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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 2007 새벽을 여는 사람들] (1)구두공장 사장→환경미화원 홍순철씨

    [희망 2007 새벽을 여는 사람들] (1)구두공장 사장→환경미화원 홍순철씨

    정해년(丁亥年) 새해가 밝았다. 시작은 늘 희망을 동반하듯, 새해를 맞는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행복한 꿈’을 그리고 있다. 하루의 시작인 새벽도 마찬가지다.‘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해, 남들보다 먼저 희망을 품는다. 새해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소박한 꿈과 희망을 시리즈로 싣는다. “지난 한해는 허울뿐인 ‘사장’ 타이틀을 떼 냈다면, 올 한해는 우리 가족의 ‘저축 원년’이 될 겁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조만간 우리 가족을 억눌러 왔던 은행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해년을 하루 앞둔 31일 새벽 5시. 서울 시청 앞 거리에서는 시커먼 어둠 사이로 희망의 ‘빗질’ 소리가 메아리쳤다. 구두 공장 사장이었다가 1년전 환경미화원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서울 중구청 소속 새내기 환경미화원 홍순철(48·중구 신당2동)씨의 희망을 여는 소리다. ●불혹의 나이에 ‘홍 사장’에서 ‘환경미화원 홍씨’로 경력 1년의 중구청 ‘막내 환경미화원’ 홍씨는 마치 전날 돼지꿈을 꾼 것처럼 돼지해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2004년 초까지만 해도 홍씨는 직원 5∼7명을 거느린 작은 구두공장 사장이었다. 사업이 잘 될 때는 매월 500만∼600만원은 거뜬히 벌었다. 그러나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국산 저가 구두 앞에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홍씨는 20년 동안 운영하던 구두공장을 2004년 5월쯤 헐값에 넘겼다. 그 뒤 1년 동안 다른 구두공장에서 월 130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하급 기술자로 일해야만 했다. 당시 홍씨 가족은 은행대출금 4000만원과 버겁기만한 카드값·생활비, 고 3 딸아이 학원비 등으로 매일매일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무능한 남편·아빠라는 생각 때문에 1년 동안 술·담배가 엄청 늘었죠. 하지만 인생 나락까지 떨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두려운 것이 없어지더라고요. 우연찮게 환경미화원 모집공고를 봤고, 무조건 지원했습니다.” ●희망을 꿈꾸는 새내기 환경미화원 홍씨가 현재 매월 받는 보수는 230여만원 정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이다. 또 딸아이 뒷바라지까지 생각하면 빠듯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씨의 입가엔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홍씨는 과거 ‘홍 사장’과 현재 ‘환경미화원 홍씨’를 비교하며 “잃은 것은 돈뿐이지만, 얻은 것은 가족·여유·대화·사랑·웃음 등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자랑한다. 사실 아내는 허울뿐인 ‘홍 사장’을 싫어했다. 사장이라는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술과 접대를 해야했고, 그러면서도 항상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후 4시면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는 홍씨는 요새 딸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며 젊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인터넷 용어를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규직이라 해고될 염려도 없고 아이들 학자금 대출 지원도 나와 만족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홍씨의 입가에서 나온 미소가 가족들에게도 전파돼 홍씨 집안엔 웃음꽃이 피는 날이 많다.‘홍 사장’시절엔 느껴볼 수 없던 또 다른 행복이다. ●정년 뒤 고향에 내려가 농사짓는 꿈꿔 구두끌 대신 빗자루를 잡으면서, 시민의식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특히 홍씨는 독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이 갈 길이 여전히 멀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팀이 좋은 경기를 펼친 프랑스전에서는 사람들도 흥이 나서 자발적으로 청소에 나섰어요. 그런데 우리가 패한 스위스 전때는 쓰레기도 더 많이 배출됐을 뿐더러 뒷자리를 청소하는 사람도 거의 없더라고요.” 홍씨는 새벽마다 파란색 쓰레기 봉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게 된다고 한다. 환경미화원 정년인 59세까지 열심히 일해서 고향인 강원도 삼척시에 2층짜리 집을 짓고 감자와 옥수수 농사를 짓는 게 홍씨의 꿈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사장이면 어떻고 환경미화원이면 어떻습니까. 이 직업이 창피하기 시작하면 한 없이 창피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떳떳하게 됩니다.” 글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프로배구] 대한항공, 거함 현대 격침 ‘대이변’

    대한항공 문용관 감독은 3세트 첫 듀스 뒤 강동진이 극적인 뒤집기 점수를 얻은 24-25에서 타임을 불렀다. 주문은 간단했다.“상대 블로킹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뿐. 경기 직전 “오늘 사고 한번 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터였다. 이어진 2년차 신영수의 오픈 강타. 사실상 승리를 예감한 이 한 방으로 그동안 주눅이 들어 있던 ‘만년하위’ 대한항공의 재탄생은 시작됐다. 대한항공이 3년 만에 ‘거함’ 현대캐피탈을 잡고 모처럼 날아 올랐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4차전에서 최장신(208㎝)의 브라질 용병 보비(37점)를 앞세워 풀세트 접전 끝에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을 3-2로 격파, 파란을 일으켰다. 프로배구 두 시즌 동안 연속 4위에 머물러 꼴찌나 다름없었던 대한항공은 이날 값진 승리로 3승1패를 기록, 단독 2위를 꿰찼다. 무엇보다 신영수와 강동진 등 부진했던 ‘젊은 피들’이 맹활약, 기대를 부풀렸다. 대한항공이 현대를 이긴 건 실업배구 V-투어 마지막해이던 2004년 1월18일 승리 이후 처음이다. 이후 현대와의 프로 무대에서는 4차례 한 세트씩만 거뒀을 뿐,11전 전패를 당했었다. 3세트까지 매번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대한항공은 숀 루니(25점)와 후인정(17점)의 강타에 주춤하고 범실까지 겹쳐 균형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5세트에서 보비의 ‘불꽃타’로 현대를 침몰시켰다. 반면 아시안게임 대표팀 해산 이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현대는 지난 24일 삼성화재에 2-3으로 패한 데 이어 2패(2승)째를 안아 힘든 행군을 예고했다. 삼성화재는 대전에서 김정훈(12점)과 레안드로(11점), 장병철(11점)의 고른 활약으로 상무를 3-0으로 잠재우고 4승째를 마크, 선두를 달렸다.LIG도 수원에서 프레디 윈터스(18점)와 이경수(17점) ‘쌍포’로 한국전력을 3-0으로 완파했다.천안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책꽂이]

    ●세계의 명언(전2권, 이동진 지음, 해누리기획 펴냄) 동서양의 명언, 격언, 속담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했다. 인용하거나 음미할 가치가 있는 명언들이 망라됐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명언 가운데에는 잘못 전해진 것들이 적지 않다. 괴테의 마지막 말로 유명한 “더 많은 빛을”은 괴테가 천상의 광채나 진리의 빛을 갈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사실은 그가 죽을 때 방안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덧문을 좀더 활짝 열어달라고 한 말이었다. 나이지리아 대사를 지낸 저자는 노숙자 무료진료기관인 ‘요셉의원’을 돕기 위해 발행하는 월간지 ‘착한 이웃’의 대표. 각권 2만 5000원.●현대 중국 철학사(펑유란 지음, 정인재 옮김, 이제이북스 펴냄) 20세기 중국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교육가인 저자의 마지막 저서. 펑유란은 젊은 시절 서양학자로부터 “중국에도 철학이 있느냐.”는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분발한 그는 일곱권짜리 ‘중국철학사 신편’을 쓰는 데 일생을 바쳤다. 이 책은 1990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95세의 나이에 완성한 ‘중국철학사 신편’ 제7권이다. 펑유란은 1911년 신해혁명을 자산계급의 구민주주의 혁명으로,1949년 마오쩌둥의 프롤레타리아정권을 신민주주의 혁명의 소산으로 본다.1만 8000원.●맹자, 처세를 말하다(뤄리에원 지음, 고예지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 맹자는 공자의 사상적 적자임을 자처하고 공자의 학문을 이어받아 유가사상을 꽃피운 인물이다. 온갖 사상과 학설이 난무하던 백가쟁명의 전국시대에 그는 제후들을 만나 유가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썼다. 맹자는 엄청난 달변가에다가 비유의 천재였다. 이 책에는 맹자의 38가지 처세론이 담겼다. 남의 스승 노릇하길 좋아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면 길이 난다 등 지혜의 가르침을 소개한다.9800원.●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미술(이주헌 지음, 학고재 펴냄) 우리 시대의 ‘미술 멘토’로 통하는 저자의 러시아 주요 미술관 답사기.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과 푸슈킨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러시아 미술관 등 네곳을 소개한다. 이콘으로 대표되는 종교화부터 차르 체제 아래 고통받던 민중의 생활상을 담은 장르화와 역사화, 사실주의 미술의 맥을 이은 근현대 러시아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러시아 국민화가 일랴 레핀의 ‘볼가 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바실리 수리코프의 ‘대귀족 부인 모로조바’, 악마화 연작으로 유명한 미하일 브루벨의 환상적인 그림의 세계로 안내한다.1만 5000원.●페르시아 전쟁(톰 홀랜드 지음, 이순호 옮김, 책과함께 펴냄)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제국과 아테네, 스파르타 등 그리스 폴리스 사이에 벌어진 페르시아 전쟁을 재구성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 이래 서구와 동방의 대결 혹은 민주주의와 전제주의의 전쟁이라는 이분법으로 인식돼 온 페르시아 전쟁의 실체를 치밀한 고증을 통해 밝혔다. 파라다이스의 어원이 된 페르시아의 식물원, 절제와 침착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은 스파르타, 자신과 가문의 영달을 위해 매국행위를 서슴지 않은 아테네의 정치인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실렸다.2만 3000원.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女 핸드볼 5연패 구기종목 첫 金…男대표팀 한풀이

    |도하(카타르) 임일영특파원| 3년차 주부의 몸으로 하루 7시간 훈련을 견뎌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고교 시절부터 시작된 빈혈 증세가 결혼 이후 더 심해져 약물치료를 받느라 그 흔한 보약도 입에 대지 못했다. 14일(한국시간) 도하의 알 가라파 인도어홀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을 29-22로 꺾는 데 앞장선 라이트윙 우선희(28·삼척시청)는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듯 유난히 지쳐 보였다. 2002년 부산대회 때만 해도 그는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젊은피’였다.2년 뒤 우선희는 세계선수권 올스타로 선정된 데 이어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와 맞먹는 은메달의 감동을 국민들에게 안겨줬다. 어느새 대표팀 네번째 고참이 된 우선희는 이날 결승전에서 막내동생뻘 후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체력과 스피드를 과시했다. 월드클래스 윙플레이어답게 카자흐스탄 장신 숲을 손쉽게 뚫는가 하면 총알 속공으로 문필희(24·효명종합건설)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6골을 네트에 꽂아 당당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덕분에 한국 여자 핸드볼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이후 대회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선희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30골(전체 4위)을 터뜨리며 공격을 주도, 성공률이 무려 81%에 달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우선희의 왼쪽 팔목에는 카자흐스탄 수비수로부터 받은 강력한 견제 탓에 영광의 상처가 있었다. 왼쪽 팔목 살점이 살짝 떨어져나간 듯 핏자국이 선명했던 것. 우선희는 “(허)영숙 언니,(허)순영 언니와 묶어서 유부녀 3총사라고 말씀하시는데 전 아줌마 소리 듣기 싫어요.”라고 살짝 눈을 흘기더니 “솔직히 체력이 부치지만 나이 티 안 내려고 열심히 먹고 운동해요.”라며 웃었다. 잘 먹는다지만 우선희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 세계 최고의 윙플레이어인 만큼 우선희는 유럽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게 사실. 하지만 그는 “소속팀이 창단된 지 얼마 안돼 지금은 움직이기 힘들어요. 팀을 우승시키고 안정된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볼게요.”라고 털어놓았다. 얼굴은 동안이지만 우선희는 아테네 올림픽 직후에 결혼한 미시 스타.“신랑이 다섯살 많아서 아기를 빨리 갖기를 원했는데 이젠 좀 지쳤나 봐요. 일단 베이징 올림픽 뒤로 미뤘고 더 연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라며 방긋 웃었다. 구기종목 첫 금메달을 일궈낸 강태구(부산시설관리공단) 감독은 “결혼하면서 빈혈이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정신력으로 잘 버텨줬다.”며 “가정도 제쳐두고 제자뻘 후배들과 뒹굴며 몸을 아끼지 않은 아줌마들의 투혼 덕에 우승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하지만 베이징 올림픽까지 뛰어주기를 바란다.”고 욕심을 잔뜩 부렸다. argus@seoul.co.kr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한국체조 젊은 피 제2 황금기 활짝

    |도하(카타르) 임일영특파원|여홍철(35)을 필두로 유옥렬과 이주형(이상 33), 이장형(32) 등 굵직굵직한 스타들이 쏟아졌던 90년대는 한국 남자체조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이들이 서른 줄에 들어선 이후 뒤를 받쳐줄 후배들이 나타나지 않았고 조금씩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3개나 건졌지만 홈 어드밴티지의 논란 속에 거둔 성과였다. 그로부터 4년 뒤 도하대회에서 한국 남자체조는 금2, 동3개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해외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선 역대 최고 타이(테헤란·히로시마대회)의 성적. 당초 양태영(26·포스코건설)과 유원철(22·한국체대)의 주종목인 평행봉에서 금 1개를 기대했던 체조계로선 뜻하지 않은 풍작이다. 더군다나 에이스 양태영이 무릎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어서 더욱 소중하다. 체조인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점. 중심에는 ‘84년생 트리오’ 김지훈·김대은·유원철과 김수면(20·이상 한국체대), 김승일(21·한양대) 등 ‘젊은 피’들이 있다. 개인종합보다는 특정종목에 대한 전문화를 중시하는 풍토에서 고른 실력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대거 포진, 경쟁구도를 갖추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일천한 경험을 가진 젊은 피들이 대회 4관왕에 오른 ‘체조황제’ 양웨이(26·중국)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기량을 120% 발휘한 점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희망을 부풀리기에 충분하다. 특히 중국은 아직까지 전문화보다는 양웨이처럼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는 만큼,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각자의 전공분야에서 양웨이를 포위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또 아직까지 전성기라고 볼 수 없는 김수면과 김대은이 일찌감치 첫 종합대회 금메달을 경험한 것도 두둑한 자산이다. 평행봉 결승에서 착지 실수를 하고도 공동 금메달을 챙긴 양웨이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은 김대은은 “우리의 팀워크는 최고다.(양)태영이형 밑으로 나이가 거의 비슷해 부담 없이 친구처럼 서로의 단점을 짚어준다.”고 말했다. 김동민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는 “올해부터 10점 만점제가 사라지고 점수를 무한대로 줄 수 있는 새 채점 체계가 도입되면서 그동안 기술점수를 높이는 데 노력해온 점이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argus@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한국 만화와 일본 만화

    [이현세 만화경] 한국 만화와 일본 만화

    ‘한국만화는 일본만화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은 해외에서 가장 많이 받아온 질문 중 하나이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자주 받는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는 ‘형식이나 표현기법에서 한국만화가 일본만화와 다른 점을 나는 모르겠소.’라는, 다소 도전적인 빈정거림도 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이 질문에 당혹스러워한다. 그러나 나는 ‘도대체 그 따위 것이 무슨 토론거리인가.’라는 생각이다. 칸 속에 말풍선으로 지문과 대사를 나누고 영화 콘티처럼 연출하는 지금의 스토리만화 형식이 유럽에서 시작되었건, 일본의 데스카 오사무의 업적이었건 그게 이제 와서 어쨌다는 것인가. 확실히 초기 한국 만화가들의 그림체나 표현기법은 일본 만화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내수시장만으로는 생계가 막연한 지금의 젊은 작가들은 의도적으로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일본 스타작가의 그림체를 이용한다. 그 나라의 대중문화 산업이 내수시장만으로 생존하려면 최소한 1억의 인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문화는 문화고 문화산업은 문화산업이다. 문화는 굶주려도 생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는 존재하지만, 문화산업은 돈이 되지 않으면 산업이 없어진다. 한국의 만화문화 산업은 그래서 글로벌 마켓이 아니면 굶어 죽는다. 한국의 만화산업이 굳이 한국적이라야 할 이유가 없다. 유일하게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한국만화가 대다수 판타지 멜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런 표피를 뚫고 들어가면 그것이 만화문화든 만화문화 산업이든, 한국만화가 일본만화와 뚜렷이 다른 것이 존재한다. 만화의 가장 보편적인 소재는 성장드라마이다. 성장드라마의 테마는 ‘우정·사랑·도전·승리’이다. 한국과 일본의 보편적인 만화 소재도 역시 성장드라마이다. 그런데 일본 성장드라마의 동기가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구도의 길이라면, 한국 성장드라마의 동기는 외적인 요인에 의한 저항성에 있다. 일본 사무라이가 자신의 도를 찾아 칼을 뽑는다면, 한국 무사는 외적의 침입이나 가족의 희생에 분노해서 복수의 칼을 뽑는다. 일본만화 주인공이 진정한 영웅의 길을 간다면, 한국만화 주인공은 결점이 있는 일그러진 영웅이다. 한 나라의 대중문화가 그 나라의 설화나 역사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생성된 것이라면, 서로 다른 이런 이야기구조는 어쩌면 국내전쟁을 오래 해온 일본의 역사와, 항상 외침에 대항해 살아온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일본의 초히트 상품인 ‘드래곤 볼’의 헤드 카피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가 되고 싶다.’이고, 주인공이 죽고 난 뒤에 위령제까지 지내준 ‘내일의 죠’의 주인공 죠는 ‘하얗게…재가 될 때까지 투혼을 불태우고 싶었다.’라고 독백한다. 유명한 대중소설 ‘미야모토 무사시’에서 주인공 다케조는 아수라의 본업을 달래고자 칼을 통해 구도의 길을 떠난다.‘잡고기는 물에서 헤엄을 잘 친다. 그러나 잡고기는 모른다, 도도히 흐르는 물의 깊이를….’ 이것이 다케조의 궁극적 구도의 자세다. 여기에 반해 한국만화 영웅들의 동기는 전혀 다르다. 이상무의 ‘독고탁’에서 주인공 독고탁은 언제나 외롭고 고통 받는 소년이지만 언제나 울지 않고 웃고 다닌다. 그래서 독고탁은 더욱 슬프다. 독고탁의 이미지는 일본사회의 차별대우와 귀화한 아버지·형에게 저항하는, 그러나 결코 울지 않는 소년이다. 이두호의 ‘임꺽정’의 주인공 역시 평범하게 백정으로 살 수도 있었지만 부패 관리들이 부모·형제를 모조리 학살하는 바람에 세상을 뒤엎겠다고 뛰쳐나와 칼을 드는, 일자무식의 준비되지 않은 영웅이다.‘공포의 외인구단’의 영웅들도 마찬가지다. 야구선수로서 사망선고를 받은 여섯명의 외인구단원들이 지옥훈련으로 끝까지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최소한 앞으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살겠다.’라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일본만화 주인공은 나이고, 한국만화 주인공은 우리다. 한·일간에 만화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운명처럼 두 나라 작가들의 살아온 길이 다르다. 우선 일본 만화가들은 ‘상상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릴 수 있다.’라는, 표현에 관한 한 절대자유를 누렸다. 그 결과 그들은 유아용 만화에서 노인을 위한 포르노 만화까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독자층이 넓은 만화 제작을 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만화는 최근까지도 표현의 자유를 위해 법정에서 피 튀기게 싸웠다. 일본 만화가들의 작업이 장인의 길이었다면, 한국 만화가들의 작업은 저항과 굴욕의 그것이었다. 얼마전 서울문화사의 김문환 국장이 지병인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죽었다. 우리는 둘 다 심장병을 앓았다.20년 전 점프 창간호에 ‘아마게돈’을 실으면서 나는 작가로, 김 국장은 패기에 찬 신입기자로 우리는 만났다. 그리고 그 뒤로 오랫동안 우리는 일본만화와 대항해서 한국만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에 대해서 뜻을 함께 했다. 그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죽기 전날에도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다니…. 고인의 죽음은 우리 탓이며 지금 한국만화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디 이제는 만화가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만화가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오늘 밤 ‘첫金 총성’

    |도하(카타르) 임일영특파원|40억 아시아인의 축제가 시작된 ‘열사의 땅’ 도하에서 한국선수단의 아시안게임 ‘금꽃봉오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개막 이튿날인 2일 사격·유도·체조 등 3종목에서 첫 금 소식이 날아들 전망.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아시아가 좁다” 한국선수단의 금 사냥은 밤 9시 여자트랩 결선을 치르는 사격으로 스타트를 끊는다. 이날 금 총성이 울리면 사격은 98방콕대회 김정미가 여자 공기소총 개인전에서 1위에 오른 뒤 8년 만에 선수단에 첫 금을 안기게 된다.1순위는 이보나(우리은행), 이명애(김포시청), 이정아(상무) 등 3명. 두루 고른 기량을 갖췄지만 특히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이보나가 유력하다. 아테네올림픽 더블트랩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국제무대에서 맹활약, 여자 클레이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 1위 등 지난 2년간 국내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이명애 역시 우승 후보.‘육군 준위’ 이정아도 2001년 태극마크를 단 뒤 각종 국제대회를 섭렵한 베테랑이다. ●“불운은 없다” 유도도 ‘금 메치기’를 시작한다. 남자 100㎏급과 100㎏ 이상급, 여자 78㎏급과 78㎏ 이상급 등에서 메달이 결정될 전망.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거머쥔 장성호(남자 100㎏급)가 강력한 금 후보.1999년 세계선수권과 2001년 유니버시아드, 이듬해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아테네올림픽까지 내리 은메달에 그친 불운의 선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2인자 징크스’를 날리겠다는 각오다. 난적은 이시이 사토시(20·일본). 두 차례의 맞대결에서 모두 진 장성호는 노련미로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게 승부의 관건이다. ●“오심의 악몽은 떨쳤다” 체조는 밤 11시30분 양태영(포스코건설)을 앞세워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벼른다. 부산대회에서 금3, 은2, 동메달 3개를 수확해 ‘르네상스’를 이룬 한국체조는 도하에서 최소 금 1개 이상을 따내 86서울대회 이후 6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간다는 다짐이다. 아테네올림픽 개인 종합 동메달의 양태영(포스코건설)과 김대은(한체대), 김승일(한양대) 등 ‘베테랑’ 3명과 김지훈·유원철·김수면(이상 한체대) 등 3명의 ‘젊은 피’가 단체전에 나서 호흡을 맞춘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다 잡은 금메달을 날린 양태영은 “악몽은 이미 다 떨쳤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세계선수권 평행봉 예선 1위의 자신감과 컨디션으로 벌써부터 메달 색깔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argus@seoul.co.kr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쯤이야” 겁없는 10대들

    ‘한국발 젊은 피, 도하를 뜨겁게 달군다.’ 도하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한국 선수는 모두 645명. 이 가운데 무려 43명이 고교생이다. 중학생도 4명이나 눈에 띈다. 모두 한국 스포츠의 미래인 셈. 어린 나이지만 참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 ‘영 블러드’는 최대 금메달 10개를 노리며 한국선수단의 목표인 금 70∼75개의 10%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자양궁 개인·단체전에 나서는 ‘고교생 궁사’ 이특영(17·광주체고)은 유력한 2관왕 후보. 올해 대표선발전에서 윤미진 박성현 등 걸출한 선배들을 제치고 1위로 뽑혔다. 올림픽과는 달리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결선에 나라별 쿼터(2장)가 있어 내부 경쟁이 심하지만 최소 한 차례 이상 금빛 과녁을 꿰뚫을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 정상에 바짝 다가선 수영의 박태환(17·경기고)은 자유형 100·200·400·1500m에 나서 3관왕에 도전한다. 여자 개인혼영 200·400·자유형 800m의 정지연(17·경기체고)도 이번 대회를 통해 베이징올림픽 도약을 꿈꾼다. ‘제2의 박주봉’ 이용대(18·화순실업고)도 당일 컨디션에 메달 색깔이 달려 있다. 지난 1월 독일오픈 남자복식에서 시니어 첫 우승을 일구며 자신감을 얻은 주니어 최강 이용대는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단체전에 나서 금을 벼른다.10·50m 공기권총에 출전하는 ‘고교생 총잡이’ 이대명(18·송현고)도 빼놓을 수 없는 금 후보. 여자 10m 공기권총의 이호림(18·서울체고)은 다크호스다. 여자태권도에선 진채린(18·리라컴퓨터고)이 ‘금 발차기’를 준비중이다. 여자 골프의 여고생 트리오 유소연(16·대원외고) 정재은(17·세화여고) 최혜용(16·예문여고)과, 카누의 안현진(17·서령고), 요트의 여수고 삼총사 방경재(16·종목 레이저 4.7), 김장남, 김종승(이상 17·종목 420) 등도 메달을 사정권에 뒀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결코 가볍지 않은 ‘연애의 무게’

    결코 가볍지 않은 ‘연애의 무게’

    심윤경(34)의 장편 ‘이현의 연애’(문학동네)는 기이하고 낯선 사랑 이야기다. 소설은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와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이진(李眞)은 어릴 때부터 살아있는 사람들의 영혼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외딴 집에 감금당하고, 정신병원을 들락거렸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이진은 영혼을 기록하는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존재의 전부로 삼는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은 이현(李現). 정부 중앙부처의 전도유망한 엘리트 공무원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영혼을 뒤흔들었던 여인의 모습과 꼭 닮은 이진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현실의 일상에 무기력한 이진에게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는 대가로 3년간의 계약결혼을 제안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차츰 사랑으로 무르익을 즈음, 이현이 결혼전 약속을 어기고 이진의 기록을 훔쳐보면서 비극적 사랑은 파국을 맞는다. 소설은 외양상 사랑에 무관심한 여자와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의 애절한 연애담으로 비치지만, 한꺼풀 들여다보면 사이사이 다양한 주름을 숨겨두고 있다. 이진의 운명은 어머니에게서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다. 어린 이현이 매혹됐던 여인은 이진의 어머니였고, 그녀 역시 영혼을 기록하는 운명 때문에 남편이자 이진의 아버지인 왕손 이세(李世)공을 파멸로 이끌었다. 이진이 죽기 전 딸을 낳은 것은 이 비극적 운명이 끝없이 되풀이될 것임을 암시하는 결말이다. 안개에 싸인 듯 모호하고, 신비로운 이진의 캐릭터는 이 소설을 현실의 사랑이라기보다 삶에 대한 우화로 읽히게 한다.“이진은 진실, 정의 등 젊은 시절 가치롭게 여겼던 정신을 의인화한 관념적인 존재이며, 이현은 한때 순수하게 진실을 추구했으나 어느덧 일상에 매몰된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소설은 ‘이진의 기록’이란 이름으로 네편의 단편을 액자 형태로 껴안고 있다.‘토토로의 집’등 세편은 소설의 줄거리와 상관없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외알 안경을 낀 사나이’는 이진과 이현의 파국을 불러오는 계기와 연관돼 있다. 모범적이고 보수적으로 살아온 정부 고위층 인사가 한평생 동성애적 갈망을 숨기고 살아왔음을 고백하는 ‘외알’는 주인공이 이현의 직장 상사라는 게 밝혀지면서 결말과 교묘하게 맞물린다. 2002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등단한 작가는 두번째 소설 ‘달의 제단’(2004)에서 종가의 비극적 운명을 탄탄하고 능란한 솜씨로 다뤄 호평을 받았다.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문학에 뛰어든 작가는 “책상물림의 글쓰기가 얼마나 깊이와 울림을 지닐지 늘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소설도 기존의 연애소설과는 다른 내용과 형식을 고민했는데 독자들이 얼마나 공감을 느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아시안컵예선] 0-2 ‘젊은피’ 실험 절반의 성공

    한국 축구가 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좋은 보약 한 첩을 달여 먹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5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년 아시안컵 예선 B조 최종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고람 레자 예나야티와 호세인 마다바키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0-2로 무릎을 꿇었다. 이미 본선행을 확정지은 한국은 이로써 3승2무1패(승점 11)를 기록, 아쉽게도 이란(4승2무·승점 14)에 이어 조 2위로 예선을 끝냈다. 한국은 또 이란과 A매치 역대전적에서 8승4무8패로 동률을 이뤘다. 베어벡호 출범 이후로는 2승2무2패. 아시안게임에 나설 멤버로 엔트리가 꾸려져 당연한 일이겠지만,A매치에 나선 역대 대표팀 가운데 이날 멤버가 가장 젊었다.‘넘버 2’ 골키퍼 김용대를 빼면 주전 멤버 가운데 이천수가 25세로 가장 나이가 많다. 승패 여부를 떠나 ‘젊은 피’의 깜냥을 가늠해 보는 것이 이날 관전 포인트였다.‘중동 맹주’ 이란이 일부 부상 선수를 제외하곤 최정예 멤버로 나섰기에 더욱 그랬다. 선수 차출 잡음과 절대적인 준비 부족을 고려하면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평소 즐기지 않던 투톱을 전방에 세웠다. 장신 공격수 정조국과 김동현의 포스트 플레이를 활용하려던 것. 또 조원희-김진규-김동진-김치우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으로 빗장을 걸었다. 이미 이란의 우세가 점쳐졌던 것처럼 전반 초반 이란은 한국 수비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몰아쳤다. 경기 하루 전날 현지에 도착해 시차적응에 애를 먹었던 한국은 경기 초반 몸이 무거웠으나,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컨디션을 되찾았다. 수차례 위기를 맞았던 한국 포백라인은 패스 길목을 번번이 차단하는 한편, 오프사이드 함정을 걸며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역습을 노렸던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상대 문전 아크 오른쪽에서 쏘아올린 이천수의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에 막혔고, 이어진 김동진의 역동작 왼발슛을 골문을 막고 있던 이란 수비수가 걷어낸 장면이 아쉬웠다. 한국은 후반 3분 이란에 오른쪽 진영을 침투당하며 예나야티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이어 경기 종료 직전 마다바키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국내 경기 일정이 있는 선수들은 베어벡 감독과 함께 일시 귀국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한국은 23일 UAE와 평가전을 치른 뒤 28일 방글라데시와 아시안게임 2라운드 B조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차세대 축구 감독 ‘한국 피’ 수혈 필요

    홍명보 코치가 깜짝 데뷔했다. 지난 화요일, 창원에서 벌어진 한·일 올림픽대표 평가전에서 홍 코치는 아시안컵 이란 원정 때문에 자리를 비운 핌 베어벡 감독을 대신해 임시 감독직을 맡은 것이다.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숙적 일본을 맞아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한 수 위의 기량으로 경기 전체를 압도했기 때문에 임시 감독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특히 미드필드 라인을 튼튼하게 구축하면서 부챗살처럼 좌우 측면으로 깊게 파고든 전술적 판단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비록 단 한 경기를 임시로 맡은 홍 코치이고, 현재 그의 직책이 핌 베어벡 감독과 압신 고트비 수석 코치 다음으로 서열 3위이지만, 수많은 팬과 언론이 ‘임시’ 감독 홍명보를 주목했던 것은 각별한 의의가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축구는 외국인 감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수많은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과 K-리그를 거쳐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국인 감독들이 중책을 맡고 있다. 축구의 세계화, 혹은 선진 축구 기술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수혈과 연계라는 관점에서 앞으로도 외국인 감독은 필요하다. 브라질 출신 파리아스 포항 감독과 스위스 출신 애글리 부산 감독 등이 있음으로 K-리그 구단의 색깔이 다채롭게 빛난다. 이를 통해 수많은 전술과 미학과 경기력이 펼쳐지고 있으니 이는 더욱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과거처럼 대표팀 감독은 무조건 한국인이 맡아야 한다는 순혈주의는 필요없지만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에 4강 신화까지 이룬 한국 축구라면 이제는 명장 대열에 한국인 감독의 이름을 올릴 때가 온 것이다. 원로 세대인 박종환, 김정남 감독에 이어 차범근, 허정무, 이장수 등의 중추 세대가 활약하고 있지만 이제는 홍명보, 황선홍, 김태영 등 차세대 감독들이 적극 나설 때가 됐다. 이를 위해 본인은 물론 협회 차원에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물론 30대 후반의 스타 출신 선수들이 반드시 차세대 감독 자리를 마치 승진하듯 이어받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스타 출신일수록 지도자로서 겪어야 할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고 서열 우선으로 무조건 코치직을 몇 년 이상 해야 한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뛰어난 경기력과 남다른 경륜을 쌓은 30대 후반 코치들이 유럽으로 진출해 최신 이론과 흐름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 오스트리아리그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서정원이 그 지역을 발판 삼아 지도자로 거듭나려 한다는 소식은 매우 반갑다. 축구협회와 프로구단의 장기적인 비전 속에서 젊은 코치들이 유럽 리그로 나가 제대로 수업을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제2, 제3의 홍명보 ‘임시 감독’들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프로축구 K-리그] 가을잔치 ‘4색 꿈’

    [프로축구 K-리그] 가을잔치 ‘4색 꿈’

    “집중력이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다.”(성남) “선수들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하다.”(서울) “이동국의 복귀로 팀 분위기와 경기 내용이 좋아졌다.”(포항) “기량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이동국의 출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수원) 프로축구 K-리그 6회 우승에 빛나는 성남, 호화군단 수원, 전통의 강호 포항, 젊은 피로 업그레이드된 서울. 올라올 만한 팀들이 4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다. 물론 디펜딩챔피언 울산의 탈락은 이변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학범(46) 성남 감독, 차범근(53) 수원 감독, 세르지오 파리아스(39) 포항 감독, 이장수(50) 서울 감독 등 ‘가을 잔치’에 나설 사령탑이 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동상이몽’을 담은 출사표를 내밀었다. 전기리그 우승으로 일찌감치 PO 티켓을 쥔 김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재수를 하고 있다.”면서 “한 번 실수했던 만큼 이번에는 꼭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PO 막차를 타면서 11일 성남과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다툴 이 감독은 “마지막 티켓을 따내느라 절벽에 매달린 심정으로 경기를 치렀다.”면서 “성남은 어려운 팀이지만 깨끗한 매너로 경기를 치르겠다.”고 화답했다. 냉철한 분석력이 빛나는 ‘박사’ 김 감독과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서울의 별’ 이 감독은 성남 6회 우승에 절반씩 기여한 인연이 있어 이번 맞대결이 더욱 흥미롭다. 김 감독은 2001∼2003년까지 ‘덕장’ 고 차경복 감독을 보좌하며 K-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이 감독은 앞서 1993∼1995년 ‘용장’ 박종환 감독을 도와 K-리그 사상 첫 3연패의 위업을 일궜다. 전기에서 바닥을 쳤다가 중반 이후 급반등, 후기 우승을 차지한 차 감독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넘겨왔다.”면서 “적극적인 공격을 통해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차 감독과 맞설 파리아스 감독은 “이 자리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면서도 “욕심을 내서 우승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차 감독과 파리아스 감독의 대결은 유럽 축구와 남미 축구의 대리전 양상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차 감독은 유럽 현장을 누비며 체득한 선이 굵은 유럽형 전술을 탄력적으로 구사한다. 반면 브라질 출신 파리아스 감독은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빠른 공격과 강한 압박으로 포항의 꾸준한 페이스를 이끌어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뚝심 아홉, 재능 하나 아나운서 김성주

    뚝심 아홉, 재능 하나 아나운서 김성주

    취재, 글 신주영 기자 ┃ 사진 한영희 아나운서 김성주(35세)는 요즘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로 바쁘다. 많은 곳에서 그를 찾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말하면 왠지 믿음이 가’, 그것이 아나운서 김성주를 찾는 이유다. 고정으로 맡고 있는 TV 프로그램만 세 개, 매일 오전 진행하는 라디오 생방송에, 각종 특집방송의 사회, 여기에 피해갈 수 없는 휴일 당직까지. 어디 그뿐인가. “퇴근 후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두 살배기 아들 민국이와 놀아주려고 해요. 바쁜 남편을 대신해 집안 살림 도맡아 해주는 아내에겐 늘 고맙고 미안하지요”라고 말하는 이 남자는 대한민국의 보통 삼십대 가장이기도 하다. 인생에 몇 번의 변곡점이 있다면, 김성주에게는 월드컵이 그 지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입사 6년차의 젊은 아나운서가 세계적인 행사의 대표 캐스터로 선택된 것은 대한민국 방송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반신반의하며 중책을 맡긴 회사는 나중에 특별공로상을 수여했고, 독일에서 귀국할 때 이미 그는 MBC의 간판 아나운서로 급부상해 있었다. 그런데 이 변곡점은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3년 동안 중계방송만 1천여 회.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공중파 아나운서 시험에 그는 무려 5년을 연거푸 낙방했다. “번번이 최종 관문에서 떨어지니까 참 답답한 상황이었죠. 학벌이 부족해서 그런가, ‘빽’이 없어서 그런가, 별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러다 케이블 TV 스포츠채널에 들어갔는데 1년 만에 회사가 망했어요. 아, 나처럼 안 풀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도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자고 몇몇이 남아서 악착같이 방송을 돌렸어요. 그렇게 3년 동안 중계방송만 1천 경기를 했어요. 스포츠 중계는 시작할 때 한 1분 정도 얼굴이 나오고 나머지는 다 목소리만 나오니까, 아나운서라고는 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돈도 못 벌고, 몸은 몸대로 지치고, 빛도 안 나고. 패기만 가지고 한 거죠. 그때 쌓은 경험이 지금 방송생활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어요. 그게 감사해요.” 그 시기를 거치면서 의지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과 노력은 언젠가 꼭 보답을 받는다는 것을 배웠다. 고진감래라고, 나이 제한 때문에 이듬해엔 더 이상 시험조차 볼 수 없는 마지막 시험에서 그는 결국 MBC에 합격했다. 뚝심의 승리였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자기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환경이 열악해도 3년 동안 미친 듯이 파고들면 반드시 성취가 있다는 거죠. 저는 그 과정을 요행히 견뎠고 그것을 꽃피울 수 있는 기회를 지금 만난 겁니다.” 방송은 공기다. 그리고 아나운서는 그 공기를 통해 대중과 교감하는 최전선에 있다. 그래서 더욱 김성주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웃이 되고 싶다. “거리에서 할머니들이 마지막 떨이로 고사리나 대추 좀 사달라고 할 때의 애처로운 눈빛을 본 적 있으세요? 가령 누군가 그런 할머니에 대한 사연을 보냈을 때 ‘길에서 그런 것도 팔아?’하는 아나운서는 되고 싶지 않아요. 저 사람이 나하고 비슷한 생각, 비슷한 생활을 하는, 한동네에서 같이 숨을 쉬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마음의 문은 열리니까요.” 목회자 아버지가 싫었던 아들. 그러나 그에게 아나운서 일이 인생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저는 목회자인 아버지가 참 싫었어요. 아버지가 목사인데 넌 왜 그러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늘 조심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피는 못 속이는 걸까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버지가 이해되는 거예요. 자라면서 보고 들었던 것들, 배운 것들을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커져요. 어렵게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이 모든 것이 더 의미 있는 길을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알려진 사람이 참여할 때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따라와줄 일. 그걸 가지고 더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제가 참여하고 싶어요. 그게 목회가 될 수도 있고 봉사가 될 수도 있고 사회사업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아직은 한참 더 여물어야 해요.” 사실 바르고 곧은 이미지는 그를 구성하고 있는 한 면일 뿐, 그는 다재다능한 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제 적성을 테스트해보고 여러 가지 그릇에 담아보고 싶어요. 제일 잘 어울리는 그릇을 찾기 위해 꾸준히 실험할 겁니다. 저에게 가장 맞는 그릇은 몇 년 후 시청자들이 판단해주시겠지요(웃음).” 밤 10시, 인터뷰 도중 잠시 뉴스를 진행하러 간 그를 기다리다 라디오를 켰다. 주파수를 맞추자 뉴스 앵커 김성주의 침착한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과연 그는 나중에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까, 시청자로서 그의 실험을 지켜보는 것이 꽤나 즐거울 것 같다.   월간<샘터>2006.11
  • 박인환 : 어린 딸에게

    박인환 : 어린 딸에게

    글 유종호 문학평론가, 시인 기총(機銃)과 포성의 요란함을 받아가면서 너는 세상에 태어났다 주검의 세계로 그리하여 너는 잘 울지도 못하고 힘없이 자란다. 엄마는 너를 껴안고 삼 개월 간에 일곱 번이나 이사를 했다. 서울에 피의 비와 눈 바람이 섞여 추위가 닥쳐오던 날 너는 입은 옷도 없이 벌거숭이로 화차(貨車) 위 별을 헤아리면서 남으로 왔다. 나의 어린 딸이여 고통스러워도 애소(哀訴)도 없이 그대로 젖만 먹고 웃으며 자라는 너는 무엇을 그리 우느냐. 너의 호수처럼 푸른 눈 지금 멀리 적을 격멸(擊滅)하러 바늘처럼 가느다란 기계는 간다. 그러나 그림자는 없다. 엄마는 전쟁이 끝나면 너를 호강시킨다 하나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이며 나의 어린 딸이여 너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인가. 전쟁이 끝나면 너는 더욱 자라고 우리들이 서울에 남은 집에 돌아갈 적에 너는 네가 어데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그런 계집애. 나의 어린 딸이여 너의 고향과 너의 나라가 어데 있느냐 그때가지 너에게 알려 줄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인가. 작고한 시인 박인환은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목마와 숙녀>의 화려하면서 감상(感傷)적인 모더니즘, <세월이 가면>에 보이는 샹송 흐름의 가볍고 유창한 애상은 박인환 시편 곳곳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해방 직후 박인환은 동인 사화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에 수록된 시편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거기 수록된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같은 작품은 해방 직후의 정치적 격정과 노도질풍의 시기에 발표된 정치시편 가운데 가장 우수한, 유려하고 활력 있는 것의 하나였다. 지배권을 회복하려는 모략을 부셔라 이제는 식민지의 고아가 되면 못 쓴다 전 인민은 일치 단결하여 스콜처럼 부서져라 국가방위와 인민전선을 위해 피를 뿌려라 3백년 동안 받아온 눈물겨운 박해의 반응으로 너의 조상이 남겨놓은 야자나무의 노래를 부르며 홀랜드군(軍)의 기관총 진지에 뛰어들어라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 중에서 언뜻 임화의 격문시(檄文詩)를 연상케 하는 바 있지만 상상력의 규모나 세목에서 임화를 능가하는 박력을 가지고 있다. 그 후에도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지만 어느덧 도시인의 영탄으로 흐르면서 대중적 상상력 속에서는 <목마와 숙녀>의 시인으로 굳어져 있다. 그에게는 김수영이 경멸해 마지않았던 어떤 경박함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른 살의 이른 나이에 요절했다는 그의 불행한 개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박인환은 50년대 전후해서 등장한 많은 모더니스트 시인 가운데서 읽을 만한 시편을 남긴 몇 안 되는 시인이기도 하다. 가령 <행복>같은 작품은 널리 알려진 시편보다 한결 격조 있는 성숙 시편이기도 하다. 위에 적은 <어린 딸에게>는 각별히 뛰어나거나 박인환의 시적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은 아니다. 활달하고 잘 읽히는 쉬운 시편으로서 박인환에게 이런 시편도 있나 하는 소회를 갖게 되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3년 간 계속된 전쟁 중에 많은 사람들이 피란 생활을 강요당했으나 그런 특이 체험을 다룬 시편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위의 시편은 당대의 숨김없는 소회가 담긴 소박하나 진실한 시편이다. 전쟁 중에 태어난 어린 딸을 데리고 부모는 수없이 이사를 다녔다. 심란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었을 것이다. 너의 호수처럼 푸른 눈 지금 멀리 적을 격멸(擊滅)하러 바늘처럼 가느다란 기계는 간다. 그러나 그림자는 없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주춤할 것이다. ‘적을 격멸하러 가는 가느다란 기계’는 무엇일까. 당대를 살아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이 대목은 수수께끼로 비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전쟁 당시에 하늘을 자주 날던 제트기(機)를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속보다 빠른 제트전투기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한국전쟁에서다. 처음 제트기를 접했을 때 폭음은 나지만 비행기는 보이지 않아 적지 아니 당황했다. 나중에 보니 소리나는 곳보다 훨씬 전방에 쏜살같이 달리는 비행기가 보였다. 제트기는 특유의 비행운(飛行雲)을 달고 다녔는데 그것을 통틀어 ‘바늘처럼 가는 기계’라 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자가 없다’는 것도 그 보충설명이라 보면 될 것이다. ‘호수처럼 푸른 눈’이란 서술 다음에 비행기가 나오는 것은 마침 아기의 눈이 비행기 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엄마는 전쟁이 끝나면 너를 호강시킨다 하나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이며 나의 어린 딸이여 너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인가. 사실 전쟁 중에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대중을 잡을 수 없었다. 전쟁 중에 태어나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한 처지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면 호강을 시켜준다고 부모는 다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과연 전쟁은 끝날 것이며 딸의 행복은 기약할 수 있는 것인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생소한 소회일 것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부모들이 과연 무사하게 평화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도 기약할 수 없다. 담담하면서도 절박한 느낌이 다음 대목에 보인다. 너의 고향과 너의 나라가 어데 있느냐 그때가지 너에게 알려 줄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인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전쟁과 그로부터 파생한 고통스러운 기억은 대체로 망각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전혀 모르는 세대들이 인구의 다수파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시점에 박인환의 <어린 딸에게>를 읽는다는 것은 각별한 소회를 안겨준다. 젊은 독자들은 거침없이 활달하기는 하나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시편의 장점과 미덕이 어디에 있는지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20세기의 한국은 역동적인 격변의 시대였다. 취향의 변화도 막심하였다. 그러한 풍화의 세월 속에서 이만한 생명력을 가진 시편도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50년대에 씌어진 다른 시편과 견주어보아야 실감이 될 터이다. ”나는 불모의 문명, 자본과 사상의 불균형한 싸움 속에서 시민정신에 이반(離反)된 언어작용만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자본의 군대가 진주한 시가지는 지금은 증오와 안개 낀 현실이 있을 뿐-더욱 멀리 지난날 노래하였던 식민지의 애가이며 토속의 노래는 이러한 지구(地區)에 가라 앉아 간다.“ 시인으로 출발하면서 박인환은 이러한 시적 포부를 밝혔다. 시민정신에 충실하련다는 그의 시적 선언은 그의 요절로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시편 곳곳에 박혀 있는 그의 신선한 언어는 아쉬운 잠재가능성의 기호로서 우리에게 안타까운 호소를 계속할 것이다. 피로한 인생은 지나(支那)의 벽처럼 우수수 무너진다. -<종말> 중에서 나는 들었다 나는 보았다 모든 비애와 환희를. -<어느 날> 중에서 유종호 · 1935년 충북 충주 출생.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를 나와 뉴욕 주립대(버펄로) 대학원에서 수학. 현재 연세대 문과대학 특임교수. 1957년부터 비평 활동을 해왔으며 저서로 《유종호 전집》(전 5권) 이외에 《시란 무엇인가》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다시 읽는 한국시인》 《내 마음의 망명지》 《나의 해방 전후》 《시 읽기의 방법》 등이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소요사태 1년 앞둔 프랑스 가두시위 동행기

    소요사태 1년 앞둔 프랑스 가두시위 동행기

    |파리 이종수특파원|“자유·평등·박애, 모두 연대를….” “프랑스 만세! 공화국 만세!” 파리 소요사태 1주년을 이틀 앞둔 25일(현지시간) 오후 2시30분.300여명의 파리 빈민가 청년들이 파리 14구 당페르 로슈로 광장에서 거리 시위에 나섰다. 목적지는 프랑스 상원과 하원이었다. 주최자는 ‘방화는 그만(A.C.LEFEU:원뜻은 ‘자유·평등·박애, 모두 연대를…협회’인데 약자를 발음하면 ‘방화는 그만’이란 뜻)’ 회원들. 이들의 손에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프랑스 12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받은 2만명의 서명이 담겨 있었다. 이 협회는 지난해 소요 사태의 발원지인 클리시 수 부아 지역 청년들이 ‘악몽’이 끝난 직후인 11월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고자 만든 결사체다. 이날 가두시위는 협회 회원 70여명이 두 대의 미니버스로 ‘프랑스 장정’을 실시하면서 담은 생생한 민심을 정치인들에게 전달하는 행사였다. ●“경찰도 희생자다” 오후 2시부터 100여명의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방화는 그만’ 회원들과 이들의 취지에 동참하려는 청년들이다. 녹색당원,‘반(反)자유주의’ 블록을 형성한 급진 좌파 멤버 등도 참가했다. 차도르를 쓴 라피카 방게라(21)에게 소감을 물었다.“전국 어디서나 반응이 좋아 힘들지 않았다. 주택·고용·불평등·차별 등 대도시 빈민가의 문제점은 똑같았다.” 해맑은 미소와 소신에 찬 대답. 이 파리지앵의 얼굴 어디에도 ‘소요 재발’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옆에는 모하메드 메시마시 회장이 기자들에게 에워싸여 질문 공세를 받고 있었다. 기자도 잠시 끼어들어 결사체를 만든 배경,‘프랑스 장정’에서 느낀 점 등을 물어봤다. “몽펠리에·그르노블·리옹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돌았다. 어디서나 지난해 파리 외곽지역의 소요 사태가 잠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그러나 폭력적 방법은 반대한다. 경찰도 희생자 아닌가.” 미국 억양의 한 기자가 순회 목적을 물었다.“차를 불태우기보다는 현명한 대안을 찾고 싶었다. 일시적 방안이 아니라 본질적 해법을…. 지도자 그룹은 우리가 전국을 누비며 담은 2만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윽고 2시30분이 되자 시위대가 대오를 정비했다. 대형 오디오를 실은 트럭에 오른 사회자가 외쳤다.“전진합시다.” 약간의 긴장감 속에 시위대는 첫 발을 내디뎠다. 전위대열은 어깨를 겯었다. 그 뒤를 ‘가장 위대한 정당은 국민’ 등의 플래카드를 든 회원들이 따라갔다. 시위대는 사회자의 구호 제창에 따라 “자유·평등·박애, 모두 연대를….”을 연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대 규모는 늘어났다. 어림잡아 300명은 넘었다. ●“교육·노동의 평등한 기회를 원한다” 오후 4시. 갑자기 몇명이 대열에서 뛰쳐 나갔다. 기자를 비롯, 몇몇 취재진도 뛰어갔다.“무슨 일일까.” 알고 보니 이들은 협회의 대표단으로 상원에 ‘2만 청원서’를 전달하러 가는 길이었다. 안도의 숨을 돌리고 있는데 저 멀리 시위대가 보였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시위는 이어졌다. 거리의 시민들도 환영했다. 사회자가 다시 외쳤다.“하층민도 프랑스 국민이란 걸 보여줍시다.‘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합시다. 진격하자…진격하자….” 선동적 가사가 비장한 멜로디를 타고 울려 퍼졌다. 시위대는 끝까지 질서정연했다.1시간이 더 흘렀을까. 폴리스 라인이 보였다.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시위대는 정리에 나섰다.“우리가 준비한 청원서는 협회 대표들이 상·하원에 전달했다. 이제 집회를 마치고 차분하게 집으로 돌아갑시다.”(나중에 신문을 보니 상원은 청원서를 접수했지만 하원은 국회의장인 장 루이 드브레가 거부했다. 대신 협회 대표들은 4개 정당 대표들을 만났다.) 귀가를 준비하는 한 회원에게 “올해 소요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던데?”라고 넌지시 물었다. 피해 의식 때문일까. 이브라힘(22)은 “성은 밝히지 말라.”며 “이번 행사로 교외지역 젊은이들의 뜻이 전달됐고 상황도 차분하기에 소요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경찰이 우리를 ‘악(mal)’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미워하는 건 경찰이 아니라 그들의 관행이다. 우리는 교육과 노동의 기회를 원할 뿐이다.” ●파리 교외서 버스 방화 잇따라 한편 이날 밤 이후 두 건의 버스방화가 잇따라 당국을 긴장시켰다. 지난 22일 방화에 이어 세번째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쯤 파리 서쪽 낭테르에서 청소년 6∼10명이 버스를 세운 뒤 인화성 액체가 담긴 병을 던졌다. 승객 10여명은 대피했다. 다음날 새벽엔 파리 동쪽 교외 바뇰에서 흉기를 들고 복면을 한 청소년 10여명이 승객들을 하차시킨 뒤 버스를 근처로 몰고 가 불을 질렀다. vielee@seoul.co.kr
  • [10월의 창] 새 출발하는 아름다운 당신

    [10월의 창] 새 출발하는 아름다운 당신

    글 강상구 (주)SP 대표이사, S&P 변화관리 연구소장 세상은 공평하게도 태어나면서부터 누구에게나 일 년에 한 살씩만 주어진다. 그러나 똑같이 나이를 먹지만 그 느낌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초등학교 때엔 얼른 어른이 되어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마음껏 놀아보려 한다. 성년 전에는 빨리 나이가 들어 좋아하는 짝을 만나 사랑을 하고 싶지만 세월이 더디게 간다. 나이에 따라 세월의 속도감도 달라진다. 삼십대는 30킬로, 오십대는 50킬로로 나이가 들수록 속도가 빨라짐을 느낀다. 젊은이는 세월을 향해 달려가고 노인은 세월 가는 것을 피해보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세월에 밀려가기에 바쁘다. 나무를 가로로 잘라 보면 자른 면에 나타나는 동심원 모양의 테가 나타난다. 이것은 해마다 하나씩 생겨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는 나이테라고 하며 연륜이라고도 한다. 연륜이 많은 나무는 큰 재목으로서 그 값어치가 상승한다. 사람에게도 연륜이 높은 사람은 사회적인 존경을 받든지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다. 사람이 연륜을 쌓는다는 것은 인생의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요즈음의 직장 풍토는 고직급자나 장기근속자들은 비싼 인건비와 생산성 문제로 밀려나고, 정치권이나 일반사회에서조차도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말이 거리낌 없이 표출되어 고령자들이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다.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육체적으로는 젊은 사람이나 노인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노인이지만 생각은 청춘인 사람도 있다. 또한 나이가 많아도 철이 안 든 사람이 있고 어려도 속이 깊은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물리적인 나이만으로 ‘젊었다, 늙었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문제는 나이보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었다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는 나이에 비해 훨씬 늙어 버린 사람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기 위해 출발점에 서 있을 때 누구나 긴장감과 떨림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여행을 출발할 때는 새롭게 만나게 될 세상에 대해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을 것이다. 자연도 새로운 출발의 시기에는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봄이 되면 겨우내 막대기 같았던 개나리 진달래가 화사한 꽃을 피우고 나무들도 연두색으로 몸단장을 한다. 마치 새색시가 신랑을 맞이하듯 새로운 출발에 대한 떨림을 나타내는 듯하다. 가을도 마찬가지이다. 푸른색은 빨갛고 노란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이와 같이 새로운 출발이란 색깔과 모습이 달라진다. 그 모습은 아름답고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하며 기대감과 설렘을 일으킨다. 열대지방은 일 년 내내 여름만 계속된다. 반면에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사계절이 있다.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계절마다 새롭게 준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계절마다 새롭게 준비할 것이 많다.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여러 차례의 새 출발을 한다. 이것은 정체와 안이함을 깨어버린다. 새로운 것의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긴장감과 성장의 씨앗을 보게 한다. 인생에는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사계절이 없을까? 물론 있다. 어린이, 청년, 중년 그리고 노년이라는 사계절이 있다. 자연은 춘하추동이 반복을 하지만 사람의 사계절은 반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사계절 이상의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 매일이 새로운 계절이 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인생의 춘하추동이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새로운 출발을 꾀하는 인생설계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 된다. 나이를 따질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혹시 지금 새 출발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다면 ‘시작이 반이다.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속담을 상기해 보자.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시작해 보자. 실력이 없어서, 나이가 들어서 그 일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컴퓨터를 못하면 지금 바로 배우자. 배우기 시작하면 별것이 아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일을 알아보자. 고객이나 상사 앞에서 말을 더듬거리면 지금 당장 웅변학원에 등록하자. 새 출발은 시기가 장벽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든지 일단 시작해 보는 것이다. 누구도 당신의 출발을 방해하거나 비웃지 않는다. 밤하늘을 가르며 떠오르는 새 아침의 태양은 아름답기보다는 장엄하다.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이다. 새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창공을 날 때보다는 날기 위해 깃을 활짝 펼 때다. 새 출발을 기다리는 당신, 매일 아침마다 새 출발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런 당신이 있음으로서 세상이 발전하고 아름답게 변화한다. 강상구 · 부산 출생. 고려대학교 법대 졸업. 삼성에서 교육, 인사, 경영혁신 및 변화관리를 담당하였으며, 2006년 현재 (주)SP 대표이사와 S&P 변화관리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3가지 습관과 변화관리》《성공하는 변화관리 리더십》《성공하는 나의 비전 만들기》《성공하는 삼성의 변화관리》《1년만 미쳐라》 등이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베어벡호 ‘찜찜한 본선행’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지난달 이란전에 이어 안방에서 어이없이 비기며 자존심을 구겼다. 수비는 여전히 듬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찜찜한 본선행이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07년 아시안컵 예선 B조 5차전에서 ‘작은 황새’ 조재진(시미즈)이 선제골을 작렬시켰으나 역습 동점골을 내주며 중동 복병 시리아와 1-1로 비겼다. 3승2무(승점 11)를 기록한 한국은 이날 타이완을 2-0으로 제압한 이란(3승2무)과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조 1위를 유지했다.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한 한국은 4회 연속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했다. 이로써 1956·1960년 1·2회 연속 우승 이후 무려 47년 만에 세번째 정상을 노리게 됐다. 베어벡호 출범 이후 A매치 성적은 2승2무1패. 아쉬움 속에 본선 티켓을 확보한 한국은 다음달 15일 B조 최종전에선 ‘젊은 피’를 중심으로 아시안게임 최다 4회 우승국이자 디펜딩 챔피언 이란과 격돌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상대를 자주 놓치고 호흡이 맞지 않았던 한국 수비진에 큰 숙제를 남겼다. 경기 초반은 괜찮았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9분 상대 우측을 뚫고 들어간 최성국이 올린 크로스를 조재진이 정확하게 헤딩골로 연결했다. 골이 빨리 터져 집중력을 잃은 탓일까. 한국은 자주 위기를 맞았다. 한국에 온 15명 가운데 수비수가 8명이나 됐던 시리아는 예상대로 수비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많은 숫자가 순간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한국을 흔들었다.18분 최전방에 있던 지아드 차보에게 연결된 시리아의 패스는 한국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렸다. 한국 수문장 김영광이 차보를 저지하다 흐른 공을 쇄도하던 알 사예드가 텅빈 한국 골문으로 차넣었다. 한국은 20분에도 2선에서 차보에게 전달되는 패스에 무너지며 1대1 기회를 내줬다.39분에는 상대 공격수가 쇄도하는 상황에서 김상식이 김영광에게 힘 없는 백패스를 건네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한국은 최성국과 설기현이 상대 진영 좌우를 번갈아 뚫으며 원톱 조재진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으나 시리아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측면은 활발하게 뚫었으나 미드필드에서 패스가 정확하지 못했고, 슛은 골대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전반 41분 김두현의 프리킥이 시리아 수문장 선방에 막힌 것이 아쉬웠다. 한국은 후반 들어 슛을 난사하며 파상 공세를 펼쳤으나 더욱 두꺼워진 시리아 수비를 끝내 뚫지 못했다. 후반 28분 김남일의 킬패스를 건네받은 최성국이 단독 찬스를 맞았으나 공은 크로스바를 넘어갔고, 이어진 조재진의 강슛도 선방에 막혀 땅을 쳤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감독 한마디] ●베어벡 감독 추가골에 실패한 점이 가장 실망스럽다. 최종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기회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개선하겠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는 이뤘지만 과정은 아무래도 만족할 수 없다. 상대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은 건 잘했다고 할 수 있지만 적은 찬스에서 실점한 건 반드시 고쳐야 한다. 환상적인 선제골을 넣은 뒤 추가골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순간 집중력이 무너져 동점골을 허용했고, 선수들이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15∼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란전 엔트리는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 현재 대표팀 구성원을 봤을 때 아시안컵과 아시안게임 우승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한국축구 젊은 피 체질개선을

    며칠 사이 A매치가 거푸 열렸다. 어떻게 보면 사흘 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은 두 개의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닌 팀이었다. 필자 생각에 보다 중요한 경기는 지난 일요일 젊은 팀이 나선 가나전이다. 물론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다툰 연륜있는 팀의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가 모색해야 할 방향을 감안할 때, 젊은 팀이 치른 ‘졸전’을 돌아보는 것은 지금으로선 중요한 과제다. ‘졸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저 아쉽고 속상한 ‘졸전’은 아니었다. 의미있는 ‘졸전’이라는 말이 허용될 만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마이클 에시엔, 설리 알리 문타리, 아사모아 기안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했다는 경험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다. 설기현과 이영표처럼 해외 리그에서 몸값 수백억원 대 선수들과 매주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 비해 염기훈, 박주성, 오장은 같은 신예들은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 국내 리그 및 아시아 지역에서의 몇 차례 원정 경기로 선수 생활을 마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독일월드컵 16강 멤버들이 총출동한 가나와 치른 경기는 흡사 잊을 수 없는 ‘첫사랑’처럼 강렬한 체험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저 ‘왕년에 에시엔하고 볼 경합 좀 해봤지.’라는 단순한 추억거리가 돼서는 곤란하다. 분명히 가나 선수들의 패스 감각은 부드러웠고 공간 장악은 섬세했다. 특히 모든 요소들은 하나의 총체적인 ‘리듬’으로 흘러넘쳤다. 그야말로 다재다능에 자유자재의 개인기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부드러운 ‘리듬’이야말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요컨대 우리 젊은 선수들에게는 ‘리듬’이 없었다. 둔탁했고 성급했으며 상대 문전으로 길게 차는 데 급급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모인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대학팀 등을 상대로 하는 연습 경기도 변변히 치르지 못했다. 이름은 서로 알고 지냈겠지만 ‘한 팀’으로 능수능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시간이 있다고 해도 손쉽게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바로 선수 개개인의 ‘리드미컬한 개인기’다. 고된 합숙 훈련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한 마인드 컨트롤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가나 선수들이 보여준 출중한 패스 감각과 공간 창출 능력은 무엇보다 선수들 개인이 몸 속에 저장하고 있는 탁월한 개인기에 의한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졸전’을 펼친 것은 시간 부족이나 경험 미숙보다는 개인기의 현저한 격차를 메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과제에 대한 아름다운 계획을 가능하게 만든다. 가나전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여전히 어린 선수들이다. 개인기를 원숙하게 만들 나이가 지나지 않았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 개인기가 단순히 볼 트래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간과 죽어버린 공간을 파악하는 능력, 동료와 함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자신들의 리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아직 시간은 많다. 선수들 의욕도 차고 넘친다. 젊은 세대의 젊은 감각, 젊은 선수들의 젊은 리듬. 지금 이 시점부터 새로 던져지는 과제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이승남 원장의 헬스 클리닉] ‘여성’ 보살피기

    여성의 생식기에 해당하는 부분은 난소, 나팔관, 자궁, 질, 회음부가 속한다. 남성보다 몇 배나 많은 질병이 잘 발생한다.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가 생리불순인데 이것은 필자가 25년전에 의사생활을 시작할 때보다 몇배나 많이 증가했다. 그 이유는 스트레스의 증가, 불규칙한 수면 습관, 야행성 체질,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 등이 주원인이다. 난소는 난자를 생성하는 공장인 셈이다. 배란기가 되면 다발적으로 여러 개의 낭포가 생기면서 난자를 만드는데, 이 중에서 한 개만이 생리와 관계돼 난소밖으로 나오고 나머지 낭포는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이 중에서 소멸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있거나 크기가 더 커지면 난소에 낭종을 형성하게 된다. 대개는 별 증상이나 통증이 없지만, 간혹 낭포가 파열돼 피가 나게 되면 아랫배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고, 나팔관이 꼬여서 혈류가 막히게 되면 심한 복통과 쇼크도 나타나게 된다. 난소암은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기지만 가끔은 젊은 여성도 생긴다. 필자의 병원에 온 난소암 환자는 나이가 26세인 종합병원 간호사이다. 월경불순으로 호르몬제를 1년 이상 복용하다가 난소암이 생긴 경우이다. 따라서 호르몬제를 복용할 때에는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도 자주 검사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팔관은 염증에 의해서 잘 막힐 수 있어 이것이 난자의 이동을 막아서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궁외 임신도 나팔관에서 잘 일어나며, 자궁외 임신으로 인해 나팔관이 파열하게 되면 다량의 출혈과 함께 심한 복통이 동반된다. 생리를 했더라도 그 양이 적으면서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에는 꼭 의심해야 한다. 자궁본체는 암보다는 양성 종양인 자궁근종이나 선종이 잘 생기며, 비만한 경우 더 잘 생길 수 있다. 크기가 아주 크거나, 생리통이 심한 경우, 생리양이 많은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폐경이 되면 대개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흔히 자궁암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궁경부암(자궁입구)이다. 부부관계부터 출혈이 있을 경우에 의심해야 하고,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암이기 때문에 1년에 한번만 정기적으로 검사해도 잘 발견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파필로마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시 같이 시행할 수 있으며, 파필로마 바이러스는 브로콜리를 꾸준히 복용하면 어느 정도 암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아시안컵 2007] ‘新공격편대’ 본선축포 쏜다

    [아시안컵 2007] ‘新공격편대’ 본선축포 쏜다

    ‘설기현+김두현, 새로운 골 방정식.’ 지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무승부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반드시 대승을 거두고 2007년 여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움켜쥔다. 시리아전에 임하는 한국축구대표팀의 다짐이다. 한국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시안컵 예선 B조 시리아와의 5차전에 나선다. 한국은 3승1무(승점 10)로 조 선두. 이란(2승2무·승점 8), 시리아(1승1무2패·승점 4), 타이완(3패·승점 0) 순으로 뒤를 잇는다. 한국은 이날 비기기만해도 조 1,2위가 나가는 본선행을 확정짓는다. 핌 베어벡 감독은 시리아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다음달 15일 이란 원정 경기에 부담없이 도하아시안게임 멤버인 ‘젊은 피’를 대거 투입, 경험을 쌓게 할 복안이다. 한국 공격진의 큰 축인 ‘신형엔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밀레니엄 특급’ 이천수(울산)가 부상으로 빠져 다소 아쉽다. 하지만 불안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프리미어리그의 저격수’ 설기현·레딩 FC)과 ‘아시안컵의 사나이’ 김두현(성남)이 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갓 데뷔한 설기현은 숱한 스타들을 제치고 선수 랭킹 13위에 오를 정도로 눈부신 활약의 연속이다. 이 상승세는 A매치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설기현은 오른쪽 윙으로 나선 지난달 이란과 타이완전을 통해 2경기 연속골(3골)을 터뜨렸다. 특히 이 가운데 2골은 김두현의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시킨 것이어서 눈에 띈다. 설기현은 복병 시리아를 상대로 A매치 3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베어벡호’의 확실한 기둥으로 자리매김할 각오다. 설기현은 10일 “프리미어리그 선수 랭킹 13위라는 이야기는 쑥스럽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순위는 단지 숫자 놀음에 불과할 뿐”이라며 시리아전에서 좋은 플레이로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김두현은 독일월드컵에서 박지성 등에 밀려 벤치를 지켰지만 아시안컵 예선에선 놀라운 기량을 뽐냈다.4차전까지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3골 3도움을 낚았다. 박지성이 윙으로 전진 배치된 최근 두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훌륭하게 소화, 중원의 새로운 카드로 떠올랐다. 김두현은 “형들(박지성 이천수)이 없어 내가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서 “항상 기회는 온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지금이 기회다. 세트피스 키커와 공 배급도 맡겠지만 과감한 중거리슛도 시도하겠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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