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대대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역대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GT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LNG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495
  • ‘프리한19’ 오상진, 김소영 아나운서 프러포즈 공개 ‘멘트 보니..’

    ‘프리한19’ 오상진, 김소영 아나운서 프러포즈 공개 ‘멘트 보니..’

    방송인 오상진이 O tvN ‘프리한19’에서 방송 최초로 프러포즈 풀 스토리를 전격 공개한다. 지난 21일 자신의 팬카페에 오는 4월 김소영 아나운서와의 결혼 소식을 깜짝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킨 오상진은 오늘(28일) 저녁 8시 40분과 밤 12시 15분 방송되는 ‘프리한19’를 통해 솔직한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 오상진은 결혼을 발표한 다음 날 ‘프리한19’ 녹화에 참여,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루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러포즈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는 전현무의 질문에는 자신만의 담백한 ‘직진형 프러포즈’를 공개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오상진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나와 결혼해줄래? 내가 평생 잘 할게’라고 말하며 미리 준비한 목걸이를 걸어주었다”고 고백했다. 이날 오상진은 예비신부를 향해 달달한 영상편지를 띄워 전현무와 한석준의 부러움을 샀다는 후문. 전현무와 오상진, 한석준 3MC가 각각 취재해 온 뉴스로 1~19위까지 순위를 경쟁하는 ‘프리한19’는 이번 주 3.1절을 맞아 ‘당신만 모르는 한국사 3.1 운동 편’을 방송한다. 무려 90년 만에 발견된 태극기에 얽힌 가슴 뭉클한 사연, 파란 눈의 독립운동가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3.1 운동’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매주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특종을 공개하는 전무후무한 특종랭킹 ‘프리한19’는 여행, 생활 상식, 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쉽지만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40분과 밤 12시 15분, OtvN과 tvN에서 동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한국혁명여성동맹’ 6명 등 75명 독립유공자 포상

    ‘한국혁명여성동맹’ 6명 등 75명 독립유공자 포상

    국가보훈처는 제98주년 3·1절을 맞아 중국에서 ‘한국혁명여성동맹’을 결성한 여성 독립운동가 6인 등 75명의 독립유공자를 포상한다고 27일 밝혔다. 건국훈장 43명, 건국포장 18명, 대통령표창 14명 등이다.1940년 중국 충칭(重慶)에서 독립운동단체인 한국혁명여성동맹을 결성해 활동한 김병인·오건해·이헌경·김수현·이숙진·윤용자씨 등 6명에게는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한국혁명여성동맹은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지원과 교육활동 등에 주력했다. 191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미국 하와이 한인 여성계의 지도자로서 독립운동 지원에 헌신한 황마리아씨에게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황씨는 1930년 하와이 한인협회 조직에 참여해 독립운동을 후원했고 1936년에는 임시정부 김구 선생 앞으로 100달러의 군인양성자금을 보냈다. 딸 강혜원(1995년 애국장), 아들 강영승(2015년 애국장)씨 등은 이미 독립유공자로 서훈됐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영등포구의 봄은 골목에서부터 온다

    서울 영등포구가 다가오는 새봄을 맞아 주민 2000여명과 함께 ‘새봄맞이 대청소’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오는 3월 3일까지 진행된다. 우선 영등포구는 지역주민들과 환경미화원, 시설관리공단 등 총 2389명을 네 그룹으로 나눴다. 이 그룹들은 공휴일인 3·1절을 제외하고 이번 주 하루씩 이면도로 등 청소 취약지역을 찾아 대청소를 할 예정이다. ▲무단투기 폐기물 수거 ▲이면도로 미수거 낙엽 ▲음식물쓰레기통 등을 위주로 겨울 동안 쌓인 묵은 때를 벗긴다. 청소는 27일 당산동, 양평동을 시작으로 28일 신길 1·4·6·7동에서 진행된다. 다음 달에는 2일 여의동, 도림동, 신길3·5동, 대림1동, 3일 영등포본동, 영등포동, 문래동, 대림2·3동 순으로 방문한다. 청소 중엔 쓰레기 감량, 재활용 분리배출에 대한 홍보 활동도 병행한다. 구는 지역 내 기업들과 함께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시범 대청소’도 실시한다. 참여 기관 및 기업은 KT, 한국전력, 영등포구시설관리공단, 롯데·신세계 백화점, 타임스퀘어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산뜻한 봄의 기운을 맞으려고 묵은 때를 씻는 대청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광복회 “시위 도구로 태극기 사용하지 말라”

    광복회 “시위 도구로 태극기 사용하지 말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 세력의 집회 도구로 태극기가 쓰이는 일 등에 대해 광복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했다. 광복회는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의 모임으로, 약 7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광복회는 27일 ‘3·1절! 태극기의 의미’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광복회는 “3·1절을 맞아 국민들 스스로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3·1 독립운동의 상징인 태극기에 대해 엄숙한 마음으로 존엄성을 가져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광복회는 “물론 태극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가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이것에 이의를 달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태극기는 국가의 상징인 만큼 우리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고, 태극기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면서 사용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요즘 일어나고 있는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의 남발로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것은 태극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바탕 한 바가 아니라 여겨져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성한 태극기의 흰 바탕에 구호를 새겨놓거나 태극 문양 위에 리본 문양을 그려 넣은 것은 태극기를 훼손하는 짓이며, 리본을 태극기에 매고 시위에 참가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태극기를 시위 도구로 사용하거나, 태극기봉을 휘두르며 폭력 행사, 재판정에서 난데없이 태극기를 펼쳐드는 기행 등 일련의 행동은 근본적으로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광복회는 또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선언을 한 역사적인 3·1절에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일제의 총칼 앞에 무참히 산화하신 3.1독립운동 선열들이 통탄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보수 단체들로 꾸려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3·1절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겠다는 계획을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아래는 광복회가 이날 발표한 성명서의 전문. 오는 3월 1일은 아흔 여든 번째 3·1절이다. 98년 전, 한반도 전역을 수놓은 태극기의 물결로 우리 민족의 본격적인 독립운동이 시작되었다. 광복회는 3·1절을 맞아 선열들을 생각하고 우리 국민들 스스로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3·1 독립운동의 상징인 태극기에 대해 엄숙한 마음으로 태극기의 존엄성을 가져주기를 촉구한다. 물론 태극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가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이것에 이의를 달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태극기는 국가의 상징인 만큼 우리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고, 태극기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면서 사용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의 남발로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것은 태극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바탕 한 바가 아니라 여겨져 매우 우려스럽다. 광복회는 신성한 태극기의 흰 바탕에 구호를 새겨놓거나 태극문양 위에 리본 문양을 그려 넣은 것은 태극기를 훼손하는 짓이며, 리본을 태극기에 매고 시위에 참가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태극기를 시위 도구로 사용하거나, 태극기봉을 휘두르며 폭력 행사, 재판정에서 난데없이 태극기를 펼쳐드는 기행 등 일련의 행동은 근본적으로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지난날 우리 독립운동 선열들은 태극기 아래서 일제를 응징하는 비장한 결의를 다지셨고, 일제의 감시를 피해 태극기를 몸에 숨겨가며 독립투쟁을 펼치셨으며, 일본군과의 전투 중에 전사할 때도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몸에 품고 숨을 거두셨다. 집안에 숨겨놓은 태극기가 발각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고 목숨을 잃은 우리 국민도 많았다. 선열들이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태극기에는 그분들의 나라사랑과 숭고한 희생정신이 담겨져 있다. 그런 태극기가 특정이익을 실현하려는 시위도구로 사용된다면, 태극기를 소중히 여기셨던 선열들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3·1정신 구현의 요체는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정신에 있다. 신분도, 계층도, 지역 간 이익도, 종교까지도 뛰어 넘어 전 민족적으로 일어나 ‘일제(日帝)’라는 외부의 적에 대항하여 싸운 것이 바로 3·1독립운동이었다. 그것은 세계인들에게 우리만의 자랑거리가 되었으며, 일제 패망 전후 연합국으로부터 우리의 독립을 약속받은 것도 3·1독립운동의 힘이었다. 그 중심에 민족의 상징인 태극기가 있었다. 한 나라의 국기(國旗)는 온 나라 구성원들의 화합과 단결을 상징한다. 이런 기본 정신을 무시하고 국민 분열을 야기 시키는 데 태극기가 사용되는 것은 아무리 장광설을 늘어놓아도 우리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그 나라의 국민이면 그 나라 국기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은 기본 소양에 속하며, 무분별한 국기사용은 엄밀한 의미에서 신성한 국기에 대한 모독행위에 해당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선언을 한 역사적인 3·1절에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국격(國格)을 떨어뜨리고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제의 총칼 앞에 무참히 산화하신 3.1독립운동 선열들이 통탄할 일이다. 광복회는 우리 국민들이 3·1절 만큼은 부디 온 민족이 하나가 되어 자주독립을 외쳤던 그날의 함성만을 상기하고, 태극기에 담긴 진정한 의미, 자주적인 주권의식과 통합정신을 음미하면서 우리의 귀하디귀한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어 주기를 소망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유관순 등 독립운동 선열들이 태극기를 가슴에 안고 나라를 위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3·1절에는 태극기에 대한 엄숙한 마음을 가져주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한다. 2017. 2. 27 광 복 회
  • 이철성 경찰청장 “3·1절 탄핵 찬·반집회 양측 최대한 격리”

    이철성 경찰청장 “3·1절 탄핵 찬·반집회 양측 최대한 격리”

    오는 3·1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를 놓고 서울 도심에서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쪽과 기각을 외치는 쪽의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27일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기일이 열린 이후의 시점이라 경찰에서는 양측 간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이철성 경찰청장은 “차벽이나 경력으로 최대한 양측을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일 보수 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양 옆길로 행진하고, 진보 단체는 광장에서 집회를 해 다른 때보다 지리적으로 (양측이) 근접할 소지가 있다”면서 “(집회·시위 관리 과정에서) 최대한 양측을 격리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3·1절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겠다는 계획을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이에 같은 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충돌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시민 한 명을 폭행하는가 하면, 응급환자를 실은 119 구급차의 진로를 방해하는 등의 도를 넘은 행동을 보인 적이 있다(관련기사 [영상] 집단 폭력에 구급차 진로 방해까지···막무가내 보수 집회). 또 방망이, 낫 등 위험한 물건을 들고 다니는가 하면 ‘특검의 목을 쳐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면 이정미·강일원 헌법재판관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 등 박영수 특별검사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향한 보수 세력의 비난과 위협 발언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 청장은 “지난 토요일 집회에서 일부 횃불이 등장하고, 휘발유 통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나오는 등 우려할 만한 일이 있었다”면서 “그런 부분을 현장에서 잘 살펴보고 조그만 변수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위해물품이 확인되면 수거하고 있다”면서도 “(위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 단순한 말싸움이라면 경찰에서 일일이 수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암벽 오르는 태극기 “잊지 말자 3·1절”

    암벽 오르는 태극기 “잊지 말자 3·1절”

    26일 경기 남양주시 불암산 쌩클암장에서 쌩곰등반클럽, 늘푸른수토일산악회, 차오름산악회 회원들이 3·1절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대한독립(大韓獨立)이 새겨진 대형 태극기를 펼치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사용된 태극기는 안중근 의사가 혈서로 태극기 앞면에 대한독립이라고 썼던 것을 본뜬 것으로, 현재의 태극기와 차이가 있다. 연합뉴스
  • 17차 촛불집회 VS 태극기 집회…박 대통령 취임 4주년에 ‘맞불’

    17차 촛불집회 VS 태극기 집회…박 대통령 취임 4주년에 ‘맞불’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박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탄핵 촉구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헌재가 민심을 수용해 즉각 탄핵을 인용하라고 촉구하는 동시, 특검 수사기간도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점 격렬함을 더해가는 탄핵 반대집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국회,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최종변론일을 정한 헌재, 수사를 맡은 특검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 “주권자 이름으로 탄핵 결정해야…황교안, 특검 연장 승인하라”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탄핵심판 변론을 27일 끝내기로 한 헌재에 탄핵안을 반드시 인용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특검팀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28일로 만료되는 수사기간이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꼼수로 탄핵심판을 지연하려 했지만 촛불의 힘으로 막아내며 여기까지 왔다”며 “탄핵 결정은 단지 재판관 8명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 이름으로 선고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각계 시국발언, 공연 등으로 이뤄진 본 집회가 끝나자 일제히 촛불을 껐다가 빨간색 종이를 대고 촛불을 켜는 ‘레드카드(퇴장)’ 퍼포먼스로 박 대통령·황 권한대행 퇴진과 현 정부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이어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국정농단 사태 공범으로 지목된 대기업 사옥 방면으로 행진이 이뤄졌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횃불 행렬도 이날 재등장했다. 일부 참가자는 탄핵 반대단체가 태극기를 내세우는 데 반발해 다른 참가자들에게 노란 리본을 매단 태극기를 나눠줬다. ‘부정부패와 독재정권이 오염시킨 태극기를 새로운 태극기로 바꾸자’는 내용의 펼침막도 보였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야권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사전에 테러 위협 첩보가 입수된 문 전 대표 곁에는 경찰 신변보호조가 따라붙었다. 촛불집회에 앞서 민주노총 등 노동자·농민·빈민·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박근혜정권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를 주제로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서울 집중집회로 열렸으나 지역별로도 상경하지 못한 시민들이 곳곳에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100만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107만 8130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 격화되는 ‘태극기 집회’…헌재 향해 “당신들 안위 보장 못해”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촛불집회에 앞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에서는 헌재를 겨냥한 발언 수위가 눈에 띄게 높아져 눈길을 끌었다. 정광용 탄기국 공동대표(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는 “악마의 재판관 3명이 있다. 이들 때문에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적 발언을 쏟아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탄핵심판 주심을 두고 “헌정 전체를 탄핵하려 한다”며 “(우리는) 당신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조원진·윤상현·박대출 의원, 박근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김평우·서석구 변호사도 집회에 참석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내 변론을 동영상으로 보셨을 텐데 내용에 동감하시느냐”고 물으며 “법관(의 행동)이 헌법에 (비춰) 틀렸다고 생각하면 국민도 틀렸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며 자신의 행동을 옹호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오후 6시쯤부터 남대문, 서울역, 염천교, 중앙일보, 서소문을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 3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탄기국은 특검이 끝나면 특검 관계자들을 모두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다가오는 3·1절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서울시내에 경비병력 212개 중대(1만 7000여명)를 투입해 양측 간 접촉을 차단하고 질서 유지에 주력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박 대통령, 위안부 합의 맺은 진짜 이유는?

    ‘그것이 알고싶다’ 박 대통령, 위안부 합의 맺은 진짜 이유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맺은 이유를 파헤친다. 25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3.1절을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과 베일에 싸여 있는 12.28 합의에 관한 의문점을 다룬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서 한 ·일 양국 정부는 이른바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를 타결했다. 위안부와 관련해 줄곧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박 대통령이 돌연 일본 정부와 합의를 한 것을 두고 각종 논란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정부 고위 관계자를 비롯 미국과 일본의 전문가를 취재해 베일에 싸여있던 12.28 합의의 실체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보장안전국장이 일본군 위안부 합의 막후에서 움직였던 사실을 확인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은 최소 6~7 차례 만났습니다. 외교부 국장이 이 엄청난 합의를 진행할 수 없어요. 양국 최고 지도자와 교감하는 라인이 작동한 거죠”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본 사람 편에서 우리가 (어떻게) 외교를 합니까? 나중에 다 알려질 건데요. 지금은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봅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화해 치유재단과 관련해 생존 피해자 중 34명의 할머니에게 각 1억 원씩 일본 정부의 거출금을 지급하기로 한 사실 외에 현재까지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제작진은 화해 치유재단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거출금 수령을 압박하는 80분 분량의 녹취 파일을 입수 전격 공개한다. 해당 파일에는 “받을 건 받아야죠. 할머님 받으셔야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엔 해주지도 않아요.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저는 받을 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는 김태현 화해 치유재단 이사장의 목소리가 녹음돼 있다. 이에 대해 김태경 교수는 “이건 사기인 거죠. 거짓 정보를 가지고 설득을 하는데 한 가지 계속 일관된 것, 반복적으로 나오는 건 바로 ‘돈을 받으라’는 얘기거든요”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작진은 지난 한 달여 간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전국 80여 개 마을의 현장조사를 통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태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공식으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가족들 다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25일 방송에서 끝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추적하고, 새롭게 드러난 화해 치유재단의 민낯과 실상을 파헤친다”고 밝혔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는 25일 밤 11시 5분 방송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날처럼 태극기 휘날리며

    그날처럼 태극기 휘날리며

    3·1절을 닷새 앞둔 24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용산구청 주최로 열린 ‘기미년 삼월일일정오’ 행사 참가자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탄핵 심판의 날 임박… 찬성 vs 반대집회 ‘일촉즉발 총력전’

    3·1절엔 광화문광장 등 행진경로 겹쳐 경찰, 충돌 사태 대비·헌재 경호 강화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주말 탄핵 찬반 집회의 긴장감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탄핵 찬반 진영 모두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이번 주말 서울과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3·1절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총력전에 돌입했다.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4년 너희들은 끝났다’는 제목으로 민중총궐기 집회를 개최한다. 이어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는 슬로건으로 17차 촛불집회를 잇따라 연다. 이에 맞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서울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 태극기가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기치를 걸고 14차 태극기집회를 개최한다. 탄기국은 전세버스를 동원해 부산, 대구, 전주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끌어모으는 등 총력전을 벌인다. 탄핵 찬반 진영의 이날 집회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 측과 국회 탄핵소추단의 헌재 최종 변론을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구호와 주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3월 10일 또는 13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은 2주가 탄핵의 향배를 결정짓는다는 판단에 따라 양측 모두 진영의 사활을 건 총력전을 벼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청년암살살수단 지원자를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탄핵안 기각을 위해 유관순·윤봉길·안중근 의사처럼 사즉생의 각오로 대한민국을 구할 애국열사를 모신다는 보수단체 회원의 글과 “탄핵안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등의 진보진영 회원 글들이 다수 게재돼 유포됐다. 경찰은 지난 22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8명의 재판관별로 2~3명의 경호 인력을 배치해 출·퇴근 시간 근접 경호에 나선 데 이어 23일엔 헌재 주변 경비병력도 2배로 늘렸다. 퇴진행동 측은 23일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자들을 끌어내릴 수 있게 시민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기를 바란다”면서 “국민이 권력을 이긴 역사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박사모 회장)은 박사모 인터넷 카페에 “서울광장에서 을지로입구역, 한국은행 사거리까지 채우자. 300만의 기적을 만들면 우리가 이긴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갈등은 3·1절에 절정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특히 태극기집회를 주관하는 탄기국 측이 서울광장 대신 그동안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헌재, 삼청동 총리 공관 등 세 코스를 미리 선점해 경찰에 집회를 신고했기 때문이다. 기존대로 행진을 진행하려는 촛불집회 주최 측과 신고한 경로로 행진하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뒤엉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 역시 충돌 사태에 대비해 다수 경찰력을 동원해 집회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25일 212개 중대 1만 7000명의 경찰력을 서울 도심에 배치하기로 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유관순 열사 고향서 “3·1절날 태극기 안 흔든다” 결정한 이유

    유관순 열사 고향서 “3·1절날 태극기 안 흔든다” 결정한 이유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 오는 3·1절을 맞아 마련한 행사 때 태극기를 볼 수 없게 됐다. 해마다 3·1절 행사 때마다 시민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지만, 올해는 그 장면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천안시는 다음달 1일 낮 2시 동남구 신부동 문화공원에서 시민참여형 ‘만세 플래시몹’을 하기로 하고 온라인을 통해 플래시몹에 참여할 자원봉사자 33명을 모집했다고 24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플래시몹(집단 퍼포먼스)은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를 상징하는 33명 중 일부가 유관순 열사 옷차림으로 나와 ‘만세’를 선창하면 공원에 모인 시민과 일부 참가자가 각자의 소망을 담아 만세 삼창으로 화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올해 플래시몹에서는 참가자들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힘차게 휘날리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행사 주최 측이 행사 때 ‘태극기 흔들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최근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다니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이번 플래시몹에서 태극기가 등장할 경우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천안시에 사는 시민 이모(59)씨는 “누가 뭐래도 유관순의 고향이고 3·1절 전야제로 아우내봉화제에도 태극기 홍수를 이루는데, 카드 섹션으로만 플래시몹을 한다고 하니 뭔가 찜찜하다”고 아쉬워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시 관계자는 이날 “유관순 열사가 나라 독립의 소망을 ‘만세’에 담아 외친 것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건강, 학업, 취업 등 각자 사연과 소망을 담아보자는 게 이 행사의 취지”라면서 “아쉽지만 카드 섹션 퍼포먼스로 행사 취지를 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기독대 ‘불상 훼손’ 사과한 교수 파면 논란

    서울기독대 ‘불상 훼손’ 사과한 교수 파면 논란

    지난해 개신교 신자의 사찰 불상 훼손 사건과 관련해 대신 사과하고 보상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였던 기독대 교수가 파면돼 논란이 일고 있다.23일 개신교계와 불교계에 따르면 서울기독대 신학전문대학원 손원영(52) 교수는 지난 17일 이 대학 이사회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았다. 손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파면 행위는 학문의 전당이자 양심의 보고인 대학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변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파면 결정을 철회할 것을 엄숙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월 중순 개신교 교인인 60대 남성이 경북 김천 개운사에 난입해 “절은 미신이고 불상은 우상”이라며 불상과 법구를 부순 사건이다. 파문이 일자 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교계에 용서를 구하는 글을 남기고 ‘법당 복구를 위한 모금활동’을 벌여 260여만원을 모았다. 손 교수는 모금액을 개운사에 전달하려 했으나 개운사 측의 완곡한 거절로 종교평화를 위한 대화모임 ‘레페스포럼’에 전액 기부했다. 파면 조치의 이유를 놓고 양측은 상반된 입장을 내고 있다. 대학 측은 “모금운동을 벌인 게 주 사유가 아니며 손 교수가 여러 사안에서 건학이념을 지키지 않아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개운사를 도우려고 모금한 행동을 학교 측이 우상숭배 운운하며 파면한 것”이라며 맞섰다. 손 교수는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 ‘종교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 여러분께 알리고 싶다”며 부당 징계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학교 측은 파면 조치를 번복할 뜻이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법당 훼손 당시 개운사 주지였던 진원 스님은 페이스북을 통해 “손 교수의 노력이 개신교인으로서 신앙을 의심받고 교직에서 불이익을 받아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다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노력들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황건적서 유비 구출한 ‘의형제’ 장비, 범인도피죄 처벌받나?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황건적서 유비 구출한 ‘의형제’ 장비, 범인도피죄 처벌받나?

    도원결의 1년 전. 유비는 어머니에게 차 맛을 보여 드리기 위해 낙양에서 오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비는 1년간 열심히 모은 돈으로 차를 산 뒤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갑작스레 황건적을 만나 포로 신세가 된다. 가까스로 어느 스님의 도움을 받아 도망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추격을 당하게 된다. 그때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장비. 황건적 틈에서 유비를 구해 준다.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린 둘은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지고…. 1년 뒤 어느 날 우연히 재회한 유비와 장비는 눈빛으로 알게 된다. 서로 같은 생각을 품고 있음을. 여기에 관우를 더해 다시 한번 서로가 품은 청운의 꿈을 확인한다. 이어지는 도원결의(桃園結義). ※원저 : 요코야마 미쓰데루(橫山光輝)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유비는 장비의 도움이 없었다면 황건적에게 다시 붙잡혔을 것이다. 그랬다면 오늘날 우리가 삼국지라는 명작을 접할 기회도 없었을 터. 또 황건적이 난에 성공해 천하를 얻었다면 장비도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포로의 도주를 돕고 황건적까지 여러 명 죽였으니 현상 수배 신세가 아니었을까.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유비와 장비의 도원결의가 법적으로 유효하다면 장비를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친족범죄 형사적 유불리 사건마다 달라 친족이 되면 형사적으로는 어떤 효과가 생길까? 먼저 같은 범죄라도 친족관계 때문에 더 무겁게 처벌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어떤 범죄는 가볍게 처벌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범죄는 아예 처벌 자체를 받지 않기도 한다. 친족관계가 어떤 때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같은 행위인데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친족 관계 때문에 무겁게 처벌되는 경우는 존속살해, 상해, 폭행, 유기, 학대, 체포·감금, 협박죄 등이다. 예를 들어 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5년 이상의 징역’(형법 제250조 제1항)이다. 하지만 존속살해죄는 ‘사형,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형법 제250조 제2항)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 질서 내에서 효(孝)를 중심으로 한 인륜 관계가 중시됐다. 존속 살해를 일반적인 살인보다 높게 처벌하는 이유다. 그런데 반대로 비속 살해를 가중해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면 존속 살해로 처벌받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했다면 일반적인 살인으로 처벌받는다. 관우가 맥성에서 여몽에게 잡혀 처형당했을 때의 일이다. 유비의 양아들인 유봉은 맥성과 가까운 상용성에 있었지만, 원군을 보내 주지 않는다. 유봉의 원군만 있었다면 관우는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관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유비는 절규한다. 그리고 유비는 유봉의 책임을 물어 목을 베었다. 유비의 행위를 법적으로 평가하면 어떻게 될까? 단순 살인죄가 적용된다. 그렇다면 가족 질서에서 상위자가 하위자에게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중 처벌되는 경우는 없을까? 이런 경우에도 가중해서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최근에 특별법의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간·(준)강제추행’이 그렇다.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징역’이다. 이에 반해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죄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반인륜적인 범죄이다 보니 피해자들이 입는 육체적·정신적 상처가 매우 크기 때문에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다. 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족 관계이기 때문에 가볍게 처벌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영아살해(형법 제251조)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살인죄의 ‘5년 이상’에 비해 상당히 낮다. 영아(?兒)는 유아(乳兒)보다도 더 어린 갓난아기를 말한다. 갓난아기는 스스로를 보호할 만한 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영아 살해를 더 크게 처벌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그럼에도 가볍게 처벌하는 이유는 뭘까? 특별한 범행 동기 때문이다. 형법도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라고 규정하고 있다. 양형에서만 범죄의 동기를 참작하도록 돼 있는 다른 범죄와는 달리 보기 드물게 법률 규정 안에 범죄 동기를 적어 놓고 있다. 이런 동기를 감안해 범죄의 대상도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로 매우 제한적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거나 출산을 했지만 도저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는 심리적 불안감 등으로 영아를 살해한 경우 조금 가벼운 형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영아유기죄(형법 제272조)도 유사한 취지의 규정이다. ●법은 가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권리행사방해, 장물죄와 같은 재산 범죄는 피해자인 친족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받는 경우도 있고, 형이 자동으로 면제되는 경우도 있다(형법 제328조, 제365조). 위 죄들은 피해자가 직계 혈족, 배우자, 동거하는 친족, 동거하는 가족 또는 그 배우자인 경우 형이 면제돼 처벌받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제법 자주 있다. 아들이 부모에게 사업을 하겠다고 거짓말을 해 상당한 돈을 사업 자금으로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 화가 난 부모는 아들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이기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법은 원칙적으로 가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경우 법보다는 가족들끼리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 외의 친족이 피해자인 경우에는 고소를 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익주에 사는 장비가 형주에 사는 관우의 성에 놀러가 술을 몰래 훔쳐 마셨다. 이 경우 장비를 처벌할 수 있을까? 관우가 장비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놓고 싶다면 반드시 고소를 해야 한다. 동거하지 않는 친족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장비를 처벌할 수는 없다. 이런 죄를 친고죄(親告罪)라고 한다. ●유비의 도주를 도와준 장비의 운명은? 본래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황건적이 정권을 잡았다면 장비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까? 장비는 유비의 도주를 도와주었으므로 범인도피죄(형법 제151조 제1항)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 장비가 ‘나는 유비의 동생이다’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형법상 친족(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또는 동거 가족이 범인의 도피를 도왔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즉 장비가 법적으로 유비의 동생이 맞다면 처벌되지 않는다(형법 제151조 제2항). 이런 경우는 증거인멸죄(형법 제155조)도 마찬가지다.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용어 클릭] ■법정형(法定刑) 범죄별로 법률에 규정돼 있는 형벌의 종류와 범위. ※ 처단형(處斷刑) 법정형에 각종 가중, 감경 사유를 더해 법관이 선고 가능한 범위의 형벌. ※ 선고형(宣告刑) 처단형의 범위에서 법관이 여러 사정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선고하는 형. ■양형(量刑) 범죄자에게 어떠한 형벌을 얼마만큼 처벌할지 결정하는 것. ■ 친고죄(親告罪)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 ※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지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 타인의 감정, 여성이 더 잘 읽어 (연구)

    타인의 감정, 여성이 더 잘 읽어 (연구)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눈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전반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와 코넬대 연구진이 영국에 사는 총 20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위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들 참가자에게 다른 사람들의 눈과 눈썹만 볼 수 있는 600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람들이 드러내는 감정이 무엇인지 선택하도록 했다. 행복, 슬픔, 화남, 놀람 등 6개의 기본 감정과 함께 좀더 세심하게 분류한 44개의 마음 상태 등을 가늠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여성은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잘 읽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 여성 중 약 66%가 5개 이상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했지만, 남성은 약 56%만이 그러한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여성이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데 더 자신있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절반의 여성이 자신의 친구나 가족보다 좀 더 낫거나 훨씬 더 낫다고 했지만, 남성은 44%만이 이와 같이 답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감정의 유형에 따라 남녀가 알아차리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여성은 상대방이 충격을 받았거나 두려워하는 등 취약성을 드러낸 감정을 인식할 가능성이 더 컸는데 참가 여성 중 75%가 이런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남성은 60%만이 누가 ‘두려워하고 있다’와 같이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애원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여성이 남성보다 5% 더 잘 파악했다. 반면 남성은 상대방이 관심이나 욕망, 또는 적대감을 드러내는 등 정욕이나 분노에 관한 감정을 더 잘 파악했다. 약 58%의 남성이 이런 시각적 단서만으로 상대방의 관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41.9%는 욕망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남녀의 이런 능력은 나이가 찰수록 향상되며 이는 65세 직전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55~64세 집단과 45~54세 집단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65세 이상부터는 다른 사람이 부끄러워하는 감정만큼은 가장 잘 파악했다.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10점 만점에 4.9점을 받았다. 이는 대부분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생각한 것만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눈을 보고 어떻게 감정적인 상태를 추론하는지를 조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찌푸린 눈은 혐오감이나 의심과 관련한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추론은 우리 눈의 광학적인 기능과 일치한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눈을 크게 뜨면 민감성을 높여 잠재적인 위협을 더 많이 보지만, 눈을 작게 찌푸리면 시력이 향상돼 세부적인 것들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런 상반된 유형의 표현은 사회적인 목적에 의해 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심리과학 저널’(journal 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절이 왜 시장통에 있냐고? 고단한 삶, 쉼터가 필요하잖소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절이 왜 시장통에 있냐고? 고단한 삶, 쉼터가 필요하잖소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1960년대 말 맨션 아파트들이 건립되면서 시장이 들어서 한때는 150개의 크고 작은 점포가 성황을 이뤄 서울시내 최고 부촌이라 불렸던 곳. 60년대 말~70년대 초 안방극장에 자주 등장했던 부유층의 상징 격 캐릭터인 ‘갈현동 사모님’도 여기서 유래했다 한다. 지금은 서울시내 25개 자치단체 중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고 그중에서도 가장 극빈 지역으로 쇠락했지만 기름집, 옷가게, 반찬가게, 철물점, 지물포, 수선집 등 남아 있는 60여개의 점포에는 여전히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역촌중앙시장’이라 크게 쓰여진 아치형 입간판을 지나 골목 오른쪽 허름한 건물 2층에 올라서니 초입에 작은 교회가 눈에 든다. 슬쩍 안을 쳐다보다 회랑식 상가 중앙으로 다가서니 진리를 찾아 떠나 도를 이뤄가는 10단계의 과정을 형상화한 ‘심우도’(尋牛圖)와 연등이 위아래 각각 띠를 잇고 있다. 심우도의 맨 마지막 장면 ‘입전수수’(入廛垂手)를 찬찬히 들여다보자니 오른쪽 ‘열린선원’이라 새겨진 작은 간판 아래 문이 열리며 ‘인상 좋은’ 선원장 법현 스님이 웃으며 반갑게 두 손을 모은다.“옛날부터 큰 스님들이나 선지식들은 저잣거리에서 중생들과 어울리며 설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요. 바로 입전수수이지요.” 입전수수와 열린선원이라니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들어서니 100평 조금 넘을 만한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작은 사무실을 겸한 사랑채를 지나 안쪽 법당으로 눈을 돌리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두어 명 의 손님(?)이 눈에 든다. “문을 연 지 벌써 12년이 됐군요. 이젠 언제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들고 나는 시장통 상인들이며 지역 주민들과 격의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저잣거리의 선원이라니. 흔히 연상되는 ‘고요적막한 명상처며 수행처’와는 한참 동떨어진 시장 속 열린선원의 뜻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고요한 장소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곳을 갈 수 없거나 생활에 파묻힌 이들은 어찌할까요.” ●종단·종교 가리지 않는 신행… 태고종 ‘괴짜스님’ 찻잔을 사이에 두고 저간의 사정을 묻기 시작할 무렵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한다는 상인 백우종(56)씨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인사를 건넨다. “언제나 변함없이 대해주는 스님이 친구처럼 편하지요. 틈날 때마다 법당을 찾아와 기도하지만 그런 신행보다는 격의 없이 생활 속 애환을 함께 나누면서 얻어가는 마음의 평안이 더 좋아 자주 오게 됩니다.” 그 말마따나 열린선원은 고단한 삶을 피해가는 쉼터이자 상담소로 앉은 듯하다. 처음에는 상인이며 주민들의 반발이 여간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회 때 흘러나오는 소리들이 싫다며 행패를 부리거나 욕을 해대는 일들이 빈번했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만들거나 마련한 물건이며 음식들을 들고 찾아오는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적지 않다. 그 불만과 공격의 대상을 이해와 소통의 장소로 둔갑시키기까지 스님이 들인 공이 적지 않다. 실제로 8년 전부터 갈현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을 맡아 왔고 한국문학관 유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은평구 인권위원으로 뛰고 있다. 지역 주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함께 호흡하자는 배려에서였다. 복지사각지대의 주민과 상인을 살피고 어린이,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마련이나 시민단체와의 연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실 선원장 법현스님은 범종교계에서 소문난 ‘괴짜 스님’으로 통한다. 태고종에 적을 두고 있지만 종단을 가리지 않는 열린 신행과 종교 간 대화의 첨병으로 사는 ‘마당발 스님’이다. 그 열린 마음은 어찌하다 불교로 이어졌을까. 살짝 웃음을 얹어 전하는 인연담이 흥미롭다. “1남3녀의 외아들이었어요. 고교 2학년때부터 출가를 결심했지만 가난한 집에서 자식들을 키워온 어머니를 버리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정을 꾸리고도 출가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대처종단 태고종을 알게 됐다. 1985년 태고종 총무원 총무부장 운산스님을 은사로 출가, 총무원 간사를 시작으로 총무부장, 교무부장, 사회부장, 기획국장,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태고종 인재이다. 그런 인재 스님이 저잣거리로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스님은 2001년부터 ‘열린 절’이란 타이틀의 인터넷 카페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곳에서 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운영했던 조계종 적문 스님이 평택의 한 사찰 주지로 옮겨 가면서 2005년 그 자리를 참선 포교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동안 운영해 온 인터넷 카페 회원과 시장 상인, 손님등을 대상으로 포교한다는 원을 세웠던 것이다. 처음에는 입전수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애환을 들어주고 달래는 만남의 장소로 여겼다고 한다. “삶이 있는 곳에 도가 있지 않을까요.” ‘도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삶이 있는 곳에 있다’는 생각을 늘상 품어 왔다는 법현 스님. 그 스님은 어찌 보면 태생의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인물인 것 같다. 불교계 청년활동이 거의 없었던 1970년대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독보적으로 시작했고 중앙대 재학 시절엔 불교학생회장과 대학생불교연합회 서울지부장까지 지냈다. 특히 레크리에이션 포교 분야에선 선구자로 통한다. ‘높은 이에게는 떳떳이, 낮은 이에게는 따뜻이.’ 줄곧 이 말을 삶의 모토로 살았던 스님은 대학 1학년 때 어린이 법회 지도교사를 시작으로 불교레크리에이션포교회 회장을 10년간 지냈다. 여름, 겨울 불교학교 지도자 강습을 빼놓지 않고 진행했으며 불교 어린이캠프를 열어 불교계에 캠프를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법현스님에게 불교 레크리에이션을 배운 이만 해도 스님과 교사 등 줄잡아 5000여명에 달한다. 그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레크리에이션은 흔히 재창조란 뜻을 갖고 있지요. 다음 단계에서 보다 더 질 높은 삶을 준비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셈이지요. 들뜬 사람은 가라앉히고, 가라앉아 축 처진 사람은 일으켜 세운다는 게 레크리에이션이고 보면 참선은 인류가 발견해낸 최고의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종교 더 잘 알기 위해 남의 종교 깊숙이 공부” 그렇다면 법현 스님이 열린선원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바로 삶의 진정한 레크리에이션이다. 결코 어렵지 않게, 그리고 편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삶의 수행인 셈이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게 불교를 전해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삶을 살게 하자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았습니다.” 그 열린 전법과 포교는 비단 불교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장으로 뛰며 불교계 모든 교단에 두루 통할 뿐만 아니라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을 20년간 맡아 왔고 지난해엔 불교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나의 종교를 더 잘 알기 위해선 남의 종교를 깊숙이 공부하고 가깝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열린선원에선 타 종교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신학대 학생들이 찾아와 신도들과 함께 종교 간 대화를 여는가 하면 12월 둘째 주일엔 ‘예수님오신날’ 축하법회가 열려 목사·신부의 설교를 듣거나 찬송가를 함께 부르기도 한다. 그런 소문이 퍼져 지난해엔 법현 스님이 1년간 성공회대에서 ‘스님과 함께하는 채플’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좋은 돌이라도 제자리를 못 잡으면 걸림돌이다. 설령 좋지 않은 돌이라도 제자리를 잘 잡으면 디딤돌이 된다.’ 풍경소리에 오랫동안 소개된 자신의 글을 내놓은 스님이 갑자기 법당으로 기자를 안내한다. 법당 수미단 오른쪽에 도로 표지판을 닮은 ‘윤회 금지’라 쓰여진 액자. 김영수 조각가가 윤회를 하지 않도록 불심을 깊이 하자는 뜻에서 기증했다는 액자를 가리키며 스님이 웃는다. “많은 출가자가 중 벼슬이 닭 벼슬보다 훨씬 화려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리에 걸맞은 마음과 말, 행동을 하는 게 중요하지요. 봉사하는 정신으로 소임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요.” 권한을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면 어느 소임이라도 좋다는 법현 스님. 기자를 배웅하며 마지막 남긴 말 한마디가 또렷하다.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고, 오동은 1000살을 먹어도 항상 곡조를 지키는 법이지요.” 글 사진 kimus@seoul.co.kr
  • 대구 평화의 소녀상 설치 논란… 깊어지는 시민단체·구청 갈등

    대구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관할 구청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와 중구청은 지난 20일 소녀상 설치를 놓고 최종 협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추진위는 22일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대구백화점∼한일극장 사이 쉼터에 세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추진위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중구와 2차례 협의에서 대구백화점 앞 광장만을 고수했다. 추진위는 이날 대안 제시와 함께 지난 보름 동안 시민 1만명으로부터 받은 서명도 전달했다. 중구는 “도로법상 소녀상이 도로점용 대상에 들지 않아 광장뿐만 아니라 대안으로 제시한 곳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녀상 설치에 강력 반발하는 동성로 상인회의 입장도 전했다. 중구는 그동안 제시했던 동성로 인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중앙도서관 구간, 3·1 운동길 주변 쌈지공원 등 2곳에 세우는 건립하는 안을 재차 제시했다. 하지만 추진위 측은 “유동인구가 많고 일제에 저항한 현장인 동성로에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뜻은 변함없다”면서 “중구가 대안으로 제시한 2곳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3·1절에 소녀상 설치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중구 관계자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동성로에 소녀상을 세울 수 없다”며 “추진위가 독단으로 설치에 나서면 절차에 따라 철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지난해 1∼12월 시민 2000여명으로부터 7200만원을 기부받아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 소녀상을 제작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가짜 안보 바꿀 것”… 안보관 논란 정면 돌파 나선 文

    “가짜 안보 바꿀 것”… 안보관 논란 정면 돌파 나선 文

    김정남 암살 야만적 패륜 범죄 “남북문제 풀어 남는 쌀 해결” 밝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안보를 장사 밑천으로 삼아 온 가짜 안보세력과 맞서겠다”며 ‘불안한 안보관’ 프레임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안보 문제가 대선 국면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외교 자문을 맡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김정남 발언’ 등으로 안보관 논란이 확산하자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안보자문단 격인 ‘더불어국방안보포럼’을 발족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끊임없는 색깔론으로 국민을 분열시켜 안보를 허약하게 만든 가짜 안보세력이고 우리야말로 안보를 제자리에 놓을 진짜 안보세력”이라면서 “정권교체는 가짜 안보를 진짜 안보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다시 한번 선을 그은 뒤 “김정남 피살 사건은 21세기 문명사에서 있을 수 없는 야만적인 테러이자 패륜 범죄”라고 규정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문 전 대표의 ‘강한 안보론’과 안정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장영달 전 국회 국방위원장, 백종천 전 국가안보실장 등 200여명은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하고 군가도 제창했다. 문 전 대표와 군 생활을 함께한 노창남 예비역 육군 대령 등 특전사 전우 9명은 무대에 올라 문 전 대표의 목에 군번줄을 직접 걸었다. 포럼에는 대표인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해 장성 50명, 영관급 71명 등 175명이 이름을 올렸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기 안성에서 지역 농업인과 간담회를 갖고 “남북 문제를 풀어 우리 쌀과 북한의 지하광물을 맞교환한다면 남는 쌀도 해결하고, 광물과 희토류를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캠프 TV토론본부장에 신경민 의원, 미디어본부장 겸 수석대변인에 박광온 의원, 대변인에 김경수 의원과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 외신담당 대변인에 미국 변호사인 이지수 전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부대변인에 정세균 국회의장의 부대변인이었던 권혁기씨를 임명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큰바위얼굴, 부처님을 만나다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큰바위얼굴, 부처님을 만나다

    “(…)다른 약초상 아저씨가 은진미륵님을 꼭 뵙고 가라고 하여 관촉사엘 들렀다. 네모난 관을 쓰고 뚱뚱한 기둥처럼 썼는 돌미륵을 한번 휘둘러보고는 한적한 절 마당을 지나 다시 돌아섰다.” 황석영 작가의 소설‘개밥바라기별’(2008)에 나오는 은진미륵보살은 네모나고 뚱뚱하다. 분명 여느 불상과는 다름은 분명하다. 단순히 투박하다는 것으로 정의내리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푸근하며 정겨우면서도 힘있다. 더구나 귀한 아들 훈련소에 맡겨 두고 눈물 듬뿍 흘리는 부모님 등 토닥거려주는 큰일 하시는, 논산의 큰 바위 부처님이다. 황산벌 훤히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관촉사 절집 마당, 입대하면서 맡긴 아들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 천년 세월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상이다. 참으로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 보자. 현재 ‘은진 미륵’이라고 불리는 논산 관촉사의 ‘석조미륵보살입상’은 현재 보물 제 218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입상은 고려 초기 양식의 관제 미륵불로 당시 왕의 권력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고려 광종 21년(970)에 조성하기 시작하여 목종 9년(1006)에 완성된 석불로 혜명대사가 완성하였다. 당시 미륵입상의 백호에서 나온 빛이 너무 밝아 중국의 명승 지안대사가 찾아 예불을 올렸다는 연유로 인하여 관촉사(灌燭寺)라는 절집 이름이 붙여졌다. 관촉사는 기존의 신라 불적과는 다르게 정형화된 틀을 전혀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석불, 석등, 석탑 등이 일렬 배치가 된 점이라든지, 미륵전에는 아예 불상이 없다는 것이라든지 하는 것은 기존의 규범화된 가람배치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관촉사는 지극히도 민중적이면서 서민적인 미륵신앙의 발원 형태로 절집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이 중에서 가장 토속적인 원형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은진 미륵 불상’이다. 고려 초기 불안했던 정국에서 민초들은 미륵불 신앙을 받들었고, 이를 대표하는 불상이 은진 미륵이다. 경주에 남아있는 세련된 간다라 형식의 불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은진 미륵은 고려 초기 왕이나 호족들의 힘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던 일련의 석불, 철불 들과 궤를 같이 한다. 파주 용미리 석불,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안동 제비원 석불 등이 바로 고려 초기 자유로운 양식의 석불형태다. 이 중에서 자연 암반을 깎아 만든 높이 18m의 거대한 은진 미륵 입상은 얼굴이 과도하게 크고, 균형미나 조형미는 떨어지지만 규모면에서 거대할 뿐만 아니라, 토속적이면서 푸근한 느낌을 주기에 힘없는 민초들이 섬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머리는 관을 쓰고 있으며 사각형 관 모퉁이에는 방울을 달아 놓았다. 또한 찢어진 눈, 납작한 코, 두툼한 입술은 크고 확연하게 묘사되었으며, 목과 턱의 주름은 과도할만큼 사실적이다. 또한 귀는 3m가 넘어 거의 어깨에 닿을 정도이며 천의(天衣)는 간단한 옷주름을 넣었으며, 손 모양은 과도하게 크고 굴절되어 있어 어떤 특징적인 불교 양식을 따랐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인 모양이다. 과히 교과서에 나올만한 자격이 될 만큼의 존재감있는 석불이다. 관촉사에는 이외에도 석등(보물 제232호), 석탑, 배례석(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53호), 석문(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79호), 대광명전(大光明殿), 미륵전, 윤장대, 산신각 등의 문화재가 많아 넉넉히 돌아 볼만한 사찰의 규모를 지니고 있다. <관촉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논산이나 부여 등지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라도 가 볼 만하다. 2. 누구와 함께? -가족 단위 관광객, 논산 훈련소에 아들이 입소한 부모님들. 3. 가는 방법은? -충청남도 논산시 관촉동 254 /건양대 후문 근처 4. 감탄하는 점은? -은진 미륵 보살은 교과서에 나온 것보다 훨씬 크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생각보다 그리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고 있지는 않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은진 미륵 보살, 미륵전, 윤장대, 해탈문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돼지갈비로 유명한 ‘햇잎갈비’(736-6001), 젓갈백반 ‘만나식당’(745-7458), 순대국밥 ‘연산할머니순대’(735-0367), 콩나물국박 ‘유정콩나물국밥’(732-0080), 갈치조림 ‘옛날집’(734-0333). 지역번호는 041 8. 홈페이지 주소는? -gwanchoksa.modoo.at/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백제군사박물관, 논산 명재고택, 수락계곡 10. 총평 및 당부사항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한 번은 가 볼만하다. 왜냐하면, 은진 미륵 불상은 교과서 곳곳에 나올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자주 언급되는 곳임.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3·1절 기념 막걸리 출시

    3·1절 기념 막걸리 출시

    20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모델들이 ‘3·1절 생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1만 2000병 한정 생산해 22일부터 롯데마트 전 점에서 1900원에 판매한다. 연합뉴스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1> 여성잡지 ‘엘레강스’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1> 여성잡지 ‘엘레강스’

    헌책방에서 잠자던 옛 책을 발굴해 그 시대의 문화상을 발랄하고 경쾌하게 조명하는 새 연재물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박물관’이 격주로 독자들과 만납니다.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들도 충분히 곱씹어 볼 만한 문화의 자취를 느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을 좋아해 그의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한 책방을 연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는 ‘탐서의 즐거움’, ‘내가 사랑한 첫 문장’,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를 쓴 자칭 애서가이자 활자 중독자입니다.오래된 책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아 넘길 게 없다. 그중에서도 내게 특별한 것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흔하게 보던 대중잡지다. 대중잡지는 당시 문화와 시대상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매체다. 특히 텔레비전이 보편화되기 전인 1980년대 이전 잡지는 사건 사고에서부터 정치, 경제, 문화, 연예계 이야기는 물론 가벼운 가십거리까지 꽉꽉 들어차 있어 시대의 축소판이라고 부를 만하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이런저런 잡지들이 많은데 멀티미디어 매체라는 게 아예 없었던 당시에 잡지의 힘이란 그야말로 대단했다. 얼마 전 가끔 들르는 책 경매장에서 ‘엘레강스’라는 여성 잡지가 한 권 출품되어서 구입했다. 평소에 옛날 잡지를 좋아하는 내게 1960~70년대에 나온 대중잡지는 무엇보다 반가운 책이다. 이날 구입한 잡지는 1976년 6월호로 잡지 제목 위에 “미혼여성·여대생의 잡지!”라는 문구가 쓰인 걸로 봐서 젊은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잡지를 발행한 곳은 ‘주부생활사’다. 주부생활사는 1960년대부터 여성 독자를 위한 책을 많이 출판한 곳이다. 펴낸 책 대부분은 각종 음식 만드는 방법, 집안 살림, 옷 만들기, 육아, 꽃꽂이 등에 관한 것으로 그 당시 여성이 알아야 할 지식이 대체로 어떤 분야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미혼 여성 ‘신부수업’ 받던 그 시절 확실히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은 ‘결혼해서 살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컸다. ‘신부수업’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쓰던 때였다. 몇 년 전에 ‘지리산’, ‘관부연락선’ 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병주의 칼럼 모음집 ‘1979년’을 봤는데 여러 글들 중에서 “여자는 대학을 나와야 하는가”라는 것도 있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가가 1970년대에 쓴 글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당시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여성이 대학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에 더해서 강한 목소리로 여성에게 고학력은 아무 쓸 곳이 없을 뿐 아니라 취직하는 것에도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잘못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당시 사회가 그랬다. 문화, 사회,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남성이 움직이고 있었으니 여성의 존재는 그만큼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1960년대 이전으로 내려간다면 이런 분위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대중들 반응에 가장 민감한 매체인 영화만 보더라도 1960년대에는 말하자면 신성일의 시대였다. 영화 내용도 사나이들의 모험과 의리 같은 것을 그린 내용이 많았지만 1970년대에 히트한 영화들은 대개 이야기 중심에 여성이 있었다. 최인호 소설을 각색한 ‘별들의 고향’(1974)을 보기 위해 46만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영자의 전성시대’(1975)와 ‘바보들의 행진’(1975), ‘겨울여자’(1977)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히트 영화가 유명한 원작 소설들과 짝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유행 때문이었는지 인기 소설가와 젊은 영화감독들은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를 누렸다. 문화를 즐기는 계층은 남성 중심에서 여성 쪽으로 조금씩 무게가 이동했다. 자연스레 대학생 또는 사회에 진출한 젊은 여성을 위한 잡지도 늘어났다. ‘엘레강스’ 1976년 6월호 목차를 살펴보면 문화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 독자를 겨냥해서 인기 있는 소설과 영화, 외국에서 유행하는 팝송 소개 등으로 지면을 구성했다. 여성 예술가로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천경자 화백의 작품 설명과 컬러 화보가 잡지 앞쪽에 실렸다. #독자 참여 방식으로 차별화 전략 또 하나 특별한 점은 당시에 나왔던 여러 여성 잡지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 일반 독자를 잡지에 직접 참여하게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번 호 표지를 장식한 모델은 인기 연예인이 아니다. 올해 스물네 살이 된 박옥경씨로 고려대 의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다. 취미는 스포츠이고 장래 꿈은 선장(船長)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덧붙여 편집부는 박옥경씨를 “나이팅게일을 꿈꾸는 대학가의 주인공”이며 “안 보고도 데려간다는 셋째 딸” 이라고 설명한다. 멋진 설명인 것 같지만 가만히 읽어 보니 좀 이상하다. 여성을 위한 잡지라고는 하지만 설명은 ‘남성이 원하는 여성상’이다. 이런 모습은 남성이 문화 소비의 중심이던 사회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아이러니하게도 여성 잡지에 실린 주요 콘텐츠도 남성들이 지면을 채웠다. ‘엘레강스’ 1976년 6월호를 보면 최인호, 고은, 박두진 등 유명 작가들이 쓴 칼럼이 곳곳에 배치되었고 잡지 끝부분에는 조해일, 이동하 작가의 연재소설이 실렸다. 이 잡지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기사는 “청춘파(靑春派) 감독이 말하는 영상 속의 미혼의식(未婚意識)”인데 이 역시 남성 감독 두 명과 인기 소설가 한 명의 좌담회를 글로 풀어 옮긴 것이다. 사실은 내가 경매에서 이 잡지를 구입한 이유가 바로 이 흥미로운 좌담회 때문이다.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다음과 같다. ‘별들의 고향’을 히트시킨 이장호 감독, ‘영자의 전성시대’를 연출한 김호선 감독, 그리고 소설가로도 인기를 누렸지만 1968년에는 대종상 각본상을 거머쥐며 영화 쪽에도 재능을 인정받은 김승옥 작가 이렇게 세 명이다. 1970년대 중반은 청춘 영화의 시대였으니 두 히트 감독과 이들의 영화를 각색한 소설가를 섭외하는 기획은 참신하다. 그리고 잘나가는 세 남성을 모셔 놓고 요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이라면 고개가 갸우뚱할 일이지만 그때는 이 특집 좌담회 기사를 읽기 위해 잡지를 구입했을 사람들도 꽤나 있었을 것이다. 좌담회 기사 부분을 펼치면 우선 세 참석자가 한 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이 큼직하게 한쪽을 차지한다. 이장호, 김호선 감독은 손질을 언제 한 건지 알 수 없는 더벅머리이고 사진 왼쪽으로 정면 얼굴이 나온 사람이 김승옥 작가다. 손가락에는 담배를 끼우고 턱을 괸 상태로 두 감독 쪽을 바라보는 모습인데, 멋지게 나온 사진이라서 좌담회 이후에 이 사진은 김승옥 작가의 공식 프로필 사진처럼 여기저기서 다시 쓰이게 된다.#결국 남성이 원하는 여성상만 알려줘 이야기는 대부분 두 감독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고 김승옥 작가는 사회자 격으로 좌담회 흐름을 이끌어 간다.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참석자 세 명이 감명받은 영화중에 인상 깊은 여성상을 담고 있는 작품을 꼽는 것이다. 두 감독은 ‘초원의 빛’, ‘젊은이의 양지’, 김승옥 작가는 아일랜드 영화 ‘라이안의 처녀’를 예로 들었다. 그다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러면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어떻게 미혼 여성의 이미지를 다룰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서로 나눈다. 놀랍게도 두 감독은 약간씩 방향은 다르지만 더욱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창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다.그러나 이 사회 구조는 아직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좀처럼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이들 젊은 예술가들의 시도는 번번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김호선 감독은 “이미 사회 통념상 묵인되어 있는 사실을 영화화하면 꼭 부도덕하다는 비난이 들어온단 말이에요”라며 한탄한다. 이에 김승옥 작가는 “편견을 타파하도록 꾸준히 해보는 것, 이게 우리의 할 일이겠죠” 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어서 그는 여성들이 앞으로 더욱 힘을 내서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가라고 주문한다. 두 감독에게도 “수많은 여자들이 삶의 보람을 찾으면서 살아가는 생, 그 자체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리얼하게” 나타나도록 연출해 달라고 당부한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1970년대 우리 사회 모습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앞서나간 지식인다운 면모다. 이로부터 시대는 많이 흘렀고 지금 ‘엘레강스’같은 여성 잡지를 펼쳐 보면 내용이 유치하다며 쓴웃음을 짓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끊임없이 힘을 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우아함을 내세운 ‘엘레강스’도 몇 년 후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여성자신’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변화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몇십 년이 지난 후에 또 다른 누군가도 지금 우리들이 살았던 모습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길 수 있다. 옳고 그른 문제는 당장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이 시대를 반성하며 변화하려고 노력했는지, 그것이 미래의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작은 실천이라 믿는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위로