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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FCC 극단적 선택 고민 더는 988 핫라인 승인, 공청회 거쳐 18개월 안에

    美 FCC 극단적 선택 고민 더는 988 핫라인 승인, 공청회 거쳐 18개월 안에

    미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라면 앞으로 전화 버튼 988만 누르면 된다. 911처럼 공짜고, 세 자리만 누르면 되니 더 편하고 기억하기도 쉽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2일(현지시간) 극단적 선택 예방 핫라인 전국자살예방 생명의 전화(1-800-273-8255)에 곧바로 연결하는 제안을 승인했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FCC는 이날 다섯 위원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전화 제조사들로 하여금 18개월 안에 988를 핫라인에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라고 요구했다. 제대로 가동되면 정신적 건강에 문제가 있는 이들의 충동적인 행동을 멈추는 한편, 온갖 긴급 구조요청이 몰리는 911 회선의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FCC 토론 도중 마이클 오릴리 위원은 자신의 자형(또는 처남)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개인사까지 털어놓으며 세 자리 전화번호가 유용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귀기울여 듣는 일은 (고민하는 이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으며 삶이 중요한 지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시카 로젠보르첼 위원은 핫라인 제안에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그녀는 “많은 젊은이들이 문자를 우선시한다. 통화가 이런 논의의 유일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실수”라고 강조했다. FCC는 앞으로 공청회를 열어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아짓 파이 의장은 “988은 우리 모두 긴급 전화번호로 알고 있는 911 번호의 메아리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이런 세 자리 숫자가 위기대응 서비스에 접근하는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은 미국인의 사망 원인 10번째로 꼽히며 과거 20년과 비교하면 33%나 증가했다. FCC에 따르면 지난해 이 핫라인에는 220만건의 전화와 10만건 이상 온라인 상담이 접수됐다. 미국에서는 현재 자살예방 생명의 전화 외에도 163개 위기센터가 전국망으로 연결돼 있어 741741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741741로는 문자도 가능하다. 급할 때는 911 응대도 가능하다. 특히 젊은이나 어린이라면 1-800-668-6868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116123으로 전화를 걸면 된다. 국내에서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청소년 헬프콜 1388,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 등이 고민에 빠진 이들을 돕는다. 1388로는 문자 도움 요청도 가능하다. 아무래도 세 자리가 더 편하고 기억하기도 좋은 만큼 미국 FCC의 논의 과정과 실행 과정을 주시했으면 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대우 신화’ 김우중 전 회장 별세, 기업들 공과 되새겨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추앙받다 외환위기로 부도덕한 경영인으로 전락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그제 숙환으로 별세했다. ‘샐러리맨 신화’를 쓴 김 전 회장은 만 30세인 1967년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해 1999년 자산 규모에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계열사 41개, 해외법인 396개에서 일하는 임직원만도 32만 4000여명에 달했다. 해체 직전인 1998년 대우의 수출액은 186억 달러로 당시 한국 총수출액(1323억 달러)의 14%를 차지했다. 저서의 제목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그의 활약은 젊은이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하지만 차입경영에 의한 외형성장에 치중했던 ‘대우신화’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외환위기를 맞아 허망하게 무너졌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10월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한동안 종적을 감춘 뒤 2005년 6월 베트남에서 입국하자마자 구속됐다.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항소심에서 징역 8년 6개월, 추징금 17조 9253억원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이듬해 연말 특별사면을 받았다. 검찰은 지금까지 추징금 892억원을 거둬들였다. 김 전 회장과 대우그룹의 몰락은 무리하게 빚을 내 과잉투자를 하는 방만경영이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를 잘 보여 준다. 그럼에도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 의지와 불굴의 도전정신을 어느 시대든 본받아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GYBM’(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인 것도 세계 진출에 대한 그의 신념을 잘 보여 준다. 대우그룹과 김 전 회장의 흥망은 저성장 속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전범이다. 아울러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로서 ‘대마불사’는 존재할 수 없다고 웅변하고 있다.
  • “김우중, 존경받을 자격 있는 분”… 세계경영 기억하는 경제인들

    “김우중, 존경받을 자격 있는 분”… 세계경영 기억하는 경제인들

    동료·정재계·아주대 등 조문 행렬 줄이어 대우 로얄즈 데뷔했던 하석주 감독 문상 “해외 청년 사업가 양성 계속 이어갈 것” 대우家와 인연 이병헌도 2시간 머물러“대우그룹은 비록 해체됐지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국민에게 존경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탱크주의’로 유명한 배순훈 전 대우전자 회장은 10일 고인의 별세를 애도하며 이렇게 말했다. 배 전 회장은 “김 전 회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많은 젊은이들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것을 안타까워했다”면서 “당시 정부와 잘 타협했다면 대우그룹은 해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이날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회장의 빈소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장례 첫날 조문객 수는 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유가족들은 침통해하기보다 담담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김 전 회장은 숙환으로 아주대병원에 11개월 입원하다 지난 9일 오후 11시 50분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 7일부터 김 전 회장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가족들은 마지막 준비를 했고, 김 전 회장은 부인과 자녀, 손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영면에 들었다. 고인은 본인의 뜻에 따라 연명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별다른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장례식은 고인이 평소에 밝혔던 대로 가족장으로 소박하게 치러졌다. 유족들은 조위금도 정중히 거절했다. 빈소 왼편 맨 안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자리했다. 그 옆으로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화가 놓였다. 오른편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보낸 조화가 나란히 서서 김 전 회장을 추모했다. 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는 복도에 나란히 놓였다.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가 보낸 조화도 눈길을 끌었다. ‘1호 조문객’은 박형주 아주대 총장이었다. 이어 ‘대우맨’들이 속속 빈소를 찾았다.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 장병주 전 ㈜대우 사장, 장영수·홍길부 전 대우건설 회장, 강병호·김석환 전 대우차 사장, 유기범 전 대우통신 사장, 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사장, 신영균 전 대우조선공업 사장 등이었다. 김태구 전 회장은 “고인은 저희와 함께한 가족이자 큰 스승”이라면서 “엄격했지만 동시에 자상했고, 부하 직원들을 아주 끔찍이 사랑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 세대가 잘살 수 있도록 우리가 희생하자는 것이 고인의 생각이었다”면서 “그 뜻을 이어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해외에서 활발하게 청년 사업가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부사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직접 빈소를 찾았다. 조원태 회장은 “김 전 회장의 아들과 친구였고,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정계에서는 주호영·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 등이 가장 먼저 빈소를 다녀갔다. 배우 이병헌은 빈소에 2시간가량 머무르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건넸다. 이병헌은 24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단명한 김 전 회장의 아들과 닮았다는 이유로 대우가(家)와 인연을 맺은 뒤 대우통신 컴퓨터, 대우차 티코 등의 광고 모델로 활약했다. 하석주 아주대 축구팀 감독은 선수단을 이끌고 단체로 조문했다. 하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장을 지낸 김 전 회장이 창단한 대우 로얄즈 축구단을 통해 프로리그에 데뷔하며 인연을 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논평 등을 통해 김 전 회장을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이라 높게 평가하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100대 국정과제, 성과가 없다… 공정·공감의 동력 되살려야

    100대 국정과제, 성과가 없다… 공정·공감의 동력 되살려야

    다섯 가지 원리가 있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목표를 시기별로 명료하게 구성하고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배려해야 한다. 등 따습고 배부른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사람들의 주머니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다수의 이익보다 소수의 피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언제나 길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길을 잃으면 원칙을 잃고, 목표를 잃고,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 원리는 남녀노소 개인은 물론 정치와 기업에 두루 적용할 수 있고 국정에도 매우 유용한 지표다. 내용이 다섯 가지로 요약되니 5대 명심보감이라고 해 두자.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정치 문법에 의하면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지나면 논란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문재인 정부만의 상황은 아니기에 역대 정부의 궤적을 되돌아보면서 교훈을 발견할 필요를 느낀다. 광주에서 손발에 피를 묻히고 출범한 전두환 정권은 총칼의 공포정치로 임기의 절반을 보냈다. 공포가 침묵을 강요했는데, 침묵을 정권의 안정화로 착각한 나머지 제한적이지만 유화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려는 욕심을 부렸다. 그러나 자유화 국면에서 국민들의 억눌렸던 저항이 일거에 분출해 6월항쟁으로 내달렸고 결국 정권 자체를 붕괴시켜 버렸다.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은 총칼로도 막지 못한다는 교훈을 줬다. 군사정권이지만 선거로 출범한 노태우 정권은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언론 자유와 지방자치 등 일련의 자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3김 씨가 주도한 여소야대 정치지형하에서도 국회 청문회를 수용하는 등 타협으로 정치적 위기를 피해 갔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3당합당을 강행했다. 3당합당으로 국회 의석의 3분의2를 넘어서는 거대 여당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정치 갈등은 증폭됐다. 그 후 3당합당에 기대어 정권을 재창출했지만 그 정권은 3당합당을 부정했다.32년 만의 민간정부로 출범한 김영삼 정권은 사정개혁과 탈군사화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금융실명제로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북 관계에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의 불법적인 국정 개입이 드러나고 3당합당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등 권력 내부의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외부에서 이회창을 영입해 정권 재창출을 시도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권력을 상실했다. 김대중 정권은 군부독재와 장기 집권으로 얼룩진 암울한 정치사를 극복하고 선거를 통해 역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조기에 극복하고 재벌개혁과 남북 관계 개선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집권 중반 이후 ‘옷로비 사건’과 그 이후 벌어진 세 아들 관련 논란으로 국정동력이 약화하면서 초기의 개혁성이 후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에 따른 시민사회의 성장, 집권여당에서 주도한 국민경선의 효과, 중도세력과의 선거연합 등에 힘입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노무현 정권은 탈권위주의와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몽준과의 선거연합이 해체되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취임 1년 만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연합한 대통령 탄핵은 국민적 반대운동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무산됐지만 그 후 다시 노동법 개정,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으로 논란이 거듭되다가 특히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추진 논란으로 국정동력을 상실해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에 기대어 출범했다.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대립시켰고 그 연장선상에서 ‘747공약’이나 대운하 건설 등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들의 기대감을 부추겼다. 집권 초기에는 광우병 소고기 문제로 국민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이어 대운하, 민간인 불법 사찰, 사학 비리 등의 문제가 지속되면서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드러났다. 그 후 경제발전의 약속이 거짓으로 판명됐지만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이 정권 재창출로 이어졌다.박근혜 정권의 등장과 퇴장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여기에 박정희, 최태민, 이명박, 최순실, 김기춘 등 온갖 인물이 출연하고 ‘세월호 참사’까지 등장한다. 한때는 박근혜 정권의 출범을 박정희의 부활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순실의 정체가 드러나고 최순실을 정점으로 한 권력운영의 실태가 폭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국정은 일거에 정지됐다.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한 1987년의 화염병이 30년 만에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촛불로 바뀌어 추악한 권력을 심판했다. 당연히 정권이 바뀌었다. 2019년 11월 9일 반환점을 지난 문재인 정권의 상황은 어떨까? 전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지만 촛불정신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미 관계, 한중 관계, 남북 관계에서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회를 벗어난 자유한국당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물론 통제를 벗어난 검찰의 자립화 경향도 문제다. 반면에 권력 차원의 중대한 스캔들이 없다는 점은 매우 유리한 대목이다. 한국당의 혹독한 공격이 야당을 분열시키는 촉매제가 돼 여소야대 정국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의 자폐적 고립화가 이 국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한국당은 두 가지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싸운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대여투쟁 전략 때문에 여야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국당 때문에 여야 관계도 안 되고 여소야대 정국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한국당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와 안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는 일도 아니게 돼 버렸다. 이미 실기한 데다 지난 탄핵의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5대 명심보감의 원리에 입각해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상황을 점검해 보자. 첫째, 무엇을 바꿨는지 되돌아보자. 익숙한 낡은 구조와 오래된 부패 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 둘째, 무엇을 이뤘는지 고민해 보자. 100대 국정과제는 제시됐지만 100대 국정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셋째, 경제를 끌어가는 동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소득주도성장론이 가라앉은 이후 경제정책도 가라앉았다. 넷째, 지난 역사의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배려에는 공감하지만 노동, 농민, 교육 등 현실 정책의 피해에 대한 정책엔 공감하기 어렵다. 다섯째, 나라다운 나라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목표는 변함없는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모호하다. 한마디로 처음 같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세 가지로 제안해 보고 싶다. 100대 국정과제의 진척 상황을 과제별로 점검해 보고 그 막바지 실행을 위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좋겠다. 집권 중반기에 가장 힘든 상황이 스캔들과 분산이므로 스캔들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쟁점을 단순화해 국정동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국정동력의 분산을 막기 위해서는 야당들과의 협조, 사회단체와의 협조, 언론기관과의 협조도 중요하지만 국가기관들 사이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조국 사태의 국면에서 제기됐던 정의와 공정성의 문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양비론과 냉소주의로 발전해 좌절감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지대 총장
  • 김상조 정책실장 “운수사업법 개정, ‘타다’ 금지 아닌 혁신 제도화 고민법”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일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혁신 제도화를 고민하는 법”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서울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주최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은 ‘타다’ 같은 혁신 시도를 어떻게 제도화할지 고민하는 법”이라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릴 때에 한해 운전자를 알선하도록 제한해, 일상적으로 렌터카에 기사를 함께 알선하는 방식의 ‘타다’를 사실상 불법화했다. 김 실장은 “‘타다’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미래에 똑같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수십만 택시 운전사가 입는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개정안은 ‘타다’와 같은 혁신적 시도를 금지하는 게 아니다”라며 “혁신 플랫폼 택시가 어떻게 합법적으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가 하는 제도의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개정안에 담기지 않는 공백 부분이 있는데, 시행령을 통해 더 구체화할 계획을 부처가 갖고 있다”며 “‘타다’ 측과도 협의가 일정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시행령에 ‘타다’ 측 의견을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 실장은 “하위 법령 작업을 통해 사회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타다’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이런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겠다”면서 “혁신 잠재력을 현실화할 사회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김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중소기업 주 52시간제 보완책 등에 대해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과거로 회귀한다’고 비판하는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현실적으로 당장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도 노조 요구를 다 수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노동정책이 과거로 돌아간다’고 평가하면 솔직히 섭섭하다”고 언급했다. ‘조국 사태’에서 ‘대통령 말 한 마디에 교육정책이 바뀌었다’는 지적에는“지난 7월부터 청와대 정책실과 교육부 사이에 입시학원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대입 전형 복잡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다”면서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대통령 말 한마디로 대입 제도를 바꾸겠나. 대입 전형을 단순화·투명화하라는 지침은 대통령의 오래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데스크 시각] 홍콩 시위 사태가 일깨워 준 이솝 우화/류지영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홍콩 시위 사태가 일깨워 준 이솝 우화/류지영 국제부 차장

    지난달 말 홍콩을 다녀왔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홍콩 특별행정구 구의회 선거(24일)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와 대학교수, 홍콩한인회 간부 등을 만나 6개월째 이어진 홍콩 시위 사태의 근본 원인을 물었다. 뜻밖에도 이들은 ‘부동산 불평등’을 꼽았다.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을 폐기하고자 들고일어난 진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집값 문제였다는 진단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홍콩에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대학이 여럿 있다. 영국 ‘QS 2020년 세계 대학순위’에 따르면 홍콩대(25위)와 홍콩 과기대(32위)는 서울대(37위)보다 순위가 높다. 중문대(46위)와 홍콩 시립대(52위), 홍콩 시위대가 점거했던 이공대(91위)도 100대 대학에 들어간다. 홍콩의 인구가 우리나라의 7분의1인 750만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그런데 이들 학교를 나와도 대졸자가 받는 첫 월급(중위소득)은 2만 홍콩달러(약 310만원)가 되지 않는다. 세계은행 기준 지난해 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 8717달러(약 5800만원)로 한국(3만 1362달러)을 크게 앞선다. 홍콩의 경제수준을 감안하면 너무 빠듯한 액수다. 홍콩의 시간당 최저임금도 5800원 정도로 우리나라(8350원)보다 적다. 상당수 홍콩 주민들은 우리보다 훨씬 팍팍하게 산다고 봐야 한다. 월급이 작다면 주거비라도 저렴해야겠지만 홍콩의 집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지간한 아파트는 3.3㎡당 가격이 우리 돈 1억원을 넘는다. 전 세계 투기자본과 중국 본토의 검은 돈 등이 천정부지로 값을 올려놓은 탓이다. 명문대를 졸업해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 전세제도가 없는 이곳에서 ‘2030’세대는 월세살이를 숙명으로 여긴다. 문제는 이곳 평균 월세가 350만원가량 된다는 점이다. 부부가 대학을 나와 맞벌이를 해도 월급의 절반이 집세로 나간다. 일부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고도 각자 부모 집에서 생활하며 연애하듯 살아간다. 신혼집이 없어서다. 심지어 어떤 부부는 일부러 혼인신고를 안 하고 아이를 낳는다. 한부모 가정인 것처럼 꾸며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되는 임대주택을 얻기 위해서다. 제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기 힘으로는 조그마한 집 한 채 마련 못 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홍콩 시민들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든 ‘집단 무의식’이 됐다는 설명이다. 모든 사회에서 법과 제도, 윤리 등 ‘상부구조’는 경제라는 ‘하부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카를 마르크스(1818~1883)의 이론이 홍콩에서만큼은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다. 홍콩 구의원 선거가 있기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MBC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생각을 묻자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뒤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됐다”고 마무리했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분명 문제가 있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늘 말했지만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한 불평등 문제에는 아무 언급도 없었다. 청와대 어느 누구도 ‘불편한 진실’은 보고하지 않은 채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답만 해준 듯하다. 우리 대통령이 이솝 우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한 여당 관계자를 만났다. 대통령이 몇몇 측근들로 이뤄진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우리 역시 홍콩처럼 될 수도 있음을 대통령은 제대로 듣고 있는지 걱정이 크다. superryu@seoul.co.kr
  • “힙지로처럼… 미처 몰랐던 서울의 얼굴 재조명할 것”

    “힙지로처럼… 미처 몰랐던 서울의 얼굴 재조명할 것”

    소목·옻칠 배워 한국적 아름다움에 관심 서울 길거리 의자 재해석 작품 등 선보여 지천에 널린 간판이 외국인 인증샷 명소 우리가 지나쳤던 한국 매력 발견하게 돼“‘진짜 서울’의 얼굴을 보려면 저의 을지로 작업실 같은 곳에 와 봐야죠.” 요즘 서울 을지로는 ‘힙지로’, ‘서울의 방콕 카오산로드’ 등으로 불리며 젊은이들의 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을지로에서 5년째 작업실을 두고 일하는 디자이너 소동호(36)씨는 “낮에는 인쇄, 공구 등 생업에 종사하는 공간이지만 오후 6시쯤이면 카페, 맥줏집, 갤러리, 옷가게 등으로 젊은이들이 몰리는 공간이 바로 이곳 을지로”라고 설명했다. 소씨는 오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8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아트디렉터를 맡아 을지로를 비롯한 서울의 새로운 면모를 알리는 작업에 나섰다. 국민대에서 건축학, 계원예술대에서 가구디자인을 각각 전공한 그는 인간문화재로부터 소목과 옻칠까지 배운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짜맞춤으로 전통 목가구를 만드는 소목을 1년, 옻칠을 2년 배운 독특한 경험 덕분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한지를 접어 만든 조명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의 집에 설치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지난 1년간 길거리에 놓인 의자들을 재해석한 작품 ‘서울의 거리 의자들’을 이번 페스티벌에 선보였다. “주차 관리인의 폐식용유 깡통에 청테이프를 붙인 의자와 남대문 시장 상인의 보일러 의자는 웃기고 지저분해 보이지만, 제가 생각해도 영리한 디자인”이라고 자평하며 웃었다. 게다가 깡통의자는 퇴근할 때면 길거리 벤치 밑으로 쏙 집어넣어 도난방지 및 공간활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안성맞춤 디자인이란다. 작업실 옆을 기웃거리던 길고양이를 거둬 키우는 그의 따뜻한 심성이 작품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게 느껴졌다. “한때는 서울에 지천으로 널린 간판이 너저분하다고 서울시가 정비사업에 많은 돈을 들였지요. 하지만 그런 간판도 홍콩의 이국적인 네온사인처럼 지금은 외국인들 눈에는 신선한 서울만의 디자인 코드가 됐어요.” 미처 감지하지 못한 우리만의 문화 정체성을 외국인들을 통해 새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고 했다. 소씨는 “외국인이 에어풍선 간판을 신기해하며 껴안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 그제야 ‘아, 저런 게 우리한테만 있었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희동에서 시작해 익선동을 거쳐 을지로까지. 비싼 임대료 등에 떠밀려 그의 작업실은 지금까지 서울의 ‘뜨는 거리’를 따라 쫓기듯 옮겨 다녔다. “공무원들이 문화공간 지원 사업을 할 때 몇 년간 몇 명의 디자이너가 머물렀는지 숫자에만 집착하는 게 안타깝다”는 그는 “을지로의 매력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이 자리에서 원 없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응팔’ 덕선이 먹은 짜장면값은? 인기드라마는?...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

    ‘응팔’ 덕선이 먹은 짜장면값은? 인기드라마는?...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

    통계청, 추억 되살리는 ‘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 개설전국이 올림픽의 열기로 뜨거웠던 1988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덕선(이혜리 분)과 택이(박보검 분)가 자란 환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988년 근로자가구의 월 평균 가계 소득은 64만 6672원에 그쳤지만 경제 성장률은 11.9%에 달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4.7%(지난해 14.3%)에 불과하고 국민의 평균 연령이 28.7세(지난해 41.7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었다. 출생아 수는 63만 3092명으로 지난해 32만 6900명의 두배나 됐다. 당시 짜장면은 한 그릇에 평균 1170원, 커피 한 잔은 987원이었다. 대종상 여우주연상은 강수연씨가 수상했다. 방송 드라마로는 ‘순심이’, ‘인현왕후’, ‘세 여인’ 등이 인기를 끌었고, TV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가족오락관’, ‘쇼비디오자키’ 등이 주목을 받았다. 젊은이들은 가수 김창기의 ‘거리에서’와 변진섭의 ‘새들처럼’, 이상은의 ‘담다디’를 많이 따라 불렀다. 6년이 지나 ‘응답하라 1994’의 무대가된 1994년 허영호 등 4명의 한국남극점 탐험대가 한국인 최초로 남극점에 태극기를 꽂았다. 이해 경제성장률은 9.2%로 다소 떨어졌지만 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은 170만 1304원으로 올랐고, 짜장면 한 그릇도 2700원이 됐다. 통계청은 추억의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문화·사회 정보와 국가 통계를 결합한 시각화콘텐츠 ‘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를 3일부터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에서 개시했다. 이용자가 자주 찾는 통계 지표에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는 문화적 요소를 결합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에 활용된 통계는 물가상승률, 소득, 고용률, 출생아 수, 인구성장률, 강수량, 폭염일수 등 4개 부문 58개다. 물가 변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대표적 외식 메뉴인 짜장면, 짬뽕, 냉면의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당시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와 영화, 그 해 태어난 유명인 이름도 나온다. 통계청은 국가의 소중한 자산인 통계가 국민의 일상에 보다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이런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최근 ‘뉴트로’의 유행에 따라 이용자가 직접 본인의 추억의 사진을 화면에 추가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통계 데이터를 활용한 시간여행 서비스를 통해 국가 통계가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국민들의 일상 속으로 친숙하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의진의 교실 풍경]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이의진의 교실 풍경]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15년 전만 해도 나는 45~46명 아이들의 담임이었다. 지금은 25명의 아이들이 있다. 물론 초중고 학급당 인원은 지자체별로도 다르고 지역별 편차도 크다. 특히 내가 근무하는 도시 외곽지역의 경우 학급당 인원이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구감소를 넘어 인구절벽을 맞닥뜨리고 있음은 해마다 실감한다.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국공립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개방하도록 한 ‘학교주차장개방법’(일명 주차장법) 개정안이 얼마 전 교육계의 강력한 반발로 철회됐다. 외부인의 학교 출입에 의한 사건·사고가 잊을 만하면 터지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 존재하는데도 지난 9월 충남 아산에서 불법으로 주정차돼 있던 차들 때문에 미처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차에 치여 김민식(9)군이 사망하는 일마저 있었다. 이 때문에 발의된 개정법률안이 일명 ‘민식이법’이다. 그런데 ‘민식이법’이 추진되고 있는 중에 학교를 주차장으로 개방하자는 법안이 버젓이 발의되고 있다. 상호모순인 두 개의 법안이 동시에 상정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의 안전 문제는 늘 뒷전이다. 심지어 어느 정당은 선거법 개정을 저지하겠다고 상정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수단인 필리버스터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의 처리를 막겠다는 것인데 본회의에 상정된 민식이법, 유치원 3법 등과 같이 아이들을 위한 민생·무쟁점 법안까지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발상에 기가 막힌다. 아이들의 안전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이들의 안전과 보육을 가볍게 보는 사회에서 ‘출산’은 대단한 각오와 결심이 있어야 한다. 유치원 3법은 국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각종 특별활동비를 학부모에게 받아 온 사립 유치원들의 부정과 비리를 막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그러나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수많은 부모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심지어 그런 유치원조차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구하기 위해 오늘도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이런 모습을 보는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인 것은 당연하다. 지난 11월 29일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이 발표됐다.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40% 확대를 비롯해 비교과 영역의 대입 반영 축소를 골자로 한다. 각종 비교과 활동의 대입 반영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에는 ‘독서활동’의 대입 미반영도 포함된다. ‘공정’을 화두로 삼아 창의성 교육, 독서교육, 동아리 활동, 학생회 활동 등은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과 함께 현장에서 대폭 축소되거나 없어질 형편이다. 심지어 교육부가 서울에 있는 16개 대학만을 대상으로 대입 공정성 강화를 논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긴 셈이 돼 버렸다. 더 큰 문제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의해 이미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를 확대한다고 발표한 점이다. 정책이 갈지자를 그리는 사이 초중고 현장도 덩달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간다면 아이를 낳겠다고 선뜻 결심할 수 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등하교의 안전 문제부터 대학입시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사회인데 말이다. ‘노키즈존’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에서, 아이를 데리고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 한 편 보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 젊은 사람들이 유달리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나 같아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게 나만의 착시현상이었으면 좋겠다.
  • “한국 선망이 아닌 가치 공감의 힘… 그래야 지속 가능한 한류”

    “한국 선망이 아닌 가치 공감의 힘… 그래야 지속 가능한 한류”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콘텐츠산업 ‘신한류’를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2022년까지 콘텐츠산업 매출액 15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경쟁이 심화하고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로 콘텐츠 환경이 급변하는 데 따른 대응이자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기 위한 전략이다. 서울신문은 정부가 발표한 혁신전략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 학계 관계자가 참여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배기형 KBS 국제방송국 PD,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가 참석했다. 최여경 서울신문 문화부장이 사회를 맡았다.-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2년 6개월간 현 정부의 콘텐츠 지원 정책을 평가한다면.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이번 정부에서는 콘텐츠와 관련해 강력한 육성 정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문화비전 2030’을 통한 순수문화, 국민들의 문화 향유 쪽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번 콘텐츠 혁신전략은 정책 변곡점이 된 듯하다. 방탄소년단(BTS)을 계기로 한류가 한 차원 바뀌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바람직한 정책이 나왔다고 본다. 배기형 KBS 국제방송국 PD 교수님 말씀에 동의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을 콘텐츠산업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콘텐츠산업 내 노동시간 단축,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 등의 노력이 있었다. 반면 산업으로서의 콘텐츠 정책엔 비교적 소홀했던 것 같다. 그간 상생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다시 한류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시도가 시작된 것 같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과거 문화산업 정책 방향은 정부가 인프라 구성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환영받았다. 지난 정권까지가 그랬다. 전 세계 콘텐츠산업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그로 인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정책 수요가 굉장히 고도화하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 상황이었다. 그런 고민 끝에 지난해 12월 콘텐츠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9월에는 그중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과감하게 뽑아 이번 정책을 내놓았다. -9월에 발표한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달라. 김 국장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현장에 물었을 때 압도적인 답변은 자금 부족이었다. 콘텐츠산업의 경우 아이디어만 갖고 뛰어든 영세한 기업이 많다. 정부 연구 결과 자금조달 수요가 최소 9000억원이었다. 리스크가 커 과감히 뛰어들지 못하는 기술 분야도 선도적으로 이끌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한류로 연관 산업까지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매칭할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 결과 정책금융 확충, 실감콘텐츠 육성, 신한류 연관 산업 성장 견인 등 3대 전략을 도출했다. 배 PD 경제성장 동력을 어디서 찾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콘텐츠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았다는 것엔 중요한 함의가 있다. 현 정부가 야심만만하게 콘텐츠 정책 프레임을 만든 게 아닐까,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정부의 의지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콘텐츠의 힘’에 대한 논의는 10년, 20년 전에도 나왔다. 그때와 다른 것, 실체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배 PD 지금 시대는 콘텐츠가 우리 삶을 규정하는 것 같다. 콘텐츠 소비가 훨씬 늘었고, 우리가 즐기는 모든 것이 콘텐츠에서 나온다. 콘텐츠 정책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매개가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 파급효과 정도만 생각했다면, 요즘은 콘텐츠 생산 방식부터 통신이나 인프라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밀접도가 혁명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고 교수 콘텐츠산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성격을 갖고 있다. 모험형 산업이고 이에 대한 투자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모험펀드가 생기면서 이런 수요를 어느 정도 해소한 것 같다. 모든 부가가치 창출은 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에 기업이 잘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한류 역시도 기업의 해외 진출 노력에서 형성됐다. 기업이 잘 작동하기 위한 인프라 구성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 국장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건 비단 교육과정에 대한 투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그것을 실현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도 사람에 대한 투자다. 지난 8월 게임인재원 출범이 대표적 사례다. 영화아카데미가 영화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게임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장치가 될 것이다.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중 ‘신한류’가 눈에 띈다. 기존 한류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가. 김 국장 한류는 문체부의 꾸준한 화두였다. 2011년 펴낸 ‘한류백서’를 보면 1990년대 후반 드라마·영상 콘텐츠 중심, 아시아 국가에서의 한류를 한류1.0으로 봤다. 한류2.0은 2010년대 초반까지 케이팝의 인기를 중심으로 유럽 일부와 중동·중남미까지 진출했다. 한류3.0은 전 장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는데 실현된 것 같지는 않다. 대신 2.0에서 2.1, 2.2, 2.3으로 점진적으로 확충돼 왔고 BTS, 영화 ‘기생충’ 등 성과가 나오는 지금 당시의 목표가 실현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콘텐츠 수출 지원을 다양화·내실화하고 있다. 수출을 하려는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웰콘이라는 사이트를 개선하고, 번역, 인력, 마케팅 등에 지원을 강화한다. 소비재 등 수출에 한류 마케팅을 활용하고, 지식재산보호나 공정경쟁을 보장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해 세종학당을 늘리고 쌍방향 문화 교류를 추구한다. 배 PD 신한류라고 이름 붙이려면 기존 한류의 단순 확장이 아니라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CEO 서밋에서 상생번영을 강조했다. 쌍방향, 상생의 문화 교류를 통해 한류의 질적인 도약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거라고 생각한다. 한류 수용자인 아세안 젊은이들이 그동안 선망하던 스타일의 한국을 따르는 게 아니라 한류의 스토리가 내 이야기가 되는, 그래서 소비자 공감대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현재 나와 있는 정책에서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지속 가능한 한류가 가능할까. 고 교수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반한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 볼 때 한국 정부가 만드는 문화로 비치지 않게 신중해야 한다. 한편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변수는 한류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국의 콘텐츠산업 경쟁력이 최근 몇 년 사이 확 높아진 것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한류가 중국류로 대체될 수도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미리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콘텐츠가 미국의 유통망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한류가 오리지널이 되고 중국에서 유통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배 PD 콘텐츠 가치를 얘기할 때 정량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이 아쉽다. 산업적인 효과가 다가 아니다. 문화적 가치가 없는 콘텐츠 정책은 무의미하다.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미래 성장 동력 육성도 좋지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고민이 담겼으면 좋겠다. 또 지속 가능한 한류는 국가주의에서 시장주의로 전환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국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 컨트롤타워보다는 코디네이터 같은 역할을 해 달라. 우리의 가치가 전 세계로 확장하는 보편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공감을 사야 한다. 신한류라는 말보다 지속 가능한 한류가 좋은 개념 같다. 김 국장 민관 협력을 위해 정부안 15억원 규모의 엔터산업박람회를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국회에 올려놨고 예산심의 막바지에 있다. 그동안 박람회가 한류 연관 상품을 보여 준 거였다면, 엔터박람회는 그 분야 종사자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아이디어다. 이런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와 기업, 민간이 협력해 한류가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이 기사는 서울신문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동기획 기사입니다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우리 술 매력 살린 한 잔, 전통주 칵테일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우리 술 매력 살린 한 잔, 전통주 칵테일

    “이 칵테일 이름은 ‘실크로드’예요. 경남 통영에서 만든 고구마 소주가 들어갔죠.”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라이즈호텔의 바 ‘사이드노트클럽’은 대낮부터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이곳의 헤드바텐더이자 총괄매니저인 이종환(32)씨가 전통주를 활용해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는 클래스를 열었기 때문인데요. 주로 외국인인 투숙객들만 관심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들보다 더 많은 2030세대의 내국인들이 ‘전통주 칵테일’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수년 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전통주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젠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서울 한복판 부티크 호텔의 루프톱 바에서 위스키나 진이 아닌 한국 소주를 원주로 한 칵테일을 마시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고구마 소주·추사·담솔… 우리 술 원주 “전통주로 서양 주류 문화의 꽃인 칵테일을 만든다고요? 맛은 괜찮나요?” 기자의 질문에 이 바텐더는 “생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우리 술은 칵테일의 원주로 손색이 없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하루에 팔리는 칵테일의 30~40%는 ‘전통주 칵테일’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하면 우리 술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내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걸까요?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걸까요? 비법을 물어봤습니다. 이 바텐더는 외국 술과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우리 술을 기존 칵테일 레시피에서 원주로 바꾸어 주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만들기도 쉽고, 익숙한 맛에 약간의 변주를 준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하네요. 대표적인 것이 충남 예산의 사과로 만든 증류주 ‘추사’를 넣은 ‘잭로즈’ 칵테일입니다. 원래 이 칵테일은 프랑스의 사과 증류주인 ‘칼바도스’와 시럽, 라임을 혼합해 만드는 술인데요. 칼바도스 대신 같은 계열의 우리 술 ‘추사’로 원주를 갈아 끼우는 것이죠. 여기에 석류알을 살짝 뿌려 주면 완성입니다. 추사는 칼바도스처럼 과실향이 강한 술이지만 목넘김은 더 가벼워 칵테일로 만들면 석류 캐릭터가 부각돼 더 강한 산미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유명한 ‘진 토닉’도 우리 술로 대체할 수 있답니다. 진(Gin) 대신 솔잎을 넣은 약주를 증류한 ‘담솔’을 원주로 쓰면 되는데요. 경남 함양의 박흥선 명인이 제조하는 이 술은 솔향이 풍부해 송진향이 나는 진 대체주로 완벽합니다. 진 45㎖에 스파클링 워터(혹은 토닉워터), 레몬이나 라임 한 조각이 있다면 멋진 전통주 하이볼이 완성되죠. 이 바텐더는 “집에서 전통주 칵테일을 즐기고 싶다면 ‘담솔 토닉’만큼 간편하고 맛 좋은 술이 없다”고 강조합니다.●김치·깻잎 칵테일보다 거부감 적어 이날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칵테일은 ‘실크로드’였습니다. 보드카 대신 한국의 고구마 소주를 원주로 사용해 중국의 자스민 찻잎, 인도의 향신료 큐민과 조화시킨 술인데요. 한 모금 들이켜니 이름처럼 동양의 다채로운 개성이 섬세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실크로드를 마신 외국인들은 “지금 내가 ‘아시아의 한국’을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며 기뻐하더군요. 이 바텐더는 “깻잎이나 김치 등 한국식 부재료를 넣은 칵테일도 좋지만, 칵테일의 주인공인 ‘원주’를 전통주로 사용하면 우리 술을 더 쉽고, 거부감 없이 알릴 수 있다”면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술을 원주로 하는 다양한 칵테일을 개발해 우리 술의 매력을 널리 퍼뜨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글 사진 macduck@seoul.co.kr
  • “우유 많이 나와라” 젖소에게 VR헤드셋 씌운 러시아 농장

    “우유 많이 나와라” 젖소에게 VR헤드셋 씌운 러시아 농장

    러시아가 젖소를 상대로 특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모스크바지역농식품부는 크라스노고르스크에 위치한 농장에서 가상현실을 활용해 젖소를 사육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5일(현지시간) 수의사와 농부, 개발자가 협동으로 제작한 VR 프로그램을 젖소에게 적용하고 그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VR헤드셋을 착용한 젖소는 농장 대신 아름다운 들판의 풍경을 보게 된다. 농식품부는 젖소에게 초원에 있는 듯한 착각을 유도해 우유의 질과 생산량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젖소가 녹색이나 적색은 인식하지 못하고 칙칙한 노란색과 파란색만을 지각한다는 사실에 기초해 설계됐다.농식품부는 VR 프로그램을 도입 이후 실제로 젖소의 불안감도 줄어들고 정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꾸준히 효과를 측정해 도입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젊은이들에게 농업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VR 프로그램을 도입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젖소에게 VR헤드셋을 씌운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다. 과거 모스크바의 다른 농장에서는 젖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유 생산량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여기는 베트남] 태아·영아 시신 모아 신성한 장례식 치르는 청년들

    [여기는 베트남] 태아·영아 시신 모아 신성한 장례식 치르는 청년들

    세상의 빛조차 보지 못하고 숨진 태아의 시신을 거두어 신성한 장례식을 치르는 베트남 청년들이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 또이째는 최근 하노이의 젊은 청년들이 죽은 태아들의 장례식을 조용히 치르고 있는 사연을 전했다. 빈 씨(21)를 비롯한 젊은 친구들의 ‘남몰래 한 선행’은 우연한 기회에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19일 빈과 친구들은 한 병원에서 낙태된 태아 시신을 싣고 오토바이로 이동 중 다른 오토바이와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말다툼이 격해지자 상대방 오토바이 운전자가 빈의 오토바이를 걷어찼고, 짐칸에 실려있던 태아의 시신들이 땅에 흩어졌다.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급기야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다. 결국 빈과 친구들은 자초지종을 경찰관에게 알렸고, 사연을 들은 경찰관은 청년들의 선행에 감동해 사고 처리를 도왔다. 그리고는 청년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고, 이후 이들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졌다. 빈과 친구들은 지난 4년간 날마다 사설 낙태 기관뿐 아니라 쓰레기통과 쓰레기 트럭에서도 버려진 신생아를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매달 빈의 고향인 남딘 성에서 버려진 신생아와 낙태된 태아들을 위한 공동 장례식을 치렀다. 태아의 시신, 사산아, 조산아를 씻기고, 깨끗한 천으로 감싼 뒤 신성한 장례식을 치렀다. 빈은 “사람들은 이 같은 일은 종교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 일을 계속해 갈 것이며 점차 많은 젊은이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WHO의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낙태율이 가장 높다. 낙태가 합법화된 나라로 한해 베트남 전역에서 낙태된 태아 수는 25만~30만에 달한다. 사설 기관에서 불법적으로 자행된 낙태까지 합치면 이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jongsil74@naver.com
  • [길섶에서] 재일 한국인의 눈물/이종락 논설위원

    7년 전 일본에서 근무할 때 많은 도움을 줬던 지인이 최근 서울에 왔다. 몇 년 만에 만나는 터라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대화는 요즘 최악인 한일 관계로 옮겨 갔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과거사와 양국 정부의 자존심 문제까지 겹쳐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일본내 유명 리조트에 취직한 아들 얘기를 꺼냈다. 일본 전역에 체인을 둔 이 리조트는 일본 젊은이들도 앞다퉈 입사하기를 바라는 회사다. 지난해까지 한국 관광객이 일본에 몰려와 한국 직원들을 상당수 채용했다. 아들이 근무하는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리조트에서도 한국인을 8명이나 뽑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8월부터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들 한국인 직원들의 활용 방안이 애매해졌다. 중국이나 대만 관광객들은 여전히 몰려오는데 한국인 관광객은 주말에도 10명을 넘지 않자 리조트는 한국인 직원들에게 어떤 업무를 줘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분이 리조트를 찾았을 때 일거리가 없어 레스토랑 서빙에 투입된 아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외교 갈등이 생기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힘없는’ 750만명의 해외 거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국내 거주민들도 알아 줬으면 하는 바람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jrlee@seoul.co.kr
  • [사설] 끊어진 계층 사다리에 국민 절망 깊어 간다

    열심히 살면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은 강건한 사회를 만드는 씨앗이다. 그런 맥락에서 통계청의 ‘2019 사회조사’ 결과를 보자면 암담함을 떨치기 어렵다.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이동 가능성에 대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28.9%에 그쳤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자신의 자식이 계층 상승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 등의 자조 섞인 말들이 괜히 확산한 게 아니었다. 이번 조사에서 자식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긍정 답변은 2년 전보다 0.4% 포인트 줄었으며, 10년 전보다는 무려 20% 포인트나 급감했다. 아무리 노력한들 자식들이 나보다 더 잘살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이 상층이라고 생각할수록 본인과 자식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을 높게 봤고, 그 반대 경우는 낮게 봤다. 현실만큼이나 인식에서도 ‘수저계급론’이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는 사회의 활력을 심각하게 저해시킨다는 점에서 방치할 수 없는 사회악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일상 언어로 굳어지는 세태야말로 노력의 결과를 얻을 수 없어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으로 읽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그대로 자식의 미래를 결정짓는 참담한 실제 사례들이 사회지도층 인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불거지고, 치솟는 아파트값과 부동산 광풍 속에서 ‘부동산=사다리’라는 인식이 팽배한 현실이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실상과 결코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 없다. 통계청의 현실 조사는 정부의 정책에 다각도로 스며들어 계층 고착화를 완화하는 장치로 활용돼야 의미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사다리가 복원된 사회여야 희망을 말할 수 있다.
  • “펭-하” 펭수, 대학내일 표지 장식… “어른 돼도 펭수는 펭수”

    “펭-하” 펭수, 대학내일 표지 장식… “어른 돼도 펭수는 펭수”

    EBS 대세 캐릭터 펭수가 대학내일 표지모델을 접수했다. 화보 촬영과 함께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자기애와 엉뚱함이 가득한 모습으로 펭수다운 매력을 뽐냈다. 펭수는 25일 대학내일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학내일 911호 표지를 장식했다. 통상 현재 대학생인 인물이 선정되는 표지모델에 남극에서 온 10살 펭귄이 낙점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펭수는 인터뷰에서 대학생이 되면 선택하고 싶은 전공을 묻는 질문에 “하나를 택하고 싶지 않다. 매일매일 다른 전공으로 다니고 싶다”며 만능재주꾼다운 대답을 내놨다. 펭수는 남극유치원 동창들, EBS 선배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비결에 대해 “이해와 존중”이라고 어른스럽게 답하면서도, 어른이 됐을 때의 모습을 그려봐 달라는 질문에는 “어른스러운 건 없다. 펭수는 지금도 펭수도 커도 펭수답게 살 거다”라며 자기애 가득한 대답을 했다.성공한 유튜버가 된 펭수는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즐겨라, 그럼 이루어질 것이니”라는 조언을 남겼다. ‘사랑해’라는 말을 펭귄어로 해달라는 요청에는 “‘자이언트 펭tv’ 다시보기를 통해 가슴으로 배우라”며 막간 홍보를 놓치지 않았다. 펭수는 대학내일 화보 촬영에서 학사모를 던지고 날아오르는 모습, 안경을 끼고 책 읽는 모습, 시험기간에 공부하다가 이내 휴식을 취하는 모습 등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면서 촬영장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홍콩 뒤덮은 ‘노란리본’…2030, 시진핑에 ‘레드카드’

    홍콩 뒤덮은 ‘노란리본’…2030, 시진핑에 ‘레드카드’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진 가운데 홍콩 사태의 분수령이 될 24일 홍콩특별행정구 구의회(우리의 지방의회 격)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사상 처음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홍콩 전역이 민주파를 상징하는 ‘황쓰’(黃絲·노란 리본)로 뒤덮였다. 노골적 친중 성향을 드러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심판하고자 ‘2030’세대가 대거 투표에 참여한 결과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투쟁 동력을 잃은 시위대에 힘이 실리고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비건제파(범민주 진영)는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오전 10시(현지시간) 현재 388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친중세력인 건제파 진영은 58석을 얻는 데 그쳤다. 범민주 진영은 홍콩 구의원 선거 역사상 최초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선전했다. 시위대의 타깃이 될까봐 활동을 자제하던 친중파 후보들은 선거 막판 시위가 잠잠해지자 주말 내내 거리로 나와 유세를 펼쳤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화를 바라는 홍콩의 민심이 그대로 반영됐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재야단체 민간인권진선의 지미 샴 대표가 샤틴구에서 당선됐다. 그는 당선 발표 뒤 “내가 이긴 것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홍콩의 승리”라며 “강경한 캐리 람 행정장관이 여론에 부응해 하루 빨리 5대 요구를 수용하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지미 샴 당선자는 지난달 쇠망치 등 둔기를 든 4명의 괴한에게 테러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을 이끈 청년 활동가 조슈아 웡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하자 대신 민주파 진영 후보로 나온 케빈 람도 사우스호라이즌스 웨스트 구에서 당선됐다. 람 당선자는 “민주파가 여러 선거구에서 승리한 것은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의 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는 총 294만여명의 유권자가 참여해 투표율 71.2%를 기록했다. 홍콩 선거 사상 역대 최고치다.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보다도 크게 높아졌다. 시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범민주 진영과 친중 진영 모두 ‘투표 결과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이번 선거에 대거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해외 유학생은 이번 선거에 참여하고자 일부러 귀국해 투표하기도 했다. 광둥성 등 홍콩과 가까운 본토 지역에서 일하던 시민들도 버스 등을 대절해 고향으로 돌아와 투표소로 향했다.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회 변화 의지를 표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8∼35세 젊은 층 유권자가 12.3% 늘어 연령대별로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젊은 층 유권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진보적 성향의 범민주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뽑힌 구의원은 우리나라의 지방의회 의원에 해당된다. 4년 임기로 시정, 교통 등 지역정책을 다룬다. 입법회(우리의 국회 격) 의원만큼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일부 구의원은 입법회 의원을 겸할 수 있고 2022년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가운데 117명이 참여할 수 있다. 행정장관은 선거인단 간접선거로 선출되는데, 구의원 몫인 117명은 진영 간 표 대결로 이뤄진다.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번 선거로 친중파 일색인 선거인단 구성에 다소나마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범민주 진영이 압승하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세에 몰렸던 시위대도 재평가를 받게 됐다. 당장 범민주 진영 공민당은 당선자 32명 전원이 홍콩이공대로 달려가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를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의 젊은이들도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선거 승리를 뒤로 하고 이제 이공대 시위대를 구하자”는 내용의 글을 공유하고 있다. 반면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한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경 대응 방침을 버리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조만간 새 행정장관 후보를 물색하며 조기 교체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홍콩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오늘 ‘리얼’서 보물 하나 건졌어요”… 美 밀레니얼세대의 중고명품 사랑

    “오늘 ‘리얼’서 보물 하나 건졌어요”… 美 밀레니얼세대의 중고명품 사랑

    ‘짝퉁’ 없애고 무이자 할부로 신뢰 확보 작년 매출 2억弗… 전년대비 55% 증가 전문가 “일시적 현상 아닌 추세적 변화” ‘코치’ 등 기존 브랜드 매출 하락 직격탄“오늘 ‘리얼’에서 보물 하나 건졌어요. 역시 손품을 파는 게 제일이에요.” 제니퍼는 페이스북에 최근 ‘득템’한 구찌 가방을 하나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매일 미국 최대 중고 명품사이트인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에 들른다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밀레니얼세대(20~30대)와 Z세대(10~20대) 같은 이른바 ‘젊은층’들은 저렴한 중고 명품을 ‘보물찾기’로 인식하면서 미국의 중고 명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젊은이들이 중고 명품에 열광하면서 미국의 ‘코치’와 ‘마이클 코어스’ 등 브랜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면서 “이제 젊은이들을 단순히 디자인만 조금씩 바꿔서 신상품을 내는 방식으로 사로잡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패션 브랜드보다 색다른 디자인의 구찌와 샤넬 등 명품 중고 제품이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폭발적인 중고 명품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 6월 나스닥에 상장한 중고 명품 온·오프라인 매장인 ‘더 리얼리얼’의 인기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리얼리얼은 온라인·모바일 마켓 플레이스와 함께 뉴욕·로스앤젤레스 등 오프라인 매장 3곳에서 샤넬과 에르메스를 비롯한 5500개의 명품 브랜드에서 생산한 62만개 제품을 판매 중이다. 리얼리얼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자체적으로 보석감정사·시계공·학예사·의류전문가 등 100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해 리얼리얼은 고가의 명품을 사는 데 가장 걸림돌인 ‘짝퉁’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고객의 신뢰도를 확보했다. 또 300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샤넬의 플랩백(소비자가 5600달러) 제품 설명에는 ‘사용감이 전혀 없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리얼리얼은 상품 등급을 여러 단계로 나눠 솔직하게 설명하고, 다양한 각도의 제품 사진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거기다 무이자 할부까지 가능하니 지갑이 얇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현재 리얼리얼의 누적 회원수는 1140만명을 돌파했다. 2018년 매출액은 2억 1000만 달러(약 2470억원)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고, 전체 거래액은 7억 1000만 달러(약 8353억원)로 전년 대비 44% 늘었다. 중고 명품이 인기를 끌자 ‘리백’과 `트레데시’, `포시마크’ 등 후발 중고 명품 거래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고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미국 패션업체들이 매출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CNBC가 NPD그룹의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지난 1~8월 기준으로 미국 내 여성 핸드백(토트백 포함) 매출액은 2016년 동기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베스 골드스타인 NPD그룹 분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 변화”라고 지적했다. 또 UBS증권은 코치의 모회사인 태피스트리의 주가 전망을 낮추면서 “코치의 새 핸드백을 400달러에 살지, 아니면 유럽산 중고 명품을 같은 가격에 살지 선택하라면 대부분 후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피스트리 주가는 지난 1년간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워싱턴의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고 의류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졌으며, 공유 개념 등이 도입되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중고 명품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온라인 럭셔리 리세일(중고 판매) 시장은 연간 5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개 vs 바퀴벌레… 분열의 홍콩, 민주화 열망 표심으로 극복할까

    개 vs 바퀴벌레… 분열의 홍콩, 민주화 열망 표심으로 극복할까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홍콩의 민심은 친중파가 장악한 정치 판도를 흔들 수 있을까. 지난 6월 9일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홍콩특별행정구 구의회(우리의 지방의회 격) 선거가 24일 치러졌다. 유권자 413만여명이 오전 7시 30분(현지시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투표소 630여곳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홍콩에서 구의원은 지역 현안을 자문하는 역할을 해 입법회(우리의 국회 격) 의원만큼 영향력이 크진 않다. 하지만 일부 구의원이 입법회 의원을 겸할 수 있고 2022년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가운데 117명이 참여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선거는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를 전후해 홍콩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18~35세 유권자 2015년보다 12% 증가 이번 구의원 선거는 과거 어느 선거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아침 일찍부터 대부분 투표소에서 장사진을 이뤘고 일부에서는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오후 8시 30분 현재 274만여명이 참여해 투표율 66.50%를 기록했다고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밝혔다. 2015년 선거(47%)를 훨씬 뛰어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전과 달리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소를 찾아 이번 선거가 범민주 진영에 유리할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18∼35세 유권자가 2015년보다 12.3% 늘어나 연령대별 증가율이 가장 컸다. 이 같은 투표 열기에 동참한 시민들의 목소리에서 홍콩의 분열상이 그대로 느껴졌다. 상당수 반중 세력은 현 정부와 경찰에 대한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몽콕 지역에서 만난 앨리스 람(25·여)은 “시위대와 경찰은 서로를 ‘권력에 복종하는 개’와 ‘퇴치해야 할 바퀴벌레’로 부르며 비난하는 일이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청년과 노인의 갈등도 불거졌다. 현재 홍콩에서는 중국의 내정 간섭에 반대하는 ‘2030’세대를 ‘황쓰’(黃絲·노란 리본)로, 중국의 홍콩 지배를 인정하자는 ‘5060’세대를 ‘란쓰’(藍絲·파란 리본)로 부른다. 특히 란쓰는 파란색 시체라는 뜻의 ‘란스’(藍屍)와 발음이 비슷해 더욱 경멸적인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구의원 일부, 행정장관 선거인단 참여 기업도 ‘친중 대 반중’ 구도로 확연히 갈렸다. 중국은행과 샤오미 등 본토 업체와 미국계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등이 시위대의 주된 타도 대상이 됐다. 홍콩에서 스타벅스는 친중 성향인 맥심그룹이 운영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 홍콩 스타벅스 매장은 시위대의 공격으로 현관이 부서져 흰색 보호막을 두른 채 영업한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데니스 추(22)는 “시위가 격해지면 누군가 텔레그램 등으로 ‘오늘은 파란색 가게(친중 성향 매장) 인테리어를 새로 해 주러 가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다 같이 목표 대상을 정해 부수고 온다”고 말했다. 일부는 홍콩을 든든하게 떠받쳐 온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일찍 투표를 마치고 센트럴 지역에 쇼핑을 나왔다는 제임스 토(19)는 “경찰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중학생(우리의 고등학생 격)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급여가 좋고 시민들로부터 권위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6월 시위 뒤로는 경찰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 역할만 해 분노가 커졌다. 친구들 가운데 경찰시험에 합격했다가 포기한 이들도 많다. 경찰 지원자 수도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중앙정부도 ‘람 장관 카드’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언론매체 등을 통해 ‘람 장관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홍콩 시위 사태 장기화의 책임이 그에게 있다고 보고 조만간 교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성격의 람 장관이 홍콩 시위 초기부터 지나친 자신감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홍콩 문제를 관할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에서도 더이상 캐리 람 행정부의 보고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별도의 채널을 가동해 재확인한다는 신호가 여럿 감지됐다”고 밝혔다. 이종석 홍콩한인회 문화담당 이사는 “시위 초기 홍콩 정부가 민심의 분노를 정확히 읽고 송환법 추진을 철회했다면 아주 평화롭고 간단하게 끝날 일이었다. 람 장관의 오판으로 이제 시위대나 정부 모두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개탄했다. 홍콩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 아이들이 가장 게으르다?…신체 활동 수준 전세계 꼴찌 (WHO)

    한국 아이들이 가장 게으르다?…신체 활동 수준 전세계 꼴찌 (WHO)

    우리나라 아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게으르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루 동안 신체 활동(운동)을 권장량인 1시간도 하지 못하는 아동·청소년이 한국에서 10명 중 9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레지나 구톨트 박사(독일)가 이끄는 연구진이 세계 146개국에 사는 11~17세 아동·청소년 약 160만 명을 대상으로 국가별 신체 활동 수준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의학전문지 ‘랜싯 아동·청소년 건강’(Lancet Child & Adolescent Health) 최신호에 발표했다.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하루 동안 신체 활동량이 1시간 미만인 아이들이 94.2%에 달해 전체 국가 중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과 후 학원 등 치열한 학업 경쟁에 내몰리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특수한 상황이 연구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다음으로는 필리핀(93.4%)과 캄보디아(91.6%), 수단(90.3%) 그리고 동티모르(89.4%)가 2위부터 5위까지에 올랐다. 이어 잠비아(89.3%)와 호주(89%), 베네수엘라(88.8%), 뉴질랜드(88.7%) 그리고 이탈리아(88.6%)가 10위권 안에 들었다. 반면 아이들의 신체 활동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는 방글라데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하루 1시간도 신체 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66.1%로 과반수가 넘었다. 이어 슬로바키아(71.5%), 아일랜드(71.8%), 미국(72%), 불가리아(73.3%), 알바니아(73.9%), 인도(73.9%), 그린란드(73.9%), 핀란드(75.4%), 몰도바(75.7%)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보고서에서 전 세계 모든 아동·청소년이 매일 최소 1시간씩 신체 활동을 해야 하지만, 그중 약 19%만이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 보고서는 또 통가와 사모아,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잠비아 4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여학생(85%)이 남학생(78%)보다 신체 활동이 부족하다는 것 역시 보여줬다. 이에 대해 구톨트 박사는 “특히 여학생들의 신체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유지하기 위해 이제 신체 활동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신체 활동은 젊은이들의 심장과 폐, 뼈 그리고 근육이 발달하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WHO의 신체 활동 전문가인 주안나 윌럼슨 박사도 “우리 중 누구도 디지털 혁명을 부정할 수 없다. 스마트폰은 일상의 일부가 됐다”면서 “아이들의 여가 활동은 야외 활동이나 스포츠 또는 놀이보다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앉아서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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