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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버른 ‘라켓★ 전쟁’/올 첫 메이저 호주오픈 오늘 개막

    슈퍼스타들이 멜버른에 모였다.19일 멜버른파크의 로드레이버코트에서 막을 올리는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92회 호주오픈테니스에 나서기 위해서다.시드를 받은 남녀 각 32명을 포함한 256명의 선수들은 2주간 한껏 달궈진 하드코트 위에서 ‘라켓 전쟁’을 벌인다. 프랑스오픈·US오픈·윔블던과 함께 세계 4대 그랜드슬램대회로 불리는 호주오픈은 매년 1월에 열려 한 시즌 판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켜 왔다.총상금은 1900만호주달러(약 175억원)이며,남녀 단식 우승자에게는 120만호주달러(약 11억700만원)가 각각 주어진다. ●노장 애거시의 2연패 가능할까 남자 단식의 경우 지난 대회를 포함해 네 차례나 우승컵을 가져간 4번시드의 노장 앤드리 애거시(미국·세계 4위)가 과연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냐가 최대 관심거리다.그러나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일군 ‘광서버‘ 앤디 로딕(미국·1위),‘클레이코트의 황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3위) 등 젊은 피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윔블던에서 스위스 선수로는 유일하게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쥔 로저 페더러(2위)와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8위)까지 가세,일대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톱시드의 로딕은 2000년 프로에 입문,‘광속 서비스’를 앞세워 모두 11차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우승컵을 챙겼을 만큼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우승뿐만 아니라 US오픈 결승에도 올라 하드코트에서의 약점을 보란 듯이 털어낸 페레로,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폭발적 강서비스가 주무기인 페더러의 욕심도 저력만큼 크다. 지난 16일 끝난 쿠용인터내셔널대회에서 로딕과 애거시를 연파하고 우승한 날반디안도 ‘최고의 복병’으로 우승후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2회전에 진출한 이형택(28·삼성증권)은 카타르오픈 우승자인 올라운드 플레이어 니콜라스 에스퀴드와 1회전을 치르게 돼 고전이 예상된다. ●에냉의 ‘독주체제’ 굳어지나 여자 단식은 지난해 챔피언 ‘흑진주’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세계 3위)가 일찌감치 결장을 선언해 긴장감이 한층 떨어졌다. 2001·2002년 2연패를 달성한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6위)와 ‘동구의 마녀’ 옐레나 도키치(세르비아-몬테네그로·15위) 등 톱랭커들까지 불참을 결정했고,발목 부상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다 출전을 결심한 세계 2위 킴 클리스터스도 정상의 몸상태가 아니다.지난해 롤랑가로(프랑스오픈)와 US오픈 정복 이후 상한가를 치고 있는 세계 1위 쥐스틴 에냉(벨기에)의 우승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10개 투어대회 타이틀을 거둬들이며 꾸준하게 랭킹을 끌어올린 ‘프랑스의 자존심’ 아멜리 모레스모(4위)가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을 벼르고,2000년 대회 우승자 린제이 대븐포트(미국·5위) 역시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에냉을 넘겠다는 각오여서 결과는 미지수다. ‘윌리엄스가’의 언니 비너스의 복귀도 변수.동생 세레나와 메이저대회 결승에서만 네차례 맞대결을 펼치는 등 ‘지존’의 자리를 지킨 비너스는 부상으로 인한 6개월간의 공백이 부담스럽지만 경기 감각을 되찾는다면 에냉의 독주를 저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최병규기자 cbk91065@ ■호주오픈이 남긴 기록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열리는 유일한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은 지난 1905년부터 시작됐다.세계대전으로 중단된 적이 있어 올해 대회는 92번째다.지난 69년 프로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호주오픈이라는 대회명을 사용했다.뉴질랜드(2회)를 포함해 멜버른(48회) 시드니(17회) 애들레이드(14회) 브리스베인(8회) 퍼스(3회) 등 6개 도시에서 열리다 지난 88년부터는 멜버른 한 곳에서만 열리고 있다.남자부 최다 우승기록은 아드리안 퀴스트(호주)가 지닌 13회.36∼50년에 걸쳐 단식 세차례,복식 10차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60년 이후 14년 동안 단식에서만 무려 11차례 우승한 것을 비롯해 복식 8회,혼합복식 3회 등 모두 22회 우승한 마거릿 코트(호주)가 여자부 기록을 갖고 있다.코트는 US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각각 5회,윔블던에서 3회 우승을 일궈내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다. 최연소 우승자는 53년대회 남자 단식의 켄 로스월(호주·18살2개월)과 97년대회 여자 단식의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16살3개월).특히 로스월은 72년 우승 최고령(37세2개월) 우승자로도 이름을 남겼다. 최다 연속 우승은 남녀 단식에서 각각 로이 에머슨(호주·5회)과 마거릿 코트(7회)가,복식에선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7회)가 갖고 있다.
  • [나의 건강보감] 국민소리꾼 신영희 씨

    “득음은 먼놈에 득음이라우?죽을 때꺼정 득음,득음 허다가 말겄제.”우렁우렁한 우조와 애절한 계면조,12박 중모리에서 4박 휘모리까지,그리고 동·서편제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소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지만 환갑을 넘긴 그는 지금도 제 목으로 내는 ‘소리’가 성에 안찬다.그래서 나이 들수록 ‘명창’이라는 찬사가 부끄럽고,‘국민소리꾼’이라는 말이라도 들을라치면 ‘오메,저거이 먼 소리랑가.’싶어 턱,하고 오금이 꺾인다.“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내가 소리꾼 아부지헌티 받은 것은 이것이 전부라 따른 일 생각한 적도 고,그래서 이것 아니믄 내가 어치케 험한 세상 살겄냐 싶어 젊어서는 20년 30년을 미친년겉이 소리 소리 토했어도 득음은 숭내도 못내봤소.” ●소리꾼 아버지 반대 무릅쓰고 시작 명창 신영희(63).그는 소리꾼이다.그것도 ‘내가 난데…’하고 수염만 훑는 ‘방안풍수’가 아니라 전국 팔도 소리가 있어야할 곳이라면 불원천리 뛰어가는 소리의 전령이다.“세상이 그란다는디 말해 뭣하겄소만 사람이 지 뿌리럴 모르고으게 사람노릇 허겄소.요새 젊은 사람덜 신식노래 좋아허는 거 탓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뭣이 우리 껏인지는 알어야 안쓰겄소.” 영화 ‘서편제’와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박동진 명창의 CF,그리고 그가 TV에서 개그맨 김미화씨 등과 함께 엮은 ‘개그 소리’를 묶어 ‘소리 중흥의 3대 사건’이라고 일컫는다.이렇듯 그는 소리의 대중화에 젊은 시절을 한 허리 뚝 떼어내 바쳤다. “소리,소리 말도 마쑈.나야 내가 좋아서 했제마는,참말로 피눈물 나는 세월 안살믄 소리 못허요.암만 웃음서 해도 소리는 한(恨)이 내는 것 아니요.”열한 살 나던 해,아버지한테 소리를 배우던 젊은 소리꾼이 한 대목 고비를 못넘기고 꺽꺽거리자 그는 대뜸 방문을 열고 들어가 ‘들은 풍월’로 흥부 매품팔러 가는 대목을 뽑아 넘겼다.“그때 울아부지가 내 소리럴 듣고넌 후∼,허고 한숨을 쉬시면서 고개럴 푹 꺾습디다.그때만 해도 여자소리꾼은 기생 취급하던 시절인디,어느 부모가 지 새끼 소리를 시킬라고 했겄소.”그런 아버지를 어머니가 설득했다.“기생이든,말든 명창되믄 안되겄소?”해서 겨우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 소리꾼의 삶을 시작했다.그의 아버지 신치선씨는 진도 어름에 소문이 짜한 소리꾼이었다.그는 소리꾼의 끼를 타고났다.아버지는 그의 손을 끌고 수백리길을 걸어 소리품을 팔러 다녔으며,가는 곳마다 “그놈,한 소리 허겄다.”는 말을 들었다.이듬해,‘소리 한번 원없이 해보겠다.’고 작정한 가족은 목포로 거처를 옮겼으나 신식 바람에 살랑거리는 도회는 소리꾼에게 결코 녹록한 삶터가 아니었다. “유달산 아래 죽교동에서 살었는디,새벽 4시 통금 사이렝만 울리믄 털고 일어나 후적후적 유달산을 타고 올라갔어요.거그 유선각 아래 쬐끄만 바위굴에 들어앉아 바위등을 두들기며 6∼7년 소리연습을 했더니 목이 자리를 잡습디다.” 오빠들 틈바구니에서 선머슴처럼 자라 몸 하나는 실한 그였지만 허튼 공력으로 명창이 될 수는 없었다.열 여섯에 아버지를 여의고 잔칫집,소리판을 전전해 심봉사 젖동냥 하듯 큰오빠 대학까지 공부시키면서도 김상룡 강도근 장월중선 최일환 박봉술 김준섭씨 등 당대의소리꾼은 모두 찾아다니며 내공을 쌓았다.서른 한살나던 73년에는 춘향가 세종제를 완창하더니 마침내 그 이듬해 명창 김소희씨를 만나 세상에 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그가 요새 선보이는 창법은 바로 김소희씨의 만정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장시간 연습하다 보면 목에 통증… 똥물 접해 “천하는 사람도 앉아서는 득도 못허요.소리꾼 치고 골병 안든 사람 봤소?나도 한창 클 때 주린 속에 하루 열 대여섯시간씩 소리연습을 허고 나면 목울대며 배가 띵띵 붓고 아퍼 내 살인디도 내가 만지덜 못허겄습디다.그때 말로만 듣던 똥물 첨 묵어봤소.”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남의 똥은 엄두가 안나 자신의 똥을 우려 마셨다.소리꾼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옹구그럭에 물붓고 그걸 푼 뒤 하루밤쯤 가라앉혀 우러난 물을 마시는디,소리로 골병든 어혈 푸는데는 그만입디다.” 소리는 단전에 기를 모아 내뱉기 때문에 기력이 달리면 절대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그가 지금도 반신욕으로 항상 단전을 따뜻하게 지키고 뜀뛰기로 기력을 키워가는 이유다.“사람마다 목욕법이 다르겄지만,나는 반신욕과 욕탕 뜀뛰기가 좋습디다.”더운 물에 하반신을 담그고 20∼30분쯤 지나 몸이 덥혀지면 간단한 맨손체조로 몸을 유연하게 한 뒤 곧장 냉탕에 들어가 제자리뛰기를 하는데,뛰는 횟수가 한번에 3000번 가량 된다.뜀뛰기를 하다보면 금세 더워져 몸이 오그라 붙는 찬물 속에서도 차갑다는 느낌을 못받는다.“그 운동이 장(腸)을 정리하는 데는 그만이요.소리가 배에서 나는디,장이 시끌벅적허믄 좋은 소리가 나올 턱이 지요.” ●‘똥물 마셔 목 틔우기' 소리꾼 통과의례 소리꾼은 물론 방송일을 같이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식도락도 그가 세상을 ‘재미나게’ 사는 방법.“식도락인지는 몰라도 음식은 꼭 가려서 묵지요.조미료로 맛내는 집은 두번 걸음을 안허요.나도 손끝이 매워 음식은 제법 맹근다는 말 듣고 살었지요.”이런저런 밑반찬에 농어·민어매운탕과 게장 등 그의 손맛은 소문이 나 전통음식책까지 펴냈을 정도다.또 사철 집에 홍어가 끊이지 않아 부군인 서석주씨도 “집사람음식 아니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할 정도. 지난 81년,그는 월정사로 탄허스님을 찾아가 심청가 중 심청이 유언하는 대목으로 ‘소리공양’을 했다.그의 절창에 노스님은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더니 그에게 무현(無絃)이라는 아호를 내렸다.그후,탄허스님이 입적하기 직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생전 처음 병실을 찾아 소리를 하기도 했다.이렇듯 ‘소리밭’에 한 줌 거름으로 생애를 묻고 살지만 그는 아름다운 가인(歌人)이다.그래도 ‘소리’와 ‘웃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강성남기자 snk@ ■소리꾼과 똥물이야기 사실,목을 틔우고 전신의 어혈을 풀어내기 위해 똥물을 마시는 일은 예전 소리꾼에게 통과의례 같은 일이었다.설령 똥물을 안마신 사람도 엄두가 안났을 뿐 몰라서 안마신 경우는 없었다.“소리허다 보믄 목이 띵띵 붓고 잠겨 피를 토하기도 하고,뱃거죽이 붓고 땡겨 ‘이러다가 죽는 것 아닐까.’싶을 때가 있습디다.그때 나도 똥물을 마셨지요.” 지금이야 의사 많고 약이좋아 이런 체험을 하는 사람이 없지만 예전에는 ‘매맞아 생긴 장독(杖毒) 푸는데는 똥물이 최고’라고 했다.일종의 민간요법이다.그는 “그래도 남의 똥은 생각도 못했고 내 걸 썼으니 좀 낫지요.그냥 물에 풀어 말갛게 가라앉은 웃국을 마셨는데,전신에 후끈 열이 돌고 땀이 배어 이불 뒤집어쓰고 한숨 자고 나믄 소리로 골병든 삭신이 정말로 말짱해집디다.” 민간에서는 대나무 마디를 통째로 잘라 돌을 매단 뒤 잘 삭은 똥통 속에 담가 뒀다가 며칠 뒤 꺼내 속에 고인 노란 물을 마셨다.더러는 소줏병 주둥이를 솔잎으로 틀어막아 거르거나,묵은 똥통을 작대기로 휘저어 곰삭은 아래쪽 똥물을 퍼올린 뒤 고운 무명베로 걸러 마시기도 했다. 판소리 연구가인 군산대 최동현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주로 인분을 사용했으나 더러는 개똥을 사용하기도 했으며,이런 방식이 목을 다치기 십상인 소리꾼에게 약이 됐던 게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재억기자
  • 이런 책 어때요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고미숙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젊은 지식인들의 열린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활동과 학문공동체로서의 비전을 담은 보고서.이 연구공간에는 성·학연·지연·세대·지위 등에 따른 차별이 없다.다만 ‘유머능력’만은 중시한다.1997년 이 연구공동체를 연 저자는 엄격함과 진지함은 공동체의 약점이라고 말한다.웃음이야말로 일상의 축제를 만들어내는 기초이자 코뮌의 원동력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수유리에서 동숭동을 거쳐 지금의 원남동에 이른 ‘수유+너머’에는 박사에서 주부에 이르기까지 학계의 ‘외인부대’ 60여명이 활동하며 다양한 형태의 학제연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1만원.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지음 / 이기숙 옮김 한길사 펴냄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인들의 역동적인 삶의 모습을 그렸다.스위스 바젤 출신의 역사가인 저자는 르네상스기 이탈리아는 유럽 근대의 출발점이었다고 주장한다.그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는 근대 유럽의 본향이며,이탈리아인은 유럽 최초의근대인이다.저자는 고전 문예전통의 부활이 르네상스의 핵심이라는 전통적인 견해를 반박한다.르네상스기 상층부 여성과 소녀,매춘부 등도 다루고 있어 여성사 내지 젠더의 역사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3만원. 자치통감 - 삼국지 사마광 지음 / 신동준 역주 살림 펴냄 우리는 흔히 삼국지를 ‘칠실삼허(七實三虛)’라고 한다.열에 일곱은 사실이고 나머지는 허구라는 것이다.삼국지 마니아들조차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소설 삼국지만이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역사로서 살아있는 삼국시대와 인물들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200여만 자에 달하는 사마광의 ‘자치통감’중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뽑아 완역한 이 책은 ‘소설’과 ‘역사’를 구분해 읽도록 도와준다.삼국시대는 춘추전국시대를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 지속된 난세였다.전2권 각권 2만 5000원. 금서,세상을 바꾼 책 한상범 지음 이끌리오 펴냄 “서양철학을 알려면 교황청의 금서목록을 읽어라.”라는 말이 있다.인류의 문화는 지식과 정보의 보존과 전달,사상의 표현으로 책을 만들어왔고 인류의 역사는 천재를 모욕하고 선지자를 박해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이것은 ‘금서’라는 낙인이 찍힌 유산을 통해 뚜렷이 드러난다.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 ‘데카메론’부터 사회주의 혁명기의 ‘자본론’까지 금서의 길로 독자들을 이끌며 정의와 자유를 갈망한 선지자들의 ‘피로 쓴 유산’을 들춰나간다.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인 저자는 금서제도는 그 자체가 ‘인간정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한다.1만5000원.
  • 전쟁도 지진도 신의 뜻 새해엔 화합과 평화를/서울 이슬람 중앙성원 송년풍경

    12억 이슬람 신도에게 2003년은 ‘불운과 불행의 해’였다.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한 해는 7만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란의 대지진으로 마침표를 찍고 있다. 한국 사회도 이라크 현지 근로자의 희생과 파병 논란 등을 겪으며 이슬람권에서 발생한 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70년대 ‘중동특수’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갈등과 분쟁의 해’를 마감하는 국내 모슬렘은 “살람 알레이 쿰.”(당신께 평화가 깃들기를)이란 인사말을 나누며 새해에는 화합과 평화가 이뤄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30일 국내 이슬람교의 ‘본산’격인 서울 한남동 이슬람교 중앙성원을 찾은 터키인 후세인(41·사업가)은 “전쟁도 지진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면서 “그저 하나님 가르침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삶”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갈등·분쟁 대신 평화를” 11년째 중앙성원에서 ‘이맘’(예배집전자)으로 봉직중인 이행래씨는 이같은 모슬렘의 태도를 ‘정명(定命)’이란 말로 설명했다. “코란에 따르면 모든 재앙은 하나님의 뜻입니다.하지만이것은 ‘체념’과 다릅니다.불행을 개인이나 집단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고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지요.이를 통해 고통과 슬픔을 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올해의 마지막 ‘주마’(주일예배)가 열린 지난 26일 오후.성원에서 만난 대부분의 모슬렘은 ‘평화’와 ‘형제애’를 강조하는 이슬람이 한국인에게 호전적이고 가부장적인 종교로 인식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파병은 피를 부를 것” 이날 모인 모슬렘은 600여명.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부터 사업가,학생 등 이들의 직업은 피부색과 언어만큼이나 다양했다.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이주화 선교국장은 “지역 특성상 인근 대사관 직원과 사업가가 많지만 2∼3개월 전까지 서울 주변의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모슬렘이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과 달리 젊은 모슬렘 중에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집회에 적극 참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지난 4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반전집회에는 중앙성원에출석하는 모슬렘 10여명이 반전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참석했다. 튀니지인 모즈(23·서울대 회계학과 3년)는 “유엔이 아닌 미국의 요청으로 군대를 보내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한국군은 무고한 이라크인의 피를 군복에 묻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도수 10만…젊은층에선 ‘이슬람 배우기’ 그럼에도 국내 모슬렘은 한 가지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배우려는 젊은이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이행래 이맘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고조되고 있다.”면서 “올해는 파병문제가 불거지고 반전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면서 이슬람의 참모습을 체험하고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자주 성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
  • [씨줄날줄] 물갈이

    지난 2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 산하단체 고위 임원은 곁에 놓인 물잔을 들고 3분의2가량을 쏟아부었다.한정된 물컵에 새로운 물이 들어오려면 기왕에 있던 물은 상당량이 버려져야 한다는 뜻으로 표현한 것이다.그는 새 정부의 인선 기준이 발표되기 직전 자진 사퇴했다.얼마 후 ‘대폭 물갈이’란 단어가 정부 부처와 산하단체의 화두가 됐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바다로 밀어내듯이 세월은 ‘물갈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앞물의 발길을 재촉한다.머물고 싶다고 계속 머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래서 인생무상인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물갈이 몸살을 앓고 있다.5,6공 출신과 지역 정서에 의존해 다선의 행운을 누렸던 지역구 의원,옛 실력자의 연줄로 금배지를 달았던 전국구 의원들이 주 타깃이다.좋게 표현해서 정계 은퇴이지 실은 강제 퇴출이다.당사자들로서는 하나도 귀여울 게 없는 후진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고 하니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게다. 하지만 어쩌랴.과거 무수히 팽(烹)당한 선배 정치인들처럼 버틸수록 추해지는 것을.후진들은 물갈이의 명분으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경 말씀을 들먹이지만 ‘너 죽고 나 살자’는 속보이는 셈법이 담겨 있다.남에게 덧칠할수록 자신은 ‘젊은 피’인 것처럼 포장된다는 계산법이다.이 때문에 정치권의 물갈이는 항상 파워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그래도 떠날 때 ‘꽥’ 소리라도 질러보지만 직장인들의 운명은 더 허망하다.한해의 성적표가 나오는 연말이면 기업마다 승진 인사 풍년인 듯이 비친다.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3분의1에 해당하는 임원들이 보따리를 싼다.세월이 흐른 뒤에야 잘린 사실이 알려질 뿐이다.특히 올해에는 세계적인 불황 탓에 한때 잘 나가던 국내외 CEO들이 낙제 성적표만 남긴 채 무대를 떠났다. 흔히 떠나야 할 때에 맞춰 스스로 떠나는 사람에게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한다.우리 정치권에서도 ‘물갈이’‘버티기’‘뒤집기’ 등 속된 표현보다는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단어가 보다 풍성했으면 좋겠다.내가 아니더라도 연극은 계속되는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 배구 V-투어/배구 코트 ‘세대교체’

    지난 25일 배구 V-투어 1차 서울대회 결승전에서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이 불꽃튀는 접전을 벌일 때 관중석에 앉아 있던 인하대 문용관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4년간 공들여 키운 ‘애제자’ 장광균이 삼성의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맞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맹활약했기 때문이다.문 감독은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대한항공의 새 ‘엔진’ 장광균은 1차대회 4경기에서 84점을 올려 득점 선두를 기록했다.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143개의 공을 때려 80개를 점수로 연결(55.94%)해 공격 성공률은 2위다.인기상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배구판에 새 바람을 몰고 온 ‘젊은 피’는 장광균만이 아니다.신진식을 잇는 삼성의 레프트 이형두에게는 2년차들의 부진 즉 ‘소포모어 징크스’를 찾아 볼 수 없다. 깔끔한 마스크와 활달한 성격으로 팀 선배인 김세진과 신진식에게 쏠렸던 여성팬들을 끌어 당기고 있는 이형두는 공격부문 1위(성공률 57.14%)를 달리고 있다.스파이크 뒤 화려하고 독특한 세리머니를 펼쳐 ‘배구의 이천수’로불린다. 대학 대신 실업팀을 택한 ‘미소년’ 박철우(18·현대캐피탈)도 배구 명가의 ‘종손’으로 손색이 없다.1차대회에서는 팀의 예선 탈락으로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스위치 멤버로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처음부터 주전 레프트로 우뚝 섰다. ‘거포’ 이경수(LG화재)는 단연 관심대상 1호다.지난해 입단했지만 자유계약 파동으로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데뷔 무대나 다름없다.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직후여서 1차 대회는 준결승전에만 나왔지만 내년 1월4일부터 시작되는 2차 목포대회부터는 한국 최고의 고공 강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대한항공의 라이트 김웅진,LG의 세터 손장훈,현대의 센터 이선규도 1차대회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창구기자 window2@
  • ‘핑거로즈’ 키우기/“유리병 속 꼬마장미 정말 귀여워요”

    “공부하는 틈틈이 플라스틱 병 속의 쬐꼬마한 장미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무엇보다 장미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꽃망울이 생길 때는 정말 귀엽거든요.장미꽃이 피기까지는 대략 2개월이 걸리는데 이를 통해 인내심도 배우고 있습니다.” 조채원(14·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원중 2년)양은 요즘 유리병 속의 작은 애완 식물로 불리는 ‘핑거로즈’ 생각뿐이다.지난 7월 구입한 핑거로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앙증맞고 귀엽고 신기해 수업시간 중에도 눈에 아른거릴 정도로 푹 빠졌기 때문이다. 핑거로즈가 새로운 애완 식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국내에 첫선을 보인지 1년6개월만에 핑거로즈 마니아들이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귀엽고 신기하고 앙증맞으면서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전혀없어 집안이나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감상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다만 직사광선은 피해야 한다. 지난해 3월 한 벤처기업에 의해 개발된 핑거로즈는 무균 상태의 유리병 속에서 물이나 영양분 공급 없이 3∼6개월간 성장하는 살아 있는 식물.식물에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은 유리병 속의 젤(GEL)에서 공급받으며 실내 조명만으로 성장한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화분으로 옮겨 심어 기를 수도 있다.장미와 문리버,바이컬러(무늬심비디움),네오(소엽풍란),심비디움 등 5개 종류가 있다.가격은 1만 2000∼1만 8000원. 신기한 것을 좋아해 지난달부터 핑거로즈를 기르고 있다는 ‘왕초보’ 이중호(27·영남대 4년)씨는 “디자인이 예쁘고 앙증맞은 데다 갖고 다닐 수 있으므로 보고 싶을 때는 언제나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조그마한 꽃이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키우는 재미도 있고 생명의 신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올해 초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아 키우고 있는 김경은(22·여·성균관대 4년)씨는 “다른 애완 식물은 물 주기 같은 것들에 제법 신경을 써야 하는 등 잔 손질이 많은데 비해 핑거로즈는 그냥 창가에 놔두면 저절로 자라기 때문에 손댈 필요가 없어 ‘게으른 사람’이 기르기에 더없이 좋다.”며 “식물이 앙증맞고 귀엽고 깜찍하기 때문에 젊은 연인들간 선물로 많이 주고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핑거로즈를 사려면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서울 잠실 롯데월드,현대백화점 서울 미아·울산점,경기 수원역사점,대구 교보점,월마트 서울 강남점·인천점 등을 찾으면 된다.온라인 매장은 CJ몰(www.cjmall.com)·LG이숍(www.lgeshop.com)·인터파크(www.interpark.com)·삼성몰(www.samsungmall)·롯데닷컴(www.lotte.com) 등을 방문하면 된다. 글 김규환기자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 최인호가 말하는 ‘소설 儒林’/ “퇴계·조광조를 招魂하리”

    ‘유림(儒林)’에 대한 구상은 12,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나는 그 무렵 경허를 주인공으로 하는 ‘길 없는 길’이란 장편소설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었다.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중국을 거쳐 해동(海東)인 우리나라에서 찬란한 꽃을 피운 사실을 소설로 쓰면서 우리 민족의 혈관 속에는 불교뿐 아니라 또 하나의 원형질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았다.그것이 바로 2500여 년 전 중국에서 공자로부터 비롯된 유교(儒敎)였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피 속을 흐르는 또 하나의 원형질인 유교에 대한 소설을 쓰지 않고는 우리의 민족성을 파헤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10년 전 이미 두 차례나 공자의 고향인 취푸(曲阜)와 공자의 사당이 있는 태산에 올라 사전답사를 하면서 구상을 하고 있었다.공자의 무덤을 둘러보면서 소설의 제목을 미리 정해두었는데,그것이 바로 ‘유림(儒林)’이었다. ●10년전 공자유적 답사… 구상 마쳐 보통 소설을 쓰다 보면 제목을 정하기가 가장 어렵고,소설을 다 쓴 후에도 제목을 못 정해 전전긍긍하는 것이 보통인데,‘상도(商道)’ ‘유림(儒林)’과 같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이름을 미리 점지해 두는 것처럼 제목이 미리 떠올라 오랫동안 마음 속에 화두처럼 남아 있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인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써야지 하고 구상을 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막상 소설로 형상화되는 것은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맞닿아야 한다.마치 봄이 되어야만 꽃이 피고,가을이 되어야만 열매 맺듯 소설에도 제 나름대로의 때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상도’ 역시 십여 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던 소재가 마침 연재 중에 IMF 사태가 터지고 역시 12,13년 전부터 구상해 두고 있던 유림이 2004년 오늘날에야 시작되는 것을 보면 해산의 진통을 거쳐야만 아이가 태어나듯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사상가인 원효(元曉)를 탄생시킨 것처럼 유교 역시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사상가인 퇴계(退溪)를 낳았다.석가모니의 불교가 원효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완성되었다면 공자의 유교 역시 퇴계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완성되었던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원효와 이퇴계라는 불세출의 위대한 사상가를 배출한 유례없는 정신적 문화국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이 현실은 어떠한가. ‘동방예의지국’이란 이름의 찬란한 정신적 유산은 무례와 부도덕으로 얼룩지고 개국 이래 이처럼 정치가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다.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청렴하고,청빈하고,나라에 충성하고,꼿꼿한 자존심으로 무장하였던 ‘선비’사상을 낳은 국가의 이념은 부정부패한 관리들과 국민보다는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어두운 공복(公僕)들에 의해서 혼동과 무질서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국민에 바보 지도자라니 아아,이처럼 위대한 국민에 어째서 이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바보,바보,바보의 지도자들이 줄줄이 태어날 수 있단 말인가.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한 국가에도 국격이 있는 것이다.이러한 인격이 그 사람의 인간성(人間性)을 이룬다면 이러한 국격을 가진 국민들이 그 나라의 국민성(國民性)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격은 어떠하고 우리의 국민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세계적 성리학자 이퇴계의 초상은 천 원짜리 화폐 속에서만 존재하고,이율곡의 초상 역시 오천 원짜리 지폐 속에서만 존재하는데,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자장면을 먹고 지불하는 화폐 속에 그려져 있는 그 인물이 누구며,어떤 사람인가를 알고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에 젖어 이퇴계의 사상보다는 이퇴계의 얼굴이 그려진 그 화폐만을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광조(趙光祖).성종13년(1482년)에 태어나 중종14년(1519년),37세의 젊은 나이로 사약을 받고 죽은 정치개혁자.썩어 빠진 정치를 바로잡으려다 실패하였던 이상주의자,조광조 역시 유교의 사상으로 나라를 구하려 하지 않았던가. ●조광조 못다이룬 정치개혁의 꿈 담을것 그의 나이 33세 때 중종은 직접 과거를 치르는 시험장에 나아가 다음과 같은 알성문과 시험문제를 냈다. “공자께서 ‘만약 내가 등용이 된다면 단 몇 개월이라도 가하지만 적어도 3년이면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성인이 어찌 헛된 말을 하셨으리오.그러니 그대들은이를 낱낱이 헤아려 말할 수 있겠는가….” 이에 조광조는 그 유명한 답안을 쓰기 시작한다.“하늘과 사람은 그 근본됨이 하나입니다.그러므로 하늘이 사람에 대하여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임금과 백성 역시 그 근본됨이 하나입니다.그러므로 이상적인 임금들은 백성들에게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우리의 지도자들이 백성들에게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는가.아아,나는 작가로서 이 혼란한 시대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처럼 나약한 손을 들어 글을 써 헌정함이니.공자여,과연 그대가 이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에 다시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수년 안에 우리나라의 어지러움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조광조여,과연 그대가 오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국민을 위한,국민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겠는가. 내가 굳이 박수무당이 되어 공자의 혼을 불러들이고,이퇴계와 조광조를 초혼(招魂)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니.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나폴레옹에게 패망한 독일 국민들에게 ‘독일 국민들에게 고함’이란 글을 썼다.비탄에 빠져 있는 독일 국민들에게 ‘불행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나도 감히 내 사랑하는 조선민족들에게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글을 바치려 함이니.오마니,아부지,누이야,우리 이제 오마니 등에 업고,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검둥개 앞세우고 달 마중가자.그 효(孝)와 그 충(忠),그 예(禮),그 경(敬)으로 가득 찼던 숲으로 가자,유림의 숲으로 가자.
  • LG 전자계열 승진 인사

    LG는 17일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LG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관련인사 18면 LG전자,LG필립스LCD,LG필립스디스플레이,LG마이크론,HLDS 등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 확정한 임원인사에서는 구 사장을 포함,모두 12명이 승진하고,34명이 상무로 신규 선임됐다. LG전자는 중국 톈진법인장 부임후 매년 40% 이상의 성장을 주도해온 손진방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중국지주회사 대표로 임명했다.또 HLDS 대표를 맡아 5년째 광스토리지 분야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박문화 부사장을 사장 승진과 함께 정보통신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중국지주회사 노용악 부회장은 상근 고문으로 물러섰고,정보통신사업본부장을 맡았던 김종은 사장은 신설된 유럽지역총괄에 임명됐다.LG마이크론은 조영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는 “‘1등 LG’ 실현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엄격한 신상필벌과 업적을 중시하는 강한 성과주의를 강조했다.”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한편 LG전자 신규임원 24명의 평균 연령은 43.6세로지난해보다 0.6세 줄어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또 신규 임원중 이동단말,PDP,디지털TV 등의 연구직 비중이 29%에 달하는 것도 주목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 ■구본준 LCD 부회장 17일 뚜껑이 열린 LG의 전자계열사 임원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부회장으로 승진한 LG필립스LCD 구본준 사장이다.구 사장은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이면서도 LG에서 가장 적극적이고,공격적인 CEO중 한명으로 평가받는다. 99년 네덜란드 필립스와 함께 LG필립스LCD를 세운지 3년만에 전세계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업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저돌적인 사업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당초 이번 인사에서 LG전자 쪽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경기도 파주 LCD단지 설립 등 LCD사업의 중요성 때문에 부회장으로 승진해 LCD사업을 계속 이끌게 됐다. 구 회장의 ‘1등 LG’ 슬로건을 그룹내 어느 CEO보다 몸소 실천하면서 선도하고 있다는 평이다.그는 사내 공식 인사말을 ‘일등합시다.’로 정하고,전 임직원들의 명함에도 ‘세계 1위 기업의 1등 직원’이라는 슬로건을 넣도록 할 정도로 1등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97년 LG반도체 대표이사를 맡아 의욕적으로 경영을 추진하던 중 99년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회사를 옛 현대전자에 넘긴 일이 가장 가슴아픈 기억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박홍환기자
  • 연말인사 잔치는 없다/대규모 승진 사라져 우울한 재계

    재계가 연말연시 임원 인사를 앞두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기 침체와 검찰의 비자금 수사 여파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탓이다.대대적인 승진 잔치를 벌일 처지가 아니지만,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상황도 아니다. ●비자금 수사 여파… 로열 패밀리 승진 적을듯 이번 연말연시 인사의 ‘키워드’는 실적과 글로벌 경험이 중시될 것으로 예측된다.여기에 내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보여 기술·마케팅 출신의 ‘젊은 피’가 대거 발탁될 것으로 점쳐진다. 인사 폭은 예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일부 기업을 빼고 올해 실적이 고만고만한 데다 내년 경제운용의 복병이 많아 안정과 책임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여파로 일부 그룹의 경우 CEO(최고경영자) ‘물갈이’가 예상된다. 반기업적인 정서도 어느 해보다 강해 그룹내 ‘로열 패밀리’의 승진 인사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내년 1월 둘째 주에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인사 폭이 예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전했다.그러나 진행 중인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에 따라 일부 조정이 불가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임원 인사는 연구개발과 해외 마케팅 출신을 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로 예정된 현대자동차의 임원 승진인사는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지난 8월 대규모 인사를 한 데다 내수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그러나 수출 호조에 따른 순이익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돼 수출부문의 마케팅쪽이 약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는 지난해 창립 50돌을 맞아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한 탓에 이번인사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내년 사업계획도 그동안 벌여 놓은 사업들을 다지는 방향이어서 CEO들의 유임이 예상된다.다만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상 마케팅 강화를 위해 패기의 40대 임원승진이 점쳐진다.롯데와 효성은 실적이 승진의 중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인사의 폭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예상된다. ●기술·마케팅 출신 40대 ‘젊은피' 발탁 가능성 오너 2∼3세의 승진 인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이재용씨와 현대차의 정의선씨가 각각 상무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그러나 올해만큼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어느 때보다 곱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검찰의 기업 비자금 수사와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 소송건이 겹쳐 운신의 폭이 대폭 줄었다. ●LG·SK는 ‘안개’ 지난해 대선 직전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12월 초쯤 대략적인 윤곽이 잡혔던 LG는 ‘시계 제로’로 돌아갔다.시기 및 내용 등이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LG가 LG카드 문제로 구본무 회장의 경영권까지 채권단에 담보로 잡힌 상태여서 평범한 인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인사 시기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올 한해 극심한 위기를 겪은 만큼 내년 1월 말 단행될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는 그룹의 안정에 역점을 둔 인사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손길승 회장의 거취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인사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게다가 최태원 회장이 바로 전면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SK의 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산업부 golders@
  • 시의 세계 쉽고 재미있게 재해석/ 김재홍교수 ‘현대시 100년 한국명시 감상’

    “지금까지 시 혹은 문학은 연구실·강의실 수준에서 논의됐는데 이젠 생활 속으로 내려와야 합니다.이 뜻을 담아 현대시사 100년을 돌이켜보며 1차로 명시 405편을 골랐습니다.” 문학수첩에서 펴낸 ‘현대시 100년 한국명시 감상’시리즈의 편저자인 문학평론가 김재홍 경희대교수는 자신의 독특한 해석을 다양한 형태의 글로 덧붙여서 시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평론가의 세계관을 중시하는 재단비평(입법비평)을 벗어나 독자 위주의 감상비평을 중시해온 그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또 비평방법 중 ‘통합주의’라는 잣대에 기댄 그의 노력에 힘입어 같은 제목의 시 ‘진달래꽃’을 노래하되 사랑과 이별(김소월),사회주의 선구자(박팔양),실존·배고픔(조연현) 등 다른 빛깔의 시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고은·신경림 등의 민중시인과 이상·김춘수의 모더니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도 비교할 수 있다. “우리 근대사는 죽임(일제 강점기)와 찢김(분단)으로 점철됩니다.그 와중에 문학도 편을 갈라서 사분오열돼 왔습니다.그러나 ‘생명 중시’가 바탕인 시에는 상처를 치유하는 기능이 있습니다.여기에 바탕해 좌우와 남북의 이데올로기 대립은 물론 문학내적인 차이인 서정·민중·모더니즘을 망라하는 시를 모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런저런 시를 두루 모은 것은 아니다.제대로 된 시를 고르겠다는 김 교수의 노력은 이번 작업에서 새로운 분석을 보태는 데서 잘 드러난다.그는 “한용운의 ‘님’은 연인·조국·민중·불타 등으로 해석했는데 시집 ‘님의 침묵’을 꼼꼼히 분석하면 님은 ‘나’임을 알 수 있다.”며 “결국 만해의 시세계는 ‘너를 통해 나를 찾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그는 김소월의 ‘산유화’는 존재론적인 철학의 면모를,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생의 양면성과 모순성’으로 해석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학수첩의 시리즈 분석 대상은 20세기 초 한용운부터 2000년 등단한 젊은 시인까지 포괄한다.4계절에 맞춰 나눈 4권 출간에 이어 앞으로 ‘시란 무엇인가’‘꽃과 나무’‘어머니와 아버지’(가제) 등 약간 전문화되고 세분된 주제로이어지면서 1000편을 소개할 예정이다.
  • 최희섭 ‘챔프팀’서 뛴다/WS우승팀 플로리다로 트레이드… 출전기회 늘듯

    ‘빅초이’ 최희섭(24·시카고 컵스)이 올시즌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플로리다 말린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말린스는 26일 팀 타선의 핵이자 1루수인 데릭 리(28)를 컵스에 넘겨주는 대신 최희섭과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명을 데려오는 1대2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고 발표했다. 한국인 최초로 플로리다에서 뛰게 된 최희섭은 리가 1루를 맡았었고,1루 교체 요원인 제프 코나인(37)이 나이가 많은 점으로 미뤄 내년 시즌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최희섭의 내년 연봉 등 트레이드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시즌 연봉 30만 5000달러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에릭 캐로스와 1루 주전 경쟁을 벌인 최희섭은 컵스가 지난 8월 1루수인 랜들 사이먼을 피츠버그에서 영입,출전 기회가 줄면서 트레이드를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의 컵스행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이승엽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이승엽 영입에 가장 관심을 보인 LA 다저스는 우선 거물 1루수인 리치 섹슨(밀워키)이나 리를 잡기 위해 애쓰고 실패할 경우 이승엽을 끌어들일 복안이었다.따라서 다저스는 리의 컵스행으로 이승엽 영입에 보다 적극성을 띨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최희섭은 26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한국에 도착해서야 에이전트를 통해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며 “오랫동안 몸 담은 팀을 떠나게 돼 서운하지만 나쁜 트레이드가 아니라 좋은 트레이드이기 때문에 시카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시카고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해 아쉬웠는데,우승팀 플로리다에 가게 돼 기쁘다.”며 “풀타임으로 뛴 경험을 살려 내년에는 20개 이상의 홈런을 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최희섭은 다음달 1일 자선행사,3∼5일 경남 남해에서 열리는 야구캠프에 참가한 뒤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민수기자 kimms@ 10년만에 두번 우승 ‘신흥 명문' 플로리다 말린스는 창단 10년만에 두 차례나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신흥 명문’. 지난 1993년 창단된 플로리다는 에이스 케빈 브라운을 비롯해 모이세스 알루,데본 화이트 등 알짜 영입에 무려 8900만달러를 쏟아부어 97년에 첫 우승을 일궈낸 뒤 이듬해 이들을 대거 트레이드시켜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올 시즌 젊은 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투수 조시 베켓(23),내셔널리그 신인왕 투수 돈트렐 윌리스(21),신인으로 월드시리즈에서 4번타자에 이름을 올린 미겔 카브레라(20) 등을 팀의 주축으로 삼은 플로리다는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통산 27회 우승을 노린 거함 뉴욕 양키스를 꺾고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젊은이 광장] ‘플래시 몹’의 진화

    지난 15일 서울 명동 을지로입구 역 주변.오후 2시10분쯤부터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연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뭔가를 기다린다.20분쯤 지나자 그들은 동시에 거리 한복판에 쪼그리고 앉는다.준비해온 분필을 손에 쥐고 바닥에 열심히 ‘파병반대,전쟁반대’라고 쓰기 시작한다.그리고 다시 몇분간 바닥에 눕는다.정확히 10분 뒤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이나 이메일을 이용해 이미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현장에서 주어진 행동을 짧은 시간에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플래시 몹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플래시 몹을 ‘의미없는 행동’의 다른 말로 여겨왔던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전쟁반대를 외치는 무거움은 플래시 몹이 보여주었던 가벼움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한 목적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플래시 몹의 가장 중요한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그래서 스스로를 ‘피스 몹(peace mob)’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플래시 몹’과 다르다.플래시 몹이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했을 때,젊은이들의 의미 없는 행동과 그 안에 깔려 있는 허무주의는 일반인들로부터 냉소적인 반응을 면하기 어려웠다.길거리로 갑자기 튀어나와 의미 없는 인사말을 동시에 내뱉기도 하고,단체로 우산을 들고 춤을 춘다든지 영화 매트릭스 속의 한 장면을 흉내내는 젊은이들의 행위는 그저 싱거운 그들만의 놀이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저 재밌으니까.’를 외치는 그들의 단순함과 가벼움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것이었다.그러나 플래시 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반전이라는 구호를 몸으로 표현하고 나선 ‘피스 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피스 몹은 플래시 몹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면서도,의미 없는 몸짓이 아닌 사회를 향한 이유 있는 목소리로 스스로를 표현한다.같은 행동 규칙을 따르면서도 철저히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플래시 몹 특유의 쿨한 정서는 고스란히 이어받았지만,플래시 몹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현실 참여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출을 시도한다. 물론 피스 몹을 새로운 사회운동의 시작으로 보기는 이르다.그러나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무장한 이들 사이버몹(군중)이 사회 전반의 이슈에 좀더 적극 개입하고 현실을 변화시키는 ‘영리한 군중’으로 변모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우리는 이미 지난 대선과 촛불시위를 통해 젊은 네티즌들의 결집력과 힘을 경험했다. 네티즌들의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에 사회변화와 개혁에 대한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걱정스러웠던 젊은이들의 개인주의적 정서,허무주의 등이 새로운 네티즌 운동인 피스 몹을 통해 좀더 적극적인 사회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성급한 것일까.플래시 몹의 피스 몹으로의 진화가 반가운 일이면서도 한가지 생각해야 할 문제가 남는다. 과연 피스 몹 참여자들이 파병과 반전이라는 주제를 얼마나 천착하고 있는지,플래시 몹이라는 ‘그들만의 놀이’에 사회적 구호들을 단순한 소재로 이용한 것은 아닌지 더 고민해볼 일이다.피스몹이 단지 재미를 좇는 플래시 몹의 연장이 아니라,현실 참여의 의사표현을 위해 선택되는 ‘수단’이기를 바란다. 오는 29일 두번째 피스 몹을 앞두고 기발한피스 몹 방법이 공모되고 있다.피스 몹의 주인공들이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지 기대해본다. 홍 지 윤 이화여대 웹진 Dew 편집위원
  • 미국의 ‘영원한 대통령’ 존슨이 암살 배후인가?/ JFK 내일 40주기… 미스터리 규명 열기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인들은 왜 케네디를 잊지 못하는가?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이 암살된 지 22일로 40주기가 되지만 그의 ‘신화’는 꺼지지 않고 있다.미국인들은 아직도 그를 ‘나의 대통령’이라 부르며 미스터리로 남은 암살의 원인규명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인 10명 중 7명이 그의 죽음을 ‘음모의 결과’로 생각하며 그가 지금이라도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당선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미 역사상 가장 젊은 43세의 나이로 대통령에 취임해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보여준 케네디 대통령의 삶은 사후에도 계속되는 듯하다. ●식지 않는 신화 ‘긴급뉴스:J.F.K. 암살’‘누가 케네디를 죽였는가?’‘미국을 바꾼 날’‘끝나지 않은 사건’….미 ABC,NBC,PBS,폭스 등 공중파 방송과 CNN,MSNBC,히스토리 채널 등 케이블 TV가 마련한 케네디 특집 기획물의 제목들이다.15일부터 저녁 8시 황금 시간대에 맞춰 1∼2시간씩 1주 내내 방영하고 있다. ABC 방송은 당시의 정황을 재구성한 결과 케네디 암살이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그러나 폭스 TV는 두번째 총격을 가한 ‘제2의 암살범’이 있었으나 검시 후 밝혀진 케네디의 ‘비밀 병력(病歷)’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케네디가 때문에 증거가 유실됐다고 보도했다. 히스토리 채널은 현 백악관 대변인인 스콧 매클레렌의 아버지이자 존슨 전 대통령의 법률 고문이었던 바 매클레렌의 저서 ‘피와 돈,그리고 권력:존슨이 케네디를 어떻게 살해했는가?’에 근거,존슨 전 대통령을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새롭게 부각되는 음모론 쿠바 위기 등을 넘기면서 케네디 대통령은 존슨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됐다.더욱이 정부청사 내 자판기 사업과 관련한 비리에 직접 개입된 존슨 부통령이 최후 수단으로 케네디 암살이라는 극약처방을 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보스턴대 역사교수이자 케네디 전기작가인 로버트 달렉은 히스토리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보여줬던 자신감은 현재의 미국인들에게도 커다란 감동을 주고 있다.”며 “46세에 암살당했으나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는 희망과 더 좋은 미래를 다짐하는 젊고 패기에 찬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그의 정책은 인기에 영합한 미완성 작품에 불과했다든가 결혼 이후에도 지속된 여성 편력에 대한 비난이다.그럼에도 당시 언론은 성 스캔들을 폭로하기보다 그를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mip@
  • 이번엔 “전쟁 싫어” 피스몹

    지난 15일 오후 2시 30분,서울 명동 거리에 20여명의 젊은이들이 모였다.이윽고 아스팔트 바닥에 형형색색의 분필로 ‘전쟁 싫어’,‘Peace’ 등의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갑자기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파를 넣은 병을 앞으로 내밀자 20여명의 젊은이들은 반전 구호와 그림이 그려진 바닥에 쓰러졌다. 2분 뒤 다시 일어난 이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뿔뿔이 흩어졌다.불과 10분만에 상황이 끝났다.길바닥에는 단풍잎 아래 반전 구호만 남았다. 피스몹(Peace Mob) 사이트(http:///peacemob.cyworld.com)를 통한 피스몹의 첫 출현이었다. 피스몹은 인터넷을 통해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행동을 하고 사라지는 행위인 플래시몹(Flash Mob)과 반전 운동이 합쳐진 말.플래시몹은 지난 6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지난 8월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플래시몹은 특정 목적 없이 서로에 대해 묻지 않은 채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그러나 피스몹은 익명성을 매개로 일시적인 해프닝과 의도적인 부조리를 보여주는 플래시몹의 한계를 뛰어넘었다.해프닝을 통해 반전이라는 명확한 주제 의식을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플래시몹의 ‘한국판’인 셈이다. 피스몹 사이트가 생긴 것은 지난 9월.아직 회원수도 50명 남짓이지만 계속해서 회원들의 몹 아이디어가 뜨고 있다. 오는 29일 있을 2차 피스몹에는 이라크 파병 반대 사이트인 피스바이러스(www.p-virus.net) 회원들과 함께 할 예정이어서 더 많은 네티즌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트 운영자 ‘피스몹’은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놀이가 바로 피스몹”이라면서 “국방비 삭감,무기 수입 반대 등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반전평화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
  • [나의 건강보감]당뇨병학회 회장 강성구 교수

    ●합병증으로 이 여덟개 남고 다 빠져 이런 일화가 있다.그가 성모병원에서 신참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유행성출혈열 환자 한명이 들어왔다.파주에 사는 늙수그레한 그 환자는 몰골도 몰골이었지만 상태도 썩 좋지 않았다.그가 정성껏 치료해 겨우 숨을 돌릴 만 하자 그 환자가 퇴원하겠다고 우겼다.사연이 기구했다.“내가 살겠다고 여기서 버티면 치료비 때문에 내 가족들이 골병든다.”는 것이었다.그는 퇴원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치료를 마친 뒤 몰래 쪽문을 열고 그를 도망시켰다.그러나 병원측이 수소문에 나서 그 환자의 거주지가 확인됐고,그가 사주한 사실이 들통나 그때부터 치료비 명목으로 월급이 압류되기 시작했다.명색 의사가 집에 돈 한푼 들여놓지 못해 아내에게 미안했던 그는 견디다 못해 11개월째 들어 병원측에 이렇게 항의했다.“도대체 이 병원의 정신은 무엇이냐?”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4년의 레지던트 생활중 이렇게 월급을 받지 못한 게 36개월이나 됐다. 가톨릭의대 강성구(59) 교수.그는 당뇨병 환자다.현재 대한당뇨병학회 회장과 한국당뇨협회장,세계당뇨연맹(IDF) 아시아태평양지역 총재까지 맡는 등 ‘당뇨의 대가’다운 화려한 이력을 가졌지만 병마의 심술을 피하지 못했다.“2000년인가요.그때도 국내·외 곳곳에서 학술행사가 많아 무척 바빴어요.외국 학술행사에 참석했다가 새벽에 도착해 종일 강의하고,진료하고 그런 식이었지요.그때 데미지가 컸었던가 봐요.갑자기 이가 쑥쑥 빠지는 거예요.그래서 확인해 보니 당뇨 합병증이더라고요.”이가 몇개나 빠졌느냐고 묻자 “남은 걸 세는 게 훨씬 빠를 것”이라며 “여덟개 남고 다 빠졌다.”고 했다. ●돈없는 환자에 “돈 꿔줄테니 치료 받아라” 사실,그는 별로 의사답지 않다.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소탈한 품성에 낙천적인 기질까지 더해져,항상 경계하듯 환자를 대하고 방어적 습관에 젖어 언제나 최악을 말하는 세간의 그렇고 그런 의사와는 분명 달라보였다.“지금도 후학들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환자를 머리로 보지 말고 가슴으로 보라고요.의료업은 결코 취재(取財)의 수단이어서는 안됩니다.국숫집을 해도의사보다 많이 벌 수 있잖아요?”그가 젊은 의사였던 시절,다른 의료진이 포기한 환자 한 명을 떠맡았다.폐에 물이 차 기관지를 절개하자 꿀럭꿀럭 물이 넘쳐나는 환자였다.그 환자를 곁에 두고 그는 중환자실에서 무려 27일간이나 숙식을 같이 했다.“살 확률이 3%,9% 이렇게 높아질 때 느끼는 보람과 희열이야 말로 의사라는 천직의 알파요,오메가 아니겠습니까?” ●술 줄이고 녹차 입에 달고 살아 당뇨가 문제였지만 그보다 먼저 간경화증이 나타났다.“아마 80년 무렵일 겁니다.술 때문에 간경화가 왔어요.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내 병증은 살 확률이 2%에 불과했어요.천행으로 그 2%에 들어 살아남았는데,그때 다짐한 게 있어요.‘만약 내가 이승밥을 더 먹을 수 있다면,나의 모든 것을 병든 이를 위해 바치겠다.’고.”그때부터 ‘의술을 취재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오로지 환자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는 다짐은 그의 생활지침이 됐다.돈없어 치료 못받겠다는 환자에게 “돈 꿔줄테니 치료부터 받으라.”며 설득한 일도 그의 ‘참의사’다운 면모를 설명하는 일화로 남아 있다. 그런 그에게 당뇨합병증이 겹치면서 송두리째 삶이 바뀌었다.바닥 모르고 마셔댄 술부터 줄였다.둘이서 소주 한 상자를 해치우고,서넛이서 양주 대여섯병은 거뜬히 비우는 그의 주량은 웬만한 의료인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 무렵 그는 녹차에 맛을 들이기 시작해 지금은 잠자는 시간 빼고는 녹차를 숫제 입에 달고 산다. ●등산·달리기도 빼놓을 수 없는 건강법 운동도 빼놓을 수 없는 건강법.타고난 운동 체질로 고등학교때 태권도가 공인 3단이었는가 하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도 뛰었다.산악등산도 전문가 못지 않아 지금도 짬만 나면 산행에 나선다.“집이 효자동이라 가까운 북한산을 자주 가는데,북한산은 손금보듯 하죠.더러는 도봉산이나 수락산도 타고요.”그는 50년대부터 북한산을 올랐다.지금이야 산이 망가져 등산로가 제한되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규제가 없던 시절이라 그가 만든 등산로만 100개 코스가 넘는다.그런 그가 “의사 되고나서 건강 많이 망가졌다.”고 푸념했다. 당뇨 전문의이면서 환자인 그의 당뇨 얘기는 교과서의 범주를 시원하게 벗어나 있다.“누구나 나이 먹으면 호르몬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을 앓기 쉬운데,그 합병증이라는 것도 양태가 너무 다양해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틀림없는 것은 당뇨병이 무섭다는 것인데,예컨대 당뇨환자가 암에 걸릴 확률은 정상인보다 4∼6배나 높고,심근경색의 40% 이상이 당뇨성이거든요.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당뇨병이 무섭지만 관리만 잘하면 최소한 병증의 심화를 저지하거나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섭생 원칙도 의외로 간단하다.“포식을 하지 않습니다.의사이다 보니 대충 열량을 계산해 절대 과하게는 먹지 않죠.기름진 음식 대신 담백한 먹거리,육류보다는 생선을,그것도 튀기거나 볶은 것보다 찐 것을 선호합니다.”재미있는 것은 그의 ‘고추 건강론’이다.“다들 매운 고추가 위장에 해롭다고 믿는데,임상시험을 해보니 그게 안그래요.전 매운 청양고추를 즐겨먹는데,섬유소도 많고 매운 캡사이신 성분이 몸을 덥혀주는가 하면 위도 튼튼하게 해줘요.한국 여자들 피부 고운 것,상당부분 고추 덕분이기도 하고요.” ●청양고추 즐기고 기름진 음식 멀리해 “제게 중요한 것은 열심히 사는 건데,제가 당뇨병을 앓고 있지만 건강 강박증같은 건 없어요.물 흐르듯 사는 삶이 아름답지 않습니까?”라는 그에게 건강하게 사는 법을 묻자 “의사처럼 살면 안되지만 의사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파안했다.그의 얼굴에선가,어디에선가 더운 물에 녹차의 초록이 풀리듯 ‘참 의사’의 향기가 소리없이 배어나,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을 해거름이었다. 심재억 기자 jeshim@ ■강성구박사의 녹차 건강론 “녹차,좋죠.양질의 섬유소가 많아 공복감을 없애 식사량도 줄여주며,배변도 도와줍니다.또 열량이 거의 없어 먹는데 부담도 없고요.아침에 일어나 한 컵을 마시는 것으로 시작해 하루에 2ℓ 정도 마실 텐데,덕분에 85㎏까지 나갔던 체중이 75㎏으로 줄고 피도 아주 맑아졌어요.”그 뿐 아니다.녹차는 복부비만을 해소해 체형에 신경쓰는 여자들이 가까이해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의 녹차론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일종의 경험방(經驗方)이다.“녹차를 비롯한 모든 잎사귀차(엽차)에는 사포닌,탄닌,비타민A·C와 항산화물질이 가득해 많이 마셔 나쁠 게 없습니다.특히 녹차는 적당하게 더운 물에 우리는데,그 온도에는 카페인이 잘 녹지않아 좋죠.”해마다 봄이면 그와 친교가 있는 구례 화엄사의 스님 한분이 “옛다,이거 먹고 좋은 일 많이 해라.”며 몇통씩 건네줘 즐겨 먹지만 흔한 티백차도 가리지 않는다.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지만 병은 그의 가슴에 있을 뿐 일상 생활은 크게 다를 게 없다.“특별히 까다롭게 따지진 않아요.기름진 음식,특히 튀긴 음식 정도 가리는 편이고…,밀가루보다는 쌀음식을,중국 음식도 기름이 많은 자장면 대신 먹어야 한다면 우동이나 짬뽕을 먹죠.술도 딱 잘라 먹네,안먹네 하지않고 필요하면 먹어요.”대신 그는 녹차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이런 섭생의 문제를 극복해 간다.“1주일에 4일 정도는 북악스카이웨이를 매번 4∼8㎞씩 뛰죠.운동 체질이라 그런 일상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복이라면 복이겠죠.외국에 나갔을 때 운동할 형편이 안되면 목욕탕에서라도 1만번씩 뛰니까요.” 경희대 한방병원 신현대 교수는 “녹차는 카데킨 등 유효 성분이 다량 함유돼 콜레스테롤을 낮춰 비만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항암작용과 함께 암세포의 전이도 억제하는 매우 뛰어난 차류”라며 “일반인의 경우 물 대신 1일 3∼4잔 이상을 지속적으로 마실 경우 인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 농익고 그윽해진 여성성과 생명 존중/김선우 두번째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

    “아지랑이 피는 구릉에 앉아 따스한 소피를 본 적이 있다.”(‘나생이’)라고 스스럼 없이 말하는 젊은 여성시인.첫시집에서 험한 세파를 겪은 듯한 ‘선술집 아낙’의 정서를 탁월한 상상력으로 노래한 시인 김선우(33)가 두번째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창비사 펴냄)를 냈다. 첫 시집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과 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때’,어른을 위한 동화 ‘바리 공주’ 등에서 일관되게 보여준 여성성과 생명을 중시하는 차분한 목소리는 여전하다.아니 더 그윽해지고 깊어졌다. 여성성에 대한 시인의 시선은 아주 구체적으로 나타난다.시집 곳곳에서 엄마나 언니의 오줌·월경·생리혈·양수·자궁 등을 이야기한다.시인에게 그것은 단순한 몸이나 생리현상이 아니라 생명을 낳고 소비하고 재생하면서 우주를 이루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그 여성성에서 시인은 모성의 위대함을 노래한다.“월경 자국 선명한 개짐으로 깃발을 만들어/기우제를 올렸다는 옛 이야기”를 현재형으로 불러내면서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이어받은 자신에게서도 “월경 때가 가까워오면/내 몸에서 바다 냄새가 나네”(‘물로 빚어진 사람’)라면서 대물림된 생산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나아가 시인의 시선은 폐경을 맞은 엄마에게 “폐경이라니,엄마,/완경이야,완경!”이라고 신성한 생명의 의무를 다했음을 상기시키며 위무한다. 일전 인터뷰에서 “내가 글을 쓰는 한,아니 이곳에서 존재하기를 멈추지 않는 한,생태나 다양한 사회문제들,페미니즘의 문제는 내 존재의 저변을 이루는 것이다.”라고 말한 시인의 다짐이 또 어떤 상상력으로 다가올지 기다려진다. 이종수기자
  • NBA/ 코트 휘젓는 ‘루키’

    야오밍,어메어 스터드마이어,르브론 제임스,카멜로 앤서니.지난해와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들이 미국프로농구(NBA)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기몰이의 선두에는 ‘킹 제임스’가 나섰다.데뷔전에서 25점을 넣으며 ‘과대 포장’ 시비를 불식시킨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203㎝)는 31일 피닉스 선스와의 경기에서 트리플 더블급(21점 12리바운드 8어시스트) 기량을 뽐냈다. 이날 보여준 노룩패스와 더블 클러치 슛,탄력 넘치는 리바운드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퇴)의 플레이를 쏙 빼닮았다.제임스의 이날 맞상대는 지난 시즌 신인왕 스터드마이어(208㎝).스터드마이어는 25점을 몰아 넣으며 피닉스의 95-84 승리를 이끌었다.한편 지난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휴스턴 로키츠·229㎝)은 덴버 너기츠와의 경기에서 파울 트러블로 20분만 뛰었지만 19득점을 올리며 팀의 102-85 대승을 도왔다.덴버의 슈퍼 루키 앤서니(203㎝)도 데뷔전보다 6점 많은 18점 9리바운드를 기록해 야오밍 못지않은 기량을 보였다. 이날 NBA 인터넷 사이트는 이들 4명의 ‘젊은 피’를 놓고 ‘당신이 감독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라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결과는 제임스가 단연 1위.다음은 야오밍,앤서니,스터드마이어 순이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부동산 거품빠진 日 “집을 뭐하러 삽니까”

    부동산 거품이 끝난지 13년,일본 샐러리맨들에게 내 집은 재테크 대상에서 제외된지 오래다.거액을 쏟아부으면 손해만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천정부지로 뛴 서울 강남 같은 광기의 부동산 열풍은 일본에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옛 이야기다.거품 때 평당 343만엔이던 도쿄의 평당 분양가는 올해 192만엔으로 44%나 떨어졌다. 부동산 하락세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기는 했어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남녀 증가 등의 이유가 겹쳐 일본에서는 집을 사지 않는 30대가 늘고 있다.마이홈은 더 이상 젊은 샐러리맨의 꿈이 아니게 된 것이다. |도쿄 황성기특파원|이즈미(36)는 올 4월부터 마이홈 족이 됐다.널찍하고 모든 게 새것인 내 집에서 네 식구가 생활하게 된 것에 입주한 지 반년이 지난 요즘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그러나 차분히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집에 들어간 돈만큼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지금의 디플레이션이 언제쯤 끝나 집값이 오를 수 있을지 의문투성이다.뿐만 아니다.집 장만을 위해 은행에서 꾼 장기대출금 2000만엔의 30년 상환도 어깨에 얹혀진 무거운 짐이다. ●“거품 아직 덜 빠졌다.”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는 이즈미는 도쿄와 이웃한 수도권 이바라키현의 비좁아 터진 사택(社宅)에 살다가 “사택생활을 하며 생기는 부인끼리,아이들끼리의 갈등 때문에 못 살겠다는 집 사람의 성화에 못 이겨 집을 지어 이사나갈 결심을 했다.”고 한다. 갖고 있던 돈과 부친의 유산을 종자돈으로 사들인 토지 60평에 2층짜리 집을 지었다.어림잡아 4300만엔이 들어갔다.도쿄가 아닌 지방에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평생 이곳에 살 각오를 했다.그러나 집이 완성된 순간부터 집값이 떨어질 각오도 함께 해야 했다. 집을 산 뒤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마스미(40·여).그녀는 3년 전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전철로 20분 떨어진 스기나미 구에 아파트(전용면적 57㎡)를 구입했다.신축 아파트인데다 은행 대출금 없이 현찰로 사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독신이든,결혼하든 집 한 채 지니고 있으면 이리저리 이사다니거나 월세를 내야 하는 부담은 없을 것”으로 판단해서였다. 직장생활로 모은 돈과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유산,어머니에게서 빌린 돈으로 구입 당시 가격이 4200만엔.그때까지는 좋았다.그러나 얼마 전 지방으로 이주할 일이 생겼다. 가격이나 알아볼 셈으로 부동산회사에 문의했던 그녀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집값이 떨어진 사실을 접하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마침 나고야에서 도쿄로 이사오려는 사람이 있어 3600만엔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부동산회사의 대답이었다.이 회사는 한술 더 떠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작자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몇달 지나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훈수를 겸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나마 전철 역에서 가깝고,이른바 로열층이라 3600만엔도 제대로 받는 것이라 한껏 스스로를 위로해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손해라는 부동산회사 사람의 말이 귓전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아베(64)는 지난달 센다이에 있는 집 두 채 중 한 채를 처분했다.전용면적 30평 가까운 아파트는 1000만엔밖에 받지 못했다.“십수년 전 2000만엔 가까이 주고 산 집이었는데,어차피 살지 않는 집이고 더 떨어질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아치웠다.”고 말했다. ●“굳이 집 살 필요 없다.” 노총각 신문기자인 오카베(38)는 “집을 왜 사느냐.”고 되묻는 젊은 세대 중 한 명이다. 도쿄 시부야에서 가까운 방 두 칸짜리 월세집에 살고 있는 그는 월세 13만엔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보통 샐러리맨들이 “월세를 내느니 장기대출로 집을 사 빚을 상환하는 편이 나중에 집 한 칸이라도 남는다.”고 장기대출금으로 집을 샀던 시대는 옛날이 된 것이다. 그는 “좀더 얘기하자면 1995년 고베 대지진을 취재갔을 때 처참하게 무너진 집을 보고,도쿄도 언젠가 저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굳이 돈들여 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부부가 신문기자인 미치코(29·여)는 두 사람이 합치면 충분히 집을 살 수 있는 연봉인데도 불구하고 “집을 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언제 지방발령을 받아 전근을 가야할지 모르는데다 집을 사더라도 도쿄에는 집을 사고 싶지 않아서이다. 16만엔의 월세집에 두 식구가 살고 있는 그녀는 “다달이 월세를 내느니 집을 사는 편이 낫지 않으냐는 얘기를 주위에서 듣지만 월세가 아깝다고 해서 덜렁 집을 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도큐 주(住)생활연구소가 지난 6월 상장기업에 근무하는 수도권 샐러리맨들의 주택에 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주택구입 계획이 있다.”는 30대는 30%에 불과했다. ●수요 없어 건설회사들 분양경쟁 치열 호시노(37)도 집을 살 생각이 없는 30대 샐러리맨이긴 하지만 집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무주택주의자는 아니다.그는 “외아들이라 언젠가는 부모의 집을 자연스럽게 물려받는다고 생각하면 굳이 이런 시대에 무리해 집을 살 필요가 있을까 한다.”고 말했다.아이를 덜 낳는 경향이 주택구입의 추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가네코(43·주부)는 요즘 “집을 사지 않겠느냐.”는 부동산회사의 전화 성화로 귀찮을 지경이다.부쩍 동네에 아파트 신축이 늘어나면서 미분양을 걱정한 부동산 회사에서 전화로 호객을 하는 것이다. 이달 1일부터 신칸센 역이 들어선 시나가와 일대에는 재개발이 한창 진행되면서 아파트 신축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도쿄만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부동산회사의 집중적인 개발이 이뤄져 공급물량이 교토(京都)의 연간 공급물량을 훌쩍 뛰어넘는 4000가구 가량에 달해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공급된 신축 주택은 9만 6000가구.교통이 불편하거나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의 경우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에 아파트 분양광고가 거의 날마다 게재되는가 하면 신문에 끼워넣는 광고지가 하루 10장을 넘는 날도 있을 만큼 판매경쟁이 치열하다.그래서 옥상에 수영장을 설치하거나 모든 가구에 온천물을 공급해 구매자를 확보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여건 좋다고 집값 비싼 건 이해 안돼 교육환경이 좋다고 서울의 강남처럼 집값이 폭등하는 경우가 도쿄에는 없다.도심에서 가깝거나 살기에 편리함이 부동산 가격을 좌우할 뿐이다. 부동산전문 정보서비스 회사인 ‘도쿄 간테이’의 나카야마 도시아키는 “게이오대학 계열의 사립 유치원은 입학면접 때 어린이가 아플 경우 보호자가 금방 달려올 수 있는지를 묻기 때문에 간혹 근처로 이사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나 학원이 몰려 있다고 해서 그 일대의 집값이 통째로 오르는 사례는 도쿄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marry01@ ■슈퍼 샐러리맨 겨냥 호화아파트 ‘양극화' |도쿄 황성기특파원|거품이 꺼지고,집값이 하락하고,분양가도 덩달아 떨어지면서 일본 서민들에게는 지금이 내집 마련의 기회라는 이야기가 많다.그러나 한편에서는 서민들이 꿈도 꿔보지 못할 ‘옥션(일본어 억엔과 맨션의 합성어)’이 속속 등장해 서민들 기를 죽이는 양극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올 1월 노무라 부동산이 내놓은 더 하우스 미나미아자부는 130가구의 초호화 아파트이다.꼭대기인 10층에 들어설 425평짜리 아파트 한 채 가격은 12억 7000만엔(한화 127억원 상당).민간기업의 샐러리맨 평균 연봉이 448만엔(일본 국세청 조사)인 일본에서 283년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는 ‘억’ 소리 나오는 아파트다. 미쓰이 부동산도 지요타구에 63가구의 15층짜리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13억엔에 달하는 초대형·초호화 아파트를 선보였다.1993년 이후 10억엔이 넘는 옥션이 등장하기는 꼭 10년만이다. 부동산 정보서비스 회사인 ‘도쿄 간테이’의 나카야마 도시아키는 “초고가 아파트가 사라진지 10년이 지나면서 부유층의 잠재적인 수요가 높아진 점에 착안,부동산 회사들이 시장조사를 거쳐 이런 고가의 물건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장기불황과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전인구의 중류층화’ 신화가 붕괴되고,부가 부를 급속히 증식하는 연수입 몇억엔의 초부유층,연봉 수억엔의 슈퍼 샐러리맨이 등장하면서 분양 아파트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작년 수도권에 건설된 9만 6000가구의 주택 가운데 1억엔 이상을 넘는 물건은 670가구(0.7%)에 불과할 만큼 ‘한줌의’ 부자들에 의해 초호화 아파트가 독점되고 있는 것이다. 나카야마는 “50층을 넘는 초고층 빌딩 건축 붐과 더불어 45층 이상에 들어서는 옥션 분양도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높은 층수가 곧 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고 있는 점도 최근 생겨난 특징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스미토모 부동산은 도쿄의 고급주택지인 조후시에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건축연구소가 설계한 61가구짜리 아파트를 건설할 예정.내년 2월에 분양할 이 아파트는 개성을 추구하는 아파트 시장의 다양화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 인간의 육신에 새겨진 현대인의 숨겨진 욕망/오늘부터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英현대미술전

    영국은 현대미술 강국이다.이른바 YBA(Young British Artists)라 불리는 영국 청년작가들의 활동은 지난 10여년간 영국은 물론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 왔다.그 중심에는 단연 대미언 허스트(38)가 자리잡고 있다.1988년 대미언 허스트가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동료학생들과 함께 런던 선창가 창고에서 연 ‘프리즈(Freeze)’전은 영국 현대미술의 세대교체를 이루는 기폭제가 됐다.이 ‘프리즈 세대’의 젊은 영국 미술가들이 추구해온 작품세계는 국제무대에서 지금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영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온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기획전이 마련돼 관심을 모은다.28일부터 내년 1월31일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영국의 현대미술-새로운 예술사’전에는 대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샘 테일러-우드,마크 퀸,개빈 터크,게리 흄,길버트 앤 조지,존 아이작스,트레이시 에민,앤서니 곰리 등 10명의 작품 30여점이 선보인다.모두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대미언 허스트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절단된 동물의 신체를 넣는 등 도발적인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작가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Jesus’는 플라스틱으로 인체의 뼈대를 만들고 전구와 전기장치들을 이용해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다.신성모독의 기미까지 풍기는 이 작품은 바니타스(Vani tas)라는 전통적인 주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바니타스는 ‘공허함’ 혹은 ‘무상함’을 뜻하는 라틴어.죽은 자의 두개골이나 모래시계,켜져 있는 촛불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바니타스의 상징이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 샘 테일러-우드(36)는 비디오와 포토 파노라마 작업을 벌인다.‘혼잣말 Ⅷ’은 눈을 가린 남성의 이미지 아래 나체의 군상이 밀폐된 공간 속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촬영한 것.눈을 가린 것은 무의식의 세계와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의미한다.‘브론토사우루스(Brontosaurus)’는 나체의 남자가 음악에 맞춰 느릿느릿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 작품.작가는 때로 자신의 나체 자화상까지 작품도입부에 등장시켜 현대인의 감춰진 내면,그 은근한 욕망의 응달을 보여준다. 마크 퀸(39)은 자신의 피를 직접 뽑아 작품을 만드는 엽기적인 성향의 작가다.이번에 나오는 ‘Self’ 또한 자신의 피를 직접 뽑아 모은 것을 굳혀 인간의 머리 형상으로 만든 작품이다.인간의 몸 안에 들어 있는 피의 양과 거의 같은 4ℓ 분량의 피를 재료로 삼았다.이것이 무엇을 위한 예술인가,아니 이것도 예술인가.작가는 “나의 작품은 육체와 영혼의 문제,육신에 새겨진 자아존재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Self’는 원래 1991년에 처음 만들어졌다.이번은 세번째 작품.냉동장비에 의해서만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극도로 민감하다.지난 96년 제작된 두번째 ‘Self’는 영국의 거물 컬렉터 사치가 관리를 잘못해 녹아버리기도 했다.이같은 작품의 취약성은 인간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과 신체의 변덕스러움을 암시한다.이번 작품은 실리콘을 씌워 냉동장치가 꺼지더라도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현대미술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는 지난 9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영국현대미술전이 열린 이래 처음이다.영국 젊은 미술가들의 이번 작품은 앞으로 현대미술이 더욱 실험적이고 격정적인 오브제와 비디오 중심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하는 하나의 징표로 보인다.(041)551-5100.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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