) 건축장려금 혜택도 봤다. 피커링은 “부모님은 돈 한 푼 보태주시지 않았다”면서 “내 경우에는 자력으로 주택 구매가 5% 이상을 모았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많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담보대출이 오히려 집값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아 악순환만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지난 8월 시드니대학교 캐머런 머레이 연구원은 관련 연구보고서에서 “1950~1960년대에는 담보 대출이 투자를 촉진하고 주택 소유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집값 폭등이라는 부작용만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주 외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세금 인상과 양도소득세 할인 폐지 등을 제안했다. 지난 30년간 호주 집값은 연평균 7%씩 상승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7.2%, 최근 10년 동안은 5%를 약간 웃도는 집값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태국 왕정 개혁 성명 낭독한 여대생 파누사야 “저도 두려워요. 하지만”

    태국 왕정 개혁 성명 낭독한 여대생 파누사야 “저도 두려워요. 하지만”

    “제 안에도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어요.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이냐는 묵직한 두려움이지요.” 태국 지성의 요람으로 통하는 탐마삿 대학에 다니는 파누사야 시티와지라바타나쿨(21)은 지난달 방콕에서 왕정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 연단에 올라 10가지 항목의 성명을 낭독하기까지 조마조마했다. 국왕을 비난하거나 왕정을 비판하는 사람은 국왕 모독죄로 징역 15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태국에서 몇천 명의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왕정 개혁을 촉구하고 손가락 셋을 펼쳐 보이는 왕정 비판 퍼포먼스를 거리낌없이 하는 모습에 전 세계가 놀라워 했다. 정작 태국 사람들은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나라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왕정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가정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파누사야는 그 얼마 뒤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제 삶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안다”고 했다. 연단에 오르기 몇 시간 전에야 왕실이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기관에 권한을 넘겨야 하고, 왕실 예산을 줄여야 하며, 정치에 개입하면 안된다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받아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이 내게 넘기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당시 모두가 내용이 너무 세다고 생각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난 그걸 모두에게 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동료 학생들과 손을 잡은 채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옳은 일을 하고 있느냐고 큰 소리로 물어봤다. 답은 그렇다는 것이었다. 연단에 올라가기 전 담배 한 모금 피우자 머릿속의 모든 것이 하얗게 지워졌다.” 연단에서 그녀는 “모든 인간에게 붉은 피가 흐른다.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 세상 누구도 푸른 피를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다른 이보다 조금 운 좋게 태어날 수 있지만 더 귀하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로 시작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상아탑에서는 정말 해야 할 말을 했다고 반긴 반면 왕실 소유 매체들은 일제히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국민 중에도 반감을 드러낸 이가 상당했다. 일간지 칼럼을 통해 그녀가 공화파의 뒷조종을 받아 철모르는 소리를 떠들었다고 비난하는 이가 있었다. 군부 실권자 아피랏 콩솜퐁 장군은 시위대가 “조국을 증오하는 이들”이며 조국을 미워하는 일은 “일종의 질병으로 치유될 수 없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파누사야는 어릴 적 일을 떠올리며 태국인들의 일상에 왕실이 어떤 위상을 갖고 있었는지 잘 기억한다고 했다. 후텁지근한 어느날, 관리가 국왕 행렬이 지나간다며 가족들에게 집 밖으로 나와 연도에 앉아 지켜볼 것을 요구했다. “왜 우리가 국왕 행렬이 지나가는 것을 보려고 30분이나 땡볕에 나와 있어야 하느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마리도 알 수 없었다. 해서 기다리는 군중 사이에 나가지 않았다.” 세 자매의 막내인 그녀는 일찍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며 고교 시절 짬이 나면 친구들과 정치 토론을 즐겼다. 2014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아버지는 딸에게 더 많은 것을 알아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수줍은 성격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다섯 달을 생활하며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집에 딴 사람이 돼 돌아왔다. 남들 앞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졌다.”일류 대학에 입학한 뒤 정치적 행동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아 2년 전 학생 정당인 ‘돔 레볼루션(Dome Revolution)’에 가입했다. 젊은 유권자들에 인기가 높았던 개혁파 정당 ‘미래 앞으로 당’이 지난 2월 몇몇 간부의 불법 대출 문제로 정당 해산 결정을 받아들자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플래시몹 시위를 조직한 것이 첫 활동이었다. 2016년 왕위를 승계한 마하 와지랄롱꼰 국왕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나라가 힘들어 하는데도 해외에서 요양을 하며 나랏돈을 탕진하는 것 같았고, 세계적인 음료업체 레드불 창업자의 아들은 2012년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죽게 만들고도 법의 심판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쿠데타를 용인하고 부패 세력을 감싸는 왕정에 대한 반감도 젊은이들의 시위를 불러왔다. 그러나 학생들을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6년 전 쿠데타 이후 적어도 9명의 활동가들이 해외로 몸을 피했다. 나중에 두 사람은 강둑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파누사야도 성명을 낭독한 그날 밤 이후 대학 캠퍼스와 기숙사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고 했다. 사복 차림이어도 한눈에 경찰인지 알아보겠는데 그들은 공공장소에서도 대놓고 자신의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아직 체포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당국에 투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왕 모독죄로 기소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더 심해져 징역 7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공중위생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법, 감염병 예방법 등에 의해 기소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녀 어머니는 지금도 집회에 나가지 말라고 애원한다. 성명을 낭독한 뒤 닷새 동안 모녀는 말 한 마디 섞지 않았다. 듣자니 언니들과 있을 때 울먹인다고 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접은 듯 보이지만 지금도 왕정 비판만은 삼가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파누사야는 오는 19일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감옥 갈 마음의 준비는 돼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왕정뿐만 아니라 군부, 헌법, 교육 제도 전반의 개혁을 부르짖을 작정이다. “우리가 장난 삼아 이러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도 이해한다고 본다. 진지하고 우리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 우리 의무라고 생각하고 엄마가 자랑스러워 했으면 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극동대, 코로나 시대 언택트 상담의 꽃 ‘솔리언 피어 카운슬링’ 프로그램 운영

    극동대, 코로나 시대 언택트 상담의 꽃 ‘솔리언 피어 카운슬링’ 프로그램 운영

    코로나블루가 트라우마로 자리잡지 않기 위해 심리상담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재난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해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극동대학교(총장 한상호)가 코로나 시대 재학생의 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솔리언 피어 카운슬링(Solian Peer Counseling)’ 프로그램을 운영, 호평을 얻고 있다. 솔리언 피어 카운슬링은 극동대 진로심리상담센터가 재학생의 상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 1위로 ‘또래친구’를 꼽는 응답자가 대다수임에 주목해 도입한 ‘또래상담’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7년부터 운영되어 3년간 지속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상담자로서의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선발해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한 후 또래상담을 진행하게 하고 있다. 또래상담자는 동기나 선후배인 내담자의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예비 상담자로서의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또래상담자에게는 극동 마일리지와 장학금 혜택도 제공된다. 또래상담자의 상담에 대해 진로심리상담센터 주임교수와 전임 상담원이 정기적으로 사례 연구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또래상담자 3기로 활동 중인 항공운항학과 학생은 “장기화된 코로나사태로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상담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하다”라며 “여러 학우들에게도 솔리언 피어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성경주 진로심리상담센터장은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에 우리 극동대 학생들이 예비 상담가로서 또래 내담자를 온오프라인 방식의 상담을 다양하게 진행해 봄으로써 전문성과 대인관계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창덕궁 후원 끝자락에 남은 효명의 예악정치

    창덕궁 후원 끝자락에 남은 효명의 예악정치

    창덕궁 후원 깊은 곳에 큰 살림집이 숨어 있으니 연경당이란 건물이다. 1828년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창건했는데 당시의 모습은 현존 건물과는 전혀 다르다. ‘동궐도’에 그려진 이 집은 기록에 남아 있는 유일한 왕실전용 극장식 연회장이었다. 효명은 이 집을 직접 짓고, 이곳에서 종합공연인 ‘진작례’를 총지휘했고, 본인이 손수 창작한 노래와 무용들을 선보였다.●18세 효명세자의 대리청정 조선조 23대 순조의 권력은 허약했고 인생은 외로웠다. 아버지 정조가 49세로 급서해 11세 나이로 즉위했다. 계증조모 정순왕후는 노론 일당과 함께 어린 순조를 압박했다. 조모 혜경궁의 풍산홍씨와 처가인 안동김씨 세력은 정치 혐오증을 심어 주었다. 어린 시절의 압력은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무기력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순조의 유일한 희망은 총명한 아들 효명세자(본명 이영·1809~1830)였다. 세자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정조의 환생’이라 불릴 정도로 지혜롭고 강력한 군왕의 기질을 보였다. 1827년 순조는 건강을 이유로 18세 세자에게 대리청정을 위임했다. 세자는 순조를 대신해 노론과 외척세력을 약화시키고, 50여차례 과거를 실시해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소외됐던 소론과 남인 인사를 중용했다. 자주 왕릉을 참배하면서 왕실의 권위를 높이며, 동원된 군사를 훈련시키고, 행차 시 민심을 파악했다. 정조의 화성원행을 연상케 하는 복합적인 통치술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궁중 연향을 열어 예악정치를 펼친 것이다. 연향이란 왕과 왕비에게 궁중 정재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공연 겸 연회이다. 정재란 음악과 노래와 춤을 일체화한 종합공연이었다. 가장 큰 규모의 진풍정부터 진연과 진찬, 그리고 가장 간략한 진작 등 여러 규모의 연향이 있었다. 효명은 대리청정 기간에 11회의 진찬과 진작을 열었다. 왕에게 바치는 연향에 참석한 신하들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효명은 연향 다음날 ‘익일회작’을 열어 신하들이 바치는 술잔을 받았다. 젊은 세자가 스스로 위상을 높이는 고도의 정치 행위였다. 1828년 모친 순원왕후의 4순 잔치인 ‘무자진작례’와 이듬해 순조의 4순과 등극 30년을 기념한 ‘기축진찬례’는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 무자년 진작은 2월에 창경궁 자경전에서, 6월에 연경당에서 두 차례 열었다. 수십 명의 신하들이 참석하도록 대비전인 자경전을 고쳐 사용했고, 연경당은 진작례를 위해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 비록 연경당 진작은 왕족과 외척 12명만 참석한 가족행사였으나 총 23개의 정재 악장을 시연한 대형 공연이었다. 한 악장마다 술잔과 안주를 올리는 23코스의 연향이다. 이 가운데 14종의 정재는 효명이 직접 작사와 안무를 한 창작물로 이름이 높다. 더 나아가 ‘경사스런 연회를 베푸는 집’이라는 연경당까지 본인 스스로 계획 시공해 건축가로서의 면모도 보였다.●궁중정재의 맞춤 극장 ‘연경당’ 효명의 부인 신정왕후 조씨는 헌종과 철종조를 거친 후 흥선대원군의 차남을 양자로 삼아 고종으로 즉위시켰다. 1865년 고종은 양부 효명의 흔적을 기리기 위해 연경당을 대대적으로 다시 지어 현재의 모습을 남겼다. 현존 연경당은 고급 민간 살림집 형식이지만 창건 연경당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창건 연경당은 동궐도에 전모가 그려졌고 의궤에 자세한 이용기록이 남았다. 몸채는 남쪽으로 터진 ㄷ자 모양의 집이고 안마당에는 박석을 깔았다. 전면 담장은 붉은색을 칠한 판장(널판담)이었다. 이처럼 개방적이고 가변적인 건물은 보안과 위용을 중시하는 궁궐에서 보기 어려운 형식이다. 이 집은 한마디로 공연장이었다. ㄷ자 몸채의 안마당에서 무희들이 춤을 추었고 남쪽 판장 안쪽에 악단이 자리잡았다. 몸채 가운데 대청은 왕과 왕비의 전용 객석이다. 연경당 동편에 넓은 마당이 있고 남북으로 두 건물이 놓였다. 이곳은 공연자들이 연습하고 대기하던 리허설장이다. 총감독 효명세자 부부는 객석과 무대 사이에 자리잡았다. 초대된 남자 손님은 효명의 외조부인 김조순을 비롯해 4명, 여자 손님은 고모 숙선옹주 등 4명이었다. 남자들은 ㄷ자 몸채의 동편 날개에서, 여자는 서편 날개에서 공연을 감상했다. 무대인 마당은 객석인 건물보다 몇 단이 낮다. 이동식 바닥인 보계를 깔아 무대를 높였고, 무대 위에 유둔차일을 설치했다. 광목에 기름을 먹인 유둔차일은 햇빛과 비를 막기도 하지만, 밤 공연 때 조명을 달고 음향을 모으는 보조 장치였다. 이처럼 완벽한 공연시설은 연경당 외에 발견되지 않는다. 효명 사후에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고 건물도 퇴락해 잊혀져 갔다. 고종이 중건한 연경당은 왕실의 피난처나 외국 사신들의 연회장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효명의 연경당은 조선조의 유일한 전용극장이었다.그의 롤모델인 정조는 창덕궁 후원 주합루 일대에 규장각을 설치해 개혁 정치의 대계를 구상했다. 효명은 주합루 뒤편 언덕 너머 애련지 일대를 예악정치의 근거지로 삼았다. 애련지 서쪽에 연경당을 지었고, 남쪽에 개인용 서재를 지었다. 현재 ‘기오헌’으로 남은 이 작은 건물은 원래 의두합이었고, 바로 옆에 운경거라는 더 작은 집이 있다. 의두합은 4칸, 운경거는 1.5칸으로 궐내 최소이며 단청도 없는 소박한 집이다. 겉모습이나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했던 효명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낸 집이다.●예술 군주 효명세자의 못 이룬 꿈 효명이 정무활동을 한 공적 공간은 동궁인 중희당 일대였다. 세자의 정전인 중희당 서쪽으로 세자 전용학교인 시강원이, 동쪽으로 전용 도서관이 연결돼 있었다. 중희당 앞마당에는 측우기와 풍기대, 혼천의 등을 설치해 과학적 관심을 과시했다. 중희당은 없어져 현재 후원 입구의 큰길이 됐으나 시강원은 성정각으로, 도서관은 삼삼와와 칠분서로 일부가 남아 있다. 중희당 뒤편에 세자의 침전인 영연합이, 그 서쪽으로 수방재라는 특이한 건물이 있었다. 양쪽 벽을 벽돌로 쌓은 청나라풍의 건물이었다. 이는 북학과 외래문화에 개방적이었던 효명이 특별히 지은 건물일 것이다. 이 모든 건물들은 ‘동궐도’에 정확하게 묘사돼 있다. 동궐도 추정 제작기간인 1826~1830년은 대리청정 기간과 거의 겹친다. 그림에 사용된 평행투시도법은 청나라를 거쳐 들어온 서양의 수학적 도법이다. 중희당 일대가 화면의 전면 중앙에 놓여 효명의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효명세자는 추사 김정희에게 영향받았고, 개화파들의 스승인 박규수와 친분이 깊었다. 이들은 선진 청나라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동궐도 역시 효명의 기획 아래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궁중정재 53수 가운데 효명의 창작품이 26수이다. 연경당 진작에서 시연한 ‘춘앵전’이 특히 유명하다. ‘봄날 꾀꼬리의 지저귐’이라는 뜻으로, 정재로는 드물게 두 평 남짓한 화문석 위에서 홀로 추는 독무이다. 노랫말도 아름답지만 복합적인 춤사위로 정재 중 백미로 꼽히는 작품이다. 창작 정재를 시연하기 위해 전국에서 재주 있는 기녀 85명을 뽑아 훈련을 직접 관장했다. 당시 대사헌인 박기수가 “성색의 즐거움에 방탕하기 쉽다”고 탄핵했다. 효명은 “정재의 본질도 모르는 채 비방하는 것”이라 꾸짖고 귀양을 보냈다. 춤과 연향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에 비견하기도 한다. 절대군주이며 근대 발레의 중흥자라 평가받는 루이14세는 발레 파티를 직접 기획하고 출연하기도 했다. 여섯 살에 즉위한 소년왕이 대신들의 섭정에 대항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1829년의 실록은 “40이 안 되어 원손(후일 헌종)을 얻고 대리청정으로 태평성대이니 겹경사 아닌가!”라고 순조의 기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갑자기 세자는 한 사발의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곧 21세에 요절했다. 순조는 “하루아침에 재앙이 내려 만사가 기왓장처럼 깨어졌구나. 귀신의 짓인가, 사람의 짓인가? 슬프고 또 슬프도다”라는 애끓는 장문의 조사를 남겼다. 효명은 춤과 노래를 창작하고, 이를 공연할 집을 짓고, 공연을 통해 왕권을 강화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목표는 원대했으며, 방법은 창의적이었고, 디테일은 완벽했다. 그러나 봄날 꾀꼬리가 여름에 사라진 것같이 그의 아름다운 시절은 너무나 짧았고, 이후 조선왕조는 쇠락에 쇠락을 거듭하게 됐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흰옷·꽃으로 반인권을 꼬집다… ‘스트롱맨’에 맞선 여성 연대

    흰옷·꽃으로 반인권을 꼬집다… ‘스트롱맨’에 맞선 여성 연대

    전 세계에 권위주의적 남성 지도자들이 득세하며 ‘스트롱맨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의 행태를 보다 못한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 권좌에 오른 스트롱맨들이 어김없이 증오와 배타의 리더십으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반인권적 행보를 서슴지 않자 여성들이 이에 맞서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맞서 흰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벨라루스 여성 등 남성 지도자들의 독단적 행태에 맞선 여성들의 용기를 소개한다.●벨라루스 거리 물들인 ‘흰옷의 물결’ 지난 12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흰옷을 입은 수백 명의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혼식 신부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색 옷에 아름다운 꽃을 든 여성들의 모습은 때가 얼마든 묻어도 상관없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서는 일반적인 시위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장기 집권에 항의하기 위해 나선 반정부 시위대의 일원이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다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타티아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구타와 학대를 당한 남성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더이상 폭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흰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여성 시위대들은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들에게 꽃을 나눠 주기도 했다.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대선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영어 교사 출신의 여성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꺾고 30년 장기 집권의 문을 열었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을 특히 분노하게 했던 것은 바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이었다. 그는 반체제 유명 유튜버이자 대선후보였던 남편을 대신해 출마한 티하놉스카야를 겨냥해 “아이들을 위해 저녁 요리에나 집중하라”는 등의 저질 발언을 쏟아냈고, 이는 오랜 장기 집권에 지친 여성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루카셴코의 여성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우리 헌법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투표할 만큼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등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입에 올리기 어려운 여혐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티하놉스카야의 도전과 벨라루스 여성들의 분노는 이웃 나라 여성들에게도 정치적 영감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 직후 러시아와 독일,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 인근 국가의 여성들까지도 흰옷과 흰꽃을 들고 동조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소셜미디어상에도 벨라루스 여성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 포 벨라루스’(#she4belarus)라는 해시태그가 공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대선일인 9일 이후 2주 넘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시위에서도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시위대 맨 앞에 선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민스크에서는 시위대 수만명이 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폭동진압부대와 대치했고, 남동부 고멜과 서부 도시 그로드노에서도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저항의 열기를 이어 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오피니언면을 통해 “이제 여성들이 루카셴코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면서 “여성들이 리더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조직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7월 말에는 폴란드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재선에 성공한 폴란드의 우파 포퓰리스트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재집권과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는 이른바 ‘이스탄불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협약’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폭력을 예방·퇴치하기 위해 유럽평의회가 주도해 만든 인권협약으로, 폴란드는 중도파 집권 시절 2015년 이 조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와 연대해 전통적 가족 가치를 복원하겠다는 보수적 행보를 약속한 두다 대통령은 여성 인권 문제를 2기 임기의 주요 과제로 삼는 모습이다. 즈비그뉴 지오브로 폴란드 법무장관은 이스탄불협약 탈퇴 의사를 밝히며 “페미니스트들의 창조물이자 동성애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만든 발명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2016년 두다 대통령 1기 임기 때 추진된 낙태전면금지법 시도 논란이 재연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벨라루스 여성들이 흰옷을 입고 나섰던 것처럼 4년 전 폴란드 여성들은 검은옷을 입고 당시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검은 월요일’로 불렸던 2016년 10월 3일에서 시위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결국 두다 정권은 낙태금지법 추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우파 대통령에 맞선 폴란드 여성들 두다 정권의 최근 ‘반인권 드라이브’는 유럽의 다른 우파 정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터키 에르도안 정권 역시 이스탄불협약 탈퇴를 검토하자 이달 초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터키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이스탄불은 2011년 유럽평의회가 이 지역에서 협약을 체결한 상징성을 가진 도시였다. 거리로 나선 터키 여성들은 “이스탄불협약은 우리 여성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성토했다. 터키는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사망한 사건으로 여성인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지난해 474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지난 10년 가운데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코로나19로 외출이 금지됐던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정권의 ‘탈(脫)이스탄불협약’ 움직임은 말 그대로 여성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앞서 소개한 유럽의 사례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전 세계 스트롱맨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여성들의 분노도 더욱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육아와 교육, 경제 등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등장했다며 이들을 ‘레이지맘’(분노한 엄마)이라고 소개했다. 빌 클린턴 시대 때는 ‘사커맘’(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어머니)이, 9·11 테러가 발생한 조지 부시 때는 ‘시큐리티맘’(국가 안보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진 주부)이 나왔던 것처럼 최근에는 트럼프에 분노한 ‘레이지맘’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NYT는 “전염병 대유행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본 여성 유권자나 어머니들이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여성의 시위 참여율이 남성보다 2배 더 높았다는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의 6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트머스대 역사학자 아네리제 오를렉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는 규모가 현세대에서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들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흰옷입고 거리로…‘스트롱맨’에 맞선 여성들

    흰옷입고 거리로…‘스트롱맨’에 맞선 여성들

    전 세계에 권위주의적 남성 지도자들이 득세하며 ‘스트롱맨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의 행태를 보다 못한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 권좌에 오른 스트롱맨들이 어김없이 증오와 배타의 리더십으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반인권적 행보를 서슴지 않자 여성들이 이에 맞서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맞서 흰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벨라루스 여성 등 남성 지도자들의 독단적 행태에 맞선 여성들의 용기를 소개한다. ●벨라루스 거리 물든 ‘흰옷의 물결’ 지난 12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흰옷을 입은 수백 명의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혼식 신부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색 옷에 아름다운 꽃을 든 여성들의 모습은 때가 얼마든 묻어도 상관없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서는 일반적인 시위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장기 집권에 항의하기 위해 나선 반정부 시위대의 일원이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다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타티아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구타와 학대를 당한 남성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더이상 폭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흰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여성 시위대들은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들에게 꽃을 나눠 주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대선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영어 교사 출신의 여성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꺾고 30년 장기 집권의 문을 열었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을 특히 분노하게 했던 것은 바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이었다. 그는 반체제 유명 유튜버이자 대선후보였던 남편을 대신해 출마한 티하놉스카야를 겨냥해 “아이들을 위해 저녁 요리에나 집중하라”는 등의 저질 발언을 쏟아냈고, 이는 오랜 장기 집권에 지친 여성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루카셴코의 여성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우리 헌법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투표할 만큼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등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입에 올리기 어려운 여혐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티하놉스카야의 도전과 벨라루스 여성들의 분노는 이웃 나라 여성들에게도 정치적 영감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 직후 러시아와 독일,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 인근 국가의 여성들까지도 흰옷과 흰꽃을 들고 동조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소셜미디어상에도 벨라루스 여성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 포 벨라루스’(#she4belarus)라는 해시태그가 공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대선일인 9일 이후 2주 넘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시위에서도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시위대 맨 앞에 선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민스크에서는 시위대 수만명이 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폭동진압부대와 대치했고, 남동부 고멜과 서부 도시 그로드노에서도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저항의 열기를 이어 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오피니언면을 통해 “이제 여성들이 루카셴코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면서 “여성들이 리더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조직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파 대통령에 맞선 폴란드 여성들 지난 7월 말에는 폴란드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재선에 성공한 폴란드의 우파 포퓰리스트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재집권과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는 이른바 ‘이스탄불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협약’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폭력을 예방·퇴치하기 위해 유럽평의회가 주도해 만든 인권협약으로, 폴란드는 중도파 집권 시절 2015년 이 조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와 연대해 전통적 가족 가치를 복원하겠다는 보수적 행보를 약속한 두다 대통령은 여성 인권 문제를 2기 임기의 주요 과제로 삼는 모습이다. 즈비그뉴 지오브로 폴란드 법무장관은 이스탄불협약 탈퇴 의사를 밝히며 “페미니스트들의 창조물이자 동성애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만든 발명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2016년 두다 대통령 1기 임기 때 추진된 낙태전면금지법 시도 논란이 재연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벨라루스 여성들이 흰옷을 입고 나섰던 것처럼 4년 전 폴란드 여성들은 검은옷을 입고 당시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검은 월요일’로 불렸던 2016년 10월 3일에서 시위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결국 두다 정권은 낙태금지법 추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두다 정권의 최근 ‘반인권 드라이브’는 유럽의 다른 우파 정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터키 에르도안 정권 역시 이스탄불협약 탈퇴를 검토하자 이달 초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터키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이스탄불은 2011년 유럽평의회가 이 지역에서 협약을 체결한 상징성을 가진 도시였다. 거리로 나선 터키 여성들은 “이스탄불협약은 우리 여성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성토했다. 터키는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사망한 사건으로 여성인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지난해 474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지난 10년 가운데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코로나19로 외출이 금지됐던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정권의 ‘탈(脫)이스탄불협약’ 움직임은 말 그대로 여성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美선 트럼프에게 화난 ‘레이지 맘’ 등장 앞서 소개한 유럽의 사례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전 세계 스트롱맨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여성들의 분노도 더욱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육아와 교육, 경제 등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등장했다며 이들을 ‘레이지맘’(분노한 엄마)이라고 소개했다. 빌 클린턴 시대 때는 ‘사커맘’(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어머니)이, 9·11 테러가 발생한 조지 부시 때는 ‘시큐리티맘’(국가 안보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진 주부)이 나왔던 것처럼 최근에는 트럼프에 분노한 ‘레이지맘’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NYT는 “전염병 대유행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본 여성 유권자나 어머니들이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여성의 시위 참여율이 남성보다 2배 더 높았다는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의 6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트머스대 역사학자 아네리제 오를렉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는 규모가 현세대에서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들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포연 속 렌즈, 치열하게 찍은 선악

    포연 속 렌즈, 치열하게 찍은 선악

    납치돼 목이 잘릴 뻔한 고비 ‘생생’전쟁과도 같은 사랑 여정도 담아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린지 아다리오 지음/구계원 옮김/문학동네/472쪽/1만 9800원 “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사진에 담으며 내 피사체들과 생존의 기쁨이나 억압에 저항하는 용기, 상실의 비통함, 억압받는 자의 끈기를 나누었으며, 가장 추악한 인간의 잔인함과 가장 훌륭한 선의를 지켜보았다.” 자신을 납치한 반군에게 “오늘 밤 그 예쁜 모가지를 싹둑 베어 줄게”라는 살해 협박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카메라를 놓지 못한 여성 보도사진가가 남긴 말이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키 155㎝의 평범한 여성의 몸 어디에 저런 강인함이 숨어 있는 걸까.‘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는 전장(戰場)과도 같은 세계 곳곳의 갈등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기자의 자전 에세이다. 긴 망원렌즈를 들 때마다 휴대용 로켓포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진실을 보여 줄 의무”를 되새기며 위험 속으로 직진하는 종군 사진기자의 치열한 삶을 전쟁과도 같은 사랑 이야기와 함께 그린다.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늘 최대 피해자로 남게 되는 여성과 아이들 문제에 분노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몇몇 매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하던 저자가 전환점을 맞은 건 2001년이다. 당시 금융 뉴스를 다루던 다우존스의 인도지국장은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에게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이야기를 취재해 보라고 권했다. 이후 9·11 테러 등으로 전 세계의 관심이 중동에 쏠렸고, 저자 역시 종군기자로 상당한 경력을 쌓게 된다.위험 지역을 취재하는 만큼 죽을 고비는 무시로 찾아왔다. 이라크, 리비아에선 납치돼 목이 잘릴 뻔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선 탈레반의 매복 공격을 받아 저승 문턱을 오갔다. 납치 상황에서도 차별은 엄연했다. 이라크 반군들은 동료 남성 기자는 누워 자게 하면서도 저자는 꼿꼿이 앉아 있게 했다. 여성이 낯선 남성 앞에서 누워선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성추행은 ‘흔한’ 일이었다. 대규모 군중집회 때 특히 그랬다. 과도한 호르몬과 광기로 달아오른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 남자들의 손 수십 개가 엉덩이와 사타구니를 동시에 주무를 때도 있었다. 책에 매캐한 포탄 냄새와 피비린내만 진동하는 건 아니다. 욱스발이라는 바람기 많은 멕시코 남성, 자신의 눈 호강을 믿기 어려울 만큼 미남이었던 이란 배우 메디를 거쳐 로이터통신 터키지국장이었던 현 남편 폴에게 가는 여정도 적지 않은 분량으로 곁들여진다. 저자는 전쟁터와 평화로운 곳을 오가며 겪었던 이 혼란의 과정을 “젊은 시절의 자멸적인 연애 행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저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남자들은 모두 동종 업계에 있는 인물들이다. 그가 ‘자멸적 연애 행각’이라고 한 건 결국 옷에 밴 포탄의 흔적과 피 냄새를 씻기 위한 한순간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여겨지는 대목이다. 어쨌든 2006년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 ‘중원의 사령관’ 지네딘 지단이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에게 박치기를 하던 그날 밤, 터키에 머무르던 저자는 남은 인생을 이 남자와 함께 보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원제는 ‘잇츠 왓 아이 두’(이것이 내가 하는 일)다. 그는 뉴욕타임스 취재팀의 일원으로 취재한 ‘탈레바니스탄 시리즈’로 2009년 국제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구스타보 ‘해트트릭 신고식’… 전북 FA컵 4강행

    구스타보 ‘해트트릭 신고식’… 전북 FA컵 4강행

    2020대한축구협회(FA)컵 대회 4강은 전북 현대와 성남FC,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대결로 압축됐다. 전북은 29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FA컵 8강전에서 9분 사이 해트트릭을 완성한 ‘신입생’ 구스타보의 활약에 힘입어 부산 아이파크를 5-1로 대파했다. 전북은 이날 토미의 결승골을 앞세워 수원 삼성을 1-0으로 꺾은 성남과 결승 길목에서 만나게 됐다. 이날 전북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먼저 골을 낚은 것은 부산이었다. 전반 4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이상준이 올려준 얼리 크로스를 빈치쌍코가 머리로 전북의 골문 구석에 정확하게 찔러 넣었다. 이후 거의 부산 진영에서만 공이 맴돌 정도로 전북이 거세게 몰아쳤으나 부산의 육탄 방어는 쉽게 뚫리지 않았다. 답답한 흐름을 바꾼 것은 젊은 피 조규성. 전반 28분 한교원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 멍군을 불렀다. 일단 균형을 맞추자 경기는 쉽게 풀렸다. 전북은 후반 시작 2분 만에 문전 혼전 상황에서 한교원이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후 구스타보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교체 투입 10분 만인 후반 27분 김진수의 중거리슛을 부산 골키퍼 김정호가 더듬자 그대로 달려들어 차 넣었다. 5분 뒤에는 손준호의 크로스를 골키퍼 머리 위를 넘기는 재치 있는 헤더로 연결해 재차 부산 골망을 갈랐다. 다시 4분 뒤 구스타보는 이승기가 깔아준 땅볼 크로스를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도 상대 골문으로 구겨 넣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지난 주말 K리그1 데뷔전에서 한 골을 넣었던 구스타보는 불과 두 경기 교체 출전에 무려 4골을 기록하는 골 감각을 과시했다. 울산은 윤빛가람의 멀티골과 이청용의 쐐기골을 묶어 강원FC를 3-0으로 제압했다. 포항은 송민규 김광석 일류첸코 심동운(2골)의 릴레이골로 FC서울을 5-1로 제쳤다. 4강전은 10월 28일 열린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미국보다 안전할 것 같아 한국행, 2주간 격리 경험해보니”

    “미국보다 안전할 것 같아 한국행, 2주간 격리 경험해보니”

    미국이 한국만큼 안전하지 않아 14일의 호텔 격리쯤은 감수하겠다며 한국행을 결행한 미국 젊은이가 한국의 격리 생활 관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26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닷컴에 따르면 음악인 피치(19)가 미국을 떠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코로나19 감염증이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지난달 시위 도중 경찰들과 여러 차례 맞닥뜨렸는데 통금인데도 귀가 길을 막는 등 정나미가 떨어지게 했다. 거리에 나가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여러 모로 한국이 미국보다 안전할 것 같았다. 하던 일 때문에 한국인 몇 명을 만나야 했던 것도 한국행 결심을 굳히게 했다. 그렇게 관광 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3개월 머무를 심산으로 출국했다.처음에는 아이슬란드를 생각했는데 미국인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서울에 가면 2주 동안 격리돼야 해 호텔에서의 격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뉴욕 공항에서부터 격리되는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고 나중에 귀국해서라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에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2000달러쯤 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격리를 끝내고 나서 지불한 돈은 1500달러였다. 대한항공 여객기를 탔는데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옆 좌석에는 아무도 앉지 않게 자리가 배정돼 있었다. 인천공항에 착륙한 뒤 서류를 작성하고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매일 증상이 발현되는지를 체크하게 했다. 한국인 후견인이 있어야 한다며 서울의 친구 전화번호를 적게 했다. 당국 요원은 공항에 있는 동안 그 친구와 통화까지 해 맞는지 확인했다. 피치는 “격리된 매일 증상이 나타나면 기록을 남기라고 하고 작은 온도계를 줘서 체온을 측정하게 한 뒤 결과를 보내도록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 빨리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격리 호텔로 오는 버스 안에는 4명이 더 있었다. 15분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영종도의 호텔이 아닌가 싶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바이러스 검사를 했는데 음성 판정이 내려졌다. 모두가 의료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방호복 비슷한 차림을 갖추고 매우 주의깊게 일처리를 한다는 느낌을 줬다. 그는 “그들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일은 사람들이 “정부 말을 믿지 않는” 미국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객실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참담하지 않았다. 세 끼니 식사와 넉넉한 주전부리를 문 앞에 갖다 줬고 와이파이와 음악 등 소일거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음식 맛은 별로였지만 양은 충분했다. 음악을 만들고 한국어를 배우고 가상공간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넷플릭스 영화를 즐겼다. 여행을 갈망한다면 그는 객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신이 충분히 즐기고 감당할 수 있겠는지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피치는 또 틱톡에 자신의 격리 생활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올려놓아 다른 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의 격리 생활이 나쁘지 않았고 틱톡을 통해 확인한 다른 이들도 비슷했기 때문에 한국은 여행할 만한 나라란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한 소녀는 인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호텔에서 격리 생활을 견뎠는데 정부가 의무적으로 실행하는 격리란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월 첫 한국 방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틱톡에 브이로그를 재개했다. 사람들이 질문하면 그는 답을 해줬다. 그는 한국이 대다수 나라보다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당장의 안전 위험과 격리 비용 때문에 모든 이들이 즉각 여행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그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아이디어를 주고 싶지 않다. 사람들에게 여기 오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 한국이 ‘약간 천국’이라고 해서 모두가 자기 나라를 떠나 이곳에 오라고 부추길 수는 없다. 모두가 여기 오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국보다 안전할 것 같아 한국행” 뮤지션 피치의 2주 격리 결산

    “미국보다 안전할 것 같아 한국행” 뮤지션 피치의 2주 격리 결산

    미국이 한국만큼 안전하지 않아 14일의 호텔 격리쯤은 감수하겠다며 한국행을 결행한 미국 젊은이가 있다. 26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닷컴에 따르면 음악인 피치(19)가 미국을 떠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코로나19 확산이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지난달 시위 도중 경찰들과 여러 차례 맞닥뜨렸는데 통금인데도 귀가 길을 막는 등 정나미가 떨어지게 했다. 거리에 나가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여러 모로 한국이 미국보다 안전할 것 같았다. 하던 일 때문에 한국인 몇 명을 만나야 했던 것도 한국행 결심을 굳히게 했다. 그렇게 관광 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3개월 머무를 심산으로 출국했다. 처음에는 아이슬란드를 생각했는데 미국인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서울에 가면 2주 동안 격리돼야 해 호텔에서의 격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뉴욕 공항에서부터 격리되는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 나중에 귀국해서라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에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2000달러쯤 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격리를 끝내고 나서 지불한 것은 1500달러였다. 대한항공 여객기를 탔는데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옆 좌석에는 아무도 앉지 않게 자리가 배정돼 있었다. 인천공항에 착륙한 뒤 서류를 작성하고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매일 증상이 발현되는지를 체크하게 했다. 한국인 후견인이 있어야 한다며 서울의 친구 전화번호를 적게 했다. 당국 요원은 공항에 있는 동안 그 친구와 통화까지 해 맞는지 확인했다. 피치는 “격리 내내 매일 증상이 나타나면 기록을 남기라고 하고 작은 온도계를 줘서 체온을 측정하게 한 뒤 결과를 보내도록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 빨리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격리 호텔로 가는 버스 안에는 4명이 더 있었다. 15분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영종도의 호텔이 아닌가 싶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바이러스 검사를 했는데 음성 판정이 내려졌다. 모두가 의료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방호복 비슷한 차림을 갖추고 매우 주의깊게 일처리를 한다는 느낌을 줬다. 그는 “그들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일은 사람들이 “정부 말을 믿지 않는” 미국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객실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참담하지 않았다. 세 끼니 음식과 충분한 주전부리를 문 앞에 갖다 줬고 와이파이와 음악 등 소일거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봉지 안에 쓰레기를 담아 문 앞에 놔두면 가져갔다. 음식 맛은 별로였지만 양은 충분했다. 음악을 만들고 한국어를 배우고 가상공간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넷플릭스 영화를 즐겼다. 여행을 갈망한다면 그는 객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신이 충분히 즐기고 감당할 수 있겠는지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피치는 또 틱톡에 자신의 격리 생활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올려놓아 다른 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의 격리 생활이 나쁘지 않았고 틱톡을 통해 확인한 다른 이들도 비슷했기 때문에 한국은 여행할 만한 나라란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한 소녀는 인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호텔에서 격리 생활을 견뎠는데 정부가 의무적으로 실행하는 격리란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월 첫 한국 방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틱톡에 브이로그를 재개했다. 사람들이 질문하면 그는 답을 해줬다. 그는 한국이 대다수 나라보다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당장의 안전 위험과 격리 비용 때문에 모든 이들이 즉각 여행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그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아이디어를 주고 싶지 않다. 사람들에게 여기 오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 한국이 ‘약간 천국’이라고 해서 모두가 자기 나라를 떠나 이곳에 오라고 부추길 수는 없다. 모두가 여기 오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여당, 통합당 반발 속 이인영 청문보고서 단독 채택

    여당, 통합당 반발 속 이인영 청문보고서 단독 채택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4일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외통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국무위원후보자(통일부장관 이인영)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통일부장관직에 오른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 발표 이후 5일 만인 지난 8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미래통합당은 의결 과정에 불참했다. 통합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문회장에서 자료 요청을 수차례 했으나 제출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불식시킬 기회를 줬음에도 응하지 않는 것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력화하고 청문위원 요청을 무시하는 것이다. 보고서 채택과 관련해 통합당은 참여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에 외통위 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의원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제도는 사실상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것이 아닌 대통령의 임명 사안”이라며 “자녀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국회는 의무를 해야 한다”고 보고서 채택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 후보자는(4선·서울 구로갑)는 1964년 충북 충주 출신으로,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20대 국회에서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초대 의장을 역임했으며,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서 대선 직선제 쟁취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정계에는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에 따라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우상호 의원과 함께 입문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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